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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세기 프랑스의 SNS ‘詩’… 그 입을 틀어막아라

    18세기 프랑스의 SNS ‘詩’… 그 입을 틀어막아라

    시인을 체포하라/로버트 단턴 지음/김지혜 옮김/문학과지성사/264쪽/1만 5000원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라 진평왕 때 ‘서동요’를 퍼뜨린 백제 무왕은 시와 노래의 위력을 유감없이 드러낸 역사 속 대표적인 인물이다. 설화에 따르면 무왕은 자신의 속내를 감춘 채 아이들에게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해 여론을 호도한다. 이윽고 소문은 꼬리를 물고 진평왕의 귀에까지 닿는다. 쫓겨난 선화 공주를 취하면서 무왕은 손쉽게 사랑을 쟁취할 수 있었다. “건성건성 박수를 쳤다”는 죄목으로 공개 처형된 장성택도 소문의 희생양일 수 있다. ‘백두혈통’에 맞선 반역을 스스로 시인했다지만 그의 숙청 뒤에는 최고 권력자의 여인과 추문을 일으켰다는 소문이 따랐다. 문화사가 로버트 단턴은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인 18세기 중엽의 파리 거리 한복판에서 뜬소문에 불과했던 시와 노래를 추적한다. 1749년 봄 파리의 치안총감에게 대대적인 체포 명령이 떨어지고 대학생, 교수, 하급 성직자 등 14명이 잇따라 바스티유 감옥에 잡혀 들어온다. 이른바 ‘14인 사건’이다. 경찰은 ‘모르파의 유배’라는 시의 제목 말고는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다. 경찰은 매수된 첩자를 통해 프랑수아 보니라는 30대 의대생을 체포한다. 보니는 자신이 시를 쓰지 않았다며 시를 건넨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 생 니콜라 데샹 교구의 하급 성직자인 장 에두아르가 잡혀 오지만 역시 다른 이에게서 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성직자인 몽탕주, 뒤자스에 이어 법학도인 알레르, 법률 서기 주레, 철학도 뒤 쇼푸르도 바스티유로 끌려온다. 이 과정에서 ‘모르파의 유배’ 외에 왕을 검은 괴물에 빗댄 ‘검은 분노의 괴물’ ‘매춘부 사생아’ 등 모두 5편의 시가 왕의 분노를 자아낸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경찰은 불법적인 시 암송에 가담한 혐의로 밀고된 평범한 파리 시민들만 잡아들였을 뿐 시의 창작자는 끝내 밝히지 못했다. 수사의 칼날이 윗선이 아닌 대학생 같은 깃털에만 치우친 탓이다. 수사 과정은 역설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문 구어 세계의 의사소통망을 복원하는 기능을 했다. 바스티유에 남아 있는 경찰의 수사 기록은 문맹률이 절반을 넘던 시절 어떻게 여론이 형성됐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가 됐다. 당시 시구는 시민들의 입과 손을 거치며 첨삭됐고 이 과정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갖췄다. 집단 창작물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시가 회자되는 방식을 살펴보면 어디서 흘러나왔는지 쉽게 짐작된다고 말한다. 화려한 정치 풍토를 지닌 베르사유의 궁전 문화는 유독 시를 사랑했고 왕족과 귀족, 왕의 애첩 등은 정적을 숙청하기 위해 시를 활용했다. 30여년간 정권을 잡았던 모르파 백작이 1749년 4월 실각하며 유배된 것도 루이 15세의 애첩인 퐁파두르 부인을 풍자시를 통해 쳐내려다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모르파는 궁정 생활과 관련된 시와 노래를 수집해 왕에게 보고했는데 이는 왕의 주변 여론을 호도하는 역할을 했다. 그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모르파 샹송집’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 있다. 파리의 골목골목마다 회자되던 낯익은 풍자시 낭송에 루이 15세는 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한 것일까. 시기가 문제였다. 모르파의 몰락으로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던 왕은 오히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당황한다. 프랑스 국민의 지지를 받던 영국 왕실의 망명객 에두아르 왕자마저 추방되자 시민들은 ‘오늘날 이토록 비굴한 국민이여’란 시구를 따라 부르며 왕을 비난한다. 전비 마련을 위한 세금과 왕실의 성적 문란은 불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서 잠시, 작가 밀란 쿤데라의 에세이집 ‘소설의 기술’을 되돌아 보자. 전체주의 체제에서 유독 탄압받는 지식인의 모습이 담긴 책에는 오늘날 한반도는 물론 과거 프랑스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반역자들에게는 죄가 있다기보다 ‘건성건성 박수’ 같은 뻔한 죄목이 뒤집어씌워졌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18세기 프랑스의 시와 노래는 오늘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렇게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 1·2(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애니북스 펴냄) 30대 싱글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 ‘수짱 시리즈’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저자가 결혼 11년차 부부의 일상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148쪽. 각 권 9000원. 피렌체, 당신이 날 불렀죠(정시원 지음, 별 펴냄) 직장생활을 접은 뒤 남편과 두 딸을 남겨둔 채 홀로 유럽으로 떠난 저자가 여행과 일상 사이에서 머물다온 88일간의 기록. 264쪽. 1만 3800원. 욕망하는 여자(대니얼 버그너 지음, 김학영 옮김, 메디치 펴냄) 성(性)과학으로 여성 성욕의 실체를 규명하면서 ‘남성은 수시로 성욕을 느끼지만 여성은 친밀한 관계일 때만 욕망이 생긴다’는 기존의 통념을 반박한다. 264쪽. 1만 3000원. 촘스키(놈 촘스키 지음, 강주헌 등 옮김, 시대의 창 펴냄) 놈 촘스키의 저서 중 국내 독자들에게 널리 읽힌 ‘공공선을 위하여’, ‘비밀, 거짓말 그리고 민주주의’ 등 3종 7권을 최신 정보와 촘스키 연보를 수록해 재출간했다. 각 권 1만 2500~1만 6500원. 미처 다 하지 못한: 김광석 에세이(김광석 지음, 예담 펴냄) 1996년 홀연히 세상을 떠난 가객 김광석의 육필 원고 67편과 미완의 노래 64편을 묶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한다. 252쪽. 1만 4800원. 펜화, 한국 건축의 혼을 담다(김영택 지음, 서울셀렉션 펴냄) 30년간 건축 문화재를 펜화로 그려온 김영택 화백이 불국사와 통도사 등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을 담은 91점의 펜화를 모아 도록으로 출간했다. 170쪽. 3만 2000원.
  • 美 하버드 대학 폭발물 소동 범인은 시험 피하려던 한국학생

    美 하버드 대학 폭발물 소동 범인은 시험 피하려던 한국학생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일어난 거짓 폭발물 신고 소동은 기말시험을 피하려던 한 한국 학생의 ‘의도된 계획’으로 드러났다고 CBS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1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연방 검찰청에 따르면 하버드대 심리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엘도 김(20)씨는 16일 오전 8시 30분쯤 두 명의 학교 관계자와 대학 경찰, 교내 신문사 등에 “사이언스 센터와 서버 홀, 에머슨 홀, 테이어 홀 중 두 곳에 ‘파편 폭탄’이 설치돼 있으니 빨리 제거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가짜 이메일을 보낸 김씨는 30분 뒤인 오전 9시에 시작되는 기말시험을 준비하다 비상벨 소리를 듣고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갔다. 신고를 받은 보스턴 경찰은 즉시 학교 건물 전체를 폐쇄하고 폭발물을 수색했으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오후 3시쯤 대피령을 해제했다. 경찰은 폭발물 신고자가 교내 무선 인터넷망을 이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메일 주소를 추적한 끝에 이날 저녁 집에 있던 김씨를 체포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보스턴 폭탄 테러에 사용된) ‘파편’(Shrapnel)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폭발물의 위험성을 강조했으며, 건물 네 곳 중 두 곳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거짓말로 수색을 지연시켰다”고 밝혔다. 김씨는 18일 연방법원에 출두한 뒤 유죄가 확정되면 보호관찰 3년을 포함한 최고 5년형과 25만 달러(약 2억 60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될 예정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하버드대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 용의자로 우리 학교 학생이 체포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 학보 ‘크림슨’은 김씨가 서울 출신으로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와 워싱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조기 유학생이며, 학내 매체인 ‘하버드 인디펜던트’와 자선 패션쇼 모임 등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전했다. 2009년에는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에세이 대회에서 ‘문화적 집단학살’이라는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받는 등 학업과 과외활동에서 두각을 보였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끝없는 불황 속 소설은 부활했고 사재기는 여전했다

    끝없는 불황 속 소설은 부활했고 사재기는 여전했다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7%가량 줄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업계에서 양호한 편이다. 내년에는 얼마나 더 떨어질지 알 수 없다.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 중견 출판사 대표의 깊은 한숨은 갈수록 혹독해지는 출판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온라인 서점 매출도 하락하고, 어린이책 시장마저 고전을 면치 못한 2013년 출판계를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도서 등 3대 유통업체의 판매 분석과 출판 관계자들의 도움을 얻어 4개의 키워드로 돌아봤다. ■소설의 강세 올해 출판계는 문학의 열기가 유독 뜨거웠다. 고정 독자를 확보한 국내외 인기 중견 작가의 신작이 한꺼번에 쏟아져 소설 읽기 붐을 되살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와 정유정의 ‘28’이 불씨를 일으킨 가운데 조정래의 ‘정글만리’(전 3권)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선전으로 출간 5개월 만에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김진명의 ‘고구려’ 등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관심을 모으며 모처럼 노벨상 특수를 누렸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정글만리’나 ‘28’ 등은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면서 “지난해까지가 치유와 공감의 ‘한줄 에세이’의 시대였다면 올해 경쾌한 호흡의 ‘짧은 이야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대중 인문서의 약진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로, 책을 통해 ‘힐링’하려는 20~30대 독자들의 요구가 올해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힐링를 주제로 한 에세이에 대해 독자들이 식상함과 피로감을 느끼면서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신 대중적인 인문서가 주목을 받았다. 정치인에서 저술자로 돌아온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와 박웅현의 ‘여덟 단어’, 주현성의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등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0년 만에 완간된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강연회로 인기를 얻는 유명인이나 베스트셀러 저자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책 골라주는 TV 인기 드라마나 예능에 소개된 책이 인기를 얻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2000년 출간된 천재 화가 이중섭의 편지와 그림을 엮은 ‘이중섭의 편지와 그림들 1916~1956’은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 등장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기무라 유이치의 ‘폭풍우 치는 밤에’ 등 예술, 에세이, 아동 등으로 분야도 다양했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클로르의 ‘꾸뻬씨의 행복여행’도 올초 배우 이보영이 방송에서 소개한 뒤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재기 파문 지난 5월 일부 출판사의 사재기 의혹이 또다시 불거져 출판계를 뒤흔들었다. 특히 황석영, 김연수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 더욱 논란이 됐다. 황 작가는 해당 작품을 절판시키고,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출판, 유통, 작가, 소비자 단체 대표 등 주요 관계자는 지난 10월 출판사 회원 자격 박탈과 해당 도서의 베스트셀러 목록 제외 등 강도 높은 규제안이 담긴 자율협약에 합의하는 등 자정 노력을 보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지난달 자기계발서 ‘상처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관계의 힘’과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 등 두 권에 대해 사재기라고 의결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서울발 사진종합(정태원 지음, 눈빛 펴냄) 19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 이한열의 최루탄 피격 사진으로 유명한 보도사진가 정태원이 1970년대 후반 부마항쟁부터 광주항쟁, 6월항쟁을 관통하며 촬영한 180여점의 사진을 담았다. 240쪽. 4만원. 인천상륙작전 1(윤태호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이끼’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그린 첫 역사만화. 한국전쟁 발발, 낙동강 전투, 인천상륙작전을 거쳐 서울 수복까지 현대사를 복원한다. 232쪽. 1만 3000원. 펄프극장(김경주 지음, 글항아리 펴냄) 시인 김경주가 1990년대에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닌 세대가 겪었던 감수성을 하모니카, 타자기 등 50여개의 사물에 얽힌 이야기로 풀어낸 에세이집. 372쪽. 1만 4000원. 한자의 모험(윤성훈 지음, 비아북 펴냄) 한자 22자를 분석해 동아시아 지역의 세계관과 미학, 문명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역사·문화사적 배경, 글자의 조형미를 연결해 입체적으로 조망한 시도가 돋보인다. 351쪽. 1만 8000원. 마에스트로의 리허설(톰 서비스 지음, 장호연 옮김, 아트북스 펴냄) 마리스 얀손스, 사이먼 래틀 등 세계적 명지휘자 6명의 리허설 현장 취재를 통해 지휘자들이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빚어내는 비밀을 엿본다. 360쪽. 2만원. 굿바이 근혜노믹스(정승일 지음, 복돋움 펴냄) 독일, 스웨덴 등 유럽 복지국가의 경험과 역사, 이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밥그릇 빼앗는’ 경제민주화가 아닌, ‘밥 먹여 주는’ 경제민주화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352쪽. 1만 5000원.
  • ‘불안’ 에 잠식 ‘괴물’ 된 20대

    ‘불안’ 에 잠식 ‘괴물’ 된 20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오찬호 지음/개마고원/240쪽/1만 4000원 도발적인 제목이다. 모든 종류의 차별을 타개하기 위해 수십년간 피땀 흘려 온 민주주의의 역사를 이렇게 대놓고 부정하다니…. 부제는 더 섬뜩하다.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언제나 그 시대의 가장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세대로 꼽혀 온 20대가 아니던가. 88만원 세대, 이태백,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같은 자조적인 유행어만 봐도 이 시대 20대의 고통과 불안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암울한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차별에 찬성하는’ 괴물 같은 존재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 아닐까 하는 게 책을 읽기 전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책에는 지금의 20대가 승자 독식의 경쟁체제에 찌든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돼 버린 ‘불편한 진실’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자신의 불안한 처지를 위로받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별을 기꺼이 인정하는 20대들의 민낯은 안타까움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책은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인 저자가 2008년부터 4년간 박사학위 논문으로 연구했던 주제를 대중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시간강사로 서울과 수도권 10여개 대학에서 강의한 저자는 2000장이 넘는 학생들의 에세이 과제물을 읽고 그중 100편을 간추려 집중 분석했으며 50여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20대의 속마음을 가까이서 들여다봤다. 20대에 대한 문제의식은 2008년 5월 한 강의에서 겪은 낯선 경험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당시 한창 이슈가 되던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주제로 ‘인권과 평화’에 대해 강의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때 한 학생이 이렇게 답했다. “정규직을 날로 되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 입사할 때 비정규직으로 채용됐으면서 갑자기 정규직 하겠다고 떼쓰는 건 정당하지 못한 행위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학생의 말에 저자는 당황했다. 지방대 출신이 취업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다룬 영화를 보고 ‘인 서울’ 대학생들이 보인 반응도 놀라웠다. 그들은 영화 속 주인공의 좌절에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의 학교보다 서열이 낮은 지방대 학생들과 같은 급으로 취급받는 것에는 불쾌해했다. 비정규직 고용 형태의 불합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이 바로 정규직이 된다는 사실에 박탈감을 넘어 격렬한 분노를 느끼고, 수능 점수로 매겨진 대학 서열에 따른 차별 대우를 당연하게 여기는 그들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자는 20대가 겪고 있는 극심한 불안이 그들의 사고방식과 윤리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정적인 삶을 기대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자기 몫을 챙기는 데 예민해진 20대들이 차별의 벽을 쌓고 자기보다 못한 상대를 밀어내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력 위계에 대한 집착은 도를 넘어섰다. 학벌, 학연의 폐해는 줄곧 있어 왔지만 학력 위계는 같은 대학 내에서도 수시생들을 ‘수시충’, 지역균형 입학생을 ‘지균충’으로 부르며 무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몇 년 새 대학과 학과 이름이 새겨진 야구점퍼가 유행한 것도 학교 수준에 따른 과시와 멸시, 우월감과 열등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20대들을 이처럼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자로 만든 배후로 ‘자기 계발 권하는 사회’를 꼽는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점령한 자기 계발서들은 경쟁에서의 승리와 패배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설파하면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희생할 것을 독려한다. 취업에 목맨 20대에게 자기 계발은 입사 지원서에 기재할 ‘스펙’의 다른 이름이다. 문제는 자신이 투자한 노력과 시간을 기준으로 그보다 노력이 부족한 이들을 가혹하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자신처럼 열심히 공부해도 정규직 되기가 힘든데 비정규직으로 입사해서 감히 정규직을 요구하고, 자신보다 수능을 못 보고선 취업 시장에서 똑같이 대우받길 원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는 게 그들이 생각하는 ‘공정’과 ‘정의’다. 책은 대안을 제시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다만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할 때만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괴물이 된 20대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괴물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구조적 원인을 따져 보고,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 20대의 양면을 직시해야 한다는 게 저자가 내린 결론이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플라밍고의 미소(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명주 옮김, 현암사 펴냄)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의 대중화에 몰두한 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의 과학 에세이집. 굴드는 1974년부터 2001년까지 매달 미국 자연사박물관이 펴낸 월간지 ‘내추럴 히스토리’에 300여편의 에세이를 연재했다. 이 글들은 굴드의 편집을 거쳐 ‘자연학 에세이’ 시리즈 10권으로 출간됐는데, ‘플라밍고의 미소’는 1985년에 나온 네 번째 책이다. 언어, 문학, 음악, 건축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식견과 독창적인 문체로 과학계의 전설로 통하는 굴드는 대중적 글을 표방하면서도 전문성을 희생하지 않는 글쓰기로 유명하다. 이 책에선 특히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원인을 분석한 ‘양극단의 소멸’이 널리 알려져 있다. 굴드의 생물학 연구의 초점인 서인도 바하마 제도의 육상달팽이 케리온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100번째 에세이도 수록됐다. 612쪽. 2만 8000원. 우리 사료 속의 독도와 울릉도(유미림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을 지낸 유미림 한아문화연구소 대표가 독도 영유권에 관한 기존 사료들 외에 새롭게 발굴된 사료를 분석해 책으로 펴냈다. 특히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중국 외교문서를 처음으로 발견, 수록했다. 1947년 10월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서는 중국이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도서로서 한반도 영토 범위에 속한다고 여겼음을 보여 주고 있다. 책에는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울릉도 사적’, 박세당의 ‘울릉도’, ‘책문(策文)’, 대한제국의 ‘울도군 절목(節目)’ 등도 포함돼 있다. 이 사료들은 새로 발굴됐거나 알려졌어도 제대로 번역되지 않은 자료들이다. 저자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부르짖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료를 끊임없이 발굴해 연구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468쪽. 2만 3000원. 제로의 기적(캐릴 스턴 지음, 정윤희 옮김, 프런티어 펴냄) 유니세프 미국기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저자가 세계 곳곳의 구호 활동 현장에서 굶주림, 가난, 질병 등으로 죽어 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애쓴 7년의 여정을 담았다. 그녀는 충분히 살릴 수 있지만 기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죽는 아이들의 숫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제로의 힘을 믿어요(Believe in Zero)’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세 아이를 둔 그녀는 현장 경험이 없이 모잠비크에 갔다가 벌레가 무서워 벌벌 떨고는 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죽어 가는 아이들을 맞닥뜨리면서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당장 그들을 살리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열 살 소년부터 내란과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으로 전락한 이들, 열악한 환경에서도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304쪽. 1만 3000원. 무당벌레는 꼭대기에서 난다(박찬순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라디오 프로듀서, 외화 번역가로 일하다 2006년 50세의 나이로 등단한 박찬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자신에게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던 젊은이, 이웃들의 목소리를 소설에 들여보냈다는 작가는 비루한 인생들을 응원하는 9편의 ‘찬가’를 만들어 냈다. 줄 하나, 도마 크기의 안전판에 온 생명을 맡긴 채 고층 빌딩의 유리를 닦는 청년, 한국 공장으로 일하러 왔다가 동료를 죽인 스리랑카 소년, 박봉에 바쁜 일정에 쫓기며 사는 시간 강사와 수배자 신세로 떠도는 제자 등 작가는 디딜 데 없는 절망에 놓인 청년 세대, 이민자 등의 삶에 애정 어린 시선과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들은) 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혹독한 경쟁에 내몰렸거나 가혹한 삶의 조건에서 신음하는 이들이었다.316쪽. 1만 2000원.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생각의 궤적(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난주 옮김, 한길사 펴냄) ‘로마인 이야기’, ‘바다의 도시 이야기’ 등 방대한 역사 저술 활동을 펼쳐 온 저자가 1975년부터 2012년까지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엄선해 묶은 에세이집. 역사와 인간, 삶과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역작들을 내놓기까지 37년간 저자가 걸어온 삶의 궤적과 사고의 흐름 등을 엿볼 수 있다. 책에는 이탈리아에서의 생활, 젊은 날의 지중해 편력, 역사와 문명에 대한 단상, 사람들과의 추억, 역사작가로서의 창작 자세, 음식과 축구 그리고 영화 이야기 등 기존 작품에서 접할 수 없었던 인간 시오노 나나미의 여러 얼굴이 담겨 있다. ‘로마인 이야기’의 집필에 얽힌 후일담과 “일을 다 끝내고 죽고 싶다”는 각오를 다지는 글 등에선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지칠 줄 모르는 저자의 치열한 창작 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420쪽. 1만 6000원. 딜레마(뤼앙 오지앙 지음, 최정수 옮김, 다산초당 펴냄) 정원을 초과한 구명보트에 사람 4명과 개 1마리가 타고 있다고 가정하자. 누구를 바다에 던져야 할까. 여기에 한 가지 정보가 추가된다. 사람들은 도피 중인 대량 학살 주동자들이다. 당신의 판단은 이전과 달라졌는가. 도덕적 직관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것일까. 또는 감정적 판단일까, 아니면 의지를 지닌 자발적 판단일까.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인간의 윤리 의식과 기준도 다양해지고 있다. 철학자이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국장인 저자는 극단적인 상황의 사고실험 19가지를 통해 인간의 윤리적 판단이 환경과 입장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했다. 절대적으로 옳은 입장이나 답은 없다. 사고실험의 논쟁과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철학적 사고방식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332쪽. 1만 8000원. 꼬리 치는 당신(권혁웅 지음, 마음산책 펴냄) 시인의 감성으로 500여종의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자, 호랑이, 토끼, 여우처럼 익숙한 동물은 물론이고 사모아쇠물닭, 주머니고양이 등 낯선 이름의 동물, 그리고 공룡, 도도새, 모아처럼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진 동물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지속적으로 품어온 동물들에 대한 애정을 시와 산문 중간쯤의 압축적인 글로 표현했다. “녹색을 내는 색소가 없으면서도 박각시나방은 초록색 알을 나뭇잎에 낳는다. 천적이 발견할 수 없도록 위장색을 입힌 것. 어떻게 초록색 알을 낳는 걸까. 애벌레 시절에 먹은 잎의 엽록소를 몸에 저장했다가 알에 주는 거다. 박가시나방, 마음이 참 예쁘다. 이것이 진짜 어머니 마음”(어머니의 마음2). 생물학과 철학,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사유가 빚어낸 문장에 섬세한 선과 채색이 돋보이는 수채화가 더해져 읽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608쪽. 1만 5500원. 일곱 계절의 정원으로 남은 사람(칼 푀르스터 지음, 고정희 옮김, 나무도시 펴냄) ‘꽃의 제왕’ ‘독일 정원의 아버지’로 불린 칼 푀르스터(1876~1970)가 쓴 27권의 책과 수백 편의 에세이, 수만 통의 편지 중에서 핵심적인 글들을 뽑아 엮었다. 숙근초 육종가이자 정원사이며 작가였던 그는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여년 동안 포츠담 보르님에 머물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일곱 계절의 정원’ 개념을 발전시켰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꽃의 아름다움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하에 정원을 가꾸고 정원문화를 확산하는 일관된 삶을 살았다. 책은 ‘일곱 계절의 정원’이라는 개념에 맞춰 그의 삶을 일곱 시기로 나누고 각 시기에 쓴 글과 편지를 실었다. 딸 마리안네 푀르스트가 쓴 정원일기 ‘내 아버지의 정원에서 보낸 일곱 계절’도 함께 발간됐다. 304쪽. 1만 5000원.
  • “세속적 평가가 높아져 반성중… 예술은 날 일상에서 일깨워줘”

    “세속적 평가가 높아져 반성중… 예술은 날 일상에서 일깨워줘”

    그의 이름 앞에는 이미 수식어가 차고 넘친다. 생존 작가 중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 일본 ‘모노하’(物派)의 선구자, 한국 작품 해외 경매가 중 최고를 기록한 작가…. ‘LeeUfan’이란 이름으로 해외에 더 잘 알려진 작가 이우환(77)은 지난 10월 금관문화훈장을 받으면서 이름 앞에 수식어를 또 하나 추가했다. ‘살아 있는 이는 받기 힘들다’는 세간의 농담에 걸맞게 2007년 이후 생존자가 이 훈장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 노출을 극히 꺼리는 그를 28일 인터뷰했다. 훈장 수여식에 불참했던 그는 뒤늦은 수훈 소감을 묻자 “세속적인 평가가 높아지는구나 하고 반성합니다”라는 선문답을 했다. 그는 내년 6월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의 개인전 개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회화와 설치미술뿐 아니라 에세이와 시 집필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그는 이론가, 철학가로서의 면모도 갖고 있다. 그의 딸 이미나씨를 통해 주고받은 팩스에는 짤막한 글 안에 깊은 구도(求道)의 흔적이 역력했다. 1년 중 일본과 프랑스, 미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는 그는 가족에게도 행방을 알리지 않고 주로 팩스로 연락을 취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파리에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몸이 좀 편찮으시다고 하던데, 근황은 어떠십니까. -내 나이에 알맞은 고장이 있어서 적당히 편치 않은 느낌이 좋습니다. →머무는 나라마다 다른 작업을 하십니까. -미국에서는 회화 작업을 하지 않고 유럽과 일본에서만 회화작업을 합니다. 다 합쳐도 큰 작품은 1년에 10점 미만입니다. 조각은 프로젝트가 있을 때 어디서나 합니다. →최근 붙잡고 있는 화두가 있습니까. -필요 없는 얘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예술인가. →‘2001년 9월 11일, 뉴욕 테러가 벌어진 다음 더더욱 정신이 차려지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에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 어떻게 시가 쓰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는 글을 봤습니다. 그렇다면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어떤 마음이었습니까. -나의 무력함을 반성합니다. 그러나 예술 활동을 지진은 모를 것입니다. →요즘을 ‘인간이 퇴장한 오늘날’이라고 표현하셨죠. 그런 상황 속에서 예술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예술은 나를 일상에서 깨어나게 하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몇십 년을 예술 한답시고 뛰었지만 이뤄진 건 없는데 그래도 예술! 하고 생각하면 늘 설렙니다. →선생님에게는 ‘경계인’ ‘중간자’의 인상이 있습니다. 이런 ‘경계인’으로서의 생활은 선생님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인간 중심적 근대주의를 기반으로 한 서구미술의 논리를 강한 톤으로 비판해 왔지만 한편으론 선생님의 작품이 동아시아의 신비주의적 영역으로 규정되는 것 역시 부정해 오셨습니다. -살다 보니 경계인이 된 것 같고 미래는 다 경계인이 될 것 같아 보입니다.(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우환은 서울대 미대 중퇴 후 1956년 도일, 니혼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대 전후 태동한 일본의 모노하 운동을 주도했다. 모노하는 물질을 그대로 드러내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재고하는 작업으로, 서구의 논리에서 벗어나 일본 문화의 특질에 바탕을 둔 추상조형을 추구하는 사조를 특징으로 한다.) 나의 작품은 이우환이라는 사람으로 인해 제시된 것입니다. 그래서 특정 지역이나 민족을 대표하는 것이 되기 힘듭니다. 나의 꿈은 여기가 우주의 일부라는 것을 암시하는 데 있습니다. →회화 작품의 경우 1970년대 점, 선 시리즈로 시작해 1980년대 바람 시리즈,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조응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작품의 변화는 선생님 내면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습니까. -모든 것은 과정이고 또 결과물이지 답이 아닙니다. →화백, 아티스트, 작가, 철학가 등의 여러 호칭 중 어떤 명칭으로 불리는 것이 좋습니까. -나는 단순한 미술가입니다. →한국의 젊은 화가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제발 책 많이 읽고 생각 많이 하고 외국 여행 많이 하기 바랍니다. →2015년 부산에 ‘이우환 갤러리’, 2016년 대구에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 건립될 예정입니다. 부산과 대구 간 신경전도 상당했는데 일본 가가와현 나오시마에 있는 미술관에 이어 한국에서 선생님의 미술관이 잇따라 생기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나는 아직 한국의 개인 미술관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구는 나와 친구들의 미술관, 부산은 시립미술관 내에 부설로 방 몇 개의 갤러리가 만들어질 뿐입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명사 27명이 들려주는 성철 스님 이야기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1912~1993) 열반 20주기를 맞아 저명인사 27인이 스님을 추모하는 글을 한 권으로 묶은 에세이집 ‘참선 잘하그래이’(김영사)가 출간됐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이 기획한 책에는 고은 시인의 추모시를 비롯해 전 동국역경원장 무비 스님,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박성배·고준환·김형효·고영섭·김호성·황순일 교수, 한승원·김성동 소설가, 홍신선·정호승·고형렬 시인, 이계진 전 국회의원, 스님 동상을 조성한 조각가 강대철씨의 글이 들어 있다. 책에서는 10년 동구불출(산문 밖을 나오지 않은 채 수행에 매진), 8년 장좌불와, 3000배의 만남 등 숱한 이야기를 남겼던 성철 스님과의 다채로운 인연담이 새록새록 풀어진다. 특히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뒷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소개돼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성철 스님이 보조 스님의 화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는 무비 스님은 성철 스님을 이렇게 추모하고 있다. “성철 스님이 보조지눌 국사를 엄청 비난했던 것은 보조의 오류가 아니라 당신의 오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보조의 오류를 바로잡으려고 저렇게까지 집요하게 해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한편 백련불교문화재단 측은 성철 스님 20주기 다례재에 즈음해 ‘백일법문’ 증보판을 펴낼 예정이다. ‘백일법문’ 증보판에는 성철 스님 법문 중 기존에 빠졌던 선 관련 법문 100여쪽이 새로 추가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책꽂이]

    섬에서 섬으로 바다백리길을 걷다(전윤호 글·이상희 사진, 남해의봄날 펴냄) 매물도, 비진도, 한산도 등 통영 앞바다의 섬들을 잇는 바닷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광과 인생 이야기를 시인의 글과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담은 여행 에세이. 176쪽. 1만 5000원. 하루 한번 호오포노포노(이하레아카라 휴 렌 외 지음, 이은정 옮김, 판미동 펴냄) 기억을 정화해 행복으로 이끄는 고대 하와이인들의 치유법 호오포노포노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사랑해요, 미안해요, 고마워요, 용서하세요’ 네 마디 말을 반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208쪽. 1만 1500원. 협동으로 만드는 먹거리 혁명(마크 윈 지음, 배홍준 옮김, 따비 펴냄) 사막이 된 클리블랜드를 되살리려는 도시 농부, 여러 목장이 연합해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 우유를 생산하는 파머스카우 등 먹거리 혁명을 성취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248쪽. 1만 5000원. 나는 경매로 월세 2000만원 받는다 2탄(유영수 지음, 신나는 북스 펴냄) 실전 사례를 통해 꼼꼼히 짚어본 부동산 경매 노하우. 경매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227쪽. 1만 5000원. 페터 춤토르 건축을 생각하다(페터 춤토르 지음, 나무생각 펴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페터 춤토르의 대표 강연을 모아 엮었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을 추구하는 건축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112쪽. 2만 2000원. 정도전의 선택(김진섭 지음, 아이필드 펴냄) 고려 말, 조선 왕조가 세워지는 과정을 정도전을 통해 살펴본다. 당시의 정세와 주요 인물들의 사상, 정치 행태를 비교하고 각종 제도와 정책 등을 토대로 여말 선초의 모습을 그린다. 415쪽. 1만 8000원.
  • [화보] 영화 ‘소녀’ 김윤혜 침대에 누워 섹시 매력 발산 팬心 ‘흔들’

    [화보] 영화 ‘소녀’ 김윤혜 침대에 누워 섹시 매력 발산 팬心 ‘흔들’

    영화 ‘소녀’에서 무표정하면서도 가슴에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외로운 소녀 ‘해원’으로 완벽하게 변신하여 찬사를 받았던 배우 김윤혜가 패션매거진 그라치아 화보 인터뷰에서 배우로서의 삶과 23살 평범한 소녀로서의 생활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긴머리에 약간 창백하면서도 핑크빛 메이크업으로 소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 채 화보 촬영에 임한 김윤혜는 데뷔 11년차 베테랑 모델답게 촬영 내내 편안하면서도 23살 순수하고 꿈 많은 소녀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또한, 화보 촬영 후 인터뷰에서 김윤혜는 자신의 생활에 대해 “모델로서 인형같은 모습을 많이 보인 탓에 주위에서 약간 신비롭게 보시고 제 실제 생활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냥 부끄럼이 많고 조용하며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또래의 평범한 소녀”라고 수줍게 얘기했다. 평소 서점가기를 좋아한다는 김윤혜는 사람과 삶을 배울 수 있는 시집이나 에세이를 즐겨 읽는 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윤혜는 작년 개봉한 영화 ‘점쟁이들’와 최근엔 개봉한 영화 ‘소녀’에서 여주인공 ‘해원’역으로 열연, 충무로에서 차세대 연기파 여배우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영화 관련 인터뷰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 동안 밀린 광고 촬영 및 차기작 출연작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화보] 배우 김윤혜, 23살 ‘소녀’의 솔직 ‘섹시’한 화보

    [화보] 배우 김윤혜, 23살 ‘소녀’의 솔직 ‘섹시’한 화보

    영화 ‘소녀’에서 무표정하면서도 가슴에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외로운 소녀 ‘해원’으로 완벽하게 변신하여 찬사를 받았던 배우 김윤혜가 패션매거진 그라치아 화보 인터뷰에서 배우로서의 삶과 23살 평범한 소녀로서의 생활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긴머리에 약간 창백하면서도 핑크빛 메이크업으로 소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 채 화보 촬영에 임한 김윤혜는 데뷔 11년차 베테랑 모델답게 촬영 내내 편안하면서도 23살 순수하고 꿈 많은 소녀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또한, 화보 촬영 후 인터뷰에서 김윤혜는 자신의 생활에 대해 “모델로서 인형같은 모습을 많이 보인 탓에 주위에서 약간 신비롭게 보시고 제 실제 생활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냥 부끄럼이 많고 조용하며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또래의 평범한 소녀”라고 수줍게 얘기했다. 평소 서점가기를 좋아한다는 김윤혜는 사람과 삶을 배울 수 있는 시집이나 에세이를 즐겨 읽는 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윤혜는 작년 개봉한 영화 ‘점쟁이들’와 최근엔 개봉한 영화 ‘소녀’에서 여주인공 ‘해원’역으로 열연, 충무로에서 차세대 연기파 여배우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영화 관련 인터뷰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 동안 밀린 광고 촬영 및 차기작 출연작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학원 불법 ‘1+ 3 전형’ 수험생 유혹

    유학원 불법 ‘1+ 3 전형’ 수험생 유혹

    교육부가 지난해 불법으로 규정한 ‘1+3전형’과 유사한 유학원 프로그램이 여전히 성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해당 유학원은 지난 8일부터 부산과 서울 등에서 ‘수시2차 설명회’라는 이름의 설명회를 연 데 이어 이번 주말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등에서 설명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제대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탓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앞서 교육부는 1년간 국내 대학에서 수업을 들은 뒤 연계된 외국대학에 3년을 더 다니면 외국대학 학위를 딸 수 있다는 1+3전형에 대해 지난해 11월 이를 실시 중인 20여개 대학에 폐쇄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해당 유학원이 홍보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이 같은 1+3전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학원은 뉴욕주립대, 캘리포니아주립대, 워싱턴주립대 등 미국 18개 유명 주립대학에 정규 학생으로 우선 입학한 뒤 1년 동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등 국내 주요 대학에 국제교류학생 신분으로 파견돼 공부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등록금은 1년 동안 2500만원쯤으로, 1년 뒤에는 주립대에 돌아가 3년을 공부해 주립대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학원은 ‘수능을 망쳤더라도 얼마든지 응시 가능하다’는 설명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을 유혹하고 있다. 유학원 관계자는 “해외 대학에서 파견한 이들이 와서 직접 학생들을 선발한다. 특히 고3 졸업생은 학생부와 에세이, 면접만으로 선발하는데 면접만 잘 준비하면 얼마든지 주립대에 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해외 주립대 학생 신분으로 교류를 맺은 유명 국내 대학에 파견돼 1년 동안 국내에서 공부하는 점이 강점”이라고도 했다. 교육부는 유학원의 이 같은 행태와 관련해 “해외 주립대학들에 문의한 결과 해당 유학원을 통해 주립대학에 정규 입학이 불가능했고,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파견 학생들은 주립대에 정식으로 입학하거나 편입했던 정규 학생들”이라며 “유학원이 해당 주립대학들 허락 없이 마구잡이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불법으로 규정한 1+3전형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달 초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조만간 강력한 제재 방침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처가 한 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학원을 직접 고발하지 않고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까닭에 유학원의 이어지는 설명회를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유학원이 원서접수를 오는 21일에 마감하는 만큼, 이후 제재가 가해지면 등록했다가 피해를 본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도 속출할 전망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길섶에서] 종묘와 바둑/정기홍 논설위원

    낮에 지하철을 타 보면 노령층이 의외로 많은 데 놀란다. 다들 목적지가 있겠지만 혹시 무료함을 달래려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 서울 종묘 근처를 돌아봤다. 종묘공원은 서울에서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가운데 하나. 지난여름 찾았을 때와 달리 공원 곳곳엔 바둑을 두는 이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이미 이곳 어르신들의 놀이문화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 심심파적의 소일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온 터였기에 그럴까. 한가로이 바둑을 두는 풍경이 여간 반갑지 않다. 소설가 이외수씨가 트위터에 ‘탑골공원서 장기나 두지 않고 사인회 하는 건 축복’이라는 에세이집 출판 소회의 글을 올려 노인 비하 논란을 낳고 있다. 60대 후반의 그는 바쁘게 사는 축이다. 그가 누굴 비하하려 했겠나 싶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다. 나이가 듦은 죄가 아니다. 어르신이 즐길 만한 놀이가 더 없을까. 우리 사회의 노년층 문화가 너무 빈약한 것 같아 하는 말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사람 보는 눈(손철주 지음, 현암사 펴냄) 마음을 닮은 얼굴을 통해 그림 속 옛 사람의 본새 읽기를 시도한다. 옛 그림과 관련해 맛깔스러운 이야기로 독자를 끌던 저자가 사람이 나오는 우리 그림을 엮어 책을 냈다. 산수 인물화, 풍속 인물화 등 모두 85점의 그림을 소개한다. 예컨대 노론 계열의 문인화가 김창업이 그린, 노론의 영수 우암 송시열의 초상에 대해선 “낙향과 등용과 유배를 거듭하다 사약을 마신 삶에서 무슨 평탄한 흔적을 찾아내겠는가”라고 꼬집는다. 17세기의 선비 화가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에 대해선 “공재의 됨됨이가 궁금하면 자화상을 보라”고 이야기한다. 284쪽. 1만 5000원. 한국인은 누구인가(김문조 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38명의 각계 전문가가 저마다의 시선으로 한국인의 자화상을 풀어놨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가 8년간 한국인의 내면세계와 정체성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지역감정, 권력욕과 외모 지상주의, 군대와 조직 내 문제, 사회·법에 대한 심리 등 다양한 주제를 담았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정치·사회적 이념을 진단하고 사회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등 저자들은 “한국인들은 자기중심적 정서보다는 관계 속 타인을 일차적인 참조 대상으로 하는 등 타인 중심적 정서에 더 민감하다”고 해석한다. 564쪽. 2만 8000원. 리딩(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알마 펴냄) 뛰어난 비평가이자 기자로 2011년 세상을 떠난 저자의 유작. 38편의 독서 에세이를 모았다. 미국의 유명 문예잡지인 ‘애틀랜틱’을 비롯해 ‘뉴욕타임스 북리뷰’, ‘가디언’ 등에 실린 서평들이다. 날카롭고 직설적인 저자의 시각이 생생하게 담겼다. 저자는 ‘히틀러의 의미’에 대해 “여러분의 서재에서 앨런 불록, 요아힘 페스트, 휴 트레버 로퍼가 쓴 히틀러 전기는 모두 내다버려도 상관없다”고 단언한다. 소설 ‘동물농장’에 대해선 러시아의 1917세대의 운명을 따라가는 뛰어난 소설임을 인정하면서도 “스탈린 돼지와 트로츠키 돼지는 있는데 레닌 돼지는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536쪽. 2만 2000원. 권력과 필화(한승헌 지음, 문학동네 펴냄)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워온 한승헌 변호사의 55년 기록. 권력의 횡포에 맞선 17건의 필화 사건이 담겼다. 검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나서 처음 다뤘던 남정현의 단편소설 ‘분지’사건부터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 폭로, 민중미술 ‘진달래’의 걸개그림 사건, 소설 ‘즐거운 사라’ 논란, 작가 황석영의 방북 사건 등을 담았다. 저자는 군사정권의 눈에 띄는 탄압으로 단편 ‘분지’사건을 꼽는다. 8·15해방과 6·25전쟁의 혼란 속에서 부패한 정부와 미국의 패권주의에 상처받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작가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면서 논란의 정점에 섰다. 월간 ‘현대문학’에 발표 될 당시에는 별문제가 없었으나, 이후 북한 기관지인 ‘조국통일’에 글이 게재되면서 이적표현물로 간주된 탓이다. 이어령 교수 등이 나서 작가를 두둔했으나 유죄판결을 받았다. 496쪽. 2만 3000원.
  • [책꽂이]

    요네하라 마리 한정판 특별컬렉션(요하네라 마리 지음, 마음산책 펴냄) 일본의 유명 작가이자 동시 통역사인 저자의 책 16권 국내 번역 완간을 기념해 이중 다섯 권을 골라 1000질 한정판을 펴냈다. 대표작인 ‘미식견문록’과 ‘프라하의 소녀시대’, ‘발명 마니아’, ‘교양 노트’, ‘언어 감각 기르기’ 등으로 구성됐다. 6만 4000원.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이애경 지음, 허밍버드 지음) 조용필, 유리상자, 윤하 등 유명 가수의 노랫말을 만들어 온 작사가 이애경의 감성 에세이. 30대에 접어든 여성이 삶과 나이듦에 대해 느끼는 고민들을 노랫말 같은 메시지 67편에 담았다. 232쪽. 1만 3000원. 누구나 인재다(육동인 지음, 북스코프 펴냄) 유대인과 이스라엘이 어떻게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는지를 분석한 책. 저자는 유대인의 성공 뒤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생각과 교육이 있었으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유대인 특유의 창의성이라고 강조한다. 192쪽. 1만 2000원. 세기초의 한국언론(유일상 지음, 시간의 물레 펴냄) 건국대 명예교수이자 언론학 박사인 저자의 네 번째 한국언론 평론서. 언론 문제를 중심으로 당시의 현안과 시대상을 반영한 칼럼, 논단, 수필, 학술논문 등의 글을 묶었다. 336쪽. 1만 4400원. 신사대기서(장개충 편저, 너도밤나무 펴냄) 중국 고전인 삼국지, 수호지, 금병매, 초한지를 ‘신(新)사대기서’로 묶었다.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생의 진리와 교훈을 담은 작품들을 각각 한 권으로 간추려 고전을 읽는 부담감을 낮췄다. 각권 1만 5000원.
  • 스타몸매12- ‘돌아이 걸’들

    스타몸매12- ‘돌아이 걸’들

    김홍신의 베스트셀러 ‘인간시장’이 지난 1983년 영화로 재탄생했다. 인신매매·사이비종교·조직폭력배 등 사회악을 응징하는 주인공 장종찬에 관객들은 유쾌·상쾌·통쾌감을 맛봤다. 80년대 암울했던 정치·사회에 대한 대리만족이었다. 카타르시스였다. 1986년 개봉된 영화 ‘돌아이1’ 역시 주먹세계와 맞서는 ‘인간시장’과 같은 류다.  다만 ‘인간시장’과 달리 늘씬하고 섹시한 미녀들을 대거 동원, 더벅머리 총각들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1986년 6월 8일 제908호 선데이서울에 등장한 미녀군단은 같은해 7월 선보인 ‘돌아이2’의 이른바 ‘돌아이 걸’이다. ‘돌아이1’에서 못다 뽑은 사회악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뭉친 것이다. ‘물레야 물레야’로 대종상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이두용 감독이 맡았다. 당시 선데이서울은 ‘돌아이 걸’ 5명의 신상을 ‘몸매자랑’이라는 제목 아래 공개했다. 선데이서울에 소개된 신상명세다.  손은주(24) 부산 출신, 167㎝, 50㎏, 33-24-36, 수영·사이클 솜씨가 일품, “가장 예쁜 부위는 히프”라나.  신은정(22), 수원 출신, 172㎝, 54㎏, 34-25-27, “태권도 초단 실력을 넘어 시원찮은 남자는 늘씬한 다리로 일격하면 저만큼 나가 떨어진다”나.  민복기(23) 경기 광주 출신, 170㎝, 52㎏, 34-24-36, “영록이 오빠같은 남자가 좋은데…어떡하죠. 그 오빠는 임자가 있어서” (필자 주=영록은 ‘돌아이’의 주인공인 전영록, ‘임자’는 부인 이미영을 말함. 전영록과 이미영은 85년 결혼했다가 97년 이혼)  김미현(23) 경북 달성 출신, 168㎝, 50㎏, 33-24-35, “탤런트 조 누구처럼 여유있게 살이 찐 남자가 좋아요.”(필자 주=탤런트 조는 당시 수사반장에서 한창 인기를 끌던 조경환을 일컫음)  오덕(21), 안양 출신, 164㎝, 48㎏, 33-23-34, 김남조씨의 에세이를 즐겨 읽으며 원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는 돌아이걸의 막내.  ‘돌아이2’는 당시 9만 8600명의 관객을 모아, 나름 흥행에 성공했다. ‘돌아이 걸’ 가운데 민복기는 ‘매춘’, ‘파리애마’, ‘조금만 참아줘요’, ‘고금소총’ 등 출연, 관능미를 과시했지만 다른 배우들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항에 나타난 만취녀, 뒹굴다 벌떡 일어나더니...

    공항에 나타난 만취녀, 뒹굴다 벌떡 일어나더니...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과도하게 술을 마신 여자가 공항에서 난동을 부렸다. 여자는 한동한 추태를 보이다가 비행기에 타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비행기에는 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30대로 보이는 익명의 여자의 술주정은 인터넷 동영상공유사이트 유튜브에 누군가 영상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국제공항에 나타난 만취녀’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면 장소는 아르헨티나의 에세이사 국제공항으로 추정된다. 아르헨티나 억양으로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보아 여자는 아르헨티나인으로 보인다.여자는 공항 바닥에 쓰러지듯 앉아 “베일리스를 마셨다”고 말한다. 베일리스는 밀크쵸코 맛이 나는 위스키다. 여자는 바닥에 뒹굴면서 “이 여자 마음에 들어?” “신문기자 오라고 해!”라는 등 엉뚱한 말을 쏟아낸다. “나에게는 절대 못이겨”라면서 누군가와 싸움을 하는 듯한 말도 한다. 주변에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여자는 “경찰 X이나 먹으라고 해”라고 막말로 대답한다. 그러다 갑자기 위기(?)상황이 발생한다. 바닥에서 뒹굴던 여자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비행기를 타야 한다면서 게이트 쪽으로 달려갔다. 동영상은 여기에서 끊겨 여자가 비행기에 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을 보도한 현지 언론들은 “취한 정도로 보아 여자가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서 “여자가 분명 공항경찰의 저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국내여행 | [trekking seoul] 가을, 서울을 거닐다

    국내여행 | [trekking seoul] 가을, 서울을 거닐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서울의 길은 매번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늘 먼저였다. 하지만 더는 미루지 말자. 걷기 좋은 가을이 아닌가. 성곽길 + 홍제동 서울의 어제와 오늘을 걷다팔도 각지의 명산마다 둘레길 조성이 한창인가 싶더니 서울에서도 새로운 길이 조성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홍제동 개미마을에서부터 인왕산 성곽길까지, 서울의 어제와 오늘이 녹아 있는 길을 걸었다.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나다 성곽길 성곽길의 존재는 낯설지 않다. 북악산, 인왕산, 낙산, 남산을 잇는 18km의 길로 삼청동, 성북동의 맛집을 찾으러 갔다가 한번쯤 스쳐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격적인 도보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가 있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북한산 성곽길이 개방되고, 인왕산 성곽길도 새로운 모습으로 복원됐다. 서울시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목표로 성곽길을 차례로 정비하고 있다.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리라. 게다가 성곽길을 오르는 일은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다. 서울이 서울이기 이전, ‘한양’으로 불리던 시절 말이다. 도심 한복판에 14세기 한양 도성을 품고 산다는 것은, 집 안 가장 좋은 자리에 가족사진을 걸어두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뿌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현재의 서울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로 연결된다. 성곽길은 걷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성곽길이 자리잡은 능선은 아무리 높아도 400m를 넘는 곳이 없다. 북악산과 인왕산이 300m, 남산이 200m이고 낙산은 100m에 불과하다. 반나절, 아니 2시간만 할애하면 충분하다. 현재 성곽길은 총 4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이번에 오른 길은 가장 최근에 복구를 마친 인왕산 성곽길이다. 정상은 해발 338m로 성곽길이 있는 산 중에서는 북한산 다음으로 높다.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점점 도시는 멀어지고 자연이 가까워진다. 인왕산 정상에 다다르면 도시는 어느덧 아득해진다. 서울의 상징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 청와대와 남산 타워,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물줄기는 물론이고 도심을 감싼 관악산, 북한산, 남산 등도 조망할 수 있다. 꼬불꼬불 휘어진 성곽길 너머로 자연과 도심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무심히 발걸음을 옮기며 마주한 성곽길이 인왕산 풍경 속에 녹아들며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선을 만들어낸다.▶travie info 성곽길 4구간의 총 거리는 6km이지만 복원된 성곽을 오롯이 걸으려면 자하문에서부터 사직터널까지 걷는 게 좋다. 자하문~사직터널 길은 약 3.5km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직터널에서 출발할 경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에서 사직로를 따라 도보로 10분, 자하문에서 출발할 경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0212, 1020, 7022번 버스로 환승, 자하문고개 정류장에서 하차한다.하늘과 가장 가까운 마을 홍제동 개미마을 인왕산 성곽길에 오르는 다른 길도 있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시작하는 길이다. 좀 의아할 수 있겠다. 홍제역은 인왕산 양끝점인 사직터널, 자하문 중 어느 곳과도 가깝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인왕산 등산로를 따라 30분~1시간 정도 산행을 해야 성곽길에 합류할 수 있다. 산책처럼 걷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 홍제동 개미마을을 보기 위해서다. 개미마을은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마을이다. 한국전쟁 이후 임시 거처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인왕산 자락에 천막을 치고 살았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미국 서부 인디언 같아 ‘인디언촌’이라고도 불렸다. 물론 지금은 천막이 사라지고 마을의 이름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중 하나다. 임시 거처 대신 판잣집이 들어서고 얼기설기 얽힌 전깃줄이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러던 마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한 기업의 후원으로 마을 담벼락에 크고 작은 벽화를 그리게 된 것이다. 경사진 마을 벽을 따라 집 지키는 강아지, 시들지 않는 해바라기, 낮에도 밝게 빛나는 밤하늘이 수놓아졌다. 주민들이 내다놓은 화분, 꽃무늬 계단은 벽화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마을에 대한 소문은 입에서 입을 타고 흘러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결국 이 마을을 바꾸어 놓은 건 재개발이 아닌 ‘예술’이었다. 개미마을은 최근 영화 <7번방의 선물>에 등장하면서 영화 촬영 명소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마을이 유명해졌다고 해서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여전히 슈퍼는 하나뿐이고(마을 초입 버스정류장의 동래슈퍼가 유일한 상점이다), 마을버스가 아니면 오고가기 힘든 곳이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요한 개미마을을 떠나며 생각한다. 우리는 단지 잠시 그곳을 들른 이방인일 뿐이라고. 개미마을 찾아가기 3호선 홍제역 2번 출구에서 07번 마을버스 타고 종점 하차▶travie info 개미마을에서 성곽길 오르기 개미마을 끝에 서면 인왕산 등산로가 나타난다. 인왕산 정상으로 오르는 초입이다. 인왕산은 대부분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고 가파른 바위도 많다. 산행 내내 기묘한 암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소나무 숲의 정경을 관람할 수 있다. 절정은 정상 부근에서 온다. 인왕산의 상징이기도 한 기차바위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압권이다. 사진촬영이 금지된 청와대 부근과 그 너머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경리단길 + 팔각정 서울의 밤, 불야성의 틈새를 찾아서밤이 길어졌다. 불야성의 도시는 점점 더 밝고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진정 도심에서는 고요하게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없을까. 거대한 인파가 파도처럼 치고 빠지는 종로와 이태원에서 감히 그런 공간을 찾아보았다. 이 번잡스러운 도시의 틈새를.팔각정 달빛기행 달빛기행이라는 것이 있다. 달이 꽉 찬 보름 무렵에 서울 4대 고궁을 활보하며 야경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탓에 고즈넉한 야경 감상은 말할 것도 없고 표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9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창경궁 달빛기행은 1분 만에 표가 매진됐다고 한다. 이쯤 되면 나만의 달빛기행을 개척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팔각정은 어떨까.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올라가며 드라이브를 하고 팔각정에서 야경을 즐기는 코스는 최고의 데이트로 꼽힌다. 팔각정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로 서울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불구불 긴 도로를 거슬러 올라온 뒤라 도심이 제법 멀어져 있다. 망원경을 한번 잡으면 한동안 손에서 떼지 못하는 이유다.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 보는 것도 좋다. 이곳에서 담은 추억이 1년 후 시간의 세례를 거쳐 도착하게 될 것이다. 팔각정에 이르기 전 부암동에서의 데이트는 덤이다. 부암동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에서부터 색색의 손만두로 유명한 ‘자하손만두’ 등 가볼 만한 곳이 지천이다. 그러나 행여 소화를 시키겠다는 마음으로 북악스카이웨이를 걸어 오르겠다고 했다간 도중에 오도가도 못하고 후회하기 십상이다. 특히 밤에는 길이 제법 어둑어둑하니 차량을 이용할 것. 여백의 야경이 주는 맛 경리단 길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소월길’이었다. 고요한 밤 여유롭게 산책하기 원한다면 이 길만한 곳도 없다.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경리단 길로 내려가기 전에 잠시 들르면 좋다. 꼼데가르송 건물 옆 나무데크를 따라 소월길에 오르면, 빽빽한 나무 사이 좁다란 길이 이어진다. 인적도 드물고 소리도 차단되어 마치 세상과 격리된 기분마저 든다. 드문드문 보이는 가로등만이 불빛의 전부. 마치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처럼 이질적이고도 환상적이다. 그러다가 길을 빠져 나오면 시원하게 쭉쭉 뻗은 6차선 도로에서 차들의 불빛이 일렁인다. 여기서 내리막을 따라 내려가며 경리단 길로 진입할 수 있다. 경리단 길에는 오래전부터 이곳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가야랑’이 있다. 마을버스 정류장의 이름이 됐을 정도로 전통 있는 집이다. 지금은 전라도식 한정식을 내놓는 ‘호남정’으로 바뀌었지만 각종 세계 음식점 사이에서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맞은 편 ‘비스테카’도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난 곳이다. 비스테카는 이탈리아어로 ‘스테이크’라는 뜻이다. 특히 이곳의 디저트인 티라미스는 맛있기로 유명해 이 티라미스만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한다. 한식이든 양식이든 배불리 먹고 난 뒤엔 야경을 즐길 차례다. 비스테카에서 조금 아래 위치한 마을버스 정류장에 서면 해방촌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옹기종기 모인 주택가의 불빛은 화려하지도 눈부시지도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다. 가만히 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오랜 시간 무수한 곡절을 겪어 온 해방촌 마을의 이야기가 속닥거리는 것만 같다. 연남동 둘레길 발견하는 골목의 재미그 어느 곳보다 소박한 동네가 있다. 스스로 ‘둘레길’이라는 이름을 단, 연희동의 남쪽 연남동이다. 홍대에는 없는 이야기, 둘레여서 더 매력적인 연남동 골목을 구석구석 기웃거려 보자.얼마 전부터 들려오는 소식. 홍대 앞 예술가들이 떠나고 있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인근 상수동, 합정동으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 연남동도 그중 하나다. 크고 화려한 건물 대신 그들이 선택한 곳은 골목 사이사이의 작은 건물들이다. 세탁소 옆에 갤러리가, 주택가 사이에 비누공방이, 문 닫은 재래시장 건물에 카페가 문을 열었다. 시장 골목의 착한 커피 커피 리브레 ‘착한 커피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조그맣게 세운 입간판을 제외하면 간판도 없다. 미닫이로 된 낡은 뒷문에는 ‘혼수이불’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고 한약방에서 약재를 보관하던 수납장은 원두 진열대가 됐다. 아이스커피든 우유가 들어간 커피든 가격은 4,000원으로 동일하고 원두를 사면 그나마도 무료다. 주인장이 직접 산지에서 커피를 사와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으니 착한 커피집이 맞다. 인테리어나 홍보에서 거품을 뺀 대신 커피 맛은 발군이다. 특히 향긋한 원두 향미를 잘 살려낸 카페라떼가 추천 메뉴. 영업시간 오후 1시~오후 9시 휴무 매주 월요일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227-1 문의 02-334-0615허름해서 더 매력적인 툭툭 누들타이 툭툭 누들타이는 홍대 인근 거주자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곳이다. 어두컴컴한 실내 천장에 커다란 팬이 돌아가고 있고, 오픈 키친에서는 태국인 주방장들이 요리에 열중해 있다. 적당히 허름한 테이블과 의자는 태국 여행의 기억을 불러오기 충분하다. 인기 메뉴인 팟타이에 라오맥주를 곁들이면 최상의 궁합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는 태국 요리에 쓰이는 소스도 판매한다. 팟타이 9,000원, 뿌님 팟퐁커리 2만4,000원. 영업시간 낮 12시~밤 11시 휴무 매주 월요일, 매월 세 번째 일요일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37 B1 문의 070-4407-5130227-17번지로 GO! 피노키오책방+은나비공방 동진시장 골목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 세탁소, 그 뒤편에 재미있는 공간이 있다. 북디자이너의 작업실 ‘형태와 내용 사이’, 동네 책방 ‘피노키오’, 액세서리 가게 ‘은나비공방’이다. 이 세 가게가 모여 있는 건물이 바로 227-17번지다. 그중에서도 그래픽 노블과 그림책만을 판매하는 피노키오책방은 연남동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곳. 만화방에는 없고, 서점에서는 비닐에 싸여 있어서 읽을 수 없었던 책들을 이곳에서는 마음껏 읽을 수 있다. 심지어 아예 바닥에서 편하게 읽으라고 인조잔디를 깔아놓았다. 은나비공방은 상담과 예약이 필요하다. 주로 은을 이용해 주문 제작하는 이곳은 철저히 사전주문으로 제작되며, 홍대 프리마켓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7-17 문의 피노키오책방 070-4025-9186, 은나비공방 070-8627-9254 낮술 한잔 할까요 토끼바 동진시장 골목에 채 진입하기 전, 토끼바라는 이름의 독특한 가게가 있다. 풀네임은 ‘토끼바: 바닥병 가끔은 제정신’. 수상한 이름의 기원은 두 주인장에게서 나온 것. 홍대에서 각기 ‘바닥’과 ‘병’이라는 가게를 운영했던 그들이 연남동과 연희동으로 자리를 옮겨 ‘토끼바’와 ‘가끔은 제정신’을 운영했다. 그 이름들을 다 갖다 붙여 만든 게 지금의 토끼바다. 간판 밑에는 아무렇게나 써 놓은 ‘낮술’ 두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낮술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 벌러덩 드러누워도 전혀 눈치볼 필요가 없다. 호프냉장시스템을 도입하여 언제나 신선한 맥주를 제공한다. 다크에일의 이름은 ‘몸’. 바이젠 맥주의 이름은 ‘마음’이다. 하우스맥주 6,000원, 안주 1만원대. 영업시간 오후 1시~밤 12시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383-93 문의 010-9838-5768 메뉴판 없는 레스토랑 Grammo “예약은 필수, 메뉴는 날마다 다릅니다.” 이탈리안 파스타, 프렌치 가정식, 스페인 오믈렛 등 유럽 가정식을 기반에 둔 그람모 키친은 메뉴판이 없다. 그날의 메뉴는 SNS를 통해 공지한다. 당일의 신선한 재료를 기반으로 메뉴를 결정하고, 재료가 떨어지면 더 이상 만들지 않기 때문. 식전에는 파티셰가 직접 구운 호밀빵과 오렌지꽁포트를 제공한다. 감자 뇨끼(파스타의 일종)를 주문하니 “강원도에 계신 아버지께서 직접 재배한 감자 100%로 만든 뇨끼”라고 알려준다. 평일에는 단품 요리만, 월요일에는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최병구 셰프의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 런치 코스는 2가지 메인요리, 디너 코스는 3가지 메인요리가 제공된다. 1만9,000원, 꼬꼬뱅 2만2,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39-29 문의 010-5146-3030짜장면 없는 중국집 연남동 차이나타운 예전에도 연남동은 그리 낯선 동네는 아니었다.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식당이 작은 차이나타운을 이루고 있어 대만식, 중국식 가정식을 맛보기 위해 알음알음 찾아오는 동네였다. ‘락락’, ‘향미’, ‘하하’, ‘띵하우’ 등은 2대, 3대에 걸쳐 제대로 된 ‘요리’를 선보인다. 대만식 우육탕면을 맛보고 싶다면 향미로,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군만두가 당긴다면 하하로, 식사 후 간단히 한잔 하고 싶을 때는 저녁에만 띵하우로 향하면 된다. 정식 요리는 1만원대며, 간단히 맛을 보고 싶을 때는 5,000원 미만의 요리를 시키면 술안주로 적당하다.커피의 맛, 책의 향기 The Story Book Cafe 연남동 주민센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문을 연 지 갓 한 달된 북카페가 있다. 카페에 들어서면 ‘더 클래식 세계문학전집’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미르컴퍼니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로 모든 책을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자기계발서, 인문서적, 여행 에세이 등도 꽂혀 있지만 문학서적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말소리도 음악도 거슬리지 않는 편안한 공간이어서 세계문학 전집을 독파해 보겠다는 야심을 실현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메리카노 2,900원. 영업시간 평일 오전 9시~밤 10시30분, 주말 낮 12시~밤 10시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39-18 오색 지하보도의 변신 연남지하보도 연남동보다 더 낱낱이 파헤쳐 보고 싶다면 연남지하보도에서 길을 시작할 것. 어둡고 칙칙한 지하보도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여행자를 맞아들인다. 지하보도를 지나 연남동 주민센터까지 산책하듯 걸어간다. 초행이어도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다. 방향이 아리송해질 무렵이면 작은 카페들이 나타나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연남동에는 한적한 동네를 예쁘게 수놓는 카페들이 퐁당퐁당 자리하고 있다. 지하보도의 약도를 떠올리며 골목을 헤매는 것도 좋다.글·사진 Travie writer 전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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