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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메라리가] 영원한 제국은 없다

    스페인 프로축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아틀레티코)가 18년 만에 프리메라리가 정상에 올랐다. 아틀레티코는 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누에서 열린 2013~14 프리메라리가 최종전에서 후반 4분 디에고 고딘의 동점골에 힘입어 FC바르셀로나(바르사)와 1-1로 비겼다. 승점 1을 추가한 아틀레티코는 28승6무4패(승점 90)로 역시 승점 1을 보태는 데 그친 2위 바르사(27승6무5패·승점 87)를 제치고 1995~96시즌 이후 1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프리메라리가에서 양강 구도를 이끌어 온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 외의 팀이 우승한 것은 2004년 발렌시아 이후 10년 만이다. 바르사가 이길 경우 두 팀의 승점은 89로 같아져 리그 맞대결에서 1승1무가 되는 바르사가 승자승 원칙에 따라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사실 초반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그랬다. 하지만 바르사는 선제골을 넣고도 끝까지 리드를 지키지 못해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스페인국왕컵 우승에 실패한 바르사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 1개 없이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은 경기 직후 사퇴했다. 전반까지는 바르사가 역전 우승에 접근했다. 전반 16분 아틀레티코의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 6분 뒤 미드필더 아르다 투란이 부상 때문에 연속으로 교체 아웃됐다. 바르사는 전반 34분 알렉시스 산체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리오넬 메시가 트래핑한 볼을 잡아 선제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아틀레티코는 후반 4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디에고 고딘의 천금 같은 헤딩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바르사는 사비 에르난데스와 네이마르까지 교체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반면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 우승을 차지하는 아틀레티코는 지키는 데 주력하며 역습을 노렸다. 결국 시즌 내내 강고한 수비력을 과시해 온 아틀레티코는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바르사의 파상 공세를 잘 막아 내 기어코 통산 10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바르사의 해결사 메시는 이날도 골 사냥에 실패, 올 시즌 아틀레티코와의 6차례 맞대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한편 시즌 막판 우승 경쟁에서 밀려난 레알 마드리드는 에스파뇰과의 최종전을 3-1 승리로 장식, 3위로 시즌을 마쳤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허벅지 뒤쪽 근육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한입 바나나’ 기획된 저항

    ‘한입 바나나’ 기획된 저항

    다니 아우베스(31·바르셀로나)가 일으킨 ‘바나나 열풍’은 ‘기획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심각하게만 여겨지던 인종 차별이란 주제를 유쾌한 방법으로 세상에 알린 공이 크다는 평가다. 스페인 스포츠 전문지 AS는 아우베스의 팀 동료인 네이마르가 지난 3월 에스파뇰과의 프리메라리가 경기 도중 원숭이 울음소리를 들은 뒤 매니지먼트사, 아우베스 등과 머리를 맞대 ‘작전’을 짰다고 30일 전했다. 바나나가 날아들면 카메라 앞에서 벗겨 먹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파하기로 한 것. 물론 이틀 전 비야 레알과의 경기 도중 아우베스에게 날아든 바나나는 작전이 아니라 질 나쁜 관중이 던진 것이었다. 부상으로 결장한 네이마르는 TV 중계로 아우베스가 바나나 먹는 걸 본 뒤 아들과 함께 바나나를 먹는 사진을 찍어 미리 준비한 ´우리는 모두 원숭이’란 구호와 함께 SNS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러자 축구 스타와 유명인들이 줄지어 비슷한 사진을 촬영해 올렸다. ‘작전’에 가담한 광고 전문가 구가 케처는 AS와의 인터뷰에서 “말보다 행동의 파급력이 더 크다”며 “원래 네이마르가 바나나를 먹기로 했지만 아우베스에게 먼저 기회가 왔다. 하지만 똑같은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견에 근거한 악습을 근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해자가 노리는 피해자의 아픔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 의류 브랜드가 발 빠르게 지난 29일부터 이 구호와 바나나 이미지가 들어간 티셔츠를 25유로(약 3만 6500원)에 판매할 수 있었던 것도 몇 주 동안 준비한 덕이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남미대륙의 볼리비아는 안데스 지역 최고의 문명지로 잉카제국의 영토였다. 또한 1535년부터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다 1825년에 독립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곳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간헐 온천이 있는 솔 데 마냐나와 신비의 소금결정이 만든 소금 사막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15만년 전 바다의 일부였던 소금 사막은 육지와 바다가 분리되고, 시간이 흘러 소금만 남아 하늘과 땅 사이에 경계선이 없을 만큼 넓고 맑은 경치를 자랑한다. 우기에는 하얀 소금 위로 빗물이 고이면서 하나의 호수가 생긴다. 이 호수는 온 세상이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사돼 신비로움을 자아내는데….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6시 10분) 운명의 장난에 그들은 더 이상 친구일 수 없다. 이곳에서는 모두를 의심해야 한다. ‘마피아를 잡아라’ 게임을 통해 찾으려는 자와 숨으려는 자의 대결이 시작된다. 상대의 눈을 속여야만 살 수 있는 치열한 대결과 함께 식스센스와 같은 반전이 펼쳐진다. 과연 이들 중 최후의 1인은 누가 될까. ■만나고 싶습니다(EBS 일요일 오전 9시 40분) 국악인 안숙선 명창이 만나고 싶은 지인은 이 시대의 지성 이어령 박사다. 25년 전 안숙선 명창은 우연한 기회로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어령 박사를 만났다. 그 후 지금까지 이어령 박사는 때로는 스승으로, 때론 아버지 같은 존재로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마다 늘 상담자 역할을 해 주었는데….
  • 여유 즐기는 여행자의 꿈, 스페인의 모든 것

    여유 즐기는 여행자의 꿈, 스페인의 모든 것

    스페인의 정식 국명은 스페인 왕국(Kingdom of Spain)으로 스페인어로는 에스파냐 왕국(Reino de Espana)이다. 일반적으로 스페인어라고 하면 카스티야 지방의 방언을 가리키지만, 스페인 카탈루냐, 바스크 등에서는 각각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스페인의 관광을 즐기는 관광객들 중 ‘여유’를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이들에게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이베리아반도 북서부에 위치한 스페인 북서부의 휴양도시 비고를 추천한다. 비고는 대서양ㆍ북해ㆍ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덕분에 고대 로마 시대부터 번성했다. 오랜 세월 변화를 거듭한 유럽 건축 양식의 진수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기에 비고를 찾는 모든 이들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흐른다’는 착각에 빠진다. 해가 긴 스페인 특유의 자연 환경과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한 비고 사람들의 역사는 관광객들에게 여유를 더해준다. 늦은 밤 카페에 앉아 맥주, 혹은 와인 한 잔과 함께 갈리시아 전통 음악 ‘즉석’ 연주를 듣는 것도 비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다. 비고 항구에서 범선을 타고 가다 보면 만나는 비고의 ‘보석’ 시에스섬(Cies Islands) 휴양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절경을 간직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비고가 감춰둔 ‘히든 카드’다. 현지 사람들은 시에스섬 해변을 ‘갈리시아의 카리브 해변’이라고 부른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해변에서는 사파이어보다도 아름다운 빛깔의 물결이 밀려든다. 또한 스페인 관광 중 자신이 선택한 여행 목적과 상품이 차이가 나더라도 관광객들이 마드리드에서 꼭 만나야 할 것은 ‘미술관‘과 ‘박물관‘이다. 마드리드에는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프라도 국립미술관과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가 있다. 엘 그레코, 고야, 벨라스케스, 루이스 데 모랄레스, 안젤리코, 뒤러, 라파엘로, 루벤스, 피카소, 모네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프라도 미술관은 고야 등 유명화가들의 고미술품이 주류를 이룬다. 8000점이 넘는 미술작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3000점만을 전시한다. 현대미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에는 한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전시돼 있다. 1만점이 넘는 현대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것은 피카소의 ‘게르니카‘. 피카소가 나치 독일 공군이 게르니카를 무차별 폭격한 것에 격분해 그린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작품이다. 마드리드 중심부의 스페인 왕궁은 화려한 예술품과 역사적 사료들로 차 있다. 왕궁 내 무기 박물관에는 중세시대 쓰인 국왕의 갑옷 등 각종 무기가 전시돼 있어 당시 스페인의 국력을 알 수 있다. 온누리투어(http://www.onnuritour.com/)에서는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광광지 특전’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하여 확인이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거대 운석 시속 1만7천 마일로 달 표면에 충돌하는 순간 포착

    거대 운석 시속 1만7천 마일로 달 표면에 충돌하는 순간 포착

    달 표면에 거대한 운석이 충돌하는 생생한 순간이 천문학자들에 의해 포착됐다. 스페인 에스파냐 인근 우엘바 지역의 한 대학의 천문학자들은 달의 표면에 엄청난 크기의 운석이 부딪히는 순간을 천체망원경으로 촬영했으며, 이 기록물을 25일(현지시간) ‘왕립천문학회 월간 보고(MNRAS)’ 최신호에 발표했다. 기록물에 따르면 운석은 지난해 9월 11일 저녁 8시 7분(현지시간) 달에 시속 17000 마일의 속도로 충돌했다. 영상을 보면 왼쪽 하단 화살표로 표시된 달 표면에 작은 점 같은 빛이 확인된다. 이 빛은 지금까지 관찰된 기록중 가장 긴 8초 가량 지속됐고, 지구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당시 충돌 장면을 관찰한 호세 마리아 메디에도 교수는 “초 거대 운석이 빠른 속도로 충돌해, 북극성처럼 밝게 빛났다”면서 “1.4m 가량의 직경에 무게 0.4t 가량의 운석으로, TNT 15t에 달하는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어 메디에도 교수는 “이 충격으로 달 표면에 직경 40m의 분화구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 영상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게시된지 3일만에 조회수 76만건을 넘어서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영상=유튜브 장고봉 PD goboy@seoul.co.kr
  • 바다 표류한 ‘담배 14t’ 컨테이너 英해안서 발견

    바다 표류한 ‘담배 14t’ 컨테이너 英해안서 발견

    영국의 한 해변에 14t 가량의 담배가 담긴 컨테이너가 휩쓸려 내려와 현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3일 수 백 만개의 담배가 들어있는 컨테이너가 영국 데번 주의 해안가에서 발견됐다. 영국의 해사 연안경비청(The Maritime and Coastguard Agency, MCA)의 조사 결과 이 컨테이너는 덴마크의 화물운송업체인 머스크(Maersk)사의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달 초 비스케이만(灣, 프랑스 브르타뉴 반도와 에스파냐 오르테가르 곶 사이에 있는 큰 만)에 불어 닥친 엄청난 폭풍우 때문에 출항을 기다리던 컨테이너들이 파손됐고, 일부가 한 달 가량 바다를 표류하다 영국 해안까지 흘러온 것으로 추측된다. 이를 조사 중인 데번과 콘월 주 경찰 측은 “오전 8시 10분 경 주민의 신고가 접수됐다”며 “화물의 1차 소유는 선박회사에 있으므로 단 한 갑의 담배라도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강조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이 화물의 최초 출발지가 프랑스 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정확한 ‘경로’는 아직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영국에 불어 닥친 폭우와 홍수로 ‘의외의 발견’이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오르셋 주 인근 바다의 폭풍우 잔해물 속에서 축구공만한 희귀 화석이 발견됐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것이 6600만 년 전 암모나이트의 화석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학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바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고대 영국에 ‘글래디에이터’가? 참수 해골 39개 발견

    고대 영국에 ‘글래디에이터’가? 참수 해골 39개 발견

    지난 1988년 영국 런던 성벽 부근에서 발굴된 39개 해골 머리의 정체가 참수된 로마 검투사라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 제기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고대 영국에 검투사가 존재했다는 유력한 증거가 될 것으로 여겨져 고고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 데일리 메일 등 주요 외신들은 런던 박물관 인류 고고학센터 연구진이 이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 박물관 인류 고고학센터 연구원 레베카 레드펀은 39개 해골의 두부 부분에서 심한 외상 흔적을 발견했고 턱뼈 대부분이 으스러졌다는 것을 토대로 이들이 평생을 폭력 속에서 살아간 검투사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39개 해골의 목 부분은 날카로운 칼날에 베어진 것으로 드러났는데 모두 예외 없이 참수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해골 발견 지역이 고대 로마 점령시기 시절 콜로세움과 비슷한 원형경기장 터였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 중인데 이는 해골의 주인이 검투사일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레드펀은 “해골의 상처는 모두 심한 격투로 인해 생긴 것이다”라며 “런던 지역에서 검투사의 물리적 증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그녀는 “검투사들이 살해된 시기는 로마의 영국 지배가 고착화됐던 기원 후 120~160년 사이일 것으로 추정 된다”고 덧붙였다. 검투사(라틴어: Gladiator, 글라디아토르)는 고대 로마 투기장에서 싸우는 투사를 의미한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가 제2차 포에니 전쟁 중 에스파냐를 점령했을 때 ‘글라디우스’라는 에스파냐 원주민의 검을 채택했던 것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로마 제국 점령 하의 많은 도시에는 원형투기장이 존재했고, 그곳에서 검투사들은 그들끼리 혹은 맹수와 싸워야 했다. 인공 연못 등을 만들어 모의해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자세히 묘사됐다. 한편 해당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고고학 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이번 주 게재될 예정이다. 사진=런던박물관 제공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도시의 성장통 EU를 이루다

    도시의 성장통 EU를 이루다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통합유럽연구회 지음/책과함께/456쪽/2만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 ‘늪지대의 정착(Brosella)’이란 뜻을 지닌 이 도시는 979년 프랑스군이 젠느강 유역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비로소 도시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마을 주변에 성곽이 둘러져 도시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 것은 기껏해야 1190년의 일이다. 이후 에스파냐 합스부르크가,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으로 주인이 바뀌며 역사의 부침을 거듭해 왔다. 13세기까지만 해도 인구 5000명 남짓에 불과했던 이 소도시는 오늘날 명실공히 통합유럽의 수도로 거듭났다. 시내 동쪽 로이 거리 인근에 자리한 61개의 건물로 이뤄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비롯해 이사회, 지역위원회, 유럽경제사회위원회 등의 본부가 차례로 뿌리를 내렸다. 유럽방위청 등 7개 행정청도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동서냉전의 산물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본부까지 더해져 연면적 330만㎡에 이르는 도심 사무실의 대다수를 국제기구나 외국계 기업들이 점령했다. 브뤼셀이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모색해 온 덕분이다. 그러나 브뤼셀 토착민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거대한 EU지구가 브뤼셀에 들어서면서 집값이 폭등했고 원주민들은 시 주변으로 밀려났다. 2류 시민으로 전락한 토착민도 상당수다. 새롭게 둥지를 튼 외국인들은 지역사회에 동화되기보다 자녀들을 값비싼 외국인학교에 보내며 ‘그들만의 삶’을 고집하고 있다.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는 “유럽의 역사는 곧 도시의 역사”라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는 ‘폴리스’라는 도시국가의 집합체였고, 로마제국은 ‘영원한 도시’ 로마와 이를 복제해 만든 도시들의 연결망으로 이뤄졌다. 중세 유럽 역시 산재한 도시들의 연결망으로, 문명 지형도를 완성했다. 근대에 발전한 유럽의 절대주의 왕국과 국민국가들도 수도를 중심으로 확장한 영토국가일 따름이다. 유럽문명은 곧 도시를 건설하고 통치하는 하드웨어와 도시의 제도와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형태를 띠었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도시는 영국 런던이다. 저자들은 런던보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도시는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기원전 54년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템스강 어귀의 런던을 점령했다. 정확히 ‘더시티’라는 지역이다. 무역항으로 각광받던 런던은 19세기 금융자본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은행가문인 로스차일드가의 거점이 된다. 동시에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폐해를 목도하며 ‘자본론’을 쓴 무대였다. 두 자녀가 굶어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대영박물관 도서관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자본론을 완성했다. 1897년 6월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60주년 행사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전성기를 상징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에 패권을 넘겨주며 영국은 중위권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난해 7월, 런던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제30회 하계 올림픽 개막식을 전 세계 7억명의 인구가 지켜봤다. 너무나 영국적인 이 개막식은 런던이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모태라는 역사적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요즘 런던은 글로벌리즘과 민족주의의 대결장으로 변모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각국의 망명정부를 받아들이며 유럽통합의 잉태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보수당이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2년 안에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장소이기도 하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빈은 역사의 생채기를 안고 있다. 히틀러는 18세 때 화가의 꿈을 안고 예술의 도시인 빈을 찾았다. 그러나 빈 예술아카데미에 두 번이나 낙방한 뒤 빈곤한 젊은 시절을 보낸다. 좌절을 안겨준 빈은 훗날 나치의 지도자로 변신해 빈을 집어삼킨 히틀러에게 해코지를 당한다. 합스부르크제국의 수도로 남다른 지위를 누려온 문화적 메트로폴리스는 그렇게 초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책은 3000년 유럽의 역사를 도시를 통해 풀어간다. 유럽의 순례길이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비롯해 헤이그, 스트라스부르, 바이마르, 프랑크푸르트 등 18곳의 도시들이 최초의 통일국가인 로마제국 이후 통합과 분열을 반복해 온 유럽의 속내를 살짝 털어놓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하버드대생 언니가 제 글로벌 멘토랍니다”

    국내 고등학생들이 미국 하버드대학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과 지난 1월 뜻깊은 3박4일을 보냈다. 국내 고교 1~2학년 80명은 하버드대 학생 15명(한국인 유학생 11명, 외국인 학생 4명)이 진행하는 리더십 등 주제의 강의를 듣고 토론하며 값진 경험을 했다. 프란체스코 에스파머 하버드대 교수에게 들은 강연도 빼놓을 수 없다.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권보경씨는 3일 전화 인터뷰에서 “하버드에서 배운 것들을 한국 청소년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날개 나눔 리더십 콘퍼런스’를 만들었다”며 “국내 여러 기업에 교육재능 기부의 취지를 소개하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하던 중 한화그룹이 승락해 올해 두 번째로 개최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공부비법도 가르쳐 주지만 우리와 교류를 통해 리더십 정의를 내리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뿌듯해했다. 하버드대 학생들이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고교생들과의 교류는 이어진다. 사춘기 고민, 진학 상담 등 멘토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날개 나눔 리더십 콘퍼런스는 글로벌 리더십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하버드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날개 나눔’팀이 주관하고 한화그룹이 후원하고 있다. 신청서를 받아 선발하는 모든 과정은 하버드대 학생들이 결정한다. 열정은 있되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해외에 나가 본 경험이 없는 고교생을 우선 뽑는다. 프로그램은 영어 캠프와 리더십 캠프를 융합한 형태며 전 일정이 무료로 진행된다. 한화그룹은 국내 고교생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가장 어려웠던 나라는 한국”

    “가장 어려웠던 나라는 한국”

    “1970년대엔 만화를 불태울 정도로 인식이 좋지 않았죠. 지금은 대학에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100곳이 넘을 정도로 시대가 변했습니다. 학습만화가 1000만부 이상 팔리는 시대가 온 겁니다. 그것도 사회적 필요가 반영된 거겠지요.” 역사 만화의 원조 베스트셀러인 ‘먼 나라 이웃 나라’가 15번째 책 ‘에스파냐’ 편으로 완간됐다. 1981년 신문연재로 출발해 1987년부터 단행본이 나오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1700만부 정도 팔린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 만화 사상 최장수 베스트셀러다.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원복(67) 덕성여대 석좌교수가 32년간에 걸친 작업에 대한 소회를 풀어놨다. 이 교수는 “1975년 독일에 처음 갔을 때 아우슈비츠를 고스란히 남겨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역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만화’라는 방법을 떠올린 이유는 표현이 자유로워서다. 그는 “만화가 그다지 대접을 받지 못하다보니 교수가 만화를 그렸다면 다들 놀라는데, 반대로 내용이 괜찮으면 상대적으로 좋게 봐주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덕분에 행동반경이 넓어졌고 자유로운 묘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11개국 가장 어려웠던 나라는 한국이었다. 그것도 “지뢰밭”에 비유했다. 이 교수는 “아무래도 우리 얘기다보니 항의나 반발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조심해야 했다”며 웃었다. ‘먼 나라 이웃 나라 ’ 시리즈가 완간됐다고 마지막은 아니다. 이 교수는 차기작으로 ‘가로세로 세계사’를 펴내고 있다. ‘먼 나라’ 시리즈가 세계 선진국 위주였다면, ‘가로세로 세계사’는 제3세계를 아우르는 지역별 역사만화다. 이 교수는 “우리는 일본이 들여온 영미 중심의 시각으로 역사를 배웠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제3세계로 관심을 돌려, 공정한 역사를 배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먼 나라 이웃 나라’의 마지막 ‘에스파냐’편에서도 에스파냐의 몰락 원인으로 순혈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얘기를 담으려 했다는 이 교수는 “우리나라도 외국인 혐오증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볼 때”라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스위스를 말하는 7가지 키워드

    스위스를 말하는 7가지 키워드

    한번쯤 가보고픈 조용한 마을,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어디선가 걸어 나올 것 같은 작고 아기자기한 스위스 시골마을들을 모았다. 스위스에만 있는 아름다운 하이킹코스에서부터 시계 명가, 와이너리, 치즈, 산악열차, 온천, 수도원 등 각 마을엔 스위스를 말하는 7가지 이야기가 녹아 있다. 2 쉴트 호른을 오른뒤에 뮈롄까지 하이킹을 하며 내려오다 마주친 풍경 3 리기 쿨름의 레스토랑 안에서 본 모습 4 ARB산악열차 1.하이킹 벵엔+뮈렌 동화 마을서 즐기는 융프라우 하이킹 라우터브루넨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있는 마을 벵엔Wengen과 뮈렌Murren은 모두 해발 1,2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 두 마을은 여러가지로 닮은 점이 많다. 계곡의 낭떠러지 위에 동화 속 마을처럼 자리한 점이나, 체르마트처럼 휘발유 차가 다닐 수 없는 청정마을이라는 점이 그렇다. 또 벵엔에서 맨리헨으로, 뮈렌에서 쉴트호른으로 오르면 융프라우와 묀히, 아이거로 대표되는 알프스 3개 산의 웅장한 전망을 대면할 수 있다. 벵엔과 뮈렌에서 시작하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는 알프스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벵엔은 융프라우와 쉴트호른 어느 쪽으로든 편리하게 갈 수 있는 관광의 거점이다.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클라이네 샤이덱까지는 등산 철도로, 인기있는 전망대인 맨리헨까지는 케이블로 바로 연결되는데, 이곳들에서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벵에른알프로 가는 1시간 반 거리의 코스도 있고, 맨리헨에서 출발해 클라이네 샤이덱으로 돌아오는 33번 코스도 있다. 이 33번 코스는 융프라우에서 풍경이 좋기로 소문난 코스인데, 아이거 북벽을 감상하기에 좋은 루트다. 모두 운동화만 신고도 갈 수 있을 만큼 평탄하고 산의 측면을 걷는 코스라서 어렵지 않게 하이킹의 진면목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알프스의 세 고봉 리기·필라투스·티틀리스 하이킹 루체른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리기와 필라투스, 티틀리스 산의 하이킹 코스는 기가 막히게 멋지다. 루체른에서 아르트골다우 역까지는 국철을 타고 아르트 골다우에서 리기 쿨름까지는 ARB산악 열차를 탄다. 뾰족 한 안테나 탑이 세워져 있는 리기산의 정상에 오르면 360도로 펼쳐지는 알프스의 전경을 한번 더 눈에 담을 수 있다. 내려올 때는 리기 칼트바드까지 상쾌한 하이킹 코스를 즐기고, 웨기스까지는 케이블카를 탄 뒤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인기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사가 급한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유명한 필라투스는 알프스의 깊은 숲을 체험하기에 제격이다. 필라투스 쿨름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일몰과 일 출을 맞이하는 가슴 벅찬 경험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유람선, 톱니바퀴 열차, 케이블카 등을 이용하는 ‘골든 라운드 트립Golden Round Trip’으로 필라투스의 모든 매력을 샅샅이 느껴 볼 수도 있다. 특히 중간역인 프래크뮌테그 역에서 허리에 벨트를 착용하고 공중 다리를 건너거나 로프를 타고 내려가는 스릴 만점의 자일파크는 필라투스 여정에서 가장 짜릿한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해발 3,020m의 빙하 천국 티틀리스는 1년 내내 만년설과 빙하를 체험할 수 있는 산이다. 1년 내내 눈과 관련된 스포츠를 할 수 있고,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빙하 트레킹이 가능하다. ▶한 걸음 더, 쉴트호른 융프라우와 묀히, 아이거를 비롯, 200개가 넘는 봉우리들을 바라볼 수 있는 쉴트호른에 오른 뒤, 뮈렌으로 내려오는 하이킹 코스도 멋지다. 이 코스는 알멘트후벨 역에서 뮈렌 케이블 역을 연결하는 코스라 알멘트후벨 역에서부터 시작된다. 소요시간은 50분이 채 안 되지만, 코스는 단조롭지 않다. 대부분 내리막길이라 무난하면서도 코스 후반부에 살짝 급경사가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쉴트호른 코스 중 하나로, 거대한 산들 아래로 띄엄띄엄 있는 샬레와 푸른 초원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코스 후반부에서 시끄럽게 들리던 카우벨 소리를 따라 소떼 목장에 들렀던 일도 생생하다. 온몸으로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것만큼 순수하고 건강한 여행도 없을 것이다. ▶유서깊은 리기 쿨름 호텔Rigi Kulm Hotel Restaurant 리기 쿨름 호텔은 1816년에 오픈한 유서 깊은 호텔이다. 이 호텔의 레스토랑은 역에서 내린 사람들이 겹겹이 둘러쳐진 알프스의 고봉들을 병풍 삼아 차 한잔을 마시거나 점심을 먹는 장소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19세기부터 산을 오르던 귀족들의 모습을 1816이란 숫자와 함께 초콜릿에 새긴 다양한 디저트가 특히 눈길을 끈다. 리기산의 일출을 보는 장소로도 최고다. 주소 CH 6410 Rigi Kulm 문의 +41-41-880-1888 www.rigikulm.ch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2.치즈 작고 예쁜 치즈 마을 아펜젤 생 갈렌에서 열차로 40여 분 정도 가면 나오는 작은 마을 아펜젤은 꼭 시간을 내서 가볼 만한 곳이다.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는 초록빛의 언덕과 소들이 있는 전원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알프스 알프슈타인 봉우리로 들어가는 초입에 자리한 아펜젤에는 스위스의 목가적인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 그 유명한 ‘아펜젤러 치즈’가 생산된다. 스위스의 3대 치즈 지방 중 한 곳으로 마을에서는 전통의상을 입은 목동과 큰 종을 목에 단 소들의 행렬을 그린 장식들을 건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매년 봄이면 소를 끌고 산으로 올라가서 여름 내내 치즈를 만들고 내려오는 목동들의 소몰이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또 마을에서는 모든 주민이 1년에 한 번씩 모여 마을의 법들을 정하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 ‘란츠게 마인데’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아펜젤은 가장 스위스답고 보수적인 지방이다. 지역의 특산물로는 아펜젤 치즈 못지않게 아펜젤러 맥주도 유명하다. 매콤한 아펜젤 전통 고기인 모스트브로클리Mostbrockli와 허브차의 일종인 아펜젤 알펜비터Alenbitter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것들을 파는 전문 숍에 들러 숙성기간이 다른 치즈와 햄들을 시식하고, 바에서 아펜젤산 맥주를 마시는 음식 투어도 가능하다. 색과 문양이 아름다운 오래된 집과 골목길을 걷고 전통 제조법에 따라 만든 다양한 지역 음식을 맛보고 각종 허브 꽃이 그려진 약국을 오가는 사이 여행자는 오감은 물론 마음까지 위로받게 된다. 1 봄과 가을에 소몰이 전통 행사가 열린다 2 시옹성 3 로잔 4 몽트뢰에서 출발하는 기차에 오르면 치즈 공장과 그뤼에르 성, 초콜릿 공장을 방문할 수 있다 5 와인과 호수를 함께 품은 라보 3.와인 알프스를 따라 걷는 포도밭 산책 레만호 드넓게 펼쳐진 호수 위로는 햇살이 부서지고 새하얀 알프스 봉우리를 마주하는 언덕 위로는 촘촘한 포도밭이 향기로운 곳, 바로 레만호 지역이다. 레만호 지역에는 국제 도시 로잔Lausanne을 비롯해 프레디 머큐리가 ‘모든 이를 위한 천국’이라 칭한 몽트뢰Montreux, 찰리 채플린이 여생을 보냈던 브베이Vevey가 있다. 로잔의 도심은 해발 고도 500m 위에 자리하고 있는 반면, 로잔의 선착장인 우쉬Ouchy 호반지역은 도심에 비해 100m 이상이 낮아 도시 전체가 독특한 언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도심에 자리한 생 프랑소와 교회에서 시작해 마르쉐 계단을 올라 노트르담 대성당에 오르면 로잔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스위스룰’이라는 무료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활용하면 로잔 도심 꼭대기에서 자전거를 타고 IOC 위원회가 있는 비디까지 올림픽 길을 따라 신나는 다운힐을 체험할 수 있다. 레만호반을 따라가는 길도 운치 있다. 자전거를 반납할 때는 메트로를 타고 이동하면 편리하다. ▶스위스 전통 쿠키 아펜젤러 비버Appenzeller Biber 아펜젤러 비버는 속에 아몬드 페이스트를 넣은 독특한 진저브레드로, 수백년 전부터 만들어 온 전통 음식이다. 쿠키로 만들어 크리스마스에 먹기도 하는데, 두툼한 빵의 앞면에는 장식용 틀을 이용해 문양(주로 곰 문양)을 새긴다. 비버를 만드는 많은 가게들 중에서도 Laimbacher 브랜드의 비버가 유명하다. 내부는 작은 과자점에 불과하지만, 야외 테라스에 테이블이 여럿 있다. 주소 Weissbadstrasse 3 9050 Appenzell 문의 +41-71-787-1744 www.laimbacher.ch ▶알프스 우유를 담은 스위스 치즈 아펜젤러Appenzeller | 스위스 동북부 아펜젤 지역에서 생산되는 풍미있는 치즈로 스위스를 대표하는 고급 치즈 중 하나다. 700여 년 전부터 문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에멘탈러Emmentaler | 스위스 대표 치즈로 베른주에 있는 엠메 계곡에서 생산돼 에멘탈러라고 불린다. 13세기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치즈로 오늘날의 에멘탈러는 까다롭게 선정된 약 200여 개의 치즈 공방에서 생산된다. ▶스위스 와인 스위스 와인의 최대 생산지는 발레주이고 두 번째 생산지가 바로 라보 지역이다. 스위스 연간 와인 생산량은 평균 1억 1,000리터로, 보통 한 병에 750ml인 것을 감안하면 약 1억 4,700만 병 정도를 생산한다고 볼 수 있다. 스위스 대표 품종에는 화이트로는 샤슬라와 뮐러-투르가우, 실바네르가 있고, 레드로는 삐노 누이, 가메이, 메를로가 있다. ▶포도밭 사이 향기로운 소풍 라보Lavaux 로잔에서 아르누보 양식의 증기선을 타고 라보의 포도밭까지 가는 방법이 무척 낭만적이다. 브베이에서는 쉐브레Chexbres로 향하는 와인 기차도 출발한다. 언덕 위에 넓게 펼쳐져 있는 포도밭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샤슬라 품종의 화이트 와인을 시음하며 그림같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라보 포도밭 사이사이를 보여주는 꼬마 기차를 타 보는 것도 즐겁다 4.산악열차 화려한 눈꽃열차 베르니나 특급 생모리츠St. Moritz는 스위스의 명물 파노라마 기차인 빙하특급Glacier Express과 베르니나 특급Bernina Express 등 인기 절경 루트의 발착 지점이다. 래티슈 철도Rhatische Bahn: RhB가 운영하는 베르니나 특급Bernina Express은 알프스를 통과하며 알프스 깊숙히 감춰진 설경을 보여 준다. 생모리츠를 출발해 웅장한 빙하지대를 지나며 알프스의 가장 높은 지점들을 통과하다가 야자수를 볼 수 있는 이탈리아의 티라노까지 하강 여정을 계속한다. 55개의 터널과 196개의 다리, 1m당 70mm의 하강 곡선을 그리는 여정이 이어진다. 베르니나 특급의 하이라이트는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구간, 즉 란트바써 비아둑트 다리와 나선형으로 굽이치며 하강 곡선을 그리는 베르귄과 프레다 구간을 꼽을 수 있다. 전 구간을 여행할 수 없을 경우,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알프 그륌까지 다녀오는 구간을 추천한다. 알프 그륌 역사 레스토랑에서는 퐁뒤를 즐길 수 있다. 여름에 한해, 티라노에서 스위스 이탈리아어권인 루가노까지 이어지는 버스가 운행된다. ▶자상하고 세심한 스위스 기차 열차시간표 | 현지에서 열차시간표가 궁금하다면 기차역 안내소 혹은 승무원에게 문의하면 된다. 시간표 및 환승역을 프린트해 준다. 스마트폰을 활용해도 편리하다. 체크인 & 플라이 레일 배기지 | 스위스 주요 기차역에서 항공 체크인을 하고 보딩패스까지 받을 수 있으며 수하물도 부칠 수 있다. 미리 가능한지 확인하도록 한다. 짐 운반 서비스 | 스위스 각 역에서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짐을 운송해 주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하물 한 개당 CHF20이다. 짐보관 | 각 역에는 로커가 마련돼 있어 가벼운 몸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용료는 작은 짐이 CHF5, 큰 짐이 CHF5~8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생모리츠의 스키장 함박눈이 포근히 내려앉은 전나무숲과 꽁꽁 얼어붙은 산상 호수, 기품 있는 호텔과 세계적인 브랜드숍이 모여 있어 화려한 겨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생모리츠는전형적인 스위스 알프스의 풍경을 보여 준다. 온화하고 청명한 날씨가 특징인 ‘샴페인 기후’로 유명한데, 연평균 일조량이 322일이나 된다. 두 번의 동계 올림픽과 스키 월드컵을 개최하는 등 윈터 스포츠의 천국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올림픽 스키 슬로프와 드넓은 컨트리 스키 트레일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총 350km에 달하는 생모리츠의 스키장에서는 클래식한 스키를 맛볼 수 있다. 코르빌리아, 코르바취와 디아볼레짜는 스키어들을 유혹하는 대표적인 스키장으로 총 60대의 스키 리프트 시설이 고도 1,800m에서 3,300m까지 설치되어 있어 스키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생모리츠 관광청 www.stmoritz.ch 베르니나 특급 www.rhb.ch 1 베르니나 특급열차 2 생모리츠 마을의 명물, 리닝 타워 3 생모리츠는 스위스의 알프스 풍광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마을이다 4 고르너그라트로 가는 길 5 고르너그라트 정상에서 보이는 마테호른 6 체르마트의 메인거리인 반호프 거리 알프스 여행의 베이스캠프 체르마트 스위스 최고의 청정마을 체르마트. 자동차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차를 가져온 여행자는 중간역인 테슈(체르마트에서 5km)의 주차장에 차를 놔두고 열차를 이용해 체르마트로 들어올 수 있다. 마을 안에서는 전기 택시와 마차가 다닌다. 무엇보다 마을 어디에서나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마테호른(4,478m)의 위풍당당한 풍경이 멋지다. 스위스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마테호른은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심볼로 유명하며, 그 어떤 고봉들보다 독특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알프스 최고의 명봉이다. 체르마트는 이 마테호른을 품고 있는 알프스 여행의 거점이다. 체르마트에서는 마테호른을 감상하기 위해 오르는 다양한 루트가 인기다. 등산철도를 타면 리펠알프와 고르너그라트에, 케이블카를 타면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에 오를 수 있다. 리펠알프는 고르너그라트로 향하는 중간 역인데, 이곳에서 조금 더 오르면 삼림 한정지역이므로 아름다운 숲을 즐기고 싶다면 리펠알프에서 머무는 것이 좋다. 기차를 타고 높이 3,089m 고르너그라트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마테호른 관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오르막길의 완만한 능선 속에 가파르게 박혀 있는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정상에 오르면 몬테로자에서 마테호른까지 이어지는 4,000m급 명봉들과 고르너 빙하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이른 새벽에 올라와 마테호른의 일출을 즐길 수도 있고, 쿨름 호텔에서 식사를 하며 일몰을 감상할 수도 있다. 또 겨울에는 고르너그라트에 스키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산악기차가 호텔리, 슈토크호른 등 더 높은 곳까지 운행되며, 짜릿한 스키 & 스노보드 등의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마테호른이 보이는 풍경 슈바이처호프 체르마트Schweizerhof Zermatt의 객실에서는 대부분 마테호른이 보이는 전망을 누릴 수 있다. 체르마트역에서 5분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114개의 객실을 갖춘 4성급 호텔이다. 지어진 지 오래돼서 세련된 멋은 없지만 아늑함이 넘치고, 스위스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Schwyzer Stubli’는 체르마트의 명소로 통한다. 주소 Bahnjofstrasse 5 3920 Zermatt 문의 +41-27-966-0000 www.schweizerhofzermatt.ch/en/schweizerhof/ 5. 온천 힐링스파 로이커바드 로이커바드Leukerbad가 속한 발레Valais 주는 마테호른과 수많은 알프스 산맥이 이어지는 산악 지역이다. 알프스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프랑스, 이태리 국경과도 맞닿아 있어 로마시대부터 남북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 번성했다. 알프스 최고의 청정지역인 체르마트도 이 주에 자리해 있고, 론느 강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포도밭에서는 와인이, 바위산 아래의 광천에서는 고온 온천수가 뿜어져 나온다. 로이커바드는 온천수를 이용한 스파가 으뜸인 고장이다. 로이크 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 30분간 산길을 오르면 우뚝 솟은 바위 산으로 둘러싸인 전통 온천지 로이커바드가 나온다. 여러 곳의 원천에서 매일 390만 리터 넘게 용출되는 51℃의 고온 온천수를 여러 스파 리조트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브뤼거바드Burgerbad와 린드너 알펜테름Lindner Alpentherme 스파가 유명하다. 이중 브뤼거바드는 로이커바드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대중적인 스파 센터로 아이가 있는 가족이 즐기기에 그만이다. 여러 개의 수영장과 스파풀, 아이들을 위한 70m 슬라이더 등을 갖추었다. 이에 비해 린드너 알펜테름 스파는 보다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고급 호텔 스파다. 알펜테름 호텔에 들어선 우아한 온천 센터로 실내와 실외 온천, 스포츠 풀이 있고 전라로 입장하는 로만 아이리시 바스도 있다. 빼어난 경관과 스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로이커바드에서 겜미 고개 하이킹은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코스. 200년 전부터 여행객들이 이용하던 산길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산상 호수 다우벤제 주변에서 크로스 컨트리나 겨울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로이커바드의 린드너 알펜테름의 야외 스파 전경 6.수도원 영혼을 치유하는 생 갈렌 수도원 스위스 동부 지역의 중심도시인 생 갈렌은 알프스의 자연이 아름다운 스위스에서 오랜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로 손꼽힌다. 파리나 런던보다는 작지만 스위스에서는 제법 큰 도시 중 하나다. 생 갈렌은 612년 아일랜드 수도사 인 갈루스Gallus에 의해 도시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고, 8세기에 생 갈렌 수도원이 만들어지면서 중세 유럽의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생 갈렌이 유명해진 것도 이 수도원 때문이다. 이름난 수도사들이 이곳에서 오랜 기간 라틴어 성경을 필사하고 금욕생활을 했다. 또 당시에는 수도원이 중세의 유일한 교육기관이기도 해서 귀족 자제들을 위한 학교를 비롯해 다양한 공간들이 갖춰져 있었다. 병원, 제빵소, 약으로 쓰기 위해 재배하는 허브 정원 등은 물론, 와인셀러와 양조장까지 있었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곳은 바로 수도원의 부속 도서관인 갈렌 도서관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희귀한, 8세기에서 18세기의 고서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15만권에 이르는 장서들 가운데 2,000여 권은 당시 수도사들이 직접 필사한 고서들이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화려하게 장식된 천장의 프레스코화와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2층의 난간과 기둥들 그리고 빽빽하게 꽂혀 있는 고서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영혼의 약국’이란 현판이 붙은 이곳은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바로크 스타일로 화려하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현실을 망각케 할 정도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중세 도서관이자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요한 문헌과 미술품, 9세기에 그려진 건축 설계도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갈렌 도서관과 수도원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영혼의 약국’ 이란 현판이 붙어 있는 갈렌 도서관 7.시계 시계 산업의 심장부 라 쇼드 퐁 라 쇼드 퐁La chaux de Fonds은 프랑스 국경을 따라 펼쳐진 주라 산맥의 기슭, 해발 1,000m 위에 위치해 있다. 이름도 생소한 라 쇼드 퐁은 스위스를 많이 여행해 본 사람들에게도 아직은 낯선 도시. 그러나 까르띠에, 태그호이어, 루이비통 같은 최고급 브랜드의 명품 시계가 생산되는 스위스 시계 산업의 심장부이자 스위스 내에 있는 불어권 도시 중에서는 세 번째로 큰 도시에 속한다. 또 라 쇼드 퐁이 속한 뉴사텔 주의 이웃 도시 르 로클Le Locle과 함께 ‘시계 제조 계획 도시’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도 등재되었다. 수세기를 이어온 장인의 기술과 단일 산업을 한결같이 유지하고 보존해 온 마을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그 위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곳이 국제 시계 박물관이다. 시계 발전의 역사는 물론, 16세기 이후 만들어진 갖가지 형태의 시계와 예술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전세계의 값진 시계, 오르골들을 모두 한자리에 만나 볼 수 있다. 또 시내에 있는 에스파시테 타워 14층에 오르면 자로 잰 듯 딱딱 줄을 맞춰 늘어선 도시의 독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덩굴 장식, 섬세한 꽃무늬, 살아있는 곤충과 동물 장식까지, 부드러운 선과 무늬로 표현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축 20여 곳을 돌아다니며 감상할 수 있다. 짧게는 45분, 길게는 2시간에 걸쳐 르 꼬르뷔지에의 건축과 아르누보 스타일을 둘러보는 두 개의 시티 투어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라 쇼드 퐁에 있는 국제시계박물관 에디터 강혜원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동미 사진제공 스위스 정부관광청 MySwitzerland.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비리·부실… 못믿을 사회적 기업

    정부지원금을 받는 사회적 기업 중 일부가 비리와 부실 운영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대구시는 6일 대구YMCA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2곳에 대한 지원금 회수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회수 대상 지원금은 고용노동부의 보조금 11억 5000여만원, 시의 사업개발비 1억 1000여만원 등 12억 6000여만원이다. 이들 사회적 기업은 재활용 자전거 수리사업을 맡아 온 ‘희망자전거 제작소’와 신천 생태습지조성과 생태교육사업을 한 ‘신천에스파스사업단’이다. 희망자전거 제작소는 2008년 12월, 신천에스파스사업단은 2010년 1월 고용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됐었다. 그러나 고용부 조사 결과 사회적 기업 인증 심사에 필수서류인 대구YMCA 이사회 회의록이 조작된 상태에서 두 기업이 인증심사를 통과한 사실이 밝혀져 지난해 인증이 취소됐다. 이들 사업단은 대구YMCA 본부 내에 센터를 두고 그동안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업을 적극 홍보하고 공공기관과 실무협약을 맺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특히 희망자전거 제작소는 사회적 기업 모범 사례로 소개됐으나 태생부터 불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YMCA는 인증 취소가 부당하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놓고 있다. 또 수성구 A업체는 2011년 9월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각종 지원을 받아 규모를 확장했다. 이 업체는 떡을 제조, 도·소매를 해왔으나 판매 부진 등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승격하지 못해 지난해 9월부터 시 등에서의 지원이 끊겼다. 이후 직원들 임금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 밖에 중구의 B업체, 달서구의 C업체 등 일부 예비사회적 기업도 고용부가 제시한 사회적 기업 인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지원금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이는 사회적 기업들이 기술개발이나 경영은 소홀히 한 채 지원금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시민사회 발전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공익사업이다. 현재 대구에는 52개의 예비사회적 기업과 33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6년 만에 돌아온 움베르토 에코, 19세기 유럽의 증오·음모 겨누다

    6년 만에 돌아온 움베르토 에코, 19세기 유럽의 증오·음모 겨누다

    “유대인은 에스파냐 사람처럼 허영심이 강하고, 크로아티아 사람처럼 무지하며, 근동 사람처럼 탐욕스럽고, 몰타 사람처럼 배은망덕하며, 집시처럼 뻔뻔하고, 영국인처럼 더러우며, 칼미크 사람처럼 기름기가 많고, 프로이센 사람처럼 오만하며, 피에몬테 지방의 아스티 사람처럼 험담을 잘할 뿐만 아니라 발정을 억누르지 못해 간통을 쉽게 저지른다.”(1권 17쪽) 6년 만에 접하는 움베르토 에코(81)의 신작 소설 ‘프라하의 묘지’(열린책들 펴냄·2권)는 첫 장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19세기 유럽에 팽배했던 인종, 종교, 여자에 대한 편견들이 뒤섞여 역겨움을 한껏 자아내더니 어느새 예리한 칼날이 유대인을 겨누고 있다. 작가는 1830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태어난 ‘시모네 시모니니’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증오와 음모가 어떻게 발생해 번져 나가는지를 추적한다. 에코의 표현처럼 시모니니는 ‘세계 문학 사상 가장 혐오스러운 주인공’으로, 그의 할아버지는 19세기 유대인의 세계 지배 음모론의 ‘비조’(鼻祖)격에 해당한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시모니니는 무신앙과 냉소주의를 몸에 익혔고 사르데냐, 프랑스, 프로이센 등을 오가며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한다. 그가 내놓은 일생 최악의 위작은 바로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란 허위 문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조세프 발사모’의 천둥산 회의 장면은 유대인 랍비들의 프라하 묘지 회의 장면으로 바뀌고, 외젠 쉬의 ‘민중의 신비’에 나오는 예수회 신부의 글은 랍비의 연설문이 된다. 실존했던 이 문서는 1921년 허위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문서는 ‘유대인들의 세계 지배 음모’를 퍼뜨리는 데 기여하며 20세기 유대인 학살의 단초가 됐다. 하지만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에코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은 속임수에 바탕을 둔 전쟁이었고 CIA조차 이를 인정했다. 사담 후세인이 평생에 걸쳐 온갖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라크 전쟁의 원인이 된 그 짓만은 하지 않았다. 하나의 거짓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에코는 2010년 이 소설을 고국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했다. 이탈리아에선 65만부, 스페인에선 초판만 200만부가 팔렸다. 에코는 출간 전 번역자들에게 19세기 문체를 과장되지 않게 재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1910년대 신문에 연재되던 번안 소설의 문체가 활용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비우티풀Biutiful>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뷰티풀Beautiful을 스페인식으로 받아 적은 것이다. 다른 유럽과는 달리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발달해 온 스페인 사람들의 직관성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역사를 관통하며 무엇이든 스페인식으로 소화해 버리는 그들의 당당함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800년 이슬람이 남긴 것 Sevilla 세비야 Cordoba코르도바 Granada그라나다 유럽에서 몇년을 살 수 있다면 그 선택은 당연히 스페인이다. 언젠가 긴 여행의 중반에서 스페인에 눌러 앉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을 정도다. 당시 스페인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한달 반 정도였지만 마드리드 이남의 도시들은 가보지도 못했었다. 어느 도시를 가도 그대로 머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회가 왔을 때, 선택은 당연히 스페인의 남쪽이었다. 세비야Sevilla, 코르도바Cordoba, 그라나다Granada. 이슬람 세력이 지배했던 800년 동안 가장 번성했던 도시들, 스페인 친구들도 꼭 가봐야 한다고 추천했던 그 도시들이었다. 눈을 부시게 하는 것이 태양인지 파란 하늘인지 알 수 없었다. 세비야의 강에 뜬 유람선도 오후의 난반사 때문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도시의 유람선이야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풍경이지만 세비야는 내륙으로 무려 87km나 들어와 있는 과달키비르강江의 상류 도시다. 그래도 배가 다닐 수 있을 만큼 강이 깊고 넓었기 때문에 도시는 중요한 무역항으로 부를 누릴 수 있었다. 강변 산책을 하다 보면 어디서나 눈에 띄는 황금탑Torre del Oro도 13세기에 이슬람교도들이 배를 검문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시작한 기점도 이곳이었고, 콜럼부스가 머물면서 항해를 준비했던 곳도 세비야였다. 그렇게 중요한 도시를 이슬람에게서 되찾은 스페인은 그 세를 과시하고 싶었다. 1248년 모든 부와 권력을 집중해서 지은 세비야 대성당은 지금도 세계에서 3번째로 크고, 고딕양식의 성당으로는 가장 크다. 성당에 안치된 크리스토퍼 콜럼부스의 무덤은 그 어떤 왕의 무덤보다 화려하다. 에스파냐의 옛 왕국인 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관의 네 모서리를 메고 있는 모습이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평생 아버지의 업적을 정리하고 연구했다는 아들 페르난도 콜럼부스의 무덤도 성당 안에 있다. 고딕양식,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을 헤아려가며 성당을 둘러보느라 지친 사람들은 오렌지 나무가 도열한 정원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 모스크의 연못이 있던 곳이었다. 아직 여력이 남은 사람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이슬람 사원의 탑을 개축한 히랄다 종탑Torre de la Giralda에 올라갔다. 땀 흘려 쟁취한 98m 높이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전경은 그만큼 달콤했다. 세비야 대성당에 비하면 코르도바의 대성당Cordoba Mezquita은 모스크의 원형에 더 가깝다. 코르도바를 수도로 삼은 이슬람 제국은 6세기에 지어진 성 빈센트 바실리카를 허물고 그 자리에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모스크 ‘메스키다’를 세웠다. 4,000여 개의 기둥이 시야를 가리고 천장도 낮지만 사실은 세비야 대성당보다 면적이 넓다. 한번에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성당으로 용도가 바뀐 이후에도 큰 훼손 없이 사용되다가 카를로스 5세에 이르러 200개의 기둥을 뽑아내고 돔을 설치하는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정교한 아랍 문양에 푹 빠져 있다가 뒤로 돌아서면 화려한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이 펼쳐진다. 이슬람 세력의 마지막 거점은 그라나다였다. 알바이신의 언덕 위에 거대한 아랍인 주거지역이 먼저 형성되었고 1238년에 왕과 귀족들의 거주지로 아람브라Alhambra궁전이 만들어졌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기도 한 아람브라궁전은 아랍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되는데 이름만 듣고 우아한 하나의 건물을 기대했다가는 낭패를 맛보게 된다. 평균 관람 시간만 무려 3시간이 걸릴 정도로 넓은 요새이자 수천명의 귀족들이 살았던 주거지였다. 아람브라는 사실 건축학적인 가치보다는 치수의 지혜, 높은 지대까지 물을 끌어 사용했던 아랍인들의 발달된 관개 기술이 돋보이는 장소다. 지금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궁전 곳곳의 분수와 샘, 연못은 이슬람세력이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아람브라를 찾는 관광객이 워낙 많다 보니 나스리드 궁전Nasrid Palaces은 재입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일행을 따라 종종걸음을 치다 보니 군주의 별장이자 정원인 헤네랄리페Generalife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지칠 때로 지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꽃향기가 전달되는 높이까지 계산해서 디자인했다는 그 정원에서 아름다운 알바이신을 바라보고 있자니, 언젠가 스페인에 살게 된다면 바로 저 마을을 선택하게 될 것만 같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아람브라 궁전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관개기술의 발달이다. 고지대에 세워진 요새임에도 항상 물이 풍부했다 2 <아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하고 있던 코르도바의 거리 음악가 3 투우와 플라멩고로 유명한 세비야의 투우장 돈키호테로 살어리랏다 Toledo톨레도 Consuegra 꼰수에그라 성서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은? 답은 우기기 나름이다. <이솝우화>, <그림 형제 동화집>이 단골로 언급되고 <안네의 일기>나 <영웅문>도 유력한 후보인데다가 지인 중 한 명은 쥘 베른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페인에 오니 그 ‘정답’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1547~1616년가 지은 <돈키호테Don Quijote>로 모아지고 있었다(원제는 <재기 발랄한 향사鄕士 라만차의 돈키호테>다). 그러면 또 하나의 질문. <성서>와 <돈키호테>의 공통점은? 끝까지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돈키호테>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캐릭터 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탐독하던 ‘키호테’라는 사람이 급기야 자신을 기사라고 착각하며 볼품없는 말 로시난데, 시종 산초 판자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그의 착각 속에서 벌어지는 일.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슈렉>처럼 반전의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유쾌한 풍자소설이다. 하지만 이 스토리는 사실 52장의 전편 중에서 초반에 불과하고 속편까지 출판됐다. 저자 세르반테스의 삶은 키호테의 ‘착각일지라도 행복했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레판토 해전에 참가해 부상을 입은 그는 귀국길에 해적에게 잡혀 5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하는 우여곡절 끝에 마드리드 근처의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1605년 소설 <돈키호테>를 발표했다. 작품이 전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인세 계약을 하지 않아 돈을 벌지 못했다. 후에 그는 74장 분량의 돈키호테 속편을 발표했으나 이듬해인 1616년에 기구한 생을 마쳤다. 그가 죽은 4월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인데 우연히도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같은 날 사망했다. 소설 <돈키호테>의 주 무대는 지금의 ‘카스티야라만차’ 지역이다. 도시를 이동하다 보니 우연히도 ‘루타 데 돈키호테’, 즉 ‘돈키호테의 길’이라는 테마여행코스를 지나가게 되었다. 푸른 기와를 이고 있는 하얀 회벽집들이 인상적인 작은 마을 푸에르토 라피세Puetro Lapice에는 돈키호테가 주인과 실랑이를 벌였던 여관 ‘벤타 델 키호테Venta del Quijote’가 있다. 벽에는 ‘돈키호테가 이곳에서 묵고 나서 투구와 갑옷 차림으로 만족스럽게 걸어 나왔다’라는 구절이 붙어 있었다. 돈키호테는 이곳에서 ‘두엘로스 이 케브란토스동물의 내장을 넣은 달걀부침’를 시켜 먹었다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라만차 와인을 즐긴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바닥을 깊게 판 넓은 저장고와 대형 와인통을 발견할 수 있다. 더 이상 묵어 가는 손님은 없지만 돈키호테에 대한 팬심으로 기념품을 구입하는 손님들로 마을 전체의 생업은 세르반테스에게 단단히 빚을 지고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돈키호테가 거인으로 착각해서 싸움을 벌였던 그 풍차들은 콘수에그라Consuegra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낡은 풍차일 뿐이지만 주변의 광활한 평원과 어우러져 스페인의 상징처럼 되어 버린 풍경이다. 실제로 돈키호테 소설의 배경이 된 풍차는 다른 곳에 있다고 했지만 풍차의 모양은 거기서 거기인 반면, 풍경은 콘수에그라가 최고인지라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훼손된 상태로 오래 방치된 듯한 이슬람의 콘수에그라 성은 한창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라 더 멋진 그림을 기대해도 좋다. 돈키호테가 로시난데를 타고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던 그 ‘카스티야라만차’주의 주도는 톨레도다. 우리로 말하면 경주쯤 될까, 8~15세기까지 스페인의 수도였던 도시다. 현대식 건물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는 아랍 군주의 거주지였던 알카사르를 정점으로 고깔 모양으로 층층이 퍼져 있고, 타호 강Rio Tajo이 그 주변을 휘감아 돌면서 천연의 요새를 만들고 있었다. 도시로 들어가기 전 멈춰선 전망 포인트에서 한참이나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풍경에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고딕성당이라고 불리는 톨레도 대성당도 포함되어 있었다. 스페인을 점령한 이슬람 세력은 종교를 강요하거나 문화를 파괴하지 않았기 때문에 톨레도는 ‘스페인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릴 만큼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유적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고 성당은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귀중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 출신이지만 스페인에서 주로 활동했던 엘 그레코의 작품은 물론 고야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으며 화려한 제단 장식이나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성체현시대는 이미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새로운 스페인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갱신되는 흥분이 모험에 나선 돈키호테의 마음이었을까. 끝없는 메세타이베리아 반도 중앙부의 대고원를 원 없이 달리고 싶은 충동이 더 깊어지기 전에 라만차를 떠나야 했다. 타호 강으로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 도시 톨레도 ▶travie info 벤타 델 키호테 세르반테스가 이용했던 여관으로 소설 <돈키호테>의 무대가 됐다. 소품과 인테리어 등으로 당시 분위기를 재현했고, 직접 만드는 와인과 돈키호테 관련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2층은 객실이었지만 지금은 투숙객을 받지 않는다. 주소 EI Molino, 4 Puetro Lapice(Autovia de Andalucia) 문의 926-57-6110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바), 오후 1시∼오후 5시, 오후 8시∼밤 12시(레스토랑) 찾아가기 마드리드 남부 버스 정류장 Estacion de Autobus Sur 역(지하철 Mendez Alvaro 역)에서 Jaen 방면으로 가는 버스 이용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Puetro Lapice에서 하차. 버스 시간 문의 91-530-4800 1, 5 돈키호테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관 ‘벤다 델 키호테’의 오래된 나무 대문과 와인저장고가 있는 바bar 2 푸에르토 라피세 마을에서는 다양한 돈키호테 기념품을 구입 할 수 있다 3 톨레도 대성당의 성모상 4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소 모양의 대형 간판들을 종종 스쳐 지나간다 6 돈키호테가 괴물로 착각하고 결투를 벌였던 꼰수에그라의 풍차들 고야의 빛과 그림자 Madrid마드리드 Zaragoza 사라고사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허락된 시간은 단 한 시간. 마치 단거리 경주에 나서듯 신발끈을 동여매고 속사포로 설명을 난사하는 가이드 수피아씨를 따라다녀야 했다. 그곳의 수많은 보물 중에서 나를 사로잡은 그림은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년의 <개The dog>였다. 고야의 다른 그림과는 다른 화풍으로 의혹을 사기도 했던 이 그림에는 모래 언덕 위로 목만 빼꼼이 내놓은 휑한 눈의 개 한 마리가 등장한다. 마치 노년의 고야 그 자신처럼 말이다. 최후의 고전주의 작가이자 최초의 현대작가로 불리우는 그의 예술적 전이는 프랑스 군인들이 스페인 민군을 총살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 <1808년 5월3일The Third of May 1808>에서 시작된다. 초상화를 잘 그려서 왕실 화가로 이름을 날린 고야는 이 작품을 계기로 민중 화가로 추앙받게 된다. 하지만 노년에 고야의 삶은 암울했다. 마흔 중반에 청각을 상실했으며 노후에 마드리드 근처의 집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고야가 자신의 집에 그린 벽화들은 마치 귀신을 본 듯 공포에 질린 표정의 검은 군상들로 채워져 있었다. ‘블랙 페인팅’이라고 불리는 그림들이다. 그중에서도 <자기 아들을 먹어 치우고 있는 새턴Saturn devouring his Child>은 끔찍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후기 작품 중 가장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 고야의 고향이 바로 사라고사다. 사라고사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시내에 들어가자마자 돌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태풍이라도 왔나 싶을 만큼 퍼붓던 비는 10분 후 거짓말처럼 개이더니 하늘이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고야의 삶처럼 빛과 어둠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그런 날씨였다. 사라고사에 있는 고야의 생가, 사라고사 뮤지엄, 이베르카 카몬 아즈나르 뮤지엄Ibercaja Camon Aznar Museum에서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거대한 바로크 스타일의 필라르 대성당Basilica del Pilar에 있는 레지나 마티럼Regina Martyrum돔의 천장화 역시 고야의 작품이다. 이 성당에는 기도를 이루어 준다는 옥으로 된 성모상이 있는데, 그 앞에서 깊은 슬픔에 잠긴 한 노부부를 만났다. 그 처연한 표정은 사연 모르는 이방인들까지 숙연하게 만들 만큼 날카로운 슬픔을 담고 있었다. 그 감정이 지금 내 방에 걸려 있는 고야의 <개>를 볼 때마다 오버랩되곤 한다. 사라고사의 랜드마크이자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가톨릭 순례지 중 하나인 필라르 대성당. 고야가 그린 천장화를 볼 수 있다 가우디에게 영감을 준 산 Montserrat 몬세라트 Barcelona 바르셀로나 누군가 볼 때마다 시루떡이 연상된다고 했던 몬세라트Tot Montserrat는 톱니바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바위산이다. 4,000만년 전에 융기된 해발 1,200m 산의 모습은 한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바위투성이 산의 정상부에 베네딕트수도원이 만들어진 이유는 이곳이 유서깊은 기도장소였기 때문이다. 1,000년 전부터 시작된 순례의 행렬은 12세기에 만들어진 검은 성모상 ‘라 모레네타’가 발견되면서 더욱 길어져서 지금까지도 끊어질 줄 모른다. 두어 시간 거리인 바르셀로나에 살았던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i Cornet, 1852~1926년도 틈만 나면 모세라트를 찾아왔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몬세라트에 와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아예 바르셀로나의 중심에 몬세라트를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바로 바르셀로나의 명물 사그라다 파밀리아가족대성당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다. 스페인 교회 건축 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 건축가 프란시스코 데 폴라 델 빌라르Francisco de Paula del Villar에 의해 시작되었다가 1년 반 후에 안토니 가우디의 손에 넘겨진다. 그후 43년 동안 가우디는 역사에 길이 남을 독창적인 성당을 완성하기 위해 일생을 쏟아 부었다.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성당 내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마치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로 뻗어 올라간 듯한 모습의 기하학적인 기둥들이다. 직선이 아니라 자연물의 형상, 그 곡선만을 사용한 가우디 원칙들이 반영된 결과다. 라 페드레라La Pedrera, 구엘 공원Pavellons Guell 등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에서 그 고집스러운 독창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기업체의 도움 없이 오로지 신자들의 헌금으로만 세우기 원했기에 재정 문제는 언제나 발목을 잡았다. 결국 그는 완공을 보지 못하고 사고로 죽고 말았지만 성당은 아직도 그의 청사진에 따라 무려 130년 동안 여전히 ‘공사 중’이다. 전체 공정 중 절반 정도가 완성되었을 뿐이라지만 몇년 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내부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어 지난 2010년 7월에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모시고 축성식을 가졌다. 15년내에 완공하는 것이 바르셀로나 시의 계획이다. 1 가우디는 직선을 배제하고 자연물의 형상과 곡선만을 사용했다.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있는 구엘 공원 2 몬세라트 산에서 내려온 기운이 한데 모여 정점을 이룬다는 성당 안뜰 3 가우디는 몬세라트의 기괴한 모습에서 착안해 사그리다 파밀리아를 디자인했다 취재협조 에미레이트항공 www.emirates.com 페가수스 코리아 02-733-3441 ▶travie info 1 아람브라 안에 있는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 2 스페인식 애저 바비큐 요리 ‘코치닐요’ 몬세라트Tot Montserrat 몬세라트로 올라가는 꼬불꼬불 산악도로의 전면 도로는 10km, 후면도로는 13km다. 주말에는 주차장이 만원이 경우가 많으므로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 훨씬 빠른 방법. 수도원에는 뮤지엄, 레스토랑과 기념품점 그리고 호텔까지 있다. 베네딕트 수도원은 에스꼴라니아라는 소년합창단Cor de I’Escolania으로도 유명한데 미사 시간을 맞춰서 가면 합창을 들을 수 있다. 문의 (0034)93-877-77-77 www.montserratvisita.com Travel to Spain 항공편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면 두바이를 경유해서 포르투갈의 리스본이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지로 여행할 수 있다. 인천-두바이 구간을 운행하는 에어버스 A380 기종은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최첨단, 초대형 기종. 인천-두바이 구간은 9시간 30분, 두바이-마드리드 구간은 8시간, 두바이-바르셀로나 구간은 7시간 가량 걸린다. 문의 02-2022-8400 www.emirates.com 두바이 시티투어 두바이에서 스톱오버를 신청해서 두바이 시티 투어(42달러), 사막 투어(99달러) 등을 경험하는 것도 색다른 여행이 된다. 에미레이트항공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정보와 스톱오버 안내책자를 다운받을 수 있다. 투어 문의 아라비안 어드벤처 +971-4-303 4888 aadops@emirates.com 스페인 일주상품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는 ‘스페인·포르투갈+바르셀로나 일주 10일’ 여행패키지 상품이 10월부터 10개 여행사 연합으로 시판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출발하는 이 상품은 11월 말까지 239만원의 특가로 한진관광, 투어2000, 레드캡투어, 투어몰, 자유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하나투어, 온라인투어, 롯데관광에서 예약할 수 있다. 야디네스 알베르토Jardines alberto 그라나다의 유서 깊은 카르멘(정원과 채소밭이 있는 별장식 하우스)을 개조한 레스토랑으로 야외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기 좋은 곳이다. 커피 한잔과 함께 피오노노Pionono라는 그라나다의 전통 디저트도 별미다. 아람브라 궁전의 아름다운 정원 헤네랄리페 입구 쪽에 위치해 있다. 3가지 코스에 와인이 곁들여 나오는 세트메뉴는 30~45유로. 주소 Paseo de la Sabika nº 1, 18009 Granada 문의 (0034) 958-221-661 www.jardinesalberto.es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Parador de Granada 그라나다의 아람브라 궁전 안에 있는 성프란치스코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로 스페인 국영 호텔 중 최고로 알려져 있다. 그라나다 수복 후 세워진 수도원 건물의 고풍스러운 멋과 특별한 위치 때문에 여행자들이 꿈꾸는 숙소지만 객실이 40여 개밖에 되지 않아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아람브라와 그라나다의 야경을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주소 Real de la Alhambra, s/n, 18009 Granada, Spain 문의 (0034) 958-22-1440 www.parador.es 팔라시오스Palacios 5kg 정도의 크기으로 자란 새끼 돼지로 만드는 애저 바비큐 요리 코치닐요Cochinillo를 먹을 수 있는 곳.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다. 팔라시오스는 레스토랑뿐 아니라 호스텔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싱글 요금은 30~45유로, 더블룸은 50~80유로 사이다. 주정강화와인인 셰리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계란 노른자를 이용한 디저트인 플란Flan도 맛볼 수 있다. 주소 C/Navarro Ledesma, 4 45001 Toledo 문의 (0034) 925-28-0083 www.hostalpalacios.net 안달루 라 토레 데 오로Andalu la Torre de Oro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에 있는 투우 테마의 바Bar. 가게 안에는 스타 투우사들의 사진과 희생된 소의 머리 박제 그리고 스페인 생햄인 하몬이 같이 걸려 있어서 묘한 느낌을 준다. 주소 Er 26 de la Plaza Mayor Calle del Arcode Triunfo, 28012 Madrid 영업시간 오전 10시∼새벽 2시 문의 (0034) 913-66-5016 La Torre del Oro 타블라오 엘 팔라시오 안달루스Tablao El Palacio Andaluz 세비야 최고의 플라멩고 디너쇼를 감상할 수 있는 곳. 공연은 하루 두 차례, 매일 저녁 7시와 7시30분에 시작되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며 와인이 곁들여진 코스 정찬이나 타파스를 선택할 수 있다. 오페라 카르멘의 일부 장면도 플라멩고로 선보인다. 문의 (0034) 954-534-720 www.elpalacioandaluz.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백발 거장의 첼로선율, 클럽비트를 싣다

    백발 거장의 첼로선율, 클럽비트를 싣다

    “이곳에 서게 된 것이 무척 기쁘다. 클래식은 보수적이고 구식이란 이미지를 벗어던져야 한다. 새로운 팬들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의 시도가 훌륭한 첫걸음이 될 거다.” 지난 23일 오후 8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엘루이호텔의 클럽 무대에 아인슈타인 헤어스타일을 한 백발의 사내가 첼로를 들고 나타났다. 첼리스트 장한나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라트비아(옛 소련) 출신 ‘마에스트로’ 미샤 마이스키(64)가 주인공. 가벼운 검정 재킷을 입은 마이스키는 잠깐 좌중을 훑더니 바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연주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이곳을 찾은 2000명의 웅성거림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가벼운 칵테일 또는 맥주를 홀짝거리는 이들도, 담배를 피워 문 사람도 있었지만, 시선은 무대 위로 집중했다. 금·토요일마다 고막과 심장을 들썩거리게 하는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가득 찼던 지하 공간을 어느새 바로크의 공기가 지배하고 있었다. 마이스키의 두 번째 연주를 기다리는 동안 DJ 하임(haihm)이 무대에 올랐다. 일렉트로닉 음악과 클래식의 괴리를 줄이려고 대중적인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에 드럼 소리를 섞은 음악을 들려줬다. DJ 하임은 “클래식이 익숙치 않은 관객도 지루하지 않도록 재밌고 유머러스하게 클래식에 비트를 넣어 봤다.”고 설명했다. 막간을 이용해 일부 관객들은 요절한 예술가의 무덤이자 새로운 탄생의 공간을 콘셉트로 한 설치미술가 우국원의 작품 ‘홈 스위트 홈’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잠시 뒤 마이스키는 재킷을 벗은 채 목에 치렁치렁한 금목걸이와 자신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검은색 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첫 번째 연주에서 묵직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던 것과 달리 알베니스의 ‘탱고 에스파냐’, 라벨의 ‘하바네라’ 등 흥겹고 빠른 템포의 곡을 선보였다. 한국 가곡 ‘청산에 살리라’에 이르러선 갈채가 터져 나왔다. 마에스트로를 클럽으로 이끈 것은 음반사 유니버설뮤직이 2004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한 ‘옐로라운지’ 프로그램이다. 클래식 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한 유럽에서 ‘공연장 밖의 클래식’을 콘셉트로 내걸고 젊은 층을 클래식과 친해지도록 하려는 도발적인 시도다. 클래식은 물론 디제잉과 영상, 설치미술을 접목시켰다. 베를린의 성공 이후 암스테르담과 런던, 잘츠부르크에서도 성황을 이뤘다. 힐러리 한, 안네 소피 무터(바이올리니스트), 베냐민 누스, 유자 왕(피아니스트) 등이 공연의 취지에 공감해 무료 출연했다. 물론 이날 마이스키 역시 무보수로 참여했다. 지난 5월 아시아에서 첫 ‘옐로라운지’(기타리스트 밀로시 카라다글리치 공연)가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재원 엘루이 기획총괄이사는 “마이스키를 이미 아는, 혹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격식 없이 좋은 공연을 보여 주자는 게 첫 번째 의도라면 두 번째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젊은이들이 익숙한 공간에서 클래식과 만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전쯤 클럽에 놀러 왔다가 공연 포스터를 보고 찾아왔다는 김재연(28)씨는 “처음엔 ‘마이스키가 클럽에서 연주한다는 게 말이 돼?’라는 생각부터 들었는데 막상 보니까 2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같이 온 친구는 마이스키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어느새 빠져들더라.”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런던 her story] 禁女, ‘女’되다 116년만에

    [런던 her story] 禁女, ‘女’되다 116년만에

    근대올림픽 종목 중에 유일하게 금녀(禁女)의 벽으로 남겨졌던 복싱. 116년의 벽을 허물고 런던올림픽 세부종목 가운데 302번째로 올림픽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 여자복싱의 첫 ‘금녀’(女)는 니콜라 애덤스(왼쪽 29·영국)로 기록됐다. 애덤스는 10일 런던 엑셀 사우스아레나에서 벌어진 런던올림픽 복싱 여자 플라이급(51㎏) 결승에서 런찬찬(중국)을 16-7 판정으로 꺾고 여자 선수로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복싱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올림픽에서 여자 복싱은 1896년 아테네대회부터 버텨온 금녀의 장막을 찢고 플라이급, 라이트급(60㎏), 미들급(75㎏) 등 세 체급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했다. 애덤스는 세 체급 가운데 플라이급 결승이 가장 먼저 치러지면서 첫 금메달리스트에 올랐다. 애덤스는 지난 2010년과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런찬찬을 맞아 힘든 경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애덤스는 날카로운 잽과 오른손 연타로 1라운드를 4-2로 앞서 승기를 잡은 뒤 2라운드 들어서는 한 차례 다운까지 빼앗는 등 경기를 압도한 끝에 런에게 당한 두 차례의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애덤스는 경기 뒤 영국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꿈이 이루어졌다.”면서 “평생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 금메달을 걸고 내 고향 리즈로 돌아갈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 방식과 메달 수에서도 여자 복싱은 남자 복싱과 다른 점이 없다. 올림픽 복싱은 준결승에서 패배한 2명에게 3, 4위전 없이 나란히 동메달이 주어진다. 이날 플라이급에서는 런찬찬이 은메달을 차지했고, 동메달은 말렌 에스파르자(미국)와 충네이장 메리 콤 흐만그테(인도)에게 돌아갔다. 이어 열린 라이트급 결승에서는 케이티 테일러(오른쪽·26·아일랜드)가 소피아 오치가바(러시아)를 10-8 판정으로 누르고 여자 복싱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테일러는 세계선수권에서 4차례, 유럽챔피언십에서 5차례나 챔피언에 오른 이 체급의 최강자다. 개회식에서 조국 아일랜드의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기수로 뽑힐 만큼 금메달 후보 ‘0순위’로 꼽힌 테일러는 그를 보기 위해 1만석 규모의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아일랜드팬들에게 금메달로 보답했다. 클라레사 실즈(17·미국)는 나데즈다 톨로포바(러시아)를 19-12 판정으로 꺾고 미들급 챔피언이 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길섶에서] 한니발의 고향/이도운 논설위원

    “바로 여기가 한니발이 태어난 곳입니다.” 푸른빛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튀니스 해안가의 비르사 언덕. 현지 문화재청 관계자는 카르타고 유적지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집터가 제법 모습을 갖춘 채 남아 있었다. 얼른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을 보던 제3국의 전문가는 “그런 주장도 있지만 에스파냐나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는 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카르타고의 땅이었던 튀니지에서는 영웅 한니발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의 이름을 딴 상업 시설들이다. 지중해를 오가는 관광선이나 해변의 레스토랑에서 한니발이라는 이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튀니지인들의 한니발 사랑은 얼마나 깊을까. 고위인사가 포에니 전쟁 당시의 지도를 꺼냈다. 그러면서 한니발이 로마에서 알프스를 넘어 에스파냐로 갔다고 말했다. 내가 그 반대라고 말하자 머쓱해했다. 한니발은 살아생전에 조국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어찌 보면 이용만 당했다. 죽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핀타 섬 ‘코끼리 거북’ 멸종됐다

    핀타 섬 ‘코끼리 거북’ 멸종됐다

    남미 동태평양의 섬 갈라파고스의 명물이자 생물 보존의 아이콘인 핀타 섬의 마지막 코끼리거북 ‘외로운 조지’가 24일(현지시간) 숨졌다고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이 밝혔다. 이로써 조지가 속한 코끼리거북의 아종 ‘켈로노이디스 니그라 아빙도니’는 공식적으로 멸종됐다. 국립공원 측은 조지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하고, 박제해 영구보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지의 나이는 10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지가 속한 아종이 최대 200살까지 사는 것에 비하면 일찍 사망한 편에 속한다. 40년간 조지를 돌본 사육사 파우스토 예레나는 “아침에 우리로 가 보니 조지가 수로를 향해 쭉 뻗어 있었다.”며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지는 헝가리 출신 과학자에 의해 1972년 핀타 섬에서 발견된 뒤 사육장에서 보호돼 왔으나 자손을 남기지 못했다. 공원 측은 조지의 후손을 얻기 위해 수십년간 노력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조지는 인근 울프 화산 출신인 근연종 암컷과 15년간 한 울타리 안에서 기거한 끝에 짝짓기에 성공했으나 암컷이 두 차례 낳은 알들은 무정란으로 밝혀졌다. 이어 이보다 더 근연 관계인 에스파뇰라 섬의 암컷도 조지와 함께 살았으나 끝내 짝짓기에는 실패했다. 에콰도르 서쪽에서 975㎞ 떨어진 갈라파고스의 여러 섬에 사는 거북들이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는 점은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갈라파고스에는 거북이 많았으나 선원과 어민들이 식용으로 마구 사냥한 데다 사람이 풀어 놓은 염소까지 이들의 먹이를 가로채 멸종 지경에 이르게 됐다. 현재 갈라파고스에는 조지와 다른 아종이긴 하지만 코끼리거북 약 2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14세 최연소 신동’ 오케스트라 지휘자 탄생

    천재적인 음감으로 8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이끄는 최연소 지휘자가 등장해 음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올해 14세인 호세 안젤 살라자르는 누에바 에스파르타주(州) 유스 오케스트라단의 총 지휘자로 임명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호세 안젤 살라자르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베네수엘라의 어린이·청소년 음악 교류 운동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 엘 시스테마는 빈곤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교육시스템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젊은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엘과 콘트라베이스연주가인 에딕슨 루이즈 역시 엘 시스테마 시스템이 배출한 천재 음악가로 손꼽힌다. 세계 최연소 지휘자 타이틀을 거머쥔 살라자르는 8세 때 처음 엘 시스테마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음악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 4년 동안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채 시간이 흘렀지만, 점점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아갔다.”면서 “지휘는 말이 없는 언어와 같다. 나는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로부터 자신감 있는 연주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엘 시스테마는 내게 많은 것을 알게 해줬다.”면서 “이후에는 독일어를 배워 대학에서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하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LFP] 혼자 4골… 메시 하나로 충분했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유럽축구 선수로는 처음 ‘70(시즌 득점)-50(리그 득점)’ 고지를 넘어섰다. 메시는 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열린 2011~12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에스파뇰과의 경기에서 혼자 4골을 쓸어담아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이미 리그 우승은 레알 마드리드에게 넘어간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홈경기인 데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홈 고별전이기도 한 뜻깊은 경기였다. 메시는 전반 12분 에스파뇰 진영 가운데서 얻은 프리킥을 왼발로 직접 감아차 골망을 갈랐다. 후반 19분에는 상대 수비수의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10분 뒤 아드리아누의 롱패스를 받은 메시는 돌파에 이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4일 말라가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이자 올 시즌 10 번째 해트트릭. 5분에도 메시는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상대 태클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또 성공시켜 이날 하루에만 4골을 넣는 원맨쇼를 펼쳤다. 말라가전에서 올 시즌 68골을 기록, 게르트 뮐러가 가지고 있던 한 시즌 유럽 최다골 기록(67골)을 넘어선 메시는 이날 4골을 추가하면서 시즌 개인득점을 72골로 늘렸다. 프리메라리가 득점도 50골로 늘려 이날 그라나다 CF를 2-1로 제치면서 한 골을 추가하는 데 그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의 격차를 5로 벌렸다. 지난 시즌 호날두가 처음으로 리그 40골 고지에 도달했을 때만 해도 다시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메시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즌 50골을 훌쩍 넘기며 유럽축구의 역사를 또 고쳐 썼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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