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폰이 쏠쏠하다는데…‘한국폰’의 선택은?
삼성·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이 ‘중저가폰’ 세계 시장의 진출 전략을 짜는데 깊은 고민에 빠졌다. 메이저인 노키아, 모토롤라의 저가폰 공세에 마냥 고가폰 시장만 고집할 수 없고, 저가폰의 교체 수요도 이들 업체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업체는 일단 ‘고가폰 유지, 저가폰 제한적 진출’을 전략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폰 시장에 주력하되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의 저가폰 시장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세계 시장에서 저가폰은 50∼100달러, 중가폰은 100∼150달러, 고가폰은 500∼700달러로 분류한다.
●모토롤라 주춤, 저가폰 시장 진출 혼돈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5대 메이저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성적표는 ‘노키아는 선두 고수, 모토롤라 후퇴, 삼성전자 약보합, 소니에릭슨 약진,LG전자 후퇴’로 요약된다. 모토롤라는 주력인 저가폰 시장에서 참패했고, 소니에릭슨은 고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아성을 위협할 만큼 선전했다. 모토롤라의 실적 내용은 ‘속 빈 강정’이었다. 지난해 4·4분기 매출은 78억달러로 전년 대비 19%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수익 마진은 49% 줄어들었다. 이익률은 10%대에서 4.4%로 추락했다.
저가시장의 이익률이 급감하다보니 저가 시장을 놓고 저울질하던 국내 업체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고가폰 시장에서도 가격경쟁으로 판매가는 하락 추세다.
삼성전자(세계 3위)와 LG전자(5위)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노키아, 모토롤라의 저가 시장 공략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저가폰 시장 진출을 고민해 왔다. 저가 시장인 인도 등 신흥시장의 성장세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LG전자, 고가시장 고수, 저가시장 제한적 공략
그동안 고가폰 시장을 공략해 온 국내 업체들은 일단 저가 시장의 진출을 결정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제품의 생산을 15%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큰 시장을 갖고 있는 노키아, 모토롤라는 한 제품을 적정 수익이 이어질 때까지 생산할 수 있지만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삼성·LG전자는 신제품을 무기로 삼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최근에는 모토롤라의 실적 악화로 저가 시장 진출이 타당한지 다시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주력 상품인 ‘울트라에디션’을 중심으로 고가폰 전략을 유지하되 저가 시장에는 아주 제한적으로 들어서는 전략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감성·디자인을 내세운 고가폰인 ‘초콜릿폰’의 시장 호평에 힘입어 후속으로 2월에 론칭할 ‘샤인폰’,‘프라다폰’으로 고가폰 세몰이를 한다는 전략이다. 단지 삼성전자와 비교해 아직 고가폰 인지도가 낮아 중저가폰 시장도 신경을 쓴다는 방침이다.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초콜릿폰, 샤인폰 등 고가폰에 총력적으로 마케팅을 펼쳐 중저가 시장에 힘쏟을 여력은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저가 시장에서 고가폰의 ‘후광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