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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홍길씨, 히말라야 로체샤르 등정 성공

    산악인 엄홍길(47·트렉스타)씨가 히말라야 로체샤르(8400m) 등정에 성공했다. 엄씨가 이끄는 원정대는 15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31일 오후 6시50분쯤 로체샤르 정상을 밟았다. 엄씨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8000m급 봉우리 14개에 이어 아직 국제 산악계에서 독립봉으로 인정받지 못한 얄룽캉(8505m)과 로체샤르까지 모두 16개 봉우리를 정복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아내는 病을 넘고 나는 산을 넘었죠”

    “아내는 病을 넘고 나는 산을 넘었죠”

    “아내는 병(病)을 넘고, 난 산을 넘는 일만 남았다.”는 출사표를 던졌던 한국산악회 실버원정대의 김성봉(66) 등반대장이 18일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8848m) 정상을 밟아 부인과의 약속을 지켰다. 한국산악회는 이날 오전 7시10분(현지시간) 김성봉 등반대장이 네팔쪽 남동릉 루트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 3월24일 네팔 카트만두로 출발한 지 50여일 만이다. 전날 밤 해발 8000m 지점에 마련한 마지막 캠프를 나선 그는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 10시간 사투를 벌인 끝에 정상을 밟았고 1시간 뒤에는 이장우(63·전 경북경찰청 경감) 대원이 같은 자리에 섰다. 당시 에베레스트 정상은 바람이 약간 부는 쾌청한 날씨였으며 김 대장 등은 건강한 상태라고 등반대는 전했다. 실버원정대의 이번 쾌거는 이틀 전 남서벽 원정대의 참변으로 슬픔에 빠진 한국 산악계에 희망과 의지를 안겨주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41년 2월1일생인 김성봉 대장은 지금까지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한국인 74명 가운데 최고령으로 종전 기록은 2004년 한국산악회 소속 천병태씨의 47세였다. 세계적으론 2004년까지 2249명의 에베레스트 등정자 가운데 최고령은 일본인 아라야마 다키오의 70세. 고산 등반 경험이 거의 없는 김 대장은 지난 2월 설암(舌癌) 수술을 받은 부인의 투병 의지를 북돋우기 위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겠다고 약속했다. 한때 훈련을 포기했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말을 하지 못하게 된 부인이 써서 건넨 ‘우리 같은 노인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란 메모였다. 등산 전문 케이블방송인 마운틴TV의 대표인 그는 2003년 한국산악회의 등산학교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는 등 늦은 나이에 등반 기술을 배웠다. 한국산악회가 지난해 9월 모집한 실버원정대원으로 차재현(75)씨 등과 함께 선발돼 6개월 간 지리산과 한라산, 설악산 등에서 20㎏짜리 배낭을 진 채 걷기 훈련과 암벽과 빙벽 훈련, 고소적응 훈련 등을 소화했다. 지난해 2월 초에는 한라산 등반 중 눈사태에 휩쓸려 8명 대원 모두가 죽을 고비를 넘겨 이들은 “우린 생일이 모두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기도 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산악인·탐험가 허영호씨 세번째 에베레스트 정상에

    산악인이자 탐험가인 허영호(53)씨가 생애 세 번째로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48m) 정상을 밟았다. 허씨는 16일 밤(이하 한국시간) 해발 8000m 지점에 있던 마지막 캠프를 출발, 네팔쪽 동남릉 루트를 따라 10시간 등반 끝에 17일 오전 9시쯤 셰르파 한 명과 함께 정상에 섰다. 그는 지난 11일 정상을 불과 200m 앞두고 1차공격에 실패했었다. 세계 7대륙 완등과 남극점·북극점 정복으로 유명한 허씨는 1987년 다른 산악인들이 도전을 꺼리는 시기인 12월 에베레스트 정상을 처음 오른 뒤,1993년 4월 중국 쪽에서 정상을 거쳐 네팔 쪽으로 6일 만에 횡단한 데 이어 생애 세 번째 이곳 정상을 밟는 기쁨을 누렸다. 허씨는 “20년 전 처음 올랐던 에베레스트에 다시 오르니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아~! 에베레스트…

    국내 산악인 두 명의 세계 최고봉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48m) 정상 등정 낭보가 전해진 16일 다른 산악인 두 명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낙석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대한산악연맹에 따르면 이날 박영석(44·골드윈 코리아)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가 에베레스트 남서벽 새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캠프5(8300m)로 올라가던 중 낙석이 발생, 오희준(37·노스페이스) 부대장과 이현조(35) 대원 등이 이를 피하지 못해 숨졌다. 대원들은 곧바로 시신을 수습한 뒤 전진 베이스캠프(6400m)로 옮기고 있지만 루트가 험준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정대는 전진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하산해 귀국길에 오를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에베레스트 초등 3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말 원정 길에 올랐던 원정대는 캠프5까지 개척한 뒤 17일 1차 정상공격을 시도할 계획이었다. 이곳 남서벽은 정상까지 눈이 쌓이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암벽이 2000m나 이어져 현재까지 개척된 등반 루트가 2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숨진 오씨는 히말라야 8000m급 10좌(座) 등정 기록을 가진 제주 출신의 베테랑 산악인으로 2003년 남극점과 2005년 북극점 등 지구 3극점을 밟아 앞으로 캉첸중가, 다울라기리, 마칼루, 낭가파르밧 등만 정복하면 14좌 완등으로 세계 두 번째로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오씨의 원정 자금을 마련하려 모금운동을 벌인 제주도민들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미혼인 오씨를 잃은 친형 희삼(39)씨는 “며칠 전 베이스캠프에서 전화를 걸어와 다음 등반지인 낭가파르밧 등반 준비를 부탁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씨는 주말 직접 현지로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씨도 2005년 7월 세계 최고의 난벽인 파키스탄 낭가파르밧의 루팔벽 등정에 성공한 베테랑 산악인이다. 이번 사고는 1977년 9월15일 고(故) 고상돈(당시 29세)씨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정상에 깃발을 꽂아 세계 8번째 등정국임을 알린 30주년 원정에서 발생한 비극이란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임병선 제주 황경근기자 bsnim@seoul.co.kr
  • 열손가락 없는 김홍빈씨·여성 산악인 고미영씨 한날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다

    열손가락을 모두 잘라낸 산악인 김홍빈(사진 왼쪽·43)씨와 국내 여성 스포츠클라이밍 1인자 고미영(오른쪽·40. 코오롱스포츠)씨가 한날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 섰다. 한국도로공사 산악팀에 따르면 김씨는 16일 오후 김미곤(36), 윤중현(37) 대원과 함께 네팔쪽 남동릉 루트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앞서 새벽에는 고미영씨가 중국 티베트쪽 북동릉 루트로 이곳 정상을 밟았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코오롱스포츠가 전했다.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를 오르다 동상으로 열손가락을 모두 잘라낸 김씨는 1989년부터 세 차례 도전 끝에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고 딱 1년 전 북동릉 루트로 오르다 동상에 걸려 7500m 지점에서 하산했던 고씨는 두 번째 만에 세계 최고봉을 밟는 기쁨을 누렸다. 한국 여성이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것은 1993년 지현옥(작고) 김순주 최오순,2004년 오은선(41·영원무역), 지난해 곽정혜씨에 이어 여섯 번째. 김씨는 올해 남극점과 오세아니아 최고봉인 호주의 코지오스코(2228m)까지 도전해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산 등반에 본격 나선 고씨는 2012년까지 여성 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座)를 모두 오른다는 목표 아래 하반기 가셔브롬 1봉(8068m)과 2봉(8035m), 시샤팡마(8027m)에 도전할 계획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사기피해 네팔인에 300만원 선뜻

    사기피해 네팔인에 300만원 선뜻

    “헤이∼ ‘달’. 패스 해” 일요일인 지난 6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마석가구공단 안 마석초등학교 녹촌분교. 축구 경기가 한창인 운동장에는 어른들의 함성으로 떠들썩했다. 남양주시 네팔인 공동체 회원과 남양주성당 샬롯의 집 교인들은 최근 경찰관을 사칭한 한국인에게 사기 피해를 당한 상태에서 출입국관리소에 구금됐다는 언론의 보도(서울신문 3월28일자 8면)로 지난달 23일 일시 구금해제된 네팔인 달(사진 오른쪽·32)씨를 격려해 주기 위해 치킨커리 등 네팔 음식을 싸들고 모였다. 축구 경기를 마친 달씨는 곧바로 꽃다발을 들고 나무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는 한 중년 여성에게 반갑게 다가갔다. 이 여성은 피땀흘려 모은 365만원을 사기당한 달씨에게 선뜻 300만원을 기증하며 7월로 예정된 달씨의 출국을 돕겠다고 나선 조희자(왼쪽·66·여·서울 영등포구)씨다. 달씨가 꽃다발과 함께 가방에서 꺼낸 스카프와 자신의 고향인 에베레스트산 사진이 담긴 액자를 건네자 조씨는 놀란 표정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이런 걸 뭘, 더 도와주지 못해 오히려 미안한데….” 조씨는 30여년 동안 남편과 함께 약국을 운영하다 7년 전 은퇴했다. 조씨는 평소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도움을 아끼지 않아 왔다.10여년 전부터 가정형편이 열악한 아이들이 모인 공부방 학생 2명에게 매월 30만원씩 지원해 어엿한 성인이 될 수 있게 해줬다. 최근에도 중학교 1학년생 1명을 돕기 시작했다.“남을 돕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나마 저는 약국을 운영하면서 노후자금을 좀 마련해둬서 이렇게 하고 있는 거죠.” 조씨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올해 초. 남양주에 사는 방글라데시인 샨타(15·여)라는 아이가 불법체류로 일하던 아버지가 고국으로 쫓겨난 뒤 힘겹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게 계기가 됐다. 친구 여럿과 함께 샨타를 찾아가 매월 중학교 급식비 5만원을 돕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돕는 ‘한사랑’이라는 작은 모임을 만들었고 현재 5명의 이주노동자에게 매월 3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달씨 소식을 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씨는 선뜻 자비를 털었고 앞으로도 달씨를 돕기 위해 지인들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8년 동안 한국에 머물며 여행 한번 못해봤다는 달씨가 안타까워 함께 구경다니길 권유했지만 “출국 전에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시간은 없고 얼른 일거리를 찾고 싶다.”고 말한 게 안타깝기 때문이다. 달씨는 지난 3월 말 출입국관리소 단속으로 가구공장 일자리를 잃은 뒤 현재 일을 찾고 있지만 얼마남지 않은 체류기간 탓에 아직 구하지 못한 상태다. “모든 한국 사람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고, 사기친 사람도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랬겠느냐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싶어요.” 이 말을 들은 달씨는 “한국 사람이 다 나쁘지 않다는 거 알아요.”라고 더듬더듬거리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글 사진 남양주 이재훈 이경원기자 nomad@seoul.co.kr
  • “베이징올림픽 거부” 목청에 中긴장

    베이징올림픽을 1년여 앞두고 세계 각계에서 티베트 문제 등에 대한 중국측의 태도변화를 요구하며 올림픽을 거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6일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측은 특히 이들이 티베트 독립, 수단 다르푸르 사태 해결에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하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함께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로를 공개키로 하기 전날인 25일 중국령 에베레스트산 성화봉송로 예정지에서 미국 인권운동가 4명이 “티베트 독립”을 외쳐 중국 당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인권 활동가와 단체가 자신들의 명분을 전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선점해버린 것이다. 이들은 베이징올림픽 구호를 본떠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자유 티베트 2008’이라는 영문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중국측은 시위자를 전원 체포했다. 티베트 망명정부 문제도 부담스럽다.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가 행방불명된 지 12년된 제11대 판첸라마 치에키 니마의 18세 생일 기념활동을 벌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1995년 당시 6세의 치에키 니마를 10대 판첸라마의 환생으로 지정했으나 중국정부에 의해 불법 무효 결정을 받은 이후 치에키 니마는 비밀장소에 연금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완의 불평도 심상찮다. 타이완 정부는 자국이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로에 중국의 일부로 포함된 데 항의하고 있다. 중국은 타이완을 분리된 자국영토로 간주하며 성화봉송 강행을 계획 중이지만, 파열음을 부담스러워한다. 미국 하버드대는 28일(현지시간) ‘베이징 올림픽과 인권’을 주제로 회의를 개최한다. 파리의 언론 인권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는 중국이 다르푸르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베이징 올림픽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당국은 이런 움직임들로 인해 올림픽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자국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이춘규기자 연합뉴스 taein@seoul.co.kr
  • [도토리 뉴스] 올 설 소포 716만개… 작년보다 22% 급증

    올해 설 우편물 특별소통기간 동안 2억 300여만통의 우편물이 소통됐으며 특히 소포는 평소의 2배가 넘는 716만개였다고 21일 우정사업본부가 밝혔다. 이는 지난해 설 명절(584만개)과 비교할 때 22% 이상 증가한 것이며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8844m) 높이의 324배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특히 지난 12일은 하루 114만개의 소포를 접수해 123년 우정역사상 최고 물량을 처리한 날로 기록됐다.
  • 작년 폐기 지폐 10억 3000만장… 제조비용 670억원

    지난해 닳거나 훼손돼 폐기된 지폐는 10억 3000만장에 이른다. 일렬로 늘어놓으면 경부고속도로를 188회 왕복할 수 있으며 쌓으면 에베레스트산의 12배 높이와 같다. 무게는 1172t으로 5t 트럭 234대분. 지폐 제조 비용으로 치면 670억원. 금액으로는 5조 9764억원이다. 폐기된 지폐 가운데 1만원권은 4억 9118만장으로 47.9%이고 금액으로는 82.2%. 지난해말 화폐 발행 잔액은 27조 8431억원으로 전년보다 6.5% 증가했다.
  • 겨울 이색 실내 레포츠

    겨울 이색 실내 레포츠

    겨울이면 꼼짝 않고 따뜻한 아랫목만 끼고 사는 사람들이 늘게 마련이다. 자연히 몸도 마음도 둔해지기 십상. 추위와 일조량의 감소가 누적되면 체내에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 쉽게 우울해지기도 한다. 바깥 출입을 활발히 하고 활동량을 늘리며, 겨울철 레포츠나 취미생활로 기분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추위를 특별히 많이 타거나, 별도로 시간을 내 야외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면, 실내 레포츠를 통해 체력을 단련하고 생활의 활력도 키우는 게 어떨까. 일본이나 영국 등의 경우처럼 초대형 실내 스노 리조트(snow resort)는 아니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운동과 레저를 겸할 수 있는 실내 레포츠 시설은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다. 김연아 선수의 세계 제패 이후 붐이 일고 있는 겨울 스포츠의 꽃 피겨스케이팅과 빙벽등반, 그리고 사격 등 실내 레포츠를 소개한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실내빙벽 등반은 2005년 11월 서울 우이동에 복합실내등반센터인 오투월드(www.o2o2.co.kr)가 국내 최초로 실내 인공 빙벽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산소(O) 같은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뜻에서 이름도 오투월드로 지었다는 것. 이 실내등반센터의 인공빙벽은 높이 20m,7층건물과 맞먹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빙벽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빙벽을 오르고 싶어하는 등반객들에게 시간과 거리의 제한을 없애준 것이 가장 큰 장점. # 24시간관리 자연빙벽보다 안전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마니아들이 찾아 실내빙벽을 오르내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업체 김규방(60) 사장은 “설악산의 토왕성 폭포 등 국내 자연 빙벽장은 12∼2월 사이에만 열려 시간상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또 많은 등반가들이 일시에 몰리면 무너질 위험도 있죠. 이에 반해 실내 인공 빙벽장은 빙벽을 24시간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자연 빙벽보다 안전합니다. 또 길이가 20m나 되기 때문에 자연 빙벽에 견줄 만하죠. 항상 영하 5℃가 유지돼 자연 빙벽을 오르는 스릴을 그대로 맛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몸의 모든 부분을 이용하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근력 발달에 더없이 좋은 효험을 안겨준다. 빠른 시간 안에 보다 높이 올라가는 레포츠이니만큼 순발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장점은 정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끈기를 길러 준다는 것이다. 방한복과 헬멧, 아이젠 등의 장비로 중무장한 채 자일을 타고 오르던 한 여성이 피켈로 빙벽을 내리찍자 이리저리 파편이 튄다. 결혼 이후 집안살림에만 매달렸던 주부 권경자(47·서울 영등포)씨. 여려 보이는 몸으로 힘차게 빙벽을 차고 올라간다. 권씨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이곳을 찾아 땀을 흘린다.“손과 발의 움직임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잡념이 모두 사라져요. 아이들 키우고 나서 할 일이 별로 없어져 우울증에 빠지는 중년 여성들이 얼마나 많아요.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추스르기에 딱 좋은 레포츠인 것 같아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 힘들여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쾌감이 그가 뽑는 빙벽 등반의 매력.“온 몸이 땀에 흠뻑 젖지만, 추운 줄도 몰라요. 꼭대기에 올라 매달린 종을 울리고 나면, 색다른 세계에 온 듯한 희열을 느끼죠. 평상시에도 빙벽등반을 위해 기본적인 운동은 해야 돼요. 그러다 보면 체중은 안 줄었어도, 몸은 훨씬 가벼워지고 탄탄해졌다는 것을 느끼죠.” # 쉰 넘긴 나이에도 군더더기 없는 몸매 실내 빙장은 심약한 주부 클라이머를 1년여 만에 강자로 탈바꿈시켰다. 하루 10여 차례 20m 높이의 빙벽을 오르내린 결과, 이달 말 국내 최고 높이인 설악산 토왕성 폭포 정복에 도전하게 된 것. 강원도 강촌의 구곡폭포를 맨처음 정복한 전완근(55·서울 동작)씨는 빙벽등반 경력만 35년째인 베테랑 등반가다.‘어센트 알파인 클럽(www.ascentclub.co.kr)’을 이끌며, 국내외 유명 빙벽 대부분을 정복한 산사나이.“빙벽등반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과학적인 스포츠입니다. 자연의 웅장함 속에서 멋을 찾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레포츠죠. 특히 내 뒤를 받쳐주는 동료를 믿고 빙벽을 오르다 보면 새로운 가족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핵가족 시대에 또다른 가족이 생기는 셈이죠.”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70세가 넘어서도 계속 빙벽을 오를 겁니다.” 회사원 나한석(34)씨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목표로 삼은 4년 경력의 산악인.“육체적인 효과도 있지만,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는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빙벽등반에 도전할 제 아들을 위해 세살 때부터 턱걸이를 시켰어요. 지금은 자신감과 용기가 충만한 어린이가 되었지요.” 오투월드에서 만난 세 사람 모두 왜 힘들여 얼음 위를 오르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정상에 올랐을 때의 희열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직접 체험해 보라는 뜻일 게다. # 실내빙벽을 오르려면 초보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되는 4주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20만원. 주말반과 특별반도 운영하고 있다. 일일체험등반 요금은 5만원. 강습이 없는 시간대엔 자유이용도 가능하다.1만원. 빙장 내 온도가 영하 5℃로 유지되므로 방한복은 필수다. 빙벽화, 헬멧 등 빙벽등반에 필요한 장비 대여료는 1만 3000원. 사우나 등 부대시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의 암빙벽팀 (02)908-8920.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권총사격 탕~ 산산이 부서지는 스트레스 베레타 권총을 든 채 표적지를 노려보는 박세나(25·경기 군포)씨의 눈매가 차가운 겨울날씨만큼이나 매섭다. 베레타는 일명 ‘주윤발 총’이라 불리는 10발들이 자동권총. 작고 가벼워 여성들에게 적합하다. 천천히 총구를 들어 지름 46㎝의 표적지를 겨냥한다. 밀린 신용카드 고지서나 직장 상사의 얼굴 위로 맥빠진 자신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탕∼ 총성과 함께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반동으로 인한 ‘치명적인 손맛’을 느낌과 동시에, 산산이 부서진 목표물이 스트레스마저 저 멀리 날려보낸다. 사격은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겨울 레포츠. 다소 섬뜩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실제 다른 레포츠보다 사고 비율이 훨씬 낮다.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총기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성들이 영화에서나 보았던 베레타, 루가, 글락 등의 명품 권총을 직접 쏴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짜릿한 스릴을 안겨준다. 강오석(32·서울) 사격코치는 “여성들이 사대에 서면 ‘긴장모드’가 시작되죠. 바들바들 떠는 것은 예사고, 한 발 쏘고 나서 놀라 뛰어 나오는 여성들도 있어요. 남자친구랑 왔는데도 놀라서 제 품에 안길 때는 난감하기도 해요.”라며 웃는다. 하지만 막상 사격을 끝내면 군대를 다녀온 남성보다 여성들의 점수가 더 잘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섬세함과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 간혹 청바지를 표적지 삼아 쏜 다음, 구멍 뚫린 채 입고 다니는 여성들도 있단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실내 사격장을 찾는다는 박세나씨는 “사격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집중력 등 요구되는 것들이 많아요. 호흡조절과 고도의 정신집중도 필요하죠.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을 때 느끼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정신건강에 더없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사격예찬론을 펼쳤다. 박씨의 남자친구인 박재우(30·경기 안산)씨도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훌륭한 스포츠가 됩니다. 자기발전에도 도움이 되죠.”라고 거들었다. 권총은 작동방식과 구경(총구 안지름)에 따라 22·38·45 구경과 9㎜ 피스톨 등으로 나뉜다. 구경의 크기와 이용요금은 비례한다. 구경이 클수록 반동도 세져 그만큼 ‘치명적인 손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초보자나 여성은 작은 구경의 총을 고르는 게 좋다. 작지만 예상외로 큰 반동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팔이 저릴 만큼 반동이 크고 정확도가 높은 45구경은 주로 마니아들이 애용한다.1라운드(10발)에 2만∼2만 5000원선. ■ 실내 레포츠 유의 사항 겨울엔 마음 먹은 대로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추운 날씨 속에 무리한 운동을 하다 자칫 뇌졸중이나 협심증, 관절염 같은 병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긴 겨울 내내 건강을 위한 운동을 마냥 접어둘 수는 없는 일. 하늘스포츠의학 조성연 원장과 함께 ‘잘하면 보약, 잘못하면 독약’이라는 겨울철 실내운동 요령을 알아본다. # 겨울에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는 것이 좋은가? -외부 온도가 10℃ 이하가 되면 신체의 열손실을 증가시키므로, 가능하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자전거타기, 러닝머신에서 걷기, 조깅, 수영, 배드민턴 등의 운동이 좋다. 중요한 것은 평소의 운동량보다 20∼30% 줄어야 한다는 것. 또, 추위는 피부를 통한 체온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이 높거나 혈액 순환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겨울철 운동시 체온관리를 위해 모자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여야 하며, 가능하면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 겨울 운동은 왜 위험한가? -추위는 우리 몸이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의 운동범위를 제한한다. 이는 관절을 구성하는 건, 인대, 근육 등이 수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관절 주변의 인대와 근육이 손상을 입기 쉽다. 또 추위는 혈관 수축을 증가시키므로, 고혈압 환자는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등이 발생하기 쉽다. 고지혈증,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 비만 환자도 이런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 운동의 효과와 좋은 점은? -겨울철에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만도 10∼15%의 에너지가 더 소비돼, 조금만 움직여도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체중 유지에 효과적이다. 신체의 움직임이 부족할수록 관절 주변의 기능은 감소하므로, 유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도 겨울운동이 필요하다. 또, 혈액순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겨울철 운동이 필요하다. # 겨울 운동 전 주의점은? -겨울철 운동의 핵심은 체온관리.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입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릴 때를 대비해 여벌의 옷을 준비한다. 모자와 장갑은 반드시 착용할 것.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는 것도 필수다. 그리고 따뜻한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도움말:조성연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 원장 ■ 겨울 운동 상식 O,X ●겨울에도 다른 계절과 똑같이 운동을 해야 한다?-X.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피로가 발생하기 쉽다. ●등산, 스키 중 술을 마시는 것은 도움이 된다?-X. 이뇨, 발한 작용으로 체온 감소를 증가시킨다. ●겨울철 운동 시 두꺼운 옷이나 땀복이 좋다?-X. 땀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체온감소가 증가한다. ●겨울철 야외운동은 심장병이나 고혈압에 노출되기 쉽다?-O. ●겨울철 운동은 에너지소비량이 적다?-X. ■ 달리다보니 어! 내몸매 S라인!-피겨 스케이팅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은반위를 내달리는 피겨 스케이팅. 운동효과는 물론, 예술적 감각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겨울 스포츠의 꽃이다.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등학생부터 20대에 이르는 여성들. 피겨 스케이팅 강사 여승미(40)씨는 “김연아 선수의 세계제패 이후,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려는 초등학생들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수학능력 시험이 끝난 학생이나 시간여유가 있는 직장 여성들, 그리고 주부들의 문의전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씨는 또 “어린이의 경우, 기초체력 향상과 지구력 강화, 그리고 앞, 뒤로 움직이며 운동을 하기 때문에 좌·우뇌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내성적인 아이는 활발해지고, 산만한 아이들은 차분해지는 성격교정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몸도 마음도 균형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서울 거여초등학교에 다니는 임채은(10)양은 “넉달 동안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면서 굳어진 몸이 많이 유연해지는 걸 느꼈어요. 집중력도 많이 좋아졌고요. 김연아 언니의 경기장면을 녹화해서 틈틈이 보고 있어요. 언젠가 저도 꼭 금메달을 딸 거예요.”라며 또렷하게 말했다. 체력을 기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다리를 많이 쓰는 피겨 스케이팅은 하체 힘을 키우고 균형미를 갖추는 데 안성맞춤이다. 성인 여성의 경우 스케이팅 전후의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또 허리를 곧게 하는 등 자세 교정을 통해 아름답고 균형잡힌 몸매를 가꿀 수 있다. 여성 강습생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가 예술적인 분위기와 함께 이같은 운동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씨는 “초보자들도 한시간 정도 뒤뚱거리면 얼마든지 탈 수 있다.”며 “1개월 정도만 연습하면 초보수준의 스핀이나 점프 등 기술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은 재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1개월이 채 안 걸리는 경우도 많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어디서 탈 수 있나 ●목동 아이스링크 피겨 스케이팅과 함께 쇼트 트랙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평일 오후 2∼6시, 휴일 정오∼오후 6시.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기본 2시간 3000원, 초과 1시간당 1000원.(02)2649-8454.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국제 규격을 갖춘 세계 8번째 400m 실내링크. 스케이트장에서 주변 맛집으로 이어지는 태릉의 드라이브 코스는 ‘아이스링크 데이트’를 확실하게 마무리해 준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7시(주말엔 7시30분).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3000원.(02)970-0501. ●고려대학교 아이스링크 아이스하키 전용 구장. 평일 오후 2시(휴일엔 정오)∼6시까지는 일반인도 이용 가능하다.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3000원.(02)3290-4243∼4,(02)927-4195. ●광운대학교 아이스링크 빙상 경기를 유치하지 않아 개장 시간이 넉넉하다.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어린이 3500원. 대여료 어른 3000원, 어린이 2500원.(02)909-3114,(02)940-5491. ●광주 실내 빙상장 광주도시공사가 운영하는 호남 유일의 실내 아이스링크.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3500원, 어린이 2500원. 대화료 2500원.(062)600-6780. ●타워 아이스링크 대구 우방타워 2층에 위치한 전천후 실내 아이스링크. 우방 타워랜드, 두류공원 등과 가까이 있다.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료 어른 4500원, 어린이 3500원, 대화료 3000원.(053)652-5114.
  •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문득, 멈춰 서서 이야기 하다- monologue Quartet/김정용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병원복 차림으로 휠체어를 타고 등장, 잠시 휠체어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네 사람: (동시에)저기……. 짧은 암전. 명일: 그녀를 처음 본 건 두정: 치악산이었습니다. 신흥: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신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신흥: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명일: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해질무렵이었는데, 지금도 기억나요. 두정: 그날 따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신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명일: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남들이 뭐라하건 전 그때 운명을 느꼈습니다. 두정: 이렇게 될 운명이라 그랬던 걸까요? 신흥: 앞이 깜깜하더군요 신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 모습만 보이는 거 있잖아요. 신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것부터 수습해야 할지, 그때만 생각하면……. 두정: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날 일은. 명일: 그날이 제 생애에서 가장 큰 기적이 일어난 날입니다. 신내: 제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그래도 용기를 내야겠죠? 신흥: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어떻게 마누라 얼굴을 봐야 할지, 술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술은 입에도 못 대고……. 두정: 술요?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산행하는 날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내려와서 마시면 모를까. 명일: 시간 되시면 저랑 술 한 잔 하실래요? 명일 주변이 밝아지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명일: 이 말이, 제가 그녀에게 처음 건넨 말이었어요,‘술 한 잔 하실래요?’ 참 바보 같았죠, 머릿속에 별별 말이 다 떠돌았는데, 막상 나온 말이 그거였어요, 말을 해놓고 아차 싶었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런데 그녀가 뭐라고 한 줄 아세요? ‘한잔만요?’(미소) 그렇게 시작 했어요. 우리들. 정말 행복했어요, 너무 행복해서 불안할 정도로,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좋은 일만 계속 생기면 왠지 불안해지고 그러는 거. 육상 경기복 차림의 신내 등장. 얕은 숨으로 몸을 푼다. 명일: 하지만 그런 불안도 그녀의 미소 앞에선 힘을 잃고 말았죠.(신내 환하게 미소 짓는다.) 우린 언제나 함께였어요, 몸이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마음만은 늘 붙어 있었죠. 신내: 그만해, 더는 못 들어주겠다. 그래서 대학 떨어지면 누구 탓하려고? 아빠가 그러시더라고요. 많이 놀랐어요, 원래 말씀을 거침없이 하시는 편이시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리라곤 생각지 못했거든요, 제가 원하는 일에 반대 한번 안 하셨던 분인데, 아빠도 제가 고3이 되는 게 스트레스가 되셨나봐요, 사실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육상하면서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들으실 생각조차 안 하세요 명일: 그런 우리를 하늘이 시샘했는지 신내: 그만해 명일: 불안함을 현실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신내: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어요. 명일: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신내: 낼 모레가 마지막 시합이에요. 오빠가 와 줄까요?(호루라기 소리) 예, 가요! 암튼 쉬는 꼴을 못 본다니까.(급하게 달려 나간다.) 명일: 다 제 잘못이에요, 급하게 달려 나가는 연수를 잡았어야 했는데, 연수가 제 눈앞에서 붕 떠오르더니 바닥으로 나뒹굴었어요, 아주 잠깐 사이였는데……,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그렇게 몇 바퀴를 굴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더군요. 명일: 수술실 앞에서 내내 기도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두정: 멀리서 누군가 절 부르는 것 같은 소리에 눈을 떴는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하얀 천장, 그보다 더 하얀 형광등뿐이었죠,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명일: 잠깐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저 세수좀 하고 올게요. 죄송합니다.(나간다.) 두정: 이제 에베레스트는커녕 문턱하나 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을 하니 죽고 싶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고, 설령 잘못 되더라도 열심히 재활하면 될 거라고 말했지만, 제 몸은 그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저는 걷지 못할 겁니다. 이제 에베레스트는 제게 있어 그림엽서 속에서만 존재하는 산일 뿐입니다. 신흥: (통화하며 등장)아니라니까 그러네, 왜 내 말을 못 믿어, 다 잘 될 테니까 너무 걱정마……,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끝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깟 일로 안 무너져……, 여보 나 믿지? 그래 내가 알아서 잘할게, 그리고 내 전화 말고는 다른 전화는 절대 받지마……, 알아, 알아 당분간 친정에 가 있어, 애들은……, 그래, 너무 걱정마.(끊는다.) 두정: 너무 걱정마, 모두들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라도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인간이란 동물은 원래, 남의 불행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관대한 법이니까요. 이렇게 되고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관대함이란 게 무관심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요,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시죠? 그것도 다 여러분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입니다.(사이)저도 며칠 전까진 여러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상상도 못하고 있었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절망이란 놈은 순식간에 저를 이곳에 앉혀 놓고는 두 다리를 옭아맸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신흥: “너무 걱정 마”,“걱정하지 마세요.” 도대체 이 말을 몇 사람에게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붙잡고 걱정 말라고 당부하는 꿈을 꿀 정도였으니까요, 근데 웃긴 건, 그 어느 누구도 저에게 이 말을 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저인데도 말이죠. 가해자 취급만 당했어요, 물론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저 잘못 했어요, 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딱 까놓고 말해서, 저만 좋자고 프로젝트 진행시킨 겁니까! 다 같이 잘되자고 한 일인데, 일이 틀어지고 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로 돌변하더군요, 같이 진행한 동료들까지도 말이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두정: 다 필요 없습니다. 신흥: 다 필요 없어요. 신내: (등장)꽃이 필요할 거예요, 그쵸? 신흥: 그래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두정: 전……, 이곳에서 탈출할 생각입니다. 신흥: (약병을 꺼낸다)저만 없어지면 됩니다. 두정: 제가 없어지면 모두들 걱정하는 척하다가 금세 잊어버릴 겁니다. 다리병신 하나쯤 없어졌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신내: 아니야, 그건 아니야.(두정 나간다.) 여자가 먼저 꽃을 주는 건 좀 그렇겠죠? 신흥: (병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이게 왜 이래. 신내: 어떡하지? 신흥: 어떡하지? 신내: 오빠가 와주긴 할까요? 신흥: 깨버릴까? 신내: 용기내서 말하긴 했는데 대답을 못 들었거든요 신흥: 용기가 깨질 때 유리 파편이 섞이면 먹기 힘들 텐데.(열심히 뚜껑을 돌린다.) 신내: 다시 한 번 말해 볼까요? 이상한 애로 보이면 어쩌죠?(사이) 안 되겠어요. 신흥: 안 되겠어. 수건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신내: 무슨 수를 써야지……. 명일, 나가는 신흥과 교차되며 들어온다. 신내: 아하! 다시 말하기는 그러니까, 편지가 좋겠어요. 그렇죠? 좋은 생각이죠? 마지막 시합에 오빠가 와주면 더 힘내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쓰는 거예요. 역시 솔직한 게 좋겠죠? 그래, 그래야겠어요. 명일: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신내: 편지 명일: 편지 얘기는 아직 안 하지 않았나요? 신내: 우선 펜하고 종이가 필요하겠죠? 명일: 적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그냥 듣기만 하시면 안 될까요?(신내,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신내, 나간다.) 그럼 얘기가 나왔으니 편지 얘기를 할게요.(잠시 머뭇거리다) 사귀기로 한 날부터,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연애편지를 쓴 건 아니고요, 일기 쓰듯이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나 써서 메일로 보냈어요. 하루도 빼먹지 않았어요, 단 하루도.(웃음)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어느날 술을 잔뜩 마셔서 떡이 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차 싶은 거예요, 하루도 빼먹지 않겠다고 약속했었거든요, 늦었지만 변명이라도 해볼 양으로 부랴부랴 컴퓨터 앞에 앉았죠, 그리고 메일을 쓰려고 로그인을 했는데 수신 확인 창이 뜨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글쎄 제가 전날 밤에 메일을 보냈더라고요, 무슨 말을 썼는지 궁금해서 메일을 열어 봤는데(피식거린다.) 그게,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고 그런 거 있잖아요.fhufhㅈ뎌???ㄷew 이런 거 (웃는다.) 더 웃긴 건, 제목이 뭐였는지 아세요? fhi롤fwqo어ㅈㅇ……. 명일, 말을 잊지 못하고 정신없이 웃는다. 무대 뒤에서 두정과 신흥의 절규가 들려온다. 명일: (무안해 하며)죄송합니다. 신흥, 두정 서로 반대편에서 등장 신흥, 두정: 이럴 순 없어 두정: 병원 정문도 못가서 잡혀버리다니. 신흥: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신흥, 두정: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내가 아무리 이런 꼴이 됐어도 두정: 병원문턱 하나 신흥: 병뚜껑 하나 신흥, 두정: 내 맘대로 두정: 넘지, 신흥: 열지-못하다니, 왜 하필 이런 일이 나한테 닥친 거야, 왜 하필이면 나냐구, 내가 뭘 잘못했게! 내가 바라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명일: 다시 시작하죠. 두정: 그만하자, 그만해,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내 꼴만 더 우스워지지. 두정, 신흥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신흥: (병을 내밀며) 저……, 이것 좀. 명일: 네? 두정: 뭘 봐! 휠체어 탄 사람 처음 봐! 명일: 네. 신흥: 죄송합니다. 이것 좀 열어 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병을 건넨다.) 두정: 씨발.(술병을 꺼내 마개를 따려한다.) 이건 왜 이렇게 안 열려 신흥: 잘 안 열리죠?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명일: 무리라뇨, 전 괜찮아요.(사이) 알겠습니다. 내일 오면 되는 거죠? 같은 시간에 두정: (술병을 집어던진다) 젠장, 젠장, 젠장! 신흥: 그렇게 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사이) 안 열리면 할 수 없죠 뭐(병을 받는다) 감사합니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아련한 음악 다시 흐른다. 명일, 천천히 무대를 돌고. 신흥 뚜껑을 열기 위해 애쓰며 퇴장, 두정 지친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퇴장, 신내 편지를 들고 등장, 음악이 끝나면 명일과 신내 각자 자리를 잡는다. 신내: 편지 다 썼어요, 들어 볼래요?(편지를 꺼내 읽는다.) 오빠 명일: 연수야, 야! 신연수 신내: 잘 지내고 계세요? 명일: 난 잘 지내고 있어, 너는 잘 지내고 있는 거야? 신내: 전 무지무지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며칠 전에 오빠에게 했던 말 기억나세요? 명일: 기억난다. 너랑 여기 자주 왔었는데, 신내: 죄송해요, 갑작스럽게 말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도망쳐 버려서, 놀라셨죠? 명일: 아니야. 네가 미안할 건 없어, 붙잡아 주지 못한 내가 미안하지. 신내: 그래서 말인데요. 오빠가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제 얘기를 못 들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편지를 써요. 저, 내일모레 있을 시, 도 대항 육상 대회에 시 대표로 나가게 됐어요, 아마도 제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아요, 아빠가 육상을 못하게 하시거든요. 마지막 경기를 오빠가 꼭 보러 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힘이 불끈 불끈 날거 같아요 어쩌면 한국 신기록을 세울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아빠도 더는 반대 못하시겠죠.-제발 그렇게 됐으면-, 자라나는 한국 육상 꿈나무의 앞길을 열어 주세요, 네 오빠! 우리가 대기하는 곳이 3번 게이트 쪽이거든요, 그쪽 스탠드 앞쪽에 계시면 제가 오빠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꼭 와주셔야 해요, 오빠가 오지 않으면 저는 실망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꼴찌를 할지도 몰라요, 꼭 와야해요, 꼭 꼭 꼭. 명일: 가고 싶어, 그곳에…….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들려온다, 신내 재빨리 편지를 감춘다. 명일: 저 소리 들려? 우는 소리가 괴상하니까 분명 생긴 것도 이상한 새일 거라고, 확인해 보고 싶다고 몇 시간이나 헤매고 다녔었잖아. 결국 확인도 못해보고…….(목이 멘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호루라기를 불며 걸어서 등장. 두정: (버럭)지금 뭐하는 거야! 정신이 있어 없어!(신내 얼른 뛰어 나간다.) 그런 정신 상태로 뭘 하겠다는 거야, 응!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냐? 정말 실망이다. 네놈만은 꽤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너 같은 녀석은 에베레스트를 입에 담을 자격도 없어! 명일: 미안, 그때 널 잡았어야만 했는데. 두정: 에베레스트는 고결한 자에게만 허락된 곳이다, 약해 빠지고 결점투성이인 인간에게는 절대로 그 하얀 살결을 허락하지 않아! 명일: 그렇지 않아, 다 내 탓이야. 두정: 그깟 집안일 때문에 술에 절어 사는 게 부끄럽지도 않냐? 네가 말했던 꿈이라는 게 고작 이런 거였어? (사이) 그래, 나 이해 못한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 같지? 얼빠진 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어떤 인간인 줄 알아? 바로 너 같이 환경 탓, 상황 탓 하는 것들이야.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뚫고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야. 별것도 아닌 일에 주저앉아 버리는 너 같은 놈은 필요없어!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무슨 염치로 훈련장에 나타난 거야, 나타나길. 다른 팀원들이 너 보면 사기 떨어지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꺼져라, 그리고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명일: 제발 나타나줘,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내 앞에 나타나줘. 암전. 빛 속에 홀로 있는 신흥 신흥: (반쯤 줄어든 약병을 들고 허탈하게 웃으며)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겨우겨우 열어가지고 스무알을 넘게 먹었는데……, 뭐? 고통 없이 갈 수 있다고? 나쁜 새끼들.(꺽꺽댄다.) 이딴 걸 20만원씩이나 주고 산 내가 미친놈이지.(전화 벨이 울린다, 병을 내려놓고 전화를 확인하고는 배터리를 빼버린다.) 미안해 여보. 날 용서하지 마.(사이) 한심하죠? 저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습니다. 하기야 태어날 때부터 한심한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살다보니까,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한심해지는 거지.(사이) 돌아가신 저희 아부지께서 술만 드시면 어린 저를 붙잡고 늘상 하시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두정: (빛 속에서 등장) 너 같은 놈은 필요 없어.(사라진다) 신흥: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알겠더군요,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아부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넌 어른이 되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악한 동물이 바로 어른이란 동물이다.” 백번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사이) 그나저나 이제 어떡해야 하죠? 수습할 수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고, 빌어먹을 죽지도 못하고, 어떡해야 하죠? 신내: (빛 속에서 등장) 그럴 땐 초콜릿을 먹으면 돼요, 그것도 아주 진한 다크 초콜릿, 아무리 우울해도 한두 조각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한두 번 혼난 것도 아니고 뭐. 괜찮아요. 초콜릿 하나면 땡이에요.(사라진다.) 신흥: 그 생각도 안해본 건 아닙니다. 근데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예? 그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제가 아픈건 딱 질색이라. 명일: (목소리) 연수야, 연수야 신흥: 쉿! 지금 누가 제 이름 부르지 않았나요? 설마 놈들이 여기까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제발 좀 도와주세요, 잡히기라도 하는 날엔……,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명일: (목소리)아! 꿈이었구나. 신흥: 윽!(배를 움켜쥔다.) 아 배야, 갑자기 왜 이러지? 뭐 먹은 것도 없는데. 화장실, 화장실……, 크 아퍼, 먹은 거라곤 이것뿐인데,(무언가 떠올라.) 약! 이 약! 개새끼들.(배를 부여잡고 달려 나간다.) 빛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약병. 빛이 점점 번져 공간을 환하게 만든다. 밝아지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신내. 신내: 이 시간이면 항상 이곳을 지나가는데 (두정 등장) 어! 태령 오빠! 두정: (신내의 맞은편에 앉는다.) 왜 불러낸 거야? 신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드릴 게 있어요. 두정: 뭔데 신내: (편지를 건네며) 이거 두정: (받으며) 이게 뭔데? 신내: 나중에 읽어 보세요(얼굴이 붉어진다.) 두정: (읽은 후) 각서……, 야! 지금 너 장난하냐? 신내: 아니에요, 안 빨개요 두정: 이딴 종이 쪼가리를 어떻게 믿어? 신흥 한손에 휴지를 들고 등장, 처절한 소리를 지르며 부리나케 테이블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신내: 전엔 죄송했어요, 제 말만 하고 멋대로 가버려서. 두정: 죄송하다면 다야? 신내: 예, 그치만 오래 기다리진 않았어요. 두정: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신내: 오빠. 두정: 이제 날 그렇게 부르지 마. 더 이상 난 네 대장이 아니다 신내: 호, 혹시……, 여, 여자친구……, 있으세요. 두정: (단호하게) 없어, 추호도. 난 한번 결정한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꾸지 않아. 마음 같아서는 널 죽도록 패주고 싶지만 옛정이 있어 참는다. 신내: 다행이다. 제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고요. 두정: 더 할 말 없으면 나 간다. 훈련중이었거든, 네놈이 그렇게 하찮게 여겼던 그 훈련 말이다. 신내: 그러세요, 예, 가보세요, 편지 꼭 읽어 보시고요, 두정: 두 번 다시 널 만나는 일이 없길 바란다.(각서를 구겨 테이블에 던진다.) 신내: 저도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신내 꾸벅 인사하고는 떠나는 오빠(두정)의 뒷모습을 눈으로 는다. 두정 나간다. 신내는 오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뜬다. 신흥 허겁지겁 등장, 숨을 곳을 찾는다. 급하게 숨을 곳을 찾고는 몸을 숨긴다. 신흥: (숨을 몰아쉬며) 하필이면 화장실에서 마주칠 건 뭐야, 그나마 나오는 길에 마주쳤기에 망정이지 들어가는 길에 마주치기라도 했어봐. 아유아유 죽겠네.(두정이 버렸던 병을 발견) 뭐야? 새거잖아.(너무나 쉽게 병을 열고는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시 뚜껑을 닫아 제자리에 놓는다.) 햐 시원하다.(허탈하게 웃으며) 안좋은 일만 생기는 것 만은 아니구나.(제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제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아부지 말처럼 어른이 돼버려서 이렇게 된 걸까요? 가장 더럽고……, 후후후.(사이) 네? 어른이 되기 전에요? 글쎄요, 어른이 되기 전이라……. 그러고 보니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네요. 그땐 뭐, 다들 그렇겠지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랬는데, 샐러리맨 따위가 될 거라고는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 때의 저한테 미안한 생각까지 드네요,(사이) 그럼요, 뭐였냐면요……, 막상 말하려니까 쑥스럽네요, 웃지 마세요, 가수예요, 가수 (웃음) 웃기죠? 가수를 꿈꾸던 청년 도망자 되다! (웃음 소리속에 점점 슬픔이 담긴다.) 명일: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 꿈이었어, 꿈. 연수야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연수야.(컴퓨터를 켠다, 윈도 시작음악) 언제까지 너한테 편지를 쓸 수 있을까? 언제 와서 이 편지 읽어 줄래,(창 뜨는 소리, 몹시 놀란다.) 어, 어! 신흥: 아, 아! (배를 움켜쥐고) 또야? (뛰어 나간다.) 명일: (흥분) 틀림없어요. 그녀가 읽은 거예요. 그녀가 읽은 거라고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메일을 읽어요, 안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게 아니었던 거예요,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짧은 사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신흥: (등장) 지독한 놈들, 왜 화장실 앞에서 죽치고 있는 거야, 아, 미치겠네.(반대쪽으로 달려 나간다.) 명일: 봤죠, 네 봤어요, 근데 제가 본건 사고 나서 실려 가는 것까지였어요, 죽은 연수를 본 건 아니잖아요. 장례식요? 어……, 그건……, 아 그래그래, 필요했던 거예요 장례식이, 연수는 큰 사고를 당했어요, 죽지는 않았겠지만 몸이 성치는 않을 거예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영화나 소설 보면 죽은 걸로 하고 숨어서 지내는 거, 그래 그거야, 그거.(짧은 사이) 비약요? 그건 선생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다시는 여기 오지 않겠어요, 연수가 살아있어요! 제 우울증 따위는 한방에 끝났다고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수를 데려가지 않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요 살아 있기만 하다면요, 신흥: (퀭한 얼굴로 등장) 살았다……. 두정: (목소리) 야! 야! 신흥: (소리 나는 쪽을 보며) 젠장! (도망친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낮은 목소리로) 거기 서! 뭐 나한테 속이는 거 있지? 틀림없어,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이지. 뭐야? 사실대로 말해봐. 뭐야 대체? 명일: 예? 두정: 뭐라고 했어 지금? 다시 한 번 말해봐. 명일: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들으시겠어요, 지금은 연수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짧은 사이) 선생님! 왜 자꾸 그러세요? 선생님은 연수가 살아 있는 게 싫으세요? 비밀 번호를 아는 사람은 연수밖에 없어요, 그런 건 철저한 애였어요, 수신확인이 됐다는 건 연수가 열어 봤단 소리예요. 다른 가능성은 없어요. 두정: 그래 알았어, 너희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거 이해한다. 알았어, 알았어,(짧은 침묵) 잘 가라, 참 그리고 앞으론 문병 같은 거 오지마라, 훈련에만 전념해, 나 들어간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연수를 찾아봐야겠어요.(나간다.) 두정: (가다 멈춰서) 개자식들! 신흥: (온 몸엔 상처, 옷은 쥐어뜯겨 엉망인 채로 등장) 개새끼들! 두정: 의리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내가 이렇게 된지 얼마나 됐다고……, 그 자식을 끌어들여? 신흥: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이렇게 패냐 두정: 씨발, 씨발 씨발,(거친 웃음) 신흥: 아, 진짜 아프다, 돈 몇 푼에 아주 사람을 죽이려고 환장을 했구먼, 도망치지 않았으면 골로 갈 뻔했네.(어이없다는 듯이 웃다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씨발 새끼들, 아부지, 여보, 나 아퍼.(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두정: 그만해, 그만해!(울먹인다.) 두정과 신흥의 울음소리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신내 허겁지겁 들어온다. 신내: 뭐하는 거예요 대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얼른 일어나요 (두정, 신흥 울음을 그친다.) 자 초콜릿 (두정과 신흥 앞에다 놓는다.) 이거 먹으면 힘나거든요, 씹어 먹지 말고 천천히 녹여 먹어요.(사이) 자 가요, 가서 멋지게 1등하고 돌아오면 되잖아요. 그럼 분명 코치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얼른 일어나세요. 시간 다 됐어요. 우리 몸도 풀겸, 경기장까지 뛰어 가요! 오케이.(나간다.) 두정, 신흥 꾸역꾸역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신흥은 두정의 자리로, 두정은 신흥의 자리로 간다. 둘은 동시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초콜릿을 발견하고 집어든다. 신흥: 아깐 음료수 이번엔 초콜릿? 두정, 신흥: (하늘을 올려다보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초콜릿을 본다.) 뭐야? 둘,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는다. 마법같은 음악 잠깐. 알 수 없는 미소가 둘의 얼굴에 감돈다. 두정, 신흥: 그래, 힘내자, 신흥: 약을 스무 알씩이나 먹고, 그렇게 맞았는데도 안 죽었는대. 두정: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던 거야, 발버둥 쳐 봤자지. 두정, 신흥: 뭔가 길이 있을 거야. 두정: 그렇지? 신흥: 그렇지. 둘, 서로 반대편으로 퇴장, 신내 다른 곳으로 들어온다. 신내: 자! 우리 파이팅하는 거예요! 코치님도 병원에서 틀림없이 우릴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몸을 풀며 두리번거린다.) 아직 안 왔어요, 조금 있으면 시작인데 설마 안 오는 건 아니겠죠? (관중석으로 손을 흔들며 웃는다.) 엄마, 아빠 여기, 여기.(사이) 차가 막히나? 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아닐거야. 그래, 그래. 오빤 틀림없이 올 거야. 자! 힘내자 연신내. 멋지게 달려서 일등 하는거야, 알았지? (더욱 열심히 몸을 푼다.) 명일 등장. 신내: 어! 오빠! (명일에게) 여기에요, 여기.(환하게 웃으며 인사) 오빠가 왔어요, 오빠가 왔다고요. 좋았어, 아자아자! 명일: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친구들은 모를 테고,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하나? 그래, 일단 아이피 추적부터 해보자, 좋았어, 아자아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 소리: 여자 800미터 예선전 참가자들은 본부석 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오빠 쪽을 향해) 꼭 일등 할게요! (나간다.) 두정 등장, 휠체어를 세우고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 재활운동을 시작한다. 각자의 일에 열심인 두 사람. 명일: 안 되네,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두정: 헛 둘, 헛 둘. 한참을 하다 지친 둘. 명일: 아, 모르겠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야? 두정: (숨을 몰아쉬며) 두고 봐 꼭 해내고 말 테니까. 기다려라 에베레스트, 내 네놈을 꼭 밟아주고 말 테다. 소리: 딩동댕동.601호 특실 환자분 면회객이 와 있습니다. 속히 병실로 돌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명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어디서 공사하나?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집중을. 두정: 면회? 누구지? (휠체어에 오른 후 퇴장.) 명일: 도저히 안되겠다. 누구 컴퓨터 잘하는 사람 없나? 아 그렇지! (휴대전화를 꺼내 건다.) 여보세요? 문정이냐? 응, 나 명일인데·…….(통화하며 나간다.) 나가는 명일과 교차하며 신내 등장. 긴장을 풀기 위해 몸을 턴다. 소리: 여자 800미터 세번째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선수들은 입장해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앞으로 나와 몸을 푼 다음 놓여 있는 병을 들고 마시고는 (두정이 버렸던 병) 출발선에 선다. 소리: 차렷, 준비. 소리2: 거기 서 개새끼야! 소리: (총소리) 탕 출발과 동시에 터지는 응원과 환호성 속에서. 슬로 모션으로 출발하는 신내.“안 서면 죽어!” 소리를 등지고 신흥 슬로로 뛰면서 등장. 신내와 신흥 같은 방향으로 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두 사람. 신흥이 점점 신내를 따라잡아 이윽고 나란히 뛰게 된다. 신흥이 신내를 앞서가려는 찰나. 신흥의 발이 꼬여 중심을 잃고, 그런 신흥에 걸려, 비명을 지르고 넘어지는 신내. 신흥은 얼른 추스르고 멀리 달아난다. 엎어진 채 그대로 있는 신내에게 빛이 모아진다. 빛은 점점 작아진다. 암전. 다시 서서히 밝아지면 신내의 자리에 서서 홀로 빛을 받고 있는 신흥 신흥: 하하하, 꼴좋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내가 한번은 잡혀도 두 번은 안 잡힌다! 이래 봬도 왕년에 한달리기 한 사람이야 왜 그러셔.(사이) 그나저나 이제 뭘 어떡해야 하지? 집에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길거리에서 전전긍긍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약만 안 샀더라도 좀 더 나았을 텐데 (뒤적거려 지갑을 꺼낸다.) 육 만원. 육 만원이라, 이걸 갖고 뭐해……, 인생 허무하다, 나이 서른여덟에 가족 버리고 수중에 딸랑 육 만원 들고서 고민하는 꼴이라니……, 아니다, 아니다. 돈 한푼 없는 것 보다 낫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육 만원으로 새출발하는 거야! 까짓 인생 대역전이 별거야, 나라고 뭐 육 만원의 신화 만들지 말라는 법 있어? (절규한다.) 젠장, 근데 뭘 하냐구! 세 개의 빛이 동시에 들어온다. 빛 속에 나란히 있는 명일, 신내, 두정, 신흥. 명일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고, 신내, 입 주변이 피에로처럼 초콜릿이 범벅인 채로 무지막지 멍하게 앉아 있다. 두정은 한 곳을 응시한 채 얼어있다. 지하철 환승 멜로디가 경쾌하게 울린다. 소리: 이번 역은 전동차를 갈아타실 수 있는 환승역입니다. 다른 전동차를 이용하실 손님께서는 빠뜨리신 물건이 없나 잘 살펴보시고 다른 열차로 갈아타시길 바랍니다. 넷. 각자의 자리를 떠나 각기 다른 사람이 있던 자리로 이동한다. 두정과 신흥 쪽의 빛이 어두워진다. 명일: 틀림없다니까요, 증거요? 몇 번이나 말씀드려야 돼요, 제가 보낸 메일이 수신 확인이 되어 있었다고요, 왜 그게 증거가 안 되는 건데요, 비밀번호는 연수 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니까요.(사이) 그러니까 한번만 조사해달라는 거예요, 저기요, 무슨 얘긴 줄 알겠는데요, 사망신고가 됐다고 해서 꼭 죽었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사이) 말이면 답니까! 제가 미친놈으로 보입니까? 당신들 시민의 요청을 거절하는거 그거 직무 유기야 알아? 민중의 지팡이라며? 친절봉사라며! 이따위로 일할 거야! (사이) 제발요, 딱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조사해 주세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 살리는 셈치고 아니, 정말로 죽은 사람 살릴 수 있는 일이니까 한번만 도와주세요? 네? 한번만요. 신내: 안 돼! 안 돼! 아무리 초콜릿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흐느낀다.) 마지막 시합이었는데, 다시는 달릴 수 없는데……, 오빠가 보고 있었어,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끝이야, 전부 끝장나버렸어. 명일: 이대로 끝낼 순 없어. 신내: 코치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입원하실 정도로 열심이셨는데. 명일: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신내: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모두들 나한테 손가락질할 거야, 부모님도 친구들도 오빠도 모두들 한심하게 생각할 거야. 내가 전부 망쳐버린 거야. 어떡해. 멀리서 신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한 손에 낡은 기타를 들고 등장하는 신흥 미친 듯 웃으며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신흥: 하하하, 이거야 이거! (기타를 튜닝하며 흥얼댄다.) “나는야 돈 한푼 없이 기는 도망자라네 하지만 나에겐 낡은 기타와 노래가 있어 둥기둥가.”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육 만원으로 어떻게 새 삶을 시작할까 고민해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더군요, 이럴 때 의지할 마땅한 친구도 없는 내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갈 곳은 없고 배는 고프고, 그러고 있자니 일단 배라도 채우고 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눈에 띄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오뎅을 집어 들었습니다. 터진 입술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었는데,(웃음) 오백원짜리 오뎅이 그렇게 맛있는 거예요, 사실 길거리에 서서 쩝쩝거리며 먹는 사람들을 보면 손가락질 했었는데……, 아! 이래서들 먹는 거구나, 이해가 되더라고요. 막 세 개째 꼬치를 집어드는데 낯익은 노래가 들려왔어요, 포장마차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였어요, 렛잇비였는데, 너무 유명해서 촌스럽게까지 느껴졌던 그 노래가 전혀 다르게 들리는 거예요, 길거리 오뎅과 렛잇비, 저한테는 그냥 그저그런 뻔한 것들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뭐 암튼, 오뎅을 질겅거리며 노래를 들었어요. 렛잇비가 그대로 두라는 뜻이라면서요? 어렸을 때는 왜 그대로 두라는 건지 이해를 못했었는데, 그 순간에 아! 그런 거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그래서 그길로 곧장 중고 악기상으로 달려가 이놈을 장만했습니다. 지금 제 수중에 있는 거라곤 이 녀석과 단돈 삼천원이 전부입니다. 기타와 삼천원이라 뭔가 고독하기도 하고 낭만적이지 않나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20년 만에 만들 노래의 제목.“기타와 삼천 원” 하하하, 놀라셨죠? 저도 놀랐습니다 이런 완벽한 제목을 만들어 내다니, 제목부터 뭔가 확 필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명일: 뭐라고요? 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 신흥: 기타와 삼천원 명일: 설마……. 신내, 신흥 쪽을 바라보다 ‘흑’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 뛰쳐나간다. 신흥: (신내가 나간 방향에 대고) 놀라시긴……, 노래가 완성되면 여러분은 지금보다 열배는 더 놀라실 겁니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사이) 흥신소요?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일 때문에 찾는 겁니다. 그러니까 서둘러 이사를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는 거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흥: 일단은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만들었던 노래로 시작할 겁니다. 장소는 뭐, 찾아봐야죠, 설마 서울 하늘아래 제가 노래할 만한 곳이 없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부터 저는 가숩니다. 불행한 샐러리맨이 아니라 어릴적 꿈을 이룬 멋진 사람이 된 거죠. 하하하. 자! 그럼 저를 기다리는 무대를 찾으러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흥, 큰 소리로 웃으며 퇴장, 명일 쪽지와 주소들을 확인하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두정: (놀람을 감추며) 웬일이냐? 명일: 여기가 16-28번지 맞죠? 두정: 용케도 올 생각을 했구나. 명일: (떨리는 목소리로) 연수네 집 맞죠? 두정: 다 알고 온 거 아니야? 그런 건 왜 물어. 명일: 저는 연수 남자친구 명일이라고 합니다. 두정: 팀을 맡게 됐다고, 축하한다. 명일: 힘드시겠지만 저도 어렵게 마음먹고 온 것이니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두정: 너하고 할 얘기 없으니까 그만 가봐. 명일: 그 심정 이해합니다. 하지만……. 두정: 사실대로 말하지, 네 얼굴 두번 다시 안 봤으면 좋겠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 오늘 이후 찾아뵙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십시오. 두정: 꼴 좋다고 웃고 싶겠지, 웃고 싶으면 웃어. 명일: 연수……, 연수 살아있죠? 네? 두정: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명일: 사실대로 얘기해 주십시오. 사고 이후에도 매일같이 연수에게 메일을 보냈었는데 며칠전 그 메일이 모두 수신 확인이 됐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 하실 때 도망치듯 떠났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두정: 상상력이 풍부하구먼. 그따위 소리는 집어치워, 보시다시피 난 글러먹었어. 명일: 그렇다면 제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연수 찾는 걸 포기하지 못합니다. 두정: 내가 그런 소리를 했던가? 그래 그런 말을 했겠지……,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상황 탓, 환경 탓 하는 게 아니야, 현실이 그렇다는 거지. 네 놈이 그런 말을 하는 저의를 모르겠다. 더 이상 널 마주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조심해서 가라.(나가려 한다.) 명일: 거짓말……, 거짓말이죠? 그럴 리 없어, 저를 포기하게 하려고 하는 얘기죠? 그렇죠? 두정: (멈춰서서 혼잣말로) 고결한 자만이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다·……, 고결한 자라…….(쓴웃음) 에베레스트.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나간다.) 명일: (절망적으로) 잘 알겠습니다, 폐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나가려다 멈춰서서) 연수야……, 너 정말 없는 거야? 명일이 나가자마자, 박수 소리와 함께 현란한 조명이 무대를 훑는다. 무대 중앙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글라스를 쓴 신흥이 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서 있다. 신흥: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에 들려드릴 곡은 지금의 저를 있게한 바로 그 노래입니다.20년 전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가수의 꿈을 가득 품고 며칠 밤을 새우며 코피를 쏟아가면서 만든 노래입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좋은 노래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해간다는 얘기가 있죠, 그게 바로 이 곡을 두고 한 얘기란 걸 요즘 들어 새삼 느끼게 됩니다. 자 그럼 눈을 감고 제 목소리에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은 “빌어먹을 인생.” 신흥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단조롭고 유치한 느낌의 멜로디. 신흥: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것이 뭔지 몰라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산다는 건 무엇일까 산다는 건 무엇일까 각각의 빛을 받으며 세 사람 나타난다. 약통을 들고 있는 명일, 휠체어 위의 두정, 경기 중에 쓰러져 있는 신내. 신흥: 그것이 뭔지 몰라도 신내: 이건 아니야, 명일, 두정: 이건 아니야 신흥: 목적도 모른 채 공부를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순위가 매겨지고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모두: 이건 아니야. 간주. 두정 굳은 표정으로 한곳만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명일: 전부 제 착각이었습니다. 여동생이 혹시나 하고 비밀번호를 쳤는데 열렸대요, 계정을 없앤다고 그러더군요, 그렇다고 앞으로는 메일 보내지 말라고……, 근데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아세요? ‘엠, 와이, 유, 엔, 지, 아이, 엘’이었대요. 명일, 제 이름이었어요.(허탈하게 웃는다.) 연수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갈게.(약병을 바라본다.) 신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어떡하지, 일어날 수가 없어, 오빠, 엄마, 아빠, 코치님……. 일어나 달려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모두들 저만 바라보고 있겠죠, 고개를 들 수 없어요, 너무 무서워요. 신흥: 이른 아침, 아니 그건 해도 안 뜬 새벽이야. 흔들어 깨우며 하시는 말씀, 얼른 일어나, 얼른 일어나. 늦은 밤에, 아니 그건 달도 지는 새벽이야 지친 나에게 하시는 말씀, 공부 하다 자, 공부 하다 자, 조금만 더 자고 싶어요 제발. 잠도 못 자가며 난 무얼 하는 걸까.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간주. 명일 결심한 듯 약을 꺼내 털어 넣는다. 신내는 여전히 그대로 엎드린 채다. 등이 들썩거린다. 두정, 휠체어에 브레이크를 걸고 수건을 감은 숟가락을 꺼내 입에 문다. 명일 쓰러진다. 두정, 있는 힘껏 일어나려 하지만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온힘을 다해 일어나려 한다. 신흥: 귓가에 맴도는 어머니 말씀.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인생이란 다 그런 거야,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일어나,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신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다, 일어나려고 애쓰는 두정 신흥: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명일 갑자기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간다. 명일: 아 배야! 눈물을 흘리며 일어난 신내, 이를 앙다물고 슬로로 뛰기 시작한다, 두정 간신히 몸을 지탱해 휠체어에 오른다. 신흥을 제외한 나머지 빛이 사라진다. 신흥: 인생이란 그런 거야 이유는 없어, 모두들 다 그렇게 살아 일어나, 일어나. 얼른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가 빌어먹을! 일어나, 어서 일어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기쁨에 차 인사를 하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는다.) 여, 여보……. 무대 밝아진다. 신흥 머뭇거리는 사이 신내 천천히 등장한다. 신내: 오빠 신흥: 여, 여보 신내: 어쩐 일이세요? 신흥: 당신이 어떻게 여길……. 신내: 잘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할말 있었는데. 신흥: 그러니까……, 그게 신내: 아무 말 마세요, 부탁이에요, 제가 얘기할 테니 듣기만 하세요. 신흥: 미안해, 정말 미안해. 신내: 사실 저 오빠 좋아했었어요, 하지만 이제 아니에요. 신흥: 그게 무슨 소리야? 신내: 말 그대로예요, 이젠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신흥: 여보, 그러지 마, 제발, 응? 내가 잘못했어, 내가 죽일 놈이야. 신내: 고마워요, 진작 얘기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저 꼴찌해서 이런 거 아니에요. 정말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식어 버려서 그런 거예요. 신흥: 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죽는다는 소리는 말아줘, 부탁이야. 신내: 그러지 마세요, 오빠답지 않아요. 신흥: 난 이미 끝난 놈이지만, 당신하고 우리 창신이 수진이는 아니잖아. 남편, 아버지 잘못 만난 죄밖에 없잖아, 여보, 그러니까 그런 소리 두번 다시 하지마. 신내: 괜찮아요? (사이) 저요? 보세요 전 아무렇지 않아요. 신흥: 많이 생각해 봤는데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신내: 그래요, 그렇게 해요. 신흥: 이혼하면 놈들도 더는 못 괴롭힐 거야, 자리잡히는 대로 연락할게,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생활비랑 애들 교육비는 최대한 노력해 볼게. 어떻게든 아빠 노릇은 하도록 할게. 미안해 여보. 신내: 그럼 저 이만 가볼게요, 오빠도 조심해서 가세요. 안녕……, 안녕.(자리를 옮긴다.) 신흥: 놈들이 위치추적을 해서 전화기 못쓰니까, 내가 연락할게. 신내: 오빠도 제가 좋대요, 우습죠? 기껏 마음 정리했는데 고백을 받다니……, 조금만 빨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괜찮아요,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렇지도…….(사이) 저 끝까지 달렸어요,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목소리를 따라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 이후엔 아무 생각도 안나요, 어떻게 결승점을 통과 했는지, 어떻게 집으로 돌아 왔는지……. 정신이 들고 보니까 제 방에 덩그러니 앉아 초콜릿을 잔뜩 쌓아놓고 먹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거울을 봤는데 눈은 너무 울어서 퉁퉁 부어 있고, 입 주변은 초콜릿이 번져서 피에로처럼 되어 있더라고요, 순간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깔깔대고 웃어버렸어요, 한참을 그렇게 웃고 있는데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눈을 감고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들어 봤어요, 자세히 들어 보니까 제 목소리더라고요,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 보면 처음엔 자기 목소린 줄 모르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거였어요, 조금 익숙해지니까 알겠더라고요, 제 목소리인지. 신흥: 그랬어? 그거 다행이네. 알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하자고.(사이) 내 걱정은 하지마, 당신하고 애들이 힘들지 나야 뭐……. 그만 가봐, 수일내로 전화할게, 조심해서 들어가고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든다.) 여보! (사이) 아, 아니야. 애들한테 안부 전해줘.(사이. 혼잣말로) 잘 살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평소에 안해 버릇해서 힘드네. 신내: 근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는 이미 끝나버렸는데, 레이스를 마치라니,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신흥: 자! 이젠 나의 무대를 찾아가 볼까,(기타에게) 가자 로시난테, 갈 길이 멀다. 서두르지 않으면 날이 저문다고.(나간다.) 신내: 800미터 경기는 트랙을 2바퀴 도는 거예요, 작전도 중요하긴 하지만 페이스 조절과 순간의 판단력이 그 어떤 종목보다 중요해요, 처음부터 너무 빨리 달려도 안 되고 페이스 조절한다고 천천히 출발해도 안 되죠, 작전대로 달리다가도 상황에 따라 작전을 포기하고 감으로 스퍼트하는 경우도 많고요. 생각해 봤어요, 나는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달려온 것보다 달려야 할 트랙이 더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알람이네요. 저 이제 그만 가봐야 해요,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나간다.) 텅 빈 무대. 멀리서 전동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로 들려온다. 소리는 멈추지 않고 무대를 가로지른 후 점점 멀어져 간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빈 휠체어를 끌고 등장한다. 휠체어를 세우고 한두 걸음 떨어져 선다. 두정: (휠체어에 대고) 너한테는 안 된 일이지만, 위로해 주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다. 잔인하게 들려도 할 수 없어. 다 네 잘못이야, 한 번 더 점검했어야지, 한 번 더 살폈어야지. 그 정신 상태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면 너 때문에 동료들 모두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어, 너 이렇게 된 거,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목숨과 다리를 바꿨다고 생각해, 어찌 보면 이렇게 된 거 너한테는 축복일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를 한두 번 본 게 아닌 인생 선배로서 하는 얘기니까 귀담아 듣는 게 좋아, 휠체어 생활도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괜히 재활한다고 힘 낭비하지 말고 그 다리에 적응하는 편이 나을 거다. 나같이 바른 말을 하는 선배를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라고. 이제 가봐야겠다, 돌아가서 합숙 준비를 해야 하거든, 들어가서 한 숨 자는 게 어때? (휠체어를 밀고 나간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두정이 나간 반대편에서 피골이 상접한 명일이 다리 힘이 풀린 채로 등장 명일: 이렇게, 이렇게 죽는 건가……. 정말 특이한 약이야. 고통스럽냐고 물었을 때 왜 그런 웃음을 지었는지 이해가 돼.(힘없는 웃음) 왜 죽으려고 했는지, 죽기로 결심한 내가 원망스러워지다니……, 아픈 배를 감싸고 변기 위에 앉아 있자니 살려달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러다 알게 됐어요, 연수를 잃었을 때보다 변기 위에서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웃음이 나왔어요, 눈물은 줄줄 흐르고 웃음은 멈추지 않고, 아래도 멈추지 않고 (힘없는 웃음) 제가 연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는데, 배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더 이상 아픈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요?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명일: 저 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까요? (고개를 숙인다.) 서로 다른 곳에서 나오는 신흥, 신내, 휠체어 탄 두정. 각자 자리를 잡고 선다. 네 사람: 요 며칠 정말 힘들었어요. 세상에서 버려져, 혼자 어딘가에 버려진 것 같은 느낌, 세상의 모든 불행이 한꺼번에 나한테 달려든 것 같은 느낌,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진흙 구덩이에 빠진 것 같았죠. 두정, 신흥: 왜 하필 나야? 명일, 신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네 사람: 속으로 원망도 하고 고래고래 소리도 질러 봤습니다. 근데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당연한 얘기죠, 고민하고 소리 질러서 일이 해결 된다면 이 세상에 힘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신흥: (큰 목소리로) 가수가 되기로요! 두정, 명일: (바로 이어) 받아들이기로요 신내: (이어서) 다시 달리기로요. 네 사람: 많이 겁나고 솔직히 자신 없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일어나야죠, 신흥: (노래한다)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네 사람: 변하는 건 하나 없지만 그렇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두정: 저, 결국 에베레스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휠체어를 뒤로 돌리자 자동차 번호판 모양의 판에 ‘에베레스트’라고 쓰여 있다.) 썰렁했나요? 지하철이 들어온다고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지하철이 다가오는 소리, 멈추는 소리, 문 여는 소리. 모두 한발씩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다시.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힘찬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기타를 정성껏 보듬으며 어디론가 간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한다. 네 사람: (동시에) 저기……. 암전. 어둠 속에서 신흥의 목소리 신흥: (목소리) 드디어 완성했습니다.‘빌어먹을 인생’을 이을 평생의 역작.‘기타와 삼천원’ 조명을 받으며 멋지게 등장한 신흥. 노래한다. 신흥: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가수를 꿈꾸는 소년이 살았다네 매일 밤 꿈속에서 노래하던 소년은 매일이 너무나 행복했다네 그러나 어느 샌가 소년은 노래하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서울 하늘 아래 어딘가 가수를 꿈꿨던 남자가 살고 있다네 꿈을 잊은 채로 살아가던 남자는 하루가 너무나 힘들었다네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노래하던 꿈을 떠올렸다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아, 가진 건 사랑스런 기타와 단 돈 삼천 원뿐이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네, 아, 가진 걸 모두 잃어 남은 것 하나 없어 불행하지만 나에겐 기타와 삼천원 있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세상에 내 것이 하나 없어도, 노래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있어 너무 행복하다네. 너무 행복하다네. 박수 소리에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하던 신흥, 키스를 날리며 퇴장한다. 무대 한쪽에서 연수, 차분한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태령,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약장수,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연수가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약장수, 태령,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세사람. 연수: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건 약장수: 종로 5가입니다. 태령: 어찌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연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약장수: 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고객이죠. 혹시 필요하신가요? 태령: 네, 그녀를 사랑했거든요. 연수: 사랑했어요, 그래서 많이 미안했고요, 혼자 남겨두고 떠나서 약장수: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태령: 그녀는 떠났지만 전 아직 그녀를 떠나보내지 않았습니다. 연수: 이제 떠날 거예요, 명일씨를 놓아주려고요, 마음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거예요. 약장수: 그 약을 먹게 되면 죽을 각오로 살게 되죠, 태령: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우선은 열심히 달리는 신내를 뒤에서 지켜보는 것부터 시작하고요 연수: 뒤에서 지켜본다는 거 그리 쉽지 많은 않더라고요, 많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약장수: 그것이 문제죠, 부작용이 너무 심해요, 설사가 장난 아니거든요,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요, 하하하. 세 사람 모두 정지. 두정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 무대 중앙에 휠체어를 놓고 나간다. 휠체어 홀로 빛을 받는다. 휠체어: 전 에베레스틉니다. 제 주인님이 붙여준 이름이에요, 전 어디를 가나 주인님과 함께 하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나 할까요.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주인님이 제게 이름을 붙여주고 난 뒤로 가끔이긴 하지만 웃는 모습을 보이시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제 이름이 좋습니다.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휠체어: 지하철이 왔네요, 못다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죠, 저는 지금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거든요.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암전. ■ 등장인물 명일(25세, 대학생) 신내(18세, 고등학생, 육상부) 두정(32세, 산악인) 신흥(38세, 샐러리맨)
  • 오초아 “내가 올해의 女帝”

    올시즌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5년 아성을 무너뜨린 ‘새 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AP통신이 선정한 ‘올해의 여자선수’에 뽑혔다. AP통신은 26일 세계 언론매체 스포츠기자들의 투표 결과 오초아가 220표를 받아 테니스 메이저대회에서 2승을 올린 아멜리에 모레스모(프랑스)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 2위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와 미여자프로농구 올시즌 최우수선수에 오른 리사 레슬리(미국), 그리고 프랑스오픈테니스 챔피언 쥐스틴 에냉(벨기에) 등이 함께 경합을 벌였지만 LPGA 상금왕과 다승왕, 최저타수상을 모조리 휩쓸며 이미 ‘LPGA 올해의 선수’에 오른 오초아에 모두 나가떨어졌다. 전날 ‘올해의 남자선수’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선정된 데 이어 오초아까지 뽑혀 이 상은 모두 골프선수에게 돌아갔다. 같은 종목 선수가 나란히 ‘AP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건 1993년 미국 남녀 프로농구의 스타 마이클 조던과 셰릴 스웁스 이후 13년만. 특히 남녀 골퍼가 이 상을 휩쓴 건 1945년 바이런 넬슨과 베이브 자하리아스의 동반 수상 이후 무려 61년 만의 경사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태어나 자란 오초아는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로 떠오르며 ‘국민 여동생’ 대접을 받고 있으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멕시코에 골프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 곱상한 외모와 가냘픈 몸매와는 딴판으로 장타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오초아는 12세 때 멕시코 최고봉인 피코 데 오리사바(5610m)의 눈덮인 정상에 오르는 등 극한 스포츠를 즐기기로 유명하다. 오빠가 에베레스트를 오른 산악인이기도 한 오초아는 5살 때 4m가 넘는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양쪽 손목이 모두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뒤 잠시 모험심을 접었다. 대신 오초아는 아버지를 졸라 따라나선 골프장을 처음 본 뒤 골프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오초아는 “당시 부러진 손목을 치료한 의사가 내게 마술 손목을 선사한 것 같다.”고 종종 말하고 있다. 오초아는 또 “코스에서 내가 멕시코인이라는 사실에 늘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이번 수상은 멕시코의 자랑”이라며 남다른 조국애를 과시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백건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녹음 … 내년 사상 초유 전곡 연주회

    백건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녹음 … 내년 사상 초유 전곡 연주회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전국 10곳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이번 독주회는 3년 동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을 모두 음반에 담는 대장정의 두번째 해 작업을 결산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는 이번에 독주회와 함께 베토벤의 초기 소나타를 묶은 2세트 4개의 콤팩트디스크(CD)도 내놓는다. 앞서 전곡 녹음을 시작한 지난해 소나타 16∼26번을 3개의 CD로 펴냈다. 이로써 베토벤 전곡 녹음은 소나타 27번에서 32번에 이르는 6곡만 남겨두었다. 내년 가을엔 9개의 CD로 이뤄진 ‘백건우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이 세상에 나온다. 백건우는 이를 기념해 내년 12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7일 동안에 베토벤의 소나타를 모두 연주하는 한국 음악사상 초유의 연주회를 갖는다. 이번 순회 독주회에서 백건우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톡하우젠, 바그너의 작품을 들려준다. 베토벤에게 영향을 주었거나, 영향을 받은 이의 작품을 모아 독일음악사에서 베토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눈길은 베토벤의 작품에 쏠린다. 작품번호 90번의 소나타 27번과 작품번호 101번의 28번은 아직 녹음하지 않은 작품들이다.27번은 백건우가 “분명히 후기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설명한 작품이다. 베토벤이 고전파 작곡가에서 낭만파 작곡가로 변모해 가는 초입에 있는 작품이다.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 연주가 ‘피아니스트의 에베레스트산 오르기’라면 백건우가 남겨놓은 후기의 6곡은 ‘정상등정’에 해당하는 중요한 작품들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녹음한 사람은 빌헬름 박하우스와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클라우디오 아라우, 알프레드 브렌델 등 모두 20세기 음악사를 장식한 명연주가들이다. 백건우가 ‘데카’(DECCA)라는 메이저 음반 레이블로 베토벤 소나타 전집을 펴낸다는 것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가의 반열에 올랐음을 뜻한다. 올해로 진갑(進甲)을 맞은 백건우도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길 때 비로소 녹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언제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그는 관심을 끊을 수 없게 만드는 존재이다.(02)751-9607.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삼성·LG전자·현대·기아차 현대重등 5개기업 올 수출액 1000억弗 넘어설 듯

    삼성전자,LG전자, 현대차, 현대중공업, 기아차 5개 기업의 올해 수출액 합계가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 50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30일 산업자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3260억달러의 수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빅5’의 수출액은 전체의 3분의1이 되는 셈이다.3000억달러는 100달러짜리 지폐로 쌓으면 높이(360㎞)가 에베레스트산의 41배다. 쏘나타(대당 수출가격 2만 1400달러) 1400만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 ‘꿈의 500억달러’ 초읽기 수출 3000억달러 달성에는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역할이 가장 컸다. 올들어 3·4분기(9월말)까지 수출 실적은 367억달러(해외 생산분 제외). 반도체가 114억 4000만달러, 휴대전화는 111억 5000만달러,LCD는 78억 4000만달러,TV는 13억 1000만달러다. 삼성전자측은 “통상 4분기 수출이 3분기보다 많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꿈의 500억달러 시대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공언했다. 필리핀 전체 수출액과 맞먹는 규모다. LG전자도 3분기까지 130억달러어치를 수출해 올해 수출액은 17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대차도 150억달러 수출탑 수상 현대차는 지난달말까지 102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간 목표액(134억달러)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날 무역의 날 행사에서 ‘150억달러 수출탑’도 받았다. 수출탑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의 실적을 토대로 결정된다. 기아차는 올해 100억∼110억달러를 수출할 전망이다. 관련분야에서 부동의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선박 출하가 무난히 이뤄지고 있어 올해 수출목표액(120억달러)을 거뜬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세계정상에 선 그녀들의 비결은

    세계적으로 맹활약하는 한국여성들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생소하지 않지만 요즘 들어 부쩍 언론에 더 많이 등장한다. 그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온스타일은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여성 6인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2부작 다큐멘터리 ‘한국여성, 세계 위에 서다’를 3일과 10일 저녁 10시 방송한다. 3일 1부에서는 배우 김윤진과 산악인 오은선, 글로벌기업 FedEx 채은미 지사장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쉬리’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김윤진이 할리우드로 진출, 드라마 ‘로스트’ 출연으로 정상에 서기까지의 노력과 과정을 들려준다. 김윤진은 ‘외모를 가꾸지 말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라.’‘정상에 올랐을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등 성공 메시지를 전한다. 이어 세계 7대륙 중 최고봉인 매킨리를 정복하고 한국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단독 등반한 산악인 오은선씨가 소개된다. 공무원을 관두고 산에 인생을 건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의 판단을 믿어라.’‘모든 것을 걸 수 있는 목표를 찾아라.’ 등 성공 노하우를 들려준다. 또 수준급 영어 실력에도 10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학원과 영자신문을 통해 공부하는 채은미 FedEx 한국지사장(북태평양 총괄 인사 상무)의 성공 스토리도 만날 수 있다. 최연소 부장 승진에 지사장이 되기까지 그는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직접 가서 잡아라.’‘자기와의 약속을 1순위로 지켜라.’ 등이 성공비결이라고 말한다. 10일 2부에서는 세계가 주목하는 아트 디렉터 설은아와 세계무역기구(WTO) 법률국 고문변호사 정애경, 미 NBC 뉴스 앵커 엘리 배 홍이 등장한다. 영화 ‘4인용 식탁’으로 칸광고제 황금사자상 등을 수상한 설은아는 ‘실패도 경험이고 실수도 경력이 되니 뭐든지 저질러라.’‘솔직한 평가는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조언한다. 한국 여성 최초로 WTO 고문변호사가 된 정애경은 ‘성공하려면 오늘의 달콤함은 버려라.’‘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라.’고 말한다. 소수 민족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 방송사 메인 앵커가 된 엘리 배 홍은 ‘남과 다른 삶을 살아라.’‘라이벌을 이기려면 자신의 단점을 찾는 일을 게을리 마라.’ 등을 강조한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Book Review] ‘히말라야 주역’으로 우뚝서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아래 타메라는 마을에 사는 셰르파 네 사람은 모두 합쳐 스물아홉번이나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 라크파 리타는 다섯 번, 그의 동생 카미 리타는 네 번 올랐으며, 사십대 초반인 아파와 앙 리타는 각각 열 차례나 등정했다. 만일 이들이 미국에 살았다면 나이키와 펩시의 홍보 대가로 수백만달러를 벌고,‘뉴스위크’,‘피플’ 등 유명잡지의 표지모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지 맬러리, 에드먼드 힐러리 등 히말라야 거봉을 오른 유명 서구 등반가들과 달리 이들 셰르파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셰르파, 희말라야의 전설’(조너선 닐 지음, 서영철 옮김, 지호 펴냄)은 그동안 히밀라야 등반의 이름없는 조연으로만 인식됐던 셰르파들을 당당한 주역으로 복권시킨 책이다. 셰르파는 500여년 전 티베트에서 살다가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로 넘어오면서 집단을 이룬 부족의 이름이다. 뿌리 없는 이방인이었던 그들은 당시 최하층 계급으로 편입되어 짐꾼이나 인력거꾼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들이 산을 오르기 시작한 것은 100여년 전부터다. 히말라야의 존재가 서구에 알려진뒤 백인 등반가들이 몰려들면서 등산에 필요한 짐을 운반하기 위해 이들을 고용했던 것. 셰르파들은 백인 등반가들을 위해 식량과 의복, 텐트, 산소통, 연료, 의약품 등 한 사람당 적게는 20㎏, 많게는 50㎏에 달하는 짐을 지고 산을 올랐다. 등반가들은 이들이 운반한 고기, 치즈 등을 실컷 먹으며 두꺼운 방한복을 입었지만, 셰르파들은 빵과 얇은 옷에 만족해야 했다. 악천후에 짐을 나르다 목숨을 잃는 일도 잦았다. 1977년 대폭풍이 불어 네팔 전역에서 트레킹여행자 일행이 눈속에 갇혔을 때 많은 외국인들은 헬리콥터로 구조되었지만, 이들의 짐을 날랐던 셰르파들은 그대로 남겨졌다. 아무도 그들의 구출비용을 대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중 여럿이 사망했다. 히말라야 남체 근처 루크라 뒤쪽 고개에서 혹한에 포터 한 사람이 사망했는데 그의 등짐에는 트레킹 여행자들을 위한 야영 침낭과 오리털 재킷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가 이 짐을 운반하는 대가로 받은 돈은 하루 3달러였다. 책은 이같은 혹독한 상황에서 셰르파들이 일구어낸 성취를 세밀하게 그려낸다.1939년 K2에서 셰르파가 정상 공격조 일원이 된 일, 하산 과정에서 미국 등반가가 혼자 고립됐을 때 모든 백인 등반가들이 포기했음에도 셰르파들만이 그를 구하러 올라간 일,1954년 톈징 노르가이라는 셰르파가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정하는 과정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은이는 이 책을 위해 수개월간 셰르파 마을에 거주하며 셰르파 말을 배우고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익혔다고 한다. 또 실제 역사적인 등반에 동반했던 노인들과 그들의 가족을 여러차례 인터뷰했다. 많은 변화와 개선이 있었지만 상당수 산악인들은 여전히 셰르파를 자신들의 편의에 의해 고용한 ‘짐꾼’이나 ‘하인’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그런 편견과 몰이해를 넘어 셰르파의 진정한 삶과 역사를 알리기 위한 저자의 애정 어린 기록으로 읽혀지는 책이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여성 산악인 고미영씨 히말라야 초오유 등정

    여성 산악인 고미영(39·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씨가 히말라야 초오유(8201m) 등정에 성공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씨는 1일 낮 12시15분(이하 한국시간) 현지 세르파 1명과 함께 초오유 정상을 밟았다.9월15일 티베트의 해발 5100m에 있는 전진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등정을 시도한 지 보름 만. 인공암벽을 오르는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에서 맹활약한 고씨가 고산등반에 나선 뒤 8000m급 봉우리를 밟은 것은 처음이다. 고씨는 2012년까지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모두 오른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부터 고산등반을 시작했다. 고씨는 지난 5월 독일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연예인 히말라야 원정대’ 등반대장으로 에베레스트(8848m) 등정에 나섰지만 7500m 지점에서 발목 동상으로 하산했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수학의 정석’ 40년 홍성대 저자가 들려준 공부비법

    ‘수학의 정석’ 40년 홍성대 저자가 들려준 공부비법

    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참고서로 이용했음직한 수학교재가 ‘수학의 정석’이다. 이 수학의 정석이 31일로 발행 40주년을 맞는다. 저자는 자립형 사립고인 전북 전주의 상산고등학교 설립자인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서울대 수학과 재학시절 그는 등록금, 책값, 하숙비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과외였다. ●3700만권 팔려…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125배 기존 참고서로 과외하다 이왕이면 학생들에게 좋은 문제를 제공하자는 생각에서 서울 광화문 일대 외국서적 판매점을 뒤졌고 일본과 미국, 프랑스의 수학관련 자료도 모았다. 모은 자료가 늘면서 그냥 두기에 아까워 낸 책이 수학의 정석이다. 출간 첫 해 3만 5000여권이 팔리는 등 매년 판매 부수가 급증하면서 현재까지 최소한 3700만권이 팔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께가 3㎝인 책을 한 권씩 눕혀서 쌓아올리면 에베레스트산의 125배 높이가 된다. ●출제 예상문제 망라… 높은 적중률 보여 성지출판사 김재호 전무는 수학의 정석이 ‘베스트 셀러’가 된 이유로 ▲ 수학의 기본과 원리를 논리성있게 알기 쉽고 친절히 설명했고 ▲ 출제 가능한 모든 유형의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어떤 출제경향에도 높은 적중률을 보였으며 ▲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이면 혼자서도 능히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홍 이사장은 이날 “큰 손자가 고교생인데 ‘할아버지가 만든 책만 봐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 이사장은 수학 공부 잘하는 비결도 들려줬다. 눈으로만 읽지 말고 종이에 직접 써보고 문제를 풀 때마다 혼자의 힘으로 풀어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며 예습 중심으로 학습을 할 것 등을 꼽았다. 특히 예습하고 나서 수업시간에 강의를 듣는다면 수학이 훨씬 흥미로워지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학습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교육당국이 서울에 국제중을 설립하는 것에 부정적인데 당연히 인가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책꽂이]

    ●세상을 바꾼 사진(페터 슈테판 엮음, 이영아 옮김, 예담 펴냄) 20세기 역사의 신기원을 이룩한 사진들을 실었다. 영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극복하기 위해 물레를 돌려 실을 잣는 고전적인 생산방식을 장려한 간디, 최초로 8848m 에베레스트 최고봉에 올라 영웅이 된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 우드스톡….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사진은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 그 영향력을 온 사방으로 퍼뜨릴 뿐이다.”라는 비키 골드버그의 말을 증명하듯,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됐다.3만원.●지혜는 천 개의 눈을 가졌다(마빈 토케이어 지음, 김하 엮어옮김, 토파즈 펴냄) ‘책의 민족’이라 불리는 유대인에게 배움은 곧 신에게 봉사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유대인은 배움, 즉 교육에 열성이다. 유대인들은 종교적 계율을 철저히 지키기로 유명한 민족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신의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고 항상 권위를 의심하라고 교육받아 왔다. 심지어 신에 대한 조크도 서슴지 않으며, 그리스도교도처럼 신을 두려워 하거나 무서운 존재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 책은 ‘탈무드형’ 인간으로 거듭나라고 충고한다.9000원.●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3,4권(구스타프 슈바브 지음, 이동희 옮김, 물병자리 펴냄) 트로이아 전쟁은 영웅들끼리 싸운 것만이 아니다. 배후에서 조종하고 개입하는 신들이 있었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그리스 편, 트로이아 편으로 갈라져 인간들을 돕고 세력다툼을 벌였다.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헤르메스,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편을 들었다. 한편 영웅 아이네이스의 어머니인 아프로디테와 아폴론, 아르테미스, 레토는 트로이아 편이었다. 이런 신들의 세력다툼을 읽어내지 못하면 트로이아 전쟁은 밋밋한 이야기가 돼 버린다. 이런 점들을 분명히 한 게 이 책의 특징이다. 각권 1만원.●미디어렌즈(데이비드 에드워즈·데이비드 크롬웰 지음, 복진선 옮김, 한얼미디어 펴냄) 세계적인 미디어비평 그룹 ‘미디어렌즈’의 공동설립자가 쓴 미디어비평서. 스스로 진보적이라 말하고 세상도 진보적인 미디어라고 믿는 영국의 가디언과 BBC, 그리고 세계의 유수 주류미디어들이 세상을 어떻게 왜곡하고 진실을 감추는지 밝힌다. 세상의 진실을 전달하지 못하는 미디어기업의 구조적인 무능력도 살핀다. 이 책은 새로운 미디어 모델로 ‘동정적인 미디어’를 제안한다. 언론, 그 너머의 진실을 밝힌 책.1만 8000원.●푼돈의 경제학(장순욱 지음, 살림 펴냄)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란 게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밑에서 알코올로 서서히 가열하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개구리를 점점 올라가는 온도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비커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죽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낭비되는 푼돈도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9800원.
  • [02일 TV 하이라이트]

    ●뉴스추적(SBS 오후 11시5분) 해외여행 자유화 17년, 작년을 기점으로 1000만 관광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가격으로 일단 여행객을 모집한 뒤, 비싼 옵션투어에 바가지 쇼핑으로 수지타산을 맞추는 여행업체의 구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 취재진이 직접 여행상품을 경험하면서 저가 패키지 상품의 허와 실을 밝힌다.   ●클로즈 업(YTN 오후 1시20분)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를 돕는 일은 오늘을 사는 세계인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을 이끌어가고 있는 세계관광기구 산하 스텝재단의 이사회의장을 맡고 있는 도영심 외교통상부 스포츠관광대사와 함께 스텝재단의 활동과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문화예술 36.5(EBS 오후 10시5분) 올해 6회를 맞이하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 연극 집단의 경연작, 아마추어 순수연극 발표의 장인 대학극전, 젊은 연출가 기획전, 초청 기획전과 더불어 연희단 거리패의 기념 공연작까지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밀양공연예술축제는 연극을 축제의 마당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투명인간 최장수(KBS2 오후 9시55분) 소영은 약혼식을 취소하고 달려온 준호가 반갑지 않다. 캠핑카로 다미, 솔미의 환심을 끈 준호의 노력에 마지못해 따라나선 소영은 눈앞에 펼쳐진 해바라기 밭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장수는 장인의 전화를 받고 소영의 행적을 쫓아간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준호와 소영의 행복한 모습뿐이다.   ●환경스페셜(KBS1 오후 10시) 생명의 행성 지구. 북극에서 적도까지, 사하라에서 에베레스트까지 지구 생태계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북극의 혹한과 적도의 작열하는 태양, 그리고 고립에서도 피어나는 생명의 힘. 극한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놀라운 생존력, 그리고 지구를 아름답게 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본다.   ●오버 더 레인보우(MBC 오후 9시55분) 혁주는 렉스의 댄스파트너가 되어 연습하는 희수가 신경쓰이고, 춤추다 스텝이 엉켜 휘청거리고 만다. 렉스의 무대에 함께 선 희수는 긴장한 탓인지 표정이 굳어 있고 춤도 능숙하지 못하고, 그러다 결국 실수를 하고 만다. 한편,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팔던 상미는 TV에 렉스가 나오자 눈을 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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