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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김정은의 전략과 남북경협/손기웅 한국DMZ학회장·전 통일연구원장

    [기고] 김정은의 전략과 남북경협/손기웅 한국DMZ학회장·전 통일연구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 이른바 CVID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미국이 북한에 아직까지 준 것이 없다고 항변한다. 착각이다.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평화 공세로 북한경제의 목줄을 쥔 중국에 대북 제재 완화의 명분을 주었다. 러시아도 제재 완화에 맞장구치고 있다. 그게 김정은의 노림수다. 다양한 분야에서 북·중, 북·러 경제협력이 이미 시작됐다.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끌어내기 위한 우리의 두 축은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한 비핵화 그리고 남북 간 경협이 중심이 되는 교류협력이다. 대북 국제 제재와 한·미 관계의 고려 속에서 추진돼야 할 남북협력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가 발 빠르게 움직임에 따라 우리의 대응이 한층 복잡하게 됐다. 김정은의 화두는 경제다. 그의 신년사는 경제난의 고백서에 다름없다. 목줄을 죄어오는 대북 제재 앞에서 그의 선택은 평화 공세였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물질적인 무엇을 확보하고, 동시에 문재인 정부를 활용해 북·미 관계를 개선해 대북 제재를 완화시키는 것이었다. 대미 정책과 핵 정책에 있어 일대 변화를 시도하려는 그에게 당·군·정 엘리트들의 절대충성이 필요하고, 이들의 기득권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통치자금·자원의 확보가 절실해서다. 그의 바람대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남북경협의 재개가 타진되고 있다. 통치자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인력 및 자원 수출과 관광이 우선 관심사일 것이다. 전력공업 부문에서는 자립적 동력 기지들을 정비 보강하고 새로운 동력 자원 개발에 큰 힘을 넣어야 하며 공장 설비와 생산공정을 노력절약형·전기절약형으로 개조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의 혈맥이라 할 에너지문제의 해결이 양자 혹은 다자적 차원에서 남북경협의 중점이 될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입각하여 큰 그림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김정은의 노림수를 면밀히 분석하고, 남북 상호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의 실생활 개선은 물론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줄 수 있는 남북경협이 전략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 거점의원·친인척 통해 회유·압박…군사작전하듯 상고법원 로비

    거점의원·친인척 통해 회유·압박…군사작전하듯 상고법원 로비

    ‘CJ(양승태 전 대법원장)와 VIP(박근혜 전 대통령) 면담은 상고법원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얻지 못한 절반의 성공. (우병우 전) 민정수석 설득은 불가능하므로 VIP가 신임하는 인사를 동원해 설득해야 한다.’<2015년 10월>‘상고법원 반대 김진태 의원은 지도부 지시를 잘 따르는 스타일. 권성동 의원과 친분. 지도부, 중진, 홍일표 의원 설득 병행 필요… 상고법원 유보 서영교 의원 지지의사 확인.’<2015년 3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및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해 31일 전부 공개된 문건엔 행정처가 마치 군사작전을 펴듯 청와대와 국회, 특히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에게 전방위 입법로비를 펼친 내역이 고스란히 담겼다. 상고법원 도입을 목표로 행정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집요하게 펼쳤고, 법사위 위원들의 지역 현안까지 꼼꼼하게 챙기거나 1대1 설득작업을 벌이기 위한 기회 만들기에 몰두했다.2015년 작성된 ‘법사위원 대응전략’ 문건에서 행정처는 법사위원들을 반대 의원(5명)과 유보 의원(6명)으로 구분했다. 행정처는 율사 출신이 많은 법사위원별로 평소 친분이 있거나 동기인 판사들을 접점 포인트로 활용하기 위해 찾아내는가 하면, 의원들 간 친소 관계를 활용해 단계적 설득 작업을 벌이는 방안을 모색했다. 예컨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전해철 의원에 대해 ‘사안에 따라 원내대표 의원도 따르지 않을 정도로 고집 있음.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으로 기본적인 예우 필요’라고 특징을 잡아낸 뒤 ‘사실심 충실화 방안을 병행하는 상고심 개선방안을 설명’하는 대응전략을 세웠다. 행정처는 이어 전 의원을 설득한 것을 전제로 ‘서기호 의원 설득 거점 활용’을 염두에 두고 문건을 작성했다. 사법부 구성원이 아닌 전·현직 인사를 통해 반대·유보 입장 의원을 설득하는 전략은 다른 의원에 대해서도 검토됐다. 전해철 의원 ‘접촉 루트’로 문재인·박범계·전병헌 당시 의원들을 제시하는가 하면 노철래 의원에 대해선 박선영 전 의원을, 김진태 의원에 대해선 당시 당 지도부인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을 거론했다. 박 전 의원은 남편이, 유 의원은 형이 고위 판사 출신이란 점이 감안됐을 여지도 있다.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 전략’이란 제목의 문서에도 역시 여야 의원 대상 대응전략이 담겼다. 특히 이 문건에선 우윤근·이춘석·전병헌 당시 의원 등을 ‘야당(현 여당) 설득 거점의원’으로 명시했는데, 이 중 전병헌 전 의원에 대해선 ‘최근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민원 해결될 경우 이를 매개로 접촉·설득 추진’이라고 적시했다. 청와대 설득 작업을 위해 행정처는 상고법원에 강력 반대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우회할 방안을 모색했다. 2015년 6월 행정처 간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이정현 의원을 접촉해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실장 등과 통화해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통령 간 면담을 청했다. 19대 국회 막바지까지 상고법원 입법에 진전이 없자 행정처는 20대 국회에서의 재추진 전략과 함께 출구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5년 11월 작성된 ‘상고법원 추진 연착륙 방안’ 문건에서 행정처는 “법사위원들에 대한 접촉 빈도 및 강도를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법사위원들에게 행정처의 변화된 모습을 전달하여 다소간의 긴장 관계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한 뒤 “지금까지 입법 성사를 위해 감수해 왔던 저(低)자세 스탠스 이미지 극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입법로비 전면에 나선 행정처 엘리트 판사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을(乙)의 자세를 취했지만, 기왕 상고법원이 무산될 것 같으니 다시 갑(甲)의 자세로 돌아가겠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또 박 전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제기된 2016년 11월 ‘대통령 하야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이란 보고서를 작성하며, 새로운 정세 분석에 나서기도 했다. 이 문건에서 행정처는 “현 대통령 성향상 떠밀리듯 하야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대통령은 국정 주도권을 놓을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드러냄”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로 당시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에 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으로 제동을 건 사례를 들며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에서는 계속하여 진보적 판단을 내놓아야 함.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었음”이라며 하급심 결정을 품평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양승태 사법부, 국회·언론도 쥐고 흔들려 했다

    양승태 사법부, 국회·언론도 쥐고 흔들려 했다

    상고법원 위해 의원들 성향 분석해 회유 조선일보를 기관지처럼 활용할 계획도 엘리트 법관 삐뚤어진 국민 인식 ‘충격적’ 임종헌 USB·행정처 등 추가 수사 탄력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특정 언론사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고 치밀하게 움직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국민을 “이기적 존재”라고 표현하며 ‘공복’(公僕)으로서 기본을 망각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건 분석을 마친 검찰은 최근 확보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 자료 등을 바탕으로 강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3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특별조사단 문건 410개 중 공개하지 않았던 228개 문건에서 중복 32개, ‘20대 국회의원분석’ 등 비공개 3개를 제외한 193개를 공개했다. 지난 6월 5일 행정처는 410개 문건 중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직접 관련된 문건 182개에서 중복 84개를 제외한 98개를 공개했지만, 추가 의혹이 드러나면서 나머지도 공개하게 됐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을 보면 당시 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 법무부, 변호사단체, 언론 등을 상대로 로비를 계획했다. 특히 ‘사법부 독립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국회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회유하려 한 것은 충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응 전략’ 문건에는 당시 새누리당 의원(김진태·김도읍·이한성)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해철·서기호) 등을 상고법원 반대파로 분류하고 접촉 방법, 대응 전략, 지역구 현안 등을 상세 기술했다. 또 정치 현황 분석과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이춘석 민주당 의원 등과 접촉한 결과도 문건으로 만들었다. 언론도 ‘떡 주무르듯’ 하려 했다.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에는 조선일보 지면에 지상 좌담회와 칼럼 등을 게재해 상고법원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 한 계획이 담겼다. 또 한겨레 등 일부 언론사는 분리·고립시켜 반대 여론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엘리트 법관들의 국민에 대한 인식이다. 2014년 작성된 ‘법무비서관실과의 회식 관련’ 문건에선 “일반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은 만큼, 그 정도 업무는 과한 것이 아니며 특히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표현이 있다. 이번 문건 공개로 검찰의 사법 농단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부가 국회, 언론,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이 같은 로비를 계획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검찰의 강제 수사를 막을 명분도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또 체육인 홀대… 바뀌지 않는 순천시체육회

    “전임부터 악습 되풀이” 부글부글 사무처장 직책 신설 ‘옥상옥’ 지적도 전남 순천지역 체육인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순천 체육을 이끄는 시 체육회 임원들의 면면이 수준 이하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상임부회장은 70대 고령인 데다 사무처장 자리를 10여년이나 운동과 무관한 사람이 계속 차지하고 있어서다. 시는 지난 25일 최귀남(71) 상임부회장, 이옥기(56) 사무처장, 정영근(52) 사무국장 등 체육회를 이끌 신임 집행부를 임명했다. 체육인들은 전임 시장 때부터 전문 체육인들을 홀대하더니 과거 악습을 되풀이한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시 체육회는 49개 가맹단체에 회원이 3만 5000여명이다. 시의원 출신인 이 사무처장은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후 허석 시장의 선거를 도왔다. 엘리트 체육을 전공하지 않은 데다 체육인 사이에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을 정도인데도 요직을 안긴 것이다. 전임 시장 시절 사무처장을 연임했던 김모(64)씨는 순천농협 지점장 출신이었다. 조충훈 당시 시장의 인척 조모씨(53)도 광양제철소 협력 업체에서 일했던 체육 문외한이었지만 사무국장을 맡았다. 시 체육회는 2016년 전남 22개 시·군 중 드물게 사무처장 자리를 신설했다. 기존 사무국장에서 한 단계 올리고 사무국장도 새로 뽑았다. ‘옥상옥’이라는 눈총을 받는 이유다. 이후 시는 상급 단체인 전남도 체육회에 사무처장 승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 체육회는 “전남도에 있는 자리인데 똑같은 명칭을 사용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시는 정식으로 인가받지 못한 상태인데도 사무처장 명칭을 3년째 사용하고 있다. 시 체육회가 시장 측근 자리 챙기기로 변질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이러는 동안 순천은 인구 규모로 도내 두 번째 도시임에도 지난 10여년간 도민 체전에서 우승을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김모(56·연향동)씨는 “체육회 새 임원들이 잘 헤쳐 나갈지 의문을 갖게 된다. 개성에 따라 50개 가까운 단체로 흩어진 이들을 어떻게 화합시킬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엘리트 법관 이권 챙기기였나

    임종헌 USB서 김기춘·이정현 접촉 정황 朴 독대 후 대법원장 특활비도 3배 급증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 해외 파견 확대를 위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정현 전 홍보수석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과 접촉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 박 전 대통령 독대 후 양 전 대법원장의 특수활동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행정처 로비의 목적이 사법서비스 개선이 아닌 ‘잇속 챙기기’가 아니었냐는 비판도 나온다. 2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PC 하드디스크와 이동식저장장치(USB) 분석을 통해 행정처가 2012년부터 ‘오스트리아 법관 파견 추진 대책’ 등 법관 해외 파견 관련 문서를 다수 생산한 것을 확인했다. 이들 문건에는 “2010년 이후 중단된 주미 대사관과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파견을 되찾아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청와대 인사위원회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는 구체 방안도 적시됐다. 문서에는 김 전 비서실장과 이 전 수석 등 인사위 인적구성도 담겼다. 2006년 해외 사법부와의 교류 확대를 위해 시작된 미국·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은 이명박 정부 때 중단됐다가 2013년 부활했다. 특히 2013년엔 전에 없던 주유엔·주제네바 대표부 파견도 생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당시 행정처의 전방위 로비 목적이 상고법원 도입 외에도 소수 엘리트 법관들의 이익까지 포함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2013년 9월 작성된 ‘(일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 외교부와의 관계’ 문건엔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과 ‘고위 법관의 외국 방문 시 의전’ 등을 기대하며 “외교부를 배려해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고 적혀 있다. 또 이날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대법원은 2015년 1월 특활비 예산을 처음 편성한 이후 올해 5월까지 총 9억 6480만원을 지급했다. 수령자는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대법관, 법원행정처 간부 등이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월 400만~700만원씩 받던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2015년 8월 이후 한 달에 최대 1285만원까지 수령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초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로비를 했다는데, 얻은 것은 소수 엘리트들을 위한 이익”이라면서 “사법시스템 개선을 위한 로비였는지, 소수 법관의 이권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자치광장] 리콴유상 수상, 싱가포르에 주는 교훈/이창 서울연구원 박사

    [자치광장] 리콴유상 수상, 싱가포르에 주는 교훈/이창 서울연구원 박사

    서울시는 지난 9일 싱가포르가 수여하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았다. 지난 10여년간 시민참여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추진한 도시재생사업들이 호평을 받은 결과다.서울시로부터 리콴유 세계도시상 제안서를 받고 나서 싱가포르 정부는 서울에 실사단을 보냈다. 실사단은 서울로 7017,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등을 둘러보며 서울이 어떻게 탈바꿈했는지 살펴봤다. 그러나 그들이 관심을 가졌던 건 프로젝트 설계나 물리적인 환경이 아니었다. 인구 1000만의 대도시에서 50%대 지지율로 당선된 서울시장이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제안하고,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 결실을 맺었는지였다. 실사단이 가장 놀랐던 건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만들어낸 과정이었다. 도시기본계획은 미래 서울 비전을 설정하고 도시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최상위 계획이다. 과거엔 서울시 공무원과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기본계획을 입안해 ‘엘리트 도시계획’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민선 6기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계획 과정 하나하나에 시민들이 참여했다. 각계각층 서울시민 100명이 무작위로 선정돼 ‘시민참여단’을 구성하고 ‘서울의 미래상’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서울시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견해를 빠짐없이 경청하고 함께 토론했다. 실사단은 1000만 대도시의 기본계획이 공무원, 전문가, 시민들이 토론하며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것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가 넘는 부자 나라이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1965년 독립 이후 인민행동당이 지금까지 정권을 잡고 있고, 언론도 통제된다. 이런 싱가포르에 최근 버스기사 파업, 노동자 폭동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감지한 싱가포르 정부는 다양한 정책에 국민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소통을 확대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정부 주도 상의하달식이고, 그 한계는 명확하다. 리콴유 세계도시상의 진정한 수상자는 서울시민이다. 서울을 사랑하고 도시에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서울을 이루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서울이 싱가포르에 줄 수 있는 교훈이다.
  •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성공과 실패 동시에 겪은 일본 생활… ‘프리메이슨’ 활동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성공과 실패 동시에 겪은 일본 생활… ‘프리메이슨’ 활동

    1888년 아버지와 이모부의 사업을 돕고자 일본으로 간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은 고베에서 16년간 살면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봤다. 그는 사업이 번창해 큰 돈을 벌었고 결혼도 했다. 지역 스포츠클럽 사무국장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했다. 반면 비밀결사단체로 알려진 ‘프리메이슨’에도 가입하는 등 미스터리한 면도 보였다. 16세 소년 베델이 고베에 왔을 때는 일본이 고베항을 개방(1868년)한 지 정확히 20년이 되던 해였다. 고베는 개항 당시만 해도 사람이 거의 없던 허허벌판이었다. 하지만 바다 수심이 깊어 큰 배가 쉽게 들어오면서 외국의 자본과 기술이 빠르게 퍼졌다. 인구도 1895년 15만 3382명, 1901년 25만 9040명, 1910년 38만 7915명으로 급속히 늘었다. 20세기 초 조선의 수도 한양의 인구가 20만명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곳이 얼마나 크고 활기찬 도시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일본에서 쓰이는 “성공한 사람은 교토에서 공부하고, 오사카에서 돈을 벌어, 고베에 산다”는 말은 이 무렵부터 생겨났다. 베델은 일본 시절 초기 이모부인 퍼시 알프레드 니콜(1848~1899)의 집(고베시 73번지)에 기거하며 일을 배웠다. 현재 이곳에는 1992년 지어진 ‘신크레센토 빌딩’이 들어서 있다. 고베시 문서관의 ‘재팬 디렉터리’에 따르면 니콜은 적어도 1883년부터 일본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사업이 번창하자 1886년 동서이자 베델의 아버지인 토머스 행콕 베델(1849~1912)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토머스 행콕도 본업이 궤도에 오르자 자신은 영국쪽 일을 맡고 큰아들 베델을 일본에 보내 분업에 나섰다. 베델은 고베의 이모부와 런던의 아버지 사이에서 업무를 익히며 사업 노하우를 체득해 갔다.이들이 했던 사업은 완호물(玩好物) 매매였다. 완호물은 쉽게 구하기 어려운 외국산 물품을 말하는데, 당시 영국인에게는 일본산 도자기나 골동품, 칠기, 장신구가 그런 것들이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후기 인상파 거장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일본 판화에 매료돼 그 화풍을 모방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듯 당시 영국을 비롯한 서양 여러 나라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예술작품이 인기를 얻었다. 이를 반영하듯 고베에는 외국인을 상대로 옛날 그림과 유기제품, 동전, 고의상, 갑옷 등을 파는 상점들이 많았다.베델이 사업을 하던 19세기 말은 영국이나 일본 모두 무역으로 번영을 구가하던 때였다. 그는 두 나라가 크게 성장하던 시기에 런던에 있던 아버지를 도와 상당한 부를 모을 수 있었다. 베델은 성격이 외향적이고 활달했다. 1909년 5월 7·8일자 ‘배설공의 약전’에는 그가 “각종 유희를 좋아하고 활발용장한 품성을 가졌다”고 기록돼 있다. 고베 시절 그는 여러 가지 운동과 음악을 즐겼고 체스도 잘 뒀다. 술과 담배도 좋아했다. 고베 지역 영자지 ‘고베 크로니클’에는 그가 사람들 앞에서 거리낌없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는 기사가 수차례 등장한다. 그가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이었음을 잘 보여 준다. 베델은 1901년 고베 외국인 스포츠클럽 ‘고베 레가타 앤드 어슬래틱 클럽’(KR&AC)에서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1901년 1월 30일자 ‘고베 위클리 크로니클’에는 자신을 ‘다섯 살 난 (KR&AC) 멤버’라고 밝힌 이가 “지난해 열린 레가타(여러 명이 함께 요를 젓는 요트) 대회 선수 선발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KR&AC를 비난하는 기고가 실렸다. 그러자 베델은 2월 6일자 기고를 통해 “우리 클럽에 5살짜리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고 비꼰 뒤 “나이에 비해 글을 꽤 잘 썼지만 생각은 매우 어리석다”며 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가 논쟁을 피하지 않는 불같은 면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1899년은 베델에게 큰 전환점이 된 해였다. 아버지 토머스 행콕은 두 번째 동업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일본 사업을 대신 맡아줄 사람이 필요해졌다. 여기에 이모부 니콜도 세상을 떠났다. 51세였다. 그는 사업차 고베에서 영국 런던으로 배를 타고 가다가 포르투갈 해상에서 숨을 거뒀다. 평소 지병이 있었던 것 같다. 베델에게 ‘사업 스승’ 니콜의 죽음은 적잖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현재 니콜은 고베 외국인 묘지에 안장돼 있는데, 서울신문은 취재 과정에서 니콜의 묘지를 찾는 후손과 연락이 닿아 이 사실을 전달했다. 27살이던 베델은 이 때부터 독자 사업에 나섰다. 베델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고자 자신의 첫 회사인 ‘베델 브러더스’를 세웠다. 이 회사는 이름처럼 삼형제인 베델과 허버트(1875~1939), 아서 퍼시(1877~1947)가 함께 운영했다. 이들은 각각 고베와 요코하마, 런던에 사무실을 내고 완호물을 사고 팔았다.이때 베델은 회사 설립을 위해 잠시 영국에 들렀다가 은행원 존 게일의 둘째 딸 메리 모드 게일(1873~1965)을 만났다. 이들은 이듬해인 1900년 고베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베델 부부는 1901년 외아들 허버트 오언 친키 베델(1901~1964)을 낳았다. 그는 ‘짐’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는데, 이름 가운데 ‘친키’는 일본어로 ‘新規’(새로운 것)라는 단어다. 그가 일본에서 얻은 아들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베델 브러더스‘는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아버지가 물려준 영업처를 형제들이 잘 관리했던 것 같다. 베델은 이때 번 돈으로 1901년 오사카 남쪽 사카이 지역에 러그(깔개나 무릎덮개 용도로 쓰는 직물제품) 생산공장을 차렸다. 당시 러그는 영국인 가정의 필수 품목이었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중개하는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자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는 훗날 베델이 일본 사업을 포기하는 원인이 된다. 한편 베델은 일본에서 ‘프리메이슨’에 가입해 활동했다. 프리메이슨은 중세 교회 건축가 집단에서 출발했다가 기독교 보수성에 반발해 조직된 비밀결사체로 알려져 있다. 프리메이슨이 ‘그림자 정부’(세계를 은밀히 지배하고 있다는 초국가적 조직)의 배후에 있다는 음모론도 있다. 정성화 명지대 사학과 교수와 한국학 자료 수집가 로버트 네프가 함께 쓴 ‘서양인의 조선살이,1882~1910’에는 베델이 조선에서 프리메이슨 설립 멤버로 활동했다고 전한다. 프리메이슨 서울 지부인 ‘한양롯지’ 홈페이지에도 베델을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소개한다. 영국에서 만난 베델의 손녀 수전 제인 블랙(62)은 “할아버지(베델)는 영국 선박업자 조지 쇼어의 소개로 일본 거주 시절 프리메이슨에 가입했다”면서 “할아버지는 (비밀주의 원칙을 지키려고) 가족에게도 프리메이슨 내부 이야기를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영국 출신 역사 연구가인 에이드리언 코웰(62)은 “베델은 (일본에서 프리메이슨에 가입한 것이 아니라) 1908년 영국 법원 판결에 따라 중국 상하이에서 3주간 복역하고 돌아온 뒤에 서울에서 가입했다”면서 “당시 조선에서 프리메이슨이 막 생겨나던 때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요직을 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신 배재대 복지신학과 교수는 그의 논문 ‘한국 프리메이슨의 역사와 특징’에서 “프리메이슨은 신종교 성격을 띤 엘리트주의 모임”이라면서 “다만 베델이 조선에 왔던 시기 프리메이슨은 종교적 의미보다는 친목과 자선을 위한 형제공동체적 성격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고베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런던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레드오션’의 일본, 따라가는 한국/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레드오션’의 일본, 따라가는 한국/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일본의 중견기업에 다니는 지인은 “20년 전 매달 6만엔(약 60만원)가량의 용돈을 썼는데, 지금은 3만엔이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지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일본 직장인들은 1991년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씀씀이를 줄여 왔다. “2000년 한 달 평균 5만 9726엔이던 샐러리맨의 용돈은 2014년 3만 9572엔으로 낮아졌다”는 한 일본 은행의 조사 결과도 있다.도쿄 미나토구 관청가나 비즈니스 중심지 등에서도 엘리트 직장인들이 저가 음식 체인점에서 430엔(약 4300원)짜리 규동(소고기덧밥), 600엔짜리 정식을 주문하는 모습은 일상화됐다. NHK의 “50대까지 ‘현역 세대’가 지난 30년 동안 소비를 줄여 왔다”는 최근 보도도 이런 추세를 보여 준다. ‘세컨드 스트리트’, ‘모드 오프’ 같은 중고품점과 관련 사이트가 성황 중이고, 저가 가구·의류회사들이 상종가를 친 것도 긴축 모드로 돌아선 소비 행태 탓이다. 두 달여 전까지 3년 동안 도쿄 특파원으로서 경험했던 이 같은 모습은 현재진행형이다.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을 동원한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수출 기업 실적과 국내총생산(GDP)을 높였지만, 기업은 사내 유보금을 높이며 투자에 소극적이고, 가계 지출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2100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라는 일본 정부 발표도 연장선에 있다. 지난 13일 총무성의 ‘2017년 취업구조 기본조사’ 결과로,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38.2%나 됐다. 늘어난 일자리, 취업 노동자 증가분의 50.3%가 비정규직이었다. 고용률이 치솟아도 저임금, 비정규직 위주의 질 낮은 일자리만 늘게 되면 가계소득은 나아지지 않고 생산성 저하, 내수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거품경제 이후 과감한 구조조정을 빠뜨린 채 양질의 일자리, 성장 가능성 높은 유망 분야인 ‘블루오션’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안주한 데 일본의 실패가 있었다. 그사이 중국 경제의 약진은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단지 몇백만원, 몇천만원 규모로 시작한 스타트업들의 도전과 성공에 힘입은 바 컸다. 아무리 최저임금을 올리고, 정부 재정지출을 늘려도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이 없으면 결과가 어떨지는 일본의 지난 20여년 경험이 잘 보여 준다. ‘블루오션’을 만들어 내려는 도전, ‘패자 부활전’이 가능한 사회적 분위기, 과학기술 및 인문정신의 융복합 시대와 호흡을 맞출 인력 육성의 틀과 기업 생태계 구축은 생존을 위한 발등의 불이다. 교육부, 산업부, 고용노동부 등이 해마다 연구개발비와 인력 교육비 등에 각각 수조원씩을 집행하지만, 지금처럼 단기 성과와 청와대 실적 보고만을 앞세운다면 미래는 없다. 저소득 부양정책 역시 수혜자들의 근로 의욕을 높이고, 세심한 역량 개발 프로젝트와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저 ‘돈 뿌리기’일 따름이다. 현재에 매몰돼 융복합 산업의 빅뱅에 응전하는 기회를 놓치면 미래는 없다. 다급한 눈앞의 실적과 안정성의 유혹을 넘어 내일을 생각하는 정책 결정자의 결단, 리스크를 떠안는 기업가 정신,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기풍의 회복이 절실하다. jun88@seoul.co.kr
  • “헝그리 정신 시대는 끝났다… 즐기는 생활 체육 육성해야”

    “헝그리 정신 시대는 끝났다… 즐기는 생활 체육 육성해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스스로를 ‘국내 유일의 국가 체육 연구기관’으로 표현하고 있다. 체육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지난 5월 취임한 정영린(56) 원장을 만나자마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체력’을 물었다. 러시아월드컵 전이었고, 대표팀이 전지훈련에서 느닷없이 체력훈련을 강화했다는 소식이 들린 직후였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 이지운 체육부장과의 대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후 24일 추가 전화 취재를 통해 내용을 보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체력은 과학이라는 시대 아닌가. 월드컵 개막 직전 왜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체력 문제가 나왔나. -스포츠에서 성적이 잘 안 나는 이유로 체력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체력 문제는 훈련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고, 더 깊이 들어가면 과학적 훈련 방법, 과학적 접근이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판단을 가질 수 있다. 단정 짓기 어렵지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예컨대 과거 수영의 박태환 선수는 송홍선 연구위원이 맨투맨으로 과학적 지원을 해준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 사실 식단을 짜는 것도 과학이다. 종목에 따라, 시점에 따라 달리 짠다. 경기가 일주일 후라면 7일 전부터 날마다 식단의 영양을 조절한다. 훈련 일정도 아주 촘촘히 짠다. 운동생리학 책임 연구원들도 투입된다. 디테일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양궁을 비롯해서 많은 종목에서 스포츠 과학을 지원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우리 기관에 지원 요청을 하지 않는다. →축구는 지원을 해본 적이 없다는 얘긴가. -해본 적이 없다.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자체 역량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과학적 지원 문제는 국가 역량에 해당하지 않나.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 -국가대표의 성적은 그 나라의 스포츠 과학 수준과 같다. 일본의 엘리트 선수들은 10년 전쯤엔 성적이 안 좋았는데 지금은 상승 무드에 있다.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일본국립스포츠과학센터(JISS)다. JISS에는 순수 연구인력 70명에다가 연구 지원 인력 59명이 포진해 있다. 반면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연구 인원이 38명이고 이에 준하는 박사급 지원 인력이 20여명 정도 된다. JISS는 연구 관련 인원이 총 129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58명에 그쳐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설도 최첨단으로 구비해 현장에 가보면 깜짝 놀랄 정도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과 같이 세계 톱10의 스포츠 경쟁력을 지닌 국가들에서는 JISS 이상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도 2016 리우하계올림픽에서 종합 8위,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종합 7위에 올랐기 때문에 스포츠 과학 수준은 세계 7~8위권이라고 볼 수 있다. →헝그리 정신이 여전히 유효한가. -헝그리 정신은 지금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 엘리트 스포츠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즐기는 스포츠’로 나아가야 한다. 생활 체육이 융성하는 풀뿌리 체육의 기반에서 좋은 선수들이 나와야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다. →다시 국민 스포츠인가. 일본이 엘리트 체육을 포기했다가 낭패를 보지 않았나. -엘리트 체육 위주에서 국민 체육 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본인이 좋아해서 즐기는 가운데 몰입을 해야 수준이 한 단계 발전한다. 20~30년 전에 생활체육 저변이 척박한 가운데 소수 정예를 태릉선수촌에서 합숙시켜 키웠는데 지금은 그런 시스템만으론 안 된다. 향후 체육 발전을 견인하는 것은 스포츠 클럽이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국민 생활 체육을 지원하는 새로운 사업을 왕성하게 추진하도록 하겠다. 일부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만 집중하는 그동안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대국민 서비스를 가져갈 수 없다. 우리 국민 누구나 스포츠를 누릴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그러한 권리를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일반 국민들이면 누구나 제약 없이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 각자의 건강·체력 수준에 맞는 과학적 처방을 제공하겠다.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2013년부터 초등학생 선수부터 일반 운동선수까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과학거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 신체 부위별 운동능력 발달 여부에 대해 측정이 가능하고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지원을 받을 수가 있다. 시골에 있는 선수들도 국가대표급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는 8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2017년까지 총 9544명(누적 이용 합산)이 수혜를 입었다. 6월 기준으로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운동선수는 총 13만 639명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전체의 7.3%가 혜택을 본 것이다. 앞으로 지원을 더 늘려 나갈 계획이다. 센터별로 장비에 5억 3000만원이, 운영비로 3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다만 센터별로 29개의 고급 장비가 들어가 있는데 작동이 어렵거나 고가인 장비는 센터별 평균 활용률이 낮은 편이다. 장비를 다룰 전문가가 부족한 데다가 고가의 장비는 고장 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안 하는 것이다. 각 센터장을 모아 놓고 이에 대해 지적하는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센터별로 평가 점수가 2년 연속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센터를 회수하도록 지시해 뒀다. →올해 내의 계획은. -스포츠과학거점센터를 두 곳 더 늘릴 계획이다. 이미 전남체육회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조만간 최종 협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나머지 한 군데에 대한 선정 작업도 마무리가 되면 스포츠과학거점센터는 전국에 총 10군데가 된다. →선수가 아닌 이들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이 있나. -국민체력 100 모델 및 체력 기준을 만들어서 현장에서 운영 중이다. 국민의 체력 및 건강 증진에 목적을 두고 체력 상태를 과학적으로 측정·평가해 각자에 맞는 운동에 대해 처방을 해주는 대국민 스포츠 복지 서비스다. 최근 운동 부족으로 체력 저하가 느껴진다면 전국에 있는 각 센터에서 누구나 무료로 운동 능력을 자유롭게 측정해볼 수 있다. 최근 개그맨 김병만(43)씨가 국민체력 100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김씨는 방송프로그램에서 ‘달인’이라는 캐릭터로 화제를 모으며 특출난 체력을 보여 줬었다. 체력측정 결과 명성에 걸맞게 6개 종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앞으로 홍보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스포츠 이벤트가 많다. -바쁘다. 올 2월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는 14개 종목을 지원했고 8월에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도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종목별 각 협회에서 요청이 있어서 지원을 하게 됐다. 아시안게임에는 30개 종목에 1~2명씩 현장에 파견해 심리, 체력, 영상 등의 부분도 지원한다. →임기(2년)가 끝났을 때 어떤 원장으로 평가받고 싶나. -2020년 5월까지 임기 내 모든 것을 다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재임 중 추진했던 사업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서 그것들이 퇴임 후에도 세계적인 모델이 될 만한 성과로 남았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최선을 다한 원장이었다고 기억되고 싶다. 정리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정영린 프로필 생년월일 1962년 6월 29일 출신지 충남 예산 출신 학교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 경력 (현재) 가톨릭관동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1998년~) 스포츠사회학회 부회장 (2013년~) 체육정책학회 부회장 (2009년~)
  •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셋집도 내 집” 역발상… 런던 빈민굴, 사람 사는 동네로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셋집도 내 집” 역발상… 런던 빈민굴, 사람 사는 동네로

    우리나라 도시 인구는 2000년대 들어 전체 인구의 90%를 넘겼습니다. 한국 사람 열 명 중 아홉은 도시에서 살고, 40대 이하의 반 이상은 고향마저 도시입니다. 우리가 나고 함께 살아가는 도시란 무엇일까요? 근대는 도시의 고민에서 출발했으며, 그 근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서울신문은 출판사 수류산방과 함께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의 합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조성룡(74) 성균관대 건축학과 석좌교수와 심세중(44) 수류산방 편집장의 대담을 지면으로 옮기는 형식으로 이어 갑니다. 근대 이후 세계의 도시를 만들어 온 역사적 인물과 흐름들, 당시 중요하게 대두됐던 가치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입니다. 그 과정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질문인데도 우리가 너무 몰랐던, 타율적이고 일방적인 도시 개발 과정에서 간과했던 모더니즘의 근본 고민들을 들춰 보게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시리즈 제목은 1949년 출간된 모더니즘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에서 따 왔음을 밝힙니다.)“나이팅게일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쉽겠어요. 영국의 간호사 나이팅게일(1820~1910)이라고 아시죠? 우리나라에서도 백의의 천사로 유명한데, 실제로는 씩씩한 사람이었대요. 우리나라에서는 위인전을 그렇게 만들었잖아요. 생애 한 시절에 공이 있으면 그것만 띄우죠. 사실 나이팅게일이 전장에서 간호한 건 잠깐이거든요. 물론 나이팅게일은 그 시대 영국 사회를 개혁하는 일을 남자도 못할 만큼 해냈죠. 그런데 같은 시대를 살았던 옥타비아 힐(Octavia Hill·1838~1912) 이라는 여성은 우리한테 그만큼 안 알려졌어요. 부잣집에서 태어났는데 어렸을 때 집이 갑자기 망했어요. 그래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현실을 보게 되죠. 그러다가 15살 때쯤에 당대의 인물인 존 러스킨(John Ruskin·1819~1900)이라는 사상가를 만나요. 그 양반이 미학 얘기도 했고 고딕건축에 대해서 연구도 많이 했지요. 1900년에 죽은 사람이니까 빅토리아 시대 사람인데, 이 시대가 영국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어요.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했잖아요. 산업 혁명이 일어나면서 무슨 문제가 일어났냐면, 주택 말입니다.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해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지니까 집이 부족해서 집을 짓는데, 너무 엉망인 집을 마구 지어요. 그걸 봤겠죠. 나름대로 문제라고 생각했겠죠. 옥타비아 힐이 사실 러스킨하고 몇 살 차이가 안 나요. 러스킨 밑에서 그림 필사해서 그리는 일을 했거든요. 그러다가 이 사람이 20대에 자기 선생한테 도움을 받아서 집 세 채를 사요.”1887년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 행사에 남성의 동반자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참여한 여성은 단 세 명이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조지핀 버틀러(Josephine Butler·1827~1906), 그리고 옥타비아 힐이다. 나이팅게일은 국가를 위한 전쟁에 나가 근대 의학의 개가를 알렸기 때문인지 세계적으로 위인의 반열에 올랐다. 조지핀 버틀러는 여성운동가였다. 옥타비아 힐은 우리에게 가장 이름이 덜 알려진 인물이다. 그나마 알려졌다면 문화재 보호 운동 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의 창립자로서지만, 옥타비아 힐이 평생을 바친 주제는 도시 빈민들의 주거 문제였다. 그의 부모와 외조부도 박애주의를 실천하던 부유한 사회 사업가 집안이었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병환 이후 어린 시절 런던 외곽에서 성장하면서 런던 빈민의 문제를 접하게 되었다. 절대적 빈곤 계층은 근대화와 도시화의 산물이었다. 처음에는 최악의 주택을 짓지 못하도록 규제하면 낫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더 컸다. 옥타비아 힐도 그런 생각이었고, 나은 집을 얻어서 거기에 빈민들을 살게 하려고 계획했다. 정작 그 구상을 듣자 어떤 집주인도 선뜻 집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더럽고 위험할 것 같은 가난한 사람들을 세입자로 들이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진 청년 빅토리아 힐을, 마침 아버지로부터 유산을 받은 스승 존 러스킨이 도왔다. 좋은 집이 아니라 이미 빈민들이 살고 있던 최악의 주택을 겨우 몇 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러스킨의 조건은 매년 5%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임대주택 지저분하게 방치하는 게 문제 “옥타비아 힐은 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임대 아파트가 좋아지려면 뭘 해야 하는가를 연구하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아예 집주인이 된 거지. 런던의 매릴번이라는 동네인데, 집을 산 다음에 이 여자가 하는 일이 뭐였나면, 매주 임대료를 받으러 가요. 꼬박꼬박. 그런데 돈 벌려는 것보다는 연구를 하는 거예요. 임차인이 어떡하면 행복해지느냐. 가서 주민들한테 뭐가 문제인지 묻고,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고, 옆집하고 계단을 같이 쓰려면 청소를 해야지 하고 알려 주기도 했어요. 처음에 3채에서 시작했는데 18년이 지나니까 이 사람이 관리하는 임차인이 3000명이 된 거예요.이 사람의 주장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거예요. 집하고 사람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그러니까 세입자가 행복해지려면, 삶이 고귀해지려면, 집이 그렇게 좋아져야 한다. 아름답죠. 집주인으로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를 고민했어요. 살아가면서 옆집하고 공유하는 부분을 어떡해야 하는가를 공부해야 한다는 거예요. 학생들하고 공공 임대 주택에 관찰하러 답사를 나가 보면, 임대 주택 사는 빈민들이 단지를 너무 지저분하게 방치한다고 관리인들이 불평하거든요. 바로 그 문제예요.” 옥타비아 힐의 빈민 주택에 대한 방법론은 깔끔한 새 집을 지어 빈민들을 이사시켜 주는 것이 아니었다. 매주 세를 걷으러 직접 다녔다. 체납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니 집세를 내려면 일을 해야 했다. 자신이 사는 집을 수선하고 가꾸는 일거리를 주었다. 집세도 낼 수 있었고 살림도 나아졌으며 주거 환경도 나아졌다. 야학이나 어린이 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러스킨의 투자를 받았던 최악의 빈민굴이 몇 년이 지나자 번듯한 사람 사는 동네로 바뀌어 갔다. 주민들은 도시 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한 재개발에 밀려 살던 동네를 떠나지 않아도 됐고 공동체도 깨지지 않았다. 게으르고 술만 마시고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사람들이 빈민이 될 거라는 낙인을 찍지 말고, 자립심과 자존감을 가지도록 북돋아 주고 대화해 주자는 것이 힐의 방법론이었다. 그들은 퍼 주기 식으로 부양해야 할 불쌍한 사람이 아니며, 세 들어 사는 집은 세만 내면 그만인 남의 집이 아니다. ●난개발 반대… ‘그린벨트’ 용어 첫 사용 옥타비아 힐은 국가에서 보조금 주택을 분양하는 방식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임대 주택이 수익성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입주자 가족의 규모와 성격, 집의 입지를 고려해서 가구 배치를 섬세하게 정했다. 애초에 제대로 집행되지 못할 규칙은 제정하지 않았다. 집주인은 세를 과도하게 올리지 않고 장기적이지만 적절한 이윤에 만족하되 집의 상태를 좋게 유지하고, 세입자는 감당할 만한 집세로 떠돌지 않고 정착해서 살면서 일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 세상에 보이려고 했다. 그녀가 관리하기 시작한 집들은 그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런던에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내내 놀랍게도 100년이 넘게 신자유주의 시대를 견디며 지금까지 같은 방식으로 관리되며 수익을 내는 단지들이 남아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하고 같이 책을 보다가 옥타비아 힐이라는 이름이 나왔어요. 이 사람이 누구지? 찾아보니까 우리말 자료가 너무 없어요. 처음에 나는 왜 집주인이 되었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집주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체험했다는 것이 좋은 방법 같아요. 집주인으로서 끊임없이 세입자와 친구처럼 얘기했대요. 그런데 철칙이 뭐냐면, 그 집 관리인을 전부 여성으로 고용해요. 그러니까 여성의 사회 진출하고도 관련이 있죠. 이 여성들이 몇십년 같이 일하면서 이런 일을 전파하는 전문인이 된 거죠. 그러다가 이 사람이 또 뭘 하냐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만 아니라 집 근처에 공원이나 정자 나무 그늘 같은 곳이 필요하다, 도시나 건축에서 오픈 스페이스라고 하는 공간인데, 그 중요성을 처음 말한 사람이에요. 지주는 땅이 있으니 오픈 스페이스를 가지죠. 지주가 아니어도 시골에 살 때는 오픈 스페이스가 어디에나 있지. 그런데 고향을 떠나 도시에 오면 그런 공간이 없단 말이에요. 주말이나 저녁에 가족들하고 나갈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정말 중요한 겁니다.”옥타비아 힐은 실외에 ‘앉아 있을 장소, 놀이할 장소, 산책할 장소, 그리고 여가를 보낼 장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고궁이나 교외로 놀러 갈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외곽으로 놀러 간다는 것은 여행 경비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하루치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외 녹지의 난개발에 반대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옥타비아 힐은 ‘그린벨트’라는 말을 처음 쓴 인물 중 한 명이다. 도시민들에게 근교의 공원과 녹지를 선사하기 위해서 시작한 난개발 반대 운동이 결국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으로 성장했다. 또한 옥타비아 힐의 사업은 세틀먼트 운동(Settlement Movement)을 낳았는데, 이는 중산층이 빈민과 같은 구역에 함께 거주하면서 생활 문화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자는 것이었다.●주택 관리, 새로운 시대에 적합하게 해야 “요즘 임대 주택 한다지만, 아, 서울에 비싼 아파트에 임대 주택 넣으라고 하니까 단지 한쪽 구석에 몰아 놓고, 그 집 아이들 학교 가면 놀림 받잖아요. 그때 런던이나 지금 서울이나, 다 시골 사람들이 올라와서 노동자가 되면서 만들어진 도시예요. 산업화를 이뤘으면서, 그 노동자에 대한 생각을 사회적으로 돈 있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요. 150년 전 런던에 비교하면 서울에는 훨씬 집이 많잖아요. 그런데도 그 고민이 너무 적었어요. 일제강점기에는 될 리가 없었겠지만 해방 후에는 돼야 할 건데 5년 있다가 전쟁 나고, 또 몇 년 있다가 군사독재 시작해서 1988년까지 군사정권이었잖아요. 그런 시대 속에서 집을 지었다고요. 그러니까 이 집이 노동자를 위한 집이 아니에요. 내가 70대가 되고 보니까, 도대체 내가 사람들을 위해서 한 게 뭐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집 짓는 사람인데, 건축가들이 돈 있는 사람 집만 지어 줬단 말이지. 돈 없는 사람이 자기 집을 맡길 리가 없고, 국가의 임대 주택은 오로지 중산층을 위한 거였어요. 그런데 건축가들이 이런 내용을 조금만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그저 임대 놓기 좋은 집이 아니라 세입자들이 품위 있게 살도록 설계할 수도 있단 말이에요. 좋은 단지는 예쁜 집, 잘 지은 집이 있는 단지가 아니라 거기 있는 사람들이 행복한 단지예요. 그러려면 설계와 관리가 서로 이어져야 하는 거예요.”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18 56~1925)가 그린 옥타비아 힐의 초상화는 1898년에 동료 노동자들이 선물한 것이었다. 그 무렵 이미 옥타비아 힐은 서방 세계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었지만, 국가나 정부에서는 그녀의 방식을 끝까지 반기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딴 여러 단체가 생겼고, 그중에는 부작용도 많았다. 지금 서울에서 집주인이라는 이유로 세를 받으려고 일주일마다 한 번씩 가정 방문을 한다고 하면 누구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옥타비아 힐은 무상 복지나 보조금에 완강히 반대했다. 엘리트주의에 기반해 근면이나 특정한 이데올로기나 종교를 전파하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5%의 수익률도 악용되기 십상이다. 집값이 오르면 그에 따라 세도 올려 두 배의 수익이 주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초상화를 선물받았을 때 힐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벗들이 특별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지도 말고, 내가 갔던 길을 맹목적으로 따르지도 말기를 바란다. 새로운 시대 환경은 또 다른 노력을 요구할 것이므로 우리가 끝없이 추구해야 할 것은 굳은 형식이 아니라 정신이다. … 어떤 주택은 잘 수선하는 것이 낫고, 어떤 주택은 새로 짓는 것이 나을 것이다. 사려 깊고 사랑을 담은 관리를 충분히 기울여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다가올 새롭고 더 나은 날들의 가장 큰 과제를 간파하는 것이다. 더 큰 이상, 더 큰 희망, 그리고 그 둘을 실현시킬 인내력”을 품고 서로의 집과 삶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이 여름밤, 에어컨 아래에서나, 맞바람이 들지 않는 대학가의 원룸이나 땡볕을 피할 길 없는 옥탑방에서나, 잠들기 어려운 도시의 밤에 말이다. 기획 수류산방
  • [뉴스 in] 어떻게 소액재판이 그래요?

    [뉴스 in] 어떻게 소액재판이 그래요?

    하루에 160건을 심리하는 판사는 법정에서 컨베이어벨트를 돌리고 원고와 피고는 ‘3분 재판’을 받는다. ‘빨리빨리’만 외치느라 공정한 재판을 위한 많은 장치가 생략된다. 변론기일은 단 한 번, 판결문엔 누가 이겼는지 2줄만 쓰면 된다. 지난해 1심 법원 민사재판 중 76.1%인 77만 4400건, 소액재판의 흔한 풍경이다. 재판 같지 않은 이런 재판이 4분의3이나 된 것은 대법원이 세계 최고가 수준인 3000만원으로 ‘소액’ 기준을 정해서다. 독일(80만원)의 37배, 일본(600만원)의 5배다. 두 나라에서 소액재판 비중은 20% 이하다. 20%와 70%의 격차만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는 침해됐고, 엘리트 판사는 편해졌다.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사, 재판 관행을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란 제목으로 연재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최악의 난투극 호주와 필리핀 농구 13명에 44경기 출전 정지

    최악의 난투극 호주와 필리핀 농구 13명에 44경기 출전 정지

    이달 초 역대급 난투극을 벌인 필리핀과 호주 선수 13명이 모두 44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두 나라 협회 역시 국제농구연맹(FIBA)의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마닐라 근교 불라칸의 필리핀 아레나에서 열린 2019 FIBA 중국 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필리핀과 호주의 경기 도중 최악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로저 포고이(필리핀)가 먼저 주먹질을 시작하자 다니엘 키커트(호주)가 보복성 대응을 하면서 두 팀 벤치 멤버들까지 우르르 코트에 몰려나와 드잡이에 가담했다. 필리핀 선수들이 줄줄이 퇴장 당해 코트에 단 한 명만 남아 3쿼터 89-53 호주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FIBA는 지난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필리핀 선수 10명 모두가 FIBA가 주관하는 국제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전에도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경고를 받았던 캘빈 아부에바가 6경기로 가장 많은 징계를 받았고, 포고이와 칼 크루스, 지오 잘라론이 5경기씩, 테렌스 로미오, 제이슨 카스트로 윌리엄, 안드레이 블라체, 제스 로사리오가 3경기씩, 아페스 아귈라와 매튜 라이트가 한 경기씩이다. 부코치 조지프 우이치코가 3경기씩, 빈센트 촛 레이예스 감독이 한 경기 벤치에도 앉지 못한다. 레이예스 감독에게는 난투극을 선동한 책임을 물어 1만 스위스프랑(약 1136만원)의 벌금도 부과됐다. 또 필리핀농구협회에게 25만 스위스프랑의 벌금을 부과했고 다음 홈 경기를 관중 없이 치르게 됐다.호주에서는 3명의 선수가 제재를 받았다. 키커트에게 5경기,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쏜 메이커에게 3경기, 크리스 골딩에게는 한 경기 출전 정지가 각각 내려졌다. 경기 전 필리핀 홈코트에 부착된 인쇄 장식을 합의 없이 제거해 필리핀 대표팀을 자극하는 등 비신사적인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호주농구협회에는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 1362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FIBA는 아울러 이 경기의 심판진들을 모두 엘리트 프로그램에서 배제하고 앞으로 1년 동안 FIBA가 주관하는 어떤 국제 대회 심판도 보지 못하도록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박근혜 징역 8년 추가한 ‘기각요정’ 성창호 판사는 누구

    박근혜 징역 8년 추가한 ‘기각요정’ 성창호 판사는 누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시절국정농단 피의자는 영장 발부 많아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징역 6년,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등 총 징역 8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의 재판장은 성창호(45·사법연수원25기) 부장판사다. 법원 내부에서 균형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재학 중 3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시작한 뒤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 등 주요 보직을 거친 엘리트로 손꼽힌다. 2005년에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부터 1년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 판사를 맡았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기각 결정을 많이 내려 온라인에서 ‘기각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9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반면 국정농단 주요 수사 피의자에 대해서는 기각을 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성 부장판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시 및 학사 비리에 연루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김경숙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에 대해서도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와 관련해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과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에 대해서도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전에는 법조비리에 연루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홍만표 전 검사장,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 구속 영장도 발부했다.  고 백남기씨의 부검영장을 발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성 부장판사는 “부검장소와 방법 등을 유족과 논의하라”는 조건부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부터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재판장으로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과 관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이헌수·이원종의 재판을 맡았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끝까지 사랑’ 홍수아-강은탁, 키스 1초 전 포착 ‘의아한 러브라인?’

    ‘끝까지 사랑’ 홍수아-강은탁, 키스 1초 전 포착 ‘의아한 러브라인?’

    ‘끝까지 사랑’ 홍수아와 강은탁의 아찔한 스틸이 공개됐다. ‘인형의 집’ 후속으로 2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2TV 새 저녁 일일드라마 ‘끝까지 사랑’(연출 신창석, 극본 이선희)측이 19일 홍수아와 강은탁이 침대 위에서 사랑이 듬뿍 담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 홍수아는 아침 햇살이 비치는 창가 침대에 잠옷 차림으로 누워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강은탁과 눈을 맞추고 있다. 강은탁 역시 애정이 듬뿍 담긴 꿀 떨어지는 눈빛과 미소로 홍수아를 바라보고 있다. 사랑에 빠진 연인의 달달함이 전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하지만 극 중 홍수아(강세나 역)는 박광현(한두영 역)과, 강은탁(윤정한 역)은 이영아(한가영 역)와 멜로라인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진 속 두 사람의 핑크빛 분위기가 의아함을 자아낸다. 극중 남매인 이영아와 박광현이 홍수아, 강은탁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홍수아는 아름다운 가면 속에 본심을 철저하게 숨기고 치밀한 설계를 통해 자신의 야망과 욕심을 차근차근 실행시켜나가는 영리하면서도 독한 강세나로, 강은탁은 미국에서 학위를 따고 월가에서 5년 동안 일한 엘리트면서도 돌연 귀국한 뒤 아버지의 유리 공장에서 거친 노동을 마다 않는 상남자 윤정한으로 분한다. 지극히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별한 이들이 일생 하나뿐인 사랑을 지켜내고 끝내 행복을 찾아가는 사랑과 성공스토리를 품은 가족 멜로 드라마 ‘끝까지 사랑’은 ‘인형의 집’ 후속으로 23일 저녁 7시 50분 KBS 2TV를 통해 첫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北, 개방 없는 개혁 닻 올려… 관리되는 시장으로 급성장”

    [남북경협 넘어 신동북아 경제지도] “北, 개방 없는 개혁 닻 올려… 관리되는 시장으로 급성장”

    “북한은 이미 확고하게 개혁·개방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관리되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춘복(42) 중국 난카이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이 국가전략 차원에서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하얼빈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작년 11월을 비롯해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하는 등 남북을 모두 이해하는 한·중, 북·중 관계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북한 변화상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은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큰 그림을 그릴 줄 안다. 성과관리를 강화하고 제도화한 게 가장 눈에 띈다. 김정일 때까진 현지지도가 현장 방문해 좋은 말 하고 가면 끝이었다. 김정은은 현지지도에서 지시한 사항을 점검하러 다시 온다. 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되 당과 내각, 군 사이에 분업이 이뤄지도록 국가운영 시스템을 회복한 것도 특징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세대교체가 많이 된 것 같다. -교체 폭이 엄청나다. 특히 김정일 사망 당시 100명이 넘던 군부 장성급들을 대부분 사퇴시키고 당·내각 중심으로 경제관리를 일원화시켰다. 한국에선 이들이 모두 ‘숙청’된 걸로 오해하지만 실제 그런 사례는 기득권을 지키려 저항하던 군의 리영호와 당 행정부장 장성택뿐이다. 김정은을 보좌하는 핵심 엘리트들은 매우 유능하고 실용적이다. 이들은 자기들 약점을 솔직하게 말한다. 이들 사이에서 김정은 지지기반이 갈수록 단단해지는 걸 평양 방문할 때마다 느낀다. →북한에서 경제정책이 차지하는 위상은. -‘선군’에서 ‘선경’으로 이동했다. 상당한 혁신이 이뤄졌다. ‘개방 없는 개혁’은 이미 시작됐다. 가령 농업에선 사실상 가족농을 인정하는 포전담당제로 바꿨고 그 이후 식량 생산량도 늘고 배급 상황도 좋아졌다. 기업에도 사회주의 생산책임제라는 이름으로 자체적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줬다. 공장장이 생산실적을 높이기 위해 다른 기업 노동자를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국영기업 간 경쟁시스템이다. 기업에서 생산한 물품 20%는 반드시 다른 지역에서 팔도록 한 것도 기업끼리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균형발전과 전국 유통망 발전을 촉진한다. →시장화는 김정일 당시부터 있던 것 아니었나. -김정일은 시장을 이용하다가 힘이 커진다 싶으면 억누르길 되풀이했다. 김정일이 2009년 화폐개혁을 시도했다 실패했다. 그게 김정은에겐 엄청난 반면교사가 됐다. 김정은은 시장을 억눌러서 국가 권력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 자율권을 주면서 시장을 이용해서 국가 능력을 키우려 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시장이 발전하고 있다. 수입대체산업도 육성한다. 대북제재 속에서도 신발과 의류 등 경공업은 상당부분 자체 생산이 가능해졌다. 북에서 만든 빵을 먹어봤는데 품질도 괜찮았다. 식당도 많이 늘었다. 경제부처 등 각 기관, 심지어 외무성에서도 식당을 열어서 서로 경쟁할 정도다. →김정은의 역할모델은 덩샤오핑이라고 보나. -2016년 7차 노동당대회에서 김정은은 “사회주의 위업을 완수하자”고 했다. ‘강성국가’에서 ‘강’(强)은 해결했지만 ‘성’(盛)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마오쩌둥은 건국과 강국(强國), 덩샤오핑은 부국이다. 북한에선 김일성은 건국, 김정일은 강국과 위국(衛國)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나라를 지켜내고 핵개발을 시작했다. 김정은은 강국과 부국이다. 강국의 토대 위에 경제를 발전시켜 진정한 강성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북한이 생각하는 경제입국은. -아직 안 나왔다. 북에서도 계속 고민 중이라고 본다.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 ‘돌을 더듬으면서 강을 건넌다’는 말을 했다. 북한도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노동당이 중심을 잡으면서 ‘관리되는 시장’을 발전시키려 할 것이다. 옌지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추락한 해병대 날개, 방산비리 때문?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추락한 해병대 날개, 방산비리 때문?

    지난 17일, 경북 포항 군 비행장에서 한국형 상륙기동헬기 MUH-1 마린온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정조종사 김 모 중령과 부조종사 노모 소령을 비롯해, 부사관 2명과 병사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미래 해병대 입체상륙작전의 핵심 전력으로 군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마린온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던진 충격파는 굉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로 해병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해병항공단 편성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해병대사령부 전력기획실장 조영수 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조종사 과실, 정비 불량, 기체 결함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위의 정밀조사가 끝나봐야 확실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추론 가능한 사고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조종사 과실 가능성이다. 항공기는 이·착륙 과정에서 사고에 가장 취약한데, 이·착륙 과정에서의 사고는 조종사의 조작 실수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서 조종사 과실이 있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비행에 나선 조종사들이 베테랑 교관조종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사고기를 조종했던 정조종사 故 김모 중령과 부조종사 故 노모 소령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조종장교였다. 특히 김모 중령은 20년 가까운 경력과 3,30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보유했으며, 미국 비행시험학교까지 수료한 엘리트였다. 부조종사 노모 소령 역시 10년 가까운 경력에 우수한 비행실력으로 선·후배 장교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조종사였다. 이러한 엘리트 조종사들이 몰았던 수리온에는 안전 비행을 돕는 최첨단 비행제어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조종 미숙에 의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둘째, 정비 불량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사고가 난 마린온 헬기는 현재까지 해병대에 인도된 4대의 기체 중 두 번째 기체이다. 올해 1월 해병대에 인도된 6개월 된 사실상 신품 헬기다. 신형 항공기가 부대에 인도되면 부대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이 바로 기체 정비다. 정비사들의 정비 교육과 병행해 정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것이 FM대로 진행되며, 자칫 정비 불량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장비 전력화 일정에 차질이 생겨 담당자들에게 큰 불이익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마린온을 제작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항공기를 인도한 뒤 운용부대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제작사에서 파견나온 전문 엔지니어까지 정비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정비 불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조종사 과실과 정비 불량 가능성이 낮다면 기체 자체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실 마린온과 그 원형인 수리온은 도입 초기 단계부터 온갖 결함에 시달리며 ‘방산비리의 결정체’라는 오명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비행 중 진동이 너무 심해서 진동 때문에 기체 프레임에 균열이 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방빙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비행 중 불시착한 사고도 있었다. 이처럼 전력화 초기단계에서부터 수많은 결함들이 보고되자 감사원과 국회에서 수차례 관련 내용을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수리온 계열 헬기를 둘러싼 수많은 결함 의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동력과 기어박스 계통의 문제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수리온은 유럽의 유로콥터(現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의 구형 헬기 AS532 쿠거(Cougar) 단동체형의 설계를 구입해 이를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기종이다. 원형인 쿠거는 1977년 첫 비행한 노후 기종인데, 사업 초기단계부터 이러한 노후 기체를 개발 원형으로 선정한 것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일반적으로 노후 기체를 개량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개조개발을 하는 경우는 해당 노후기종이 기술적으로 매우 신뢰도가 높은 경우가 많지만, 쿠거 시리즈는 그렇지 못했다. 동력 계통에서 수시로 문제가 발생했고, 추락 사고도 낮았다. 지난 2016년 4월 노르웨이 정유업체 스타토일(Statoil)에서 운용하던 EC225 헬기의 경우 비행 중 로터 블레이드가 샤프트(shaft), 즉 동력전달 축 통째로 공중 분리되며 추락해 탑승자 13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우리 군의 수리온 헬기도 약 30여 대가 노르웨이 추락 사고기와 동일한 기어박스 부품을 사용했는데, 육군은 사고 발생 직후 대당 7억 5천만 원을 들여 문제의 부품을 전량 교체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엔진 동력 출력 방향 자체가 다른 엔진과 기체를 결합하다보니 결빙 문제나 진동 문제 등 갖가지 문제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던 것이다. 이번 마린온 추락사고 역시 기체 결함이 원인이었다면 이와 같은 동력 계통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 기체는 진동 문제를 테스트하기 위해 비행에 나섰다가 이륙 직후 로터 블레이드가 기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사고 발생 전에도 진동을 비롯한 동력계통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수리온 계열 헬기의 과거 사고 사례나 이번 사고 현장의 목격담만 종합해 보자면 이번 사고는 기체 결함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방산비리’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과연 수리온은 일각에서 비난하는 것처럼 ‘방산비리의 결정체’일까? 사실 이러한 장비 결함 문제는 수리온을 포함해 소위 말하는 ‘한국형 명품 무기’ 대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최근 세계 방산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9 자주포도 배치 초기에는 엔진과 변속기 고장이 매우 잦았고, 주행 중 무한궤도가 끊어지는 사고도 종종 발생했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초의 복합소총으로 탄생했다는 K11은 잦은 폭발사고로 인명사고까지 발생했고, K21 장갑차 역시 교육훈련 중 물 속으로 가라앉아 인명사고를 냈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과 여론은 한국형 무기체계의 방산비리라며 비난에 목소리를 높이고, 개발과 전력화 업무를 담당한 관련자들은 줄줄이 수사기관에 소환되어 비리 사범으로 마녀사냥을 당하기 일쑤였다. 과연 한국형 무기체계들의 결함들이 전적으로 방산비리 때문일까? 현장의 목소리는 많이 다르다.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은 예산 절감이 미덕처럼 받아들여지는 관료문화 덕분에 최저가로 사업자가 선정되다보니 개발예산과 인력이 충분히 투입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개발자들의 격무는 관행처럼 굳어졌다. 신라시대에 아이를 쇳물에 녹여 만들어졌다는 선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의 설화를 빗대어 “한국형 무기들은 공학자들을 갈아넣어 만든 현대판 공밀레종”이라는 자조 섞인 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K-9 자주포 개발 과정에서 1명, T-50 개발과정에서 2명의 엔지니어가 과로로 순직했다. 이렇게 엔지니어들을 희생시켜 무기체계가 완성되어도 문제다. 최저가로 낙찰되었으니 당연히 비용 절감이 요구되었을 것이고, 이 비용 절감은 대부분 시험평가 기간과 횟수를 줄이는 것에서 이루어진다. 100번 테스트할 것을 10번만 테스트한다던가, 봄여름가을겨울 모든 환경 요소를 반영해 테스트해야 할 것을 한 계절에서만 약식으로 테스트하는 식으로 비용 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리온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개발된 미국의 UH-1Y 헬기 사례를 예를 들어보자. 이 헬기는 기존의 UH-1N 헬기를 바탕으로 개발되었지만, 개발에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개발완료 이후 전투용적합판정을 받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개발사와 미군은 UH-1Y의 개발완료와 전투용 적합 판정을 선언하기까지 알래스카와 같은 혹한 지형부터 열사의 사막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조건에서 혹독한 비행시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수리온을 비롯한 한국형 명품 무기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개발 예산과 일정 모두 부족하고,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개발자와 제조사는 방산비리사범으로 낙인찍혀 사법당국의 고강도 조사와 여론의 비난을 받아내야 한다. 실제로 최근 군의 한 무인기 개발 프로젝트에서 시제기가 추락하자 당국은 개발에 관여한 5명의 연구원들에게 1인당 13억 4천만 원을 변상하라고 통보했다. 이런 환경에서 K-9이나 T-50과 같은 무기들이 나왔다는 것은 엔지니어들의 분골쇄신(粉骨碎身)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군 당국은 이번 해병대 헬기 추락 사고를 철저하게 조사해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사를 통해 기체 결함이 발견되면 마린온의 추가 생산은 당연히 중단될 것이고, 육군에 납품되고 있는 수리온과 해외 수출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최저가 낙찰에 의한 공밀레 방식 무기개발’ 일변도인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무거운 성찰이 필요하다. 한국 방위산업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군의 전력 공백은 물론 이번 사고와 같이 우리 장병들의 억울한 희생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차바위가 알을 깨야” 유도훈 감독 다음 시즌 구상의 핵심

    “차바위가 알을 깨야” 유도훈 감독 다음 시즌 구상의 핵심

    “차바위(29)가 바위처럼 단단히만 있는게 아니라,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한국농구연맹(KBL)의 대표적인 ‘언더독’ 구단인 전자랜드의 유도훈(51) 감독이 다음 시즌 주목할 선수로 차바위를 지목했다. 전자랜드는 16일 중국 마카오에서 막을 올린 ‘서머 슈퍼 8’ 대회에 출전하는데 이날 마카오의 한 호텔에서 만난 유 감독은 “열심히만 하는 전자랜드가 아니라 잘하는 전자랜드가 되어야 한다. 세상이 바뀌어 그래야 밥을 먹고 살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유 감독은 2010년 전자랜드의 정식 지휘봉을 잡아 여덟 시즌 가운데 일곱 시즌을 6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시켰다. 4강 PO에는 세 차례 나아갔다. 객관적 전력이 뒤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농구로 열렬한 팬층도 갖고 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창단 15년차로 1등을 해봐야 하는데, 챔프전도 한 번 못 가봤다. 이건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팬들과 사원들에게 미안함이 많다. 나도 선수들도 간절함이 필요하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전자랜드는 최근 두 시즌 연속 6강 PO에서 2승3패로 아깝게 탈락했다. 유 감독은 “매년 나도 지겹다”고 허탈한 웃음을 흘린 뒤 “나부터 외국인선수 선발 등에 본분을 다해야 한다. 과거 양동근(현대모비스), 최근 김선형(SK)과 두경민(DB)처럼 승부처에 해결사가 있어야 한다. 우리 선수들도 알을 깨고 나와서 팀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감독은 특히 차바위에 대해 “2012년 한양대에서 센터로 뽑았을 땐 100㎏이 넘었다. 납조끼를 입고 훈련해 감량했다. 스몰포워드를 거쳐 이젠 슈팅가드로 변신했다. 신장(192㎝)과 스피드가 있다. 일대일 능력만 키우면 팀을 책임질 수 있다”고 믿음을 드러냈다.전자랜드는 외국인선수 복도 없었다. 지난 시즌 전체 1순위로 셀비를 뽑았지만 오히려 2순위 디온테 버튼(DB 재계약 거부)이 펄펄 날았다. 2015년엔 안드레 스미스가 초반 활약하다가 무릎 부상으로 귀국했다. 유 감독은 “셀비는 다른 리그에서 3점슛 성공률이 40% 가까이 됐는데 국내에선 20%대에 그쳤다. 내가 외국인선수 조합을 못 맞췄다. 내가 팀을 맡은 뒤로 외국인선수 MVP가 안 나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되뇌었다. 유 감독은 새 외국인선수에 대해 “거의 정해졌다. 포인트 가드 박찬희와 국내 포워드 라인을 고려한 선수를 뽑아야 한다”며 “특히 186㎝ 이하 선수는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슈팅가드를 뽑을 생각이다. 우리 팀에는 강상재, 정효근이 있지만 오세근(KGC인삼공사), 김종규(LG), 이종현(현대모비스)처럼 정통 센터가 아니다. 그래서 단신 외국인선수가 3점슛뿐만 아니라 골밑 협력 수비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빅맨도 지난 시즌 선수들보다 인사이드를 책임질 선수를 뽑겠다”고 말했다. 서머 슈퍼 8 대회에는 전자랜드와 삼성을 비롯해 중국 광저우 롱 라이언스, 일본 라이징 제퍼 후쿠오카, 필리핀 블랙워커 엘리트, 대만 포보사 드리머스 등 5개국 여덟 팀이 참가했다. 전자랜드는 박찬희와 강상재가 대표팀에 차출됐고, 차바위는 최근 상무와의 연습경기 도중 근육이 찢겨 빠졌다. 유 감독은 “차바위가 승부처에서 해줄 수 있는지 지켜보려 했는데 부상을 당했다”며 “대표팀을 다녀온 정효근과 공격형 포인트가드 김낙현이 있다. 최우현, 홍경기, 임준수 등도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 ”고 덧붙였다. 이어 “주축선수가 빠졌다고 포기하면 안된다. 이기는 농구를 해야 습관이 된다”며 “마카오에 온 선수들은 오더에 들기 위해, 단 5분이라도 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니면 평생 주축선수가 못된다”고 잘라 말했다. 끝으로 유 감독은 “선수 시절 대표팀에 한번도 못 뽑혔다. 박찬희, 강상재처럼 우리 선수들이 성장해 태극마크를 다는 게 내 꿈”이라며 “차바위와 같은 우리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해결해주는 꿈을 꾼다.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 재미있다”며 웃었다. 마카오 공동취재단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검법남녀’ 종영 D-day, 정재영 “종영 아쉬워..시청자들에 감사”

    ‘검법남녀’ 종영 D-day, 정재영 “종영 아쉬워..시청자들에 감사”

    ‘검법남녀’ 노도철 감독과 6인 배우들이 최종회를 앞두고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5월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는 완벽주의 괴짜 법의관과 열정 가득한 초짜 검사의 특별한 공조 수사를 다룬 장르물로, 매회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스피드한 전개를 펼치며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방송에서는 30년 전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면서 마지막까지 몰입도 넘치는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런 가운데 ‘검법남녀’ 노도철 감독과 6인 배우 정재영, 정유미, 오만석, 이이경, 박은석, 스테파니 리가 17일 최종회를 앞두고 종영소감을 전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먼저 극중 법의관 백범으로 분해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사한 정재영은 “항상 웃음이 넘쳤던 촬영장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검법남녀’가 벌써 종영이라니 많이 서운하지만, 저희 모두 언제 어디서나 항상 건강하고 또 만나길 고대한다. 그 동안 ‘검법남녀’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여러분들 덕분에 힘내서 촬영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백범 잘 살아~!”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 어린 소감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극중 초임검사 은솔 역할로 캐릭터 색깔을 완벽하게 소화한 정유미는 “마지막 방송을 앞둔 지금 이순간까지도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방송이 나가야 비로소 진짜 끝낸 느낌이 날 것 같다. 좋은 스탭들, 배우들과 헤어지는 게 정말 아쉽고 진심으로 수고하셨다고 인사 드리고 싶다. 시청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 드리며 응원의 힘을 받아 마지막까지 열심히 촬영할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어 열혈형사 차수호 역할로 작품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이경은 “이번 작품을 통해 차수호 형사 그리고 수사물을 연기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배우, 스탭, 감독님까지 정말 좋으신 분들과 함께해서 행복한 3개월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동부지검 엘리트 검사 강현 역으로 남다른 카리스마를 드러낸 박은석 역시 “연극무대에 집중하다 오랜만에 드라마 현장에 나가게 되어 감회가 새로운 작품이었다. 게다가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더 영광이었고 감사 드린다. 앞으로 더 좋은 연기와 작품으로, 그 동안의 관심과 응원에 보답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극에서 약독물과 연구원 스텔라 황 역으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 스테파니리 또한 “ 처음으로 도전하는 장르물이라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는데, 선배님들께서 많이도움을 주셔서 잘 마무리 된 것 같다. 지켜봐 주신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다음 작품에서는 더욱 성숙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더 많이 준비하고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극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새롭게 합류해 작품의 활력을 불어 넣은 도지한 검사 역할의 오만석은 “오랜만에 드라마로 인사 드리게 되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 ‘도지한’ 이라는 캐릭터에 큰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신 덕분에 저도 즐겁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후반부에 투입되었음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촬영 내내 함께 고생한 배우,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마지막 방송까지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 드린다”라고 전하며 소감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검법남녀’ 연출을 맡은 노도철 감독은 “정말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가 살아있는 에피소드식 장르물을 만들 수 있어 행복한 시간 이었다. 백범, 은솔 등을 비롯해 각 캐릭터의 색깔을 개성 있게 살려준 모든 출연 배우분들, 복잡하고 힘든 촬영에도 한번도 사고 없이 잘 따라와준 스태프들, 빠듯한 일정 속에서 최고 퀄리티의 분장, 세트를 보여준 미술팀들, 회당 수십 번의 수정을 거쳐 더욱 완벽한 대본을 만들고자 다듬고 다듬어준 작가분들 그리고 이 드라마를 자랑스러워하며 늘 응원해준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MBC 드라마 ‘검법남녀’ 최종회는 17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재기해” “곰” 외치는 페미니즘은 틀렸다

    “재기해” “곰” 외치는 페미니즘은 틀렸다

    “메갈리아·워마드 때문에 여성운동이 오히려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하는 정치권과 언론인, 그리고 무엇보다 메갈리아·워마드가 옳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정신 차려야 합니다.” 자살하라는 의미의 ‘재기해’, ‘곰’과 같은 단어를 거리낌 없이 쓰고, 천주교 성체 훼손과 같은 일도 서슴지 않는 등 일부 급진 페미니스트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여성운동가이자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 오세라비씨 (본명 이영희)가 신간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좁쌀한알) 로 이들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오씨는 1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메갈리아·워마드는 지금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면서 “여성만의 권익과 권한 강화에 주력하는 페미니스트 운동이 아니라 성평등을 중심부에 둔 여성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쓰고자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책을 통해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최근 극단적 남성혐오를 중심으로 하는 메갈리아·워마드의 페미니즘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오씨는 1970년대 미국에서 가부장제 타파와 남성혐오를 외치는 페미니즘이 한국에서 최근 맹위를 떨치는 것과 관련 “여성의 희생자·남성의 가해자화, 남성 혐오와 미러링(남성의 여성혐오 행위를 그대로 돌려주는 일), 여성주의 문화 검열, 전용 시설 만능주의, 분리주의, 가부장제 철폐 집착과 같은 낡은 담론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메갈리아·워마드와 같은 극단적 페미니즘 사이트가 맹위를 떨친 사건으로 2016년 5월 강남역 묻지 마 살인사건을 들었다. 그러면서 “남성 혐오 놀이를 일삼는 엽기 사이트로 시작한 메갈리아 사이트가 심각한 병리 현상으로 가는 과정에 굵직한 여성단체와 정치권, 그리고 문화 권력을 지닌 매스컴 식자층과 언론의 엄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메갈리아·워마드의 주장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은 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들을 옹호하는데 급급하면서 급기야 최근과 같은 부작용을 낳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뜻이다. 오씨는 최근 촉발한 남성 누드모델 사진 유포 사태에 관해서도 “경찰과 검찰이 밝힌 ‘팩트’를 보면 진상이 명확히 드러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들 주장만 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주장 자체가 일종의 사회 병리 현상에 다름 아니다”고 강조했다.그는 이런 페미니즘 운동이 일부 엘리트 여성을 정치권에서 득세하게 하는 등 수혜자로 만들고, 반대로 여성 대다수의 삶은 오히려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의미한 혐오와 논쟁이 난무하는 무대 뒤쪽으로 여성의 남성폭력 혹은 사각지대에 내몰린 빈곤 여성의 척박한 삶이 밀려난다는 뜻이다. 오씨는 “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합이 메갈리아·워마드와 손을 끊겠다는 선언을 우선 하라”면서 “앞으로 빈곤 여성, 여성 노인, 미혼모, 여성 노숙인 등에게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이와 관련 “남성의 문제, 여성의 문제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상호연관성이 있다. 그래서 여성운동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다”면서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에서 시작한 점을 다시 기억하길 바란다. 지금 여성은 페미니스트가 되기보다 휴머니스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씨줄날줄] ‘저승사자’ 조사4국/김성곤 논설위원

    [씨줄날줄] ‘저승사자’ 조사4국/김성곤 논설위원

    기업이 두려워하는 조직이 셋 있다. 검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다. 이들에게 수사나 조사를 받고 무탈(無?)하게 벗어난 기업은 흔치 않다.검찰은 과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기업 수사를 도맡았지만, 조직 개편으로 요즘은 4차장 산하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에서 맡는다. 공정위도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가장 무서운 곳은 기업집단국이다. 조사국이었던 것을 국민의 정부 때 바꿨다. 이후에 없어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12년 만인 지난해 부활했다. 독점은 물론 기업 경영에서 총수 등 특수관계인의 탈·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덤빈다. 국세청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다. 웬만한 기업은 한 번쯤 곤욕을 치렀다고 보면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획·심층 수사나 조사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명부에 들어가면 온전한 상태로 나올 수 없다. 오너 등을 안 다치게 하려면 팔이든 다리든 내놓아야 한다. 물론 팔다리 내놓고도 사주 구속으로 이어진 경우도 없지 않다. 오죽하면 ‘저승사자’라고 했을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현장 조사 인력 15명을 줄이기로 했다. 전체 인력 200명의 8%다. 정부가 부처 정원을 줄이거나 폐지할 때는 존재 의미가 미미하거나 아니면 힘이 너무 세 제어할 필요가 있을 때다. 조사4국은 후자다. 국세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 조사4국은 엘리트들이 가는 출세 코스다. 대신 정치적 세무조사를 수행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획수사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CJ와 롯데, 효성 등 이명박 정부의 수혜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기업들이 집중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때 두 차례나 조사4국의 조사를 받은 다음카카오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노출하는 포털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샀었다. 지난해 국회 등에서 조사4국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라는 주문이 폭주했다. 올해 국세청은 포스코, 기아자동차, 현대엔지니어링, LG그룹, 한국타이어 등 굵직굵직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바쁜척 하더니 내놓은 것이 조사4국의 인원 15명을 감축하고, 비정기 특별세무조사를 줄이겠다는 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사4국 개편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국세청은 “조사4국의 개혁은 이제 시작”이라고 하지만, 이번 역시 조직 축소를 면하기 위한 면피성 발표가 아닌가 싶어 뒷맛이 개운치 않다.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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