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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분배 보수=성장’ 그 틀을 깨야 산다

    성장을 강조하면 진보의 전통사상인 사회적 형평성과 기회 균등이 타격을 입게 될까. 부자 감세, 규제완화, 개발 중심의 성장주의로 대변되는 이명박식 경제 ‘엠비노믹스’가 옳은 길이 아니라면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은 무엇이어야 할까. ‘진보’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성하고 고민하고 있다면 ‘성장 친화형 진보’(진 스펄링 지음, 홍종학 옮김, 미들하우스 펴냄)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저자 진 스펄링은 미국 클린턴 행정부시절 경제보좌관을 지내며 일자리 창출과 높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경제정책을 추진한 정책통이다. 그는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임을 막고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한 경제 정책 청사진을 전달하기 위해 2005년에 이 책을 썼다. ‘함께 번영하는 경제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진보=분배’ 대 ‘보수=성장’이라는 틀을 깨고, 경제적 성장을 통한 부의 공정한 분배를 이루는 길로 안내한다. ●보수·진보의 논쟁은 경제위기 심화시켜 책을 번역한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해 미국의 한 헌책방에서 책을 발견한 순간을 ‘전율’이라고 표현하며 “성장 친화형 진보(Pro-Growth Progressive)라는 말에 모든 의미가 함축돼 있는, 세계화시대 진보진영이 추구해야 하는 경제정책의 교과서”라고 설명한다. 스펄링이 주장하는 ‘성장 친화형 진보’는 시장의 힘을 존중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공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다. 개방에 반대하고 비효율적인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식으로는 시대를 앞서가는 대중의 공감을 살 수 없다. 시장 개방이 특정 산업이나 지역사회에 얼마나 심각한 고통을 일으킬 수 있는지 경시한 보수의 시각과 무역 개방이 일자리 손실의 원인이라고 과장하는 진보의 양극단적인 논쟁은 경제 위기만 심화시킨다. 진보진영은 시장 개방이 현재의 국가간 이해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예컨대 미국과 중동·아프리카와 긴밀한 경제적 유대는 테러리즘의 위협와 지역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도 있다는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 ●교육분야 정부의 적극적 정책개입 필요 그러나 교육분야에 “개인의 경제적 성취는 그들의 재능과 능력에 의한 것”이라는 보수주의자들의 개념을 적용하면 소득불균형은 가중될 뿐이다. 이 분야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취학 이전의 아동 모두에게 선행학습의 기회를 준다거나 저소득가정의 학생들의 방과 후 교실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융자하는 것은 교육기회를 주기 위한 중요한 장치이지만 이것이 대학 졸업자들 상당수를 신용불량자로 만들 수도 있다. 이들이 신용불량자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정부의 복지기금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정부가 소득에 따라 장기대출을 해주는 것이 낫다. 스펄링이 주장하는 모든 정책의 바탕에는 경제적 품위와 사회적 지위 상승의 기회, 공정한 출발 등 3대 가치가 깔려 있다.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을 생활이 어렵다고 모욕이나 착취를 당하거나 생활수준이 비참하게 곤두박질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고, 적어도 모든 어린이가 최소한 함께 경쟁을 시작할 수 있는 정도의 출발선에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책을 번역하게 된 의도는 전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성장전략과 울트라 토건국가 전략만을 구사하는 현 정부에서 진보가 지향해야 할 정책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들의 의식은 상당히 진보적이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성장을 통한 부의 공정한 분배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홍 교수는 “진보진영이 이같은 대중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세상을 바꾸려면 직접 움직여라

    DIY(Do It Yourself)는 내 손으로 가구를 만들고 헌옷을 고쳐 입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영국 브라이튼에서 망명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앨리스 커틀러, 스페인과 영국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달은 킴 브라이언, 리즈대학에서 자율성·국제정치를 강의하는 폴 채터튼은 우리의 생활 속 행동 하나하나를 ‘DIY’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트래피즈 컬렉티브’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들은 변화를 추구하는 다른 사람들과 캠페인을 벌이고 워크숍을 진행한 결과를 모아 ‘혁명을 표절하라’(황성원 옮김, 이후 펴냄)를 내놓았다. 세 사람은 이 책을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영감을 주며 사회 변화를 위해 성찰하고 행동하도록 하기 위해 기획된, 반은 안내서이고 반은 비평서”라고 설명한다. 기후변화, 자원 고갈, 분배의 불균형 등 세상은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정치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부패한 정치제도의 핵심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트래피즈 컬렉티브는 직접 행동할 것을 주장한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삶, 의사 결정, 건강, 교육, 먹을거리, 문화행동주의, 자율공간, 언론, 직접행동 등 9개 주제에서 실천방안을 소개한다. 두꺼운 종이와 보온병의 원리를 이용한 건초 보온 상자, 태양열과 간단히 단열처리된 쟁반 모양의 그릇으로 만든 온수 샤워기 등 소소한 방법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약학 산업과 연계돼 이윤을 노리며 질병을 키우는 권력형 의료계 종사자들 대신 우리 스스로 건강을 돌보는 방법도 제안한다. 위계와 이윤의 유혹을 떨쳐낸 다양한 형태의 보건 전문가들, 건강 문제 워크숍, 값싸면서도 안전한 먹거리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민주화하는 훈련법, 학습으로 대안을 찾는 교육법, 편향되고 감춰지거나 광고와 소유권의 통제를 받는 언론을 넘어 소통하는 방법, 공동체 정원을 만드는 방법 등 일상에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당장 적용하기는 힘들어보이는 것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같은 일들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불안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위안이 보인다. 2만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9급 합격선 직렬별 1.5~10점 상승할 듯

    9급 합격선 직렬별 1.5~10점 상승할 듯

    국가공무원 시험 중 응시인원이 가장 많은 9급 공채시험과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이 지난 11일 동시에 치러졌다. 9급 시험은 한국사와 행정학이 어렵게 출제됐지만 다른 과목은 무난하게 출제돼 지난해에 비해 합격선이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경찰 시험은 남자는 75점 이상 맞아야 합격을 바라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여자는 선발인원(40명)이 적어 합격선이 85점을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올 시험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 이그잼 고시학원은 응시생 3000여명을 가채점한 결과와 시험 난이도 등을 분석한 결과 일반행정(전국)직의 합격선을 90.5점(가산점 포함)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에 비하면 1.5점 높은 것이다. 세무직은 87.5점, 관세직은 84점으로 예측돼 지난해보다 8~10점 상승했다. 지역별 구분 모집에서는 서울·인천·경기 일반행정직이 91점으로 나타났고 부산은 90점으로 분석됐다. 강원과 제주, 광주·전남은 88~89점으로 예측됐다. 에듀윌과 웅진패스원 등 다른 연구기관도 올해 시험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됐다고 밝혔다. 이원섭 웅진패스원 홍보팀장은 “현재 700여명의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합격선 분석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사와 행정학에서 애먹어 응시생들은 시험과목 중 한국사에서 가장 애를 먹었다고 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9급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62%가 한국사가 가장 어려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꼼꼼히 공부한 학생들은 점수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우빈 남부행정고시학원 한국사 강사는 “국가직에서 잘 나오지 않았던 문제가 출제돼 어려웠다고 느낀 수험생이 많은 것 같다.”며 “그러나 기출문제를 약간 변형한 것이기 때문에 2~3문제 외에는 쉽게 답이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고득점 학생들은 한국사보다 행정학에서 점수가 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정학에는 강사들도 까다롭다고 평가한 문제가 7~8개나 출제돼 평소 높은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 50~60점대에 머물기도 했다는 것이다. 영어와 행정법은 대체로 쉽게 출제됐으며 국어는 그동안 잘 나오지 않았던 ‘지식국어’ 영역이 출제돼 일부 응시생들이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미 이그잼 고시학원 마케팅전략본부 차장은 “문제는 어렵지 않았더라도 지문이 길게 출제돼 시간 안에 푸는 게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남경은 75점, 여경은 85점 경찰 시험은 현재 문제와 정답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합격선 예측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응시생들이 복원한 문제를 분석하고 체감 난이도 등을 고려할 때 남자는 75점, 여자는 85점 이상 맞아야 합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험은 형법이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올 형법은 판례문제가 많이 출제된 데다 지문이 길어 응시생들을 당혹케 했다. 그러나 응시생들이 항상 고전했던 영어가 매우 쉽게 출제됐고 수사와 형소법 등도 무난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경찰학개론은 몇몇 까다로운 문제가 있었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응시생들은 전했다. 강명구 김재규경찰학원 부원장은 “형법은 전문가들인 우리가 보기에도 어렵게 출제됐다.”면서 “지난해와 합격선이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경은 선발인원이 적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盧의 남자들 22명 사법처리 가능할까 ’수능 성적 우수’ 전남 장성고 어떤 비법으로 ‘벼룩의 간을 내어먹지’ 악덕 과외알선 업체 “의원님들 해도 너무합니다” 간부급 공무원 속앓이
  • 제1회 예술의전당 음악영재 캠프&콩쿠르

    음악 영재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연주 기회를 주기 위한 ‘제1회 예술의전당 음악영재 캠프&콩쿠르’가 9월13~20일 예술의전당과 금호아트홀에서 열린다. 음악 영재 발굴과 육성에 힘썼던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예술의전당에 기부한 ‘금호예술기금 30억원’이 바탕이 됐다. 고교 3학년 재학생과 대학입시 준비생을 제외한 만 20세 미만의 한국 국적 소지자면 참가할 수 있다. 22일까지 참가신청을 받아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분야에서 9명씩 27명을 선발한다. 이들은 캠프에 참가해 레슨을 받고 캠프 마지막에 열리는 콩쿠르에서 기량을 겨룬다.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 교향악축제 협연, 금호아트홀 독주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 레슨과 심사에는 ▲피아노의 마틴 캐닌, 한동일, 김대진 ▲바이올린의 애론 로잔드, 김영욱, 백주영 ▲첼로의 버나드 그린하우스, 정명화, 조영창 등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한다.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신청서 양식을 내려받아 이메일로 보내거나 직접 방문해 접수하면 된다. 별도의 참가비가 없는 전액 무료로 해외 거주 참가자에게는 500달러의 지원금도 제공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베토벤 소나타 10곡 4시간 ‘마라톤 연주’

    베토벤 소나타 10곡 4시간 ‘마라톤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54)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19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4시간에 걸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전곡을 연주하는 것을 30년 전부터 생각했었어요. 베토벤 소나타 10곡은 테크닉이나 음악성에서 베토벤의 음악적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곡이라 매력적이거든요. 어느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바람만 가지고 있었다가 이제야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교수는 줄리어드 음악학교 연주학 박사과정을 장학생으로 마쳤고, 1977년 뉴욕 카프만홀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열었다. 이후 30여년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협연과 독주회, 현악 앙상블 ‘조이 오브 스트링스’의 예술감독, 한예종 교수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곡 연주 계획을 듣고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이번 공연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은 올리버 케른 함부르크 음대 교수이다. 그만큼 의미있지만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4시간의 강행군을 걱정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저 흥분될 뿐”이라는 이 교수는 “오히려 걱정은 곡 하나하나의 개성을 제대로 살려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베토벤이 남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 30여개 중 ‘소나타’로 분류될 만한 곡은 20곡, 이 가운데 제대로 된 작품번호가 달린 것은 이 10곡이다. 베토벤은 바이올린 소나타 1∼3번을 20대 후반 청년기에 썼다. 3년 뒤에 4~5번을 만들었다. 5번은 베토벤의 개성을 담은 곡이라는 평을 들으며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대표하는 작품이 됐다. 베토벤은 청력이 나빠져 무대에 설 수 없을 정도가 된 당시 10번을 연주했다. 이 교수는 베토벤의 원숙기 작품인 10번을 연습뿐만 아니라 표현하기에도 가장 어려운 곡이자,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꼽는다. 공연은 오후 3시와 7시30분 두 차례 열린다. 공연 전반부에는 소나타 1~3번과 10번, 4~5번 순으로 6개 소나타를 연주한다. 후반부에 나머지 4개를 들려준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에 그의 음악적 변화가 고스란히 녹아있죠. 청년기와 원숙기의 작품을 제대로 대비시킬 수 있도록 나란히 배치했습니다. 이 곡들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의 변화, 사회적 배경을 조금 알고 들으면 더욱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겁니다.” 2회 공연을 모두 관람하는 청중에게는 공연 사이에 1만원 상당의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연주회에 앞서 이 교수가 1년 전 체코 스메타나홀에서 가졌던 프라하 필하모닉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음반도 출시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바로크 이전음악 현대적으로 비틀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상임작곡가 진은숙이 기획한 현대음악 공연 ‘아르스 노바 Ⅰ & Ⅱ’가 21일 서울 세종로 세종체임버홀과 24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아르스 노바 Ⅰ’(21일)은 ‘옛것과 새로운 것(Early & New)’을 주제로 한 실내악 공연. 프로그램은 조반니 가브리엘리의 사성부를 위한 음악 1번 ‘라 스피리타타(흥분·열정)’, 올리버 너센의 ‘대 앙상블을 위한 두 오르가눔(중세의 다성음악)’, 강석희의 독주 바이올린과 14대의 현악기를 위한 ‘평창의 사계’, 알프레드 슈니트케의 2대의 바이올린·하프시코드·피아노·현을 위한 ‘콘체르토 그로소 1번’ 등으로 구성했다. 고음악의 기법을 적용하거나 현대적으로 절묘하게 비튼 작품들로, 고음악과 현대음악의 영향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자리이다.가브리엘리의 ‘라 스피리타타’를 연주할 때는 미국의 컴퓨터 아티스트 릴리언 슈바르츠가 만든 동명의 영화도 함께 상영한다. ‘아르스 노바 Ⅱ’(24일)는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심포니 콘서트’이다. 죄르지 리게티의 ‘샌프란시스코 폴리포니’, 베아트 푸러의 ‘명암(明暗)’, 진은숙의 ‘로카나’, 요르크 휠러의 ‘불꽃놀이’, 마그누스 린드베리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연주한다. 이중 ‘로카나’는 몬트리올 심포니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베이징 음악축제재단, 서울시향이 공동으로 위촉한 곡으로 지난해 3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했다. 한국에서는 이번 연주가 처음이다.앞서 20일 오후 7시30분에는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진은숙씨의 공개강좌를 열고, 공연 당일에도 공연 40분 전에 직접 해설을 덧붙일 예정이다. 이 공연은 CJ문화재단의 문화나눔 캠페인 ‘위 러브 아츠’의 지원을 받아 티켓 가격을 최고 50%까지 할인한다. (02)3700-6300.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독립군가·겨레의 노래 함께 불러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겨레의 노래뎐’이 열린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9년째 이어온 ‘겨레의 노래뎐’은 독립운동선열의 뜻을 기리고 한민족이 사랑하는 겨레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자리로, 올해는 임정수립 9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로 꾸몄다.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국립극장이 공동 주최하고 서울신문이 후원하는 이날 공연에선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대한제국 애국가’를 비롯해 많은 우리의 음악을 새롭게 편곡해 선보이고, 오랫동안 잊혀졌거나 기록으로만 전해진 많은 노래를 발굴해 재현한다.1부는 역사적 의의를 담은 겨레의 노래들로 채워진다. 독일 음악가 프란츠 에케르트가 작곡한 ‘대한제국 애국가’가 장엄하게 울려퍼지며 연주회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 일제에 항전하여 부르던 독립군가와 항일가요, 광복군가를 연주한다. ‘새야새야’, ‘쾌지나 칭칭나네’, ‘담바귀 타령’으로 엮은 의병가, ‘국기가’, ‘자주독립가’, ‘독립군가’, ‘거국행’, ‘압록강 행진곡’, ‘앞으로 행진곡’ 등으로 구성된 임시정부군가 연곡을 관현악과 합창으로 들려준다.2부에는 어린이 합창단인 ‘노래패 예쁜 아이들’이 ‘파란마음 하얀마음’, ‘노을’, ‘그날을 위해’, ‘참 좋은 말’ 등 동요를 맑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애국심과 선행으로 사랑 받는 가수 김장훈이 출연해 자신의 히트곡인 ‘난 남자다’, ‘나와 같다면’, ‘오페라’, ‘사노라면’ 등을 부른다. 이날 연주회는 방송인 김병찬의 사회로 진행된다. 2만~5만원. (02)2280-4115~6.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때론 장엄… 때론 순수… 환상의 화음 속으로

    때론 장엄… 때론 순수… 환상의 화음 속으로

    ‘최고의 악기’로 칭송받는 인간의 목소리로 빚어내는 환상의 하모니가 펼쳐진다. 세계적인 아카펠라 합창단으로 꼽히는 ‘돈 코사크 합창단’이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1921년 그리스의 러시아 포로수용소에서 러시아 민요로 향수를 달래면서 조직된 합창단으로 이듬해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첫 연주회를 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레퍼토리를 넓혔다. 호소력 짙은 러시아 민요뿐만 아니라 장엄한 종교음악까지 전통 러시아 합창의 진수를 보여 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갖는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테너 반야 흘리브카의 지휘로 15명의 단원들이 ‘다비드 시편 1번’, ‘주의 기도’, ‘주께서 함께 계시네’, ‘차이콥스키의 추억들’, ‘모스크바의 밤’ 등 성가, 러시아 민요 등을 부른다. (02)3463-2466. 앞서 23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프랑스 생마르크 합창단이 공연을 갖는다. 돈 코사크 합창단이 천둥과 같은 우렁찬 목소리로 연주한다면, 어린이들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특유의 맑고 순수한 음색을 선사한다. 1986년 리옹 푸르비에르 사원의 전속 합창단으로 만들어졌다. 리옹 생마르크 학교에서 음악훈련을 받은 단원들로 구성된 합창단은 파리나무십자가와 빈소년 합창단과 구별되는 대중적인 이미지로, 종교음악부터 영화·오페라 음악, 팝송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다. 프랑스 영화 ‘코러스’에 수록된 ‘망자에 대한 추모’를 비롯해 한국음악 ‘오나라’와 ‘마법의 성’ 등을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음색으로 들려준다. (02)523-5391.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춤추는 도시, 성남으로 오세요

    춤추는 도시, 성남으로 오세요

    경기 성남시가 ‘춤의 도시’로 변신한다. 성남문화재단은 무용문화포럼, 한국발레협회와 함께 성남아트센터 내 공연장과 남한산성, 모란시장, 율동공원 등 성남시 곳곳에서 제3회 성남국제무용제의 다양한 행사를 연다. 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유일한 국제 규모의 무용축제로,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격년제로 치르고, 시기도 가을에서 봄으로 앞당겼다.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올해는 세계적인 화제작을 유치하기보다는 내실을 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다. 세계 최고의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무용수들을 소개하고, 창의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무용단을 초청해 세계 무용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시간으로 꾸몄다. 또 무용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했다. 이들 행사에 해외 8개국 10개 단체, 국내 30개 단체가 함께한다. ●강수진 등 한국이 낳은 세계적 무용수 무대 올라 올해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무용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강수진과 네덜란드 댄스시어터의 원진영,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박세은, 전 국립그르노블 무용센터 주역무용수 김희진 등이 무대에 선다.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노 이원국과 국립발레단 주역무용수 김현웅, 김리회도 출연한다. 개막공연과 월드스타 갈라공연 무대에 서는 강수진은 안무가 존 크랑코의 ‘레전드’를 한국에서 초연한다. 서민층과 저소득층 학생 350명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에도 나설 예정이다. 독일 알토 발레시어터 에센이 전설의 록그룹 ‘퀸’의 음악을 배경으로 춤추는 록발레 ‘퀸에 대한 경배’는 국제무용제에서 주목할 만한 공연으로 꼽힌다. 한국,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이 공동으로 만든 ‘인터내셔널 댄스시리즈’도 준비돼 있다. ●무용의 대중화를 꿈꾼다 모란시장과 남한산성에서 갖는 전야제는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자리이다. 댄스시어터아일랜드가 여러 가지 모양의 커다란 블록을 쌓으며 춤추고 연주하는 ‘블록파티(Block party)’를 열어 무용에 관심이 없던 시민들이 무용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시간을 마련한다. 성남아트센터 춤의광장과 빛의계단에서는 젊은 무용가들(27~29일)과 중견 무용가들(30일~5월1일), 어린이를 위한 공연(28일~5월1일)이 이어진다. 축제 기간 동안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로비에서는 국내에 공개되지 않았던 무용가 최승희 사진 100여점을 감상하는 ‘최승희전’이 열린다. 사진, 영상, 의상, 소품 등 공연의 모든 것을 살필 수 있도록 기획했다. 내달 2일에는 성남시의 브랜드 창작 가무극 ‘이화’(국수로 무용단)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블록버스터급 발레가 온다

    블록버스터급 발레가 온다

    웅장한 무대에 150여명이 출연하고, 사용되는 의상이 400여벌에 달하는 발레의 대작(大作) ‘라 바야데르(La baya dere)’가 17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라 바야데르’는 고전 발레의 완성자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의 무용수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작품으로 187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됐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은 이 작품을 199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 선보였고, 2001년에는 미국 뉴욕 링컨센터와 워싱턴 케네디센터 등의 무대에 올려 현지 관객과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인도의 무희… 이국적 화려함, 새 얼굴의 신선함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인도 궁중을 무대로 한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젊은 전사 ‘솔로르’의 사랑, 매혹적이지만 간교한 공주 ‘감자티’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1막에서 추는 니키아와 솔로르의 2인무는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춤으로 꼽힌다. 2막에서는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 축하연이 볼거리다. 높이 2m, 무게 200㎏에 이르는 대형 코끼리, 궁중 무희들의 부채춤과 물동이춤, 전사의 북춤, 테크닉의 절정인 남성 솔로 ‘황금신상의 춤’이 이어지면서 웅장함이 가득하다. 3막 도입부에 나오는 ‘망령들의 왕국’은 ‘백조의 호수’, ‘지젤’의 군무와 함께 ‘백색 발레’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군무로, 발레의 숨막히는 매력과 신비감이 묻어 난다. ‘니키아-솔로르-감자티’ 역으로 임혜경-황재원-이상은, 황혜민-엄재용-강미선, 강예나-이현준-한서혜가 맡아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낸다. 감자티 역의 강미선과 한서혜는 지난 2월 공연한 ‘돈키호테’에서 뛰어난 기량으로 가능성을 입증받은 유망주. 국내 최장신(181㎝) 발레리나인 이상은의 유연성과 표현력도 수준급이라 어떤 캐스팅을 선택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발레로 사회 환원을 이룬다 UBC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발레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발레 장학생을 키우는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가난한 소년에서 세계적인 지휘자가 된 구스타보 두다멜을 탄생시킨 ‘엘 시스테마’ 운동을 발레계에 접목시킨 ‘발레 엘 시스테마’ 캠페인이다. 공연 전 기간내 좌석의 10%인 2200석에 저소득층 청소년을 초대하고, 발레 체험 프로그램을 거쳐 재능 있는 학생은 발레단 부설 아카데미에서 전액 장학금으로 교육시킬 계획이다. 16일 리허설 공연에는 암환자와 가족, 의료진 등 200여명을 초청해 희망과 즐거움을 준다. KB국민은행은 최근 1000만원을 기부해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파트너가 됐다. 문훈숙 단장은 “올해 25주년을 맞은 UBC가 ‘국민발레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많은 고민 끝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정성이 모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돈키호테’ 공연에서 선보인 실시간 자막과 문 단장의 공연 감상법 소개도 계속된다. 070-7124-1732.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입시학원 위장 성매매업소 적발

    입시학원과 유사한 간판을 내걸고 미성년자와 여대생 등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해온 업소가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10일 해운대구 좌동의 유명 학원 건물 10층에 성매매업소를 차려 놓고 유사 성행위를 알선한 혐의(성매매 알선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업주 최모(6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성매매업소를 차린 뒤 인터넷 구인·구직사이트에 퓨전숍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구인광고를 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종업원 14명을 고용, 지금까지 하루 평균 26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간판을 ‘00클래스’ 등 입시학원인 것처럼 꾸몄고, 전화예약을 통해 폐쇄회로(CC)TV로 확인된 손님만 입장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석면藥’ 먹으면 어떻게 된다는 거지? ’방송사고’ 이정민 “거울공주 됐어요” 휴대전화 데이터요금 폭탄 제거될까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연금보험은 ‘꼬치꼬치’ 물어야
  • 日 대표감독이 말하는 불행의 원인

    기타노 다케시(62)는 일본 영화감독 겸 배우이자 ‘비트 다케시’로 불리기도 하는 거물 코미디언이다. 소문난 독설가이지만 대중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인물 1위,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 1위 등으로 뽑힌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는 가난해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면서 “오히려 경기가 좋아지고 다양한 물건들이 늘어나면서 그런 걸 가지면 그나마 괜찮고, 없으면 불행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위험한 일본학’(김영희 옮김, 씨네21북스 펴냄)에서 그는 이런 불행의 원흉이라고 생각한 것들을 정치, 가정, 사회로 분류해 조목조목 꼬집었다. 정치편에서는 독자적인 외교와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 없고, 비효율적인 정상회담만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네 뒤를 봐줄 테니 돈을 내라.’는 식의 미·일관계를 유지할 바에야 까다로운 국제정치는 미국에 맡겨버리고, 비싼 해외 공관에 살면서도 정작 중요한 외교력은 상실한 외무성은 ‘파괴’하는 게 낫다고 한다. 814억엔이나 들여가며 일본 내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도쿄선언’을 발표하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돈 낭비일 뿐이다. 다정다감한 아버지상이 일반화되면서 부모의 권위가 사라지고 아이들이 적절한 가정교육은 받지 못한 채 은둔형 외톨이가 돼 악의 근원으로 자란다는 점(가정편), IT혁명을 외치다가 결국 적당히 제공되는 정보에 휘둘리며 ‘정보의 노예’가 되고 존재감을 잃어 평균화·익명화한 ‘가면의 사회’가 됐다는 점(사회편) 등도 불행의 원인이다. 기타노가 직접 뽑은 20세기의 인물 100명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계편 50명 중 제일 먼저 꼽은 아돌프 히틀러는 ‘최고의 악당’으로 규정하면서도 발상과 행적은 천재적이라고 치켜세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체 게바라는 쿠바혁명에 참가하고 콩고, 볼리비아까지 간 ‘오지랖 넓은 참견쟁이’, 장제스는 전투에서 패한 주제에 타이완으로 튀어 나라까지 만든 ‘뻔뻔스러운 인간’으로 설명한다. 읽다 보면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현실 같기도 하다. 억지스러운 주장도 있지만 맛깔스럽게 버무린 문체로 읽는 내내 유쾌하다. 1만 1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비밀조직 있었다? 베트남·한국전쟁 배후엔

    비밀조직 있었다? 베트남·한국전쟁 배후엔

    “인류와 종교, 역사 그리고 세계에 관한 자신의 관점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덮길 바란다. 인류가 이룩할 수 있는 과학적, 정신적 성취가 거의 정점에 이르렀으며, 대기업이 소유한 미디어가 우리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여기서 그만 멈추는 게 좋다.”‘다크플랜’(짐 마스 지음, 전미영 옮김, AK 펴냄)의 시작은 경고문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2003년)처럼 이 책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의문을 남기기 충분하다. 정부의 숨겨진 역사, 종교의 비밀, 부·권력·통제의 역학관계 등 세계사를 지배한 ‘슈퍼 파워’의 비밀과 음모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저널리스트 짐 마스는 많은 사상가, 정치인의 말과 자료를 인용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사상가 버크민스터 풀러는 1983년 타계 직전 “자칭 민주적인 정부가 미국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고 고백했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정치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만약 어떤 일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그렇게 되도록 계획된 것”이라고 말했다는 식이다. ●부·권력·통제의 역학관계 등 슈퍼파워 비밀 파헤쳐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밀조직의 역사를 살펴야 한다. 십자군전쟁 당시 순례자를 보호하기 위한 ‘템플기사단’은 교회를 압박해 예외적인 특권과 편의를 제공받은 비밀조직의 초기 형태이다. 이들이 남긴 문건이나 유물을 연구하면 배후에 ‘시온수도회’가 있었던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템플기사단을 바탕으로 한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는 18세기에 형성된 비밀조직. 20세기에는 미국 외교협회(CFR)·삼각위원회·빌더버그를 핵심으로, 록펠러·JP모건·로스차일드 가문과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 예일대를 중심으로 한 스컬&본즈 등으로 퍼져 있다. 비밀조직의 고위층은 서너 곳에 함께 가입해 정보를 공유한다. 저자는 이들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한국전, 베트남전, 걸프전 등을 주도하며 이득을 보게 됐다고 주장한다. 1991년 걸프전은 이라크 후세인이 일으킨 쿠웨이트와의 국경 분쟁 싸움이었지만 실상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위기’였다. 후세인은 미국의 상품신용공사에서 5억달러를 융자받고, 이 돈을 굴려 전쟁을 일으켰다. 이익을 본 것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다. 후세인이 다음 목표로 지목한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들에게 보호를 명목으로 40억달러를 건네받아 다른 세계 지도자들과 나누었다. 또 전쟁 후 하켄에너지 주가가 떨어지기 직전 주식 66%를 주당 4달러에 매각해 84만 8560달러를 벌었다. 저자는 1950년 한국전쟁을 분쟁 양 당사자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비밀조직의 술책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꼽는다. 1945년 2월 얄타회담에서 유엔 창설의 윤곽이 잡혔고, 한반도를 북위 38도선을 따라 분할 통제한다는 비밀협약이 맺어졌다. 미국과 영국, 중국과 러시아에 의한 신탁통치가 필요했지만, 신탁통치에 대해 미국 내 반대운동을 우려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근거가 필요했다. CFR 회원인 딘 애치슨은 한국이 미국 방어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김일성에게 신호를 줬고, 남침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열세를 보이며 한반도 남단까지 쫓겨 내려온 남한 군대는 9월 중순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펼치면서 전세를 뒤집는다. 그러나 상승세를 타던 맥아더 장군은 이듬해 면직됐다. 전쟁 배후에는 분쟁 양측의 정보를 모두 받은 군사 지도자들도 있었다. 연합군을 조율하던 유엔정치안보위원회의 콘스탄틴 진첸코 사무차장은 북한의 전쟁 전략을 감독한 바실레프 장군과 맥아더 장군의 지휘 정보를 받은 트루먼을 통해 동시에 보고를 받았던 것이다. ●세계역사를 움직인 비밀조직 저자는 이 점들을 종합하면서 “한국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통합된 군사력이 뒷받침하는 세계 단일정부를 수립하자는 CFR의 목표에 다가서기 위한 또 다른 단계였다.”고 주장한다. 베트남 철군을 주장하던 존 F 케네디는 베트남전이 필요했던 월스트리트 비밀조직 회원들과 불화가 심각해지며 암살당했고, 20세기 최고의 재앙 히틀러는 비밀조직과 서구 금융가들이 만든 합작품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서구 비밀조직의 계략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맞이했다는 내용은 확실히 불편하다. 그러나 세계사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책은 의미를 갖는다. “이런 내용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제 한 걸음 물러서서 좀 더 넓은 시야로 세계와 역사를 조망해 볼 때가 됐다.”는 저자의 설명처럼. 2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국악원로 권오성·이해식 명예교수 국악자료 3024점 기증

    국악학자 권오성(68) 한양대 명예교수와 국악작곡가 이해식(66) 영남대 명예교수가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던 국악 자료 3024점을 국립국악원 전통예술아카이브에 기증했다. 권 교수가 기증한 자료는 21점으로, 1960년대 전국의 민요를 조사해 녹음한 음향자료들이다. 이 교수가 기증한 3003점은 민요와 자신의 창작곡, 민속예술경연대회, 공연 등 1962년부터 2004년까지 42년동안 전국 각지에서 모은 음향 및 사진 자료, 육필원고, 신문스크랩 등을 망라하고 있다. 두 교수는 “민속학 분야에서 자료기증은 활발하지만 국악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여건에서 채집한 자료를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후학들의 연구를 더욱 활발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악원 전통예술아카이브는 2007년 전통음악과 무용 분야의 자료를 모아 서비스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2만점 이상의 공연 영상·음향 자료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벌인 ‘전통예술자료기증 캠페인’을 통해 이번 기증품까지 모두 3371점의 자료를 기증받았다. 국악원은 자료에 대한 세부 조사를 병행해 2010년부터 자료 정보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음악으로 하나되자”

    “음악으로 하나되자”

    세계 음악인들이 음악 속에서 하나가 되는 서울국제음악제(SIMF)가 다음달 22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서울 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 음악제는 ‘음악을 통한 화합’(All Together in Music)을 주제로 동서양, 고전과 현대음악, 무슬림과 유대인 등 시대와 이념을 넘어선 음악 세계를 선사한다. 이번 음악제는 고국 폴란드에서 ‘음악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현대음악의 거장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76)를 비롯해 핀란드의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랠프 고도니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참여한다. 음악제의 명예예술감독으로 선정된 펜데레츠키는 자신이 작곡한 ‘라르고’, ‘현악3중주’, ‘교향곡 8번’을 초연한다. 22일 개막공연(LG아트센터)에서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이만 무사하자예바와 이스라엘의 바이올리니스트 로이 실로아가 펜데레츠키의 ‘샤콘’,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무슬림과 유대인이 한 무대에서 조화를 이루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금호아트홀에는 한·중·일의 젊은 연주자들을 만나는 공연이 준비돼 있다. 26일 권혁주(바이올린), 용상현(비올라) 등 한국의 떠오르는 연주자들이 기량을 선보인다. 29~30일에는 예술의전당서 소프라노 김인혜, 바리톤 한명원,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폴란드 국립방송교향악단, 고양시립합창단, 부천필코러스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이 열린다. 특히 30일에는 한국과 폴란드 수교 20주년을 맞아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8번’ 등을 연주하며 대단원을 장식한다. SIMF사무국 1544-5142.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세종시대 종묘제례악 되살린다

    세종시대 종묘제례악 되살린다

    조선 중흥기의 장엄하고 유려한 종묘제례악이 그대로 재현된다. 세종과 세조 시대의 종묘제례악을 모범으로 삼되, 일단 일제강점기 변형이 이루어지기 이전인 1892년 당시로 복원한다. 국립국악원은 16일 예악당에서 기존에 선보인 종묘제례악에 인원과 악기 편성을 대폭 늘리고, 새로 복원한 악기를 선보이는 ‘종묘제례악’ 공연을 올린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에 역대 제왕을 제사지내는 종묘제례에서 연주된 보태평, 정대업, 진찬악 등 음악(樂)과 노래(歌), 춤(舞)을 일컫는다. 영신·전폐·진찬·초헌·아헌·종헌·철변두·송신례 등 8개 제례 절차에 보태평(11곡)과 정대업(11곡), 진찬악 등의 27곡으로 구성돼 있다. 보태평과 정대업은 조선 세종대에 연례악으로 창제된 뒤 세조 때 제례악으로 채택됐다. 모두 두 개의 편성으로, 댓돌 위 같은 비교적 높은 곳에 놓인 편성이 ‘등가’(登歌), 낮은 곳(뜰)이 ‘헌가(軒架)’이다. 편성이 크고 소리가 웅장해 종묘에서 제례가 벌어지면 노량진까지 들릴 정도로 장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숙희 학예연구사는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은 조상을 기리고 우리의 융성한 국력을 드러내는 문화행사였으나 일제강점기에 문화말살 정책에 따라 집안 제사 정도로 축소돼 이어졌다.”면서 “이번 공연을 계기로 종묘제례악을 복원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 조선 초기에 연주된 완벽한 형태로 완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국악원측은 15세기 문헌인 ‘악학궤범’과 ‘국조오례의’ 등을 참고해 향악의 근간이 되는 악기 편성인 ‘삼현삼죽(三絃三竹)’을 그대로 복원했다. 삼현삼죽은 가야금, 거문고, 향비파 등 현악기 세 종류와 대금, 중금, 소금 등 대나무악기 세 종류. 조선시대에는 이를 모두 사용했지만, 오늘날에는 향비파와 중금, 소금이 빠진 채 전승됐다. 이번 연주에서 삼현삼죽의 선율을 되살려 유려하고 섬세한 본래 음악에 가까운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또 지금까지는 편종과 편경을 제일 뒤편에 한틀만 놓고 연주했지만, 이번에는 편종과 편경을 북·동·서편에 한 틀씩, 모두 세 틀을 배치한다. 노고·노도(북을 십자 모양으로 만든 것)도 추가로 편성해 이들이 악기들을 에워싼 헌현(┌┐모양) 형태로 만들었다. 아울러 국악원 악기연구소에서 3년 만에 복원한 생황(대나무 관 여러개를 꽂아 만든 화음악기)의 세 종류인 생·우·화, 좌식 방향, 당비파, 월금 등의 악기도 이번 무대에 처음 선보인다. 이렇듯 10여종이 추가됨에 따라 이번 공연에는 모두 20여종의 악기가 등장한다. 단원도 기존 연주회의 2~3배에 이르는 80여명이 무대에 오른다. 순서는 제례 절차에 따르지 않고, 편성에 따라 1부 등가(보태평), 2부 헌가(정대업)로 구성했다. 보태평과 정대업을 중심으로, 선율이 같은 곡을 제외한 24곡을 연주한다. 8000~1만원. (02)580-33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음악의 어울림처럼 남녀 벽 허물때 왔죠”

    “음악의 어울림처럼 남녀 벽 허물때 왔죠”

    다소 이르긴 하지만 올해 클래식계의 10대 뉴스를 꼽으라면 한국 여성 지휘자의 부상도 목록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대표 주자로 꼽히는 여자경(37)과 성시연(33)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성시연은 올해 초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열린 ‘독일 지휘자상’ 대회에서 2위 입상 소식을 전했다. 여자경은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프로코피예프 지휘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여성으로서는 사상 최초 입상이다. 지난해 가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을 접고 귀국한 뒤로 연주와 강의가 줄줄이 잡혀 있다. 그는 또 3일 개막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축제 역사 20년만에 처음 지휘봉을 잡는 여성지휘자가 됐다. “아무래도 시선이 집중되니까 부담은 되죠.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거나 기대치에 모자라버리면 ‘그럼 그렇지.’가 돼 버리잖아요. 이 부담을 기회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이 사람을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으면 그걸로 끝나 버리니까요.” 지난 1일 서울 태평로 서울신문 본사에서 만난 여자경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에 대한 생각을 조근조근, 그러나 확신에 찬 말투로 풀어냈다. ●프로코피에프 지휘 콩쿠르3위 입상하며 이름 알려 “교향악축제에 여성 지휘자가 없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그는 “음악이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양음악 작곡가는 모두 남자였고, 그런 만큼 남자가 느끼는 낭만이나 강한 힘 같은 것을 더 잘 표현한다고 볼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음악은 서로 어울려가는 것이고, 이제는 남녀의 벽을 허물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양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박은성 교수의 권유로 대학원 전공을 지휘로 바꿨다. 이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립음대를 나온 뒤 현지에서 2005년부터 지휘자로 계속 활동을 이어갔다. “연주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케스트라와의 교감”이라는 그는 무대 위에서보다 첫 리허설을 가장 떨리는 순간으로 꼽는다. 그 자리에서 오케스트라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준다는 것을 느끼면 그때부터는 모든 것이 잘된단다. 그게 딱 몇 분이다. 그 ‘몇분 사이’에 황홀경을 느낀 기억을 떠올렸다. “2002년 프랑스 브장송에서 열린 국제 음악제였어요. 처음 오케스트라를 만나서 지휘를 시작하는데 내가 움직이는 그대로, 원하는 대로 따라와 주는 거예요. 연주를 끝낸 뒤에 어떻게 설명할지 모를 정도로 황홀감에 휩싸였죠.” 결과도 좋았다. 그 해와 2004년 브장송 지휘콩쿠르에서 연거푸 ‘오케스트라가 뽑은 지휘자 상’을 수상했고, 멕시코 에드와르도 콩쿠르와 체코 프라하스프링페스티벌에서도 같은 상을 받았다. ●오케스트라가 마음 열어준 몇 분 황홀경 느껴 10여년을 떠났던 한국에 돌아와 생활에 적응하느라, 한양대 음대 출강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국내 연주 일정도 빡빡하다. 8일에는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노르웨이의 숲’ 공연에서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1번’, ‘피아노 콘체르토’(김정원 협연) 등을 연주한다. 교향악축제에서는 16일 KBS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과 브람스 ‘교향곡 3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2시간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 연주를 끝냈을 때는 격한 운동을 끝낸 것 같은 개운하고 시원한 느낌이에요. 열정적인 박수까지 받으며 무대에 서 있으면 너무 행복하죠.”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서도소리·굿판 한데 어우러지다

    신명나는 우리 소리와 굿판이 한데 어우러지는 뮤지컬 ‘내 사랑 배뱅이’가 11~12일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펼쳐진다. 한국서도소리연구보존회가 마련한 ‘내 사랑 배뱅이’는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역을 맡아 창(唱)을 하는 서도 지방의 대표적인 굿놀이인 ‘배뱅이 굿’을 바탕으로, 황해도 지방의 춤·노래를 한 데 섞어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배뱅이 굿은 어렵사리 얻은 외동딸 배뱅이를 잃은 최정승 부부가 딸의 넋을 달래주면 큰 돈을 주기로 하자, 젊은 한량이 교묘한 방법으로 혼을 불러 온 듯 꾸며 많은 재물을 얻게 된다는 내용. 황해도, 함경도 지방을 중심으로 한 서도소리인 이 이야기는 분단 이후 남도 판소리 사설처럼 많이 불려지지 않아 사설이 허술하고 1인 창극 형태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예능 이수자인 박정욱은 “서도소리의 적극적인 대중화와 우리 창극의 고른 발전을 위해 황해도 지방의 무가와 춤을 엮어 배뱅이 굿을 정리하고 우리 소리 뮤지컬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팔도무당들이 펼치는 흥겨운 굿판, 한량에게 최정승집 사연을 들려주는 주막집 주모의 화려한 입담, 한량이 펼치는 유쾌한 빙의(憑依) 연기 등 볼거리가 녹아있다. 3만원. (02)2232-5749.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공연리뷰] 예프게니 키신 피아노 독주회

    [공연리뷰] 예프게니 키신 피아노 독주회

    2시간동안의 본 공연, 이어진 38차례의 커튼콜과 10곡의 앙코르에는 다시 1시간30분이 걸렸다. 여기에 자정을 넘긴 사인회…. 3년만에 한국을 찾은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38)은 2일 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정과 정성을 다한 모습으로 기대 이상의 것을 안겨주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며 불이 꺼지자 객석은 정적에 휩싸였다. 검은색 연주복을 입은 키신이 나타나자 관객은 환호를 내질렀다.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무대로 나와 인사한 그는 의자에 앉자마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변했다.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조곡과 ‘소나타 8번’을 연달아 연주한 1부에서는 피아노를 부술 듯 강력한 힘으로 건반을 두드리다가도 아기를 쓰다듬듯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관객을 무아지경으로 빠뜨렸다. 청중들은 기침 소리 한번 내지 않은 채 몰입했다. 쇼팽의 ‘환상 폴로네이즈’와 ‘마주르카’, ‘에튀드’로만 채워진 2부에서도 그는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온몸으로 연주를 이어갔다. 마치 악보가 눈 앞에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그는 탄탄한 기교로 정확하게 음을 찍어냈다. 마지막 곡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그동안 담아두었던 감동을 한꺼번에 토해내듯 함성이 터져나왔다. 사진촬영은 금기라지만, 콘서트홀은 마치 얼마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이 펼쳐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으로 탈바꿈한 듯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거렸다. 키신은 “관객들이 원할 때까지 앙코르를 할 것”이라고 했던 약속을 지키려는 듯 박수소리에 이끌려 피아노 앞에 다시 앉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박수에 쇼팽의 녹턴과 ‘강아지 왈츠’를 비롯한 두 곡의 왈츠, 마주르카와 ‘즉흥환상곡’, 프로코피예프의 ‘악마적 암시’와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중 행진곡, 모차르트 소나타 11번의 3악장 등 앙코르를 쏟아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키신은 객석에 불이 꺼진 뒤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간까지 늘어선 관객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팬 서비스’를 하며 한국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했다. ‘클래식음악 선진국’의 콘서트홀에서는 젊은 관객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10~20대 젊은 팬들로부터 록스타 이상의 환대를 받은 키신에게도 이날은 잊을 수 없는 밤이었을 것 같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종이갑옷 입고 화살·조총에 맞선 이름모를 그들 조선 무사를 만나다

    종이갑옷 입고 화살·조총에 맞선 이름모를 그들 조선 무사를 만나다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인류의 역사에는 크고 작은 전쟁이 수없이 일어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전쟁이 터지면 으레 전투에서 맹활약한 영웅호걸이 탄생하고, 역사는 이들에게 집중하며 이들만 기억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호위 병사와 물자를 보급해준 백성이 없이도 장수는 출중한 지략만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을까. 전쟁에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상처받는 것이 비단 영웅호걸뿐일까. ‘조선무사’(최형국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다. 무예사와 전쟁사를 연구하고 무예24시연구소를 운영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시대 전쟁 속 병사, 이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백성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자는 “아무리 뛰어난 장수나 지휘관이라도 실제 전쟁에서 총칼을 쥔 한 명 한 명의 병사들과 여러가지 물자를 보급했던 이름 모를 백성들이 없었다면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들에 대해 알아야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주목했다.”고 밝힌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좀더 가까이 읽으려면 소소하고 일상적인 병사나 백성의 하루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옛 문헌·그림 토대로 조선무사의 하루 재구성 저자는 옛 문헌과 그림 등을 토대로 조선 병사의 하루를 재구성했다. 새벽 4시쯤 첫번째 나팔 소리 ‘두호’가 길게 울리면 병사들은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무기와 보급품 등을 챙긴다. 요즘의 취사병과 비슷한 화병(火兵)이 있어 밥을 짓는다. 두번째 나팔 소리인 이호가 울리면 병사들은 주특기에 따라 업무를 시작한다. 조총병은 길게 늘어서 주특기인 사격 연습을 하는 식이다. 비상식량을 만드는 훈련도 있다. 볶은 쌀 두 되와 밀가루 한 되 다섯 홉으로 떡을 찌거나 소주에 여러번 담갔다가 꺼내 말린 게 일종의 휴대 식량이다. 새벽 기상, 훈련, 행군, 오후 9시쯤 취침의 일과가 반복되는 직업군인의 하루는 예나 지금이나 고단하기 그지없다. 나라를 위해 싸우면서도 대부분의 병사들은 갑옷과 무기를 스스로 사야 했다. 가난한 백성들은 대충 모양만 갖춰 갑옷을 만들어 입는 경우도 허다했다. 튼튼하기로는 철로 만든 철갑이 최상이었지만 여윳돈이 없는 백성들은 짐승가죽이나 종이로도 갑옷을 만들었다. 이것이 피갑, 지갑이다. 비단으로 짠 단갑, 무명으로 만든 삼승갑 등 갑옷의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종이 갑옷으로 화살이나 조총을 무슨 재주로 막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조선 무사들의 갑옷은 피눈물이 스며있는 것이다. 당시 국가의 위급상황을 알리는 최고의 통신망이었던 봉수(烽燧) 이야기도 재미있다. 평시에는 한 개, 심각성에 따라 다섯개까지 지피는 봉수는 승패를 좌우했다. 인조는 봉수로 인한 승패를 모두 경험한 왕이었다. 명장 정충신이 봉수를 선점한 덕에 이괄의 난은 실패로 끝났지만, 병자호란 당시 도중에 봉수가 끊겨 미처 피신하지 못한 인조는 청 태종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봉수는 거친 날씨에는 보이지 않아 구실을 못 하는 통신수단이라 이때는 봉수군이 직접 다음 봉수대까지 달려가 상황을 전달해야 했다. ●“조선 숭문천무 풍조 일제가 왜곡·과장한 것” 세계에서 인정하는 한국의 양궁 실력이 고구려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맥을 잇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는 일화도 있다. 1377년 남해안을 습격한 왜구가 맨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놀리는 일이 있었다. 화가 날 법한 상황에 이성계는 오히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활을 쐈다. 화살은 200보 떨어진 거리의 왜구 엉덩이에 정확히 꽂혀 이들을 혼비백산하게 했다. 활쏘기 연마는 조선 개국 이후로도 계속됐고, 엄지에 깍지를 끼워 시위를 당기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배울 수 있는 무예로 통했다. 조선시대 무(武)를 천대하고 문(文)을 숭상했다는 숭문천무(崇文賤武)의 풍조도 일제가 조선강점을 비호하기 위해 왜곡·과장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한 사극에서는 오합지졸로 표현되는 군졸도 사실은 체계적인 공격술인 창검술을 갖췄다는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도 곳곳에 녹아 있다.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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