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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 평생 감기에 안걸리는 백신

    어느새 11월이다.광화문의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몸 단장을 하고 사람들도제법 두툼하게 옷을 입고 다닌다.요즘처럼 환절기가 되면 항상 유행하는 것이 감기다. 어떤 사람은 매년 때만 되면 감기에 걸려 고생하기도 한다.얼마전 뉴스에한번 접종으로 평생 감기에 걸리지 않는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꼭 1년전이다.그때 우리나라는 참으로 지독한 감기,아니 독감에 걸려 몸살을 앓고 있었다.당시 나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었는데 거의 밤잠을자지 못한 채 고민에 빠져 있었다.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금창리 지하시설문제로 나라 안팎이 온통 떠들썩했다.미국와 일본 의회 일부에서는 북한에 대해 ‘나쁜 아이’는 혼을 내주어야 한다면서 이라크와 같이 공습 등초강경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었다.그리고 이것은 ‘한반도 위기설’로 비화되고 있었다. 이 독감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그 중에서도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신인도를 높이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아픔이었다. 그러던 중 하루 나는 대통령을 뵈었다.대통령은 “이러다가 나라 전체가 큰일나겠다”“이렇게 지켜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문제는 물론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방안을 마련해야겠다”면서 나에게 구체적인 방안마련을 지시했다.해열진통제가 아니라 근본원인 치료제 투약을 지시하신 것이다. 문제는 약을 처방할 수는 있겠지만 그 약을 우리만이 아니라 북한은 물론미국과 일본 등 이웃나라들도 같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얼마후 나는 ‘당면 위협의 해소와 함께 근본문제 해결을 병행’해 나가자는 포괄적 접근구상을 마련,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여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그리고 우리의 처방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미국과 일본은 우리의 처방에 적극 공감을 표시하였다.특히한 미국인은 “한국인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 처음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다시 11월이 왔다.감기는 또 올 수도 있다.그러나 우리는 이제 걱정하지 않는다.다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근본원인 치료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나는 평생 감기에 안걸리는 백신과 같이 이번 포괄적 접근이라는 치료제로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林東源 통일부장관
  • 이 가을 영혼을 살찌우는 책들

    가을이 깊어가는 가운데 마음을 살찌우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나를 찾아가는 여행’,‘빵장수 야곱의 영혼의 양식’,‘인생으로의두번째 여행’등이 그것. ‘나를…’은 소설형식으로 다람쥐 쳇바퀴돌 듯 바쁜 일상사에 함몰된 ‘회사인간’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회사만이,일만이 인생의 전부는아니라고….일에 찌든 유명변호사가 갑자기 혈압으로 쓰러진 다음 새로운 인생을 찾아 인도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얻은 지혜를 전해주는 형식으로 되어있다.▲푸른 정원 ▲아름다운 꽃 ▲붉은 등대 ▲거대한 일본 스모선수 ▲황금 스톱워치 ▲노란 장미의 향기 ▲꼬불꼬불한 길 등의 상징을 제시하고 현실을 극복하는 마음의 힘에 관해 설명한다.로빈 샤르마 지음,산성미디어 펴냄.값 7,800원. ‘빵장수 야곱…’은 10년전 출간되어 화제가 된 명상에세이의 후속서.노아 벤샤가 지은 이 책은 가난하지만 경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빵장수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본다.여기에는 ‘어떤 질문에도 첫째 가는 가장 현명한대답은 침묵이다’,‘지혜로운 사람은 어디서나 교사를 만난다’,‘다른 이들에게 항구를 제공해줄 때 우리 자신의 풍랑이 가라앉는다’등의 지혜가 담겨 있다.김영사 펴냄.값 6,900원. ‘인생…’은 ‘30대 이후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16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중년에 다가서거나 중년에 들어선 사람을 위해 정신분석학자가 쓴 책이다.‘젊고 멋지고 용감한 왕자가 늙어 대머리가 되고 공주가 중년의 위기에 처하면 어떻게 될까’를 주제로 삼아 갖가지 얘기를 전개한다.알렌 치넨 지음,황금가지 펴냄.값 8,000원. 박재범기자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 제눈의 안경

    ◆제눈의 안경 80년대말 부동산 투기는 대표적인 사회 문제의 하나였고,당시 경제기획원·재무부·건설부·국세청 등 관계기관에서는 대책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그 시절 국회 재무위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재무부장관에게 부동산 투기자 명단을 공개하라며 부동산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논쟁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이 때 답변을 준비하던 누군가가 “내가 하면투자,남이 하면 투기”인데 왜 저렇게 집요하게 묻고 답변에 고생을 하는지모르겠다는 말을 해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우리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세상을 살기보다는 대개자기 자신이 입맛에 맞는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삶이란 결국 자신의이익과 편리함을 위해 핑계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나 또한 이제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이같은 핑계거리를 얼마나 많이 쌓아왔는지 생각해보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무척이나 소를 타보고 싶었던 나는 송아지가길가에 누어 있는 것을 보고 살그머니 다가가송아지 귀를 붙들고 올라탔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송아지가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송아지 위에 올라탔던나는 길바닥에 나가 떨어졌고 그 때문에 손목이 삐어 손이 퉁퉁 부어버렸다. 어른들께서 왜 손이 삐었느냐고 물어보시기에 돌부리에 채어 넘어졌다고 핑계를 댔지만 사뭇 송아지가 미웠다.그래서 어른들 몰래 송아지를 작대기로때리고 발로 차면서 나의 부주의를 분풀이했다.철이 채 들기 전인 어린 나이에도 내 부주의를 송아지의 탓으로 돌렸던 것이다. 이솝 우화에 어느 여름날 오후 목마른 여우가 길을 가다가 먹음직한 포도송이를 보고 뛰어올라 따 먹으려고 몇차례 시도하다 포도송이는 따 먹지 못하고 엉덩방아만 찧고 말았다.여우는 자기의 능력이 안됨을 탓하지 않고 “저포도는 틀림없이 신 포도여서 맛도 없을 거야.그래서 먹고 싶지 않아”라며입맛을 쩍쩍 다시면서 떠나가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합리적인 생각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리석음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본다. 어쩔 수 없이 ‘제눈의안경’을 쓰고 하루하루 자기 합리화를 위해 살아갈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할지라도 더불어 사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가끔은 “우리 모두의 눈에 맞는 안경”을 쓰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이건춘 건설교통부장관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金光雄 중앙인사위 위원장

    창 밖의 경복궁 돌담이 가을비를 맞고 있다.이곳에 이사오면서 사무실이 더 위층이었으면 경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을 거라며 아쉬움을 느꼈던 것이 지난 초여름이었으니 ‘정부생활’도 벌써 반년째로 접어든 셈이다. 처음엔 이 생활을 장(鳥籠) 안에 갇힌 새로 표현하곤 했다.학교에 있을 때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표현과 행동의 자유가 적어 어떤 틀 속에 갇혀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을 했었다.이는 생활의 단순함에서만 오는 것만이 아니다.관료조직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기계 같아서 그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위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하나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는 개인의 자유 의지가 작용할여지가 별로 없게 된다.혹시 지위가 높은 사람은 좀 낫지 않을까 하고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간의 경험을 미루어 보건대 전혀 반대라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생활은 좀 자유로웠느냐고 묻는다면 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유감스럽게도 대학에서 자유가 억압된 때도 많았다. 대학도 예외없이 거대 조직이어서 그 안에서 자유를 구가한다고 생각하는 교수들도 부지불식간에 조직의 부품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다만 두 집단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이미지 차이에서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걱정스러운 것은 전자정부다,디지털행정이다 하면서 조직에의 매몰이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는 점이다.행정이 디지털화하면 모든 업무가 이진법에 따라 숫자로 기록이 남게 되고,좀더 정확해져서 업무의 전문성과 일관성이높아지겠지만 동시에 신축적인 여유가 작용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때문이다.관료조직이 시대변화와 함께 뉴턴의 기계론에서 탈피하여 지각론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서도 조직의 기계적인 속성상 옛 패러다임에서 벗어날수 없다는 점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어떻게 해야 이 모순을 극복할 수있을까. 매년 가을 이맘때가 되면 학교 후문 낙성대길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캠퍼스에 들어서서 순환로를 따라가노라면 관악의 나무들은 붉은 물감을 한껏 뒤집어쓰고 기계처럼 굳어버린 사람의 마음을 열어준다.그러면서 여유도 심어준다.경복궁 돌담을 따라 효자동으로 가는 길가에도똑같은 은행나무 단풍잎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틀 속에 여유와자조(自照)를 담으라고 재촉한다. 김광웅 중앙인사위 위원장 【필진이 바뀝니다】 이달부터 ‘국무위원 에세이’ 필진이 바뀝니다.앞으로 3개월 동안 집필하게 될 새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강봉균(康奉均) 재경부장관 ▲김광웅(金光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이건춘(李建春) 건설부장관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가나다 순)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金明子 환경부장관

    현대문명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특징지어진다.그 속에서 대중소비사회의 꽃은 자동차였다.그 자동차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게 된 것은 참으로 큰 변화였다.그런데 그 이동의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었다.자동차가 내뿜는 무차별한 매연 때문에 눈과 목이 따가워지고,소음 때문에 머리가 아파지고,막히는 길 때문에 차를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자동차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에 끼게 되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프랑스,스위스에서는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죽은 사람들이 교통사고 사망자를 앞질렀다고 한다.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죽음을 놓고 그 사인(死因)이 자동차 매연이라 보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적이 있다.자동차 배출가스가 생명을 좀먹는 살인가스 수준에까지 이른 셈이다. 서울시의 경우 대기 오염물질의 85% 이상을 자동차가 내뿜는 것으로 되어있다.지난해보다 부쩍 늘어난 금년 여름의 오존주의보도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와 관계가 깊다.이러다가는 일본과 동시에 치르기로 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오존주의보 속에서 열게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대도시의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는 일은 특히 시급하다.내년부터는 새로운 사업으로 대도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 시내버스를 오염물질이대폭 줄어드는 천연가스 버스로 교체하는 계획이 추진된다.중장기적으로는저공해기술 개발을 통해 원천적으로 오염물질이 크게 줄어든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일을 해내야 한다. 신기술에 의해 오염 걱정이 없는 자동차가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날까지,좀딱한 일이기는 하지만 교통량을 조절하는 지혜로서 오염 배출을 줄이는 것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될수록 승용차 운행을 자제하고,올바른 운전습관을 갖는 일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걸어다녀도 될 데를 구태여 자동차를 타고 있지는 않은가.조금 빨리 가겠다고 급출발·급가속을 버릇처럼 하고 있지않은가.불요한 공회전을 하고 있지 않은가.한번쯤 자신을 돌아볼 일이 많다. 올바른 운전습관으로도 30% 이상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자동차 덕분에 누리는 편의가 나를 포함한 우리의 생존 조건인 공기와 기상을 망치는 것이라면,자동차는 더 이상 문명의 이기가 될 수 없을 것이다.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는 길은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일이지만 우리 모두가 실천에 옮김으로써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 ‘희망’이다. 김명자 환경부장관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서정욱 과학기술부장관

    인스턴트 식품이란 조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던 음식을 즉석에서 만들어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슈퍼마켓에 가면 냉동건조 커피,열풍건조 라면을 비롯하여 자장면,매운탕,청국장 등 즉석에서 해먹을 수 있는 식품들이 즐비해우리의 식문화(食文化)는 갈수록 인스턴트화하고 있다. 미국 유학시절에 나는 맥도널드 햄버거,켄터키 후라이드 치킨,피자 헛 등즐비한 패스트푸드 서비스 체인을 보면 부럽기만 했다.먹을 것이 부실하던고국의 젊은이들이 가엾다는 생각마저 들곤 했다. 지금은 이들 패스트푸드 체인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 우리 젊은이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다.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런 상황을 반겨야 할테지만,이렇게 나가다가는 젓가락을 쓸 줄 모르는 세대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실제로 요즘엔 집에서도 서구식 식품만을 먹고,김치를 안먹는 어린이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의 식문화는 전통을 잃어 가고 있다.여성들이 예비신부로서 전통음식조리를 배우기 위하여 학원에 다니는 것을 보기 힘들고,어머니들이 시집갈딸에게 음식솜씨를 가르치는 것도 보기 어렵다.며느리들이 시댁의 된장 맛을전승(傳承)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젊은 남성들도 아내가 차려준 아침은 신혼의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직장근처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는 사람이 늘어간다. 이제 어머니의 구수한 된장찌개 맛은 모정(母情)의 옛 추억일 뿐,슈퍼마켓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각종 인스턴트 요리로 세대단절(世代斷絶)이 되었다.우리 고유의 식문화는 인스턴트 식품의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로 인하여입맛까지 외래 인스턴트 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의해 침식당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최강의 경제를 누리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그것은 최강의농업과학 국가로서 세계의 식량시장을 지배하고,인스턴트 및 패스트푸드 산업으로 세계 인구의 입맛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전통음식을 인스턴트화하고 패스트 서비스화해 우리의 식문화를 보존하고 식품산업을 보호해야 한다.포장김치의 수출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서정욱 과학기술부 장관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김기재 행정자치부장관

    나의 고향은 경남 하동군 고전면인데 북쪽으로 조금 가면 지리산 국립공원과 화개마을이 있다.그 지역은 경상남도 남서부에 위치한 곳으로 전라남도광양군과 구례군이 접하고 있어 동서화합의 상징으로서도 의미가 있는 곳이다.화개마을에는 ‘화개잎차’라 하는 차나무가 많은데 마을사람들이 ‘잭살’ 또는 ‘잭살차’라고 부르는 이 차는 찻잎이 마치 참새의 혀와 같이 생겼다고 해서 ‘작설차’(雀舌茶)라고 부른다.‘삼국사기’에 신라 흥덕왕 때당나라에서 차나무를 들여와 지리산 기슭에 심었다는 기록과 조선시대 실학자인 정약용이 화개마을 언저리에 차 씨앗을 심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이 곳의 차 재배 역사는 매우 오래된 것 같다.아마도 낮과 밤의 온도차가크고 안개가 자주 끼는 지리산 자락이 차나무가 자라기에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요즘 커피보다는 녹차를 즐겨 마신다.커피의 진한 맛보다는 녹차에서우러나는 향긋한 맛이 더 좋기 때문이다.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광화문 거리를 내다보면 바삐 움직이는 차량행렬이 눈앞에 들어온다.하루의 일과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가운데 마시는 한 잔의 차는 내가 할 일에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두 차례에 걸친 정부 구조조정을 통해 동료직원들을 떠나 보내야만 했던 아픔과 지난 7월의 집중호우,연이은 태풍 올가로인한 수재민들의 고통 그리고 정부의 후속대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대한 걱정 등.이때 한 잔의 차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해주고 일의 순서를잡아나갈 수 있게 해 준다.차는 체내의 노폐물을 깨끗하게 씻어내면서 마음속까지 깨끗이 씻어내 주는 듯하다.또한 손님과 마주앉아 함께하는 한 잔의차는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준다.그래서 차에는 조용한 자기성찰이 있고끈끈한 정이 있다. 한모금의 차 향내가 오관을 통해 내몸의 전신으로 퍼져나갈 때 내밀하게 퍼지는 즐거움과 상쾌한 기분을 느낀다.차는 내게 있어 단순한 마실거리가 아니며 나의 일상을 풍요롭고 풍부하게 해준다. 아내도 나처럼 차 마시는 것을 즐긴다.가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면 밤늦은 시각에도 아내는 나에게 한잔의 차를 권한다.녹차에 들어 있는 카페인과 비타민 성분이 알코올 분해효소의 작용을 증대시켜 술이 빨리 깨는 것을도와준다며.그러나 아내는 찻잔을 통해 되도록 많은 사랑과 깊은 정을 나누고픈 마음일 것이다. 김기재 행정자치부장관
  • [화제의 책]

    ■ 정운영교수가 던지는 사회비판·반성 시평집 논객으로 정평이 난 경기대 정운영 교수가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사회에 던지는 비판과 반성의 시평집이다. 최근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을 모아 엮었다.국제통화기금(IMF) 개입부터올 상반기까지 우리 사회의 어지럽고 참담했던 실상을 수기 형식으로 적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비판하면서 침몰 위기에 빠진한국경제의 실상과 정치현실을 질타하는 등 특유의 ‘삐딱하게 세상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지만 밑바닥에는 경제학자의 시선이 깔려 있다. ■ 소수민족의 독특한 삶·언어 소개한 문화기행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의 독특한 삶과 언어를 컬러 사진과함께 묶은 문화 기행. 저자인 관동대 연호택 교수는 지구촌 오지의 소수민족 풍습을 연구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직접 다녀왔다. 연 교수는 파키스탄의 장수마을 ‘훈자’에서부터 뉴질랜드의 ‘마오라족’에 이르기까지 12개국의 오지마을을 답사했다. 연 교수는문명인의 ‘그릇된 오만’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고유한 문화와 풍습을 간직한 채 자신만만하게 지내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는 “깊숙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렸다”고 밝힌다. ■ 학교교육의 붕괴현장 생생히 묘사 ‘수업 종소리가 고문받으러 가라는 소리로 들린다는 고교생들,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라 쩔쩔매는 교사들…’.학교 교육의 붕괴현장을 선입견없이 내시경으로 들여다 보듯 살펴본다. 다소 충격적인 이 책은 이른바 문제아로 찍힌 학생들,친구들에게 소외된 학생들을 위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저자는 그러나 청소년들의 자생력을 믿으며 이 자생력이 학생과 교사,나아가 학교 전체를 구원해줄 진실한 ‘학교종’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여성신문에 ‘지금 교실에선’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년간 연재된교육에세이를 묶은 것이다.인기방송 드라마 ‘학교’에서도 이 에세이를 소재로 활용했었다. [정기홍기자]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金明子 환경부장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라고 하는 서해안에서는 이 순간에도 간척사업을 하는 불도저의 굉음이 요란하다.세계 최대 간척지임을 자랑(?)하는 새만금호사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60년대 이후 간척사업은 도로,철도,댐 건설과 더불어 국토개발의 첨병 역할을 맡아왔다.그 결과 삽교천,시화호,서산간척지 등지도를 바꾸는 대역사(大役事)가 거침없이 추진되었고,4,000㎞에 이르는 갯벌의 40%가 사라져갔다. 식량 자족(自足)이 국정목표였던 시절 바다를 막아 농지를 만들어내는 일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돌이켜보면 생태적 가치에 대해 무지한 소치였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보릿고개의 전설이 잊혀진 뒤에도간척사업이 중단없이 추진되어온 것은 갯벌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불모지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은 아닌가. 갯벌은 과연 불모지인가.요즘에는 자연생태계의 가치를 새롭게 보면서 갯벌의 생태적,경제적 가치에 대해 재평가를 내리는 작업이 활발하다.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의하면 연안 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1㏊당 9,900달러로 농경지의 92달러보다 100배가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갯벌은심미적,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어패류 등 생산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매겨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어느 연구에 의하면(Odum 교수) 0.01㎢의 갯벌이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을 하루에 21.7㎏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말하자면 새만금지구의 갯벌이 10만t 규모의 하수처리장에 버금간다는 얘기가 된다.갯벌의가치는 이밖에도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다.벌써 뻘로 만든 화장품이 등장하고 머드팩이 인기상품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갯벌은 보호 대상으로 바뀌어야 한다.국제적으로도 ‘람사협약’이 체결되어 갯벌 등 습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희귀한 우리 자연유산의 가치를 유지하고 전승하는 일은 우리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더욱이 서해안은 중국과 우리나라,북한의 오염물질을 모두 떠안아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라서 더욱 그러하다.갯벌로라도 서해안 정화를 위한 자연적 하수처리장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명자 환경부 장관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車興奉 보건복지부장관

    지난 18일 밤 9시가 넘어서야 국정감사가 끝났다.국감을 끝내고 간부직원들과 함께 국회 앞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던 중이었다.한간부가 “장관님,올해는 저희 부부가 은혼식을 맞는 해인데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법에서 보장된 휴가지만 제대로 갈 수 없는 공무원들의 사정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이다.일에 쫓기어 휴가를 반납하거나 차일피일 마루다가 아예 못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나는 그가 나에게 특별히 청원을 한 이유를 안다. 바쁜 줄 알면서 휴가 가기가 미안했기 때문이다.나는 그 간부에게 일 걱정말고 휴가를 다녀오라고 했다.기왕이면 추억에 남을 수 있도록 부부동반으로유럽여행을 가는게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은혼식은 결혼 25주년을,금혼식은 결혼 5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니까 부부의해로를 상징하는 뜻있는 행사임에 틀림없다. 나는 몇년 전 은혼식을 맞아 집사람과 단체관광 팀에 끼여 유럽여행을 다녀왔다.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도 가 보았다.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나란히 그린 화가는 그림에다가 ‘은혼식 기념’이라는 글씨를 정성스럽게 적어 주었다.지금도 그 그림을 집에 걸어두고 있다.육로로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와 스위스의 루체른을 거쳐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는 길에 알프스 산을 넘었다.여행 가이드가 버스 안에 설치된 TV로 대학시절에 보았던 영화 ‘사운드 오브뮤직’을 틀어주었다.영화 속에서는 줄리 앤드루스가 아이들과 함께 알프스고개를 넘으며 그 유명한 주제가를 부르고 있었다.나와 집사람은 버스로 영화 속의 바로 그 고개를 넘고 있었다.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는데,집사람과 먼 이국에서 나누는 정취는각별한 것이었다.영화 속의 ‘에델바이스’를 콧노래로 따라 부르며 감흥에젖어 보았다.혼자였으면 과연 이런 감흥을 느낄 수 있었을까.그야 말로 휴가의 여유로움과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공무원도 인간이다.한 집안의 가장이다.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도 바로 선다.공무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만,휴가도 값지고 알차게 보내야 한다.그래야인생이 풍부해지고 활력도 생겨난다. 특히 장년기의 공무원들은 모름지기 휴가를 배우자와 해로의 정을 나누는시간으로 삼는 것이 좋을 듯하다.부부가 행복하게 해로하는 모습은 참으로아름답지 않은가. 차흥봉 보건복지부장관
  • [각료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이상용 노동부장관

    일전에 어떤 책에선가 일생일업(一生一業)이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일생일업,한평생 하나의 일에 몰두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에 한가지 일에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오로지하나만을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한다면 안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큰 일을 이룬 사람을 보면 한결같이 하나의 일에 일생을 바친 인물들이다. 그러한 사람들은 스스로가 늘 행복해 보이고 어떤 일에 부딪쳐도 자신감에차 있다.누가 보기에도 아름답고 존경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는가보다는 그 일에 대해 얼마나 많은열정을 불살라 내는가에 있는 것 같다. 일(事)은 곧 업(業)이다. 큰 일을 대업(大業)이라 하고 위대한 일을 위업(偉業)이라 하며 새로운 일을 창업(創業)이라 한다. 자기 일에 전념 몰두하지 않는 자가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없고,그런 사람이 하는 일이 위업이 될 리가 없다.창업은 곧 위업의 전제인 것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벌여 나가는 데 주저해서는 안된다.늘새로운 방법,새로운 길이 있으면 언제나 그것을 택해야 한다. 새로운 것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어 역동적인 조직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소중한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고 전례를 중시하는 것이 늘 지적되는 관료제도의 큰 병폐이며 비판을 받는 사항임을 감안할 때 공직자 하나하나 스스로 자기의 위치에서 새로운 것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바로 창업의 정신이요,새 천년을 준비하는 공직자의 자세라 생각한다. 창업의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그것을 위한 탐구하려는의지가 지속적으로 견지되어야 할 것이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고민하려는 자세이다. 제도란 것은 언제나 현실을 반영하기에 시차적으로 늦게 마련이다.그렇기에 꾸준히 제도를 개선하여 제도의 현실감을 높여 국민의 만족을 이끌어 내는것이야말로 공직자의 일생일업이 아니겠는가. 먼저 공직자가 국민이 소망하는 부분을 미리 찾아내고 지체된 제도를 개선해 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창업이며,공직 사회에 창업의 정신을 가진 공직자가 늘어간다면 정부에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두터워져 갈 것이다. 지속적인 고민과 끊임없는 발상의 전환,자신의 분야에서 챔피언이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프로 근성을 가진 ‘창업가적 공직자’의 모습이 바로 새 천년 조국이 원하는 모습임에 틀림없다. 이상용 노동부장관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서정욱 과학기술부장관

    웃음과 유머는 생활의 지혜다. 인간은 웃을 줄 알기 때문에 만물의영장이라고 한다. 웃음은 인간생활의 활력소이며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그 가치는 더 커진다. 인간이 고독에 시달리고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있을 때 웃음이나 유머는고독을 달래고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해서 생활을 풍요롭게 만든다.유머는단순히 우스갯소리나 농담이 아니다.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원천으로한 따뜻한 마음씨와 태도에서 우러나온다. 유머감각은 오히려 웃을 수 없는 심각한 고민이나 뼈 아픈 고통 속에서 발달한다.유머란 아픔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아량이라고 할 수 있다.고민이나낙담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성숙하고 사려깊은 유머의 참모습이다. 사람은 가면을 쓰고 산다.생긴 대로의 얼굴을 드러내기가 두렵고 생긴 모습보다 잘보이려고 가면을 쓰고 산다.유머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참모습을 드러내는 위력을 갖고 있다.유머러스한 일은 무의식 중에,예기치 않은 상황 중에 일어나 일생 동안 소중히 지켜온 가면을 용서 없이 벗어던지게만든다.꾸며놓은 완벽한 모습이 아니고 생긴 대로 인간미가 있는 어수룩한 참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일지 모른다. 가면을 벗고나서야 비로소 인간은 새로운 자기인식이 가능해진다.가면을 쓴채로 사는데 길들면 본래의 자신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진다. 자기기만(自己欺瞞)을 타파해야 비로소 깊은 자기통찰이 가능해진다.자신을 밖에서 바라보고자신의 결점이나 실패에 대해서 비웃는 자기풍자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자기풍자는 열등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또한 인간관계를 원활히 유지하기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했다.인간은 원래 완전한 영지(英知)와는 거리가 먼 존재이고 정도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어리석은 존재다.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웃을 수 있는사람이야말로 현명한 사람이다.인간적으로 성숙하고 정말로 자유로운 마음을갖는 사람만이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도 마음으로부터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자기풍자는 유머의 극치이다.각박한 세상일수록 웃으며 살자.
  • [각료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金明子 환경부장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삼십여년,그 뒤로 대형 국책사업은 근대화의 표상(表象)인양 거침없이 전개되었다.그 결과 국가 기술력을 결집하여 경제 발전에 기여한 측면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런데 대형 사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복합적 성격을 띠는까닭에 실패의 위험성 또한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최근의 몇몇 사례는 이들사업의 추진이 더 이상 종전의 방식으로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교훈을 남기고있다. 사업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간과되어 환경적으로 보면 ‘차라리하지 않음만 못한’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철도사업,시화호,새만금호 사업 등은 그런 사례로 꼽히기에 충분하다. 선진국의 경우 대형 국책사업은 장기적 안목에서 시스템의 적합성과 사업추진에 따르는 부정적 영향 등을 이모저모 철저히 검증한 후에 진행된다.그가운데 환경영향평가를 빼놓을 수가 없다.프랑스가 TGV 건설공사에서 인공위성 측량으로 노선 설계를 했고,주변의 생태계 변화를 예측해 환경 보전에 만전을 기했던 것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우리의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사후 모니터링 체계까지 갖추어져 제도의 꼴로본다면 선진국에 못지 않다.그런데 환경 지키기의 파수꾼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그것은 단적으로 제도의 실제 운영이 본래의 취지와 사뭇 다르게 모양 갖추기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물론평가기법과 전문성 등 개선의 여지도 많다.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아직까지도 우리의 정책 기조가 개발과 성장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앞으로 이들 사업에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의 기본정신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그 사업이나 관련 정책이 미치게 될 환경적,사회경제적인 영향에 대해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평가하고,관련 부처는물론 지자체,사업자,전문가,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이루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나아가 주요 정책과 법안에 대해서도 환경영향을 검증하는 단계까지 진전되지 않고서는 날로 심화되는 환경재난을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이미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이렇듯 진화된 형태의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어찌 보면 시간이 걸리고 비효율적인 과정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결국에는이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환경을 단단히 지킬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김명자 환경부장관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金杞載 행정자치부장관

    지난 8월 초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경기도·강원도 등 중부지방에 집중폭우가 쏟아져 내렸다.당시 5,000만 모든 국민이 하늘을 야속하게 생각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형국이었다. 상흔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현재 항구적인 복구를 위한 대책마련에 온갖 지혜와 역량이 한데 모아지고 있다.지난 1개월여 동안 현장을 가득 채운 헌신적인 이웃들의 모습과 제각기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가 밝을 수밖에 없다고 느낀 것은 유독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때,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자신의 몸을 던져 시설을 지킴으로써 공공재산을 보호함은 물론 주민의 불편을 크게 해소시켰던일,수재의연금 모금이 발표되자마자 ARS와 언론기관의 모금창구에 물밀듯이밀려오는 따뜻한 이웃사랑의 물결,수해현장에서 우리나라 자원봉사자와 함께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이방인들의 땀흘리는 모습은 지선지미(至善至美)의 결정체였다고나 할까. 특히 시·도의 자원봉사센터가 주관이 되어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와 함께벌인 중부지방 수해지역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은 인상적이었다.아직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 자원봉사체계가 자리를 잡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지역봉사센터를 통해 2만8,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고 이를 통하지않고 자율적으로 활동을 벌인 봉사자까지 합하면 줄잡아 5만여명이나 참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자원봉사자가 한 몫을 톡톡히 해냄으로써 자원봉사 천국이 될 가능성을 볼 수 있었음은 이번 수해로 인해 얻은것 중 가장 값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했다.사랑의 실천으로 이웃을 보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생활 자세는 우리 사회를 활기차고 서로 화합하는 분위기로 이끌어나갈 것으로 믿는다. 보람과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던가.우리 사회에 이런 아름다움이 있는 한 우리의 앞날은 밝을 것이다.
  • [각료 에세이] 이상용 노동부 장관/ 인재를 아껴야 한다

    고서에 이르기를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못하다”고 했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나 역시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일은 곧사람’이라는 생각을 절감해 왔다. 흔히 사람을 키우는 일은 나무를 심어 가꾸는 일에 비유된다.연약한 묘목을심어 쓸만한 재목으로 키우기까지 숱한 세월 동안을 병마와 풍파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처럼 사람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재목이라 하더라도 홀륭한 목수를 만나지 못한다면고목으로 시들어 갈 수밖에 없다.훌륭한 목수와 만났을 때 재목은 비로소 동량의 몫을 하게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면 새 천년의 동량으로 잘 자란 재목인 공무원을 어떻게 하면 더 잘가꿔 나갈 수 있을까. 눈 앞에 진행되고 있는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지식 근로자가 중요성을 갖는 것처럼 공직사회에서도 지식 공무원을 육성하고 가꾸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는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변화무쌍한 시대를 살고 있다.이러한 환경에서 내일을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정책입안관료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하지만 지나친 신중함은 오히려 과감한정책의 발굴·시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이와 관련,책임에 따른 문책의 원칙과 방법이 중요하다.책임이 있을 때는과감한 처리가 일벌백계의 성과를 가져옴은 물론이다.매사를 감싸고 보호하는 일로 일관한다면 조직의 생명인 기강은 죽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사람을 다스림에 있어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침은 없다.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생한 불상사에 대한 원칙 없고 합리성을 결여한 문책은 묘목을 강하게 만들기보다 잘라버리거나 더 이상 성장을 멈추게 만드는 독약이될 수 있다. 더구나 한 사람의 일꾼을 키우고 또 그가 하는 일의 기회비용을 계산한다면그 사람을 문책하고 다치게 하는 일에서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돌이켜 회고해 보면 문책보다는 과감한 용서와 격려를 통해 새 힘을 얻어더욱 중요한 자리에서 나라 일에 봉사하는 일꾼들을 수없이 보아왔다.공직사회도 창조적인 인재의 사고 흐름이 우대받게 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유연하고 과단성 있는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이상용 노동부 장관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차흥봉 보건복지부장관

    지난 추석 성묘 길에 초등학교 1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찾아 뵈었다.6·25동란이 나기 한해 전 1949년에 헤어진 후 50년 만의 만남이었다. 고희를 넘기셨지만 곱게 늙으신 모습에서 젊은 시절의 청초하고 단아한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나는 지금도 선생님을 처음 뵙던 날의 기억이 선명하다.고운 얼굴에 곱게 파마를 하신 모습은 영화배우 못지 않게 예뻐 보였다.벨벳 투피스를 입으셨는데 산골농촌에서 무명옷을 아무렇게 꿰어 입고 논둑길을 뛰어다니던 나에게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았다. 양말이라는 것을 구경도 못하고 맨발에 고무신 신고 다니던 촌놈이 그때 스타킹이라는 것도 처음 보았다.선생님의 종아리에 길게 나 있는 스타킹 재봉선을 보고 맨살이 찢어져 꿰맨 자국이라고 여겼을 정도였다.그 당시 나에게그 선생님은 실로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내가 선생님을 아직껏 기억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그것은 ‘성공경험’이라는 선물 때문이다.선생님은 나에게 학급의 반장 일을 맡겼다.개구쟁이처럼 들녘과 산자락을 헤집고 다니던 나는 반장이라는 직책이 무엇인지도잘 몰랐다.또 공부가 뭔지도 모르는 철없는 개구쟁이였다. 그 철없음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실망을 드리면 안되겠다는생각이 들었다.시험을 보면 선생님은 늘 100점을 주셨다.반장이어서 그랬는지,아니면 진짜 성적이 좋았던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공부에 대한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그때 이후로 공부가 재미있었다.집안이 가난하고 어른들이 학교 근처에도 못가본 환경에서 내가 공부에눈을 뜨게 된 것은 선생님의 교육적 지도 때문이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성공경험을 갖게 되지만 특히 어린 시절의 성공경험이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나는 체험으로 느낄 수있었다. 지난 추석 선생님을 만나던 날 나는 성공경험의 교육적 지도를 해주신 선생님에게 진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그리고 선생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하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다짐을 했다. 차흥봉 보건복지부장관
  • 각료에세이 열린 마음으로-徐廷旭 과학기술부장관

    현대는 번호문명사회라고 할 수 있다.주민등록 및 여권 번호를 비롯해 전화,자동차,은행계좌,신용카드 등의 번호에 회원권 번호,군번 그리고 인터넷 주소와 각종 비밀번호를 합치면 번호에 얽매여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셈이다.이들이 없으면 사회생활을 할 수 없고,이들을 외우고 다녀야 편리하고 신뢰를 받는다. 나는 직장을 옮기거나 할 때,번호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모임에 갔다가 자동차를 부르려 해도 번호를 외우지 못해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요즘도 사무실에 한번 전화를 걸려면 온갖 기억력을 동원해야 한다.평소에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경험이 없는 터라 외국 출장 중에 현금을 인출하려다비밀번호를 맞추지 못해 망신당한 일도 있다. 이것이 나이를 먹어 생긴 건망증인지 아니면 ‘번호문명 부적응증후군’인지 전문가가 아닌 나로선 알 길이 없다. 아인슈타인 박사가 프린스턴대학 내의 고등연구소에서 일하던 시절의 일화다.연구소 비서실에 박사의 주소를 가르쳐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아무에게도 주소를 알려주면 안된다고 아인슈타인이 지시했기 때문에 비서는 정중하게 거절했다.그랬더니,당혹스러운 목소리로 “큰일났네.바로 내가 아인슈타인이네.산책을 나왔다가 집을 잊어버려 헤매고 있으니 내가 사는 거리이름과번지수를 빨리 가르쳐 주게나”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면 천하의 천재 아인슈타인도 별 수가 없는 것이다. 노인들이 노년치매에 걸려 자기집을 못찾는 일이 흔히 있다.특히,외관이 거의 비슷한 대단위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는 노인네들이 경로당에 갔다가 자기집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도 노경에 이르러서는 노인성 치매에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 이보다 심각한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원인이 해명되지 않은 난치병으로서 아직 예방 및 치료법이 없다고 한다. 20세기의 과학기술이 인류를 빈곤으로부터 해방시켰다면 21세기의 과학기술은 치매증,암 등 불치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는 위업을 성취해줬으면 한다.이것은 또한 20세기의 과학기술에 기여한 업적이 별로 없는 한국의 과학기술이 21세기에 도전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서정욱 과학기술부장관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金明子 환경부장관

    글자 그대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그 중 하나가 명절의 풍속도일 것이다.명절을 맞으면 도로마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고생길도 마다 않고 일제히 고향으로 향한다.이번 추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각기 차고 있는 시계 바늘 움직임만 좇아 정신없이 살다가,정성껏 차린차례상을 앞에 놓고 둘러앉는 순간,아마도 가장 강렬한 뿌리의식을 느낄 수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뜻깊은 명절날 가정의 부엌 사정은 딱히 즐겁다고만은 할 수없다.차례상하며,끼니마다 차려내는 밥상은 그렇다 치고,술상이야 다과상이야,집안의 여자들은 상 차리고 치우다가 몇 날이 가기가 십상이다.보릿고개를 기억하던 세대에게는 가을걷이의 풍요는 그야말로 축복이었고,명절날은평소에 맛보기 어려웠던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 시절에 비하면,지금 우리는 참으로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그래서,쓰고버리는 쓰레기 양도 엄청나게 늘었다. 그런데,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미국의 경우에 비교하면 단위면적당오염 기여도가 10배가량 된다.좁은 땅에 인구밀도가 세계 3위이고 보니,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미국의 10배가 된다는얘기이다. 이번 추석에도 전국 곳곳에서 무단 투기된 쓰레기 양이 상당히 줄기는 했으나 역시 많았다고 한다.가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도 많았을 것이다.98년도 한 해 동안 우리가 만들어낸 생활쓰레기는 하루 약 4만5,000 t 이었다.그 중 음식물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7% 정도이다. 음식물쓰레기는 물기가 많아서 소각처리도 힘들고,매립하는 경우 침출수 때문에 수질을 오염시킨다.더욱이 태울 곳도 묻을 곳도 찾기가 어렵다.그래서궁여지책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나 퇴비로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으나,거기에도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쌀을 제외한 곡물의 95%를 수입에 의존함으로써 식량자립도가 30%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애써 키운 우리 농산물과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수입한 식량을 에너지와 인건비와 시간을 들여 음식으로 만든 다음,쓰레기로 둔갑시키고 다시 처리비용을 들여 사료로 만든다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어리석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게다가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환경오염이다. 추석이든 설날이든 명절은 자연을 더럽히고 쓰레기를 만드는 날이 아니라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 김명자 환경부장관
  • 한가위에 본 대한매일의 현주소

    신문이 단순한 뉴스전달자인 시대는 지났다.독자의 욕구는 다양해지고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정확하고 깊이있는 읽을거리를 요구하는 독자의 소리는 한층 커지고 있다.대한매일은 이같은 변화를 반영해 혁명적인 지면쇄신을 단행하고 다양한 연재물을 싣고 있다. 대한매일의 연재물은 ‘역사 바로보기’와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열독립투쟁’과 ‘해양한국’시리즈를 비롯,밀레니엄시리즈,‘각료에세이’,‘이어령의 새천년읽기’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개혁성향이 뚜렷한 각계 각층의 필진이 포진한 고정칼럼 대한광장과 대한시론은 국가적 주요현안을 시의에 맞게 예리하게 짚어낸다.신설된 미디어면은 자기비판에 소홀했던언론계 내부의 비리와 실상을 가감없이 드러내,언론개혁을 이끌고 있다. 이 가운데 ‘의열독립투쟁’은 정직한 역사 되찾기 차원에서 게재됐던 ‘친일의 군상’,‘민주열사열전’,‘제2공화국과 장면’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연재물이다.‘친일의 군상’의 경우 과거청산이 되지않은 현실 속에서 친일인사의 숨겨진 실상을낱낱이 파헤쳤고 ‘민주열사열전’은 아직까지도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채 묻혀있는 군사정권시절 희생자들을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제2공화국과 장면’은 부패와 무능정권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격변기에개혁을 추진하던 정권이었음을 발굴자료와 해당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내 화제를 모았다. 최근 시작한 ‘의열독립투쟁’은 평면적으로 나열된 일제하의 의·열사 투쟁사를 철저한 전문가 고증과 발굴자료로 엮어가고 있다.총 30회 분량으로지금까지 이재명 등 6명의 의열사를 다뤘다. 밀레니엄시리즈 ‘굿모닝 새천년’은 ‘패러다임을 바꾸자’라는 제 1주제아래 주 1회씩 낡고 편협한 관행과 인습을 21세기형으로 바꾸자는 캠페인을실시했다.현재는 제 2주제 ‘기초부터 다지자’편.우리사회의 속과 근간을다지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점검하는 중이다.굿모닝 새천년은 10월이후에는제3주제 ‘21세기 선진국의 길’에서 다음세기 선진국이 되기위한 인식과 규범,실천행동과제를 다룬다. 이보다 앞서 대한매일은 새천년 D-100일인 23일부터 금세기의 인류가 살아온 족적을 문명사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시리즈 ‘굿바이 20세기’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고대 우리 조상들의 해양진출을 다뤄온 ‘해양한국’시리즈는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해양활동을 10월초까지 짚어보게 된다.그 다음에는 해양자원과 활용 등 현실과 전망을 기자들이 직접 취재해 5회에 걸쳐 싣게된다. 대한광장의 외부필진으로는 언론 종교 역사 정치 등 각계의 전문가 15명을 선정해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한시론의 필진인 정보통신경영학 정치학 민주언론 분야의 전문가 8명도 현안분석 및 대안제시를 통해독자의 시각을 넓혀주고 있다. 매주 월요일 실리는 ‘집중취재-이것이 문제다’는 일간지들이 하루하루의 뉴스를 ^^는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크고도,구조적인 문제들을 심층적이고 다원적으로 추적해가는 기획물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이상용 노동부장관

    나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공직에 들어온 이후 재정을 담당하는 부서에 오래 있었던 점을 생각해 보면 내가 전공을 경제학으로 선택한 것이 결코 타고난 심성이나 자질과 전혀 무관한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내가 경제학과에 지원한 것은 어떤야망이나 소신에서 비롯된 결정은 아니었다.어쩌면 그것은 가난하고 형제가많았던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는 것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8남매의 장남이다. 나는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집에서 아주 각별한 대접을 받았다. 억척스럽고 부지런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지만,모두들가난했던 시절이었기에 그 끼니라는 것은 초근목피(草根木皮)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나에게 ‘더운 밥’을 챙겨주시려고 무던히 애쓰셨고 아버지 역시 남다른 애정을 장남에게 보여주셨다. 내가 춘천에 유학하여 중·고등학교를 다니고,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수 있었던 것도 장남에 대한 아버지의 특별한 배려였음은물론이다. 그러나 장남이라는 존재적 가치는 언제나 나의 가슴 속을 파고드는 ‘예리한 칼날’이었다. 장남으로서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각별한 대접은 바로 내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그것은 어느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어느틈엔가 내 스스로가 알게 되는 ‘장남이라는 짐’의 존재였다. 그 짐은 나에게 ‘어찌하면 우리 집안을 일으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어떤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하였던 것 같다.아마도 내가 경제학을 선택한것은 적성에 맞아서일지도 모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려운 집안에 보탬이되어야겠다는 마음이 커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내가 흔들리면 안된다’는 식의 생각이 언제나 마음 속을 떠나지 않으면서 이상적인 장남의 모습으로서 내 행동거지를 결정지었고,한 번 옳다고 뜻을 세우면 확고히 지켜나가는 심성도내가 장남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된 듯하다. 아직도 내가 장남으로서 받는 빛과 그림자는 여전하다. 하지만 이젠 장남이라는 예리한 칼날이 마음속을 그렇게 파고 들지는 않는다.짐은 아직도 존재하고 나의 모습을 결정하지만,이제는 그 짐을 질 줄 아는 법을 배웠기 때문인 것 같다.세월이 흐르면서 말이다. 이상용 노동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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