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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울고 위로… 실종자母 보듬는 여경들

    “제가 해양경찰이라면 수색이라도 도울 텐데 어머니와 함께 울어주는 것뿐이 해드릴 게 없습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당일 전남 진도에 배치된 광주지방경찰청 제3기동대 박녹순(56·여) 경감은 7일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박 경감은 “30년 넘게 경찰공무원으로 살아오면서 늘 당당했는데 이번엔 너무 큰 무력감을 느꼈다”면서 “아이 넷을 기르는 엄마여서 그런지 어머니들의 통곡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더딘 대응과 끊임없는 혼선 탓에 해경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은 컸다. 박 경감은 “(해경은 아니지만) 처음엔 경찰 제복을 입고 있으면 실종자 가족들이 와서 옷을 쥐어뜯고 손을 비틀곤 했다”면서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함께 주저앉아 우는 모습을 보더니 어머니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렸다”면서 “이제는 어머니들이 ‘언니’라고 부르며 먼저 찾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박 경감은 손을 잡고 함께 울었던 실종자 가족 중 안산 단원고 김모(17)양 어머니를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뒤 열흘이 지나도 딸이 돌아오지 않자 김양 어머니는 팽목항에 마련된 불당을 찾아 “보석 같은 내 새끼 물고기밥 안 되고 나에게 한 번만 얼굴을 보여주고 가라. 부처님도 당신만 금빛 옷 입지 말고 우리 아이도 금빛 옷 입혀 빨리 건져 달라”며 울부짖었다. 며칠 후 김양 어머니의 꿈에 딸이 나타나 ‘그렇게 예쁘게 안 하고 다니면 내가 엄마를 어떻게 알아봐’라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고 한다. 박 경감은 “김양 어머니는 원래 자신은 ‘자식 잃은 죄인’이라며 머리가 헝클어진 채 다녔는데 꿈을 꾸고 나서 바로 샤워하고 화장을 했더니 놀랍게도 그날 딸이 선체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 박 경감 등 여경들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경찰 수뇌부도 여경들을 추가로 배치했다. 그동안 30여명의 여경이 활동했지만 지난 주말부터는 60여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최근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어머니가 갑자기 바다로 뛰어드는 사건이 벌어진 뒤로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여경 순찰도 강화됐다. 박 경감은 “어머니들이 혹시 나쁜 선택을 할지도 몰라 교대로 화장실과 샤워부스 등을 돌아보고 힘들어 보이는 어머니들은 밀착해 따라다니기도 한다”면서 “고되지만 자식 잃은 어머니들보단 덜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진도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록뮤지컬 ‘헤드윅’… 환희 그 이상

    록뮤지컬 ‘헤드윅’… 환희 그 이상

    공연 제목과 함께 자연히 연상되는 배우들이 있다. 반대로, 배우를 떠올리면 따라 붙는 작품들도 있다. 전자와 후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조합이다. 오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막을 올리는 록뮤지컬 ‘헤드윅’이 그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올해로 국내 공연 10주년을 맞이한 ‘헤드윅’은 티켓 오픈 때마다 출연진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이번 2차 오픈에서는 김다현의 합류 소식을 알렸다. ‘헤드윅’을 처음 올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다드윅’(배우의 이름과 헤드윅을 섞은 애칭)으로 불렸다. ‘꽃다현’이라는 다른 별명처럼 ‘가장 아름다운 헤드윅’으로 사랑받았던 그는 이번 공연으로 6년 만에 다시 헤드윅의 가발을 쓴다. 앞서 지난달에는 조승우(왼쪽)와 박건형, 손승원, 송용진(오른쪽)이 출연을 결정하면서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조드윅’ 조승우는 티켓 오픈 때마다 매진 기록을 세우는 ‘최고의 흥행메이커’답게 6월 1일까지 예정된 자신의 출연분 티켓을 다 팔아 치웠다. 초연 멤버 송용진은 오는 14일 오후 9시 30분(심야 공연)에 단 한 차례 특별공연만 예고해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티켓이 매진됐다. 6년 만에 ‘모텔 리버뷰’(공연의 배경)를 찾는 터라 그를 기다린 팬들의 아쉬움은 컸다. 그 성원이 그를 끌어들여 매주 금요일 ‘쏭드윅’ 심야공연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완판 배우’ 박건형과 ‘최연소 헤드윅’ 손승원에, 이영미·서문탁·전혜선·최우리가 이츠학으로 무대를 장식한다.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동베를린 출신의 록가수 헤드윅(한셀)이 ‘남편’ 이츠학, 밴드 앵그리인치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이다.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존 캐머런 미첼이 각본을 쓰고 스티븐 트래스크가 작사·작곡해 1998년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2005년 4월 첫 공연을 올린 뒤 1400여회 공연에 누적관객 40만여명을 모았다. 9월 28일까지. 5만~6만 9000원. (02)749-9037.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전쟁 뒤 평화 무드’ 발칸반도, 공존의 희망 싹튼다

    ‘전쟁 뒤 평화 무드’ 발칸반도, 공존의 희망 싹튼다

    발칸반도는 삶의 모자이크와 같다. 태고의 신비와 중세의 낭만이 공존하고, 육지와 바다가 아름답게 만나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문명의 교차로로 분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따로 또 같이 하나가 되는 땅’ 발칸반도의 속살을 7일 밤 8시 50분 EBS ‘세계테마기행’ 3부 ‘공존의 땅을 꿈꾸며’에서 만난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요정의 호수’ 플리트비체, 우바츠 협곡 등 발칸의 대자연은 ‘동유럽의 화약고’로 여겨졌던 시기에도 조용히 지역의 역사를 보듬어 왔다. 전쟁이 끝난 뒤 평화의 시기가 지속되면서 공존의 희망이 싹트고 있다. 세르비아 북서부에 위치한 노비사드는 동유럽 문화의 용광로로 불린다. 지금은 한때 총부리를 겨누던 민족들이 재래시장에서 만나 함께 살아가는 오늘을 만들고 있다. 지정학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군사 요새 칼레메그단은 차가운 성벽으로 남아 냉혹한 시절의 상징이 됐지만, 이제는 베오그라드 시민의 고마운 쉼터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베오그라드를 지나 분쟁의 상징이었던 보스니아의 비셰그라드와 세르비아의 국경을 지나는 드리나 강으로 향한다. 드리나 강은 예로부터 서로마와 동로마제국의 자연적 국경,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의 접경이 됐다. 346㎞에 달하는 긴 강은 계곡과 좁은 산골짜기를 흐르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드리나 강을 따라 찾아간 크로아티아에서 세계자연문화유산 플리트비체 호수와 맞닥뜨린다. 한때 ‘악마가 화풀이하는 장소’라고 할 만큼 수많은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지만, 장엄한 대자연의 위엄은 인간이란 얼마나 유약하며 전쟁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일깨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부고] 민중 미술계 마당발 김용태 前민예총 이사장

    [부고] 민중 미술계 마당발 김용태 前민예총 이사장

    ‘민중 미술계의 마당발’ 김용태 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이사장이 4일 오전 별세했다. 68세. 고인은 1970년대 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했고 1980년대부터 미술을 통해 문화와 사회 문제를 연결시키며 민중미술 운동을 이끌었다. 미술동인 ‘현실과 발언’의 창립 동인이자 민족미술협의회 초대 사무국장과 민예총 초대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1993년 북한 정영만 조선미술가동맹 위원장 등을 만나 ‘코리아통일미술’전을 치르며 남북 문화교류의 물꼬를 텄다. 이후에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2002년), 6·15 공동선언 남측위원회 공동대표(2005년) 등을 역임했다. 문화예술의 현장이면 어디서나 모습을 드러냈던 그는 2011년 위암 수술을 하고 지난해 여름 간암 판정을 받으면서 문화계에 발길을 끊고 투병생활을 해 왔다. 그를 ‘용태형’이라고 부르던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신경림 시인, 구중서 문학평론가 등 문화예술인 40여명은 ‘김용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그의 쾌유를 비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영애씨와 딸 보영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민족예술인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김정헌 서울문화재단 이사장과 이애주 전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발인은 8일 오전 8시. (02)2227-7580.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숫자’로 본 우리 사회의 불공평한 삶

    ‘숫자’로 본 우리 사회의 불공평한 삶

    분노의 숫자/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동녘/370쪽/1만 7000원 특정 현상을 설명할 때 숫자가 동반되면 내용이 훨씬 명료해진다. 아이를 낳아 대학까지 보내는 데 ‘3억 1000만원’(2012년 기준)이 든다면 ‘엄청나게 많다’는 말보다 부모의 부담 정도가 더 생생하게 와 닿는다. 삼성전자 등기임원의 평균 연봉(52억원)은 노동자 평균 연봉(3800만원)의 137배라고 하면 소득 격차가 확실하게 인지된다. 정확성을 전제로 한 숫자의 의미는 ‘우리는 얼마나 힘겹고 불공평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으로 확장된다. ●통계청·기재부·OECD 등 다양한 자료 활용 사회현상을 드러내는 모든 숫자를 한데 모은 신간 ‘분노의 숫자’는 그래서 단순한 사회지표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책은 기획재정부, 통계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대학알리미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불공평한 한국 사회의 실태를 고발한다. 숫자 나열에 그치지 않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도 갖는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거론할 때 자주 나오는 출산율부터 보자. 서울시 25~44세 기혼 남녀의 희망 자녀 수는 평균 2.01명이지만 실제 출산율은 1.3명(2012년)이다. 희망과 현실의 차이는 보육 환경 탓이다. 2013년 현재 한국 정부가 지출하는 아동가족복지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8%로, 미국(0.7%)보다 높고 스웨덴(3.7%)보단 낮다. 하지만 사교육비 규모는 점점 커진다. 영아의 41.9%가 사교육을 받고 비용 규모는 총 1조 8380억원에 이른다. 영·유아 시기를 빼더라도 짧게는 12년, 길게는 16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72.54점(OECD 국가 평균 100점 기준)으로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고시원·쪽방 등에 사는 청년 139만명 달해 대학을 나온 뒤에도 삶이 가혹하다. 최저 주거 기준(부엌이 딸린 3.6평짜리 공간)보다 못한 지하나 고시원·쪽방 등에서 사는 청년(20~34세)이 139만명이다. 홀로 사는 청년의 23.6%가 주거 빈곤 상태다. 서울 대학가에 있는 하숙·고시원의 평당 임차료는 15만 2685원인데, 타워팰리스는 11만 8566원(2012년 한 포털 부동산 시세)이다. 주거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청년들은 결과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삶은 나아질 수 있을까. 가계의 실질소득은 1996~2007년 3.7%, 2008~2012년 2.8% 성장했지만 기업은 8.1%, 11.2%가 각각 뛰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의 열매는 대기업에만 집중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소득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가 1990년대 초반 0.250 수준에서 1999년 0.288, 2009년 0.295로 상승하면서 1(완전불평등)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얼마나 부의 편중이 심해지는지 알 수 있다. 나열되는 숫자들은 순간적 분노를 일으켜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위한 기초 자료”로 삼으라는 뜻이다. 꼼꼼하고 알기 쉽게 펼쳐 놓은 ‘분노의 숫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마주하는 불평등의 참상을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속 빈 각오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각성의 숫자’로 와 닿는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뭉클한 마음에… 엄마 꼬옥 껴안고, 소중한 마음에… 아빠 꼬옥 손잡고

    뭉클한 마음에… 엄마 꼬옥 껴안고, 소중한 마음에… 아빠 꼬옥 손잡고

    조금은 차분하게, 사랑만큼은 더 크고 풍성하게 나누고픈 5월이다. 우리 아이들을 한 번 더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싶다. 이럴 때 다양한 가족극을 만나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프린세스 마리’는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일곱 살짜리 마리는 양치질해라, 손 씻어라, 잔소리를 하는 엄마가 밉다. 공주인형을 생일 선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엄마는 마리의 생일조차 잊은 듯하다. 요정에게 말한 소원 탓에 엄마가 사라져버리고, 마리는 좋아하던 공주들과 엄마를 찾아 나선다. 뮤지컬, 어린이극에서 활약한 무대디자이너, 기술감독, 의상디자이너 등이 뭉쳐 마술 같은 의상 전환, 환상적인 나무괴물 등을 구현해 눈이 즐겁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오로라 등이 ‘공주 생활’하느라 얼마나 힘든지 털어놓는 반전이 있고, 용감한 공주들의 신나는 모험이 있어 재미있다. 서울 중구 정동 세실극장에서 6일까지 공연한다. 2만 5000원. (02)742-7601. 잔잔하게 엄마의 사랑을 전하는 ‘우리 엄마’는 6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브로드웨이 아트홀 2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영국의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동명 그림책을 클래식 음악과 함께 즐기는 음악극으로 옮겼다. ‘꽃무늬가 어울리는, 고양이처럼 부드럽고 안락의자처럼 편안하지만, 때론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는’ 엄마의 모습을 파헬벨 ‘캐넌 변주곡’, 베토벤 ‘비창’, 조지 거슈인 ‘랩소디 인 블루’ 등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접목해 노래한다. 엄마의 사랑을 드러내 말하지 않지만 흥미롭게도 공연이 끝날 즈음 엄마를 꼬옥 껴안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2만원. (02)744-7304.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롯데카드 아트스페이스에서는 ‘아빠! 사랑해요, 두 번째 이야기-소풍 가는 날’이 공연 중이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동화 ‘게스 하우 머치 아이 러브 유’(Guess How Much I Love You)를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소풍을 떠난 아빠 토끼와 아기 토끼의 하루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장미꽃, 나비, 애벌레, 개구리를 친구 삼아 교감하고 관객들과 무지개 놀이, 박 터뜨리기를 하면서 즐긴다. 공연 중 가족끼리 향기를 맡고 안아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넣어 아빠 토끼와 아기 토끼처럼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끌어낸다. 실감 나는 토끼 의상과 생생한 피아노 연주는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롯데카드 아트스페이스에서는 오픈런(무기한 공연)이고, 3~4일에는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장에서도 공연한다. 서울 (02)2261-1395, 수원 (031)230-3200. 또 하나의 인형극 ‘커다란 순무’도 연극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가족을 위해 잃어버린 순무를 찾아 떠나는 소년의 모험이 바탕이 됐다. 분절인형, 천 인형 등을 들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익살과 너스레가 감칠맛을 더하고, 이동식 수레 같은 아기자기한 소품이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공연에 참여하면서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교훈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6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이어진다. 2만 5000원. (02)762-0010.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가족이 더 힘든 병 치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가족이 더 힘든 병 치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질병이 완치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진다. 그러나 이 공포스러운 질병만큼은 환자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서 4400만명, 2050년에는 환자가 1억 3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질환, 바로 치매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발병하면서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는 치매, 지혜롭게 이겨 나갈 방법은 없는 것인가. KBS 1TV ‘KBS 파노라마’는 5월 1일과 2일 밤 10시에 ‘치매 2부작’에서 현실과 대안을 진단한다. 1편 ‘피할 수 없는 전쟁’(1일)에서는 치매 환자 사례를 통해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함께한다. 한글서예에 관한 한 국보급 인물로 꼽히는 권오실 여사도 치매를 앓고 있다. 이제는 붓과 벼루도 구분하지 못한다. 그를 간병하던 남편도 당뇨와 고혈압으로 고통받고 있는 처지다. 한 치매 환자는 느닷없이 고함을 지르고 밤에도 소란을 피우기 일쑤다.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남편도 극단적인 생각을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는 없을까. 2편 ‘그래도 희망은 있다’(2일)에서는 치매가 환자 개인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와 국가 전체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고령화 사회에 일찍 진입하면서 치매로 인한 간병 살인, 동반 자살 등을 먼저 경험한 일본의 사례에서 발전적인 방법을 알아본다. ‘우라야스 꿈의 호수촌’에서 재활의 대안을 찾고, ‘모리노카제 특별요양 노인홈’에서는 환자의 인간적인 삶을 고민한다. 더불어 이날 방송에서는 치매에 대한 인식 변화도 제안한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천해지 830억·세모 293억… 2000억대 부동산 ‘문어발 투자’

    천해지 830억·세모 293억… 2000억대 부동산 ‘문어발 투자’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 일가가 ㈜천해지 등 계열사를 동원해 2000억원대의 부동산 투자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를 포함해 145억원어치의 미국 내 부동산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천해지 등 계열사 9곳은 금융권 대출을 얻어 서울 강남구 역삼·서초동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곳곳의 땅과 건물을 갖고 있다. 장부가액 기준으로 1948억원이다. 이 부동산은 수련원이나 생산부지, 건물 등으로 시가로는 2000억원대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부동산을 가진 계열사는 조선업체 천해지다. 천해지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로 경남 고성군 동해면에 13만 1000㎡ 규모의 830억원(장부가 기준) 상당 부동산을 갖고 있다. 세모는 인천 부평구에 2만 3000㎡ 규모의 293억원 상당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열사 중에서 화장품·전자제품 판매 회사인 다판다와 영어교육 전문 출판사인 문진미디어가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다. 다판다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씨가 최대주주로, 문진미디어는 차남 혁기(42)씨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이 기업들이 보유한 강남 지역 부동산은 장부가로 200억원이 넘는다. 다판다는 강남구 역삼동 등에 각각 8억∼47억원에 이르는 부동산 5곳을 소유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소재 부동산을 포함해 모두 185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진미디어도 강남구 역삼동 본사와 부지, 서초동 아라타워, 경기 안성시 물류창고 등 259억원 상당의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문진미디어는 2009년부터 정부서울청사의 구내 서점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주택건설회사인 트라이곤코리아는 용산구 한강로 등에 5만 8268㎡ 규모의 73억원어치 부동산을 갖고 있고 도료 제조사인 아해는 전북 완주와 경기 이천, 전남 곡성군 일대, 제주 서귀포 금남리 일대 등에 63억원 상당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온지구와 청해진해운도 각각 53억원, 7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기업이 5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 보유한 부동산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 전 회장 일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드러난 미국의 부동산만 5곳으로 구입 가격만 145억원 수준이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확보한 유 전 회장 일가의 미국 내 부동산 보유 자료를 보면 차남 혁기씨는 2007년 8월 뉴욕주 북부 웨체스터카운티에 당시 345만 달러(약 36억원)의 대규모 저택을 구입했다. 그는 또 뉴욕시 맨해튼에 고급 아파트 2채와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카운티에도 부동산을 갖고 있다. 세모는 1990년 5월 회사 명의로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카운티에 있는 300만평 규모의 부동산을 675만 달러(약 70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동산은 세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2000년 9월 ‘베어 패밀리 호텔 리조트’에 매각됐지만, 이 회사는 유 전 회장 측의 차명 회사라고 안씨는 설명했다. 안씨는 “이 회사를 통해 유 전 회장 일가가 자금세탁 또는 재산은닉을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큰 울림, 화제작 다시 본다

    큰 울림, 화제작 다시 본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의 뭉클한 시어가 송창식의 내지르는 목소리와 만나면 가슴은 벅차오르다 못해 터져버린다. 아픈 기억을 이젠 이겨냈다는 듯 과장해 포장한 말과 몸으로 이야기하다가, 이 노래 ‘푸르른 날’이 공간을 휘감아 버리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5월이면 생각나는 연극’으로 꼽히는 ‘푸르른 날에’(연출 고선웅)는 그렇다. 2011년 초연한 뒤 해마다 5월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관객을 만났다. 올해도 오는 26일부터 6월 8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그 치열한 현장에 있었던 남녀가 헤어진 지 30년 만에 다시 만나면서 극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애써 광주의 아픔과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날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오늘을 사는 방식을 따뜻하게 때론 코믹하게 그려내는데, 그게 묘하게 서글프다. 고 연출이 이 작품을 ‘명랑한 신파’라고 말하는 이유다. 2009년 차범석희곡상을 받은 정경진의 동명 희곡을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공동 제작해 내놨다. 초연한 해에 대한민국연극대상과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연극상을 휩쓸었다. 김학선, 정재은, 이영석, 이명행, 조영규 등 초연배우가 그대로 무대를 지킨다. 6월 중순에는 광주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전석 2만 5000원. (02)758-2150. 관객들이 불러낸 연극 ‘봉선화’(연출 구태환)는 2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린다. 윤정모 작가가 1997년에 쓴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를 희곡으로 만들고, 서울시극단이 무대화해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였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가슴 먹먹한 감동과 울림을 준 명작”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봐야 할 연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재공연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봉선화가 필 무렵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의 인생역정에 아들·손녀세대의 이야기를 녹여낸다. 이번 공연은 역사적 고증을 더 충실히 하고, 영화감독 강영만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첨가했다. 위안부 문제는 허구가 아닌 엄연히 존재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현재 우리가 짊어지고 풀어야 할 공동의 과제라는 점을 또렷하게 제시한다. 2만∼3만원. (02)399-1135. 오늘날 집의 기능과 의미를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 주목을 받았던 연극 ‘여기가 집이다’(작·연출 장우재)는 다음 달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연우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20년 전통을 가진 고시원에서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살던 세입자 앞에 스무살 ‘늙은’ 고등학생이 새로운 주인이라고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고등학생의 황당한 발상에 우왕좌왕하면서도 생기를 찾아가는 세입자들에게서 절망과 희망을 엿본다. 출연진이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진지한 주제의식을 희석시키지 않은 정교한 구성이 돋보인다. 첫선을 보인 지난해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대상과 희곡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됐다. 2만원. (02)3676-3676.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日 야스쿠니 참배 문제점 폭로…한국·영어 영상 전 세계 배포

    日 야스쿠니 참배 문제점 폭로…한국·영어 영상 전 세계 배포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서 봄 제사가 이뤄지는 때에 맞춰 신사 참배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 영상을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해 전 세계에 배포했다고 22일 밝혔다. 6분가량 되는 동영상에는 야스쿠니 신사의 건립 배경과 문제점, 신사 참배를 통해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의 움직임 등이 담겼다. 서 교수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해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전 세계 언론의 큰 질타를 받았지만 아직도 많은 정치인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우리 스스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영어 동영상을 통해 세계 각국에 일본의 우경화 전략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한국인이 알아야 할 역사 이야기 #4 야스쿠니 신사’(영어 제목은 ‘What A Korean Must Know #4 Yasukuni Shrine’)라는 제목으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가 있고 CNN, BBC, NYT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의 트위터 계정에도 전달됐다. 서 교수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언론에 ‘야스쿠니 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合祀)돼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칼럼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으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한 광고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동영상 캠페인 ‘한국인과 세계인이 알아야 할 역사 이야기’에는 현재 일본군 위안부, 독도, 일본 전범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고 다섯 번째 영상의 소재는 동해가 될 예정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美 대중문화·정치·사회… 한인들 활약 없는 곳이 없다

    美 대중문화·정치·사회… 한인들 활약 없는 곳이 없다

    올해는 한·미 수교 132주년, 미국 이민 111주년이다. 그 사이 한국은 아시아 어딘가에 붙어 있는 작은 나라, 유일한 분단국의 이미지를 넘어 미국 내 정치, 사회, 문화 속에 한국을 심어 가고 있다. 아리랑TV는 23일 밤 11시에 미국 전역에서 활약하는 한인을 조명한 특별다큐멘터리 ‘더 리빙 브리지스’를 방송한다. 먼저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에 선 한국을 짚어 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만난 K팝 팬들의 모습은 한국 팬들과 다르지 않다. K팝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뽐내고 한류를 알리는 웹사이트를 운영한다. 한국 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할리우드에서 한인 문화계 인사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의 할리우드 리메이크판과 ‘설국열차’의 배급을 담당하고 있는 헬렌 리 킴을 만난다. 필라델피아의 유명 건축회사인 팀하스의 하형록 대표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혁신적인 건축가 중 한명이다. 그는 한인 네트워크가 일찍 발달했더라면 더 수월하게 성공할 수 있었을 거라고 아쉬워했다. 그가 차세대 한인 리더 네트워크인 넷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다. 찰스 랭걸 미 연방 하원의원의 보좌관인 해나 김(김한나), 공공캠페인 전문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조남주 등에게서 넷캘의 비전과 한인 2세로서 꾸는 꿈을 들어본다. 미국 의료보험개혁 운동에 앞장선 의사 폴 송, 버지니아 최초의 동양인 하원의원으로서 동해 병기 법안을 추진한 마크 킴 의원, 캘리포니아 조세형평국 부위원장 미셸 스틸 등 정치·사회계에서도 한인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사라진 희귀서적 절도단을 추적하라

    사라진 희귀서적 절도단을 추적하라

    북로우의 도둑들/트래비스 맥데이드 지음/노상미 옮김/책세상/372쪽/1만 6000원 20세기 초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4번가에는 독특한 곳이 있었다. 크고 작은 서점들이 나란히 배열된 풍경 그대로, 그곳은 ‘북로우’(Book Row)라 불렸다. 한번 출판된 책은 다 있다는 북로우는 애서가뿐 아니라 책도둑에게도 천국이었다. 책도둑들에게 도서관은 금고였고, 도난당한 책들이 암거래되는 북로우는 도서관 관계자들에게는 지옥 같은 곳이다. ‘북로우의 도둑들’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수십개 서점이 몰려 성황을 이루던 북로우로 안내한다. 희귀 서적 범죄 전문가답게 저자는 미국 역사상 도서관 절도가 가장 극성을 부리던 그 시절에 일어난 전대미문의 절도사건을 중심으로 희귀 도서의 미시사를 풀어낸다. 추리소설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초기 시집 ‘알 아라프, 티무르’ 초판본이 뉴욕 공공도서관 희귀자료실에서 사라진 사건이다. 책은 250부밖에 인쇄되지 않은 희귀 서적이라 1894년 경매에서 75달러에 팔린 것이 1909년에는 2900달러가 될 정도로 가치가 상승했다. 당시 뉴욕 공공도서관은 대규모 장서를 보유한 애스터 도서관을 통폐합해 책도둑들의 보물창고로 떠올랐고, 책도둑들의 기술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책도둑들에게 필요한 건 적성과 재능 대신 “뻔뻔함, 자신감, 그리고 커다란 코트”였다. 하루에 도서관 3곳을 돌면서 50권을 훔쳐낼 수 있는 ‘능력’을 쌓았다. 책을 훔쳐온 대가로 표준수수료 2달러를 받거나 최종 판매가의 5%까지 받기도 했다. 절도가 빈번해지자 뉴욕 공공도서관은 보안을 위한 특별조사관을 두어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책 절도의 세계에 발을 들인 10대 소년 듀프리의 무모한 시도는 생각보다 쉽게 성공으로 이어졌다. 뉴욕의 서점가를 소개하던 책은 이때부터 특별조사관과 절도단의 추격전으로 장르를 옮겨 이야기를 펼친다.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라 역사서다. 추격전보다 당시 경매소의 풍경, 가짜 희귀본을 만드는 기술, 희귀 도서 소유자들의 삶, 장서를 지키려는 도서관의 비밀 표시 등 책을 둘러싼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만평과 기사로 본 대한제국의 ‘민낯’

    만평과 기사로 본 대한제국의 ‘민낯’

    저잣거리의 목소리들/이승원 지음/천년의 상상/308쪽/1만 7000원 “어서 오너라, 며늘아기야. 네가 오니 상처가 하나도 아프지 않구나.” “아이, 부끄러워요, 아버님.” 1910년 2월 20일자 대한민보의 시사만평(그림)에 요즘식의 대사를 넣어본다면 이쯤 되려나. 당시 세간에는 이재명의 칼로 부상한 이완용을 첫째 며느리 임씨가 ‘매우 극진히’ 간호하느라 색양(色養)을 다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도영 화백은 이 스캔들을 만평으로 여러 차례 그려내며 이완용을 조롱했다. 1909년 5월 대한매일신보에는 재미있는 광고가 실렸다. 최환석씨의 손녀 최씨가 “시어머니가 누명을 씌워 모함하고자 하는 고로… 김씨와는 살지 않기로 작정”했다는 거다. 조선시대 여인이 시모의 악행을 만천하에 까발렸다. 남편 김씨가 “(아내가) 술을 먹고 주정을 하는 등 괴팍한 행실을 보였다”며 장문의 반박광고를 내자 이에 질세라 최씨는 신랑의 말을 ‘미친 광고’라며 또 대응 광고를 내보냈다. 입으로 퍼지는 소문을 활자로 유통시키기 시작한 근대식 신문은 누군가에게는 하소연의 장이 되기도 했다. ‘저잣거리의 목소리들’은 대한민보의 만평과 대한매일신보, 독립신문, 황성신문 등 여러 신문의 3면 기사를 분석해 짧지만 파란만장한 대한제국 때의 삶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권력자들의 스캔들, 연애의 장으로 활용된 연극장, 첨단 문화의 상징이던 이발소와 목욕탕, 어린아이 눈알이 들어갔다는 사진기 등 풍속사를 만평 29편과 사진 64장을 덧대 풀었다. 당시 세상살이는 간혹 실소를 부르고 때론 황당하며 가끔은 정치·시대적 상황 탓에 서글프다. 이런 감정을 넘나들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다다를 만큼 술술 읽힌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가족의 달, 오페라 골라보세요

    가족의 달, 오페라 골라보세요

    연령과 취향에 맞춘 오페라 공연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고전의 본령을 끄집어낸 감각적인 작품부터 관능적이고 파격적인 작품,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오페라까지 다양하다. 국립오페라단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오는 24~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라 트라비아타’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파리 사교계의 프리마돈나 비올레타의 비극으로 각색했다. 화려한 프랑스 사교계와 경쾌한 ‘축배의 노래’가 먼저 떠오를 법하지만 아르노 베르나르 연출은 “달콤한 선율이 흐르는 로맨틱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그는 “작품이 매춘부의 이야기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화려함 뒤에는 망가져 가는 개인의 처참한 삶이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비올레타가 알프레도의 사랑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나 알프레도의 아버지가 두 사람의 이별을 요구하는 것, 알프레도가 비올레타를 오해하며 모욕적으로 돈을 내던지는 것도 매춘부와 사회의 폭력으로 해석된다는 의미다. 이런 새로운 해석을 현대적인 무대에 얹었다. 세계 오페라계에서 떠오르는 지휘자 파트릭 랑에가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리우바 페트로바와 조이스 엘 코리가 비올레타를 번갈아 연기하고, 이반 마그리·강요셉이 알프레도를 나눠 맡는다. 1만~15만원. (02)586-5363. 다음 달 2~4일에는 같은 무대에 한국오페라단의 ‘살로메’가 올라간다. 성서에 나오는 헤롯왕과 그의 의붓딸 살로메, 예언자이자 세례자인 요한을 다룬 희곡(오스카 와일드)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오페라로 만들었다. 살로메가 요한을 유혹하는 ‘일곱개 베일의 춤’과 목이 잘린 요한의 입에 키스하며 부르는 노래는 욕망과 광기의 절정으로 꼽힌다. 이 ‘살로메’의 배경은 범죄가 난무하고 욕심이 폭발하는 2114년 미래 도시다. 한 무리의 바이크가 질주하고 관능적인 춤이 넘친다. 19세 이상 관람가다. 1만~20만원. (02)587-1950. 생텍쥐페리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오페라 ‘어린 왕자’는 가족이 즐길 만한 작품이다. 2003년 미국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초연된 뒤 미국 전역에서 공연됐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토니상을 받은 무대 디자이너 마리아 비욘슨, 영화 ‘엠마’ OST로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레이철 포트먼, 오페라 연출가 프란체스카 잠벨로가 협업했다. 이야기는 어린 왕자와 여행에서 만난 캐릭터의 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무대가 압권이다. 이병욱(지휘), 하나린·김우주(소프라노), 한규원·안갑성(바리톤) 등 한국인 출연진이지만 영어로 노래하고 한글 자막을 제공한다. 27일~5월 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만~7만원. (02)580-1300.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예술인 산재보험료 50% 지원… 꼭 도움 받길”

    “예술인 산재보험료 50% 지원… 꼭 도움 받길”

    “예술계 종사자들은 설마 하는 생각에, 당장 경제적인 이유로 (산재보험 가입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향이 큽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재단)의 지원 사업을 잘 알고, 많은 예술인들이 혜택을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습니다.” 1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만난 임유정(30)씨는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털어놨다. 무대 감독을 꿈꾸던 임씨는 2011년 12월 경기도 한 공연장에서 무대를 전환하다가 15㎏짜리 쇳덩어리가 떨어지면서 오른쪽 얼굴이 함몰됐다. 4차례 뇌수술 후 호남형 얼굴에는 흉터가 남았고, 행동 장애와 간질발작이 생겼다. 공연 제작사의 책임 떠넘기기에 10개월 가까이 보상을 받지 못했다. 임씨의 사연은 ‘어느 뮤지컬 스태프의 비극’<서울신문 2013년 9월 18일자>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수술비(720만원)와 1년의 법정공방 끝에 1억 2500만원 합의금을 받게 됐다. 합의금은 다음 달에야 나온다. 그동안 들어간 의료비 7000여만원은 어머니 강춘화(55)씨가 힘겹게 벌어 충당했다. 최근에 재단에서 의료비 지원사업으로 받은 500만원도 큰 보탬이 됐다. 외부 노출을 꺼리던 임씨가 세상에 나온 것은 예술계 종사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나 자신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그는 “하루 일당도 제대로 못 받는 예술인에게 산재보험 월 1만원도 큰돈이라 보험 가입을 외면한다”고 했다. 특히 공연 제작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일하는 예술계 종사자들은 일반 근로자와 달리 산재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실정이다. 정부의 예술인 지원사업에 대한 인식도 더욱 필요한 이유다. 재단은 예술인 증명을 한 종사자에게 산재보험료의 50%를 지원하고, 의료비 지원사업(최고 500만원)도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 강씨는 “처음부터 지원받아 산재보험에 가입했다면 제작사와 그렇게까지 긴 싸움을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여전히 임씨는 생활이 어렵다. 후각이 마비됐고 내장 기능도 일부 손상됐다. 왼쪽 팔·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가장 힘든 것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다. “다른 것일 뿐인데 더럽다거나 별종으로 보고 말도 심하게 합니다. 지금도 기사가 나간 뒤 여파가 걱정돼요. 그래도 저로 인해 다른 예술계 종사자들이 지원받을 길이 더 넓어지길 바랍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봄’ 예술축제가 활짝 피었습니다

    ‘봄’ 예술축제가 활짝 피었습니다

    봄에 만개한 것은 꽃뿐만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예술축제가 열려 봄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한다. ‘귀천’의 시인 천상병을 기리는 제11회 천상병예술제가 오는 25일부터 5월 4일까지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예술의전당 등지에서 열린다. 26일부터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아트센터에서 제3회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이 23일동안 이어진다. 어린이날을 전후로 연휴가 생긴 5월 초에는 다양한 어린이축제도 준비돼 있다. ●25일부터 새달 4일까지 천상병 예술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던 고(故) 천상병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아름다운 소풍을 떠난다. 축제 개막일인 25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아마도이자람밴드가 공연한다. ‘나의 가난은’ ‘크레이지 배가본드’ ‘달빛’ 등 시인의 작품으로 만든 노래로 음반을 낸 아마도이자람밴드는 이날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첫 콘서트를 갖는다. 대극장에서는 26일 오후 5시에 이미숙무용단이 ‘귀천’ 공연을 올린다. 관람료는 개막공연이 2만원, ‘귀천’은 1000원부터 1만원까지 원하는 만큼 내는 희망티켓이다. 26일에는 21주기 천상묘제 ‘봄 소풍’을 간다. 시인과 아내 고 문순옥 여사의 유택으로 떠나는 문학 여행이자 낭송, 낭독, 연주가 있는 문화 여행이다. 시인 부부가 운영한 찻집 ‘귀천’이 자리한 서울 인사동에서 출발해 의정부시립공원묘지에 들렀다가 축제 현장인 의정부예술의전당으로 돌아온다. 올해는 문학다방 ‘천상음악살롱’을 새롭게 만들었다. 축제 기간 매일 오후 2~4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전시실에서 운영한다. 시인의 유품인 클래식 레코드를 소재로 문학과 음악을 나누는 시간이다. 원로 음악평론가 탁계석, 문화기획자 박이창식, 의정부문화발전소 황현호 소장이 함께한다. 이 밖에 ‘천상 책 놀이터’ ‘천상문학산책’ ‘천상병시낭송대회’ ‘천상백일장’ ‘모과나무심기’ ‘시화전 및 유품전’ 등으로 구성했다. (02)972-2824.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 62개 공연팀 참가 강동아트센터의 모든 공간과 주변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 13개, 무용경연대회 3개, 이벤트 등에 62개 공연팀이 참가한다. 강동아트센터의 자체 제작공연 ‘예술의 진화’(26~27일·대극장)가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이 작품이 관심을 끄는 것은 국립발레단의 ‘포이즌’, 국립무용단의 ‘단’ 등을 협업하며 무용계의 내로라하는 콤비로 꼽히는 안무가 안성수와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뭉쳤다는 점이다. 신석기부터 현재까지의 발전을 움직임과 빛, 색, 소리로 엮어 역동적이고 풍성한 구성과 무대를 표현한다. 발레리나 김주원과 박수인·장경민 등 안성수픽업그룹 멤버들이 무대에 오른다.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은 “강동구가 보유한 문화적 자산인 ‘선사시대’를 모티브로 춤의 기원, 진화, 발달 과정을 그렸다”고 소개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11분’을 몸짓으로 풀어낸 국립현대무용단의 ‘11분’이 5월 4~5일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작품에 녹아든 성과 사랑 이야기에 무용수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녹여 풀어냈다. 지난해 안애순 예술감독이 취임한 뒤 초연한 이 작품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같은 날 대극장에서는 김선희발레단의 ‘인어공주’를 공연한다. 경기도립무용단의 ‘태권무무 달하’(30일·대극장), 한국전통춤판(5월 2일·소극장), 발레영스타(5월 14일·소극장), 극장의 새로운 상주단체인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의 ‘이방인’(5월 17~18일·소극장) 등 공연에 이어 박귀섭 작가의 무용사진전(25일~5월 18일·갤러리 그림), ‘예술이 흐르는 그린웨이’(5월 5일·야외 바람꽃마당), 게릴라공연과 번개댄스 등을 풍성하게 준비했다. 무용계의 스승과 제자가 한 무대를 만드는 ‘나우 & 퓨처’(대극장)도 놓치면 아쉬울 법하다. 17일에는 국수호, 김매자, 김말애, 채상묵, 배정혜, 이정윤, 김성의, 안정훈, 김현미 등 한국무용의 거목과 젊은 무용수가 한 무대에 오른다. 18일에는 김복희, 김순정, 이정희, 제임스전, 조윤라, 김주원, 이루다, 천성우 등 현대무용과 발레의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하며 노련하면서도 열정적인 춤사위를 선사한다. (02)440-0528. ●어린이날 전후로 공연·전시·체험 행사 ‘풍성’ 어린이날인 5월 5일 경기 고양시 성사동 고양어울림누리에서는 ‘고양어린이세상’이 펼쳐진다. 지역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주목할 만하다. 고양 600년의 옛이야기와 5000년 전의 볍씨인 고양가와지볍씨 이야기를 담은 전시 ‘가와지볍씨와 고양600년 이야기 활짝’과 ‘소원꽃씨 선물상자’, 고양의 대표 특산물인 웅어를 소재로 흙놀이와 공예를 결합한 ‘안녕? 웅어야!’를 마련했다. 온 가족이 함께 성라산을 오르내리며 숲속의 이야기를 듣고 놀이를 즐기는 ‘성라산 숲 넘나들이’도 있다. 유쾌하고 즐거운 ‘꽃메 서커스 마을’에서는 광대의 서커스, 공중 퍼포먼스, 풍선 마임, 줄타기·저글링을 배우는 서커스 교실 등이 열린다. 놀이형 전통체험 ‘놀자와 떠나는 아슬아슬 모험’, 과학체험 ‘창의력 케이넥스’, 재활용품을 활용한 ‘아트마켓 정크아트’, 단상 위에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어린이 자유발언대’ 등도 진행된다. (031)960-9717. 5월 2~11일에는 인천 십정동 부평아트센터에서 제1회 부평키즈페스티벌(부키프)이 개최된다. 2일 해누리극장에서 체코필하모닉소년소녀합창단과 부평구립소년소녀합창단이 꿈과 희망의 하모니를 선사하며 축제의 문을 연다. 3~11일 달누리극장에선 부평아트센터가 처음 제작한 ‘할락궁이의 모험’이 막을 올린다. 제주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는 연극연출가 이병훈, 작가 오은희, 국악작곡가 신동일 등이 제작에 참여해 ‘어린이 명품 공연’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공연 후에는 어린이 체험행사와 무료 원화전시를 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아동문학 작가인 에릭 칼의 이야기로 만든 캐나다 아동극단 머메이드 시어터의 ‘배고픈 애벌레’(5~11일·해누리극장)도 공연한다. ‘배고픈 애벌레’ ‘뒤죽박죽 카멜레온’ ‘요술쟁이 작은 구름’을 엮은 작품에는 영어 내레이션을 덧댔다. 아울러 야외마당에서는 무료 야외공연과 팝아트전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032)500-2000.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흙·오물 뒤범벅된 축사서 ‘생명’ 살리는 수의사

    흙·오물 뒤범벅된 축사서 ‘생명’ 살리는 수의사

    깨끗한 병원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진료하는 일,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수의사의 업무다. 이런 모습과 정반대되는 삶을 사는 수의사들도 있다. 흙과 오물이 뒤범벅된 축사에서 소나 말 같은 대(大)동물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들이다. 1t에 육박하는 덩치로 밀어붙이거나 발버둥 치고 뿔로 들이받기가 일쑤다. 2010년 말 구제역 파동 때처럼 소와 돼지 수천 마리를 살처분하는 일을 겪게 되면 정신적인 충격도 상당하다. 대동물 수의사는 힘들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 전체 수의사 중 1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6일 밤 10시 45분에 방송되는 EBS ‘극한직업’에서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축산 농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대동물 수의사들의 삶을 따라간다. 대동물 수의사의 하루는 급한 전화로 시작된다. 소가 난산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연락에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달려갔다. 벌써 어미 배 속에서 송아지의 방향이 돌아간 상태였다. 온 힘을 쏟아 송아지와 어미 소를 살리자마자 이번에는 배앓이 때문에 서 있지도 못하는 말이 있다는 다급한 소식을 접했다. 수의사는 말 위 속에 있는 음식물을 빼내기 위해 자신의 입으로 관을 빨아들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식사는 축사 안에서 도시락으로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소를 거세하는 일부터 식도에 걸린 사료를 빼내거나 날카로운 축사 파이프에 다친 꼬리를 치료하는 일까지, 크고 작은 일을 해결하느라 수의사는 하루에 열 곳이 넘는 농장을 돈다. 하루를 꼬박 대동물 진료에 바치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동물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는 수의사들을 만나본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삼성전자 박찬 여경 “사이버 수사 전문가 될래요”

    삼성전자 박찬 여경 “사이버 수사 전문가 될래요”

    “야간 당직이 잦고 별의별 민원인이 많아 업무상 스트레스가 꽤 크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굴지의 국내 대기업에 다니다 뒤늦게 경찰에 입문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사이버팀의 반미영(32·여) 경장은 13일 “언론을 통해서만 접했던 사건을 직접 접하고 추적해 나가는 일이 흥미롭고 재밌다”며 활짝 웃었다. 2012년 10월 사이버 수사요원 특채에 합격해 경찰이 된 반 경장은 현재 인터넷상 명예훼손, 스미싱(문자결제사기) 등 사이버 범죄 업무를 담당하는 사이버팀의 ‘홍일점’이다. 반 경장은 서울의 4년제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1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7년간 모바일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업무를 맡았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에서 일했지만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연구만 하는 일이 단조롭게 느껴져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근무 때 기술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참여한 스터디 모임에서 경찰청 사이버 수사팀 소속인 한 경찰관을 만나 경찰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이직을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됐다. 경찰서 출근 첫날 동료 경찰들은 “예전 직장보다 보수도 적고 힘만 드는 곳에 왜 굳이 왔느냐”고 했다. 반 경장은 “민원인들이 내 도움으로 금전적·정신적인 보상을 받고 만족을 얻으면 그 에너지가 결국 내게 힘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 인터넷 신문 기자가 모 인터넷 사이트 회원들로부터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는 고소를 접수하고 100건이 넘는 댓글의 IP를 일일이 추적해 무더기 입건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변심한 애인에게 앙심을 품고 성관계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남성을 잡으려고 며칠 간 잠복근무를 하는 등 현장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반 경장은 “사이버 수사는 앞으로 중요성이 더 커지고 모든 수사의 바탕이 될 것”이라며 “어느 부서에 가더라도 사이버 수사의 경험을 살려 제 몫을 해내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뮤지컬 성공 맛보고 후배·창작에 본보기 되길”

    “뮤지컬 성공 맛보고 후배·창작에 본보기 되길”

    “지금까지는 꿈을 향한 도전이었다면, 이제는 성공이라는 열매를 맛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성취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많은 후배와 창작진에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신춘수(46)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뮤지컬은 숙명적으로 더 큰 시장(미국 브로드웨이)을 향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철학으로 끊임없이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렸다. ‘지킬 앤 하이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등 다양한 해외 작품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그는 이번에는 책임 프로듀서로서 제작한 뮤지컬을 브로드웨이 중심가에 있는 팰리스 시어터에 올리면서 그간 노력의 결실을 맺는다. 다음 달 29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하는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다. 신 대표는 1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책임 프로듀서는 제작 전반과 라이선스 계약 등 모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는다는 점에서 이전 역할과 다르다”면서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를 떠나 우리 뮤지컬 시장의 성장, 위상 변화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작품은 미국 ‘힙합 전설’ 투팍(2Pac)의 이야기다. 흑인의 삶과 젊은이의 고뇌를 과격하지만 문학적인 랩으로 담아내며 저항의 상징이 됐다. 1996년 9월 차량 총격 사건으로 25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투팍의 음악에는 낡은 세상에 대한 반항과 철학, 연민, 희망이 모두 담겨 있다. 그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더 나은 사회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가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이 흑인 힙합 문화를 제대로 표현할까 하는 의문에 그는 “힙합 장르로 한정하지 않고, 단순한 투팍의 일대기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색깔의 브로드웨이 쇼이자 아웃사이더로 낙인찍힌 두 아이의 꿈과 성장·희망을 그려내 한계나 어려움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작팀에는 2010년 토니 어워즈 3관왕을 차지한 연극 ‘펜스’의 연출가 케니 리온과 조감독 토드 크레이들러(극작), 뮤지컬 ‘위키드’와 ‘아이다’의 안무가 웨인 실렌토 등이 참여한다. TV와 영화 쪽에서 활동해 온 에릭 골드가 공동 프로듀서를 맡는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국립발레단 이재우 무용수 파격 승급

    국립발레단 이재우 무용수 파격 승급

    국립발레단의 최장신 남성 무용수 이재우(23)가 강수진 예술감독에게 ‘수석무용수 승급’이라는 깜짝 선물을 받았다. 이재우는 10~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에서 지그프리트 왕자와 그를 파탄에 빠뜨리는 악마 로트바르트를 번갈아 연기했다. 지난 11일 그가 로트바르트로 열연한 공연이 끝나자 강 예술감독은 갑자기 무대에 올라 “재우씨가 로트바르트와 지그프리트라는 서로 다른 두 역할을 너무나 잘해 줬다”고 찬사를 보낸 뒤 “이 자리에서 수석무용수로 승급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의 현재 등급은 솔리스트로, 수석이 되기 위해서는 그랑솔리스트를 거쳐야 한다. 이를 건너뛰었으니 파격이나 다름없다. 그는 1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도 꿈속에 있는 듯하다. 콩쿠르와 공연 준비를 동시에 하면서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쳐 있었는데 수많은 관객과 동료들 앞에서 이런 선물과 축하를 받았다. 감격스러워 눈물까지 흘렸다”며 겸연쩍은 듯 웃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졸업한 이재우는 2011년 말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키 195㎝에 긴 팔다리를 가진 그는 입단 초기 큰 무대에서 다소 주눅 든 모습을 보였으나 근력과 탄성, 연기력 면에서 놀라운 향상을 보이면서 주역으로 성장했다. 특히 이번 ‘백조의 호수’에서는 많은 관객들로부터 “앞으로 모든 로트바르트는 이재우의 것”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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