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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인의 ‘헛된 욕망’ 치유

    2012년 세계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전민식(47)은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은행나무 펴냄)에서 산업사회에서 상처 입은 존재들, 현대인의 헛된 욕망을 그린다. 잘나가는 컨설팅 회사의 일등사원, 임도랑은 산업스파이인 여자친구에게 자료를 유출시킨 실수로 회사에서 잘렸다.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다. 기껏 하는 일이 일당 2만 5000원 받는 식당 불판닦이다. 그에게 온 기회는 돈 많은 이혼녀의 값비싼 개 ‘라마’를 산책시키는 것.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 개를 돌보면서 도랑은 내심 인생역전을 꿈꾸면서 엉뚱한 상황들과 맞닥뜨린다는 내용이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두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정서를 지닌 소설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패배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파토스(연민을 끌어내는 힘)로 작용해 감동을 준다.”면서 “방법론적으로 언어나 플롯의 낭비 없이 경제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웰 메이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작가 이력을 훑으면 ‘늦깍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 학창시절 작가의 꿈을 품고, 이십대 후반에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문단의 문을 두드렸다. 수차례 신춘문예에 낙방한 뒤 장편소설 공모에 집중했지만 최종심에서 떨어진 게 아홉번이다. 이번 수상으로 ‘9전 10기’를 이룬 것이다. 그런 열정이 만들어내서인지 소설 속 패배한 삶들이 치유를 찾아내는 과정이 훈훈하다. 역할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삼손, 애견센터 몽몽 원장, 미스터리한 은행나무집 여주인 등 인상적인 인물들이 대부분 실존 인물이라고 하니, 묘사가 생생한 것에도 이유가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어리석은 판단의 주범 ‘공포’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두려움이다.” 400여년 전에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가 남긴 말이다. 이 말은 이후 줄기차게 변형되고 활용되며 ‘쓸 데 없는’ 두려움은 경계하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공포를 ‘만들어’낸다. TV를 켜면 지구 어딘가에서는 폭탄이 터져 수십명이 사망하고, 또 어딘가에서는 강도 6~7짜리 지진이 이는 무서운 일들을 무한복습하면서 두려움을 양산한다. 2012년에는 더 심해졌다. 마야 달력이 끝나는 날이 돌아오고, 강력한 태양 폭발이 일어나 지구를 집어삼킨다는 둥 말이 많다. 인류에 ‘다음 세기’ 따위는 없어 보인다. 캐나다 저널리스트 댄 가드너는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왜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게 됐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유 없는 두려움’(김고명 옮김, 지식갤러리 펴냄)에서 그 답을 낱낱이 풀어낸다. 심리학자, 과학자, 경제학자 등이 연구한 결과를 제시하고, 인간의 공포가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을 끌어내는지 밝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9·11 테러다. 이 사건 이후 상당수 미국인이 교통수단을 비행기에서 자동차로 바꿨다. 베를린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심리학자 게르트 기거렌처가 2001년 9월을 전후로 10년 동안 도로 교통사고를 조사했더니, 테러 이후 1년 동안 사망자가 1595명으로 급증했다. 9·11 테러 당시 비행기에 탄 사람의 6배, 2001년 악랄한 탄저균 테러 사망자수의 319배에 달했다. 결국 비행기 테러 공포심에 더 위험한 도로로 나갔다는 설명이다. 불확실성이 바탕이 된 불안한 상황에서 특정 정보를 접할 경우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는 ‘앵커링 효과’도 있다. 특정 정보를 ‘닻’(anchor)으로 삼아 판단하는 경향이다. 이를테면 “간디가 몇 살까지 살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9세를 넘겼을까.”라고 덧붙이면 응답자들은 평균 50세를 말한다. 하지만 “140세 전후일까.”라고 물으면 응답은 평균 67세로 쑥 올라간다. 가드너는 인간에게 두려움을 주는 다양한 기저 중 근본적인 원인으로 두뇌, 대중매체, 두려움을 부채질하는 개인과 조직을 꼽는다. 이 세 가지가 하나로 이어지면 두려움 회로가 만들지고, 세 가지가 돌아가면서 경보 발령을 반복하면 두려움은 증폭된다. 정보가 많은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두려움의 회로를 끊기 어렵다고 저자도 인정한다. 때문에 회의적인 자세로 정보를 수집하고 신중하게 사고해 스스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안전하게 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신적 패턴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책은, 과거를 더 안전하게 보는 역사 착시 효과, 공포를 이용한 정치 홍보꾼의 거짓말, 집단 오류를 부르는 집단동조현상, 죽음의 공포를 회사들이 어떻게 이용하는지 등 인간 의식을 좌우하는 오류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1만 8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미디어·애니메이션·연극·음악과 무용의 만남… 젊은 안무가들 놀라운 ‘실험정신’

    미디어·애니메이션·연극·음악과 무용의 만남… 젊은 안무가들 놀라운 ‘실험정신’

    #1. “만약 우리 만남을 공연으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두 개 스크린 속에 무용수가 각자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창 밖을 오가고, 공간에서 연습한다. 배경에서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이들이 각각 한국과 독일에 따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멀리 있는 두 사람의 소통을 무대로 옮겨 영상과 무용의 만남을 꾀했다(황수현의 ‘코 랩: 서울-베를린’). #2. “그 남자랑 왜 헤어졌는데?” 남녀 6명이 구석에서 대화한다.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늘어 놓는 이들의 대화는 마치 연극을 보여 주는 듯하다. 이내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 낮게 깔리면서 무용수들이 서서히 몸을 움직이다가 점점 강렬하게 얽히고설키며 춤을 춘다. 말보다 몸짓이 더 강렬하게 와 닿는다(전성재의 ‘서른 즈음에’). 오는 16~17일과 23~24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젊은 안무가들의 생각과 몸짓, 창의성이 응축된 ‘2012한팩 라이징 스타(Rising Star)’가 열린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이 공연은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가 추진하는 차세대 예술가 육성 프로그램으로, 젊은 무용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자리다. 이번에는 다른 장르와 융합을 주제로, 각각 미디어·애니메이션·연극·음악 등을 무용과 한 데 섞었다. 안애순 예술감독은 “최근 공연들이 관객 중심으로 많은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데, 우리는 가급적 이들의 작가주의를 지켜 주고자 노력했다.”면서 “젊은 안무가들의 창작 역량을 키우고 소개하는 것인 만큼 관객들이 이들의 생각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애써 작품을 이해시키기 위한 동작이 아니라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나가는지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최근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에서 짤막하게 맛본 작품들은 확실히 개성이 강하다. 금배섭 안무가의 ‘보이는 것에 대하여’에서는 한바탕 욕지거리가 걸쭉하게 울려 퍼진다. 창문 하나에는 다리가 버둥거리고, 다른 하나에는 팔 두 쌍이 그림자 연극을 하듯 모양을 만들어 내며, 상대에게 스멀스멀 다가가 움켜쥐기도 한다. “어떻게 바라볼지는 관객의 경험과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게 안무가의 설명이다. 이재영의 ‘기타리스트’는 움직임과 이야기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더 고민한 느낌이다. 남성 두 명이 마이크를 가운데 두고 실뜨기를 하듯 정교한 동작으로 주고받는다. 마이크를 잡고 독백을 하는 여성 뒤로 서로 돌리고 부딪치면서 거친 움직임을 이어 가더니 여성을 밀어내고 당기며 점점 역동성을 극대화한다. 마음이 찡해지는 여성의 독백도 좋다. 젊은 안무가가 선사하는 신체 움직임에 집중하거나, 이야기를 눈여겨보거나, 독특한 표현에 놀라거나 적어도 하나는 경험하게 될 자리인 것은 확실하다. 16~17일에는 1팀인 황수현·금배섭·윤푸름(‘존재의 전이’)이, 23~24일에는 2팀인 전성재·지경민(‘애니메이트’)·이재영이 무대에 오른다. 1팀 공연은 19세 이상, 2팀 공연은 13세 이상이 관람할 수 있다. 전석 1만원. (02)3668-0007.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인사]

    ■통일부 ◇부이사관 승진△기획재정담당관 이창열△정세분석총괄과장 황봉연△교류협력기획과장 박광호◇서기관 승진△정책협력과 이봉기 ■농림수산식품부 ◇3급 승진△감사담당관 김선영△운영지원과장 고학수△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영지원과장 유이현△농수산식품연수원 운영지원과장 서재연△농림수산식품부(국무총리실 파견) 배호열◇과장급 전보△장관비서관 조일환△기획재정담당관 윤동진△행정관리담당관 이광화△규제개혁법무담당관 박선우△정보통계담당관 한종현△농어촌정책과장 김인중△지역개발과장 이득섭△농어촌산업팀장 신성암△녹색미래전략과장 김윤종△농업정책과장 안용덕△농가소득안정추진단장 장승진△국제협력총괄과장 강형석△식품산업진흥과장 박성우△수출진흥팀장 윤원습△축산정책과장 남태헌△지도안전과장 최완현△양식산업과장 박신철△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축산물안전부 소비자보호과장 박순연△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동물방역부 동물보호과장 이상진△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동물방역부 동물약품관리과장 이홍섭△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식물검역부 식물검역과장 김희열△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식물검역부 위험관리과장 신창호△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식물검역부 식물방제과장 이재훤△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수산물안전부 수산물관리과장 장성식△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수산물안전부 수산물검사과장 김태기△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수산물안전부 수산물검역과장 윤상린△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인천공항검역검사소 화물검역과장 강철구△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중부검역검사소장 민주석△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서울검역검사소장 이기옥△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품질검사과장 김상근△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관리과장 윤영렬△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장 최흥보△농수산식품연수원 전문교육과장 전한영△서해어업관리단장 임광희△국립수산과학원 최용석 ■서울시 ◇1급 승진△주택정책실장 이건기◇3급 승진△지방부이사관 이송직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 박승현 ■대한주택보증 ◇전보(부장)△주택금융1센터 선임전문역 김영호△주택금융2센터 선임전문역 박태만△서울중앙지점 선임전문역 김성중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사무국장 박기석 ■세계일보 ◇부장대우△전국부 박찬준 ■이투데이 ◇편집국△정치경제부 정치팀장 김경원△정치경제부 부동산팀장 홍성일△정치경제부 경제팀장 윤철규 ■조세일보 △회장 김수섭 ■데일리안·EBN △마케팅국 부장 장광호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장 김문현△유교문화연구소장 최영진△성균나노과학기술원장 스미오 이지마△한국사서교육원장 심원식 ■관동의대 명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장 이혜경△수술실장 민진혜△신장내과장 윤수영△외과장 정진호△정형외과장 유정현△사랑나눔봉사단 단장 조현근△사랑나눔봉사단 부단장 이가영 ■국민은행 ◇부점장급 승진△울산병영지점장 안여경△해운대아이파크지점 개설준비위원장 장은석△서창지점 개설준비위원장 박일성△울산매곡지점 개설준비위원장 박동현◇부점장급 전보△목동중앙지점장 김석준
  •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김성녀씨 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원일씨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김성녀씨 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원일씨

    국립극장은 전속 예술단체인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김성녀(왼쪽·62) 중앙대 국악교육대학원장 겸 국악대 학장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에는 원일(오른쪽·45)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고 12일 밝혔다. 김 신임 예술감독은 국립창극단과 국립극단을 거쳐 성균관대 공연예술과 주임교수를 역임하는 등 34년 동안 풍부한 경험을 쌓은 것이 강점으로 통한다. 김 예술감독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1978년에 창극단에 입단해 4년 동안 활동하고 극단으로 무대를 옮겼으니 30년 만에 돌아오는 것”이라며 남다른 감회를 전한 뒤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이웃하는 예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익히고,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세련된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창극단에서 변화의 씨를 뿌리는 작업부터 시작하면서 천천히 성과를 이루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일 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원을 거쳐 현재 국악 앙상블 바람곶의 예술감독을 맡으며 현장경험을 탄탄히 다져왔다. 국립극장의 나머지 전속 예술단체인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미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사고한다면 투표하라” 철학으로 되짚어 본 정치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결정되는 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다. 관심이 정치에 쏠려 있고 선거와 투표, 민주주의 등을 진단하는 책도 많이 나온다.‘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장 폴 주아리 지음, 이보경 옮김, 함께읽는책 펴냄)는 선거에 담긴 함의를 가장 잘 풀어낸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가 2007년 프랑스 대선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이 책을 펴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됐다. 외국 철학자가 자기 나라 선거를 겨냥해 쓴 글이 우리에게도 적용되는가 하는 질문을 먼저 던질 수도 있겠다. 저자 역시 한국과 프랑스가 다른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기본적으로 통치자들의 임명이 민주적으로 이뤄졌다 해도 선거가 끝난 뒤 체제가 이들에게 부여하는 권력을 화해시키고 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문제를 갖는다 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이어 “사회가 무엇에 기초하고 있으며 정치가 어떤 필요성에서 나오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않으면 제도들은 독단적인 것이 되고, 모든 권력과 정부 형태는 가치를 잃는다.”면서 “책은 이런 고찰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투표를 해야 민주시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무조건 투표’를 주장하지 않는다. ‘가장 숭고한 의미’에서 인간이 정치에 입문하게 되는 순간, 공동체 형성, 규율의 시작부터 차근차근 풀어 나간다. 사람은 사회적이지만 이익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공동 규율을 거스를 수 있다는 칸트의 ‘비사회적인 사회성’을 들어 권력자들의 행태를 분석하고, 공동체 질서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 법칙과 ‘원수를 사랑할 것’이라는 신약성서의 지혜가 갖는 의미를 따진다. 고대 스토아학파나 로마시대 노예이자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를 이야기하며 권력자들이 민중을 무기력하게 만든 역사를 되짚는가 하면 “국회의원은 단지 법이 정한 바를 실행하는 국민의 대리인일 뿐이다.”라는 루소의 말을 설명하면서 당선자들이 말하는 ‘국가의 이름으로’라는 말 속에 얼마나 큰 오류가 담겨 있는지 밝힌다. 그리스부터 중세와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는 수많은 정치 철학을 살피면서 본론에 다가간다. 오래전부터 예견된 정치인의 타락과 민중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한 열쇠는 역시 투표권 행사뿐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진리는 국민 스스로 하는 행동을 통해서만 존재한다.”면서 참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정치사상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시대에 적용되면서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주제에 따라 흐름을 읽어내기에 좋다. 그 이후에는 제목을 뒤바꿔 ‘나는 사고하므로 투표한다’는 행동으로 이어갈지는 읽는 이의 몫이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92세 在美 시인의 ‘모국 사랑’

    미명의 언덕 위/형장으로 끌려가는 학생들 사진/어두운 그림자 신문에 보았다/갈데 없어 허우적거릴 넋들/이제는 잠자게 해야지.(‘억울한 목숨들’ 중) 재미(在美) 작가 박만영(92) 시인이 새 시집 ‘목숨의 탄도’(문학나무 펴냄)를 냈다. 폐렴과 식도 이상 증세로 수 차례 수술하고 음식도 넘기기 못하는 상황에서 창작의 열정을 녹였다. 시인은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면서 ‘풀어진 매듭’, ‘섬진강 달맞이꽃’, ‘여기에 살고 있다’ 등을 출간했다. 재미 한인 중견문인들이 제정한 ‘문정 시인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우리 것을 앞세우고 닦아나갈 때 세계의 문학에 낄 수 있다고 본다. 아류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시인은 시집에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 나라에 대한 걱정과 애정, 모국어에 대한 사랑 등을 다양하게 풀어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여성 4代의 신산한 삶과 벅찬 사랑

    올림포스의 주신(主神) 제우스가 태어난 섬이자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 크로노스 미궁(迷宮)과 괴물 미노타우로스 설화가 내려오는, 그리스 크레타 섬은 신비감이 가득하다. 지중해에서 손꼽히는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라 아름다운 로맨스에 대한 설렘에 휩싸이기도 한다. 영국 여성작가 빅토리아 히슬롭 역시 이 섬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시선을 살짝 틀어 크레타 섬의 북쪽, 여행책자에 점으로 찍혀 있을 정도로 작은 섬 스피나롱가에서 상상력을 증폭시켰다. 이 섬에 4대에 걸친 여인들의 신산한 삶과 벅찬 사랑 이야기를 담아, 소설 ‘섬’(노만수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을 탄생시켰다. 이야기의 시작은 간단하다. 사랑 탓에 혼란스러운 25살 알렉시스는, 먼저 이 나이를 경험했을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답을 얻기 위해 ‘엄마가 항상 입을 다물었던 과거’를 찾아 떠난 크레타 섬에서 외할머니의 친구 포티니를 만난다. 소설은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증조할머니 엘레나가 나병환자 수용소가 있는 스피나롱가 섬으로 떠나는 모습이다. 이 시점부터 이야기는 쉴새없이 전개된다. 나병환자인 외증조할머니와 묵묵히 사랑을 이어가는 외증조할아버지, 엄마처럼 나병에 걸린 마리아의 잔혹한 운명과 그를 위로해 주는 의사 마놀리의 헌신, 부끄러운 가족을 외면한 언니 안나의 방탕한 삶, 그의 딸 소피아를 거둔 마리아의 희생까지, 외증조할머니에서 외할머니로, 이모할머니에서 엄마로 이어지는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너의 엄마 이야기는 바로 외할머니의 이야기이고, 또 외증조할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역시나 이모할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 …뜻밖의 일이란 청천벽력처럼 느닷없이 터져 우리들 삶의 궤적을 뒤바꾸지만, 우리들의 일생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행동일 거야.”(59~60쪽) 알렉시스에게 이야기를 꺼내기 전, 포티니가 한 말 속에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다소 어둡고 처연한 분위기에 음울하고 먹먹한 감정으로 떨어질 때쯤 작가는 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안기며 기분을 상승시킨다. 밝은 색의 카페와 상점, 집 창문마다 늘어진 제라늄과 장미 등 작가의 섬세한 묘사는 독자가 눈앞에 섬을 그려 내기에 충분하다.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수십 차례 섬을 방문하고, 당시 역사와 나병을 연구했다고 전한다. 이야기 속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크레타 섬 점령과 레지스탕스 운동 등 역사적 사실과 서정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녹여 낼 수 있었던 이유이다. 2005년 영국에서 출간된 책은 당시 ‘더 선데이 타임스’ 페이퍼백 차트에서 8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이듬해 ‘해리 포터’, ‘다빈치 코드’ 등을 누르고 영국 아마존, 일간지 ‘가디언’ 등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으로 히슬롭은 브리티시 북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스탄불의 그림자 연극 ‘카라교즈’

    이스탄불의 그림자 연극 ‘카라교즈’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21세기 현대 문명 속에서 수많은 ‘옛것’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해온 전통, 문화, 철학 등 무형 유산들은 그 소멸 속도가 더욱 빠르다. EBS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은 그 유산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9일 밤 7시 35분에 방영하는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은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과 유럽 대륙의 동쪽 끝에 맞닿아 신비로운 문화를 간직한 터키를 찾아간다. 그중에서도 도시 전체가 ‘인류문명의 살아 있는 옥외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이스탄불의 그림자 연극, ‘카라교즈’를 조명한다. ‘카라교즈’는 연극 주인공 이름에서 비롯됐다. 직설적이고 상스러운 욕을 일삼지만, 순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줄 아는 인물이다. 다른 주인공은 잘난 척하면서 영리하고 이기적인 인물인 하즈바트. 이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수많은 조연들이 출연하며 함께 연극을 이끌어간다.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다양한 정서와 모습이 스며있는 카라교즈는 이야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매번 바뀌는 것이 특징. 터키의 역사와 지방 사투리, 터키인들의 다양한 인간사를 소재로 상반되는 두 캐릭터의 풍자와 걸쭉한 대사가 일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카라교즈를 만드는 예술가를 ‘하알리’라고 일컫는다. 그림자 연극에 등장하는 가죽 인형을 직접 제작하는 장인일 뿐만 아니라, 연기와 노래를 하는 연기자이다. 극의 효과를 더해주는 음악감독으로서, 또 극의 전체 내용을 기획하는 작가로서 1인 다역을 해내는 종합예술인인 것. 하지만 많은 문화유산이 그렇듯, 터키에서도 전문적인 하알리가 그리 많지 않다. 프로로 활동하는 정상급 예술가는 15명 정도. 이들의 수제자를 모두 합쳐봐야 50~60명 수준이다. 제작진이 이스탄불에서 만난 하알리, 예민(52)은 자신을 ‘인형에 영혼을 불어넣는 예술가’라고 부른다. 20여년 전 터키 최고의 하알리에게 카라교즈를 배워 전통 방식 그대로 인형을 만들어 연기하고 노래한다. 여전히 배움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그이지만, 기술과 신념을 전해줄 수제자가 없다는 것이 고민거리이자 안타까움이다. 오래 전부터 아들 메흐멧(19)군에게 가르쳐왔지만, 대학 진학을 코앞에 둔 아들은 엔지니어를 꿈꾸고 있다. 아버지 삶을 보며 자라 카라교즈를 사랑하긴 하지만, 평생 직업으로는 삼고 싶지 않다고 한다. 예민은 어떤 방법으로 카라교즈를 지켜낼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국악은 한민족 묶는 원형질, 기틀 다지며 활로 모색할 것”

    “국악은 한민족 묶는 원형질, 기틀 다지며 활로 모색할 것”

    “한심하게도 요즘 우리는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일제강점기 사상이 녹아들어 우리 음악의 뿌리를 뒤흔들고, 이제는 학교 교육에서도 국악을 홀대하고 있지요. 임기 2년 동안 국립국악원에서 우리 음악이 무엇인지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취임 100일을 맞아 8일 기자들과 만난 이동복(63) 국립국악원장은 국악이 처한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사람들도 위대한 수령 어쩌고 하면서도 노래는 우리처럼 아리랑을 부른다. 사상과 이념이 달라도 한민족을 묶어 주는 원형질이 음악”이라고 강조한 이 원장은 “그 정체성을 확보하는 근원을 살려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국악의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역설했다. ●“빚을 갚는 심정으로 30년 만에 돌아와” 1970년대 말 국악원에서 대금 연주자로 활동한 이 원장은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국악원에 다시 오게 됐다.”고 말했다. 1962년부터 대금을 배웠다는 그는 가난 때문에 진학이 어려웠지만 국립국악사양성소(현 국악중·고등학교)에서 국비 장학금을 받아 배움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뒤 국악원에 들어갔다가 대학으로 적을 옮겼고, 30년 만에 돌아왔다. 이 원장은 “국립국악원은 그 사이 거대한 조직이 됐는데, 정작 국가 대표 브랜드가 돼야 할 국악은 정체돼 있는 듯하다.”면서 국악을 견고하게 다지기 위한 구상을 하나하나 털어놓았다.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역시 공연이다. “국립국악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문묘제례악’은 중국에서도 배워 갈 정도로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면서 “수준 높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당장 오는 27~28일 정악단 공연을 연다. 풍류음악의 대표작인 ‘영산회상’을 악곡 구성과 악기 편성을 달리해 ‘가즌회상’, ‘평조회상’, ‘관악영산회상’ 등으로 들려주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어 4월 12~13일에는 민속악단의 역량을 모아 대풍류, 굿, 시나위 등 민속기악곡을 연주한다. 5월에는 창작 소리극 ‘언문외전 한글을 만나다’, 11월에는 정가극 ‘이생규장전 영원한 사랑’을 공연한다. “최고 실력을 갖춘 연주단원들은 국악원의 꽃”이라는 그는 “연주단원들의 기량을 더욱 향상시켜 격조 높은 예술을 보여 주고 국제적인 활동도 늘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을 비롯해 남원·부산·진도 등의 국악원 소속 국악인 480여명에게 특별교육과 다양한 전통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어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들이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악 동아리의 연주 장소를 제공하고 국립국악원 단원이나 원로 연주자들의 강습 기회도 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악 교육에도 새로운 전기 마련해야” “우리 아이들이 국악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는 이 원장은 “국악 교육 자료를 더욱 체계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육용 국악 웹사전에 국악 표제어를 충실히 담고, 동영상·음향·이미지 등 기록물을 차근차근 공개할 예정이다. ‘표준 국악실기교재’를 개발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문화원이 운영하는 세종학당이나 국악문화학교에도 보급하는 것을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국악능력시험 개설도 고려하고 있다. 전문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교육을 하면서 국악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자격 시험을 국악원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공인시험위원회 등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엄마를 부탁해’ 英문학상 후보에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영어판이 영국에서 문학상 본심 후보에 올랐다. 8일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와 문학상 주최 측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번역가 김지영씨가 영어로 옮긴 ‘엄마를 부탁해’는 올해 ‘인디펜던트 외국 소설상’에서 본심에 해당하는 롱리스트 15편에 이름을 올렸다. ‘엄마를 부탁해’ 외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움베르토 에코의 ‘프라하 공동묘지’, 옌롄커의 ‘딩씨 마을의 꿈’ 등이 후보에 올랐다.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와 주목받는 독일 작가 유디트 헤르만의 작품도 포함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990년 제정해 현재 독서단체 북트러스트가 주관하고 있는 ‘인디펜던트 외국 소설상’은 지난 한 해 동안 영국에서 번역, 출간된 현존 외국 작가의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이다. 심사위원들은 15편의 작품 가운데 새달 12일 6편의 최종심 후보를 선정해 발표하며, 5월 14일 런던의 영국건축학회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최종 수상작이 가려진다. 수상작 작가와 번역가에게는 각각 5000파운드의 상금이 주어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화이트데이 공연 선물이 딱이죠! 달콤 ·신선한 ‘아르츠 콘서트’등 女心 매혹 ‘OK’

    화이트데이 공연 선물이 딱이죠! 달콤 ·신선한 ‘아르츠 콘서트’등 女心 매혹 ‘OK’

    2월 밸런타인데이의 보답과도 같은 화이트데이가 다가왔다. 14일 화이트데이를 더욱 빛나게 할 공연들이 눈에 띈다. ●송영훈·김정원 3개도시 순회 연주 세기의 음악가와 화가, 불멸의 연인을 명화와 명곡으로 조명한 ‘아르츠 콘서트 폴 인 쇼팽(Fall in CHOPIN)’은 스타 연주자 송영훈(첼로·왼쪽)과 김정원(피아노·오른쪽)의 만남으로 꾸몄다. 여기에 위대한 음악가 쇼팽과 소설가 상드,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를 덧대 기대감을 높였다. 송영훈과 김정원의 연주로 2개의 폴로네이즈, 4개의 프렐류드,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g단조를 듣는다. 이와 함께 미술해설가 윤운중의 해설로, 들라크루아의 낭만적 화풍에 담긴 쇼팽과 그의 연인 델피나 포투카, 마리아 보진스키 등을 만날 수 있다. 10일 부산문화회관, 11일 대구수성아트피아에 이어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3만~7만 7000원. (02)2658-3546. ●빈필 플루트 거장 발터 아우어 첫 내한 공연 빈필하모니의 플루트 수석 발터 아우어가 첫 내한공연을 연다. 크레모나 콩쿠르, 뮌헨 ARD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유럽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아우어는 여자경의 지휘로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이베르의 플루트 협주곡,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정령들의 춤’을 협연한다. 프라임필하모닉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등도 연주할 예정. 공연은 14일 군포문화예술회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이어진다. (031)392-6429.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에서 결성된 탱고 듀오 오리엔탱고가 14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화이트데이 콘서트’를 연다. 데뷔 후 10년동안 발표한 인기곡과 영화 ‘여인의 향기’의 주제곡 ‘간발의 차이로’(Por Una Cabeza),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주제곡 등 탱고 명곡을 들을 수 있다. ‘엄마야 누나야’, ‘진도 아리랑’ 등 한국 음악과 특별한 접목도 선사한다. 2만~5만원. 070-8742-4918. ●주옥같은 명곡 ‘커피콘서트’도 볼만 ‘화이트데이’ 타이틀을 걸지는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공연이 하나 더 있다. 불후의 명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만든 최영섭 작곡가와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멘토 윤학원 지휘자가 함께 꾸미는 ‘커피콘서트’이다. 14일 인천 구월동 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서는 ‘쿰바야’(아프리카), ‘소나무’(독일) 등 해외 민요와 ‘그리운 금강산’ 등 최 작곡가의 주옥같은 명곡을 듣는다. 윤 지휘자와 최 작곡가의 추억을 더듬는 시간도 마련됐다. 1만원. 1588-2341.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한예종 학생들 ‘베를린 무용콩쿠르’ 석권

    한예종 학생들 ‘베를린 무용콩쿠르’ 석권

    한국예술종합학교는 5일 무용원 실기과 재학생들이 제9회 베를린국제무용콩쿠르에서 상위에 입상했다고 밝혔다. 현대무용 부문에서 한태준(23)·이흥원(22)씨가 공동 1등을 차지했고, 윤나라(23)씨가 2등을 했다. 이번 수상으로 한씨와 이씨는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발레 부문에서는 양채은(21)·나대한(20)씨가 파드되(2인무) 1등에 올랐다. 또 발레 시니어 부문에서 윤효민(21)씨와 김수민(22)씨가 각각 2등과 3등을 했다. 독일 베를린국제무용콩쿠르는 유럽에서 열리는 가장 큰 무용 축제로, 클래식·네오클래식·현대무용·포크·재즈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실력을 겨룬다. 이번 대회는 지난달 24~28일에 열렸으며, 30여개국에서 무용수 500여명이 참가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여행자 유혹하는 ‘태평양 진주’ 필리핀

    여행자 유혹하는 ‘태평양 진주’ 필리핀

    세부, 보라카이, 팔라완, 보홀…. 필리핀은 천혜의 휴양지로 전 세계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환상의 섬이다. EBS는 5~8일 매일 오후 8시 50분에 방영되는 ‘세계테마기행-태평양의 진주, 필리핀’을 통해 시청자들을 지상 낙원 속으로 안내한다. 5일 1부 ‘섬 속의 섬, 아에타족’에서는 필리핀 북쪽 섬 루손의 밀림 속에서 채집, 수렵을 하면서 생활하는 원주민을 만난다. 1991년 루손에 있는 피나투보 산에서 엄청난 규모의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 지속 시간, 분출물의 양 등으로 수치를 내는 화살폭발지수가 6을 기록했다. 2010년 유럽 항공 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10배 강도였다. 용암 50억톤이 마을을 덮쳤고,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과 화산재가 하늘을 가려 지구 냉각 효과까지 가져왔다.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피나투보 산은 폭발 기운을 안고 있다. 아에타족은 폭발 당시 잠시 터전을 떠났지만 다시 돌아와 원시 군락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도 화산재가 날아다니는 활화산 피나투보의 터줏대감 아에타족의 삶을 들여다본다. 2부 ‘구름 저편의 땅, 바타드’(6일)에서는 감탄과 경외를 자아내는 라이스 테라스를 찾는다. 코르디예라 산맥에 있는 바타드와 바나웨 지역 일대에 있는 이 계단식 논은 해발 1000~1500m 고지대에 맨손으로 일궈낸 것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불가사의다.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온 바타드 지역 이푸가오족과 부족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해 온 제사장 뭄바키를 조명한다. 이어 3부 ‘열대로의 초대, 보홀’(7일)에서는 열대지방의 안식처로 불릴 만큼 평화로운 풍광을 자랑하는 보홀에서 1000개가 넘는 원뿔로 이루어진 초콜릿 언덕과 필리핀 전통 음식 레촌,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 탈시어를 찾아간다. 4부 ‘천국으로 가는 문, 사가다’(8일)는 국제 도시 사가다 마을의 이탁 축제와 기암절벽 산악지대 에코 밸리, 오지 마을 원주민의 삶을 살핀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유럽식 실험+미국식 몸짓… 英 현대무용에 홀리다

    유럽식 실험+미국식 몸짓… 英 현대무용에 홀리다

     영국의 현대무용은 유럽과 미국의 특징이 적절히 어우러졌다. 유럽 현대무용은 무용과 다른 장르를 접목하려는 실험적인 색채가 강하다면 미국 무용은 몸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문화예술의 흐름은 빠르게 상호영향을 받으면서 본연의 특징에 이질적인 것을 뒤섞기도 한다. 영국 현대무용은 이런 미국과 유럽의 개성을 가장 잘 절충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과 새달,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나란히 오르는 현대무용 두 편에서 영국 현대무용의 오늘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주목받는 ‘호페시 셱터’ (22~23일)  먼저 관객을 찾아오는 무용단은 호페쉬 쉑터 컴퍼니로, 이 안무가를 현대무용 정상에 올려놓은 작품 ‘반란’과 ‘당신들의 방에서’를 올린다.  이스라엘 출신인 호페쉬 쉑터는 오하드 나하린이 이끄는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바체바 댄스 컴퍼니에서 활동하다가 2003년 영국에서 ‘파편(Fragments)’으로 안무가 데뷔를 했다. 이 작품으로 제3회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안무 콩쿠르에서 1등 상을 차지하고,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호응을 얻으며 2009년 영국 비평가협회가 선정하는 국립무용상(최고 현대 무용 안무상)을 수상했다. 영국 인기 TV시리즈 ‘스킨스 (Skins)’에 그가 안무한 춤이 오프닝에 쓰이면서 대중적인 인기도 급상승했다.  ‘반란’은 2006년 작품으로, 쉑터가 직접 작곡한 강한 비트의 음악에 맞춰 남자 무용수 7명이 부딪히고 달려나가고 튀어 오르면서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기운을 분출한다.  2007년작 ‘당신들의 방에서’는 남녀 무용수 11명과 연주자 5명이 참여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작품. TV채널을 돌리듯 순식간에 일어나는 상황 전환과 공간 분할이 독특하다. 영국 주간지 ‘더 옵저버’는 “밀레니엄 이후 영국에서 창작된 가장 중요한 무용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22~23일, 3만~7만원(회당 100매 한정으로 학생 20% 할인). ●현대사회 진단하는 신체극 ‘DV8’ (새달 6~8일)  DV8 피지컬 씨어터는 이름 그대로 신체극을 내세운다. ‘DV8’는 댄스(dance)와 비디오(video)의 결합이자, 일탈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디비에이트(deviate)이기도 하다.  안무가 로이드 뉴슨은 호주 멜버른대학에서 심리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무용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1986년 DV8을 창단한 이래 인간의 영혼, 삶과 현실 등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현대무용으로 풀어냈다. 지난 2005년 홀로그램을 활용해 현대사회를 조롱한 ‘저스트 포 쇼(Just for Show)’로 내한한 뒤 7년 만에 들고온 작품은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Can we talk about this?)’이다.  소설 ‘악마의 시’(1988)를 집필해 암살 현상금이 걸렸던 살만 루시디, 무슬림 여성들의 인권실상을 고발한 단편영화를 찍은 후 살해당한 테오 반 고흐 감독 등 큰 충격을 안긴 사건들을 무용수 11명이 신체 움직임으로 이야기한다. 이 작품을 위해 뉴슨은 2년 동안 사건을 연구하고 관련인물들을 40회 이상 인터뷰했다니, 난해한 사회문제를 몸짓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더욱 호기심이 인다. 4월 6~8일, 3만~7만원. (02)2005-0114.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두 철학자의 논쟁 비하인드 스토리는?

    지난달 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세기의 토론이 있었다. 무신론의 대가로 불리는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영국 성공회의 최고 성직자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가 ‘신은 있는가’를 주제로 벌인 설전이다. 도킨스는 “왜 당신은 창세기를 21세기 과학에 맞춰 재해석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가.”라고 공격했고, 윌리엄스 대주교는 “과학 잣대만으로 종교를 논할 수는 없다.”고 응수했다. 이 논쟁을 지켜본 외신들은 대부분 ‘오후의 다과회’처럼 차분했다고 평가했다. 자신의 신념이 무려 1시간 30분 동안 공격당했는데도 시종 정중했던 것이다. 이 모습을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과 칼 포퍼가 봤다면 “밋밋한 논쟁 따위는 집어치워라.”고 할까, “우리도 그럴 수 있었는데.”라고 하려나. 비트겐슈타인과 포퍼는 20세기 최고의 철학자로 꼽힌다. 둘 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 유대인이고, 기독교로 개종했다. 논리실증주의(빈 학파)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지만, 두 사람이 평생 얼굴을 마주한 시간은 1946년 10월 25일 오후 8시 30분부터 단 10분뿐이다. 이 ‘10분’은 동석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10분’ 동안 일어난 일은 이렇다. ‘그날’ 런던경제대학 과학방법론 강사인 포퍼는 케임브리지대에 초청 연사로 방문했다. 킹스칼리지 H3호실에서 강연을 시작하자 논쟁이 격렬해졌고 비트겐슈타인은 부지깽이를 흔들다가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이 일은 ‘부지깽이 스캔들’로 불리며 이후 철학계를 뒤흔들었지만, 사건에 대한 기억은 제각각이다. 비트겐슈타인이 부지깽이를 흔들며 고성을 질렀는지, 고성을 지르다가 부지깽이를 들었는지, 부지깽이로 포퍼를 위협했는지, 포퍼가 한 말에 옴짝달싹 못한 채 부지깽이를 내던지고 밖으로 나가버렸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공통된 것은 부지깽이일 뿐,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케임브리지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존 에이디노는 2001년 이 사건을 추적한 ‘비트켄슈타인의 부지깽이(Wittgenstein’s Poker)’를 내놓았다. 같은 해 말 한국에도 번역본이 나왔다. 최근 나온 ‘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기막힌 10분’(김태환 옮김, 옥당 펴냄)은 2012년 버전으로, 영국 출판사 요청에 따라 내용을 조금 첨가했다. ‘기막힌 10분’은 이 짧은 해프닝으로 두 거장 철학자의 성격과 사상, 문화, 사회 분위기 전반을 두루 살핀다. 단순히 ‘대단히 천재적인 사상적 삶’을 어렵고 지루하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마치 추리소설을 읽은 듯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그려냈다. 저명한 철학자 스티븐 툴민 교수나 논리학 권위지 피터 기치 교수, 비트겐슈타인의 스승 버트런드 러셀 교수 등의 증언을 듣는 것은 마치 철학모임에 자리한 듯 생생하다. 1만 79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광주동구 민주당 경선 조직적 관권개입 포착

    민주통합당의 광주 동구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현직 통장 5명과 부녀회 관계자 등이 대거 참여하는 등 조직적인 관권 개입 선거운동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 공안부(부장 송규종)는 2일 최근 선관위로부터 넘겨받은 문건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상대책 추진위원회’란 이름이 붙은 이 문건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투신 자살한 전직 동장 조모(64)씨와 최근 구속된 통장 백모(57)씨 이외에도 계림1동 통장 4명과 부녀회원 6명 등 행정의 최말단 조직이 불법 선거운동에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숨진 조씨가 포함된 이들 12명은 12개 조(조당 3명, 전체 36명)의 관리자 역할을 맡았고 1개 조당 100명의 모바일투표 대상자를 모집한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검찰은 하부 행정 조직의 이 같은 불법 선거운동 활동 상황이 또 다른 ‘동향 보고서’란 문건을 통해 윗선에 보고됐을 것으로 보고 유태명 구청장과 박주선 의원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동화로 전하는 故김우수씨 철가방 천사의 ‘사랑 나눔’

    지난해 9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지며 많은 사람들을 속상하게 만든 ‘철가방 천사’ 고(故) 김우수씨의 삶이 책으로 나왔다. 동화 작가 엄광용씨가 그의 행적을 밟고 흩어진 조각을 붙여 쓴 ‘철가방을 든 천사’(임하라 그림·북오션 펴냄)다. 책은 엄마가 집을 나간 뒤 보육원을 전전하다가 12살 때 무작정 뛰쳐 나온 어린 시절, 구걸과 막노동을 하며 세상에 대한 미움을 품고 살아온 청년기, 술독에 빠져 지내다가 홧김에 저지른 방화 사건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일 등 삶의 궤적을 하나하나 맞춰 나간다. 그는 교도소에서 자신보다 어렵고 힘들게 산 아이들의 이야기가 실린 잡지를 읽고 그런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찾았다. 자신은 고시원 방 하나를 얻어 짜장면 배달을 하면서 번 70여만원으로 근근이 한 달을 버티면서도 불우한 아이들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당한 교통사고로 그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의 정신은 이어졌다.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보험증서에는 사망보험금 4000만원을 어린이재단에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장기 기증 등록도 돼 있어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가 실천한 나눔의 행복은 이 책에서도 이어진다. 출판사 측은 “김우수씨가 생전에 실천했던 사랑과 나눔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면서 책 판매 수익금과 인세 일부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동화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아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1만 1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고아 ‘제이’의 험난한 삶

    시작이 좀 생뚱맞다. 난데없이 괴기한 마술 이야기다. 의아하지만 읽어 내려간다. “하늘에서 밧줄이 내려온다. 그것부터가 이상하다. 그러나 시작이니까 아직은 다들 입을 다물고 있다.”고 이미 작가가 글에서 ‘선수’쳤으므로. 근엄한 마술사의 명령에 어린 조수가 밧줄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조수를 쫓던 구경꾼들 눈앞에 피를 뿜는 조수의 몸통 조각들이 떨어졌다. 그러나 마술사가 조각을 모아 담은 양동이에서 짜잔, 조수가 멀쩡히 살아나는 신기한 마술이다. 이 마술에 호기심이 인 어린 중국 황제는 마술사가 살려낼 것으로 믿고 내시 사지를 찢었는데, 마술사는 밧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나’는 처음엔 마술사가 어찌 됐나 궁금했다. 지금은 홀로 남겨졌을 소년을 생각한다. 이렇게 시작했지만 뉴욕에 머무는 김영하가 5년 만에 낸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문학동네 펴냄)는 마술사 얘기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고아 ‘제이’의 삶을 따라간다. 고속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태어난 제이는 화훼상가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돼지 엄마와 함께 살다가 보육원으로 옮겨 갔고 어떤 힘에 이끌려 빠져나왔다. 인생 막장으로 달려가는 또래 사이에서 노예처럼 생활했고 어느새 우두머리가 됐다. 경찰의 폭주족 단속 대열 속으로 돌진하면서 마치 신화처럼 사라졌다. 소설은 어릴 적 제이와 운명처럼 묶인 친구 동규, 제이에게 빠진 목란, 제이의 뒤를 쫓는 박승태 경위의 이야기를 엮어 제이의 짧은 삶을 과도하게 사실적으로 때론 판타지인 양 펼쳐낸다. 허를 찔렸다는 느낌이 드는 건 제이의 이야기가 끝난 뒤다. 극 중 작가인지, 작가 자신인지,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털어놓는다. 한때 연인이었던 Y가 던져준 소재를 소설로 쓰기 위해 만난 동규와 목란, 박 경위의 말 그리고 한 여인의 편지를 덧댔다. 에필로그처럼 달린 짧은 글은 밍밍한 음식 속에서 강렬하고 맛난 양념을 발견했을 때처럼 희열을 번지게 한다. “작가들은 시작과 끝에 사람을 홀리는 뭔가를 숨겨놓는다고 말했다.” 이 책 중간, 제이의 독특한 성격을 설명하는 문장 중 이런 게 있다. 처음 풀어낸 마술사와 조수의 이야기가 소설 어느 인물과 맞닿는다는 것, 마지막 장을 덮고서야 이해하게 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멕시코 에네켄 농장에 노예로 팔려간 조선인을 그린 ‘검은 꽃’(2003), 인터넷만이 삶의 출구인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담은 ‘퀴즈쇼’(2007)와 함께 이 소설을 ‘고아 3부작’으로 꼽는다.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화려한 영상과 춤… 눈 뗄 수 없는 ‘예술’

    화려한 영상과 춤… 눈 뗄 수 없는 ‘예술’

    “나도 어렸을 때는 여러분과 같은 꿈을 꾸고 있었죠. 커서 무엇이 될까. 예뻐질 수 있을까.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팝송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의 가사를 읊조리는 중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뚫고 어두운 무대에서 작은 소녀가 걸어 나온다. 아이 뒤로 12개 화면에서 각기 다른 여성의 얼굴이 하나 둘 드러난다. 꿈, 희망, 삶을 이야기하는 얼굴들…. 화면은 다시 아파트의 단면을 보여 주듯 평범한 가정의 일상으로 바뀌었다. 이 공연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쯤 영상 안에 있었던 사람들이 영상 밖으로 튀어나와 무대에 선다. 평면(2D) 영상이 입체(3D) 공연으로 전환하는 순간이다. ●현대무용의 대중화 가능성 제시 1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미리 만난 ‘자유부인 2012’는 시작부터 시선을 무대로 집중시켰다. 현대무용에 선입견처럼 따라다니는 난해함은 없다. 그 자리를 이야기와 새로운 형식으로 채웠다. 무대에는 가로, 세로, 높이 2.5m인 커다란 상자(큐브) 12개가 나름의 배열로 쌓여 있다. 이 상자는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공간, 영상을 비추는 스크린, 상가·발레 연습실 등 다양한 장소가 된다. 무용수들은 이런 영상과 무대를 오가며 일상과 만남, 사랑, 방황 등을 다양한 춤으로 표현한다. 공연 도중 고(故) 한형모 감독의 영화 ‘자유부인’(1956)이 상영돼 향수를 끄집어낸다. 흥겨운 샹송을 따라 노래 가사, 말풍선들이 어우러지는 비디오아트도 넣었다. 2막을 여는 패션쇼 무대는 공연의 실험성이 극대화하는 부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델 10여명이 긴장감 넘치는 음악에 맞춰 벽을 타고 내려오는 선을 따라 워킹한다. 상자 벽에는 이 모델들을 클로즈업한 영상으로 세밀감을 살리며 무대는 패션쇼장으로 변신한다. 무용수들이 날렵하게, 또는 묵직하게 풀어내는 춤사위로 ‘자유부인’의 이야기를 풀어 가는 한편 곳곳에 이런 장치들을 포진해 놓고 있어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평면 화면의 제약을 극복하고자 깊이감을 확장시키는 3D 영화가 요즘 주류입니다. ‘시네마틱 퍼포먼스’는 이런 현실적인 확장감에 무용이 가지는 강렬함을 접목한 것이죠.” 각본·연출을 맡은 변혁 성균관대 영상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15~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자유부인 2012’는 패션쇼로 화려함을 더하고 발레 클래스와 인터뷰 등 볼거리를 늘려 초연 당시 모습보다 업그레이드됐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첫 한국 현대무용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그동안 이 무대에 선 현대무용은 지리 킬리언, 얀 파브르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해외 스타 안무가 작품에 불과했다. 물론 원작이 던지는 주제 의식은 그대로다. 안무를 한 정의숙 성균관대 무용학과 교수는 “2012년 버전은 여성의 일과 사랑이라는 주제에 더 접근하면서 강력한 화두를 던져 보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특별출연하는 연극배우 박정자, 패션모델 한혜진의 변신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특히 ‘목소리’ 선영으로 관객을 만난 박정자씨는 공연 막바지에 무대에 등장해 좌절을 맛본 주인공 선영에게 희망을 던지는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15~17일, 4만~15만원(학생 50% 할인). (02)2000-9752.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자유부인’은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1954년 서울신문에 연재된 소설이다. 대학 국문과 교수 장태연의 부인 오선영이 남편의 제자와 춤바람이 나고 상대에게 버림받은 충격으로 탈선을 한다는 내용으로, 당시에는 파격적인 일탈을 그리며 파란을 일으켰다. 단행본은 7만부 판매 기록을 세우며 한국 최초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됐다. 1956년 김정림 주연으로 처음 영화화한 뒤 김지미(1969), 윤정희(1981), 고두심(1990) 등 당대 최고 여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워 영화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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