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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시위는 ‘연대의 힘’ 보여준 사건”

    “촛불시위는 ‘연대의 힘’ 보여준 사건”

    ‘여자들은 자꾸…’ 등 세 권 동시 출간 “미국의 반전 운동가 조너선 셸은 혁명의 발원지는 결국 사람들의 심장이라 했죠. 보통 사람들이 연대를 통해 차이를 없애고 함께 두려움을 극복하는 순간이 변혁의 순간이 되는 걸 우리는 역사 속에서 많이 봐왔어요. 평범한 일상에서 놓치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연대의 순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의 예가 바로 한국의 촛불시위였죠. 그 결과 정권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요. (트럼프 정권의)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비법을 전수해 주세요.”(웃음)정치·철학·역사·문화를 넘나드는 통찰력 있는 에세이로 유명한 미국 저술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리베카 솔닛(56)이 “정의와 자유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힘이 여러 방식으로 펼쳐지는 나라에서 책이 출간돼 영광”이라며 “(미국의 정권 교체에도) 행운을 빌어달라”며 눈을 찡긋했다. 25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사옥 50주년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다. 이날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창비), ‘걷기의 인문학’(반비·개정판), ‘어둠 속의 희망’(창비·개정판) 등 세 권을 한꺼번에 펴낸 솔닛은 세계적인 페미니즘 저자로 꼽힌다. 솔닛은 “세 권의 책 모두 기존의 고정관념에 시야가 가려 보지 못했던 이야기에 대한 탐색이자 오래된 이야기를 깨뜨린다는 점, 저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히 절판됐다 이번에 재출간된 ‘걷기의 인문학’에 들여보낸 새 서문에서 그는 한국의 촛불시위와 중동 전역을 휩쓴 아랍의 봄 시위 등을 “공적 공간에서 육체적으로 한데 모이는 경험,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경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걸어가는 경험”이라고 일컬으며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아름다운 힘의 경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간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에서 데이트 폭력, 여성 혐오 살인, 디지털 성범죄 등 다양한 주제로 침묵을 거부하고 발화하기 시작한 여성들에 대해 짚은 그는 현재 미국 백악관도 여성 혐오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성 혐오의 문화, 백인 우월주의가 팽배해 있는 곳, 남성성을 강화해 여성을 과거의 성 역할로 복귀시키려는 곳이 바로 현재 미국의 백악관입니다. 여성의 성기를 움켜쥐었다는 얘기를 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그로테스크하고 부끄러운 상황이죠.” “책을 통해 여성을 구시대적 성 역할에 얽어매려는 시도 등 여성에 대한 도전이 강화된 상황에서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가, 행복한 삶이 인생의 목적에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다”는 그는 소셜 미디어라는 새로운 도구와 전략으로 무장한 새 세대의 페미니즘 물결을 낙관했다. “역사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승리하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요즘도 전 세계에선 끔찍한 여성 인권 유린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 차별 문제는 수천년간 지속돼 왔어요. 이걸 50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다 해결할 순 없죠. 좌절해선 안 됩니다. 제 한평생 봐온 것은 여성의 삶이 변화하고 개선되어 왔다는 겁니다. 한국의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여성 BJ에 대한 살해 위협 등 한국의 여성 혐오 현상만 봐도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위협을 느끼고 있고 페미니스트들의 작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증거예요.” 그는 페미니즘이 인권 운동의 한 부분이란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기 살상, 가정 폭력, 빈곤,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페미니즘 운동의 진정한 의미이죠. 이처럼 페미니즘은 다양한 불평등 이슈와 교차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 문제와 통합해 접근한다면 페미니즘 운동은 궁극적으로 여성의 해방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해방을 이끌 거라 믿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우울증 겪다…극복하려 SNS 공동체 만든 여성

    우울증 겪다…극복하려 SNS 공동체 만든 여성

    2010년 등장한 인스타그램이 갑작스런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은 상대방의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익명으로 서로를 북돋아 주거나 혹은 비방할 수 있게 됐다. 엘리즈 폭스(27)에게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자’의 경우였다. 미국 뉴욕시에 사는 폭스는 현재 누구보다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평범한 여성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를 잘 활용했던 건 아니다. 폭스는 10대 때부터 우울증을 겪어왔다. 타국으로 이사를 오고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우울증은 더 심해졌다. 그러나 마냥 우울증에 빠져 있을 수만 없었던 그녀는 자신의 고통과 정면으로 맞서야 겠다고 결심했고, 인스타그램에 ‘새드 걸스 클럽’(Sad Girls Club)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녀는 “나는 깊은 우울감과 외로움을 느꼈고, 인생이 과연 무엇인지 알아내려 노력하던 중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며 클럽을 만들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폭스가 지난 2월에 개설한 클럽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1만6000명이 넘는 팔로워를 얻었다. 이는 팔로워들의 사연이나 콘텐츠를 게시물로 게재하고 항상 고무적인 메시지를 동반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폭스는 “여성들에게 예술작품이나 그들의 감정을 발산한 글 등 무엇이든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간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게시물들이 좋은 반응을 얻자, 폭스는 오프라인 만남까지 계획하기 시작했다. 심리 치료사와 미술치료사에게 찾아가 활동을 지원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모임에 참여한 여성들이 자신의 우울증을 다룬 방법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자유 발언대를 운영했다. 활동에 참여한 최연소 회원 에밀리 오뎃서(16)는 “우리는 모두 일어서서 자신의 우울증과 불안과 관련해 쓴 시 또는 에세이를 읽었다. 명상, 그림치료 등 이벤트를 통해 재미 뿐만 아니라 자신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이 같은 활동을 오랫 동안 찾고 있었다고 밝혔다. 폭스의 의도처럼 새드 걸스 클럽의 구성원들은 서로의 게시물과 댓글을 통해 격려와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자신의 단점과 정통으로 마주하고자 온라인 공동체를 만든 폭스는 “사람들은 흔히 우울증이 특정한 사람이 지닌 측면이나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자 이 클럽을 만들었다”며 “마음의 질병을 갖는 것은 절대 부정적인 것이 아니란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인스타그램(@sadgirlsclubpbg)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수요 에세이] 공무원의 ‘자기합리화’/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전 행정자치부 차관, 시인

    [수요 에세이] 공무원의 ‘자기합리화’/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전 행정자치부 차관, 시인

    1980년 대학 2학년 겨울로 기억된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후의 사회적 격동으로 1년여 문을 닫았던 대학들이 다시 학업을 재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미처 놓친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방학 중 경제학 무료 특강을 실시한다는 게시문이 붙었다. 첫 시간에 교수는 우리를 둘러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기 공무원 될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 같아서 얘기하는데, 여러분, 공부 똑바로 제대로 하세요. 공무원이 제대로 하면 500만명의 국민이 웃고 공무원이 정책을 잘못하면 500만명 국민의 눈에서 피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1979년 돼지고기 파동에 대해 말했다. 몇 년 전 돼지고기 값이 오르자 정부는 가격안정을 위해 공급을 늘리기로 하고 새끼 돼지 한 쌍을 원하는 농민에게 무상으로 분양한 후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정책을 입안한 공무원은 돼지의 습성을 잘 몰랐다. 돼지는 사람이나 소와 달리 태어난 지 8개월이면 임신을 할 수 있고 임신 후 4개월이면 한 번에 8~12마리를 낳는다. 시골 노부모들이 빈 외양간과 음식 부산물을 활용해 몇 마리를 기를 수 있었지만 1년여를 지나 돼지 수가 급증해 사료 없이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사료값이 폭등해 돼지를 키울 수 없게 되자 농민들은 새끼들이 태어나는 대로 죽일 수밖에 없었다. 피붙이와도 같은 새끼를 땅에 묻으며 농민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교수는 덧붙였다. “수요공급 곡선이 전부인 줄 알던 어리석은 공무원이 농민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했다. 이론만 달달 외지 말라. 공무원이 되려거든 인생 공부, 역사 공부, 철학 공부를 해라. 무엇보다도 돈의 눈이 아닌,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인간을 긍휼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을 갖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 공무원이 되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공무원이 돼 기필코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생겨야 한다. 내가 하려는 일이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생기고 이 일을 하면서 내 인생도 행복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생겨 공무원 시험엔 바로 합격할 것이다.” 물론 당시의 돼지고기 파동이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여러 가지 구조적 어려움이 있었다. 단지 교수는 공무원을 꿈꾸는 제자들에게 공직 가치의 소중함을 강조하려고 사안을 단순화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말이 나를 움직였다. 33년에 걸친 내 공직생활 중 어려움도 많았고 유혹도 있었다. 그때마다 국민 행복을 위한 바른 정책의 생산과 집행, 그리고 따뜻한 행정이라는 공직 가치를 심어 주셨던 그 선생님을 생각하며 견뎠다. 돼지고기 파동 사례는 내 일에 대한 가치와 보람을 되새겨 줬다. 며칠 뒤면 국가직 7급 공무원 채용시험이 실시된다. 최고 100대1의 경쟁을 뚫고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될 그대들은 왜 공무원이 되려는가.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목표라고 말하려는가. 내 자신의 행복이 우선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힘든 공직여정을 행복하게 항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공직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도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선택했다는 자기만의 논리를 구체적 사례를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을 ‘개인목표를 사회화하는 과정’이라고 부른다. 개인의 목표를 사회적 목표와 조화를 이루도록 만드는 ‘자기합리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공직생활 중 자꾸 되새기며 스스로를 담금질할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힘들고 두렵고 유혹을 받을 때 자기합리화의 논리를 자꾸 꺼내 쓰다듬노라면 언젠가 문득 나 자신만의 삶을 위해 공직을 선택했던 마음이 옅어지며 나의 삶과 공직의 삶이 하나로 다가오는 가슴 뭉클한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공무원들이여, 자기합리화를 하자.’
  • [수요 에세이] 한반도 평화와 중국몽/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수요 에세이] 한반도 평화와 중국몽/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어제는 72주년 광복절이었다. 일제하 선조의 염원은 빛을 다시 찾는다는 광복(光復) 한마디에 응축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72년 동안 마음 편하게 경축했던 광복절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통일이 되지 않은 광복, 골육상잔의 전쟁과 이후에도 그치지 않는 갈등은 광복을 광복답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에게 드리워진 최대 도전은 평화와 안정이고 북한의 위협을 없애는 일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미국 측 강경 발언에 북한은 괌을 포격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전례 없는 고강도 협박이고 전쟁을 해 보자는 뜻으로도 들린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속하면서 남북 통합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자는 것은 늘 우리가 다짐해 왔던 과제다. 그 과제는 2017년 8월 현재 서 있는 좌표에서 더욱 극명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많은 석학은 동아시아의 번영을 내다보고 한반도의 미래를 예견했었다. 미·소 간 냉전시대에 세계에서 가장 빈곤했던 나라가 새 시대를 여는 첨병이 될 것이라는 예견에 갸우뚱한 적도 있다. 그 시대를 지나 대륙에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외교의 지평을 넓혀 왔다.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염원하던 중국, 소련과의 수교도 이뤘다. 특히 북한에 절대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는 경제적 기회일 뿐 아니라 매우 큰 안보 자산이라고 자평했다. 중국은 어느덧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무역국이 되었다. 중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제2 경제대국이며 국민총생산으로는 머지않아 미국을 제치고 제1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가르침이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려라) 전략이 소임을 다했다고 보는 것 같다. 시진핑의 새로운 중국은 중국몽(中國夢)이다. 중국몽 속에는 중국인의 생활 향상 외에 2050년 인공지능시대를 내다본 연구 투자, 유력 글로벌 기술기업의 인수합병 그리고 일대일로(一帶一路)로 축약된 인프라와 거점 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몽은 당연히 해상 통로를 지배해 오던 미국, 일본과 부딪친다. 특히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와 일본의 ‘보통국가론’은 중국몽 실현에 장애로 보일 것이다. 이 충돌은 중국의 동부 해역 즉 한반도부터 대만 해협에서 부딪치고 센카쿠(댜오위다오)에서 충돌하면서 남중국해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충돌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말라카 해협을 지나 몰디브, 스리랑카를 돌아 걸프만과 동아프리카 아덴만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은 서로 다른 역사 인식에서도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은 2차대전 후 연합국에 후하게 받은 전후 처리가 질서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그 훨씬 이전의 질서를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우리 인식도 물론 일본과 여러 부분에서 다르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상당히 자기 편의적 접근이지만 당연히 무력 충돌보다는 외교적 방법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글로벌 무대에서 자기 질서를 만들어 가는 중국이 과연 북핵을 해결하자고 북한을 압박하는 본질적인 협조를 할까. 아니면 강대국 간 ‘주고받기’를 기대하고 있을까. 중국은 아메리카 퍼스트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자유 무역과 기후변화 등 글로벌 어젠다를 중단 없이 추구해 나가겠다고 한다. 중국이 같은 맥락에서 북한문제를 본다면 쌍방과실적 처방으로 피해 당사국인 한국을 압박하는 건 모순이다. 중국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고 국제사회 모범생인 한국을 강압으로 대하는 건 중국몽을 세계인들에게 펼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한·미는 북한과의 협상을 고민해야 하지만 중국을 본질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요소가 무엇일지 좀더 고민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입지는 불안하고 마치 비 오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 같아 보인다.
  • [고진하의 시골살이] 두더지와 도도새

    [고진하의 시골살이] 두더지와 도도새

    길고양이는 오늘도 어린 새끼들까지 거느리고 살금살금 돌담을 넘어온다. 천하 앙숙인 삽사리가 월담하는 놈들을 보고 사정없이 짖어 대지만, 영악한 고양이들은 삽사리가 쇠줄에 묶인 줄 아는지 개의치 않는다. 젖을 먹이느라 비쩍 마른 길고양이를 보면 측은지심이 이는지 아내는 녀석들이 올 때마다 먹을 것을 넉넉하게 챙겨 주곤 했다.잘 챙겨 주니 고마움의 표시였을까. 어느 날은 털도 덜 난 어린 쥐를 잡아다 방문 앞에 놓기도 하고, 어제는 큰 두더지를 뒤란 처마 밑에 잡아다 놓았더라. 어릴 땐 흔하게 보았던 두더지. 당시 농사를 짓던 아버지에게 두더지는 골칫덩이였다. 사방 밭을 파헤쳐 농작물들을 죽게 하니까. 요즘 농부들도 논두렁에 구멍을 뚫어 놓아 논물을 줄줄 새게 하는 두더지를 싫어하는 건 마찬가지. 땅속에서 땅굴을 만들어 생활하고, 땅속의 지렁이나 곤충의 유충을 먹고사는 두더지는 농작물이나 나무뿌리에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땅속을 헤집고 다니며 토양을 섞어 놓아 토양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며, 유해한 동물을 잡아먹는 이로운 역할도 한다. 나는 처마 밑 뜨락에 고양이가 잡아다 놓은 죽은 두더지를 보자 욕부터 튀어나왔다. 고얀 놈들! 누가 고마워할 줄 알고? 다시는 먹이를 챙겨 주나 봐라! 나는 두더지를 뒤란의 자두나무 밑에 땅을 파고 고이 묻어 주었다. 나이가 들며 마음이 더 여려지는 것일까. 미물이라도 살아 있는 것들이 죽어 가는 것을 보는 일은 괴롭다. 어제는 나물을 뜯으러 숲에 들었다가 알 수 없는 벌레에게 쏘여 손등이 퉁퉁 부었지만 벌레를 미워하는 마음은 없었다. 대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것에 비하면 그 정도야 견딜 만한 아픔이 아닌가. 그런데 대자연 속에는 아픈 상처를 치료할 약도 있더라. 손등이 퉁퉁 부어오르고 욱신거리기에 얼른 쇠비름과 머위 잎을 뜯어다 찧어 상처에 붙였더니 곧 부기도 빠지고 아픔도 잦아들더라. 지구 위에서 얻은 병은 지구 위에 반드시 약이 있다는 옛 사람들의 이야기가 괜한 이야기가 아니더라. 널리 알려져 있지만 다시 한번 곱씹고 싶은 이야기. 인도양의 모리셔스섬에 서식했다던 도도새 이야기다. 그 섬에는 포유류가 없었고 아주 다양한 종의 조류들이 울창한 숲에서 서식하고 있었다. 도도새는 매우 오랫동안 아무 방해 없이 살았고, 하늘을 날아야 할 필요가 없어져 비상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지. 1505년 포르투갈인들이 최초로 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데, 50파운드의 무게가 나가는 도도새는 신선한 고기를 원하는 선원들에게 매우 좋은 사냥감이었다. 그렇게 그 섬에 인간이 발을 들여놓은 지 100여년 만에 많은 수를 자랑하던 도도새는 희귀종이 돼 버렸으며 1681년에 마지막 새가 죽임을 당했다. 도도새가 사라지자 카바리아나무도 사라졌다. 카바리아나무의 씨앗은 도도새가 먹고 똥으로 배설된 뒤에야 번식이 가능했던 것. 이처럼 도도새와 카바리아나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였던 것. 결국 인간의 욕심과 무지 때문에 도도새와 카바리아나무, 그리고 그들과 함께했던 원주민들의 삶도 끝장나고 말았다. 중국의 작가 선푸위(申賦漁)는 ‘내 이름은 도도’라는 그림 에세이에서 생물의 멸종을 안타까워하며 말했지. “생태계는 복잡한 사슬로 연결돼 있다. 그중 고리 하나만 사라져도 사슬 전체가 끊어져 연쇄적 재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류는 너무도 무지했다.”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은 다른 생명을 먹어야 살 수 있다. 하지만 먹어도 너무 먹어 대는 인간 같은 포식자들 때문에 지구 생명이 위태롭다. 먹을 것을 챙겨 주느라 애썼건만 먹지도 않을 두더지를 잡아다 놓은 길고양이들도 지구 위의 가장 위험한 포식자 곁에 빌붙어 살며 포식자를 닮아 가는 것일까. 고얀 놈들! 물론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녀석들의 행태를 모르지는 않는다. 고얀 놈이라고 욕을 퍼부었지만, 또 녀석들이 담을 넘어와 배고프다고 야옹야옹거리면 마음이 약해 먹이를 챙겨 주지 않을 수 없겠지. 하지만 녀석들아, 고마움 따위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니 제발 살아 있는 것들을 잡아다 놓지는 말기를.
  • “면접이라도 봤으면 좋겠어요”…2017 대한민국 청춘들의 소원

    “면접이라도 봤으면 좋겠어요”…2017 대한민국 청춘들의 소원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청춘이라는’(심보선, ‘청춘’ 중에서) 지난 6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 청년을 언급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이다. 청년은 “다음 생에는 공부 잘할게요”라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스물셋, 시인의 표현처럼 ‘꽃피는 푸르른 봄’이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오랜 시간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공부를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에서 평범한 청춘이 설 자리는 없었다. ●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 요즘 청년들에겐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란 자조가 쏟아진다. 지난 6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5%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정확한 현실을 반영한 게 아니다. 기업 신규 채용이 줄면서 구직 활동 자체를 못 한 실업자는 제외한 수치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도 고달프긴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질 낮은 일자리에 머물기 일쑤다.문재인 정부는 올해 추석(10월 4일) 전까지 일자리 추경 예산의 70%를 집행하기로 했다. 중앙부처 공무원 2575명 증원, 중소기업 지원, 청년구직촉진수당 등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쏟을 예정이다. 또한, 공공기관 332곳과 지방공기업 149곳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지원서에 출신 지역과 학력, 사진, 신체조건, 가족 관계 등 민감한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제도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현민영(가명·24)씨는 “블라인드 채용 자체는 좋은 시도이지만, 출신 대학 소재지를 적게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선 신입 채용 시 출신 대학은 묻지 않되, 최종학력 소재지를 기재하도록 한다. 해당 기관이 있는 지역의 인재를 우대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지역인재 할당제다. 이에 대해 현씨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방대로 진학한 경우에도 지역인재라고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지방거점국립대를 졸업한 이예슬(가명·26)씨는 “블라인드 채용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에세이 형식이다. 토익이나 학점 같은 정량적 스펙은 물론 직무에 대한 관심과 열정 같은 정성적 스펙도 정형화되어 있다. 외국으로 어학연수 또는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동아리 활동과 기업체 인턴 같은 대외활동을 쌓는 게 일반적이다. 이씨는 “고등학교나 전문대를 졸업한 친구들은 취업 정보를 얻을 기회조차 없어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매 순간이 치열한 한국 김진원(가명·28)씨는 캐나다에 한 달간 머문 적이 있다. 5년 전 여자친구와 간 여행이었다. 토론토의 지하철은 자주 멈췄다. 서울에선 이런 일이 드물다. 짜증이 났다. 하지만 토론토 지하철에선 누구도 초조해하지 않았다. 그 여유로움이 김씨에겐 낯설었다. 매 순간이 치열하게 돌아가는 한국에선 일이든 공부든 지하철이든 뭐든 멈추면 안 된다. 김씨 역시 취업을 준비하는 동시에 대학원에서 역사교육 석사과정을 병행하고 있다. 얼마 전엔 교생 실습도 다녀왔다. 쉼 없이 달리면서도 그는 말한다. “로또만 된다면 언제든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한국은 청년실업 문제를 개인의 노력에 기대는 데 반해 유럽 국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을 펼친다.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청년보장제(Youth Guarantee)’를 도입했다. 25~29세 대졸자가 실직 상태일 경우 직업훈련과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는 기회도 함께 제공한다. 2007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도했던 청년보장제가 성과를 거두면서 전 유럽으로 확산됐다. 2010년 스웨덴 청년 구직자 46%가 이 제도로 취업에 성공한 바 있다. 민간기업에 책임을 지운 사례도 있다. 1998년 벨기에 청년실업률은 50%에 달했다. 극심한 취업난에 청년들은 평범한 삶조차 영위하기 어려웠다. 당시 시대상을 그린 영화 ‘로제타(Rosetta)’가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실태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 여파로 만든 타개책이 ‘로제타 플랜’이다. 직원 50명 이상인 기업은 정원의 3%를 청년으로 의무 고용하는 게 골자다. 위반하는 기업엔 벌금을 물렸다. 시행 첫해 약 5만 명이 신규 채용되는 효과를 거뒀다. ● 가장 보통의 존재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동향 보고서를 보면 청년고용률이 높은 국가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가 꼽혔다. 이 국가들은 학업과 직업훈련을 병행하는 이원적 교육시스템이 발달했다. 특히 독일의 ‘아우스빌둥(Ausbildung, 직업훈련학교)’이 이상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독일 청소년들은 중등교육과정에서 인생의 진로를 정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약 30%에 불과하다.반면 한국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선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통계청이 발표한 ‘일자리별 소득 분포 분석’을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2015년 기준으로 대기업 월평균 소득은 432만원, 50명 이상 중소기업은 312만원, 50명 미만 중소기업은 238만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많게는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셈이다. 한국 청년들이 대졸 신입을 뽑는 대기업에 기어코 들어가려는 이유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도의 실패가 소수만이 살아남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은 직업교육이 잘 갖춰진 것뿐만 아니라 대졸자와 고졸자 사이에 임금격차가 적다. 프랑스는 구직자를 위한 ‘알로까시옹(allocation, 국가보조금)’도 지원한다. 한국 사회 역시 일자리 정책 마련에 힘쓰면서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대학을 가지 않아도, 중소기업을 다녀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가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가장 보통의 존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수요 에세이] 아프리카와의 협력, 길게 보고 미리 준비하자/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수요 에세이] 아프리카와의 협력, 길게 보고 미리 준비하자/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지난 6월 아프리카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모잠비크 해상광구 가스전 개발 사업이 우리나라 가스공사가 참여한 국제 컨소시엄의 발주로 시작됐다. 가스를 생산해 액화하는 공사로 삼성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했다.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은 파이낸싱에 참여한다.1990년대 말부터 아프리카 서부 해안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에서 원유 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우리의 플랜트 역사가 동부 해안까지 확대된 셈이다. 더구나 이 지역은 수송 시간이 중동에 비해 이틀 정도밖에 더 안 걸려 생산된 가스를 우리가 사용한다면 경제성 측면에서도 양호하다. 얼마 전 우리가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카타르가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연안 국가들 간 단교 사태로 인해 수입 차질을 우려했던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 안보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모잠비크를 방문한 것은 신흥국과 산업자원 협력을 총괄하던 실장으로 2012년 김황식 국무총리의 아프리카 방문을 수행하면서다. 당시 국제 원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어 자원 보유 국가와의 협력이 중요했으며, 우리 기업들도 아프리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모색하던 때였다. 이때 양국 간 공식회의에서 모잠비크 해안의 가스전 개발 사업이 논의됐고, 5년이 지난 이 시점에 결실을 맺으니 감회가 새롭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임기 중 한 번은 아프리카를 방문해 협력 의지를 밝힌다. 그러나 아프리카 53개국에 비하면 방문하는 국가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사하라 이남 지역 방문 국가는 극히 드문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자원과 시장의 보고인 아프리카와의 협력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아프리카와 협력하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첫째,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1인당 국내총생산(GNP) 단순 비교는 적절치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케냐는 1500달러인데 인근 국가들은 반에도 못 미쳐 생활수준이 엄청 차이가 날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시장경제가 어느 정도 발달했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자급자족 사회주의 경제 경험이 오래됐다면 명목상의 숫자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오히려 미래 잠재력은 자원 보유, 인구수, 정치적 안정 등 다른 요인에서 비롯된다. 둘째, 아프리카식 민주주의다. 선거 때면 으레 불복과 폭력 사태가 있고 나서 정치적 타협을 통해 권력을 나누곤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부족 간 내전 사태까지 간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켜지기 힘든 구조다. 식민지에서 벗어나면서 인위적으로 그려진 국경 때문이다. 다수결에 의한 승자 독식이 받아진다면 소수 부족은 영원히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오히려 선거 결과에 따른 권력 나누기가 진정한 아프리카식 민주주의에 가깝다. 인류 보편의 가치라는 민주주의도 독특한 식민지 경험을 가진 아프리카의 눈으로 달리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셋째, 우리는 아프리카의 시장을 보는 데 반해 아프리카는 우리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경험을 높이 산다. 2차 세계대전 후 동시대에 식민지 지배를 벗어나고도 자기들이 하지 못한 근대화를 이룩한 한국을 아프리카는 성공 모델로 삼고자 한다. 문제는 재원 조달이다. 외국인 투자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고자 하나 자금 회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제한적이다. 역시 멀리 보고 길게 가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다. 고대 로마 황제는 ‘아프리카에는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고 했다. 기존 시장이 한계를 보이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가 간의 관계는 신뢰가 중요하다. 한 번 찾아가서 협력 의지만 잔뜩 보이고 후속 조치가 없으면 안 가느니만 못할 수 있다. 쌍방 간에 기대 수준을 낮추고 그 나라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실천에 옮기다 보면 오히려 큰 기회가 올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원조 자금이 늘어나고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다 보면 모잠비크에서와 같은 사업 기회가 또 다른 곳에서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 작사가 마플라이, 에세이집 ‘낯선 곳으로의 산책’ 발간 “역사X청춘”

    작사가 마플라이, 에세이집 ‘낯선 곳으로의 산책’ 발간 “역사X청춘”

    작가 예오름이 청춘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역사여행 에세이 ‘낯선 곳으로의 산책’을 출간했다. 예오름은 작사가 마플라이(MAFLY)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태연 ‘아이(I)’, 소녀시대 태티서 ‘할러(Holler)’, 뉴이스트 ‘여왕의 기사’ 그 외에도 여자친구, 트와이스, 인순이, 엄정화, 빅스 등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타이틀곡 및 수록곡을 작사했다. 작사가 이외에도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며 밝고 활기찬 메시지를 담은 글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낯선 곳으로의 산책’은 예오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비롯한 중국의 독립유적지 일대를 여행하며 기록한 청춘 일기다. 30대에 막 접어든 여성이 느낀 막막함과 삶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에세이로, 역사와 청춘을 결합한 예오름만의 독특한 관점이 담겼다. 예오름은 ‘낯선 곳으로의 산책’에서 일제강점기 시절의 쓰라린 역사가 담긴 유적지 곳곳을 여행하며 느낀 점들을 섬세하고 부드러운 문체로 풀어냈다. 차분하게 묘사한 현장의 분위기와 독립투사들의 열정과 몸을 사리지 않는 희생을 상기하며 깨달은 성찰이 어우러져 잔잔한 울림을 준다. 갓 30대로 접어든 그가 쳇바퀴 돌 듯 지루한 현실에서 의미 있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동안 작품마다 ‘위로’와 ‘희망’, ‘꿈’ 이라는 키워드를 놓치지 않았던 그답게 따뜻하고 정겨운 메시지가 가득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청춘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막막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면서, 작사가로서 보여준 예오름 특유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가 책 곳곳에 배어있어 눈길을 끈다. 작가 예오름은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작가라 독자들이 채워갈 여백이 많은 책이다.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독자와 함께 우리 시대의 고민과 아픔에 대해 소통하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임시정부 현장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았다”며 “책을 읽고 청춘의 독자들이 한 번쯤 역사 현장을 돌아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인간 배아 연구, 왜 필요한가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인간 배아 연구, 왜 필요한가

    최근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비후성 심근증을 초래하는 유전자 변이를 인간 배아에서 교정해 정상 유전자로 복구시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전에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으나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었고 교정된 세포와 교정되지 않은 세포가 섞이는 ‘모자이크 현상’이 나타나는 한계도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수정 후가 아니라 수정과 동시에 난자에 도입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 또 자체 개발한 절단 유전체 시퀀싱 방법을 통해 변이 유전자만 교정하고 다른 유전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 가위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허용됐으며, 관리 규정에 따라 실험 후 모든 배아는 폐기됐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가 도입된 배아와 도입되지 않은 배아 사이에 배반포 발달에 있어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만약 산모에 착상했다면 변이가 교정된 건강한 아이가 출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배아의 변이 유전자를 고치는 방식은 비후성 심근증에 국한되지 않고 대부분의 유전병에 보편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유전자 가위를 구성하는 가이드 RNA만 맞춤형으로 새로 합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1만여개가 넘는 유전질환의 대물림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배아 유전자 교정은 전 세계 수천만명에 달하는 유전질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성과임은 분명하나 생명윤리 차원에서 몇 가지 우려와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인간 난자와 배아를 실험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다른 적절한 대안이 있다면 인간 생식세포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지난 수년 동안 생쥐와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 배아 유전자를 교정한 사례가 학술지에 보고됐으나 이들 동물과 인간 유전자는 염기서열이 달라 인간 배아에서 유전자 가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 더욱이 인간 배아 연구를 통해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성과가 많아 네이처에 발표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위해 귀중한 난자를 기증한 해외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둘째, 착상 전 유전자검사(PGD)란 방법이 있는데 굳이 배아 유전자 교정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논문에 분명히 밝혔지만 유전자 가위는 PGD의 대안이 아니라 PGD와 함께 사용돼 착상에 적합한 건강한 배아의 비율을 높일 수 있다. 인공수정이 항상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착상에 적합한 배아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셋째, 국내 생명윤리법은 인간 배아 연구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국내 연구진이 이를 피하기 위해 유전자 가위를 해외 연구진에 제공하고 배아 실험 후 DNA를 들여와 분석한 것이 편법이란 지적도 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변호사에게 자문을 한 결과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2015년 말 미국 국립과학원과 영국 왕립과학원, 중국 과학원은 인간 배아 연구는 허용하되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논문 발표 뒤 하루 만에 유전학 관련 국제학회 11개는 공동성명을 통해 각국 정부가 인간 배아 연구를 금지해서는 안 되고 연구비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도 이런 국제적 논의에 부합하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연구 활성화와 의료·생명공학산업 발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국내 환자와 가족들이 매일 흘리는 눈물, 후손들이 받게 될 고통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 [수요 에세이] 공조직에 직위분류제를 도입하자/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수요 에세이] 공조직에 직위분류제를 도입하자/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새 정부는 공직자의 성과급 및 성과평가 제도를 더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대선 공약이어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급하게 중단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성과급 제도는 보수 정부에서만 추진한 것이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시도되어 각 정부에서 꾸준히 공을 들여왔던 좋은 정책이었다. 목표 고지를 눈앞에 두고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 셈이다. 그동안 쏟아부은 정부 지원과 관련자들의 땀이 물거품이 되어 무척 안타깝고 유감이다. 최근 양대 노총은 성과연봉제에 적극적이었던 12개 공기업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성과에 대한 이런 부정적 시각은 오해와 편견의 결과이다.어떤 공장에서 직원들이 하루 평균 100개의 상품을 만든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숙련이 되고 열심이어서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하루에 120개 넘게 만들어 낸다면, 다른 사람보다 보수를 더 받아야 되지 않을까. 그것이 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 대접을 받는 것이다. 훨씬 적게 만들거나 불량품이 많은 사람도 똑같은 보수를 받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불공평한 일이 아닐까. 좋은 성과에는 더 보상을 해야 일을 잘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래야 회사가 더 잘된다. 회사가 잘되면, 결국 그 이익은 모든 직원에게 돌아간다. 차이의 합리적인 인정이 사회를 발전시킨다. 차이를 부정하면 물이 고여 썩게 된다. 공산주의가 소멸한 것이 좋은 사례다. 영국이나 독일 등이 정체기에 빠졌다가 약화된 경쟁력을 살려서 다시 도약하게 되었다. 이들 모두가 더 경쟁적인 사회가 더 발전한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우리 헌법은 수평적 평등만이 아니라 수직적 평등도 주창하고 있다. 헌법 전문은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기회의 제공이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정부나 공기업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특성상 민간 분야보다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철밥통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우리나라 공직자는 정부예산이 지원되는 사립학교 교사와 공기업 직원 등을 포함하면 200만명에 달할 것이라 한다. 경제활동인구의 13~14%나 된다. 이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국가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특히 공공분야의 경쟁력이 절망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2014~2016년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138개국 중 26위인데, 공공분야의 경쟁력은 대부분 100위 전후에 머물러 전체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암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노조 측에서 제기하는 성과연봉제의 반대 논리로는 대상자를 줄 세움, 성과의 공정한 평가가 어려움, 공공서비스가 악화됨, 충분한 협의가 없었음 등이다. 이런 논리를 극복하며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정부의 공식 결정도 이루어졌다. 이런 현실을 존중하면서도 공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있다. 우리의 공무원 및 공기업의 인사제도를 일반적인 계급제도에서 전문적인 직위분류제도로 전환하는 것이다. 직위분류제도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제도이다. 공직의 자리마다 자격요건이 주어지고, 임용이 독립적이며, 그에 상응하는 보수가 설정된다. 이것이 미래에 가야 할 방향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이 전문성이다. 현재의 계급제도는 공직자에게 계급을 부여하고, 온갖 업무에 순환보직을 해 전문성이 부족하고, 일의 성격이나 노력에 상관없이 계급별로 보수를 지급한다. 이러한 신분적 계급제도는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 1~2년이 지나면 바뀌는 공직자들로 이 시대에 적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직관리를 전문성 중심으로 바꾸고, 내부에서 부족하면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 공직제도를 과감하게 직위분류제로 개혁하자. 가능한 부분부터라도 당장에 추진하자. 공직 분야의 경쟁력 제고는 국가 도약의 필수요건이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결국 소멸한다.
  • ‘병원선’ 하지원, 첫 스틸 공개 “의사 완벽 빙의” 긴 생머리 ‘싹둑’

    ‘병원선’ 하지원, 첫 스틸 공개 “의사 완벽 빙의” 긴 생머리 ‘싹둑’

    ‘병원선’을 통해 의사 역에 첫 도전한 하지원의 스틸컷이 최초 공개됐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 그리고 ‘병원선’의 이야기가 준 감동에 끌렸다”는 소감도 함께 전했다.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병원선’(극본 윤선주, 연출 박재범, 제작 팬엔터테인먼트)에서 간단한 치료와 약처방만 할 수 있었던 병원선을 외과 수술도 가능하게 한 출중한 실력을 가진 외과의 송은재 역을 맡은 하지원. 데뷔 이후 의사 역할은 처음이지만, 하지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연기력과 열정 때문에 벌써부터 신뢰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병원선’을 제안받기 전인 지난 2014년 NGO 단체인 오퍼레이션 스마일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의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하지원. “안면기형이나 신체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무료 수술과 의약품을 제공하는 단체다. 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아주 어린 아기가 구순구개열 수술을 받고 예쁜 얼굴을 갖게 되는 과정을 모두 보고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고. 이어 “병원도, 심지어 약국도 없는 무의도가 많다고 한다. ‘병원선’은 이렇게 의료시설이 부족한, 치열한 현장에서 성장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감동에 끌렸다”며 외과의 송은재를 연기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어떤 역할이든 연구하고 연습하는 노력으로 찰떡같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하지원. 사실 겁이 많아 피가 많이 나오는 장르는 잘 보지 못했는데, 역할 때문에 이미 메디컬 드라마, 유튜브 수술 동영상, 다큐멘터리 등을 섭렵했다고 한다. 지금은 해부학 책을 사서 장기를 직접 그려가며 공부중이고, 바나나 껍질로 수술 봉합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작품을 할 때마다 그 분야에 계신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그 직업을 갖게 됐는지 궁금해, 의사 선생님들이 쓴 에세이를 가장 많이 읽었다”고. 또한 머리카락도 싹둑 자르고 단발로 변화를 줬다. 오랫동안 고이 기른 머리라 아쉬웠을 법도 한데 오히려 설렌단다. “송은재를 위해 준비하는 느낌이라서 오히려 설렌다”며 역시 프로다운 면모를 보인 하지원은 “오랜만에 짧은 머리를 했는데, 이렇게 시원하고 편한지 몰랐다”며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준비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론 한 끼를 먹더라도 영양소가 골고루 들었는지 살펴보고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등 건강을 많이 챙기게 됐다고. 하지원은 이어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섬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선을 기다리신다고 하더라. 아픈 곳을 치료해주는 의사와 약이 얼마나 반갑겠나.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넘어선 사람들의 가공되지 않은 이야기가 ‘병원선’의 진짜 재미고 감동일 것 같다”는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몸도, 마음도 더욱 건강해진 하지원의 생생하게 살아있는 연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배를 타고 의료 활동을 펼치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의사들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섬마을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소통하며 진심을 처방할 수 있는 진짜 의사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릴 휴먼아일랜드메디컬 드라마 ‘병원선’. ‘개과천선’, ‘다시 시작해’의 박재범 PD가 연출을, ‘황진이’, ‘대왕세종’, ‘비밀의 문’의 윤선주 작가가 집필을 맡는다. ‘해를 품은 달’ ‘킬미힐미’ ‘닥터스’ 등 수많은 히트작을 선보인 드라마 명가 팬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맡는다. ‘죽어야 사는 남자’ 후속으로 8월 방송 예정.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불안은 운명의 길을 들여다보는 거울

    불안은 운명의 길을 들여다보는 거울

    다리를 건너다/요시다 슈이치/이영미 옮김/은행나무/548쪽/1만 5000원파랑새의 밤/마루야마 겐지/송태욱 옮김/바다출판사/528쪽/1만 6500원 인간은 불안한 존재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안의 씨앗은 자란다. 우리를 암울한 현실의 끝자락까지 내몰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방향을 일러 주기도 하는 그것.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불안은 그래서 운명의 길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다. 일본 문학계를 대표하는 두 작가 역시 존재의 불안감과 불확실한 삶에서 비롯된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했다.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요시다 슈이치(왼쪽)의 ‘다리를 건너다’와 기성세대와 기득권에 저항하는 에세이로 유명한 마루야마 겐지(오른쪽)의 ‘파랑새의 밤’이다. 작가들은 작품 속에서 일상이 뒤흔들린 보통의 사람들이 삶의 한복판에서 길을 헤매는 순간을 포착하고, 온갖 우연과 작은 결단들이 모여 이루는 반전들을 펼쳐냈다.요시다의 ‘다리를 건너다’는 아키라, 아쓰코, 겐이치로 세 인물을 통해 오늘의 선택이 어떤 미래로 이어지는지 그린다. 맥주회사 영업과장 아키라는 미술관 큐레이터인 아내 아유미, 고등학생 처조카와 함께 살며 평탄한 듯 보이지만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뺏기고 지나버린 젊은 날에 마음이 괴롭다. 도의회 의원인 남편을 둔 아쓰코는 남편과 아들을 돌보며 정갈한 삶을 살고 있지만, 의회에서 발생한 성희롱 발언 사건이 혹시 남편이 저지른 건 아닌지 의심하느라 정신이 없다. 다큐멘터리 감독 겐이치로는 홍콩 우산혁명을 취재하며 자긍심을 느끼지만 곧 결혼할 여자친구와 거리감을 느낀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세 사람과 주변 인물들이 70년 후 미래 세계에서 만나며 연결고리를 드러내는 순간,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가 지금 이 순간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때 바꿨으면 좋았을 거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는 작중 인물의 말은 당장 눈앞의 이해관계나 자기합리화에 집착하기보다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미래를 바라볼 것을 조언하는 작가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파랑새의 밤’은 마루야마가 2000년도에 쓴 동명의 초고를 14년 만에 퇴고를 거쳐 완성본으로 다시 내놓은 작품으로, 오랫동안 세상의 규칙에 따라 살아온 50대 남자가 자신의 운명과 대결하는 이야기다. 쉰다섯 살의 주인공은 성인이 된 이후 등졌던 고향을 방문한다. 출세를 위해 자신을 거의 내버리다시피 한 주인공은 괴한에게 무참히 살해된 여동생, 그 사건에 대한 복수심으로 엉뚱한 사람을 실수로 죽이고 행방불명된 남동생, 잇따른 비극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 등 극단적으로 엉킨 가족사로 인해 회사와 아내로부터 버림받는다. 당뇨성 망막증이라는 실명 위기까지 선고받은 그는 완전히 실명에 이르면 미련없이 목숨을 끊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고향을 찾는다. 고향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자 숲속에서 밤을 지새우던 그는 온갖 자연과 우연, 이름 모를 ‘녀석’과의 조우로 인생 막바지에 생각지 못한 반전을 마주한다. 가족에 얽매이지 말고 기존 관습이 만들어 낸 사상에 붙들리지 말라는 신조를 강조해 온 작가는 특유의 솔직하고 시니컬한 묘사로 한 남자의 운명을 조명한다. “살다가 평범한 불행은 각오했지만 이렇게까지 박살 날 줄은 몰랐다”고 생각하는 남자에게 고향을 무덤과 같은 땅이 아니라 나락으로 떨어지는 운명과 대결하는 땅으로 제시하는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수요 에세이] 블라인드와 청문회, 학연, 지연, 혈연/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수요 에세이] 블라인드와 청문회, 학연, 지연, 혈연/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요즈음 좋은 인재 뽑기에 논란이 거세다. 인재인지를 어떻게 가늠하느냐는 기업이나 정부나 마찬가지일 터다. 기업 인재상이나 지원자격에도 없는데 취업준비생은 스펙 쌓기에 열중한다. 그런데 기업에서 과연 영어점수가 높고, 공모전을 싹쓸이하고, 자격증까지 많은 사람을 찾을까.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은 생존을 위한 치열함이다. 사람의 가치가 힘인 시대다. 생산 로봇이 체력을 대신하고, 스마트폰이 알고자 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지식의 보편화는 아는 것과 가진 것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여기도록 한다. 지혜, 창의, 협업이 힘인 시대를 열었다. 기업들은 이제 스마트폰을 넘어 지식을 보완하고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인재를 찾으려고 다양하게 시도한다. 블라인드 채용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에서 인재의 질은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검증을 거듭하며 실력과 인성을 측정할 선발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애쓴다. . 하지만 공무원과 공공기관에서 일시에 도입하는 것엔 신중해야 한다. 공공에 일단 적용하면 나중에 최적화하는 게 쉽지 않다. 부처와 332개 공공기관, 149개 지방공기업에는 150여만명이 근무한다. 다양한 직무나 직군에 따라 기대하는 역할이 다르니 채용 기준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지금 논쟁을 일으키는 부분도 기준이 모호해서다. 예컨대 학력과 학점은 실력인가, 차별 요소인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가치관과 입장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절대 쉬운 부분이 아니다. 차근차근히 가라. 그리고 실력과 인성을 측정하는 방법 개발이 우선이다. 학력, 출신지, 가족관계, 경험 등 편견을 부를 요소를 배제하고 능력과 실력으로 평가하려고 한다면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면접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면접의 목적은 대면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눈빛과 태도, 감성 전반을 파악하는 것이다. 잠깐 대화로 인재의 잠재력을 알아보기란 결코 쉽지 않기에 블라인드 채용의 면접은 더 까다로울 것이다. 10여년 전 일이다. ‘미녀는 괴로워’라는 로맨틱 코메디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은 가수를 지원하지만 뚱뚱한 외모 탓에 차별을 받고, 혹독한 다이어트와 성형을 통해 미녀로 변신해 꿈을 이룬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덕분에 외모를 떠나 실력과 능력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겼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편견을 없애고 인사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까. 공정한 인재선발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이 정교하지 못한 기준으로 외모지상주의 부활이라는 오명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취업을 위해 성실하게 준비한 경험들이 블라인드로 가려야 할 부분인지도 의심스럽다. 장관으로 임명되려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도덕성 검증이라는 명분의 ‘신상 털기’가 인사청문회 취지를 퇴색시킨 지 오래다. 그러나 배운 점도 있다.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지속적인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 사회적 책임을 느낀다면 주변을 철저히 관리하고 ‘관시’(關係)가 아닌 실력을 쌓아야 한다. 인사청문회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자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다양한 정보가 상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 정답은 아니다. 능력과 자질에 의해서만 사람을 판단하고 채용하라는 이야기다. 양궁이라는 스포츠에서 학연, 지연, 혈연을 따지는가. 스포츠처럼 학연, 지연, 혈연을 앞세우는 풍토가 사라진다면 사회 전 분야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을 것이다. 실력과 능력으로 앞서야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운이나 뽑기에 의해 채용되지 않게 하자. 차별을 없애자며 차이까지 없애버린다면 ‘꿈꾸는 대한민국’은 결코 오지 않는다. 공평한 사회를 넘어 공정한 사회를 만들 때 대한민국은 성장할 것이다.
  • 리스크의 의미 강조해온 프랑스 철학자 아이 둘 구하려다 익사

    리스크의 의미 강조해온 프랑스 철학자 아이 둘 구하려다 익사

    평소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프랑스의 여성 철학자가 휴가를 즐기던 해변에서 아이 둘을 구조하려 했다가 익사로 목숨을 잃었다. 향년 53. 비운의 주인공은 안느 뒤푸르만텔르로 여러 편의 에세이와 2011년 발간된 저서 ‘리스크에 대한 칭송’ 등을 통해 여러 가능한 위협에 노출되는 것이 일상생활의 한 요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녀는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 샹 트로페스 근처 팜펠로네 해변에서 강한 파도에 갇힌 두 어린이들을 구하려고 다가갔지만 강한 조류 때문에 떠밀려 나가 결국 의식을 잃었고 긴급 출동한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고 영국 BBC가 24일 전했다.프랑수아즈 니센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고인이 “위대한 철학자이며 심리분석가로서 우리가 오늘날 세계를 살아가고 생각하는 데 도움을 줬던 인물이었다“고 추모했다. 동료 철학자인 라파엘 엔토벤은 트위터에 “평소 그렇게나 꿈에 대해 잘 얘기하던 그녀의 죽음을 알게돼 슬프다”고 애도했다. 두 어린이와 아는 사이였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녀 장례식은 25일 프랑스 남부의 라마튤레에서 거행될 예정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고인은 2015년 일간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험이 제로인 절대 안전한 상태란 관념은 일종의 환상”이라며 “예를 들어 런던 대공습 때처럼 살아남기 위해 직면해야 하는 위험이 있을 때 비로소 행동하고 헌신하고 스스로를 극복할 강력한 인센티브가 생긴다”고 역설했다. 또 목숨을 건다는 말은 살아있음이 일종의 리스크이기 때문에 성립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삶은 변형되는데 이런 위험들과 함께 시작된다”고 설파했다. 뒤푸르만텔르는 두려움은 자유를 통제하려는 정치적 무기로 활용되고 활용될 수 있으며 대중을 조금 더 보호하고 안전하게 하려는 요청은 삶의 자유를 통제하고 감소시키려는 시도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1994년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박사를 수여한 뒤 심리분석가로 변신해 1998년 레이몽 드 보이예르상의 생 수잰느 철학 분야 수상자로 선정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유통기업 하반기 공채 대폭 늘리고 ‘블라인드 채용’ 활성화

    CJ 하반기 1700명 이상 선발 신세계 최대 7500~8000명 현대百 30% 늘려 1340명선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조와 맞물려 롯데, 신세계, CJ 등 주요 유통기업이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나친 스펙 중심의 채용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학벌, 경력 등을 배제하고 인성과 직무적합성 등을 비중 있게 평가하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 하반기 채용 인원을 지난해보다 확대하기로 하고 세부사항을 논의 중이다. 롯데는 지난해 하반기에 공채 950명과 인턴 350명을, 올 상반기에는 공채 750명과 인턴 400명을 뽑았다. 신세계그룹도 올해 전체적으로 1만 5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한다는 목표로 오는 10월쯤 하반기 공채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7주간의 인턴십을 거친 뒤에 최종 당락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아직 상반기 신입사원 선발 규모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하반기에는7500~8000명 정도를 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도 오는 9~10월 예정된 하반기 공채에서 지난해 하반기(1700명)보다 많은 인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1030명)보다 30% 정도 늘어난 1340명선으로 잠정 결정했다. 내실 있는 인재 선발을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롯데는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 태클을 건다는 의미의 ‘스펙 태클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입사원서에 이름, 주소, 연락처 등 기본 인적사항만을 적도록 하고, 직무 관련 에세이나 동영상을 통해 서류 합격자를 선발한다. 면접전형도 업무 특성을 반영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미션 수행 등 형태로 이뤄진다. 신세계는 2014년부터 오디션 방식의 면접 ‘드림 스테이지’를 2차 면접 단계에서 시행하고 있다. 면접관들에게 출신학교, 전공, 나이 등과 같은 개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블라인드 면접이다. 서류전형 점수 및 1차 면접 점수도 반영하지 않는다. CJ그룹은 2015년 하반기부터 일반전형에서 어학능력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입사지원서의 사진 첨부도 폐지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2015년부터 자유로운 형식의 에세이로 서류전형을 대체하는 ‘스펙 타파 오디션’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김병효 전 우리PE사장, ‘봄날이었다’ 에세이집 펴내

    김병효 전 우리PE사장, ‘봄날이었다’ 에세이집 펴내

    김병효 전 우리 프라이빗에쿼티(PE) 사장이 ‘봄날이었다’라는 에세이집을 최근 냈다. 어린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금융인으로 살아온 저자의 반백 년 넘는 인생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이 70여편의 명시와 에세이들로 어우러져 있다. 출판사인 사람과나무사이는 이 책에 대해 추억의 보고이며 감성의 보고, 사색과 깨달음의 보고라고 적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지나고 보니 함께 했던 시절, 목표를 향해 원하는 바를 했던 시절이 봄날이었다”면서 “가족, 친구, 선후배들과 서로 정을 나눴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봄날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요 에세이]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수요 에세이]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새 정부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방안으로 하반기 공무원 추가 채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많은 수험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공무원 시험에서 남녀 합격 비율은 어떻게 될까. 지난해 9급 공무원 시험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57.6%로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또 올해 지역인재 7급 합격자의 50.8%가 여성이다. 전체 공무원 중 여성 비율(2015년 기준)은 44.6%다. 하지만 직급 기준 성별 통계를 보면 여성의 대표성은 갈 길이 멀다. 고위공무원은 3.7%, 4급은 12.4%에 불과하다. 이런 낮은 여성 고위직 비율은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통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올봄의 일이다. 모 기관에서 여성정책 관련 강의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강의를 들은 여성 직원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그 기관은 여성이 전체의 10%도 안 됐고 간부급 여성은 더욱 드물었다. 이메일 내용은 이랬다. “이렇게 뭐든 하나부터 열까지 남성 직원은 편히 받는 보직도 여성은 싸워서 쟁취해야 하고, 쟁취했으면 남성 직원보다 잘해야지만 인정받는 회사를 10여년을 다니면서 이젠 지쳤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두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살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 10년 동안의 고단한 생활이 물씬 묻어나온다. 평가나 승진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 네트워크에서 소외되는 느낌은 더 견디기 힘들 것이다. 여성 채용 및 관리자 확대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민간 기업에는 적극적 우대 조치를 도입했고 공공기관은 자발적으로 여성 관리직 목표치를 설정해 관리하도록 지침을 만들었다. 둘 다 강제 할당 조치는 아니지만 정책을 시작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직에서도 여성공무원 관리지침을 만들어 교육훈련이나 평가에서의 불이익 금지 등 차별금지조항이나 최소 1과 여성 과장 배정 등 적극적인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은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정책이 최근 우리보다 한 발자국 더 앞서 있다. 2015년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일정 목표이상의 여성 중간관리자를 임용하는 내용의 여성인력활용법을 통과시켰고 이달에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이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 대상이 되는 ‘MSCI 일본주(株) 여성활약지수’에 연기금 자금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성 신입 사원 비율, 직장 내 여성 근로자 비율, 여성과 남성 인력의 근무 연수 차이, 여성 임원 비율을 기준으로 여성활약지수를 만든다고 하니 앞으로 투자자들은 여성활약지수가 높은 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이런 순환구조는 여성 인력 활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GPIF 최고 투자책임자인 미즈노 히로미치는 이런 과감한 투자 결정은 2013년 아베 신조 총리가 많은 시간을 여성문제에 할애하며 ‘우머노믹스’(여성과 경제의 합성어)를 강조한 유엔총회의 연설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인센티브 사례가 있기는 하다. 조달청 입찰에 가점부여 등 가족친화인증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그 예이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미약해 유인책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성들의 진입이 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여성의 대표성이 저절로 확대되리라는 것은 근거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30년 전 여성의 사회참여가 드물었던 시절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내 경험으로도 별로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여성 대표성 확대는 최근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해 경제 발전 및 국가 경쟁력 강화를 이루기 위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 이슈가 됐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 보다 강력하게 양성평등정책을 추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설치될 위원회 활동을 통해 내실 있고 강한 여성정책을 기대하며 이참에 우리나라도 기관의 여성인력활용지수를 만들어서 정부에서 투자하고 있는 연기금이나 연구개발비 지원과 연계하는 인센티브 방안을 도입할 것을 제안해 본다.
  • 김이지 간미연, 심은진 작가 응원 ‘윤은혜 이희진도 온다더니..’

    김이지 간미연, 심은진 작가 응원 ‘윤은혜 이희진도 온다더니..’

    베이비복스 출신 김이지 간미연이 심은진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다. 심은진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포토에세이 아트북 ‘헬로, 스트레인저’(hello, Stranger.) 출간기념 간담회를 열고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심은진의 아트북 ‘헬로, 스트레인저’는 오랜 연예계 생활을 거친 심은진의 진솔한 감성과 찰나의 기록 등을 사진과 스케치, 에세이로 엮은 책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베이비복스로 함께 활동했던 김이지와 간미연이 참석해 축하했다. 세 사람은 여전한 미모를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심은진은 데뷔 20주년을 맞은 베이비복스의 재결합에 대해서는 “시도는 있었지만 현실적 문제들로 실현되지 못했다”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멤버 이희진, 윤은혜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개인사정상 불참해 베이비복스 완전체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심은진 여전한 미모 “베이비복스 재결합 시도, 현실적 문제 부딪혔다”

    심은진 여전한 미모 “베이비복스 재결합 시도, 현실적 문제 부딪혔다”

    1세대 걸그룹 베이비복스 심은진이 여전한 미모로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이비복스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1997년 1집 ‘머리하는 날’로 데뷔한 베이비복스는 2004년 7집 ‘라이드 웨스트’(Ride West)를 끝으로 해체됐다. 젝스키스와 S.E.S 등 1990년대 그룹들이 재결합에 성공한 터라 이들도 20주년을 맞아 재결성 소문이 흘러나왔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베이비복스 출신 심은진의 포토에세이 아트북 ‘헬로, 스트레인저’(hello, Stranger.) 출간기념 간담회에 참석한 심은진은 여전한 미모를 뽐내며 등장했다. 이날 심은진은 베이비복스의 재결합에 대해 “요즘 많이들 나오니 우리도 혹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주시는 것 같다”며 “하지만 다섯 멤버가 각자 떨어져 있고 회사가 다르고 위치가 달라 한뜻으로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만 좋다고 타협이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었는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확실하게 베이비복스가 무엇을 할 것이라고 말씀은 못 드린다. 하지만 다들 마음은 있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앞으로 나이가 더 먹기 전에 한번 뭉치면 좋겠다. 다른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심은진의 아트북 ‘헬로, 스트레인저’는 오랜 연예계 생활을 거친 심은진의 진솔한 감성과 찰나의 기록 등을 사진과 스케치, 에세이로 엮은 책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베이비복스 멤버 김이지와 간미연이 참석해 축하했다.연예팀 seoulen@seoul.co.kr
  • [수요 에세이] 참된 선비의 삶이란?/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원장·전 행정자치부 차관·시인

    [수요 에세이] 참된 선비의 삶이란?/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원장·전 행정자치부 차관·시인

    서울 둘레길 3코스는 고덕·일자산 코스로 불린다. 광진교에서 출발해 강동구 고덕산과 일자산을 지나 수서역에 이르는 26.1㎞ 길이다. 지난해 겨울, 눈이 분분히 내리는 날 둘레길 3코스를 걸었다.높이 100m도 채 안 되는 야트막한 산이 고덕산이라 불리는 유래를 궁금해하던 차였다. 고덕산과 고덕동이 고려 말 충신 석탄(石灘)이양중 선생의 높은 덕을 기려 지은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석탄은 태종 이방원, 야은 길재, 상촌 김자수, 운곡 원천석 등과 사귀며 참된 선비의 자질을 길렀다. 문과에 급제해 형조참의에 이르렀고 조선 건국 후 경기도 광주, 지금의 고덕산 자락에 은거했다. 태종이 즉위한 뒤 옛 친구로서 대하며 출사하기를 권해 현재로 치면 서울특별시장인 한성부윤을 제수했으나 끝내 받지 않았다. 태종이 광주로 석탄을 손수 찾아가니 검소한 복장으로 왕을 배알하고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부근에 흐르는 하천을 왕이 묵었다 해서 왕숙천이라고 일컫는다. 조금 더 가니 일자산이 길손을 맞았다. 일자산에는 둔골이 있었다. 강동구 둔촌동 역시 일자산에 은거한 고려 말 충신 둔촌 이집 선생의 호를 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둔촌은 신돈의 전횡을 탄핵하다 생명에 위협을 받자 부친을 업고 경상도 영천까지 피신했다. 신돈이 죽은 후 개경으로 돌아왔으나 벼슬을 마다하고 일자산 부근으로 낙향, 은거했다. 일자산에는 둔촌이 자손들에게 내린 훈교비를 세웠다. 후손에서 정승 5명, 판서 6명, 공신 7명이 나왔다. 두 선비의 벼슬이 필자보다 높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높은 절의로 땅과 산에 이름을 새겨 후학에게 참된 선비의 길을 알렸다. 일자산 둔골 부근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때마침 내린 눈으로 무덤은 희끗희끗했다. 관을 벗은 노선비의 흰머리처럼 느껴졌다. 문득 선비로 태어나 석탄과 둔촌처럼 땅과 산에 이름을 새기지는 못할지언정 부모의 이름을 더럽히고 자식에게 부끄러운 이름을 남기느니 차라리 저 이름 없는 무덤의 깨끗함과 겸손함을 좇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의 느낌과 결의를 담아 시 한 수를 지어 유혹이 있을 때마다 마음을 가다듬는다. 思兩李之節(사양이지절) 둔촌과 석탄의 절개를 기리며 踏一字高德(답일자고덕) 일자산 고덕산을 지나면서 懷遁村石灘(회둔촌석탄) 둔촌과 석탄을 그리워한다 士須臾出世(사수유출세) 선비 한 번 세상에 나와 知自退兼善(지자퇴겸선) 벼슬길 물러날 때 스스로 알고 遺久久節義(유구구절의) 변치 않는 절의 길이 남기어 銘名於地山(명명어지산) 산과 땅에 그 이름 새기었구나 寧使王宿露(영사왕숙로) 왕을 이슬 속에 재울지언정 毋攪後學壇(무교후학단) 후학의 배움터 더럽히지 말고 雖臥無名谷(수와무명곡) 길가에 이름 없이 누울지라도 不賣名爲賤(불매명위천) 명예를 팔아 천하게 되지 말지니 羨墳之廉潔(선분지염결) 아, 그 무덤의 깨끗함 부러워 跪坐斂襟冠(궤좌렴금관) 삼가 무릎 꿇고 옷깃 여민다 丙申 晩冬 謹作(병신 만동 근작) 병신년 겨울에 삼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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