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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소 따라 느낌 따라 시인 6명 골라 봐요

    장소 따라 느낌 따라 시인 6명 골라 봐요

    “주저앉는다. 큰 키의, 짙은 눈썹을 가진 밤이, 깊고 어두운 글자들을 품은 밤이 무너져 내린다. 밤의 글자들이 내 얼굴 위로 쏟아진다. 바다를 건너가던 황혼의 글자는 섬이 되었고, 빗속에서 태어난 글자는 우산을 두 개나 잃어버렸다.”(박상순 ‘밤이, 밤이, 밤이’ 중) “밤이 되면 레몬이 빛나고 레몬이 자라는데/떠오르는데//우리에게 계속 레몬 향이 흘러나와서 권태로운 고백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양안다 ‘레몬 향을 쫓는 자들의 밀회’ 중)시단의 허리를 이루는 중견 시인부터 이제 막 첫 시집을 펴내는 신인까지 각기 뚜렷한 개성을 지닌 시인 6명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시집 세트가 나왔다.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실은 작품을 6권의 시집으로 묶어 출간한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Vol. 1’ 이다. 박상순의 ‘밤이, 밤이, 밤이’, 이장욱의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이기성의 ‘사라진 재의 아이’, 김경후의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유계영의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안다의 ‘작은 미래의 책’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문학은 문학의 위상이 갈수록 축소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순문학의 본질에 집중하자는 의도로 ‘핀 시리즈’를 기획했다. 매달 시인과 소설가를 한 명씩 선정해 7편의 신작시와 짧은 산문, 중편 소설을 지면에 선보이고 이를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다. 1955년 창간한 월간 현대문학이 시인선을 펴낸 것은 1980년대 초반 이후 30여년 만이다. 그런 만큼 시집의 외양과 구성에서 차별화된 특색을 갖췄다. ‘여섯 시인의 여섯 권 신작 소시집’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일반 시집에 비해 적은 20편 안팎의 작품을 수록했다. 판형도 가로 10.4㎝, 세로 18.2㎝ 크기로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다. 관행적으로 문학평론가의 해설이나 작가의 말을 싣는 시집 말미에는 각 시인이 새로 쓴 짧은 에세이를 담았다. ‘공간’이라는 공통된 테마 아래 시인 6명이 각각 카페, 동물원, 박물관, 매점, 공장, 극장에 대해 쓴 글들이다. 시집 세트의 표지는 최근 주목받는 패브릭 드로잉 작가인 정다운의 작품으로 장식됐다. 6인의 친필 사인과 메시지가 담긴 양장본 세트는 500질 한정으로 판매된다. 세트 4만 8000원. 낱권 8000원.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문화마당] 내 방을 둘러보며/김소연 시인

    [문화마당] 내 방을 둘러보며/김소연 시인

    내 방은 사면이 책으로 빼곡하게 둘러싸여 있다. 한쪽에는 사전과 도감들이 꽂혀 있고, 그 옆에는 평전과 음악, 미술, 과학 책들이 자리잡았다. 중앙에는 역사, 철학 서적들이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서리를 꺾어 다른 면은 소설책들이, 또 모서리를 꺾어 다른 면에는 시집과 문학이론서들이 있다. 내가 책상에 앉아 있는 오른쪽 벽은 커다란 창문이 있고, 창문을 뺀 나머지 벽은 사랑에 관한 책들만을 수집해서 꽂아 놓았다. 사랑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랭 바디우, 울리히 베크와 엘리자베트 벡 게른샤임, 지그문트 바우만, 김영민, 플라톤, 조르주 바타유, 이성복, 파스칼 키냐르 등등. 아무리 읽고 밑줄을 쳐도 허기가 가셔지질 않는 세계였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벨 훅스, 에바 일루즈를 알게 됐는데 그나마 내가 알고자 했던 것들을 조금은 알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재미 삼아 읽어 보려 며칠 전에 구입한 정희진의 영화 에세이 ‘혼자서 본 영화’에서 사랑에 대해 누군가에게 꼭 듣고 싶었던 걸 듣는 느낌이 강했다. 모두 여성이 썼다. 나는 여성으로부터 사랑을 배우려 했던 것일까? 그러려고 작정한 적은 없지만 그랬을지도 모른다. 왜 여성으로부터 사랑을 배우려 했던 것일까? 질문을 바꿔 놓고 생각하자 여성이 여성으로부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반문을 스스로에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참으로 많은 남성 학자들로부터, 남성 예술가들로부터 사랑에 대해 나는 배워 왔다. 그들이 제시하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믿었고 그들이 바라보는 인간을 인간이라고 믿었고 그들이 그려 내는 타자(여성)를 여성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겪을수록 사랑을 더 모르겠는 사람이 돼 갔던 것은 아닐까. 유년기에 읽었던 동화들에서부터 청소년기에 읽었던 소설들, 대학 시절에 읽었던 시집들을 비롯한 숱한 문학서적들, 철학책과 역사책들. 그때그때 나를 바꿔 놓았던 명저들의 저자들은 거의 전부가 남성들이었다. 나는 아마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일 뿐 사고구조 자체가 남성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사면의 빼곡한 내 책들을 둘러보며, 새삼스럽게 경악해 본 적이 있다. 2016년 초겨울 이 집으로 이사해 텅 빈 책꽂이에 다시 책을 꽂을 때였을 것이다. SNS에서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에 대한 고발을 쏟아내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 이후 1년 남짓 동안은 일부러 여성이 쓴 책들만을 골라 읽었다. 리베카 솔닛, 주디스 버틀러, 게일 루빈 같은 페미니스트의 저서들이 철학책들을 모아 둔 자리에 꽂혀 있다. 보들레르나 랭보보다는 쉼보르스카와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집을 읽었다. 독서를 통해 더이상 낯선 시선이 만나지지 않는다는 시큰둥함이 어리석음과 무지에 기반한 것임을 이 저자들을 통해 알게 됐다. 이 새로운 저자들과 다르지만 같은 시각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고 있다. 서지현 검사와 최영미 시인으로부터 그리고 김지은 정무비서의 증언까지. 들어야만 하고 배워야만 하는, 생생히 살아 있는 역사적인 증언들이다. 무지가 곧 폭력이라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이 증언들이야말로 고통스럽게 알아 가야 하는 이 세계의 진실이다. 무지할 권리와 외면할 권리가 아무에게도 없다는 걸, 그 권리 자체가 폭력이라는 걸 이제는 모를 수 없게 됐다. 내 방에서 함께 기거해 온 남성 저자들에게서는 거의 배워 본 적 없는 세계다.
  • [수요 에세이] 수채화와 경제정책/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수요 에세이] 수채화와 경제정책/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2016년 1월 초순 30년 넘은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숨가쁘게 달려온 직장 생활이어서 퇴직 후를 꼼꼼하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무언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을 하고 싶어 가족과 함께 여행 가고 싶은 곳, 읽고 싶은 책 등 몇 가지를 ‘위시 리스트’로 준비했다. 그중에 중학교 1학년 이후로 손을 놔버린 그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어서 수채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공직을 그만둔 이후 생활은 무엇일까. 그 무렵 잡지에서 우연히 봤던 문구가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당신은 지금까지 내비게이터에 의존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나침반에 의존하여 생활하여야 합니다.’ 그렇다. 이제부터는 누구를 만날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등 모든 것을 나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공직을 하는 동안 개인생활이 거의 없이 살아왔던 입장에서 작은 일부터 일일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말했던가. 고위직에 있다가 퇴직할수록 평범한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데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런 가운데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을 빨리 찾고 싶었다. 퇴임식을 하고 돌아와 미술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서울 강남역 부근에 적당한 곳이 있었다. 다음날 학원에서 원장과 상담을 했다. “그림을 그려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중학교 때 그려본 것이 마지막입니다.” “무슨 그림을 하고 싶으세요?” “수채화요. 유화는 전혀 해보질 않아서요.” “데생(소묘)은 해보셨나요?” “아닙니다.” “ 그러면 데생을 좀 한 후에 수채화를 배우도록 하지요.” 하얀 캔버스에 4B연필로 명암과 원근만을 이용해 사물을 그리는 데생을 시작했다. 몇 번의 수업을 거치는데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는 내 옆에서 말을 던진다. “손이 빠르시네요.” “무슨 뜻인가요? 제가 대충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요?” “아니요. 좋은 뜻입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수채화란 여러 가지 물감을 물에 개거나 풀어서 그리는 그림이다. 유화와 비교할 때 맑고 투명한 느낌을 주나, 덧칠해 수정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수채화는 나에게 잘 맞는 특성이 있었다. 그리기 전에 전체 구도에서 어디서 시작할지 그리고 무엇을 강조할지 등 전략이 필요했다. 그냥 사진처럼 자세하게 그리려고만 해서는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다. 덧칠하면서 수정을 거듭하는 유화와 달리 한 번 시작하면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쉬지 않고 그려야 했다. 그만큼 짧은 시간 집중이 필요했다. 공직 생활 동안 수많은 정책 과제를 정해진 시간 내에 마무리하도록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성향상 적합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수채화를 시작한 후로 하늘, 산, 강, 바다, 나무, 도시의 거리 등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의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사실 그 전까지 하늘이 그렇게 변화무쌍한지 몰랐다. 하늘색이 그냥 파란 줄로만 알았는데 짙은 파란색에서 시작해 푸르스름해지다 무채색의 회색으로, 그러다가 어느새 산을 마주치는 곳에서는 연한 녹색으로 변했고, 석양 무렵에는 자주색과 붉은 선홍색으로 마무리됐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이제껏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 왔다니…. 지금까지 바쁘게 살기만 했지 세상을 제대로 보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수채화를 그리면서 경제 정책 수립 과정을 다시 생각해 본다. 첫째, 현상을 잘 조감하고 관찰한다(관찰). 둘째, 작가 입장에서 강조할 부분을 정하는 등 현상을 잘 이해하도록 사물을 재구성한다(분석). 셋째, 우선순위를 정해 채색에 들어간 후 그림의 전체적 구도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채도를 조정한다(대책 강구). 넷째, 원근과 명암 등에서 소외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마무리한다(보완 대책). 최근 들어 세계 무역과 산업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 세대는 커다란 변곡점에 서 있다. 수채화적 시각으로 새롭게 우선순위를 정한 후 정책을 개발하고 소외된 곳이 없었는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 “차라리 죽은 것으로 생각해라…” 청년 법정의 ‘출가’ 편지

    가족 등진 죄책감… 번뇌 고스란히 살뜰하면서도 단호한 ‘인간 법정’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되어버렸다. 할머니, 작은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너희들을 배반하였다. 출가가 나로서는 어떤 연유에서일지라도 집안에 대해서는 배반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일생 동안을 중노릇 할 것은 아니다. 얼마간의 수도를 쌓은 뒤엔 다시 세상에 나아가 살 것이다. 그동안만은 죄인이다.” (1956년 3월 21일) 6·25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전남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청년 박재철은 출가를 결심하고 홀연히 길을 떠났다. 가족 그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작은아버지 집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 죽마고우인 사촌동생에게만 이 사실을 편지로 알렸다. 사촌동생에게 틈틈이 보낸 스님의 편지에는 가족을 등진 자신에 대한 질책과 떨칠 수 없는 죄책감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책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책읽는섬)는 법정 스님(1932~2010)이 출가한 1955년부터 1970년까지 아홉 살 아래 사촌동생 박성직씨에게 보낸 편지 50여통을 엮은 것이다. 2011년 ‘마음하는 아우야’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가 법정 스님 입적 8주기(3월 11일)에 맞춰 법정 스님이 그간 쓴 에세이 중 일부를 더해 재출간했다. 스님은 성직에게 자기 대신 어머니의 아들 노릇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 그런가 하면 가족들이 묻거든 그저 멀리 일본 같은 데로 떠났다고, 차라리 죽은 것으로 생각하라는 부분에서는 그의 단호함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의 안부는 살뜰히 챙겼다. 편지는 가족과 고향을 등진 아픔에서 성직에게 전하는 인생의 가르침에 대한 글로 바뀌어 간다. 스님은 몸과 정신 건강에 해로운 술을 마시지 말고, 책과 친구는 가려서 접하고, 불행은 두고두고 마음속에서 인생의 문을 열어주는 귀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출가하기 전에 지은 소설의 위치를 알려주며 몰래 읽어 보라고 귀띔할 만큼 동생에 대한 스님의 각별한 마음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한편 오는 11일 법정 스님 입적 8주기를 맞아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는 추모법회와 음악회 등 그를 기억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입적일에는 ‘법정 스님을 그리는 맑고 향기로운 음악회’가 열리고 13일 추모 법회도 봉행될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법정 스님의 수행처 사진 공모전이,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제2회 무소유 어린이 글짓기 대회’도 열린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스펙 안 묻고 실무역량만…대기업도 ‘블라인드 채용’

    스펙 안 묻고 실무역량만…대기업도 ‘블라인드 채용’

    주요 대기업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 본격 나선 가운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공기업처럼 당장 의무 조항은 아니지만 ‘편견 없는 채용’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춘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도 많다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삼성·LG, 지원서에 스펙 입력란 삭제 6일 재계에 따르면 다음주부터 원서 접수에 들어가는 삼성그룹은 ‘열린채용’ 제도를 통해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살릴 방침이다. 불필요한 조건이나 스펙을 채용에 반영하지 않도록 전 계열사에서 예외 없이 원서 접수 단계부터 출신학교, 출신지, 신체 사항, 사진을 받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무적합성 평가용 에세이에도 아예 이 같은 정보를 담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다음주 원서 접수를 마감하는 LG그룹도 과도한 스펙 경쟁을 지양한다는 취지에서 입사지원서에 공인어학성적과 자격증, 수상 경력,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 관련 입력란을 과감하게 없앴다.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주소 등을 입력하는 부분도 삭제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0월부터 처음 도입한 ‘힌트’(H-INT)라는 블라인드 상시 채용 면담 프로그램을 올 상반기 공채에서도 도입하기로 했다. 지원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자기소개서와 연락처만 남기면 면담할 수 있다. ●CJ ‘리스펙트 전형’ 확대… 20% 선발 이날 공채를 시작한 CJ그룹은 지난해 도입한 ‘리스펙트 전형’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는 계열사 영업직에 한해 시행했지만, 올해는 E&M공연사업, CGV 마케팅, CJ오쇼핑 방송기술 직군 등까지 대상을 늘렸다. 전체 채용자 중 20%는 ‘리스펙트 전형’으로 뽑는다. 리스펙트 전형은 지원 단계에서 신상 정보를 아예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최종 합격 때까지 실무 역량으로만 평가가 이뤄진다. CJ 관계자는 “실제 해당 직군 실무진이 자기소개서를 100% 평가하고, CGV는 면접관이 고객 역할을 맡아 상황극을 하는 등 직무별 맞춤형 면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 직무역량 기술서 ‘AI 평가’ 도입 롯데그룹 역시 스펙을 지양한다는 의미의 ‘스펙태클 전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입사지원서나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지 않는 대신 모집 직무별 주제에 맞는 기안서로 서류 평가가 이뤄진다. 예컨대 백화점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제안서를 제출하는 식이다. 롯데는 올해는 채용 과정에 인공지능(AI) 평가를 도입하는 만큼 여기에 추가로 ‘직무 관련 보유역량 기술서’를 받을 계획이다. 직무와 관련한 경험이나 경력 등을 기술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평가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직군 적용 어려워” 다만 지원자의 기본적인 인적 사항에 대한 평가를 아예 배제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롯데 관계자는 “경영지원, 인사, 마케팅 등 미션 수행식으론 실무 능력을 평가하기 어려운 직군은 일반전형 채용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기업 인사담당 부장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심층면접을 기반으로 하는 블라인드 채용은 시간도 인력도 너무 잡아먹는 방식”이라면서 “한국처럼 졸업 시즌에 맞춰 취업 희망자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모든 직군에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지난해 하반기 블라인드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뽑은 뒤 개인 신상을 보니 오히려 서울 강남 출신이 대거 합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면서 “비강남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하며 남들 다하는 토익 점수 올리는 데 열중하지만 강남권 학생들은 국내외를 오가면서 이른바 ‘경력관리’를 하는데 당해 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흑백 현실에서 가벼운 농담으로 얻는 여유

    흑백 현실에서 가벼운 농담으로 얻는 여유

    사노 요코 판타스틱 이야기 (사노 요코 돼지, 사노 요코 고릴라)/사노 요코 지음/마음산책/176·148쪽/각 1만 1000원쓰레기 더미에 뒤엉켜 햇볕에 구워지고 있던 ‘죽은 손수건’과 ‘죽은 고양이’가 삶을 반추한다. “난 아주 짧게 살았던 것 같아. 새처럼, 꽃처럼. 정말 멋졌는데. 난 다시 한번 새하얀 손수건이 되어도 똑같이 살 거야. 새처럼, 꽃처럼.”(손수건) “(살아 있을 때 난) 시시하고 평범한 고양이. 딱히 특별한 것도 없었고. 뭐든 마음에 들지 않았고, 뭐든 꽤 재미있었지. 죽었다는 건 성가신 게 없어서 고마운 거야.” 이 두 대사에서 저자를 이미 감지해낸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냉소와 회의를 거칠 것 없이 드러내면서도 삶을 이루는 작은 것들을 넉넉히 품어내는 세계관과 문장에서말이다. 국내에서는 에세이스트로 잘 알려졌지만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100만번 산 고양이’을 쓴 일본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다. 사노 요코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신비로운 상상력과 삶과 죽음, 인간과 동물에 대해 통렬하면서도 위트 있는 통찰이 직조된 이야기들이 두 권의 책으로 펴 나왔다. 각각 두 편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사노 요코 돼지’와 ‘사노 요코 고릴라’다. 투박하면서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요령 좋게 허무는 그의 그림이 어울린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장르를 함부로 구획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죽은 손수건’과 ‘죽은 고양이’가 함께 살아생전의 감각을 돌이키는가 하면, 서로 사랑에 빠진 의자와 고릴라가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진흙탕에서 뒹굴며 깔깔 웃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드는 것이 낙인 돼지가 갑자기 여우의 계략에 이끌려 회사에 출퇴근을 하고 가족을 부양하며 ‘정해진 행복’을 강요받기도 한다. 기존의 장르 문법에 익숙해 혼란을 느낄 독자들에게 책을 옮긴 이지수 번역가는 이런 말로 마음의 경계를 풀 것을 당부한다. “이야기는 오히려 그 세계를 이제는 믿지 않게 된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커 갈수록 대체로 납작하고 볼품없어지는 현실에 입체감과 질감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집다운 집 만들기 위한 조언 ‘집 놀이’

    집다운 집 만들기 위한 조언 ‘집 놀이’

    집 놀이 그 여자 그 남자의/김진애 지음/반비/300쪽/1만 6500원작은 집 인테리어나 정리법 등 집을 예쁘게 꾸미거나 정리하는 데 팁을 제공하는 책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객관적으로 좋은 집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집을 집다운 집으로 만들기 위한 조언을 담은 공간 에세이다. 건축가이자 전직 국회의원이며 두 딸을 둔 주부이기도 한 저자는 집에서 일상적으로 펼쳐지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집 놀이’라고 통칭하며 새로운 관점과 태도로 집이라는 공간을 받아들이도록 제안한다. 자신이 불편한 순간, 아이가 슬퍼하는 순간, 모두가 긴장하는 순간을 잘 포착해 집 안에서 그런 경험들을 줄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스웨덴식 워라밸 ‘라곰‘ 엿보기

    스웨덴식 워라밸 ‘라곰‘ 엿보기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조화),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은 행복의 강도보다 빈도에 무게를 둔 신조어다. 화려한 성공이 아닌 인생의 가치를 작고 소박한 것에서 찾자는 삶의 자세를 의미하는데, 이런 경향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로 스웨덴식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하는 ‘라곰’(lagom·적절하게)이 뜨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스웨덴인들의 소박한 삶을 소개하는 서적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남편과 두 아이, 고양이와 함께 영국 런던에서 영양 치료사로 일하는 스웨덴인 엘리자베스 칼손의 에세이집 ‘오늘도 라곰 라이프’(휴)는 제목에서부터 ‘라곰’을 내세웠다. 라곰은 과거 바이킹의 건배사 ‘라게트 옴’(구성원 모두를 위해)에서 온 말이다. 넘치지 않는 소박한 삶을 지향하고, 그런 과정에서 만족을 느끼는 삶의 자세를 뜻한다. 저자는 가족이 먹을 채소는 직접 기르고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양초로 매일 집 안을 밝히며 산다. 직장과 가정을 분리하고자 퇴근 시간이면 바로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을 나가며, 이메일도 일절 받지 않는다. 저자는 “시간에 관한 라곰식 접근법은 당당하게 내 시간을 요구하는 데에 있다”며 “일하는 시간과 일하지 않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 효율적으로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한빛비즈)는 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 스웨덴대사와 30년간 스웨덴 사람들과 일해 온 박현정 주한 스웨덴대사관 공공외교실장이 10살짜리 꼬마, 정치에 도전하는 68세 할머니, 두 아이를 키우는 동갑 부부를 비롯한 15명의 스웨덴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스웨덴식 라곰 라이프를 알려 준다.지난달 출간한 ‘스웨덴 일기’(파피에)는 라디오 구성작가와 온라인 게임 시나리오작가로 일했던 나승위씨가 2009년 가족과 함께 스웨덴으로 이주한 뒤의 삶을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면에서 살핀 책이다. 철학 문제만큼 어려운 스웨덴 운전면허시험과 총알택시가 없는 교통문화를 비롯해 경쟁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노력하는 스웨덴식 교육 등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담았다. 스웨덴식 라이프스타일 저서의 잇따른 출간은 치열한 경쟁에 지친 한국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주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장은 “워라밸, 라곰의 부각은 일보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하고 개성이 강한 2030세대가 사회 주요 노동계층으로 떠오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금 가장 절실한 게 바로 휴식이라는 경향이 출판계에도 이어진 것”이라며 “베이비부머가 일선에서 물러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이런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욕구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수요 에세이] 공무원과 창의성/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수요 에세이] 공무원과 창의성/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어느 기업도시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얘기를 나누다가 공무원들은 공직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창기라 그에 따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중에 새로 지은 초등학교에 교실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당초 한 학년에 여섯 반 정도를 예상하고 설계했는데 어떤 학년은 열두 반이 되었다고 한다. 음악실, 과학실 등 처음에 멋지게 설계되었던 특별활동실 등은 교실로 전환되고 큰 방은 쪼개서 임시 변통을 한다고 한다. 설계 당시 수요 예측이 잘못된 것이다.이 얘기를 들으며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가끔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과천은 정부 청사를 이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계획한 신생 도시였다. 세계에 많은 행정도시 사례가 있다. 그런 도시들에 비해 과천은 상당히 최신도시였다. 기대도 많았고 예산도 많이 투입되었다. 그런데 아름다움이나 기능적인 면에서 정말 낙제점의 도시가 되었다. 정부 청사의 모든 건물이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설계에 시설의 기능이나 조경도 엉망이었다. 과천의 자연환경은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참으로 아름답고 멋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수준 이하의 도시를 만들었을까. 관련 공무원들의 창의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신도시에 초등학교의 규모가 얼마가 될지 주택건설 계획에 따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몇 년 지나 학생수가 늘게 되면 혹시 필요할 예비 부지를 조금은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천시의 건설 관련 공무원들이 멋진 창의력을 가졌더라면 후세에 자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문제의 기업도시 관련 공무원들이 조금 더 창의력을 가졌더라면 초등학생들이 더 안락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공무원은 신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절차를 ‘행정으로’ 진행하고, 그 속에 학교 하나를 단지 ‘행정으로’ 건설해서는 안 된다. 그 속에 비전이 있고, 이를 위한 고민과 땀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그것이 창의성이다. 공무원은 관행적으로 유지 관리를 잘하면 되고, 법률에 따라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중립적으로 하면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흔히 사회에서 그런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정부 기능이 크게 확대된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다. 외국과 협상을 할 때에는 어떤 대기업의 임직원보다 더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다. 공무원 능력의 조그만 차이에 커다란 국익이 좌우될 수 있다. 제도를 만들거나 바꿀 때에는 사회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할 줄 아는 우수한 사회구조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만들어진 제도가 멋지게 작동한다. 집행할 때는 멋진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제도가 잘 작동되는 것은 그것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후진국의 사람들보다 더 창의적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격변하는 세상이고, 예측하기 힘든 세상이다. 과거의 관행이나 이론으로는 풀어 갈 수 없는 세상이다. 이런 새로운 트렌드에 어긋나지 않게 잘 대응하는 효율적인 제도를 만들고, 또 만들어진 제도를 잘 운영하려면 창의성이 풍부한 공무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업가 일론 머스크 같은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진 공무원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데, 그것은 사회적 불합리성으로 노동비용 등 투입비용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거시적인 면에서 구조적 혁신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고 본다. 공무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여러 가지 갈등으로 많은 비용이 지불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조정도 공무원들의 몫이다. 일반 국민은 현재의 제도와 상황 속에서 각자 최대의 이익을 추구한다. 당연하다. 이를 적절하게 조정하여 생산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것은 창의적인 공무원의 몫이다.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하여 창의적인 공무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창의적인 공무원이 빛을 발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행정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 [그 책속 이미지] 여행, 사진보다 선명한 기억

    [그 책속 이미지] 여행, 사진보다 선명한 기억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정은우 지음/위즈덤하우스/236쪽/1만 3800원이리저리 지나가는 전기선들 사이로 한자와 로마자가 적힌 간판들이 보인다.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간판 밑으로 난 길 한복판을 걷고 있다. 선이 그림 사이에 비쭉비쭉 튀어나오고, 군데군데 배어든 암부가 종이를 적셔 적당한 무게감을 자아낸다. 일본 교토의 거리 풍경을 그린 이 그림은 유명 블로거인 정은우 작가가 최근 출간한 여행 에세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에 수록된 것들 중 하나다. 작가는 그동안 다닌 세계 곳곳의 풍경을 만년필로 스케치하고, 필름카메라로 찍었다. 고화질 카메라로 찍은 이른바 ‘쨍한’ 사진을 자랑하는 여타 여행 에세이와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은 포근함일 수도, 편안함일 수도, 아니면 다른 무엇일 수도 있겠다. 작가는 책에서 여행에 관해 ‘세상을 이해하려는 가장 훌륭한 노력’이라고 했다. 그 노력의 결과물들을 슬슬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아티스트와 ‘표지 협업 ’… 보기 좋은 책 좋아요

    아티스트와 ‘표지 협업 ’… 보기 좋은 책 좋아요

    보기 좋은 책이 읽기에도 좋다. 책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표지에 대한 이야기다. 하루에도 수천 권씩 쏟아지는 책의 홍수 속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잘 꾸미고 멋지게 차려입어야 한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예쁜 책’ 사진을 찍어 올리는 젊은층이 늘면서 책의 ‘외모 관리’에 신경 쓰는 출판사들이 늘고 있다.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국내 젊은 아티스트들과 협업에 나선 이유다. 단순히 화려하게만 책을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서 책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도 선사한다.2013년 ‘계승자’라는 작품으로 제59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다케요시 유스케의 장편소설 ‘펫숍 보이즈’는 책 표지부터 본문, 띠지까지 재기발랄한 그림을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러운 면을 포착한 이 그림은 그림 에세이 ‘재수의 연습장’을 펴낸 만화가 재수가 그린 그림이다. 출판사는 한 애완동물 가게를 배경으로 직원과 단골손님, 동물들과 관련된 사건을 그린 유쾌한 ‘코지 미스터리’ 형식의 이 소설만이 지닌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한국판을 출간하면서 재수 작가에게 그림을 맡겼다.다산북스의 윤세미 대리는 “캐릭터가 부각되는 작품이다 보니 인물의 성격을 구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재수 작가의 그림을 싣게 됐다”면서 “작품 속 특정 장면을 포착해 웹툰 형식으로 그린 만화를 본문에 배치했는데, 소설책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형식이지만 읽는 재미를 더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설명했다.출판사 이봄은 일본 작가 무레 요코가 할머니 모모요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을 펴내면서 최근 SNS에서 각광받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곽명주의 작품을 실었다. 30여년 전 일본에서 출간된 원작에는 복숭아를 의인화한 캐릭터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줄넘기를 하는 모습이 표지에 담겨 있다. 하지만 이봄 측은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활력 넘치는 삶을 사는 책 속 주인공인 할머니를 캐릭터화하는 것이 책의 내용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 모던한 필치로 인물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곽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고미영 이봄 대표는 “최근 일본 출판계에서도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표지를 좀더 알록달록하게 하는 등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 출판계도 마찬가지”라면서 “이 책의 독자층으로 생각한 20대 후반~40대 초반의 여성들 사이에서 호감도가 높은 곽 작가와 협업을 시도했는데 책 출간 후 실제로 SNS상에서 ‘책 표지가 예쁘다’는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미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작품도 이미지 변신을 위해 색다른 옷을 입는 경우도 있다.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이자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인생책으로 꼽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가 바로 그 예다. 최근 출판사 민음사는 미국에서 그리스 문학 번역가와 연구가로 정평 난 피터 빈이 2014년에 번역한 영어 번역서를 바탕으로 영문학자이자 번역가인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새롭게 우리말로 옮긴 ‘그리스인 조르바’를 펴냈다. 민음사는 이 책의 독자층을 40~50대에서 20~30대까지 확장하기 위해 젊은 판화 아티스트인 최경주와 협업했다. 최 작가는 조르바의 거침없고 쾌활한 성격과 생생한 자유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밝은 색상과 추상적인 구성으로 특유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허주미 민음사 편집부 문학1팀 과장은 “국내 출판 시장에서는 표지가 중요한데, 책도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볼 때 책도 독자들이 가지고 싶은 예쁜 물건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수요 에세이] 올림픽 구경과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수요 에세이] 올림픽 구경과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평창 구경 다녀오셨습니까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88 서울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감회가 새롭다. 우리나라는 하계올림픽과 월드컵 축구대회, 그리고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세계 여덟 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그럼에도 이처럼 좋은 기회에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공무원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휴가를 내거나 휴일을 써야 할 것이다. 사실 공무원이나 일반 직장인들이 평일 관람하기란 아직 어렵다. 휴가를 내는 것도, 짧은 주말을 이용해 평창까지 움직이는 것도 만만찮다. 그렇다면 올림픽 경기 관람(대통령은 가셨다) 등 필요할 때면 휴가를 낼 수 있는 공무원은 얼마나 될까. 대통령부터 자유로운 휴가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직접 휴가를 가고 열심히 권장한다. 자유로운 휴가문화를 만들려고 공직에선 선도적으로 노력하지만 물리적으로 자리를 지켜야 하는 (현장)공무원도 많다. 현업 공무원의 2016년 12월 기준 근무시간 실태를 보면 1인당 월 초과근무시간은 경찰청 80시간(7만 364명), 해양경찰청 132시간(6287명), 소방청 145시간(245명), 관세청 110시간(1309명)이다. 매일 교대근무를 하는 현장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은 지켜지지 않고 초과근무 또한 과도하다. 민간기업의 근로시간 단축과 교대근무제 혁신처럼 현장 공무원들의 근무체계 개선은 시급하다(정부는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조정을 추진 중이다). ●모두에게 이로운 일자리 만들기, 나누기는 없을까 [365일 대국민 서비스 확충] 공무원 증원 문제로 논란이 많다. 국민 부담 문제도 따른다. 증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라는 개념의 단순한 일자리 나누기로 접근하지 말고 모두에게 좋은 ‘365 대국민 서비스’ 시스템을 만들자. 응급실, 자동차운전면허 갱신 등 주말 이용은 힘들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주말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휴일 서비스 사각지대를 없애 국민 만족을 높일 수 있다. 공무원의 자유로운 휴가 사용과 365일 대국민 서비스는 민간 고용시장 활력과도 연결된다. [생산적 일자리 만들기] 휴일의 개념 또한 토요일, 일요일에 국한하지 않고 주중도 쉴 수 있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토요일, 일요일의 정상적인 교대 근무만 이뤄져도 일자리 추가 창출이 가능하다. 예컨대 대통령이 칭찬한 한화큐셀의 4조 3교대 근무로 5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가변적 휴일을 활용한 7일간의 일자리 나누기로 생산성은 높이고 비용 증가의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국가 전반적인 ‘생산적 시설’의 가동시간 중가가 일자리 수의 증가로 연계되고 근로시간 단축이 ‘휴가와 휴식이 있는 삶’으로 연결되면 국가경제 발전에 엄청난 시너지가 일어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휴식 있는 삶] 대통령이 약속한 휴가 정책을 모든 근로자들이 이용하면 근로시간 단축 효과는 물론 잡셰어링의 본질이 살아날 수 있다. 전체 근로자 중 4%(60만개 일자리) 정도의 추가 고용이 일어나며 실제 연간 100시간의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어 생산성은 낮고 근로시간은 많은 악순환을 끊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제도적 환경 조성과 휴가를 갈 수 있는 인력규모 산정, 대국민 서비스 확충으로 모든 국민이 거리낌 없이 휴가를 갈 수 있는 고도화된 서비스 정책이 꼭 필요하다.」 [국민 모두의 숙제] ‘휴가는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대통령의 말처럼 공무원과 근로자 개개인의 삶이 ‘워라밸’을 이룰 수 있도록 제도적 정책 도입과 근무 혁신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공무원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업무 능률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늘릴 곳은 늘리고 줄일 곳은 줄이는 경영혁신(BPR)을 통해 선순환의 공직사회 근무와 휴가문화 조성이 시급하다. 바람직한 혁신과 365 대국민 서비스로 합리적 수준의 생산적 공무원 증가를 통한 일자리 나눔도 실천돼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무원 서비스 확충과 효율, 생산성을 위한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는 어떤 것일까. 다 같이 깊이 고민할 때다.
  • “자소서 수시로 업데이트 해두세요”

    “자소서 수시로 업데이트 해두세요”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 증가로 ‘공개채용’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수시로 충원하는 수시채용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절대적으로 ‘필요에 의한’ 채용을 하는 것이라 신입 구직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실무경험을 보증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이 선호되는 것도 사실이다. 20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소개하는 아래 채용공고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은 뚜렷이 목격된다. 만도는 21일까지 2018년 채용전제형 대졸인턴 수시채용을 진행한다. 모집직무는 개발(신호처리/제어 및 소프트웨어 전공 석사), 설계·개발, 시험평가(기계·자동차/전자전기·컴퓨터 전공 학사), 국내·해외영업(기계/전자전기 학사)로 세분화한다. 만도의 이번 수시채용에서는 직무별로 구체적인 우대사항을 제시한다. 일례로 R&D 부문에서는 코딩/프로그래밍 능력(C 언어 등) 우수자나 S/W개발 Tool 활용 능력 우수자(석사) 또는 C언어, Matlab, Simulink, Python, CANoe, LabVIEW 등 프로그래밍/활용 능력 우수자, CATIA 사용능력 우수자, 임베디드 S/W, 실차데이터분석 Tool 등 경험자를 우대할 방침이다. 채용절차도 다각화됐다. 서류전형 이후 직무에세이전형, 인성검사, 면접전형(직무/인성)을 통과해야 신체검사 이후 인턴실습을 할 수 있다. 한국전자금융에서도 22일(목)까지 부문별 신입/경력직 채용을 진행한다. 모집은 기기관리, 운영자금 계획수립 및 마감, 기기설치, 영업기획/마케팅, 기획Staff, 사무보조 등 6개 부문이다. 업계 특성 탓인지 대부분의 모집부문에서 지원자에게 신용상 결격사유가 없을 것을 요구한다. 오토바이 즉시 운행 가능자(기기관리)나 경비지도사 자격증 소지자(운영자금 계획수립 및 마감), Card VAN 대리점 경력자(기기설치), 주차사업법인 근무 유경험자(영업기획/마케팅) 등의 우대조건을 내걸었다. 전형절차는 서류전형 이후 면접전형, 채용검진 순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25일(일)까지 1/4분기 신입·경력직 채용 중이다. 모집직무는 해외영업팀, 재무팀(이상 경력직), 조미소재영업팀, 익산생산팀, 제품개발팀, 해외마케팅팀(이상 신입) 등 6개 영역이다. 대체로 모집 직무와 관련한 전공자를 우대하며, 외국 바이어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부문에서는 영어, 베트남, 스페인어 등이 가능한 지원자에 가점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조미소재영업팀에서는 1종 보통 운전가능자로서 즉시 투입이 가능한 자를 우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서류전형 이후 1차 면접(실무자, 팀장)과 2차 면접(임원)을 통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25일(일)까지 2018년 1분기 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대림코퍼레이션에서는 상사와 ITC 2개 부문에서 Commodity Trading, 철강영업/Trading, 전자용 Wet Chemical 영업, 일반 Chemical 영업, PI제품 생산업무, 탱크컨테이너 영업 Operato, 인테리어 시공관리, 인테리어 CAD설계 등 다양한 부문의 담당자를 뽑는다. 전 부문에서 관련 근무 경험이 있거나 유관 자격증을 갖춘 자를 선호한다. 합격자는 서류전형 이후 면접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한솔섬유에서는 부자재구매부 신입·경력 수시채용을 진행한다. 지원희망자는 2년제 전문대 이상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로서, TOEIC 850점 등 당사 어학기준을 갖추어야 한다. 단, 해외공장으로부터 부자재를 구매 또는 공급하는 업무의 특성에 따라 영어권 국가에서 4년 이상 거주 또는 정규 학업과정을 2년 이상 이수하였거나 비영어권 국가의 International School에서 3년 이상 이수한 이력이 있는 자라면 어학점수 제출을 면제받는다. 전형절차는 서류전형>면접전형>채용검진 순으로 진행하며, 한솔섬유 채용 홈페이지에서 상시 지원을 받는다. 그렇다면, 그간 공채 위주의 취업준비를 해오던 신입구직자들은 어떠한 구직 전략을 길러야 할 까. 공채중심으로 취업준비를 해온 신입 구직자라면 ‘신입·경력 수시 채용’이라는 공고문에 위축될 수 있다. ‘경력직과 경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두 가지만 잘 지킨다면 승산은 있다고 전한다. 첫째, 블라인드 채용 체계가 올해 더욱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직자들은 지원직무에 걸맞은 역량 확보를 통해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수준의 즉시전력감을 갖출 것. 둘째, 관심기업의 채용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또한 짧은 주기로 업데이트 해 둘 것을 추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요 에세이] 미투(Me too) 운동이 성공하려면/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수요 에세이] 미투(Me too) 운동이 성공하려면/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달 언론에 공개된 검찰 내 성추행 사건 고발은 다른 사건들이 계속 폭로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연일 확대되고 있다. 이제까지 사건들은 대부분 하나의 개별 사건으로 그쳤지만 이번에는 정계, 학계, 체육계, 시민단체, 문학계, 영화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까지 성추행 폭로가 이어지는 릴레이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노벨상 수상자로 추천되기도 했던 저명한 문학 인사의 성추행에 대한 고백도 나왔다. 우리 사회의 존경받는 인사도 이런 추행을 저질러 왔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주는 실망과 충격이 무척 크다. 당연히 더이상 이런 행위는 그냥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검찰 내 성희롱 사건이 다른 사건들보다도 유독 주목받고 미투 운동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성추행 등 각종 사건을 수사 또는 지휘하는 검찰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와 수사, 피해 구제가 본질인데 인사상 불이익이나 절차에 관한 논란이 관심을 끌면서 논점이 흐려지고, 어렵게 공개한 고백의 진의가 왜곡되는 부분이 안타깝다. 그러다 보니 사건의 진실 규명이나 가해자에 대한 조사나 처벌은 관심에서 멀어지고 본질이 아닌 문제를 들춰내 서로 비난하기도 한다. 심지어 피해자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왜곡에 가까운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여성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감춰져 왔던 성추행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미투 운동의 목적이 단순 과거 고발이 아니라 미래 사건에 대한 사전예방과 근절이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로에 그쳐서는 안 된다. 폭로된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가 진행돼 그에 합당한 판결이 있어야 한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내고 거기에 따른 법적, 사회적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미투 운동의 목적이다. 나아가 피해에 대한 미투뿐만 아니라 예방을 위해 긍정적인 노력을 한 미투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일이다. 다른 부처와 회식을 할 기회가 있었다. 대화가 무르익다 보니 평소에도 조금 짓궂었던 분이 자칫하면 성희롱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훈훈하고 기분 좋은 자리에서 의미 있는 대화 주제도 많을 터인데 왜 저런 이야기를 꺼낼까, 조금 더 진도가 나가면 말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에 남성 S씨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이렇게 기분 좋은 자리에서 품격 떨어지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남성을 모독하는 기분이 들어요.” 순간 분위기가 머쓱했지만 다들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면서 다시 원래 분위기로 돌아갔다. 그 일 이후 그는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를 새롭게 각인시켰다. 아마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들도 S씨 말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우리 주변에 S씨와 같은 사람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2015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직장에서 재직하는 동안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6.4%였다. 피해 내용은 주로 언어적 성희롱으로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 순이었다. 같은 실태조사 응답자 중 예방교육을 받고 있는 비율은 90.8%로 대부분의 조사 대상자가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화된 교육에도 불구하고 사건들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성 문제에 대해 유난히 관대한 우리 사회의 구시대적 관습과 권위주의적 의식이 문제일 것이다. 폭력 없는 사회로 나아가려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인권의식을 키워야 한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예방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권위주의적 직장문화를 개선해 양성평등사회로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 [지금, 이 영화] 인종차별에 맞선 美흑인들의 역사

    [지금, 이 영화] 인종차별에 맞선 美흑인들의 역사

    선언에도 격이 있다. 이를테면 “무조건 아메리카가 우선”이라는 미국 대통령의 말과 “나는 너의 검둥이가 아니다”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외침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우리는 어느 쪽의 선언이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안다. 미국 대통령이 구상하는 아메리카는 배타적이다. 다른 국가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자국민들에게도 그렇다. 검은 피부 혹은 노란 피부의 인종이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어도 하얀 피부를 가진 인종만 일등 시민이 될 수 있다. 실은 다들 유색인인데 말이다. 사람들은 흰색도 색(色)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선언은 이런 폭력에 대항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포스트휴먼 운운하는 요즘 시대에도 이들의 목소리는 절박한데 하물며 옛날에는 오죽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앰 낫 유어 니그로’는 1960년대 미국을 조명한다.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의 에세이를 누빔점 삼아서다. 그의 목표는 “살해당한 친구들을 통해 미국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었다. 이때 살해당한 친구들은 세 명의 인권 운동가―메드거 에버스(1963년 사망), 맬컴 엑스(1965년 사망), 마틴 루서 킹(1968년 사망)을 가리킨다. 방법과 노선은 달랐으나 제임스 볼드윈을 포함한 네 사람은 인종 차별이 사라진 세상을 꿈꿨다.당시 인종 차별은 실생활에서뿐 아니라 영화 등 각종 매체에서도 행해졌다. 매스미디어는 민첩하고 영리한 백인과 대조되는 게으르고 아둔한 흑인, 문명화된 백인을 괴롭히는 야만적 흑인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이것은 제국 일본이 식민지 조선을 위계적으로 형상화하던 방식과 같다.) ‘아이 앰 낫 유어 니그로’에서 라울 펙 감독은 이를 폭로한다. 자명하게 여겨지는 재현과 표상을 문제삼아야 한다는 의도다. 현실을 다시 나타내 보이는 상징물은 그 안에 특정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 재현과 표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선언인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거나 덜컥 믿어서는 안 된다. 거듭 밝히건대 선언에도 격이 있다. 인종 차별은 미국에 흑인 대통령이 나왔다고 해서 단숨에 철폐되지 않는다. 한국에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고 여권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지 않았듯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권리는 여전히 낮다. 여성과 흑인의 신체는 치열한 정치적 장이다. 그래서 “나는 너의 (계집애 또는) 검둥이가 아니다”로 집약되는 투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 싸움은 사안을 똑바로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권력자는 기득권의 변화를 요구하는 사건의 본질을 자꾸 흩트리려고 하니까. 볼드윈은 이렇게 썼다. “직시한다고 해서 모든 게 바뀌진 않지만 직시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것을 직시하는 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될 것이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수요 에세이] 정부 혁신과 달걀 프라이/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전 행정자치부 차관, 시인

    [수요 에세이] 정부 혁신과 달걀 프라이/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전 행정자치부 차관, 시인

    1998년 필자가 공부하던 미국 미시간대의 건축대는 동문인 라울 발렌베리(Raoul Wallenberg)를 추념하는 기념석을 세웠다. 커다란 자연석에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One can make it change!)”라는 큼지막한 글을 깊이 새겼다. 라울은 유럽의 금융 명문가인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사람으로 1930년대 신대륙의 자유스러운 학풍과 문화를 섭취하고자 건너왔다. 학업을 마치고 고향 스웨덴으로 돌아간 후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목도하고 이들을 구하기 위해 헝가리 주재 스웨덴 대사관 외교관으로 일하며 유대인들에게 중립국인 스웨덴 비자를 발급하고 은신처를 제공했다. 또 나치 사령관 슈미트 후버를 협박해 유대인들이 수용소로 끌려가는 것을 막았다. 나치는 라울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스웨덴에 있는 그의 집안을 협박했다. 라울의 누나가 헝가리로 그를 찾아와 울면서 하소연했다. “동생아, 네가 기껏 몇 사람에게 가짜 서류를 만들어 준다고 무엇이 바뀌겠니? 세상의 큰 흐름은 어쩔 수 없단다. 제발 이쯤에서 그만두고 함께 돌아가자. 너도 살고 우리 집안도 살자꾸나.” “누나, 무언가 옳은 일이라면 지금 누군가 그것을 해야만 해. 지금 내가 한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천 사람도 만 사람도 구출되지 않는 거야. 한 사람이 올바른 뜻을 품고 온 힘을 다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결국 누나는 혼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라울의 신념은 이루어졌을까. 라울은 비자 발급을 통해 1만 3000명을 살렸고, 2만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했으며, 7만명이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는 것을 막아내 모두 10만여명의 목숨을 구했다. 미국은 그의 역사적 행위를 땅에 새기어 영원히 기억하고자 해마다 수백만명이 방문하는 워싱턴DC에 위치한 국립 홀로코스트박물관 도로명을 기존 15번가에서 ‘라울 발렌베리 플레이스’로 바꾸었다. 귀국 후 청와대에서 정부 혁신을 맡았다. 당시 정부 혁신을 강조하는 포스터 중 원숭이섬 포스터가 있었다. 원숭이들이 모여 사는 섬에서 원숭이 한 마리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으니 나중에는 모든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 먹는 모습을 그린 내용이었다. 그때 문득 라울의 말이 떠오르면서 “혁신은 ‘내가 먼저 용기를 내 첫 발걸음을 내디디는 것이고, 그것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명함에 “One can make it change!”를 새기고 이렇게 얘기하고 다녔다. 후배들은 맥주 한 깡통이 세상을 바꾼다는 뜻도 되니 필자에게 딱 맞는 모토라며 좋아했다. 그러던 중 대통령이 정부대전청사 공무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필자는 “달걀을 스스로 깨면 예쁜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면 프라이가 된다”는 말씀자료를 썼다. 좀처럼 준비해 준 대로 말씀하지 않는 대통령이 “어차피 계란 껍질은 깨진다. 계란 껍질이 깨지면 잘해야 프라이가 되지만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된다. 뒷날 후배들에게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는 선배가 되자”며 개혁에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그 뒤로 우리는 혁신 관련 행사 때마다 삶은 계란을 먹으면서 혁신 주체성에 대해 얘기했다. 지난 1월 30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혁신 주체로 뛰라고 당부했다. 변혁의 시대에 공무원은 누구보다 스스로 먼저 혁신의 병아리로 태어나야 한다. 인력과 조직과 예산과 법령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 먼저 나서야 세상이 바뀐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는 정부 혁신의 추진 방향과 과제를 발표하면서 취지에 걸맞은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로 했다. 이젠 공직자로서 나중에 책임을 지느니 안 하면 본전이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실험 정신에 힘입어 겁없이 뛰는 공무원이 주류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 과연 우리 부처는 지금 이 순간 또 하나의 ‘라울’일 수도 있는 혁신적 공무원을 얼마나 격려하고 보호하고 있는가 되짚어 볼 때다.
  • [씨줄날줄] 자율동아리/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자율동아리/김균미 수석논설위원

    8~9년 전 미국에서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할 때다. 미국 공립 초·중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에서부터 특별활동, 자원봉사 지도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딸이나 아들이 참여하는 특별활동을 1학기 또는 1년 동안 지도하는데 열정이 대단하다 싶었다. 대학 갈 때 에세이에 한 줄 걸치기 위한 의도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릴 때부터 자원봉사를 강조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배울 점이 많았다.미국에서도 부모들이 나서 동아리를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대입을 앞둔 고교생 부모가 그렇다. 특색 있는 활동을 최소 2~3년 지속적으로 해야 ‘스토리가 있는 에세이’를 작성할 수 있어 학년별로 구성원을 안배해 일종의 품앗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문에 활동 기사가 나면 더욱 좋다. 부모의 ‘네트워크’는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교육열이 높은 유대계 부모들의 열정은 아시아계 부모는 저리 가라 할 정도라 했던 한국계 엄마들의 말이 생각난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도와주지 못하는 부모는 어떡하라고.’ 그때 내뱉었던 말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게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도 학부모들의 동아리에 대한 높은 관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동아리 활동 말고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새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자율동아리’가 특히 그렇다. ‘엄마 동아리’로 불릴 정도로 엄마의 네트워크와 역할이 중요하다. 실력이 비슷한 학생들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지도해 줄 학교 선생님을 ‘선점’하기 위한 학생·학부모들 간 경쟁이 장난이 아니란다. 학원들은 그 와중에 동아리 개설 방법 특강까지 한다니 기가 막히다. 교육부의 ‘2016년 고등학교별 동아리 활동현황’을 보면 전국 고교 2350곳 중 자율동아리가 아예 없는 곳부터 285개를 둔 학교까지 천양지차다. ‘자율동아리’는 학교간, 개인간 양극화 논란과 함께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문제까지 불러일으켜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학입시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인 교육부가 말도 탈도 많은 학생부의 신뢰도 제고 방안의 하나로 자율동아리 활동을 기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과열 경쟁과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우려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학생부에 기입할 스펙의 한 줄로 전락한 동아리 활동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학과 중 특별활동과 방과 후 활동을 통해 학생들 요구를 수용하는 방법을 찾는 게 정도다.
  • [책꽂이]

    [책꽂이]

    민중의 역사를 기억하라(조시 맥피 편집, 리베카 솔닛 서문, 원영수 옮김, 지음, 서해문집 펴냄) 공산주의에서 민족해방, 자유주의, 무정부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적 활동과 역사적 순간을 포스터에 담아내는 ‘CPH’(Celebrate People’s History·민중의 역사를 기억하라) 프로젝트 20주년을 기념한 동명의 책으로 158개 포스터에 담긴 저항과 혁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336쪽. 2만 2000원.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반비 펴냄) 재일 조선인 작가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현대법학부 교수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로마, 페라라, 볼로냐, 밀라노 등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방문해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했던 이야기를 묶은 여행 에세이다. 348쪽. 1만 8000원. 주부의 휴가(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로 유명한 일본 작가 다나베 세이코가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발견한 인생의 깨달음을 담았다. 작가는 정답을 얻으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쉬엄쉬엄 되는 대로 살라고 조언한다. 248쪽. 1만 2800원. 사물의 약속(루스 퀴벨 지음, 손성화 옮김, 올댓북스 펴냄)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안락의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전거, 이케아 의자 포엥, 벨벳 재킷, 빈 서랍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평범한 물건의 면면으로부터 인문학적인 성찰을 이끌어 낸다. 256쪽. 1만 3800원.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전 3권)(김유진 글, 서현 그림, 창비 펴냄) 재기 발랄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가 서현과 동시를 써 온 김유진 시인이 아이들의 잠자리를 위해 만든 그림책으로 ‘오늘아, 안녕’, ‘이불을 덮기 전에’, ‘밤 기차를 타고’ 3권으로 구성됐다. ?36~40쪽. 각 1만 2000원. 와인 에피소드(윤영지 외 6명 지음, 백산출판사 펴냄) 한국와인협회 임원인 저자들이 와인과 영화·음악의 관계부터 와인 이외의 맥주·위스키 등 다양한 술에 얽힌 뒷이야기를 엮었다. 464쪽. 3만원.
  • [수요 에세이] 다보스, 평창, 마식령/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수요 에세이] 다보스, 평창, 마식령/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전체회의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있었다. 다음주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된다. WEF와 평창올림픽이 공통으로 던지는 과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WEF는 단순히 각국 정부와 기업의 홍보 플랫폼을 넘어 세계적 공통 과제를 예견하고 전 세계가 공동체로서 당면하고 있는 도전들의 해답을 모색하는 지성 플랫폼을 지향해 왔다. 경제뿐 아니라 평화, 안보, 전 세계가 합의한 지속가능 개발 목표의 달성, 기술혁명, 세계적 통합, 가치와 제도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이번 WEF 연차 총회의 제목은 ‘균열된 세계에서 공동의 미래 창조’였다. 2018년의 세계경제 전망은 밝다. 오랜만에 3% 후반의 성장이 예상되고,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균형 된 성장이 예측된다. 주식시장은 작년부터 치고 올라왔다. 현재 몇 개의 일부 실패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들이 오랜만에 밝은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균열된 세계’라니 무슨 뜻일까? 지난 15년간 세계의 절대빈곤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하지만 소득과 기회의 불평등은 나라마다 심화됐다. 이념의 극단화를 초래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지역 갈등은 이민문제라는 새로운 국제적 고민을 야기했다. 민주주의적 가치와 통합을 지향하는 유럽에서 분열과 이기주의적 포퓰리즘이 대두되었다. 미국은 반이민, 사실상 보호무역, 기후변화 부정 등 자신이 지켜온 가치와 국제적 약속을 스스로 부정하거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적 통합을 이끌어야 할 미국과 선진국들이 이기적 정책을 취한다면 세계는 균열이 심해지고 경제성장도 불안해진다. 글로벌 리더십을 중국이 가져간다는 자조적 질문이 공연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이런 점을 의식하고 더욱 세계화와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다보스가 지향하는 것은 ‘공유되는 미래’다. 즉 기본적 가치, 경제적 이익과 기술의 공유를 통한 조화이다. 그럼 다보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처지가 우선 떠오른다. 주변 강대국들의 국수주의 경향이 새삼 압박을 가해 온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무역정책은 당장의 난관이고 세계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중동정세 역시 우리를 어렵게 한다. 소득불평등과 실업 해소 해법도 간단치 않다. 특정기업의 혁신성은 세계 1위로 평가되지만, 인적자원 경쟁력과 생산성은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승자가 되려면 규제완화를 혁명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 개념이 제각각이다. 에너지믹스 방향이 기후변화대응과 안정된 경제성장을 좌우한다. 이러한 속에서 사람 중심, 포용적 성장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난폭한 정치의 위협이야말로 난제 중의 난제다. 북한은 그간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국제질서의 변화와 맹점을 이용해 왔다. 이번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이용하려 한다. 마식령스키장 초청은 압권이다. 스키 천국인 스위스를 가보지 못했으면, 생각하지 못했을 마식령스키장 건설이다. 평창은 다보스의 연장이다. 평창은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 동계 스포츠가 불가능했던 한국과 그 젊은이들의 놀라운 변신을 상징한다. 또 평화와 조화를 지향한다. 기술혁명의 실제도 구현될 것이다. 그렇다면 마식령의 의미는 무엇일까? 핵무력과 경제건설 병진을 상징하는가. ‘공화국 건군 70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열병식을 하면서, 마식령은 국제적 관광 휴양지가 된다는 것인가. 북한이 지속가능한 경제개발을 하려면 모순된 정책노선을 바꿔야 한다. 다보스와 평창의 겉모습만 볼 게 아니라, 그 내면의 제도와 이를 받치는 가치를 살펴보아야 한다. 미래를 공유하려면 개방이 필수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한 마식령스키장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북한 동포들의 저력이 발휘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할 일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주류가 지향하는 선정, 조화, 창의·혁신, 인권, 지속가능한 개발 등에서 앞서 달리는 것이 한반도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
  • [책꽂이]

    [책꽂이]

    한국 경제 진단과 처방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송인창 외 5명 지음, 원더박스 펴냄) 기업 이론의 대가 로널드 코스, 혁신의 전도사 조지프 슘페터, 필립스 곡선을 만든 윌리엄 필립스 등 세계 경제학 대가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주목해야 하는 재벌 개혁, 과소비와 저소비, 국가 부채, 재정 위기의 문제점을 살피고 대책을 모색한다. 352쪽. 1만 7000원. 위험한 요리사 메리(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곽명단 옮김, 돌베개 펴냄) 20세기 초 미국 뉴욕시 상류 가정에서 일하면서 솜씨 좋다는 평을 들었던 요리사 메리 맬런이 한순간 ‘장티푸스 메리’라는 오명을 안고 26년간 격리 병동에서 유폐된 삶을 마감해야 했던 사연을 추적한다. 224쪽. 1만 2000원. 클래식 파인만(리처드 파인만·랠프 레이턴 지음, 김희봉·홍승우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탄생 100주년이자 사망 30주기를 맞아 그의 자서전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전 2권)와 에세이집 ‘남이야 뭐라하건’을 한데 묶었다. 세 권에 담긴 파인만의 생애를 연대순으로 재편집했다. 824쪽. 1만 6500원. 그림으로 읽는 빅히스토리(김서형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반 고흐가 그린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에서 초승달, 화성, 금성이 같이 나타나는 천체 결집현상을 읽어내고, 구스타프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에서 나무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 신화를 이해하는 등 유명 화가의 작품 속에서 세계의 기원과 변화를 살핀다. 220쪽. 1만 4000원. 우리는 날마다(강화길 외 18명 지음, 걷는사람 펴냄) 공선옥, 이만교, 강화길, 김종광, 김성중 등 중견·신예 소설가 19인이 ‘첫’이라는 테마로 써내려간 초단편 길이의 소설을 한데 모았다. 출판사 걷는사람이 기획한 소설집 시리즈 ‘짧아도 괜찮아’의 두번째 책이다. 248쪽. 1만 2000원.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라나 포루하 지음, 이유영 옮김, 부키 펴냄) 금융적 사고방식이 기업과 경제의 모든 면을 지배한 현상을 가리키는 ‘금융화’ 추세가 저성장과 임금 정체, 불평등, 빈부 격차 확대를 조장하고 경제적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실태를 파헤친다. 532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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