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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준표 ‘돼지 발정제’ 논란에 “내가 관여한 일 아냐” 해명

    홍준표 ‘돼지 발정제’ 논란에 “내가 관여한 일 아냐” 해명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21일 ‘돼지발정제’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전날 인터넷에는 홍 후보의 2005년 자서전에서 ‘대학생 시절 친구의 부탁을 받고 성범죄에 이용할 약물을 구해줬다’는 내용이 회자돼 논란이 됐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협회 초청 특별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45년 전 홍릉에서 하숙할 당시 S대 상대생들이 했던 이야기를 기재하다보니 내가 관여된 것처럼 쓰여졌다”며 “내가 그 일에 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책의 포맷을 보면 S대 학생들끼리 한 이야기를 내가 관여된 듯이 해놓고 후회하는 것으로 정리해야하는 포맷”이라며 “10년 전 그 책이 나왔을 때 그걸 해명했기 때문에 당시 언론에 문제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그 이야기를 문제 삼는 것을 보니 이젠 유력후보가 돼 가는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45년 전의 얘기 아닌가. 사건 관련자를 공개 못 하는 건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자기들끼리 한 얘기를 기재하다 보니까”라며 다시 한 번 “내가 관여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홍 후보와 비슷한 연령대의 기업인이나 경제관련 고위 공직자 출신 등이 돼지흥분제를 확보하려 했던 주인공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된 홍 후보의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 122페이지에는 ‘돼지 흥분제 이야기’라는 소제목의 글이 실려 있다. ▶[핫뉴스] 홍준표 과거 에세이 ‘돼지 흥분제 이야기’ 내용 논란 여기에는 하숙집 동료 중 한 명이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요청했고, 동료들이 구해줬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민의당, 홍준표에 “성폭력 공범은 후보 자격 박탈해야”

    국민의당, 홍준표에 “성폭력 공범은 후보 자격 박탈해야”

    21일 국민의당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이른바 ‘성범죄 모의 논란’과 관련해 “당장 자유한국당 당원들이 나서서 홍 후보의 자격을 박탈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2005년 펴낸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에 대학교 1학년인 1972년 당시 친구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했으며, 홍 후보와 다른 친구들이 이를 구해줬다는 내용을 서술해 논란을 빚었다. 김경록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홍 후보는 보수 정치인을 더는 참칭하지 마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홍 후보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홍 후보는 자신이 약물을 제공한 친구의 강간 시도가 미수에 그친 이후에도 ‘그럴 리가 없다. 돼지 교배를 시킬 때 먹이는 흥분제인데 사람에게도 듣는다고 하더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 후보가 최근 ‘설거지는 여성의 몫’이란 발언으로 비판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이번 대선의 격을 떨어뜨리고 유권자를 모욕하는 막말 등 갖은 기행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는 그를 주요 정당의 후보로 존중하고자 애썼다”며 “시대착오적 발언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학교 1학년 학생을 상대로 약물을 몰래 먹인 성폭력의 공범임이 드러난 이상 우리는 그를 대선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홍 후보가 후보직을 억지로 유지할 경우 우리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홍준표 과거 에세이 ‘돼지 흥분제 이야기’ 내용 논란

    홍준표 과거 에세이 ‘돼지 흥분제 이야기’ 내용 논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에세이집 중 일부 내용이 성범죄에 이용할 약물을 구해준 일을 고백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SNS 및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지난 2005년 당시 의원이던 홍준표 후보가 쓴 에세이집 <나 돌아가고 싶다(행복한 집)>의 내용이 촬영돼 올라왔다. 이 책은 ‘눈물과 회한의 50년 인생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논란이 된 부분은 121쪽에 적힌 ‘돼지 흥분제 이야기’이다. 홍 후보는 “대학 1학년 때 고대 앞 하숙집에서의 일이다. 하숙집 룸메이트는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며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했다”고 서술했다. “그 여학생 모르게 생맥주에 흥분제를 타고 먹이는데 성공하여 쓰러진 그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가기는 했는데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뜯어 실패했다는 것이다. 돼지를 교배시킬 때 쓰긴 하지만 사람도 흥분한다고 들었는데 안 듣던가?”, “결전의 날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한 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등의 문장이 적혀있다. 홍 후보는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장난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비로소 알았다”고 이 글을 맺었다. 한편 홍 후보는 최근 “설거지는 여성 몫”이라는 취지의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TV토론을 통해 이를 사과했다.▶ 홍준표 “체력장 테스트도 아니고…두 시간 세워 놓으니 무릎 아파”(영상) ▶ 홍준표 “설거지를 어떻게 하나…여자 가사노동은 하늘이 정한 것” ▶ 홍준표 “나도 집에서 설거지 하는데”…설거지 발언 사과(영상) ▶ 홍준표, 45년전 MBC 코미디언 공채 응시…결과는?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기는 남미] 8살 딸 이용해 교도소에 마약 반입한 엄마

    [여기는 남미] 8살 딸 이용해 교도소에 마약 반입한 엄마

    어린 딸을 이용해 교도소에서 마약장사를 하던 여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18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경찰은 딸과 함께 마약을 숨겨 교도소에 들어가려던 여성을 체포했다. 경찰은 여자가 상습적으로 교도소에서 마약을 공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자는 15일 부에노스 아이레스 근교 에세이사라는 곳에 있는 교도소를 찾았다.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여동생을 면회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여자는 8살 딸을 데리고 갔다. 모녀는 1차 검문을 무사히 통과했지만 2차 검문에서 꼬리가 잡혔다. 딸이 입고 있는 점퍼 안주머니가 두둑해 보이는 걸 이상하게 여긴 교도관이 몸수색을 하다가 마약을 발견한 것. 딸이 숨겨 들어가려던 마약은 알약처럼 만든 엑스터시로 576정이었다. 수사 결과 여자는 마약 공급책, 딸은 운반책이었다.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는 여동생은 판매를 맡았다. 아르헨티나에선 신체접촉이 가능한 자유로운 재소자 면회가 가능하다. 자매는 이런 점을 이용해 교도소에서 마약장사를 했다. 여자는 교도소에 들어갈 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어린 딸에게 마약을 숨겨 면회 때 동행토록 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면회할 때 살짝 마약을 건넸고 여동생은 교도소에서 마약을 팔았다. 경찰은 "어린아이에 대해선 수색이 허술한 약점을 노렸다"면서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았지만 수법을 보면 그간 여러 차례 여자가 마약을 들여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자의 딸은 경찰에 붙잡힌 마약운반책으론 중남미 최연소 마약운반책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남미 최연소 마약운반책은 2014년 마약캡슐 101개를 꿀꺽 삼키고 국제공항을 빠져나가려다 붙잡힌 11살 여자어린이다. 한편 페루와 콜롬비아 등 마약범죄가 빈번한 주변국에서 넘어가는 마약사범이 늘면서 아르헨티나는 덩달아 마약범죄로 골치를 앓고 있다. 급기야 아르헨티나 정부가 "마약범죄를 막기 위해 (주변국 출신에게) 출입국을 제한하겠다"고 관련법률을 개정하면서 최근엔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등 주변국 사이에 외교적 갈등까지 빚어졌다. (사진=TN)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수요 에세이] 공공기관에 다양성위원회를 의무화 하자/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수요 에세이] 공공기관에 다양성위원회를 의무화 하자/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중견 여성 언론인인 S씨를 지난달 모임에서 만났다. 그녀는 최근에 모 부처의 위원회에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생애 첫 정부위원회 참여 활동이다. 그녀가 말한다. “회의에 가 보니 기관에서 하는 일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 기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까지 하니 뿌듯하고 보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기관은 기관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여성위원 최소 40%를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그녀는 힘을 주어 말한다. “여성자원이 없다는 것은 핑계예요. 주변에 자격을 갖춘 여성자원들이 얼마든지 많아요.” 그리고 덧붙인다. “변화를 싫어해서 계속 쓰던 인물만 쓰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정부위원회 여성 참여는 1980년대 후반 여성정책 태동기에 시작된 초기 정책 중 하나이다. 총리 지시 업무로 추진하다가 1996년에야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정책 시행 초기에는 여성위원들의 중복 참여 문제가 제기된 적도 있었다. 2005년에 위원회 중복 참여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2개 이상의 위원회에 중복 참여하고 있는 여성위원이 200명이 넘었고 심지어 한 여성 시민운동가는 11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어느 광역지자체에서는 일주일에 4일 동안 위원회에 참석하는 여성도 있어서 혹시 위원이 직업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은 인재풀도 늘어나고 정책경험도 쌓이면서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2013년에는 여성발전기본법을 개정해 정부위원회 구성 시 특정 성별이 위촉직 위원 수의 10분의6을 초과하지 않도록 명문화했다. 이 법이 통과될 때 여성 참여율은 25.7%였다. 작년 말 기준으로 42개 중앙행정기관 소속 442개 정부위원회 중 여성 참여율은 37.8%이다. 총 2805명의 여성 위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평균 여성 참여율이 40%를 넘은 곳은 18개 기관에 불과했다. 현직에 있을 때 여성위원의 참여가 저조한 부처들과 회의를 한 적이 있다. 다들 ‘그 분야에 여성 전문가가 적어서’를 주요한 이유로 들었다. 이때 해결의 키는 기관의 의지이다. 인재를 폭넓게 발굴하고 새로운 인재를 기용하려는 유연한 사고가 없이는 실행이 쉽지가 않다.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미국 지상파 방송 NBC 앵커인 케티 케이와 클레어 시프먼이 2014년에 출간한 ‘나는 오늘부터 나를 믿기로 했다’에서 사례로 소개한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들을 높은 자리로 승진시키고 싶었지만 자격을 갖춘 여성을 찾을 수 없다’는 남성들의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래서 그녀는 명단을 만들어서 지갑 속에 넣고 다니다가 여성 후보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하는 남성을 만나면 그 명단을 꺼낸다고 했다. 반면에 여성 직원이 90%가 넘는 기관도 있었다. 그 기관은 ‘여성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니까’라고 여성 90%에 대해 다들 무심코 넘겼다. 그런데 최근에 만난 나의 지인은 말한다. “아무리 여성을 위해 일한다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그 기관도 더 많은 남성을 채용해야 해요.” 조직의 다양성과 기회균등 측면에서는 남녀구별이 없는 것이다. 아마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 기관장은 당장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남성들이 지원을 안 해서 그래요.” 어디선가 많이 듣던 이야기다. 우연히 미국대학 홈페이지를 찾아볼 일이 있었는데 새롭다고 느낀 점이 있었다. 홈페이지 한 귀퉁이에 다양성에 관한 통계들이 게재되어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출신지역, 성별, 연령, 인종 등에 관한 통계를 공개하면서 우리 대학은 구성원의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당당하게 천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성별 통계를 비롯해 다양성 확보를 위한 실적과 노력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을 제안해 본다. 그러려면 먼저 정부와 공공기관, 일정 규모가 넘는 기업에 다양성위원회부터 설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나 기업에 다양성위원회가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최근 롯데칠성과 한국 오라클의 다양성위원회 주최 양성평등교육에 초청되어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두 회사 모두 다양성위원회를 설치해 회사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다양성은 굳이 여성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남녀 모두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조직의 다양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은 중요하고 또 필요한 과제이다.
  • [수요 에세이]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와 한국/김영목 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

    [수요 에세이]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와 한국/김영목 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

    2015년 가을 유엔 총회에서 전 세계 유엔 회원국 정상들은 향후 15년간 경제·사회 개발의 근간으로 삼게 될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채택에 동의했다. 지속가능개발목표는 2000년 새로운 천년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전 세계 정상들이 합의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후속 편인 셈이었다. 새천년개발목표의 주안점은 절대 빈곤과 기아의 해소, 기본적 보건·의료 서비스의 달성, 기본 인권의 확보 등이었다. 이에 비해 지속가능개발목표는 행복의 증진, 실업과 불평등의 해소 등 보다 개인의 삶의 질에 집중한 개발에 역점을 둔다. 그리고 자원의 낭비에서 비롯한 지구 환경 파괴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는 환경과 기후변화에 민감한 개발을 촉구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배경으로 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는 그해 12월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전 세계의 합의로 뒷받침됐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1995년 베를린에서 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 이후 실로 22년 만에 거의 기적적으로 197개국에 의해 채택됐다. 비준국들이 160개국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마침내 2016년 5월에 유효한 국제법으로 성립됐다. 지속가능개발목표는 총 17개로 빈곤, 기아, 건강, 교육, 성차별, 불평등, 고용, 포용적 성장과 기술, 인권과 공정한 법질서 등 사회·경제 개발과 복지 증진에서 현재 각국이 맞이하고 있는 모든 분야의 도전들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지구환경 보호와 관련해서는 깨끗한 물, 저탄소, 현대적 에너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개발, 책임성 있는 생산과 소비, 신속한 기후변화 대응, 해양생물 보호와 육상에서의 생태계 복원 등 환경, 기후변화와 관련된 목표가 최소 8개 포함돼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감안하면 전 세계 지도자와 지식인들이 얼마나 기후변화의 피해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또한 왜 앞으로 15년간 이어질 세계적 개발 목표를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고 명명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미국 정부는 환경보호청의 예산을 삭감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논의를 억제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트럼프 정부의 예산을 보면 환경보호청 예산은 모든 정부 부처 중 가장 큰 폭인 31%가 삭감됐다. 예산이 줄어들면 3000명이 넘는 공무원을 감원하고 기후변화 관련 프로그램도 상당수 폐지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조치는 기후변화협약을 적극 지원해 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반대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과 신조의 발로다. 풍부한 석유와 화학자원을 활용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 달라는 미국 산업계와 석유업계의 이익도 적극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동향은 과거 기후변화협약을 앞장서 반대했던 중국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을 정도로 국제사회의 큰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우리 역시 지속가능개발목표를 다른 나라의 일인 양 무심히 쳐다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산업계의 경쟁력이 쇠퇴하고 성장 잠재력이 뚝 떨어지면서 청년 실업 증가, 불평등 확대 등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제는 곧 지속가능개발목표가 설정한 포용적 성장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 10대 배출국인 대한민국.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기술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믿어 온 우리나라는 기술 면에서 선진국들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제사회에서 모범 성장국으로 기대를 받아 온 대한민국이 포용적 경제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의 선도국으로 계속 선망을 받을지, 아니면 과거의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못하고 오래 고민만 계속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이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는 셈이다.
  • 유종필 구청장, “우리는 이미 모두가 스타이고 누구라도 각자 빛날 권리가 있다”

    유종필 구청장, “우리는 이미 모두가 스타이고 누구라도 각자 빛날 권리가 있다”

    “헤드(head)보다 헤어(hair)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11일 리안헤어 등 미용실 체인을 이끄는 ㈜미창조 본사에서 미용실 경영자 8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수년 전 여름휴가 때 빨간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던 사진을 보여주며 이 같이 말했다.그는 우선 “아무리 똑똑하고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많아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며 염색을 통해 딱딱한 권위를 내려놓자 주민들이 먼저 다가왔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눈에 보이는 것,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됐어요.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에 담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요. 늘 남들과 다른 엉뚱한 생각을 하고 그것을 보여줘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 행복의 비법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자기만의 색깔이 중요하다”며 붕어빵같이 똑같이 찍어낸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과 방향대로 살기를 권했다. 유 구청장은 ‘우리는 이미 모두가 스타이고 누구라도 각자 빛날 권리가 있다’는 배우 마릴린 먼로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린 각자의 색과 빛으로 빛날 권리가 있고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 구청장은 중·고교와 대학, 기업체, 공공기관 등에 초빙돼 연 100회 이상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그의 저서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를 주제로 이뤄졌다. 유 구청장이 삶에서 느낀 행복의 비법과 철학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유승민, 대선 완주 의지?…선거 비용으로 90억 편성

    유승민, 대선 완주 의지?…선거 비용으로 90억 편성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잠정적인 대통령 선거비용으로 약 90억원을 편성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사용했던 453억원의 5분의 1 규모에 불과한 금액으로 완주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여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대 대선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509억원이다. 대선 결과 지지율이 10%에 달하면 절반을, 15% 이상은 전액을 사후 보전받는다. 때문에 현재 낮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유 후보의 완주를 염려하는 시선은 자칫 돈만 쓰고 빚더미를 떠안을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다. 예산을 최소로 편성한 것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한 반박이다. 이날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유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선거비용에 대해 “90억원 안팎 수준으로 편성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중앙선관위가 오는 18일쯤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보조금 60억원 안팎에 추가로 모금 가능한 25억원을 합산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모자라는 나머지 5억원 가량은 유 후보가 개인적으로 변통해 마련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 후보 입장에선 사재를 털어서라도 이번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유 후보도 최근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관련 기자회견에서 완주 의사를 재차 분명히 했다. 그는 “바른정당 후보로서 대선을 치르는데 예산 문제가 녹록치 않다”면서 “그래서 예산은 필요한 최소한만 쓰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 후보의 선거비용 절약 및 완주 방침은 최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이정희 빗대기’에 대한 반격 차원으로 풀이된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바른정당이 후보를 내지 말고 한국당으로 입당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후보의 회유는 선관위의 선거보조금이 지급되고 난 뒤 후보직 사퇴를 하면 18대 대선에서 보조금만 받고 중도 포기했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처럼 ‘먹튀’ 후보가 되니 그 전에 한국당으로 무조건 입당하라며 투항을 설득하는 취지다. 유 후보의 선거자금 절약 방침은 홍 후보의 ‘바른정당 흔들기’에 정면으로 응전한다는 의지의 표시다. 아울러 당과 캠프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의 단일화 요구에 대한 거부 방침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 후보 캠프 일각과 김무성 선대위원장 주변에선 대선 후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염두에 두고 대선 전 안 전 대표와의 단일화를 압박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요 에세이] 국제행사 성공하려면/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수요 에세이] 국제행사 성공하려면/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올해도 9월 아셈(ASEM) 경제장관회의를 비롯해서 정부 주도 아래 여러 국제회의가 열린다. 우리나라가 소위 마이스(MICE) 산업 육성을 국가발전 전략으로 내세우면서 국제회의를 비롯한 행사가 많아졌다. 자치단체에서도 국제행사 유치에 목을 매는 형국이다.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행사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행사가 열리는 본연의 목적도 달성하면서 가급적 많은 참석자가 와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길 바란다. 그러나 행사를 담당하는 실무진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죽하면 행사는 잘해야 본전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겠는가. 필자도 행사와 관련해 이런저런 추억이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고참 과장이던 시절인 2005년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장관회의와 서울에서 열린 제8차 세계화상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APEC 에너지장관회의의 배경은 우리나라가 APEC 정상회의를 그해 12월 부산에서 열리로 한 데 있다. 원래 개최국은 정상회의에 앞서 관련 장관회의를 열어 의제를 정하고 정상선언문에 들어갈 내용을 정리한다. 당시 에너지장관회의는 공식적으로 개최키로 한 회의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무렵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전 세계 에너지의 60%를 쓰며 수입에 의존하는 아태지역의 에너지안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우리는 긴급장관회의를 열기로 하고 회원국의 동의를 얻었다. 회의는 유치했지만 그때까지 대규모의 다자 간 국제회의를 한번도 열어 본 경험이 없었던 실무진은 고민이 매우 컸다. 의제를 선정하고 회원국에 초청장을 발송했다. 그러나 무언가 좀더 필요했다. ‘스타’가 필요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을 초청하기로 하고 섭외에 들어갔다. 다행히 참석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행사 기획사를 선정하고 준비기획단을 꾸렸다. 경주에서 사흘 회의를 개최하는 동안 우리는 본회의 및 양자회의 진행, 의전, 언론 대응 준비 등으로 정신없이 바빴다. 사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행사를 전문적으로 준비하는 민간 기획사의 역량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것을 공무원들이 열정으로 메워야 했다. 자정이 지나면서 행사 기획사 직원들이 떠난 자리를 우리 젊은 사무관들이 채웠다. 공식행사 끝 무렵 장관과 회원국 수석대표와의 마무리 조찬모임에서 필리핀 대표가 한 말씀 했다. “내가 APEC 행사를 다녀 보았지만 이런 성공적인 행사는 별로 보지 못했다.” 우리는 행사 성공을 직감했다. 세계화상대회는 이렇다. 자기들끼리 동업하고 비즈니스를 공유하기 위해 각국의 화교들이 돌아가며 회의를 개최한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화교들이 많았지만 20세기 들어 정치·경제적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떠나거나 귀화하고 고작 2만명 정도가 식당 주인 또는 한의사로서 명맥을 유지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시 우리 경제는 중국을 비롯해서 화교세가 강한 동남아 시장을 뚫고, 화교자본과 협력해서 선진시장에도 진출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나라 화교들을 도와 행사를 유치했지만 국내 화상 대표자들이 국제행사를 개최하기에는 역량이 너무 약했다. 이에 경제계가 십시일반해 행사비를 대고 코트라가 행사를 지원했다. 드디어 서울 코엑스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개막식이 결정됐다. 그런데 가장 큰 고민 한 가지. 오전 10시에 개막식이 열리려면 9시 30분까지는 3000여명의 세계 각국 화상 대표자들이 행사장에 도착해 있어야 했다. 그런데 30여개국 대표단은 서울시내뿐 아니라 경기 일원의 호텔에 분산되어 투숙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들을 제시간에 입장시키지?” 그들의 ‘의지’만 믿고 있기에는 너무 불안했다. 결국 산업부 공무원들과 코트라 등 관련 단체 직원들을 총동원했다. 화상들이 묵고 있는 호텔에 함께 투숙시킨 뒤 행사 당일 데려오게 한 것이다. 개막식은 다소 어수선하고 진행도 그리 매끄럽지 못했지만 참석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돌아가는 길에 대통령께서 장관에게 한마디 하셨다. “행사가 아주 잘되었습니다.” 그간의 고생이 스르르 녹아 없어졌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행사 성공에는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참석자들의 관심을 끄는 매력적인 의제, 스타성을 가진 주빈, 준비 실무진의 팀워크. 그리고 주빈의 칭찬이다.
  • 유승민 “홍준표와 단일화 안해”…안철수·문재인은 ‘맹공’

    유승민 “홍준표와 단일화 안해”…안철수·문재인은 ‘맹공’

    “단일화 입장변화 없을 것…국민의당은 민주당 2중대” “文, 대북관계·안보관 불안…경제에 무능력한 사람”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4일 “홍준표 후보와 단일화를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바른정당-자유한국당 단일화에 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유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에세이집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출간을 계기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홍 후보는 출마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과 단일화 논의를 하면 저도 자격 없는 사람이 돼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유한국당 역시 지금 전혀 변한 게 없다. 그런 당, 그런 후보와 단일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저희가 바른정당을 시작한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과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안철수 전 대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유 후보는 “국민의당은 보수정당이 아니고 민주당에서 뛰쳐나온, 민주당의 2중대 비슷한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박지원 대표 같은 분은 과거 북한에 불법적으로 돈을 갖다 바친 대북송금의 주역이고 국민의당은 사드에 대해서도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그런 정당을 누가 보수정당으로 인정해주겠느냐”고 되물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대북관과 안보관이 너무나 불안하고 경제의 ‘기역’도 모르는, 경제에 관해서 정말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유 후보는 “앞으로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계속 그분의 안보, 경제에 관한 정말 불안하고 위험하고 능력 없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우리만 모르는 기초과학 경쟁력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우리만 모르는 기초과학 경쟁력

    한국은 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연구개발(R&D)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로 꼽힌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 넘게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과 이스라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올해까지 이를 GDP의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복지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미래에 투자하는 셈이다. R&D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R&D 투자 구성을 살펴보면 민간이 정부의 투자보다 3~4배 더 많다. 우리 정부는 연간 19조원을 투자해 전체 연구개발비의 4분의1을 담당하고 있다. 이 중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1조원대에 불과하다.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투자액도 미미하고 GDP 대비 상대적 규모도 크다고 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의생명과학 분야에만 매년 30조원 넘게 투자한다. 우리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리지는 못 하더라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더 늘릴 여지가 있다. 실상이 이렇지만 국내 언론에서는 정부가 막대한 투자를 하는 데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눈에 띄는 가시적 성과가 드물다는 것이다. 이웃 일본은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데 우리 정부는 연간 19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지만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노벨상은 과학기술 성과의 선행지표가 아니라 후행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최근 수년 동안 일본의 기초과학은 눈에 띄게 뒷걸음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일본을 추월한 뒤 무서운 속도로 미국을 쫓고 있다. 기초과학의 성과는 연간 발표되는 논문과 특허 숫자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는 양적 평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논문과 특허가 사장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전체 숫자보다는 인용이 많이 되는 영향력 있는 논문 수로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네이처’가 집계해 공개하는 네이처 인덱스는 기초과학 분야별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들만을 고려해서 국가별, 기관별 기여도를 산출한 것이다. 2016년 발표된 논문을 기준으로 산정한 네이처 인덱스를 보면 한국은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연간 2000편 가까운 기초과학 논문을 발표해서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놀랍게도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배출해 기초과학의 출발지라고도 할 수 있는 이탈리아보다 순위가 한 단계 높다. 본격적인 기초과학 역사가 1970년대 정부출연연구소의 출범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불과 50년 만에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초과학 강국들과 경쟁하게 된 셈이다. 부동의 1위 미국에 이어 중국과 일본이 각각 2위와 5위를 차지해 우리보다 순위가 높지만 GDP 대비 성과를 따져 보면 우리가 중국과 일본보다 더 효율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국내 기초과학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초과학 성과는 대부분 대학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대학을 대상으로 한 QS대학평가 결과를 통해서도 한국 기초과학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서울대 화학부는 전 세계 화학과 중에서 19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이스트 화학과는 간발의 차이로 서울대를 앞서 18위다. 카이스트, 서울대 앞에는 MIT, 스탠퍼드대, 옥스퍼드대, 도쿄대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 명문 대학들만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기초과학은 역사가 일천하고 투자도 해외 선진국에 비해 많지 않지만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고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아직 그 과실이 많이 열리지 못해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학계가 이러한 성과에 만족해 안주하고 정부도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아직 우리가 만족할 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고 낙담할 때는 더욱 아니다. 우리나라가 기초과학 강국, 과학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비난과 질책보다는 격려와 관심,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盧 꼬리표’ 떼고 ‘정치근육’ 붙인 文…“두번 패배 없다”

    ‘盧 꼬리표’ 떼고 ‘정치근육’ 붙인 文…“두번 패배 없다”

    문재인(64)의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고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오롯이 ‘정치인 문재인’으로 승부를 겨루려고 한다. 오랜 세월 그를 지켜본 이들은 “눈빛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절실함과 권력의지, ‘정치 근육’이 생겼다는 의미일 게다.5년 전 운명에 떠밀리듯 대선 무대에 강제 소환됐지만, 2017년의 문재인은 더는 ‘운명’을 담지 않는다. 2011년 자전에세이 ‘문재인의 운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당신(노무현)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한탄하듯 말했다. 하지만 노무현의 ‘친구’(실제로는 문 전 대표가 여섯 살 적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이자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이란 꼬리표는 더이상 문재인의 전부가 아니다. 대신 ‘왜 대통령이 되려는가’란 물음에 “재조산하(再造山河)”라고 답한다.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의미다. 그 기반은 ‘노무현의 자산’이 아닌 ‘문재인의 자산’이다.여전히 노무현을 언급하지 않고 문 후보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1982년 첫 만남 이후, 둘은 인권변호사의 길을 함께 걸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로 들어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참여정부의 성공과 좌절을 함께 경험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대리인단 간사 변호인을 맡았고, 퇴임 후에도 양산 자택과 봉하마을을 오가며 곁을 지켰다. 노무현은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참여정부는 모든 면에서 큰 성취가 있었던, 총체적으로 성공한 정부였다”고 강변하다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문 후보를 소환해 미완의 참여정부를 완성하고, 정치적 복권을 하려는 친노(친노무현)의 욕망이 외려 ‘정치인 문재인’의 성장을 가로막은 셈이다. 문 후보의 지갑에는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의 유서가 있다. ‘운명’에서 그는 “별 이유는 없다. 그냥 버릴 수가 없어서 그럴 뿐”이라고 썼다. 문 후보의 측근은 “지금도 그때처럼 버리지 못해 넣어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5년 전처럼 참여정부에 대한 강박적 옹호를 펴지 않는다. 지난달 24일 광주에서 열린 대선 경선 토론회에선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호남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호남의 인사차별을 뿌리 뽑지 못했고, 일자리 문제 등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성하기도 했다. 정치인 문재인으로 홀로 서기를 한 이후 얻은 건 세력이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당 지도부를 장악했고, 소위 ‘문빠’란 말이 생길 정도로 충성도 높은 지지층도 있다. 물론 세력의 또 다른 얼굴은 ‘패권’이다. 문 후보 측이 항변하듯 경쟁자들이 만든 근거 없는 프레임이든, 실제 권력에 도취한 ‘패거리 권력’이든 문 후보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한솥밥을 먹었던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김종인 등은 패권주의를 지목하며 당을 떠났다. 자연인 문재인은 구여권과 반문(반문재인) 인사들도 인정할 정도로 소탈한 사람이다. 여전히 연필을 즐겨 쓰는 문 후보는 양복 주머니에 고무지우개를 넣고 다니기도 한다. 진지한 설득형으로, 법조인 출신답게 논리에 진정성을 담아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그의 화법은 어눌하지만 담백하고 설득력 있다. 대충 얼버무리면 될 것도 기자들이 질문하면 모범답안으로 답하려고 노력한다. 겸손과 배려, 외유내강, 원칙주의자 등은 문 전 대표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단어들이다. 부산에서 변호사를 하던 시절 부인이 청약 저축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약저축은 집 없는 사람들에게 우선 분양권을 주기 위한 제도니, 우리처럼 집 있는 사람들은 가입해선 안 된다”며 크게 화를 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문 전 대표는 청와대에 있으면서 출입기자들과 단 한 차례도 식사 자리를 갖지 않았고, 동창회에는 물론,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그런 그도 경남중·고교 시절에는 공부만 하는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싸움에 말려 친구와 의리를 지키려다 정학을 당했고, 술과 담배도 하는 ‘문제아’(실제 경남고 시절 별명)였다. 1·4 후퇴 흥남철수 작전 당시 고향(함경남도 흥남)을 떠난 실향민 부모를 둔 문 후보는 1953년 경남 거제에서 피란살이 중 태어났다.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와 교사의 설득으로 꿈을 포기하고 재수 끝에 경희대 법대에 4년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심리학자 김태형씨는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에서 ‘기대를 저버리지 못했던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고 표현했다. 문 후보는 유신 반대시위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1975년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 제적됐고 강제징집을 받아 특전사로 배치됐다. 특전사 경력은 안보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그의 방패막이가 됐다. 1980년 복학한 문 후보는 복학생 대표를 맡아 ‘서울의 봄’의 복판에 나섰다. 5·17 확대 계엄조치가 발동되면서 또 구속됐다.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지만, 시위 전력 탓에 판사로 임용되지 못했다. 덕분에 노 전 대통령과의 운명적 만남이 이뤄졌다. 종종 극우·보수진영에서 ‘좌파’, ‘안보관이 불안하다’는 공격을 받지만 그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보다는 ‘중도개혁’에 가깝다. 특히 경제 정책에서는 균형과 안정을 중시한다. 재벌개혁을 주장하나 법인세 증세는 증세의 후순위에 뒀다. 이런 이유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친재벌’이란 비판도 받았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이념적 진보가 아니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민생진보”라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청년 백수 탈출, 노하우가 여기에.

     2017년 상반기 주요 대기업의 인적성 고시가 시작됐다. 지난 1일에 실시된 현대자동차 그룹과 이랜드를 시작으로 4월 한달에만 LG, CJ 그리고 상반기가 마지막 기회인 삼성그룹까지 굴지의 대기업에서 필기전형에 나선다.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주요 대기업의 인적성 전형의 최신 정보를 공개했다.  오는 8일 실시하는 LG그룹의 인적성검사는 190분에 걸쳐 진행된다. 인성검사인 LG 웨이 핏 테스트(Way Fit Test) 342문항(50분)과 적성검사 125문항(140분)이 주어진다. 인성검사는 개인별 역량 또는 직업 성격적인 적합도를 확인하는 검사이며, 적성검사는 언어이해, 언어추리, 인문역량, 수리력, 도형추리, 도식적추리 등의 문제가 출제된다. 또 기존에 출제되던 한국사와 한자영역도 유지되며 한국사와 한자는 각 10문항이 출제된다. LG 인적성검사는 문항이 많아 시간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 문제에 고집하기 보다는 스피드 있게 빨리 푸는 스킬이 필요하다.  오는 9일 열리는 CJ그룹 ‘CAT CJAT’는 인성 270문항(40분), 적성 95문항(55분)으로 총 95분에 걸쳐 진행된다. CJ인적성은 인문학영역에서 대중문화 및 한국사와 연계된 인문학적 지식 문제가 출제된다는 특징이 있다. 인문학영역에서 대중문화와 한국사와 연계된 인문학적 지식 문제가 출제된다는 특징이 있다. 또 독해, 어휘능력을 요구하는 문제 비중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외워서는 문제를 풀 수 없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벼락치기보다는 평소 책이나 신문을 꾸준히 보면서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현명한 준비 방법이다.  삼성그룹 ‘GSAT’는 16일 열린다. 총 140분에 걸쳐 진행되며 기초능력검사와 직무능력검사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기초능력검사는 언어논리(30문항), 수리논리(20문항), 추리(30문항), 시각적사고(30문항), 직무능력검사는 상식(50문항)으로 총 160문항이다. 단, 삼성 GSAT의 경우에는 오답이 발생하면 감정 처리를 하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는 빈칸으로 남겨 두는 것이 관건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오는 22일 인적성검사를 실시한다. 적성검사(언어능력 40문항 5분, 수리능력 30문항 12분, 추리능력 40문항 8분, 지각능력 40문항 6분, 분석판단능력 30문항 7분, 상황판단능력 30문항 7분, 직무상식능력 40문항 6분)/인성검사(210문항 50분)/ 한자시험(50문항 40분)으로 총 141분에 걸쳐 진행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적성검사는 다른 기업에 비해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문항의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시험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 배분을 잘하여 자신 있는 문제부터 풀 것을 추천한다. 한자시험은 40분이 주어지기 때문에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문항 수가 50개나 되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 한자 급수시험 2~3급 수준의 문항이 출제되며, 한자의 음과 훈, 사자성어 문제가 출제된다고.  포스코그룹도 23일 인적성검사를 실시한다. 적성검사와 인성검사로 나눠 진행된다. 적성검사는 언어, 수리, 공간, 도식 상식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 평가한다(총 120문항, 130분 소요). 인성검사는 포스코의 핵심가치인 고객지향, 도전추구, 실행중시, 인간존중, 윤리준수 등을 판단하기 위해 실시한다(총 400문항, 50분 소요). 특히 타기업에는 없는 도식(도형의 서식,규칙)영역이 출제되는 만큼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문제유형에 익숙해지는 것은 필수. 그밖에 포스코 면접 전형에는 역사에세이 평가가 진행된다.   SK그룹도 23일 ‘SKCT’를 실시한다. SKCT는 실행역량 30문항, 인지역량 60문항, 한국역사 10문항, 심층역량 360문항으로 총 160분에 걸쳐 진행된다. 인지역량에는 모든 지원자가 함께 실시하는 언어, 수리능력 외에 직군별 검사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지원직무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더욱 세밀한 측정을 위해 직군을 5개로 나눠 해당직군별로 요구되는 역량을 검증한다. 심층역량은 무려 360개의 문항을 50분 내에 풀어야 함으로 한 문제당 약 8초에 풀어야 한다. 이럴 때는 SK그룹의 인재상을 미리 체크하고 푸는 것도 좋지만, 자칫 거짓으로 판명될 수 있기 때문에 소신 것 빠른 시간 내 푸는 것이 관건이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적성검사는 반복 풀이로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며 스피드를 키워보는 것이 좋고, 인성의 경우 질문을 오래 생각하는 것 보다는 떠오르는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풀이에 즉시 반영하라”면서 “꾸준한 준비를 못한 청년들은 한개 그룹 시험에 집중하는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열린세상] ‘욕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욕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우리가 명사로는 흔히 사용하지만 동사로는 자주 쓰지 않는 단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욕망’이라는 말이다. 철학 에세이나 문학담론 같은 데서는 물론 ‘욕망하다’라는 동사를 종종 쓴다. 욕망하다라는 ‘문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면 어떨까. ‘나는 무엇을 욕망하는가’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어떤 성찰적인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욕망하지 않고 살 수 없을까. 욕망이 고갈된 삶은 무의미한가. 분명한 것은 욕망하는 이들이 꿈꾸는 환상과 현실 사이에는 거대한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환상 앞에 현실은 무력하다. 욕망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사(正邪) 감각이 마비된 벌거벗은 욕망이 난무한다. ‘욕망하는 동물’들의 세상이다. 근본을 망각한 이기적인 욕망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불륜’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당사자들에게는 진실한 것일지 모르지만 평균적인 국민의 눈으로 볼 때는 한갓 불륜에 불과한 사랑, 그 불온한 욕망의 이중주를 그들은 세상에 당당히 밝히기까지 했다. 인간은 고립된 섬이 아니다.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것과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은 다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인간의 기본이라면 욕망을 표백하는 방식 또한 예의를 지켜야 마땅한데도 말이다. 홍 감독을 두고 어떤 이는 “첫사랑에 빠진 소녀 같다”고 했다. 사람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단 한 번뿐, 그것이 바로 첫사랑이라는 말도 있고 보면 홍 감독은 인생을 돌고 돌아 지금 비로소 세상에서 처음으로 진심어린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가. 빛을 애써 외면한 채 어둠으로 빠져드는 치명적인 불륜의 사랑, 그것은 뽀송뽀송한 첫사랑의 질감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의 사랑은 어떤 사랑인가.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의 장면이 떠오른다. 열여섯 살의 주인공 블라지미르는 공작부인의 딸인 스물한 살 이웃집 처녀 지나이다를 흠모한다. 그는 생전 처음 느끼는 사랑의 번민으로 번개 치는 밤을 하얗게 지새운다. 무릇 첫사랑이란 사랑을 해 본 적이 없기에 몸 안의 피가 방황하고 심장이 더욱 죄어드는 그런 것이다. ‘첫사랑’에는 블라지미르의 사랑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 또한 지나이다를 욕망한다. 정상이 아니다. 가정도 도덕도 관습도 아랑곳하지 않는 자기파멸적인 사랑, 세상은 그것을 불륜이라고 부른다. “너는 너의 것이란다. 그것이 바로 삶이란다”라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라고 가르치던 아버지는 결국 아들에게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죽는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불륜 커플로 흔히 이탈리아 영화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스웨덴 출신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을 든다. 욕망의 결합을 감행한 이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들은 결국 헤어졌지만 버그먼은 “모두 불륜이라고 비난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을 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불륜의 중독성이라고 해야 할까. 개인의 사생활은 사생활이고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오래된 믿음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도덕적 엄숙주의의 잣대를 들이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요컨대 최소한의 소설적 진실도 담보하지 못하는 낭만적 거짓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인생이든 예술이든 마찬가지다. 한번 낙인찍힌 공적 인물에 대한 대중의 아름답지 못한 기억은 오래간다. 대중의 분노가 빗나간 사랑의 속물들을 시들어버리게 만들고 나아가 그들이 속한 분야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 홍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는 사실조차 추문 속에 잊혀질까 두렵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연출하며 사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많은 이들의 공분을 자아내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도리요 삶의 이법(理法)이다. 세상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자신만을 위한 삶은 자기뿐 아니라 남까지도 폐허로 이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 욕망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 [책꽂이]

    [책꽂이]

    미운 청년 새끼(최서윤·이진송·김송희 지음, 미래의창 펴냄) ‘월간 잉여’, ‘계간 홀로’, ‘캠퍼스 씨네21’ 등 통쾌한 비판의식과 유쾌함을 갖춘 독립잡지 편집장들이 대한민국 청년들의 오늘을 생생하게 중계한다. 360쪽. 1만 4000원. 현대건축(케네스 프램튼 지음, 송미숙 옮김, 마티 펴냄) 건축이 사회 개혁을 향한 열망을 담고 있다는 믿음이 생겨나고 퍼져나가고 좌절된 뒤 또 다른 가능성을 찾는 현대 건축의 역사를 통찰한다. 840쪽. 3만 3000원. 수컷들의 육아분투기(아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수정 옮김, 윌컴퍼니 펴냄) 수컷이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해마, 수컷 혼자 애를 키우는 에뮤 등 육아 잘하는 수컷에게 자식 사랑의 지혜를 배운다. 232쪽. 1만 4000원. 불타는 얼음(송두율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낙관과 비관 그리고 또 낙관의 열린 과정을 ‘불타는 얼음’이라 지칭하는 경계인 송두율의 자전적 에세이. 396쪽. 1만 8000원. 빠리 정치 서울 정치(최인숙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올해 대선을 치르는 한국과 프랑스의 첨예한 정치, 사회 현상을 비교하며 우리 사회가 개선할 부분을 짚어나간다. 296쪽. 1만 5000원. 지리산 호랑이(정수인 지음, 어문학사 펴냄) 역사소설을 써 온 선원 출신 작가가 남한 땅에서 멸종된 줄 알았던 호랑이가 나타나 온 나라를 들끓게 한다는 설정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풀어낸다. 396쪽. 1만 4000원.
  • [수요 에세이] 행정의 다원화와 이중 체크 시스템이 중요하다/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수요 에세이] 행정의 다원화와 이중 체크 시스템이 중요하다/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지난번에 ‘틀리는 시계는 없느니만 못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틀리는 시계 때문에 약속에 늦어 곤혹스러웠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을 보고 소감을 나누는 중에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었고, 이제는 휴대전화로 시계를 본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중 체크 시스템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날 시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휴대전화도 보았더라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일일수록 이중 삼중으로 체크해야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사실은 무슨 일에나 그렇다. 행정이나 제도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회계 담당자들은 부정의 유혹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담당자들이 청렴해야 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도 잘해야 하고, 감시 체계도 잘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방지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이것이 이중 체크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현금을 직접 관리하는 사람(또는 조직)과 전표 등 장부를 관리하는 사람(또는 조직)을 분리해 회계 절차를 수행하면 서로 간에 자동으로 체크가 이루어진다. 과학적 실험 과정에도 이중 체크 시스템을 갖추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고 실험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항공기의 경우에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이중 체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의 행정 풍토는 이런 측면이 취약한 것 같다. 대개 업무 책임의 법적 권한이 하나의 조직으로 획일화되어 있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조직이 만들어지거나 권한이 다원화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외교는 외교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관련 부서에서도 대표권을 행사한다. 법률문제는 법제처에서만 다루지 않는다. 법제처가 없는 나라도 많다. 모든 교육 업무는 교육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치단체에서도 하고, 각 부처에서도 다양한 전문 교육기관을 운용하고, 민간도 한다. 인허가나 커리큘럼, 학위 수여도 자유롭다. 외국에는 심지어 경찰도 여러 종류의 조직이 공존하고 있다. 수사권이나 기소권도 중복적이다. 미국에는 특별법원인 조세법원이 있으나, 납세자는 연방법원이나 일반법원이나 조세법원을 선택해서 소송할 수 있다. 사회가 다원화되는 것이 중요하듯이 행정체계도 다원 구조로 되는 것이 좋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그렇다. 그래야 집단적 지혜도 모으고, 서로 경쟁도 하고, 실수를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다. 반대로 권한이 집중되면 더 독선적이 되고, 더 통제하기 힘들고, 그래서 더 부패할 수도 있다. 민간 시장에서도 기업이 독점화되면 많은 우월적 행위를 남용하게 된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정부기관은 독점의 폐해가 더 클 수도 있다. 그래서도 가능하다면, 정부기능이 다중적인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행정 내부에서도 권한과 책임이 분산될 필요가 있다. 우리 행정제도는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그 조직의 모든 일을 결정한다. 우리의 사회적인 관례나 문화도 가부장적이다. 그러다 보니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잘못이나 실수가 사전에 체크될 기회가 적어진다. 우리나라의 제왕적 대통령제나 재벌 오너의 제왕적 경영이 그렇다. 선진국은 대개 권한이 적절하게 배분되어 하위직이라도 고유의 권한이 있다. 상사는 그 권한을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레 직위 간에 적당한 체크와 밸런스가 이루어진다. 이번에 우리가 홍역처럼 겪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례도 체크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해 곪아 터진 사건이다. 정윤회 관련 청와대 문건 유출이나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최순실 비리 첩보수사가 제대로 체크되지 않았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와중에 살고 있다. 세상이 격변하고 있다. 현재의 가부장적 제도와 행정으로는 이런 산업발전을 지원하기 힘들다.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곧 들어서는 새 정부에서는 대대적인 정부혁신을 해야 한다. 이때 꼭 필요한 것이 행정의 다원화이고 이중 체크 시스템의 보완이다. 그래야 조직이 지능화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 바이크와 물아일체…나를 찾는 절대속도

    바이크와 물아일체…나를 찾는 절대속도

    세계폭주/마루야마 겐지 지음/김난주 옮김/바다출판사/488쪽/1만 6500원모터사이클 또는 바이크. 정체성을 찾아가는 통로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위대한 혁명가로 추앙받는 체 게바라는 20대 초반 낡은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넉 달간 남미 대륙을 누볐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로도 친숙한 이 여정은 게바라의 삶을, 나아가 세계를 바꾸는 밑거름이 됐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서른 즈음의 젊은 그는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고 호주의 광활한 사막을 질주하고, 사륜 구동차로 케냐의 사파리를 누볐다. 미 서부를 달리기도 하고, 유조선을 타고 인도양을 건너기도 했다. 이렇듯 세계를 폭주하며 그는 작가로서의 자아를 켜켜이 쌓아 올렸다. 이 책은 그러한 경험을 조각조각 담은 에세이다. 그는 말한다. 탈것으로 스릴과 스피드를 즐기는 것은 치기 어린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이라고. 정신의 긴장을 털어 내며 살아 있다는 자각과 내 몸은 내 것이라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정치 뒷담화] 리더를 꿈꾸게 한 나만의 멘토

    [정치 뒷담화] 리더를 꿈꾸게 한 나만의 멘토

    책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책을 썼는지 못지않게 어떤 책을 감명 깊게 읽었는지도 그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대선 주자들은 과연 어떤 책을 읽고 큰 꿈을 다져왔을까. 주자들이 꼽은 ‘내 인생의 책’을 통해 이들이 꿈꾸는 가치와 정치를 읽어 본다.유신체제 지식인의 필독서, 국제정치 눈뜨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인생 책’은 고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다. 1974년 출판된 이 책은 유신체제 시절 지식인과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히던 고전적 사회계몽서다. 문 전 대표에게 현대사와 국제정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책 ‘운명’에서 대학 시절 비판의식과 사회의식을 다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리영희 선생을 꼽았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책들을 읽는데 특히 김현철 서울대 교수의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 전략’이 인상 깊었다. 이 책은 우리보다 먼저 저성장 시대를 경험한 일본을 철저하게 분석해 다가오는 세계 경제의 침체 위기에 대처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정치 환멸 잠재워 준 신영복 교수의 에세이집 안희정 지사는 고 신영복 교수의 에세이집 ‘청구회 추억’과 토머스 머튼의 ‘사막의 지혜’를 인생의 책으로 추천했다. ‘청구회 추억’은 신 교수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기 2년 전 소풍길에서 우연히 만난 가난한 소년들과의 우정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정치에 환멸을 느껴 출판사 영업부장이 된 안 지사가 대구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읽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세상을 다시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2013년에 읽은 수도사들의 잠언을 모은 책인 ‘사막의 지혜’를 통해서는 ‘분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선의 발언’을 비판하며 “안 지사의 말 속엔 분노가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하자 그는 “지도자의 분노는 단어 하나만 써도 피바람을 불러온다”고 말하기도 했다.호남을 이해하고 역사관 만들어준 ‘태백산맥’ 이재명 시장이 중앙대 법대 재학 시절 가장 충격을 받은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고 나머지는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은 것이다. 1948년 여수반란사건 종결 시점부터 1953년 7월 휴전 협정 직후까지의 시기를 배경으로 좌우 갈등을 그린 이 소설에 대해 이 시장은 “호남 지역을 이해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고 대학 시절 다음 권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지켜본 경험이 더해져 이 시장의 역사관이 만들어졌다. 이 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광주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한낱 개가 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면서 “광주는 나의 구원이자 스승이었고 내 사회의식의 뿌리였다. 나를 바꿔 놓았다”고 밝혔다.유럽 ‘공화주의’에 쇼크… 정치를 하는 이유 2015년 2월부터 7월까지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험은 유승민 의원의 정치 인생의 큰 전환점이기도 했다. 원내대표가 되기 전 지인의 소개로 읽은 모라치오 비롤리의 ‘공화주의’는 그 변곡점을 함께한 책이다. 수백 년 전 유럽에서 이탈리아 사상가들이 고민하던 공화주의가 지금 대한민국의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 문제와 닮아 있다는 점에 놀랐다. 책에서 나온 공화의 정신은 곧 대한민국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깨닫게 됐고 “이것이 바로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믿게 됐다”고 말한다. 자유, 평등, 공정, 법치와 같은 소중한 가치들을 모두 담고 있는 정의가 바로 공화의 핵심이며 유 의원이 강조하는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이 밖에 보수주의 정치의 교과서와도 같은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후배들에게 주로 추천했던 책인 조지훈 시인의 ‘지조론’, 초등학생 시절 푹 빠져 읽었던 ‘대망’ 등이 유 의원의 생각을 다듬어 왔다.‘삼국지’에서 인생의 모든 처세술을 배우다 홍준표 지사는 ‘삼국지’를 인생의 책으로 꼽았다. 인생의 모든 처세술이 삼국지에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지사는 정치적 상황을 설명할 때에도 삼국지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적벽대전을 앞둔 제갈량이 주유에게 ‘만사구비 지흠동풍’(모든 조건이 구비되었고 이제 동풍만 남았다)이라고 했다. 이제 누명 벗은 무죄 판결이 동풍이 됐으면 한다”고 적기도 했다. 또 “조자룡은 장판파 전투에서 단기필마로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해 왔다”며 대규모 경선 캠프를 꾸리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읽었던 이병주의 ‘지리산’도 인생을 바꾸게 한 책으로 꼽았다. 지리산은 1972년 월간 ‘세대’에 연재된 소설로 해방 직후 한국의 좌우 혼란상이 극명하게 담겼다.아내가 선물한 책, 열세 번도 넘게 읽은 반려자 김관용 지사는 빅터 프랭클린의 ‘죽음의 수용소’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말했다. 아내가 선물한 이 책을 13번도 넘게 읽은 “인생의 반려자 같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독일의 아우슈비츠수용소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끌려간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인간 군상을 통해 고통과 생존을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 특징이다. 김 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책에 대해 “생사의 갈림길 속에서도 치열하게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저자의 모습 자체가 인간 존엄성의 승리”라면서 “살아가며 겪는 힘겨운 문제들도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비춰 보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대한민국 미래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서 안철수 전 대표는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26명이 쓴 책인 ‘축적의 시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현주소에 대해 평가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로 ‘축적’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오랜 기간 실패 경험이 축적된 상황에서만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축적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실패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스라엘 학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인류의 역사가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과학혁명 등에 따라 전환점을 맞았다는 점을 서술하며 이제는 인류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책이다. 이번 대선의 중요한 과제로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안 전 대표는 이 책을 읽으며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통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키루스 대왕의 업적, 위대한 리더십을 키우다 손학규 전 대표는 크세노폰의 ‘키로파에디아: 키루스의 교육’을 통해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가졌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플라톤과 동문수학한 크세노폰이 쓴 이 책은 키루스 대왕의 업적을 살펴보며 어떤 교육을 받으면 그와 같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또 어떻게 사람들을 지휘하면 대제국을 건설하는 것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를 자세히 다뤘다.사회약자를 대변하는 ‘좋은 정치’의 깊은 성찰 심상정 대표가 선택한 래리 바텔스의 ‘불평등 민주주의’는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소득 불평등과 정치의 긴밀한 관계를 실증한다. 미국 민주당 집권기에는 사회의 불평등이 줄어들고, 공화당 집권기에는 다시 불평등이 늘어난다는 결론은 곧 정치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했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과 달리 사회적 빈곤층은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았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이 책의 분석인데 심 대표는 여기에 깊이 공감했다. 특히 진보정당을 이끄는 주역으로서 사회적 약자들을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좋은 정치’가 무엇인지 꾸준히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을 과업으로 여기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수요 에세이] 정치로부터 공무원을 자유롭게 하라/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수요 에세이] 정치로부터 공무원을 자유롭게 하라/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탄핵에 따른 대통령 파면이라는 일이 발생했다. 공무원 ‘복지부동’, ‘눈치 보기’, ‘일 안 하기’가 살아남는 법이라는 이야기에 또 불을 지피고 있다. 주요 현안은 자의든 타의든 다음 정부의 과제로 미룬 모양새다. 차기 정권이 불명확하니 어떤 액션도 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무책임을 탓하거나 핑계로 치부할 게 아니다. 실제로 역대 정부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 3213명의 지역·전공·성별 분석 결과(2017.2.22 국가 리더십포럼 논문)에 따르면 역대 정부 가운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빼고 호남 출신이 인사에서 홀대를 받았고 영남 출신은 이승만·김대중 정부를 빼곤 우대받았다고 한다. 정권에 따라 ‘내 입맛’에 맞는 사람을 우대하고 그렇지 않으면 배제된다는 ‘공무원 줄 세우기’가 실재라는 얘기다.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니 ‘정치 공무원’이 생긴다. 능력을 인정받을 게 아니라 줄 서서 고위직에 올라가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의 행태가 나랏일을 한다는 긍지로 일하는 대부분 공무원의 힘을 뺀다. 이제 정치로부터 공무원을 자유롭게 하자. 공무원의 존재 이유는 헌법 제7조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①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 국민 일부가 아닌 국민을 보고 일하라는 것이고,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적 가치임을 뜻한다. 공무원은 공공성의 주체이고 실행자라는 소명의식을 가리킨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와 국가 수호를 위해 존재하며 변하지 않는 공무원의 역할은 곧 헌법적 가치다. 이런 가치를 지킬 수 있게 하는 생태계와 풍토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하려면 공무원 또한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나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있는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는가, 다른 직업과 다른 가치를 가졌다고 자각하는가를. 공무원을 신나게 일하고 명예롭게 하자. 5년이 아닌 국가 백년대계를 논하게 하자. 국민은 어떤 공무원을 바랄까. 값싸고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가 공적 서비스에 퍼진 지 오래다. 내가 낸 세금으로 나와 공공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자 국민 개개인이 사용자 입장임을 뜻한다. 그래서 공무원이란 직업에 특별히 헌법적 가치를 부여해 국민에 대한 봉사와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다. 그런데 공무원의 정권에 따른 부침이 예측 가능한 수준을 넘었다. 공무원이 정권을 넘어 국가를 보고 일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공무원 인사권 논의를 시작할 때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조직개편보다 국가의 미래를 본 인사가 중요하다. 공무원 인사권을 국민에게 물어보고 하자. 지도자들은 공무원 줄 세우기를 하지 말자.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 봉사하는 공무원의 시스템을 보호해야 한다. 공무원의 역할은 국가발전 추진체이며 공무원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이다. 미래의 국민 입장에서 보자. 국가 운영은 오늘의 문제를 떠나 내일의 국가를 만드는 역할 또한 있다. 유권자인 국민만 국민이 아니며, 어리거나 태어날 후손도 국민이다. 이들에게도 지도자는 입장을 고려하고 생각할 의무를 짊어졌다. 국가의 장기적 발전, 장기적 재정, 장기적인 인재전략 같은 부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진정한 서비스를 원한다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천명한 헌법 제1조 2항대로라면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을 약속하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민간기업에선 능력주의 인사가 추세다. 오직 고객과 세계적 경쟁회사만 바라본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국가가 산업화 초기 수준의 인사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하나.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내 편, 네 편이 아닌 국가대표 선수 수준의 사람을 뽑는 인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졸면 한방에 훅 가는’ 초경쟁사회를 맞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도자의 인사관뿐 아니라 정부의 인사전문가와 ‘국가인사원’ 같은 기구를 국제적인 수준을 목표로 정립해야 한다. 새 인사 시스템이 국가발전 시발점이다.
  • 말과 글을 거두다 ‘그림’으로 말하다

    말과 글을 거두다 ‘그림’으로 말하다

    말과 글을 잃은 소설가가 그림으로 다시 생의 감각을 전한다. 불안과 환멸의 도시적 감수성을 전했던 소설가는 맑고 다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감싸안는 화가가 됐다. 김승옥(76) 작가가 펴낸 그림 에세이 ‘그림으로 떠나는 무진기행’(아르떼) 얘기다.‘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등으로 한국 현대문학사의 주요 인물이 된 김승옥 작가는 2003년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언어능력을 잃었다. 이후 단어 위주의 필담으로만 소통이 가능한 그가 유일하게 예술적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은 화폭이었다. 서울대 불문과 재학 시절에도 일간지에 시사 만화를 그려 학비를 댔던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글을 쓰는 일보다 훨씬 전부터 해 왔던 일”이라며 “(때문에) 제게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는 전혀 별개의 일이 아니었다”라고 작가의 말에 썼다. 이번 책 속 그림들은 지난해 6월 서울 대학로 혜화아트센터에서 열었던 ‘김승옥 무진기행 그림전’ 출품작들이 재료가 됐다. ‘제주에서 만주까지’란 제목을 단 1부에서는 ‘무진기행’의 배경인 순천 대대동, 무진교부터 광양 매화마을, 경남 통영 김춘수 생가, 중국 용정시 윤동주 생가, 경북 안동 이육사 생가, 경남 하동 쌍계사(그림) 등 과거 문인들의 생가나 인상 깊은 풍경 등을 담은 수채화가 펼쳐진다. 2부에서는 김치수, 김현, 염무웅, 최하림 등 서울대 문리대를 나온 문학도들이 만든 동인지 ‘산문시대’에서 함께 곁을 나눴던 문우들의 젊은 시절 초상화가 담겼다. 지금은 떠난 이들이 더 많은 까닭에 그리움이 진하게 채색된 그림들이다. 3부에서는 소설가 황순원·윤후명·김채원, 시인 김지하·황동규·문정희, 영화감독 배창호, 평론가 이어령 가족 등 오랜 교분을 나눠 온 벗들을 소개한다. “제 소설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통한 저와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행히 ‘글쓰기’와 ‘말하기’를 잠시 거두어 가신 하느님께서 감사하게도 그림 그리는 일은 허락하셨기에 아쉬운 대로 그림을 통해 그분들과의 만남을 시도해 보고자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저와의 교감을 느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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