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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사.작곡가 김동찬 가요인생 50년 기념공연’ ...22일 KBS홀서

    ‘작사.작곡가 김동찬 가요인생 50년 기념공연’ ...22일 KBS홀서

    ‘기똥찬 사나이’ 김동찬 가요인생 50년 기념공연이 오는 22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펼쳐진다. 1968년 가요계 데뷔 이래 네박자, 봉선화 연정, 둥지, 사랑의 이름표, 신토불이 등 인생을 노래하는 주옥같은 히트곡으로 국민들의 애환을 노랫말과 음율로 담아냈던 그가 어느덧 데뷔 50년을 맞는다. 그동안 KBS공모 밝은 노랫말상, 한국노랫말 대상, KBS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음향효과상, 농림부장관표창, 한국전통가요대상 수상 등 독특한 수상 경력과 ‘KBS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 D’Live 청춘노래자랑 심사위원, 연세대 노래지도자 학과 명예교수 활동 및 에세이자서전 ‘네박자, 둥지 그리고 봉선화 연정’출판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프로그램에 현재 활동 중인 전통가요 작사가로 유일하게 초청되는 등 가요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국민 사회자 송해 선생이 진행을 맡으며 그동안 그의 작품으로 인연을 맺었던 우리나라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대한민국 대표가수 남진, 현철, 김국환, 배일호, 김혜연, 유지나, 오은주, 김정연, 김경남, 현당과 탤런트 출신 가수 이동준 외에 한국 성인가요계의 차세대 주자로 각광 받고 있는 정수빈, 하태웅, 신수아, 김수찬, 김주연, 석훈, 유민지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날 공연의 반주는 KBS전국노래자랑 전속 악단인 신재동오케스트라가 담당한다. 특별히 이번 공연은 그가 지난 50년간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전체 공연 제작비를 자비로 충당하며 일반 팬들을 무료로 초청한다. 뿐만 아니라 이날 참여하는 모든 팬들에게 그동안의 히트곡을 모아 본인이 직접 노래한 2-CD 옴니버스 기념음반과 공연소개 팸플릿을 다큐파일 형식으로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한다. 그리고 공연 당일 모금함 운영을 통해서 모금된 금액은 팬들의 이름으로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그동안 발표한 그의 작품은 서민의 애환과 사람의 향기가 있다. 인생사에 바탕을 두고 추억과 사랑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그의 작품세계는 항상 가슴 깊은 곳의 그리움을 끄집어낸다. 그의 노래는 트로트 양식에 기초하지만 발라드한 분위기와 클래시컬한 선율로 독특한 소재의 가사와 함께 우리나라 전통가요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그의 반세기 개인 가요사를 스토리로 조명하는 단 한번뿐인 명품공연이 될 것이다. 그는 지금도 꿈을 꾼다. 노래는 세상을 밝게하고 인생을 치유하고 사랑을 꿈꾸게 한다고...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수요 에세이] 직장 어린이집이 복리후생비용이라고요?/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수요 에세이] 직장 어린이집이 복리후생비용이라고요?/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찬포럼에 초청되어 양성평등에 관한 특강을 했다. LH는 경상남도 진주 혁신도시에 있다. 강의가 끝나고 박상우 사장과 함께 청사 옆에 위치한 직장 어린이집을 둘러보았다. 보육 정원이 200명에 달하는 큰 규모였지만, 정원이 다 차 있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자까지 있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또 실제 아이를 맡기는 직원들의 상당수는 남성직원이라고 했다. 보육실에서 밝고 활기차고 놀고 있는 아동들을 보니 직원 테니스장을 줄여서 어린이집을 만들었던 15년 전 일이 생각이 난다. 2000년대 초 만해도 중앙부처 어디에도 직장 어린이집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정부조차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민간기업에 설치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성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당시 여성부는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서울지방조달청사에 세들어 있었다. 당시 장차관들이 “정책을 백 번 만드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며 “어린이집을 한번 지어 보자”고 앞장섰다. 그러나 반포청사는 사무실 사정도 빡빡했던 상황이라 본관에는 어린이집 공간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여러 논의 끝에 테니스장 일부가 대안으로 나왔다. 하지만 금세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성 직원들이 몇 명 되지도 않는데 뭐하러 어린이집을 짓느냐’, ‘아이들을 집에서 봐야지 직장까지 데리고 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2002년 4월에 완공이 되어 반포동 조달청사에 중앙정부 최초의 직장 어린이집이 문을 열게 되었다. 부지가 작다 보니 정원이 50여명 규모밖에 되질 않았지만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금방 대기자가 생겼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거의 모든 정부청사에 직장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으니 테니스장을 쪼개서 만든 작은 어린이집이 작지만 큰 정책변화의 계기가 된 셈이다. 그 이후 기업에 대한 설치 지원금이나 융자 확대는 물론이고 설치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도 만들었다. 2013년에는 건물을 신·증축하면서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경우 용적률을 완화하는 개선안이 포함된 직장 어린이집 활성화 대책도 발표하였다. 2015년 보육실태조사에 의하면 직장 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6점으로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복지부에서 의무대상 사업장 1143곳을 대상으로 직장 어린이집 설치 현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의무를 이행한 사업장은 605곳(52.9%)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장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도 부족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 된다.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1인당 복리후생비 수준의 적정성 평가항목에 보육시설 운영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보육시설 비용이 복리후생비에 포함되어 있으니 1인당 복리후생비의 적정성을 평가받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직장 어린이집을 확대하는 것이 망설여질 것이다. 한쪽에서는 저출산 해소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쪽에서는 직장 어린이집에 대한 투자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직장 어린이집 비용은 복리후생비가 아니라 경영에 필요한 필수 경비로 변경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에서 매년 일하기 좋은 직장을 선정하여 발표하는데 거의 매년 구글이 1위를 하고 있다. 선정 기준에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삶의 질 제고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LH나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들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있고, 롯데그룹 등 대기업이 기업문화개선위원회를 설치해 일과 가정 양립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보다 많은 기업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기업문화 개선에 솔선하기를 기대해본다. 이런 노력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 마지막 삼성그룹 공채 안내

    마지막 삼성그룹 공채 안내

    삼성의 마지막 그룹 공채가 시작된다. 올 상반기 채용을 끝으로 삼성은 그룹공채 대신 계열사별 채용으로 바꾼다. 다음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3일 오후 삼성그룹이 채용 홈페이지(apply.samsung.co.kr)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취준생들을 위해 정리한 내용이다. 채용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었던 가운데 상반기 삼성전자가 견인하는 채용규모가 압도적으로 커져(70% 선) 전체 채용규모(4000명 선)는 예상보다 줄지 않을 전망이다.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는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물산(상사/리조트/패션), 호텔신라, 에스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제일기획이다. 이렇듯 15개 계열사에서 21개 부문에 걸쳐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이번 삼성그룹 공채는 15일)에 서류접수를 시작, 직무적합성평가(직무에세이) > 직무적성검사(GSAT) >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직무적성검사 GSAT는 4월 16일에, 면접은 4월에서 5월 중으로 치러진다. 최종 합격자는 5월 발표 예정이다. 직무적합성 평가, 즉 서류전형 단계에서는 지원자의 전공 이수 내역, 활동 경험, 에세이 등을 기술하게 하여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얼마나 적합한 인재인지 확인하고 있다. 이후, 직무적성검사(GSAT)는 서류 지원자 중 직무적합성평가(직무에세이)에 통과한 사람에 한해 GSAT를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기전형인 직무적성검사(GSAT) 에서는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 직무 상식 등 5개 영역(160문항)에서 지원자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단, 직무적성검사의 경우 소프트웨어 직군은 SW 역량테스트가 진행되며 디자인직은 포트폴리오 제출이 대체되니 참고할 것. 올해는 에스원, 물산 리조트 부문, SDS, 전자 2개부문이 이에 해당된다. 면접전형에서는 기초소양, 직무능력, 종합평가로 나뉘어 지원자를 면밀하게 평가하고 있다. 삼성이 바라는 인재상은 열정, 창의혁신, 인간미, 도덕성 4가지로, 최종 합격자는 5월 발표 예정.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그간 공통으로 치뤄진 ‘삼성직무 적성검사’ 역시 그 틀을 달리하는 것이 불가피, 이는 곧 각 계열사별로 채용 방식이 바뀌게 되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기존 삼성고시를 준비하던 구직자들의 대거 지원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요 에세이] 희망과 긍정의 사회적 담론/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전 행정자치부 차관·시인

    [수요 에세이] 희망과 긍정의 사회적 담론/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전 행정자치부 차관·시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냥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음식에 대해 알고 그 음식과 관련된 문화, 역사, 맛 등을 얘기하며 먹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행복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 얘기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정의로워지려면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많이 논의해야 한다. 이를 우리는 통상 ‘담론’이라고 일컫는다. 이처럼 담론은 현재의 이야기이지만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활발히 논의하는 주제를 손꼽으라면 이것을 사회적 담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담론은 특정 시대 그 사회를 관류하는 사회구성원의 집단적 관심사의 표출이라고 보면 된다. 많은 경우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되어 법제도의 개선과 예산의 투입으로까지 연결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담론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대부분의 신문에서 지속적으로 1면 머리기사나 사설의 주제로 무엇을 다루고 있는가를 보면 된다. 요즈음 들어서는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표출된 어휘의 반복 정도를 통해 사회적 담론을 뽑아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담론은 우리에게 사회구성원들의 관심사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것을 뛰어넘어 중요한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회적 담론에는 우리 사회가 장차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는 구성원의 염원이 함께 담겨 있기 있어서 지금 우리 사회의 담론이 무엇인지를 보면 5년이나 10년 뒤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너의 미래 모습은 네가 현재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달렸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처럼 사회적 담론은 사회 구성원의 현재 행위를 유도함으로써 미래 우리 사회의 모습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매우 중요한 사회적 담론은 대개 두 가지 형태로 표출된다. 첫째는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한 우려나 정부 대응의 부족에 대한 비난의 형태로 표출되는 경우이다. 둘째는 문제의 폭로나 비난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이나 희망까지 포함하는 긍정의 담론으로 승화되는 경우이다. 첫 번째의 표출방식이 무엇을 담론으로 할 것인가 하는 주제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면 두 번째 표출방식은 선택된 주제를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에 대한 방식의 문제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 부정과 좌절만을 얘기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그를 뛰어넘는 긍정과 희망까지 얘기할 것인가이다.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던 사회적 담론은 문제의 제기로 끝나지 않고 이를 극복해야 하고 또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과 희망의 담론이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온 국민이 “우리도 잘살 수 있다”고 얘기하곤 하던 그 담론으로 우리는 반만년에 걸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이후 1980년대 우리 사회를 지배하던 민주주의 담론은 끝내 정치 민주화를 이끌어 냈다. 이어 1990년대 우리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쳤고 지방자치를 도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관리를 받던 이른바 외환위기 때는 우리가 뭉쳐서 기필코 극복해야 한다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담론을 통해 전 국민을 아우르는 ‘금반지 기부 열풍’을 이끌어 냈다. 지난 1년간 월례조회 특강 등을 통해 시·군의 일선 공무원들을 많이 만났다. 그럴 때마다 복도와 식당에서 주로 무슨 말들이 넘쳐나느냐에 따라 여러분과 여러분 조직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얘기했다. 만일 자기만 편안하려는, 쩨쩨하고 이기적인 얘기가 복도에 난무하는 직장이라면 5년 뒤에 여러분과 여러분의 시·군은 쩨쩨해질 것이다. 반면 주민들의 만족도를 다른 시·군보다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해 보자는 긍정과 희망의 말은 반드시 여러분의 미래를 훌륭하게 만들 것이라고. 되짚어야 한다. 지금 국가 사회의 커다란 전환점에 서 있는 우리는 무슨 담론을 어떠한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가. 그것은 진정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적절한 문제이고, 또 그 논의 방식은 갈등과 분열의 방식인가, 아니면 희망으로 가는 화해와 긍정의 방식인가. 지금 많은 담론이 우리 사회에 흘러넘치고 있다. 우리는 위기 때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사회적 담론을 슬기롭게 형성하는 유전자를 입증해 왔다. 부디 이 중요한 시기에 이러한 유전자가 또다시 발현되어 우리의 사회적 담론이 잘못을 지적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열과 갈등의 담론에 그치지 말고, 문제를 인정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다는 화해와 긍정, 그리고 희망의 담론으로까지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 혜민 스님 에세이집 영문판 英 아마존 베스트셀러 상위권

    혜민 스님 에세이집 영문판 英 아마존 베스트셀러 상위권

    혜민 스님의 에세이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영문판(영어 제목 ‘The Things You Can See Only When You Slow Down’)이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다. 27일 출판사 수오서재에 따르면 국제 출판그룹 펭귄에서 지난 23일 출간한 이 책은 26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27일에는 5위에 랭크됐다. 영국판 편집을 맡은 편집자 대니얼 크루는 “뜨거운 반응이 놀랍다. 초판 2만부를 찍었으나 서둘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출간된 미국판도 2주일 만에 3만부 판매를 넘어서며 호평을 받고 있다. 혜민 스님의 이 책은 2012년 1월 출간된 후 국내에서도 누적 판매 부수 300만부를 돌파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실패를 이겼다 인류 첫 비행 ‘위대한 12초’

    실패를 이겼다 인류 첫 비행 ‘위대한 12초’

    라이트 형제/데이비드 매컬로 지음/박중서 옮김/승산/502쪽/2만원비행의 발견/마크 밴호네커/나시윤 옮김/북플래닛/530쪽/1만 6500원1903년 12월 17일 오전 10시 35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의 모래밭 위로 인류는 첫 비행(飛行)을 했다. 자전거 기계공인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가 만든 무게 275㎏ 플라이어호가 지상으로부터 이륙해 약 12초 동안 36m를 난 순간이다. 동전 던지기로 가린 첫 조종자 윌버는 이륙에 실패했고, 오빌이 조종대를 잡았다. 동생이 인류 최초의 유인 동력 비행에 성공하는 순간 형도 옆에서 따라 달렸다. ‘라이트 형제’는 미국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작가 데이비드 매컬로가 라이트 형제의 일기와 메모, 1000통 이상의 편지 등 풍성한 1차 사료를 통해 그들의 삶을 고증해 낸 전기다. 라이트 형제가 태어나고 살았던 오하이오주 데이턴은 역사적으로 큰 관심을 끌 만한 사건이 없는 ‘한적한 곳’이었다. 달리 말하면 타인의 이목을 받지 않고 조용히 스스로의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라이트 형제가 하루아침에 비행기를 발명한 건 아니다. 형인 윌버는 천재적 기질이 있었고, 동생 오빌은 기계 다루는 능력이 특출 났다. 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흥미거리를 찾아 도전했다. 오빌은 고등학생 때 형과 함께 만든 인쇄기로 ‘웨스트 사이드 뉴스’라는 신문을 창간했다. 두 형제가 1893년 차린 ‘라이트 자전거 상회’의 주문 제작 자전거 사업은 꽤 번창했다. 당시 시대상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라이트 형제보다 앞선 비행 선구자들은 공공연히 ‘괴짜’나 ‘우둔한 인간’으로 조롱받거나 묘사됐고, 워싱턴포스트 같은 유력지는 “인간은 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비행을 꿈꾸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라이트 형제에게 비행의 꿈을 심어준 건 독일 항공 연구가 오토 릴리엔탈과 프랑스의 농부 연구가였던 루이 피에르 무이야르였다. 무이야르가 쓴 ‘공중 제국’ 영역본에 묘사된 새들의 비행은 라이트 형제의 표현대로 “우리의 느슨했던 호기심을 적극적인 일꾼의 열정으로 변모시켰다.” 라이트 형제는 실험용 연을 날리며 공기 역학을 연구했고, 1899년 자전거 상회의 위층 방에서 그들의 첫 번째 비행기를 제작했다. 전기에는 라이트 형제의 끝없는 실패가 반복적으로 기술돼 있다. 우상화된 라이트 형제가 아닌 실패에도 굴복하지 않은 성실함, 애서가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 독서를 통해 지적 탐구심을 성장시켰던 그들의 노력 등 휴머니즘적 요소가 이 책의 미덕이다. 윌버는 1912년 5월 장티푸스로 45세에 숨졌다. 오빌은 2차 세계대전에서 거대한 폭격기가 죽음과 파괴를 일으키는 걸 목격하면서 살아 있는 자신과 죽은 형을 대변해야 했다. 그는 1948년 1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1969년 7월 20일 달에 첫발을 내딛은 닐 암스트롱은 자신의 우주복 안에 1903년 플라이어호의 날개에서 떼어낸 천 조각을 지니고 있었다. 라이트 형제의 위대한 성취를 기리기 위해. 라이트 형제 전기가 다소 무겁다면 ‘비행의 발견’은 가볍고 흥미로운 에세이다. 영국 항공 선임부기장으로 보잉 747기를 조종하는 저자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이자 로맨틱한 기계로서의 비행기, 그리고 조종사만이 경험할 수 있는 비행 세계를 감칠맛 나게 풀어낸다. 영국에서는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의 계보를 잇는 항공문학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저자는 비행이 끌리는 이유로 ‘높이에 대한 영원한 동경’과 자유, 그리고 고독을 꼽는다. 시공간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 조종석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지상과는 다른 인상을 선사한다. 책은 각국의 공역과 하늘길에 얽힌 이야기도 소개한다. 알파벳 대문자의 다섯 글자 코드로 구성된 항공 경로의 웨이포인트(위치명) 중에는 찰스 슈츠의 만화 주인공 ‘스누피’을 딴 이름부터 바비큐, 미국 랩가수 에미넴도 있다. 조종사들이 조종실 바닥이 얼음장처럼 차 두꺼운 스키 양말을 신고 비행기를 몬다는 소소한 얘기부터 잠옷 차림으로 담요와 베개를 들고 텅 빈 객실로 둥지를 트러 가는 밤의 일상, 지평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강렬하게 반짝이는 별과 행성의 경이로운 풍경을 묘사한 글솜씨도 탁월하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2017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합니다

    2017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합니다

    올해 상반기 신입 공채 시즌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CJ제일제당부터 코오롱그룹, 현대아산, 삼표그룹, ING생명, 이랜드그룹까지 다양한 기업에서 2~3월 중으로 신입 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상반기 생산직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CJ제일제당과 CJ헬스케어에서 생산직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모집 중인 직무는 생산, 공무, 품질분석이다. 지원자격은 모집별로 상이하니 인크루트 내 CJ제일제당 채용 공고를 참고하면 된다. 전형절차는 지원서접수 >테스트전형 > 면접 전형 > 건강검진 및 에세이 전형 > 최종합격자 발표 > 입사 순. 오는 26일)까지 CJ제일제당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 가능하다. 코오롱그룹도 신입 정기공채를 진행중이다. 모집부문은 코오롱제약(MR), 코오롱글로텍(품질기술개발), 코오롱생명과학(R&D_의약), 코오롱베니트(수출입운영)이다. 지원자격은 모집별로 다른 만큼 인크루트 홈페이지 내 코오롱그룹 공고를 참고하면 된다. 전형절차는 서류전형, 1차면접, 2차면접, 건강검진, 최종합격 순이다. 접수는 오는 28일까지 코오롱그룹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 가능하다. 현대아산의 경우 건축, 토목, MICE, 면세유통 4개 부문에서 신입을 채용한다. 지원자격은 해외근무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 병역을 마쳤거나 면제된 자이다. 전형절차는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실무진면접, 임원면접, 채용검진, 최종합격 순이다. 다음달 5일까지 현대아산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 삼표그룹은 동양시멘트㈜, ㈜삼표, ㈜삼표산업, 삼표기초소재㈜, 삼표레일웨이㈜, 삼표피앤씨㈜에서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전형절차는 서류전형, 면접전형, 최종합격자 발표 순이다. 지원자격은 모집부문에 따라 다르니 인크루트 내 삼표그룹 채용공고를 참고할 것. 접수기한은 다음달 5일까지고 삼표그룹 채용홈페이지를 통해 지원 가능하다. ING생명도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채용 중인 직무는 금융 컨설턴트이다. 세부 업무는 개인 및 기업의 금융컨설팅, 재테크 포트폴리오 설계, 수익증권 및 적립식 펀드 상담 및 판매 등이다. 전형절차는 서류전형, 면접 및 직무설명회, 지점면접, 임원면접, 최종합격 순. 다음달 6일까지 인크루트 내 ING생명 채용공고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이랜드그룹에서 2017년 상반기 전략기획본부 Global ESI 핵심인재를 채용한다. 모집부문은 패션, 유통, 외식, 호텔레저, SNC(건설) 부문 전략기획 및 컨설팅 담당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전형절차는 서류전형, 직무적성검사, 1차면접, 2차면접, 최종합격 순이며 다음달 20일까지 이랜드그룹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요 에세이] 터키에서 날아온 낭보/문재도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수요 에세이] 터키에서 날아온 낭보/문재도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우리 기업들이 일본 업체를 누르고 세계 최장 규모의 현수교 수주전에서 사업권을 따냈다.’해외 대형 프로젝트 시장에서의 수주 급감을 절감하는 우울한 상황에 지난 설날 터키에서 날아온 모처럼만의 낭보다.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과 무역보험공사 및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 지원이 함께 힘을 모은 쾌거라고 한다. 힘차게 박수를 보낸다. 터키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를 잇는 교두보다. 그 자체로 8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주요20개국(G20) 회원국이기도 한 경제 강국이다. 우리에게는 6·25전쟁에 참전한 전통적인 우방국이자 현대차, 포스코, 효성 등 간판 기업들이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2012년 터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고 방산 등 전략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새삼 터키에서 원전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민관 수주단을 이끌고 터키를 찾았던 2010년 10월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자원개발원전정책관이었던 필자는 한 달 내내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살다시피 했다. 우리나라는 흑해 연안에 위치한 시노프 지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터키는 중동과 러시아 등 산유국 가까이 위치하면서도 석유나 가스 같은 에너지자원의 부존은 희박해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때마침 우리나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권을 따냈고 여세를 몰아 추가 수주를 함으로써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려 했다. 원전 같은 고도 기술이 필요한 대규모의 전략적인 프로젝트는 양국 간 신뢰가 선행돼야 한다. 역사적 인연이 있는 우리와 터키는 이러한 점에서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됐다. 국제적인 대형 프로젝트는 대략 두 가지 형태로 발주가 된다. 하나는 설계, 제작, 시공과 같은 건설만 해외업체에 맡기고 운영은 자기가 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건설 이후 운영까지 모두 해외업체가 맡아서 하는 투자 연계형 방식이다. 올해 우리 기업들이 수주에 성공한 터키 현수교나 예전에 도전했던 시노프 원전은 후자에 해당한다. 기술 역량과 함께 프로젝트 금융 조건이 중요하다. 6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시노프 원전 수주전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UAE 수주전 때 맹활약한 한국전력 전문가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팀을 짰다. 휴일도 없이 터키 에너지부와 마라톤협상을 이어 갔다. 끝이 보인다 싶을 무렵,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얼마에 팔 것인지와 터키 정부의 지급보증 여부를 놓고 좀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터키는 전기를 최대한 싼값에 팔고 싶어 했고, 우리는 손해 보고 가동할 수는 없다며 적정 단가를 요구했다. 만약의 사태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터키 정부의 지급보증도 주문했다. 솔직히 진정한 의미의 프로젝트 금융은 상대국 정부의 지급보증이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원전은 건설에만 10년, 운영에 60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된다. 이렇듯 불확실성이 큰 데 반해 제공 가능한 상업금융은 아무리 길어야 20년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발주국 정부의 지급보증과 같은 추가적인 담보 조치가 필요했다. 터키가 순순히 응할 리 없었다. 터키 측은 과거 정부 보증으로 인해 재정 부실에 빠졌던 ‘아픈 역사’를 한사코 앞세웠다. 게다가 당시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염두에 두고 있어 정부 빚이 늘어나는 데 매우 주저했다. 그렇게 한 달간의 실무 협상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파국을 맞았다.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양국 장관회의와 정상회담 의제로까지 올렸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로도 2년여 동안 우리는 터키 실무진을 여러 차례 만나 의기를 투합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일본이었다. 2013년 초 터키 정부는 일본을 최종 파트너로 선택했다. ‘국가 간 협상이 성공하려면 서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완전히 맞아야 한다’는 선배 관료들의 충고를 절감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필자는 지금도 당시 협상단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후배 관료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조언. 이번에 성공하지 못했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놔야 한다. 그래야 이 프로젝트에서 실패했어도 다른 프로젝트에서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
  •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가짜 유전자가위와 과학 사기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가짜 유전자가위와 과학 사기

    지난해 5월 중국 허베이과학기술대 한춘위 교수팀은 세균에서 유래한 새로운 유전자가위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유전자가위는 인간세포 및 동식물세포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잘라 붙여 교정하는 도구로 난치병 치료와 고부가가치 농작물, 가축 개발 등에 널리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21세기 분자의학과 생명공학의 혁신을 이끌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한 교수팀은 RNA로 유도해 표적 DNA를 절단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와 달리 DNA로 유도돼 표적 DNA를 절단하는 새로운 유전자가위 ‘NgAgo’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학계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한 교수는 이 논문 한 편으로 노벨상 후보로까지 언급되었다. 중국 정부는 한 교수를 지원하기 위해 34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세계 최대 효소회사 노보자임은 한 교수로부터 NgAgo 특허실시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한 교수팀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유전자가위 실험에 착수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실험에 성공한 연구팀은 하나도 없었다. 필자를 포함해 미국, 독일, 중국의 여러 연구팀은 재현 실험에 실패한 결과를 각자 논문으로 보고했다. 실패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이 여러 편 발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NgAgo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컸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국내외 언론은 이를 두고 ‘중국판 황우석 사태’ 또는 일본 연구소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빗대 ‘제2의 오보카타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한 교수가 의도적으로 실험 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허베이대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한 교수 논문의 조작 여부를 밝히기로 했다. 유감스럽게도 생명과학 분야를 포함한 학계에서 논문 조작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논문 조작은 과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할 뿐 아니라 동료 학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끼친다. 조작된 결과를 근거로 연구할 경우 막대한 재원과 시간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논문 조작 사실이 입증되면 논문은 취소되고 논문 저자들도 징계를 받게 될 뿐 아니라 학계에서 퇴출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 조작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는 논문 한 편으로 유명해지고 막대한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는 유혹에 굴복하는 과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 있고 일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들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 학계의 주목을 크게 받은 논문일수록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검증하기 때문에 조작 여부가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과학적 사기 사건은 왜 근절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과학자의 잘못된 확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실험 결과를 잘못 해석해서 확신을 갖게 되고 이에 부합하는 우연한 결과만 취사선택하거나 심지어 조작까지 하는 것이다. 황우석 박사에게는 NT1이라는 줄기세포가 있었고 일본의 오보카타 박사에게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를 근거로 황 박사와 오보카타 박사는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확신하게 되었고 재현이 되지 않자 데이터를 조작하게 되었다. 조사위원회의 공식 발표가 남아 있지만 한 박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를 속인 것이다. 과학자의 신념은 중요하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발견과 발명을 이룬 학자들은 남들이 아무리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이를 귀담아듣지 않는,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확신이 지나치면 이에 반대되는 증거를 무시하고 편향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거나 심지어 조작까지 할 수 있다. 자기 확신의 위험성을 중화시켜 주는 것이 합리적 회의주의이다. 남들의 연구 결과는 물론 자신의 실험 결과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것이 과학자의 중요한 자질이다. 그러나 의심만 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과학자는 확신과 의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직업이다.
  • 지하철 여행을 떠나요, 동네 책방으로

    지하철 여행을 떠나요, 동네 책방으로

    바야흐로 개성있는 동네 책방 전성시대입니다.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랑방, 복합문화공간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지하철로 다녀올 수 있는 보물같은 동네 책방들을 소개합니다. ◆1호선 신설동역 ‘고양이책방 슈뢰딩거’세 마리 고양이들의 집사인 책방지기가 운영하는 고양이 전문 책방입니다. 3년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김미정 대표는 지금의 고양이 책방을 차리기 전 고양이 도서관 개관을 꿈꿀 정도로 고양이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고 합니다. 사람과 교감할 줄 알면서도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한 점이 그녀를 ‘냥덕’(고양이 마니아)의 길로 이끌었다고 하네요. 김 대표의 말처럼 이 책방도 개성이 뚜렷합니다. 국내 일반 단행본, 해외 화보집, 중고 서적, 독립 출판물 500여권 외에도 엽서, 일러스트, 간단한 문구들도 취급합니다. 물론 모두 고양이에 관한 것들입니다. 심지어 책 내용이 고양이와 관련이 없어도 표지에 고양이가 등장한 책도 다룹니다. 책방지기와 고양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정보도 서로 교환하고 실용서적을 직접 추천받을 수도 있어 애묘인을 비롯한 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꼭 한 번 들르면 좋을 책방입니다. 수익의 일부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등 동물보호단체에도 기부한다고하니 책 구매를 통한 착한 소비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매장을 확장하면 소모임, 상영회 등 고양이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도 할 계획이랍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숭인동길 68 *운영시간: 화~토요일 오후 3시~9시 (일·월요일 휴무)*문의: 070-5123-2861 ◆2호선 문래역 ‘청색종이’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해 ‘로큰롤 헤븐’, ‘코끼리 주파수’ 등의 시집을 낸 김태형 시인이 운영하는 출판사 겸 작은 책방입니다. ‘청색종이’라는 상호는 김태형 시인이 생각하는 청색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담아 지었습니다. 청춘을 의미하기도 하고 우울하거나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담은 ‘청색’을 찾아오는 분들이 다양하게 해석하기를 원한다고 하네요. 처음 책방을 차릴 때 시집 전문 서점을 표방한 것은 아니지만 김태형 시인이 시를 공부하는 데 필요한 책을 구입해 모으다보니 아무래도 시집이 많습니다. 시집을 비롯한 인문 과학 서적이 중심이고 헌책과 절판된 책들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송재학 시인의 ‘기억들’ 등 절판된 책을 복간하기도 합니다. 매주 독서모임, 시읽기 수업, 인문독회 등 다양한 강좌도 열립니다. 이름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껏 읽어보지 못한 고전을 비롯해 특히 어렵게 여긴 탓에 그동안 접하지 않은 시집 등을 모여서 함께 읽으며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 4종의 책을 출간한 작은 출판사로서 곧 독일 번역소설과 국내 극작가의 희곡집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주소 :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 8-6*운영시간 : 월~토 오후 1시~9시 (일요일 휴무)*문의 : (02)2636-5811 ◆3호선 안국역 ‘베란다북스’서울 종로구 계동길 끝자락에 위치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방입니다. 아트북, 그래픽노블 등 시각예술 서적을 기반으로 한 그림책 전문 서점으로 일러스트레이터 노준구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초와 빛이 가득한 집안 베란다처럼 서점에 머무는 분들이 편안하게 쉬어가는 곳이 되길 바라는 부부의 마음이 담긴 공간입니다. 시각예술분야 국내 작가 서적이 중심이지만 외국 작가 번역 서적도 마련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문예지, 에세이, 시집 등 베란다북스라는 공간에 어울리는 독립출판물로 장르를 조금씩 확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문학 서적처럼 그림책에서도 삶에 대한 시각과 철학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노 대표의 말처럼 아이들의 책으로만 여겨졌던 그림책 속에서 마음을 달래는 따뜻한 위로를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책 뿐만 아니라 아트프린트를 비롯해 판화, 엽서, 카드, 에코백 등의 상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예술 관련 강사와 함께하는 세미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그림책 작가와의 대화 등 책방을 찾는 손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열 계획입니다. *주소 : 서울 종로구 계동길 120*운영시간 : 화~토요일 오후 12시~6시 (일·월요일 휴무)*문의 : (02)747-3742 ◆4호선 혜화역 ‘얄라북스’사진을 전공한 세 명의 주인장이 사진 스튜디오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서점입니다. ‘얄라’는 아랍어로 ‘함께 가자’의 의미를, 우즈베키스탄어로는 ‘노래하다’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프랑스의 한 수녀가 이슬람권 국가에서 얄라 운동을 펼친 것을 본보기 삼아 얄라북스를 찾는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었다고 합니다. 현대미술 중에서도 시각예술 분야의 독립출판물을 주로 취급합니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한 인문 도서들까지 포함해 4000~5000권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진, 회화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와 세미나도 많이 열립니다. 젊은 작가들에게는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본인의 작품을 알리고 소통하는 장소가, 손님들에게는 다가가기 힘든 현대 미술을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죠. 김지훈 실장은 “대형서점 직원들에게 세세히 물어보기 힘든 것도 이 곳에서는 마음 편히 질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인지 예술을 공부하는 지방 대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손님의 연령층도 다양합니다. 특히 한국 작가 작품집을 사가는 외국인들도 많다고 하네요. *주소 :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3길 11 지하 1층*운영시간 :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토요일 오후 12시~7시 (일요일 휴무)*문의 : (02)745-3330 ◆5호선 신금호역 ‘프루스트의 서재’박성민 대표가 어린 시절부터 산 동네에 차린 빨간 벽돌로 된 작은 책방입니다. 대부분의 책은 중고서적이고 소규모 출판물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대형 서점 등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박 대표는 책을 많이 보고 싶어서 입사한 서점에서 정작 책을 읽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직접 책방을 차렸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제목처럼 자신만의 서점에서 책을 읽고 나누며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공간이죠. 프루스트의 서재는 책을 파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최 대표는 본인의 책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좋은 작품을 펴내는 작업도 할 계획입니다. 매주 화요일, 토요일에는 여럿이 모여 낭독 모임을 가집니다. 참석자가 돌아가면서 책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천천히 읽는 시간을 갖습니다. 동네 분들과 타지역에서 오신 분들로 이루어진 모임에서 친목을 다지기도 합니다. 때때로 책방 공간을 이용한 사진, 그림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주소 : 서울 성동구 무수막길 56 *운영시간 : 화~일요일 오후 12시~8시 (월요일 휴무)*문의 : 010-8988-2682 ◆6호선 한강진역 ‘다시서점’낮에는 서점으로, 저녁에는 바(Bar)로 운영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가수 윤선애의 노래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에서 따온 서점의 이름은 ‘다시 한다’는 뜻과 더불어 ‘시가 많다’(多詩)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시집을 주로 취급하는 서점입니다. 올해부터는 특정 시인을 정해서 그 시인의 시집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인 백석을 시작으로 앞으로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 등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을 다룬다고 합니다. 김경현 대표는 “돌아보면 학창시절 시를 교과서에서 재미없고 어렵게 배운 것 같아 다른 방식으로 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책을 비치한 작은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뚫린 벽 인테리어 덕분에 찾는 손님들이 흥미로워한다고 하네요. 간혹 인테리어가 예뻐 사진만 찍고 가는 손님들도 있지만 김 대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다가 자신의 감성을 풍성하게 만드는 한구절이라도 얻어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답니다. 저녁 6시가 되면 맥주와 차 등을 판매하는 ‘초능력’이라는 이름의 바로 변신합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루는 다시서점 신방화점도 문을 열었습니다.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2길 34 지하 1층*운영시간 : 화~일요일 오후 12시~6시 (월요일 휴무)*문의 : 070-4383-4869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대륙서점’1987년에 문을 연 동작구 상도동 ‘동네 사랑방’ 서점입니다. 대륙서점을 연 이전 사장님 부부에 이어 새로운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혼 보금자리를 마련한 동네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했던 부부는 대륙서점이 여러 사정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점을 인수해 2015년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동네 서점이 변치 않고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랐던 부부는 그래서 간판도 원래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등의 추천을 받은 도서를 주제에 맞게 비치합니다. 동네분들이 읽고 싶어하는 추천 도서들도 많이 갖추고 있는데 특히 마을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동네의 특성상 마을, 협동조합, 생태 등과 관련한 도서가 많습니다. 책 뿐만 아니라 독서 모임, 취미 소모임, 작가 강연, 다큐 상연회까지 열리니 그야말로 동네 복합문화센터입니다. “삶의 여유가 없는 요즘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쉽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서점”이 되길 바라는 사장님 부부의 염원이 담긴 공간입니다. *주소 : 서울 동작구 성대로 40 *운영시간 : 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문의: (02)821-8878 ◆9호선 선유도역 ‘프레센트.14’향기 관련 일을 하던 최승진 대표가 책과 향을 접목해 차린 향기 파는 책방입니다. 마치 카페처럼 생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향긋한 향기가 먼저 손님을 반깁니다. ‘선물’(present)과 ‘향기’(scent)라는 단어가 합쳐진 상호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책을 특별하게 선물하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은 곳입니다. “책만 선물하면 뭔가 허전해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어 향기를 선택했다”는 최 대표는 선물받는 사람이 좀 더 책을 소중하게 여기고 특별하게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총 900여권의 책 중 스테디셀러가 대다수이고 나머지는 독립출판물입니다. 책의 주제를 테마로 한 최 대표가 직접 만든 향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웨하스 의자’, 알랭 드 보통의 ‘키스 앤 텔’,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등 책 6권과 더불어 영화 ‘4월 이야기’를 테마로 만든 향기입니다. 앞으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책을 중심으로 책에 어울리는 향기를 만들 계획입니다. 책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에 적힌 몇 개의 키워드만 보고 고르는 ‘블라인드 북’도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최근에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옛날 책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할 수 있도록 한 시도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라면 환불, 교환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22라길 1 대우미래사랑2차 104동 105호*운영시간: 월~목요일 오전 11시~오후 11시, 금~일요일 오후 12시~9시*문의 : (02)2679-1414 . 사실 동네 책방은 대형 서점보다 골목 깊숙이 있거나 주택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찾기 힘들고 규모도 작아서 책을 감상하는 데 불편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면서 혹은 동네 주민에게 물어가며 열심히 찾아간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그 책방에 더 오래 머물게 되실 겁니다. 보물찾기를 하듯 미지의 책방을 알게 된 기쁨은 덤입니다. 개성있는 책들을 한 권씩 구경하다보면 어느덧 시간가는지도 모르죠. 책방지기에게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조언과 추천을 받는 것도 수월합니다. 책 말고도 독서 모임, 낭독회, 전시회, 영화 상영,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인 셈입니다. 다가오는 주말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책방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수요 에세이] 틀리는 시계는 없느니만 못하다/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수요 에세이] 틀리는 시계는 없느니만 못하다/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얼마 전 해외여행을 하면서 시간을 지키지 못해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친 적이 있다. 시차를 감안해 손목시계를 차고 갔는데 그 시계가 틀린 탓이었다. 평소 잘 맞는 시계였다. 도착하는 날 밤 현지 시간으로 잘 맞추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다려도 될 만큼 시간이 넉넉했다. 정해진 시간에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우리 부부만 식당에 있어서 어쩐지 이상했다. 시계를 보았다. 아직 충분히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일행들은 벌써 버스를 타고 있었다. 가이드에게 “왜들 이렇게 부지런하냐”고 물었더니, 약속시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계의 배터리가 거의 소진돼 시계가 느리게 갔던 것이다. 차라리 시계가 없었더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틀리는 시계가 너무나 많다. 시간은 기준이다. 우리는 그 기준에 따라 약속하고 행동한다. 그 기준이 잘못되면 행동도 잘못된다.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가 그것이다. 좋은 사례가 산아제한 정책이었다. 1960년대부터 시행된 산아제한 정책은 성공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1983년 합계출산율이 2.08로 추락했을 때는 시계의 배터리가 약해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인구 감소를 초래하는 출산율인데도 정부는 계속해서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정책을 관성적으로 추진했다. 1990년에 출산율이 1.6 이하를 기록했는데, 이는 인구 복원력을 상실하는 임계점이었다. 그럼에도 산아제한 정책은 7년간 더 계속되었다. 국민들은 고장 난 시계를 충실하게 믿고 행동했다. 이제는 인구절벽이 시작되었고, 일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선진국들은 출산율 1.6 수준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출산율 증대 정책을 쏟아냈다. 농가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 쌀값을 올리면 좋겠지만, 쌀값을 올리면 농민들은 지금도 과잉생산되고 있는 쌀을 더 많이 생산하게 된다. 쌀은 더 쌓이고 시장에서 쌀값은 더 떨어진다. 보리, 밀, 콩 등은 상대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아 점점 생산을 기피하게 된다. 농업은 더욱 왜곡된다. 쌀값을 보전하는 데 재정은 더 많이 소요되고, 그렇다고 농업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정치인들을 욕하지만, 지금 같은 정당공천 제도와 선거 제도를 가지고는 훌륭한 정치인들을 배출할 수가 없다.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당과 실력자에게 잘 보여야 한다. 지역갈등의 현실적인 벽 때문에 영남과 호남 지역은 공천이 거의 당선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정치철학과 정책 대결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정치계는 현실적 이익 때문에 계속해서 잘못된 시계를 만들고, 거기에 따라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 학생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벌써 지방대학은 위기로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모든 대학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정원을 비례적으로 줄이면서 학과와 학생수를 꽉 틀어쥐고 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과와 정원을 조정하고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해 특별한 학교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운영도 독특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통폐합도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대비하는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좋은 대학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를 3년마다 바꾸는 것이 원칙이고, 대통령이 바뀌면 1~2년 만에도 바뀐다. 간섭에 머무르는 허울 좋은 경영평가가 자율경영을 옥죈다. 정부 재정 규모보다 3~4배가 크다는 공기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참으로 걱정이다. 선거 캠프에서 일하던 정치적 인물들이 CEO로 와서 단기간에 경영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직원들이 승복하고 사명감을 갖겠는가. 오히려 공기업들은 직원들의 이기주의로 주인 없는 관료적 조직이 될 뿐이다. 시그널인 시계가 정확하게 작동하는 것이 선진사회이다.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아 반목과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고 잘못된 시스템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재도약을 할 수 있다. 지금 세계는 강력한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주의 이익을 추구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금년에 고장 난 시계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공직자들이 미리 그 준비를 해야 한다. 시대에 잘 맞는 시계를 만들어야 한다.
  • 특목·자사고 영어캠프 고액 ‘입시캠프’ 전락

    외국어고와 국제고 등이 방학 때 운영하는 어학캠프가 입시 대비 프로그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행학습 없이는 불가능한 과정을 담아 또 다른 사교육을 유발하기도 했다. 교육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사걱세)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등학교가 운영하는 어학캠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어학캠프를 개설한 학교는 국제중 3곳, 외국어고 7곳, 자사고 3곳이었다. 주로 초등 3~6학년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짧게는 하루, 길게는 3주 정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서울외고·수원외고·서울국제중고만 참가비가 무료였다. 용인외대부고는 기숙 기간별로 99만원(6박 7일)에서 396만원(23박 24일)으로 참가비 수준이 가장 높았다. 민족사관고(350만원·20박 21일), 청심국제중고(330만원·19박 20일), 하나고(250만원·19박 20일)도 참가비가 수백만원에 달했다. 사걱세는 또 많은 학교가 ‘외국어 활용 능력 향상’이라는 교육부의 캠프 운영 기준을 위반해 수학과 과학, 인문학 등을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용인외대부고는 캠프 참가자를 선발하면서 선행학습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영어 에세이 평가를 하고, 하나고는 아예 자기주도학습으로 수학 선행학습을 한다고도 꼬집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수요 에세이] 삶의 질 높이려면 직장문화를 바꾸자/이복실 여성가족부 전 차관

    [수요 에세이] 삶의 질 높이려면 직장문화를 바꾸자/이복실 여성가족부 전 차관

    지난달 모임에서 만난 롯데칠성의 L전무는 최근 회사에서 경험한 일가정 양립 사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롯데칠성은 토요일에도 판매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업문화 개선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지난해 초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주 5일제로 변경한 것이다. 기업경영의 주요 핵심은 수익창출이다. 판매 일수를 하루 줄이면 그만큼 손실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과감하게 도입하기로 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손실이 났을까. 답변은 ‘아니오’였다. 수익에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L전무는 덧붙인다. “결과를 보고 속으로 걱정을 하던 임직원 모두들 깜짝 놀랐어요.” 왜 하루 덜 일하는데 수익에 변동이 없었을까? 아마도 주어진 시간에 목표를 달성하려고 집중해 더 열심히 했을 수도 있고, 직원들의 애사심이 발동해 신명나게 일을 한 결과일 수도 있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평균 근로시간은 1766시간인데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무려 2113시간을 일한다. OECD 평균보다 25%나 더 많은 시간 일을 하는데도 노동생산성은 OECD 30개 국가 중 28위에 불과하다.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돌이켜 보면 정부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0여년에 불과하다. 2005년에 여성가족부가 가족업무를 복지부에서 이관받은 것을 계기로 가족정책의 중심을 모성비용의 사회화와 일과 가정의 양립에 두었다. 가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작한 셈이다. 2007년에는 가족친화기업인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법을 만들었고 남녀고용평등법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로 법제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또 2011년에는 정시퇴근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을 가족사랑의 날로 정하고 가족송 ‘고마워요’도 제작해 배포했다. 가족송은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위대한 탄생’의 어린 스타 김정인이 불렀다. 매주 수요일 저녁 6시에 방송으로 ‘아빠빠 고마마워요.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엄마마마마 고마마마워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가족이라서 고마워요’가 나오면 직원들은 퇴근준비를 하면서 ‘이렇게 독려라도 하지 않으면 어찌 정시에 퇴근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나도 30년간 늘 밤늦게 퇴근하다 보니 햇빛을 두려워하는 드라큘라처럼 햇빛이 짱짱할 때 다니는 것이 편하지가 않고 낯설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야근이 문제가 아니다. 단체 카톡방의 확산으로 인해 퇴근 후에도 업무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플랫폼이 발달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아마도 많은 기관에서 단톡방을 운영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정보의 공유가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편리한 정보기술이기는 하나, 직장인들에게는 퇴근 후에나 주말에 수시로 뜨는 상사의 지시사항은 업무 스트레스를 넘어서서 휴대전화 공포증까지 생기게 했다. 이 정도가 되면 차라리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것이 낫겠다. 주말이 주말이 아니고 휴식이 휴식이 아니다. 최근 모 의원이 주말카톡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해서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다. ‘이런 것까지 법으로 해야 하나?’ 하는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죽하면 법까지 나올까라고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이다. 정시퇴근을 비롯한 일가정 양립 정책은 저출산 문제를 넘어서서 국민의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지금 대다수의 국민들은 일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의 시민들처럼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의식변화를 겪고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관행이나 생각은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 주어진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을 위해 보내거나 자기 계발에 집중할 때 삶의 만족도나 직장에서의 생산성은 배가될 것이다. 최근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 정시퇴근, 회식문화 개선, 시차출퇴근제 등을 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출산을 극복하고 또 한번의 경제도약을 꿈꾸는 지금이야말로 잘못된 관행과의 단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전체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동참을 기대해 본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미래·선거 예측은 쓸데없는 짓?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미래·선거 예측은 쓸데없는 짓?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재미 삼아 ‘토정비결’을 봅니다. 토정비결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운이 좋다는 얘기가 나오면 자신감을 갖고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될 것이고 안 좋은 얘기가 나오면 몸조심하는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면서부터 ‘미래’는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스페인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의 알타미라동굴 벽화는 물론 한자의 가장 오래된 형태로 알려진 갑골문자도 좀더 나은 미래를 기원하거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신탁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과학이 세계 작동의 중요 원리로 자리잡은 현대사회에서도 미래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신비주의나 단순한 공상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좀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시도되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과학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이런 기대감은 과학자이면서 대표적인 SF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라는 소설에서 수학적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심리역사학’이라는 학문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과학계에서도 미래 예측은 주요 관심사인 듯싶습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는 ‘예측과 그 한계’를 주제로 한 특집(Special Section)이 담겼습니다. 기사 1편, 전문가 에세이 6편, 그리고 미국 휴스턴대 국제비교연구센터, 노스이스턴대, 하버드대 정량적사회과학연구소 연구진의 ‘국제 선거예측 개선’이라는 논문까지 실렸습니다. 지난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미국의 거의 모든 매체는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여기에 취임 직후부터 황당한 정책들을 쏟아내 ‘위대한 미국’이 아닌 ‘반쪽 난 미국’을 만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학계의 충격을 반영한 특집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라이언 케네디 휴스턴대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1945년부터 2006년까지 86개국에서 시행된 493개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 예측 모델을 이용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열린 128개 선거 결과를 예측해 본 결과 80~90% 정도의 정확도로 결과를 맞혔답니다. 지난 미국 대선 예측에선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힐러리가 7% 포인트 정도 차이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네요. 역시 실제 대선이 ‘예측불허’에 ‘이변’이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대선을 비롯해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의 예측 결과가 실제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 과연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정량적 예측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연구진은 아직까지는 여론조사 형태가 가장 정확하게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포털 검색 횟수 같은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이 개발된다면 예측의 정확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실 선거 결과를 비롯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인 사람은 또 다른 다양한 변수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무리일지 모릅니다. ‘열길 우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과학에서도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아프리카는 열등한가 세계인의 양심에 묻다

    아프리카는 열등한가 세계인의 양심에 묻다

    오브 아프리카/월레 소잉카 지음/왕은철 옮김/삼천리/272쪽/1만 6000원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영주권을 찢어버리고 출국하겠다”고 선언했던 월레 소잉카(83). 지난해 12월 초 그는 약속대로 20년 넘게 살던 미국을 떠나 고국 나이지리아로 돌아갔다. 극작가이자 시인, 소설가인 소잉카는 아프리카의 자유, 인권, 평화를 위해 분투하며 이를 작품에 녹여내 1986년 아프리카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세속적인 의미에서 성인(聖人)의 지위에 오를 만한 아프리카인’, ‘호랑이’(나딘 고디머) 등의 수식어를 단 이유다.그가 자신의 요람이자 토양인 ‘극단적인 것들의 대륙’, 아프리카의 실체를 벗기고 가치를 드러내는 열정적인 에세이를 내놨다. 2012년 예일대 출판부에서 출간한 ‘아웃 아프리카’다. 제목은 소설이자 영화로도 옮겨진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연상시킨다. 이를 가리켜 왕은철 번역가는 책을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되받아 쓴 탈식민 담론”이라고 말한다. 아프리카에 대한 숱한 편견과 차별 등을 걷어내고 진정한 탐색에 나서려는 작가의 의도를 담은 제목인 셈이다.“아프리카인들은 선천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서구인(뿐 아니라 세계인일 것이다)들에 대해 분노하는 그는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편견과 위선을 낱낱이 해부한다. 아프리카의 자원을 흡혈귀처럼 빨아들이기 위해 독재정권과 손잡는 외국 열강과 초국적 기업들이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를 거세하는 주범이라는 지적은 둔중하게 와 닿는다. ‘외국 열강과 초국적 기업들은 독재 정권과 상대하기를 좋아한다. 기관을 통한 감독이 느슨해서 계약이 훨씬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들(외부와 독재 세력)은 민주주의가 아프리카 전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지껄인다. 그래서 아프리카 대륙을 근대 세계의 주된 흐름에 합류시키려면 ‘강력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신화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통상 사절이 떠받드는 복음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 신봉자들은 이단자이자 변절자로 매도되고 만다.’(33쪽) 그는 ‘백내장 낀 눈’으로 아프리카를 왜곡해 온 외부 세력으로 세계 문학의 거장으로 묶이는 호메로스, 헤로도토스, 셰익스피어도 지목한다. 이들이 제멋대로 상상한 아프리카 대륙과 사람에 대한 야만의 풍경들이 오늘날까지 세계인들의 뇌리에 허구화된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박히게 했다는 지적이다. 소잉카는 패권주의자들의 장난질에 고통과 죽음으로 내몰리는 아프리카 수백만명의 삶을 통절한 아픔으로 응시하면서도 아프리카 내부의 모순과 치부를 들춰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 노예 무역에 식민주의자들뿐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이 공모자로 나섰다는 점을 지적하고 전쟁과 내란을 유발하며 대륙을 피로 물들이는 근본주의자들과 독재자들을 비판하는 그의 문장에는 통렬한 자기 성찰과 반성이 배어 있다. 하지만 줄곧 비관과 절망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절망스러워하기 전에 주목할 것은, “늘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 온 대륙이 사실,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인간의 창조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확장시킬 뿐 아니라 인간의 삶과 목적에 대한 온갖 수수께끼를 밝혀주는 경이로움의 역사와 현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38~39) “아프리카의 인류는 세계의 양심을 자극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지구적인 문화 자원의 중요한 역할, 조정자의 역할을 아프리카에 맡겼으면 좋겠다”는 당부로 글을 끝맺는다. 그 가운데 하나로 아프리카 영성의 가치에 주목한다. 이슬람이나 기독교보다 오래된 서아프리카 요루바족의 수천년 된 종교인 오리사교가 품고 있는 관용의 미덕이야말로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해결하지 못한 갈등, 우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를 풀 수 있는 해법이라면서 말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스스로 번역자로서의 능력을 의심할 정도로, 이번 경우처럼 번역이 힘든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털어놓는 왕은철 번역가는 글이 모호하고 어색하며 스타일 상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아프리카의 민낯을 세계사적으로 고찰하는 쉽지 않은 주제인데다, 우리에겐 낯선 아프리카의 사상가, 지도자들의 이름, 토속 종교의 철학 등을 짚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읽기 수월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뇌에 부담을 주고 품을 들여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귀한 목소리임은 부정할 수 없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문학과 삶이 일치했던 시인, 그를 잊지 못합니다

    문학과 삶이 일치했던 시인, 그를 잊지 못합니다

    “선생님은 시에 관해서만큼은 엄격하셨지만 제자들이 각자 자기 길을 갈 수 있게 길을 놓아주셨어요. 모더니스트 시인이지만 장석남, 함민복 같은 서정 시인들을 길러내신 것도 엄격함 안에 자유로움과 자애로움이 있었기 때문이죠.”(시인 박형준) “대학 시절 학교 신문사 문학상을 받게 됐는데 선생님께서 당선작을 읽으시고 ‘인물들이 땅에 닿아 있지 않다’는 쓰디쓴 코멘트를 해주셨어요. 그 말씀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자연스레 와닿아요. 늘 그 말을 새기며 소설을 씁니다.”(소설가 하성란)후배, 제자 문인들에게 문학과 삶, 말과 행동이 일치했던 스승으로 기억되는 오규원(1941~2007) 시인. 2일은 그가 세상을 뜬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끝없이 투명해지고자 하는 어떤 욕망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생전의 말처럼 그는 사물을 극도의 정밀성과 객관성으로 투영하는 ‘날이미지 시’를 주창한 작품과 이론으로 현대시 역사에 또렷한 인장을 남겼다.그의 10주기를 맞아 동료 문인들과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제자들이 함께 모여 전시, 시 낭독회, 추모시집집 출간, 심포지엄 등 다양한 추모 행사를 연다. 기일인 2일에는 강화도 전등사에서 시목 참배(오후 1시 30~5시 30분), 오규원 시 낭독회(오후 6시 30~8시 30분)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는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과 에세이, 영상, 육필 시, 유품 등을 한데 모은 특별전 ‘봄은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가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에서는 시인이 찍은 사진들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다. 1000여컷의 작품 가운데 엄선한 20점의 사진들은 일견 단순한 풍경 사진 같지만 그만의 쨍한 예술적 극점을 체험할 수 있다. 그가 월간 책과 인생에 1994년 2월호부터 1995년 9월호까지 연재했던 미출간 포토에세이 19점도 내걸려 ‘지독한 언어의 탐구자’로 불렸던 시인의 정련된 사유를 함께 만날 수 있다.이 밖에 그가 병상에 누워 새를 바라보던 망원경, 마지막까지 신었던 신발, 늘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가방, 전시된 사진을 찍었던 카메라, 육필 시, 28종의 저서 등 손때 묻은 유품들도 전시장 한편을 지키고 있다. 전시 기간 매주 토·일요일 오후 1~5시에는 황인숙·조용미·이원·서정학·최하연 시인, 하성란·김미월·윤성희 소설가 등 시인의 제자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수명, 김행숙, 김언, 오은, 최규승, 백은선, 김종연 등 48명의 후배 시인들은 10주기 기념 한정판 시집 ‘노점의 빈 의자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로 고인의 시 세계를 되짚어 본다. 오규원의 시 ‘버스정거장에서’, ‘대방동 조흥은행과 주택은행 사이’, ‘토마토와 나이프’, ‘한 잎의 여자’ 가운데 한 편을 골라 제목, 시어, 소재 등을 다양하게 변주한다.1971년 출간된 시인의 첫 시집 ‘분명한 사건’은 문학과지성사 R시리즈로 다시 복간돼 나온다. 오 시인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청준 ‘우리들의 천국’의 책 디자인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현재 문지 시인선 표지의 기틀을 잡은 뛰어난 편집자이기도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센 언니’들의 목소리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센 언니’들의 목소리

    “여자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아야…, 나이가 들면…”으로 시작하는, 이번 명절에도 쏟아졌을 레퍼토리들. 익숙하시지요. 이에 제동을 거는 ‘센 언니’들의 목소리가 연초 출판가에선 유독 기운찹니다. ‘싸움의 달인’, ‘맷집 좋은 사회학자’로 불리는 우에노 지즈코, 가부장적인 사회에 맞서온 칼럼니스트 사카이 준코, 이혼, 암 투병, 나이듦 등 여성으로서 어려운 얘기까지 터놓는 작가 사노 요코 등 최근 신작들이 쏟아지는 일본 여성 저자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들의 에세이에는 공통의 감각들이 짚힙니다. 결혼 여부, 아이 유무, 나이의 많고 적음으로 여자 인생의 성패를 가르려는 사회의 저열한 편견을 걷어 내죠. 일견 추레하고 비루한 생의 단면까지 서슴없이 내보이는 이들은 “누가 뭐라든 괜찮다. 당신 즐거운 대로, 당신 취향과 선택대로 살아가라”며 젊은층부터 중년까지 여성 독자들의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립니다. 스스로의 발목까지 잡아채는 냉소적인 유머에 ‘우주 너머로 날아갈 듯한 자유로움, 결단력, 명랑함, 공격성, 집착 없음, 유연함, 타인에 대한 공감’(일본 시인 이토 히로미가 ‘느낌을 팝니다’에서 꼽은 지즈코의 특징) 등이 교집합이자 힘인 이들의 에세이는 최근 1~2년 새 출판시장의 한 줄기를 이룹니다. 최근 이런 트렌드를 짚은 기사를 쓰면서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던 차. 아침에 포털에 실린 기사의 댓글창을 열었다가 헉하고 말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혈투’ 때문이었죠. 여성 비하·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한 축의 댓글이 수십여개 달리자 주어를 남성으로 바꾼 다른 축이 이를 고스란히 되받아치는 ‘미러링’ 전략으로 반격을 펴고 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싸움을 붙인(?) 꼴이 된 난감함도 잠시. ‘센 언니들의 목소리’는 결국 하나의 ‘야마’(핵심)로 수렴된다 싶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제각각의 선택과 취향으로 그려 나가는 삶의 다채로운 무늬와 형태, 색을 모두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여자는’으로 시작하는 이들의 무수한 문장들은 결국 ‘인간에 대한 존중’으로 나아가는 셈이죠. 이렇게 바꿔 생각해 보면 여성 혐오 댓글들은 상대를 겨냥하지만 결국 자신을 향한 저주에 묶여 있는 게 아닐까요. 최근 급증하는 여성 혐오 발언에 여성학자 박혜란씨는 이렇게 고언했습니다. “페미니스트는 남자를 적으로 보지 않는다. 페미니스트가 공격하는 대상은 남성중심주의에 기반한 가부장제 사회일 뿐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성도 억압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남자들은 페미니스트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이나 남성이나 인간 자체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저서 ‘오늘, 난생 처음 살아보는 날’에서) 극작가 이브 엔슬러는 “용감하고 정직한 목소리와 말들의 힘으로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딸들이 그들 자신을 치유하고, 나아가 세상을 치유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습니다. 세상의 편견에 균열을 내는 언니들의 목소리에, 그에 교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저주’ 대신 ‘응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rin@seoul.co.kr
  • [수요 에세이] 공직자 윤리 확립이 절실하다/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수요 에세이] 공직자 윤리 확립이 절실하다/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대통령 탄핵심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정은 더없이 어둡고 불안하다. 주말에는 국민적 분노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두 편으로 갈라진 듯하지만, 더 깊이 보면 사분오열 수없이 갈라지고 이념화돼 화합하기 힘든 사회적 갈등으로 악화되고 있다. 정당들도 다양한 주장으로 다투고 있다. 의견을 어느 정도 집약할 사회적, 국가적 기준이 보이지 않아 두렵다. 이 사건의 근본적인 실체는 무엇인가.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민간인이 아무런 법적 권한 없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건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반드시 법적 권한을 가진 사람이 동원돼야 한다. 즉, ‘법적 권한이 없는 민간인의 호가호위’와 ‘권한 있는 공직자들의 불법행위’가 결합된 사건이다. 입학을 시키기 위해서는 총장과 학장을 동원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담당 교수나 심판을 움직여야 한다. 선진국 같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위세를 부려 불법을 강요할 사람도 없고, 설사 그런 요구를 하더라도 담당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회도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어떤 학술조사에 의하면 미국 대통령이 자기 의사대로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범위가 7% 정도라고 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임 대통령이 선거 과정과 취임 시에 많은 공약을 했지만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7% 수준이라는 얘기다. 공직자들은 법에 따라 일정한 권한을 가진다. 모든 권한에는 나름대로 재량의 범위가 있다. 권한의 범위가 커질수록 재량의 범위도 커진다. 반면에 권한의 행사는 여러 요인으로 제약된다. 우선 법률과 정책 등 원칙에 적합해야 하고, 관례와 국제관계 등에도 맞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윤리와 도덕률 등 사회규범에도 부합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권한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회규범에 반하는 일은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이 사회적 통제라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사회규범이 엄격하다. 대통령이라 해도 공익을 위한다 해도 기업에 기부금을 요구하면 안 된다. 민간기업의 경영이나 인사에 간섭하라거나 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는 지시에 따라서도 안 된다.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지탄받고 있는 관련자들에게 무조건 돌을 던질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주변만이 아니라 유력 정치인, 기업인, 법조인들 주변에도 수없이 많다. 주어진 권한을 수행하면서 약자에게 위세 부리고 강자에게 아부하는 사람들이 청와대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널려 있다. 이를 혼자서만 거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래서 권력자의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고, 권력자의 잘못이 눈감아지고 있다. 민간기업이나 단체도 친인척의 위세, 하청기업에 대한 권한 남용, 사적 회계 처리 등이 다반사다. 우리의 사회적 규범이 취약한 탓이다. 미국의 지방경찰이 연방 법무장관을 구속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 법무장관은 수년 전 대선 과정에서 그 지방에서 선거 유세를 하다가 교통신호를 위반한 적이 있었는데, 잊어버렸다가 범칙금 연체자가 돼 있었던 것이다. 그는 범칙금을 완납하고 구제됐다. 법 집행은 공정해야 한다. 오히려 강자에게는 더 큰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 대통령의 이른바 ‘대포폰’은 그래서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을 중대한 사안이라고 느껴야 한다. 불의가 사회규범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 되게 엄해야 한다. 완장을 찼다고 남용하거나 권력자 옆에 있다고 위세 부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납돼서는 안 된다. 또한 ‘되는 것은 반드시 되고, 안 되는 것은 절대 안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권력적 농단 사태가 재발하지 않고 정치개혁, 검찰개혁, 재벌개혁 등도 이뤄질 수 있다. 최순실 사건은 어마어마한 정치행위만으로 만들어진 사건이 아니다. 공직자들의 행정행위가 구체화시켰던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용기 있게 원칙이 지켜졌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 공직사회가 반성해야 하는 이유다. 더 성숙한 나라로 가기 위해 사회규범의 확립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공직자윤리가 먼저 확립돼야 한다.
  • [수요 에세이] 인문학적 삶에 대하여/정재근 대전대 초빙교수·전 행정자치부 차관·시인

    [수요 에세이] 인문학적 삶에 대하여/정재근 대전대 초빙교수·전 행정자치부 차관·시인

    먼저 필자가 인문학적 가치를 정의한 졸시 한 편을 소개한다. 짐 정리를 하면서 책을 버렸다/한때 소중했던, 그래서/베개 삼아 머리맡에 두고/금과옥조처럼 읽고 또 외웠던 책들이/하나 둘 사과상자 속으로 들어갔다//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빼곡한 사회과학 책들/먹고사는 데 필요한 기능과 기술을 자랑하는 책들/한때 그런 공부를 했다는 허세밖에는 아무것도 아닌 책들/현상이 바뀌면 또 다른 정보로 고쳐져야 할 책들/모두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남아 있는 책들은/ 돈의 눈이 아닌/ 신의 눈이 아닌/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책들// 사람을 긍휼히 여기고/행복의 본질을 탐구하고/ 삶의 가치를 사색하고/ 사회정의를 논하고/ 역사와 사상을 담은 책들// 숨결처럼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 나약함 속에 깃든 인간정신의 무한한 강인함을/ 인류역사의 진보에 대한 처절한 믿음을/ 몸짓하고/ 절규하고/ 노래하고/ 그려내는/ 그 행위들을 찬양하고 기록한/ 문학과 예술에 대한 책들//그리하여 이 책들로 인해/ 인간이어서 자랑스럽고/ 인간이어서 행복하고/ 인간이 보다 자유로워지고/ 서로 좀더 사랑하고,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믿고 꿈꾸는 데/ 새털만큼이라도 기여한/ 몇 권의 인문학 책들//이제 내 나이 쉰다섯/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 나는 지금 내 인생을 어떤 책으로 쓰고 있을까// 이 한 생 마감하는 그날/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그날/ 그 책은 나오자마자 사과상자로 들어갈까/ 간직하고픈 몇 권의 인문학 책으로 남을까//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 이웃과 더불어 살면서 / 다소 어리숙해도 영악하지 않아 / 사람 냄새 풀풀 풍기면서 // 수십 년이 지나도 의미를 지닌 책처럼 / 향기나는 말로 사랑으로 / 나의 남은 생을 살고 싶다 (2016 봄, 한국문학시대) 2010년 독일 근무를 마치고 옛날에 살던 집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아내와 둘이 앉아 밤마다 책을 정리하다가 문득 버려지는 책과 남겨지는 책들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버려지는 책들은 대부분 현상을 설명하는 책들로, 구할 당시에는 필요한 지식과 정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른 지식과 정보로 자주 고쳐져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과감히 버리고 필요하면 다시 사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1979년 이상 문학상 수상 작품집’, ‘소유냐 존재냐’, ‘희망의 혁명’ 등과 같은 철학, 사상서, 시집, 소설책 등은 비록 대학 초년에 읽었던 보잘것없는 책이었지만 여전히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 바로 이것이 인문학의 힘이구나. 사람을 얘기하고 행복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정의를 논하고 역사와 사상을 담은 책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 나의 인생을 어떤 종류의 책으로 쓰고 있을까. 나 스스로 써 내려간 나의 인생에 대한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그날, 나의 책은 나오자마자 버려지는 책으로 분류될까, 간직하고 싶은 책으로 분류될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 앞으로 내 인생을 인문학으로 써 내려가는 거야. 현실에 붙잡혀 아등바등 사는 것은 방법론적인 책을 쓰는 삶이겠지. 이웃과 함께 살고, 다소 어리숙하지만 영악하지 않아서 인간 냄새가 풀풀 나게 살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철학과 가치를 공부한다면 다소 인문학적인 인생이 될 거야.” 지난 1월 18일은 공직을 은퇴하고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공직을 마감하자마자 나는 바로 33년 공직인생을 고스란히 그리고 진솔하게 담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이 과연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했다. 다행히 지난 1년간 시·도, 시·군·구 등에서 초청을 받아 인문학적 행정과 따뜻한 행정 그리고 공직가치를 주제로 24회의 특강을 했으니 출간되자마자 사과상자 속으로 내쳐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책을 쓴다. 직장을 마치거나, 학교를 마치거나, 생을 마치면 발간될 것이다. 당신은 세태를 좇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인생으로 길가에 넘쳐흐르는 개성 없는 싸구려 책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의 삶에 인문학적 가치를 불어넣으려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인생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펼쳐 읽고 싶은 매력 넘치는 책을 쓰고 있는가. 며칠 후 나는 유엔에서 또 다른 공직을 시작한다. 그러면 나의 지난 1년은 또 한 권의 책으로 발간되어 냉철하게 평가될 것이다. 과연 이 책은 버려질 것인가, 간직될 것인가. 나로부터, 또 세상으로부터….
  • 韓 여심 훔친 日 女작가들 유쾌한 독설

    韓 여심 훔친 日 女작가들 유쾌한 독설

    앞서 살아간 일본 언니들의 유쾌한 독설이 국내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책에서 나이의 많고 적음, 결혼과 비혼, 아이 있음과 없음으로 여자 인생의 명암을 가르려는 사회의 잣대를 걷어차고 “자유로워지라”고, “내 멋대로 즐겁게 살라”고 20~40대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일본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 ‘맷집 좋은 사회학자’, ‘싸움닭’ 등으로 불리는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가부장적인 사회를 통렬하게 뒤엎는 저작들로 잘 알려진 사카이 준코, 밀리언셀러 그림책 작가인 사노 요코 등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국내 출판계에서는 이들의 에세이가 활발히 출간되고 있다. 사카이 준코의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사노 요코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에노 지즈코와 미나시타 기류의 대담집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등이 잇달아 나왔다. 2015년에 나온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는 6만부, 뒤이어 나온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는 1만부씩, 최근 출간된 사카이 준코의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는 한 달 새 7000부가 팔려나가는 등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출판사들이 앞다퉈 책을 펴내는 모습이다. 송현주 인터파크도서 문학담당 MD는 “일본은 고령화나 중년의 문제, 비혼, 1인 가구의 등장 등이 우리보다 앞서 진행돼 그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한 작가군과 책들이 많다”며 “국내에서는 최근 이런 현상이 이슈화되며 ‘나’에 대해 집중하고, ‘남이 아닌 나’를 위로하는 책들의 출간과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는 이런 에세이가 없는 걸까. 출판계 관계자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내 에세이들과 결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에세이들은 잘나가는 여성의 성공 스토리나 특정한 태도를 강요하는 자기계발서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 친근한 느낌보다는 방어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우리는 어린 여성들에게 삶의 지혜나 일하는 법, 나이 먹는 법을 일러주는 교조적인 스타일이 많은데 이 작가들은 문체 스타일이 ‘아니면 말고’다. ‘곧 죽을 텐데 우울해서 뭐해’라는 식으로 유쾌하게 삶을 관조하고 이혼이나 암투병 등 드러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도 내보이며 ‘네 멋대로 살아라’, ‘아무도 네게 뭐라고 할 수 없다’고 하니 한국 독자들에겐 신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통으로 잘 알려진 임경선 작가는 “국내 작가들은 자신을 글에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이 있어 글이 엄숙하고 특히 생활 에세이는 사양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일본 저자들은 문화적으로도 스스로를 까발리는 데 심리적 저항이 별로 없어 훨씬 자유로운 글쓰기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 저자들은 냉소와 독설, 자기 비하도 마다하지 않지만 자신의 아픈 속내나 추레한 민낯마저도 과감히 내보인다. 저열한 편견에는 대항하지만 다양한 삶과 취향, 선택은 보듬고 존중한다.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등을 번역한 이지수 번역가는 “요코나 사카이 준코 등의 글을 보면 독설을 내뱉으면서도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통찰력과 위트,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해 독자들에게 기분 좋은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했다. 이런 책들은 올해도 줄지어 나올 예정이다. 사노 요코가 좋고 싫은 취향의 문제를 에세이로 풀어놓은 ‘이것 좋아 저것 싫어’(가제)가 2월 중순에, 중년의 문제를 언급한 다나베 세이코의 에세이 ‘주부의 휴가’와 히라마쓰 요코의 미식 에세이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등이 상반기 중에 출간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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