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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균형추 깨진 美사법부… 새 대법관에 ‘보수 엘리트’

    균형추 깨진 美사법부… 새 대법관에 ‘보수 엘리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새 연방대법관 후보로 보수 성향의 브렛 캐배너(53)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그에 대한 지명을 발표하면서 “법조계에서 그는 ‘판사의 판사’로 간주된다”며 “그의 동료 가운데 진정한 사상 지도자”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흠잡을 곳 없는 명성과 뛰어넘을 수 없는 자질, 법 아래 평등한 정의에 대해 입증된 헌신을 갖췄다”면서 “뛰어난 법학자로, 보편적으로 가장 훌륭하고 날카로운 우리 시대 법률 마인드”라고 덧붙였다. 워싱턴DC 출신으로 메릴랜드에서 자란 캐배너 판사는 보수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엘리트 주류 법조인으로 공화당이 가장 선호하는 법조인 중 한 명이다. 예일대와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어머니도 주 법원 판사 출신의 법조인이었다.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판사로 임용됐으며,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정치 경험도 갖췄다.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조사한 케네디 스타 특별검사팀의 보고서 초안 작성 과정에도 참여했다. 그는 보수적 가치에 입각한 반향 있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았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캐배너 판사는 상원 인준을 받으면 오는 31일부로 은퇴하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자리를 잇게 된다. 대법관 지명자는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를 거쳐 상원 전체회의에서 의원 100명 가운데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이 51석이어서 인준안 통과는 무난하다. 그가 연방대법원에 합류하면 대법원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무게 추가 오른쪽으로 기울게 된다. 은퇴하는 케네디 대법관은 중도 보수 성향이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렸던 주요 사안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며 대법원의 균형추 역할을 해 왔다. CNN은 “이번 선택이 성소수자, 이민, 건강보험법 등 오바마 시대 진보주의자의 승리에 대한 보수주의자의 반발을 훨씬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법원에서 진보와 보수 대결이 더 격화하게 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그의 지명에 우려를 표하고 반대표를 던질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속한 인준과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의회 협조를 당부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선교사 알렌 콜렉션, 반환 위해 긴밀 협의 중”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선교사 알렌 콜렉션, 반환 위해 긴밀 협의 중”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이 말하는 불법 문화재 환수운동이란 ···●사무실 한쪽 벽에는 환수 대상의 문화재 사진 빼곡 도배 “문화재는 그동안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권력이나 학문, 부를 가진 이들만 향유했죠. 이 굴레를 벗겨 모두에게 돌려주는 게 무엇보다 큰 문화유산 회복 운동입니다. 문화유산 회복 운동은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난 이상근(55)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은 “시간을 초월한 가치를 지닌 문화재를 모두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문화유산의 이야기 즉 스토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의 한 빌딩 10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문화재 관련 책들과 함께 그가 반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부여 금동관음보살입상(일명 백제 미소불), 정조의 해시계와 간평의(별자리 관측기구), 태종의 혼일강리역대국도(세계지도), 세종의 원각경 변상도(불경) 등의 사진들이 벽에 도배되다시피 촘촘하게 붙어 있었다. 이들은 일본의 기업인과 대학, 프랑스 파리 천문대와 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외국에 불법적으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환수해오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어떤 일을 주로 하느냐’고 묻자 이 이사장은 기대했던 문화재 환수 운동보다는 ‘수집’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거북 등 껍질만 모으는 사람, 도장만 모으는 사람, 병 뚜껑만 모으는 사람, 가짜 금제만 모으는 사람 등 별의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며 “이들을 한데 모으는 작업 즉 ‘별의별 이야기 마을’을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근황을 말했다. ●“문화재는 소수 엘리트 전유물 아냐···모두의 것” 이 이사장은 이런 수집가들이 평생 애써 모은 것들에 대해 부인이나 자녀 등 가족들이 무시하거나 그 가치를 등한시한다며 “이들을 한 곳에 모아 보여주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런 것들이 역사의 기록이고 가치를 만들어줍니다”. 10여 개의 작은 박물관이 있는 스페인 그라나다 박물관 마을을 모델로 삼은 듯 여러 차례 강조하며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도 17개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연합해서 하나의 ‘박물관 마을’을 만든 것도 예를 들었다. 그는 이를 위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요즘 그가 환수에 애쓰는 것은 선교사를 겸했던 미국 외교관 호러스 뉴턴 알렌(1858~1932)의 수집품이다. 그의 후손들이 현재 소장한 문화재는 50여 점으로 추정된다. 당시 알렌이 주고받은 편지 100여 통도 갖고 있다. 그의 후손들은 미국 오하이오주 버펄로라는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단다. “작년에 황사손(이원·고종의 증손자로 제5대 대한제국의 황실 수장)과 같이 가보니 저녁 7시만 되면 마을 전체가 불이 꺼져 컴컴하고, 기름 한번 넣으려면 5km 떨어진 주유소를 가야 했습니다.” “알렌이 나름대로 한국 독립을 위해 일하다 1905년 본국으로 송환됐습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몰랐던 그가 한국 독립에 관한 글과 편지를 자꾸 쓰자 당시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에게 미운 살이 박혀 어떤 직책도 받지 못했죠. 알렌은 여생을 가난하게 보냈고, 그 후손들도 궁핍하게 살아 시골마을을 벗어나지 못했지요. 그 후손들이 수집품 150여 점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가난했던 알렌, 친구들에게 고려청사 팔려고 편지도”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100여쪽의 복사 묶음인 ‘알렌 콜렉션 목록’을 내밀어 보여줬다. A4용지 크기의 종이에는 그림과 도자기, 의상 등의 흑백 사진과 함께 영어로 적힌 손편지들과 명성황후와 관련된 자료들이 복사돼 있었다. “알렌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일본의 내정 간섭에 관한 편지, 친구들에게 ‘생활비가 없다’며 고려 청자를 사달라고 부탁하는 편지 등이 있습니다” 그는 이 편지들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대한제국의 역사를 새롭게 써 볼 대목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음달에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후손들과 반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계획입니다. 그때는 전문 감정사와 같이 가서 알렌 수집품을 평가할 것입니다.” 그는 “필요하다면 그 후손들에게 적절한 보상도 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반환 후 서울역사박물관이나 조선 왕실 전문인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하는 문제를 두고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문화재 환수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6년 조선왕실의궤 환수운동을 하면서부터다. 2010년 당시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왕실의궤 1205권을 반환했다. 일본 왕실 궁내청 서능부에는 조선에서 약탈해간 서책 5만여권의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본 당국이 서고의 문을 열어주지 않아 뭐가 있는지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전용기 편으로 환국한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 환수에도 그가 간여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조선왕실의궤 환수였죠. 당시 일본 총리가 사과도 했고···요즘엔 당연히 부석사의 금동보살좌상 환수 문제죠” 이는 일본 쓰시마 관음사에 있던 불상으로, 일본이 반환을 요구하면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문화재 왜 환수하냐’ 도발에 “과거 상처 치유 과정” 이 이사장에게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굳이 환수해야 하나요’라고 도발성 질문에 “우리의 ‘고아 문화재’를 되찾는 것은 과거 나라를 잃은 아픔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문화재가 해외 현지에 있음으로 해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더 잘 알리는 측면이 분명히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것도 어디 있는지 알아야 가능하다 “고 설명했다. 우리 문화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거나, 녹슬거나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고 중국이나 일본 문화재로 잘못 표기돼 있기도 하다며 이런 오류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잘못을 모르고 지나가면 결국 훼손되고 망실된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재가 돈으로 치환되는 ‘괜찮은 물건’이거나 공동체의 기억 즉 역사를 삭제당하는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유산 회복 운동은 이야기 주인공 찾는 일” 이 이사장은 해외에서 우리 문화재를 보유한 상당수 소장가는 수집가의 손자쯤 된다. 그리고 이들 소장가의 나이도 70~80대로 연로하다. “수집가의 후손들이 (우리 문화재에 대해) 어쩔 줄을 모릅니다. 일부는 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하고, 또 일부 후손들은 되돌려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재들이 돌아오면 ‘보물급이다, 아니다’의 가치를 논하기 이전에 우리의 역사와 시간을 담고 있기에 돌아올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고가 쳐박아두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전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장가가 마음 놓고 신탁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조선을 수집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마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정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 문화재는 20개 국가의 582곳에 흩어져 있다. 한국의 학자나 전문가들이 일일이 나가 확인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문화재 회복 네트워크 설립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현지의 교민이나 유학생, 한국 교수들을 중심으로 우리 문화재의 전수조사를 하고, 추적하는 것이지요. 현지를 활용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출 계획입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환수운동을 펼치든 현지 활용을 하든 하지요” 그의 사무실 한켠에는 ‘야전 침대’가 놓여 있었다. ‘야전침대가 왜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이상근 이사장은 “해외 네트워크와의 긴밀한 연락을 위해서죠. 시차가 안 맞으니 여기 사무실서 잠자며 기다리는 날도 많거든요. 간혹 밤새워 원고도 쓰고···”라며 책상에 도로 앉았다. 사진 김명국선임기자 daunso@seoul.co.kr글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인피니트 엘, ‘1분 만에 매진’ 단독 팬미팅 “추가 공연 확정”

    인피니트 엘, ‘1분 만에 매진’ 단독 팬미팅 “추가 공연 확정”

    인피니트 엘(김명수)의 단독 팬 미팅 추가 공연이 확정됐다. 김명수는 오는 7월 14일 오후 6시, 15일 오후 5시 양일간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리는 단독 팬 미팅 ‘Kim Myung-Soo 1st Fan Meeting in Seoul(김명수 퍼스트 팬 미팅 인 서울)’ 개최를 앞두고 지난 28일 멜론 티켓을 통해 단독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1분 만에 매진되어, 15일 오후 1시 추가 공연을 결정했다. 이번 팬미팅 공연 추가는 티켓 매진 후 소속사 측에 추가 공연에 대한 문의가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이로써 총 3회에 걸쳐 팬들과 만나게 됐다. 이렇게 성사된 오는 15일 1회차 공연의 티켓은 10일 오후 2시부터 멜론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김명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단독 팬 미팅인 만큼 다채로운 구성과 무대로 팬들과 깊고 친밀하게 소통하겠다는 각오다. 현재 김명수는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연출 곽정환)‘에서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엘리트 판사 임바른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한편 김명수의 단독 팬 미팅은 오는 14일과 15일 양일간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리며, 추가 공연의 티켓은 10일 오후 2시부터 멜론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문제적 남자’ 유병재, 학창시절 전교 1등→서강대 출신 ‘반전 뇌섹남’

    ‘문제적 남자’ 유병재, 학창시절 전교 1등→서강대 출신 ‘반전 뇌섹남’

    ‘문제적 남자’ 작가 겸 코미디언 유병재가 학창시절 성적을 공개했다. 3일 방송된 tvN ‘문제적 남자’에는 유병재가 게스트로 출연, 반전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유병재는 이날 방송에서 “고등학생 때 전교 1등을 몇 번 하긴 했다”고 밝혀 시선을 끌었다. 그는 “붙박이로 한다기보다는 왔다 갔다 하면서 (전교 1등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MC 전현무는 “왔다 갔다 해봤자 전교 10등 안에는 늘 들었을 것 아니냐”고 하자, 유병재는 “그렇다”고 수줍게 답했다. 실제로 이날 유병재 학창시절 생활기록부도 공개됐다. 유병재는 학창시절 교육감 표창, 전 학년 교과우수상, 수리영역 만점 등 반전 엘리트 면모를 보였다. 이외에 생활기록부에 적힌 취미 ‘돌 수집’, 교내 입상 내역에는 ‘쿵쿵따 3위’, ‘축제 학예발표회 코미디·개그 1위’ 등 남다른 이력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유병재는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 방송작가로 데뷔하면서 중퇴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수능파 “학종, 우연성 큰 복불복”… 학종파 “수능, 과정 아닌 결과”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수능파 “학종, 우연성 큰 복불복”… 학종파 “수능, 과정 아닌 결과”

    수능과 학종 사이… 심층 그룹인터뷰로 살펴본 부모 속마음 대한민국에서 대학 입시 제도는 ‘몸통(교육 제도)을 흔드는 꼬리’다. 철옹성 같은 대학 서열화 구조 속에서 유명대 졸업장은 인생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진다. 입시가 교육의 전부가 된 이유다. 현재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2022학년도 입시 제도 개편안 마련이다. 수능 위주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율 조정이 핵심 안건이다. 2지선다의 단순한 객관식 같지만 부모와 교사, 대학 등의 첨예한 입장 차 속에 고차방정식이 돼 버렸다. 서울신문의 ‘교육개혁리포트 대한민국 중3’ 2편에서는 수능 전형과 학종 전형을 지지하는 학부모를 4명씩 만나 심층그룹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한 결과를 정리했다. 두 집단 부모들은 각자 경험에 기대어 학종 또는 수능 전형을 옹호했지만, 각 전형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음은 알고 있었다. 상대가 왜 특정 전형을 선호하는지 심리적 동기를 정확히 읽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할 때 입시 난제 해법을 찾는 길이 열릴 듯하다. 참가자들이 신분 공개를 꺼려 사는 지역에 따라 수능 지지자는 강남맘(중3·대학2 자녀 부모)·성남맘(고3)·대구맘(중3·초4), 양천맘(고3·고1)으로 표기하고, 학종 지지자는 분당맘(중3), 중랑맘(고2·중1), 일산맘(중2·초6), 목동맘(고3·중3, 모두 40대)으로 지칭한다.수능파 속마음 서울신문 취재팀이 만난 수능 지지 학부모(수능파)들이 체감하는 한국은 약육강식의 ‘경쟁 사회’다. 이 땅에서 수십년 살며 몸소 체험한 바다.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이라는 청년실업률이나 청년층이 ‘N포 세대’(돈이 없어 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 등 많은 것을 포기하는 세대)로 전락했다는 등의 뉴스를 보면 확신이 더해진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학벌사회인 한국에서 학력은 확실한 능력이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주요대 학벌의 힘은 여전하다. “좋은 대학에 가도 취직이 안 될 수 있지만,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성남맘)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 때문에 입시는 그저 ‘잘되면 좋은’ 수준이 아니라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승부다. 이런 수능파 부모들에게 학종은 매우 큰 ‘부담’이다. 우선 입시는 노력한 만큼 공정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학종은 ‘우연성’이 너무 크다. 투자한 노력·시간에 비례해 꽤 정직하게 성적이 보장되는 수능과 다르다. 우연의 개입을 막으려면 내신 교과 성적과 수상 실적 등 비교과 기록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심리적·재정 부담이 심하다. “우리 부부는 전문직인데도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요. (학생부 관리법을) 차라리 모르면 속 편했겠죠. 고교 입학 직전 학종 컨설팅을 시작해서 3년 내내 학생부를 관리해야 해요. 물론 돈 들죠. 하지만 이걸 혼자 하는 학생이 0.5%나 될까요?”(강남맘) 수능파 학부모들에게 일부 교사는 불신의 대상이다. 학종에서는 교사가 아이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얼마나 신경 써 작성해 주느냐에 따라 입시 당락이 갈리는데 무신경해 보일 때가 많다. “교사는 내가 고를 수도 없고 복불복이 너무 심한데 그 피해는 왜 전부 고3인 내 아이가 봐야 하느냐”(양천맘)는 분노와 하소연이 쏟아진다. 아이와 함께 수험 생활을 하며 직간접적으로 확인한 학종 관련 부정행위는 불신을 더욱 깊게 한다. “우리 애 학교에서는 전교 1등한테 교내상을 수십개 몰아줬대요. 딸이 나중에 저한테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더라구요. ‘(상위권 학생들이 속한) 심화반은 봉사 점수 같은 것만 좀 몰아주는 줄 알았는데 은근히 내신 문제도 찍어준다’고요.”(강남맘) 교사들이 출제하는 중간·기말고사 문제도 수능과 비교하면 여간 마뜩잖다. 아이들의 등급을 가르기 위해 문제를 말도 안 되게 꼬아 낸다. 게다가 “내신 교과 등수는 1학년 1학기 성적이 3학년 때까지 뒤집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성남맘)는 생각이 든다. “영어는 문장의 세미콜론까지 외워 써야 해요. 수행평가에서는 삼각함수, 로그함수를 실생활에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보고서로 써서 내래요. 이걸 아이가 어떻게 해요. 결국 많은 강남 아이들이 학원 도움을 받죠.”(강남맘) 하지만 교사를 정면 비판하기는 부담스럽다. “학교에 교사의 자질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제보한 학부모를 색출한다”(양천맘)는 얘기까지 돈다. 수능파 부모들도 처음부터 학종을 미워한 건 아니다. 아이가 잘하는 것을 대입에 반영하려는 취지는 훌륭하다. 다만 한국처럼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신뢰 수준이 낮은 사회에서는 절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는 제도다. 그래서 “현재 20% 수준인 수능 전형 비율이 40~50% 수준까지는 올라가야 한다”(대구맘)고 생각한다. “저는 극단적으로 학벌 위주, 경쟁 위주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학종 아니라 학종 할아버지가 와도 똑같은 짓(부모 개입·사교육 의존 등)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성남맘) 수능 지지 부모들이 가진 공통점 중 하나가 자녀와의 관계다. 이들은 정서적 유대감이 무척 강하다. 부모는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다. “아이가 (학종에 불리한) 지금 학교에 온 걸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어요. 고3이 되면 ‘내 잘못이구나, 내 오판 탓에 아이 인생이 망가졌구나’ 싶은 생각이 들까 봐 걱정이에요. 경쟁 사회인데. 왜 이런 대입 제도를 엄마와 아이들한테 전가시키는지 참을 수가 없어요.”(양천맘)학종파 속마음 학종 지지 학부모(학종파)는 심층인터뷰에서 ‘과정’과 ‘맥락’을 자주 강조했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이며,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분당맘)는 얘기다. 유명대 입학은 학습 과정에서 얻을 수도, 혹은 얻지 못할 수도 있는 결과물로 보려 했다. “시험 이외의 모든 상황이 역경이고, 이를 스스로 해결하는 게 자기주도적 학습 과정이죠. 요즘은 복합 문제 해결 능력이나 시련이 교육적으로 오히려 필요해요.”(일산맘) 학종은 ‘과정’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수능보다 나은 입시 도구라고 생각했다. “학종도 모순에 차 있지만, 과정 평가(학종)와 결과 평가(수능)는 차이가 있죠. 수능 애들은 스토리가 없어요.”(중랑맘)라는 말에는 학종파 부모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다. 교사는 내 아이의 ‘과정(맥락) 있는 배움’을 돕는 파트너다. 신뢰해야 한다. 중학생인 아이가 성적 잘 받는 법을 묻는다면 “네 주변에서 교육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학교 선생님이니까 선생님께 물어보라”(중랑맘)고 조언한다. 교사들의 무관심 탓에 일반고 학생 등이 학종 전형에서 피해를 본다는 주장도 동의하지 않는다. “한 학교의 교사 전체가 모두 무관심하기는 어려워요. 1~2명이 먼저 시작하고, 학교만의 데이터가 만들어지면 선순환으로 향하기 시작해요.”(중랑맘) 학종을 ‘금수저 전형’(사교육에 의존할 수 있는 고소득층에 유리하다는 뜻), ‘깜깜이 전형’(당락의 이유가 불명확한 부정한 전형)이라고 비판하는 건 예외적인 사례를 너무 부풀려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교 1등에게 수상 실적 몰아주기, 교사가 엄마에게 학생부 작성 맡기기 등은 흔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학종파 부모도 입시 결과를 두고 완전히 초연하지는 못하다. “학종은 교과 성적과 스토리(비교과 기록)를 함께 챙겨야 한다”(일산맘)는 점에서 부담이 큰 전형이다. “부모로서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수긍할 때도 있다. 하지만 시대 흐름을 볼 때 결국 학종에 담긴 철학이 맞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예전의 룰(수능 잘 봐서 좋은 대학 가면 안정적인 삶을 누린다는 암묵적 규칙)이 통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엘리트 교육의 한계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줌아웃해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다 서울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줌인해서 우리 주변을 보면 결국 정성적 부분이 훌륭한 사람이 존경받고, 행복하죠.”(중랑맘) 학종파 부모들은 공동체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했다. 주변 아이들의 행복도가 곧 내 아이의 삶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컨대 핵전쟁이 나고 환경이 다 파괴됐는데 우리 애만 방탄복 입고 살아남는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죠. 이웃 아이들은 내 아이에게 환경 같은 존재죠.”(중랑맘) 학종파 부모가 수능파 부모와 다른 또 하나의 지점은 자녀와의 관계 설정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딸이지만, “아이 인생의 80~90%까지 책임지고 싶지 않다”(일산맘)고 생각한다. 피아노 학원 등을 보낼 때도 체험해 볼 기회를 주고, 레슨을 받을지는 본인이 정하도록 한다. “‘저걸 안 해도 행복하다’고 하면 시키지 않는다”(목동맘)는 것이다. 누군가는 “부모로서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다. 이에 대해 “아이에게 어려운 선택권을 주되 그 선택을 존중하고, 결과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오로 옆에서 지켜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이가) 선택을 후회해도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후회 없는 인생이 있겠어요?”(일산맘)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씨줄날줄] 일본의 ‘폼페이오’/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일본의 ‘폼페이오’/황성기 논설위원

    일본의 ‘마이크 폼페이오’를 노린 경합이 치열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거쳐 국무부 장관에 발탁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월 말~4월 초 평양을 방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북한과 정상회담을 준비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폼페이오급의 거물이 평양에 가야 한다는 일본판 ‘폼페이오 모델’이 만들어졌다.2002년 북·일 정상회담 때는 일본 외무성의 다나카 히토시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북한의 ‘미스터 X’를 수십 차례 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평양 회담을 성사시켰다. 외무성 국장이 하던 일이 폼페이오 모델에 의해 장관급으로 3단계가량 격상됐다. 일본판 폼페이오는 자천타천으로 3명이 회자된다. 고노 다로(55) 외무장관, 야치 쇼타로(74) 국가안전보장국(NSC) 국장, 기타무라 시게루(61) 내각정보관이다. 통상적인 절차를 따른다면 고노 외무장관이 최적격이다. 본인도 의욕을 보인다.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때 고이즈미 총리를 수행할 당시 아베 관방부 장관이 4년 뒤 총리에 오르고, 지금은 최장수 총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전례를 감안할 때 정치적 욕심을 낼 법하다. 야치 국장은 사무차관을 거친 일본 외교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14년 1월 NSC가 출범하면서부터 국장을 맡고 있다. 얼어붙은 중·일 관계를 푼 막후이자 한·일 위안부 합의 밀실회담의 주인공이다. 일본 각처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분석하는 내각정보조사관실의 수장인 기타무라 정보관은 도쿄대 법학부를 나온 엘리트 경찰 출신이다. 민주당 정권 시절인 2011년부터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북·일 정상회담 시점은 ‘9월 안’이 부상한다. 아베 총리가 참가하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9월 11~13일)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김 위원장이 참석하면 정상회담을 한다는 구상이다. 의제 조율을 위해 폼페이오급이 평양에 가야 하는데 막상막하 3인이 아베 총리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다. 정도를 밟자면 고노 외무장관이지만 야치 국장도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마이 다카야 비서관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 기타무라 정보관인 점은 ‘일본 폼페이오’ 예상을 어렵게 한다. 아베 총리와의 면담 횟수를 척도로 한다면 기타무라가 압도적이다. 고노 외무장관이 취임한 2017년 8월 3일부터 지난 5월 31일 사이 고노 29회, 야치 66회인 데 비해 기타무라는 103차례였다. 기타무라가 평양에 가 본 경험도 있다니 인선이 ‘오리무중’에 돌입했다. marry04@seoul.co.kr
  • [미래유산 톡톡] 67년간 여객·화물 수송 경춘선, 폐철길 6.3㎞ 공원 조형물 즐비

    [미래유산 톡톡] 67년간 여객·화물 수송 경춘선, 폐철길 6.3㎞ 공원 조형물 즐비

    지난 23일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단이 찾은 태릉 일대에는 2개의 굵직한 미래유산이 있다. 첫째는 경춘선 숲길 공원이고, 둘째는 태릉선수촌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과 강릉을 사이에 두고 서울미래유산 코스는 서로 이어진다.경춘선은 1939년 개통 당시 성동역에서 춘천역까지 달리다가, 1971년 성동역~성북역 구간이 철거됐다. 2006년부터는 경춘선 일부 구간 직선화로 청량리~성북~신공덕~화랑대~갈매역 구간이 청량리~망우~갈매역으로 변경됐다. 67년간 서울 동북부 지역과 강원도를 오가며 여객 및 화물을 수송했으며, 특히 청춘 및 문화 철도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울시는 2013년 도시재생프로젝트의 하나로 경춘선 폐선부지 구간 중 광운대역~서울시 경계 구간 6.3㎞를 공원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철길과 신호기 등 원형을 최대한 보전하였고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산책로,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했다. 공원 곳곳에 옛 철길을 형상화한 침목 모양의 의자, 조형물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철길 주변에는 옛 경춘선에서 볼 수 있었던 개나리, 벌개미취 등을 심어 정취를 살렸다. 감나무, 살구나무, 매화나무, 모과나무 등 키가 큰 유실수를 심었다. 태릉선수촌은 체육 일선 지도자 및 국가대표 선수의 강화 훈련을 위해 대한체육회가 설립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 다녀온 민관식 당시 대한체육협회장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국가대표 선수 집중 훈련 시설의 필요성을 끈질기게 건의해 1966년 6월 30일 지금의 자리에 태릉선수촌이 들어섰다. 건립 이래 20여개의 기초 종목을 비롯해 구기 종목, 투기 종목 등에서 450여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받았다. 지난해 9월부터 빙상 종목 몇 개를 제외하고 대부분 진천으로 이사했다. 태릉선수촌이 진천으로 이사한 데는 이유가 있다. 태릉과 강릉이 2011년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조건으로 왕릉을 훼손한 선수촌을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체육계는 엘리트 체육의 전당인 태릉선수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월계관, 개선관, 승리관, 6레인 트랙 운동장과 남녀 숙소 한 동씩(올림픽의 집, 영광의 집), 챔피언 하우스(선수들의 위락시설)에 대해 근대문화재 등록을 추진 중이다. <서울미래유산연구팀>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뻗었다가 휘어진 폐철길, 가난·청춘 안는 쉼터 되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뻗었다가 휘어진 폐철길, 가난·청춘 안는 쉼터 되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7회 태릉(경춘선 숲길) 편이 지난 23일 노원구 공릉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되살린 경춘선 숲길 6.3㎞ 중 공릉동 동신아파트~6호선 화랑대역~육사삼거리 구간을 걸었다. 투어단은 7호선 공릉역 2번 출구 앞에서 모여 공릉동 동신아파트 앞까지 이동한 뒤 답사를 시작했다. 경춘선 구간이 직선화, 전철화, 복선화하면서 폐선이 된 철길은 공원이 되고, 자전거길이 되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어른들의 장터 겸 쉼터로 변모했다. 철마가 멈춘 경춘선 폐구간은 그림 속의 한 장면처럼 정지돼 있다. 홍대 앞 경의선 숲길이 디자인 개념으로 창작된 공원 길이라면 경춘선 숲길은 자연스런 옛 기찻길 그대로다. 뻗었다가 휘어지고, 사라지는 철길 풍경이 아스라하다.우리가 지나온 가난과 청춘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해설을 맡은 전혜경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치크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를 인용해 철길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설명했다. 이 소설은 기찻길 사이 삼각형 주택에서 고양이를 키우며 사는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를 들려줘 잠자던 감성을 일깨웠다.서울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중랑구 일대를 북서울이라고 한다. 조선 시대엔 북서울을 북교(北郊)라고 불렀다. 교(郊)란 도성 밖 배후 지대이자 방어선이다. 행정적으로 한성부 동부 숭신방과 경기도 양주목에 속했다. 망우동·번동·창동·우이동·방학동·묵동 같은 유서 깊은 촌락이 자리했다. 의령 남씨, 동래 정씨, 평산 신씨 집성촌의 역사와 지리, 인물을 엮은 ‘망우동지’라는 향토지를 1760년(영조 36년)에 펴냈다. 우이동과 쌍문동 일대에는 사대부들의 별서(농장)가 많았는데 문인 홍양호가 노래한 ‘우이구곡’은 오늘까지 전해진다. 월계동 초안산 일대는 양반, 내시, 궁녀, 중인층의 묘역으로 쓰였다. 한양도성과 팔도를 잇는 여섯 가닥의 큰길 중 두 가닥이 북교를 지났다. 1770년(영조 46년) 신경준은 도로고(道路考)에서 6개 큰길을 정리했다. 제1로는 의주대로, 제2로는 경흥대로, 제3로는 평해대로, 제4로는 동래대로, 제5로는 제주대로, 제6로는 강화대로였다. 이 중 경흥대로(한양~함흥~경흥)와 평해대로(한양~강릉~평해)가 북서울을 남북으로 가로질렀다. 경흥대로는 혜화문을 나서 미아리고개를 넘어 누원(다락원)을 지나 철원으로 나아갔다. 미아리고개를 ‘되너미고개’라고 읽고, ‘돈암’이라고 쓴 이유도 이 길을 오간 여진족이나 중국과의 인연에서 나왔다. 오늘의 도봉산역인 누원은 동북 방면에서 가져온 북어와 땔감의 집산지였다. 강원도에서 경상도로 이어지는 평해대로 변의 풍경은 송강 정철이 지은 관동별곡 속에 담겼다. 한반도 최북단 경흥 서수라에서 남산 봉화대까지 이어지는 봉화길이기도 했다. 철도는 근대 과학기술문명을 대표하는 가장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구조물이다. 북서울을 관통하는 두 갈래 길은 근대 철로가 되었다. 1914년 개통된 용산~왕십리~원산행 경원선은 옛 경흥대로 노선을 이어받았다. 금강산 가는 전기철도가 철원에서 갈라졌다. 말을 타고 닷새 걸리던 금강산 관광길이 반나절로 줄어들었다. 철도 노선에서 벗어난 누원점(누원)이 지고 창동역이 새로 떴다. 1101년(고려 숙종 6년) 남경의 후보지로 처음 거론된 곳이 노원역, 해촌(창동), 용산이었으니 800여년 만에 장소의 역사성이 되살아난 셈이다. 철도역 주변의 융성과 팽창에 힘입어 1931년 창동에 북서울 최초의 근대적 초등학교인 창동공립보통학교가 설립됐다.1939년 최초로 민족자본이 투입된 사설 철도인 경춘선이 개통하면서 경원선과 경춘선이 만나는 연촌역(1963년 성북역, 2013년 광운대역으로 개칭)이 북서울의 중심역으로 부상했다.1938년 경성제국대학 이공학부(서울대 공과대학)가 현재의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터에 들어섰다. 총독부는 이북의 광물과 자원이 모이는 지점에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를 세웠다. 식민 약탈과 대륙 침략의 음모였지만 근대 이후 북서울 최대의 사건이자 지역 도로망과 산업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때 학교 앞 묵동정류소는 1944년 신공덕역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본래 경기도 양주군 노해면 공덕리였으므로 공덕역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했지만 용산선 공덕역이 이름을 선점하고 있었기에 엉뚱하게 ‘새로울 신’ 자를 앞에 넣어야 했다. 이름을 상실한 신공덕역의 비극이다. 1942년 서울~경기~강원~충청~경상도를 동서로 관통하는 청량리~경주 간 중앙선이 열리면서 북서울의 교통 중심은 망우리와 상봉동으로 또 한 번 옮겨 갔다. 1963년 행정구역 확대에 따라 경기도 12개 면, 90개 리가 서울에 편입되면서 공릉동(孔陵洞)이 등장했다. 공릉은 왕릉과 무관하다. 조선 13대 왕 명종이 묻힌 강릉(康陵)도 아니고, 모후 문정왕후가 묻힌 태릉(泰陵)도 아니다. 태·강릉 두 릉을 함께 이르는 호칭은 더더욱 아니다. 공덕동의 ‘공’자와 태릉동의 ‘릉’자를 합쳐 지은 국적 불명의 합성 지명이다. 한 글자씩 나눠 가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이 동네를 태릉이라고 부른다. 태릉의 주인이 강릉 주인의 어머니라곤 하지만 왕후의 단릉을 왕과 왕후의 쌍릉 앞에 두고 호칭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래서인지 ‘공룡동’이라는 허명이 떠돌기도 했다. 왜 태릉인가? 태릉선수촌이라는 엘리트 체육의 전당이 왕릉의 존재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태릉선수촌이 떠난 뒤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한편 투어가 끝난 뒤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참석자들은 “문학과 역사와 대중문화가 어우러져 유익했다”, “해설자의 해박한 지식과 재미있는 설명에 감동했다”, “경춘선의 추억을 되새긴 소중한 시간이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태릉선수촌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는 소감을 쏟아냈다. 옛 서울공대, 태릉과 강릉을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도 설문에 들어 있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여의도(여의도공원의 여름) ●일시:6월 30일(토) 오전 10시~낮 12시 ●집결 장소: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 [시론]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조건/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시론]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조건/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최근 한국의 언론을 보면 이상한 느낌을 피할 수 없다. 낙관주의와 기대의 쓰나미가 한국 언론과 한국 국민들을 휩쓸고 있다. 그들은 온 세계가 하루아침에 이미 바뀌었거나 곧 바뀔 것으로 믿는 것 같다.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 한반도 냉전 구조의 붕괴 및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너무 많다.그러나 이 낙관주의가 별 근거가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 북·미 정상회담은 평가할 부분이 없지 않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꿀 것 같지 않다. 한반도 상황을 20여년 동안 결정해 온 논리, 그리고 관계 국가들의 현실주의적인 국가 이익은 아무 변화가 없기 때문에 북·미 공동성명은 생각만큼 의미가 크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이 여전히 핵을 포기할 생각조차 없다는 데 있다. 그들은 ‘핵군축’을 할 수 있는데, ‘핵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북한의 전략적인 상황 및 엘리트 계층의 집단이익과 직결된다. 북한 결정권자들은 비핵화를 집단 자살로 생각하고 있다. 세계 역사상 핵을 포기한 독재자는 리비아의 카다피뿐인데 우리 모두 그의 운명을 잘 알고 있다. 북한처럼 ‘악의 축’에 속했던 후세인 대통령의 운명도 평양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에 미국이 ‘확실한’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모든 것이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북한측이 체제보장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미국측은 자신의 약속을 지킬지 의심스럽다. 특히 민주 국가인 미국에서 선거가 있다. 민주당을 싫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가 체결한 이란과의 핵협정을 하루아침에 쓰레기통으로 집어넣었다. 트럼프를 악당처럼 싫어하는 민주당이 다시 여당이 된 다음에 북한과의 체제보장 협정을 쓰레기통으로 보내지 않을 것을 확실히 아는 방법이 있을까. 둘째, 북한 엘리트가 직면한 체제 안전을 위협하는 두 종류의 위험이 있다. 외부의 공격에 대한 우려감, 그리고 내부 혁명이나 음모, 쿠데타 등에 대한 우려감이다. 미국측은 불가침 약속을 할 수 있는데, 북한 내부에서 생길 위협을 가로막을 능력이 없다. 2011~12년 리비아 혁명은 중요한 교훈이다. 리비아에서 반체제 운동이 시작될 때, 카다피 정권은 공군과 중화기가 많아서 이 운동을 진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카다피에게 비핵화를 강제한 서방 국가들은 카다피가 공군 비행기를 쓰지 못하도록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했다. 북한에서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어떨까.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북한 민중이 1989년 동독 민중처럼 즉각적인 민주화와 통일을 요구하기 위해서 거리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북한 정권이 ‘국가 보위를 위한 비상조치’를 선포하고 탱크와 헬기로 민중들을 진압하기 시작한다면 흥분하기 쉬운 한국 시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가 있다면 진보파도 보수파도 ‘무참한 양민학살’을 비난하지만, 서울 광화문에서 버섯구름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말로만 시끄럽게 ‘규탄’할 것이다. 그러나 ‘비핵 북한’에서 사뭇 다른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북한 엘리트 계층은 체제가 무너지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과거 인권침해 때문에 ‘과거청산’ 희생양이 되고 오랫동안 감옥 생활을 할 줄 알고 있다. 그들은 나라의 발전이나 백성들의 생활 개선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가족들의 생존 그리고 행복이다. 최근에 북한은 미국의 압박에 임시적으로 굴복할 필요성을 느꼈다. 또 남한 국내 정치 변화로 인해,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이남’에서 받을 희망을 가지고 있어서 긴장 완화 정책을 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좋은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가 있으면 안 된다. 기본 구조는 아무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 “태국에도 5·18 같은 역사… 민중 주도로 민주화 올 것”

    “태국에도 5·18 같은 역사… 민중 주도로 민주화 올 것”

    정부 저항단체 ‘NDM’ 조직 비판 기사 SNS 공유한 혐의로 ‘최대 징역 15년’ 왕실모독죄 기소 5·18 단체 지원으로 광주 체류 “한국 대학서 정치학 배우고파”“5·18 광주에서 대학생과 시민들이 군사정권에 맞서다 탄압받았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세계 난민의 날을 사흘 앞둔 17일 서울신문이 만난 차노크난 루암삽(25)은 정치적 박해 때문에 고국을 등져야 했던 태국의 청년 활동가다. 한국에 온 지 5개월이 됐다. 현재 한국 법무부의 난민 심사를 받고 있다. 그는 “심사 통과율이 3% 미만이라고 들었지만,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며 “정식으로 한국어를 배워 한국 대학에서 국제 인권법과 정치학을 더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국은 2014년 5월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상황이다. 이렇다 할 정부 비판 단체가 없는 점을 안타까워한 차노크난은 2년 전 군부에 저항하는 ‘신민주주의운동’(New Democracy Movement)을 만들었다가 탄압을 받았다. 지난 1월 왕실모독죄로 기소됐는데 군부는 2016년 12월 태국 왕실을 비판한 BBC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한 점을 문제 삼았다.기사를 공유한 사람은 2600여명이었다. 하지만 왕실모독죄로 기소된 사람은 차노크난을 포함해 단 2명뿐이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차노크난과 NDM을 함께 세운 짜투빳 분빳따라락사(27). 그는 기사 공유 당일 경찰에 체포돼 지난해 2월 구속기소됐다. 또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우리 둘 모두 군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상태예요. 군부는 인권에 어긋나는 왕실모독죄를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죠.” 왕실모독죄를 저지르면 태국 형법상 최대 15년의 징역을 살 수 있다. 그가 공소장을 본 뒤 불과 두 시간 만에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던 이유다. 난민 이동의 허브 역할을 하는 홍콩이나 유엔난민기구가 있는 필리핀행을 고민하다가 한국을 선택했다. 무비자로 15일밖에 머무르지 못하는 홍콩, 필리핀과는 달리 한국은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또 한국에 도착하고 보니 옥중의 짜투빳에게 지난해 인권상을 준 5·18기념재단도 있어 더 믿음이 갔다. 차노크난은 현재 5·18 관련 단체들의 지원을 받으며 광주에서 체류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공익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 태국 명문 쭐라롱꼰왕립대학 정치학과 11학번인 차노크난은 교과서를 통해 5·18 민주화 운동과 6·10 민주항쟁을 배우는 한국이 마냥 부럽다. “태국에서도 5·18처럼 대학생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다가 피를 흘린 역사가 있지만 중고등학교에서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어요. 왕들의 업적이나 전쟁에서 이겼던 이야기만을 암기하도록 해 왕족에 충성하도록 통제하고 있을 뿐입니다.”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은 언제나 태국 민주화와 함께 하고 있다며 차노크난은 눈을 빛냈다. “당장 내일이나 내년은 아니겠지만, 태국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분명히 왕실이나 군부 엘리트가 아닌 민중들이 주도할 겁니다.” 다음은 차노크난과의 일문일답.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대학에 입학해 강의를 듣던 중에 태국 역사와 사회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됐고,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다른 나라 역사를 공부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중고등학교에서 배워온 태국 역사는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왕족들의 이야기뿐이더라. 우리는 민중의 역사가 빠져있었다.   ⇒역사에 의문을 갖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를텐데. →태국 정부는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목적에서 대학에서마저 교복을 입게 했다. 1학년 2학기 때부터 사복을 입고 등교하며 저항했지만, 교복을 입지 않으면 시험장에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2학년 1학기 때는 잡지를 발행하던 친구의 아버지가 왕실모독죄로 잡혀갔다. 이 사건이 교복이라는 작은 문제에서 왕실모독죄라는 큰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게 된 계기였다. 10년형을 선고받았던 친구의 아버지는 7년을 복역하다가 2주 전에 가석방됐다.    ⇒한국에 오고 나서 어떤 마음이 들었나. →마음이 어려웠다. 지난 7년 동안 모든 민주화 투쟁 일정에 참석했는데 이제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너무 어렵게 했다. 지금도 태국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고 처음에는 고통스러워서 태국 뉴스도 볼 수 없었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아나. →광주에 도착하고 5·18기념재단에서 제공한 영어로 된 5·18 책을 읽었다. 책을 읽지 않더라도 광주에 살다보면 모를 수가 없다. 5·18 기념공원, 5·18 자유공원, 5·18 민주묘지 등 광주는 온통 ‘5·18’이다. 심지어 ‘518’ 버스를 타면 5·18 관련된 곳을 다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광주 여러 단체는 지금도 5·18 당시의 역사적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점이 부럽다.   ⇒부모님이 보고 싶을 것 같다. →지난 5월 18일 태국에서 아빠와 엄마, 동생과 친구가 광주를 방문했다. 지난 1월 가족과 헤어진 이후 첫 만남이었다. 미래에 대해 질문하는 부모님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오늘과 내일에 대해서 말할 수 있었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 현재 신분이 그렇다. ⇒후회한 적은 없나. →한국에 와서 외로웠고 처음 두달간은 많이 울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운동에 참여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난민 심사가 걱정되지는 않나. →걱정되지만 희망을 갖고 있다. 그래도 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왕실모독죄 기소장이 있고, 정권에 탄압받았던 사실을 언론 기사로도 증명할 수가 있다.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중동이나 미안마(로힝야족)에서 전쟁과 박해를 피해 급히 본국을 떠난 난민들이 걱정된다. 이들은 서류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나.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지금 신분으로는 대학에 있는 어학당에도 다닐 수 없더라. 학위 공부도 정식으로 할 수가 없다. 한국어를 못하다보니 사람들과 정치적인 문제를 토론하지도 못한다. 지난해 촛불집회 등 민주주의 투쟁이 있었다고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토론해보지 못했다.   ⇒태국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운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태국 시민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독재 정치의 나쁜 측면을 알아 가고 있다. 단지 지금은 두려워서 거리로 나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군부 정권이 계속해서 선거를 미루면, 태국 시민들도 더이상 참지 못하고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태국 군부에 한 마디 한다면.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 권력이 태국 시민들에게 돌아오는 날, 당신들은 시민들을 탄압했던 행동에 대한 값을 치를 것이다. 글 사진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삼성 노조 와해-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4가지가 닮았네!

    ① 불법 행위 문서에서 촉발 ② ‘NJ’·’승포판’ 등 약칭 사용 ③ 문건 실행 여부가 관건 ④ 책임 추궁 법리적 모호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수사 협조 방침을 밝힌 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 채비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애초 이 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에 배당했던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고발 사건들을 다른 부서에 배당할 예정이다. 공공형사수사부가 그동안 진행해 온 삼성그룹 노조 와해 사건 수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내린 결정이라고 이 지검은 17일 밝혔다. 삼성 서초사옥 등을 압수수색한 자료를 토대로 지난 4월 수사가 본격화됐지만, 검찰은 11차례 구속영장 청구 끝에 한 차례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어 왔다. 용두사미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다른 부서로 배당하면서 삼성전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 윗선에 대한 수사 확대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법조계에선 삼성 노조 와해 사건과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공교롭게도 매우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불법 행위 계획을 담은 방대한 분량의 문건에서 수사가 비롯됐고, 그 문건을 우리 시대 최고 엘리트 그룹으로 평가받는 이들이 작성했으며, 문건이 실제 실행됐는지가 수사의 관건이 됐고, 실제 문건 내용과 일치한 피해자 그룹이 있는 반면 그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리적으로 모호한 상태라는 점에서 두 사건 사이에 ‘평행 이론’이 성립된다. 두 의혹은 공통적으로 세간을 경악시킨 문건에서 비롯됐다. 삼성 노조 와해 의혹 사건에서 검찰은 약 6000건의 노조 탄압 계획 문건을 확보했다. 노조 가입자 차별, 노조 탈퇴 설득 직원에 대한 포상금 지급, 위장폐업 등 현행 노동관계법을 무력화시킬 방안들이 담겼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역시 법관 사찰, 재판 거래 의혹이 명문화된 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400건 이상의 문건이 중요한 수사 단서가 되고 있다. 삼성 직원, 판사라는 한국 사회 최고 엘리트 직군이 조악한 약칭 은어를 사용하며 ‘그들만의 세계관’을 문서에 드러낸 점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삼성 노조 와해 문건에선 ‘노조’라는 한글을 영어 알파벳으로 그대로 옮겨서 줄인 ‘NJ’라고 표기했고, (노조에 가입한) ‘문제 인물’을 ‘MJ’라고 칭했다. 법원행정처 문건에도 대법원장을 ‘CJ’(Chief of Jurist)로 적고, ‘승포판’(승진을 포기한 판사) 같은 약칭이 많이 쓰였는데, 일선 판사들은 CJ나 승포판이란 용어를 처음 듣는다고 어리둥절해했다. ‘문건이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 성립이 안 된다’는 논리는 노조 와해 수사에서 사측의 주요 방어 논리였다. 실무자가 실현 불가능한 의견까지 담아 문건을 작성, 실행되지 않은 다양한 검토 의견까지 문건에 포함됐다는 논리다. 비슷한 논쟁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특히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현직 대법관들이 “재판 거래는 없다”고 선언했다. 노조 와해 여파로 노조원이 자살했고, 정권 협조 사례로 행정처 문건에 포함된 사건인 KTX 해직 승무원 복직 무효 대법원 선고 이후 승무원이 자살하는 등 극단적 피해가 있었다는 점도 사회적 무게감을 키우는 두 사건의 공통점이다. 김동현 기자 moese@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예우 보인 트럼프 vs 여유 보인 김정은

    예우 보인 트럼프 vs 여유 보인 김정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세기의 담판’에 돌발 상황은 없었다. 정상회담마다 튀는 행동으로 결례 논란을 낳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시종 배려했다. 이따금 김 위원장의 팔을 만졌지만 ‘툭툭’ 치는 느낌은 아니었고 악력을 과시하는 악명 높은 악수도 없었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나선 김 위원장도 자존과 여유로움을 잊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신중하게 반응했다. 미국 민주당의 우려는 물론 매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핵화 대화에 뛰어든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회담 성패에 11월 중간선거를 비롯한 정치생명이 걸렸다. 김 위원장 또한 3대에 걸쳐 축적한 핵무력 포기를 전제로 체제 보장과 경제지원 등 ‘미래’ 담보받으려는 터라 성과가 절실했다. 양 정상 모두 ‘빈손’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베팅’을 했다는 얘기다. 양 정상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처음 함께 모습을 드러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외교 의전상 두 사람이 앉거나 걸을 때 왼쪽이 ‘상석’이다. 통상 회담 개최국 정상이 오른쪽에 앉고 손님을 왼쪽에 앉게 하는 것이 관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펠라호텔 복도를 이동할 때와 단독회담을 할 때 김 위원장에게 왼쪽을 내줬다. 회담장에 들어설 때나 사진기자 앞에 포즈를 취할 때, 공동합의문에 서명할 때도 ‘상석’은 김 위원장의 몫이었다. ‘세기의 악수’를 나눈 뒤 단독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할 때 김 위원장은 잠시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팔을 가볍게 터치하고 등에 손을 갖다대 손님을 안내하는 듯한 몸짓을 취했다.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마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특유의 ‘엄지 척’ 포즈를 취했다. 평소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려는 열망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이다.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호스트’가 애매하지만 앞서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의전실무협상에서 양측이 대등하게 보일 수 있도록 치밀하게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공동합의문 서명식에서 “김 위원장과 특별한 유대관계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또 “매우 재능 있는 사람이며 그의 나라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도 말했다.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거론하며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거듭 확인하려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그(김 위원장)는 26세에 나라를 물려받고 통치했다. 강력하게 통치해야 했다”면서 “원래 인간성은 잘 모르겠지만, 26세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평가했다. 앞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제외하면 첫 번째 서방 지도자와의 정상외교인 데다 낯선 싱가포르에서 열린 회담임에도 김 위원장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대면 때 잠시 경직됐지만, 이후에는 ‘은둔의 지도자’ 내지 ‘통제불능의 폭군’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자 맞은편에서 걸어 나오며 “나이스 투 미트 유 미스터 프레지던트”(Nice to Meet you, Mr. President)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을 스위스에서 보낸 유학파인 그가 첫 만남에서 어색함을 깨는 데 영어를 활용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이 자리를 위해 노력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다”며 칭찬에 약한 트럼프를 치켜세웠다. 상대가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서로 ‘늙다리 미치광이’ 등 저주를 퍼부었던 트럼프 대통령이란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환담이 진행되는 동안 김 위원장은 편안해 보였다. 왼쪽 팔꿈치를 의자에 걸치고 살짝 기울여 앉아 있는 자세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두발언 뒤 통역을 전해 듣고는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는 동안에는 두 손을 깍지 껴서 배 위로 모아 쥐고 경청했다. 사실 김 위원장의 2박3일 싱가포르행에선 ‘정상국가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사전에 공지한 채 평양을 비우고 정상외교에 나선 과감성, 중국이 제공한 항공편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실용적 면모를 드러냈다. 전날 밤 싱가포르 시내 초대형 식물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 등과 ‘셀카’를 찍고, 현지 시민의 환호 속에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을 방문하는 모습은 서방세계의 여느 젊은 지도자와 다를 바 없었다. 유학 시절 몸에 밴 개방성과 집권 7년차의 30대 지도자임에도 군부를 비롯한 북한 엘리트들을 휘어잡은 자신감이 맞물린 ‘완숙한 통치력’을 과시한 것이다.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미스 함무라비’ 김명수, 세상 어색한 부자 일상 공개 ‘싸늘’

    ‘미스 함무라비’ 김명수, 세상 어색한 부자 일상 공개 ‘싸늘’

    얼굴도, 생활도 ‘바른’ 김명수의 세상 어색한 부자(父子)의 일상이 공개됐다.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연출 곽정환, 극본 문유석, 제작 스튜디오앤뉴)측은 11일 원칙주의 판사 임바른(김명수 분)의 부모님을 향한 극과 극 온도차 눈빛이 담긴 사진을 공개해 궁금증을 유발한다. 우월한 비주얼에 섹시한 두뇌까지 지닌 넘사벽 능력의 초엘리트 판사 임바른은 완벽해 보이지만, 그에게도 아픈 곳은 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어디든 달려 나가던 언론인이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은 내팽개쳤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바로 그것. 임바른이 섣부른 선의를 경계하는 이유 역시 아버지의 영향이기도 하다. 공개 된 사진 속 임바른의 상반된 태도가 눈에 띈다. 단정한 슈트가 아닌 편안한 차림으로 엄마의 말에는 다정하게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영락없이 착한 아들의 모습이다. 반면, 아버지와의 대화에서는 눈을 맞추기는커녕 심드렁한 표정이다. 보기만 해도 세상 어색한 부자의 모습은 두 사람의 관계에 궁금증을 유발한다. 11일 방송될 7회에서는 ‘민사 44부’가 부모님의 재산을 둘러싼 형제들의 재판을 맡게 된다. 피보다 진한 재산을 쟁취하기 위해 총알 없는 전쟁을 펼치는 형제들의 재판을 통해 아버지에 대해 냉소적이던 임바른이 ‘가족’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 보게 될 예정. 그로 인해 아버지에 대한 오해와 원망의 벽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스 함무라비’ 제작진은 “재산을 두고 다투는 가족 간의 재판을 통해 판사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 임바른의 성장과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을 자극하며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미스 함무라비’ 7회는 오늘(11일) 밤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돋보기] “태릉선수촌, 국민 품으로” 왕릉과 공존안 새달 결정

    반세기 국가대표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서린 태릉선수촌의 원형을 어느 정도 존속시킬지가 다음달에 결정될 전망이다. 대한체육회는 500년 조선왕릉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1966년 처음 조성돼 50년 넘게 한국 엘리트 체육의 산실 역할을 해 온 태릉선수촌을 근대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문화재청과 협의해 왔다. 대한체육회 산하 문화재자문위원회 관계자는 5일 “선수촌 안 8개 건물을 그대로 남기겠다는 기존 방안과 많이 달라졌다. 문정왕후가 잠든 태릉과 명종과 인순왕후가 합장된 강릉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조성된 선수촌의 원형은 보존하되 두 가지 다른 성격의 문화재를 국민들이 즐겁게 이용하는 시설로 함께 호흡하게 하자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박정희 군사정부가 점령하듯 조성한 태릉선수촌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올림픽 금메달 116개를 일군 한국체육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2009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이곳의 훼손 능역을 원상 복구하겠다는 문화재청과 이견을 빚어 왔다. 이에 따라 체육회는 2016년 3월 문화재청의 등록 심사 보류 결정에 맞서 보완 자료를 첨부해 등록문화재 재등록을 추진해 왔다. 이듬해 문화재와 각계 전문가를 초빙해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1년여 활동 끝에 이제 최종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한 상태다. 자문위원회 관계자는 “폐쇄적이었던 시설을 개방해 두 가지 성격의 문화재가 함께 호흡하며 국민들의 품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문화재청이나 전문가들에게도 선수촌이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역사로 근대문화유산 지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많이 맞춰진 상태”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주무 부서인 근대문화재과 관계자는 “다음달 문화재위원회 합동분과위원회(근대, 사적, 세계유산)를 열어 안건으로 상정해 검토할 예정”이라며 “문화재청도 태릉선수촌의 체육사적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나, 다만 해당 지역이 조선왕릉 권역으로 국가 사적이자 세계유산인 관계로 공존 가능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태릉선수촌의 보존, 활용계획 및 세계유산 영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바람직한 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자문위원회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8개 건물을 모두 지키긴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한두 건물만 상징처럼 남겨 사진만 걸어 놓는 박물관으로 만드는 것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자문위원회도 문화재청과 이달 중 한 번 더 접촉을 갖고 우리 뜻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In&Out] 스포츠클럽 정책이 중요한 여섯 가지 이유/남상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

    [In&Out] 스포츠클럽 정책이 중요한 여섯 가지 이유/남상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

    대한민국 체육정책에서 스포츠클럽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체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에 비견되는 이 스포츠클럽은 지역민이 직접 지도자, 프로그램, 승강제의 주말리그 및 여러 자치 활동을 조직하며 자생적인 수입원을 만드는 자발적 결사체를 뜻한다. 한마디로 풀뿌리 스포츠 조직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 체육정책에서 핵심이 돼 왔다. 이 사업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여섯 가지가 있다. 첫째, 모든 연령, 계층, 성별, 인종의 사람들을 위한 운동 공간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은 학령기를 제외하곤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지역 내 생활체육 동호회가 있으나, 대부분 중장년 남성 중심으로 운영된다. 폐쇄적이다. 학생이나 여성은 접근하기 어렵다. 스포츠클럽은 이러한 장벽을 없애며 운동 공간을 열린 체계로 바꾸려는 시도다. ‘모두를 위한 운동 공간.’ 둘째, 사회자본 증진 때문이다. 우리는 ‘열린 고립’의 사회에 산다. 내 집 앞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접촉이 아닌 접속’에 기대기 때문이다. 사람들 간의 접촉 빈도, 관계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켜 줄 만남의 공간이 절실하다. 바로 내가 사는 동네에. 스포츠클럽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건강관리 플랫폼 때문이다. 건강은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관리가 필요한데, 그 관리를 개인에게만 맡겨 놓았을 때가 문제다. 정기 체력 검진을 받게 하고(국민체력100사업), 동네 스포츠클럽으로 연결해 줘 체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동하게 만들며,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운동 지도자들이 직접 찾아간다. 체력, 운동, 만남, 복지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플랫폼. 스포츠클럽이다. 넷째, 신체 활동의 연속성 때문이다. 우리는 학령기 이전에는 운동을 거의 못한다. 그 이후에는 각자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운동 포기다. 운동 환경의 단절이 심하다. 운동 습관화가 어렵다. 스포츠클럽이 필요한 이유는 5~90세까지 단절 없는 신체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학령기 이전, 학령기, 그 이후, ‘점’으로 띄엄띄엄 이루어지던 운동을 ‘선’으로 연결하기 위함이다. 다섯째, 엘리트 선수 육성 때문이다. 엘리트 체육에는 낙수효과가 있다. 즉 정현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면 풀뿌리 테니스가 발전한다. 국가가 엘리트 체육에 투자하는 이유다. 문제는 인구 구조 변화 때문에 전문 선수 육성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줄어드는 인구에 더해 선수 육성도 폐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스포츠클럽 환경으로 ‘운동만 해야 하나’가 아닌, ‘운동도 해 봐야지’가 가능한 개방적 체계를 마련, 선수 육성의 틀을 바꿀 수 있다. 여섯째, 스포츠 시장 확대 때문이다. 클럽이 많아지면 관련된 유무형의 소비재도 늘어난다. 은퇴한 엘리트 선수들의 일자리도 늘어난다. 전문 지도자의 강습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스포츠클럽이 많아질수록 선수들은 자신의 스포츠 기술을 활용할 기회가 늘어난다. 그러한 클럽에선 또다시 우수 선수가 나오고, 그 선수는 많은 사람들을 스포츠클럽으로 유인한다. 선순환이 발생한다. 스포츠클럽 환경은 중요하다. 이 환경을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다. 기존 조직(학교운동부, 동호인, 체육회)과의 협의, 정부의 의지, 여기에 덧붙여 정책적 엄밀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에 맞는 다양한 스포츠클럽 모델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해 나가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운동으로 건강한 삶의 행복을 누릴 플랫폼이 절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 세기의 담판만큼 흥미롭다… 3인3색 ‘밀당의 기술’

    세기의 담판만큼 흥미롭다… 3인3색 ‘밀당의 기술’

    ■더이상 샌드위치 아니다… 문재인 ‘중재의 기술’ ‘불신’ 북·미에 조언… “양국 지도자 이처럼 한국에 의존한 적 없어” 19대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해 5월 초, 미국 타임지는 표지 모델로 ‘문재인 후보’를 선택하고 ‘니고시에이터’(협상가)란 제목을 달았다.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한반도 운전자론’을 처음 꺼내들 때도 ‘한반도의 봄’은 막연했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점증하면서 북·미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던 시절이다. 서로 ‘늙다리 미치광이’, ‘로켓맨 미치광이’라며 저주를 교환했던 북·미 정상의 오는 12일 정상회담이 확정되기까지 문 대통령의 중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 외교가에서 큰 이견은 없다. 분단 이후 한반도 문제에서 북·미 지도자가 남한 지도자에게 이처럼 의존한 적은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강점은 ‘일이 풀리도록’ 끊임없이 상대를 치켜세우고, 신뢰를 얻기 위해 정성을 들인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복원 국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그 로드맵은 북·미 간에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앞질러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이 북한 체제 보장의 아이디어로 제안했던 종전선언 논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언급했던 지난 2일 청와대는 “세기적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러나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간 북·미 대화에서 쓴맛을 맛봤던 미국은 북한을 믿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 지원과 체제 보장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북한도 못내 불안하다. 대화의 판이 요동쳤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탄력을 받는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북·미 간 기싸움 수위가 높아가던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려 했다. 곧이어 정상회담(22일)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적 방법에 의한 비핵화 확신을 심는 데 ‘올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취소를 선언한 이튿날에는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를 제안했다. ‘도보다리 독대’로 정점을 찍은 남북 정상의 신뢰는 지난달 25일 김 위원장이 북·미 담판을 되살리기 위해 문 대통령에게 ‘SOS’를 친 데서 입증됐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미 특사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의 조언에 충실히 따른 셈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예측불허 사업가적 협상…트럼프 ‘거래의 기술’ 회담 취소 편지로 판 흔들되, 정중한 표현으로 재협상 여지 남겨 北 ‘벼랑끝 전술’ 역으로 이용… 미국내 강경 보수파까지 흔들어 온갖 우여곡절 끝에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12일 예정대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술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를 통해 돌연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더니 북한이 유화적으로 나오자 다시 회담 취소를 취소했다. 말 몇 마디로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한 것이다. 이 같은 협상술은 전통적인 외교협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파격이다. 마치 남녀의 변덕스러운 ‘밀당’ 연애를 보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 편지를 자세히 살펴 보면 매우 정교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담았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거친 언사를 회담 취소 이유로 제시하면서도 김 위원장을 ‘각하’로 부르는 등 정중한 표현을 썼고, 편지 말미에는 ‘마음이 바뀌면 전화나 편지를 해 달라’며 재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를 두고 거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도 계약 체결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는 사업가적 협상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백악관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6·12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공식화하면서 “내가 언제 (지난달 24일의) 편지에 회담 취소라는 말을 썼느냐”고 눙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편지 밀당을 한 결과 원색적인 비난 레토릭을 공격술로 즐겨 구사했던 북한의 자세는 매우 유화적으로 변했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북한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구사해 온 ‘벼랑 끝 전술’을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해 효과를 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미국 내 강경 보수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환호했다가 다시 실망감을 표출하는 등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은 벼랑 끝 전술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1석 2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파리기후협약,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란 핵협정 등을 탈퇴하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잡는 협상술을 구사해 왔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행정부와 달리 독트린을 발표하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로 이론이나 전략으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미 CNN 방송은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보다 약한 핵 협정을 북한과 체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은둔의 지도자 잊어라…김정은 ‘통치의 기술’ 남북 2차회담·김영철 특사 등 과감…강대국들과 ‘밀당’ 자신감 스위스 유학파 실용적 리더십…선대와 다른 ‘현대적 군주’ 추구 북·미 정상회담을 일주일가량 남긴 지금 김정은(34) 북한 국무위원장을 ‘은둔의 지도자’로 여기는 국제적 시각은 거의 없다. ‘통제 불능의 폭군’이라는 이미지도 상당 부분 지워졌다.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의 숙청, 지난해 이복형 김정남의 죽음 등이 불러온 끔찍한 인상마저 희석된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7년 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을 때만 해도 과연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받았지만, 지금은 30대 초반의 나이에 북한 내부를 휘어잡고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완숙한 통치력’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달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일방 통보’하는 공개 편지를 보냈을 때 ‘한반도의 봄’은 다시 겨울로 되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엄습했다. 과거의 예를 보면, 이런 경우 북한은 강경한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튿날 북한 태도는 과거와 180도 달랐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을 위해 노력한 데 대해 내심 높이 평가해 왔다”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이 담화는 김 위원장의 협상술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는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날 김 위원장은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며 남쪽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고, 26일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김 위원장은 29일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대미 특사로 보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흔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드라마틱한 외교적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것도 그의 과감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북한 지도자가 사전에 공개된 일정으로 평양을 비우는 것은 처음이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선대(先代)에 비하면 확실히 유연하고 실용적 리더십”이라면서 “스위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영향 등으로 국내외의 여론을 신경 쓰는 ‘현대적 군주’를 지향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김 위원장의 내부 리더십은 확고하며, 독재적이긴 하지만 제3세계 지도자들의 일반적인 독재라기보다는 북한 체제의 엘리트들이 부응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北 ‘김정은 눈물’ 영상 배포… 핵폐기 설득·혼란 방지 메시지

    北 ‘김정은 눈물’ 영상 배포… 핵폐기 설득·혼란 방지 메시지

    日 아사히 “말단 간부들 교육용” 북미 회담 앞두고 비핵화 홍보 北 외교정책 전환 속 ‘다독이기’해변에서 한 남자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서 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 순간, 이런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강성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개혁이 잘 되지 않는다는 답답함에 눈물을 흘리고 계시다.” 영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이 노동당 말단 간부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영상의 일부라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30일 탈북한 노동당 간부 출신 인사를 인용한 서울발 기사에서 “북한이 김 위원장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지난달쯤 노동당 지방조직과 국영기업 말단조직의 간부들에게 상영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3대 독재 세습이 이뤄지고 있는 북한에서 신에 가까운 존재인 최고 지도자가 눈물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제한 뒤 “경제개혁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당 간부들에게 김 위원장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의식을 심어 주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어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사전협의를 진행 중인 ‘핵폐기’의 수용을 북한사회 내부에 호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전 노동당 간부의 말을 전했다. 북한은 그동안 관영매체를 통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민족 수호의 검(劍)” 등으로 줄곧 선전해 왔는데, 이것을 파기하는 외교정책의 대전환으로 인해 내부에 혼란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은 또 이 영상을 김 위원장에 대해 충성심이 높은 노동당 중앙의 엘리트들이 아닌 지방과 말단의 당 간부들에게 보여 준 데 대해 주목하고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 간부를 숙청하며 공포정치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김 위원장이 앞으로 정책을 전환하더라도 (지방과 말단에서) 동요 없이 따라오라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김현회의 러시아 워] ‘홍대병’과 ‘문선민병’

    [김현회의 러시아 워] ‘홍대병’과 ‘문선민병’

    ‘홍대병’이라는 게 있다. 인디 문화의 상징과 같은 지명을 빌려 와 한국형 힙스터인 척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신조어다. 쉽게 말하자면 남들은 잘 모르는 인디 문화를 나만 즐기고 있다는 자부심 같은 거다. ‘홍대병’에 걸린 사람들은 평소 자주 가던 맛집이 텔레비전에 방영돼 문전성시를 이루면 단골집도 발길을 끊는다. 나만 알던 맛집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그 가치를 잃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디 밴드 ‘혁오’가 <무한도전>에 등장하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자 ‘홍대병’ 중증 환자들은 ‘혁오’를 대신할 나만 아는 인디 밴드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어제(28일) 열린 한국과 온두라스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에 출장한 문선민을 보며 ‘홍대병’까지는 아니더라도 묘한 자부심을 느낀 이들이 있었다. 바로 K리그와 인천유나이티드 경기를 주로 보던 이들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반쯤 머리가 벗겨진 이 무명 선수가 등장해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까지 넣자 세상이 들썩였다. ‘홍대병’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생기면 관심을 끊지만 ‘문선민병’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생길수록 더 자랑스러워한다. 지금까지 문선민이 주목받지 못한 걸 아쉬워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꽤 매력적인 선수였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 걸 서운해 하던 이들은 문선민이 A매치 데뷔전에서 활약하자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즐비한 올 시즌 K리그 득점 랭킹 10위 안에 이동국과 함께 유이하게 문선민이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그의 올 시즌 활약은 뛰어나다. 하지만 팀은 잔류를 놓고 싸워야 하는 약팀이고 전북현대나 수원삼성, FC서울 등 K리그 빅클럽 만큼의 팬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문선민이 덜 알려졌을 뿐이었다. ‘혁오’를 처음 발견했을 때도 음악성이 대단히 탄탄했는데 우리가 몰랐던 것처럼 문선민도 빼어난 기량은 한결 같았지만 대중이 몰랐을 뿐이다. 문선민은 드라마가 있는 선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마땅히 갈 팀을 찾지 못해 나이키에서 진행한 ‘더 찬스’라는 축구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전세계 최종 8인에 뽑혀 나이키 아카데미에 들어가 축구를 계속했다. 하지만 엘리트 축구와 나이키 아카데미에는 큰 차이가 있다. 결국 문선민은 스웨덴 3부리그 팀에 입단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다. 나이키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문선민이 입단한 스웨덴 3부리그 팀 스폰서는 아디다스였다. 대놓고 후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매한 상황에서도 문선민은 최선을 다했다. 스웨덴 시골 마을 3부리그 팀에서 입에 맞지도 않는 음식 때문에 불편을 겪으며 즉석밥과 통조림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는 스웨덴 3부리그와 2부리그를 거쳐 1부리그까지 올라갔다. 그렇게 스웨덴에서만 무려 5년을 버텼다. 그가 지난 시즌을 앞두고 K리그에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향수병에 걸려 돌아온 나약한 선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2012년 문선민이 스웨덴에서 생활할 때 현지로 취재를 갔던 나는 그와 딱 하루를 생활한 뒤 “도저히 여기에서는 못 살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그는 5년을 버텼다. 인터넷이 느려 한국으로 전화도 할 수 없었고 한국 방송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문선민은 5년 동안 축구를 했다. 그리고 K리그에서 2년 동안 좋은 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에까지 뽑혔으니 그 자체 만으로도 인간승리다. 이제 그는 막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K리그와 인천유나이티드에서는 실력뿐 아니라 쾌활한 성격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막 그를 영접(?)한 이들이라면 배워야 할 단어가 많다. ‘문직, 떡관종, 관제탑’ 등 ‘문선민병’ 초기 환자들에게는 생소한 단어들이 많다. K리그 홍보대사인 BJ감스트의 본명 김인직에서 따온 ‘문직’이라는 별명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팬들은 골을 넣은 뒤 BJ감스트가 추는 관제탑 댄스를 추는 그를 보며 ‘관심 받고 싶어하는 종자’라는 뜻의 ‘관종’ 앞에 찰지게 ‘떡’자도 붙여줬다. 물론 그의 유쾌한 성격 때문에 웃자고 지어준 별명들이다. 드라마로는 누구보다도 기구한데 성격만 보면 ‘개콘’에 더 가깝다. 문선민이 온두라스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며 데뷔골까지 넣었으니 그를 지난 시즌부터 응원해 온 팬들, 아니 더 나아가 K리그에서 그를 상대팀으로 경험한 팬들까지도 흥분하고 있다. 지금껏 관심 받지 못했던 선수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나갈 수도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 다들 자기 일처럼 관심을 가지고 기뻐했다. 이 선수의 성장 스토리에 유쾌한 성격, 원래 갖춘 실력까지 잘 알고 있던 이들은 문선민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그 자체로도 자랑스러워한다. ‘홍대병’은 내가 좋아하는 걸 누군가 알게 되는 걸 싫어하지만 ‘문선민병’은 그 반대다. 지금껏 고생 많았던 무명의 선수가 조금씩 대중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나 역시 ‘문선민병’ 환자다. 온두라스전 한 경기를 잘했다고 그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 승선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무대에 서 골을 뽑아내며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문선민병’ 환자들은 기뻐한다. 그게 꼭 문선민이어서가 아니라 지금껏 훌륭한 기량을 갖췄음에도 관심이 부족했던 선수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더 기대되는 건 우리의 월드컵 첫 경기 상대가 문선민이 5년 동안 고생 고생했던 바로 그 나라, 스웨덴이라는 점이다. 드라마의 완결로는 더 없이 좋은 스토리가 짜여 지고 있다. 다음 달 전국에 나같은 ‘문선민병’ 환자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문선민병’ 환우들이여, 오늘은 ‘문직’에 취해보자. 스포츠니어스 대표 / 김현회
  •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김명수X류덕환, 뇌섹美 실종 ‘허당케미’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김명수X류덕환, 뇌섹美 실종 ‘허당케미’

    ‘미스 함무라비’의 김명수와 류덕환이 법원이 아닌 시장에 떴다.디테일 다른 생활밀착형 법정드라마로 공감을 이끄는데 성공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연출 곽정환, 극본 문유석, 제작 스튜디오앤뉴) 측은 28일 임바른(김명수 분)과 정보왕(류덕환 분)의 멘탈 붕괴 시장 탐방기를 공개해 궁금증을 높인다. 외모도 실력도 ‘올바른’ 초엘리트 꽃미남 판사 임바른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법원을 휘젓고 다니는 ‘걸어 다니는 안테나’ 정보왕이지만 공개된 사진 속에서는 당당함은 온데간데없고 잔뜩 위축된 모습이다.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만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임바른과 공포영화라도 본 듯 눈까지 가리고 난리 법석이 난 정보왕의 모습은 시크한 ‘뇌섹 꽃판사즈’가 아닌 허당 케미를 발산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임바른과 정보왕에게 시장통은 걸음마다 혼돈의 카오스다. 허공에 삿대질을 할 만큼 놀랐다가 두 손을 다소곳이 모으게 만드는 스펙터클 시장 투어. 임바른과 정보왕의 수난시대는 화장실에서도 이어졌다. 남자 화장실에 거침없이 등장하는 할머니를 보고 깜짝 놀라 심장까지 부여잡은 임바른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공개된 임바른과 정보왕의 시장 탐방은 열혈초임판사 박차오름(고아라 분)이 기획하고 추진한 ‘오름투어’의 일환이다. 오늘(28일) 방송되는 3회에서는 ‘민사 44부’에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배당될 예정.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박차오름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들을 시장으로 안내한다. 온 몸으로 체험한 시장 투어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증을 증폭한다. 한편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맡게 된 민사 44부의 모습이 그려질 ‘미스 함무라비’ 3회는 오늘(28일) 밤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포토] ‘엄청난 근력으로…’

    [포토] ‘엄청난 근력으로…’

    27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헝가리 폴 스포츠 챔피언십’에서 제니퍼 카스크와 릴리 티파니 마르코비니가 엘리트 복식 부문에 출전하고 있다. 사진 신화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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