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에세이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극우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재취업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기증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K리그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088
  • 불편함, 그 곳곳에서… 사계절을 보았고 겸손을 배웠다

    불편함, 그 곳곳에서… 사계절을 보았고 겸손을 배웠다

    ‘시대와 소통하는 실천적 도구로서의 건축’이라는 담론을 내세운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공간이 건축가 이일훈의 ‘기찻길 옆 공부방’이었다. 건축의 공공성에 주목한 작업을 해 온 선생이 인천 동구 만석동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지은 공간이다. 그에게 ‘사회성 짙은 건축가’라는 수식어를 붙여 준 이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이달 초 선생의 부고를 접했다.지난 2일 별세한 건축가 이일훈은 ‘채나눔’ 설계방법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년쯤 전, 홍대 앞의 카페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그림을 그려 가며 채나눔의 개념을 열심히 설명하던 선생 모습이 떠올랐다. 채나눔은 선생이 1990년대 초부터 줄기차게 설파한 건축이념으로 편리함을 좇는 우리에게 불편하게 살기, 밖에 살기, 늘려 살기를 제안한다. 감염병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할 이 시대에 가장 유효한 건축적 대안일지도 모른다.경기 화성시 외곽에 있는 ‘자비의 침묵’ 수도원은 채나눔의 개념이 온전하게 구현된 작품이다. 기록적인 폭염 속의 오후 2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신학원(‘자비의 침묵’ 수도원의 원래 이름)에 도착했다. 잔디가 깔린 마당 뒤로 녹음 속에 나지막한 회색 건물들이 보인다. 콘크리트와 벽돌, 시멘트 블록 등 소박한 재료로 만들어진 건물들에는 세월의 흔적이 진초록 넝쿨 잎과 함께 내려앉아 있었다. 멀리 제주에서 올라온 수도회의 양운기 수사와 경기대학원 제자로 선생과 인연을 맺은 아뜰리에나무의 정성훈 소장과 이수학 소장이 이어 도착했다. ●‘채’로 나눈 수도원의 삶 1994년 완공된 이곳에는 수련 중인 젊은 수사 18명이 공동체 생활을 한다. 신학교 2학년생인 김모세 수사에게 일과를 물어보니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아침 기도하고 미사 드리고, 낮 기도하고, 공부하고, 저녁 기도하고 저녁 미사 드리고, 밤에 다시 기도하고 침묵의 시간을 보내다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침묵의 시간에는 신학 공부를 한다. 식사 준비와 구역별 청소는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맡는다. 2인이 한방을 사용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방을 옮긴다. 신앙의 열정을 품고 기도하고 밥 먹고 잠자고 공부하고 묵상하며 살아가는 것이 수사들의 삶이다. 채나눔 설계방법론의 범용적 사용을 고민하던 건축가는 미사를 드리는 경당을 수도원 경내에서 제일 먼 곳에 배치하면 어떨까를 제안했고 수행이 삶 그 자체인 수도회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건축가는 에세이집 ‘모형 속을 걷다’(2005·솔 출판사)에 이렇게 썼다. ‘경당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불편하다. 비 오는 날은 비 맞고 눈 오는 날은 눈 맞아야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특히 겨울 새벽에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뚫고 가려면 귀찮은 일이다. 말하자면 대충 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나는 바로 그 점을 노렸다.’ ‘작을수록 나누자’는 채나눔은 불편함을 근간으로 삼는다. 건축가는 수도원의 기능별로 단위 건물들을 나누고 땅의 높낮이와 연결하는 방식을 달리하며 다양한 동선을 만들고, 공간 구성을 통해 채나눔의 철학적 권유를 풀어놓았다. 양 수사는 “불편함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시시각각 풍요로운 사색거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이야기가 있는 작은 경당 북쪽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경당은 생활관에서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돌로 만들어진 좁은 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야 도달한다. 정말 크기도 작고 소박하다. 제일 값싼 재료인 드라이비트로 외벽을 마감하고 가기둥을 세운 것 말고 장식도 없다. 내부도 거친 콘크리트를 그대로 두고 장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 소장은 “싼 재료를 사용한 것은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건축주의 사정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고 가장 흔하게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재료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쓰는가에 따라 그 건축의 맛이 더할 수 있다는 건축가의 평소 생각이 배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일반적인 성당의 화려함이나 격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작은 공간일수록 많은 이야기를 갖게 의도한 건축가의 세심한 배려가 보인다. 경당 본 건물과 입구의 계단 사이에 철판이 놓여 있는데 자세히 보면 살짝 분리돼 있다. 성스런 공간과 속세를 구분해 놓은 것이다. 3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 의자는 콘크리트 거푸집에서 뜯어낸 나무로 만들었다. 좌석 옆으로 ‘ㄱ’자 모양의 가기둥을 여러 개 세워 측랑의 효과를 냈다. 십자가는 따로 없다. 왼쪽 측면에 십자가 모양의 가벽을 만들어 설치하고 벽 뒤쪽 측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십자가 모양을 드러나게 한다. 제대는 시멘트로 만들었다. 제대 뒤의 벽에 설치된 구리로 된 삼각뿔 모양의 청동 조각작품 같은 것은 성체, 제구 등 중요한 것을 보관하는 감실(龕室)이다. 육방체가 비스듬히 벽에 박힌 모양인데 나머지 반은 북쪽 외벽으로 돌출돼 있다. 북측 외벽의 튀어나온 감실에는 뱀 문양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구리 뱀은 모세의 지팡이를 상징하며 두려움 없이 세상 속으로 나아가 실천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불편함의 선물 건축가는 규칙적인 수도원의 삶 속에서 다채로운 자연의 변화를 느끼도록 했다. 윤안드레아 수사는 “동지 즈음에 미사를 마치고 나올 때면 십자가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맞는다”면서 “계절마다 경당과 주변의 자연이 주는 감동이 더욱 경이롭다”고 말했다. 안에서 편하게 생활하면 알 수 없는 자연의 조화다. 불편함의 미학을 들여놓은 ‘자비의 침묵’ 수도원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겸손의 복도’다. 생활관은 길게 가로로 배치한 2층 건물이다. 방을 여러 개 만들면 자연스럽게 복도가 생긴다. 건축가는 단순한 연결 통로가 아닌 의미와 효용을 지니는 복도를 만들 궁리를 했다. 경당을 일부러 멀리 두었듯 복도를 일부러 좁게 만들었다. 생활관의 복도는 폭이 75㎝로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동시에 지나가기 어려운 넓이다. 비켜서야 지날 수 있으니 저절로 예의와 공경이 묻어나고 겸손을 배운다.‘겸손의 복도’만큼이나 건축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것이 난간 없는 계단이다. 생활관의 한 귀퉁이 2층에서 복도로 연결된 곳에 ‘하늘 성당’이라 이름 붙은 열린 공간이 있다. 옥상을 이용해 만든 사각의 작은 공간으로 개인의 묵상과 특별한 날의 작은 미사를 위해 만들었다. 마당에서 옥상 공간으로 직접 올라갈 수 있도록 외벽에 계단을 만들었는데 난간이 없다.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건축가는 “여기서 떨어질 정도로 산만하다면 수도원을 나가야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래의 세 칸 돌계단만 남기고 뒤의 계단에는 난간이 설치돼 있다. 연로한 책임 수사신부가 있을 때 설치한 것이라고 양 수사는 설명해 주었다. ●삶을 담는 그릇 건축가는 수사들이 자연을 일상적으로 접하게 함으로써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반응하고 사색하는 삶을 유도했다. 채로 나눈 건물 사이사이에 휴식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을 만들었고 독서실 아래 필로티에는 테이블을 놓았다. 작은 경당 앞에는 길쭉한 판벽으로 기도공간 14처를 만들어 사색의 마당을 꾸몄다. 옥상 공간은 입구만 빼고 사방의 벽을 키보다 높게 쌓아 오로지 하늘만 보이도록 했다. 하늘을 보며, 별을 보며 묵상하기엔 여전히 제격이다. 혼자 기도하고 싶을 때를 위해 건물 외부에 1인 기도실도 만들었다. 2007년 증축할 때 지어진 도서관 건물도 책을 보다가 밖으로 나가 자연을 마주할 수 있도록 테라스를 두었다. 수도원의 작은 건물들은 적절한 거리 또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먼 거리에 떨어져 있다. 수사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려면 무조건 밖으로 나와서 가야 한다. 이른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기도하러 가는 동안 마음이 정화되고 생각이 가다듬어져 겸손한 마음으로 경당에 들어가게 된다. 양 수사는 “선생은 건축은 겸손해야 하고 정직해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건축이지만 마치 우리의 신앙생활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건축가 이일훈은 가고 없으나 건축은 이렇게 남았다. 마음이 담기고 삶과 맞닿아 있는 건축, 그가 추구하던 인문학적 건축은 이런 것이리라.함혜리 칼럼니스트
  • 문학 거장과 함께 보내는 휴가… 노벨상 거머쥔 통찰력 맛보기

    문학 거장과 함께 보내는 휴가… 노벨상 거머쥔 통찰력 맛보기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 가운데 국내 독자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설과 에세이가 최근 잇달아 번역 출간됐다. 스릴러와 같은 장르 문학이 대세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독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거장들의 통찰력을 맛볼 기회다.도서출판 해냄은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는 우화적 비유·풍자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대표 문인 주제 사라마구(1922~2010)의 유고작 ‘스카이라이트’를 펴냈다.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등으로 유명한 사라마구는 199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스카이라이트’는 그가 1953년에 쓴 초기작이지만 작가가 별세한 이듬해인 2011년에야 세상에 나왔다.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 초반 포르투갈 리스본을 무대로 한 이 소설은 작은 임대 아파트 주민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구두장이, 영업사원, 부유한 사업가의 내연녀 등은 서로 갈등하지만 타인을 향한 연민은 버리지 않는다. 소설은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비난하며 동성애에 관대할 정도로 시대를 앞서갔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렇게 비범한 정직성과 통찰력 있는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시간문제였을 뿐”이라고 극찬했다.민음사는 제3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인도계 영국 작가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1932~2018)의 소설집 ‘자유 국가에서’를 출간했다. 2001년 노벨상 수상자인 나이폴의 1971년 부커상 수상작이다. 단편 네 편과 중편 한 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 영국 식민지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이주민 3세로 태어난 작가는 강대국에 정착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단함은 물론 서구 강대국 출신이 옛 식민지 여행에서 겪는 씁쓸함도 이야기한다.‘데미안’으로 유명한 독일 대문호 헤르만 헤세(1877~1962)가 나무와 삶에 대해 써 내려간 시와 에세이를 담은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은 창비에서 나왔다. 1946년 노벨상을 받은 헤세가 생전에 나무와 삶에 대해 쓴 시 21편과 에세이 18편을 독일의 헤세 전문가 폴커 미헬스가 2014년에 엮었다. “가장 위대한 도서관은 자연”이라 말하던 헤세는 홀로 서 있는 나무들을 ‘고독한 사람들’이라 칭하며 그것이 전하는 삶의 의미를 새긴다.이에 앞서 ‘양철북’의 작가이자 1999년 노벨상 수상자인 독일 귄터 그라스(1927~2015)의 1961년 소설 ‘고양이와 쥐’도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1970년대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50여년 만에 박경희 번역가가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 이 책은 나치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어떻게 전쟁에 동원했는지 조명하며 나치에 동조한 독일 소시민들에게도 집단적 죄과가 있음을 꼬집는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문학 시장이 판타지, SF 등 장르 소설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지만, 코로나19로 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적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의 책들을 재조명하는 경향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간접 체험하게 된다”며 “현재와 공간적·시간적 거리가 있는 거장들의 작품이 창의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 사라마구·나이폴·헤세…휴가철 노벨문학상 거장들 통찰력 맛본다

    사라마구·나이폴·헤세…휴가철 노벨문학상 거장들 통찰력 맛본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 가운데 국내 독자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설과 에세이가 최근 잇달아 번역 출간됐다. 스릴러와 같은 장르 문학이 대세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독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거장들의 통찰력을 맛볼 기회다.도서출판 해냄은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는 우화적 비유·풍자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대표 문인 주제 사라마구(1922~2010)의 유고작 ‘스카이라이트’를 펴냈다.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등으로 유명한 사라마구는 199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스카이라이트’는 그가 1953년에 쓴 초기작이지만 작가가 별세한 이듬해인 2011년에야 세상에 나왔다.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 초반 포르투갈 리스본을 무대로 한 이 소설은 작은 임대 아파트 주민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구두장이, 영업사원, 부유한 사업가의 내연녀 등은 서로 갈등하지만 타인을 향한 연민은 버리지 않는다. 소설은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비난하며 동성애에 관대할 정도로 시대를 앞서갔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렇게 비범한 정직성과 통찰력 있는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시간문제였을 뿐”이라고 극찬했다.민음사는 제3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인도계 영국 작가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1932~2018)의 소설집 ‘자유국가에서’를 출간했다. 2001년 노벨상 수상자인 나이폴의 1971년 부커상 수상작이다. 단편 네 편과 중편 한 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영국 식민지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이주민 3세로 태어난 작가는 강대국에 정착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단함은 물론 서구 강대국 출신이 옛 식민지 여행에서 겪는 씁쓸함도 이야기한다.‘데미안’으로 유명한 독일 대문호 헤르만 헤세(1877~1962)가 나무와 삶에 대해 써 내려간 시와 에세이를 담은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은 창비에서 나왔다. 1946년 노벨상을 받은 헤세가 생전에 나무와 삶에 대해 쓴 시 21편과 에세이 18편을 독일의 헤세 전문가 폴커 미헬스가 2014년에 엮었다. “가장 위대한 도서관은 자연”이라 말하던 헤세는 홀로 서 있는 나무들을 ‘고독한 사람들’이라 칭하며 그것이 전하는 삶의 의미를 새긴다.이에 앞서 ‘양철북’의 작가이자 1999년 노벨상 수상자인 독일 귄터 그라스(1927~2015)의 1961년 소설 ‘고양이와 쥐’도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1970년대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50여년 만에 박경희 번역가가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 이 책은 나치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어떻게 전쟁에 동원했는지 조명하며 나치에 동조한 독일 소시민들에게도 집단적 죄과가 있음을 꼬집는다.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문학 시장이 판타지, SF 등 장르 소설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지만, 코로나19로 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적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의 책들을 재조명하는 경향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간접 체험하게 된다”며 “현재와 공간적·시간적 거리가 있는 거장들의 작품이 창의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 집순이 나무늘보와 야성의 곰… 방송가 부부의 세상 쿨한 일상

    집순이 나무늘보와 야성의 곰… 방송가 부부의 세상 쿨한 일상

    호모 미련없으니쿠스/고작가·김피디 지음/위즈덤하우스/280쪽/1만 5000원 방송사에서 종종 같이 일을 하는 부부가 펴낸 에세이다.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북극의 눈물’ 등에서 합을 맞춘 고 작가(고혜림)와 김 피디(김진만) 부부의 일상과 여행의 기록 등이 담겼다. 둘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고 작가는 슬로스(나무늘보) 같은 사람, ‘호모 슬로스’로 불린다. 김 피디에 따르면 나무늘보는 “하루 20시간을 가만히 나무에 매달려 있는 동물이다. 집 밖에 나가길 꺼리고 매사 느릿느릿인 고 작가와 판박이다. 그나마 “하루 한 번 이상은 꼭 산책을 해 드려야 하는” 반려견 ‘곰탱이’ 덕에 겨우겨우 바깥 공기를 쐬는 정도다. 반면 김 피디는 오지를 싸돌아다니길 좋아한다. 별명도 ‘오지 전문 피디’다. 그의 일도 사실 오지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 로망처럼 여기는 일이다. 아마 죽도록 고생한 이야기를 아무리 늘어놔 봐야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그래도 남들 못 가는 데 다녀왔잖아”라는 식이었을 것이다. 현장에선 험한 욕설이 터져 나오는 상황도 많았을 터다. 그래도 용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겪었던 많은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책은 ‘집순이 나무늘보’와 ‘야성의 곰’이 어울려 살아가며 느낀 것들을 주고받는 얼개로 이어진다. ‘목불인견’의 달달한 이야기를 읽느라 온몸에 소름이 돋다가도 어느 순간엔가 머리를 끄덕이게 되는 건, 이들이 전하는 것이 결국 살아내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회색’은 한때 비겁한 이들의 현실 도피처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저자들은 “너무 진하지도 흐리지도 않은” 회색의 가치를 역설한다. 타인의 삶에까지 오지랖을 넓히거나, 지나치게 폐쇄적인 이기주의가 우리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집착하거나 미련 두지 말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세상 쿨한 삶. 이게 저자들이 말하는 ‘호모 미련없으니쿠스’적인 삶이다.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노력과 성취의 이야기…지친 나를 위한 응원가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노력과 성취의 이야기…지친 나를 위한 응원가

    사람 이야기는 언제나 재밌습니다. 무언가를 성취한 이들의 노력은 감동적입니다. 폭염으로 지친 요즘, 힘을 줄 책들을 골라봅니다. ‘인물의 그림자를 그리다’(시그마북스)는 오랜 세월 언론과 교육에 몸담았던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일본 작가 사노 요코, 한독 포럼을 창립한 허영섭 녹십자 회장, 교향곡 5번 ‘코리아’(Korea)를 작곡한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까지 17명의 인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습니다. 저자는 무명이었던 사노 요코와 40년 가까이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는데, 나중에 ‘친애하는 미스터 최’라는 책으로 엮어 내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기자로 활동할 당시 이탈리아 여행에서 폴란드 작곡가 펜데레츠키를 만난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사람의 재능과 용기, 남모를 노력을 발견하는 저자의 안목이 돋보입니다.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명을 담은 780쪽 분량의 책도 나왔습니다. ‘100인의 인물로 본 우리 역사’(글통)는 황산벌 싸움의 비극적 영웅 계백을 비롯해 공민왕과 노국 공주의 슬픈 사랑에 담긴 사연을 넘나듭니다. 이승만과 박정희, 백선엽, 정주영, 이건희 등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합니다. 역사서를 읽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봄 직합니다.인물 에세이집 ‘오늘 하루가 전부 꽃인 것을´(중소기업투데이)은 김낙진 동원아이앤티 회장, 이광희 부띠끄 대표, 정영수 CJ 그룹 글로벌 경영 고문 등 기업인 7명의 자수성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모친의 뜻을 이어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부친의 유지를 받아 교육과 문화사업을 펼치고, 외국에서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아이들을 가르치는 등 부모와의 인연을 연결고리 삼아 이야기를 펼칩니다.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김형석 교수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를 덧붙여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 아기판다 ‘랜선 돌잔치’…돌잡이선 행복 상징 ‘빵’ 잡았다

    아기판다 ‘랜선 돌잔치’…돌잡이선 행복 상징 ‘빵’ 잡았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살고 있는 ‘아기판다’ 푸바오는 20일 자신의 돌잔치에 어슬렁어슬렁 나타났다. 국내에서 태어난 최초의 아기판다 첫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에버랜드 측에서는 돌잡이 준비물로 건강을 상징하는 당근, 장수를 의미하는 대나무, 인기를 상징하는 사과, 행복의 의미가 있는 ‘워토우’(판다가 먹는 빵)를 마련했다. 어린 푸바오는 모두가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 줄 모르고 곁에 있던 사육사와 해맑게 장난만 치려 했다. 결국 사육사의 도움을 받아 고른 것은 워토우.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푸바오답게 워토우를 집어 들자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삼성물산은 이날 푸바오의 첫 생일을 기념하는 ‘랜선 돌잔치‘가 열렸다고 밝혔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약 25분간 진행된 돌잔치를 1만 6000여명의 팬들이 생방송으로 시청했고, 댓글도 2만 2000여건 달리며 큰 관심을 보였다.푸바오는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처음 태어난 판다다. 판다는 가임기가 1년에 단 한 번이고 그나마 하루에서 사흘로 매우 짧아 임신과 출산이 어려운 동물로 알려졌다. 노력 끝에 국내 유일 판다 커플인 아이바오(암컷)와 러바오(수컷)가 짝짓기와 자연분만에 성공해 푸바오가 태어났다. 출생 당시에는 197g에 불과했는데 1년 사이에 200배 성장해 현재 몸무게는 40㎏에 달한다. 또한 푸바오의 성장 이야기와 사진이 담긴 포토에세이 ‘아기판다 푸바오’도 이날 출간됐다. 푸바오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해 ‘하부지’(할아버지)라는 별명이 붙은 강철원 사육사가 글을 썼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아기 판다 ‘푸바오’ 비대면 랜선 돌잔치

    아기 판다 ‘푸바오’ 비대면 랜선 돌잔치

    아기 판다 푸바오(암컷)가 20일 첫돌을 맞아 돌잔치를 열었다고 에버랜드가 밝혔다.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랜선 돌잔치로 진행됐다. 돌잡이, 생일축하 편지, 선물 증정 등으로 진행된 생일파티는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랜선 돌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돌잡이 행사였다. 돌잡이로 마련된 당근(건강), 대나무(장수), 사과(인기), 워토우(행복) 중에 푸바오는 ‘워토우’(판다가 먹는 빵)를 집었다고 에버랜드 측은 밝혔다.푸바오의 성장 이야기와 사진을 담은 포토에세이 ‘아기판다 푸바오’도 출간됐다. 푸바오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본 강철원 사육사가 글을 쓰고, 에버랜드의 사진 담당자인 류정훈 포토그래퍼가 촬영한 사진들로 엮었다. 강철원 사육사가 들려주는 아기판다 푸바오의 성장 이야기는 에버랜드 블로그에서 연재 중인 ‘아기판다 다이어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ADHD 무능 정신질환자? 잡스·에디슨이 무능한가요”

    “ADHD 무능 정신질환자? 잡스·에디슨이 무능한가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고 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자로 생각하기 쉽죠. 그러나 스티브 잡스나 토머스 에디슨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과몰입해 주변의 다른 일을 놓치는 사람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제8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젊은 ADHD의 슬픔’(민음사)을 낸 정지음(29)씨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DHD라고 해서 그 사람이 무능할 것이란 편견은 사라져야 한다”면서 “ADHD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나와 비슷한 증세로 고생하는 이들이 위안을 얻길 바라는 심정에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무능하단 편견 바로잡고 증세 있는 사람 위로” 깜빡 잊어버리고 뭐든 잃어버리는 실수투성이 삶에 익숙했던 저자는 26세 때 성인 ADHD 진단을 받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맛봤다. 어렸을 때부터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질 못했지만, 자신의 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성인 ADHD는 어떤 일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술·담배·게임·쇼핑 등에 깊이 빠져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담배를 끊기 어려워 정신과를 찾았는데 ADHD 진단을 받았다”면서 “모자란 사람이 됐다는 생각에 비참했고,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삶을 시작하며 자존심도 상했다”고 말했다. 특히 타인에게 자신이 ADHD라는 것을 말해야 할 때가 무엇보다 힘들었다. 그러나 ‘이 병은 나를 떠나지 않고, 누구도 나를 낫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자 한결 편안해졌다. ●스마트폰 중독 생산적 활용… 인터넷 연재로 활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스마트폰 중독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집중력은 떨어졌지만 글쓰기엔 소질이 있어 문예창작과에 진학한 그는 스마트폰 글이 재미있어 온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며 괴로워하기보다 이를 생산적으로 바꿔 보자고 마음먹었다. 카카오 플랫폼 브런치에 자신의 이야기를 연재했고, 작가로서 가능성도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은 20대 젊은 여성이 작은 회사에서 겪는 어려움에 관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저자는 “ADHD의 삶은 주식시장같이 변동적”이라며 “창의성만 믿고 안주하다간 ‘쪽박’을 찰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복에 대한 집착을 버리되,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 행복한 ADHD로 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내일 하루만 알차게 보내자는 목표를 갖고 살면 언젠가 ‘늙은 ADHD의 기쁨’이란 책을 쓸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밝게 웃었다.
  • [베스트셀러] 정유정 ‘완전한 행복’ 2주째 정상

    [베스트셀러] 정유정 ‘완전한 행복’ 2주째 정상

    정유정 작가의 장편소설 ‘완전한 행복’이 교보문고 판매량 순위에서 2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교보문고가 16일 발표한 7월 셋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 따르면 ‘완전한 행복’은 지난주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정유정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까지 답사해가며 쓴 이 소설은 일상 속 악이 주변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다뤘다. 영국의 인기 소설가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2위로 지난주와 순위 변동이 없었다. 철학 에세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2계단 오른 3위를 기록했다. 김영하 작가의 추천도서로 인기를 끄는 이 책은 30대 여성이 주로 구매하는 것으로 분석됐다.지난 2일 영국 추리작가협회(CWA)에서 주관하는 대거상 번역 추리소설 부문 수상 소식을 알린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은 종합 44위, 소설 분야 10위로 진입했다. 아울러 여름방학을 앞두고 어린이 분야 책들이 강세를 보였다. 인기 시리즈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은 신간이 나오자마자 각각 13위, 17위에 올랐다. ●교보문고 7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완전한 행복 (정유정·은행나무) 2.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인플루엔셜) 3.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어크로스) 4. 부의 시나리오 (오건영·페이지2북스) 5. 조국의 시간 (조국·한길사) 6.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강원국·웅진지식하우스) 7. 해커스 토익 기출 보카 TOEIC VOCA(David Cho·해커스어학연구소) 8.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 9. 매매의 기술 (박병창·포레스트북스) 10. 그러라 그래 (양희은·김영사)
  • “갑자기 어둠 와도… 스스로 견고해지면 빛 보이죠”

    “갑자기 어둠 와도… 스스로 견고해지면 빛 보이죠”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때론 세상은 불공평하죠.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월가에서 27년간 애널리스트로 일해 온 신순규(54)씨는 14일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두 번째 에세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판미동)에 대해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견디려면 스스로 견고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글을 썼다”고 소개했다. 그는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사(CFA)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책 제목에 들어간 ‘어둠’은 그의 경험이자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빛나는 것들은 ‘견고함’(durability)과 같은 삶의 가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자기 사랑, 동기 부여, 배려 등 책에 담은 33개 키워드 중에 가장 먼저 둔 ‘견고함’은 “단순히 정신력과 육체가 강한 것이 아니라 꾸준함과 유연성 있게 대처할 능력도 포함한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회사채를 주로 분석하는 신씨가 기업을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삼는 가치를 삶까지 확장한 개념이기도 하다. 이런 태도는 자신의 삶에도 영향을 줬다. 신씨는 아홉 살에 시력을 잃었고 열다섯 살에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매사추세츠 공과대(MIT)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시각 장애 때문에 의사의 꿈을 포기하고 JP모건을 거쳐 현재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에서 일하고 있다. 보너스를 받지 못하고 감원 대상이 되는 등 힘든 시기도 겪었다. 그때마다 의기소침을 극복할 자신만의 의지를 키웠다. 여러 차례 ‘희망’을 얘기한 그는 취업난·부동산 대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 세대에 “여러모로 여려운 상황이지만 조금만 더 견디면 희망이 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부는 코인 열풍에 대해선 “적정가치를 산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도박”이라며 “당장의 이익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혼란 속에선 스스로 견고해져야”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혼란 속에선 스스로 견고해져야”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죠.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지만, 한국은 미국과 비교하면 방역에 성공적이라서 조금만 더 견디면 희망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재무분석사(CFA)로 미국 월가에서 27년간 애널리스트로 일해 온 신순규(54)씨가 6년 만에 두 번째 에세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판미동)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14일 화상으로 만난 신씨는 “어둠은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빛나는 것들은 ‘견고함’(durability)과 같은 삶의 가치를 의미한다”라며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견디려면 스스로 견고해져야 한다 생각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이번 책은 미국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느낀 생각을 견고함, 자기 사랑, 동기 부여, 배려 등 33개 키워드로 풀어냈다. 이 가운데 견고함은 회사채를 주로 분석하는 신씨가 기업을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삼는 가치를 삶까지 확장한 개념이다. 그는 “단순히 정신력과 육체가 강한 것이 아니라 꾸준함과 유연성 있게 대처할 능력도 포함한 개념”이라며 “의료 시스템과 기업과 마찬가지로 우리 삶도 견고해야 나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태도는 자신의 삶에도 영향을 줬다. 신씨는 아홉 살에 시력을 잃었고, 열다섯 살에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매사추세츠 공과대(MIT)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의사가 되길 희망했지만, 시각 장애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세계적 투자은행 JP모건을 거쳐 현재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에서 증권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보너스를 받지 못하고 감원 대상이 되는 등 힘든 시기도 겪었다. 그때마다 의기소침을 극복할 자신만의 의지를 키웠다. 그는 코로나19로 보낸 시간에 대해서도 힘들다기보단 “삶이 단순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자유롭게 다니는 것은 출퇴근 시간뿐인데 재택근무를 하니 답답했던지 출근하는 꿈을 꿨다”고 웃었다. 취업난·부동산 대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 세대에게 그는 “세상은 불공평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창의적으로 생각해 답을 찾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다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는 코인 열풍에 대해선 “코인 투자는 적정가치를 산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도박”이라며 “당장의 이익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 프루스트와 발레리, 佛문학의 재발견

    프루스트와 발레리, 佛문학의 재발견

    ‘프루스트를 읽다’ 펴낸 정명환 교수 묘사력 감탄하며 자기중심주의 비판백선희, 발레리 경구 574편 뽑아 엮어이재룡, 문학 동향 소개 에세이 출간프랑스 문학 거장들을 조명하는 비평 에세이와 경구 선집 등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영미 대중 문학보다 독자층이 옅고 난해한 프랑스 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이 눈길을 끈다. 원로 불문학자 정명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대문호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문학 세계를 폭넓게 다룬 에세이 ‘프루스트를 읽다’(현대문학)를 펴냈다. 정 교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독하지 않았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해 2016년부터 5년 넘게 프루스트의 저작을 살펴 180개의 단상으로 남겼다. 그는 프루스트의 뛰어난 묘사력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한계를 지적한다. 예컨대 “개인적, 주관적 체험만이 중요하다”(380쪽)는 프루스트의 문학관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실존적 연대 의식이 부재하고 자기중심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정 교수는 특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번역된 소설 제목을 ‘잃었던 때를 찾아서’라고 명명했다. 이는 ‘때’가 ‘시간’보다 포괄적이라는 판단에서다.백선희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는 20세기 전반기 프랑스의 대표 시인 폴 발레리(1871~1945)의 아포리즘(경구)을 모아 엮은 ‘폴 발레리의 문장들’(마음산책)을 펴냈다. 시 애호가들이 수없이 인용한 구절 “바람이 분다!…살아봐야겠다!”(‘해변의 묘지’)로 유명한 발레리는 1894년부터 51년간 매일 새벽 자신의 단상을 노트 261권에 기록했다. 이 가운데 통찰력이 빛나는 글 574편을 백 번역가가 직접 뽑아 엮었다. 발레리가 보기에 인간은 ‘있을 수 있는 온갖 고통과 지고의 쾌락을 지고 두 다리로 버티는’(59쪽) 존재다. 그러면서 발레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건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가치를 부여하라”는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이 밖에 이재룡 숭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프랑스 최신 문학 동향과 흐름을 소개한 비평에세이 ‘소설, 때때로 맑음’(현대문학) 시리즈 세 번째 책을 출간했다. 이 교수는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글들의 총 완결편이기도 한 이 책을 통해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등 19세기 인물에서부터 파트리크 모디아노, 르 클레지오 등 현재 거장들의 최신작 등 50여편을 분석한다. 실존 인물의 실제적 삶을 객관적으로 보여 주고자 한 베로니크 올미의 ‘바키타’, 자전 소설로 화제의 중심에 선 크리스틴 앙고의 ‘생의 전환점’ 등을 다각적으로 조명했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 문단의 현주소를 돌아보며 “현대 소설이 허구와 현실, 진실과 거짓 그 중간쯤 어느 회색 지대에서 오가는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일침을 놓는다. 김화영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는 “샤르트르 등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이 1950~60년대 한국문학 발전에 큰 영향을 줬다”며 “프랑스 문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최근 원전에 충실한 번역서도 잇달아 출간되는 등 지성적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 “읽어봐 주십시오”…정경심 최후진술 공유한 고민정[전문]

    “읽어봐 주십시오”…정경심 최후진술 공유한 고민정[전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읽어봐 주십시오”라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법정 최후진술을 공유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는 지난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전날(12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정경심 교수는 “지옥 같은 2년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며 “제게도 성찰의 시간이 찾아왔다. 억울함이 밝혀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정경심 교수에 대해 징역 7년에 벌금 9억원과 추징금 1억 6400여만원 명령을 요청했다. 쟁점이 된 동양대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서 정 교수는 “동료 교수 건의에 따라 발급된 것이고, 표창장이 큰 의미가 있는 문서가 아니다”며 “제 직책을 이용해 아이의 스펙을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또 정 교수는 “배우자가 법무부장관 후보로 발표되고 제 삶은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으로 곤두박질쳤다”면서 “저와 제 배우자는 검찰과 언론을 통해 범죄자가 됐다”고 했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양형에 유리할 텐데 2심에서까지 이러면…”이라며 “대체 무슨 미련이 남았길래”라고 했다. 한편 정 교수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11일 오전 10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정경심 교수 항소심 최후진술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두 분 부장 판사님. 먼저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시면서 피고인의 의견을 경청하여 주셔서 깊히 감사드립니다. 최후 진술을 하는 이 순간 무척 떨리고 힘이 듭니다. 저 자신은 물론 가족 전체가 지옥 같은 세월을 살아온 2년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이 저려옵니다. 공소 사실과 1심 판결에 대해서는 변호인단이 상세한 소명을 하여 왔습니다. 저 또한 이에 대하여 몇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미공개정보 이용관련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공개정보 이용의 목적은 어떤 확실한 정보를 공개 직전에 제공받아 주식을 매수한 후에 정보가 공개되어 주가가 상승하면 단기차익을 챙기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와 제 동생의 경우는 전혀 다릅니다. 제 동생이 2018년 1월초 장내 매수를 했을 당시, 조범동은 매수 자체가 이해충돌이니 매도를 해야 한다며 대신 차명으로 장외 실물 주권 매수를 권유하였습니다 동생은 그렇게 해서 매수한 실물 주권을 2018년 1월 이후 한번도 청산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습니다 . 단기 차익이 아니라 장기 보유 목적으로 샀기 때문입니다. 공익인권법 센터 동영상 관련하여서도 한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동영상의 여학생을 보자마자 제 딸임을 확신했습니다. 어찌 엄마가 딸 얼굴을 못 알아보겠습니까 딸 얼굴의 일부만 보아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제 딸은 심지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나라고 하는데 안 믿어주면 그것을 내가 어떻게 증명하겠는가. 당시 유행하던 샤기컷이라는 스타일의 헤어, 착용한 안경테의 모양, 왼손잡이 필기법 등, 분명한 제 딸입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2011년 겨울방학에 학교를 홍보하고 지역학생을 위해 수준높은 영어강좌를 개설하려고 계획하면서 보조인력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마침 딸아이가 캐나다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귀국한다고 해서 제가 부탁을 하여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주의 일선 고등학교 교사들과 학부형들께 서울 명문 외고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 오겠다고 홍보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제 딸 아이는 보조 인력으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IBT 토플과 SAT 에세이 주제를 선별해주었고 샘플 에세이를 구해주었으며 영문기사를 스크랩해주는 등의 보조를 하였고 학생들이 써낸 에세이를 첨삭하고 코멘트를 하는 일도 도왔습니다. 1심 법정에서,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 여러 교수님들이 증언하셨듯이 제 딸아이가 도와준 것을 알게된 동료 교수들의 권유에 따라 표창장이 발급된 것입니다. 이 표창장은 사실 그리 큰 의미를 갖는 문서가 아니었습니다. 지방대의 경우 그나마 지역민에게 큰 유입력이 있는 것은 총장 명의의 증서입니다. 그래서 당시 외부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저희가 초중고를 가리지 않고 일괄 총장 명의의 수료증과 상장을 발급하던 현실이었습니다 . 2013년 초 영어영재교육 센터장까지 맡으면서 시급히 교재진행을 해야했을 때도 저는 딸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본인의 바쁜 시간을 쪼개서 문법연습용 문제를 만들어 주고 독해지문의 스펠링과 난이도를 체크하는 등, 보조 작업에 참여해주었습니다. 딸이 엄마를 이용한 게 아니라 제가 딸을 이용한 건데 지금 와서 이런 시련과 고통을 안기다니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골백번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꼭 잘 보아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2018년 영주시 및 도교육청의 수많은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딸아이의 도움을 받은 시기는 정확히 2014년 2월까지입니다. 영어보조인력의 부재때문에 저의 아이들을 동원해야했던 저는, 동양대에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영어사관학교를 제안하였고 2012년 9월에 개소시켰습니다. 소수정예의 학생들을 4학기동안 기숙형 프로그램으로 집중 훈련시켜서 2014년 제1기 수료생을 배출했으며, 이후에 모든 영어프로그램에는 제 제자들을 투입했습니다. 동양대 부임 전에 저는 2007년 8월부터 2011년 8월까지 4년 동안 서울 소재의 대학에서 대학 영어 및 토익 토플 프로그램 총 책임자로 근무했습니다. 저의 딸 아이가 고등학교 재학중이던 기간과 정확히 겹치지만 저는 한번도 저의 직책이나 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아이의 스펙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부탁으로 지인을 통해 체험활동 기회를 마련해준 적은 있지만 그 체험활동의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 이제 와서 생각해봐도 당시 제가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두 분 부장 판사님. 기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변호인의 의견서를 꼼꼼히 살펴봐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짧게나마 이 사건에 대한 저의 소회를 털어놓고자 합니다. 2019년 8월, 배우자가 법무장관 후보자로 발표된 후 제 삶은 단 한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상황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쳤습니다. 저와 제 배우자는 검찰과 언론에 의하여 순식간에 범죄자로 낙인찍혔습니다. 이유를 헤아려볼 시간도 없이 언론의 집요하고 공격적인 취재와 자택 압수수색과 전 가족이 소환되는 강도높은 수사, 구속과 석방, 재구속으로 연결되는 두렵고 충격적인 상황이 숨 쉴 틈조차 없이 계속되었습니다. 당황스러운 과정에서 방어하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방어하려는 것도 범죄로 구성되었습니다. 1심 재판 내내 검찰과 언론은 저를, 강남 건물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가족을 지배하는 여회장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배우자까지 끌어들여 권력형 비리로 둔갑시키고자 했고 국정농단보다 더 사악한 범죄라고 매도했습니다. 순식간에 체중이 15㎏이나 빠졌고, 수사단계에서 서너번 실신하기도 했습니다. 오래전 기억을 끌어올려야 변호가 될 텐데 뇌가 정지된 것 같았습니다. 검찰은 PC 압수수색을 통하여 가족간의 사소한 통화를 포함한 수많은 정보를 확보하였지만 제 손에는 항변과 소명을 위한 자료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검찰은 이미 방향을 정해 놓았고 제 답변은 꼬투리를 잡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두려움과 혼돈 속에서 매우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판장님께서 수사단계에서 왜 이런저런 답변을 하지 않았는가 하고 물으셨는데 지금 돌아보아도 제가 뭐라고 답변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그저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만 임했던 것만 기억이 납니다. 극도로 위축되고 혼란스러웠던 저의 상황을 살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구속되어 적대적인 여론, 유리한 증거 확보의 어려움, 핵심 증인 회피 등 악조건 속에서 1심 재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성탄절을 앞둔 2020년 12월 23일, 저는 법정 구속되어 구치소의 독방에 다시 갇혔고, 저와 제 가족에 대하여 엄청난 비난과 조롱이 다시 쏟아졌습니다. 절망의 늪은 어둡고 깊었지만 어미로서의 책임감, 인간으로서의 자존감, 2심 재판 희망을 끌어모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제 꺾인 의지를 가까스로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러나 제 삶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구치소 독방에 앉아있는 낯선 제 자신 발견하는 중에도 성찰의 시간은 찾아왔습니다. 정신없이 앞만 보며 바쁘게 살아오느라 놓쳤던 시간입니다.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기르고 교육하며, 취업을 하고 경제 생활을 하는 등, 세속의 일에 치어 대학시절의 순수함을 조금씩 잃어갔고 안일한 생각도 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꿈꾸며 ‘불로소득’을 바라기도 했습니다. 지나온 인생의 길인만큼 후회스러운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칙도 있었고 노력도 했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았고, 사치품을 구매하지도 않았으며 가사도우미의 도움조차 받지 않으며 동분서주했습니다. 내세울 선행을 베풀진 못했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타성에 젖은 모습 또한 있었고 부끄러웠습니다. 이 시련이 끝나고 나면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두분 부장판사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이만 마치고자합니다. 모쪼록 이 재판을 통해 저의 억울함이 밝혀지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최후 진술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프루스트·발레리 등…프랑스 문학 거장 재발견 열풍

    프루스트·발레리 등…프랑스 문학 거장 재발견 열풍

    프랑스 문학 거장들을 조명하는 비평 에세이와 경구 선집 등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영미 대중 문학보다 독자층이 옅고 난해한 프랑스 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이 눈길을 끈다.원로 불문학자 정명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대문호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문학 세계를 폭넓게 다룬 에세이 ‘프루스트를 읽다’(현대문학)를 펴냈다.정 교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독하지 않았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해 2016년부터 5년 넘게 프루스트의 저작을 살펴 180개의 단상으로 남겼다. 그는 프루스트의 뛰어난 묘사력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한계를 지적한다. 예컨대 “개인적, 주관적 체험만이 중요하다”(380쪽)는 프루스트의 문학관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실존적 연대 의식이 부재하고 자기중심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정 교수는 특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번역된 소설 제목을 ‘잃었던 때를 찾아서’라고 명명했다. 이는 ‘때’가 ‘시간’보다 포괄적이라는 판단에서다.백선희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는 20세기 전반기 프랑스의 대표 시인 폴 발레리(1871~1945)의 아포리즘(경구)을 모아 엮은 ‘폴 발레리의 문장들’(마음산책)을 펴냈다. 시 애호가들이 수없이 인용한 구절 “바람이 분다!…살아봐야겠다!”(‘해변의 묘지’)로 유명한 발레리는 1894년부터 51년간 매일 새벽 자신의 단상을 노트 261권에 기록했다. 이 가운데 통찰력이 빛나는 글 574편을 백 번역가가 직접 뽑아 엮었다.발레리가 보기에 인간은 ‘있을 수 있는 온갖 고통과 지고의 쾌락을 지고 두 다리로 버티는’(59쪽) 존재다. 그러면서 발레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건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가치를 부여하라”는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이 밖에 이재룡 숭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프랑스 최신 문학 동향과 흐름을 소개한 비평에세이 ‘소설, 때때로 맑음’(현대문학) 시리즈 세 번째 책을 출간했다.이 교수는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글들의 총 완결편이기도 한 이 책을 통해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등 19세기 인물에서부터 파트리크 모디아노, 르 클레지오 등 현재 거장들의 최신작 등 50여편을 분석한다. 실존 인물의 실제적 삶을 객관적으로 보여 주고자 한 베로니크 올미의 ‘바키타’, 자전 소설로 화제의 중심에 선 크리스틴 앙고의 ‘생의 전환점’ 등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최근 프랑스 문학계의 크고 작은 이슈들도 곁들였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 문단의 현주소를 돌아보며 “현대 소설이 허구와 현실, 진실과 거짓 그 중간쯤 어느 회색 지대에서 오가는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일침을 놓는다.김화영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는 “샤르트르 등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이 1950~60년대 한국문학 발전에 큰 영향을 줬다”며 “프랑스 문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최근 원전에 충실한 번역서도 잇달아 출간되는 등 지성적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 손안에 쏘~옥 내 입맛 맞는 작은 책 뜬다

    손안에 쏘~옥 내 입맛 맞는 작은 책 뜬다

    제작비 절감·독자층 확보해 위험 감소원고량 절반쯤 줄였지만 소재 다양해져 소설·에세이 등 문학 위주 출판 벗어나마케팅·기획 분야 조언하는 ‘소스’ 출간사회·예술 해석한 ‘나의 독법’ 시리즈도일반 단행본보다 크기를 줄여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한 ‘문고본’ 시리즈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소설이나 에세이 분야가 그동안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인문, 사회, 경영, 자기계발까지 주제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출판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독서 경향도 달라지면서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출판사 북스톤은 여러 주제를 가볍게 다루는 ‘소스’ 시리즈 다섯 권을 지난달 내놓고, 두 달에 한 권씩 신간을 선보인다. ‘내 일에 필요한 실용적 소스를 전하는 시리즈’라는 설명을 붙였는데, ‘마케터의 투자법’, ‘기획하는 사람, MD’, ‘도시를 바꾸는 공간 기획’ 등 주로 마케팅이나 기획을 주제로 다룬다. 문체나 구성이 일반 단행본보다 다소 가벼운 게 특징이다. 예컨대 1권 ‘마케터의 투자법’은 주식 종목 추천이나 그래프 읽기보다 일상과 소비, 취미를 바탕으로 투자하라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기획한 김은경 편집자는 “선배가 후배에게 가벼운 조언을 던지는 식의 책”이라고 소개했다. “지금 독자들은 ‘이렇게 하면 일의 성과가 이만큼 난다´는 자기계발서식의 조언을 다소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사회 초년생을 주 대상으로 하지만, 그동안 딱딱한 주제에 관심이 적었던 여성 독자들도 부담 없이 접근하도록 타깃을 넓혀 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출판사 메멘토는 인문, 사회, 예술 분야의 논쟁적인 주제를 가벼운 관점과 시각에서 해석한 문고 시리즈 ‘나의 독법’과 ‘나의 고전독법´을 이번 달부터 시작했다. 현재 11명 저자들과 계약을 맺고 시리즈를 이어 간다.‘나의 독법’ 첫 권인 ‘왜 읽을 수 없는가´는 독자들이 인문·사회 분야 책에서 점점 멀어지는 이유를 가볍게 지적한다.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독자를 탓하기보다 저자가 우선 자신의 문장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내용이다. “두툼한 인문·사회 주제 도서를 갈수록 읽기 어려워하는 독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어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밝힌 박숙희 편집자는 “다소 무거운 주제라 신규 독자가 접근하기 쉽도록 물리적으로 양을 줄였다. 일반 단행본이 200자 원고지 800~1000장 정도라면, 이번 시리즈는 절반인 400~500장 정도”라고 밝혔다.문고본은 주로 규모가 작은 출판사가 특정 독자 취향 공략을 목표로 출간하고 나서 독립서점 등에 내놓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큰 출판사들이 뛰어들면서 이제는 출판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민음사 ‘쏜살문고’ 시리즈 이후, 그동안 소설이나 에세이 분야에서 20·30대 여성 독자를 주요 층으로 한 책의 시리즈 출간이 이어진다. 최근엔 오월의봄의 ‘오봄문고’라든가, 코난북스 ‘아무튼’ 시리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유출판사가 ‘세계문학공부’ 시리즈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무라카미 하루키 편을 내는 등 여전히 문학이나 에세이 분야 출판이 활발하다. 코로나19로 이제 다른 분야로까지 문고본 시리즈 출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베스트셀러와 일반 도서와 판매량 간극이 점차 커지고 있어 출판사로선 마케팅 비용을 많이 들일 책이 아니라면 가급적 제작비를 줄이고 독자층을 좁혀 접근해 위험을 줄이고 싶어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출판사의 오프라인 대규모 마케팅이 불가한 상황, 독자들이 가벼운 독서를 선호하는 추세 등이 맞물린 점을 고려할 때 이런 류 서적 출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60년 전 美페미니즘 문학의 외침, 지금과 다르지 않죠”

    “60년 전 美페미니즘 문학의 외침, 지금과 다르지 않죠”

    섹스턴 ‘밤엔 더 용감하지’ 역자 정은귀영미문학 중심도 엘리엇 같은 男작가섹스턴, 작품에 본인 상처 그대로 담아삶에 밀착된 여성 목소리 소개 나설 것 리치 ‘우리 죽은 자들…’ 옮긴 이주혜2016년 문단 미투 통해 여성서사 갈구‘기획된 작가 ’리치도 생존 위해 애써타인 여성이 가족보다 더 이해할 수도지난해 출간된 두 권의 주목작. 미국의 여성 시인 앤 섹스턴(1928~1974)의 시집 ‘밤엔 더 용감하지’(민음사)와 에이드리언 리치(1929~2012) 산문집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바다출판사)다. ‘제2물결’이라 불리는 페미니즘 논쟁이 첨예했던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 열렬히 활동했던 두 시인의 행보는 그 자체가 ‘문제적’이었다. 아내이자 엄마, 가정의 천사로서 여성의 역할이 요구되던 시절 섹스와 낙태, 우울증, 불륜 등 금기의 소재를 가감 없이 건드린 섹스턴이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 이성애는 강제됐다고 주장하며 성애의 범위를 심화·확장한 ‘레즈비언 연속체’ 개념을 다룬 리치의 산문이 출간된 것도 처음이었다. 섹스턴의 시집은 정은귀(52)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가, 리치의 책은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이주혜(50) 작가가 각각 우리말로 옮겼다. 이 작가는 산문집에 나오는 리치와 페미니스트 여성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이 만난 일화에서부터 출발해 가부장제하에서의 돌봄 노동을 말하는 소설 ‘자두’(창비)를 써서 역자 후기를 대신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여성상과 불화하다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인(섹스턴)과 세 아들의 엄마로 남편이 권총 자살하고 나서 레즈비언으로 살다 간 페미니즘 사상가(리치). 이들의 삶을 옮긴 또 다른 두 여성을 만나 ‘번역하는 삶’에 대해 들었다.-왜 오늘에 와서 그 시절 미국 여성 시인들이 한국에서 새롭게 조명될까요. 이주혜 전적으로 2015년부터 시작된 ‘페미니즘 리부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뭔가 나아진 줄 알았는데 아직 나아지지 않은 걸 그즈음 깨달은 거죠. 문학계에서는 2016년 말부터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폭로가 들불처럼 일어났잖아요. 문학 독자들은 2030 여성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데, 더이상 이런 식의 흐름을 용납할 수 없는 거죠. 여성 작가의 여성 서사에 대한 갈구가 당연한 흐름이어서 한국에서도 여성 작가들이 약진해 세계로 뻗어 나갔고요. 한켠에서는 1960~70년대 미국에서 페미니즘 문학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 여성 시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았을까요. 정은귀 지금까지 그 부분이 제대로 들려지지 않았던 거죠. 저는 영미 시를 학교에서 가르치는데, 소위 정전화된 작가들은 다 남성 시인들이에요. 한국에서는 T S 엘리엇,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현대 시사에서 양대 산맥인 것처럼요. 미국에서도 로버트 프로스트가 퓰리처상을 네 번 받을 동안 리치는 한 번도 못 받았고, 앤 섹스턴은 한 번 받았어요. 그만큼 기울어진 지면이었고요. 사실 섹스턴은 제가 3년 이상 원고를 끌어안고 있느라 늦어진 면도 있는데요. 후기를 쓰면서 생각해 보니까 엄청나게 늦었지만 시기적으로는 가장 적절한, 적시의 도착이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10년 전에 나왔으면 안 읽혔을 거 같아요. 이 ‘적절한 도착’이라는 말이 정말 적절한 거 같아요(웃음). 리치는 남편이 죽고 나서 생계를 책임지려고 나섰는데 교수 자리에 전부 남자 시인들만 있었던 게 불만이었대요. 그래서 자기가 교수가 됐을 때는 의도적으로 여성 문인, 차별받는 위치에 있는 작가들을 더 발굴하려고 했고요. 그때 연구한 작가가 산문집에도 나오는 에밀리 디킨슨, 뮤리얼 루카이저와 제임스 볼드윈(흑인 게이로 차별 타파에 앞장섰던 민권 운동가) 같은 인물이에요. 한국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쳐 작년에 루카이저 시집(‘어둠의 속도’, 봄날의책)이 처음 나왔어요. 볼드윈도 다시 나왔고요. 한국의 출판 편집자들도 사실 독자니까 이렇게 연결이 되는 거예요.-두 분이 생각하는 앤 섹스턴과 에이드리언 리치는 어떤 사람인가요. 정 두 사람 다 살고 싶은, 생명에의 의지가 여성으로서 너무 컸던 사람들이죠. 리치가 시인이 되기 위한 훈련을 많이 받은 쪽이라면, 섹스턴은 전혀 트레이닝돼 있지 않았던 인물이고요. 출산 후유증으로 양극성 장애를 앓으면서 치유를 위한 시를 썼어요.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해 물질적으로는 남부럽지 않았지만 항상 사랑이 고팠고, 엄마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어요. 그게 또 딸과의 관계로 전이가 됐구요(알코올 중독이었던 섹스턴의 어머니는 딸에게 질투와 비난을 일삼았고, 섹스턴은 자녀들에게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번역하면서 힘들기도 하고 보람됐던 게 섹스턴은 자신의 통증을 시에 고스란히 가져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리얼리스트인데요. 아픈 목소리로 꺼끌꺼끌하게 표현해요. 그가 시를 써 나가는 과정 자체가 무너지고 일어나는 일상의 연속이에요. 저 또한 매일 여성으로서 부여받는 여러 역할에서 슬픔에 침잠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싸움을 벌이는데요. 섹스턴처럼 앓으면서 번역을 하는데, 이제서야 섹스턴을 소화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리치 산문집을 번역하면서 ‘정말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웃음). 리치는 중산층 지식인 가정에서 영재교육을 받은 ‘기획된 작가’거든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여성의 삶을 본격적으로 살기 전에는 아버지의 가부장적 인식을 고스란히 답습했던 인물이고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들 셋을 내리 낳으면서 삶이 흔들린 거죠. 내가 원한 건 시를 쓰는 것뿐이었는데 그것조차 보장이 안 되는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좌절감, 여성들은 다들 한 번씩 느끼잖아요. 거기서 분열이 시작되는 거죠. 저는 리치를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삶의 위치를 찾으려 했던 사람이라고 봐요. 미국의 백인 지식인 여성으로서 미국이 저지른 수많은 세계적 범죄들에 자신의 책임이 있으며, 인종차별, 인권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죠. 리치는 개인과 사회 사이에는 투과막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서 삼투압 작용이 일어나며 그걸 표현한 것이 시라고 얘길 해요. 생각해 보면 섹스턴도 정치적인 책을 쓰진 않았지만 사실 그 자체로 정치적이에요. 여성의 삶 자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그게 바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잖아요. 그래서 리치도 섹스턴에 대해 “두뇌는 가부장적이지만 뼈와 피는 여성의 문제들을 익히 알고 있었던 시인”이라고 말해요. -이들의 글을 한국어로 옮기면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을까요. 정 저는 학생들한테 번역은 시 비평의 처음이자 끝이라는 얘기를 항상 해요. 그러나 비평가로서 과도한 해석은 안 하려고 하고요. 그래서 저는 번역할 때 최대한 윤문을 자제해요. 원문에 모호하게 표현돼 있으면 그 모호함을 살리고, 풀어 쓰기를 안 해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윤문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 긴장을 끝까지 줄타기하듯 가지고 가죠. 제가 느끼는 원래 시의 목소리 결을 한국어에 담으려는 노력을 최대한 많이 합니다. 이 산문은 문장도 중요하지만 그 글의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잘 살리는 게 중요하죠. 이 책 번역하는 데만 5개월 정도 걸렸어요. 제가 했던 작업 중에는 가장 오래 걸렸던 거 같아요. 내용 자체가 어렵기도 했고, 참고해야 할 자료들도 많았고요. 아까 시 번역에서 중요한 게 비평이라고 하셨는데, 산문은 이해죠. 제 선에서 이해가 안 되면 엉뚱하게 독자에게 전달이 되고, 그게 바로 오역이거든요. 특히나 리치의 주요 개념인 레즈비언 연속체,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에 관한 논쟁이 트위터 등에 있어서 이 산문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존재가 실체감 있게 다가왔어요. 리치에 관해 번역된 쪽글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참고하며 그 번역이 갖고 있는 아쉬움을 한 번 더 극복하려고 신경을 썼죠. -여성 번역가로서 여성 문인들의 삶을 옮기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정 역자로서 의식적으로 여성 시인만을 고르거나 하지는 않아요. 시를 너무 좋아하니까 번역을 하다 보면 그 시인의 시와 사랑에 빠지고 최대한 그 목소리로 갈아타는 거죠. 스스로의 경험이 언어화되는 게 시고, 가장 실험적이고 새로운 언어의 옷을 입는 게 시인데요. 남성 시인과 여성 시인의 시는 목소리가 달라요. 남성 시인들이 훨씬 더 초연한 입장에서 수사를 한다면, 여성 시인들의 시는 삶과 밀착된 정도가 다른 거 같아요. 같은 여성으로서 그 삶이 호흡하는 바를 훨씬 더 구체적으로 느끼게 되죠. 연구자·교육자로서 여성 시인들의 시를 많이 읽고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도 해요. 이 저는 개인적으로 리치에게 많이 공감을 하는데요. 제가 처음으로 선택한 가족이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남편)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결혼 생활이더라고요. 남편이 ‘나쁜 놈’이어서가 아니라 착한 사람인데도 태생적인 한계가 있는 게 결혼 제도이고 이성애 제도고요. 리치가 말하는 ‘제도로서의 모성’이 무엇인지를 제 생활에서 깨닫게 된 거죠. 그렇게 제 삶의 돌파구를 찾는 과정이 번역이었고 소설 쓰기였어요. 그래서 여성 작가들의 여성 서사를 읽었을 때 위안을 받고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있어요. ‘자두’에서도 하려고 했던 얘기지만, 정말 나를 이해하는 건 오히려 가족보다도 타인인 여성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번역할 때도 그런 ‘보이지 않는 끈’을 느껴요. 제가 그랬듯이 누군가 이 글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읽고 자기 삶에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싶어요. 그런 면에서 여성 작가의 여성 서사를 여성 번역자가 그나마 근접하게 틀리지 않고 옮길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작가님은 소설을 쓰고, 정 교수님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와 산문을 쓰시죠. 두 분 인생에서 번역이라는 일은 나머지 다른 삶과 어떻게 연계돼 있나요. 이 저에게 번역은 읽기로 시작해서 쓰기로 완성되는 스펙트럼이 긴 작업이거든요. 읽고 해석하고 비평해서 다시 문장으로 쓰는 그 사이클이 익숙해질 때마다 희열을 느끼고요. 그러다 보면 리치와 비숍의 일화처럼 어떤 화소(모티프)들이 저에게 다가와요. 나중에 소설이나 에세이로 발전하는 것들이요. 번역은 제게 일종의 허브 같은 거예요. 읽기에서 쓰기로 가는 긴 과정들 속에 많은 것이 뻗어 나가는. 정 진은영 시인이 제게 “시와 시를 이어 주는 다리”라는 말을 했어요. 저는 시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저는 모든 시를 읽을 때 머릿속에서 매번 한국어와 영어를 가지고 더블플레이를 해요. 두 언어 사이의 한계를 항상 느끼고, 번역한 게 만족스럽지만은 않지만 그 생각에서도 놓여나려고 노력을 해요.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나면 번역은 번역의 운명이 있다고 생각해요. 번역도 딱 제 나이, 이 시점에서의 읽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무거운 느낌에서 약간 놓여난다고 할까요. 읽는 경험을 나눔으로 만드는 게 번역이고, 그걸 조금 더 행복하게 하고 싶어요. 어렵지만.
  • 발가벗음이라 쓰고, 인간 아름다움의 본질이라 읽는다

    발가벗음이라 쓰고, 인간 아름다움의 본질이라 읽는다

    “자신의 몸을 마주하는 것이얼마나 큰 위안 주는지 모른다 ”“인간의 몸은 그 사람의 나이, 성격과 습관은 물론 욕망까지 배어 있는 그 자체로서 완성된 ‘나’가 아닐까요. 발가벗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민망함은 찰나의 감정일 뿐이죠. 인간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직접 이끌어 낸다는 자부심이 더 큽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밝히고 활동한 누드모델인 하영은(53) 한국 누드모델협회장이 33년 모델 인생을 집약한 첫 에세이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라곰출판사)를 냈다. 지난 2일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하 회장은 “왜곡된 시선에 맞서는 것은 물론 내 육체를 마주 보는 것이 얼마나 안정감과 위안을 주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이 누드모델을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때인 1988년이다. 낮에는 무역회사 경리로 일하고 밤에는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월급이 들어 있는 핸드백을 통째로 도난당하면서 생계가 막막했다. 마침 레스토랑 단골인 사진작가가 누드모델 일을 제의해 마음이 흔들렸다. 당시 보수적 분위기에서, 특히 부모님께 죄를 짓는 기분이었지만, 딱 한 번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한 달치 월급(15만원) 3분의2에 달하는 모델료도 받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모델 일도 하다가 1995년부터 전업으로 활동하게 됐다. “작품이 된 내 모습을 볼 때 희열이 컸다”는 그는 “작가들이 제 덕분에 작품에 몰입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말할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누드모델은 허리 디스크 등 직업병이 따르고, 일부 작가들의 성추행·성희롱에 시달리기도 한다. 1996년 협회를 설립한 것도 모델들이 떳떳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다. 하 회장은 “최근에도 한 여성 모델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원로 화가에게 성추행을 당해 고소를 진행 중”이라며 “몇 년 전엔 미대 실습실에서 남학생이 누워 있는 제 몸 위를 넘어가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델들에게 작업 외 시간에는 절대 나체를 노출하지 말고, 작업자와는 대화를 금하고 개인적 친분을 쌓지 말 것을 당부한다. 공과 사의 경계가 무너지면 모델로서 자존감을 지킬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하 회장은 “모델 지망생들은 20·3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루지만, 은퇴한 남성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입시 학원 원장이 도전과 성취로 자신감을 찾겠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한 목사님은 누드모델을 하면서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자기 몸을 사랑하고 아낀 흔적이 남은 몸은 그렇지 않은 젊은 몸보다 훨씬 아름답다”며 죽을 때까지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비쳤다. 그러면서 “모두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아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 “통제 실익없어” 미국 방역 부럽다는 홍정욱에 비난 빗발

    “통제 실익없어” 미국 방역 부럽다는 홍정욱에 비난 빗발

    홍정욱 전 의원이 5일 미국 뉴욕을 방문해서 코로나 방역에 대한 소감을 쓴 글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홍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을 ‘코로나 전체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는 “뉴욕 통관에 5분도 안걸렸고 마스크 착용은 대부분 선택이었다”며 “코로나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나라이지만 빠른 속도로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고 미국의 방역 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반면 국내는 입국 통관도 1시간, 백신맞고 검사받은 능동감시자임에도 매일 앱 작성에 전화오고 문자오고 AI 전화까지 온다”고 비판했다. 홍 전 의원은 “실익없는 통제 대신 전국민 백신 접종에나 전념해주길. 코로나 끝나면 내 번호부터 바꿔야겠다”라고 한국의 방역정책이 통제 위주로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미국의 인구 대비 코로나 확진률은 10%지만, 한국은 0.3%밖에 되지 않는다며 홍 전 의원을 비난했다. 성형외과 전문의 이주혁씨는 “코로나 신경쓰지 말라며 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는걸 가만히 놔둔 트럼프 정부는 사실상 수수방관주의였다”면서 “미국은 잘했고 한국 질병청에서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살리기 위해 앱도 개발하고 소식을 확인하는걸 실익이 없는 전체주의라고?”라고 분노했다. 홍 전 의원 딸의 마약 전과를 비꼬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촘촘한 방역에 박수를 보내도 시원찮을 판에 성가시디고 비판하다니, 차라리 대마초 합법인 미국 어느 주를 부럽다고 하라”고 성토했다. 홍 전 의원의 장녀는 2019년 9월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던 중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6개와 LSD(종이 형태 마약) 등을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9월 귀국하기 직전까지 미국 등지에서 마약류를 3차례 사들여 9차례 투약하거나 흡연한 혐의도 받았으나,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홍 전 의원은 이후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삶의 위대함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음에 있지 않고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섬에 있다”고 돌아봤다.
  • 첫 에세이 낸 누드모델 하영은 “몸은 완성된 ‘나’...본질적 美에 대한 자부심 크죠”

    첫 에세이 낸 누드모델 하영은 “몸은 완성된 ‘나’...본질적 美에 대한 자부심 크죠”

    “인간의 몸은 그 사람의 나이, 성격과 습관은 물론 욕망까지 배어 있는 그 자체로서 완성된 ‘나’가 아닐까요. 발가벗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민망함은 찰나의 감정일 뿐이죠. 인간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직접 이끌어낸다는 자부심이 더 큽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밝히고 활동한 누드모델인 하영은(53) 한국 누드모델협회장이 33년 모델 인생을 집약한 첫 에세이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라곰출판사)를 냈다. 지난 2일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하 회장은 “왜곡된 시선에 맞서는 것은 물론 내 육체를 마주 보는 것이 얼마나 안정감과 위안을 주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이 누드모델을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때인 1988년이다. 낮에는 무역회사 경리로 일하고 밤에는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월급이 들어있는 핸드백을 통째로 도난 당하면서 생계가 막막했다. 마침 레스토랑 단골인 사진작가가 누드모델 일을 제의해 마음이 흔들렸다. 당시 보수적 분위기에서, 특히 부모님께 죄를 짓는 기분이었지만, 딱 한 번만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한 달치 월급(15만원) 3분의2에 달하는 모델료도 받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모델 일도 하다가 1995년부터 전업으로 활동하게 됐다. “작품이 된 내 모습을 볼 때 희열이 컸다”는 그는 “작가들이 제 덕분에 작품에 몰입해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말할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누드모델은 허리 디스크 등 직업병이 따르고, 일부 작가들의 성추행·성희롱에 시달리기도 한다. 1996년 28세의 나이에 협회를 설립한 것도 모델들이 떳떳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다. 협회는 대부분 사비를 털어 운영하고 있다. 하 회장은 “최근에도 한 여성 모델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원로 화가에게 성추행을 당해 고소를 진행 중”이라며 “몇 년 전엔 미대 실습실에서 남학생이 누워있는 제 몸 위를 넘어가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델들에게 작업 외 시간에는 절대 나체를 노출하지 말고, 작업자와는 대화를 금하고 개인적 친분을 쌓지 말 것을 당부한다. 공과 사의 경계가 무너지면 모델로서 자존감을 지킬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작업 의뢰인들에게는 작업 공간은 24도 이상으로 따뜻하게 하고, 별도의 난방기구를 갖춰줄 것과 모델을 만지거나 사적 대화를 시도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 하 회장은 “체온이 떨어지면 모델의 몸이 경직돼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모델에는 매우 무리가 된다”면서 “수강생들의 요구로 수업 도중 에어컨을 트는 경우가 있는데 모델에 대한 최소한의 환경과 예의도 갖추지 않고서 예술을 논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누드모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30여 년 전에 비해 요즘에는 모델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하는 추세”라면서도 “그럼에도, 모델료는 많이 오르지 않아 모델에 대한 경제적 대우는 옛날보다 못하다”고 덧붙였다. 하 회장은 “모델 지망생들은 20·3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루지만, 은퇴한 남성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입시 학원 원장이 도전과 성취로 자신감을 찾겠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한 목사님은 누드모델을 하면서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자기 몸을 사랑하고 아낀 흔적이 남은 몸은 그렇지 않은 젊은 몸보다 훨씬 아름답다”며 죽을 때까지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비쳤다. 그러면서 “모두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아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 ‘대거상’ 윤고은 “매번 책 낼 때마다 새 세계 발견… 이번엔 ‘웜홀’로 빠져나가는 느낌”

    ‘대거상’ 윤고은 “매번 책 낼 때마다 새 세계 발견… 이번엔 ‘웜홀’로 빠져나가는 느낌”

    한국과 영국의 시차 때문에 새벽에 중계되는 축구경기를 보는 기분으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는데, 수상 소식을 듣자 ‘웜홀’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굳이 범죄나 스릴러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쓴 작품이 나온 지 8년 만에 해외에서 평가받게 됐다는 사실도 재미있네요.” 윤고은(41) 작가의 2013년 소설 ‘밤의 여행자들’이 한국 문학 사상 최초로 영국 추리작가협회(CWA) 주관 ‘대거상’ 번역추리소설부문을 수상했다. 대거상은 미국 에드거상과 함께 영어권 양대 추리문학상으로 꼽히며 동양인 수상자는 윤 작가가 처음이다. 2일 전화로 만난 작가는 “특정 장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제가 바라보는 세상을 자유롭게 썼는데 예상치 못한 추리문학상을 받아 작가보다 독자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매번 책을 낼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지만, 이번엔 저를 둘러싼 어떤 우주의 웜홀이 뚫린 것 같았다”고 소감을 말했다.‘밤의 여행자들’은 재난으로 폐허가 된 지역을 관광하는 ‘재난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직원 ‘고요나’가 사막의 싱크홀 ‘무이’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고요나는 무이를 살리기 위한 인공 재난 프로젝트에 우연히 관여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일상이 재난이 된 상황과 생존하려고 재난을 일상화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을 섬뜩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묘사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이 소설은 재치 있고, 터무니없기도 하며,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럽다. 이 에코 스릴러는 기후변화가 글로벌자본주의와 어떻게 뗄 수 없는 관계인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작가는 “소설이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읽고 나면 씁쓸하지만, ‘자본주의’라는 헤어날 수 없는 중력 같은 순간들을 조금 다른 목소리로 신선하게 전달하고자 했다”며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재난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은 시대적 흐름도 수상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나름의 해석을 덧붙였다.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아 등단한 작가는 ‘무중력 증후군’,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등 참신한 작품을 냈고, 이효석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등을 받았다. 2019년부터는 EBS 라디오 책 교양 프로그램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최근 방송국까지 출퇴근 시간이 왕복 4시간에 달하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 ‘빈틈의 온기’를 냈다. ‘밤의 여행자들’은 여행을 좋아하고 틈틈이 흥미로운 신문 기사를 모아두는 작가의 성향에서 나왔다. 2005년 미국 남부를 초토화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풍경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장면 등은 오랫동안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그는 “온 삶이 제 작품의 모티브인데, 몇 가닥의 모티브가 모여 소설을 쓰게 된다”라며 “재난과 여행이라는 것은 사실 떨어뜨려놓고 싶은 주제인데 이 둘을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작가에게 문학은 하고 싶은 말을 담아내는 경로, 자유자재로 생각을 풀어내는 공간이다. 미국 여성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와 도나 타트, 일본의 다와다 요코 등을 좋아한다는 그는 “소설을 쓸 때 굳이 어떤 장르라고 경계를 구분 짓지 않는 편”이라며 “제게 새로운 자극을 선사한 이번 경험을 살려 앞으로도 제가 바라보는 세상을 자유롭게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그의 지론은 더 많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좀 더 빨리 해외에서 번역돼야 한다는 것이다. ‘밤의 여행자들’은 국내에서 2013년에 출간됐지만, 영국과 미국에서는 7년이 지난 지난해 출간됐다. 2010년 나온 작가의 첫 소설집 ‘1인용 식탁’은 12년 만인 내년에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문학 번역이 대중가요보다는 전파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어 시차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지만, 해외 독자들도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빠르게 볼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