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에이즈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 출판사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 포토존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 행진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481
  • 36.5℃의 사랑, 400㎖의 기적

    36.5℃의 사랑, 400㎖의 기적

    ”생명의 나눔, 헌혈” 간호사 김혜란 씨(22세)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교통사고, 화상 등의 사고로 출혈이 심한 환자가 수시로 발생하는 중환자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피가 모자라면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 한다. “헌혈은 보험이에요. 언제, 어디서 저에게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잖아요. 제가 헌혈한 피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고 믿어요. 또 저도 언젠가 도움을 받을 수 있고요.” 이것이 그가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이유다.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죠… 헌혈 “가족이 수혈을 받는다 생각하시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환자의 입장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혈액을 받는 거니까요. 최근에 병을 앓았거나 해외여행을 한 적이 있으세요?” 회기 헌혈의 집에서 근무하는 정미옥 씨(39세)는 건강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문진問診을 한다. 오전 내내 한적하던 ‘회기 헌혈의 집’엔 오후가 되어서야 헌혈자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헌혈등록카드를 작성하고 문진을 마친 헌혈자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선글라스와 콧수염, 범상치 않은 용모의 이정완 씨(29세). 록밴드 ‘링크’에서 베이스를 치는 뮤지션이란다. 스튜디오에서 연습을 하다가 달력을 보고 헌혈할 때가 지난 것 같아 이곳을 찾았다. “예전엔 이유 없이 나 자신을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어요.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에게 보탬이 되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헌혈을 시작한 거죠. 지금은 습관이 돼서 안 하면 오히려 답답해요.” 대학생 이현웅 씨(25세)는 오늘이 50번째 헌혈을 하는 날이다. 만 16세 생일이 지나자마자 헌혈의 집을 찾았다가 현재까지 등록헌혈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헌혈은 일석삼조의 일이다. 채혈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며, 여가를 활용한다. 요즘엔 헌혈의 집의 시설이 개선되어 헌혈을 하면서 만화책도 보고 음료수를 마시며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처음에 왔을 땐 주사 바늘도 두꺼워 보이고, 이거 뭐 호스를 꼽나, 하는 생각에 덜컥 겁도 났어요. 근데 지금은 아주 편해서 놀러 오듯 헌혈하러 와요. 이래서 헌혈은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믿고 맡겨주시면 좋겠어요… 검사, 제제, 공급 회기 헌혈의 집에서 채혈된 피는 혈액 박스에 보관되어 8시간 안에 동부혈액원으로 옮겨진다. 오후 무렵 동부혈액원 검사실은 혈액 샘플 검사가 한창이다. 혈액형 검사, 매독, 에이즈, B형 간염 등 다양한 검사가 이뤄지는데, 혈액의 수명을 고려할 때 늦어도 다음날엔 결과가 나와야 한다. 몇 해 전 수혈사고가 터진 후로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에, 검사실의 최경진 씨(37세)는 마음고생이 많았다. “잘못한 경우에 처벌을 받기는 하지만 모든 혈액이 그런 것은 아니에요. 잠복기 혈액 검사를 보완하기 위해 핵산증폭검사NAT를 새로 도입했는데, 현행 제도에서는 가장 선진화된 방법이죠. 저희도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 믿고 맡겨주시면 좋겠어요.” 혈액 검사와 동시에 오후 4시 반부터 수혈을 위한 적혈구, 백혈병 치료를 위한 혈소판, 혈우병 환자를 위한 신선동결혈장 등으로 혈액을 분리하는 제제製劑 작업이 시작된다. 원심분리기를 통해 분리된 혈액은 공급실 냉장고에서 보관되었다가 다음날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판명되면 병원으로 나간다. 신청한 순서대로 공급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도 있다. 공급실의 송창면 씨(35세)는 먼저 신청한 병원에 양해를 구해 위급한 환자가 발생한 병원에 먼저 보내기도 했다. “혈액이 부족할 땐 참 곤란해요. 한번은 환자의 보호자가 여기까지 찾아와 울며불며 부탁을 하시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혈액을 구해드려야 했어요. 그때 내가 하는 일이 사람의 생명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죠.” 이것이 생명의 온기구나… 수혈 “큰 교통사고가 나서 응급 수술을 할 경우엔 많게는 20~30개(1개 400㎖) 혈액을 써요. 그땐 보호자들이 헌혈자를 찾느라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죠.”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의 한 관계자는 혈액원으로부터 필요한 혈액의 70% 정도만 제공받는 수준이라 항상 혈액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혈액암 환자의 경우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더라도 수술 후 2~3일에 한 번씩 혈소판을 맞아야 하는데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힘겨운 투병 과정, 엄청난 치료비와 더불어 혈소판을 구하는 일은 그들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이다. 김지숙 씨(39세, 가명)는 얼마 전 골수이식을 받은 초등학생 아들의 병실을 지키고 있다. 아이의 생명줄인 혈액을 구하는 고생은 여전하다. “친구들도 두 번은 못 부르겠더라고. 한번은 아픈 아이가 자기 입으로 혈소판 구해달라고 얘기하는데 어찌나 안타깝던지….” 2개월 전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딸을 둔 이미숙 씨(43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소용없어요. 피는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니잖아요. 사람이 움직여 나눌 수밖에 없어요.” 그들은 보호자 대기실에서 시름으로 누워 있다가도 낯선 사람이 찾아오거나 혈소판 얘기만 나오면 벌떡 일어나 애간장을 태운다. 이런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초조한 마음을 이성원 씨(37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골수이식 수술을 받아 이제는 거의 완치된 상태지만 투병 기간의 고통을 떠올리며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골수를 받아 새 생명을 얻은 그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누구보다 진해졌다. “다른 사람의 피가 몸속으로 들어올 때의 기분은 뭐라고 표현할까요…. 몸이 화해져요. 생명이 들어오고 있구나, 느낄 때면 몸이 찌릿찌릿 놀라 움직이죠. 이것이 생명의 온기구나. 내가 다시 살아나고 있구나!” 우리나라 헌혈자 수는 최근 3년간 2003년 253만 명에서 2005년 227만 명으로 약 10.3%가 줄어들었다. 2005년 기준으로 19만 명의 등록헌혈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나 3만 1천여 명만이 4회 이상 헌혈에 참여했다. 2006년 8월 6일 하루, 전국 2,332명이 헌혈에 참여했다. 적혈구 농축액의 적정 재고량은 약 3만 3천여 개인데, 현재 1만 4천여 개의 재고량을 유지하고 있다. 적십자에서는 전국 16개의 혈액원과 99곳의 헌혈의 집, 107대의 헌혈 차량을 운영하며 헌혈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혈액관리본부 02-3705-3705 서울 중구 남산동 3가 32 | 서울 중앙혈액원 02-6711-0114 서울 강서구 염창동 280-17 | 남부혈액원 02-570-0600 서울 강남구 포이동 267 | 동부혈액원 02-952-0322~8 서울 노원구 상계6동 764 | 서부혈액원 02-2600-5400 서울 양천구 신월2동 472-1 | 부산혈액원 051-810-9000 부산 부산진구 전포3동 362-5 | 대구 경북혈액원 053-605-5610~18 대구 중구 달성동 147-2 | 인천혈액원 032-815-0631~4 인천 연수구 연수3동 581 | 울산혈액원 052-245-2982~4 울산 중구 성안동 872-5 | 경기혈액원 031-220-8500~7 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1동 1015-6 | 강원혈액원 033-269-1000 강원 춘천시 퇴계동 862-3 | 충북혈액원 043-253-2654~5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15 | 대전 충남혈액원 042-623-2166~8 대전 대덕구 송촌동 294-6 | 전북혈액원 063-270-5800 전북 전주시 완산구 태평동 209-18 | 광주 전남혈액원 062-600-0600 광주 남구 송하동 127-4 | 경남혈액원 055-262-5161~4 경남 창원시 용호동 4-4 | 제주혈액원 064-758-3504~5 제주도 제주시 용담1동 266-1 수혈에 관한 오해와 진실 1. 혈소판, 혈장만 뽑아서 채혈할 수 있다? Yes. ‘헌혈’하면 일반적으로 일정량의 피를 뽑아내는 ‘전혈全血’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 외에도 ‘성분채혈’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혈장 또는 혈소판 성분을 채혈하는 헌혈을 말한다. 회복이 늦은 적혈구를 되돌려받으므로, 남성에 비해 철분 보유량이 적은 여성도 부담이 없다. 전혈보다 회복이 빨라 2주에 1번 정도 참여할 수 있다. 2. 혈액도 수입한다? Yes. 수혈용 혈액은 국내에서 헌혈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수입하는 혈액은 의약품 제조용으로 쓰이는 ‘분획分劃용 혈장’이다. 이는 미국, 중국, 스페인 등지에서 수입하며, 화상이나 환자 회복에 사용되는 알부민, B형 감염, 혈우병 치료 등의 의약품 원료로 쓰인다. 3. 헌혈증으로 수혈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 Yes. 병원에서 수혈받은 환자가 진료비를 계산할 때 헌혈증을 제출하면 일정한 한도 내에서 진료비를 공제받을 수 있다. 전혈 400㎖를 수혈받아 51,891원(수혈 수수료:주사료 외 3개 검사료 포함)을 내야 할 경우, 헌혈증 1매에 대한 보상 한도는 건강보험 적용을 제외한 본인 부담금 20%이므로 10,378원이 된다. 4. 수혈 1순위는 사고로 인한 대량 출혈이다? No. 헌혈 혈액제제 사용량 상위 10개의 질병을 알아보면, ‘급성 백혈병’이 42%로 전체 사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이어 림프 및 비非급성 백혈병 15%, 각종 암 13.5%, 간 질환 9.5%, 외과 수술 7.5%, 적혈구 질환 6.9%, 기타 질병 3.6%, 위장관 출혈 2% 순이다. 내가 헌혈 부적격자라고? 누구나 한 번쯤 헌혈을 하러 갔다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허탕치고 돌아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쉬움이 채 가시기 전에 드는 당황스러움. ‘내가 헌혈 부적격이라니. 이렇게 건강한데?’ 헌혈을 할 수 없는 몇 가지 사례를 뽑아보았다. 1. 한약을 복용 중인데 이것도 헌혈할 때는 제약사항입니다. 치료를 목적으로 복용한다면 치료 중인 질환이 완치되어야 헌혈이 가능하고요, 단순히 보약 목적이라면 복용 중단 후 1주일 정도 지나 헌혈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윤주 _ 대전 유성구 신성동 2. 치과 치료 중에는 헌혈을 못 한대요. 발치, 스케일링, 치주염, 신경치료 등 구강 내 출혈이 있는 경우 병원균이 피를 타고 들어가 몸의 다른 부위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군요. 진료 후 3일 이상 지나거나 완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정인숙 _ 서울 관악구 봉천동 3. 대학생이 되고 기분이 좋아 귀를 뚫었거든요. 착한 일까지 하고 싶어 태어나 처음으로 헌혈의 집을 찾았는데 한 달간 헌혈 보류래요. 혈액으로 인한 감염 예방을 위해서라는데. 얼른 상처가 아물었으면 좋겠어요. 장원미 _ 경기 여주시 여주읍 4. 올 1월에 한 달간 인도로 배낭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전혈 헌혈은 1년 후에야 할 수 있대요. 인도가 말라리아 감염 지역이라는 우려 때문이죠. 만약 감염 예상지에서 한 달 이상 숙박했다면 귀국 후 3년이 지나야 헌혈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이종환 _ 서울 강북구 수유동 믿음의 헌혈, 편리한 수혈 1. 안전성 확보 - 믿음을 줘야 헌혈하러 가지! 우리나라의 헌혈과 수혈 체계는 질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미흡한 편이다. 일부 부적격 혈액의 출고로 인한 감염사고 반복으로 혈액사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수혈 사고로 인해 헌혈 참여자까지 줄어들어 자발적인 개인 헌혈보다는 군인, 학생 등의 단체 헌혈이 많은 후진적인 채혈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엔 헌혈자 227만 명 중 절반이 넘는 120만 명이 단체 헌혈자였는데, 단체 헌혈의 경우 문진이 형식화되어 감염 위험자의 사전배제가 어렵다. 현재 적십자에서는 등록 헌혈제를 권장하고 헌혈의 집 시설을 개선하며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잠복기 혈액의 유입을 사전 방지하는 철저하고 체계적인 문진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와 적십자사가 함께 혈액유보군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2. 혈소판 논쟁 - 환자가 직접 피를 구하라고요? 지난 7월 26일, 국회에서는 ‘혈소판 성분제제 공급부족 해소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백혈병 환자의 치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혈소판 수혈을 위해 환자 및 보호자가 직접 헌혈자를 구하는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기 대문이다. 혈소판이 부족한 것은 근본적으로 헌혈자가 부족하다는 문제 외에도 적십자사와 병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적십자사는 혈액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혈소판 공급을 꺼리고 있다. 병원도 적십자사의 공급이 부족하고, 보존기간이 짧아 미리 확보해놓기 어렵다며 환자에게 직접 혈소판을 구해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사무국장은 “피값을 내는 환자와 보호자가 직접 피까지 구해야 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다”라며 환자와 보호자가 투병과 간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십자사와 병원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월간<샘터>2006.09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8)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의 비판에 대하여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8)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의 비판에 대하여

    미국의 거대한 자본주의에 늘 정신적 대립각을 세워 온 유럽은 자본주의의 극복이라는 명제를 3세대에 걸쳐 시도했었다.1세대의 극복시도가 마르크스와 엥겔스와 레닌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거대한 관료주의의 괴물로 치달음으로써 실패했다. 소련의 붕괴가 이를 입증한다.2세대는 네오 마르크시즘 운동으로서 관료화에 빠지지 않고 도덕적 이성에 의하여 소외로부터의 인간해방을 목표로 하는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버마스 등 이른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철학사상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들의 철학사상이 지닌 고매한 도덕적 이상주의에도 불구하고 나는 몇 가지 거리감을 지울 수 없었다. 첫째로 60년대 내가 유학생이던 당시의 한국은 아직도 고도자본주의 사회에로 진입할 기미도 없었던 저개발 최빈곤국이었다. 반대로 신좌파운동은 그들 사회가 이미 맛보고 있는 풍요한 고도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삼고 그 자본주의를 극복하자는 것인데, 이들 사상을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20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레이몽 아롱이 경고한 ‘지식인의 아편’인 혁명적 관념의 유희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는 떨쳐버릴 수 없었다. 둘째로 나는 이들이 주장하는 이상사회의 실현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현실성에 큰 의문을 가졌었다. 관념적으로 아무리 멋져도 현실적인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면, 나는 그것이 빛 좋은 개살구와 같다고 늘 생각했다. 더구나 인간사회는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연습장이 아니기에, 관념적 사유로 현실을 대체하겠다는 혁명적 발상을 나는 저어했다. 특히 1세대 ‘사회주의=관료주의’의 실패가 늘 나로 하여금 2세대 신좌파운동의 사상에 선 뜻 동의하기를 어렵게 했다. 더구나 그 당시에 나의 철학공부를 이끌어 주던 두 정신의 스승이 있었는데, 프랑스의 메를로-퐁티와 가브리엘 마르셀이었다. 전자는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했다가 소련의 스탈린주의가 실현하는 사회주의 혁명의 낭만적 허구를 보고서 이상주의 사상의 거짓을 고발한 철학자였다. 그는 또 현실역사가 이성의 빛과 의미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정리하지 못하는 애매모호성으로 엮어진다는 것을 서술하면서, 인간역사를 오직 의미의 역사로 환원하고자 하는 과잉 도덕적 명분주의를 비판했다. 그리고 후자는 가톨릭 철학자로서 인류의 역사세계가 이미 ‘깨어진 세계’인데, 그 세계에서 악을 박살내겠다는 결심으로 굳어진 절대선 지향이 결국 국가주의적 나치즘과 계급주의적 공산주의와 같은 광적인 격정의 정치체제를 만들게 된다고 고발했다. 다음 3세대의 자본주의적 비판운동이 다시 등장했다. 해방적 이성의 자기 소외극복 운동으로 마르크시즘을 승화시키려는 2세대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한 마당에서 생긴 포스트 모던적인 운동이 3세대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이미 너무 농염하게 성숙하여 마르크스주의로 새 사회를 창조하기가 어려운 경지에 이르러, 비마르크스적인 자본주의의 극복이 시도되었다. 이번에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의 푸코, 들뢰즈, 알튀세르, 보드리야르를 중심으로 한 사회사상의 운동이 생겼다. 이들 사상의 공통점을 몇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자본주의적 정치권력의 상품적 대중화를 비판하는데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상은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심어 놓는 무의미한 허무주의적인 흐름을 그대로 빨리 노출시켜 자본주의가 허무주의로 종말을 맺게끔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이들은 약간씩 허무주의자들이다. 들뢰즈와 알튀세르가 좌우간 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푸코가 에이즈병에 걸려 50대에 일찍 세상을 떠난 것도 특이한 일이겠다. 보드리야르의 사회사상을 잠시 훑어보자. 단적으로 보드리야르의 사회사상은 초월의 정신을 망각한 현대 소비사회의 정신부재의 경박성을 슬퍼하면서, 그런 삶의 경박성의 원인이 바로 소비사회의 자본적 본질인 모든 것의 기호화(signalization)에 있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에서 물건은 어떤 가치에 대응했었다. 사용가치든 교환가치든 물건은 인간의 구체적 욕망의 충족을 만족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집은 어떤 정신적이고 내면적 가치를 가족에게 주었었다. 그러나 이제 집은 단지 상상적인 상품의 기호적 가치만을 지시해서 헌 물건 버리고 새로 사듯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의 소비품목에 불과하다.TV프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앉아서 리모컨으로 쉽게 손가락 끝으로 바꾸듯, 모든 것은 소비자의 순간적 변덕에 따라 움직이는 기호와 같은 ‘환영’(幻影=simulacrum)에 불과하다. 고도소비사회에서 자동차도 기능가치로 소유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유행이나 삶의 스타일이나 허세나 으쓱대고 싶은 욕망의 환영을 만족시켜 주는 일시적 대용물일 뿐이다. 그런 욕망의 환영은 마치 옛 사회주의 소련의 한 청년이 서방 자본주의의 대명사 같은 블루진을 입고 다니거나, 아프리카 부시맨의 어떤 사나이가 비행기에서 떨어진 서방 콜라병을 무슨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싶어하는 그런 환영과 유사하다 하겠다. 중요한 것은 블루진이나 콜라병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차이의 기호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소비사회에서 모든 이들은 다른 이들과 다른 어떤 기호의 환영을 소비하고 싶어한다. 마르크스가 비판한 자본주의의 본질은 노동과 정신적 가치 등 모든 것이 다 시장의 교환가치로 전환되어 상품화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마르크스의 비판이론은 이미 지나간 시절의 가치유물에 불과하고, 이제 사회는 모든 것이 기호적 교환과 같은 ‘흉내내기’(simulation)의 차원으로 전락하여 실재적 가치가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모든 흉내내기의 환영은 소비사회가 부추긴 차이화의 조작 코드에 인간이 멋모르고 덩달아 춤추는 껍데기에 불과함을 연상시킨다고 보드리야르는 진단한다. 차이화 코드는 소비사회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차별화 기호의 놀이에 해당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차이의 환영 속에서 각각 섹시(sexy)해지기 위해 돈을 마구 쓴다. 섹시하다는 것은 소비시장에서 상품으로 잘 전달되기 위하여 남들을 유혹하는 기호고, 각자는 대중사회에서 차이를 표시하기 위하여 과감히 더 섹시하게 튀어 보이게끔 스스로를 기호화한다. 모든 이는 다 섹시한 차이를 연출하기 위해 환영을 좇는다. 보드리야르가 그의 저서 ‘소비사회’에서 기술한 것처럼 ‘소비는 기호(sign)가 흡수하고 기호에 의하여 흡수되는 과정이다.’ 모든 것이 영상으로 비쳐진다. 브라운관이나 컴퓨터의 화면, 유리처럼 투명하나 절연체와 같은 차가운 매체의 통로를 통하여 세상을 구경하거나, 백화점의 상품을 훑어본다. 충격적인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고도 자동차 유리를 통하여 감정이 절연된 상태에서 구경하는 정도의 감정만 사람들이 갖는다. 서로 관여하는 진실이 우러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금방 지나가는 일시적 참상에 불과하고, 먼 나라에서 전쟁이 터져도 그것은 TV화면의 순간적 그림으로 보는 환영일 뿐이다. 사람들이 지하철에 우굴거리나 그들이 사람들이라고 여겨지기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환영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냥 사람 비슷한 환영들이 득실거릴 뿐이다. 아무도 대중을 사람들의 실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는 현실을 실제로 느끼지 않고, 차가운 기호로 대체되어 실제로 느낀 척 흉내낼 뿐이다. 보드리야르는 이런 소비사회를 형이상학적 근거를 상실한 ‘환영’의 사회,‘흉내내기’의 사회라고 불렀다. 이런 사회를 그는 또한 실재가 증발되고 환영이 진짜보다 살을 그 위에 더 덧붙이는 ‘초과실재’(hyperreality)의 사회라고 명명했다. 이 초과실재가 바로 환영이고 흉내내기의 허상과 같다. 그는 이런 환영의 흉내내기와 같은 기호가치(value-sign)만이 비대해진 소비사회에는 환영처럼 무수하게 지나가는 기호적 ‘초과실재’에 의하여 인격의 파탄이 내부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런 파탄을 그는 ‘내파적 폭력’(implosive violence)이라 불렀다. 예컨대 게임이나 쇼핑에 미친 사람이 상상적 초과실재를 현실로 착각하고 자기 내부에서 환영으로 배가 불러 파열한다. 본디 내파(內破=implosion)는 음운론적으로 외파(外破=explosion)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영어의 ‘tap(탭)’,‘cut(컷)’에서 파열자음의 음가인 ‘t’,‘k’ 등이 첫 발음에서는 바깥으로 폭발하는 외파적 파열음이 되지만, 끝 발음의 파열자음인 ‘p’와 ‘t’는 밖으로 폭발하지 않고 안으로 파열이 잠기는 그런 음가를 지닌다. 이것이 외파음에 대한 내파음의 의미다. 과거의 문명은 마르크스의 분석처럼 외부의 모순(계급투쟁)으로 외파하는 구조를 지녔지만, 현대 소비사회의 본질은 스스로 인간이 기호처럼 흉내내기를 하다가 많은 기호에 헛배가 불러 내부에서 내파하여 폭발하는 폭력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보드리야르가 본 소비사회에 대한 허무적 진단이다.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3세대의 주장인 보드리야르의 사회학이 소비사회의 병을 진단하는 예리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그의 사상이 소비적 인간사회를 구원하는 약이 아니고, 오히려 허무주의적 결말을 예견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풍요와 편리, 그리고 낭비와 배금주의를 동시에 가져온 이중적 얼굴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서구의 사상은 마르크스로부터 보드리야르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적 소비사회의 병리(病理)를 잘 보았으나,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생리(生理)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나도 그 생리를 알지 못해 많은 시간 헤맸지만, 최근에 해체적인 존재론적 사유가 자본주의의 극복을 위한 생리의 길이란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이기적이고 물질적 소유론을 그 동안 서구는 도덕적 형이상학적 당위의 가치론으로 극복하려고 시도하였기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마르크시즘이나 네오 마르크시즘은 자본주의의 본능적 소유론에 비하여 반본능적 정신의 소유론에 다름 아니다. 본능적 소유론을 치유하는 길은 역시 자연적 존재론에 의해서 가능하지, 인위적 당위론으로 불가능하다. 보드리야르의 허무론도 결국 형이상학적 실체의 붕괴를 소비사회가 촉진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생긴 반본능적 형이상학적 소유론에 대한 그리움과 같다. 그러나 거기에 그의 사회학의 큰 약점이 있다 하겠다. 이것을 다음주에 더 설명하련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인디아 리포트] (18) 친디아의 세계 열릴까

    [인디아 리포트] (18) 친디아의 세계 열릴까

    |뉴델리 이석우특파원|인도 시킴주와 중국 티베트를 잇는 해발 4545m 높이의 나투라 고갯길에 올 여름 40여년 만에 생기가 돌았다. 티베트 야둥의 자유무역시장과 시킴주 셰라탕을 오가며 교역을 벌이는 인도와 중국 상인들로 활기가 넘친 덕분이다. 쌀과 밀, 차 등 농산품을 실은 트럭과 경공업 제품 등을 갖고 나온 중국 상인들로 44년 동안 막혔던 국경 무역로가 북적였다. 이곳은 1962년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인 뒤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다. 무역로로 번성했던 563㎞의 옛 실크로드의 대동맥. 나투라 길의 재개통은 다가서는 양국 관계를 상징한다. 인도는 3225㎞에 달하는 중국과의 국경지역에 앞으로 6년동안 27개의 도로를 신설하기로 했다는 5일 두르다르샨 방송의 보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근년 들어 급증하는 무역규모는 이미 두 나라가 뗄 수 없는 동반자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두 나라 교역액은 136억달러. 전년에 비해 79%나 늘었다.1991년 교역액이 2억 6400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증가세다. 경제협력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과 함께 더 주목할 점은 전략적 접근이다.“국경을 맞댄 두나라가 무력 대치와 군비 부담을 덜고 나아가 전략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라지브 쿠마르 인도 외교차관은 지적했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하는 인도·중국의 전략적 협력은 물론 러시아까지 낀 ‘3각 협력’이 타진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2006년 두나라 우호의 해를 맞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인도 방문 등 최고지도자들의 상호방문을 협의중”이라고 쿠마르 차관은 설명했다. 압둘 칼람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놓고 있는 후 주석은 오는 11월 중순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인도를 방문할 것으로 뉴델리의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전략적 협력은 자원확보 분야에서도 한발 앞으로 나가고 있다. 인도석유천연가스공사(ONGC)는 지난달 11일 중국석유화공공사(SINOPEC)와 미국 오미멕스 드 컬럼비아 지분 50%를 8억달러에 공동매입키로 했다. 앞서 ONGC는 지난해 12월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페트로 캐나다로부터 시리아 유전 지분 37%를 4억 8400만달러에 사들였다. V S 라마무티 과기부 차관은 “정보통신분야는 물론 생명과학, 의약, 항공우주 분야까지 연구 데이터·과학자 교류 등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세계의 공장’ 중국과 정보기술(IT) 및 서비스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진 인도의 보완적인 경제구조가 협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라마무티 차관의 평가다. 집권 국민회의당의 알케이 아난드 상원의원은 “두 나라는 국제관계의 민주화와 세계정치의 다극화 등 21세기 신질서에 비슷한 입장”이라면서 “화해협력을 통해 양측 모두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두 나라 정치·외교분야의 전략적 협력은 지역협력체에 대한 상호 참여로 두드러지고 있다. 쿠마르 차관도 “인도가 상하이협력조직의 정식 회원이 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적극적인 자세다. 중국도 서남아시아협력회의(사크)에 옵서버 자격을 얻었다. 물론 두 나라의 협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 인도 미국상공회의소 라시미 티와리 박사는 “인도는 미국과 유럽 등으로부터 열렬한 ‘러브콜’을 받으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면서 “제조업이 취약한 인도로 중국의 싼 공산품이 쏟아지고 있는데 중국 상품이 인도시장을 평정하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력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도 최근 인도가 국가안보의 우려 때문에 중국의 인도 투자 제한과 외환관리법(FEMA) 등을 개정하지 않고 대중국 투자협정을 미루고 있다고 전한 것도 뿌리 깊은 중국 기피증의 한 예다. 현동화 전 주 인도 한인회장은 “1962년 전쟁 때 인도는 콜카타(당시 캘커타)를 점령당할 위기를 맞았을 정도로 두 나라의 의구심과 경쟁관계는 뿌리 깊다.”고 평했다. 아난드 의원은 “인도와 중국은 모두 다 실용외교를 축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평화적인 주변환경 확보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과거는 잊지 않지만 전진을 위해 내일에 더 무게를 두고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막을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jun88@seoul.co.kr ■ “합동 군사훈련등 전분야 신뢰 증진” |뉴델리 이석우특파원|“올해 중국과 인도는 군함을 파견해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다. 군사분야의 신뢰증진까지 두 나라의 관계발전 속도는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뉴델리 외교지역에 위치한 주인도 중국대사관. 쑨위시(孫玉璽) 중국대사는 “중·인 두 나라가 적극적으로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모든 부문에 걸쳐 전략적 협력 관계의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관계발전은 어디까지 왔나. -신뢰증진을 위한 핵심 분야인 군사분야까지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연내 군함까지 파견, 해상훈련을 공동으로 실시한다.2005년부터 군사훈련에 서로 참관단을 파견하는 등 신뢰회복을 두텁게 하고 있다. ▶경제협력은 어디까지 왔나. -지난해 두 나라의 무역은 전년도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었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2010년까지 500억달러 달성은 무난하다. 투자보호협정 등 제도적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경제분야의 진전이 다른 분야의 협력도 이끌 것이다. ▶인도 진출에서 중국의 관심 분야는. -경제 성장의 시동이 걸린 인도는 도로, 항만, 전기, 상하수도 등 부족한 사회간접자본(SOC)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상품수출뿐 아니라 SOC 건설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접근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인도의 상하이협력조직 참가가 미국에 대항하는 군사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란 우려가 그것이다. -중국이 주도,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상하이협력조직은 지역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결성·운영되고 있다. 미국을 겨냥하거나 반미 성향의 정치·군사안보체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도가 이 조직에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며 환영한다. ▶국제무대에서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지는 않나. -양국 모두 석유 등 자원확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협력 프로젝트 도출 등 가능한 한 경쟁을 피하고 협력 극대화 방안을 협의중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 등에서 ‘동병상련’ 처지여서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성사를 위해 전문가 그룹 발족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나라 다 인구만도 10억이 넘는 ‘발전중인 개발도상국’이다. 농촌빈곤화, 실업자, 에이즈 등 많은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고 그만큼 협력의 영역도 넓다.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움직임에 대한 입장은. -중국은 유엔안보리 이사국이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유엔에서 개발도상국들의 발언권이 더 확대돼야 보다 평등한 국제질서 구현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차원에서 인도의 역할 확대도 환영한다. ▶카슈미르 북부지역 등 영토분쟁의 해결 전망은. -아직 국경문제를 완전히 매듭짓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인도 방문 등을 통해 해결의 틀과 원칙을 마련했다.(두 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인도가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하고 중국은 인도의 시킴 왕국의 영유권을 사실상 인정하는 등 관계개선의 장애물을 제거해 나가고 있다.) jun88@seoul.co.kr ■ “2020년 친디아 GDP 세계40% 육박” 친디아(China+India)의 시대는 언제 열릴까. 인도가 1978년부터 개혁·개방정책을 표방하고 달려온 ‘선발주자’ 중국을 뒤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32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인도는 미국·중국에 이은 3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모건스탠리 등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2020년이면 중국과 인도의 GDP는 전세계의 40%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인도는 아직 경제지표로 볼 때 중국의 적수는 아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경우 인도는 중국의 10분의1 수준.2004년 인도의 FDI는 53억달러, 중국은 606억달러였다. 수출은 중국이 인도의 8배, 저축률도 두 배 규모다. 중국은 제조업이 전체 생산에서 40% 이상을 차지하지만 인도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도는 농업과 인프라의 수준이 세계 최하수준이다. 반면 인도는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업이 전체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우주항공기술도 국제적이다. 인도 과기부 C R 무르티 국장은 “인도는 10∼24살까지의 청소년 인구비율이 30%로 중국(24%), 일본(15%)보다 훨씬 높다.”며 “영어와 세계 최고수준의 수학교육으로 무장한 젊은 과학인재들이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고 자부했다.
  • 검은대륙 아프리카 어린이 ‘노동’ 는다

    검은대륙 아프리카 어린이 ‘노동’ 는다

    인류가 근대로 오면서 금지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아동 노동’이다. 어린이는 사랑과 교육을 받아야 할 존재라는 인식과 함께 세계적으로 아동 노동은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유독 아프리카 대륙의 어린이들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과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2004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5∼14세 어린이 4930만명이 노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2000년보다 약 130만명이 늘어난 수치다. ●아동 노동 비율도 아프리카 가장 높아 2000년 전 세계 일하는 어린이 2억 1100만명이 2004년 1억 907만명으로 10% 정도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시아태평양과 중남미 지역의 아동 노동이 많이 줄어든 덕분이다. 또 세계적으로 위험한 직종에 종사하는 어린이는 이 기간에 3분의1가량 감소했다. 반면 아프리카의 사정은 다르다. 일하는 어린이의 비율도 대륙별로 가장 높다. 인구 증가 덕분에 2000년 28.8%에서 2004년 26.4%로 다소 줄기는 했지만 전 세계 15.8%보다는 여전히 높다. 전체적으로 다른 나라의 1960년대 수준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가정부나 정원 관리뿐 아니라 매춘, 광산, 건설 현장, 살충제 살포 등 위험한 일에도 동원되지만 노동 대가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잠비아의 아홉살배기 소년 알론 반다는 1주일에 6일을 채석장에서 보낸다. 변변한 망치도 없이 축구공만 한 돌을 쪼아 가루로 만드는데 보름쯤 지나 한 가방 채우면 겨우 3달러를 받을 뿐이다. 케냐에서는 커피 수확 노동자의 3분의1가량이 14세 미만 어린이들로 채워진다. 탄자니아 어린이 2만 5000여명은 플랜테이션이나 광산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출생률 높고 ‘에이즈 고아’ 증가 탓 이렇게 아프리카 어린이 10명 가운데 2∼3명이 유년기를 도둑 맞고 있는 현실은 아직도 ‘검은 대륙’을 휘감고 있는 빈곤과 에이즈 때문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의 44%가 하루 1달러도 벌지 못하는데 출생률은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에이즈의 창궐로 노동력을 상실한 성인들은 늘고 있는 데다 부모를 잃은 ‘에이즈 고아’도 양산되고 있어 아동 노동력에의 의존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서유럽 ‘동구 이민자’ 논란

    ‘동구권 이민자가 몰려와 서유럽 일자리를 싹쓸이할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언론들은 요즘 연일 이런 부류의 보도와 전문가 경고를 싣고 있다. 과연 그럴까.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2일 동유럽 이민자에 대한 공포가 근거 없는 히스테리에 불과하다며 ‘일자리 싹쓸이론’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1면 기사를 내보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내년에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대해 자유로운 입국을 허용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기업가들은 동유럽 노동력을 원하고 있지만 정치권 반발이 만만치 않다.●정부, 동구 이민자 개방에 고심 노동당은 지난 2004년 새로 EU에 가입한 10개국에서 60만명이 영국 경제로 편입됐다면서 “이제는 ‘휴지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지난주 실업률이 지난 6년 이래 최고치에 이른 점도 이민자에 대한 강경 입장을 부추겼다. 반면 14개 영국 건설사 모임은 “값싼 임금과 관계없이 우리는 숙련된 장인이 부족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대부분 이민자들이 영국의 학교와 병원 등 사회복지 서비스를 거덜내고 건설 부문 임금의 하락을 초래하며 폭력 범죄의 증가, 심지어 에이즈(HIV)의 범람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이민조언서비스(IAS)의 사무국장 케이스 베스트는 “이 모두가 무지와 편견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먼저 얼마나 많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인이 영국으로 들어올 것인가. 개방 첫 해에 5만 6000명이 들어온다는 설부터 20개월 안에 30만명이 몰려올 것이란 추정까지 들쭉날쭉이다. 한마디로 공신력 있는 추산치가 없다.●‘이민자 공포’ 부추기는 보도 범람 데일리 메일은 지난 17일 동구 이민자가 실업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그러나 전체 고용자수가 늘고 있는 긍정적 현실은 보지 않은 것이라고 IAS는 지적했다. 지난달 고용자수는 2894만명으로 1971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다. 더 선은 지난 18일 이민자가 늘어난 최근 몇년 사이 육체 노동자 수입이 50% 떨어졌다고 전했지만 지난 6월 평균 소득은 성과급을 제외해도 1년 전보다 3.9% 늘었다. 지난 20일 피플은 불가리아 마피아가 헤로인, 매춘, 총기류를 들여와 범죄를 부추길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러나 불가리아는 범죄율이 유럽 평균보다 낮고 치안상태가 덴마크나 호주보다도 좋다.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지난 20일 루마니아 10대를 ‘HIV 시한폭탄’으로 비유했다. 루마니아의 에이즈 보균자는 전체 인구의 0.7%로 영국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더 타임스는 지난달 31일 넘쳐나는 이민자들로 학교와 보건 서비스가 축날 것이라고 했다.그러나 컨설팅기업 ‘언스트&영’은 전체 노동력의 8%를 차지하는 이민자가 국내총생산(GDP)에 10% 기여하며, 이는 세수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커리어 우먼] 안신영 바이넥스트창업투자 팀장

    증권·보험계의 예와 마찬가지로 벤처캐피털 업계도 여성들이 드물다. 바이넥스트창업투자의 안신영 팀장은 “모든 가능성을 꼼꼼히 점검하고 투자 대상 후보측에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오히려 잘 맞는 편”이라고 진단한다. 바이넥스트창업투자는 정보기술(IT) 외에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환경·에너지기술(ET) 등 차세대 첨단기술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다. 최근에는 ‘말아톤’,‘웰컴 투 동막골’,‘괴물’ 등 영화에 대한 투자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다. 대구도시가스가 소속된 대성그룹의 투자전문회사이다. 벤처캐피털은 대체로 설립된 지 몇년밖에 안된 기업에 기술력과 시장 가능성만을 보고 10억원 안팎을 투자한다. 때문에 기업 선정과 적절한 투자 시점(타이밍), 사후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모든 리스크(위험)를 다 점검하지만 투자 이후 예기치 않았던 요인으로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는 예도 종종 있다. 따라서 벤처업계의 기술 동향을 아는 것은 필수다. 안 팀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회계법인에 근무하다 1999년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미공인회계사(AICPA)를 따고 4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2003년 입사 당시에만해도 안 팀장은 첨단기술 용어를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였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기술관련동향, 산업동향, 투자를 요청한 업체들에 대한 서적이나 자료 등을 꾸준히 읽었다. 봐야할 보고서는 집에 가져가 두 아들을 재운 뒤에라도 다시 봤다. ●기업 선정·투자 시점·사후관리 3박자 중요 벤처 분야에 투자할 시기를 선정할 때는 승부사적인 기질이 필요하다. 안 팀장은 2004년에는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터치스크린 제조사인 디지텍시스템스에 4억원을 투자했다.PDA, 내비게이션 등에 쓰이는 터치스크린을 제조하는 이 회사는 국내 최고 기술을 인정받았고, 대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고, 올 하반기 중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안 팀장은 투자 대상을 국내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의 바이럴지노믹스(VGX)에 1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VGX는 에이즈 신약과 C형 간염 신약에 대해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유가증권상장업체인 VGX인터내셔널(옛 동일패브릭)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섬유·패션관련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1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이다. 정부도 참여하는 이 펀드가 결성되면 안 팀장은 국내 최초의 대표 펀드매니저가 된다. 이 펀드는 안 팀장이 산업자원부가 낸 공고를 보고 기획·제안해 받아들여졌다. 안 팀장의 실적에 대한 회사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매주 1~2개 회사 방문… 1년 4~5곳 투자 안 팀장은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본사를 방문한다. 매주 1∼2개의 업체를 찾아가지만 실제로 투자가 이뤄지는 곳은 1년에 4∼5개 정도다. 판매는 전혀 신경을 안쓰고 개발만 해놓으면 된다는 회사, 팔기만 하면 된다며 이익이 나는지 여부는 모르는 회사, 기술은 좋지만 시장이 거의 없는 회사 등이 투자 기피 대상이다. 해당 기업에서 각종 자료와 설명을 들으면 정확성 여부를 경쟁업체 또는 관련 업체와 협회 등에서 확인한다. 리스크 분산도 하고 결정이 옳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받기 위해 여러 벤처캐피털과 함께 투자하기도 한다. 안 팀장의 목표는 ‘수익을 냈다.’는 꼬리표를 갖는 것이다. 투자한 기업들이 증권시장에 상장되거나 투자 이후 회사의 경영 상태가 개선되면 펀드매니저가 수익을 거둔 것으로 계산된다. 안 팀장은 “한두번이 아니라 어떤 기업에 투자해서 얼마만큼의 수익을 냈다는 중·장기 운용 실적(트랙 레코드)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남들이 찾아내지 못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 ■ 안신영 팀장은 ▲1972년생 ▲1996년 이대 통계학과 졸업 ▲1997년 세동회계법인 ▲1998년 신한회계법인 ▲2000년 AICPA 취득 ▲2003년 바이넥스트창업투자 글 전경하 사진 최해국기자 lark3@seoul.co.kr
  • 막가는 노래방 요지경 실태

    막가는 노래방 요지경 실태

    노래방이 중병을 앓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팔지 말라는 술과 안주는 기본이 됐다. 여기다 도우미 아가씨까지 끌어들여 성매매금지 특별법으로 한물간 룸살롱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름만 도우미이지 접대부 뺨친다.가족끼리 찾던 건전노래방은 퇴폐일로의 노래문화에 오래전 갈 곳을 잃었다. 한 건물에 학원과 퇴폐 노래방이 병존하면서 교육현장에도 적지 않은 문제를 낳고 있다. 학부모들은 퇴폐 노래방의 급증을 걱정하며 관할 경찰서와 합동으로 주민들의 신고를 당부하는 사례도 있다.일각에서는 얼마 전 철퇴를 맞은 사창가와 룸살롱 등의 몰락이 이같은 기형적인 사회병리 현상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요즘의 노래방 속으로 들어가 본다. ●노래방 갈 데까지 갔다 얼마 전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김모(62·기흥구 구갈동 가현마을 신한아파트))씨는 생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인근 노래방을 찾았다가 낯뜨거운 장면을 목격했다. 노래방에 들어서자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복도에서 화장을 짙게 한 여인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가족과 황급히 업소를 빠져 나왔다. 김씨는 업소 문앞을 나오면서도 접대부로 보이는 아가씨들이 줄줄이 노래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김씨는 “자식한테 노래방 출입을 삼가라고 했다.”며 “노래방이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퇴폐 노래방의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간당 2만원가량을 지불해야 하는 도우미들이 고객을 위해 술을 부어주고 안주 시중까지 서비스한다. 분위기에 맞춰 술도 같이 마셔 주고 손님들의 짓궂은 요구도 받아준다. 여기다 팁까지 얹어 주면 즉석에서 ‘쇼’까지 보여준다고 한다. 옷을 벗어 신체부위를 노출하기도 하고 신체접촉을 허용하기도 한다. 그나마 이 정도는 나은 편이다. 도우미들이 노골적으로 2차를 권유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게다가 노래방 룸에서의 즉석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노래방 도우미들이 2차를 나가는 가격으로 받는 돈은 10만∼15만원가량. 돈 맛을 본 아가씨들이 손님들을 그냥 보낼 리 없다. 진한 화장과 향수로 치장한 도우미들은 대부분 속살이 훤히 드러나는 상의와 초미니스커트, 혹은 배꼽과 복부를 그대로 드러낸 청바지 차림으로 손님들의 시선을 자극한다. 핸드백은 꼭 지참한다. 남자 고객과 일행인 것처럼 하기 위한 위장이다. 눈이 맞으면 지속적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주말을 이용해 고객과 영화를 보기도 하고, 술자리를 따로 갖는 등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직접 고객을 확보해 보도방과 노래방에 떼어주는 수수료까지 챙겨 보겠다는 심산이다. 도우미로 나선 여성들의 나이도 일찌감치 제한이 없어졌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아가씨들로 무장했던 룸살롱의 경우와는 달리 30·40대 아주머니들도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출부나 가사도우미, 식당 등의 일자리를 구했던 이들이 이제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노래방을 택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당이나 소규모 맥주집 등에서 아주머니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란 전언이다. ●보도방이 주범 얼마 전 창원에서 파출부 사무실을 운영하던 최모(44·창원시 성남동)씨는 파출부 인력부족으로 장사가 되지 않아 고민하던 중 보도방으로 업종을 변경한 뒤 떼돈을 벌었다고 한다. 20대에서 40대까지 도우미 20여명을 고용해 노래방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하루 40만∼1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성남시 분당에서 40여명의 아가씨를 고용해 보도방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주말이면 하루 2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소문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보도방을 하기 위해 창업(?)을 서두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가씨가 있어야 장사를 할 수 있으니 명함을 만들어 곳곳에 돌리거나 화장실 벽 등에 부착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정보지를 이용, 고소득 수입을 보장한다며 유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자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가족들 모르게 노래방을 전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도방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보도방 업주 대부분이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아가씨 대기실로 사용해 적발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아예 덩치가 큰 봉고차를 구입, 차 속에 아가씨들을 대기시켜 놓고 핸드폰으로 주문을 받기도 한다. 이동식 사무실인 셈이다. 보도방은 노래방에 도우미를 보내기도 하지만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는 티켓다방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용인경찰서는 이들 보도방의 적발이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주민들과 함께 신고를 요청하는 전단지를 만들어 상가지역에 주기적으로 배포하기도 했다. 문구에는 ‘아이들과 노래방에 갈 수가 없어요.’라고 적혀 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보도방 통해 ‘도우미’ 공급받아 한 건물에 학원과 동시에 영업 분당과 일산, 용인 등 신시가지 아파트 밀집지역내 상가를 중심으로 퇴폐 노래방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널직한 가죽 소파에 편히 기댈 수 있는 등받이, 아예 신발을 벗고 들어가도록 방으로 만든 거실형 노래방도 우후죽순이다. 수입 대리석에 사치스러운 조명등을 갖추기도 하고, 도우미들이 함께 이용할 것을 예상해 룸도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다. 용인시 기흥구 아파트 밀집지 인근에 위치한 K노래방은 벽을 고가의 수입 방음벽돌로 치장, 각종 소음을 차단하고 복도는 카펫으로 치장하고 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창을 설치해야 하지만 대부분 광고 전단지 등을 이용해 가려 놓았다. 분당에는 현재 220여개의 노래방이 성업 중이며 상당수 노래방이 보도방을 통해 도우미들을 공급받고 있다. 사창가와 룸살롱 등에 종사하던 아가씨들도 아예 노래방이 수입이 낫다며 보도방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도방 업주들이 대형 룸살롱을 돌며 아가씨들을 빼내오기도 한다. 노래방을 찾는 도우미들은 보건소의 점검도 받지 않는다. 질병 감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에이즈의 감염경로가 사창가나 유흥주점보다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 등에서의 무분별한 만남이 더욱 위험하다는 한 보건소장의 말이 범상치만은 않다. 유흥주점에 비해 청소년들을 보호하기에는 턱없는 낮은 규제도 문제다. 건물에 학원이 있을 경우 수직제한이 4m에 불과, 한 층만 피하면 노래방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신시가지의 경우 한 건물에 노래방과 학원이 상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저녁시간 보도방 차량과 학원 차량이 뒤섞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학원생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에 밤이면 도우미와 술취한 손님들이 뒤섞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분당구 관계자는 “퇴폐를 부추기는 노래방 업주와 보도방도 문제이지만 도우미를 찾는 고객들도 다를 게 없다.”며 “오는 10월부터 접대부를 고용하는 업주는 물론 도우미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제를 개정한다고는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보건소 점검대상서 제외 성병·에이즈 감염경로로 성남시의 한 보건소장은 최근 에이즈 환자의 감염경로를 추적해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룸살롱이나 사창가보다 나이트클럽 등지에서의 무분별한 만남이 발병의 더 큰 원인이 되고 있으며, 노래방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에이즈 감염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감염경로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창가나 룸살롱 등은 보건소가 주기적으로 성병 감염여부 등을 체크해 오히려 안심(?)할 수 있다고 한다. 사창가는 보건소의 꾸준한 점검과 진료 덕분에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힌단다. 노래방의 경우 행정관청의 손길이 닿지 않는 데다 단속도 쉽지 않다. 술을 파는 것이 다반사여서 단속조차 융통성이 없어 보인다. 경찰도 신고가 들어와야만 단속에 나설 정도다. 보도방 아가씨들의 출입이 잦지만 제지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노래방 입구에서 지켜 서있을 수도 없고, 일일이 문을 열어 관계를 따져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동행한 손님이라는 데야 경찰도 속수무책이다.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노래방에 왔다고 하거나, 회사 동료라고 하면 그만이다. 노래방이 주류판매 묵인으로 적발될 경우 10일간 영업정지나 이를 대신하는 과징금이 부과되지만 주인들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도우미 사용의 경우 1차 적발시 영업정지 30일,2차는 3개월이지만 영업정지가 끝나면 똑같은 영업행태를 반복하기 일쑤다. 분당의 경우 지난해 처음 도우미 단속에 나서 220여개의 노래방 가운데 118곳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노래방에서 직접 도우미를 적발하기보다는 보도방 단속에 의존했다. 보도방에서 도우미를 보낸 장부를 압수해 줄줄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들 노래방은 여전히 건재하다. 도우미는 타 시·군에서도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적발이 쉽지 않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또 다른 문제는 도우미들이 보건소의 점검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무분별한 퇴폐영업 속에 무단방치돼 있어 음지에서의 질병확산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용인시 신갈오거리에 위치한 한 비뇨기과 의사는 2∼3년 전부터 노래방에서 성병에 감염돼 오는 사례가 적지않다고 말한다. 가장 골칫거리는 자각증상이 없다는 에이즈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그래서 최근 노래방의 퇴폐문화를 우려하고 있다. 분당내 에이즈 환자의 감염경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유흥업소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공무원들은 얼마 전 한 사창가 단속이 노래방 퇴폐문화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하고 분석하기도 한다. 노래방이 이같은 사회병리 현상을 대신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피 두세방울로 에이즈 진단

    국내 벤처기업이 피 몇방울로 에이즈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나노바이오 융합기술 전문기업인 디지탈바이오테크놀러지(이하 DBT, 대표 장준근 서울대 교수)는 26일 에이즈 환자의 ‘CD4 임파구’ 수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에이즈 모니터링 장비’를 개발, 국내외에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에이즈 진단장비로 사람의 혈액 속에 있는 백혈구 가운데 에이즈 감염시 현저하게 줄어드는 CD4 임파구 수치를 측정, 에이즈 감염 여부를 분석할 수 있다.”면서 “진단에 사용되는 혈액은 10㎕(2∼3방울)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이즈 감염이 확인되면 치료 경과와 약효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통상 1주일에 1회 정도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 현재 시장에 출시된 수입 제품은 대당 가격이 6500만원이며, 검사비용이 4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개발된 제품을 이용하면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라이프플러스] 상반기 에이즈 감염 하루 2.2명꼴

    올 상반기에 새로 보고된 에이즈 감염인은 모두 398명으로, 하루 평균 2.2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신규 에이즈 감염인은 남성 370명, 여성 28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신규 에이즈 감염인 317명에 비해 25.6%나 늘었다. 특히 이 가운데 감염경로가 파악된 202명 모두가 성접촉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경로별로는 남성 에이즈 감염인의 경우 이성 간 성접촉이 100명, 동성 간 성접촉이 84명이며, 여성 에이즈 감염인 28명은 모두 이성 간 성접촉으로 에이즈에 감염됐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133명(33.4%)으로 가장 많았다.
  • [발언대]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지정하자’/오기표 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방제과장

    소나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사랑은 각별하다.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남는 소나무는 끝임없는 역경 속에서 끈질기게 자신을 지키며 의연하게 살아온 우리 민족을 닮았다. 이런 소나무 26만여㏊가 소나무재선충병, 솔잎혹파리, 솔껍질깍지벌레 등의 공격을 받아 불과 10년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30배가 넘는 2만 6000㏊의 소나무가 병해충에 쓰러진 셈이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재선충병은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며 남부지방을 휩쓴 뒤 강원도까지 확산되는 등 전국 53개 시·군·구 7811㏊의 소나무를 싹쓸이했다. 1929년 전남 목포와 서울 비원에서 처음 발생했던 솔잎혹파리도 1988년을 정점으로 감소되는 듯하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여 산림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림청은 소나무를 지키기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1998년부터 소나무림 보전사업으로 전국 309곳 1649㏊에서 숲가꾸기 사업을 했고, 최근에는 소나무·참나무 집중육성권 조성사업으로 우량 소나무림을 가꾸고 있다. 전국 42개 육성권역,120개단지의 19만 8000㏊에 이른다. 또 강원·경북과 백두대간지역 금강소나무림 36만 2000㏊ 가운데 형질이 우량한 10만㏊와 ‘문화재 복원용 소나무육성사업’으로 37곳 1311㏊,23만 5000그루를 특별 관리·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나무에 대한 위기 의식이 높아지면서 국회뿐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소나무지키기국민연대 등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단기적 시책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소나무숲 보전관리 체계’의 정립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소나무를 나라나무(國木)로 지정하면 어떨까. 소나무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유도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정부차원의 소나무 육성대책이나 병해충 방제대책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소나무가 영원히 한국민과 한반도를 상징하는 역할을 이어가려면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오기표 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방제과장
  • ‘포스트 빌리 그레이엄’ 릭 워런 목사 내한

    ‘포스트 빌리 그레이엄’ 릭 워런 목사 내한

    “지난 한 세기 한국의 교회는 목회적 성과는 물론, 놀랄 만한 교세 성장을 이루어 전세계 기독교계의 리더이자 모델로 우뚝 섰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성장을 바탕으로 성령의 사역과 사회적 책임에 주력해야 할 터닝포인트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3·14일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목적이 이끄는 교회 콘퍼런스’에 초청돼 12일 한국에 온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크 포레스트의 새들백교회 담임 릭 워런(52) 목사는 도착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교회를 배우고 한국교회의 힘을 합치도록 격려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워런 목사는 1980년 새들백교회를 개척해 26년간 담임목사로 시무하면서 교도소 수감자와 CEO, 약물중독자, 에이즈환자 등을 위한 교회 안팎의 공동체 사역과 교회의 영적성장을 위한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해 ‘포스트 빌리 그레이엄’으로 통하는 인물. 세계 기독교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타임지의 ‘세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최근 뉴스위크의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1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34일간 13개국을 순방하는 투어에 나서고 있으며 이번 방한도 그 프로그램의 하나. 특히 13일 오후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상암월드컵경기장서 열리는 세미나와 집회에는 각각 2만명의 목회자와 10만여명의 신자가 모이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건강한 부흥과 신자들의 영적 성장에 대해 강연한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영적 공백과,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섬김의 리더십에서 동떨어진 자기중심적 지도자들, 질병, 교육 부재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때 목적과 의미있는 삶을 되찾을 수 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가진 교회가 안전한 사회구축을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그는 “이번 방한의 가장 큰 목적중 하나도 예수 그리스도안에 있는 생명의 축복을 한국사회에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기독교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평양대부흥운동(1907년) 100주년을 맞는 내년 3월 북한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복음을 전할 수 있다면 어떤 초청에도 응하지만 정치적인 목적은 배제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알려진 14일의 노무현 대통령 예방과 한국일정 후의 금강산 방문에 대해서도 “대통령과의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만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금강산에서도 내년 평양부흥운동 100주년 행사를 위해 종교 지도자들과만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교회들이 대사회 봉사를 멈춘다면 한국사회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한국의 교회를 치켜세운 워런 목사는 “그러나 지금 한국의 교회들은 어느 때보다 힘을 합해 협동하는 자세를 가져야 좋은 미래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빗방울 하나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없지만 빗방울들이 합쳐지면 사막에도 정원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종교간 대화로 열린교회 지향” “신앙 실천이 진정한 종교개혁”

    개신교와 천주교의 거물급 인사가 나란히 한국을 방문해 기독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13∼14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부흥의 파도를 소망하라’는 주제로 열리는 ‘목적이 이끄는 교회 콘퍼런스’에 참가하는 미국 새들백교회 릭 워런(52) 목사와 16일부터 경기도 의왕시 아론의 집에서 진행되는 ‘교회일치를 위한 아시아지역 주교세미나’에 참가하는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일치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73) 추기경. 이 가운데 워런 목사는 2002년 발표돼 2300만부가 팔려나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 이 책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이기도 하며 국내에서도 80여만부가 보급됐다. 워런 목사는 책의 수익금으로 목회자와 에이즈 환자들, 피스(PEACE) 프로젝트를 위한 세 개의 펀드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포스트 빌리 그레이엄’으로 불릴 만큼 세계 기독교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인물이다. “21세기의 종교개혁은 믿음을 단순히 입술로만의 고백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으며 소탈한 생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뉴스위크 선정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15인’에 포함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내년 3월 평양에서 열릴 ‘평양 대성회’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한국에 이어 북한 방문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독일 출신의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세계 교회의 대표적인 신학자로 인정받는 인물.1954년 발표한 논문 ‘토마스 데 아퀴노의 진리에 관한 논제에 나타난 인간의 인식론’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루터교회-로마가톨릭교회 국제대화위원회 공동의장, 교황청 신앙교리성과 문화평의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종교간 대화에 앞장서 왔으며 지난 2001년 추기경에 임명됐다. 그가 참석할 주교 세미나는 교황청 일치평의회가 교회일치를 위해 대륙별로 진행하는 것. 지난해 아프리카와 브라질에서 열렸으며 이번 한국 행사에 이어 내년 2월 필리핀에서 아시아 지역 2차 세미나가 계획돼 있다. 한국 행사에는 김수환·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한국 주교단, 아시아 15개국 주교회의 교회일치 담당 주교들이 참석해 교회일치와 관련한 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카스퍼 추기경은 방한중 세미나 참석과 함께 한국 그리스도교 교단장 간담회, 한국 그리스도교 일치 포럼 기조강연,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간질의 날과 스티그마/ 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리겠으나 ‘간질의 날’이라는 것이 있다. 작년에 이어 올 6월 두번째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월드컵 열기에 묻힐 것이 염려되어 9월로 연기되었다. 행사 목표는 단순하다. 간질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통념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그래서 제1회 행사의 제목도 ‘그늘 밖으로’였다. 그늘 속의 간질이라는 병을 밝은 햇빛이 있는 곳으로 끌어내자는 의도이다. 그렇다면 간질이라는 병은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인데 왜 그늘 속에 있는 것일까? ‘스티그마’라는 말이 있다. 낙인, 오명, 치욕, 병의 특징적 증후 등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곤충의 표면에 있는 호흡구멍의 이름이기도 하다. 또 종교적으로는 성도들의 신체에 나타났다고 하는 성흔을 의미한다. 의학적으로는 이 스티그마를 이용하여 특정 질환을 쉽게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표면에 나타난 극히 일부분의 모습으로 전체를 파악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흔히 과거의 행적이나 어떠한 사물 또는 현상의 특징으로 인해서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말하는데 쓰인다. 죄수에 찍힌 낙인이나 ‘주홍 글씨’와 같은 노골적인 스티그마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은연중에 형성된 눈에 보이지 않는 스티그마의 영향 또한 무섭다. 특히 스티그마가 잘못된 이해로 생겼다면 편견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예는 많다. 에이즈라는 질환에 대하여 문란한 성생활을 떠올린다면 잘못된 스티그마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간질은 매우 오래 전부터 알려진 병이다. 고대 함무라비 법전이나 성경, 또 히포크라테스의 문서에도 간질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예술 작품에도 흔히 등장하여 라파엘로의 ‘예수의 변형’이라는 작품에서는 간질발작을 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 인구의 0.5% 내지 1%는 간질환자로 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질이 다른 병과 달리 아직도 그늘 속에 머물러 있는 데에는 잘못 형성된 스티그마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영향이 큰 스티그마는 아무래도 환자의 증상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평상시에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몸을 떤다든가 정신없이 엉뚱한 행동을 하는 모습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을 수 있다. 이런 증상이 과거에 간질을 귀신들린 현상으로 오해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간질이라는 병이 뇌의 정상적인 전기현상의 순간적인 교란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안다면 이상할 것이 없다. 일시적인 뇌의 기능 이상이 일시적인 이상 증상을 초래하는 것뿐이다. 두번째 스티그마는 간질은 유전질환이며 자식에게 유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심지어 환자의 보호자도 우리 집안에는 이러한 질병이 없다며 억울해 한다. 그러나 실제로 유전적 경향이 있는 간질은 흔하지 않으며 설사 이러한 경향이 있어도 자식에게서 나타날 확률은 매우 적다. 물론 약물을 복용하면서 임신도 가능하다. 세번째로 간질은 난치병일 것이라는 잘못된 상식이다. 이 또한 틀린 생각으로 대부분의 간질 환자들은 약물 복용 또는 수술 치료 등으로 증상없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다음의 인물들의 공통점이 무엇이겠는가?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도스토옙스키, 나폴레옹, 차이콥스키, 노벨, 고흐…. 모두 간질의 병력이 있었던 역사 속의 위인들이다. 스티그마를 통해 형성된 사회적인 편견은 당연히 환자들의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방해한다. 억울한 ‘사회적 왕따’가 되어 취직과 결혼이 힘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올바른 치료를 받는 데에도 걸림돌이 된다. 환자들이 병을 알리는 것을 꺼려하여 병을 자꾸 숨기고 병원에도 오지 않으려 한다. 미식축구의 슈퍼스타 워드의 방한으로 일어났던 인종 차별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행사가 쌓여서 편견에 희생되고 있는 간질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장벽이 낮아지고 환자들이 보다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건 서울대 의대 교수
  • 워싱턴DC ‘에이즈와의 전쟁’

    인구 60만명의 미국 수도 워싱턴DC가 한바탕 난리통을 칠 것 같다. 미국에서 가장 에이즈 보균자가 많은 것으로 손꼽히는 도시에서 특단의 대책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27일 시 보건당국이 14∼84세 시민을 대상으로 에이즈 바이러스(HIV) 보균 검사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려 8만명 분량의 진단 키트가 투입된다. 시민 10명 중 1명이 검사를 받는 미국 도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조치인 셈이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와 건강 클리닉과 병원, 메디컬 센터 등에서 조사 대상자들이 입을 벌린 채 가검물을 면봉으로 채취받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물론 개인의 동의를 먼저 얻어야 하며 20분만 기다리면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선 100만명에 이르는 에이즈 보균자에 매년 4만명이 새로 감염되고 있다. 전체 보균자 가운데 4분의 1은 감염 사실조차 모른다. 워싱턴DC는 이번 검사를 통해 감염자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 당국이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올 경우, 이들을 상담하고 지원할 수 있는가이다. 양성 판정을 받은 누구든 의료 처치를 받고 추가 상담이 제공될 것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많은 보균자가 쏟아져 나올지는 미지수이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비만 유발 稅 물리자”

    “비만 유발 稅 물리자”

    ‘뱃살에도 세금을 물리자.’ 오는 2013년이면 미국 전체 인구 3억명 가운데 9000만명이 비만 판정을 받게 된다. 지난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1980년 미국의 성인 비만 인구는 2300만명(전체의 15%)에서 20년새 3배로 늘었다.2003년에는 30.6%까지 올랐다. 비만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에이즈, 암, 교통사고 희생자보다 더 많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750억달러(약 75조원)를 웃돌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의학협회(AMA) 연례총회에서 참석자들은 청량음료 등에 첨가되는 감미료에 비만세(fat tax)를 부과, 공중보건 캠페인 비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연방정부에 요구했다고 CBS 방송 등이 전했다. 미국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청량음료와 패스트푸드에 비만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비만 관련 질병 예방 캠페인을 위해 세금 부과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MA는 기존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에 한정하지 않고 감미료가 들어가는 케첩 등 모든 가공식품 제조업체에 대해 세금 부과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일부 정치인들도 감미료 첨가 제품에 ‘경고 라벨’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등 감미료는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 비만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AMA는 캔음료 하나에 1센트씩만 부과해도 한해 15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총회 참석자들은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소금의 양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역시 2003년 비만 인구 비율이 각각 23%와 14.3%로 비만 국가로 분류되는 영국과 캐나다에서도 ‘뱃살과의 전쟁’을 위한 세금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매년 3만명이 비만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면서 비만세를 둘러싼 의료계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음료·식품업계와의 충돌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영국 남성의 47%, 여성의 33%가 과체중이며 어린이 비만도 급속히 증가,6세 아동의 경우 10명 중 1명꼴로,15세 청소년은 5명 가운데 1명이 비만 판정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담과 각종 치료 등으로 5억파운드(약 8850억원)의 돈이 쓰이고 있으며 보험회사들은 과체중 보험 가입자에게 더 올려 받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캐나다 의학협회(CAM)도 지난 3월 연방정부에 비만세 신설을 강력히 요구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World cup] “인권 등에 월드컵 만한 관심을”

    유엔 사무총장은 월드컵을 어떻게 바라볼까. 코피 아난 총장은 월드컵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면서 자신의 바람을 실은 글을 발표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주말호(10·11일자)에 실린 기고문 요지다.유엔 사무총장이 축구에 대한 글을 쓴다면 혹시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월드컵은 나와 유엔 직원들에게 부러운 생각을 들게 한다. 월드컵은 종족과 종교를 넘어선 지구촌 모든 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보편적인 운동의 정점에 서 있다. 이 점에서 월드컵이 유엔보다 더 보편적인 존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유엔 회원국은 191개국이지만 세계축구연맹(FIFA)은 207개 회원국을 갖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을 부러워하는 데에는 더 중요한 이유들이 있다. 우선 그 진행과정을 많은 이들이 상세하게 아는, 모든 이들의 관심을 끄는 행사란 점에서다. 언제 경기가 열렸는지, 어떻게 진행됐는지, 누가 골을 얻었고, 누가 실수 했는지…. 나는 지구촌 국가들이 더 많은 선의의 경쟁에 뛰어들었으면 하고 바란다. 인권을 위한, 유아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초등교육의 확대를 위한…. 월드컵에서와 같이 세계인들의 뜨거운 주목 속에서 말이다. 월드컵의 위상을 어찌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이유는 온 인류의 화제의 중심에 서 있고 뜨거운 분석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남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카페에서부터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적잖은 지식으로 각 경기와 선수들을 평가하며 열변을 토한다. 인류의 당면 현안도 월드컵처럼 지구촌 식구들의 화제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 배출가스를 줄이고, 에이즈 감염자를 막고, 인류발전지수를 높이는 데 내 조국이 뭘 했는지를 놓고 월드컵처럼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기를 나는 고대한다. 월드컵을 부러워하는 세번째 이유는 같은 규칙 아래 원하는 이들이 동등하고 자유롭게 자웅을 겨룬다는 점이다.참가자들의 재능과 협동심이 구비해야 될 필요한 자격일 뿐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규칙 아래 더 많은 국가와 개인간의 교류가 이뤄졌으면 한다. 네번째는 월드컵이 국경을 넘어선 이동과 취업의 장점을 많은 이들에게 일깨우고 있다는 점이다. 더 많은 나라 국가대표팀들이 다양한 국적의 감독과 코치를 모셔오고, 다른 국적의 선수들을 입양해 온다. 이들은 입양된 나라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꽃이 피려면 나비와 벌이 다른 꽃에서 꽃가루를 옮겨오듯 국경을 넘어선 취업·이민의 역할을 월드컵은 이해하게 한다.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다른 국적의 감독과 코치, 이적 선수들을 바라보는 그 따뜻함과 호감의 태도로 이민과 국경을 넘는 인구 이동의 장점 및 공헌을 더 많은 이들이 바라봐주기를 나는 소망한다. 한편 어떤 국가들에는 월드컵 본선 출전은 가슴 벅찬 국가적 자부심이 된다. 처녀 출전 국가들에, 내 조국 가나에 그랬던 것처럼, 명예로운 훈장이 된다. 오랜 고난을 이제 겨우 넘어선 앙골라는 월드컵 본선 출전으로 국가 전체가 새 출발의 활기찬 분위기를 갖게 됐다. 최근 폭력과 갈등으로 상처난 코트디부아르에서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대표팀은 국가적 화합과 단결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무엇보다 나를 부럽게 하는 것은 ‘골(목표)의 완성’이다. 모든 지구촌 나라들과 온 인류가 큰 가족의 일부분으로 함께 기뻐하고 공동의 축제를 즐기면서 하나됨을 확인하는 것이다.정리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WORLD CUP] 제3세계 ‘열기’… 미국은 ‘냉기’

    ‘혁명은 축구공에서 나온다?’무게 441g의 축구공이 제3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전 세계 10억명의 눈을 사로잡을 지구촌 축제가 9일(한국시간 10일 오전)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12일자 최신호를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랍 등 제3세계에서 ‘둥근 축구공’이 불러오는 변화의 바람을 소개했다. 나이지리아 빈민가부터 단파 라디오로 중계 방송을 듣는 콩고 정글에도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44년 동안 국민들을 억압해 온 미얀마 군사정권과 핵문제로 서방과 날카롭게 대치하는 이란, 독립 4년 만에 내전에 휩싸인 동티모르에서도 축구는 스포츠 그 이상이다.축구는 아프리카 소년들에게는 그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나 인쇄물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시에라리온에서 HIV(에이즈 바이러스)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시민단체 ‘크리스천 에이드’ 회장 레이첼 바갈레이는 “축구야말로 에이즈의 위험성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극찬한다. 그녀는 “축구는 서로 동료애를 느끼고 자부심을 키워 주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케냐의 구호단체인 ‘얼라이브 앤드 키킹’이 후원하는 축구 경기는 효과적인 활동이다. 소년 선수들은 ‘안전한 놀이(safe play)’라는 빨간 리본을 달고 경기에 출전한다. 안전한 놀이는 ‘콘돔을 착용한 안전한 섹스’를 의미한다. 이 단체 사무총장인 짐 코건은 “에이즈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축구야말로 위험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언어”라고 말한다. 2001년 ‘세계 홈리스(노숙자) 월드컵’을 창안한 멜 영도 축구를 통해 기적을 맛보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열린 1회 대회가 끝난 후 참가선수 141명 중 43명이 홈리스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에 복귀했다. 축구는 정치·사회적 변화를 갈망하는 민주화의 신호탄으로도 작용한다. 이란 여성에게 축구는 자유의 상징이 됐다. 이란 정부는 여성들의 축구 경기장 입장을 법으로 금지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이란 여성들이 TV 중계를 통해 축구를 볼 수 있는 자유도 1987년에야 허용됐다. 지난해 6월 독일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놓고 이란과 바레인이 겨룬 지역 예선전이 열린 아자디 스타디움.100여명의 여성이 축구장 입장을 가로막는 경찰과 대치했다. 그들은 “자유는 내 권리, 이란은 내 조국”이라는 구호를 외쳤다.5시간 동안의 시위 끝에 50여명이 경기장에 들어갔고 남성들과 함께 축구를 관람했다.1979년 이란혁명 이후 처음으로 허용된 것이다. 이란 여성들의 쾌거는 당일로 끝나고 말았다.8일 국내에 개봉된 자르파 파나히 감독의 영화 ‘오프사이드’는 아자디 시위를 소개한 것이다. 이란 여성단체회장 아르페 엘야시는 “이슬람 율법이 결코 축구와 남녀 평등을 바라는 여성들의 열정을 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다시 가둔 미얀마도 월드컵 열풍을 비켜갈 수는 없다. 축구는 1962년 쿠데타로 군부 독재가 시작되면서 민주화 운동과 함께 탄압받았다. 군부가 축구로 인해 민주주의가 전파될까 두려워한 탓이다. 그럼에도 미얀마 국민의 절반인 2500만명이 독일 월드컵을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얀마 전문가인 앤드루 마셜은 “정부가 전기를 배급하고 있지만 축구 시청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의 고통을 잠시나마 지워줄 월드컵 시청을 막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군부는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전통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았던 크리켓보다 축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탓이다. 인도 사회에서 축구의 대중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되고 있다. 뉴델리의 빅람 싱은 “축구야말로 글로벌 인도를 보여 주는 새로운 전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켓이 국민 스포츠인 방글라데시 대학생들은 최근 ‘축구 시위’를 벌였다. 대학 당국이 “월드컵 시청을 위해 TV를 비치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기숙사 가구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 농성으로 대응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자국 대표팀의 경기 당일 절반 근무를 공식 선언했다. 에콰도르는 9일 폴란드와 본선 첫 경기를 벌인다. 국민들은 오전 근무만 하고 축구를 보러 바삐 퇴근하게 된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깨미동과 떠나는 생각여행] (12) 자신의 ‘브랜드 힘’ 키우기

    [깨미동과 떠나는 생각여행] (12) 자신의 ‘브랜드 힘’ 키우기

    ●생각 열기 다음 보기를 보면서 여러분은 어떤 브랜드 이름을 떠올리고 싶으세요? (보기) 남성 미용실( ), 갈증해소음료( ), 지식검색 ( ) 대부분 남성 미용실은 ‘블루 클럽’, 갈증 해소음료는 ‘게토레이’, 지식검색은 ‘네이버’를 떠올릴 것이다. 옆 친구와 적은 것을 비교해 보라! 자신이 쓴 브랜드 이름과 같은 브랜드를 적은 친구들이 상당히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어떤 상품을 선택할 때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고 떠올리게 된다. 사실 남성들이 헤어 컷을 할 때 어떤 미용실을 가든지 상관이 없다. 또한 갈증이 날 때 어떤 음료수를 먹든지, 찾고 싶은 지식이 있을 때 어떤 사이트를 통해서 정보검색을 하든지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남성이면 꼭 ‘블루클럽’을 가야만 할 것 같고, 갈증이 나면 꼭 ‘게토레이’를 먹어야만 할 것 같고, 지식검색은 왠지 ‘네이버’에 더 많은 정보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우리들의 머릿속에 맴돌게 되며 결국에는 생각한 것들을 선택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의 힘이다. 특정한 단어를 언급하면 그 상품과 기업의 이미지가 떠올려지고 그 상품과 자신을 동일화시키는 것, 이러한 브랜드의 힘은 기업의 매출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데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에 날개달기 이렇게 브랜드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블루오션 영역(차별화와 저비용을 통해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의 최초가 되어 소비자의 인식 속에 강하게 각인시키든지, 레드오션 영역(수많은 경쟁자들이 우글거리는 시장, 블루오션과 반대 개념)에서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인지도가 없던 제품이 인기상품으로 자리매김한다. 이러한 예는 우리나라 맥주 회사의 양대 산맥으로 OB 맥주와 크라운 맥주를 들 수 있다. 예전에 크라운에서 만든 ‘하이트’ 맥주가 나오기 전에는 OB 맥주가 더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91년도 두산(OB맥주)이 낙동강 페놀 사건으로 주춤하고 있을 때, 크라운 맥주는 ‘천연 암반수로 만든 깨끗한 맥주‘ 라는 브랜드로 물의 깨끗함을 강조한 제품 ’하이트 맥주‘를 출시하였다. 이후 기업의 이름마저 크라운에서 ’하이트‘로 바꿀 정도로 히트상품이 되었다. 이러한 브랜드의 힘은 상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100인에 한국인 3명이 포함되었다. 연예분야에서는 가수 ‘비’가, 과학 분야에서는 에이즈에 도전하는 하버드 의대 ‘김용’교수님이, 개척자 분야에서는 골프 파란을 일으킨 ‘미셸 위’가 선정되었는데, 각 분야마다 자신의 브랜드를 성실히 키워 세계가 주목하게 만들었고, 대한민국을 빛내는 힘을 발휘하였다. 이러한 예들을 보며 우리 청소년들은 ‘도전을 받을까?’ 아니면 ‘나와 별개의 상황’이라고 생각할까? 가수 ‘비’는 ‘연예분야’에서, 김용 교수님은 ‘과학 분야’에서, 미셸 위는 ‘개척자 분야’에서 각각 그 브랜드를 키울 수 있었다. 우리가 늘 주목하는 과학이나 기술, 의료, 경영 분야에서 브랜드를 키우지 않아서 가수 ‘비’가 영향력이 없다고 말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열정을 사랑하고 그 열정 속에 자신감과 성실함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나간 것이다. 간혹 학교현장에서 보면 개성은 없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이 넘치는 친구 ○○○, 친구를 잘 도와주는 친구 ○○○, 딱한 처지를 보면 가슴 아파하는 친구 ○○○,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 ○○○, 웃어른을 공경하는 친구 ○○○, 질서를 잘 지키는 친구 ○○○, 발표를 잘 하는 친구 ○○○가 눈에 띈다. 이들 역시 자신만의 고유 브랜드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자신의 컴퓨터 지식을 브랜드화한 ‘빌게이츠’도 있고, 노숙자를 향한 감동적인 사랑의 실천을 브랜드화한 ‘밥퍼’ 목사님도 계시기 때문이다. 또한 이에 견줄 수 없지만 정신 지체 1급 장애자이면서 부모님을 향한 사랑이 남다른 ‘맨발의 기봉씨’는 효를 브랜드화한 예다. 자! 이제 나에게 어울리는, 그리고 나만의 브랜드로 키울 수 있는 것을 찾아보도록 하자. 세상에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단지 오르려 하는 산이 다를 뿐이다.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나만의 분야에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어떠한 브랜드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며 개발해 나갈 것인지 깊이 한번 생각해 보자. ●생각 주머니 넓히기 1. 브랜드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점검해 보자. ★ 목표지수 목표없음 목표있음 0 1 2 3 4 5 6 7 8 9 10 ★ 자존감지수 자존감 낮음 자존감 높음 0 1 2 3 4 5 6 7 8 9 10 ★ 열정지수 열정없음 열정많음 0 1 2 3 4 5 6 7 8 9 10 2. 다음은 타임지 100인의 사진이다.‘?’의 부분에 자신의 사진을 넣어보자. 어떠한 분야로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사람이 될 것인지 꿈꾸어 보자.
  • 美 간호사 빼가기 개도국엔 고통

    美 간호사 빼가기 개도국엔 고통

    미국이 전 세계 ‘간호 인력’을 싹쓸이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의 의료 체계가 심각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미 상원이 외국 간호사의 이민 제한을 사실상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의료 인력’의 독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 병원협회는 현재 11만 8000명의 간호사가 부족한 상태이며 2020년까지 부족한 인력 규모는 8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5일 세계 최대의 ‘간호사 수출국’인 필리핀 병원들이 의료 인력의 대량 유출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개도국의 보건 체계가 크게 흔들리면서 에이즈 등 질병 퇴치를 위한 노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병원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매년 수천명의 간호사들이 필리핀을 떠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국립 병원의 의료 인력 대부분이 이민을 계획하거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지 코르데노 필리핀 간호협회 회장은 “숙련된 간호사들이 다 미국으로 가면 남는 건 필리핀 사람들의 고통뿐”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필리핀 정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5만명이 넘는 간호사와 의사가 해외로 떠났다. 폐업하는 민간 병원도 늘고 있다.1998년 이후 687개의 병원이 문을 닫았다. 의료 인력의 부족이 큰 원인이었다. 필리핀 민간병원협회는 앞으로 4년 동안 폐업하는 병원은 1000여곳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도 필리핀 전역의 국립 병원과 개인 병원들은 인력 부족으로 진료 과목을 줄이고 있다. 미국 이민은 필리핀 중산층에게 매력적인 기회다. 필리핀에서는 국립 병원 의사의 한 달 월급은 300달러(약 30만원)가 채 되지 않는다. 간호사는 150달러 미만이다. 미국에서 간호사 연봉은 3만 6000달러(약 3600만원)를 넘는다. 필리핀의 의사들조차도 미국에 간호사로 취업할 정도다. 호세 레이예스 메모리얼 병원의 간호 훈련 담당 베아트리츠 솔은 “교육을 마친 간호사의 90% 이상이 6개월도 안돼 (해외로)이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국립병원에서 일하던 수백명의 의사들이 간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교육받고 있다.”면서 “그들도 부끄러워하지만 (미국에서) 간호사가 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한탄했다. 자국 노동력의 해외 수출에 적극적인 필리핀 정부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필리핀은 해외로 나간 국민들이 보내는 달러에 많이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해외 거주 필리핀인들이 고국에 보낸 송금액은 123억달러(약 12조 3000억원). 올해는 13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미국 이민 제도로도 매년 전 세계 1만 4000여명의 간호사가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가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사설] 인류애 남기고 떠난 이종욱박사

    평생 ‘낮은 곳’에 헌신하고 세계인에게 사랑을 베푼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그제 타계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은 공교롭게도 WTO연차총회 개막일이었다. 회의준비로 자신의 건강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니 더욱 안타깝다. 그의 급서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을 잃은 우리 국민은 물론, 인류애에 감명받은 지구촌 가족들에게도 큰 슬픔을 안겼다. 유엔유럽본부에 조기가 걸리고 각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는 것은 고인이 남긴 커다란 발자취에 대한 조그만 보답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박사의 삶은 봉사와 희생과 사랑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그는 돈보다 봉사를 택한 이 시대의 진정한 의사였다. 서울대 의대재학 시절엔 안양 나자로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았다. 대학졸업 후에는 봉사활동 중 만난 일본인 부인과 함께 멀리 남태평양의 피지와 사모아 섬으로 날아가 한센병 환자 치료에 정성을 쏟았다. 그래서 세계 의료계는 그를 ‘21세기의 슈바이처’로 부른다.WHO 예방백신사업국장 시절엔 백신 개발로 소아마비 유병률을 세계인구 1만명당 1명으로 낮춰 ‘백신의 황제’란 칭호를 얻기도 했다. 최근엔 에이즈와 조류독감 퇴치에 앞장서는 등 세계보건 증진에 기여한 공로는 실로 대단하다. 이 박사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봉사와 희생정신, 숭고한 인류애는 영원히 빛날 것이다. 그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는 이 박사처럼 봉사를 천직삼아 사랑을 심는 한국인들이 수두룩하다. 힘 없고 가난한 사람을 향한 봉사의 삶에는 크고 작음이 있을 수 없다. 고인의 뜻을 이어갈 ‘큰 한국인’을 또 기다린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