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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식의 천문학+] 평행우주는 존재할까?…천체물리학 ‘빅 미스터리 3’

    [이광식의 천문학+] 평행우주는 존재할까?…천체물리학 ‘빅 미스터리 3’

    1. 평행우주는 정말 존재할까? 평행우주(parallel world)란 어떤 시공간의 우주에서 분기하여 병행해서 존재하는 다른 우주를 가리킨다. 천체 물리학적 데이터는 시공간이 구부러지지 않고 ‘평탄’(flat)하며, 그 상태로 무한히 펼쳐져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볼 수 있는 영역(우리가 ‘우주’라고 생각하는 영역)은 무한히 큰 ‘패치 다중우주’의 한 패치일 뿐이다. 동시에, 양자역학의 법칙은 각 우주 패치(10^10^122개의 가능성) 내에서 가능한 입자 구성의 경우수가 유한개로 존재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우주 패치 수가 무한하므로 입자 배열들은 무한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곧 무한히 많은 평행우주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와 완전히 다른 패치들 외에도 우리와 정확히 같은 우주의 패치들(당신과 정확히 똑같은 사람을 포함한)뿐만 아니라, 한 입자의 위치만 다른 패치들, 두 입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패치들도 존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논리에 문제가 있는가? 아니면 그 기괴한 결과가 사실일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평행우주 존재를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그 점에 있어서는 평행우주는 우리 우주와 어떤 연결도 소통도 없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공상의 산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며, 다세계 해석에서는 평행우주를 우리가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 존재를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이 같은 평행우주론은 그동안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아직까지 순전한 가설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우주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으며, 평행하게 진행하고 있는 다른 우주를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상, ‘관측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다만 평행우주론자들은 우리 우주의 어딘가에 다른 우주와 충돌의 흔적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우주배경복사에서 우주 충돌의 단서를 열심히 찾고 있지만 아직껏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신의 존재 증명처럼 영원히 증명할 수 없는 가설로 끝날지, 아니면 어떤 단서가 밝혀질지 현재로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2. 시간은 왜 미래로만 흐를까?시간은 앞으로만 흐른다. 왜냐하면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엔트로피’(entropy)는 비가역적으로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증가한 엔트로피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것을 정식화한 것이 바로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 열역학 제2법칙이라 한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립된 한 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로써 보면 엔트로피는 열(heat)에 관련된 법칙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열이 가진 가장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특성은 언제나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 쪽으로만 흐른다는 것이다. 저절로 그 반대쪽으로 흐르는 일은 결코 없다. 이 비가역성이 바로 시간이 뒤로 흐를 수 없고, 우주가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법칙은 실제로는 통계적인 것으로, 통계역학에서는 어떤 체계를 구성하는 원자의 무질서한 정도를 결정하는 양으로서 주어진다. 엔트로피는 물질계의 열적 상태로부터 정해진 양으로서, 통계역학의 입장에서 보면 열역학적인 확률을 나타내는 양이다. 다시 말하면, 엔트로피 증가의 원리는 분자운동이 낮은 확률의 질서있는 상태로부터 높은 확률의 무질서한 상태로 이동해가는 자연현상이라는 것이다. 자연은 늘 확률이 높은 쪽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면, 마찰에 의해 열이 발생하는 것은 역학적 운동(분자의 질서 있는 운동)이 열운동(무질서한 분자운동)으로 변하는 과정이다. 그 반대의 과정은 무질서에서 질서로 옮겨가는 과정이며, 이것은 결코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의 화살이 왜 앞으로만 흐르냐는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엔트로피의 법칙이 말해주고 있다. 열역학 제2법칙은 그래서 모든 자연의 자발적 방향성을 나타내는 자연계 최고의 법칙이라 할 수 있다. 근본적인 질문은 엔트로피가 과거에 왜 그렇게 낮았는가 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우주의 초창기에 작은 공간 속에 엄청나게 거대한 에너지가 뭉쳐 있었을 때 우주는 왜 그렇게 높은 질서를 갖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3. 우주는 어떤 종말을 맞을까? 우주의 형태를 결정짓는 것은 우주에 담겨 있는 물질-에너지에 기반한 중력과 우주를 팽창시키는 척력과의 줄다리기다. 우주의 물질 밀도의 임계치(Ω)를 1이라 할 때, Ω가 1보다 큰 경우 우주의 시공간은 닫혀서 공 표면처럼 된다. 이를 닫힌 우주라 한다. 이 우주는 경계는 있지만 끝은 없는 우주다. 개미가 구면을 한없이 기어가더라도 끝에 다다를 수 없는 것이나 같다. 이 우주는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결국 팽창을 멈추고 수축되기 시작하여 종국에는 한 점으로 붕괴될 것이다. 이를 대파열(Big Crunch)이라 한다. 반대로 밀도가 임계치 이하이면 무한 팽창을 영원히 계속하는 열린 우주가 된다. 그 형태는 말안장과 같은 꼴이다. 그 끝에는 물질의 밀도가 극도로 낮아져 온 우주가 자체로 거대한 무덤이 되는 열사망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우주의 물질 밀도가 Ω=1로 임계치에 딱 들어맞는다면, 우주의 기하학적 모양은 종잇장처럼 ‘편평’한 꼴이 된다. 암흑 에너지가 없다면 우주는 영원히 팽창은 하겠지만 결국 팽창률은 영(0)에 수렴된다. 최근의 관측결과는 2% 오차 범위 내에서 우주는 편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다소 지루하겠지만 당분간 팽창하는 우주를 하염없이 바라다볼 운명인 셈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수백조 년 뒤의 일이니까.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명과 열역학 법칙의 상관관계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생명과 열역학 법칙의 상관관계

    인공위성에서 지구 밤 풍경을 찍은 사진을 보면 육지, 특히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일수록 밝게 빛을 내고 있다. 사람들이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이다. 자연에서도 반딧불이나 일부 버섯과 해파리가 빛을 낸다. 이들도 일상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은 에너지의 형태를 바꾸는 과정에서 생명 현상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이는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른 것이다. 모든 에너지는 전환되면서 ‘무질서도의 양’인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쓸모가 적은 에너지인 열로 사라진다. 자동차에 1만원어치 기름을 넣으면 실제로 엔진을 움직이는 데 쓰이는 에너지는 2500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열로 발산돼 날아가 버리는 식이다. 생물들은 수십억년 동안 진화해 온 덕에 에너지 효율이 자동차 엔진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크다. 하지만 생물도 생명 유지를 위해 에너지를 얻어야 하고 그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열로 발산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에너지를 많이 이용해 복잡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면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이고, 에너지가 감소해 복잡한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면 엔트로피가 증가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생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를 사용하며 에너지가 감소되어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되므로 점점 단순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복잡성이 증가한다.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단세포인 수정란이 수십조개의 세포를 만드는 과정이나 단순한 DNA 복제자에서 출발해 복잡한 생물로 진화해 온 과정 모두 열역학 제2법칙에 맞지 않아 보인다. 생물은 열린계이다. 생물은 끊임없이 주변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구 환경에 적응하게 됐다. 생물은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물을 마시고, 다른 생물을 잡아먹는 등 상호작용을 하면서 끊임없이 주변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한다. 이런 에너지 흡수를 통해 생물은 자신의 엔트로피가 증가하지 않아 생물 자신의 복잡성을 유지한다. 내가 먹는 밥의 원료인 벼는 엔트로피가 증가했지만 밥을 먹은 나는 엔트로피가 그만큼 감소한다. 그 벼도 내가 먹기 전에는 엔트로피가 감소한 상태였다. 태양이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면서 발산한 빛 에너지를 흡수해 생존했기 때문이다.엔트로피 감소는 일시적으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스프링 압축, 공 던져 올리기, 전지 충전 같은 일들은 모두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되지만 에너지를 공급하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생명 현상은 이런 일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어서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결국 우리도 열역학법칙의 예외일 수 없다는 의미이다. 날이 갈수록 흰머리가 늘고 피부의 탄력이 줄어드는 노화도 열역학 제2법칙 덕분이다. 생물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지속적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겪는다.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 엔트로피를 적용시켜 볼 수 있다. 여기 저기서 다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엔트로피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많은 에너지가 축적되었다는 의미이다. 하루하루 지친 삶을 사는 우리네들인데 도대체 그 많은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 블랙홀 비밀에 도전…호킹의 마지막 연구논문 온라인 공개

    블랙홀 비밀에 도전…호킹의 마지막 연구논문 온라인 공개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향년 76세의 나이로 타계한 지 벌써 7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의 놀라운 지성은 여전히 과학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10일(이하 현지시간) 호킹 박사의 마지막 연구논문이 이제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온라인상에 게재됐다고 보도했다. ‘블랙홀의 엔트로피와 부드러운 털’(Black Hole Entropy and Soft Hair)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논문은 지난 9일 미국 코넬대가 운영하는 온라인 논문저장 사이트 ‘아카이브’(ArXiv.org)에 공개돼 현재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논문은 호킹 박사 외에도 공동 연구자인 사샤 하코, 맬콤 페리, 앤드루 스트로민저가 함께 집필했다. 그리고 논문에는 호킹 박사를 기리기 위한 헌사가 담겼다. 거기에는 “우리는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공동 연구자였던 스티븐 호킹을 잃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블랙홀 물리학에 대한 그의 공헌은 마지막까지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고 쓰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 논문은 호킹 박사의 경력에 있어 일종의 ‘북엔드’ 역할을 하며 그가 지난 40년간 추구했던 블랙홀의 양자 구조에 관한 그의 마지막 연구 중 일부를 담고 있다. 여기서 북엔드는 세워 놓은 책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받쳐 주는 물건을 뜻한다. 그의 마지막 논문은 물리학 최대 미해결 문제 중 하나에 대한 도전이다. 그 문제는 호킹 박사 자신이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이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질이 정말 소멸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물리 법칙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해도 말이다. 이 역설은 양자역학의 법칙을 일반 상대성 이론과 비교하므로 문제가 된다. 이 논문에서 호킹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부드러운 털’이 그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부드러운 털은 블랙홀로부터 탈출할 수 없게 되는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 있는 광자(photon)를 뜻한다. 이 경우 블랙홀의 가장자리에 있는 이 털이 실제로 블랙홀에 빠진 물질의 정보를 저장한다. 이는 물질에 첨부돼 있던 정보가 우주에서 소멸한 것이 아니라 명백히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공동저자인 맬컴 페리 케임브리지대 이론물리학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확실히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면서 “우리는 예전보다 퍼즐의 수를 좀 더 줄였지만, 여전히 난제 몇 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스티븐 호킹(로이터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문화마당] 4차에서 비로소 시작하는 1차/박성진 스토리허브 대표

    [문화마당] 4차에서 비로소 시작하는 1차/박성진 스토리허브 대표

    회식의 차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족을 먼저 달면서 창 하나를 허공에 열어 주길 부탁드린다. 검색 키워드는 ‘매트릭스’와 ‘빨간 약 파란 약’, 등장인물은 네오와 모피어스다. 네오를 매트릭스 요원 스미스로부터 구출한 모피어스가 빨간 약과 파란 약을 탁자 위에 올린다.“파란 약을 먹으면 이야기는 끝나. 자넨 침대에서 깨어나 자네가 믿고 싶은 걸 믿으며 살게 될 거야. 빨간 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겨지겠지. 그럼 내가 이 토끼굴이 얼마나 길게 이어지는지를 보여 주겠네.” 네오는 주인공답게 당연하다는 듯 빨간 약을 선택한다. 이제 창을 정지시키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2016년 1월 20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은 우리 시대에 가장 뜨거운 단어 하나를 유행시켰다. “제4차 산업혁명 마스터하기”가 그해 포럼의 주제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나노기술과 바이오산업, 그리고 양자암호 등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회. 제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공간, 디지털 공간,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된 ‘초연결’의 세상을 꿈꾼다. 연결과 융합이 발생시키는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렇게 만들어 내는 정보로 미래를 예측하는 ‘초지능’의 세상이기도 하다. 빨간 약을 선택한 네오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보며 비명을 삼켰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빨간 약을 삼킨 후 바라보게 될 현실은 네오의 현실에 비하면 어떨까? 입장만을 가지고 말하자면 우리는 네오보다 훨씬 불리한 곳에 서 있다. 네오는 영화 속에서 살지만 우리는 현실 속을 살아가니까. 산업에 찾아든 네 번째의 혁명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자유와 풍요를 안겨 주는 길과 인간으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아 무기력과 허무에 빠지도록 만드는 두 갈래의 길을 한꺼번에 열어 놓았다. 매트릭스의 사이퍼처럼 파란 약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두 갈래의 길이 서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미 빨간 약을 선택했다. 현실이라는 토끼 굴이 얼마나 길고 험한지를 보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낯선 길이 언제 끝이 날지, 어디로 우리를 이끌지가 궁금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혁명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산업에 찾아든 네 번째 혁명은 이제야 시작하는 새로운 혁명의 도입부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산업혁명들은 모두 소비의 혁명이었다. 에너지를 보다 쉽게 사용하고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통한 즐거움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물질적 쾌락보다 정신적 쾌감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마침내 열리고 있다. 데이터 혁명은 개인에 적합한 소비, 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똑같은 쾌감을 얻기 위해 소모되는 엔트로피의 총량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파괴하거나 낭비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꾀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다시 말해 제1차 정신혁명이기도 한 것이다. 이제 허공의 창을 다시 한번 열자. 이번의 검색 키워드는 ‘인터스텔라’다. 등장인물인 쿠퍼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린다.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 왔듯이.” 나는 나의 길을 콘텐츠에서 찾고 있다. 여러분이 찾은 길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지금 떠들썩했던 1차, 2차, 3차를 지나 4차에서 비로소 시작하는 1차를 보고 있다.
  • “마취했는데 의사들 얘기가..” 수술 중 의식 깨어나는 수수께끼 풀렸다

    “마취했는데 의사들 얘기가..” 수술 중 의식 깨어나는 수수께끼 풀렸다

    2008년 개봉한 제시카 알바 주연의 스릴러 영화 ‘어웨이크’는 심장이식 수술 중 의식이 깨어나는 각성현상을 다룬 작품이다. 전신마취 환자는 의식이 없고 통증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술 과정을 기억 못해야 하는데 ‘수술 중 각성’은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받게 되는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연간 2000만건의 수술 중 4만명 정도가 수술 중 각성을 경험한다고 보고됐다. 수술 중 각성은 수술 과정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만들어 수술 뒤 불안, 공포, 의료진에 대한 거부감 같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유발시킨다. 그렇지만 정확한 발생 원인과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포스텍 물리학과 김승환, 정우성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노규정 교수 공동연구팀은 다채널 뇌파의 상호작용 분석을 통해 마취 과정에서 의식을 잃거나 회복하는 과정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96명의 실험대상자에게 마취제를 이용한 임상실험을 한 결과 마취 후 환자의 뇌파가 물리학의 엔트로피(무질서도) 지표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뇌파가 엔트로피 지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팀은 마취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의식의 깊이와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마취 심도 진단기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과 함께 상용화를 위한 진단장비를 제작 중에 있다. 제작이 끝나면 실제 수술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승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 간 경계와 깊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돼 마취로 인한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의 신비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휴먼 브레인 맵핑’ 9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유하고 들어라… 맹목적 음악 향유는 ‘청각적 마약’

    사유하고 들어라… 맹목적 음악 향유는 ‘청각적 마약’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김진호 지음/갈무리/696쪽/3만원지난해 8월 국내에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인공지능(AI) 간의 작곡 대결이 열렸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적 바둑 대결의 여운이 잔존하던 시점이었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교향곡 34번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와 에밀리 하웰이 모차르트를 벤치마킹해 작곡한 교향곡 1악장 알레그로를 교대로 연주했다. 에밀리 하웰은 미국 UC 샌타크루즈의 데이비드 코프 연구팀이 개발한 AI의 코드네임이다. 그날 관객들은 모차르트의 손을 들어 줬다. 인간은 AI보다 예술적으로 우월하다는 게 입증된 것일까. 김진호 안동대 음악과 교수는 신간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를 통해 ‘음악적 지능’이라는 독보적 관점을 제시한다. 이 같은 관점에 비추어 보면 AI가 인간의 음악적 성취를 대체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김 교수는 영국의 인지고고학자 스티븐 미슨의 ‘통합적 마음’ 이론의 틈새를 파고들며 독자적 사유를 전개한다. 김 교수는 인류의 영역 특이적 지능으로 미슨이 규정한 자연사 지능, 기술 지능, 사회적 지능, 언어적 지능 외 제5의 지능으로 음악적 지능을 제시한다. 이 책은 음악의 이해를 넘어 인간에 대한 이해로 사유를 확장한다. 작곡과 사회학, 두 학문적 배경을 가진 김 교수는 진화심리학, 생물학, 인지과학, 중력이론, 엔트로피이론 등 자연과학 이론까지 동원하며 자신만의 음악학을 구축한다.인류 최초의 악기인 피리는 3만 5000년 전 등장했다. 독수리의 뼈에 4개의 구멍을 내고 입을 대고 불 수 있는 곳에 V자 형태의 홈 2개를 만들었다. 이 호모 사피엔스는 뼈를 피리로 다듬는 도구인 석기 조각도 남겼다. 김 교수는 그 혹은 그녀는 음악적 영감을 가진 존재이자 조각가이며, 초보적인 공학자였다고 말한다. 음악의 탄생을 호모 사피엔스의 여러 특이적 지능이 결합된 결과로 본다. 모차르트 등 고전·현대 음악도 인류의 ‘통합적 지성’이 진화된 산물인 것이다. 저자가 ‘음악에 대한 이해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같은 길’에 있으며, 고로 모차르트도 예외적인 천재 음악가가 아닌 호모 사피엔스 종의 지적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를 풀자면 인지와 지식, 과학, 사유와 같은 고도의 마음 체계가 작동한 음악은 작곡하는 행위나 감상하는 행위가 동일한 지적 능력의 선상에 있다. 기존의 해석에 매몰되지 말고 자신만의 음악적 사유를 전개해야 한다는 저자의 맥락이 여기에 뿌리를 둔다. 호모 사피엔스 진화론에서 출발한 책이 긴 이론의 터널을 거쳐 “사유 없는 맹목적 음악의 향유는 값싼 환상을 제공하는 ‘청각적 마약’이 된다”는 사회학적 사유로 환원되는 이유다. 저자는 대표적 사례로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바그너 등 위대한 독일 음악가들의 작품을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 학살)의 배경음악으로 이용한 나치를 꼽는다. 나치는 2차 세계대전 중 라디오로 독일 고전음악을 매일 20시간씩 송출했다. 아돌프 히틀러와 요제프 괴벨스 등 나치 지도부에게 음악은 민족주의를 몰입시키는 효과적 선동 도구였다. 현대라고 다를까. “우리는 음의 방탕 시대에 산다”(콘스턴트 램버트)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저자는 현대의 음악 체험을 “어떤 빈곤한 반복”이라며 비판대에 세운다. ‘음악에 대한 사유’가 등한시되고 있다며 포문을 여는 순간이다. 오페라를 애착한 절대왕정을 비판한 러시아 혁명 세력이 합창곡을 시민계급의 음악으로 승격시킨 사례 등을 제시하며 문화 조작의 가능성도 경고한다. 책은 인류가 음악을 사유하는 데 게을리하는 순간, 새로이 음악이 구성될 가능성이 줄어들며, 새로운 예술적 권위도 부여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물론 저자의 과도한 우려 혹은 학자적 징후감일 수도 있다. 저자가 옹호하는 독자적(검증되지 않은) 관점과 논박, 음악사와 자연과학 이론들을 교직한 건 이 책의 미덕인 동시에 난독(難讀)의 가능성도 키운다. 전작 ‘매혹의 음색’에서 근대 서양음악을 ‘음색’과 ‘소음’이라는 비판적 키워드로 조망했던 그는 이 책을 통해 한층 도발 수위를 높인다. ‘인류는 (강력한 지적 존재인) 호모 사피엔스답게 음악을 경험해야 한다’는 엄숙한 선언문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2음계를 쓰는 굴뚝새 한 마리가 평생 수천 개의 노래를 부르지만 그 노래는 모두 ‘나는 젊은 수컷이야’라는 의미일 뿐”이라며 “지적 사유와 비판성으로 단련된 인식 능력을 수반하지 않는 음악 향유는 인간 종의 생존 능력마저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음모론의 마력에 대응하기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음모론의 마력에 대응하기

    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는 런던을 폭격하면서 학교와 병원도 폭격했다. 런던을 골고루 폭격한 게 아니라 일부 지역에 폭격이 집중된 것으로 보였다. 나치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특정 지역에 공격을 집중했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정말 나치의 폭격은 잘 계산된 패턴을 가지고 이루어졌을까. 폭격기들이 런던 상공에서 무작위로 폭탄을 투하하는데, 어떻게 일부 지역은 누락되고 특정 지역엔 반복해서 폭탄이 투하되겠는가. 영국군의 비밀 본부가 학교 옆에 숨어 있었다거나 요인이 병원에 입원했었다거나 하는 설로 이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원래 음모론은 이래서 끝이 없다. 폭격이 집중된 일부 지역을 보여 주며 그럴듯한 설명까지 곁들이면 대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법이다. 사람들은 무작위성과 고른 분포를 혼동하고, 분포가 고르지 않으면 어떤 의도의 개입을 의심한다. 의심은 항상 음모론의 비옥한 온상이 된다. 결국 고승의 선문답 같은 질문에 다다른다. 무작위성이란 무엇인가. 의도의 개입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가. 다행히도 이런 선문답에는 수학적인 답이 있다. 먼저 깨닫는 한 가지는, 무작위의 반대는 ‘의도의 개입’, 즉 질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의 상식에 반하겠지만, 폭격이 골고루 이루어지기 위해선 고도의 의사 결정과 실행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나치 폭격의 경우에는 지역별로 몇 번의 폭격을 받았는지를 기록해서 히스토그램이라는 통계적 표만 만들어 봐도 이 분포가 무작위의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낼 수 있다. 무작위성을 테스트하는 더 세련된 수학적 방식들도 있다. 현대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몇 가지를 고르라면 그중에 ‘무작위성’이 꼭 들어가지 않을까. 당장 천재 기사 이세돌과 승부한 알파고도 무작위성에 기반을 둔 몬테카를로 검색법이라는 걸 사용했다. 상대방의 수에 대응해 다음 수를 특정 위치에 두었다 하자. 그로 인한 후속 시나리오들이 엄청 많은데 그중에 이기는 경우와 지는 경우를 다 세면 내가 선택한 특정 위치의 승리 확률을 알 수 있어서 승리 가능성이 큰 수에 착점하면 된다. 문제는 비교해 봐야 하는 시나리오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도 많아서 계산 불가의 영역이 된다는 것이다. 이 수를 줄이기 위해 무작위로 추출한 일부 시나리오만 사용하는 게 몬테카를로 방식이다. 만약 해커가 알파고에 침입해 무작위 선정 부분을 특정 방식의 의도적 선정 방식으로 바꾸면 어떨까. 알파고는 최적수가 아닌 엉뚱한 곳에 두게 되고, 물론 게임에서 ‘망하게’ 된다. 나치가 어떤 패턴을 가지고 폭격했다면 영국군에서 다음 폭격지를 미리 예상할 가능성이 크다. 스파이가 적국에 침투해 폭격 정보를 알아내더라도 그 가치는 높지 않다. 즉 질서와 패턴은 정보의 가치를 낮춘다. 이 정보량을 정보 엔트로피라고 한다. 무작위하게 폭격하는 경우라면 다르다. 스파이가 다음 폭격 지역을 알아내면 미리 주민을 대피시키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된다. 정보의 가치, 즉 엔트로피가 높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무작위성은 정보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무 의미 없는 정보와 대세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그 가치가 분명히 다른 것이다. 클로드 섀넌은 이걸 수학적으로 체계화해 정보 엔트로피의 개념을 도입했고,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서 현대정보이론의 아버지로 불린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음모론이 확산되곤 한다. 수학적 분석으로 대응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17개 방정식)² + (몰랐던 역사)² = (인류발전 방식)²

    (17개 방정식)² + (몰랐던 역사)² = (인류발전 방식)²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이언 스튜어트 지음/김지선 옮김/사이언스북스 출판/528쪽/2만원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 때문인지 최근 수학 관련 교양서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수식까지 언급하면서 설명하는 책은 많지 않다. 수식을 쓰는 순간 독자 수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이언 스튜어트 교수(영국 워릭대)의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은 수식을 일부러 피하지 않는다. 이 책은 수학과 이론물리에서 나오는 17개 방정식이 주인공이다. 방정식 하나하나를 마치 예술품 감상하듯 보여 주고, 그 방정식에 얽힌 역사 이야기부터 현재 그 방정식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 방정식 덕분에 인류 문명은 어떻게 발전해 가는지 그 주인공의 활약상을 보여 준다. 이 책에서 다루는 방정식 하나하나는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끼친 것들이다. 중학교 때 배웠을 피타고라스 정리, 고등학생 때 배웠을 로그와 미적분, -1의 제곱근인 허수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뉴턴의 중력 법칙, 전자기파를 설명하는 맥스웰 방정식,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다루고 나중에는 정보량(엔트로피)을 결정하는 공식과 금융시장의 선물 옵션 가격을 결정하는 공식인 블랙·숄스 방정식도 거론한다. “수식에 얼마나 많은 뒷이야기가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펼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다가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다. 그중 하나는 ‘수학에서 왜 제곱하면 -1이 되는 수를 꼭 만들어야 했나요’라는 질문에 관한 것이다. 16세기에 3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알려졌는데, 어떤 3차방정식은 분명 모든 답이 실수인데도, 근의 공식에 대입하면 음수의 제곱근을 이용하여야 그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즉, 우리가 실재한다고 생각하는 실수해를 찾는데 허수를 써야 근의 공식을 통해 구할 수 있으니 허수가 정말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옛날이야기만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뉴턴의 중력 법칙에 관한 장에서는 최근 ‘마션’이라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연료를 절약하면서 행성으로 우주선을 보내는 경로를 계산하는 최근 연구 결과를 다루고 있다. 수학의 웨이블렛 이론 덕분에 FBI가 지문 정보를 저장할 때 압축률을 매우 높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다루는 장에서는 최근에 관측된 중력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수학 이론인 리만 기하학까지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런저런 옛날 학자들의 뒷이야기부터 그 덕분에 문명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등등을 잘 풀어낸 책으로 이공계 전공자이거나 아니거나 모두 즐길 수 있다. 엄상일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잣거리 포교 10년’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잣거리 포교 10년’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2층에는 허름한 불교 선원이 하나 있다. 산속의 고즈넉한 선방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 그래서 선원이라기보다는 종교든 무엇이든 가리지 않은 채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는 ‘만남의 장소’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 있는 공간. 2005년 종교계의 이름난 마당발인 태고종 법현 스님이 저잣거리 포교를 시작한다며 이곳에 자리를 틀어 줄곧 지역 주민들과 부대끼며 도심 속 포교원 역할을 해온 곳이다. 지난 12일 개원 10주년을 맞은 열린선원을 찾아 선원장 법현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기자가 찾은 열린선원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이 지역 어른 100여명을 초청해 공양(식사)을 대접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오늘 행사는 어떻게 열게 됐나요. -열린선원 열돌 기념 잔치를 연다는 소식을 들은 조계종 적문 스님이 직접 사찰음식을 제공해 어르신들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10년을 맞아 지역 주민들께 식사 한 끼 대접하며 얼굴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열린선원의 신도들이 정성껏 끓인 미역국과 송편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합니다. 적문 스님은 원래 사찰음식 전문가로 바로 이 자리에서 사찰음식을 오래 하셨는데 저에게 장소를 물려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제가 그 자리를 담마(法) 요리 장소로 탈바꿈해 놓은 셈이지요. 벌써 10년이 지났군요. →담마를 요리하는 ‘열린선원’이란 어떤 의미를 갖나요. -1990년대 후반 인터넷카페에서 ‘열린 절’을 운영하다가 오프라인 사찰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어, 들어와서 불교공부를 하다 보면 깨달음이 송송 열리게 된다는 뜻을 갖고 있지요. 한자로 덧붙여 보자면 이웃을 즐겁게 한다는 뜻도 되고요. 물론, 이웃은 모두를 뜻합니다. 음식을 잘 먹어야 건강해지는 것처럼 담마를 잘 먹으면 건전해져서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다가 괴로움을 영원히 떠나게 되지요. 요즘 말로 하면 지속 가능한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50년 된 재래시장 안에서 선원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시장은 상인들 입장에선 가게 지키느라 여유가 전혀 없고, 손님은 물건 사서 돌아가기 바쁜 곳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역촌중앙시장은 골목이 좁고 시설이 오래되고 낡아 더 복잡하고 사람들이 자주 엉키는 곳입니다. 평상시 누구도 절이나 스님에겐 관심이 전혀 없기 마련이지요. 처음에는 천도재를 지내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시끄럽다 고함치는 이도 있었고, 기도 시간 겹치지 않게 하라는 목사님, 개종을 약속해 달라는 목사님도 계셨지만 이제는 모두 정답게 지내고 있어요. 문 열고 고함쳤던 그분은 신도가 되어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동네를 다니다 보면 신자 아닌 분들도 거의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10년 동안 정이 들어서지요. 주민들의 복지 사각을 줄이고 보다 행복한 마을로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복지두레위원회라는 단체에, 저도 종교인이 아니라 주민의 일원으로 참여합니다. 차상위 계층이나 어르신, 청소년들을 연결하기도 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별도의 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활동합니다. →스님의 명성과 위상이라면 번듯한 공간에서 포교도 가능할 텐데 굳이 저잣거리로 뛰어든 이유는.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산속에 있지 말고 저잣거리로 나가 전법활동을 하라는 대승불교 선사들의 말씀을 오래전부터 새기고 살았어요. 비단 그 말씀이 아니더라로 청년시절부터 생활 속 불교를 위해 뭘 할지를 고민해 왔습니다. 저잣거리에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언제 깊은 산중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그리고 집중 수련을 얼마나 해야 열반을 체험하고 견성 성불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에게나 열려 있는 선원이라면 불교 신행의 유지가 어렵지 않을까요. -바르게 아는 것을 전제로 한 바른 명상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열린선원에서는 아는 불교, 깨닫는 불교를 지향합니다. 누구든 찾아드는 이를 반갑게 맞지만 4개월 과정의 참선문화아카데미를 수료한 이들을 정회원, 나머지를 준회원 불자로 부르지요. 수료하면 정회원이라는 의미에서 불명(계명)을 주는데 불명은 남녀 모두 두 글자로 평등하게 합니다. 수료자들이 복습을 겸해 함께 참선하고 공부하는 ‘마음닦는 수요모임’도 진행하고 있고요. →열린선원에서 한글 법요집을 만들었다는데. 한글법요집이 굳이 필요한가요. -불교의식문이 인도 말과 한문으로 돼 있어 불자들은 물론, 진행 스님들도 뜻을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물어요. 이것을 개선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한글로 편성하되 원문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우리말, 제대로 된 뜻을 담은 우리말로 구성했고 필요한 경우 법회와 불공 성격에 맞는 경전을 읽도록 했어요. 열린선원의 신도들은 아주 좋아합니다. →스님은 차례에 술 대신 차를 올리자는 운동도 벌여 화제가 됐는데. -돌아가신 조상님을 위한 명절 차례는 그 이름에 차(茶)가 들어 있으므로 당연히 차를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차례(茶禮)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는 종교, 전통에 관계없는 일입니다. 특히 불자라면 불교식 차례를 올리자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한순간도 쉬지 않고 급하게 돌아가는 시대에 조금 천천히 차를 올리는 차례는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1990년대부터 삼국유사 등 자료를 근거로 제가 제안해 20여년 운동을 펴왔고 이제 꽤 많은 가정에서 차를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쁜 일이지요. →얼마 전 탈핵과 관련해 강한 입장을 펴 주목받았는데 불교에서 탈핵은 어떤 의미인가요.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그 어느 존재라도 다른 존재를 불행하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럴 권리도 없고 결과적으로 그 불행이 자기에게도 돌아오게 된다는 게 인과의 법칙이지요. 대표적인 것이 원자력입니다. 불교사상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합니다. 불교에는 모든 존재에 무한 사랑을 보내는 자비관(메타바와나)이라는 수행법이 있습니다.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게 바로 불교의 소통이고 생태사상입니다. →최근 펴낸 수상집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속 벼슬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많은 출가자들은 중 벼슬이 닭 벼슬보다 훨씬 화려하고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문제는 그 자리에 걸맞은 마음과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봉사하는 정신으로 소임을 맡아야 하고요. 책임은 언제든지 맡을 수 있고, 권한은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면 어느 소임이라도 좋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추워도 향기를 팔아서는 아니되지요. →종교계에서 스님은 마당발이란 별명으로 유명한데, 이웃종교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불교 안에서 먼저 소통, 화합하고 이웃종교에까지 관심을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2005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세계종교평화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인도의 힌두교 대표가 말하더군요. ‘모든 전쟁의 원인은 아가씨 하나 때문이다. 그 아가씨의 이름은 미스언더스탠드(오해)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시사하는 점이 있어요. ‘하나만 아는 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라는 말처럼 내 종교를 제대로 알려면 이웃종교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이웃종교라는 이름을 쓰는 세계 유일의 나라입니다. 이웃종교를 이해하는 것은 내 종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분쟁지역마다 종교갈등이 자리하는 것을 보면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아 보자, 함께 먹어 보자, 머물러 보자, 부대껴 보자’는 것이 종교 교류의 실질적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린선원의 저잣거리 포교를 통해 스님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게 무엇인가요.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가 제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무엇을 해도 쉽고 재미있게 해서 삶에 유익하게, 내게도 이웃에게도 유익하게 하자는 것이지요. 물론, 저의 분야는 모든 삶을 다루는 불교입니다. ‘쉬운 불교 여는 도량, 바른 불교 닦는 도량, 밝은 불교 펴는 도량, 모두 함께 웃는 도량’으로 가꿔 가고자 합니다. 바라기는 ‘선교방편(善敎方便)연구소를 만들어 전법의 방법을 개발하고 전하는 일도 하고 싶고, 앞에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경전과 법요의식, 찬불가를 함께 엮은 불교성전을 만들어서 널리 보급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뤄 놓은 것도 없고 수행결과도 보잘것없는 저와 열린선원에 대중들이 정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열심히 수행하도록 지도하고 전법하겠습니다. →새 도량을 꾸밀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열린선원은 선원 안에 화장실도 없어서 시장이 문을 닫는 밤이나 휴무일 때는 옥상의 화장실이나 공원에 있는 화장실을 써야 해요. 주차장도 없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지요. 신도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환경에서 수행하고 전법할 수 있도록 새 도량을 마련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 자리가 시장이냐 산속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불편하고 어려운 이들이 많은 곳이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시장 주변은 땅값이 너무 비싸서 도저히 선원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변두리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사찰이나 교회에서 ‘한 평 사기’운동이라는 것을 많이 하지만 저희는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래서 ‘한 뼘 불사’라는 이름으로 성금을 모아 볼까 합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무상(無相) 법현 스님은 교무·기획국장, 총무·교무·사회부장, 교류협력실장, 교무부원장 등 한국불교 태고종단의 주요 소임을 두루 거친 종교계의 소문난 마당발. 2005년부터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에서 저잣거리 포교를 주창하며 열린선원을 운영해 오고 있다. ‘마당발 스님’이란 별명 그대로 종교 간 대화와 협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님. 종단협의회 사무국장과 상임이사 등 불교종단 종무행정 활동을 하면서 불교생명윤리협회 집행위원장,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을 맡거나 맡아 왔다. 대사회 활동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서울시 에너지살림홍보대사, 국가인권위원회 생명인권포럼위원, 생명존중헌장 제정위원, 한국사찰림연구소 이사 등을 맡아 학술, 사회활동을 하면서 전법활동에 치중하고 있다. ‘연기설의 입장에서 본 불안정성(엔트로피 증가)원리 연구’, ‘틀림에서 맞음으로 회통하는 불교생태사상’, ‘불교의 관점에서 본 원자력과 생명, 그리고 평화’ 등 논문과 ‘놀이놀이놀이’, ‘부루나의 노래’,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등의 저서가 있다. 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를 신행과 전법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오래전부터 레크리에이션 포교로 명성을 떨쳤다. 2001년 한국불교종단협의회사무국장 시절 한림대 정무형 교수의 제안을 받아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해 템플스테이를 처음 기획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 “저잣거리 포교 이유? 하루하루 바쁜 일반인 언제 산사 오겠나?”

    “저잣거리 포교 이유? 하루하루 바쁜 일반인 언제 산사 오겠나?”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2층에는 허름한 불교 선원이 하나 있다. 산속의 고즈넉한 선방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 그래서 선원이라기보다는 종교든 무엇이든 가리지 않은 채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는 ‘만남의 장소’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 있는 공간. 2005년 종교계의 이름난 마당발인 태고종 법현 스님이 저잣거리 포교를 시작한다며 이곳에 자리를 틀어 줄곧 지역 주민들과 부대끼며 도심 속 포교원 역할을 해온 곳이다. 지난달 12일 개원 10주년을 맞은 열린선원을 찾아 선원장 법현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기자가 찾은 열린선원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이 지역 어른 100여명을 초청해 공양(식사)을 대접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오늘 행사는 어떻게 열게 됐나요. -열린선원 열돌 기념 잔치를 연다는 소식을 들은 조계종 적문 스님이 직접 사찰음식을 제공해 어르신들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10년을 맞아 지역 주민들께 식사 한 끼 대접하며 얼굴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열린선원의 신도들이 정성껏 끓인 미역국과 송편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합니다. 적문 스님은 원래 사찰음식 전문가로 바로 이 자리에서 사찰음식을 오래 하셨는데 저에게 장소를 물려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제가 그 자리를 담마(法) 요리 장소로 탈바꿈해 놓은 셈이지요. 벌써 10년이 지났군요. ●담마 잘 먹으면 지속가능한 행복 얻어 →담마를 요리하는 ‘열린선원’이란 어떤 의미를 갖나요. -1990년대 후반 인터넷카페에서 ‘열린 절’을 운영하다가 오프라인 사찰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어, 들어와서 불교공부를 하다 보면 깨달음이 송송 열리게 된다는 뜻을 갖고 있지요. 한자로 덧붙여 보자면 이웃을 즐겁게 한다는 뜻도 되고요. 물론, 이웃은 모두를 뜻합니다. 음식을 잘 먹어야 건강해지는 것처럼 담마를 잘 먹으면 건전해져서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다가 괴로움을 영원히 떠나게 되지요. 요즘 말로 하면 지속 가능한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50년 된 재래시장 안에서 선원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시장은 상인들 입장에선 가게 지키느라 여유가 전혀 없고, 손님은 물건 사서 돌아가기 바쁜 곳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역촌중앙시장은 골목이 좁고 시설이 오래되고 낡아 더 복잡하고 사람들이 자주 엉키는 곳입니다. 평상시 누구도 절이나 스님에겐 관심이 전혀 없기 마련이지요. 처음에는 천도재를 지내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시끄럽다 고함치는 이도 있었고, 기도 시간 겹치지 않게 하라는 목사님, 개종을 약속해 달라는 목사님도 계셨지만 이제는 모두 정답게 지내고 있어요. 문 열고 고함쳤던 그분은 신도가 되어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동네를 다니다 보면 신자 아닌 분들도 거의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10년 동안 정이 들어서지요. 주민들의 복지 사각을 줄이고 보다 행복한 마을로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복지두레위원회라는 단체에, 저도 종교인이 아니라 주민의 일원으로 참여합니다. 차상위 계층이나 어르신, 청소년들을 연결하기도 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별도의 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활동합니다. →스님의 명성과 위상이라면 번듯한 공간에서 포교도 가능할 텐데 굳이 저잣거리로 뛰어든 이유는.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산속에 있지 말고 저잣거리로 나가 전법활동을 하라는 대승불교 선사들의 말씀을 오래전부터 새기고 살았어요. 비단 그 말씀이 아니더라로 청년시절부터 생활 속 불교를 위해 뭘 할지를 고민해 왔습니다. 저잣거리에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언제 깊은 산중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그리고 집중 수련을 얼마나 해야 열반을 체험하고 견성 성불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 깨닫는 불교 지향... 한글법요집, 신도들이 아주 좋아해 →아무에게나 열려 있는 선원이라면 불교 신행의 유지가 어렵지 않을까요. -바르게 아는 것을 전제로 한 바른 명상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열린선원에서는 아는 불교, 깨닫는 불교를 지향합니다. 누구든 찾아드는 이를 반갑게 맞지만 4개월 과정의 참선문화아카데미를 수료한 이들을 정회원, 나머지를 준회원 불자로 부르지요. 수료하면 정회원이라는 의미에서 불명(계명)을 주는데 불명은 남녀 모두 두 글자로 평등하게 합니다. 수료자들이 복습을 겸해 함께 참선하고 공부하는 ‘마음닦는 수요모임’도 진행하고 있고요. →열린선원에서 한글 법요집을 만들었다는데. 한글법요집이 굳이 필요한가요. -불교의식문이 인도 말과 한문으로 돼 있어 불자들은 물론, 진행 스님들도 뜻을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물어요. 이것을 개선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한글로 편성하되 원문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우리말, 제대로 된 뜻을 담은 우리말로 구성했고 필요한 경우 법회와 불공 성격에 맞는 경전을 읽도록 했어요. 열린선원의 신도들은 아주 좋아합니다. →스님은 차례에 술 대신 차를 올리자는 운동도 벌여 화제가 됐는데. -돌아가신 조상님을 위한 명절 차례는 그 이름에 차(茶)가 들어 있으므로 당연히 차를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차례(茶禮)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는 종교, 전통에 관계없는 일입니다. 특히 불자라면 불교식 차례를 올리자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한순간도 쉬지 않고 급하게 돌아가는 시대에 조금 천천히 차를 올리는 차례는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1990년대부터 삼국유사 등 자료를 근거로 제가 제안해 20여년 운동을 펴왔고 이제 꽤 많은 가정에서 차를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쁜 일이지요. →얼마 전 탈핵과 관련해 강한 입장을 펴 주목받았는데 불교에서 탈핵은 어떤 의미인가요.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그 어느 존재라도 다른 존재를 불행하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럴 권리도 없고 결과적으로 그 불행이 자기에게도 돌아오게 된다는 게 인과의 법칙이지요. 대표적인 것이 원자력입니다. 불교사상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합니다. 불교에는 모든 존재에 무한 사랑을 보내는 자비관(메타바와나)이라는 수행법이 있습니다.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게 바로 불교의 소통이고 생태사상입니다. ●벼슬이 닭벼슬보다 좋다고? 걸맞는 마음과 행동을 해야지... →최근 펴낸 수상집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속 벼슬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많은 출가자들은 중 벼슬이 닭 벼슬보다 훨씬 화려하고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문제는 그 자리에 걸맞은 마음과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봉사하는 정신으로 소임을 맡아야 하고요. 책임은 언제든지 맡을 수 있고, 권한은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면 어느 소임이라도 좋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추워도 향기를 팔아서는 아니되지요. →종교계에서 스님은 마당발이란 별명으로 유명한데, 이웃종교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불교 안에서 먼저 소통, 화합하고 이웃종교에까지 관심을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2005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세계종교평화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인도의 힌두교 대표가 말하더군요. ‘모든 전쟁의 원인은 아가씨 하나 때문이다. 그 아가씨의 이름은 미스언더스탠드(오해)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시사하는 점이 있어요. ‘하나만 아는 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라는 말처럼 내 종교를 제대로 알려면 이웃종교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이웃종교라는 이름을 쓰는 세계 유일의 나라입니다. 이웃종교를 이해하는 것은 내 종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분쟁지역마다 종교갈등이 자리하는 것을 보면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아 보자, 함께 먹어 보자, 머물러 보자, 부대껴 보자’는 것이 종교 교류의 실질적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불교, 바른 불교, 밝은 불교... 모두 웃는 도량이 목표 →열린선원의 저잣거리 포교를 통해 스님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게 무엇인가요.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가 제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무엇을 해도 쉽고 재미있게 해서 삶에 유익하게, 내게도 이웃에게도 유익하게 하자는 것이지요. 물론, 저의 분야는 모든 삶을 다루는 불교입니다. ‘쉬운 불교 여는 도량, 바른 불교 닦는 도량, 밝은 불교 펴는 도량, 모두 함께 웃는 도량’으로 가꿔 가고자 합니다. 바라기는 ‘선교방편(善敎方便)연구소를 만들어 전법의 방법을 개발하고 전하는 일도 하고 싶고, 앞에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경전과 법요의식, 찬불가를 함께 엮은 불교성전을 만들어서 널리 보급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뤄 놓은 것도 없고 수행결과도 보잘것없는 저와 열린선원에 대중들이 정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열심히 수행하도록 지도하고 전법하겠습니다. →새 도량을 꾸밀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열린선원은 선원 안에 화장실도 없어서 시장이 문을 닫는 밤이나 휴무일 때는 옥상의 화장실이나 공원에 있는 화장실을 써야 해요. 주차장도 없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지요. 신도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환경에서 수행하고 전법할 수 있도록 새 도량을 마련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 자리가 시장이냐 산속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불편하고 어려운 이들이 많은 곳이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시장 주변은 땅값이 너무 비싸서 도저히 선원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변두리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사찰이나 교회에서 ‘한 평 사기’운동이라는 것을 많이 하지만 저희는 엄두가 나지 않아요. 그래서 ‘한 뼘 불사’라는 이름으로 성금을 모아 볼까 합니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무상(無相) 법현 스님은  교무·기획국장, 총무·교무·사회부장, 교류협력실장, 교무부원장 등 한국불교 태고종단의 주요 소임을 두루 거친 종교계의 소문난 마당발. 2005년부터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에서 저잣거리 포교를 주창하며 열린선원을 운영해 오고 있다. ‘마당발 스님’이란 별명 그대로 종교 간 대화와 협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님. 종단협의회 사무국장과 상임이사 등 불교종단 종무행정 활동을 하면서 불교생명윤리협회 집행위원장,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을 맡거나 맡아 왔다. 대사회 활동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서울시 에너지살림홍보대사, 국가인권위원회 생명인권포럼위원, 생명존중헌장 제정위원, 한국사찰림연구소 이사 등을 맡아 학술, 사회활동을 하면서 전법활동에 치중하고 있다. ‘연기설의 입장에서 본 불안정성(엔트로피 증가)원리 연구’, ‘틀림에서 맞음으로 회통하는 불교생태사상’, ‘불교의 관점에서 본 원자력과 생명, 그리고 평화’ 등 논문과 ‘놀이놀이놀이’, ‘부루나의 노래’,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등의 저서가 있다. 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게’를 신행과 전법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오래전부터 레크리에이션 포교로 명성을 떨쳤다. 2001년 한국불교종단협의회사무국장 시절 한림대 정무형 교수의 제안을 받아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해 템플스테이를 처음 기획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 [아하! 우주] 시간이 거꾸로 가는 ‘거울 우주(mirror universe)’ 진짜 있을까

    [아하! 우주] 시간이 거꾸로 가는 ‘거울 우주(mirror universe)’ 진짜 있을까

    -빅뱅 순간 '대칭되는 두 우주 탄생' 이론 제기 시간의 화살이 가차없이 앞으로만 흐른다는 사실은 한 세기 이상 과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문제였다. 이러한 의문, 곧 시간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의문에 어쩌면 답이 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최근 보도했다. 빅뱅의 순간, 우리 우주와는 완전 대칭인 '거울 우주'가 함께 탄생했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한다. '거울 우주'는 시간이 우리와는 반대로 흐르며, 두 우주의 이성적인 존재들은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살고 있는 상대를 인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한다. 이 급진적인 이론은 영국 팜 대학의 줄리언 바버 박사를 비롯해, 캐나다 뉴브런스윅 대학의 팀 코슬로브스키 박사, 역시 캐나다 페리미터 이론물리학 연구소의 플라비오 메르카티 박사가 공동작업한 것이다. 이 연구는 시간은 대칭이며 모든 것은 미래를 향해 진행한다는 개념인 '시간의 화살'에 관한 의문에 답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빅뱅의 순간 하나의 우주가 아닌 두 개의 우주가 동시에 출발했다고 추정한다. 두 우주는 시간에 대해 완전 대칭이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우주라고 한다. 영국 팜 대학의 줄리언 바버 박사는 "시간은 미스터리"라고 말하며 "모든 물리학의 법칙들은 기본적으로 시간 대칭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모든 것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는 견해를 펼쳤다. -우리와 반대로 '시간의 화살'은 과거로 "우주는 팽창하고 우리는 점점 늙어간다. 적어도 우리 주변은 그렇다." 바버 박사는 그 비슷한 일례로 물잔 속의 얼음 덩어리가 녹는 것처럼 우리 우주 구조도 질서에서 무질서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바로 엔트로피 법칙이다. 이런 연유로 19세기 말 인류는 우주가 '열사망'으로 종말을 맞지 않을까 걱정했다. 열사망이란 온 우주의 온도가 얼음 덩어리처럼 완전 평형을 이루어 어떤 에너지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중력의 문제가 대두되자 열사망 이론은 더 이상 세력을 펴지 못하고, 이번에는 '빅 크런치(대충돌)'로 빅뱅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서 우주가 끝날 것이라는 '대충돌설'로 옮겨갔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에 기고한 글에서 리 빌링스는 "그리하여 중력이라는 힘이 우주 팽창과 시간 화살의 근원이라는 무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0 개의 입자로 만든 단순한 모델을 검토한 결과, 이 새로운 이론은 시간을 거슬러, 곧 무질서 쪽으로 진행해가면 결국 빅뱅 이후의 다른 쪽, '거울 우주'로 나가게 됨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한다. '거울 우주'는 우리 우주와 정확하게 같지는 않다. 빅뱅에서 우리 우주와 갈라져나와 그 자신의 길을 따라 진화를 계속해온 우주이다. 어쨌든 그 우주는 우리 우주와 같이 모든 물리 법칙이 다 같으며, 아마 우리 우주처럼 별과 행성, 은하들도 있을 것이다. 바버 박사는 벌떼 모델을 예로 들어, 시간이 쌓임에 따라 거울 우주는 초기의 '벌떼' 혼돈에서 차츰 질서와 조화로 나아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빅뱅 당시엔 벌떼 모델을 보는 것과 비슷하며, 최초엔 혼돈 상태이지만, 결국 두 방향으로 나뉘어진다는 것이다. 벌떼처럼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이른바 '시간의 두 화살'로, 한 화살은 미래로 다른 화살은 과거로 날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만약 시간을 질서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정의 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혼돈의 중심지역에서 출발한 반대 방향의 두 화살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는 것으로 베일에 싸인 빅뱅에 대한 흥미로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아하!우주]빅뱅이 ‘거울 우주(mirror universe)’를 만들었다?

    [아하!우주]빅뱅이 ‘거울 우주(mirror universe)’를 만들었다?

    -시간이 거꾸로 가는 '거울 우주'가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말한다 시간의 화살이 가차없이 앞으로만 흐른다는 사실은 한 세기 이상 과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문제였다. 이러한 의문, 곧 시간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의문에 어쩌면 답이 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빅뱅의 순간, 우리 우주와는 완전 대칭인 '거울 우주'가 함께 탄생챘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한다. '거울 우주'는 시간이 우리와는 반대로 흐르며, 두 우주의 이성적인 존재들은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살고 있는 상대를 인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한다. 이 급진적인 이론은 영국 팜 대학의 줄리언 바버 박사를 비롯해, 캐나다 뉴브런스윅 대학의 팀 코슬로브스키 박사, 역시 캐나다 페리미터 이론물리학 연구소의 플라비오 메르카티 박사가 공동작업한 것이다. 이 연구는 시간은 대칭이며 모든 것은 미래를 향해 진행한다는 개념인 '시간의 화살'에 관한 의문에 답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빅뱅의 순간 하나의 우주가 아닌 두 개의 우주가 동시에 출발했다고 추정한다. 두 우주는 시간에 대해 완전 대칭이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우주라고 한다. '시간은 미스터리입니다' 하고 메이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바버 박사는 '모든 물리학의 법칙들은 기본적으로 시간 대칭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모든 것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갑니다.' '우주는 팽창하고 우리는 점점 늙어갑니다. 적어도 우리 주변은 그렇습니다.' 바버 박사는 그 비슷한 일례로 물잔 속의 얼음 덩어리가 녹는 것처럼 우리 우주 구조도 질서에서 무질서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바로 엔트로피 법칙이다. 이런 연유로 19세기 말 인류는 우주가 '열사망'으로 종말을 맞지 않을까 걱정했다. 열사망이란 온 우주의 온도가 얼음 덩어리처럼 완전 평형을 이루어 어떤 에너지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중력의 문제가 대두되자 열사망 이론은 더 이상 세력을 펴지 못하고, 이번에는 '빅 크런치(대충돌)'로 빅뱅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서 우주가 끝날 것이라는 '대충돌설'로 옮겨갔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에 기고한 글에서 리 빌링스는 '그리하여 중력이라는 힘이 우주 팽창과 시간 화살의 근원이라는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1천 개의 입자로 만든 단순한 모델을 검토한 결과, 이 새로운 이론은 시간을 거슬러, 곧 무질서 쪽으로 진행해가면 결국 빅뱅 이후의 다른 쪽, '거울 우주'로 나가게 됨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한다. '거울 우주'는 우리 우주와 정확하게 같지는 않다. 빅뱅에서 우리 우주와 갈라져나와 그 자신의 길을 따라 진화를 계속해온 우주이다. 어쨌든 그 우주는 우리 우주와 같이 모든 물리 법칙이 다 같으며, 아마 우리 우주처런 별과 행성, 은하들도 있을 것이다. 바버 박사는 벌떼 모델을 예로 들어, 시간이 쌓임에 따라 거울 우주는 초기의 '벌떼' 혼돈에서 차츰 질서와 조화로 나아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만약 당신이 빅뱅 당시를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마치 벌떼 모델을 보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최초엔 혼돈 상태이지만, 결국 두 방향으로 나뉘어지겠죠. 벌떼처럼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이른바 시간의 두 화살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한 화살은 미래로, 다른 화살은 과거로 날아가는 거죠.' 만약 시간을 질서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정의 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혼돈의 중심지역에서 출발한 반대 방향의 두 화살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바버 박사는 이 새로운 이론은 빅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빅뱅에 대해서 말하려고 할 때면 누구나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난감한 표정을 짓곤 했죠. 이제 우리 연구는 빅뱅에 대해서도 뭔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읽어라, 청춘’]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목록

    ■과학기술<10권>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호프만), 과학고전 선집 신기관(베이컨), 종의 기원(다윈),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괴델, 에셔, 바흐(호프스 테터), 부분과 전체(하이젠베르크), 엔트로피(리프킨), 이기적 유전자(도킨스), 카오스(제임스 글라크), 객관성의 칼날(길리스피) ■동양사상<14권> 삼국유사(일연), 보조법어(지눌), 퇴계문선(이황), 율곡문선(이이), 다산문선(정약용), 주역, 논어, 맹자, 대학-중용, 제자백가선도, 장자, 아함경, 사기열전, 우파니샤드 ■서양사상<27권> 역사(헤로도토스), 의무론(키케로), 국가(플라톤), 니코마코스 윤리학(아리스토텔레스),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군주론(마키아벨리), 방법서설(데카르트), 리바이어던(홉스), 정부론(로크), 법의 정신(몽테스키외), 에밀(루소), 국부론(아담 스미스), 실천이성비판(칸트), 페더랄리스트 페이퍼(해밀턴 외), 미국의 민주주의(토크빌), 자유론(밀), 자본론 1권(마르크스), 도덕계보학(니체), 꿈의 해석(프로이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베버), 감시와 처벌(푸코), 간디 자서전(간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브로델), 홉스봄 4부작 : 혁명, 자본, 제국, 극단의 시대(홉스봄), 슬픈 열대(레비스트로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하우저), 미디어의 이해(맥루한) ■외국문학<32권> 당시선, 홍루몽(조설근), 루쉰전집(루쉰), 변신인형(왕멍), 마음(나쓰메 소세키),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일리아스, 오딧세이(호메로스), 변신(오비디우스), 그리스비극선집, 신곡(단테), 그리스 로마 신화, 셰익스피어, 위대한 유산(디킨스), 주홍글씨(호손), 젊은 예술가의 초상(조이스), 허클베리핀의 모험(트웨인), 황무지(엘리엇), 보바리 부인(플로베르), 스완네 집 쪽으로(프로스트), 인간의 조건(말로), 파우스트(괴테), 마의 산(토마스 만), 변신(카프카), 양철북(그라스), 돈키호테(세르반테스), 백년동안의 고독(마르케스), 픽션들(보르헤스), 고도를 기다리며(베케트), 카라마조프 형제들(도스토옙스키),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체호프 희곡선 ■한국문학<17권> 고전시가선집, 고향, 탁류(채만식), 인간문제(강경애), 정지용전집(정지용), 백석시전집(백석), 카인의 후예(황순원), 토지(박경리), 광장(최인훈), 연암산문선(박지원), 구운몽(김만중), 춘향전, 한중록(혜경궁 홍씨), 청구야담, 무정(이광수), 삼대(염상섭), 천변풍경(박태원)
  • [세종로의 아침] 박근혜정부의 새만금 개발/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박근혜정부의 새만금 개발/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새만금 간척지에 농업용지 조성 작업이 지난달 초 시작됐다. 한 달 보름 남짓한 사이 방수제 공사의 진척으로 농지의 전체적인 윤곽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20년이면 서울면적의 3분의2가량인 새만금의 7할 면적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새만금에서 진전되고 있는 모습은 아직 공공자금을 쏟아부은 정부 주도 인프라 건설이나 농지 개발들이다. 새만금 개발의 총 사업비는 최소 22조 2000억원. 국비만 10조 9000억원을 집어넣어야 한다. 방조제 완성 뒤 국비 1조 8650억원이 투입됐고, 올 한 해만도 6500억원이 들어간다. 농지 조성을 목적으로 1991년 11월에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4월 전체 면적의 28%를 산업·관광용지로 전환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0월 농지를 30%로 확 줄이고, 산업·관광용지를 70%로 늘렸다. 정권마다 새만금이 당장 금싸라기로 변할 거라는 기대감을 지역 주민들에게 불어넣으면서 선거 때마다 표를 긁어 모으는 방법으로 새만금을 활용했다. 농지를 산업·관광 용지로 바꾸는 선심을 남발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 정치 논리에 좌우된 성급한 양적 공급 측면이 강했다. 세계 경제침체기의 도래는 비농업용지가 7할로 늘어난 새만금의 투자 유치에 강타를 날렸다. 산업·관광용지의 조성가격이 평당 90만~100만원을 오가는 경제성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물류나 정주여건에서 월등하게 입지가 나은 인천 송도 자유구역 등이 텅 빈 상태인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상징한다. 새만금 개발의 변천 과정은 그동안 한국 정치가 각 지역을 끌어당기기 위해 써왔던 방정식을 보여준다. 즉, 정치권은 국민들을 지역개발의 이해관계로 몰아넣으면서 흔들어댔다. 그 결과 각 지역의 요구 수위와 원심력을 높이면서 포퓰리즘 심화로 나타났고, 한국정치의 무질서와 엔트로피 증가로 이어졌다. 정치적 타산에서 나온 지역 개발 사업은 지금 모두 파산 직전이거나 휘청거리고 있다. 자본·물류·인재가 자유롭게 오가는 국제 자유도시를 만들겠다던 제주자유도시도 용두사미가 됐고, 각 지역의 경제자유구역·기업도시 등도 지리멸렬한 상태다.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새만금개발청 출범에 대한 지역 및 국민의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정치적 계산과 눈앞의 이익만을 고려한 파당적 결정이 되풀이돼선 새만금이나 다른 지역개발사업의 미래는 없다. 기존 계획을 백지상태로 놓고 긴 호흡으로 보면서 고칠 것은 고칠 때다. 지금은 땅을 메우고, 바닷물을 빼면서 산업단지 유치 위주로 바뀐 새만금의 마스터플랜과 전략을 원점에서 손볼 때다. 새만금의 땅이 활용되는 것은 2020년 이후다. 정부는 새만금청의 출범을 계기로 과잉 공급에 전략 부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지역개발정책 및 기존 시스템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지역개발정책이 한국정치의 지역적 원심력을 키우고, 국민들을 욕망과 이해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갈갈이 찢어놓은 이전 정부들과는 달라야 한다. 새만금과 다른 지역개발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출발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jun88@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나주 성폭행 피해 어린이가 ‘당한’ 정황이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된 신문 기사를 읽는 당신, 현장 검증에 나선 범인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내뱉는 이웃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하는 당신, 전자발찌나 화학적 거세-심지어 물리적 거세까지 주장하는 목소리들을 듣는 당신. 열흘 사이 나타난 이 뜨거운 관심과 우려, 지탄과 자조, 법률과 제도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한데 뒤섞인 현실은 어느 정도 ‘인간의 등 뒤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동공이 확대되는 우리네 자화상이 아닐까. 이 모습들은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에 시선을 파묻던 우리의 어린 시절과 닮지 않았는가.‘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도서출판 강 펴냄)을 쓴 김용언(36)도 그랬다.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셜록 홈스를 밤새 읽고 동네 책방에 선 채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다 읽어낸 소녀. 부모는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고 뜯어말렸지만 그럴수록 추리나 미스터리, 탐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와 10여년 이름있는 영화잡지사에 다닐 때에도, 같은 학교 대학원을 다닐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을볕이 좋았던 6일 낮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용언은 “어릴 적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것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탐정처럼 찾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홈스로 대표되는 19세기 부르주아지 탐정, 점잖고 범죄와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수집가이자 산책자, 과학적인 기계로서의 탐정이 20년도 안 되는 사이 미국으로 건너가 하드보일드 형사(또는 탐정)로 변신하는 과정과 이유를 탐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들춰보니 깊이가 간단치 않다. 범죄소설의 이데올로기를 파헤친 에르네스트 만델과 프랑코 모레티, 기호학으로 뜯어본 움베르토 에코, 독자들이 이들 장르에 빠져드는 과정을 펄프픽션과 다임노블(‘소설공장’에서 만들어진 값싼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통해 톺아본 애런 스미스와 마이클 데닝, 법의학과의 연관성을 짚은 로널드 토머스 등이 등장해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추리소설)에서 ‘왜 살인이 벌어졌는가’(하드보일드소설)로 독자들의 궁금증이 전이되는 과정, 사회가, 도시가, 나아가 자본주의가 변화하는 과정을 돌아본다. “6년 전 그 일을 처음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우리 글로 번역된 것들이 전혀 없어 외국 문헌을 뒤졌다. 엄청난 양의 자료가 쏟아졌다. 3~4개월 정도 웹을 뒤지고 도서관을 찾아가 아무도 빌려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한 책장을 들춰 가닥을 잡았다.” 2년 전에야 책을 내보겠다는 생각을 했고 “원래 양의 두 배로 늘리고 부록(연표와 국내에 많이 소개됐으면 하고 바라마지 않는, 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 소개) 등을 보완해 지금 내놓았다.” 김용언은 ‘터프가이’로 통하는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홈스와 달리, 부패된 사회구조 속에서 허우적대고 몸부림치는 것을 엔트로피(열역학 제2법칙)로 해석하는 뜻밖의 시도를 했다. 그는 “19세기의 비관적인 엔트로피 법칙이 20세기에 들어와 변증법적으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이론적 토대를 닦았던 것처럼, 그들도 자본주의 대도시에서의 범죄가 빚어내는 혼돈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형상화하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라고 대변했다. 인터뷰 말미에 우리 사회의 범죄 관련 논의들을 꺼내 보았다. “사람들은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한다. 너무 당연한 일인데 어느 한 요소만 갖고 전체의 그림을 그려선 안 된다.”며 무라카미 하루키를 예로 들었다. “무라카미는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언더그라운드’를 낸 1년 뒤, 가해자들과 만나 속편을 낸 적이 있다.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범죄의 뒤안에도 인간이란 존재가 있다. 그렇기에 전체의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영화잡지에서 일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한 해설과 배경 같은 걸 설명해주는 글 찾아보고 읽는 걸 워낙 좋아했다. 당연히 추리물도 좋아했고. 이런 것들을 읽다보면 여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주는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국문으로 된 논문과 단행본을 찾아봤는데 전혀 없었다. 그나마 번역된 세 권 정도가 있었는데 전권이 이런 분석에 바쳐진 책은 아니었고 어떤 주제를 갖고 여러 학자가 쓴 것 중에 한 챕터 정도 들어간 것밖에 없었다. 답답해서 영어권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더니, 검색을 하자마자 몇 백 권이 뜨고 논문은 말도 못하게 많았고요. 깜짝 놀라서 일단 유명한 학자들 것 위주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그래서 이런 걸 나만 알기는 아깝고, 추리소설 팬들도 많고 하니까 나누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혹시 주변이나 추리소설 동호인으로부터의 반응 같은 건 있었나. -아직 책이 나온 지 얼마 안돼 이렇다할 반응은 없다. 인터넷 서점 같은 데 가봐도 리뷰는 없고. 추리소설 동호회 중 유명한 ‘하우 미스터리’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데도 자료가 잘 정리돼 있고 게시판을 많이들 이용하는데 거기 운영자가 이런 책이 나온다며 기대된다고 써놓았더라. 다음 주나 돼야 후기가 올라올 것 같다. →국내 애호가들은 어느 정도로 추산되는가. -정말 잘 모르겠다. 이 장르는 그 안에서도 굉장히 호, 불호가 강하게 나뉘고 많이 갈린다. 추리소설만 읽는 쪽이 있고 하드보일드 쪽만 읽는 친구들이 있고 또 셜록티언이라고, 셜록 홈즈 골수팬들이 있다. 요즘은 판매량이 좀 떨어졌다고 하는데, 한때는 일본 책들이 엄청 많이 팔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쪽이 다 한 묶음으로 묶이지도 않는 편이고. →책을 읽어보니 에드먼드 윌슨 얘기가 곧잘 나온다. 주석에 ‘와, 세상에’란 표현이 나오는데 그건 본인이 쓴 것인지. -굉장히 고급예술에 관심 있는, 고급지성계 독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평론가다. 그 글을 읽어보니 굉장히 심하게 욕을 했더라. ‘당신들이 추천해 이것도 읽었고 저것도 읽었는데 정말 시간 낭비고,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당신들은 나한테 편지를 쓰면서 항의하겠지만. 그것도 너희들이 속물이고 내용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내미는 방어기제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책의 추천사를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가 써줬는데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좋았다. 미스터리 스릴러란 장르를 가져온 한국 소설 가운데 이만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었던가 생각하면서 읽을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었다. 그런데 문단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저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는 했다. 그 옛날에 썼던 (윌슨의) 글이 아직도 되풀이된다는 생각에 속 상했다. →2006년에 쓰기 시작해 3~4개월 만에 가닥을 잡았다고 했는데 출간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실 초고를 썼는데 생각밖으로 반응이 좋았다. 전혀 그 쪽에 관심없던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보고 재미있다고 했다. 출판사를 알아본다, 어쩐다 했는데 취직도 하고 정신이 없어 그냥 넘어갔다. 2년 뒤 완성했는데 대학원을 휴학하고 다시 취업하고 하면서 또 정신없이 보냈다. (책을 낸) 강 출판사의 전 편집장과 출간에 합의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본격적으로 수정을 시작한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양이 너무 적어 2배로 늘리고, 내용도 다시 읽어보니 엉성하게 쓴 부분들이 많아서 보충하고 내용 늘리느라 작년 말에야 정리가 다 됐다. →그런데도 8개월이 더 소요됐다. -출판사에서도 출간 일정이 있었으니까. 2년 동안 아무 말 안 하다가 갑자기 하겠다고 해서 많은 걸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풍부한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가. -이 책을 보고 관심있는 분들이 그 문헌을 직접 찾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 비평가가 쓴 책 ‘블러디 머더’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굉장히 쉽게 쓰고 백과사전처럼 연대기를 서술한 책인데, 이 책은 감춰두고 내가 써먹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번역돼 나왔다. →독자들이 이런 점을 즐겼으면 좋겠다, 뭐 그런 내용들이 있을 것 같은데. -처음 쓰기 시작할 때부터 해외에서 나온 이론서들을 살펴보면 한 시점에 한 주제에 대해 다룬 것들은 조금씩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분석한 글들은 찾기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셜록 홈즈 시절에 대해서만 집중 분석을 하거나 미국의 하드보일드만 다루거나 했다. 그래서 난 이 둘의 갈라진 지점과 모이는 지점을 분석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 둘의 결합 지점을 관심있게 보시고 이런 생각을 갖고 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책 제목을 보면서 많은 고심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쓴 이유 중에 하나로 이 장르가 소멸되지 않고 계속 만들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밝혀보자는 취지로 엔트로피 이론을, 문학계에서 과학 이론을 가져다 적용해보는 시도가 있는데 엔트로피 이론을 여기에 적용시키면 좀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검증받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정유정 작가와는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나눌 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초고를 쓸 때도 이런 쪽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없었다.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한 편도 아니었고, 가입만 해놓고 안 가는 식이어서, 그 쪽 친구들도 없고. 순전히 혼자서 그 생각을 했고 사실 걱정을 했다. 나 혼자서 이런 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나 있을까’ 그런 의구심이 있었는데 전혀 이런 거에 관심 없는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봐주시고, 재미있다 해서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팬들에게도 정보가 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 싶어서, 리뷰가 올라오면 그런 확인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혹시 국내 추리소설이 어떻게 도입돼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를 연구할 필요는 있지 않은지. 예를 들어 책 제목을 보면서도 많이 고심했고 우리 추리문학이 처한 위치와 지위 때문에 많이 두려워하면서 붙인 제목을 알 수 있었다. -책이 인쇄돼 나오기 3~4일 전에야 겨우 출판사와 책 제목을 합의할 정도로 많이 싸웠다. 난 조금 추상적인 제목을 원했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는 워낙 장르가 탄탄하다보니까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인 표현이 들어간 제목을 붙여도 독자들이 딱 알아듣는다. 예를 들어 ‘Figure on the Carpet’이란 표현이 있다. 카펫 위의 형상, 다시 말해 시신을 가리키는데 서구에서나 그 제목만 써도 아 시신에 관한 얘기구나 아는데 한국에서야 그런 걸 해봐야 누가 알겠나. 굉장히 설명적인 제목이 필요했고, 그런데 또 난처한 것이 19세기 셜록 홈즈랑 하드보일드 두 개를 다 다루다 보니까 둘을 아우르는 제목을 놓고 계속 출판사와 실랑이를 했다. 출판사 쪽에서는 범죄소설이란 말이 잘 안 쓰이는 말이니까, 그냥 추리소설이다, 하드보일드다 이렇게 쓰니까 이 용어 자체도 낯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것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읍소를 해서 겨우 이런 제목이 나왔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향후 포부가 있다면. -말씀하신 대로, 제가 전혀 한국 쪽 얘기를 안 다뤘다. 그런데 최근 국문학 쪽에서 그런 얘기들을 다루기 시작했으니까. 그런 것을 읽어보면서 만약 그것들과는 다른 얘기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 해보고 싶다. 한국의 작가 층이 매우 얇기 때문에 문제는 있지만 80년대 들어와서 김성종 등 이름 있는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지 못했다. 이상우 도 김성종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고. 정유정 작가는 ‘이건 추리소설이야’라고 표방하고 나온 건 아니지만 장르에 익숙한 작가가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다고 생각해 좋았다. 얇은 층 내에서도 한번 엮어볼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 그 다음으로 관심있는 건 북유럽 쪽 도서들이 요즘 번역이 많이 되고 있다. 이들의 문학은 영국이나 미국의 것과 또 다르다. 60년대부터 형성된 그들만의 고유한 전통이 있는데 그들의 콘텍스트, 예를 들어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쪽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자료가 없어서 해외 자료를 공부하고 역사도 배워야 한다. 사실 그들의 언어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을 텐데, 차마 그런 능력은 안돼서 영어로 번역된 자료를 찾고 공부하는 중이다. 북유럽 소설의 영문 번역판은 물론이고, 그들의 소설의 특성에 대해 서술한 자료들도 방대하다. →하필 아동 성폭행범이 잡힌 다음날 책이 출간됐다. -때가 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인지. -조심스러운 얘기인데, 그 범인도 게임 중독이다, 술을 마셨다, 음란물을 즐겨 봤다, 이런 이유들로 그가 악마였다는 해석을 늘어놓더라. 나주 성폭행범 이전도 그랬고, 무슨 흉악범죄가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범죄자를 그렇게 만든 원인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의 원인이 있다. 세상이 이렇게 흉흉한데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 이런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가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범죄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는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부터도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고 자랐다.. 왜 그런 책들만 읽느냐고, 범죄자가 되고 싶은 것이냐고 야단을 치셨거든요. 그런 인과관계를 생각하는 게 사실 쉽고 간편하니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에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을 인터뷰한 것을 담은 책이 있다. 특히 옴진리교에 몸 담은 이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대단히 평범한 사람이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에 빨려 들어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그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결과만 따져 ‘쳐죽일 놈들’ 하고 만다. 그 앞의 얘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쉽게 결론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같은 대단한 작가가 자신을 ‘죽이고’(가치 재단을 최대한 자제) 인터뷰만으로 책을 썼다는 것은 그 당시 선정적인 언론 보도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옴진리교 사건이 95년 일어났는데 1년이 조금 안됐을 무렵, 1권이 나왔고 그로부터 딱 1년 뒤 옴진리교쪽 사람들 만나 들은 얘기를 쓴 것인데 2권은 작년에야 국내 번역돼 나왔다. 상당히 유의미한 책이라고 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카이스트, 제러미 리프킨 초청특강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서남표)은 오는 9일 오후 5시 대전 원내 대강당에서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철학자인 제러미 리프킨 미국 워싱턴시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을 초청해 ‘3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강을 개최한다. 일반인도 들을 수 있으며 입장권은 강연 1시간 전부터 선착순으로 배부한다.
  • 산소처럼 사랑하라

    우리는 왜 공부를 할까? 무엇을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가? 한 번도 제대로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화학이라는 세계를 통해 그 해답을 알려주는 ‘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더숲 펴냄)가 출간됐다. 저자 황영애(63) 상명대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40년 동안 화학을 연구하고 강의한 과학자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화학이 ‘정말 아름답고, 우리 인생과 완벽하게 닮았다.’는 것을 깨닫고, 정년을 몇 년 앞둔 어느 날부터 주변 지인들과 제자들에게 화학현상을 인생에 비유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책에는 원자의 구조부터 시작해 플라스마, 동소체, 오존, 촉매, 엔트로피 등 많은 화학적 개념이 나온다. 예를 들면 산소의 성질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람도 누군가에게 너무 집착하면 그 사람을 불행하게 할 뿐 아니라 생명까지 잃게 할 수도 있다. 한편 산소는 어떤가? 산소가 많아지면 그 주변에서 산소를 원하는 정도가 작아지니 금속에 결합한 채로 있고, 부족해지면 결합해 있던 산소가 해리되어 필요한 곳으로 간다. 이처럼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 주위 환경이 원하는 방향으로 금속에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산소의 성질 때문에 생물체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은 헤모글로빈에 결합하는 산소처럼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확실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아야 할 자리에서는 훌훌 털고 떠나갈 수는 없을까?” 저자는 학창시절 내내 공부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지만 타고난 수줍음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선뜻 먼저 다가가지 못했고, 그저 상대가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화학만은 달랐다. 그에게 화학은 언제나 정확했고, 공명정대했다. 하나가 모자라면 상대방에게 내 것을 내어주었고, 어떤 욕망 따위에도 휩쓸리지 않는 꿋꿋함과 당당함을 갖고 있었으며,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하게 존재하는 것은 없었다. 그때부터 저자는 화학을 과학으로서 바라보기보다는 또 하나의 깨달음의 세계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화학에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1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중력개념 틀렸다”

    “중력개념 틀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력 연구는 근본적으로 틀렸다.” 한 네덜란드 과학자가 300년 넘게 물리학을 지배해 온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조차 설명하지 못한 중력의 근원에 도전하는 학설을 내놓았다. ‘새로운 접근’이라는 찬사와 ‘폭탄같은 이론’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에릭 페를린더 교수의 최근 논문 ‘중력의 기원과 뉴턴법칙’을 둘러싼 전세계 물리학계의 논쟁을 소개했다. 페를린더 교수는 1980년대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는 소립자나 쿼크 같은 구형이 아닌 끊임없이 진동하는 끈’이라는 초끈이론의 주요 난제를 풀어낸 세계적 물리학자다. ●학계 “새로운 접근” vs “폭탄같은 이론” 페를린더 교수는 물리학자들이 중력에 대한 접근방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중력은 전자기력, 핵력, 약력과 함께 우주를 지배하는 4가지 힘의 하나이지만 다른 힘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물리학에서는 만물을 구성하는 소립자들이 모든 힘의 성질을 규명하며 중력 역시 ‘중력자’라는 입자의 역할 때문에 생긴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중력은 다른 힘에 적용되는 수식들이 대부분 들어맞지 않는다. 또 다른 힘을 결정하는 소립자들이 가속기에서 검출되고 있는 데 비해 중력자는 여전히 가설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중력을 다른 힘들과 연결짓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력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는 뉴턴법칙이나 이를 보완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중력의 변화와 작용에 대해서만 설명할 뿐 중력이 어떻게 발생하느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뉴턴법칙 보완하는 내용” 평가도 페를린더 교수는 다른 힘들이 물질 자체에 들어 있는 입자로 인해 발생하는 것과 달리 중력은 질량, 시간, 공간 등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부수적인 힘으로 봤다. 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열역학의 ‘엔트로피(물질계의 열적 상태)’ 개념을 도입했다. 어떤 물질 사이에 중력이 생기는 이유는 무질서한 흐름 속에서 자연이 평형을 유지하려고 움직이기 때문이며, 우주가 평형을 유지할 확률보다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무질서해질 가능성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중력이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리 스몰린 미 이론물리연구소 박사는 “전혀 새로운 시각의 접근이며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상대성이론 전문가인 스탠리 데서 브렌데이스대 교수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우리의 모든 믿음에 도전하는 폭탄 같은 이론”이라고 말했다. 이필진 한국고등과학원 교수는 “이 논문은 미세한 물질 간의 관계에서 뉴턴법칙을 보완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물리학자가 쓴 사회 비판서

    1989년 전교조 출범과 교육민주화 투쟁으로 떠들썩했을 때, 과학자가 꿈이었던 고3 소년은 처음으로 장래희망에 회의를 품었다. 전교조 선생님 세 분이 해직되자 문과 네 반은 운동장으로 뛰쳐나간 반면, 소년이 속한 이과 여덟 반은 침묵 속에 교실을 지켰다. 대학시절 전공보다 학생운동에 더 열정을 쏟은 것은 그 부채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 물리학자가 된 그는 경계에 섰던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어느날 과학이 세상을 벗겨버렸다(이종필 지음, 글항아리 펴냄)’는 두 문화, 과학과 인문학이 소통하길 바라는 소년의 오랜 바람이 맺은 결실이다. 물리학자가 쓴 사회비판서라고 해서 어렵거나 덜 매서울 것이란 우려는 접어도 좋다. 과학을 렌즈로, 합리성을 잣대로 삼은 손끝에서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세상이 속시원하게 해부된다. “정치인들과 대통령으로부터 고통받는 이유는 이분들의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보다 과학적 ‘사고 두뇌’가 모자라기 때문”이라는 일침에서 보듯, 정치인들의 필독서로도 그만이다. 2007년 대선 때 터진 BBK사건이 대표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는 물리학의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위배했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란 무질서도를 뜻하는 ‘엔트로피’가 어떤 시스템 안에서는 결코 감소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만약 엔트로피가 감소한다면 시스템이 외부와 연결돼 있는 것이며, 외부까지 포괄하는 전체 시스템에서는 엔트로피는 반드시 증가한다. 하지만 ‘이명박 없는 BBK’라는 검찰의 발표는 여러 정황과 증거에도 불구하고 BBK 사건이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상황으로 발전했다는 말이 된다. 저자는 “안방의 공기가 저절로 거실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집주인이 질식사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설명한다. 또 “과학자들이라면 왜 어떤 시스템의 엔트로피가 감소했는지를 설명하려고 들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검찰의 수사 결과문은 과학 논문으로 치자면 휴지조각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이 밖에도 진화론과 우주론을 통해 본 현대 민주주의의 1인1표 원리, 게임으로 분석한 쇠고기 협상 문제 등 한국사회를 웃고 울린 핫이슈들이 가득하다. 1만 35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집중 인터뷰] 석학 리프킨에 들어본 쇠고기·GMO 개방

    [집중 인터뷰] 석학 리프킨에 들어본 쇠고기·GMO 개방

    “인류는 건강을 놓고 룰렛 게임(Roulette Game)을 하고 있다. 한국이 무턱대고 GMO와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면, 결국엔 후회하게 될 것이다.” ‘엔트로피’,‘육식의 종말’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세계적 석학인 제레미 리프킨(63) 미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이사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들은 GMO나 미국 쇠고기를 받아들이기 전에 미래에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에 대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에서는 미국산 쇠고기,GMO 등 먹거리 논란이 진행 중이다. -미국 농림부가 쇠고기 생산과정을 잘 관리한다고 생각한다면 한국 정부는 순진한(naive)것이다. 나는 미국 농림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평생을 지내왔다. 육가공업계나 생명공학기업은 워싱턴에 엄청난 로비를 한다. 미국 정부는 때때로 로비에 의해 움직인다. 이에 반해 유럽을 비롯한 세계 다른 나라들은 GM 작물이나 쇠고기를 수입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맞서 매우 엄격한 수입 기준을 세웠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압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미국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한국 국민, 정부, 시민단체가 과학자들과 함께 폭넓은 토론을 하기를 권한다.GMO나 쇠고기에 대해 많이 알게 될수록, 여러분은 그것을 더욱 달가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에서 ‘GMO와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려깊은 처사가 아니다. ▶당신은 일관되게 GMO와 쇠고기 소비를 반대해 왔다. 이유는 무엇인가. -1981년 미 연방정부에서 유전자가 조작된 유기체를 개방된 환경속에 방출하는 것을 처음으로 허용하는데 이를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게 GMO 반대운동의 시작이었다. 내가 GMO를 반대하는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첫째, 이종교배의 문제다. 인류는 지금까지 동종교배의 원칙을 지켜왔다. 그러나 유전자조작을 통해 어떤 유전자도 다른 유전자와 쉽게 섞을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1990년대 과학자들은 토마토와 물고기의 유전자를 조합했다. 추운 대서양에 살고 있는 물고기로부터 추위에 견디는 유전자를 빼내 토마토에 주입하면 냉해에 잘 견디는 토마토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생태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로 유전자 확산 문제다.GMO가 비GMO사이로 들어가면 수분 작용을 통해 GMO유전자를 계속 생산해낸다. 예전에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GM작물 재배지 근처에 보호막을 세우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 그 기업들은 이제 유전자오염이 안 된 땅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한다.GMO유전자가 확산되면 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이건 마치 담배 논쟁과 비슷하다. 옛날에 사람들은 “왜 내가 담배를 피우면 안 되냐.”며 담배필 권리를 주장했다. 이제 우리는 간접흡연으로도 암에 걸린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흡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특히 아이들은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데 GM 음식은 원래의 유전자 조합과 다르기 때문에 어떤 알레르기를 유발할지 모른다. 최근 식용 백신을 만드는, 새로운 종류의 유전자조작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가령 바나나에 특정 질병의 백신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넣는 식이다. 이것은 매우 논쟁적이다. 바나나와 백신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 정확한 투약량을 맞출 수 있을 것인가. 만약 바나나를 먹는 사람이 그 안에 들어있는 백신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어떻게 되나. 이런 일이 몇 년 후 한국의 슈퍼에서 벌어진다고 상상해보라. 끔찍한 일이다. ▶광우병에 대한 견해도 궁금하다. -광우병에 대해 얘기하자면,1990년대 초부터 나는 미국 농림부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골육분을 먹이는 것이 잠재적인 광우병의 위험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정부 입장은 광우병이 보고된 사례가 없으니 위험이 없고, 문제될 것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가. 광우병에 걸린 소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아마 더 많을 것이지만 미국 정부가 모니터를 철저히 하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다. 정부가 광우병 위험을 인정하면 고기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꺼려한다. 결국 우리의 지속적인 요구가 관철돼 1990년대 말에 골육분을 먹이는 것이 금지됐지만 여전히 위험은 존재한다. 지금 내게 미국 소고기가 광우병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미국 정부가 광우병 위험에 잘 대처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절대 아니다. 한국에도 알려져 있겠지만 몇 달 전에 미국의 한 시민단체에서 도축장을 비밀리에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픈 소는 도축을 하면 안 되지만, 그들은 소의 질병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소를 도축했다. 미국에서도 상당히 큰 이슈가 됐다. 미국 농림부는 도축업계에 순진하게 대응해 왔다. ▶그렇다면 GMO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먼저 GMO에 대해서는 유전자표식에 의한 선발(MAS·Marker Assisted Selection)방식이 대안이다.MAS는 생명공학 기술을 전통 육종기술에 도입한 것이다. 육종을 할 때 유전자 표식을 거쳐 우수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개체를 고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유전자 변형이 없고, 최첨단이고, 정보개방형이라 거대기업의 독점을 막을 수 있다. 나는 GMO는 반대지만 MAS는 찬성이다. 지난해 내가 있는 경제동향연구재단은 그린피스, 우려하는 과학자모임(UCS·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등의 단체와 토론회를 열었는데, 많은 그룹이 MAS를 찬성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GMO를 수입하라고 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다. 한국은 모든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이를 되돌리려 할 텐데,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인류는 역사상 가장 극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나의 책 ‘육식의 종말’에서 언급했듯, 현재 우리는 사람이 먹을 곡물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도축당할 소나 바이오연료를 위한 곡물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충분한 곡물을 생산하는 데도 굶주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할 일은 사료용 곡물은 줄이고, 식용 곡물을 늘리는 일이다. 가령 사료용 곡물가를 매우 비싸게 책정하는 방법이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휘발유를 살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책임을 지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것처럼,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 소가 배출하는 가스와 소를 키우기 위한 곡물가를 부담하는 차원에서 돈을 더 많이 낸다면 고기 소비도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쇠고기를 먹나. -1977년부터 얼굴이 있고, 걷거나 나는 모든 동물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다. 때때로 먹어야 할 경우가 있으면 아주 적은 양의 해산물을 먹기는 한다. ▶광우병이 두려워서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인가? -(웃으며)그렇지는 않다. 내가 육식을 하지 않는 이유는 육식은 나와 같은 종류를 먹는 것일 뿐 아니라 나의 건강과 전체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음식은 매우 중요하다. 음식은 생존뿐 아니라 문화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상징한다. 유럽 사람들이 GM 식품을 싫어하는 이유는 치즈나 와인 등 음식의 지역색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이다. 미국은 패스트푸드 문화를 갖고 있지만 이와 달리 한국은 아직도 음식이 문화 정체성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음식의 문화적 차원에 대해서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물론 안전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 유럽처럼 경계적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화학물질이든 음식이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는 도입을 보류하는 보수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문제가 생기면 그제서야 그 문제에 대처했다. 그러면 안 된다. 이미 일어난 문제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행동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불행하게도 미국보다 유럽이 더 좋은 모델이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제레미 리프킨은 누구 - GMO 반대운동 시작한 美 미래·경제학자 미국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과학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왔다. 1945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을, 터프츠대 플레처법과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워싱턴의 비영리단체 경제동향연구재단(FOET)을 설립,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전 세계 지도층 인사와 정부 관료들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정보화시대의 부작용을 지적한 ‘노동의 종말(2005)’, 급속도로 증가하는 육식 문화, 특히 쇠고기에 집중되는 음식 문화와 이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과 생태계의 위기를 다룬 ‘육식의 종말(2002)’, 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사회·경제·윤리적 문제 등을 총체적으로 제시하는 ‘바이오테크 시대(1999)’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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