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여경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침수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변기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이철우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당구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024
  • 여름방학 온가족 클래식의 바다로…

    여름방학 온가족 클래식의 바다로…

    보람있는 여름방학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면, ‘클래식 입문’을 목표로 삼아도 좋겠다. 새달에 청소년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회가 풍성하다. 청소년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족 모두가 함께 클래식의 세계로 빠져보자. 예술의전당이 8월1일부터 여는 ‘여름음악축제’는 작곡가별 관현악곡을 소개하는 ‘베스트 클래식’과 연주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적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여름 실내악’으로 구성해 골라 듣는 재미를 녹였다. 올해 ‘베스트 클래식’의 소재는 동유럽 작곡가이다. 경찰교향악단의 ‘쇼스타코비치 베스트’(1일)를 시작으로, 충남교향악단의 ‘엘가 베스트’(2일),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시벨리우스 베스트’(8일),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멘델스존 베스트’(9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드보르자크 베스트’(15일)가 이어진다. 마지막 16일에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러시아의 대표적인 두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11일부터는 ‘트리오 루체’가 실내악의 가장 기본적 형태인 3중주로 하이든, 멘델스존 등의 음악을 선사하며 ‘여름 실내악’을 진행한다. 신나는 타악의 세계를 보여주는 ‘아카데미 타악기 앙상블’(12일), 프랑스 출신 작곡가 미요와 생상스 등을 만나는 ‘앙상블 모자이크’(13일), 고전음악 실내악의 대표적인 양식인 현악4중주를 선보이는 ‘앙상블 칼마’(14일),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어우러진 ‘앙상블 유니쿨’(15일), 은은하면서도 힘있는 목관악기의 매력을 전달하는 ‘세종 목관 체임버 앙상블’(16일)이 준비돼 있다. (02)580-1300. 고양아람누리는 아람음악당에서 ‘아람누리 여름방학 청소년음악회’를 마련했다. 7일에는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청소년음악회’에서 벤저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입문’,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등 익숙한 음악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감성과 표현력 등을 알려준다. 11일에는 ‘서울로얄심포니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팝과 영화음악의 향연’, 18일에는 드라마와 오페라 음악으로 꾸민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열어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음악을 선사한다. 1577-7766.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은 11~15일 중극장 블랙에서 ‘충무아트홀 청소년 실내악콘서트’를 갖는다. 일상의 클래식을 영화(11일), 사랑(12일), 운동(13일), 여행(14일) 등 주제별로 나누어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권순훤(11·12일), 노부스 콰르텟의 비올리스트 노현석(13일)이 나서 해설과 연주를 곁들인다. 리듬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리듬 클래식’(15일)으로 축제의 막을 내린다. (02)2230-6624~6.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은 허윤정(첼로), 허희정(바이올린), 허승연(피아노)으로 구성된 허트리오가 만드는 ‘여름방학 청소년 특선’을 마련했다. 6일 ‘언어와 춤’에서는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와 프랭크 마틴의 아일랜드 민속음악 등을, 13일 ‘음악으로 하는 이야기’에서는 베토벤과 멘델스존 등의 피아노 3중주를 연주하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02)6303-7700.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삽입곡을 연주하는 ‘베토벤 바이러스 인 섬머’가 11~21일 서울을 비롯해 성남, 하남, 대전, 인천 등 7개 도시에서 각각 1차례 공연을 갖는다. 실제로 드라마 속에서 연주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서희태의 지휘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등을 들려준다. (02)548-869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인권·봉사활동… 왜 선진국 사람들만 하는 거지?

    인권·봉사활동… 왜 선진국 사람들만 하는 거지?

    1961년 독일 사회민주당이 ‘루르 지역에 푸른 하늘을’이라는 구호를 외치자 많은 사람들은 비웃었다. 당시 환경운동가들은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다. 수십 년이 흐른 후 환경보호단체는 늘어났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 세계의 정치가들은 ‘환경보호자’를 자처한다. 이런 격세지감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인구 300만명 이상 국가 99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와 미국 인권기관 프리덤하우스가 분류한 자유국·부분자유국·비자유국의 상관관계를 따져 봤다. 그 결과 GDP 1만달러 이상인 25개국은 모두 자유국이고, 2500달러 이하인 39개국은 대부분 부분자유국·비자유국으로 나왔다. 우연의 일치일까. 독일 경제학자 페터 노일링은 이런 현상을 “부(富)가 모든 가치관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부가 인간의 의식과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자 가치를 변화시키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을 연상시킨다. 물론 부유한 나라의 가치가 더 옳고 선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부의 8법칙’(엄양선 옮김, 김호균 감수, 서돌 펴냄)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풀어 놓는다. 우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고센의 법칙’과 ‘엥겔의 법칙’을 전제한다. 고센이 소비자 행동 법칙으로 제시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등을 들며 “의식주 문제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의식주 해결의 효용이 크기 때문에 정신적인 가치를 소홀히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면 사람들은 정신적 가치에 중점을 두는 행동양식을 보인다.”고 말한다. 또 소득과 식료품비의 관계를 설명한 ‘엥겔의 법칙’을 응용하며, 부유해질수록 식료품비의 지출은 크게 늘리지 않는 대신 생활을 아름답게 만드는 지출을 증가시킨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부가 증가할수록 자신의 삶을 즐기기 위한 지출이나 타인을 위한 지출을 늘리고(1·2법칙), 현재의 삶에 급급하기보다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미래에 관심을 두게 된다(3법칙)고 설명한다. 돈보다 시간의 가치를 중요시하고(4법칙), 경제활동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에 민감해진다(5법칙). 이를테면 산업화 진행에 따라 수반된 악취, 대기오염, 쓰레기 등의 부작용들을 심각하게 느끼며 해결하려는 것도 부의 수준에 달렸다. 환경오염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괴로운 현실이지만, 이들에게는 이런 상황을 개선할 경제적 여력이 없어 받아들일 뿐이다. 부가 증가하면 위험보다는 안전에 중점을 준다(6법칙). 1950~60년대 건설시대의 젊은이들은 ‘남자답게’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벌어야 했지만, 이미 풍요로운 삶을 사는 선진국 젊은이들은 굳이 위험에 대항하면서까지 부를 축적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전쟁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개인적인 포상, 몸값과 노획물 등 부를 수반하는 전쟁은 가난한 나라에서는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고 시도해볼 만한 용감한 행동이다. 선진국 사이의 전쟁보다 가난한 제3세계 나라 사이에서 무력 분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다. 부가 늘어날수록 문제 해결 방식은 개인적이 되고(7법칙), 재산권 침해보다는 인격권 침해를 더 심각하게 여긴다(8법칙).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먹고살 만해지면 생각이 달라진다는 말로만 해석하면 그렇다.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이 선진적이거나 양심적이기 때문에 제3세계 국가의 자유와 인권,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확인은, 제3세계 국가 사람들도 일정한 부를 쌓으면 ‘선진국적 가치’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부와 가난을 비교 대상으로만 여겼던 시각에서 벗어나게 하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부모 세대와 풍족한 자녀 세대의 사고와 행동 양식이 판이하게 다른 까닭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1만 6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30년 생생한 경험… 아마존의 진실

    정글에서 살아남은 호기로운 모험담이 아니다. 진지하게는 언어의 본질에 대한 것이고, 간단하게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의 속살이다. 언어학자이자 일리노이 주립대의 언어·문학·문화학 학장인 다니엘 에버렛은 브라질 중부 아마존 정글 속 피다한 원주민들과 함께한 30여년의 시간을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윤영삼 옮김, 꾸리에 펴냄)에 담았다. 에버렛은 26살인 1977년 기독교 선교사 자격으로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피다한 마을로 들어갔다. 아내가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지경에 이르고, 지역 사람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하는 등 혹독한 학습을 거치며 저자는 아마존의 진실을 익혀간다. 천국과 지옥의 존재와 절대자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러 간 곳에서 저자는 오히려 그런 개념이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무신론자가 됐다. 인간에게는 타당한 문법을 만들어내는 잠재력이 있다는 노엄 촘스키류의 형식주의 언어학에서 벗어나, 언어학은 인류학이며 문화연구라는 자신만의 이론을 완성했다. 세상 어떤 언어와도 연관성 없는 피다한족의 말에서 “언어의 본질은 일상의 기쁨과 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도 깨닫는다. 피다한 언어를 초록색으로 표시하고, 음절 위에 방점을 찍어 높은음을 표현했다. 아찔한 저자의 오지 생활과 상상 이상의 웅장함을 가진 아마존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가운데 피다한 언어를 따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까지 있다. 1만 8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화려한 무대… 눈이 더 즐겁겠네

    화려한 무대… 눈이 더 즐겁겠네

    무대 벽면에는 수백 마리의 하얀 종이나비가 붙어 있다. 주인공 초초상의 기분에 따라 이 벽면은 화사한 노란색으로, 우울한 파란색으로, 절망의 검은색으로 바뀐다. 무대 크기는 소박하지만 짜임새가 있다. 초초상 정원과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다다미 방과 거실을 2단으로 만들었다. 내용과 음악에 맞춰 바닥이 회전하면서 분위기를 달리한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주인공들의 표정 연기까지 섬세하게 보인다. 특히 자신을 떠난 핀커톤이 3년 만에 보낸 편지를 읽을 때 환희와 기쁨, 슬픔, 그리움 등이 묻어나는 초초상의 표정 변화가 압권이다. 수준 높고 전달력 좋은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기본이다.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나비부인’의 리허설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오케스트라 배치를 조정하고 배우들의 무대 움직임을 맞추느라 리허설 시작이 지연된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초초상과 핀커톤의 결혼식, 화려한 무대 색상, 파랑과 노랑이 조화된 화사한 초초상의 의상 등 시각적인 면에서 ‘나비부인’은 확실히 눈길을 끌었다. ‘나비부인’은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초심자를 위해 만든 ‘마이 퍼스트 오페라’ 시리즈의 네 번째 공연으로, 17~25일 토월극장에서 열린다. 이탈리아 출신의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 하나로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 일본 나가사키가 배경이다. 게이샤 초초상과 미군장교 핀커톤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지만 핀커톤은 그녀와 아이를 남겨 두고 미국으로 떠난 지 3년 만에 미국인 아내와 나타나 아이를 맡겠다고 말하고, 결국 초초상은 절망하며 자결한다는 내용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내용이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인 호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다소 비극적인 내용보다는 시각적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대 장치에도 재미있는 의도를 숨겼다. 무대가 시계방향으로 돌면 현실과 삶의 순리, 반시계방향 회전은 비현실과 이상을 의미한다. 윤기 있는 바닥은 조명을 반사해 무대 벽면에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데 이는 초초상의 감정을 투영한다. 초초상은 소프라노 이지은·이상은, 핀커톤은 테너 김도형·최성수, 스즈키는 메조소프라노 정수연·백재연이 맡는다. 공연은 지난 1월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로 일자리를 잃었던 단원들이 ‘나라오페라합창단’으로 다시 무대에 복귀하는 의미도 갖는다. 이미 인터넷 판매분은 매진됐다. 공연 직전 예매 취소분에 한해 현장판매가 가능한 상태다. (02)586-5282.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거장, 책임감을 지휘하다

    거장, 책임감을 지휘하다

    “언제나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즐깁니다. 젊은 시절에 듣고, 배우고, 연주한 경험들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 그들의 능력을 더욱 높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젊은 연주자들을 가르치는 데 항상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스위스 베르비어 페스티벌에 참석 중인 지휘자 샤를 뒤투아(73)는 이메일을 통해 제1회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이유를 전했다. 26일부터 새달 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등에서 열리는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은 음악 교육 페스티벌을 표방한다. 세계적인 지휘자와 유명 음악인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젊은 연주자들과 어우러져 음악적· 문화적 교류를 하는 자리다. 1990년 지휘자 번스타인이 만든 일본의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PMF)’, 1994년부터 꾸준히 발전해오면서 스위스가 자랑하는 축제가 된 베르비어 페스티벌이 모델이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라는 수식어를 갖는 뒤투아가 페스티벌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불과 6개월 전. 3년간 스케줄이 빼곡한 특급 지휘자에게 새로운 일정을 추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그가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한 배경에는 그 ‘책임감’과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샹탈 쥐이예가 있었다. “많은 페스티벌을 함께 하며 오랫동안 음악적 동지로 지낸 샹탈에게 ‘아직 페스티벌의 지휘자를 찾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페스티벌에 참석할 많은 연주자들이 모두 나의 좋은 친구들이라 서울에서 함께하기로 결심했죠.” 이렇게 해서 뒤투아와 전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자 현 사라토가 뮤직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인 쥐이예, 전 암스테르담 로열 콘서트헤보우 수석 오보이스트 베르너 헤르베스, 로잔 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조엘 마로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트롬본 블레어 볼링저 등 각 파트의 수석 연주자 13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뒤투아는 프랑스와 러시아 음악의 탁월한 해석으로 정평이 났을 뿐 아니라 무명 오케스트라를 최고 반열에 올려놓기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가 몬트리올 심포니로, 1977년부터 25년간 예술감독으로 있으면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탈바꿈시켰다. 첫 문을 여는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에 대해 그는 “예술성, 운영, 참가자 등 전반에 대해 화합하면서 확신을 갖고 프로젝트를 끝까지 이끌 조직을 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위스의 루체른 페스티벌과 베르비어 페스티벌, PMF 등을 두고 “이들은 전 세계에서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교류하고 다른 문화를 폭넓게 접하도록 한다는 매력적인 요소로, 오랜 시간에 걸쳐 정착됐다.”면서 ‘일관성’을 핵심어로 꼽았다. 뒤투아는 페스티벌 마지막날에 말러의 교향곡 1번과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쇼스타코비치의 페스티벌 서곡을 들려준다. 그는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연주하는데 일주일은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때론 단 며칠이 그들에게 새로운 접근법과 연주법, 소리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일 수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는 이날 공연을 끝내자마자 다음 일정을 위해 뉴욕으로 떠날 계획이다. (02)720-1013.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올 법원 행시 경쟁률 666.5대1 ‘역대 최고’

    올해 법원 행정고시의 경쟁률이 600대1이 넘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15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최근 ‘2009년도 제27회 법원행시’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총 10명(법원사무 8명, 등기사무 2명) 모집에 6665명이 지원해 666.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경쟁률이 높아진 이유는 응시연령 상한이 폐지됨에 따라 나이 많은 사법시험 수험생들이 상당수 응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올해 응시자는 지난해 5377명에 비해 24%(1288명)나 증가했다. 직렬별로는 법원사무가 6288명으로 지난해(5092명)보다 23.5%(1196명) 증가했으며, 등기사무는 377명으로 전년(285명) 대비 32.3%(92명) 늘었다. 1차 필기시험은 오는 8월23일에 있다. 올해 순경 채용 경쟁률은 1038명 모집에 3만 3802명이 지원해 33대1을 기록했다. 41명을 뽑는 일반 여경 공채는 7673명이 지원해 187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특히 서울지방경찰청은 여경을 4명 선발하는데 1836명이 지원해 45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살아있는 전설의 춤사위 다시 본다

    살아있는 전설의 춤사위 다시 본다

    전북 남원 살풀이춤의 살아 있는 전설, 조갑녀(86) 명인의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춤사위를 만나는 무대가 열린다. 공연기획사 축제의땅은 오는 26일 오후 5시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우리시대 최고의 명인을 소개하는 ‘노름마치뎐’ 세번째 공연으로 ‘춤! 조갑녀’를 올린다. 1920년대 후반부터 10년간 짧지만 인상적인 예인(藝人)의 전설을 만들어낸 조갑녀 명인을 위한 헌정공연이다. ●2007년 세계무용축제 무대에 올라 조 명인은 6살에 장단을 가르치던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레 남원 권번(기생을 교육하고 관리하던 곳)에 들어가며 춤을 배웠다. 이때 가르친 이가 이장선(1866~1939년) 명인. 이 명인은 궁궐에서 춤을 가르쳤고, 임금 앞에서 직접 춤을 췄던 명무였다. 이 명인에게 개인교습을 받은 조 명인은 승무, 살풀이춤 등을 배우며 ‘소녀 명무’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1931년 처음 열린 춘향제에 8살의 나이로 참가했고, 11회 대회까지 승무, 검무, 살풀이춤을 추면서 소녀 명무는 ‘남원 명무’, ‘춤은 조갑녀’라는 찬사를 받았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환갑잔치, 화전놀음, 단풍놀이 등에서 춤을 도맡은 당대 최고의 예인이었다. 시대를 풍미한 조 명인은 1941년 가족을 돌보기 위해 결혼을 하며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후 1971년, 1976년 춘향제에서 잠시 모습을 비췄을 뿐 무대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오랜 숨바꼭질 끝에 조 명인은 84세인 2007년 제10회 서울세계무용축제 무대에 올랐다. 그러자마자 ‘조갑녀류 민살풀이춤’이라는 말을 만들 정도로 명인은 건재했다. ●“조선말의 춤사위 고스란히 간직” 공연기획자 진옥섭은 “이 무대에서 존재조차 희미했던 거대한 춤의 존재가 다시 드러났다.”면서 “세상과 떨어져 있었기에 몸짓은 마치 타임캡슐에 묻혀 있듯 조선시대 말부터 일제 초기의 춤사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연에서 조 명인은 단 5분간 ‘민살풀이춤’을 선보인다. 수건 없이 추는 살풀이춤이라 ‘민살풀이춤’이다. 조 명인이 선보이는 즉흥춤의 진수는 김청만(장구), 박종선(아쟁), 원장현(대금), 김무길(거문고), 한세현(피리), 김성아(해금) 등이 연주하는 ‘시나위’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공연을 위해 후배 춤꾼들이 나서 판을 만든다. 강성민이 이매방류의 ‘승무’로 첫 판을 열고, 진주의 예기(藝妓) 김수악의 춤을 이어받은 박경랑이 ‘교방춤’을 춘다. 권명화의 박지홍류 ‘살풀이춤’, 이현자의 강선영류 ‘태평무’, 백경우의 ‘사풍정감’, 이정희의 ‘도살풀이춤’, 김운태의 ‘채상소고춤’이 이어진다. 놀음을 마무리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일컫는 ‘노름마치’는 당연히 조 명인이다. (02)3216-1185.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딱 하루’ 클래식 강좌 부담없이 오세요

    예술의전당 음악아카데미가 올해 가을학기 개강에 앞서 신설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프리뷰 강의’를 15일 리사이틀홀에서 연다. 강좌에 관심은 있지만 25만~30만원 선인 수강료가 부담돼 망설이고 있었다면, 일단 수강해보자. 예술의전당 음악아카데미는 오페라와 클래식을 중심으로 분야별 최고의 강사진과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꾸린 게 장점이다. 하반기 강좌는 ‘김상헌의 클래식 산책’, ‘서남준의 세계 문화와 음악’, ‘최은규의 클래식 카페’, ‘유형종의 올댓 클래식’, ‘홍준철의 지휘로 듣는 클래식’ 등 5개 클래식 강좌와 ‘홍승찬의 오페라와 발레이야기’, ‘유정우의 오페라 살롱’, ‘박종호의 오페라와 인간’ 등 3개 오페라 강좌로 구성했다. 이 중 신설된 ‘오페라와 발레 이야기’와 ‘지휘로 듣는 클래식’의 프리뷰 강좌를 마련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에 갖는 ‘오페라와 발레 이야기’는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난 오페라와 발레가 유럽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과 대표작을 살펴볼 수 있는 강좌. 오페라를 올리는 무대를 직접 둘러보고 발레 주역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이다. ‘지휘로 듣는 클래식’은 오후 3시에 열린다. 오페라나 교향곡과는 또다른 웅장함을 갖는 합창음악의 세계를 만나는 시간이다. 보고 듣는 감상에서 악보를 이해하고 직접 지휘법도 배우는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예술의전당 음악아카데미는 새달 25일부터 12월16일까지 이어진다. 수강신청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sac.or.kr)에서 할 수 있다. 수강료는 강좌별로 25만 5000~33만원(15주). (02)580-1450~1.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세계 어린이들 동심이 그대로

    ‘아빠! 나 물에 뽀뽀하고 싶어! 놔줘요.’(파블로 아빠) / ‘두 사람. 다른 두 자리. 거칠고 매끄러운 바위. 빠르고 느린 물. 하나는 차분하고, 하나는 흥분하고. 잠깐만, 나 올라간다! 잠깐만, 나 내려간다!’(폭포) 시는 단순하고, 또 문학적이다. 시와 나란히 붙은 사진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그 사진 속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가득 품고있다. ‘얘들아, 이리와 놀자’(뉴욕의 어린이들 시, 매그넘 사진, 박현영 옮김, 키다리 펴냄)에 실린 사진과 시가 그렇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작가들이 찍은 사진에 이야나 로웨(미국 뉴욕 사우스 브롱크스) 교사의 어린 학생들이 시를 적어 붙였다. 가장 오래된 사진은 1951년 것으로, 화가 파블로 피카소와 그의 아들 브라우디의 행복한 한때. 테러 위협으로 위태로운 이라크지만 바그다드 거리의 소년들은 놀이에 푹 빠졌다(2003년·일카 위모넨) 북한 원산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1982년·히로지 구보타), 다게스탄공화국의 폐허에서 놀고 있는 소년(2000년·토마스 드보르자크) 등 사진 속 어린이들은 시대와 국경을 넘나들지만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초등 전학년.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청와대·백악관에 관한 모든 것

    한국과 미국의 최고 권력 심장부는 어떤 모습일까. 건물의 물리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심장부의 작동방식이 궁금하다면 ‘청와대 vs 백악관’(개마고원 펴냄)에서 그 해답을 찾아도 되겠다. 한겨레 편집국 박찬수 부국장은 청와대 출입기자(2000~2002년), 워싱턴 특파원(2003~2006년)을 지내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궁중문화와 실용문화의 대비(위민관 vs 웨스트윙), 대통령 전용기의 비밀(코드 원 vs 에어포스 원), 최고 수준 경호팀의 아찔한 순간(육영수 피격 vs 케네디 암살), 대통령의 연설 방식(김대중의 ‘빌 게이츠’ vs 부시의 ‘악의 축’), 대통령이 접하는 최고급 정보(국정원의 일일 현안 보고 vs CIA 일일 브리핑), 대통령 인사권의 허와 실(낙하산 vs 스포일스 시스템) 등 저자가 건드린 분야는 청와대와 백악관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추가하게 된 ‘정치 보복’, 정권 인수인계 원칙의 모순을 꼬집은 ‘삭제된 이메일 vs 복구된 휴지통’, 지나친 종교적 믿음이 국정 운영과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 등은 현 정치의 맥락을 짚어 보는 데 도움을 준다. 대통령 참모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 기사화하지 못한 뒷얘기 등도 담았다. 1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죽음·미신 대해부 책 2권

    죽음·미신 대해부 책 2권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들은 점차 이성과 논리성으로 중무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고민을 풀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점쟁이나 영매를 찾고 굿을 벌이기도 한다. ‘전설의 고향’이나 ‘엑소시스트’ 같은 영매·심령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TV시리즈 ‘엑스파일’이나 ‘슈퍼내추럴’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많다. “세상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없어.”라며 냉정하고 합리적인 인간임을 과시하지만, 막상 4와 13이라는 숫자와 마주치면 왠지 기분이 찜찜하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사의 이면, 죽음과 미신을 다룬 책에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죽음에 관한 다큐… 300여가지 사망 원인 담아 일단 경고부터 하고 들어가야겠다. ‘이 책은 무지 흥미롭지만 심장이나 기(氣)가 약한 분들은 적나라한 사진에 깜짝깜짝 놀라고, 자다가 가위에 눌릴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죽음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좋을 ‘파이널 엑시트’(마이클 라고 지음, 이경식 옮김, 북로드 펴냄)에는 무려 300여가지의 사망 원인이 들어 있다. 저자는 뉴욕시경 소속 형사였던 아버지에게 다양한 살인사건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자연히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됐고, 10여년간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의학지식, 통계 등 400개가 넘는 자료를 근거로 이 책을 지었다. 교통사고, 방화, 지진, 익사, 전염병 등은 이 책에서는 평범한 사망 원인이라고 할 정도다. 몸에 좋다는 물이 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2000년1월 마약검사를 피하려던 한 여성은 13ℓ의 물을 단번에 마셨다가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낮아져 뇌와 폐가 부풀어 올라 죽었다. 맛있는 중국 음식을 먹다가 비명횡사한 사람도 있다. 2003년 뉴욕 퀸스에서 중국 음식을 먹던 남자는 땀을 흘리며 바닥을 뒹굴다 밖으로 달려나가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표면적인 사인은 무단횡단. 직접적인 원인은 맛을 돋우기 위한 글루타민산나트륨(MSG)으로, MSG가 단백질 합성을 돕지 못하고 반작용을 하면서 뇌와 신경세포에 손상을 입었다. 일명 ‘중국음식 증후군’이다. 고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실소를 자아내는 사례도 있다. 차가 벽에 부딪히면서 터진 에어백 때문에 운전자가 사망했다. 충돌 충격이 크지 않았기에 경찰은 사인을 약물 중독쯤으로 봤지만, 부검 결과 당시 운전자가 입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이 기도 안으로 들어가 질식해 숨졌다. ‘운전 중에는 막대사탕을 먹지 마시오.’라는 경고 문구를 만들어낸 사건이다. 회색곰을 너무 사랑한 한 남자는 알래스카 카트마이 국립공원에서 회색곰과 여름휴가를 보내려다 그대로 먹혀 곰의 일부가 됐고, 머리가 잘린 채 얼마나 오랫동안 의식을 유지하는지 알고 싶던 18세기 프랑스 과학자는 자신의 몸을 직접 실험 도구로 삼았다. 그 과학자는 단두대에 머리가 잘린 뒤에도 20번이나 눈을 깜빡이며, 머리와 몸이 분리돼도 최소 20초는 뇌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보내는 학교도 안전하지 않다. 미국에서 1992~1999년에 296명이 학교에서 사망했다. 1999년 컬럼바인고교 사건을 비롯해 상당수의 학교에서 172명이 총격사고의 희생자가 됐다. 1981년 자신의 요트로 여행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익사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나탈리 우드, 시체가 완벽하게 방부처리된 상태라는 소문이 있는 마릴린 먼로, 죽어 가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남긴 재즈계 거물 등 유명인의 사망도 다룬다. “죽음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저자가 수많은 죽음을 통해 하고 싶어 하는 말이다. 3만원. ●미신도 문화, 그러나 따라 하면 곤란하다 호프만 크라이어가 쓴 ‘독일미신사전’에는 미신을 ‘종교 교리에 근거를 두지 않은 초자연적 힘의 존재와 그 영향력’이라고 정의한다. 보통은 ‘잘못된 믿음’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렇게 넘겨버리기에는 미신의 역사는 길고 공고하다. 이번에 독일 프리랜서 작가 발터 게를라흐가 내놓은 ‘미신사전’(정명순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미신의 역사와 종류를 소개한다. 코가 가려우면 새 소식을 듣는다든가(가려움·코), 손바닥에서 미래를 본다든가(손금 보기), 글씨를 쓴 종이나 글자 모양의 빵을 구워 먹으면 기억력이 좋아지고(문자 마술), 검은 고양이와 검은 개는 악마의 전령이라 불길하다(검은 고양이)는 미신은 익숙하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우주의 힘에 기대 사람의 성격이나 운명을 예측하려는 바람이 녹아든 별자리는 1960~70년 문화현상에도 영향을 주었다. 정치혼돈에 따른 환멸에 대응하기 위해 전지구적 복리를 지향한 사고의 전환도 점성술에 근거하고 있다. 물고기자리 시대를 버리고, 물병자리의 새 시대를 맞이하자고 주장한 ‘뉴 에이지’이다. ‘마녀’는 미신의 대명사인 만큼 4쪽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마녀는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한편으로는 당대의 강하고 현명한 지식 여성을 일컫기도 했다. 1970년대 말 본격적으로 시작된 페미니스트 운동을 두고 ‘마녀가 돌아왔다.’고 한 것은 마녀 전통의 연장선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민간의학 중 일부는 우습기까지 하다. 부러진 다리에 의자 다리를 부목으로 대면 더 빨리 아물고, 귀통증이 있을 때 교회 탑에 올라가 가장 큰 종에 푸른 분필로 이름을 적으면 낫는다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눈병, 복통, 성병 등을 낫게 하려고 따라 했다가 병이 낫기 전에 죽을 수도 있겠다. 유럽 중심으로 소개돼 있어 한국의 전통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미신의 역사와 문화를 살피는 데는 도움이 된다.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그의 갈라는 차원이 다르다

    그의 갈라는 차원이 다르다

    8일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107호. 널찍한 연습실 한가운데 검은색 셔츠와 통 넓은 바지를 입은 발레리노 김용걸이 서 있다. 둔탁한 타악기 소리가 시작되자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정식 리허설이 아니라 조명을 위한 동선(動線)을 확인하는 연습이라 동작이 설렁설렁하다. 그러다 무용수의 본능이 올라왔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한다. 원시춤을 추는 듯 흐느적대다가 탱고처럼 열정적으로 발을 구르고, 일본 전통춤같이 새침한 듯 변화무쌍하다. ●김용걸과 친구들 11·12일 무용갈라콘서트 11~1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김용걸과 친구들’에서 그가 마지막 순서로 보여줄 모리스 베자르의 ‘아레포(AREPO)’다. ‘김용걸과’은 그가 9년간의 파리오페라발레단 생활을 접고 국내로 복귀해 갖는 첫 무대. 다시 돌아온 한국 최고의 발레리노의 무대라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연습을 막 끝낸 그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로 “2003년에 국내 무대에서 선보인 적이 있는 작품이다. 그때는 관객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 힘이 바짝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훨씬 편해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테크닉과 힘보다 섬세함과 표현력을 앞세우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그가 배운 것이다. 확실히 공연에는 김용걸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먼저 눈에 띄지만, 그게 다라고 생각하면 섭섭하다. 공연에 앞서 찾은 연습실에는 이날 무대를 위해 미국, 러시아, 독일 등에서 날아온 한국의 무용수들이 열심히 몸을 풀고 있었다. 최근 자주 열린 무용갈라공연처럼 흔한 레퍼토리를 유명 스타로 포장한 게 아니라 존 크랑코, 윌리엄 포사이드, 이칙 갈릴리 등 세계적인 안무가의 작품과 고전 발레, 현대 무용을 조화시킨 열정적인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다. “처음 서 보는 고국 무대라 공연이 너무 기대된다.”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효정은 파트너 알렉산더 존스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2인무를 추며 살랑거리는 몸짓으로 사랑에 빠진 남녀의 환희를 표현했다. 다른 작품인 갈릴리의 ‘모나리자’에서는 그 사랑스러움은 간데없이 전위적이고 역동적인 동작이 계속된다. 마이클 부블레의 ‘안개 낀 날(A Foggy Day)’이 흘러나오자 미국 콤플렉션스 컨템포러리 발레단의 조주환이 경쾌한 재즈 선율에 맞춰 작은 움직임을 빠르게 이어 갔다. 3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용수의 넘치는 개성과 에너지를 ‘짧고 굵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세계 각국서 날아온 무용수 총출동 이날 공연에는 또 1997년 김용걸과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2인무로 3위에 입상한 볼쇼이발레단의 배주윤이 남편 안드레이 볼로틴과 5년 만에 한국 무대를 찾아 ‘라 실피드’를 춘다. 싱가포르 댄스시어터의 박나리는 안무가 조주현의 ‘진주’를 초연한다. 이 공연을 위해 위촉한 작품으로 고전발레와 록을 접목했다. 아울러 미국 트리샤 브라운 무용단의 정현진, 영국 러셀 말리판트 무용단의 김경신은 각각 자신이 안무한 ‘식스(Six)’와 ‘망각(Oblivion)’을 선보인다. (02)3674-221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에 빠져볼까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에 빠져볼까

    서울시립교향악단은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명협주곡 시리즈’ 세 번째 무대를 올린다. 이 시리즈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사랑받는 협주곡의 세계를 살피는 시간으로, 모차르트와 슈베르트가 남긴 최고의 음악을 준비했다. 이날 무대에서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클라리넷 연주자 리카르도 모랄레스(사진 오른쪽·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수석)와 영국의 젊은 지휘자 마이클 프랜시스(왼쪽)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선사한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동시대 최고의 클라리넷 연주자인 안톤 슈타틀러를 위해 남긴 유일한 클라리넷 협주곡이다. 클라리넷의 음색을 과시하지 않고 순수하게 표현하면서도 악기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특히 우수 어린 선율이 흐르는 2악장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삽입돼 귀에 익숙하다. 협연자인 모랄레스는 21살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수석을 맡고, 29살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발탁된 뒤 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 단원으로 한무대에 서는 서울시향의 채재일 수석의 줄리아드 음악원 스승이기도 하다. 서울시향은 또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그레이트’와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도 연주한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인 ‘그레이트’는 그가 평생 존경했던 베토벤을 모델로 작곡한 것으로, 슈베르트 특유의 유려한 선율과 베토벤식 영웅적 면모가 결합돼 있다. 연주시간이 50여분이나 돼 너무 길다는 이유로 초연을 못한 채 묻혀 있다가 그가 죽은 지 11년이 지난 1839년 슈만과 멘델스존이 악보를 발견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날 지휘봉을 잡는 프랜시스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더블베이스 주자였다가 명지휘자들의 대타로 유명해졌다. 2007년 초부터 발레리 게르기예프, 존 애덤스를 대신해 지휘봉을 잡기 시작했고, 지난 1월 앙드레 프레빈을 대신해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조피 무터의 4차례 협연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새 얼굴로 부상했다. (02)3700-63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 단원들 새 둥지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해체로 일자리를 잃었던 합창단 단원들이 6개월여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1월 해고된 40여명의 단원 가운데 22명이 노동부의 일자리 창출사업 프로젝트인 ‘나라 오페라 합창단’ 오디션에 응모해 합격했다. 지난달 20일 출범한 나라 오페라 합창단은 국립합창단에 의해 운영되며, 정원은 전체 45명이다.문화부 관계자는 “해고 단원들 중 유학이나 프리랜서 등 다른 계획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디션을 통과했다.”면서 “단원들이 제기했던 민사소송 등도 모두 취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단원들의 복귀 첫 무대는 17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국립오페라단의 ‘마이 퍼스트 오페라’ 시리즈인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될 예정이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창경궁서 주말 국악 한마당

    고즈넉한 고궁에서 품격있는 아침음악회로 하루를 여는 것은 어떨까. 국립국악원은 11일부터 새달 29일까지(8월15일 제외) 매주 토요일 오전 7시30분에 창경궁 명정전 뒤뜰에서 ‘창경궁의 아침-국악의 아침을 거닐다’를 진행한다. 이 공연은 지난해 ‘궁궐공연문화 시리즈’의 하나로 시작됐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의 시조 2수, 샛노란 꾀꼬리(춘앵)의 아름다움 자태와 소리를 독무(獨舞)로 표현한 19세기 초의 궁중무용인 춘앵전, 전통 성악곡인 가곡을 연주하는 대금·단소 독주 등을 1시간 동안 연주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무용단 단원 20여명이 음악과 무용을 선사하며, 숙명여대 송혜진 교수가 해설을 곁들여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궁궐 입장료와 공연 관람은 무료이다. 관람을 위해서는 국립국악원 홈페이지(www.gugak.go.kr)에서 미리 신청을 해야 한다. (02)580-3300.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세계적 음악가들 실험무대 즐기세요

    세계적 음악가들 실험무대 즐기세요

    매년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실험적인 클래식 무대를 선보인 대관령국제음악제(GMMFS)가 22일부터 새달 14일까지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열린다. 6회를 맞은 올해 음악제의 주제는 ‘와츠 인 어 네임(What’s in a name)?’으로,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 중 “이름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장미라고 불리는 저 꽃도 이름이 어떻게 달라지든 향기는 결코 달라지지 않을 텐데.”에서 따왔다. ●저명연주가 시리즈 등 연주회 30여회 강효(바이올리니스트·줄리아드 음악원 교수) 예술감독은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곡가가 곡에 이름을 붙인 표제음악들을 소개하면서 이 표제들이 어떤 향기를 전달할지, 또 관객들은 어떻게 느낄지 함께 경험하는 기회로 준비했다.”며 “세계적인 음악가 10여명의 연주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제에는 저명연주가 시리즈, 음악학교, 떠오르는 연주자 시리즈 등 30여회 연주회가 진행된다. 알도 파리소 예일대 교수와 정명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지안 왕(이상 첼로), 이고르 오짐 모차르테움 음악원 교수, 김지연 서던메소디스트대 교수(이상 바이올린), 토비 애플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비올라)가 올해도 참여한다. 여기에 미국인으로 유일한 차이콥스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우승자인 엘마 올리베이라, 미하엘라 마틴(제1바이올린)·슈테판 피카드(제2바이올린)·노부코 이마이(비올라)·프란츠 헬머슨(첼로) 등 유럽 최고의 솔리스트로 구성된 미켈란젤로 현악4중주단이 합류한다. 이들은 클래식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탄둔의 ‘고스트 오페라’, 한국계 작곡가 얼 킴이 시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소프라노와 현악을 위한 세 개의 프랑스 시’, 가면을 쓴 연주자들이 나서는 조지 크럼의 ‘고래의 목소리’ 등 색다른 음악을 선사한다. 올해로 예일대 재직 50주년을 맞은 파리소 교수는 개막공연(31일)에서 지휘자로 나서 제자들과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5번’을 연주한다. ●음악도와 강원도민을 위한 자리도 장래가 촉망되는 음악도들을 위한 음악학교에는 2008년 롱 티보 콩쿠르 바이올린 우승자 신현수(22), 올해 주니어 차이콥스키 첼로 부문 우승자 이상은(16), 미국에서 바이올린 신동으로 꼽힌 엘리 최(7) 등 13개국 184명이 참여한다. 음악학교 교수 대표인 정명화 교수는 “음악학교는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해외의 훌륭한 연주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자리가 재능있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국제음악제는 강원도민들의 문화 항유 기회를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준비했다. 저명연주가 시리즈는 새달 11~13일 원주·강릉·춘천에서도 펼치고, 홍천에서는 떠오르는 연주자 시리즈(4일)를 갖는다. 춘천죽림동성당(22일), 원주제일장로교회(26일), 월정사 산사음악회(8월14일) 등도 무료로 준비했다. 자세한 일정은 음악제 홈페이지(www.gmmf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033)253-7497.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여름방학 어린이 문화프로그램 풍성

    여름방학 어린이 문화프로그램 풍성

    곧 시작되는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어떻게 하면 유익하게 보낼까 고민하고 있다면 우선 세종문화회관의 프로그램을 들춰보자. 정통 클래식을 즐기는 ‘베토벤 이야기’, 국악을 배우는 ‘국악여정’, 미술관 관람과 연극을 섞은 종합박람회 ‘와글와글 미술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재미와 교육 효과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기회다. ●클래식을 알기 쉽게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는 정통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베토벤 심포니 4번’과 ‘서머 클래식’ 등을 준비했다. ‘베토벤 심포니 4번’은 지난해부터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목표로 진행한 ‘베토벤 이야기’의 7번째 연주회. 교향곡 4번은 베토벤의 생애 중에서 가장 조용하고 낭만적인 시절의 작품으로, 3번 ‘영웅’과 5번 ‘운명’보다 훨씬 부드럽고 밝은 느낌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 오은지와 첼로 수석 정민영이 각각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2번과 생상스 첼로 협주곡 1번도 협연한다. 해설이 있는 연주회 ‘서머 클래식’은 새달 7~8일 열린다. 클래식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서현진 아나운서가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입문’ 해설을 하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등 친근한 작품을 연주한다. 19~20일 ‘피터와 늑대’ 공연에서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박태영 단장이 해설을 곁들인다. 로비에서는 극장관람 예절에 대한 짧은 연극과 음악 칼럼니스트 진회숙의 설명도 진행한다. 또 서울시합창단은 8월22일 가요, 영화음악, 뮤지컬 음악 등을 합창곡으로 편곡해 부르는 ‘조이 클래식’을 공연한다. ●시원한 우리 가락과 함께 우리 소리를 즐길 시간도 있다. 남산국악당은 8일부터 새달 19일까지 매주 화·수요일 ‘여름날의 국악여정’을 이어간다. 매주 화요일은 차세대 소리꾼 공연 ‘봉황 목멱(木覓)에 놀다’로, 올해 전주대사습놀이의 가야금병창 장원 박혜련(14일), 경서도소리를 잇는 남자 명창 이희문(21일), 가곡 전수 장학생 박민희(8월11일), 경제서도잡가 보존회(8월18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수요무대 ‘나비 꽃에 놀다’에는 연주와 춤이 어우러진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아쟁 연주자 허유성(8일), 서울시국악사랑동호회(15일), 청어람우리춤연구회(22일), 송영환 춤아리무용단(8월12일), 승무 이수자 백경우(8월19일) 등이 나선다. 연주자들은 가야금 명인 황병기와 이영희, 명창 안숙선 등으로 구성된 서울남산국악당 자문위원들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왼쪽 사진)이 새달 13일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가면무도회 ‘국악짱! 재미짱!’을 열고, 서울시청소년국악관현악단은 17일 탭댄스와 시나위 등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협연무대인 ‘클릭! 국악 속으로’를 준비했다. 한편 세종문회회관 미술관 별관에서는 미술 작품 감상, 체험, 연극이 어우러진 종합박람회 ‘와글와글 미술관(오른쪽)’을 9월27일까지 연다. 빛으로 변화하는 색을 체험하고, 색 혼합으로 점묘법을 이해하는 등 화가들의 탐구적 영감도 엿본다. (02)399-1114~6.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나이 마흔… 삶을 꽃피우는 女 리더들

    ‘여자 나이 40’이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젊지 않다는 허탈감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원숙한 아름다움과 새로운 기쁨을 맛보게 한다.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해리엇 루빈은 마흔을 넘겨서도 열정을 불사르는 여성 리더를 조명한 ‘시간을 정복한 여왕들’(최지아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 원숙한 여인의 대명사로 ‘모나리자’를 제시하며 “여성들은 자신을 시간이라는 위대한 화가가 그린 그림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여왕’은 나이에 구속받지 않고 삶을 당당하게 펼쳐가며, 인생 후반에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낸 존재들이다. 50대를 넘겨서도 창작열을 불태운 시인 에밀리 디킨슨, 45세에 의대에 진학해 호스피스 운동의 기틀을 마련한 시슬리 손더스, 남편에게 의존하던 연약한 여성에서 40대에 워싱턴포스트지의 발행인이 된 캐서린 그레이엄, 예순살에 미국 국무장관으로 임명돼 세계 속에 자신의 입지를 굳힌 메들린 올브라이트 등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나이에 맞게 행동하라.’는 말을 내뱉지 않는다. 지금까지 쌓은 재능과 기교를 조화시키는 자기발견법을 알려준다. 어떻게 해도 그 나이가 될 거라면 젊음을 좇기보다는 전방위적 아름다움을 찾는 게 더 낫다는 말이다. 1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난독증은 인류가 받은 최고의 선물?

    난독증은 인류가 받은 최고의 선물?

    신경과학자이자 예술가인 옥스퍼드대 캐서린 스투들리 교수는 단어를 읽을 때 다양한 기저층들이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하나의 피라미드 그림으로 표현했다. 맨 아래부터 유전자와 신경세포 뉴런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각·운동·개념·언어의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곰(bear)’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표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 재편성하는 과정인 독서는 인류 역사의 ‘기적적인 발명’이다. 그러나 요즘의 독서는 단편적인 정보 습득 수준에서 멈춘다. 독서의 핵심인 ‘사색하는 과정’은 경시된다. 소크라테스가 “글은 일방적이고 죽은 담론이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지혜를 발달시키기 위해서 끝없이 생각하고 기억해야 하지만, 기록은 기억을 파괴한다.”면서 독서를 반대하던 것보다 훨씬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정보습득 목적 독서의 한계 미국 터프츠대 아동발달학과 교수이자 인지신경과학자인 매리언 울프는 그의 저서 ‘책 읽는 뇌’(이희수 옮김, 살림 펴냄)에서 뇌과학을 기반으로 5000년 독서의 역사를 살피고, 독서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난독증과 창조성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한다. 인간은 뇌회로의 연결을 통해 문자를 읽고 그 안에 얽힌 상징을 이해한다. 뜻이 없는 가짜 단어를 볼 때는 시각 연합부위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지만, 진짜 단어를 접하면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분주하게 움직인다. 같은 유형의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글을 읽을 때도 비슷하게 반응한다. 표의음절 문자인 고대 수메르어권과 중국어권 사람들은 글을 보면 물체 인지에 사용되는 후두·측두의 주요 부위와 좌뇌·우뇌의 시각영역을 넓게 활성화한다. 반면 저자가 “혜안을 가진 통치자 세종대왕이 창제한 완벽한 문자체계”라고 설명한 한글이나 알파벳 같은 음소문자를 쓰는 사람들은 뇌의 측면인 두정부 주변을 활발히 사용한다. 독서와 두뇌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면 자연히 조기 독서교육의 필요성 문제가 대두된다. 아이들의 두뇌 발달을 위해서 어떤 방식의 독서교육이 필요하냐이다. 무조건 책을 떠안기는 ‘기능적인 독서’보다 언어적으로 부유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앤드루 바이밀러는 어휘력면에서 하위 25%에 속하던 유치원생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또래보다 독해 능력면에서 3년이나 뒤처진다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풍부한 어휘력이 독서량보다 중요 뉴런이 형성되기 전인 다섯살 때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이 일곱살에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보다 성취도가 낮은 경향을 언급하며, “더 많은 어휘를 접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내면화해 풍성한 이해력과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 아이가 책을 잘 읽는 아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난독증’은 반드시 고쳐야 할 것일까. 저자는 오히려 “책을 못 읽는 난독증은 인류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난독증을 겪은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등을 보면 그 의미가 이해된다. 확실히 난독증은 뇌 조직상 독서에 적합한 회로가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이것이 예술, 건축 등 다른 분야에도 미숙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좌뇌 대신 우뇌 사용이 더욱 활발해져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가능하게 하고, 형성되지 않은 좌뇌 유형의 회로들이 우뇌 유형의 회로들로 채워지면서 독서 이외의 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게 할 수도 있다. 저자는 “난독증을 겪는 아이들은 나름의 독특한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 난독증만 고치려다 이 잠재력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초월적 사고’야말로 책을 읽는 뇌가 이룬 가장 큰 업적이기 때문이다. 1만 4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日 성인비디오는 일그러진 에로스”

    지난 5월 일본의 성인영상물(성인비디오·AV) 스타인 아오이 소라가 방한했다. 한 공중파 방송은 아오이의 입국을 취재하고, 열혈팬이라는 고등학생의 인터뷰까지 담았다. ‘뒷골목 성문화’로 여겨지던 AV의 배우가 환대받는 세상이 됐다. 일본의 AV 시장은 규모가 1조엔으로 추산되는 거대산업이다. AV가 인터넷망을 통해 국내에도 유입되면서, 심지어 AV 배우를 ‘한국 학생들의 성교육 선생님’으로도 부른다. 단순히 세상이 변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일본 르포작가 이노우에 세쓰코는 ‘15조원의 육체산업’(임경화 옮김, 씨네21북스 펴냄)에서 일본 AV 시장을 해부하며 “AV는 일그러진 에로스에 가깝고 성 가치관과 폭력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당수의 AV 배우가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데도 상처를 치유받기는커녕 카메라 앞에서 성폭력 장면을 연기해야 한다. 표현 수위에 대한 계약도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다. 부당한 대우와 피해를 하소연할 곳도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AV가 보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뻔하다. 저자는 “AV산업에서 인권을 지키는 구조를 포함해 제작 현장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르포답게 현장이 생생하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우려도 엿보인다.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