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에세이
    2026-01-25
    검색기록 지우기
  • 대전하나
    2026-01-25
    검색기록 지우기
  • 관람객
    2026-01-25
    검색기록 지우기
  • 네티즌 반응
    2026-01-25
    검색기록 지우기
  • 비밀은 없다
    2026-01-2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042
  • [맛 에세이] 쿠킹클래스의 매력

    이렇게 가을이 되었네요.아침 출근 길에 커피를 챙기게 되고,길가에 구르는 마른 플라타너스 잎을 보며 괜시리 쓸쓸해지는 계절 말입니다.괜히 옷깃도 세워보고,옛 추억도 되살려보는 이맘 때면 코끝을 맴도는 향기가 있습니다.달콤하면서도 맵싸한 시나몬 롤 냄새죠. 두어 해전,이탈리안 요리 선생으로 유명한 최미경씨의 서울 한남동 집에 들른 게 바로 이맘 때입니다.젊어서는 연극을 했고,스웨덴 남자와 결혼해 알콩달콩 영화처럼 사는 그녀의 요리 솜씨가 만만치 않은 수준이어서 그녀의 쿠킹 클래스는 항상 예약을 하고 기다릴 정도였죠.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우선 빨강,노랑으로 칠한 인테리어가 눈을 따뜻하게 하면서 구수한 커피 냄새가 몸보다 마음을 먼저 녹여주더군요.제 뒤로 두어명이 더 들어오고 쿠킹 클래스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집의 주방에는 큼지막한 아일랜드(주방 가운데 섬처럼 놓인 주방가구)가 놓여 있어 모두 그 아일랜드를 둘러싸고 섰습니다.노트와 필기도구를 들고.최미경씨가 미리 치대 놓은 밀가루 반죽을 들고 와 아일랜드의 대리석 상판 위에 올려 놓고 밀대로 밀기 시작했습니다.쭉쭉 밀어 놓은 그 반죽 위로 시나몬 슈가를 솔솔 뿌리면서 반죽을 도르르 말고….뭔가 다른 걸 몇개 더 배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달콤한 냄새가 실내를 조금씩 적시더니 금세 가득 메워 버렸습니다.짙은 갈색의 시나몬 슈가가 살짝 녹으면서 폭신한 빵 사이사이에 스며들고,그 위를 하얀 아이싱이 흘러 내리면서….너무 맛있는 시나몬 롤이 완성된거죠.그 후로 여러 곳에서 시나몬 롤을 먹어봤지만 그때 먹어본 시나몬 롤만한 것은 아직 못만났습니다. 쿠킹 클래스의 매력이란 게 이런 거죠.요리로 이름을 얻은 누군가가 오랜 세월에 걸쳐 체득한 노하우를 한두 시간 수업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 외에 그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그 자리에서 먹어볼 수 있다는 것. 요리를 배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책을 보고 집에서 혼자 해보는 것,방송을 보면서 역시 집에서 따라해 보는 것,집안 어른의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것,학원에 가서 직접 야채 씻어가며 배우는 것,입 소문난 요리 선생님의 쿠킹 클래스에 필기도구와 눈·코·입만 갖고 참가하는 것 등. 이미 짐작들 하셨겠지만 요리하기보다 남이 요리한 것 먹는 데 재미를 들인 제가 선호하는 방법은 쿠킹 클래스입니다.집이나 작업실에는 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배어 있게 마련이거든요.함께 참가한 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 좋아요.육아나 미용에 대한 정보가 다 나오거든요.물론 학원에서 선생님들한테 혼나가면서 손도 베어보고,물집도 잡히면서 배우면 무척 빠릅니다.비슷한 또래의 수강생들이 모여 좋은 식재료를 살 수 있는 곳,아기 키우기,예쁜 머리핀 만드는 얘기 등을 나눈다면 여자들에게 요리를 배운다는 것만큼 좋은 취미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혜연 월간 favor 편집장
  • [맛 에세이] 가을 味人

    가을 미인(味人)은 누구일까? 늦 여름과 초가을을 장식하는 맛의 ‘여왕중의 여왕’으로 손꼽히는 두 명물은 바로 전어와 미꾸라지이다.“글쎄 옛말에,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했다니까?”하면서 나와는 상의도 없이 나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전어를 만나러 가자며 곧바로 남해로 떠나 도착한 곳이 바로 전남 보성군 율포 해수욕장.가을 바다가 눈앞에 바로 내려다 보이는 전어 전문점 ‘바다풍경’(061-853-3315)이었다. “전어는 역시 구이가 최고지!”라며 익숙한 눈빛과 가벼운 농담으로 아주머니들과 몇마디 수선스러운 대화를 나눈 선배는 전직 요리사답게 전어 칭찬에 열을 올렸다. 가을 전어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제철 생선이기 때문이다.뭐든 제철에 나는 식재료야말로 최상의 맛과 영양을 제공한다고 보면 맞다.몸통에 비스듬히 칼집을 내고 양면석쇠로 정성껏 돌려가며 숯불이나 연탄불에 노릇하게 구워가는데 알맞게 구워진 전어를 통째로 들고 머리부터 씹어 먹는 그 맛은 ‘가을은 전어철’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가을하면 또 빠지지 않는 명물이 바로 미꾸라지탕이다.최근엔 중국산 미꾸라지가 대부분이지만 과거 논두렁이나 흙탕물 속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던 미꾸라지는 가을철 최고의 보양탕으로서 서민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추어탕의 비린 맛은 산초로 잡는다.한약의 재료이기도 한 산초는 특유의 과일향과 나무향으로 생선의 냄새를 중화하는 데 탁월하다. 미꾸라지는 지방마다 끓이는 방법이 제각각이다.그래서 서울에서 만나는 미꾸라지탕도 지역명이 제각각 다른 것이다.크게는 통째로 산 미꾸라지를 두부 속으로 들어가게 하여 끓이는 방법과 형체가 보이지 않게 으깨는 방법 두가지가 있다. 또한 추어탕은 영양적인 면에서도 매력적이다.비타민A·D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데다 시력이 나쁜 사람,피부가 거칠어진 가을의 여인들,저항력 약한 산모와 어린 아이 모두에게 효험이 있다.단백질이 부족한 간경변 환자들에게도 좋다고 한다. 가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가을이 맛있다고 여기는 가을 미인(味人)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원주추어탕(02-557-8647)은 종종 내가 들르는 집이다.푸짐한 추어탕과 넉넉한 동치미 국물 그리고 친절한 아주머니의 인심까지 곁들일 수 있는 집이라면 굳이 시골에서 무쇠솥에 끓여먹던 옛맛만큼은 아니어도 행복한 가을 마중을 나갈 수 있을 것이다.가을 미인 전어와 미꾸라지를 마중나가 보자. 정신우 푸드스타일리스트
  • [김영두의 그린 에세이]‘세계의 명코스’ 되려면

    한때는 세계 100대 코스 안에 든 적도 있다는 사이판의 코럴오션CC에서 10년 전에 라운드를 했었다.당시까지 내가 가본 골프장 중에서는 제일 좋았다.그후 10여 년 동안 국내외의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해보면서,물론 내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이지만,한국에도 그보다 훨씬 더 좋은 골프장이 있음을 알게 됐고,왜 이토록 좋은 골프장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지 안타까웠다. 2003년 세계 100대 골프코스가 발표됐고,한국의 10대 코스도 선정됐다. 골퍼가 평생을 매일 골프장을 옮겨가며 라운드를 해도 다 밟아볼 수 없을 만큼 골프장이 많은 미국도 이번에 100대 골프코스에 새롭게 뽑힌 곳은 단 3곳뿐이라고 한다.동양권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의 히로노,나루오,가와나 등 세 곳이 자랑스럽게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야구경기를 구경하려고 야구장을 찾는 인구보다 라운드를 하기 위해 골프장을 찾는 인구가 더 많다는 통계수치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미 프로골프(PGA)와 미 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한국인 골퍼들의 상금순위만 보더라도 한국의 골프위상이얼마나 앞섰는지 알 수가 있다.한국의 ‘톱10’에 선정된 골프코스들이 세계 100대 골프코스의 반열에 들지 못하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가. 나는 노벨 문학상이 한국작가에게 돌아오지 못한 이유를,번역상의 문제도 있겠지만,한국 문학의 지속적인 소개 및 홍보의 부족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독도가 우리 땅이냐,일본 땅이냐를 판가름 해줄 국제사법재판소에 일본인 판사는 있으나 한국인 판사는 아직 없다.100대 골프코스선정위원에 일본인은 7명씩이나 들어있는데 한국인은 한명도 없다. 노벨상의 수상이나 100대 골프코스 선정이 얼마나 큰 부가가치와 파급효과를 갖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조지 페퍼 전 골프매거진 편집장은 최경주와 박세리가 한국인 최초로 선정위원에 위촉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한 바 있다.한국은 프로골퍼뿐만 아니라 국제무대를 주름잡을 수 있는 골프계 인물을 길러내야 한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한국에서 개최하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피눈물나는 ‘로비활동’을 벌였던가를 상기한다면,한국의 명문 골프장들이 국제대회를 유치하려고 기울이는 정성이나,일부 인사들이 세계에 한국골프장을 소개하려는 ‘로비활동’을 한국의 언론과 골퍼들은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맛 에세이] 연예인의 맛집

    영화배우 김지미씨를 봤습니다.만난 건 아니고 누군가와 약속이 있어 온 그녀를 멀찌감치서 본 거죠.모노 톤의 슈트를 입은 그녀의 자태가 참 우아해서 한참 넋을 놓고 쳐다보았습니다.그녀 주위를 감싸고 돌던 잔잔한 클래식과 양란의 향….문득 정신이 들어 돌아보니 그녀가 없는 그곳에 여전히 클래식이 흐르고,양란의 향이 감돌고 있었습니다.김지미씨를 목격한 곳이 란란다실(蘭蘭茶室·02-796-7318)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란란다실은 남산 하얏트호텔 정문 오른편 건물에 있는 찻집입니다.크고 작은 양란과 좋은 그림,그리고 맛있는 커피가 있어서 남산 드라이브 길에 꼭 들르게 되는 집이죠.지하의 라쿠치나(02-794-6005)는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기도 합니다.그곳에서 김지미씨를 본 이후,란란다실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김지미씨가 떠오르면서 두 개의 이미지가 기분 좋게 어우러지곤 합니다.게다가 요즘 ‘장금이’로 한창 화제가 되는 탤런트 이영애씨도 가끔 거기에 모습을 보인다는군요. 레스토랑이나 찻집의 물이 어떠냐는 이야기를 많이합니다.마시는 물이 아니라 드나드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얘기하는 거,아시죠? 물을 좋게 하는 데 연예인들이 일조를 합니다.‘공인’인 그들이 가는 곳엔 늘 대중의 관심이 따라다니기에 레스토랑의 주인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카메라를 들이대거나 사인을 받아놓느라 바쁘죠. ‘놀부집’(02-3675-9990)에 사진 하나 안붙어 있으면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한다는 말을 못할 정도죠.놀부집 체인마다 연예인,정치인의 사진이 즐비합니다.모델 출신의 안도일씨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마레’(02-3444-8697)는 사진은 없어도 실제 연예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입니다.탤런트 김미숙씨,야인시대의 나미코 역을 맡았던 이세은씨도 이집 단골입니다.이 레스토랑의 대학로점은 이정재씨가 맡았죠.얼마 전에 연극 ‘프루프’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추상미씨를 홍대앞 ‘떼아뜨르 추’(02-325-5573)에서 만나기 쉬운 것처럼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곳에 다른 연예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연예인의 이미지와 그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의 이미지가 그리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방송인 손태영씨가 압구정동 베니건스(02-517-5007)를 좋아하는 것,성악 전공인 탤런트 김현수씨가 청담동의 ‘카페 74’(02-542-7412)를 좋아하는 레스토랑으로 꼽는 것,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연기 특강을 하기도 했던 탤런트 윤여정씨가 양고기를 잘하는 교보빌딩의 프렌치 레스토랑 ‘라브리’(02-739-8830)에서 지인들을 만나곤 하는 것,요즘같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이면 더할 나위 없이 운치 있는 남산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 비노로소’(02-754-0011)가 탤런트 김미숙씨의 레스토랑 리스트 앞쪽에 자리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신혜연 월간 favor 편집장
  • [맛 에세이] 마음과 정성을 담는 그릇

    식탁의 그릇이 음식을 담는 단순한 용기 차원을 넘어 부(富)를 대변하는 상징물이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명가 메디치 가문이 식탁에 내놓은 은식기와 그릇들이 유럽의 파티문화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이래 오늘날 소위 명품 그릇들로 이어지는 그릇 역사의 출발점이랄 수 있다.우리나라도 그릇과 식탁의 명품은 있었다고 봐야할 듯하다.관요의 도자기로 짜여진 임금님 수랏상은 12첩 반상,사대부집 반상은 최고 9첩 반상이 최고의 상차림으로 여겨졌다.예나 지금이나 그릇이 집안의 부를 상징하는 도구였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동소이하다. 식문화가 발전하면서 그릇은 음식의 품위를 높이고,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장식물로 각광받고 있다.과거 부의 상징이었다가 현재에는 관리와 손질이 어려워 등한시되었던 ‘방짜 그릇’ (일명 놋그릇)도 이젠 고급 한정식집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주인공이 되었다.백화점의 그릇 매장에 진열된 명품그릇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다. 국내에도 외국 명품 그릇들이 즐비하게 들어와 있다.핸드 페인팅 기법으로 고전적인 명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로열 코펜하겐,그리고 샤넬과 루이뷔통에 이어 세계3대 패션 브랜드로 알려진 에르메스가 테이블 웨어 상품에 진출하면서 차 주전자 하나에 60만원을 웃도는 제품들도 심심찮게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명품 브랜드를 들고 나온 회사도 눈에 띈다.대표적인 예로 광주요를 들 수 있다.전통 유약과 기법을 발전시켜 소박하면서도 고급스런 그릇의 이미지를 창출,세계적 인지도를 구축하기 위해 애써고 있다. 이제 그릇 하나에도 명품이란 이름이 따라 다닌다.경제침체에 이어 태풍 수재민들이 시름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요즘,명품 그릇들이 창고에 쌓일 시간이 없다는 것은 정말로 씁쓸한 일이다.하지만 그에 앞서 사람의 마음 됨됨이가 명품이 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비싼 그릇이라고 해도 찬장의 진열품밖에 쓸모가 없는 게 아닐까? ‘움직이지 않는 경제인’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갑부 노인들의 집안에는 오랜 시간 잘 보관하고 소중히 사용해온 옛날 그릇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있다.세월이 변해도 값어치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바로 역사이다.그들이 지닌 해묵은 그릇이야말로 진품이고 명품이란 생각이 든다. 소위 명품이라는 비싼 그릇을 식탁에 올려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그렇지 않을 것이다.투박한 질그릇이라도 마음과 정성을 담으면 충분히 명품이 될 수 있으리라. 정신우 푸드스타일리스트
  • [맛 에세이] 사랑담은 밥상차리기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일요일 아침 해가 중천에 뜨도록 일어나지 않는 부모를 위해 아침 상을 차렸던 게 기억납니다.아침 상이래야 식빵 굽고,우유 따라놓고,잼 꺼내놓고,포크와 버터 나이프 늘어놓은 정도였는데 “아빠,엄마를 위해 준비했어.”라는 말은 진짜 감동적이더군요.그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때의 뿌듯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엊그제 서울 일원동 삼성주택문화관에서 작은 전시회가 있었습니다.김영애 식공간 연구회의 세번째 전시로 푸드 스타일 공부를 하는 이들이 그 동안 배운 것을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김영애씨는 20년 가까이 일본에 살면서 테이블 코디네이션 공부를 해 일본에서 매년 열리는 ‘아름다운 식공간 콘테스트’에 여러 차례 입상한 바 있는 이입니다.얼마 전부터 서울에서 수업을 하는데,유명한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요리연구가들도 그의 강의를 들으러 올 정도입니다.그의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이 일 년에 한 번씩 자신만의 주제를 정해 테이블 세팅을 해서 전시를 하는데,이번에는 유난히 감동적인 내용들이 많더군요. 부부간의 사랑을 초콜릿과 레드 컬러로 표현하고,남편과 자신의 사진을 냅킨 링에 끼워 부부상을 차린 이가 있는가 하면,어느새 엄마 품을 벗어나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중요시하는 딸아이와 그 친구들을 위해 엄마가 마련해준 상,삼월 삼짇날 노랑나비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우리 옛말의 의미를 살려 나비를 테이블 위에 장식한 상 등 하나하나에 사연도 많고,아름답기도 하더군요. 그중 압권은 스무살에 우리나라로 시집온 일본인 엄마를 위해 딸이 마련한 상이었습니다.현해탄을 건너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에 시집와 고추당초처럼 맵다는 시집살이를 겪은 엄마.테이블 보는 파란 색으로 바다를 연상케 했고,물고기 인형 몇 마리를 가운데 놓았더군요.양쪽에 개인 테이블 매트를 놓고,노란색 그릇을 올렸습니다. 일본식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주빈의 자리에 엄마상을 차렸는데,엄마 자리에 고된 시집살이를 의미하는 매운 맛의 생와사비가 놓여 있었습니다.벽에는 엄마가 성인식 때 입었던 기모노를 펼쳐 붙여놓았고요.얼마 전부터 테이블 코디네이션,푸드 스타일링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하지만 테이블 코디네이션 하면 무조건 비싼 그릇을 써야 한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테이블 코디네이션,즉 상차림에서 그릇,꽃,멋진 초,음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상을 차리는 사람의 마음입니다.그 상을 받을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식탁을 멋지게 하고,따뜻하게 해줍니다.상을 차려서 대접한다는 것은 음식을 선물하는 것이자 사랑을 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신혜연 월간 favor 편집장
  • 행자·해양장관 내정 안팎/‘盧코드’ 맞는 인사 발탁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예상대로 행정자치부 장관에는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을,해양수산부 장관에는 최낙정 차관을 임명키로 확정했다. ●변함없는 개혁코드 노 대통령이 허 장관을 중용키로 한 것은 개혁적인 코드가 맞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허 장관은 부산경실련 창립위원장으로 시민운동에 몸담았고,‘노무현을 사랑하는 교수들의 모임’에서 회장을 맡으면서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청와대는 행자부의 역할이 바뀌고 있는 데다 정부혁신 및 지방분권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외부 출신의 개혁적인 인사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최낙정 차관을 승진시킨 것도 개혁코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최 내정자는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서는 이례적으로 ‘튀는' 스타일이다.물론 개혁적이라는 평을 듣는다.또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부 장관을 하던 때 아끼던 관료라고 한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최 내정자를 임명하게 된 것은 기수 파괴로 볼 수도 있다.”면서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개혁을 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이해해달라.”고 말했다.물론 해양부의 역사가 짧다 보니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최 내정자는 행정고시 17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장관에 올랐다.현재 차관급의 주류가 행시 13∼16회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행시 17회 출신을 장관으로 하는 것은 너무 빠른 게 아니냐.’는 질문에 “(김세호)철도청장은 행시 24회가 아니냐.”고 맞받았다.나이나 기수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정 보좌관은 농담으로 “요즘은 나이 많은 사람이 죄가 된다.”고 말했다. ●“한달 전에 장관 인선” 이번 행자부 장관과 해양부 장관의 인선과정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낸 사표가 수리되기도 전에 후임 장관이 내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찬용 보좌관은 “허성관 내정자는 김두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것”이라면서 “김 장관은 사표 수리 전까지 태풍피해 복구작업 지휘 등의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후임자가 발표된 상태에서 김두관 장관의 지시나 말발이 계속 먹힐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남는다. 정찬용 보좌관은 “2∼3년 뒤 ‘2차 조각’을 하게 될 경우에는 한달 전에 장관을 내정해 인수인계를 할 계획”이라면서 “대통령도 당선되면 당선자 시절을 갖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곽태헌기자 tiger@ 허성관 행자부장관 내정자 교수 출신이면서도 업무파악 능력이 돋보여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무난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그러나 기자들에게 “장관을 마친 뒤 외교관을 거쳐 교수로 복직하고 싶다.”는 등 희망사항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바람에 다소 ‘튄다.’는 지적을 받았다.두주불사형으로 친화력은 좋은 편이다.취미는 독서와 골프.부인 김경옥(56)씨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경남 마산(56) ▲광주제일고 ▲동아대 상학과 ▲한국은행 근무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학 석·박사 ▲동아대 경영학부 교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 최낙정 해양부장관 내정자 스스로를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를 위해 사는 영원한 바다 사람’으로 부르는 정통 해양수산 관료.에세이집 ‘공무원이 설쳐야 나라가 산다’는 책 을 펴내는 등 그의 이름 뒤에는 늘 ‘튀는 공무원’이란 꼬리표와 함께 ‘너무 직설적이다.’는 평가도 따라다닌다.모교인 고려대 병원에 사후 장기기증 계약을 체결,눈길을 끌기도 했다.취미는 글쓰기와 골프.부인 김성숙(48)씨와 1남1녀. ▲경남 고성(50)▲용산고 ▲고려대 ▲행시 17회 ▲해양부 항만정책국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해양부 기획실장 ▲해양부 차관
  • [맛 에세이] 맛의 전쟁터 ‘푸드코트’

    푸드코트(food court)란 말 그대로 ‘맛 시장’을 뜻한다.푸드코트는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기본이다.또한 현대인의 바쁜 일상속에서 시간과 경비를 절감하면서 여러 종류의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오늘날 외식산업의 호황기를 이끄는 선두주자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성황리에 급성장하고 있다. 한식,중식,일식,양식,아시아식,분식 그리고 퓨전에 이르기까지 메뉴가 다양해 우리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초기 푸드코트의 경우 자장면이나 카레,돈가스같은 로드 상점의 인기메뉴들이 주를 이루었다.하지만 최근에는 궁중 떡갈비와 모듬산적 같은 고유의 전통음식이나 고급 중식당에서나 즐길 수 있었던 일품요리도 손쉽게 접하게 된다.때문에 대형 백화점내의 푸드코트에는 폐장시간에 맞춰 일품요리를 할인된 가격에 사가려는 알뜰주부의 식탐도 보인다.더욱이 신세계,CJ푸드,두산같은 대기업들의 외식산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에 힘 입어 코엑스,테크노마트,센트럴시티와 같은 종합쇼핑몰에 푸드코트가 방대한 음식의마당을 차지하고 있다.이젠 푸드코트는 게임,패션과 더불어 생활문화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푸드코트에 자리잡은 한국음식점의 ‘김치’는 그야말로 한국인의 식탁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음식에 대한 대반격이다.실제로 우리 생활속에는 많은 일본 음식의 영향을 받고 있다.과거 70년대 분식장려 이후 급속도로 서민의 음식으로 자리잡은 라면이나 대학가에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일본우동과 돈가스집,그리고 푸드코트 어디서나 인기품목중 하나인 초밥이나 생선회 역시 한국화된 일본의 맛이다.이에 한국 음식들이 일본의 푸드코트에 진출했다.매운 고추장맛으로 소문난 비빔밥과 김치 그리고 떡갈비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메뉴다. 푸드코트는 맛의 전쟁터이다.세계의 다양한 맛은 우리 식탁에서 크고 작은 맛 겨루기에 여념없다.멸칫국물에서 다시마국물로,조선된장에서 미소된장으로,불고기에서 샤브샤브로 바뀐 입맛의 뒷면에는 문화적 침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가 우리음식에 대해 소중함을 갖고 귀하게여기는 일이야 말로 세계속의 한국음식,세계의 푸드코트에 한국음식을 당당하게 자리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정신우 푸드칼럼니스트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홀인원 뒤풀이’

    며칠 전 골프 라운드를 마치고 탈의실로 들어 가니 실내가 무척 소란스러웠다.나는 땀에 전 옷을 벗으며,샤워를 하며,화장을 하며,열린 귀로 들어오는 소음 중에서 환호와 비명과 탄식을 걸러내고 말이 될 만한 단어들만 수집했다. “동그라미가 몇 개인 줄 알아? 7개야 7개….” “파를 7개 했다고? 그럴 수도 있지 뭔 호들갑….” “아냐,이 여사 남편이 그 소식을 듣는 동시에 통장에 입금시킨 액수가….” “동시분양? 이젠 무주택 5년 아니면 안되는데….” “이 여사가 홀인원을 했다니까.” “홀인원했다고 남편의 축하금이 1000만원? 정말이야?” “근데,캐디한테 얼마 줬대?” “20만원 주던 걸.” “난 작년에 홀인원하고 앞뒤 팀 캐디에게도 20만원씩 줬어.” “역시 부잣집 사모님답게 후하셨네.” “캐디들도 그거 가지고 그날 회식한데 잖아.” “난 회원이라서 기념식수 하라고 할까봐서 캐디한테 클럽사무실에 얘기하지 말라고 했어.조경수 참한 거 심으려면 단위가 더 커지잖아.” 벌거벗은 여자들의 수다를 들으며 나는 생각에 잠긴다.홀인원은 천우신조다.평생 골프를 쳤어도 홀인원을 못해본 사람이 해본 사람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기념비를 세우고 나무도 심어놓고,골프장에 올 때마다 자신의 이름이 각인된 비석을 쓸어보는 것도 얼마나 멋진 일인가.홀인원을 하면 3년 동안 재수가 붙는다고 한다. 그래서 잔치를 벌이고 하느님께 감사헌금을 바치기도 한다.홀인원을 기념하는 잔치를 베풀어 이웃과 더불어 기쁨을 나누는 행위는 찬양할 만하다. 암으로부터 완쾌된 것에 감사하는 뜻으로 파고다 공원의 노숙자들에게 점심 한 끼를 대접하는 사람도 있다.책을 출간하고 성대한 출판 기념회를 여는 시인도 있고,친지 몇 사람만이 모여 조촐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는 소설가도 있다. 홀인원한 사람은 동반자들의 경비까지 부담해서 기념 라운드를 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은 없다.홀인원을 할 당시 같이 라운드를 한 동반자들을 데리고 해외로 골프원정을 떠나든지 홀인원을 했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에게 아예 숨기든지,그것은 홀인원을 한 당사자의 임의다. 만약 내가 홀인원을 하거나 70대 스코어를기록한다면,나는 내 골프생활 15년을 되돌아보는 뜻에서라도 조촐한 잔치를 벌이고 싶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맛 에세이] 나만 아는 맛집

    음식 동네에 몇 년 뒹굴다보니 사람들은 절 보면 음식점을 소개하라고 합니다.열명이 회식을 하려는데 반찬많고 방이 있는 한식집을 소개해 달라거나 부모님 생신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있는 집을 소개해 달라거나….그럼 세 집 정도를 얘기하죠.유명한 집,가격 대비 괜찮은 집,개인적으로 세 번 이상 가본 집,그렇게요. 나중에 다시 물어보면 반 이상은 가족회의 끝에 다른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어르신이 단골로 다니시던 곳으로 갔다거나 일행중에 목소리 큰 사람이 우기는 곳으로.추천한 곳으로 갔다가 실패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분도 계십니다.그날 손님이 너무 많았다거나 종업원들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거나 음식이 입에 안맞았다거나….물론 개중에는 좋은 곳 추천해줘서 고맙다고 한턱 내겠다는 분들도 있죠. 정말로 찾는 사람 구미에 맞는 음식점을 추천하는 것이란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그런데 쿠켄네트(www.cookand.net)에서 1:1 맛집 추천 서비스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좋은 아이디어구나’했죠.그런데 담당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뢰인이 원하는 지역과 조건에 맞는 음식점을 찾아내려면 인원도 인원이고,고객이 OK할 때까지 서비스를 해야하므로 그것만큼 손 많이 가고 이윤 적은 일이 없더군요.그럼에도 쿠켄네트에서는 ‘바로바로 추천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몇 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음식점 추천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 사이에도 절대로 얘기 안해주는 집들이 있습니다.커피도 맛있고,호젓하고,친절한 데다 주차장까지 넓은 카페라든가 허름해도 주인의 손맛 좋고,얼굴 알아봐줘서 마치 친정 밥 먹는 것 같은 집이 그런 경우죠.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저를 마포의 허름한 음식점에 데려가시더군요.도로변의 집을 수리해서 음식점을 하는 곳인데 뜨아한 제 표정이 걸리는지 데려가신 분이 ‘그래도 맛은 있다.’며 안심시키시더군요.그런데 상에 김치,어리굴젓,멸치볶음이 놓이고,달걀말이,김치찌개,떡갈비가 나오는데….맛있는 것 앞에서 단순해지는 거 있죠.그날,밥 두 공기 먹었습니다. 문제는 그 집 상호와 위치,전화번호를 밝히기가 싫다는 겁니다.소개해주신 분 말대로 이 집은 생긴 지는 좀 됐는데 아직 여기저기 나가지 않아서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곳입니다.인터넷에? 절대로 없더군요.입 소문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까요.4000원짜리 김치찌개 냄비 바닥을 긁으며 제 본분을 기꺼이 망각하기로 했습니다.여기까지 쓰고나니 담당 기자의 전화가 두려워지네요.마포구 대흥동에 있는 K식당입니다.ㅠ.ㅠ 신혜연 월간 favor 편집장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불법무기(?)

    골프장에는 꿩도 살고 청설모도 살고 두더지도 산다.인근 동네의 강아지가 페어웨이에서 뛰어 놀기도 한다.새떼가 날아와 골퍼의 갈 길을 방해하기도 한다.나는 똬리를 틀고 있는 방울뱀을 만난 적도 있는데,벙커 안의 뱀과 결투를 벌여도 벌타는 없다고 해서 샌드웨지를 휘둘러 용맹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는 골프장 내에서 맹수를 만날 수도 있으므로 총기를 소지하라는 골프장도 있고,워터해저드에서 한가롭게 낮잠을 자는 악어의 사진을 골퍼에게 보여주며 경호담당 캐디를 한 명 더 고용하기를 종용하는 골프장도 있다고 한다. 텍사스에서 석유를 파 갑자기 부자가 된 로젠버크라는 미국인 골퍼가 있다.그의 꿈은 ‘명문 중의 명문’으로 이름을 떨친 로스앤젤레스GC의 회원이 되는 것. “저희 클럽 회원이 되시려면 첫째, 운전기사가 있는 승용차를 타고 오셔야 합니다.둘째,파사데나 구역에 저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셋째는 별장과 요트를 소유하고 계셔야 합니다.” 입회 신청을 한 로젠버크에게 담당이사는 냉담하게 말했다.다른 조건은 충족시켰지만,배멀미가 심한 로젠버크는 요트를 타지도 갖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회원 가입이 거절됐다.그는 힐크레스트CC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곳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리비에라CC,레이크사이드GC,브렌트우드CC도 찾아 갔으나 역시 모두 허탕을 쳤다.화가 난 로젠버크는 고향인 텍사스의 은행가들을 움직여 직접 골프장을 지었다.그 골프장이 프레스톤우드 힐스CC.골프장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골프장 내에서는 총기를 휴대하지 않겠다.’는 서약만 하면 다른 조건은 따지지 않고 입회를 허가했다. 라운드를 하다가 힐끗 뒤를 한 번 돌아보고 숲속으로 들어가는 남성 골퍼가 있다.나무에 비료를 주는 행위라고 변명을 할지 모르지만,실은 ‘물총’을 쏘아 가엾은 개미나 연약한 풀벌레를 살상하는 비인도적이고,비신사적인 행위이다. 만약 내게 골프장 입회를 심사하는 자격이 주어진다면,방울뱀과 결투할 때 골프채를 무기삼아 용맹성을 과시하겠다는 골퍼에게 우선권을 줄 것이다.또 ‘물총’을 포함한 모든 무기는 때와 장소를 가려 인도적,신사적으로 사용하겠다고 서약하는 골퍼만 회원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살인의 추억…추적은 끝나지 않았다”/에세이 출간한 ‘화성사건’ 수사관 하승균 경정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형사의 실제 주인공인 현직 경찰관이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는 자전 에세이를 출간했다. 주인공은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 강력계장 하승균(57) 경정으로 화성사건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휘한 베테랑 수사관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지난 86년 9월15일부터 91년 4월3일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부녀자 10명이 연쇄적으로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사건으로 ‘세계 100대 살인사건’의 하나로 기록되기도 했다. 268쪽 분량의 책은 ‘아직 추적은 끝나지 않았다’는 프롤로그에 이어 ‘악마의 출현(1차 사건)’,‘깨어진 신혼의 꿈(3차 사건)’,‘악마의 초상화(7차 사건)’,‘마지막 희생자(9차 사건)’ 등 13장에 걸쳐 사건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한편 ‘화성 연쇄살인사건’ 중 7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난 6일로 만료돼 수사가 종결됐다. 화성경찰서 ‘화성 연쇄 살인사건 수사본부’는 8일 “88년 9월7일 발생한 7차 사건의 살인혐의 공소시효(15년)가 지남에 따라 화성사건은 9차 사건(90년 11월15일 발생)과 10차사건만 공소시효가 남게 됐다.”고 밝혔다. 7차 사건은 88년 9월7일 오후 9시30분쯤 당시 화성군 팔탄면 한 마을의 농수로에서 마을 주민 안모(52)씨가 성폭행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10건의 연쇄살인사건 중 유일하게 목격자가 확보됐었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스포츠형 머리에 신장 165∼170㎝,오똑한 코에 날카로운 눈매의 24∼27세가량 남자’를 현상수배하고 20만장의 전단을 전국에 배포한 바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씨줄날줄] 교수 권인숙

    질풍노도 같은 80년대 민주화의 흐름을 돌이켜 볼 때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둘 있다.한 명은 죽어서 민주화의 에너지를 폭발시킨 박종철,또 한 명은 살아서 독재 권력의 악마와 같은 얼굴을 드러내 보인 권인숙이다.그 권인숙씨가 17년만에 교수가 되어 강단에 섰다. 권씨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시계를 옛날로 돌려보자.1986년 7월 서울대 제적 학생으로 위장취업한 권모양이 부천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으며 성고문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이 주장에 대해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한 수사 끝에 검찰은 ‘성적 모욕행위는 없었다.’,‘급진세력이 혁명을 위해 성(性)까지 도구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나중에 밝혀지지만 검찰 경찰 안기부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몽땅 거짓말을 꾸며낸 것이었다.결국 올림픽이 열리는 88년 재수사를 벌이고서야 진실이 드러났지만 성고문 수사,진실은폐,뒤집어씌우기 등 독재권력의 추악함은 끝이 없었다. 권씨는 지난해 말 펴낸 자전적 에세이집 ‘선택’에서 “역사가 나라는 한 개인의 어깨 위를 누르는 무게가너무 무겁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노동인권회관을 운영하면서도 노동자들과 교감하는 즐거움을 맛본 기억이 없다고 털어놓았다.그 무렵의 활동과 관련해서는 “개인의 감정이나 자의식,한계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은커녕 생각조차 하기 힘든 시기였다.”고 술회한다.운동권 집단정서에는 껄끄럽게 들릴 발언을 솔직하게 던지는 권씨에게는 터부화된 집단논리를 벗어나는 내면의 힘이 있는 것 같다. 반미시위가 거리를 휩쓸던 지난해 말 ‘선택’을 출판하기 위해 일시 귀국, “무조건 미국을 미워해서는 안 돼.”라고 말한다거나 99년 한 잡지에 쓴 글을 통해선 운동권 학생 출신들이 민중 민족을 내세우면서도 권위의식이 몸 깊숙이 배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변태성이 아직도 우리를 깊게 규정하고 있다.”고 진단한 말도 울림이 깊다. 이제 교수 권인숙은 군대가 사회,특히 여성들에게 미친 영향이라든가 조선족 여성들에 대해 연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권 교수가 ‘영혼이 자유로운 학자’로서 우리앞에 우뚝서는 것을 보는 일은 작지 않은 기쁨이다. 강석진 논설위원
  • [맛 에세이] ‘느림’ 의 식탁

    생로병사의 비밀! 그 뒤에는 느림의 미학이 있다.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방송제작 1순위’가 바로 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그 사실을 입증하듯 ‘생로병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웬만한 드라마 시청률보다도 높다. 건강은 먹거리에서 출발한다.패스트 푸드에 반대하면서 생겨난 슬로 푸드(slow food) 운동이 1986년 이탈리아 브라 지방에서 처음 일어난 이후 세계적으로 슬로 푸드는 건강을 대변하는 식생활 습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먹거리를 안전하게 생산하는 일에서부터 먹고 난 다음 환경까지 고려하는 ‘자연주의’ 운동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먹거리는 전통적으로 슬로 푸드와 가깝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우리의 발효음식인 간장·고추장·김치 등을 꼽을 수 있다.과학적으로도 그 우수성이 입증됐다.그러면서 사람들은 간편하다는 이유로 손쉽게 접했던 패스트 푸드 전문점을 떠나 우리의 밥상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추세다.천천히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그 중에서도 세간의 관심을 모은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사찰음식’이다. 사찰음식은 채식을 바탕으로 하여 몸을 보하고 원기를 다스리는 여러 가지 재료법과 유기농법으로 기른 식재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생명 연장의 꿈을 좇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스님의 밥상이 세인들의 귀중한 상차림으로 각광받고 있으니 어쩌면 부처님께서 이 사실을 아시고 슬쩍 미소 지으실는지도 모르겠다. 그중 내·외국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바로 서울 인사동에 자리하고 있는 ‘산촌’(02-735-0312)이다.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근심 걱정을 떨쳐 낼 수 있다는 느림의 식탁을 만나 보는 것은 어떠할까? 아무런 병없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기 위한 첫번째 방법은 바로 우리가 접하는 음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정신우 푸드스타일리스트
  • 맑은 눈으로 본 서러운 운명/고종석 창작집 ‘엘리아의 제야’

    기자와 소설가,두 분야 모두 녹록치 않은 글솜씨를 보여온 고종석이 6년 만에 창작집 ‘엘리아의 제야’(문학과지성사 펴냄)를 냈다. 2000년부터 올해 3월까지 틈틈이 써둔 중단편 6편 속에는 문학의 본질로 간주하는 ‘언어’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잘 녹아 있다.어떤 내용을 담더라도 논리적이고 서술을 강조하는 특유의 문체는 무르익은 기량을 보여준다. 영국 수필가 찰스 램의 작품집 제목을 딴 표제작은 신경증을 앓는 누이를 보살피느라 평생을 함께 산 램의 삶을 연상케 하는 얼개로 펼쳐진다. 또 ‘누이 생각’은 이복누나가 세 명의 이방인과 결혼하는 과정을 탁월한 언어 감각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나간 작품이다. 말의 중요성에 대한 작가의 천착은 소설과 수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피터 버갓 씨의 한국 일기’에서는 일기 형식으로,‘아빠와 크레파스’에서는 편지의 틀을 빌려서 두 장르의 접목을 시도한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이런 시도에 대해 해설에서 “작가는 ‘에세이 소설’기법으로 에세이스트와 소설가 간의 사유와 문체의 다른 결을 교묘하게 해소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말의 민감함이 기교 연마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반영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김병익은 “그렇다고 고종석의 작품세계는 사적인 심리에 갇히지 않고 이 땅에서 서러운 삶을 살아야 했던 운명이 얽혀 있다.”고 덧붙인다. 이종수기자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골프와 비즈니스

    미국의 한 사업가는 “나는 핸디캡 20으로 그리 실력 있는 골퍼는 아니지만 골프야말로 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이다.”라고 골프를 극찬했다.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가운데 98%가 골프를 친다고 한다.한국에서도 대부분의 기업 경영자가 체력단련이라기보다는 사업을 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고 한다. 골프가 사업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골프는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운동이다.흙에서 난 인간에게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회귀본능이 있다고 한다.햇빛을 걸러주는 숲과 잡풀이 무성한 러프,손발 벌리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안온한 페어웨이,여인의 부드럽고 폭신한 속살 같은 그린,코스를 휘돌아 흐르는 시내와 연못들,연못에 고스란히 들어와 있는 산과 하늘과 구름….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 안에서 사업적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처음엔 허심탄회하게 마음의 문을 열고,다음엔 원하는 목표로 향하는 대화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둘째,골프 라운드는 다섯 시간동안 친교의 장에 펼쳐지는 멍석이다.특별한 친분이 없는 사람과 한나절을 동반하며 대화를 나누게 하는 매개체가 골프이외에 또 있을까.골프는 공을 치는 순간을 제외한다면,사업으로 연결되는 대화를 다섯 시간이나 지속시켜 준다.7∼8㎞를 걸으면서 호감을 쌓고,가능성을 보태고,인간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셋째,골프는 전략적 사고를 키워준다.기업 경영에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기록을 향상시키기 위한 골퍼의 노력은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경영자의 열의와 같다.홀을 공략하는 각본을 짜고 전략을 세우면서 상황에 따라 전술을 수정,보완하는 방법을 터득한 골퍼는 경영에서도 골프에서 익힌 전략을 응용하기 마련이다. 넷째,골프는 동반자의 인격을 가늠할 수 있는 경기다.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다.골퍼 자신이 심판이 되는 경기다.진정한 신사라면 잘 연마되고 훈련된 언어를 사용할 것이며,몸에 밴 에티켓이 저절로 우러날 것이다.신사는 규칙에 따라 페어플레이를 할 것이며,이런 참골퍼는 다른 골퍼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골프란 18개의 구멍이 뚫린 잔디밭에서 이뤄지는 비즈니스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공직자 에세이] ‘앵속’이 무슨 물건인고?

    90년 중반쯤으로 기억된다.마약법을 찾다가 ‘罌粟’(앵속)이라는 단어를 우연히 보게 됐다.마약의 한 종류로 분류돼 있었다.한자를 늘 접해온 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학을 마칠 때까지 계속 한자를 접해 왔고,시험준비를 위해 한자가 많이 쓰인 법서를 읽어 한문을 잘 쓰지는 못해도 읽는 것은 대부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법률에 이렇게 어려운 한자가 있다는 것이 좀 황당했다. 마약법은 친절하게 ‘罌粟’이 무엇인지를 정의해 놓았지만,그것도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파파베르 세티게름 디·시’ 및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罌粟속의 식물’이라고 돼 있어 역시 읽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문학서적이나 고서적도 아닌 법률에 쓰인 한자를 전혀 읽지 못한 것에 대해 공부가 부족함을 느낀 필자는 ‘한글로 쓰여 있었다면 국어사전이라도 찾아 볼 텐데…’라고 투덜거리면서 옥편을 한참을 뒤적여서 ‘앵속’이라고 읽는다는 것을 알아냈다.또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앵속은 양귀비라고 돼 있었다.다른 뜻은 없었다.특별히 다른 뜻도없는데 사람들이 대부분 알 수 있는 양귀비란 단어를 두고 왜 그렇게 어려운 단어를 썼는지는 그 당시에도 궁금했고,지금도 궁금하다.다행히 현행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앵속’이 아니라 ‘양귀비’라고 적혀 있다. 양귀비는 그것을 가공하면 마약의 한 종류인 아편이 된다.마약법에 보면 양귀비는 재배가 금지돼 있다.마약법을 위반해 양귀비를 재배하는 경우에는 중형으로 처벌된다. 물론 양귀비라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과는 관련이 없으니까 그것을 앵속이라고 쓰든 양귀비라고 쓰든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양귀비는 진통효과가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열매와 식물체를 분리해 두었다가 응급 질환에 사용했다고 한다.즉 알게 모르게 조금씩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옛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응급약으로 꽤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민간에서 전혀 죄의식없이 양귀비를 재배하기도 했고,그것이 위법행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양귀비를 재배하다가 적발됐다면 그 사람은 본인이어떤 법을 위반했는지를 알아야 한다.그러나 당시 마약법에서는 양귀비와 관련된 규정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다만 앵속이 있을 뿐이었다.국민들이 미리 어떤 방식으로 양귀비를 재배하면 안되고,어떤 처벌을 받는 것인지를 알려고 하더라도 어느 법에 그런 내용이 규정돼 있는지 찾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결국 어려운 한자로 인한 손해는 모두 국민들의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요즘도 법률을 보다 보면 한자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대다수 국민들은 한자 때문에 법률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특히 한글전용세대라면 더더욱 이러한 불편함이 클 것이다. 법제처에서는 이번에 ‘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입안했다.법률에 적혀 있는 모든 한자를 한글로 바꾸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하는 것이다.한글전용을 반대하는 분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그러나 법률은 바로 국민의 권익과 관련되는 것이다.다른 분야라면 몰라도 법률에 있어서는 국민들이 그 법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중요한 문제라고 본다.법률의 내용도 쉽게 쓰여야 하겠지만,우선 읽을 수는 있어야 할 것이다. 김의성 법제처 사회문화법제국 법제관
  • 도마에 오른 ‘박노자’/하원호 교수 “근대역사 서술 깊이 아쉽다”

    러시아 출신의 귀화 한국인 박노자 (사진·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한국학부)교수가 국내 학계로부터 정면비판을 받았다.진보 학술단체인 역사문제연구소가 계간 ‘역사비평’ 가을호에서 박 교수의 역사인식과 글쓰기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향후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글은 하원호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한국사)가 박 교수 의 ‘당신들의 대한민국’‘나를 배반한 역사’ 등 에세이를 서평형식으로 지적한 ‘역사는 배반하지 않는다-박노자의 한국 근대인식 비판’. 하 교수는 박 교수의 글쓰기에 대해 일단 “본받을 만하고 역사학의 입장에서도 흠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치켜세운뒤 “그러나 그의 역사학이 진일보할 수 있도록 근대역사 서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 교수는 한말 계몽주의자들의 ‘국민’이라는 담론이 군사주의 배타주의 팽창주의를 갖고 있었고 이것이 박정희주의 담론의 토대가 되었다는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사유형태의 유사성은 인정하지만 박정희의 ‘국민’,그보다 앞서 이승만의 국민을 앞세운 사회통제정책은 한말의 계몽사상과는 무관한 일제말 파시즘의 유산이었다.”고 반박한뒤 박 교수의 이같은 오류는 바로 텍스트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특히 “박 교수가 정통 마르크시즘이나 최근 학문조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을 학문적 무기로 갖고 있지만 그의 근대사에 대한 글은 100년 전의 사실을 현재 우리와 그대로 연결시켜서 본다.”며 방법론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박 교수의 글은 충격과 파닥이는 상상력은 있을지라도 어둡고 긴 터널의 끝과 끝을 연결시켰을 뿐 터널 안을 뒤집고 다니는 역사학의 어렵고 힘든 고행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며 “한국사회의 소외된 자에 대한 넘쳐나는 애정에도 불구하고 농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들어 박 교수의 역사인식이 다수의 피지배계급중에서도 소수에 편향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역사문제연구소의 이번 비평은 그동안 한국사회의 다양한 모습에 칼날을 들이대 온박 교수의 주장에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던 국내 역사학계에서 나온 첫 비판이어서 박 교수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김성호기자 kimus@
  • [맛 에세이] 유명한 레스토랑

    살림출판사에서 나온 서정복 교수의 ‘살롱 문화’를 읽다가 이탈리아 태생의 프랑스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가 로마의 덕목과 프랑스의 우아함을 겸비한 왕비였다는 대목에서 잠시 멈췄습니다.떠오르는 레스토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프랑소와 메디치’라고 서울 압구정동에 오픈했다가 아쉽게 사라진 곳입니다. 모 호텔에서 최고 대우를 받던 셰프와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 인기 있던 요리 연구가가 마음을 맞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리자 외식업계가 잠시 긴장했었죠.유라시아를 호령했던 로마의 뛰어난 문화를 바탕으로 자라난 카트린이 프랑스 왕비가 되면서 프랑스의 음식 문화가 크게 발전했다는 얘기를 그 레스토랑에서 들었던 듯합니다.이탈리안과 프렌치 퀴진의 환상적인 결합이 500여 년의 세월을 지나 다시 압구정동에서 이뤄질 거라고 포부가 대단했었죠. 그런데 딱히 뭐라 한 가지 이유를 댈 수 없는 채로 그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습니다.음식동네에서 수다 좀 떤다는 사람들이 한참 떠들었습니다.음식의 맛 때문이냐,위치가 안 좋아서냐,입 소문이 덜나서냐 등. 내년 봄에 ‘미스터 차우’라는 레스토랑이 서울에 오픈한답니다. 런던,LA,뉴욕에 이어 문을 연다고 벌써부터 논현동 공사 현장에 휘장을 둘러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더군요.이 레스토랑이 유명한 이유는 정통 차이니즈 퀴진이라는 음식 맛도 맛이지만 키스 해링,피터 블레이크,앤디 워홀이 그린 주인 부부의 초상화를 비롯해 그들의 작품들이 레스토랑에 걸려 있을 만치 예술적인 살롱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귀니스 펠트로,조지 클루니,제니퍼 애니스톤,마이클 더글러스,캐서린 제타 존스 등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하루에도 여러 명씩 이 레스토랑에 드나드는 아주 힙(hip)한 레스토랑이기 때문입니다. 안주인이 한국계라서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 레스토랑이 멋지게 론칭을 해서 좋은 평판을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멋있고,맛있고,유명하기까지 한 레스토랑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신혜연 월간 favor 편집장
  • 평생 ‘우리글 지키기’ 힘쓰시더니…/아동문학가 이오덕씨 별세

    평생을 우리글 바로쓰기 운동에 힘써온 아동문학가 이오덕(李五德·사진)씨가 25일 오전 6시40분 충주시 신니면 광월리 자택에서 타계했다.78세. 1925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4년 초등학교 교원시험에 합격한 이후 교장을 역임하며 43년 동안 경북 일대의 교단을 지켰다. 그는 1955년 ‘소년세계’에 동시 ‘진달래’를 발표하면서 아동문학에 발을 들였다.이후 어린이 교육 및 아동문학 바로세우기 운동 등 실천적인 글쓰기에 주력했다.시중의 동시문학을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신랄히 비판한 비평활동은 오늘날 아동문학이 전성기를 이루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1965년 ‘글짓기 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펴낸 이후 ‘이오덕 글쓰기 교실’‘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우리글 바로 쓰기’ 등 모두 53권의 저서를 남겼다.우리글 바로쓰기와 관련한 그의 저서들은 사회에 만연한 번역체와 일본말투 등을 바로잡는 지침이 됐다.70년대 후반엔 아이들의 생활글을 모은 책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를 내놓는 등 생활현장에 맞닿아 있는 아동문학을 주창하기도 했다. 고인은 4년전부터 신장염으로 요양을 해왔다.그러나 미음조차 삼키기 힘든 병상에서도 집필의욕을 꺾지 않아 지난해 10월에는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삶을 비판한 에세이집 ‘나무처럼 산처럼’을 펴내기도 했다. 고인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소탈한 생활철학을 실천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유기농으로 고인을 보살펴온 큰아들 정우(57)씨는 “선친이 ‘가족 이외의 외부인들에게는 일절 부음을 알리지 말고,장례가 다 끝난 뒤 즐겁게 떠났다고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다.”며 말을 삼갔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아들 정우·현우씨,딸 연우씨가 있다.장례는 27일 오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043)857-4777. 황수정기자 sjh@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