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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대 대표작가’ 배수아·김경욱 신작 발표

    1990년대 등단한 이른바 ‘신세대 작가군’의 대표 주자 배수아(40)·김경욱(34)이 나란히 신작을 냈다.93년 같은해 문단에 나온 두사람은 독특한 주제의식과 개성적인 글쓰기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작가들. 독일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중인 배수아는 전통적 서사구조를 벗어난 탈장르적 장편소설 ‘당나귀들’을,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김경욱은 인터넷·영화·TV 등 대중문화적 요소에 천착해온 전작들과 맥을 같이하는 소설집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발표했다. ■ 배수아 ‘당나귀들’ 지난해 펴낸 ‘에세이스트의 책상’‘독학자’에서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에 선 ‘낯설고, 불편한’ 글쓰기를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에도 일관된 줄거리없이 작중 작가인 ‘나’의 사색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독특한 구조를 고집한다. 제목 ‘당나귀들’을 “굶주리고 소심하게 살다가 천박한 권리를 얻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한 작가는 “그 말에는 나를 포함해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경멸과 조롱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이성의 시대’인 르네상스에서 유럽의 ‘계몽시대’를 거치지 못하고 곧장 ‘천박의 시대’에 들어선 사람들에 대한 신랄함이 담겨 있다. 책은 ‘존 쿳시의 (동물의 생)으로 시작되는 리스트’(1장)‘무거움의 기법을 연주함-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함께, 혹은 그 책의 독후감’(7장) 등 예사롭지 않은 제목을 단 8개의 독립된 장으로 구성돼 있다.1장에서 작가인 ‘나’는 주인공의 강연과 질의응답만으로 구성된 존 쿳시의 글쓰기에 매력을 느끼며 ‘어떻게 쓸 것인가.’하는 문제에 집요하게 매달린다. 독일에 체류하며 제3세계 언어로 문학을 하는 작가의 고민은 2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색된다.‘부코우스키와 알테 뮤직, 쿠프랭과 프랑스령 콩고, 그리고 콘래드가 놓인 저녁식탁의 쇼팽과 잠들기 전 여유가 있다면 슈바이처의 ‘를 마저 읽을 것’이라는 긴 제목의 글에서 작가는 모국과 모국어의 문제, 작가 스스로 ‘나의 최대의 연인’이라고 부른 음악에 관한 생각들을 적었다. 더불어 시각장애인 친구의 내면적 독백을 다룬 ‘야니네의 교회’, 채식주의자에 관한 기록인 ‘내 출처는 어디인가’, 우울증에 걸린 화자의 시선으로 옛사랑을 회고하는 ‘내 어깨위의 검은 개’ 등은 문학, 음악, 언어, 사랑에 관한 작가의 지적인 분석과 사색, 관념의 밀도를 엿보게 한다.9700원. ■ 김경욱 ‘장국영이 죽었다고?’ 2003년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자살한 홍콩 스타 장국영. 그는 1970년대생 영상세대가 공유하는 상징적인 문화아이콘이다.71년에 태어난 작가는 “영화 ‘아비정전’ 등에서 소외와 침묵을 보여준 장국영은 우리 세대와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표제작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어떤 의미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그 세대 젊은이들의 삶의 모습을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을 매개로 풀어낸 단편이다. 신용불량자이며 이혼남인 남자는 인터넷 채팅에서 한 이혼녀를 만난다. 두 남녀는 같은 날 장국영의 영화를 봤고, 같은 날 결혼을 했고, 같은 장소로 신혼여행을 갔다. 현실에서 극도로 타인과의 접촉을 경계하는 남자는 인터넷상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자와 장국영이 주연한 영화 ‘아비정전’의 대사를 주고받으며 은밀한 소통을 즐긴다. 하지만 이 소통은 현실에 나오는 순간 맥없이 길을 잃는다.“싸이월드와 채팅은 소통 단절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함으로써 소통의 환상을 유포하지만 이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작가의 문제의식은 소설 결말 부분 장국영 추모 플래시몹에 참여한 사람들간의 소통 부재에서 또렷이 드러난다. 소통에의 절박한 소망은 ‘당신의 수상한 근황’에도 담겨 있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한 주인공은 거꾸로 매달린 상황에서 휴대전화로 계속 통화를 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페르난도 서커스단의 라라양’에서도 주인공은 운전연수를 가르치는 남자와의 불필요한 대화를 부담스러워한다. 소설집에는 이밖에 ‘낭만적 서사와 그 적들’‘타인의 취향’등 총 9편이 실려 있다.“세상은 끊임없이 읽고 풀어내야 하는 거대한 텍스트이고, 대중문화는 이를 해석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작가의 문학적 근원은 이 소설집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1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야한소설 ‘광마잡담’ 펴낸 마광수 교수

    야한소설 ‘광마잡담’ 펴낸 마광수 교수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교수 가 새 소설을 낸다는 얘기를 듣고 가장 궁금했던 점은 그 내용에 앞서 ‘사회적 반응이 어떨까.’하는 것이었다.13년 전의 작품 ‘즐거운 사라’가 그에게 구속과 수감생활, 학교로부터의 추방(2년 전 복직)을 가져왔다면,2005년의 새 작품은 그에게 무얼 가져다줄까. 하는 ‘우려 섞인 기대’가 머리 주변을 맴돌았다. 소설 ‘광마잡담’(해냄)과 에세이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해냄)를 낸 마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사회가 많이 변했다. 당시만 해도 금기시됐던 성담론이 넘쳐 흐른다.”며 일단 낙관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두 권짜리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을 내려고 원고를 출판사에 줬다가 ‘겁나서’ 되찾아왔다.”며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음을 내비쳤다. ‘광마잡담’은 예전에 내놓았던 옴니버스 소설 ‘광마일기’의 속편에 해당하는 작품. 주인공이 현실과 상상 속을 넘나들며 다양한 성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을 9개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마 교수는 “예전의 ‘권태’나 ‘즐거운 사라’가 페티시즘을 모티프로 한 성적 묘사에 치중했다면 ‘광마잡담’은 팬터지 요소를 결합한 서사적 스토리텔링이 특징이다. 성희에 대한 묘사는 훨씬 덜 야하지만, 매우 속도감 있게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 에세이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는 대학 3학년때부터 올 1월까지 썼던 글 중 출판하지 않고 묵혀두었던 것을 손질해 낸 것. 책 제목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속 예수 말씀을 거꾸로 해석해 붙인 것이다. 마 교수는 “자유 없는 진리는 오히려 폭력·권력·도그마가 되기 쉽다. 자유는 행복 그 자체이고, 오히려 진리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고 에세이를 관통하는 주제를 요약해 설명했다. 책은 작가의 핵심사상인 에로티시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이중적 성의식, 거기서 파생되는 판단력의 부재, 학벌·외모 등 외형적인 것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우둔함, 지적 사유를 권리로 인식하는 지식인들의 표리부동한 모습 등을 비판한 글들로 구성돼 있다. 마 교수는 앞서 철학에세이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를 냈다. 또 1일부터 7일까지 관훈동 인사갤러리에서 18년지기 이목일 화백과 ‘이목일 마광수 2인전’이란 그림전시회도 연다. 올 가을엔 시집도 내고, 지난해 내놓으려다 포기한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과 ‘절망보다 더 두려운 희망’도 잇따라 선보일 계획.‘관능적 상상력의 풍경화’를 표방한 콩트 ‘마광수의 섹스토리’ 연재(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도 시작했다. 13년 전 ‘즐거운 사라’ 이후 빠져들었던 고통과 우울의 기나긴 터널을 빠져 나와 힘찬 재기의 몸짓을 시작한 마광수. 당시만 해도 ‘첨단’으로 받아들여졌던 성에 관한 자극적 이미지들이 보편화된 지금, 그가 시간의 간극을 극복하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네덜란드 부결땐 英투표 취소”

    |파리 함혜리특파원 외신|영국 토니 블레어 정부가 1일 실시되는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도 유럽헌법 비준안이 부결될 경우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찬반 투표를 취소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웠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잇따라 우려됐던 프랑스 부결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음을 입증했다. ‘정치적 자살골’을 먹었다는 평가를 안팎에서 받고 있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31일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경질하는 내각 개편에 이어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차질없이 유럽통합 일정을 추진하자.”고 호소했지만 대세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6일 스트로 외무가 발표할 것”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블레어 내각이 비밀 협의를 통해 네덜란드에서 비준안이 부결될 경우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국민투표를 취소하기로 이미 내부 결정을 내렸다고 폭로했다. 신문은 잭 스트로 외무장관이 6일 하원에 출석해 이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블레어 총리는 30일 “투표를 해야 할 헌법 조약이 있다면 인준에 앞서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며 “그러나 먼저 네덜란드의 국민투표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 선’도 영국 정부가 6일 유럽헌법과 관련해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비슷한 맥락의 보도를 했다. 특히 이 신문은 한 고위 관리가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헌법이 가망없는 일(dead duck)임을 알 것”이라며 “이제 유럽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문 수습에 분주한 프랑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31일 유럽헌법 부결 수습책의 일환으로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경질하고 후임에 도미니크 드빌팽 내무장관을 임명했다. 올해 51세의 드빌팽 신임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중 한 사람으로 국민투표 전부터 유력한 후임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 때 외무장관직에 있으면서 미국을 강력 비판한 것으로 국제 무대에 잘 알려져 있다. 모로코에서 태어난 드빌팽은 엘리트 행정관료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에서 공부한 뒤 외무부에 들어가 워싱턴과 인도 등에서 근무했다.1995년 엘리제궁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뒤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지식인풍인 그는 시인이자 정치 에세이 작가이기도 하다. 시라크 대통령은 또 니콜라 사르코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총재, 연정 파트너인 프랑스민주동맹(UDF)의 프랑수아 베루 총재 등을 면담해 사태 수습을 위한 조언을 경청했다. 한편 루이 해리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8%가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lotus@seoul.co.kr
  • 섬바람되어 평안하시길…

    20년 넘게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온 사진작가 김영갑(48·남제주군 성산읍 삼달1리)씨가 29일 타계했다. 김씨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이날 오전 9시30분쯤 제주시 ‘한마음병원’에 도착했으나 끝내 별세했다. 7년째 원인 불명의 난치병인 루게릭병을 앓아온 그는 최근 들어 온 몸이 마비되고 바짝 말라 전화조차 받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김씨는 제주에서 살아보지 않고는 제주의 본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지난 1985년 이곳으로 내려와, 제주 풍광을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 그에게 지난 99년 루게릭병이 찾아왔다. 김씨는 거동조차 어려운 속에서도 제주도의 서정적 이미지와 섬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병마와 투쟁하는 자신의 이야기 등을 엮은 포토 에세이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펴내기도 했다.2002년에는 폐교된 삼달분교를 개조해 사진 전문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열었다. 그동안 17차례나 개인전을 열었지만 누구를 초대한 적도 없고 사진을 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김씨는 제주에서 한때 동굴같은 곳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할 정도로 신산한 삶을 살았다. 루게릭병이 발병해 처음 병석에 누웠을 때 형제와 가족들이 찾아와 서울에서 치료를 받자고 제의했지만 끝내 이를 물리쳤다. 그는 “시작이 혼자였으니 끝도 혼자다.”라는 생각을 끝내 가지고 간 외로운 사람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투병중인 그를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김씨의 타계 소식에 그동안 그를 도와왔던 ‘김영갑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그와 마주앉아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의 장례 일정은 그의 가족들이 제주에 도착한 이후 결정된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우리근대미술 뒷이야기/이구열

    우리나라 근대미술사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 미술평론가 이구열(73)씨가 근대미술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들을 다룬 에세이집 ‘우리 근대미술 뒷이야기’(돌베개)를 펴냈다. 이씨는 근현대 미술 연구와 자료 수집에 평생을 바쳤으며,2001년 문을 연 한국미술기록보존소에 4만여 건의 자료를 기증,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책에는 조선화가 중 최초로 미국 풍경을 그린 화가 강진희, 외국인 화가로 조선의 사람과 풍경을 최초로 그린 영국인 여행가 겸 문필가인 새비지 랜도어,1900년 조선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상업화랑 ‘정두환 서화포’ 이야기 등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소개한다. 또 민영환이 자결한 후 그의 거처에서 충절의 넋이 발현하듯 솟아오른 푸른 대나무 줄기를 보고 당시 명성이 높던 화가 양기훈과 안중식이 그렸던 ‘혈죽’ 이야기 등 일제 강점기 미술계에서 벌어진 일들도 담았다.1만6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마광수의 섹스토리 새달2일 연재

    “이 사건이 10년 후만 돼도 우스꽝스러운 사건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재판부는 알고 있다.” 1993년 이른바 ‘즐거운 사라’ 사건의 2심 재판장이었던 어느 부장판사가 했던 말이다. 그의 예측대로,10여년이 지난 지금 소설 ‘즐거운 사라’에 음란물의 멍에를 씌워 단죄한다면 한편의 난센스 코미디가 될 것이다. 논란의 주인공 마광수(55)는 이제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돌아왔지만, 그의 붓끝은 아직도 그 시절 악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내가 정말 섹스 얘기를 써도 될까요. 신문에 사랑과 성에 대해 연재한다니까 팔순 노모께서 눈물을 흘리며 말리셨습니다. 또 무서운 고초를 당하면 어쩔 거냐고….” 하지만 마광수는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의 새 연재 ‘마광수의 섹스토리’에 임하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한다하는 작가들이 나이 오십만 넘으면 너나없이 ‘민족소설’‘역사소설’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교양주의’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요. 미국 작가 헨리 밀러는 여든 아홉에 죽을 때까지 섹스소설만 썼습니다. 나 또한 죽는 날까지 연애소설만 쓸 작정입니다.” 6월2일부터 시작하는 ‘마광수의 섹스토리’는 에세이, 콩트, 옴니버스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다. 마 교수는 요즘 10권으로 된 중국 기서 ‘금병매’를 통독하며 새로운 연재물을 구상하고 있다.“콩트 쓰기가 특히 어려운 것 같아요. 콩트는 ‘서프라이즈 엔딩’, 즉 끝에 가서 독자들이 무릎을 탁 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나의 글은 한마디로 관능적 풍경화가 될 것입니다. 수위조절이 문제예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본때 보이기’라는 게 있어서….” ‘시대를 앞서 간 죄’로 40대를 온통 잃어버린 그는 지금 다시 한번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야한’ 글로 승부를 보려 한다. 최근 펴낸 철학에세이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의 제목처럼 자신의 선구자적 운명을 글쓰기로써 열어가려는 의지가 대단하다.‘마광수의 섹스토리’는 첫 시험대다. “문화가 발전하려면 ‘창조적인 변태’가 사회에서 용납받아야 한다.”고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파리한 지성. 마광수는 과연 이번 서울신문 연재를 통해 어떤 섹스 스토리 혹은 섹스 히스토리를 풀어낼까. 수많은 저서와 강연 등을 통해 당신의 성담론은 이미 바닥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반복적 집착’이란 화두를 내밀며 응수한다.“화가 김창열은 한결같이 물방물만 그리고, 이대원은 지금도 꽃나무만 그리고 있지 않나요. 나의 ‘성적’ 글쓰기 작업도 미술처럼 봐주면 안되나요. 문학은 억울합니다.” 그런 말을 물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다. 그의 관능적 상상력이 숨쉬고 있는 한 마광수식 성애론은 늘 오색영롱한 빛깔로 변주될 것이기 때문이다.“국내 문단엔 여전히 쉽게 쓰면 우습게 보는 모종의 엄숙주의가 힘을 발휘하고 있어요. 많은 작가들이 아직도 문어체 글을 쓰고, 또 그런 걸 우러러보는 풍토가 엄존합니다. 나는 무슨 글이든 술술 읽히게 쓸 것입니다.” ‘마광수의 섹스토리’에는 마 교수가 직접 그리는 ‘색깔있는’ 삽화도 곁들여진다. 그는 그동안 수차례의 전시를 통해 화가로서도 결코 손색없는 감각을 과시해 왔다. 그의 초감각적인 글과 그림을 함께 읽는 것은 ‘마광수 독자’만의 또 다른 행복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그 영화 어때?]새영화 ‘안녕, 형아’

    [그 영화 어때?]새영화 ‘안녕, 형아’

    27일 개봉하는 임태형 감독의 데뷔작 ‘안녕 형아’(제작 MK픽처스)는 감독이 상투성에서 벗어나려 애쓴 흔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난치병을 다룬 영화 치고 ‘병원 다큐멘터리’처럼 환자나 그 부모의 시선으로 바라본 최루 드라마가 아닌 것이 드물다. 하지만 이 영화는 뇌종양에 걸린 형과 엄마를 바라보는 철부지 동생의 눈높이를 시종일관 좇는다. 안타까운 점은 상투성을 피하기 위해 집어넣은 ‘타잔아저씨’와 ‘신비의 물’ 등 팬터지적 요소가 병마와 싸우는 현실속 고통·눈물과 저만치 떨어져 있어 ‘과유불급’을 느끼게 하는 것.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을 고려할 땐 더욱 그렇다. 다만 TV 드라마 ‘완전한 사랑’ 등을 통해 눈에 익은 아역배우 박지빈의 인상적인 연기는 영화를 보는 충분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미덕은 한 개인이 아닌 가족 구성원 모두의 ‘성장 드라마’라는데 있다. 어느날 열 두살짜리 큰 아들 ‘한별’(서대한)이 악성 뇌종양에 걸리면서 아홉 살 동생 ‘한이’(박지빈)와 엄마(배종옥)·아빠(박원상)등 한가족은 새로운 ‘성장’을 경험한다. 갑작스레 닥친 시련 앞에서 한이는 형과 또래의 다른 암투병 환자를 통해, 엄마는 한별이와 다른 환자의 부모의 시선을 통해 ‘나’라는 울타리를 넘어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성숙해 간다. 관객들은 영화 보는 중간중간 ‘손수건’을 꺼내들어야 할 것 같다. 특히 한별이 엄마가 소리가 새어 나갈세라 화장실 세면대에 얼굴을 담그고 시원스레 펑펑 우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대신 울음 소리를 내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속에는 ‘눈물’뿐 아니라 천진난만한 ‘동심’도 있다. 동생 한이가 인기 가수를 흉내내며 그동안 ‘괴롭힘의 대상’이었던 형을 보살피고, 또래 친구 환자 욱이(최우역)를 위로하기 위해 벌이는 재롱 연기는 관객들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관객들도 동생 한이의 시선속으로 들어가 함께 한별이의 투병 생활에 동참하며 성숙해간다. 방송작가로 활동했던 김혜정씨의 2003년작 에세이집 ‘슬픔이 희망에게’가 원작. 김혜정씨의 친동생인 시나리오 작가 김은정씨가 조카의 투병생활을 지켜 보며 시나리오를 썼다. 관객들이 ‘손수건’과 ‘미소’ 사이에서 쉽사리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영화의 흡인력은 점점 떨어져 가는 것이 흠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상투적 신파에 매몰되지 않는 씩씩하고 건강한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전체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나무를 심는 사람

    [영화속 수능잡기] 나무를 심는 사람

    최재서는 ‘교양의 정신’이란 에세이에서 “문화는 사회적일지는 모르나 그것을 개성 내부에서 개발시키고 배양하는 데는 오랫동안 고독의 시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교양은 집단적 생활과는 양립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사회적 성격으로서 집단적 생활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집단적 생활 속에서 교양을 얻을 수 없다. 교양은 혼자 물러앉아서 독서하고 사색하고 심적으로 분투하는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라며 교양이 철저하게 고독의 산물임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혼자의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 반드시 누군가와 어울려야 하는 사람은 교양인의 자격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혼자의 시간을 온전하게 감당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해 보자. 과연 나는 혼자 남았을 때 어떠했는가. 혹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가동하여 채팅을 하지는 않았는가.TV를 켜지는 않았는가.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는 않았는가.MP3를 틀지는 않았는가. 우린 어떤 식으로든 혼자의 시간을 피하기 마련이다. 혼자의 시간은 자기 자신과의 대면의 시간이다. 자신과의 대면이란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성찰의 시간이다. 내가 선택한 삶은 정당한가. 만약 내가 선택한 삶이 정당한 것이 아니라면 나는 또 어떤 삶을 선택해야 마땅한가. 끊임없이 자신의 삶과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이 바로 성찰의 시간이다. 그 성찰의 시간이 요구하는 것이 침묵이요 고독이다. 침묵이나 고독과 마주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다. 인터넷과 MP3와 휴대전화라는 문명의 이기(利器)는 침묵의 시간, 나 자신과 마주하는 고독의 시간을 앗아간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장 지오노의 동명의 소설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이다. 배경은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알프스 산맥 위의 고원지대다. 샘이 있긴 하지만 바싹 말라붙었고,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그곳에 한 양치기가 살고 있었다. 그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다. 아내와 외아들을 잃은 부피에에게 동반자가 있다면 오직 그가 키우는 개와 30여 마리의 양들뿐이다. 모두들 떠날 것만을 생각하는 이 땅에서 부피에는 고독하게 일을 한다. 그가 하는 일이란 척박한 땅에 쇠막대기를 박아 구멍을 내고 그 안에 도토리를 넣은 뒤 다시 구멍을 덮는 작업. 나무를 심고 있는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나무를 심는 데만 정성을 기울인다.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작업에 묵묵히 몰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황무지는 녹색의 낙원으로 변한다. 황무지를 옥토로 바꾼 부피에의 위대함은 매일매일의 지루한 노동을 감당할 수 있는 인내에 있었다. 인내란 고독과 침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학자, 체육관에서 땀흘리고 있는 운동선수, 묵묵히 밭을 갈고 있는 농부, 침묵 속에서 고독함을 이겨내는 그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닐까. 프레데릭 벡 감독.1987년작.
  •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한 오에 겐자부로(70)는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일흔살이 되니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모순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더라.”면서 “주변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일이 내 마지막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이 진정한 과거 반성아래 양국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연설문과 4월 대국민 담화문에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일본 지성인의 한 사람으로 이에 부응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포럼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말하는가. -가장 두려운 건 헌법개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정부와 여당, 재계 실력자들이 전쟁포기를 선언한 헌법9조를 개정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일본은 지금도 자위대, 군비예산, 이라크 파병 등을 통해 사실상 헌법 9조를 지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헌법이 개정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된다. 전쟁을 할 수도, 무기비축을 할 수도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든 이 헌법을 지켜야 한다.50년전 평화로운 세계, 전후 새로운 국가를 꿈꾸며 만든 헌법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다. 그건 지난 50년간의 내 삶,40년의 내 문학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지난해 중반 시작한 헌법 9조 모임은 헌법의 가치를 인정하고, 일본이 아시아에서 신뢰받는 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의 모임이다. 평론가, 극작가, 철학자 등이 중심이 된 지식인 운동인데 그중 내가 젊은 편에 속한다.(웃음)일본 각지역을 돌면서 강연을 주로 한다. 지금까지 2만 5000여명이 참여했고, 지역별로 1500개의 소모임이 조직됐는데 이는 적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점이 있다. 고이즈미 총리를 비판하는 이들이 많지만 막상 선거 결과에서는 여당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희망을 얘기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헌법이 지켜지리라는 희망은 30%에 불과하다. 그래도 우린 희망을 버릴 수 없다.7월에 1만여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준비중이다. 한국 언론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문학적 전기(轉機)에 접어들었다고 했는데. -스물두살때부터 글을 썼으니 올해로 48년째다. 현재 집필중인 장편소설 3부작을 마지막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다.2년 전 사망한 동갑내기 친구이자 존경하는 학자 에드워드 W 사이드가 죽기 일주일전 내게 논문 하나를 보내왔다. 베토벤이 마지막 생애에 자신의 음악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남긴 것을 인용하며 내게도 그런 ‘후기작품(Late works)’를 제안했다.‘안녕, 나의 책들이여’는 2년전 그렇게해서 시작됐다. 돌아가서 바로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에서도 틈틈이 메모를 하고 있다. 정치나 개인이나 많은 모순들이 존재한다. 내게는 네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마흔한살 아들이 있다. 내가 죽은 뒤 그 아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가 내겐 국가나 사회문제보다 더 큰 모순이다.30%의 희망밖에 없는 비관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 내 소설작업과 일맥상통한다. 에세이집 ‘나의 나무아래서’에 등장하는 ‘자신의 나무’를 만난다면 지나온 삶에 대해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흥미로운 질문이다.‘안녕, 나의 책들이여’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숲에는 저마다 자신의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앞에 서면 일흔살이 된 미래의 나와 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어릴 적 살던 마을의 전설이다.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된 거다. 과거의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소설가로 살아서 참 좋았다고. 그리고 젊은 독자들이 줄어서 슬프다고. 이 두가지를 들려주며 ‘이게 내 인생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아시아와 세계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들이 민주주의적인 사람들로 자라나길 바란다는 얘기도 함께. 현재 일본을 우경화로 이끄는 정부 여당, 재계 인사들에게 천황은 어떤 존재인가. -천황 문제는 나도 분명하게 답변할 수 없다. 앞으로 일본인들이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갈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과거 절대군주적인 천황제로 돌아가서는 절대 안된다는 점이다. 도쿄대 불문과를 나온 오에 겐자부로는 1957년 ‘기묘한 일’을 발표하며 학생 작가로 등단했고, 이듬해 ‘사육’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1994년 소설 ‘만연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당시 일본 천황이 수여한 상을 거부해 화제가 됐다. 한국의 독재정권시절 시인 김지하의 탄압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에 참여하고, 베트남전 반대운동에 뛰어드는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진보 지식인으로 명망이 높다. 그는 24일 ‘인간가치와 정치변화’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기조발제를 한 뒤 포럼 기간 중 각종 강연회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비켜라 운명아, 내가간다 / 마광수 지음

    마광수 교수가 일어섰다. 소설 ‘즐거운 사라’ 사건으로 옥고와 해직, 이혼의 아픔을 겪은후 무력증에 빠져있던 그가 철학에세이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오늘의책 펴냄)란 책을 들고 글쓰기 재개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1992년 ‘즐거운 사라’ 이후 13년 만에 낸 이번 책은 마광수의 철학과 문학론을 총정리한 철학에세이다. 그를 단순히 ‘야한 소설가’ 혹은 ‘성의 상품화’ 코드의 이미지로만 이해한 독자들이 그의 진면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만한 책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운명론’이다. 그는 말한다. 운명은 없다. 신의 섭리도 없고 전생의 업보도 없다. 있는 것은 오직 심통사나운 신을 닯으려는 수구적 봉건윤리뿐이다라고. 핵심을 빙빙 돌리지 않고 자신의 경험담을 인문학적 교양에 녹여 논리를 풀어가는 것이 그의 강점이다. 기독교·불교·이슬람교·유교 등 동서고금의 종교와 사상에 칼날을 들이대며 운명론의 허구성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지은이는 6월2일부터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에서 ‘마광수의 섹스토리’란 연재물을 통해 관능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펼쳐보일 예정. 그에 앞서 이달 말 또 다른 에세이집도 나올 예정이다.1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나의 정치학 사정 / 강준만 지음

    직설적·공격적 글쓰기로 한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과 지식인들을 비판해왔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스스로의 표현대로 하면 ‘차가운 머리’를 위한 책을 냈다. 타이틀은 ‘나의 정치학 사전’(인물과 사상사 펴냄). 한국인은 가슴을 뜨겁게 덥히는 일에 있어선 천재에 가깝고 다혈질적 국민이기에 이제 그 열기를 좀 식혀주는 일이 필요한, 역사적 사이클에 한국사회가 접어들었다는 게 저자의 변이다. 그는 또 머리말에서 “최근 정치적, 정확히 말하자면 당파적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이제 초당파적 입장에서 정치에 대한 지식을 공급하고 싶다.”며 “모든 사람들을 위한 상호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책은 이같은 저자의 소망을 담은 ‘살아있는 교양, 살아 있는 정치 이야기’를 부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한 테두리에 갇힌 이야기보다는, 국내와 국외의 경계, 다양한 학문간 경계 뛰어넘기를 통해 ‘사회과학의 현실화’에 충실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한일·한중관계에서부터 신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주요 현안들을 국제적 맥락 속에서 파악한다. 아울러 정치와 경제·문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세상을 분석한다. 또 오늘날 우리 지식계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아나키즘을 비롯해 마키아벨리즘, 민족주의, 포퓰리즘 등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정치이론과 사상을 펼쳐 보인다. 그는 한국인이 정치에 이중적이라고 비판한다.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 대통령이 못 되어서 안달인 반면 정치혐오주의는 더욱 심해지는 현상도 이 때문이다. 권력의 횡포가 심했던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의 몫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정치’만이 살 길이었고, 모두 정치인이 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정치에 근접하길 원하면서도 그걸 비난하는 이중적인 심리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또 오랜 독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지, 승자 독식주의가 한국인을 얼마나 치열한 삶으로 내모는지 보여준다. 개혁물신주의, 권력중독, 정치혐오주의 등 정치와 권력을 둘러싼 주제들 속에서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반미주의의 이중성도 마찬가지다. 이라크 침공후 세계적으로 반미주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상은 일면만 그럴 뿐이다. 멕시코의 반미주의는 강하지만, 그들 국민의 40%는 미국에서 살고 싶어하고, 미국을 싫어하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도 미국의 대중문화는 사랑한다. 적대와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 곧 미국인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반미주의를 정치 문제로서만이 아니라 문화·경제적인 문제로 지평을 넓혀 해석한다. 또한 문화제국주의, 신자유주의, 오리엔탈리즘 등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론과 사상들을 통해 국제정치와 문화, 경제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명쾌하게 소개한다. 강준만의 글은 대체로 직설적이고 단문이면서 논리가 명쾌해 칼럼이든 에세이든 속도감이 느껴지는게 특징이다. 생생한 현실이 녹아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책도 예외는 아니다. 복잡한 사회현상과 이를 둘러싼 인간심리를 깊이 있으면서도 재미 있게 들려주는 강준만의 글쟁이로서의 미덕이 돋보이는 책이다.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정애리, 사회봉사 에세이집 출간

    중견 탤런트 정애리(45)가 17년 동안 사회봉사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단상을 그린 에세이집을 출간했다.‘사람은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라는 제목으로,1989년 ‘성로원 아기의 집’과 처음 인연을 맺으며 시작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편린을 45편의 일기에 나눠 담았다. 그는 “한번 시작하면 도무지 발을 뺄 수 없고, 점점 더 큰 실천을 향해 가는 것이 나눔의 힘이라고 믿는다.”고 적었다. 랜덤하우스중앙,256쪽,9800원.
  • 마음으로 먹는 밥 공양/호산 지음

    공양(供養). 불교에서 말하는 밥 먹는 일, 곧 식사다. 그러나 단순히 밥 먹는 행위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우리 이웃에게 필요한 어떤 물건이나 참다운 진리의 가르침을 베풀어주는 것’이라는 보다 넓은 의미가 담겨 있다. 굳이 공양의 큰 뜻을 말하지 않더라도 밥은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어머니의 정을 느끼게 한다.‘부처님 오신날’(15일)을 맞아 달마사 주지 호산 스님이 공양에 얽힌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마음으로 먹는 밥 공양’(북로드 펴냄)을 펴냈다. 한평생 공양하며 몸과 마음을 수행해온 주지스님의 밥에 얽힌 이야기는 무엇일까? “인생이란 밥공부이자 마음공부”라고 말하는 호산 스님에게 공양은 곧 수행이자 일종의 의식이다. 그러나 그가 엮은 44편의 이야기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양이라는 소재를 통해 음식과 인생에 대한 경험담과 생각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특히 이야기 곳곳에 지은이가 직접 그린 포근한 수채화들이 글의 감칠맛을 더한다. 출가하면 절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기초예절인 발우공양. 발우는 스님의 밥그릇이다. 공양을 하면서 한끼 밥이라도 탐심을 버리고 도를 닦기 위해 먹으라는 뜻을 담아 외우는 암송 ‘오관게’와, 공양이 끝났을 때 발우를 씻은 물을 지옥의 아귀에게 나눠주는 암송 ‘절수게’를 통해 한 알의 밥에도 만 사람의 노고가 담겨 있으며, 아귀에게도 베푸는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하루 일을 하지 않으면 공양을 하지 않고 두문분출했다는 노스님의 일화는 ‘밥값’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지은이는 ‘한평생 살면서 우리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밥값을 하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적어도 ‘밥도둑’은 되지 않도록 수행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밥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면으로 만든 음식을 유난히 좋아하는 스님의 자장면에 대한 사랑은 돼지고기를 뺀 맛있는 자장면을 만들어냈다. 수육을 뺀 냉면도 즐기지만 종업원에게 수육을 밑에 깔아달라고 몰래 부탁했다는 스님의 애교(?)도 미소를 자아낸다. 속세에서 칼국수 장사를 하다 망한 공양주 보살에게 칼국수 해먹자는 소리를 못하고 다른 곳에서 몰래 먹고 오는 스님의 모습은 친근한 이웃모습 그대로다. 특히 어머니와 누나, 선후배들과 얽힌 밥에 대한 이야기는 힘들었던 지난날의 따뜻한 인간애를 전해준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빈털터리 선배가 밥 한끼 대접하겠다며 낯 모르는 이의 장례식장에 데려가 밥을 권했던 기억,‘부실도시락’ 파문을 보면서 학창시절 친구들과 양철물통에 밥과 반찬을 모두 모아 비벼먹던 정겨운 추억들도 따뜻하다. 특히 어머니가 사고로 죽은 큰형을 잊지 못해 한평생 “네 형, 따뜻한 밥 한그릇 제대로 못 먹이고….”라며 후회한 모습에 대한 스님의 애절한 추억은 밥에 대한 회한으로 이어진다. 건강을 위한다며, 다이어트를 위해 단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비워야 할 것은 위장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교훈을 새겨주는 책.1만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책꽂이]

    ●내가 살아온 20세기 문학과 지성(김윤식 지음, 문학사상 펴냄) 평생 문학비평에 매진해온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제자 혹은 후배에게 들려주는 수필 형식에 해방 전후부터 20세기말까지 한국 근대문학사를 촘촘히 담아낸 비평 에세이.2년7개월간 ‘문학사상’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고희 기념 문집으로 출간했다.2만 5000원.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랜덤하우스 펴냄) 아름다운 시와 사랑스러운 그림이 만났다. 시인은 30년간 세상에 내놓은 작품중에서 70편을 가려뽑았고, 화백은 여기에 31점의 그림을 보탰다.10년을 한결같이 시와 그림으로 우정을 나눠 온 동갑내기 두 작가의 따뜻한 사랑이 책 갈피마다 배어난다.8500원. ●소외(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권미선 옮김, 열린책들 펴냄) 유럽에서 활동하는 라틴아메리카 작가중 가르시아 마르케스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저자의 단편집. 소시민의 일상, 유대인 수용소, 아마존의 환경파괴 등을 다룬 35편의 이야기를 묶었다. 현대인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파헤친 2002년작 ‘핫라인’도 함께 출간됐다. 작가는 2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다.8500원. ●너무 많은 입(천양희 지음, 창비 펴냄) 삶의 고통을 시로 승화시키는 작가 천양희가 7년 만에 신작 시집을 냈다. 이전 시집들에서 보여줬던 생의 상처에 맞서는 강렬한 힘은,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얻는 깨달음에 녹아들어 한층 유연하고 폭넓은 세계를 획득했다. 광속의 시대, 세상의 속도를 거슬러 시인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파고드는 작가정신이 매섭다.6000원. ●몽당연필 모으는 남자(앙리 퀴에코 지음, 남수인 옮김, 샘터 펴냄)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이자 예술이론가,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는 저자의 수필집. 몽당연필, 체리꼭지, 초콜릿 껍질, 복숭아씨, 스펀지 등 주변의 사소한 물건들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저자가 그것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8500원.
  • 틱낫한 스님, 고국과 38년만의 화해

    틱낫한 스님, 고국과 38년만의 화해

    “베트남은 나를 낳아준 고국입니다. 이제부터 내가 고국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찾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명상가이자 평화운동가 틱낫한(78) 스님. 불교의 명상법을 일상과 연결시켜 인기를 모은 저술가이기도 하다. 그의 에세이 ‘화’는 한국에서도 100만부가 넘게 팔리며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전쟁 도중 평화를 호소하며 반전운동을 펼치다 고향 베트남에서 강제 출국을 당했다. 지난 1월21일 38년 만에 베트남을 찾은 틱낫한 스님의 석 달 동안의 여정이 시청자들을 찾는다. 불교TV는 불기 254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12일 오후 5시20분 특집 다큐멘터리 ‘틱낫한 스님의 귀향-망명 38년, 고국과 화해한 아주 특별한 여정’을 방영한다. 틱낫한 스님이 자신을 따르는 약 30여개국 출신 스님 100명, 재가 제자 90명과 함께 하노이 국제공항에 입국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최초로 하노이 법당에서 부처님께 참배하는 장면, 하노이 시내 시장거리에서 틱낫한 스님 특유의 걷기 명상을 하는 모습 등이 담겨있다. 불교 국가로 알려진 베트남에 사찰은 남아 있으나, 신도들은 대부분 떠나 버린 상황. 하노이 변두리의 한 절에서 열린 종교 행사에도 노인 100여명만 나왔을 뿐이다. 틱낫한 스님 일행은 고향에서 ‘낯선 손님’이 돼 버린 것이다. 자본주의의 실험이 일어나고 있는 베트남에서 그는 그동안 물질문명에 휘둘린 현대인들에게 던졌던 화두를 다시 한 번 제시하게 된다. 첸공 스님과 팝안 스님, 수잔 스님 등 베트남과 서방 주요 제자들과의 인터뷰도 곁들여 진다. “우리는 너무 빨리 달려왔습니다. 이 순간에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도 천천히, 조금만 더 천천히 걸어 갑시다.”라는 한국인을 위한 특별 메시지도 소개될 예정이다. 틱낫한 스님은 1995년과 2003년 우리나라를 두 차례 방문한 바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저출산 해소 아이디어 공모

    한나라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상대로 ‘2000만원짜리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한나라당 임태희·안명옥 의원은 8일 “급격한 저출산·고령사회 문제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2000만원 상금의 연구에세이 및 아이디어를 공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소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두 의원은 특히 이번 현상 공모를 위해 각각 1000만원을 갹출했다. 정치후원금으로 들어온 돈인 만큼 사실상 사비(私費)다. 두 의원은 “미래 사회 저출산의 당사자인 이들로부터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출산·고령사회 대책, 우리가 세운다’를 주제로 내건 공모는 전국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연구에세이 주제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 등 분야별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영향과 정책과제이고 공모 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7월15일까지다.www.manforyou.com이나 www.amo21.net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아 신청하면 된다. 두 의원은 “지난해 출생아 수는 48만 1085명이고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1.15로 전년보다 각각 1만 2300명과 0.04 감소했는데 두 분야 모두 사상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성장없는 사회로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책꽂이]

    ●인도건축기행(안영배 지음, 다른세상 펴냄) 건축공학 교수를 지낸 지은이의 발과 시선을 따라 인도 전역의 중요 건축물 세계를 들여다본다. 인도건축은 중국, 한국, 일본을 잇는 동북아 건축과 서유럽 건축 사이에 있는 제3의 건축이라는 게 지은이의 시각이다.1만 8000원. ●아이코놀러지:이미지, 텍스트, 이데올로기(WJT 미첼 지음, 임산 옮김, 시지락 펴냄) 시카고대 영문학·미술사 교수인 지은이가 언어적 관점에서 이미지의 본질을 다룬 저작이다. 이미지와 말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고, 그 이면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파헤친다.1만 8000원. ●고대사의 블랙박스(권삼윤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세계유산 리스트에 올라있는 왕릉 가운데 세계문화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들을 직접 찾아보고 살펴본 테마기행서.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가멤논 등 고대 그리스 왕릉과 한·중 고대사의 뜨거운 감자인 고구려 고분 등이 포함되어 있다.1만 2000원. ●중앙유라시아의 역사(고마쓰 하사오 등 지음, 이평래 옮김, 소나무 펴냄) 초원과 산악, 사막으로 이루어진 유라시아대륙의 통사를 담은 책.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즈베키스탄, 티베트자치구, 중국 네이밍구자치구, 러시아 부랴트공화국, 투바공화국 등의 역사를 다룬다.3만원. ●미의 법문(야나기 무네요시 지음, 최재목·기정희 옮김, 이학사 펴냄) 일제 강점기때 일본의 조선 수탈정책과 조선인 동화정책을 강력히 비난했던 일본인인 지은이가 말년에 개척한 ‘불교미학’의 세계를 다룬다. 미에 관한 불교적 사색으로 세계를 반성하는 글을 담았다.1만 2000원. ●지식-생명·자연·과학의 모든 것(데틀레프 간텐등 지음, 인성기 옮김, 이끌리오 펴냄) 인류가 쌓아올린 자연과학이라는 지식의 탄생과 발전을 다룬다. 대륙과 대양, 동물과 인간, 뇌와 정신, 식물과 동물, 노화와 죽음을 폭넓게 기술하고, 각 지식간의 복잡한 연관관계와 진행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3만 8000원. ●에로스의 탄생(후베르투스 쿠들라 지음, 오순희 옮김, 이룸 펴냄) 고대 그리스 신화와 역사속에 등장했던 연인들 32쌍의 이야기를 묶었다.‘큐피드와 프시케’ 등 신화속 연인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에 빠졌고, 주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 다채로운 사랑의 모습을 담았다.2만 3500원. ●젊은 날의 깨달음(조정래 등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조정래(소설가)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박노자(한국학교수) 고종석(언론인) 장회익(물리학자)김진애(건축가) 등 이 시대의 전문가이자 글쟁이 9인이 들려주는 삶과 젊음에 대한 에세이.1만원. ●열대우림에서 2년(윌리엄 로렌스 지음, 유인선 옮김 모티브북 펴냄) 스미스소니언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지은이의 열대우림 생태보고서. 호주 퀸즐랜드 열대우림지역에서 18개월간 현장연구를 수행하며 만난 동식물과 원주민,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쳐나간다.1만 2800원.
  • [책꽂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신현림 지음, 글로세움 펴냄) ‘내 무덤앞에서 울지 마세요/나는 거기에 없습니다’로 시작되는 유명한 영시(A thousand winds)에서 세상살이의 희망과 아름다움을 읽어내는 시인의 포토 에세이집.‘굿모닝 레터’‘아!인생찬란 유구무언’ 등 다수의 포토 에세이를 펴낸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도 시어와 사진의 절묘한 조화를 선사한다.8500원. ●삼천갑자 복사빛(정끝별 지음, 민음사 펴냄) ‘흰 책’이후 5년 만에 낸 세 번째 시집. 시인은 자서(自序)에서 ‘삼천갑자, 그러니까 육 삼 십팔, 십팔만년이, 금세 스러질 내 삶에, 내 몸에, 내 사랑에 슬어 있다고 믿는다.’고 고백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상처들과 이를 웃음으로 넘기는 농담으로 가득하다.7000원. ●굶주린 여자(홍잉 지음, 한길사 펴냄) 2000년 ‘베이징 만보’의 10대 인기작가,2001년 ‘중국도서상보’가 정한 최고의 여성작가에 뽑히는 등 중국 페미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장편소설. 문화대혁명 시기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1930년대 중국을 무대로 삼은 연애소설 ‘영국 연인’도 함께 나왔다. 작가는 현재 영국 런던에서 작품 활동 중이다. 각권 9000∼9800원. ●어느날, 크로마뇽인으로부터(이평재 지음, 민음사 펴냄) 도발적 상상력으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 내면에 깃든 추악성과 공격성을 집요하게 파헤쳐온 작가가 두 번째 소설집을 냈다. 표제작을 비롯해 총 8편의 단편을 묶었다. 작품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 24컷이 작가의 독특한 소설세계에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더한다.1만원. ●어머니, 우리 어머니(김종해 김종철 지음, 문학수첩 펴냄) 신춘문예를 통해 나란히 등단했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두 형제시인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향한 마음을 시로 노래했다.‘…아아 엄마하면/그 부름이 세상에서 가장 짧고/아름다운 기도인 것을!’(김종철, 엄마엄마엄마)이란 시구에서 삶의 위안이자 시의 생명으로서의 어머니가 오롯이 전해진다.8000원. ●풍경의 탄생(장석주 지음, 인디북 펴냄) 시인이자 평론가인 저자의 6번째 평론집. 지난 7년간 써온 평론을 엮은 것으로 ‘이미지’라는 프리즘으로 바라본 한국시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했다. 세기말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 달려가는 젊은 소설가들의 작품에 대한 분석, 제도권에 갇혀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문학비평의 현주소를 살핀 글들이 실려있다.2만 5000원.
  • [책꽂이]

    |경제·실용| ●교황 바오로 2세에게 배우는 성공한 사람들의 7개 습관(진희정 지음, 이지북 펴냄)가톨릭 수장으로 종교, 국적, 이념을 초월해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던 교황 바오로 2세를 기업의 경영자 입장에서 바라본 자기관리서다. 자신을 희생하고, 솔직하고, 용기를 갖고, 신념을 행동으로 실천하라는 메시지다.1만 2700원 ●부와 행복의 법칙(혼다켄 지음, 더난 펴냄)돈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금전운을 향상시키는 법 등 부의 비밀과 행복의 철학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 내용도 저자가 젊은 시절 전 세계의 백만장자들을 만나 성공비결을 묻고,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딱딱한 경제경영서를 싫어하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1만 2000원 ●몸에 좋은 색깔 음식(정경연 지음, 고려원북스 펴냄)젊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건강서. 한의사인 저자는 음양오행에 따른 색깔 건강법을 주장한다. 우리 몸은 부위에 따라 서로 다른 색깔의 음식을 원한다는 설명. 심장은 붉은 색, 간은 녹색, 비장은 노란색, 폐장은 하얀색, 신장은 검은색을 원한다는 것. 알고 먹으면 약이 되는 다섯가지 색깔의 50가지 음식이 소개된다.1만 4000원 |유아·아동| ●수학 첫걸음 시리즈(전4권)(샐리 휴잇·앤드루 킹 지음, 승영조 옮김, 승산 펴냄) 취학 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수와 셈, 모양, 크기, 측정 등 수학의 기본개념에 눈뜨게 해주는 수학동화. 부모와 교사를 위한 별도의 가이드북이 마련됐다.3세 이상. 각권 9000원. ●나 혼자 기다렸어요(헬렌 런 지음, 서희주 옮김, 크레용하우스 펴냄) 매사에 불안함과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잘 표현한 그림동화. 늦어지는 엄마를 혼자 기다리는 여자아이에게 ‘걱정’들이 하나둘 찾아오는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한편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자세를 배우게 한다.4세 이상.8000원. |초등·청소년| ●바람이 찍은 발자국(강원희 지음, 솔 펴냄) 동화작가 강원희가 풀, 꽃, 나무 등 자연을 짧은 시로 노래하고 사진작가 황헌만이 천연색 사진을 나란히 덧붙여 감흥을 더해준다. 멀리 시골 들길을 걷고 있는 듯 소담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어린이를 위한 시사진집. 초등 저학년.1만 2000원. ●펄루, 세상을 바꾸다(에이비 지음, 고은광순 옮김, 주니어김영사 펴냄) 참된 자유와 지도자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정치 동화’. 몬트머 족의 후계자로 지목된 주인공 펄루는 사악한 모사꾼의 덫에 걸려 살인누명까지 뒤집어쓴다. 지은이는 뉴베리상 수상작가. 초등 4학년∼중학생.1만 3000원.
  • [책꽂이]

    ●느릅나무에게(김규동 지음, 창비 펴냄)올해 팔순을 맞은 노시인이 1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시집.300편 가운데 83편을 엄선해 실었다. 생전에 가볼 수 있을지 기약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헤어진 가족과 젊은 시절을 함께 한 문우들에 대한 추억, 통일을 향한 꿈 등이 담백한 시어에 실려 깊은 울림을 전한다.8,500원. ●다니(김용규·김성규 지음, 지안 펴냄)독일과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형제 작가가 ‘알도와 떠도는 사원’이후 4년 만에 공동집필한 장편소설. 이른바 ‘지식소설’로 이름붙여진 작품으로 인간의 폭력성이 어디서 기원하고,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지를 침팬지 집단간의 동종학살(제노사이드)을 통해 살펴본다. 인간과 동물의 폭력성에 관한 철학적, 사회생물학적, 인류학적 지식의 깊이가 놀랍다.1만 1000원.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김윤식 지음, 솔 펴냄)지난해 일본 도쿄를 방문한 저자가 시나가와역, 간다 서점가, 국립서양미술관, 고바야시 히데오의 무덤 등지에서 임화와 나카노 시게하루를 연상하고, 야나기 무네요시와 대화를 나누며 한국문화와 일본 문화 사이의 숙명적 관계를 탁월한 안목으로 분석한 책. 한국문학의 대표 논객이 쓴 첫번째 본격 회고담이다.1만원. ●날개(이상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우리 현대문학 100년의 역사를 새롭게 정리하고자 문학과지성사가 발간하는 한국문학전집의 3차분 3권 가운데 하나로 발간됐다. 김유정의 ‘동백꽃’,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함께 나왔다. 각 9,500원. ●번역과 번역가들(쓰지 유미 지음, 송태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일본의 중견 번역가이자 문필가인 저자가 유럽에서 활동 중인 저명한 번역가들을 인터뷰한 육성을 실었다. 번역가의 생활상, 의역·직역 논란, 공동 번역의 장단점 등 번역가 지망생들이 궁금해할 다양한 정보들이 기록돼 있다.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 수상작.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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