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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하고 섬세한 무용수 되고파”

    “강하고 섬세한 무용수 되고파”

    지난 20~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신데렐라’에 대한 관심은 끊임없었다. 세계적인 안무가인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만든 독창적인 춤과 무대, 동화의 색다른 해석, 발레스타 김지영의 국내무대 복귀 등 공연 전부터 화제가 이어졌다. 공연이 끝난 뒤엔 수확도 남겼다. 지난해 9월 특채로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신예 이동훈(23)이 주인공. 3개월만에 전막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주역으로 데뷔한 그는 이번 공연에서 왕자 역을 맡아 새로운 ‘발레스타’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단지 신나기만 했는데, 이번 공연을 앞두고는 조금 떨렸어요.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부담감도 있었고, 모던발레는 처음이라 긴장됐죠.” 당초 그는 메인 캐스팅이 아니었던 탓에 연습에서 한발짝 떨어져 안무를 익혔다. 정형화된 고전발레가 아닌 모던발레라 표정이나 연기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의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181㎝의 큰 키를 이용한 힘이 넘치는 점프와 균형감, 연기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최근 1년 동안의 활동만 보면 그를 ‘운이 좋거나 천부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한때 비보이였고, 예중·고를 거쳐 유학으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을 밟지 않은 그의 배경을 모른다면. “중학교 때 춤이 좋아서 친구들과 비보이 공연을 하러 다녔어요. 어느날 체육선생님이 교무실로 부르더니 앙트르샤(공중에서 두 발을 교차하는 동작), 주테(뛰어오르는 동작) 등을 보여주며 발레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시는 거예요.”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는 비보이보다 나을 것 같아 선택한 발레였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상체는 울퉁불퉁한 근육이 붙어 있고, 심지어 평발이었다. 기본 동작인 턴아웃(두 다리를 일자로 벌리는 동작)이 너무 힘들어 3주만에 그만뒀지만 발레 동작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다시 시작했다. 집에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학원을 거의 매일 오가는 ‘연습벌레’가 됐다. 노력의 결과는 조금씩 나타났다. 러시아 페름 아라베스크 국제발레콩쿠르 동상, 코리안 국제발레콩쿠르 은상, 동아무용콩쿠르 금상 등을 수상하며 결국 콤플렉스를 이겨냈다. 그는 여전히 ‘연습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안다.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즐거움과 설렘, 무대 위의 따뜻한 조명과 관객의 박수소리를 생각하면 연습을 게을리할 수가 없다.”는 그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주역인 호세 마르티네스처럼 힘이 넘치면서도 모든 동작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섬세함을 가진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모습을 볼 기회는 남아있다. 그는 내달 서울 열린극장 창동(3~4일), 해남문화예술회관(20~21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24~25일)에서 열리는 ‘신데렐라’ 공연 무대에 오른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국악 체면 벗고 삶 속으로

    국악 체면 벗고 삶 속으로

    최근 취임한 박일훈 국립국악원장은 “국악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다른 장르에 비해선 뒤처진 면이 있고 관객도 적어 안타깝다.”면서 “예술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국악이라는 풍부한 콘텐츠를 잘 포장해 대중에게 보여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초부터 업무를 시작한 임연철 국립극장장도 “국립극장이 아니면 볼 수 없다고 자부할 만한 공연을 만들고, 공연장의 문턱을 낮춰 대중과 친밀한 스킨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클래식이나 대중음악 공연은 예매를 시작하면 몇시간만에 동이 나는 ‘인기 폭발’의 작품들이 많지만 국악 공연은 높은 완성도, 저렴한 입장료에도 관객을 끌어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악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금 국악계에서는 이런 선입견을 깨뜨리고, 대중 속으로 스며들어가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대중음악 ·창극·무용 접목 레퍼토리 다양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과 무용, 영상, 창극 등 거의 모든 공연 장르를 아우르는 ‘뛰다 튀다 타다’를 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초연했다. 기존 국악 연주회의 개념을 뛰어넘어 20~30대 젊은 관객의 감각에 맞춘 혁신적인 신개념 음악회를 표방한 공연이다. 황병기 예술감독은 “3년 전부터 우리 음악으로 젊은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왔고, 그 결과물을 무대에 올리게 됐다.”면서 “서양 가방처럼 넣어야 할 것과 못 넣을 것이 구분된 공연이 아니라 어느 것이나 보자기에 담아 옮기는 우리의 ‘보따리’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대 중심에 자리잡은 국악관현악단이 2시간동안 창작음악 19곡을 연주한다. 음악은 정통과 퓨전을 넘나드는 음악을 작곡한 김만석,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많은 영화음악으로 이름을 날린 장영규가 만들었다. 국립창극단의 주역 박애리와 국립국악관현악단 타악주자인 연제호가 주인공을 맡아 열연하는 가운데, 뮤직비디오, 타악 공연, 콘서트, 무용 공연 등이 줄줄이 이어지며 쉴새없이 다양한 장르를 선사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극중 콘서트 장면에 출연하는 남성 2인조 그룹 ‘노라조’. ‘파격’이라는 공통된 코드로 국악 무대에 처음 서게 된 노라조는 히트곡인 ‘해피송’, ‘수퍼맨’, ‘연극’ 등을 들려주며 신나는 콘서트장으로 안내한다. 이재성 연출자는 “과묵하게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깨를 들썩거리며 박수를 치고, 때로는 일어나 들썩거릴 수 있는 흥겨운 공연으로 만들었다.”면서 “다른 말보다 그저 ‘재밌다.’는 말이 나오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28일까지. (02)2280-4115. ●국립국악원 무료 국악 벨소리 제공 국립국악원은 일상에서 국악을 들을 수 있도록 ‘생활 속에 우리국악’ 시리즈를 펴내고, 지하철과 비행기 안에서도 국악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이달 초부터 서울메트로 1~4호선에서 환승역 배경음악을 클래식에서 창작국악곡 ‘얼씨구야’로 바꿨다. 이르면 내달부터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음악채널을 통해 국악을 들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립국악원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과 MOU를 체결했다. 최근에는 국립국악원이 세시풍속 절기음악 10곡, 국악 배경음악 10곡, 국악 신호음악 120곡을 CD에 담은 ‘생활 속에 우리국악’을 펴냈다. 2005년부터 전통음악을 비롯해 창작곡들을 묶어 내놓은 시리즈의 하나. 애국가·묵념 등의 ‘국가 의식음악’, 휴대전화 벨소리·통화연결음·방송 시그널음악 등 ‘신호음악’, ‘명상·요가음악’, 잊혀져가는 절기와 세시풍속을 노래로 만든 ‘세시풍속 절기음악’ 등 다양한 음악들이 담겨 있다. 국악으로 만든 벨소리도 제공한다. 국립국악원 홈페이지(www.ncktpa.go.kr)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진도 아리랑을 재즈풍으로 편곡한 ‘아리랑하우스’, 창작국악 ‘시집가는 날’, 흥겨운 여행을 떠나는 듯한 ‘휘파람 불며’ 등이 인기곡. 통화연결음, 통화대기음 등 각종 신호음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립국악원측은 “박물관이나 전시장, 공연장 등 문화시설은 물론 이벤트장이나 공공기관에서도 행사 배경음악으로 국악을 사용하도록 제작했다.”면서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무료로 활용하도록 꾸준히 제공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인간 정신세계·남녀 행동방식 차이 궁금하시죠? 미지의 세계 파헤쳐볼까요

    두개골에 둘러싸여 있는 인간의 뇌는 마치 커다란 호두처럼 생겼다. 무게는 1.36㎏ 정도에, 각 영역마다 특정 기능을 담당한다. 좌뇌는 주로 언어와 정보처리 능력 등을, 우뇌는 주로 시각 정보와 추상적인 사고과정 등을 맡는다. 뇌라는 기관에 대한 관심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신비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인간의 정신과 뇌의 관계는 여전히 호기심을 거둘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이런 인간 정신 과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파헤친 책들이 최근 나란히 출간됐다. ●세계적인 석학과 함께하는 뇌와 기억의 과학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이자 카블리 뇌과학연구소장인 에릭 캔델(80)은 자서전 ‘기억을 찾아서’(전대호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에서 인간의 정신과정을 생물학적으로 분석했다. 정신의학을 정신 분석에 의존하지 않고 세포에서부터 하나씩 풀어나간 캔델은 가장 단순한 뇌를 가진 바다달팽이를 이용해 기억이 세포 안에 저장되는 과정을 연구한 논문으로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그는 1938년 나치로부터 이주 명령을 받고 소유물 박탈, 아버지의 실종과 등장 등 강렬한 유년기의 경험 때문에 기억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간이 겪은 과거가 뇌의 신경세포들에 어떻게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고, 체계적으로 보관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런 호기심은 신경세포(뉴런)를 이해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시냅스를 통해 어떻게 다른 종류의 기억들이 신경회로상에서 저장되는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는 인간의 핵심적인 정신 과정 중 하나인 기억은 뇌세포가 물리적으로 변하는 ‘시냅스 가소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하고 “인간의 의식은 상호작용하는 신경세포 집단들이 사용하는 분자적 신호전달 경로들로 설명해야 할 생물학적 과정”이라고 말한다. “뇌 속을 채우는 200만~300만개에 이르는 감각신경섬유는 우리의 유일한 정보 통로이자, 자아에 대한 의식을 제공한다.”면서 “이런 기억의 결합력이 없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는 경험은 무수한 순간만큼 많은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런 구조 속에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 기억되고, 우리를 우리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캔델은 “내가 살아오는 동안 생물학계는 인간 게놈 전체의 유전암호를 읽어내고 인간을 괴롭히는 많은 병의 유전적 토대를 해명해왔다. 언젠가는 의식의 생물학적 기초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를 위한 새로운 정신과학 입문서로 저술했다.”는 설명처럼, 세계적인 석학의 과학 이야기는 난해한 소재를 다뤘지만 따라가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다. 2만 5000원. ●화성남·금성녀의 차이를 만드는 뇌 왜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다고 생각하는 걸까. 왜 남녀는 서로의 행동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을까. ‘브레인 섹스’(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북스넛 펴냄)는 남녀의 정신 과정을 뇌와 호르몬의 관계로 분석한다. ‘남성호르몬이 많이 나오면 남성’이라는 단순한 해석이 아니다. 어머니의 몸 속에서 다르게 형성되는 뇌의 성별은 얼마나 남성호르몬에 노출됐느냐에 따라 남녀의 차이가 확연해진다는 것. 임신 6~7주가 되면 태아의 뇌는 성별이 구분된다. 남자 태아는 이즈음에 유아기와 아동기에 걸쳐 나오는 양의 4배에 달하는 남성호르몬에 노출되는데, 만약 여자 태아가 남성호르몬의 신호전달을 강하게 받으면 출생 후 아기는 남자 성향이 강한 여자로 성장한다. 반대로 남자 태아가 남성호르몬에 노출되지 않으면 아기는 여자 같은 모습의 남자로 성장하게 된다. 이런 자궁 속 환경은 성 정체성, 출생 후 능력의 차이까지도 영향을 주게 된다는 주장이다. 남성의 뇌는 공간 지각 능력이 더 우수해 추상적인 개념의 수학이나 체스, 지도 읽기 등에 강점을 보인다. 반면 여성의 뇌는 모든 감각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광범위한 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언어, 음악, 기억력, 미각 등에 우월하다. 성장할수록 운동능력, 공격성, 성취욕 등을 유도하는 남성호르몬의 강한 영향을 받은 남성은 대부분 기계나 이론과 관계 있는 직업을 택하고 권력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관계에 더 관심을 갖는 여성은 요식업이나 사회사업가, 교사처럼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찾는다. 이런 주장은 남녀의 차이는 부모와 사회의 역할 기대가 다르게 제공돼 다른 행동방식을 학습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회적 조건화’에 정면 배치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음모’로 공격받기도 했다. 저자들은 “태생적으로 분명한 남녀의 차이를 외면하게 되면 남성들의 직업은 우월하고, 가정주부라는 직업은 하위에 속한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들을 바꿀 수가 없다.”면서 “남녀의 차이를 확인하고, 충분히 이해해야 문화와 가치의 성숙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1만 6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27일 당장 실천 가능한 친환경 생활백서

    봄철에만 한반도를 뒤덮던 황사가 한겨울부터 기승을 부린다. ‘유기농’을 표방하는 아이들의 과자에서조차 멜라민 성분이 들어간 식품첨가물이 발견된다. 패스트푸드가 왜 해로운지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 세계는 대기오염, 에너지 고갈, 먹거리 안전 등 보이지 않는 적들과 전쟁 중이다. 법·제도 정비 등 거시적인 접근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지구를 지키는 일은 집에서부터’라는 슬로건과 함께 환경운동은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일상생활과 육아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생태적 삶을 추구하는 주부를 지칭하는 ‘에코맘(Ecomom)’은 이런 생활 속 실천운동의 결과물이다. 대학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한 환경운동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신근정씨는 ‘고마워요 에코맘’(북센스 펴냄)을 통해 친환경 생활의 비법을 전한다. 지은이는 첫 아이가 아토피를 심하게 앓게 되면서 1년 동안 채식과 자연요법을 병행하고, 아이가 완치된 뒤 본격적으로 친환경 살림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방법들을 모은 친환경 생활백서. 촛불, 에어컨, 재래시장, 병원, 세제, 이불, 실내공기, 라면, 떡, 장난감, 비누 등 하루에도 몇번씩 접하게 되는 소재들을 선택해 이것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문적인 식견과 함께 따라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대안을 소개한다. 늘상 먹는 채소와 방사선 조사의 관계를 밝히고, 방사선 조사를 받은 식품을 피하기 위해 유통기한이 짧은 국산 제철 채소와 유기농 식품을 선택하도록 권한다. 세제에 들어 있는 합성계면활성제의 문제점을 밝히고, 베이킹소다를 이용하거나 쌀뜨물과 EM(유용 미생물)을 이용한 세제대용품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천연염색, 아토피 치료, DIY 등을 위한 책과 사이트도 모았다. 지은이는 “친환경 생활은 소득·시간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맞벌이하면서 사회적 기준으로는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나도 나름대로 친환경 생활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면서 “친환경 생활만이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일이라는 것을 알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한 가지씩 실천하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매주 목요일은 ‘창작국악의 날’

    국립국악원은 새달 2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우면당에서 ‘목요 상설공연’을 진행한다. 봄 기운을 맞은 우면산 자락에서 창작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자리이다. 5월28일까지 이어지는 봄 프로그램(4월30일 제외)은 공모로 선발한 기악·작곡·성악·무용 분야의 작품들을 올린다. 첫날 무대는 한국의 전통 무용을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아 독창적으로 풀어내는 정신혜무용단의 ‘접점(接點)’으로 꾸민다. ‘욕망이 진리에 반하다’, ‘불온한 윤회’, ‘목요일의 그늘’ 등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한 이 작품에서 철학적인 주제, 궁중무용의 현대적 재해석, 거듭되는 반전 등 풍성한 춤사위를 보여준다. 9일은 거문고연구회 동보악회가 ‘거문고 소리, 봄을 꽃피우다’를 주제로 ‘선물’, ‘보리피리’, ‘열락’, ‘무언가’, ‘미리내’(이상 정대석 작곡), ‘별밭’(정동희 작곡) 등을 들려준다. 16일에는 철학적인 사고를 춤으로 풀어낸 ‘긔룬 것은 다 님이라’를 선보인다. 무용가 유정숙이 안무한 이 작품을 이병옥 용인대 무용학과 교수의 사회로 소개한다. 23일에는 지난해 불에 탄 숭례문을 위한 진혼무로 창작된 김승일의 창작무용 ‘화·예·아(火·禮·芽)’가 준비돼 있다. 봄 프로그램과 9월3일부터 10월29일(10월1일 제외)까지 이어지는 가을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각각 8차례 마련한다. 일반은 8000원, 24세 이하와 경로 등 할인가는 4000원. (02)580-33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완창 판소리 시리즈 연말까지

    국립극장은 오는 12월까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바탕을 완창하는 ‘완창 판소리 시리즈’를 펼친다. 판소리 완창이 처음 공연 형식을 띤 것은 1968년 박동진 명창의 5시간짜리 ‘흥보가’로 알려져 있다. 1984년 12월 국립극장에서 신재효 선생 100주기 기념으로 박동진, 성창순, 조통달, 오정숙 명창이 나흘에 걸쳐 완창 공연을 열었고, 이듬해 본격적인 상설 무대로 ‘완창 판소리 시리즈’가 생겼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이번 시리즈는 ‘적벽가’를 뺀 나머지 네 바탕은 서로 다른 소릿제로 꾸며, 표현이나 창법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첫 문은 28일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김일구의 박봉술제 ‘적벽가’로 연다. ‘삼국지연의’를 근간으로 만들어 가장 남성적이면서도 호방한 소리대목이 많은 작품. 장단의 운용 능력이 탁월한 명창이 웅장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소리를 들려 준다. 4월과 8월에는 ‘춘향가’를 선보인다. 모보경의 정정렬제 춘향가(4월25일)는 우아하고 단정한 ‘양반 버전’이고, 안숙선의 김소희제 춘향가(8월15일)는 박진감 있는 절제미가 특징이다. 5월과 10월에는 달오름극장에서 강도근이 보유한 동편제 ‘흥보가’를 공연한다. 전인삼과 이난초가 각각 5월과 10월의 마지막날을 장식하는 이 공연은 같은 사설을 남녀 명창이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는지 비교해 보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6월과 9월은 ‘심청가’이다. 지난해 임방울국악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미나가 동초제 심청가(6월27일)를 들려 준다. 동초제 심청가가 서민적이고 다소 외설적이라면, 정회석의 보성소리 심청가(9월26일)는 기품 있고 비장한 맛이 있다. 11월·12월에는 정치 풍자와 서민의식이 강한 ‘수궁가’를 올린다. 정옥향의 정광수제 수궁가(11월 28일)는 기품 있는 발림이 뛰어나다. 제야공연을 겸한 송순섭의 동편제 수궁가(12월31일)는 웅장한 맛이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피아노 꽃남’들의 협주곡 향연

    ‘피아노 꽃남’들의 협주곡 향연

    클래식계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두 젊은 피아니스트가 지금껏 연주하지 않았던 작곡가의 곡을 들고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우선 김선욱(사진 왼쪽·21)이 27일 서울시향과 ‘2009 비르투오조 시리즈’의 첫 무대를 연다. “러시아 음악가의 곡은 두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해왔던 김선욱은 이번 공연에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베토벤, 슈만 등 독일 작곡가에 빠져 있었던 김선욱에게는 큰 도전인 셈이다. 이날 공연은 올 가을부터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내정된 우크라이나 태생의 젊은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가 지휘봉을 잡고,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을 연주한다. (02)3700-6300. 이어 29일에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오른쪽)이 토마스 제트마이어가 이끄는 노던 신포니아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임동혁은 2005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형 동민(29)과 함께 2위 없는 3위에 입상하며 클래식 스타로 올라섰다. 그런 탓에 ‘쇼팽 전공’, 또는 ‘소화하는 작품이 적다.’는 평이 따라 붙어왔다. 레퍼토리를 넓히는 것은 그의 숙제나 다름없다. 여리고 섬세한 연주가 강점인 그가 웅장한 베토벤의 ‘황제’를 어떻게 소화해낼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이다. 아울러 영국 내 오케스트라 순위 3위에 올라선 오케스트라 노던 신포니아와 바이올린에서 지휘까지 아우르는 천재 음악가 제트마이어는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 ‘마술피리 서곡’, 브람스 교향곡 1번 등을 선보인다.(02)751-9633.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공연리뷰] 쥘리에트 비노슈 ‘인-아이’

    무대 중앙에 놓인 커다란 벽, 나무 의자 두 개. 폭 16.4m, 깊이 25m의 무대 위에 간소한 소품이 놓여 있다. 불이 꺼지고 조명이 들어온 커다란 벽 양쪽에서 두 주역이 천천히 걸어나온다. 이어 “나는 열 네 살이었다.”는 독백이 흐른다.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전문무용수도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나이 마흔 다섯에 춤에 도전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아이(in-i·내 안에서)’는 이렇게 시작했다. 19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혁신적인 안무가로 평가받는 아크람 칸과 비노슈가 남녀의 사랑에 대한 내면과 감정 변화를 이야기한다. 한 여자와 남자가 사랑에 빠지며 격렬한 사랑을 나누고, 함께 살게 되지만 서로 다름에 갈등한다. 다툼과 오해 끝에 헤어지고 다시 화해하는 이야기를 위해 비노슈와 칸은 부딪치고, 입 맞추고, 화내고, 울부짖으며 온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70분 동안 무대를 뛰어다닌다. 벽은 둘 사이를 갈라 놓는 장벽이기도 하고 조명을 이용해 침대와 창문이 놓인 방이 되기도 한다. 고난도 기교는 보이지 않는다. 문애령 무용평론가는 “비노슈의 몸짓은 데뷔한 사람 같지 않게 대단히 놀라운 수준이다. 하지만 이제 막 무용계에 데뷔한 비노슈를 위해 칸이 자신의 기교와 감성을 한 단계 떨어뜨려 작품 완성도까지 낮춰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감정 변화를 몸짓과 함께 대사로까지 설명해 주는 지나친 친절함은 가슴보다는 머리로 의도를 이해하게끔 한다. 비노슈의 ‘전공’을 살린 자연스러운 말투와 귀여운 표정, 남자를 향해 절규하는 연기력이 오히려 이 무용작품의 관전포인트로 부각될 듯하다. 이 공연을 위해 지난해 2월부터 모든 영화 촬영 스케줄을 미루며 연습에 몰두하고 해외 순회 공연까지 나선 비노슈의 열정에도 박수를 보낼 만하다. 이날 공연장에는 영화계 인사와 연예인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의 신선한 변신을 보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듯. 공연은 21일까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9회 통영국제음악제 東·西가 만난다

    9회 통영국제음악제 東·西가 만난다

    경남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27일부터 새달 2일까지 펼쳐진다. 9회째를 맞은 2009년의 주제는 동서양의 모든 예술가가 만난다는 의미의 ‘동과 서’로, 윤이상의 작품 중 오보에와 첼로를 위한 이중주 ‘동서의 단편’에서 차용했다. 올해는 ‘2009 아시아태평양 현대음악제’를 겸하고 있어 아시아 현대음악의 오늘을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음악제에는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모두 17회의 공식공연이 예정돼있다. 27일 개막연주회는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장식한다. 음악제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이끄는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윤이상의 ‘실내교향악 1번’을 비롯해 김지향, 초우(타이완), 호데카와(일본), 오데타미미(팔레스타인)의 작품을 연주한다.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28일 2007년 윤이상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하익 카자지안과 협연한다.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로비 라카토시는 이날 그의 5인조 앙상블과 재즈 선율을 덧댄 집시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 통영음악제의 상주 아티스트인 피아니스트 최희연 서울대 교수는 29일 독주회를 갖는다. 이날 폴란드 라디오방송 합창단은 윤이상의 ‘오, 빛이여’ 등 아시아 작곡가의 작품을 노래한다. 오후 10시에 소극장에서 선보이는 ‘나이트 스튜디오’는 세 차례 예정돼 있다. 27일에는 일본 현대음악 앙상블 ‘넥스트 머시룸 프로모션’이 나선다. 30일에는 최희연 교수와 바이올리니스트 배익환, 첼리스트 양성원, 호른 연주자 김홍박이 함께 풍성한 선율을 들려준다. 프랑스의 쳄발리스트 셀린 프리시는 31일 고음악의 진수를 선사한다. 한국과 아시아의 젊은 작곡가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은 29일과 30일에 각각 열린다. 30세 미만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시안 페스티벌 앙상블과 통영국제음악제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TIMF앙상블이 나선다. 2일 폐막연주회에는 지휘자 게르하르트 뮐러-혼바흐와 TIMF앙상블이 말러의 ‘대지의 노래’와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를 연주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연주회 입장료는 1만~8만원. 음악제의 모든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레드패스’ 는 15만원이다. 공연을 3개 이상 선택하면 30% 깎아 주고, 음악제 후원회사인 BC카드로 결제하면 10% 할인받는다. (055)642-8662~3, www.timf.org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색다른 무용 공연 관람 포인트

    색다른 무용 공연 관람 포인트

    명작과 발레의 만남, 세계적인 안무가의 신작 세계 초연, 봄날에 눈발을 몰고 온 댄스뮤지컬…. 말로만 들으면 궁금증이 더해지고 무용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색다른 무용 공연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대담한 안무, 극적 음악, 생생한 심리묘사 러시아 드라마틱 발레의 거장 보리스 에이프만이 발레로 재창조한 ‘안나 카레니나’가 27~29일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에이프만은 대담한 안무, 극적인 음악, 생생한 심리묘사와 장중한 규모의 연출이 특징. 톨스토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 2005년에 초연한 이 작품은 황홀하고 우아한 기교까지 덧붙여져 2006년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안무상을 수상했다. 열정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안나와 그녀의 잔인한 배우자 카레닌, 매력적인 연인 브론스키의 삼각 구도에 초점을 맞췄다. 사랑, 열정과 도덕적 의무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안나는 순수와 어둠, 열정의 솔로로 표현된다. 안나와 카레닌의 듀엣은 억압적이고 구속적이지만 브론스키와의 듀엣은 시적이고 화려하다. 차이콥스키의 삶을 발레로 만들 정도로 그에게 애착을 보이는 에이프만은 이번 작품에도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 ‘교향곡 6번 나단조 비창’ 등 사용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22일), 김해문화의전당(24일), 경기도문화의전당(31일) 등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02)2005-1004. ●신화적 안무가 에미오 그레코의 세계초연 유럽 현대 무용계의 신화적인 안무가 에미오 그레코와 네덜란드 연극연출가 피터 숄튼의 만남에 ‘세계 초연’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으니 시선이 꽂힐 수밖에. 그레코와 숄튼이 단테의 ‘신곡’을 소재로 진행 중인 4부작 프로젝트의 세번째 작품 ‘비욘드(Beyond)’가 내달 10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세계 초연된다. 무용과 뉴미디어를 종합한 유럽과 아시아 공동 프로젝트로, 한국·인도·일본 등 6개국이 참여하고 무용수도 각국에서 2명씩 선발했다. 무대는 파주시의 픽셀 하우스, 딸기 테마파크 등을 설계한 건축가 조민석이 디자인했다. 앞서 4~5일에 같은 장소에서 첫번째 작품 ‘지옥(Hell)’을 선보인다. 4년에 걸쳐 만들어져 2006년 프랑스 몽펠리에 댄스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이듬해 유럽 비평가와 프로듀서가 뽑은 최고의 무용으로 선정됐다. 지옥은 천국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모든 일이 일어나는 장소라는 것을 8명의 무용수가 몸짓으로 전한다. 이들의 두번째 작품 ‘연옥(Purgatory)’은 지난해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공연돼 주목받았다. (031)783-8000. ●환상적 멜로디·기발한 캐릭터 ·상상력 동화와 만화영화로 익숙한 ‘스노우맨’이 28일부터 내달 12일까지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1978년 출판된 레이먼드 브릭스의 동명 동화가 원작으로, 1993년부터 16년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의 연말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공연으로 선보이는 ‘스노우맨’은 원작의 따뜻한 이야기에 환상적인 멜로디, 기발한 캐릭터와 상상력이 보태졌다. 모두가 손꼽는 명장면은 스노우맨과 소년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 눈이 내리는 조명효과와 배경음악 ‘Walking in the Air(하늘을 걷다)’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눈을 만드는 기계(스노 보이) 4대를 동원해 객석 5열에 앉은 관객까지 실제로 눈을 맞게 되는 부분도 있어 재미를 더한다. 각 나라의 정서를 고려하는 전략에 따라 한국 무대에서는 스노우맨이 색동옷을 입고 상모를 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도 흥미롭다. 수·금요일에는 낮 시간(3시)에도 공연할 예정이다. 1577-5266.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시음도 않고 와인 품질 어떻게 알았을까? “데이터 분석해봐 답 나오잖아”

    시음도 않고 와인 품질 어떻게 알았을까? “데이터 분석해봐 답 나오잖아”

    #1. 겨울 강수량이 10㎜ 늘어날수록 와인의 기대가격은 0.00117달러 올라간다. 반면 수확기 강수량과 가격은 반비례한다. 수치분석가(넘버 크런처) 올리 이셴펠터의 와인 품질 계산법은 처음 몇년간 와인비평가들의 비난을 받았다. 시음하지 않고 와인 품질을 말하는 것은 영화감독과 주연의 이름만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것과 같다는 이유다. 그러나 모두가 ‘훌륭한 빈티지’라고 주장한 1986년산 포도주를 ‘끔찍한 것’으로 평결하고, 1989년과 1990년산 보르도와인은 비평가들이 맛도 보기 전에 ‘세기의 와인’으로 꼽은 그의 공식은 결국 맞아떨어졌다. #2. 야구전문작가 빌 제임스는 선수를 관찰하는 것만으로 선수의 재능을 판단할 수 있다는 야구전문가들의 견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타율이 3할인 타자와 2할 7푼 5리의 타자의 안타수 차이는 2주당 1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루율에 중점을 두고 특히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선수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식으로 득점에 대한 타자의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이런 분석 방식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괄목할 성장과 보스턴 레드삭스의 86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영향을 미쳤다. 와인평론가의 혀와 코, 스카우트 담당자의 명확한 눈보다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공식, 이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슈퍼 크런처(Super Cruncher)’다. ●영화흥행·다이어트 성패도 예측 뉴욕타임스 ‘괴짜경제학’의 공동칼럼니스트인 이언 에어즈 예일대 교수는 ‘슈퍼 크런처’(안진환 옮김, 북하우스 펴냄)에서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약하며 미래 예측의 파워 그룹으로 부상한 슈퍼 크런처를 낱낱이 파헤친다. 슈퍼 크런처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일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하는 새로운 부류의 수치분석가를 말한다. 아마존닷컴이 ‘다빈치코드’를 구입한 고객에게 ‘성혈과 성배’를 추천하고, 판도라닷컴은 브루스 스프링스턴을 입력하면 이 가수의 노래뿐만 아니라 유사한 음악을 제안한다. 인터넷에서 열어본 기사의 특정한 코드를 읽어 관심기사 목록을 보여 주고, 영화의 감독이나 주연배우의 인지도에 관계없이 시나리오만으로 영화제작자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흥행작을 예측하기도 한다. 국내외 기업에서 각종 마케팅 전략을 주도하고, 공공정책을 실험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테라바이트(1024기가바이트)나 페타바이트(1024테라바이트)에 이르는 슈퍼 크런처의 데이터는 전문가의 경험이나 직관과 맞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진실’이 된다. 저자는 슈퍼 크런처는 일상생활에도 적용가능하다고 말한다. 다이어트의 경우 각각 성공과 실패 확률이 높은 방법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적정 수준의 감독과 참견을 덧붙여 성공률을 높인다. 임부의 나이와 키, 임신 전 체중이나 대학교육 등의 요소로 정확한 출산일을 예측하는 식이다. ●전문가 경험·직관 넘어서는 분석가들 에어즈 교수는 “슈퍼 크런칭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고 해서 직관이 종말을 고한다거나 실무경험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조악한 슈퍼 크런칭의 남발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슈퍼 크런칭은 직관과 경험이 데이터에 입각한 의사결정과 상호작용하며 진화한다.”면서 “통계적 능력과 감각적 자질을 동시에 갖추는 사람들이 최고로 대접받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두려움 있지만 늘 새로운 시도 즐겨요”

    “두려움 있지만 늘 새로운 시도 즐겨요”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내 안에 있는 것을 드러내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나를 영화배우만으로, 또는 무용수로만 보지 말아주세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내 몸이 어디까지 움직일지, 한계는 어디인지 두려움이 있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할겁니다.” ●아크람 칸의 무용작품 무대 올리려 내한 첫 방한한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45)는 18일 서울 강남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공부를 했고,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한국에 팬이 많다는 얘기를 오래전에 들었는데 잊고있었다가 공항에 들어서면서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노슈의 방한은 혁신적인 안무가로 평가받는 아크람 칸(35)의 무용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것. 비노슈와 칸은 19~2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인-아이(in-i·내 안에서)’에서 남녀의 사랑에 대한 내면과 감정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는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 ‘세가지 색-블루’, ‘데미지’, ‘잉글리시 페이션트’ 등에 출연하며 대륙을 넘나드는 연기를 펼친 영화배우. 2006년 영국 런던에서 칸의 ‘0도(Zero Degree)’를 본 뒤 그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맞닥뜨린 것이 무용계에 데뷔하는 계기가 됐다. 매일 연습을 하는 전문 무용수도 어려움을 느끼는 나이에 작업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공연시간은 무려 70분이다. “처음에는 칸에게 ‘이 동작을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고 물었다.”며 농담을 던진 비노슈는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다른 언어와 다른 생각을 갖는 두 사람이 이를 극복해내는 작업이 재미있고, 살아 있다는 행복감이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칸은 “비노슈 안에서 무용가적 자질을 끌어내려고 했다면 많은 시간이 걸렸겠지만 그 안에서 춤을 이끌어내고자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춤을 잘 모르는 ‘비노슈’라는 하얀 캔버스 안에 많은 색깔이 채워지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인-아이’는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 비노슈와 칸은 단순하게 디자인된 무대에서, 뛰고 부딪치고 입을 맞추며 인도신화에 나오는 9가지 사랑의 감정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비노슈는 “만남과 이별, 갈등, 질투, 욕망 같은 남여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만 넓게 보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라고 소개했다. ●‘인-아이’ 지난해 런던서 초연 ‘인-아이’는 지난해 9월 런던 내셔널시어터에서 초연됐고, 이후 이탈리아·프랑스·캐나다·아랍에미리트 등을 거쳐 3월부터 아시아로 무대를 옮겼다. 홍콩, 일본 도쿄에 이어 한국 공연을 가진 뒤 중국 상하이(27~28일)와 베이징(4월3~5일), 미국 뉴욕(9월16~26일)에서 공연한다. 한편 비노슈는 이날 오후 서울 동숭동 예술영화전용관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 ‘여름의 조각들’(26일 개봉)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무대인사를 했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이 영화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유산을 통해 소중하지만 영원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의미를 깨달아가는 세 남매를 그린 작품. 비노슈는 자유로운 성격의 소유자이며 뉴욕에서 크게 성공한 디자이너인 둘째 아드리엔 역할을 맡았다. 최여경 강아연기자 kid@seoul.co.kr
  • 테너 이재식·소프라노 이윤정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1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마리아 칼라스 국제 콩쿠르에서 테너 이재식과 소프라노 이윤정이 각각 남녀 오페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5일 열린 결선에서 바리톤 이동환과 소프라노 윤정난은 나란히 남녀 오페라 부문 3위에 올랐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는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리스 출신의 마리아 칼라스를 기념하기 위해 1977년 시작됐으며, 격년으로 성악과 피아노 부문에서 열린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15세 첼리스트 이상은양 요한슨 콩쿠르 우승

    첼리스트 이상은(15)이 12~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요한슨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상은은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영재로 입학해 정명화 교수에게 배우고 있다. 역시 예술종합학교에서 김남윤 교수를 사사하는 이재형(17)은 이 대회 바이올린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1997년부터 3년마다 개최되는 요한슨 콩쿠르는 13~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3개 부문에서 치러진다. 우승자에게는 상금 1만달러(약 1485만원)와 함께 미국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기회가 주어진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장검무’등 한국 전통춤 한눈에

    국립극장은 국립무용단이 지난 50년간 공연한 다양한 전통춤을 한 무대에서 펼치는 ‘코리아 환타지’를 18~21일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학춤, 부포놀이 등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춤과 진도 강강술래 같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춤으로 구성했다. 부채춤, 장고춤 등 한국 전통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무대화한 작품과 신라시대 화랑의 ‘장검무’, 무속을 소재로 한 ‘기도’ 등 한국춤의 하이라이트를 통해 한국춤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꾸몄다. 국립무용단은 이 공연을 위해 특별히 내부오디션을 치러 주역무용수를 선발했다. 공연의 서막을 장식하는 창작무 ‘궁’의 왕비역은 최장기 주역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문창숙(45)과 지난해 초연에서 왕비 역할을 했던 장윤나(26)가 맡았다. 배정혜 예술감독은 “서로 다른 느낌의 왕비가 무대에 오르는 서막과 새롭게 주역으로 떠오른 무용수들이 첫선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면서 “고요함과 역동성, 해학과 솔직함, 흥과 한(恨) 등 한국춤이 가진 모든 정서와 특징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국립무용단의 대표적인 전통춤을 모아 만든 특별공연으로, 오는 5월 29~30일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작은 규모로 다시 올릴 예정이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 1만~3만원. (02)2280-4115.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안돼”…자살 시도자 구하는 中여경 ‘감동’

    자살하려는 여성을 간발의 차로 구해낸 중국의 여경이 네티즌 사이에서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1시 경 장춘(長春)시의 한 주택가는 건물에서 뛰어내리려는 젊은 여성으로 소란에 빠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여성과 대화를 나누려 했지만 끝내 이 여성은 이를 거부해 주위를 애타게 만들었다. 이때 함께 출동한 여경이 나서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고 침착하게 여성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 약 2시간이 흐른 뒤 결국 이 여성은 건물에서 몸을 내던졌으나 여경이 신속하게 달려가 공중에서 그녀를 붙잡는데 성공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자신도 건물 아래로 함께 떨어질 수 있는 위험에도 자살하려는 여성에게 달려가 그녀의 팔을 잡고 힘껏 버티는 여경의 모습에 많은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여경이 그녀의 팔과 몸을 붙잡는 사이 남자 경찰들이 달려와 두 사람을 안전하게 구하고 나서야 여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이 여경은 사건이 마무리 된 뒤 “우리 둘(자신과 자살을 시도한 여성) 모두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긴장된 상황 속에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건물을 내려오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여의치 않아 위험한 순간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예전부터 고소공포증이 있어 건물위로 올라가자마자 무서움을 느꼈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소속 경찰서로 돌아간 그녀에게 네티즌들은 “미녀 영웅이 탄생했다.”,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동받았다.”등의 댓글을 남기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편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여성은 18세의 나이로 식당에서 일을 하던 중 사장이 자신에게 어떤 누명을 씌운 것에 분노를 느끼고 충동적으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음악만으로도 행복한 시간 되길”

    “음악만으로도 행복한 시간 되길”

    표정과 몸매는 코믹하지만 빠른 손놀림이 만들어내는 궁극의 기교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리는 파가니니를 연상시키며 집시 바이올린의 제왕으로 불리는 로비 라카토시. 그가 26~29일 서울과 고양, 통영에서 연주한다. 2000년, 2002년에 이은 세 번째 내한이다. 라카토시는 헝가리 집시음악의 정통을 이어받았다. 베토벤이 존경했고, 리스트가 “마법에 휩싸인 듯한 바이올린이 우리의 귀에 눈물처럼 떨어졌다.”고 칭송한 전설의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야노슈 비하리 가문의 7대손.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은 이 가문의 집시음악에서 주제를 빌려오기도 했다. 다섯살 때부터 집시 바이올린을 배운 그는 부다페스트 벨라 바르토크 음악원에서 고전 바이올린 정규 과정을 밟았다. 피에르 아모얄, 바딤 레핀 등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그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드레스덴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등 유럽의 주요 오케스트라와도 꾸준히 협연하고 있다. 공연에 앞서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라카토시는 “나의 음악은 유랑하는 집시의 음악과 클래식을 접목한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진지한 유럽 스타일과 선조가 선보였던 화려한 기교, 빠른 멜로디의 연주 방식을 함께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재즈도 익혀 집시 음악의 토대 위에 클래식과 재즈를 혼합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새 앨범 ‘불의 춤(Fire Dance)’에 수록된 곡들을 해외에선 처음으로 연주하는 자리라 떨리기도 한다.”는 그는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을 받는 헝가리의 상황을 떠올리며 “내가 공연하는 동안만은 음악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2대의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더블베이스, 헝가리 민속악기인 침발롬 등으로 구성된 로비 라카토시 앙상블은 집시 작곡가 수하 발로 요제프의 ‘불의 춤’과 ‘집시 볼레로’를 비롯해 샹송 작곡가 미셸 르그랑의 ‘아버지 제 말씀이 들리나요’, 일본의 피겨스타 아사다 마오가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비토리오 몬티의 ‘차르다시’ 등을 연주한다. 그가 작곡한 ‘마라케흐의 밤’과 러시아 민속음악도 들려줄 예정이다. 26일 서울 구로아트밸리, 27일 고양아람누리, 28일 통영시민회관에 이어 29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02)599-5743.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6·25 실화 창작 오페라로

    6·25 실화 창작 오페라로

    6·25전쟁 60주년을 앞두고 전쟁 당시 실존인물의 감동적인 실화를 다룬 오페라 ‘내 잔이 넘치나이다-퍼펙트(Perfect) 27’이 24일부터 2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다. ‘내 잔이’는 6·25전쟁 당시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오페라. 1983년에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 정연희(73)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1950년 전도사로 활동하던 27살 맹의순은 인민군으로 오해받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보내져 이곳에서 인민군과 중공군 환자를 돌보다 죽음을 맞는다. 맹의순의 친구들과 포로수용소 환자들의 증언, 편지들을 통해 그의 헌신이 세상에 알려졌고 정 작가가 6개월간 집필한 끝에 소설로 출간됐다. ●제작 5년만에 빛본 창작 오페라 13일 서울 프라자호텔 오팔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수길(예울음악무대 대표) 총감독은 “창작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제작비 문제도 그렇고, 공연장 섭외도 어려웠는데 드디어 이렇게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페라 제작을 구상한 것은 5년 전. 맹의순의 친구였던 종교음악작곡가 박재훈 목사가 그의 삶을 기리기 위해 오페라 제작을 의뢰했고, 박 목사의 제자인 박영근 한양대 교수에게 작곡을 권유했다. 음악 작업은 이미 3년 전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창작오페라인 탓에 무대에 올리기까지 난관이 계속되며 이제야 관객 앞에 설 수 있게 된 것. 함남 함흥 출신으로 북한에 계신 어머니를 끝내 만나지 못하고 떠나보낸 박 총감독이라 6·25전쟁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6·25전쟁은 60년 전, 실제로 우리에게 일어난 일인데 점점 잊혀져가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이 오페라에서 그 아픈 이야기를 더듬어보고, 한편으로는 오늘의 어려운 상황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관객에게 종교를 넘어선 감동 줄 것” ‘내 잔이’는 70여명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모두 200여명이 무대에 오르는 대작이다. 연출은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해 ‘바보 선언’, ‘바람 불어 좋은 날’, ‘공포의 외인구단’ 등을 만든 이장호(64) 감독이 맡았다. 1999년 오페라 ‘황진이’ 이후 10년만에 연출을 하게 된 이 감독은 전공을 살려 영상미를 덧댈 계획이다. 전쟁, 피란, 맹의순의 죽음 등 중요 장면 곳곳에 영상을 보여주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전도사의 이야기라 종교적인 배경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아픈 역사’와 ‘인간애’가 더욱 부각돼 종교와 관계없이 감동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 오페라는 청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편안한 음악이 특징”이라고 소개한 박 총감독은 “특히 맹의순이 마지막에 부르는 아리아 ‘내 잔이’와 주인공의 마음을 돌이키게 되는 소년병사의 노래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내 잔이’는 성남아트센터에 이어 6월에는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한다. 극작가 김수경이 극본을 썼다. 맹의순 역에 테너 이동현과 나승서가, 맹의순의 연인인 간호장교 유정인 역에 소프라노 박정원과 유미숙이 열연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배꼽잡는 입담·흥겨운 몸짓 광대들과 신명나게 놀아보세

    배꼽잡는 입담·흥겨운 몸짓 광대들과 신명나게 놀아보세

    거의 반백년을 한 길을 걸어온 예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대로 한판 벌인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대치동 한국문화의 집(코우스)에서 20일부터 31일까지 ‘유랑광대전’을 펼치는 것. 유랑광대는 전국의 장바닥을 떠돌며 공터에 자리를 잡아 창극을 벌이고 약을 팔던 거리 창극패. 5일장이 서면 어김없이 찾아와 웃음을 준 이들이지만 이젠 보기 드물어졌으니 이번 공연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시간이다. 진옥섭 예술감독이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전통예술 소극장 장기 공연’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휴관일(수·목요일)을 제외하고 10일간 배꼽 쥐게 하는 입담과 흥겨운 몸짓으로 관객의 혼을 쏙 빼는 유랑광대들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유랑광대로 꼽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진도다시래기 보유자인 강준섭(76)씨도 공연에 나선다. 서울에서는 3년 만에 갖는 공연이다. 진도의 당골(세습무) 집안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부터 유랑광대로 살고 있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놀보가 아들에게 심술만 가르친다는 ‘놀보막’, 소경이 경문을 읽는다는 ‘경문유희’, 심청전의 한 대목인 ‘뺑파막’ 등을 보여준다. 그의 장기로 꼽을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심봉사 연기를 펼치는 뺑파막이 이 광대놀음의 절정이다. 뺑파막의 명콤비이자 부인인 김애선(66)씨가 함께한다. 또 강씨의 오랜 동료이자 국내 최고의 마당쇠 손해천(75), 채상소고춤의 명인 김운태(45), 강준섭에게 배우고 있는 소리꾼 정승희와 박종훈씨 등이 출연한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한 저렴한 관람료(5000원)로 신명을 더한다. (02)567-4055.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온돌에 등 지지는 기분 요즘 아이들은 알까

    온돌에 등 지지는 기분 요즘 아이들은 알까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과 묵은 나물은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분을 보충한다. 부럼으로 까먹는 호두, 잣, 땅콩 등 견과류는 두뇌발달을 돕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건강음식이다. 한여름 더위를 이기고 귀신을 쫓기 위한 미신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가진 옛 사람들의 지혜이다. 과학이나 생태학에 대한 지식이 없었어도 생활 속에서 자연의 변화를 조화롭게 이용했고, 미생물의 힘과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여 사용할 줄 알았던 이들이 우리 조상이다. 이재열 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이런 우리의 전통문화, 한국의 의식주 안에 녹아든 생활의 지혜를 찾아 ‘담장 속의 과학’(사이언스북스 펴냄)에 담아냈다.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매서운 겨울을 나기 위해 집을 세우고 농사를 지었다. 힘든 농사일은 힘을 모으는 ‘두레’로 해결하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훌륭하게 생활에 이용했다. 추수를 끝낸 뒤 남은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이고, 새끼를 꼬아 가마니, 종다래끼, 망태, 삼태기, 닭둥우리, 멍석 등을 만들며 무궁무진하게 사용했다. 오랜 시간의 경험을 지혜로 모으고, 경험을 보태 과학과 생활의 발전을 이뤄낸 것이다. 대청마루의 통풍 구조는 앞마당과 뒷마당의 온도 차를 이용해 무더운 여름을 견디게 하고, 창호지로 만든 창은 유리창보다 따뜻한 기운을 품어 겨울철 높은 보온효과를 갖는다. 반투명의 한지가 방안으로 들어오는 직사광선을 한풀 꺾어주면서 은은한 조명 역할도 한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구들장 밑에 고래를 따라 불기운이 지나가면서 방바닥을 데우는 온돌구조는 다른 나라의 어떤 난방장치보다도 난방 효과가 탁월하다. 불을 때는 아궁이는 취사 겸용이다. 아궁이에 쪼그려 앉아 장작을 넣으면서 쬐는 열기는 여성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염증과 질병에도 도움이 된다. 하나가 여러 기능을 가진 ‘멀티시스템’이다. 온돌에 등을 지지는 기분은 한국인만이 가질 수 있는 혜택이다. 미생물과 공존하는 기술을 개발해 만든 김치, 간장, 된장 같은 발효식품은 항산화력을 발휘하고 면역력도 높인다. 짚을 엮어 그릇틀을 만들고 한지를 여러 겹 발라 만든 전통보온통, 누에와 목화 등 자연의 산물에서 실과 천을 만들어낸 직조 기술 등은 정량화나 수식화 같은 현대과학의 기준에 대면 부족하지만 수치로 따질 수 없는 커다란 지혜이다. 저자는 “우리의 전통 생활에서 맛볼 수 있는 생활의 지혜는 결코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것이지만 옛것은 가치가 없고 새로운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우리의 집을 집이라 부르지 않고 초가집이나 한옥이라 하고 우리 옷은 한복, 우리 음식을 한식이라고 부른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오늘에 되살릴 수 있는 지혜는 얼마든지 있다.”는 저자는 “옛것에서 새로운 지식을 찾는 온고지신(溫故知新),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마음으로 우리 고유의 것을 지키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을 어귀에 심은 당산(堂山)나무, 집의 흙벽, 대문의 손잡이 등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전통생태학의 현장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고향마을을 함께 찾아간 듯 편안하게 읽힌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이재열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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