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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명문대 합격생 무더기 배출 비결 / 대원외고 이경만 교사

    궁금했다.서울 대원외국어고 졸업생 36명이 무더기로 미국 유명대학에 합격한 비결이 무엇일까.한 학생은 무려 11곳의 대학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다른 학생은 하버드대에서 장학금을 약속받았다. 이들은 모두 이 학교의 유학준비 과정인 SAP(Study Abroad Program)를 이수한 학생들이다.조기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영어를 술술 말한다는 학생들은 미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유명대학에 척척 붙었다. 그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21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대원외고를 찾아 SAP 책임자인 이경만(李慶晩·44) 국제교류부장을 만났다. ●#장면1-SAP 2학년 영어작문 시간 한 교실에서는 벽안(碧眼)의 교사와 2학년 학생 20여명이 미국 단편소설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미국인 교사는 빠른 속도의 영어로 연신 질문을 던졌다. “주인공이 산에 오르는 결말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제목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학생들은 제각각 유창한 영어와 나름대로의 논리로 대답을 쏟아냈다. 교사는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사물과 사람을 보는 것에 저마다 독특한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다만 나의 주장을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 열띤 토론을 먼저 벌이도록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면2-국제회의 현장에서 경험쌓는 여고생 조성은(17·2학년)양은 최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가 주최한 ‘황사의 지역확산과 영향에 대한 국제회의’를 참관한 경험을 얘기했다.SAP 과정에서는 학과 이외 활동을 중시하는 외국대학의 성격에 맞춰 평소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한다. 조양은 “학교 수업도 중요하지만 평소 관심이 있던 국제회의를 지켜보는 일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의 황사 전문가들이 자국의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중한 말투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나가는 외교 매너를 느낄 수 있었다.조양은 “토론을 지켜보면서 ‘외교’의 역할에 커다란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중도 포기자도 많아 이경만 부장교사는 “영재를 둔재로 만드는 한국 대학에는 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그는 “경쟁력있는 인재가 되려면 교육환경부터 남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면서 “더 많이,더 철저하게 공부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려는 아이들의 욕구 때문에 SAP가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자부했다. 1998년 시작된 SAP 과정은 철저한 학사관리로 이름이 높다.대원외고 학생은 누구나 지원만 하면 이 과정을 밟을 수 있다.하지만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탈락할 수밖에 없다.해마다 학년별로 평균 20∼30명이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다.”며 중도 포기한다. 현재 1학년 61명,2학년 50명,3학년 79명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SAP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부장교사는 이들이 하루종일 미국 대학입시 준비에 매달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학생들은 정규수업이 끝난뒤 특기적성시간을 이용,별도 수업을 받는다.외국대학의 입학전형에서는 고교 내신성적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학과공부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방과 후 SAP 수업은 철저하게 영어를 제대로 가르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외국인 교사 5명은 학생들이 평소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영어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두툼한 영어교재로 읽기,듣기,쓰기,말하기,어휘 등을 가르친다.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학업적성시험(SAT)에 대비해 영어 문법 수업도 강도높게 이뤄진다. ●인성과 다양한 경험 중시 “학과 성적도 중요하지만 인성과 체력을 겸비한 인재를 뽑는 것이 외국 대학의 특징입니다.” 이 부장교사는 “학생들이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도록 학교측이 배려하고 있다.”면서 “한 학생은 지난해 정당에서 인턴십 과정을 밟으면서 돋보이는 정책을 제안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이 학교 국제교류부 교무실에는 ‘SAP 재학생이 현장학습 때문에 결석하게 됐다.’는 공문이 쌓여 있다.그 내용도 학생들의 관심분야에 따라 ‘일주일의 영국대학 탐방’,‘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 참석’ 등 다양하다. 3년간 체계적인 SAP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3학년 12월말까지 외국의 희망대학에 정시전형 원서를 보낸다.SAT·토플 점수와 고교 내신성적,정성껏 작성한 영어 에세이를 모아 두툼한 입시원서와 함께 보내면 된다.별도의 시험없이 ‘서류전형’으로 합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부장교사는 “학교 선택에서 국제교류부의 상담교사 5명과 외국인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적성과 희망 진로에 맞는 대학을 고르고,장학금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각종 학사지원책을 검토한다. “합격자의 3분의1 이상이 전액 장학금을 받습니다.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는 것입니다.” ●세계로 진출하는 학생들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인이 되라.’가 대원외고의 교훈이다.SAP 과정을 통해 학생과 학교는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장교사는 “현지 대학 관계자들이 ‘미국의 최고 두뇌와 경쟁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의 예일·시카고·듀크대 등의 관계자가 잇따라 학교를 찾아 우수한 학생의 지원을 부탁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부장교사는 “유학을 떠난 제자들이 이메일을 보내거나 학교를 찾을 때 가장 뿌듯하다.”면서 “학생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박지연기자 anne02@
  • [공직자 에세이] 철도 구조개혁 ‘발등의 불’

    지난해 외국의 철도운영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영국과 네덜란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두 나라 모두 지난 90년대에 철도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철도구조개혁을 단행했다.운영부문을 분할해 민영화했고 경쟁입찰을 통해 장기간의 철도 운영권을 부여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기반시설을 공기업에 맡겼지만 영국은 이마저도 민영화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철도운영 민영화는 많은 성과를 거뒀다.철도수송량의 증가,철도요금의 안정,철도 운영자의 경영수지 개선에 따른 재정지원 감소 등이다.철도운영회사가 민영화된 이후 비용발생을 명확히 해 정부지원을 축소할 수 있었다. 종전에는 정부가 손실보전 방식으로 지원하던 데서 민영화 이후 입찰계약을 통해 운송서비스 제공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은 운영회사들이 경영합리화 노력을 기울인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철도는 아직도 정부기관인 철도청이 운영한다.버스·항공·해운 등 다른 운송수단은 민간기업이 운영한다.지난 70년대 철도는 40%를 넘는 수송분담률을 차지했지만 도로의 발달,자동차의 증가 등으로 최근에는 10%대로 뚝 떨어졌다.이는 운송수단으로서 철도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다. 철도의 영업수익으로 운영비 등 영업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매년 정부로부터 엄청난 재정지원을 받아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더구나 내년 4월 경부고속철도의 개통을 앞두고 있다.고속철도는 기존의 일반철도와 달리 빚을 얻어 건설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수익으로 빚을 매년 갚아나가야 한다. 경직적인 정부기관체제로 운영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이런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오랜 검토 끝에 철도구조개혁 관련 법률을 국회에 제출했다.구조개혁 방식의 골격은 철도 시설투자와 운영을 분리하는 소위 ‘상하분리’다.시설투자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책임지고,철도운영은 독립 경영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이는 도로ㆍ항만 등에서 기반시설은 국가가 건설하고 운수사업은 민간이 영위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들은 철도노조의 반대와 정치일정 등에 따른 국회의 심의 보류로 안타깝게도 현재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우리의 철도구조 개혁방안은 영국과 네덜란드의 민영화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한다.100년간 지속돼온 정부기관 운영체제를 보다 효율적인 체제로 전환해 우리 철도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하는 첫걸음일 뿐이다. 즉 철도시설과 운영을 분리하여 각각 공단과 공기업으로 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시설투자에 대한 국가책임을 분명히 하고 운영자는 상업적 영업만 전담케 하려는 것이다. 지금 철도는 도로·항공 등 다른 수송수단과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지속적인 운임 인상에도 불구하고 영업수익은 정체되어 있는 반면 영업비용은 점증하고 있어 부채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경부고속철도의 개통,유라시아대륙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 연결 등은 철도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호기다.철도를 둘러싼 이러한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을 맞아 철도 관계자의 동참 속에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속철도 개통 이전에 이루어지도록 모두가 적극 협력해야 할 때다. 임해종 기획예산처 교육문화예산과장
  • [맛 에세이] ‘하늘의 옥찬’ 복어

    ‘하늘의 옥찬(玉饌)이요,마계(魔界)의 기이한 맛’이라는 복어.한번 맛보면 결코 잊을 수 없다는 복어 철이다. 세계 120여종의 복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참복으로 통하는 검복,까치복,자주복 등을 식용으로 쓴다.검복을 최고로 치는데 살이 찌는 늦가을에서 초봄까지 맛이 좋고,이때 제주도 근해에서 많이 잡힌다.서해안에만 사는 황복은 요즘이 제철이다.하지만 보호어종으로 묶여 마음대로 잡을 수 없다. 배가 볼록하여 하돈(河豚)이라고도 하는 복어는 성질이 탐욕스러워 무엇이든 마구 물어댄다.그래서 속담에 원한으로 이를 바드득 바드득 가는 것을 두고 “복어 이 갈 듯 한다.”고 한다. 복어는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며 양질의 아미노산과 타우린,칼슘,비타민B1·B2 등이 풍부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 예로부터 최고급 식품으로 지칭됐다.맛이 좋고,알코올 분해 능력도 뛰어나 해장국으로도 인기가 높으며,당뇨병이나 간장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도 좋다. 그러나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독이 있는데 산란기 전인 5∼7월에 최고조에달한다.독성은 청산가리보다 13배나 더 강해서 0.5㎎만 먹어도 목숨을 잃는다. 복어 한 마리에 보통 어른 33명을 죽일 수 있는 독이 있고 치사율도 60%에 이른다.난소에 가장 독이 많고,그 다음이 간·피부·장의 순이며,근육에는 적다.맛이 뛰어나지만 잘못 먹으면 생명을 잃게 되므로 전문가가 아니면 다룰 수 없는 생선이다. 복어 살은 백옥같이 희고 맑으며 광채가 있다. 기름기가 없으면서 담담하고 싱겁지 않다.복어는 회맛이 일품인데 흰 접시에 백지장처럼 얇게 저며 놓은 복어회는 투명하여 마치 빈 접시 같이 보인다. 복어 고유의 맛과 향기를 맛보기 위해서다.두꺼우면 향미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 육질이 질기기 때문이다. 포를 떠서 고춧가루를 넣은 양념에 버무려 볶아먹는 복불고기는 감칠맛이 있다. 복어 살을 소금,후추,정종으로 밑간을 하여 튀겨낸 복튀김은 바삭하면서도 야들야들한 고기 맛이 일품이다. 복어는 지리나 매운탕으로 많이 먹는다. 탕을 끓일 때 미나리를 곁들이면 독특한 향미의 기름 성분이 해독작용과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저항력을 향상시켜준다. 복 껍질은 콜라겐 성분이 많아 익히면 꼬들꼬들한 젤라틴이 되므로 흔히 조금 삶은 다음 안주로 이용한다.씹히는 맛이 좋아 술꾼들이 좋아한다. 복어 지느러미는 불로 조금 태운 다음 데운 청주에 띄워 마시는 데 이용된다.특히 일본인이 좋아해 ‘히레사케’라고 하는데 숙취나 악취의 원인이 되는 알데히드나 메탄올이 제거되어 좋다고 한다. 시인 소동파는 “한번 죽는 것과 맞바꿀 수 있는 맛!”이라고 복어를 예찬했다. 김 정 숙 전남과학대 호텔조리과 학과장
  • 책꽂이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이청 엮음,아침나라 펴냄)지난 95년 발간했다 절판된 조계종 서암 큰스님(8대 종정)의 회고록 ‘도가 본시 없는데 내가 무엇을 깨쳤겠나’를 증보해 다시 펴냈다.엮은이가 경북 봉화군 물야면의 조립식 암자에 칩거하던 스님을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이 추가됐다.‘(스님들은)돈이 필요없는 생활을 해야’‘중 아닌 사람이 중노릇을 하기는 어렵다’등 충격적이랄 수 있는 내용들이 실렸다.8500원. ●마릴린 몬로,My Story(마릴린 먼로 지음,이현정 옮김,해냄 펴냄) 192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마릴린 먼로의 본명은 노마 진 베이커.예명인 마릴린 먼로 중 ‘마릴린’은 영화사에서,‘먼로’는 어머니의 이전 성을 따서 지은 것이다.어린 시절의 성폭행과 가난은 평생토록 그녀를 외로움의 감옥에 가둬뒀다.9개월만에 끝난 야구 스타 조 디마지오와의 결혼,그후 극작가 아서 밀러와의 결혼,1962년 36세로 느닷없이 끝난 삶.이 책은 먼로가 직접 쓴 미완의 자서전이다.1만원. ●위기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연 지음,학문사펴냄) 한국과 미국,일본의 위기관리체제와 재난보도 시스템을 비교한 연구서.로스앤젤레스시가 1994년 노스릿지 지진 때 재해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데는 주지사 직속의 긴급업무부(OES)라는 캘리포니아주의 독특한 조직이 있었기 때문이다.2만5000원.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다이앤 애커먼 지음,손희승 옮김,황금가지 펴냄) 조화와 포용의 철학을 담은 생태에세이.미국의 시인인 저자는 정원을 가꾸면서 지켜본 생물의 성장과 소멸에 관해 적었다.‘남의 정원에 훈수를 두지 마라’‘다른 이의 정원에서 시든 꽃을 꺾지 마라’‘꽃들에게는 사슴이 테러리스트’등 독특한 비유의 금언들이 담겼다.1만5000원. ●고사리야 어디 있냐?(도토리 기획,장순일 그림,보리 펴냄)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산나물 이야기.산나물 24가지의 세밀화 등 소박하고 정다운 수채화.6세 이상.보리 1만1000원. ●너는 내 친구야(벤 쿠이퍼스 글,잉그리드 고돈 그림,나누리 옮김) ‘천적’인줄로만 알았던 양과 늑대가 단짝친구가 되기까지의 감동과 웃음.2003년 오스트리아 아동문학상 수상작.7세 이상.달리 7000원. ●특별한 손님(에릭 바튀 글·그림,이진경 옮김) 소박한 왕궁과 옷차림의 ‘왕중의 왕’을 통해 겉치레는 무의미한 것임을 귀띔.5세 이상.행복한아이들 8000원. ●닷새장 가는 길(유경환 글,김민정 그림) 시집처럼 서정짙은 단편동화집.표제작은 겨울날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장에 가는 길의 에피소드.초등 저학년.예림당 7000원.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네버 업,네버 인

    신혼부부가 드라이브를 나섰다.젊은 신랑의 운전솜씨가 엉망이었나 보다.톨게이트에 차를 세우고,팔을 창 밖으로 최대한으로 뽑았는데도 혀처럼 내밀어진 통행증에 손이 닿지 않았다.“거시기도 짧더니,팔도 짧네….” 장난으로 그런 것인지,진담인지,신부의 기분이 언짢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좌우간 신부가 신랑에게 그렇게 말했다.짧네,이 한마디가 꼬투리가 돼서 이혼했다고 한다. 골프장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다.내 머릿속에는,어떡하면 골프를 잘 해보나,특히 요즘 난조를 보이는 퍼트 생각뿐이었다. “팔이 짧으면 퍼트도 짧냐?”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덜 하지 않게 골프와 연애를 하고 있는 친구 희정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물었다. “짧은 빠따를 ‘공무원 빠따’라고 하지.소신껏 못 치니까….참,서방님이 공무원이지? 짧냐?” “공무원이어도 기네….” “빠따? 아니면…?” “너 울 남편이랑 같이 라운드 해봐서 알잖아.퍼트 하나는 죽이잖아.가는 길이 구불구불해도 잘도 구멍 찾아간다고 몇번이나 감탄했음서….” “서방 자랑도 좋지만,서방님 앞에서 말 조심해.짧다고 했다고 이혼한 사연,지금 들었잖아.길다고 해도 이혼 당할 수 있어.젊은 것들이 기네,짧네로 싸운 것이 아니지.니가 어떻게 짧은 줄을 아냐,긴 놈을 봤냐,이러면서 설전에,육박전을 벌이다가 이혼했겠지.” “맞아.길다고 했다가는 어떻게 긴 줄 아느냐고 개그맨 누구 남편처럼 야구방망이 들고 나올지 몰라.” “부부관계나 골프나,기본요소는 심(心) 기(氣) 체(體)인데,그 중에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어.” “아냐,길이가 중요해.짧으면 안 돼.구멍에 닿지 않으면 안 들어 가잖아.50㎝는 길어야 딱 맞는 거라던데….” “뭐? 50㎝?” “지금 퍼트 얘기 하는 거야.네버 업,네버 인(Never up,Never in)…미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즉,퍼트를 할 때,공이 홀에 도달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으므로 공이 홀을 50㎝ 정도 지나치도록 멀리 보내라고,울 남편이 갈쳐 줬거덩.”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공직자 에세이] 무엇이 물을 오염 시키나

    문정호 환경부 수질보전국장 요즘 도처에서는 산수유·매화·벚꽃·개나리·진달래 등 봄꽃들이 만발해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휴일이면 많은 인파들이 몰려 곳곳에 정체를 빚는 일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하지만 이것 말고도 이맘때면 걱정되는 게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물문제다.올해는 전국의 댐 저수율이 높아 봄가뭄 걱정은 없다니 다행이지만,봄철에 내리는 비는 겨우내 우리 주변에 쌓여있던 더러운 먼지들을 몽땅 쓸어내려 하천의 수질을 크게 오염시킨다. 우리는 흔히 물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가정에서 배출하는 하수나 산업폐수·축산분뇨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그동안 정부에서 수질보전을 위해 해온 일도 이러한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서 하수처리장과 같은 정화처리시설을 건설·운영하고,하수관거를 묻는 일에 치중해왔다. 우리는 종종 봄비가 내리고 나면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이 물위로 떠오르는 것을 보게 된다.무엇 때문일까.그리고 가축 수도 줄고 공장도 별로 없는 지역인 데도 수질이 나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팔당 상수원의 수질개선을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한 후 매년 악화돼왔던 팔당호의 수질이 98년 1.5을 정점으로 점차 좋아지기 시작해 2001년에는 1.3까지 개선되었다.그러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1.4으로 주춤하고 있다.그동안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서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하수관을 정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질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앞으로 종합적인 평가와 진단이 이뤄지겠지만,현 시점에서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비점오염원(非點汚染源) 때문이다.가정에서 배출되는 하수나 공장 폐수,축산분뇨와 같은 것은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지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점오염원(點汚染源)이라고 부른다.반면 비점오염원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빗물에 의해 유입되는 불특정 오염원이다. 예컨대 농경지에 뿌려진 비료나 농약이 작물에 의해 흡수되지 않고 배수에 의해 하천으로 들어오는 것,도로에 쌓여있는 자동차 윤활유나 마모된 타이어 가루 등이 이에 해당된다.또 산간계곡이나 하천변 곳곳에 널려있는 쓰레기,공기중의 먼지와 오염물질 등도 마찬가지다.이것들은 비가 오면 빗물에 의해 쓸려 수원을 오염시키게 된다. 이러한 비점오염원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수질오염(BOD 기준) 원인의 22∼37%를 차지하고 있고,팔당호의 경우에는 45%나 영향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의 연구결과다.그런데 비점오염원은 배출되는 장소가 특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국토 전역에 걸쳐있기 때문에 사전 관리나 사후처리가 어렵다.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비점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도로변이나 주차장에 인접한 녹지를 이용,빗물이 곧바로 하천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하천에 가까운 농경지는 완충지대로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비점오염원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 계획이다.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 국민 개개인이 자신들의 생활이 비점오염원을 유발시킨다는 환경인식을 갖는 것이다.봄날 나들이 길에 가족과 함께 물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성싶다.
  • [맛 에세이] 요리사와 명예

    그가 자살했다는군요.리드미컬한 맘보에 맞춰 몸을 살살 흔들며 춤을 추던 잘 생긴 남자 장국영이….놀랍고 안타깝습니다. 음식 동네에도 얼마 전에 유명 요리사의 자살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지난 2월24일,프랑스 최고 요리사 반열에 오른 베르나르 루아조가 자신이 운영 중인 레스토랑 ‘라 코트 도르’(부르고뉴 소재)의 등급 하락을 비관해서 자살한 것입니다.‘라 코트 도르’는 레스토랑 전문 소개서인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았고,프랑스에서 유일하게 주식이 상장된 레스토랑이다. 그런 레스토랑을 또다른 레스토랑 전문 소개서인 ‘고미오’가 등급을 낮추자 이를 비관한 것이 그의 자살 원인이랍니다. 미슐랭이나 고미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가이드북입니다. 타이어 생산업체 창업자인 미슐랭 형제가 1900년에 만든 미슐랭은 처음엔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타이어 판매점 위치나 도로법규,주유소 위치,그리고 운전자의 허기를 달래줄 식당 정보가 실려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100년의 세월 동안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있지요.여기서 붙여주는 별(*)의 개수에 따라 레스토랑의 흥망이 좌우됩니다.별이 3개면 아주 훌륭한 음식점이므로 그곳을 가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여행이 된다는 뜻이죠. 고미오 가이드 역시 1972년 앙리 고와 크리스티앙 미오,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든 책.역시 엄격한 심사를 하고 20점을 만점으로 점수까지 줍니다.베르나르 루아조는 프랑스 미식문화의 자부심과 권위를 상징하는 고미오에서 줄곧 19점을 받았다가 17점으로 2점이 내려간 것에 큰 충격을 받았던 거죠.그의 자살 이후 레스토랑 평가에 대한 여러가지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니 앞으로 레스토랑 평가단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 셈입니다. 명예 때문에 자살한 요리사는 프랑스 역사 속에도 있습니다.1660년경 프랑스 콩드 왕자의 궁정 요리사였던 ‘바텔’입니다. 당시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유명 요리사였던 바텔이 루이 14세를 위한 만찬을 준비했는데 예정에 없던 손님 70명이 더 와서 요리가 모자랐고,다음날 아침에도 예정과 달리 생선이 크게 모자라자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다.”는 말을 남긴 채 그대로 자살을 해버렸답니다. 그의 삶이 ‘미션’ ‘시티 오브 조이’ 등으로 유명한 롤랑 조페 감독에 의해 ‘바텔’로 영화화되기도 했답니다. 노력 없이 성공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프랑스 요리를 세계 최고로 치는 데 별다른 이의가 없는 까닭은 바로 바텔이나 루아조처럼 프랑스 요리사로서의 명예를 위해 목숨을 던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신 혜 연 월간 favor 편집장
  • Book소리/ ‘저작권 수출’ 희망을 심자

    만화 형식의 감성에세이 ‘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 지음,홍익출판사 펴냄)가 최근 일본 문예춘추에 선(先)인세 150만엔·러닝로열티 6%란 좋은 조건으로 팔려 저작권 수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일본 출판물의 국내 저작권이 보통 20만∼30만엔,빅 타이틀의 경우도 100만∼200만엔 선에서 계약됨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우리 출판계도 이제 저작권 수출에 희망을 가져도 좋을까. 비록 컴퓨터나 어학 등 실용서에 치우치긴 했지만 최근 들어 저작권 수출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다.종합출판미디어사인 영진닷컴은 지난 한해 42권의 IT도서 저작권을 중국과 대만 등에 25만달러에 팔았으며,싱가포르에 현지 법인도 세웠다. 김영사의 ‘토익 답이 보인다’의 저작권은 일본 고단샤에 팔려 현재 일본 온라인 독서시장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소설가 최인호의 ‘상도’ 또한 일본과 중국,대만에 수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의 이같은 성과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현지출판 시장을 고려해 일러스트 등을 꾸민 ‘파페포포…’의 경우에서 보듯,저작권 수출을 위해선 책의 기획 단계서부터 ‘마케팅 지능’을 발휘해야 한다.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소재를 택하고,편집과 장정 등을 국제적 감각에 맞게 해야 함은 물론,저자를 섭외할 때부터 국내외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저작권이 해외에 팔리고 있지만 그 무대는 주로 아시아권이란 점에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유럽,특히 영미권은 난공불락이다.프랑크푸르트 같은 국제도서전에 형식적으로 전시만 해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미국의 독서시장에는 rightscenter.com 같은 시스템이 있다.거기에 책에 관한 모든 자료가 입력돼 있어 누구나 궁금한 사람은 접속할 수 있도록 돼 있다.책과 독자,출판사간의 보편적인 연계망을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검토할 만한 장치다. 김종면기자 jmkim@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좋은 골프장

    내 친구 미숙이는 자장면을 너무도 사랑한다.외식을 해도 자장면이고,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내식을 할 때도 자장면이다.오직,그늘집의 자장면이 맛 있다는 이유만으로 K골프장의 회원권을 샀다면 할말 다한 셈이다. 현옥이는 맥주를 좋아한다.골프라운드를 끝내고 단숨에 주욱 들이켜는 생맥주 한 잔의 맛은 가히 환상적이라고 말한다.시장이 반찬이듯 갈급이 맥주맛을 한층 올려준다면서,그녀는 18홀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돈다.그녀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골프장은 서리가 허옇게 낀 맥주잔이 제공되는,맥주회사에서 경영하는 C골프장이다. “얘,겨울에는 A골프장엘 가자.내가 부킹할게.” 현지가 A골프장을 좋아하는 까닭은,화장실에 따뜻한 변기 덮개가 있고,더운물이 퐁퐁 솟는 비데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현지의 지론은,아낙이란 모름지기 엉덩이를 따뜻하게 보존해야 한 다나…. 김 화백은 W골프장을 좋아한다.W골프장의 클럽하우스에는 백남준의 아트비디오와 명화,조각들이 설치돼 있다.누구라도 미술품 전시장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한다.김화백의 문화적 취향을 만족시켜줄 만하다. 미각을 간질이는 골프장,촉각을 어루만져주는 골프장,시각을 즐겁게 해주는 골프장 등 저마다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다.캐디의 교육이 잘 돼 있어 편안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골퍼들이 선호하는 골프장도 있다.꽃 향기에 취하고 새의 지저귐에 젖고 싶어서,봄에는 꽃놀이 삼아,가을에는 단풍놀이 삼아 찾아가는 골프장도 있다. 골퍼들에게 회원권을 갖고 싶은 골프장을 물으면 주말부킹 여부,집에서 골프장까지의 소요시간,코스의 난이도,라운드 시의 원활한 진행 순으로 꼽는다.나는 여성용 티잉그라운드에도 재떨이를 비치한 T골프장을 좋아한다.다른 골프장에 갈 때는 담배인삼공사에서 무료로 배포한 휴대용 재떨이를 꼭 준비한다. 승마를 즐기는 철수씨는,사막처럼 넓은 모래벙커가 100여개가 있어서 카트 대신에 낙타를 타기도 했다는 유언비어만 난무하는 무슨무슨 골프장의 회원권을 구입할 계획이란다. “좌우간,골프장이란 물이 많아야 으뜸인겨.” 학도씨는 물이 많고 골이 깊고 잔디가 보드라우면 다른 조건은 따질 필요도 없다고 한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공직자 에세이] 브리핑제도 성공 공무원에 달렸다

    유 재 웅 국정홍보처 국정홍보국장 “이스트 룸의 연단에 설 때가 되면 대통령은 혼자가 된다.때로 대통령 혹은 보좌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 들어오면 그간의 모든 예행 연습은 창문 밖으로 사라지고 만다.” 케네디부터 클린턴 대통령 때까지 백악관 취재경력만 40여년이 되는 헬렌 토머스의 말이다.헬렌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언론 앞에서 복잡 미묘한 현안에 대해 당당하게 정부의 입장을 밝힌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최근 각 부처의 기자실을 개방형으로 바꾸기로 했다.인터넷 등 미디어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국정에 관해 보도하기를 희망하는 모든 언론에 취재 문호를 공평하게 개방하려는 것이다.이와 함께 브리핑 제도를 도입하고 정보 공개를 강화해 국민의 ‘알권리’를 최대한 충족시키도록 노력하기로 했다.일련의 이러한 계획들이 순조롭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언론을 비롯해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지만,공직사회의 철저한 준비와 각오를 새롭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그러면 무슨 준비와 어떤각오를 해야 할까? 먼저 언론 브리핑은 장·차관이나 공보관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각 부처 기관장들은 앞으로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 이상 언론 앞에 나와서 소관 업무와 관련해 브리핑을 할 계획이다.그러나 현안이 있거나 국민과 언론이 궁금해 하는 일이 있을 경우에는 담당 실·국장이나 과장들도 수시로 정부 입장을 언론에 설명해야 한다.공직사회에 일반화되어 있는 언론 기피 자세를 바꿔서 이제는 자신의 업무에 관해서는 누가 무엇을 묻더라도 당당하고 소신 있게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평소에 준비해 두어야 한다. 둘째로 언론 브리핑은 정부 입장만 밝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언론의 예리한 질문에 즉석에서 답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브리핑제도가 오래 전부터 정착된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의 예를 살펴 보더라도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공무원의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 필요함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평소 토론문화가 정착돼 있는 외국에서도 브리핑에 나서는 사람은 예상되는각종 질의를 챙겨 답변을 준비하고 사실 확인을 위해 관련 부서를 뛰어 다닌다.또 관계부처간 입장이 다르면 이를 조율하는 노력을 기울인다.언론 앞에 나서기에 앞서 이면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시사해 준다. 셋째로 공직사회의 행정문화가 차제에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앞으로는 공직사회의 모든 일이 공개된다는 전제하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행정을 하는 풍토가 뿌리내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확정된 정부 정책에 대한 정보공개뿐만 아니라 정책결정 과정에 있는 정보도 최대한 공개해 국민 여론을 국정에 반영하는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보탬이 된다면 설사 국민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능동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공개하는 정보의 질도 더욱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기자실 개방과 브리핑제 도입,정보공개 강화는 정착된다면 우리의 행정문화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꾸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결국 새로운 제도의 성패는 공직자들이 얼마나 비상한 각오를 갖고 준비하고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겠다. 유재웅 국정홍보처 국정홍보국장
  • [공직자 에세이] 생태자원 확보 보이지않는 전쟁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3월 초,미국에 출장을 다녀왔다.선진국의 생물자원 보전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출장길에 숨겨진 미국의 또 다른 탐욕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미국은 21세기의 새로운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생물자원 확보를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각종 개발사업과 환경오염으로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되고 지구촌의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물자원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대두되고 있다. 몇년 전 미국 머크(Merk)사는 브라질산 뱀독에서 항독제를 개발,연간 매출액 3조원을 올렸다.생물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1958년 미국 국립암연구소를 주축으로 열대식물 4000여종으로부터 항암제·에이즈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생물자원의 경제적 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20세기 초부터 전 세계의 생물자원에 대한 기초조사와 표본 확보를 해왔다.미국의 스미소니언(Smithsonian) 자연사박물관 하나만 하더라도 한국 전체 표본의 30배 가까운 9000만점의 표본을 보유하고 있다.이외에 우리나라에는 하나도 없는 국제적 기준의 생물자원관이 미국에는 1200여개나 있으니 전 세계의 웬만한 동식물 표본은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 생물자원에 대한 미국의 넘치는 욕심에 혀를 내두르는 한편 우리는 무얼하고 있었나 하는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고유 토속 식물인 미스킴 라일락이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다.또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는 우리나라 작물 6000여종이 보관되어 있을 정도로 우리 고유의 생물자원에 대한 유출이 매우 심각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국제적 기준의 생물자원관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고유 생물자원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생물학 교수가 새로운 고유종을 발견하더라도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의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표본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니 참담한 느낌마저 든다. 언제까지 열악한 현실만 탓하며 낙담하고 있을 것인가.‘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지금부터라도 전열을 정비하고 우리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때다. 다행히 정부는 뒤늦게나마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인식,지난해부터 국립생물자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이 사업에 참여하는 우리나라 생물학자들의 뜨거운 열정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아볼 수 있다.학자들은 이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일에서부터 연구용역과 설계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발벗고 나섰다.예산부족으로 3000만원에 불과한 연구용역을 사비를 들이면서까지 1억원의 가치를 지닌 성과물로 만들어냈다. 10여년 공무원 생활을 하는 동안 정부정책에 대해 이렇게 뜨거운 열정과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시작이 반’이라 했던가.생물자원 보전을 위한 기본 틀이 마련된 만큼 우리도 ‘절반의 성공’은 이뤘다.이제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추진 의지와 국민적 관심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남 광 희 환경부 자연생태과장
  • [맛 에세이] 꽃맛 보는 계절

    삼짇날(4일)은 ‘춘삼월호시절(春三月好時節)’이라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다. 옛날 선비와 서생들은 개접(開接)이라 하여 술과 안주를 장만하여 들이나 정자에 나아가 시를 짓고 즐기는 날이었다.여자들도 모처럼 경치 좋은 곳을 찾아 하루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이를 화전놀이 또는 꽃달임이라 한다.이날의 절식으로는 진달래화전,진달래주,진달래화채가 있다.아름다운 꽃을 향기와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다.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꽃을 이용한 꽃요리를 즐겼다.1600년대의 ‘음식디미방’ 에는 “찹쌀가루에 메밀가루를 조금 넣고 두견화,장미화 등의 꽃을 많이 넣어 눅게 말아 끓는 기름에 뚝뚝 떠 넣어 바삭바삭하게 지져서 한 김 날 때 꿀을 얹는다.”고 했다. 꽃모양이 그대로 살아나는 화전(花煎)은 꽃지짐이라 하여 철마다 위에 얹는 재료를 달리해서 만들었다.여름에는 장미꽃,가을에는 국화꽃,겨울에는 대추와 쑥갓 잎을 얹어 지지는 등 철마다 계절의 향취를 즐길 수 있는 풍류 떡이다. 봄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진달래화전은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술을 뗀 꽃을 얹어 기름에 지져낸 것이다.진달래화전에 꿀을 찍어 먹으면서 봄을 몸에 받아 들였다고 기뻐했다.화전을 예쁘게 부치려면 익반죽하여 말랑말랑하게 치대어야 하고 둥글납작하게 빚은 후에 달군 번철에 한 쪽을 먼저 지져낸다.익힌 면에 꽃을 붙이고 아래 면을 지지고 나서 다시 뒤집어서 꽃잎 붙은 쪽을 잠깐 지지면 된다.처음부터 반죽에 꽃을 붙여서 지지면 꽃이 타서 예쁘지 않다. 진달래주(杜鵑花酒)는 술독에 누룩과 찹쌀이나 멥쌀로 지은 고두밥을 섞어 꽃술을 뗀 진달래꽃과 겹겹이 쌓고 맨 위에 고두밥 버무린 것으로 덮는다.1∼2주 지난 뒤 오지병에 가라앉혀 마시면 빛깔과 향기가 사랑스럽다. 진달래화채는 눈과 입으로 즐길 수 있는 음료이다.꽃술을 뗀 진달래에 녹말을 입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오미자국에 띄운다.오미자의 4∼5배 정도의 찬물에 불려서 고운 천에 거른 다음 생수를 부어 색과 맛을 맞추는데 단맛은 설탕이나 꿀로 맞춘다.차게 하여 두었다가 건지를 계절에 따라 달리 띄운다. 황진이의 무덤을찾아 제사지냈던 임백호(林白湖)는 “시냇가 돌을 모아 솥뚜껑을 걸고/흰가루 참기름에 진달래 꽃전 붙여/젓가락 집어드니/가득한 한 해의 봄빛 향기/뱃속에 스며든다.”고 화전놀이를 읊었다.누군가가 그리워 허기가 지는 봄날이다.짙어오는 풀빛에 목이 메어 본 사람은 안다.봄 햇살의 유혹과 진달래꽃 속에서 올려다 본 하늘빛을.우리가 누릴 수 있는 봄이 몇 번이나 되는지 알 수 없다.그러나 되돌아 온 계절을 사는 것만으로도 삶은 아름답다. 김 정 숙 전남과학대 호텔조리과 학과장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영원한 기념일’

    우리는 어떤 순간을 기억하고,기념하는가.나는 결혼한 날,아이를 낳은 날을 기념하고,신춘문예 당선 통지 전화를 받던 순간을 기억한다.그리고 처음으로 싱글타수를 기록할 뻔한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17번홀까지의 기록은 8오버파.남은 한 홀을 보기로 마무리하면,생애 첫 싱글의 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18번홀은 그리 길지 않은 파5 홀.두번째 샷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세번째 샷으로 워터 해저드와 벙커를 뛰어 넘고,그린에서 2퍼트로 마무리를 한다면 80타가 될 것이다.힘을 빼고 5번 아이언을 쳤다.벙커 입술을 때린 공은 주춤거리다가 뒤로 구르더니 모래밭에 빠진다.손금의 고랑에 땀이 고인다.장갑을 벗어 뒷주머니에 찌르고,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러 땀을 닦고,눈을 질끈 감고 샌드웨지를 휘둘렀다.공은 그린에 오르지 못하고 에지에 걸린다.“제발 핀에 붙어 주십사.” 기도를 드리고 어프로치 샷을 시도한다.짧다.공과 핀까지는 어림짐작으로도 2m가 넘는다. “기브를 드릴게요.” 절망하는 내 표정을 읽은 동반자의 위로였다.“그런 식으로 첫싱글을 하면 찜찜하죠.” 잔디의 결을 살피고,그린의 지형을 탐색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첫 싱글을 이룩하는 퍼트를 보기 위해 갤러리가 그린을 에워싸고 있다.말해 무엇하랴.나는 싱글퍼트를 성공시키지 못했다.그 뒤로는 팔꿈치에 부상을 당해 실력은 점점 줄기만 했다. 싱글타수는 밥먹듯이 치지만 아직 홀인원은 못해본 친구가 있다.만약에 홀인원을 한다면 그 날을 제삿날로 삼아달라고,친구는 후손에게 미리 유언을 남겼다. “골프를 하다가 그린 위에서 죽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한 미국의 가수 빙 크로스비는 퍼팅을 하다가 그린 위에서 영면했다.한국에서도 일년이면 서너명씩은 그린 위에서 퍼팅을 하다가 쓰러진다고 한다.그렇게 심장마비를 일으킨 퍼팅은 버디를 노린 퍼팅이었을까,수천만원의 상금이 걸린 퍼팅이었을까,나처럼 평생 소원인 싱글 스코어를 향한 애달픈 퍼팅이었을까. 나이가 들면서 드라이버 샷의 거리도 짧아지고,잔디를 밟는 횟수도 줄었다.가뭄에 콩 나듯이 8자를 그린다.내가 만약에 싱글스코어를 기록하는 날이 온다면,나도 그 날을 나의 영원한 기념일로 삼고 싶다.마지막 퍼트를 하다가 심장마비로 죽을 것이 당연하므로….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공직자 에세이] 공무원의 자존심

    이 승 우 행정자치부 제2건국지원국장 공무원은 국민들로부터 공적인 업무를 집행하도록 위임을 받은 집단이다.이런 공무원이 유능하고 친절하며 사기가 충만해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공무원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집단이 되고 있다.민간분야보다도 무능하고 불친절한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신세가 됐다.이런 상황은 공무원에게 불행한 일이지만 국민들에게도 즐거울 수는 없다.무능한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공무원에 의해 제공되는 행정의 수준이 국민을 만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공무원에게 있다.국민의 수준이 높아지고 민간분야의 능력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은 권한과 권위의식에 안주한 나머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책임을 져야 한다.하지만 국민들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국민과 정치권,시민단체들은 공무원을 매도하기만 했지 공무원이 자존심을 지키며 유능하고 친절한 집단으로 변신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직분야가 국가발전을 주도하던 지난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발전국가 체제에서는 공무원이 월급이 적고 근무여건이 열악해도 밤을 새우는 정열을 가지고 있었다.그 당시의 공무원은 자신이 구상한 정책이 법과 제도로 구현되어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자존심을 가지고 있었으며,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열심히 일했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부터는 시대적 상황이 바뀌었다.민간분야가 공적분야보다 월등히 앞서기 시작했다.기업은 세계를 상대로 경쟁력을 키워 나갔으며,국민들이 민주와 참여의 흐름을 주도하고 시민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해진 것이다. 또한 대통령을 5년마다 선거로 뽑게 되면서 대통령후보들은 선거운동과정에서 기존 정부정책들을 언제나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으며,새 정부는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개혁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과정에서 공무원은 어느덧 개혁의 걸림돌로 전락하고 말았다.정권교체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 되어 무능하면서도 기존이익에만 집착하는 집단으로 인식되어버린 것이다. 공무원은 국가에 충성하는 것을 본질적 속성으로 가지고 있다.또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국정업무를 수행하도록 요구받고 있다.따라서 어느 정부든 간에 공무원은 새 정권의 국정운영방향에 맞추어 정책을 집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러한 공무원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정권의 과오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함께 지고 개혁의 대상이 되어 대규모 인사의 회오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참여정부들어 노무현 대통령은 공무원을 개혁의 대상이 아니고 개혁의 주체로 활용하겠다고 천명했다.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개혁과제를 추진해야 하는 공무원은 유능해야 하며 개혁에 대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의 봉급 등 후생복지를 민간분야에 못지않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권교체 때마다 공무원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 한다.공무원의 자존심을 세워줘야 한다.
  • ‘석조미의 꽃 석가탑과 다보탑’ - 석가·다보탑 알면 불교미술 보인다

    박경식 지음 / 한길아트 펴냄 박경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가 펴낸 ‘석조미의 꽃 석가탑과 다보탑’(한길아트)은 일반인들이 한국미술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사실 어느 절 마당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기의 석탑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다루었다면,일반독자의 관심을 끌기보다는 전문가들의 학문적 관심에 부응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그러나 ‘석조미술의 꽃…’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학술서적이 아니라,쉽게 풀어쓴 문화유산 에세이로 분류해야 한다.이처럼 탑 두 개가 책이 될 수 있는 것이 통일신라 불교미술의 힘이요,석가탑과 다보탑의 힘이다. ‘석조미술…’을 한마디로 규정하면 노년층에서 코흘리개에 이르기까지 한국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석가탑과 다보탑을 앞세워 한국불교미술의 대강을 설명한 책이라고 할 만하다. 지은이는 일반독자들로 하여금 한국미술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하는 수단으로 두 탑의 인기를 최대한 이용한다.두 탑을 화두로 불탑의 시원으로부터,한국 석탑의 역사까지를 독자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두 탑이 가진 교리적 배경,나아가 불국사 가람배치의 구조를 보여주면서 한국불교가 가진 사상적 기반이 얼마나 튼실한 것인지를 확인시켜 준다.다소 어려운 내용도 석가탑·다보탑과 인연의 끈을 굳건히 유지하면서 설명을 이어갔기에 인내하며 노력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이끈다. 사진은 문화유산 분야의 전문작가 안장헌이 맡았다.문화유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담긴 사진작가의 후기도 인상적인 앵글의 본문 사진만큼이나 눈길을 끈다.1만5000원. 서동철기자 dcsuh@
  • 책꽂이/ 사랑의 빵속에 담긴 작은 행복이야기 외

    ●사랑의 빵 속에 담긴 작은 행복이야기(박경희 지음,평단 펴냄)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돕는 따뜻한 이야기.극동방송의 ‘김혜자와 차 한잔을’에 소개된 내용이 골격을 이룬다.책 판매수익의 일부는 월드비전 구호기금으로 쓰일 예정.8000원. ●하워드의 유럽IT 재발견(하워드 리 지음,다산출판사 펴냄) 유로화 시대를 맞아 점차 중요성을 더해가는 ‘유럽공화국’의 첨단정보산업을 업종별·국가별로 고찰.1만9000원. ●학문의 권장(후쿠자와 유키치 지음,남상영 등 옮김,소화 펴냄) ‘탈아론(脫亞論)’을 주장해 일본의 조선침략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저작.그의 인생과 학문,실천이 응집돼 있어 텍스트로서의 가치가 크다.‘서양사정’‘문명론의 개략’과 함께 저자의 3대 명저의 하나로 꼽히는 책이다.6800원. ●무인시대와 삼별초(유현종 지음,대산출판사 펴냄) 1170년 고려 무신정변부터 삼별초의 대몽항쟁까지 고려 100년사를 다룬 역사소설.전 3권 각권 9000원. ●곽희의 임천고치(林泉高致)(곽희·곽사 지음,신영주 옮김,문자향 펴냄) 11세기 중국 북송시대 산수화의 대가 곽희와 그의 아들 곽사가 지은 산수화 이론서.곽희가 이 책에서 내세운 화론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삼원(三遠),즉 고원(高遠)·심원(深遠)·평원(平遠)이다.이것은 일종의 원근법으로 이후 동양 산수화의 전범으로 자리잡았다.1만3000원. ●죽음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틱낫한 지음,허문명 옮김,나무심는 사람 펴냄) 죽음과 두려움이라는 존재론적인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룬 에세이.행선(行禪),즉 걷기명상을 통한 평화로운 발걸음,정성을 다 쏟는 호흡,측은지심으로 우러나오는 행동을 통해 두려움과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9000원. ●로댕(베르나르 샹피뇔르 지음,김숙 옮김,시공사 펴냄)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은 공무원이 되기 원했던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어린 시절 제대로 글을 쓰거나 간단한 셈조차 하지 못한 열등생이었다.명성과 천재성에 가려진 로댕의 인생과 작품에 대한 열정을 살핀다.1만5000원. ●새로 쓴 일본사(아사오 나오히로 등 엮음,이계황 등 옮김,창작과비평사펴냄) 2000년 일본에서 나온 ‘요설(要說)일본역사’를 번역한 것.일본의 현역 연구자들이 새로 쓴 정통 일본통사로,실증적으로 인정된 학설과 자료를 기반으로 균형잡힌 시각에서 접근한다.2만2000원. ●마을민속보고 어떻게 할 것인가(안동대 민속학연구소 엮음,민속원 펴냄) 민속학의 생명은 현지조사지만 학자들이 만나는 연구자료는 민속의 실상이 아니라 조사보고서 속의 기록이다.지난해 ‘마을 민속조사 어떻게 할 것인가’에 이어 펴낸 민속조사보고 방법론.1만원.
  • [맛 에세이] ‘맛있는 집’ 선정 뒷얘기

    신문이나 잡지,방송에서 연일 맛있는 집을 소개하는 코너가 나오고,얼굴이 잘 알려진 연예인이나 리포터들이 침을 꼴깍꼴깍 삼켜가며 음식 얘기를 한다.그렇게 소개된 집들은 간판보다 더 크게 ‘OOO방송이 소개한 맛있는 집’이라고 써붙이고 장사를 한다.이런 ‘맛집’은 어떻게 정해질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댄스 댄스 댄스’를 보면 주인공이 맛있는 집을 선정,취재하는 방법이 나온다. ‘나는 취재하기 전에 철저하게 자료를 수집한다.자료 조사 전문회사에 자료를 요청하고,나도 여행 관계의 자료나 지방신문,출판물을 모아놓은 전문도서관을 돌아다니며 기사가 될 만한 가게를 픽업한다.그 가게들에 전화를 걸어 영업 시간과 정기휴일을 체크한 다음,지도를 펴고 움직일 루트 등 하루 예정표를 짠다.현지에 도착하면 카메라 맨과 둘이서 30여개의 가게를 차례로 돌아 다니면서 아주 조금만 먹고 나머지는 시원스레 남긴다.이땐 취재라는 걸 숨기고 사진도 안 찍는다.가게를 나와 카메라 맨과 나하고 맛에 대해 토의하고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최종 선택이 끝나면 가게에 전화를 걸어 취재와 사진 촬영을 신청한다.그리곤 밤에 호텔방에서 대강 초고를 쓴다.다음날 카메라 맨이 요리 사진을 재빨리 찍는 동안 가게 주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더 듣는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돈과 시간,열의 부족 등으로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국내에서 ‘맛집’을 생산해내는 데 가장 유명한 이는 백파 홍성유씨다.그의 저서인 ‘한국의 맛있는 집 999점’ ‘이야기가 있는 나의 단골집’ 등은 음식 관련자들에게 바이블이다. 둘째로 얼굴없는 음식평론가 고형욱씨.그는 맛집 선정 의뢰를 받으면 그집 메뉴와 양념을 다 외워도 다시 가서 맛을 보고 원고를 업데이트한다.몇 개의 사조직(?)과도 의견을 교류해 그의 콘텐츠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형욱의 맛있는 이야기’는 예고인 셈이다. 영국인 앤드루 새먼과 그의 아내 강지영씨 부부가 있다.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쌓은 글로벌한 미각과 지식을 바탕으로 국내에 들어 온 세계의 음식들을 평한다.‘나는 서울이 맛있다’와 그 영문판을 통해‘맛있는 집’을 세계인의 기준으로 평가했다.마지막으로 주요 일간 신문이 내는 ‘맛집’이 있다.음식평론가에게 맡기거나 그 부서에서 ‘맛짱’으로 통하는 기자가 보통 맡는다.신문사의 ‘맛집’ 책은 전국의 음식점과 숙박업소를 두루 꿰는 터라 일목요연하다. ‘맛집’ 선정에 금전적인 거래가 있다는 설의 사실 여부를 묻는 이들이 많다.4∼5년을 이 동네에 몸담고 있는 내 주머니에 단 돈 1000원짜리 한 장 들어온 적 없고,고형욱씨가 빌딩 샀단 얘기를 들은 적이 없으니 이의 언급을 회피하겠다.그것은 그 정보를 보고 맛본 독자나 시청자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거니까. 신 혜 연 월간 favor 편집장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오럴 해저드’와 ‘말트림’

    내 별명은 ‘이쁜이’다.친구들은 ‘이쁜아,이쁜아’라고 부른다.이크,돌 날아오기 전에 솔직히 고백하자.‘입뿐이’다.입만 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식사를 할 때는 입만 가지고 빈대 붙고,골프 라운드를 할 때는 ‘오럴 해저드(Oral Hazard)’로 방해공작을 편다. 나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골프 실력으로는 이길 재간이 없으니,금쪽 같은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세금 안내는 수입을 챙기기 위해,말로 펀치를 날려서 상대방의 정신을 산란하게 한다.‘오럴 해저드’를 일본말로는 ‘구치 겐세이’라고 한다.한국말로는 아직 적확하게 번역된 단어를 못 만났다.궁여지책으로 의역을 하자면 ‘말방해’쯤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서양에서 식사 중에 코를 푸는 행위는 예절에 어긋나지 않지만 트림은 금물이다.방귀도 즐거운 식사를 방해하는,비신사적 행위이다.트림이나 방귀는 장소를 바꿔서 남몰래 해야 하는 것이다.우리말로도 트림을 ‘입방귀’라고 한다. 사람이 입으로 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물고,빨고,핥고,뱉고,불고,뜯고,피우고,뿜고,말하고,노래하고,뽀뽀하고,씹고,먹고,마시고,맛보고,삼키고,웃고,다물고,벌리고,하품하고,기침하고,재채기하고,딸꾹질하고,사레들리고,트림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세치 혀를 잘못 놀려 패가망신한다.’는 등의 속담도 있다.나는 소설 속에서 ‘설육의 도끼로 내려 찍었다.’ ‘내게도 깍듯이 말 공대를 하는 그’ ‘뜨겁게 달궈진 살덩이 한 점이 입안으로 밀려 들어 왔다.’ 등의 묘사를 하기도 한다.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의 원칙은 자의에 달려 있다.그 자의를 규제하는 기준은 의사소통이다. 나는 감정과 의사를 소통하는 데,논리적 문어가 아닌 상용하는 구어를 주로 쓴다.전대미문의 기상천외한 단어일지라도,인간 감정의 상호 소통을 원활히 하는 언어라면 수용한다.소설가는 엄격하게 다듬어지고 훈련된 언어만을 사용해야겠지만,‘입뿐이’는 일반적,논리적,미학적 언어에서 해방된 자유인이어도 될 것 같다. 그러하여,소설가이자 ‘입뿐이’인 내가,말로써 상대방의 주위를 산만하게 하거나 압력을 주는 행위,즉 ‘오럴 해저드’를 ‘말트림’이라는 신조어로 탄생시켰다. ‘설육의 도끼’는 골프용어로는 어울리지 않고,‘말방귀’는 신사나 숙녀가 입에 담기에는 너무 역한 냄새가 났기에 ‘말트림’으로 정했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공직자 에세이] 참여정부의 인사개혁

    얼마 전 미국의 인사관리처가 ‘2002회계연도의 성과와 책임’을 발간했다.이 보고서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어떻게 연방정부의 효율과 책임을 증진할 수 있는가’이다. 보고서에는 다섯 가지 주요 정책과제가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첫번째 과제로 ‘인적 자본에 대한 전략적 관리’(Strategic Management of Human Capital)를 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정부기관으로는 최초로 중앙인사위원회를 방문해 적재적소 인사원칙과 시스템에 의한 인사관리를 강조한 것도,참여정부의 성패를 ‘사람 관리를 통한 국민 만족도 제고’에 두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싶다. 우리 정부도 일찍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사람’에 두고 실적주의 인사원칙에 입각한 국가공무원제도를 수십년간 운용하여 왔다.정실과 엽관주위(獵官主義)를 배제하고,배경이 없어도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고시를 통해 고위직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지난 70년대와 80년대의 고도 경제성장이 엘리트 관료집단의 국가발전에 대한 집념과 헌신의 덕분이라는 점에 대해 이견을 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지난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우리 공무원제도도 더이상 낡은 틀 속에서 안주하고 있을 수 없다는 자각과 반성이 공직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결국 논의 끝에 공직의 외부개방제와 성과상여금제 등을 새로 도입했지만 정착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제 종착점이 가까워지고 있는 고위 관료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에 근래에 발을 들여놓았거나,아니면 조만간 발을 들여놓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또 그 공적이 적절히 평가되고 보상되는 인사제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각급 정부부처가 ‘인사는 그저 적당히 기록이나 유지하고 기관장에게 자료나 제공하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효율적 정부 운영은 물 건너간다.국가인재를 체계적으로 선발하고,선발된 인재는 잘 꾸며진 시나리오에 의해 경력이 관리되고 모자라는 부분은 적절히 교육 훈련하는 인사관리체제가 시급하다.개인의 직무와 조직의 목표가 적절히 조화되면서 개인의 성과 평가가 이뤄지고 보상되는 성과관리체제가 인사개혁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각 부처에 직원 2∼3명으로 운영하는 인사계는,적어도 부처의 인적자본을 관리하는 차원 정도로는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국내 굴지의 전자회사가 인사담당 CEO를 부사장 급으로 보(補)하는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말이다. 공무원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강조하지 않더라도,국가의 발전과 민족의 장래는 관료들에게 달려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다시 한번 되뇌어야 할 시점이다. 모든 국가적 문제에 대한 시행상의 문제점과 대안을 면밀히 분석해 최종적으로 책임 있는 해답을 내놓을 집단은 관료들이라고 많은 분들이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관료들이 맡은 바 책임과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은 바로 잘 짜여진 인사제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성 열 중앙인사위원회 사무처장
  • [공직자 에세이] 우리에게도 세계적 명물이 있다면

    요즈음 우리는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을 국가적인 목표로 정해 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1000㎞ 이내에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만 해도 43개에 달하는 지정학적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수도권 서부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자유지역을 지정해 세금감면 혜택과 함께 외국인이 거주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주거와 교육,기업 환경 등을 개선할 방침이다.기존의 자치단체와 별도의 행정서비스 기관을 운영하고,광범위한 영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도 집중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만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천지개벽’이라고 감탄할 만큼 상하이를 21세기 최고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푸둥 경제특구를 개발하고 있다.싱가포르는 지식기반산업을 집중육성하기 위해 ‘인더스트리 21’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말레이시아는 지난 96년부터 국가정보화와 다국적기업 유치를 위한 계획을 추진,오라클·노키아 등 200여개의 글로벌 기업을 유치했다. 일본도 최근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기 위한 기술혁신 클러스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우리의 경우 경쟁국들에 비해 정보기술(IT) 등에서 강점이 있지만,인건비·임대료 등 생산비용 측면에서는 중국·말레이시아 등보다 크게 불리한 여건에 있다.영어 실력도 엄연히 뒤지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의 약점을 보완해 싱가포르·홍콩·중국 등 경쟁국들이 시행하고 있는 각종 우대조치를 최소한 같은 수준으로 제공해야 한다. 또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강점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 송도,김포 매립지 등에 세계적인 명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레저와 비즈니스가 결합된 대규모 휴양타운 같은 것을 만들어 14억명에 달하는 인근 아시아인과 세계 각지의 비즈니스맨들이 ‘한국에서 즐기면서 비즈니스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발상을 해보곤 한다. 자본과 기술 그리고 다국적 기업의 본부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부터 한국에 많이 찾아오게 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이들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적인 명물이 없다.예를 들어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경우 연간 700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라스베이거스는 3500만명,파리 에펠탑은 유료 관광객 수가 6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관광객은 고작 535만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에게도 경쟁국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명물이 생겨나서 주변 국가의 아이들이 ‘주말에 한국에 가자.’고 부모들을 조르게 된다면 돈과 기업도 뒤따라 들어오게 되고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가 되는 날도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을까. 지금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타이완 등으로 한류열풍이 거세게 번지고 있고,이들 국가의 청소년들이 우리나라 연예인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여기에 소니가 물류창고를 세울 때 직접 찾아와서 절세방법을 알려 주었다는 아일랜드의 세무서 직원이나,마이크로 소프트를 유치하기 위해 10년이나 공을 들였다는 네덜란드 정부처럼 감동적인 정부 서비스도 있다. 지난해 월드컵 기간에 보여준 친절,청결,질서 등과 같은 수준 높은 시민의식 그리고 세계적인 명물이 함께 결합된다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고 형 권 기획예산처 행정3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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