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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인 듯, 현실인 듯… 그 희미한 존재를 쫓아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 어떤 게 현실이고, 어디까지 공상일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초반에는 읽어 내리기에 다소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점점 그의 문체에 적응할 즈음 어느새 마지막 단편에 다다랐다. 젊은 소설가 황정은(36)씨의 두 번째 소설집 ‘파씨의 입문’(창비 펴냄)은 확실히 매력이 있다.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7개 문학지와 2개 소설집에 실린 단편 9편을 모았는데 은근한 흐름이 읽힌다. 고씨와 한씨, 박씨와 백씨를 형과 동생, 형수님과 제수씨로 얽어 놓은 첫 단편 ‘야행’에서 이들의 가족관계가 어찌 이리되나 고민하다가 환상을 접해버렸다. “책. 책. 무슨 시계 소리가. 책. 책. 책. 그보다. 사람들은 내가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바쁘다.…저 사람들은 피를 흘리지도 않고, 눈물을 흘리지도 않고 싸운다. 무슨 재미가 있을까. 책. 책. 책. 책. 책.” 짤막한 대화가 이어지더니 곰이 시계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에 빠지자 온통 글투성이가 된다. 당혹스럽다. 숨 쉴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잡념 속으로 끌어들이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는 부조리극 한 편을 마무리해버렸다. 환상은 죽어 잊히는 것들로 이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죽은 원령의 시선으로 한 남자의 삶을 그린 ‘대니 드비토’와 3년째 떨어지고 있는 무언가를 그린 ‘낙하하다’, 다섯번 죽고 다섯번 살아난 길고양이의 삶을 그린 ‘묘씨생’은 있을 법하지만 관심을 두기에는 난감한 어떤 존재를 다뤘다. 그럴듯하게 사실적인데, 정작 존재의 유무를 대입하자니 어쩐지 오싹하다. “서쪽에 다섯 개가 있어.”라는 항아리의 목소리를 듣고 길을 나서는 ‘옹기전’이나 일일 바자회에서 양산 파는 아르바이트생의 하루를 담은 ‘양산 펴기’까지 이어지면 단편의 흐름은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인가 싶다. “귀신 붙는다.”며 내다 버리라는 부모의 호통에도 “마음먹고 버리면 거기가 버릴 데”라는 노인의 충고에도 항아리의 말을 쫓아가는 아이는(‘옹기전’), “자외선 차단 노점상 됩니다 안 되는 생존 양산 쓰시면 물러나라 기미 생겨요 구청장 한번 들어보세요 나와라 나와라 가볍고….”라고 엉킨 외침은(‘양산 펴기’)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희미한 존재에 귀 기울이도록 유도한다. 간결하면서 리듬감 있게 흘러가는 문장으로 긴장감을 전달하는 기교, 서사(敍事)가 환상이 되고 환상을 다시 현실로 옮겨 오는 이음새가 마지막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이 작가의 매력이다. 1만 1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문제아에서 전교 1등 된 공부 비법

    문제아에서 전교 1등 된 공부 비법

    학교에서 알아주던 문제아 최대호(환일고 3)군은 3년 만에 전교 1등 모범생으로 변신했다. 올해 고려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한 최군이 말하는 공부법은 ‘교과서 위주’가 아닌 ‘생활 습관의 변화’다.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최군의 습관 바꾸기 프로젝트가 25일 밤 12시 5분에 EBS ‘공부의 왕도’에서 공개된다. 최군이 성적을 올리기로 결심한 계기는 자신을 걱정하며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말썽만 부리던 최군이 갑자기 성적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특히 없던 공부 습관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우선 최군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나섰다. 친구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를 없애고 컴퓨터를 멀리하는 등 외부 요인을 차단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길렀다. 책상에 앉긴 했지만 기본기가 부족한 언어와 수리 영역은 공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공부 시간은 늘었는데 효율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최군은 영어 단어책을 꺼냈다. 단어 암기는 영어 기틀을 잡는 중요한 선택이었다. 영어 문제가 술술 풀리자 성취감이 생겼고 이는 곧 다른 과목에 대한 흥미로 이어졌다. 암기 위주의 내신 성적은 1등급으로 올렸지만 모의고사는 이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군은 다시 기초로 돌아갔다.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교과서를 처음부터 반복해서 읽고 쓰며 본격적인 개념 공부에 돌입했다. 수리영역에서도 습관을 만들었다. 이런 습관은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생활 습관을 바꿔 성적을 올리는 왕도, 최군의 일상을 참고할 만하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문학경지로 끌어올린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미국 추리소설 작가 대실 해밋(1894~1961) 소설 전집이 출간됐다. 해밋은 ‘미국 탐정소설의 아버지’, ‘하드보일드 스타일 추리소설의 개척자’ 등 명성을 얻은 작가로, 활동 기간 12년 동안 출간한 작품 5권이 모두 극찬을 받았다. 해밋 소설이 한국 독자를 찾게 된 것은 저작권 보호 기간이 종료됐기 때문.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된 저작권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후 50년이던 저작권 보호 기간이 70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유예기간 2년을 두고 있어 2013년 6월 말까지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덕에 해밋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해밋의 소설이 갖는 장점은 극사실주의. 신문 배달원, 사환, 철도화물관 등 온갖 직업을 거쳐 1915년 핑커턴 탐정사무소 볼티모어 지부에서 탐정으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기반으로 했다. 1922년 첫 단편 ‘마지막 화살’을 발표하면서 작가 경력을 시작하고 단편을 연달아 발표한 뒤 1928년 데뷔작 장편소설 ‘붉은 수확’을 완성했다. “턱 일부가 날아가고…또 한 발의 총알은 넥타이와 칼라를 뚫고…한 팔은 구부러진 채 몸통 아래 깔려…” 같은 묘사는 지금 봐도 충분히 ‘하드보일드’(냉혹·비정)하다. 황금가지는 탐정 사무소에서 함께 활동하던 선배 탐정인 제임스 라이트를 주인공으로 한 ‘붉은 수확’과 ‘데인가의 저주’를 비롯해 탐정소설을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세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몰타의 매’, 밴 다이크 감독의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그림자 없는 남자’, 해밋 자신이 최고로 꼽은 ‘유리열쇠’까지 5권을 한꺼번에 냈다. 김우열·구세희 옮김. 각 9000원. 저작권 보호 기간 종료로 한국 독자를 찾은 작가는 또 있다. 최근 출판 봇물을 이룬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다. 민음사는 헤밍웨이의 첫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비롯해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어라’를 줄줄이 냈다. 한겨레출판사는 ‘태양은 다시 뜬다’라는 제목으로 선보였고, 문학동네는 ‘노인과 바다’를 영문판과 묶어 내놓았다. 열린책들을 비롯한 다른 출판사들도 세계문학전집에 포함시킬 작품을 준비 중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생물 진화에 담긴 51가지 수수께끼

    ‘육류 소비는 기후온난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축산은 많은 사료 곡물을 소비하고, 배설물로 환경을 오염시킨다. 소 한 마리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하루 280ℓ에 이른다. 그런고로 인간은 육식보다는 채식을 해야한다.’ 채식주의자의 논리이거나 환경론자의 당위성이다. 인류는 본래 채식생활을 했기 때문에, 채식이 문제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인류를 비로소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뇌의 활동을 생각하면 채식만으론 부족하다. 성인 뇌는 1300~1600㎤ 크기로, 몸 전체의 2%뿐이지만 에너지 소모는 20%에 달한다. 원활한 작용을 위해서는 단백질과 지방 보충이 필수다. 만약 먹이 종류를 식물성에서 동물성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인류는 유인원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독일의 진화생물학자인 요제프 H 라이히홀프는 기존 환경운동가의 기준으로 볼 때 궤변론자에 가깝다. 이런 논조뿐만 아니라 앞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지난 1000년간의 간추린 자연사’를 봐도 그렇다. “과거 온난기에 매우 다양한 종이 출현했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기 때문에 기후온난화는 재앙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면서 환경운동가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그의 신작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박병화 옮김, 이랑 펴냄)에는 온갖 ‘왜’를 던지며 진화에 담긴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다시 ‘뇌’를 얘기해보자. 출산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것은 인간의 뇌가 지나치게 큰 탓이다. 인간의 아기가 출생 직후 유인원 새끼보다 능력이 탁월하지 않다면 차라리 출산이 쉽도록 태어날 때 머리 크기를 줄이고 성장하면서 커지는 편이 더 실용적인 진화였을 수 있다. 하지만 생후 몇년 사이에 지금의 크기가 되기에는 성장이나 에너지 소비 능력상 무리다. 그럼 아이를 낳는 골반뼈를 좀 더 키우는 것은 어떤가. 이 경우에는 직립 보행이 힘들어진다. 서서 걸을 때 내부기관에 압력이 가해져 임신할 경우 태아가 골반 바닥을 내리 누르고 심하면 탈장 현상까지 일어날 수 있다. 고통스러운 출산은 직립보행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저자는 책에서 이런 인간의 진화를 포함해 51가지 질문을 던지고 대답한다. 새 깃털의 기능에 이어, 공작의 화려한 깃털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한다. 뻐꾸기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를 대고, 과연 인류의 책임인지도 묻고, 도시가 진정 동물에게 위협적인 곳인지까지 이야기한다. 이 많은 질문들 사이에 묘한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 곳곳에 환경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오만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을 보면, 궤변론자가 아닌 다른 의미의 환경보호론자라고 할 만하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달인’ 김병만이 그리는 일과 사랑

    ‘달인’ 김병만이 그리는 일과 사랑

    따뜻하고 훈훈한 가족을 그린 명절용 단막극이 크게 줄었다. 이번 설 명절에는 지상파 TV 중 SBS만 명맥을 유지했고, 케이블채널은 해외 TV시리즈로 안방을 찾는다. SBS는 20일 오후 11시부터 ‘달인’ 김병만을 전면에 내세운 설날특집드라마 ‘널 기억해’를 연속 방송한다. ‘내사랑 못난이’,‘가문의 영광’,‘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등을 집필한 정지우 작가와 ‘왕의 여자’,‘사랑공감’,‘그 여자가 무서워’ 등을 연출한 정효 PD가 만났다. 2010년 월화드라마 ‘별을 따다줘’에서 환상호흡을 보인 작가와 PD의 만남이라 기대감이 크다. 드라마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로 지낸 덕수(김병만), 은수(이영은), 강수(김진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광고기획사에 다니는 은수와 강수, 아버지를 도와 구두가게에서 일하는 덕수는 삶의 행로와 성격은 다르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 2001년 크리스마스 즈음 회사생활에 염증을 느낀 은수는 사표를 내고, 강수는 은수의 아이디어 덕에 회사에서 인정받아 승승장구한다. 덕수는 동네에 선물가게를 연 은수를 돌봐주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게 된다. 그리고 세 사람의 세월은 또 흘러간다. 제작진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삶이 무엇이고, 한결같이 곁을 지키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과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선물과 같은 사랑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널 기억해’에는 백일섭, 정애리, 하승리, 박형식, 주지원 등도 출연해 감동을 전한다.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은 22~24일 매일 오전 7시부터 4시간 동안 ‘모던 패밀리’ 8편을 연속 방송한다. 딸뻘인 여성과 재혼한 아버지, 철없는 남편과 개성 강한 세 아이를 키우는 딸, 남자와 사는 아들 등 독특한 세 가족이 만들어 내는 유쾌한 이야기이다. 중간중간에 주연들의 인터뷰가 들어가는 ‘페이크 다큐 시트콤’으로, 2010년 제62회 에미상 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최근 열린 제69회 골든 글로브에서도 작품상을 받았다. 스토리온은 ‘2012 홀리데이’ 시리즈로 23~24일 오후 6시부터 ‘클로저 시즌6’ 10편을 편성했다. 수사물에서는 드문, 여성이 주인공이다. 큰 가방이 트레이드마크인 LA경찰청의 여성 국장 브렌다가 범죄의 자백을 받아내는 특기를 살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깨소금 같은 재미를 준다. 중화TV는 2012 신년 특집 대작 ‘경세황비’와 최강 전쟁 역사극 ‘대진제국’을 처음부터 연속으로 볼 수 있는 설 특집 ‘본방 따라잡기’도 마련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흥겨운 우리 가락 어깨춤 덩실덩실

    흥겨운 우리 가락 어깨춤 덩실덩실

    올 설 연휴는 주말을 끼고 있어 길지 않다. 그래도 여느 해 못지않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관객 맞을 준비를 하고 있어 짧은 연휴라도 충분히 알차게 보낼 수 있다. ●국악 들으며 액운 씻고 희망 찾고 국립국악원은 설 당일인 23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과 야외광장에서 ‘미르(龍)해의 새아침’을 공연한다. 1부 ‘벽사(?邪)-나쁜 기운을 물리치고’에서는 ‘열두 달 액살풀이’로 시작해 궁중무용 ‘처용무’, 남도잡가 ‘보렴’ 등을 선보이며 묵은 해의 액운을 씻는다. 2부 ‘진경(進慶)-경사를 맞이한다’는 용이 승천하는 2012년에 모든 이들에게 경사가 있길 바란다는 의미로 준비했다. 창작악단이 들려주는 국악관현악곡 ‘춘설’, 남자 무용수들의 힘찬 몸짓을 느낄 수 있는 ‘북춤’, 연희컴퍼니의 타악퍼포먼스 ‘유희’, 창작악단의 실내악 편성 ‘판놀음, 신풀이’를 차례로 연주한다. 사회자로 나선 소리꾼 이자람도 ‘판소리 단가 중 사철가’를 들려준다. 공연 시작 전에는 야외광장에서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 체험을 할 수 있다. 전석 1만원. (02)580-3300. 서울 정동극장은 21~24일 야외 쌈지마당에서 제기차기, 고리 던지기, 투호 던지기 등의 놀이를 준비했다. 설 전후인 22일과 24일에 전통 뮤지컬 ‘미소’를 관람하는 관객 모두에게 전통 한과를 선물한다. (02)751-1500. ●서울 도심에서 즐기는 우리 가락 세종문화회관은 세종·충무공이야기와 미술관 등 전시관과 서울남산국악당 등에서 공연과 전시, 세시 풍속 프로그램을 펼친다. 서울 중구 필동 한옥마을 안 서울남산국악당은 23~24일 새해 희망 콘서트 ‘신년 아리랑’과 전통 문화체험 프로그램 ‘설맞이 미수다(美秀茶)’를 연다. 클래식·재즈·아카펠라 등 다양한 장르와 우리 민요를 접목해 온 소리꾼 김용우가 지역 특징을 살린 아리랑을 신명나게 풀어낸다. 전석 1000원으로 즐길 수 있다. 이 기간 오후 1시부터 5시 사이에는 앞 마당에서 사물놀이와 길놀이, 제기차기, 떡메치기 등 설날 세시풍속을 즐길 수 있다. 20~24일 남산국악당 국악체험실에서 열리는 ‘설맞이 미수다’는 우리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가래떡 썰기, 다례 체험 등 전통 설 풍속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02)2261-0515. 삼청각은 23일과 24일 오후 5시 디너 콘서트 ‘까치까치 설날’을 준비했다. 소리꾼 남상일과 박애리가 판소리 ‘춘향가’, ‘흥부가’, ‘심청가’ 세 마당을 들려주고 삼청각 국악 앙상블 ‘청아랑’이 흥겨운 연주를 선사한다. 한국 전통의 세시풍속과 공연, 한정식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02)765-3700. 이 밖에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는 역사문화 체험 공간 ‘세종·충무공이야기’에서는 체험과 국악 공연이, 북서울꿈의숲 아트센터에선 2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물놀이와 전통 윷놀이등 잔치마당이 준비돼 있다. ●궁(宮)과 능()에서 제대로 즐겨 문화재청은 설 당일인 23일 세화를 나누는 행사를 갖는다. 세화는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왕과 신하들이 서로 주고받던 그림으로, 임진년을 맞아 경복궁 사정전 안에 그려진 운룡도(雲龍圖)를 세화로 제작했다.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종묘 등 궁과 동구릉·선릉·융릉·장릉·정릉·영릉·서오릉 등 조선 왕릉에서 선착순으로 증정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경복궁 홍례문 광장에서는 오후 2시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주관으로 국왕이 세화를 하사하는 모습을 재현한다. 영릉과 동구릉, 선릉, 융릉, 장릉, 정릉에서는 설날을 전후해 전통 민속놀이마당을 운영한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궁궐(창덕궁 후원 제외)과 종묘, 조선 왕릉을 무료로 개방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美 공화당 첫 경선 1위 롬니가 아니었다

    美 공화당 첫 경선 1위 롬니가 아니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의 최종 개표 결과가 바뀌었다. 아이오와주 코커스 재검표 실시 결과 당초 1위로 발표됐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2위인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에게 뒤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현지 언론 ‘디모인 리지스터’가 19일(현지시간)공화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3일 실시된 코커스 당일 밋 롬니는 8표 차로 릭 샌토럼을 이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재검표를 통해 공인된 득표수는 샌토럼이 2만 9839표로 롬니(2만 9805표)보다 34표 앞섰다. 하지만 8개 선거구의 투표용지가 분실됐기 때문에 승자는 발표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롬니 선거 캠프 측은 성명을 내고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가 실질적으로 무승부였음을 다시 입증했다.”며 “우리는 샌토럼이 아이오와주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뒀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경선레이스 초반 최대 분수령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21일)를 앞두고 남부 출신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추격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상징적인 의미가 컸던 첫 경선 결과의 번복은 롬니에게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잇단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른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이날 경선 도전을 중단하고, 깅리치 전 하원의장 지지를 선언할 것이라고 CNN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작가는 행동하는 존재… 작품으로 새 길 개척을”

    “작가는 행동하는 존재… 작품으로 새 길 개척을”

    한국 문단을 빛낼 문인의 첫걸음을 축하하는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1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시상식에는 부문별 당선자 6명과 심사위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참석해 당선의 기쁨을 서로 나눴다. ●“작가의 길은 운명… 정체성 떨칠 수 없어” 이동화 서울신문사 사장은 축사를 통해 “해마다 뛰어난 작품으로 당선자가 된 많은 작가분이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역사와 함께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서울신문은 앞으로도 당선자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서늘한 비판자가 될 테니 여러분 역시 한국 문학을 빛낼 수 있는 문재를 가꾸는 데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시상식에는 올해 심사위원인 소설가 윤대녕 동덕여대 교수, 시인 방민호 서울대 교수(이상 소설 부문), 송찬호 시인(시 부문), 장성희 연극평론가, 노이정 서울예대 교수(이상 희곡 부문), 김종회 경희대 교수(평론 부문), 이근배·한분순 시인(시조 부문), 조대현·이상권 동화작가(동화 부문)가 자리해 당선자들에게 격려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윤대녕 교수는 심사위원 대표로 건넨 격려사에서 “작가의 길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서 달아나려고 해도 정체성을 떨칠 수 없음을 느끼면서 기꺼이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라는 어려운 길로 들어선 여러분이 행동하는 존재로서, 작품을 통해 새로운 길을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다시 출발선에… 더욱 열심히 글 쓰겠다” 시상과 함께 수상자들의 다양한 소감이 이어졌다. ‘저무는, 집’으로 시 부문 당선자가 된 여성민(45)씨는 “읽어도 읽어도 늘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읽고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모기’로 희곡 부문에서 당선된 신광수(필명 하우·38)씨는 “20대에 연극 무대에 올라 가슴이 벅차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돌고 돌아 다시 첫 출발선에 선 듯하다. 열심히 글을 쓰고 연극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암, 강 건너 길을 묻다’를 쓴 시조 부문 당선자 김종두(52)씨는 “시조의 멋과 맛에 다가가려고 했지만 번번이 무릎을 꿇고 번민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동안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시조가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 문인 모임인 서울문우회의 장윤우 회장은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이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이번 당선자들도 대단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미소뒤 긴장감… 11분간의 탐색전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회동했다. 한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회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실로 박 위원장을 방문하는 형태로 이뤄진 이날 만남에서 두 대표는 국민의 삶과 공천 개혁 등을 화제로 덕담을 나눴다. 나지막한 목소리, 부드러운 말투로 진행된 11분간의 상견례였지만, 대화는 단 하나의 군더더기나 흐트러짐이 없이 꽉 찬 느낌을 주었다. 시종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두 대표는 각자 할 말은 다 하는 모습을 보여 향후 총선에서의 가파른 대치를 예고했다. 위원장실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박 위원장은 한 대표가 들어오자마자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이후 두 사람은 두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자리에 앉은 뒤 박 위원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박 위원장 (선출된 뒤) 첫 일성이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봤습니다. 저도 기대를 많이 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다를 수 있겠지만 국민의 삶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 목표가 같다는 점에서 여야가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한 대표 우리나라 정치사상 처음으로 여야 대표에 여성이 됐습니다. 올해 여성들이 앞장서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후진적인 정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일을 같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대표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박 위원장은 선거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공천을 국민들께 돌려드려야 한다.”면서 국민참여경선과 모바일 투표 등을 도입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에 협력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한술 더 떴다. 준비해 온 서류봉투를 꺼내 들고는 “그렇지 않아도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준비해 온 게 있다.”고 말하고는 봉투를 곁에 배석한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에게 건넸다. 웃음이 이어지는가 싶던 상황에서 한 대표는 돌연 민감한 의제를 꺼내들었다. 얼마 전 BBK사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 수감된 ‘나꼼수’ 정봉주 전 의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 대표는 “지금 정봉주 전 의원이 감옥에 있다. 표현의 자유와 연계된 정치탄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회에 소위 ‘정봉주법’이 발의됐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월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한 대표는 “정 전 의원과 같은 피해가 안 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탁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정개특위에 있나요?”라며 관심을 보인 뒤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당의 수장이 된 여성 대표들은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박 위원장에게 “많이 어려우시죠.”라며 한나라당 비대위 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 위원장의 근황을 물었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같은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바쁘시겠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당선의) 기쁨은 한순간이었지만 어려움이 닥치기 때문에 박 위원장은 참 어렵겠다고 생각하면서 왔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건강하시고 같이 힘을 합해서 국민의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해 좋은 정치가 시작되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박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던 한 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박 위원장이 굉장히 혁신을 해서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심정이 엿보였다.”면서 “그래서 진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여야 여성 대표들이 정치의 품격을 올렸으면 하는 강한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강주리·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여야 ‘국민경선’ 2월국회 입법 추진

    여야 ‘국민경선’ 2월국회 입법 추진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17일 2월 임시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위원장과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4·11 총선에서 개방형 국민경선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5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취임 인사차 방문한 한 대표에게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공천을 힘있는 몇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께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하고 “국민경선이 부작용 없이 정착되려면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해야 되는데 총선까지 시간이 별로 없는 만큼 양당이 하루빨리 선거법 개정 논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관련 입법 추진을 제의했다. 한 대표도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국민들이 직접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폭발적”이라면서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면 국민 뜻에 맞는 공천혁명이 이뤄지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여야 대표들의 이 같은 논의에 따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총선에 대비한 선거법 개정 등 제도 마련에 착수할 전망이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야가 의견을 달리해 논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15일 전당대회에 앞서 민주당이 최초로 선보인 모바일 투표 경선 방식을 언급하며 “모바일 투표는 많은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워 참여가 높았다.”면서 “공천할 때에도 모바일 투표를 할 예정인데 어느 지역에 사는 사람인지를 밝히기가 어려운 만큼 정보통신망법이나 선거법 등이 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에서는 모바일 투표가 투표 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효도, 어렵지 않아~요

    효도, 어렵지 않아~요

    새해를 맞을 때마다, 명절에 고향 가는 길에서 하는 다짐 중 하나가 ‘효도’가 아닐까. ‘올해는 잘해 드려야지.’라고 마음 먹지만 자주 찾아뵙는 것 외에 무엇이 있을까 고민스럽다. 여기 추천 할 만한 공연을 모았다. ●‘이미자 콘서트’ 한국의 가요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수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가 올해도 어김없이 관객을 찾아간다. ‘이미자, 붉은 동녘에 바치는 부모님 전상서’라는 제목으로 올리는 효(孝) 콘서트는 2월 4일부터 경기도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시작으로, 고양 아람누리(5일), 충남 천안시청(11일), 경남 마산 3·15아트센터(12일)에서 열린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래 음반 560여장과 노래 2000여곡을 발표한 한국 가요의 살아 있는 전설, 이미자는 이번 공연에서 불후의 명곡 ‘동백아가씨’를 비롯해 ‘섬마을 선생님’,‘기러기 아빠’, ‘황포 돛대’,‘울어라 열풍아’ 등 주옥 같은 명곡 20여곡과 ‘노래는 나의 인생’,‘내 노래 40년’,‘내 영혼 노래가 되어’ 등 기념음반에 수록된 곡을 노래한다. 방송인 김동건의 구수한 입담과 20인조 악단의 선율이 함께하는 이미자 콘서트는 부모님께 드리는 아련한 추억 선물로 부족함이 없다. 1588-3154. ●김영임 ‘효 대공연’ 소리꾼 김영임도 2월 4일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국악과 드라마,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효 대공연’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37년간 소리꾼으로 살아온 김영임이 선사하는 이 공연은 아름다운 우리 소리에, 인간의 생로병사와 부모님의 은혜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담은 연극을 덧댄 ‘국악 뮤지컬’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영임의 히트곡인 ‘회심가’를 비롯해 35주년 기념음반에 수록된 신곡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출연진이 더없이 화려하다. 오랫동안 무대에 함께 서 온 지인들로서 장모 역에 탤런트 사미자가, 어머니 역에는 탤런트 서우림이 출연한다. 남편인 코미디언 이상해는 장인 역을 맡았다. 이 밖에 의정부시립무용단, 흥겨운 민속 굿 반주에 KBS민속반주단 최우칠 단장 등 60여명이 아름다운 전통 무대를 꾸민다. 이 공연은 2월 25일 경기도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도 이어진다. (031)790-7979. ●‘친정엄마와 2박3일’ 총 누적 관객 수 15만명을 기록한 대표적인 창작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이 올해도 관객의 눈시울을 붉힐 채비를 하고 있다. 푸근한 국민배우 강부자와 단아한 이미지의 전미선이 출연하는 이 공연은 ‘엄마와 같이 보면 좋을 공연’ 추천 리스트 1순위를 놓치지 않는 작품. 혼자 잘나서 잘사는 줄 알던 못된 딸과 이 세상에서 제일 보람 있는 일이 딸을 낳은 것이라는 친정엄마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담았다. 대표적인 애증 관계인 엄마와 딸 사이를 최고의 연기력과 탁월한 연출력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2월 4~5일 경남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과 18~19일 고양 어울림누리에서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1688-6675.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베네수엘라 야생동물의 천국 ‘야노스’

    베네수엘라 야생동물의 천국 ‘야노스’

    두드러진 자연미와 극적인 대비를 품은 남미의 관문 베네수엘라. EBS ‘세계테마기행’은 베네수엘라의 속살을 담은 ‘자유의 고향, 베네수엘라’를 방영한다. 베네수엘라는 남아메리카 대륙 가장 위에 있는 나라로, 다양한 자연환경을 품고 있다. 북쪽은 낭만의 카리브 해안이다. 이곳에는 코코넛 야자수로 수놓아진 3000㎞에 이르는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다. 북동부 끝 안데스 산맥에 놓인 최고봉 피코볼리바르(4979m)는 만년설을 자랑한다. 베네수엘라의 중심부 야노스 평원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오면 찌는 듯한 아마존 분지를 만난다. 오리노코 강과 야노스로 대표되는 아마존 정글엔 아나콘다와 카피바라를 비롯한 진기하고 흥미로운 동식물이 풍부하다. 정글 인디오의 문화와 함께 남미와 스페인의 양식이 혼합된 크리오요 문화가 아직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16일 오후 8시 50분에 방송되는 베네수엘라의 모습은 야생동물의 보고(寶庫) 야노스를 담았다. ‘야생과의 만남, 야노스’에서 악어, 카피바라, 7m에 이르는 거대한 아나콘다와 희귀한 야생 새들을 살피고 야노스 평원을 질주한다. 앵무새와 아이들이 어울려 뛰어노는 작은 소학교에서는 아이들과 3박자의 베네수엘라 전통춤 ‘호로포’를 추며 남미의 열정적인 문화를 만끽한다. 17일 2부 ‘카리브의 추억, 로스로케스’에서는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바다, 고운 백사장, 산호들이 만든 군도로 이루어진 남미 최고의 휴양지 로스로케스를 소개한다. ‘어부들의 천국’으로도 불리는 로스로케스에서 280여 종에 달하는 물고기와 60가지가 넘는 산호 등으로 가득한 천연 수족관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이어 안데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도시이자 만년설로 덮인 ‘메리다’에서 유쾌하고 친근한 여행자들과 송어 요리 트루차를 맛보는 ‘안데스의 선물’(18일), 남미를 해방한 시몬 볼리바르와 라틴 재즈의 발상지 카라카스를 조명한 ‘저항, 그리고 정착의 역사’(19일)를 각각 방송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친노계 ‘민주 주력’으로 당내 세력 대재편 예고

    친노계 ‘민주 주력’으로 당내 세력 대재편 예고

    민주통합당 1·15전당대회에서 한명숙 후보가 대표에 선출된 것은 친노(親) 세력의 부활을 통한 민주당 접수를 예고한다. 한 대표는 문성근 최고위원 당선자와 함께 이번 전대 흥행을 이끌었다. 초반은 한 후보가, 중반 이후 문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며 현 정부 출범 뒤 폐족(廢族)으로 몰렸던 친노 진영의 부활을 이끌었다. 민주당의 전통적 주력인 호남세력의 쇠락과 극적으로 대비되며 세력 대재편이 예고된다. ●‘대주주’ 호남세력 쇠락 민주당 대의원들과 시민들이 동시에 한 대표를 선택하면서 민주통합당의 정책은 통합 이전 민주당의 정책틀을 유지하면서도 총선에 대비, 진보 색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서민과 중산층을 기반으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주장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한·중 FTA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 같다. 한 대표는 이날 연설 등을 통해 “99%의 서민이 이기는 시대를 만들겠다. 복지가 이기는 시대를 만들겠다.”며 정책과 노선 혁신 의지를 밝혔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좀 더 좌클릭(진보 색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천 여부는 미지수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어 진보 색채를 강화해 한나라당과 차별화를 기하려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산 지역 출마를 선언한 문 최고위원이 2위 돌풍을 일으키면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노 세력의 ‘낙동강벨트’ 확대 전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인 문재인 이사장, 잠재적 주자인 김두관 경남지사의 부상으로 연결될지도 주목된다. 호남 중심 옛 민주당 세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세력재편 과정의 진통도 예상된다. 합당 전 민주당은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등 최고위원 대다수가 호남 출신이었다. 한 대표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민주당 전통지지세력을 ‘수십년간 민주당을 묵묵히 지켜온 뿌리’라고 표현했다. 박영선, 이인영 최고위원 등 중간 세대의 지도부 진입은 민주통합당이 세대교체를 실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서 2040세대의 지지를 흡수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대를 통해 시민세력의 제도정치권 진입이 실현돼 민주당이 통합 정당·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었다는 평이다. ●총선 대비 진보색채 강화할 듯 민주당 전당대회는 그간 호남 대의원들의 표심에 전적으로 기댔다. 그래서 호남에 고립된 폐쇄적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모바일투표를 통한 일반 시민의 대대적인 참여가 민주당의 폐쇄성을 해소시켰다는 평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시민참여 정치 실험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80만명의 매머드급 선거인단이 참여, 시종 예측을 불허하게 해 전당대회 흥행 성공의 요인이 됐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번 전대를 통해 원내 중심의 대중 정당에서, 유권자 중심의 열린 정당으로 변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 나온다. 앞으로 지도부가 모바일 투표로 중요한 당론을 결정하는 식의 새로운 정치 실험들을 해 갈 분위기다. 민주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새로운 지도부와 전통 민주당 지지세력의 화학적인 결합이 이루어져야 총선,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위 당직, 중하위 당직 인선에서 계파 간 대립도 우려된다. 국민참여경선이 주를 이룬다지만 총선공천과정의 잡음도 최소화해야 한다. 전통 지지세력의 소외감, 박탈감도 해소해 줘야 한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월요 포커스] 한나라 개혁 4대 포인트

    [월요 포커스] 한나라 개혁 4대 포인트

    한나라당의 공천 개혁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당장 4월 총선 지역구 공천에 여성과 20·30대의 비율을 4년 전 18대 총선의 2배로 늘리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주말인 14~15일 분과별 회동을 갖고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공천 기준 등을 논의했다. 공천 개혁안은 16일 비대위 전체회의를 거쳐 설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 전까지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물갈이 신호탄 ‘현역 배제’ 최대 관심사는 ‘물갈이 공천’의 잣대가 될 현역 의원 교체 기준이다. 정치쇄신분과는 ▲교체지수(30%) ▲경쟁력(30%) ▲의정 활동(20%) ▲지역구 활동(20%) 등 4개의 정량적 평가항목을 제시했다. 공천심사위의 재량적 판단이 개입해 ‘공천 학살’의 도구로 악용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김세연 비대위원은 “참고 자료로만 활용할지 현역 공천 배제 잣대로 적용할지는 좀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당규에 명시된 11개 항목의 공천 부적격 기준 외에 도덕성 기준을 추가하기로 했다. 예컨대 성희롱과 같은 파렴치한 범죄나 부정·비리 범죄에 대해서는 공천에서 전면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전체 지역구(현재 기준 245곳)의 20%를 차지할 전략공천 지역 선정 작업 역시 현역 의원 교체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강남권과 영남 지역 등 강세 지역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텃밭 물갈이설’과 ‘현역 비례대표 공천 배제설’ 등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성·2030 인재 영입 2배 확대 현역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는 인재 영입으로 이어진다. 인재영입분과가 마련한 ‘인재 영입을 위한 지역대표 선발 기준안’에 따르면 지역구 공천의 25%(61곳)를 성별·연령별 인구 비례를 감안해 여성과 20·30대에 우선 배정하도록 제안했다. 이 경우 전체 인구의 50.3%를 차지하는 여성과 39.0%를 차지하는 2030세대 후보는 각각 31명(61곳×50.3%), 24명(61곳×39.0%)이 나올 수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 18대 총선 당시 지역구 공천에서 여성 후보가 18명, 30대 후보가 1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분과 위원장인 조동성 비대위원은 “인구 비율대로 공천하는 것은 당장 현실화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구의 4분의1에 한해 이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이라면서 “‘25%룰’은 공천에 관련된 부분이면서 인재 영입 기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참여경선’ 여야 합의가 변수 국민참여경선제는 공천 개혁의 성패를 가를 변수다. 정치쇄신분과는 전체 지역구의 80%(나머지 20%는 전략공천)에서 일반 국민의 80%(나머지 20%는 당원)가 선거인단에 참여하는 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를 여야 합의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여야 합의가 무산될 경우 과거처럼 공심위가 후보를 심사하자는 주장과 경선을 단독으로 실시하자는 주장이 맞서 있다. 단독 실시에 힘이 실리면 ‘현역 프리미엄’을 없애기 위해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의 1대1 대결 구도를 만드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한편 공천 개혁의 상징성이 큰 비례대표 공천 방식의 경우 ‘전략 영입 공천’과 공모를 거쳐 국민배심원단(100명 규모)이 후보를 선정하는 ‘경선 공천’ 등 두 가지를 혼용하기로 했다. 앞서 인재영입분과에서는 비례대표를 비정규직·이주여성·탈북자 등 소외계층에 25%를 배정하고, 과학기술·교육·문화예술체육·시민사회단체 등 15개 분야별 인재로 75%를 채우는 안을 제시했다. ●대표·최고위원 폐지 검토 비대위 정치쇄신분과는 이와 함께 원내 정당화 구현을 위해 당 구조개혁 방안으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폐지, 중앙당의 사실상 폐지, 시·도당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당구조 개혁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인 김세연 의원은 “평상시에는 원내 조직에서 입법·예산·정책 개발을 담당하고 원외 조직에서는 당원 관리 및 교육, 대국민 소통, 정책개발 지원, 선거 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 선거 시에는 당헌 제94조에 따라 대선 후보가 원내외를 총괄해 당무 전반에 대한 모든 권한을 우선적으로 갖도록 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도 이 같은 내용을 비대위에 요구했다. 남경필, 정두언, 구상찬, 권영진, 김용태, 김세연, 홍일표, 황영철 등 쇄신파 의원 8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시대적 중앙당 체제와 당 대표직을 폐지하고 원내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쇄신파는 또 “국회의원과 공천자의 사조직 역할을 해 온 당원협의회를 완전히 폐지, 개혁해야 한다.”면서 “4·11 총선 공천에서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고 강제적 당론과 당·정 협의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훈·이재연기자 shjang@seoul.co.kr
  • 당신의 주머니 노리는 보이지 않는 손

    결제하면서 꺼내는 포인트 카드가 할인매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소비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데 좋은 수단이 된다면, 선뜻 적립할 마음이 생길까. 대체 아이들은 왜 ‘그 브랜드’에 집착하는 것일까. 미국 마케팅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은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서 마케터와 광고회사들이 교묘하게 활용하는 심리전술과 음모를 파헤치면서 소비자가 어떻게 기업들의 먹잇감이 되는지 콕콕 짚어낸다. 포인트 카드부터 보자.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분류·종합하는 과정을 거쳐 물건을 사도록 하는 전략을 세우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술의 핵심이다. ‘적립금을 유용하게 써야지.’라고 다짐하며 건넨 포인트카드로, 나의 소비 유형이 전송되고 다른 정보와 결합해 다시 소비를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대 반값까지 떨어지는 소셜커머스 쇼핑도 휘두르기는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적용되는 것은 이른바 ‘게임 이론’. 특정 시간에 사이트에 접속해 구매 미션을 달성하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게임으로 소비를 촉진한다.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물건이 싸니까 미리 사두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런 게임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마치 교복처럼 여겨지는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인기도 이해되는 대목이 있다. 바로 ‘동료압박’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집단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또래 집단에 편입하기 위해서, 또는 사회에서 배척당하지 않기 위해 타인과 비슷해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옷을 입지 않으면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아이들은 같은 브랜드 점퍼로 무장한다. 브랜드 집착이 유독 10대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자존감’ 때문으로도 해석한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는 10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해줄 도구로 브랜드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엄마들이 특정 상품에 열광하는 이유나 기업들이 인간의 공포심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스타 마케팅’에 속아넘어가는 과정 등을 드러내며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알고 지갑을 열게 하는지 적나라하게 밝힌다. 독자들이 던질 법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질문에, 린드스트롬의 답은 썩 명쾌하지 않다. 다만 저자의 답은 ‘이런 마케팅 술수를 역으로 활용해 친환경 제품으로 환경살리기를 추진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도다. 이 책은 적어도 우리가 무엇을 왜 사는지(또는 사게 되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행복 찾는 굶주린 영혼 스피노자에게 길을 묻다

    체코 주재 네덜란드 대사로, 성공한 외교관처럼 ‘보이는’ 펠릭스 호프만. 59년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에게 남은 것은 ‘허기’뿐이다. 외교관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면서, 첫눈에 반한 마리안을 아내로 맞아 쌍둥이 두 딸이 태어났을 때 이따금 행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딸 에스터가 여덟 살에 백혈병으로 죽고, 하나 남은 미르얌은 헤로인 중독으로 자살했다. 아내와의 대화나 교류는 헛돈다. 이런 감정적 허기가 끝도 없이 밀려올 때, 그는 프라하 관저에서 스피노자 철학책 ‘논고’를 발견했다. ‘나는 마침내 진정한 의미의 선이, 전달될 수 있으며 다른 모든 것들이 없어도 독자적으로 능히 정신을 충족시킬 수 있는 그런 것이 정녕 존재하는지 조사해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영혼을 충족시킬 존재, 호프만은 이것을 ‘행복’이라고 단정 짓고 ‘논고’의 장(章)을 좇아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지성파 작가 레온 드 빈터는 ‘호프만의 허기’(지명숙 옮김, 문학동네 펴냄)에서 스피노자가 추구한 사랑과 자연의 근원, 또는 그릇된 가치였던 부와 쾌락에 따라 한 인간이 어떻게 삶을 이어 가고 추락하며, 결국 어떤 ‘자연의 진리’를 찾는지 흡입력 있게 풀어냈다. 소설에서 엿보는 호프만의 시간은 1989년 6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벨벳혁명(11월)이 일어나기 전부터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는 시기로, 책은 1990년에 출간됐다. 그가 묻어 버리고 싶어 한 허기진 20세기는 사실 20년 전 이야기라는 말이다. “이 세기는 사라져 버려야만 하거든. 이 세기가 죽어 없어지는 것을 내 눈으로 기어코 지켜보고 싶다 이거요.” 호프만의 절규가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더 절절하겠지만, 지금이라고 다른 느낌이 아니다. “사장(死藏)하기 아쉬운,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라는 출판사의 설명처럼 호프만의 이야기는 공감을 이끌어 내기 충분하다. 다소 씁쓸한 공감이지만. 1만 4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최고의 소프라노 꿈꾸기보단 행복한 에너지 전해주고 싶어”

    “최고의 소프라노 꿈꾸기보단 행복한 에너지 전해주고 싶어”

    3년 전 그를 만났다. 그해 9월 국립오페라단이 올린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무대에서다. 두 남자의 구애를 받는 매력적인 아디나 역을 맡았다. 유럽에서 활동하다가 고국에서 갖는 첫 오페라 무대에서 그는 ‘맑고 낭랑한 음색’ 그 자체로 관객을 홀렸다. 왜 거장들이 소프라노 임선혜(36)를 그토록 원하는지 온몸으로 보여줬다. ●‘박쥐’ 서곡·‘봄의 소리’ 왈츠 등 들려줘 지난 10일 서울 태평로 서울신문사 1층 카페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동안 정말 정신없이 보냈어요. 그 이듬해(2010년)에 모차르트 오페라를 5편이나 했죠. ‘이도메네오’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돈 조반니’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는 ‘피가로의 결혼’을 공연했어요. ‘코지 판 투테’로는 유럽 투어를 했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짜 정원사’를 올렸어요. 공연뿐만 아니라 음반 작업도 계속했죠.” 올해는 바흐의 ‘마테수난곡’(녹음), 하이든의 ‘천지창조’(대관령국제음악제), 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여수엑스포), 헨델의 오페라 ‘오를란도’(벨기에 브뤼셀) 등 굵직한 일정이 이어진다고 했다. 1998년 서울대 음대 졸업 후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음대에 진학한 이 작은 소프라노는 1999년에 벨기에 출신 마에스트로 필립 헤레베헤에게서 ‘황금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으며 유럽 무대를 누볐다. 투명한 음색과 당찬 연기력으로 르네 야콥스, 파비오 비온디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을 매료시키며 협연무대를 이어갔다. 국내 무대에 설 당시 바로크 음악 등 유럽 고(古)음악계의 주목받는 소프라노였던 그는 3년 사이 ‘오페라의 여신’으로, 조수미·신영옥·홍혜경 등 ‘한국의 3대 소프라노’의 뒤를 이을 음악가로 자신의 위상을 두어 단계 올려 놓았다. 그가 올해 첫 공연에서 선택한 장르는 왈츠.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음악회에서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빈이 낳은 희대의 음악가’, 또는 ‘왈츠 음악의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지휘자 페터 구트가 이끄는 교향악단이다. 한 손에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하며 지휘하는 구트의 손짓에 따라 연주자들도 하나 둘 무대에 일어서서 춤을 선사하는, 왈츠와 세련된 더없이 유쾌한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이런 무대를 ‘아시아의 종달새’ 임선혜가 함께하니 기대치가 커질 수밖에. 이번 공연에서 그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 ‘친애하는 후작님’, ‘봄의 소리’ 왈츠, 베르트 슈톨츠의 ‘프라터의 나무에 다시 꽃이 피고’를 들려준다. “무대에 설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요. 아마 연주자 중에 왈츠를 추는 사람이 있으면 노래하면서 춤을 선보일 거예요. 흥이 나면 다른 깜짝무대를 만들 수도 있고요.” ●‘엘 시스테마’ 아브레우 박사가 역할모델 인터뷰 내내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인 그는 “내가 노래하며 전하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병마를 딛고 아픈 이들을 위해 노래하는 테너 호세 카레라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음악이라는 신세계를 알려준 ‘엘 시스테마’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역할모델이다. 재능으로 세상을 밝히고 싶다는 의미이다. “음악은 달리기가 아니거든요. 누가 1등인지 가릴 수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최고의 소프라노’가 되겠다는 꿈은 갖고 있지 않아요. 단지 즐겁게 노래하고, 그 에너지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면 다시 제가 즐거워지는, 그 느낌을 만끽하고 싶어요.” 그의 행복한 에너지가 기대되는 음악회는 서울에 이어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19일), 경기 용인여성회관(20일)에서 계속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비대위원들 “총선 불출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외부인사들이 12일 4·11 총선 불출마를 결의했다. 후보자 경선 과정에서 돈 봉투 살포 행위를 한 후보자에 대해 즉각 후보자격을 박탈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음 주에 윤곽이 드러날 고강도 공천개혁안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이 정치적 뜻이 없음을 표시하기 위해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출마할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천명하자.”고 제안했고, 다른 외부 위원들도 이에 동의했다. 외부 비대위원은 김종인, 이상돈, 이양희, 조동성, 조현정, 이준석 위원 등 6명이다. ●與 공천개혁안 내주 윤곽 한나라당은 정치쇄신 분과가 제시할 공천개혁 초안을 바탕으로 17일 비대위원·당 소속 의원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거쳐 설 연휴 전인 19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공천개혁안을 확정한다. 돈 봉투 살포 같은 행위를 한 후보자는 즉각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박근혜 위원장은 회의에서 돈 봉투 사건을 놓고 “수사의뢰까지 하는 등 단호하게 과거 관행을 끊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경선에서 또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면 얼마나 큰 타격이겠느냐.”면서 “경선에서 돈 봉투와 비슷한 일이 발견되면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실천해야 하고 이것이 강력한 쇄신”이라고 강조했다. ●경선시 돈봉투땐 후보 박탈 비대위는 전체 지역구 후보의 80%를 ‘혼합형 국민참여경선’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특히 과거 당 공천개혁특위가 국민 50%, 당원 50%가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제시했지만 비대위는 국민 참여비율을 끌어올려 ‘70대30’ 비율로 하는 경선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반 국민 누구나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까지는 아니지만 최대한 국민의 참여 폭을 넓히자는 취지다. 비대위 정치쇄신분과 위원장인 이상돈 위원은 “정치신인 진출을 위해 현역 의원이 경선에 뛰어들면 1대1로, 현역 의원이 나서지 않는 지역에선 2∼3명의 후보가 경쟁토록 하는 방안도 거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청년들이 외면한 민주 ‘청년 비례대표’

    민주통합당이 2030세대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청년 비례대표 후보 모집이 저조한 참여로 인해 결국 마감 일정을 연장했다. 민주당은 11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만 25~35세의 청년 비례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접수 시기와 방법을 모두 바꿨다. 당 ‘청년대표 국회의원 선출 특위’ 위원장인 최민희 최고위원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접수 마감 시점을 13일에서 28일로 변경하고, 응모해 준 자기소개 동영상은 유튜브 등에 올릴 경우 사전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메일로만 접수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원자들은 5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당에 접수하고 유튜브 등에도 올렸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사전선거운동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모집 기간을 두배로 늘리고 방식을 비공개로 바꾼 것은 시들한 접수 현황을 보여주기 민망해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접수된 인원은 15명에 불과했다. 여성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민주당은 시민선거인단 모집 등 1·15 지도부 경선에만 당력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13일까지 500명가량이 접수할 것으로 보고 1차 심사에서 132명을 선발할 예정이었다. 젊은 표심을 내세운 시민사회세력까지 아울러 통합한 민주당으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앞서 민주당은 ‘슈퍼스타K’ 방식(완전국민참여경선)으로 청년 비례대표 남녀후보 4명을 공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 관계자는 “하루 20~30통 오던 문의전화가 이번 주 들어 50통으로 늘었고 마감일에 몰릴 것으로 본다.”면서 “지도부 경선 이후 청년 비례대표제를 핵심 사업으로 정해 좀 더 정교하게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11·6 선택 2012] 유세장에 차량 수백대… 코커스보다 뜨거운 프라이머리

    9일 저녁 6시(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베드퍼드.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다 좁은 도로 양옆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 수백대가 눈에 들어왔다. 메켈리 중학교 강당에서 열리는 공화당 대선주자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유세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차량이었다. 강당 안은 롬니의 지지자들로 왁자지껄했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부들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올해 처음 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를 경험한다는 뉴햄프셔주립대 3학년생 마이크 크로너(21)는 “롬니 후보가 가장 경제를 잘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줘 선거운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맨체스터시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 곳곳엔 후보들의 이름이 적힌 푯말을 들고 선 지지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지난주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렸던 아이오와주에서 좀처럼 선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시청 앞에서 롬니 지지 피켓을 들고 서 있던 유들 돈(72)은 “코커스는 당원만 참여할 수 있는 반면 프라이머리는 일반 국민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더 활기차다.”고 말했다. 시청 앞 공원에는 아이오와 코커스 때와 마찬가지로 ‘월가 점령’ 시위대 수십명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점령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메켈리 중학교에서 열린 롬니의 유세는 지난해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사퇴했던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 등의 찬조 연설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롬니가 부인, 아들 넷, 며느리, 손자들과 함께 무대에 등장하자 장내가 떠나갈 듯 환호가 터져 나왔다. 롬니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할 때마다 청중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일부 월가 시위대가 장내로 진입해 “금권정치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자 롬니 지지자들은 “밋.” “밋.” “밋.”이라고 롬니의 이름을 연호하며 맞섰고 결국 시위대는 퇴장했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나 불미스러운 충돌은 없었다. 유세장 밖에는 2위권 대선주자인 론 폴 하원의원의 열성 지지자들이 몰려 “론 폴”을 외쳤다. ‘왜 남의 유세장에 와서 선거운동을 하느냐.’고 기자가 묻자 폴의 지지자 데이비드 피시(45)는 “우리는 어디서든 우리의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 같으면 험악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법한 장면들이 이곳에서는 지극히 자유롭고 평화롭게 펼쳐지고 있었다. 맨체스터(뉴햄프셔)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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