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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간 것은 언제나 그리워지리니

    2007년 1월 뉴욕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심란한 마음을 달래던 순간, 흔하게 들어왔던 시가 가슴에 꽂혔다. 음악프로그램 시그널과 함께 DJ가 읊조린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지나간 것은 언제나 그리워지리니.” 이 마지막 구절이 왈칵 울음을 쏟게 할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왜 이런 일이 나에게만 일어날까 좌절하고 번민하고 힘겨워했던 적이 많았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경험들이 나를 부정적인 생각 속으로 몰아넣기 일쑤였고, 마음을 다잡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걸어나가다가도 또다시 돌부리에 걸려 굴레 속으로 돌아오곤 했다. 몇 년이 지난 일기장을 봐도 똑같은 고민에 휩싸여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는 주저앉아 울고만 싶었다. 그렇게 내적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 홀로 떠난 날, 이 구절을 들은 것이다. 동시에 울컥 밀려든 그리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이후 뉴욕 맨해튼 고층빌딩 사이 구석구석을 홀로 걸을 때마다, 밤잠을 청할 때마다 숨쉴 틈 없이 이어지던 일상과 종착점을 찾지 못했던 고민들, 후회만 가득했던 경험들이 눈물을 핑 돌게 하는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왔다. 일에만 집중하던 나를 묵묵히 지켜봐주던 친구들, 예민한 기운을 웃음으로 받아줬던 동료와 가족들, 나라는 사람을 똑바로 보게 해준 연인들,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모두모두 그립고 사무치게 보고 싶었다. 6월의 어느 날, 굴곡 많은 인생을 살다가 40대에 세상을 떠난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그린 영화를 보면서도 또 한 번 살아 있다는 것이 안겨주는 경험과 번민들을 곱씹어보게 됐다. 그녀의 노래처럼 지나온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으리라, 푸쉬킨의 시처럼 아무리 가슴을 아프게 했던 경험들도 결국 그리움으로 남으리라, 삶이 주는 희로애락을 소중하게 껴안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모른다. 또 언제 이런 다짐을 잊을지. 스트레스를 받을 상황이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지칠 때면 다시 어두운 생각 속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되뇌어야지. ‘지나간 것은 언제나 그리워지리니.’ 정세진_ KBS 아나운서입니다. 5년간의 앵커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1월 미국으로 떠난 그는, 컬럼비아대학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으로 선임돼 그곳에서 연수 중입니다.
  • 프랑스, 콘서트에 빠지다

    |파리 이종수특파원|‘어디서나 모든 이들에게 음악을….’ 해가 가장 긴 하지(夏至)가 되면 프랑스 전역은 늘 ‘콘서트장’으로 변신한다. 올해로 26회를 맞는 ‘페트 드 라 뮈지크’(음악 축제)가 21일 프랑스 전역에서 열렸다. 이번 축제에는 프로·아마추어 뮤지션 80여만명이 실내외 공연장을 찾은 1500만여명의 관객 앞에서 숨겨둔 ‘끼’를 맘껏 발산했다. 프랑스 국민 4명당 1명이 잔치에 참가한 셈이다. 이날 파리(1000여회)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1만 8000여회의 크고 작은 음악 잔치가 벌어졌다. 한국 문화원에서도 재즈 공연이 벌어졌다. ‘음악 축제’는 유명한 공연장을 비롯 길거리 어디서나 벌어지는 게 특징이다. 병원과 감옥에서도 공연이 진행된다. 오르세 박물관에서는 저녁 8시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교향곡 5번 등을 연주했다. 또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프랑스 상원 건물이 있는 룩셈부르 공원에서는 수천명의 관람객이 모인 가운데 라디오프랑스 교향악단 등이 슈만, 슈베르트, 멘델스존의 작품을 들려 줬다. 특히 파리 1구 루브르 궁의 피라미드에서 밤 10시30분에 열린 공연에 참가한 관객은 밤 하늘의 별을 보면서 파리오케스트라의 선율에 젖었다. 이밖에 많은 뮤지션들이 파리 거리 곳곳을 힙합, 레게,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무대로 장식했다. 주위가 어둑해질 무렵인 밤 10시가 되면서 흥이 절정해 달했다. 관객들은 무대 주위에서 춤을 추면서 뮤지션들과 하나가 되기도 했다. 흥을 못 이긴 젊은이들은 거리 곳곳에서 춤을 추면서 축제의 열기를 이어갔다. 올해 축제의 특징은 ‘문화 계승’을 의식한 듯 젊은이들을 위한 프랑스의 전통 콘서트가 많이 벌어진 것이다. 파리 15구 부이에 거리에서 ‘에디트 피아프에 대한 헌가’를 주제로 샹송 공연이 열린 것이 한 예다. 1982년 자크 랑 문화부 장관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이 축제는 이제 프랑스만의 잔치가 아니다. 프랑스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자 85년부터 이웃 유럽 국가들이 잔치에 동참했다. 국가별로 다양한 로고를 만들고 ‘만국의 언어’인 음악판을 열고 있다. 열기는 다른 대륙으로 뻗었다. 이날 130개국 400개 도시에서 음악판이 벌어졌다. 특히 올해부터는 미국 뉴욕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10개 도시가 음악 축제를 개최했다. 이쯤되면 ‘음악 축제’는 이제 프랑스만의 것이 아니라 지구촌 공동의 잔치판이라 불릴 만하다.vielee@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웨딩드레스’의 인텔리 가수 한상일(2)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웨딩드레스’의 인텔리 가수 한상일(2)

    ‘내 마음 나도 모르게 꿈같은 구름타고/천사가 미소를 짓는 지평선을 나르네/구만리 사랑 길을 찾아 헤매는/그대는 아는가 나의 넋을/나는 짝 잃은 원앙새 나는 슬픔에 잠긴다’ ‘웨딩드레스’와 함께 가수 한상일씨의 또 다른 히트넘버인 이 ‘애모의 노래(황유철 작사, 안길웅 작곡)’는 1969년 당시 뮤지컬,‘카니발의 수첩’의 주제가였다. 남녀 듀엣으로 불려진 이 세미 클래식조의 노래는 많은 가수들이 탐냈으나 가수 겸 작곡가 안길웅씨는 이 노래만큼은 밝고 힘 있는 한상일씨 목소리가 최적이라고 판단, 그에게 취입하게 했다. 이 ‘애모의 노래’가 그렇듯 탄탄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마치 ‘단전 호흡하듯 노래하는’ 한상일씨는 대곡 스타일의 번안곡이나 가곡, 가톨릭 성가 등을 특히 많이 발표했다. 그에게 노래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어보고자, 그가 취입한 노래 곡목을 뽑아 건네주자 리스트를 훑어보던 그의 표정이 순간 당황스러운 빛으로 변했다. 자신이 그렇게 많은 노래를 취입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의외로 많은 옛 가수들이 그러하듯 그 역시도 자신의 취입 곡 중 상당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사는 물론 멜로디조차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불과 몇 번의 연습 끝에 단 한 차례 취입한 곡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더구나 그는 음반을 취입해놓고 제대로 들어볼 시간도 없이 바빴다고 회고한다. 처음 TV 전속가수로 출발했듯 엔터테이너 적 재능을 보였던 그는 이내 ‘예그린악단’으로부터 뮤지컬 ‘대춘향전’의 출연제의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으나 스스로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무대에서 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그는 김희조씨가 음악을 맡은 이 뮤지컬 공연에 직접 나서지 않는 대신 가수 패티김과 함께 ‘이도령’‘춘향’역을 각각 맡아 음반만을 취입했다. 그러나 주위의 권유에 못 이겨 그는 결국 고영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사랑은 파도를 타고’, 그리고 당시 인기 TV 드라마 ‘수사반장’ 등에 출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연기와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때 그는 건축학도 출신답게 치밀한 성격을 드러내 담당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가령 대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막무가내로 대사 수정 요구를 하는 것은 물론 드라마 상황에 비해 세트장이 너무 작다고 지적, 세트장을 모두 다시 제작하게 만든 당시 에피소드들이 그 것. 아울러 가수 윤복희씨와 함께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빠담빠담빠담’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연인, 이브 몽탕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렇듯 주위에서는 그에게 다양한 활동을 요구했지만 정작 그는 연예인으로서 집안의 내조를 전혀 받지 못했다. 서울대 공대 건축공학과 출신이라는 ‘최고학부’의 꼬리표는 늘 그에게 무거운 짐으로 작용해 수시로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결국 집안의 반대로 연예활동을 접게 된 그는 1978년, 뒤늦게 전공을 찾아 건설 분야로 U턴,‘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어느덧 37세. 건설회사 입사 초기엔 그동안 연예인이기에 받아왔던 스포트라이트가 너무 눈부셔 되레 짙은 그늘이 되기도 했지만 이내 미국 연수를 마치고 사우디건설 현장에 파견, 외국인 감독관으로 근무한 뒤 가구회사, 투자개발회사 등을 거쳐 20여 년간 건설, 건축 분야에 종사했다. 그 기간 동안 공식 가수활동은 접었지만 CF를 통해서는 대중들과 늘 만났다. 포도주나 커피광고, 종합 비타민, 패션양복 모델 등이 그 것으로 지성, 낭만, 건강함을 지닌 귀족적 이미지로 각인된 그의 캐릭터는 이 때문에 더욱 굳혀진 것이기도 하다.1998년에 퇴직한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여전히 술보다는 음악을 찾는 로맨티스트로 동시에 최근 영화들을 모두 섭렵한 영화광. “전성기 때 이봉조·백영호 같은 훌륭한 작곡가들의 취입 제의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이었던 것이 이제금 못내 아쉽다.”는 그. 이제부터라도 노래에 관한한 적극적으로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다. 현재 제주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틈틈이 음악에세이 등을 집필하고 있다. sachilo@empal.com
  • 동성애 영화 ‘후회하지… ’ 감독·배우에 듣는다

    동성애 영화 ‘후회하지… ’ 감독·배우에 듣는다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임을 드러내는 것은 사회에 대한 정면도전이나 다름없다. 동성애자의 생활을 그린 ‘퀴어애즈포크’나 일부 동성애자가 등장하는 ‘섹스앤더시티’같은 외화시리즈에는 열광하면서도 정작 대놓고 말하는 것은 거부한다. 사회적 주류가 아닌 탓이다. ‘후회하지 않아’(제작 청년필름·16일 개봉)는 과감하게도 퀴어멜로를 표방했다. 까놓고 말하면 재벌집 아들과 호스트바의 ‘선수’의 사랑을 다룬, 남성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이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만, 한편으로는 따가운 시선도 받는 평범하지 않은 영화다. 이 영화의 두 주역인 이송희일 감독과 주인공 수민역의 이영훈씨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김형기 시나리오 작가의 진행으로 이들과 자유로운 대화를 나눠봤다. ●김 작가 이번 영화는 훨씬 더 대중과 소통하는, 첫 상업영화이자 장편영화인 듯 한데요. ●이송 감독 사실 이전 단편작들은 독립영화쪽에서는 상업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죠. 상업영화권에 들어오긴 했지만 다소 애매해요. 시간상으로 장편일 뿐 제작과정이나 배급라인은 여전히 독립영화에 가깝죠. 장편을 찍으면서 호흡이나 힘 배분, 강약 조절하는 법을 많이 배우게 됐어요. 오히려 이제야 단편을 알 것 같고, 더 잘 찍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영훈 제게도 첫 장편영화인데, 감정을 길게 끌고 가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동성애라는 감정을 유지하는 것이 다소 버거웠죠. ●김 작가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게이 커뮤니티가 솔직하고 당당하며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평소 감독의 생각대로 표현됐다고 봐요. 하지만 왜 퀴어영화는 다 슬퍼야 하죠? ●이송 감독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1970∼80년대 호스티스 영화의 전형을 취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간거고…. 왜 재미있는 퀴어영화를 만들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당신들이 만드세요.’(웃음) ●김 작가 말이 나왔으니, 감독은 퀴어·페미니즘 전문으로만 인식되는 것 같은데, 벗어나고 싶지 않나요? ●이송 감독 잠들어 있는 동성애자들의 인식을 깨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당분간은 좀 쉬려고요. 감독으로서 한계를 만드는 것 같아서. 하지만 여성, 인권, 노동자, 빈민, 불합리한 권력 등에 대한 화두는 놓지 않을 겁니다. ●김 작가 계급간의 갈등이 영화 속에서 읽히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후회하지 않는 것처럼, 연출을 하고 연기를 하는 데 후회가 없나요. ●이송 감독 늘 아쉽죠.2시간45분짜리 원본을 1시간50분정도로 줄이면서 많은 장면을 잘랐어요.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부분이 생겼죠. ●영훈 전 제대로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재민(이한)에게 붕대를 감아주면서 “우리 사이는 뭐예요.”라고 묻는 게 재민과의 정사신보다 어려웠어요. 감정 표현이 쉽지 않더라고요. ●이송 감독 영훈이는 몰입도가 상당히 좋아요. 전작 ‘굿로맨스’에서는 빙의(憑依) 수준이었죠. 이번에는 어려워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김 작가 캐스팅이나 촬영 뒷얘기 좀 해주세요. 혹자는 다소 수위가 높다고도 하는데, 다른 그림을 넣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요. ●이송 감독 ‘로드무비’라는 영화도 캐스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잖아요. 그게 4년전인데, 지금도 인식은 달라진 것이 없어요. 배우들한테 시나리오를 주면 대부분 아예 사라지죠. 그들의 생활을 생동감있게 표현하고 싶어서 시나리오에서는 더한 장면도 넣었는데, 하지만 개봉은 해야 하니까.(웃음) ●김 작가 그러고보니 원제가 ‘야만의 밤’이었잖아요. 왜 달라졌죠? ●이송 감독 밤에 야산에서 일어나는 마지막 부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죠. 가부장제, 계급으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으로 삼았거든요. 하지만 멜로라인이 더욱 강해서 제목을 바꿀 수도 있겠다 했는데, 우연히 에디트 피아프의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가 나오잖아요. 이거다 싶더라고요. ●김 작가 앞으로의 계획은. ●이송 감독 차기작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강한 소재의 액션 영화가 될 것 같아요. 호러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적인 정서를 가진 호러 영화도 찍고 싶어요. ●영훈 더욱 연기 훈련이 필요한 것을 느끼고 있어요. 언젠가는 장애인의 아픔을 표현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고등학교때 봉사활동을 한 뒤 늘 머리 속에 담아둔 목표이고요. 물론 그 전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겠죠.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Book Review] 인물로 들여다 본 현대사

    우리가 사용하는 외래어 아이콘(icon)은 이미지 혹은 표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에이콘(eikon)에서 나온 말이다. 일반적으로 아이콘이라고 하면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져 있고, 좋든 나쁘든 역사의 흐름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을 가리킨다. 아이콘이란 말에는 무엇을 대표한다거나 중요하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한 시대의 아이콘을 통해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아이콘’(바버라 캐디 지음, 박인희 옮김, 거름 펴냄)은 20세기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 200인에 대한 기록이다. 세계적인 사진 편집자 장­자크 노데가 가려 뽑은 생생한 흑백사진들이 실려 있어 각 인물의 독특한 이미지를 그대로 전해준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숲속의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나 앙리 마티스가 말년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종이를 오려 작품을 만드는 모습,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 저널리즘의 파수꾼 에드워드 머로가 CBS 방송국에서 보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같은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들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이 책의 저자는 톰 울프·제임스 캐럴 오츠·마야 앤젤로 등 유명 작가들의 초판 서명본을 발행한 출판인이자 작가. 그는 지난 100년을 대표하는 각 분야 인물들을 ‘20세기의 상징인물’로 정리, 짜임새 있는 미니 평전으로 꾸몄다. 한정된 지면 안에 개인의 삶의 에센스를 간결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등장 인물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들을 실감나게 들려준다. 프랑스의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 저자는 피아프의 애절한 삶은 마치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을 읽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길가에서 두 명의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어난 피아프가 단 하루도 혼자서 잠을 잔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한없는 연민을 자아낸다.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일요일 오후 4시 공연만 고집했고 표가 매진되지 않으면 연주를 하지 않았다는 대목에서는 그의 독특한 성벽과 철저한 프로정신을 읽을 수 있다.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내 히틀러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미국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색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그의 얼굴 위로 같은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시상대 위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던 손기정 선수의 얼굴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된 인물 중에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이들도 적지 않다. 인간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한 ‘죽음의 박사(Doctor Death)’ 잭 키보키언,1967년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을 시행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외과의사 크리스티안 바너드, 여성비행사로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처음 횡단한 아멜리아 이어하트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은 200명의 아이콘을 선정하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2년간의 투표와 통계작업을 거쳐 완성됐다. 그러나 20세기를 관통하는 인물을 200명으로 묶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 나세르는 포함됐는데 호메이니는 제외됐는가. 백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나오는데 왜 온갖 협박과 야유를 극복하고 그의 기록을 깬 흑인 홈런왕 행크 아론은 빠졌는가.‘인류의 도서관장’으로 불리는 라틴문학의 상징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어떻게 빠질 수 있는가…. 이 책의 해설에서도 지적하고 있듯, 파시즘과 군국주의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레니 리펜슈탈이나 히로히토 일왕을 ‘격랑에 휘말린 불우한 개인’으로만 보는 것도 역사의식의 빈곤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독서상품으로 값어치가 있다. 교양을 위해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부담없이 읽을 만한 안성맞춤의 책이다. 전2권, 각권 1만 49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 X파일] 맨얼굴의 끼 ‘더블A’

    [박성서의 7080 가요 X파일] 맨얼굴의 끼 ‘더블A’

    # 윤복기-복희-성복희-보키 폰 보데-그리고 비로소 ‘윤복희’로 돌아오다 ‘어제’를 돌아보지 않고 ‘오늘’만 바라보며 산다. 윤복희씨의 오랜 습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옛날로 돌이키는 ‘아주 편한 무대’에 선다. 바로 올 4월에 가질 ‘인생 60년, 무대 55주년’ 기념공연이다. 윤씨의 본명은 윤복기(尹福起).‘여러분’으로 79년 서울국제가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순간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연출했던 오누이. 바로 오빠 윤항기씨의 ‘기’자 돌림이다. 무대를 따라 옮겨 다니는 ‘떠돌이별’이었던 그는 정작 호적조차 없었다. 그냥 남들에 의해 발음상 ‘복희’가 되었다가 해외공연을 떠나기 직전인 열여섯 살 때 어머니 성을 따 ‘성복희’라는 이름으로 호적에 처음 올렸다. 그 뒤 독일계 혼혈가수 유주용과 결혼하면서 ‘보키 폰 보데’가 됐다. 그러던 86년 비로소 부친의 성을 따 ‘윤복희(尹福姬)’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호적에 올렸다(이때 호적을 45년생으로 잘못 기재했다). 이름만큼이나 파란과 곡절의 삶을 살았던 그는 불과 열살 남짓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오로지 ‘무대’ 하나만을 의지해 살아왔다. 본인 스스로 거슬러 가본 최초의 기억에서조차 먹는 것, 잠잘 곳을 걱정해야 했던, 어쩔 수 없는 이미 어른 아닌 ‘어른’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굶거나 길에서 잔 적은 없었다. 스스로 터득한 재능으로 미8군 쇼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오산비행장 부근의 미8군 클럽의 ‘제트 스트립밴드’의 마스터에게 겨우 사정을 해서 ‘10분간의 무대’에 서기 시작한 열세살의 복희는 이어 당시 ‘더블 A급 단원’들만으로 구성된 미8군쇼단 ‘에이원쇼’에 스카우트된다. 당시 ‘에이원쇼’ 밴드마스터였던 작곡가 김희갑씨의 회고. “복희가 아주 어릴 때였죠, 영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우리말 발음을 적어 연습하곤 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복희는 발음이 매우 정확해 3개월마다 갖는 오디션에서 늘 더블 A를 받곤 했지요. 또한 내가 기타를 가르쳐주면 이내 무대에 올라 독주를 해낼 정도로 놀라운 음악적 감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연기, 춤, 노래 그리고 ‘끼’를 타고난 윤복희는 이후 해외무대로 진출,‘코리안 키튼즈’를 결성해 맘껏 실력을 펼친다. 이때 만난 영국인 매니저 찰스 메이더는 그의 스승이자 수양아버지. 열여섯살인 그에게 언제나 무대란 ‘비상구 없는 공간’이라고 가르쳤다.‘용서가 허용되지 않는 땅’이라고도 했다. 사실 이런 가르침이 아니었더라도 그에게 있어 무대는 ‘세상보다 더 큰 세상’이었다. 대중가수였던 그가 처음 뮤지컬 배우로 선 것은 77년,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그린 뮤지컬 ‘빠담 빠담 빠담’. 이 무대를 통해 그는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는 넓은 음역을 넘나드는 놀라운 가창력으로 수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우는 듯 웃는, 얼굴 가득 찡그린 표정에서조차 어쩐지 행복감이 충만해 보이는 윤복희씨. 그는 지난 2001년에 ‘꾼’이라는 타이틀로 데뷔 50주년 기념공연을 가진 이래 5년 만인 올 4월에 감격의 무대에 선다. “50주년 공연이 그동안 내가 해왔던 모든 테크닉을 보여 주기 위해 꾸며진 무대였다면 이번에는 저나 관객들에게 매우 편한 자리가 될 것입니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얼굴로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며 담담하게 각오를 밝힌다. “오히려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 내겐 말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줍니다. 그것으로 인해 허비했던 시간도 엄청 많이 남고…. 생활의 중심 하나를 바꿔버리니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더군요.” 지난 55년간 혼자 헤쳐 나온 ‘손때’가 잔뜩 묻은 무대가 그러하듯 말 한마디 한마디에 ‘땀내’가 짙게 배어 있는 듯했다. 글 박성서(가요평론가/저널리스트) sachilo@empal.com
  • 파트리샤 카스 3년만의 내한공연

    ‘제2의 에디트 피아프’로 불리는 프랑스의 대표적 샹송 가수 파트리샤 카스가 3년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이번엔 서울을 비롯한 6개 도시 순회 공연이다.1994년과 2002년 서울 공연만 치러 아쉬움이 컸던 지방 관객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전세계 100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파트리샤 카스는 재즈·블루스·록음악 요소까지 흡수, 샹송의 영역을 새롭게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 30일 오후 7시 대전 충남대 정심화홀 공연을 시작으로 5월1일 부산(KBS홀),3일 서울(오후 8시 올림픽공원 올림픽홀),4일 전주(오후 7시30분 소리문화의 전당),7일 대구(오후 7시 경북대 대강당),9∼10일 광주(오후 8시 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이 열린다. 서울 공연 문의(02)3141-1770. 지방공연 문의(062)-650-3048. 한편 이번 공연에 맞춰 새 라이브 앨범 ‘투트 라 뮤지크(Toute La Musique)’가 발매됐다. 지난해 11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공연 실황이 담긴 이번 앨범에는 지난 20년간 그의 히트곡이 빼곡히 담겨 있다. 또한 프랑스 록의 대부 자니 할리데이의 ‘Toute La Musique Que J’aime’ 등 리메이크곡들까지 수록돼 있다. 보너스 트랙까지 합해 총 17곡.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Sing Sing 새앨범]

    1930∼50년대를 풍미했던 샹송 가수들이 봄바람과 함께 돌아왔다. 샹송계의 대표적 여가수 실비 바르탕, 에디트 피아프에서부터 이브 몽탕, 샤를 트레네, 질베르트 베코 등 거장들의 감미로운 노래를 담은 앨범들이 잇따라 나왔다. ●더 베리 베스트 오브 실비 바르탕(The Very Best Of Sylvie Vartan) 실비 바르탕을 좋아하는 국내팬들을 위해 나온 한국판 ‘맞춤형’ 베스트 앨범이다. 불후의 명곡 ‘La Maritza’,‘새드 무비즈’라는 노래로 잘 알려져 있는 ‘Quand Le Film Est Triste’,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재해석한 ‘Caro Mozart’ 등 기존 히트곡들과 다양한 리메이크곡까지 수록돼 있다. 특히 실비 바르탕의 대표곡이나 원작자가 달라 기존 베스트 앨범에 실리지 못했던 ‘시바의 여왕(La Reine De Saba)’이 실려 기쁨을 더하고 있다. 소니비엠지. ●사랑을 위한 샹송(Chansons pour aimer) 이번 앨범에는 샹송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명곡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다이내믹한 창법을 구사했던 질베르 베코의 ‘Quand Tu Danses(네가 춤출 때)’를 시작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과 ‘사랑의 찬가(Hymne A L’amour)’, 이브 몽탕의 ‘고엽(Les Feuilles Mortes)’ ‘세 시 봉(C’est Si Bon)’등 여전히 매혹적인 노래들이 풍성하다. 워너뮤직.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40여년전 파리 ‘68세대’의 자화상

    저마다 인생에서 전환기가 되는 순간을 맞닥뜨리는 것처럼 인류 공통의 역사에도 그런 시기가 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전세계적으로 격렬하게 충돌했던 1960년대가 바로 그런 시대였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The Dreamers·25일 개봉)’은 그 시대를 통과해온 노장 예술가가 동시대인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절박함을 잃어버린 요즘 젊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1968년 봄, 프랑스 파리. 혁명의 기운이 열병처럼 번지기 시작한 그곳에서 미국인 유학생 매튜(마이클 피트)는 쌍둥이 남매 이자벨(에바 그린)과 테오(루이스 가렐)를 만난다.‘영화광’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이들은 이자벨의 부모가 여행을 간 사이 같은 아파트에서 동거하며 기묘한 삼각관계에 빠진다. 영화는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스무살 세 청춘남녀가 벌이는 자유분방한 성적 유희를 대담한 시선으로 그려낸다.‘혁명을 생각할 때면 섹스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68혁명’의 슬로건처럼 이들의 과감한 성적 팬터지는 당대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감성이 앞서는 이자벨, 말로는 혁명을 외치면서도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테오, 순수함과 냉철한 이성을 함께 지닌 매튜 등 저마다 뚜렷한 개성의 주인공들을 통해 40여년전 유토피아를 꿈꿨던 ‘몽상가들’의 다양한 면모를 환기시킨다. 원작은 길버트 아데어의 소설 ‘성스럽도록 순수한 그들’. 이탈리아 태생이지만 파리에서 청춘을 보낸 베르톨루치 감독은 아찔한 현기증이 일 정도로 혼란스러우면서도 자유와 희망의 기운이 만연했던 당시의 미묘한 공기를 거장다운 솜씨로 스크린에 복원해냈다. 도어즈, 제니스 조플린 등 반항의 상징인 록가수의 음악과 프랑소와 트뤼포, 장 뤽 고다르 같은 누벨바그 감독들에 대한 영상 오마주는 기성 세대에겐 아련한 향수를,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는 질투섞인 동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신 누드와 파격적인 섹스신이 자주 등장함에도 질퍽하거나 천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베르톨루치 감독 특유의 에로티시즘이 갖는 힘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자벨과 테오는 마침내 집 밖으로 뛰어나와 시위대에 합류한다. 이때 엔딩곡으로 흐르는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 ‘난 후회하지 않아’는 그 시대를 살아낸 모든 68세대들의 자부심에 찬 고백처럼 들린다.18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보러갑시다]

    미 술 ■ ‘조화(調和) 화조(花鳥)’전 내년 1월 30일까지 가나아트센터(02)720-1020. 새와 꽃을 소재로 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50여점. ■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내년 2월 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02)2124-8947.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게임과 놀이의 본질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고 해석하는 미디어 예술축제. ■ 안병석 개인전 내년 1월 4일∼3월 3일까지 박영덕화랑(02)544-8481.‘바람결’시리즈 등 자연의 서정을 느끼게 하는 대표작 20여 점. ■ ‘100인 조각가의 작은 기념비’전 내년 1월14일까지. 선화랑(02)734-0458. 현역 조각가 120여명의 다양한 조각 작품. ■ 근대조각 3인-로댕·부르델·마이욜전 내년 2월6일까지 로댕갤러리(02)2014-6552. 로댕 ‘지옥의 문’, 부르델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 마이욜 ‘드뷔시를 위한 기념비’등 서구 근대조각을 이끈 작가들의 대표작. ■ 로버트 인디애나 작품전 내년 1월 16일까지. 갤러리 현대(02)734-6111.‘팝 아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가의 대표작 ‘러브’‘아트’등 전시. 뮤지컬 ■ 브로드웨이 42번가 무기한 팝콘하우스(02)766-8551. 박해미 전수경 출연. 코러스걸의 스타 탄생기를 그린 탭뮤지컬. ■ 사랑하면 춤을 춰라 31일까지 메사팝콘홀(02)2128-7616. 최광일 연출, 함태영 박성준 출연.100분간 쉴새없이 펼쳐지는 춤의 향연. ■ 사랑은 비를 타고 31일까지 인켈아트홀(02)764-7858. 이동선 연출, 김장섭 김정민 백민정 출연. 가족을 위해 희생한 큰 형과 가출했던 막내 동생의 화해를 그린 국산 뮤지컬. ■ 아이 러브 유 내년 1월30일까지 연강홀(02)501-7888. 한진섭 연출, 남경주 이정화 정성화 오나라 출연. 이 땅의 모든 커플들에게 바치는 뮤지컬. ■ 판타스틱스 내년 2월27일까지 씨어터일(02)762-0010. 김달중 연출, 조승룡 한성식 서현철 권유진 출연. 감미로운 뮤지컬 넘버를 타고 흐르는 젊고 순수한 사랑. ■ 하드락 카페 무기한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02)3141-1345. 이원종 작·연출, 양소민 이정열 주원성 박준면 출연. 하드락 카페에서 잃어버린 꿈을 찾다. ■ 노틀담의 꼽추 내년 1월 2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577-1987. 김철리 연출, 이진규 정선아 허준호 김성기 출연.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 디즈니의 옷을 입었다. ■ 지킬 앤 하이드 내년 2월14일까지 코엑스 오디토리움(02)556-8556. 데이비드 스완 연출, 조승우 김소현 소냐 민영기 출연. 인간 내면의 양면성을 아름다운 선율로 풀어냈다. ■ 해피엔드 내년 2월6일까지 한양레퍼토리씨어터(02)764-6460. 도로시 레인 작·김대현 번안·박경일 연출, 서태화 윤희영 김보영 출연.1996년 한국서 초연됐던 번안 뮤지컬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벌어지는 러브 스토리. 무 용 ■ 그녀는 노래한다 30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338-6420. 샹송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모티브로 한 김나영 댄스프로젝트의 신작. ■ 산해경 30일 오후7시30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338-6420. 중국의 지리서인 ‘산해경’을 토대로 동양적 감성을 표현한 안무가 김은희의 신작. ■ 푸에고 1월4∼7일 오후7시30분,8·9일 오후3시·7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88-1555. 스페인 플라멩코 공연단 카르멘 모타의 첫 내한공연. 클래식 ■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 1월1일 오후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80-1300. ■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 31일 오후10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80-1300. ■ 호암아트홀 제야음악회 31일 오후8시30분 호암아트홀(02)533-8744. 어린이 ■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 무기한 목동그로드웨이홀(02)3273-6885. 인기높은 어린이 경제교육서를 가족 뮤지컬로 각색. ■ 사랑의 피아노 내년 1월16일까지 샘터 파랑새극장(02)763-8969.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로미오와 줄리엣. ■ 줄인형 콘서트 내년 1월30일까지 동영아트홀(02)569-0696.40개 인형들이 1시간 20분동안 펼치는 쇼쇼쇼. ■ 그림일기 속의 내 친구들 내년 1월23일까지 소극장축제(02)741-3934. 또래 친구 고복이와 화영이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가족 뮤지컬. 콘서트 ■ 김건모 구미 콘서트 30일 오후 8시 구미 박정희체육관 1544-7553. ■ 러브홀릭 콘서트 30일 오후 7시30분,31일 오후 7시·10시30분 대학로 라이브극장(02)795-4687. ■ 봄여름가을겨울 콘서트 30일 오후 7시30분,31일 오후 7시·11시30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02)522-9933. ■ 이상은 콘서트 30·31일 오후 8시 홍대 롤링홀(02)543-1671. ■ 조PD 콘서트 31일 오후 11시 쉐라톤 워커힐호텔 가야금홀(02)450-6433. ■ JK김동욱·마야 콘서트 31일 오후 6·10시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1588-9088. ■ 자우림 부산 콘서트 31일 오후 10시30분 부산 벡스코 1588-9088. 연 극 ■ 피의 결혼 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762-0010. 김정옥 연출, 박정자 박웅 권병길 출연. 결혼식날, 정부와 도망간 신부를 쫓아간 신랑과 정부가 격투 끝에 둘다 죽음을 맞는다는 비극. ■ 청춘예찬 내년 1월2일까지 블랙박스 씨어터(02)762-0010. 박근형 작·연출, 김영민 고수희 출연. 남루한 일상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청춘에 대한 예찬. ■ 어머니 31일까지 코엑스 아트홀(02)6000-6790. 이윤택 연출, 손숙 하용부 한갑수 출연. 험난한 삶을 꿋꿋하게 버텨온 우리 어머니에 대한 기억. ■ 오!발칙한 앨리스 내년 1월2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02)765-7890. 김나영 작·오유경 연출, 김영옥 서상원 민윤재 서현성 출연.‘야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사춘기 소녀 앨리스의 유쾌한 성(性) 이야기. ■ 라이방 내년 2월6일까지 정보소극장(02)745-0308. 송민호 작·문삼화 연출, 지대한 신준영 윤진호 출연. 억세게 재수 없지만 결코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세 남자. ■ 굿모닝 체홉2 내년 1월9일까지 행복한 극장(02)745-0308. 안톤 체호프 작·이성렬 연출, 김미자 박수영 한경희 박완규 출연. 체호프의 대표작 ‘벚꽃동산’을 새롭게 해석해보였다.
  • 유혹의 기술2/벳시 프리올뢰 지음

    만일 당신이 성실하고 순종적인 딸을 원한다면 절대 이 책을 보게 해선 안 될 것이다.‘유혹의 기술2’(벳시 프리올뢰 지음, 강미경 옮김, 이마고 펴냄)는 창조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지니고 자유롭게 사랑할 줄 알았던 모험심 많은 여성들이 고대 그리스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남자들을 매혹시켜 왔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2년 전 나왔던 책 ‘유혹의 기술’이 총체적인 사회관계 속에서 유혹의 기술을 조명했다면 이 책은 그중에서도 ‘사랑의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지은이(맨해튼대 교수)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위대한 유혹녀들의 용감무쌍하고 도발적인 삶의 이야기를 복원함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문화적으로 습득해온 여성의 역할, 즉 ‘현숙한 성녀’와 그와 대립되는 ‘탕녀’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여지없이 깨부순다. 그리고 이같은 사고가 횡행한 사회에서 탕녀로 배척당했던 유혹녀들을 21세기의 진취적인 여성의 모델로 제시한다. 책이 소개하는 유혹녀 50인의 사례는, 남자를 매혹시키는 것이 육체적으로 아름다워야 했던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혀준다.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는 결코 미인은 아니었지만 카리스마와 열정으로 남성들에게 충격과 엑스터시를 주었으며, 마흔이 넘은 디아 드 프아티에는 젊은 왕비를 제치고 왕 앙리2세를 15년간이나 독점하며 실질적인 왕비노릇을 했다. 지적 매력이나 정치적 카리스마로, 또는 예술가로서의 창의력과 감성, 혹은 모험가적 용기로 남성들을 사로잡은 유혹녀들도 많았다. 이들은 남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즐기기 위해 자신의 성적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남성의 노예가 아니라 남성 위에 군림했다. 지은이는 이같은 엄격한 기준으로 볼 때 남자들의 노리개로 전락한 마릴린 먼로나, 종종 뒤통수를 얻어맞곤 했던 창부 파멜라 해리먼 같은 ‘거짓 유혹녀’들은 과감히 배제했다.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윤복희 이어 뮤지컬 ‘빠담빠담빠담’ 출연 추상미

    윤복희 이어 뮤지컬 ‘빠담빠담빠담’ 출연 추상미

    세대와 국경을 가로질러 사랑에 빠진 모든 연인들의 심장을 뒤흔든 샹송 ‘사랑의 찬가’의 주인공 에디트 피아프.1963년 48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불꽃처럼 온몸을 던져 노래했고, 격정적으로 사랑했던 그녀의 일생을 담은 뮤지컬 ‘빠담빠담빠담’(김정숙 극본, 김진영 연출)이 8년만에 무대에 오른다. 1977년 초연된 ‘빠담빠담빠담’은 극단 현대극장이 제작한 창작뮤지컬. 당시 가요계 스타이자 대중문화 아이콘이던 윤복희를 에디트 피아프역으로 캐스팅해 5일간 1만 2000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연극을 상업적으로 변질시켰다.’는 평단의 곱지 않은 시선도 동시에 받았다. ●“사랑에 집착한 예술가의 열정 보여주고파” 초연 이후 78년,82년,86년,96년까지 공연마다 에디트 피아프로 열연했던 윤복희에 이어 이번엔 배우 추상미(33)가 전설의 샹송 여왕에 도전장을 내민다.“에디트 피아프는 제가 숭배하는 예술가 중의 한 명이에요. 사랑만이 유일한 존재 이유였던, 그래서 평생 고통스럽게 사랑에 집착했던 예술가의 열정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파리 빈민가에서 태어난 에디트 피아프는 거리의 무명가수에서 클럽 주인 루이 르플레의 눈에 띄어 단번에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인물. 가수 이브 몽탕·조르주 무스타키,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 등 각계 인사와 염문을 뿌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면서 틈틈이 샹송반 활동도 했던 그에게 에디트 피아프는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배역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아버지 추송웅과 이 작품과의 깊은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초연때 아버지가 피아프의 어릴 적 친구인 폴역을 하셨어요. 그때부터 여러 차례 이 작품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어느 작품보다 친숙한 느낌이에요.” 뮤지컬 출연은 이번이 두번째다.2년전 난생 처음 출연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호되게 ‘덴’탓에 뮤지컬은 다시 안 할 생각이었단다.“그때는 뮤지컬이 어떤 건지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무작정 덤볐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 음역도 낮고, 샹송이라는 친숙한 음악이라서 다행이에요. 한곡을 500번 정도씩 연습하면 잘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공연에 삽입될 25곡 가운데 그가 부르는 노래는 절반가량.‘장밋빛 인생’‘사랑의 찬가’‘난 후회하지 않아’ 등 솔로곡만 6∼7곡이다. 제목 ‘빠담빠담빠담’은 1952년 프랑스 디스크대상을 수상한 곡인 ‘파담 파담(Padam Padam)’에서 따온 것으로, 심장 뛰는 소리인 ‘두근두근’을 뜻하는 의성어. 관객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에디트 피아프=윤복희’의 이미지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제가 보기에도 그분의 에디트 피아프는 완벽 그 자체였어요. 연기라기보다는 실제 삶처럼 보일 정도로요. 그런데 이번 공연은 이전 작품들과 대본도 다르고, 음악도 많이 달라요. 똑같은 작품에 주인공만 저로 바뀐 거라면 부담이 가겠지만 새로운 추상미식의 에디트 피아프를 창조할 수 있어서 오히려 편해요.” ●이전 작품보다 현대적 여성으로 부각 연출을 맡은 김진영은 초연 당시 극단 현대극장 대표였던 김의경의 딸. 그는 “에디트 피아프를 좀더 현대적인 여성으로 부각시킬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뮤지컬배우 김선호가 추상미와 번갈아 에디트 피아프로 무대에 설 예정. 초연때 레이몽 앗소역으로 출연했던 정동환이 장 콕토역을 맡고, 안무가이자 배우 김성녀의 동생인 김성일이 이브 몽탕역으로 데뷔해 눈길을 끈다. 대중음악 작곡가 송시현이 극의 내용에 맞게 가사를 개사하고,‘시인과 촌장’의 함춘호가 편곡을 담당한 음악도 기대를 모은다.25일∼12월5일 서울 한전아트센터.2만5000∼12만원.(02)762-619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말말말˙˙˙

    초연 때 아버지가 에디트 피아프의 어린시절 친구인 ‘폴’ 역으로 출연하셨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이 작품을 많이 보면서 자랐어요.-프랑스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노래를 담은 뮤지컬 ‘빠담빠담빠담’에서 에디트 역을 맡은 추상미가 아버지 추송웅씨가 출연했던 작품이어서 어느 작품보다 친숙하게 느껴진다며-
  • [새로 나왔어요]

    ●그런지록의 대명사 ‘얼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의 미망인으로 더 잘 알려진 커트니 러브가 솔로 데뷔 앨범 ‘아메리카스 스위트하트(America’s Sweetheart)’를 냈다.그녀가 리더로 있던 여성 록밴드 ‘홀’의 음악은 커트니 개인의 사생활에 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결국 밴드는 해체됐다.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커트니의 이번 앨범은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곡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거칠고 허스키한 보컬의 에너지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록 앨범이다. ● 지난 10일 내한공연을 가진 5인조 록밴드 인큐버스의 신보 ‘어 크로 레프트 오브 더 머더(A Crow left of the Murder)’.3년 만에 나온 이 앨범은 지난달 3일 미국에서 발매돼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랐으며,첫 싱글 ‘메갈로매니악(Megalomaniac)’은 빌보드 모던록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전작들에 비해 가사가 더 직설적으로 바뀌었고 사운드는 정통 록을 지향하고 있다. ●일본 가요계의 차세대 주자 나카시마 미카의 데뷔 앨범 ‘트루(TRUE)’.1월 하순 일본에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2집 ‘러브’가 먼저 소개된 바 있다.2집이 사랑 주제의 차분한 곡 위주인 데 비해 1집은 업템포 곡들로 채워져 있다.지금까지 11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미카는 불과 두 장의 앨범을 냈지만 연기자,가수,영화배우로 맹활약하고 있는 전방위 엔터테이너다. ●차이코프스키가 재직했던 우크라이나의 권위있는 오데사 국립음대 최초의 동양인 교수이자 최연소 교수인 소프라노 신문희가 파페라 음반 ‘위스퍼링 오브 더 문(Whispering of the Moon)’을 발표했다.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비롯해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브람스의 자장가’,아바의 히트넘버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가미해 화려한 팝스타일로 편곡된 ‘더 위너 테익스 잇 올’ 등 익숙한 노래 11곡이 수록돼 있다. 박상숙기자˝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장밋빛 인생’은 영원하리

    “그가 나를 품에 안고 가만히 속삭일 때,나에게는 인생이 장밋빛으로 보이지요.”샹송 여왕 에디트 피아프.그녀는 1944년 독일 점령하에 있었던 파리가 해방되자 질곡에서의 해방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연합군 장병들은 ‘이제 전쟁은 끝났다.’며 술과 노래에 취했다.이 시기 파리의 유명 클럽 물랭 루주에서 무명의 이브 몽탕이 연주해 주는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열창을 한 여가수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에디트 피아프였다. 숱한 남자와 로맨스를 벌였던 피아프는 이브 몽탕에게 흠뻑 빠져 그가 배우로 데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등 헌신적으로 돕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44년 10월경 이브 몽탕을 향한 열렬한 감정을 토로해 노랫말을 작사했는데 그 곡이 바로 지금도 불멸의 샹송으로 애창되고 있는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이다.작사 비화를 반추해 주듯 이 노래는 남녀간의 로맨스극의 분위기를 부추겨 주는 배경곡으로 자주 삽입되고 있다. 요즘 극장가에서 장년층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영화가 있다.‘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음반산업계의 거물 해리(잭 니콜슨).60대 초로의 신사지만 늘상 20대 여성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공인된 플레이보이다.그는 아쉽게도 지병인 심장 질환을 갖고 있어 젊은 여성과 무리한 수준까지는 가지 못하는 불운(?)을 감내하고 있다.자신이 찾던 바로 20대 풋풋한 여성 마린(아만다 피트)을 만나 그녀 집을 방문한다. 한창 자유분방하게 놀고 있던 60대 할아버지와 20대 처녀는 그만 외출하고 돌아온 50대 극작가 엄마인 에리카(다이안 키튼)에게 들키고 만다.대경실색한 에리카.하지만 해리가 마린과 연정을 나누다 심장 발작을 일으킨 뒤 본의 아니게 그를 간호해주게 된 에리카는 그의 매력에 젖어들고 사랑에 빠진다. 한편 해리를 치료한 30대 호남형 의사 줄리안(키아누 리브스)이 에리카의 집을 찾아온다.평소 에리카가 발표한 희곡을 탐독하고 있었던 줄리안은 에리카에게 단번에 호감을 표시한다. 해리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갈피를 못잡던 에리카는 어느날 그가 또 젊은 여자와 만나는 장면을 목도하고 줄리안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극중 종반 에리카와 줄리안이 함께 택시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해리.착잡한 마음을 드러내 주듯 하늘에서는 눈송이가 휘날린다. 다리 난간에서 강 밑으로 지나는 샹들리에가 켜진 유람선을 망연히 쳐다보고 있을 때 은은히 흘러 나오는 노래가 바로 ‘장밋및 인생’이다.영화속에서는 루이 암스트롱과 잭 니콜슨 버전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 여인이 한 남자에게 바치는 열렬한 노랫말이 효험을 본 것일까?에리카는 어느덧 해리 곁으로 다가와 황혼의 로맨스의 푸근함을 되새겨 주고 있다. ‘장밋빛 인생’은 오드리 헵번,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사브리나’를 비롯해 맥 라이언이 파리로 도망간 약혼자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프렌치 키스’ 등의 배경 음악으로 삽입됐고 미레유 마티유,달리다,앤디 윌리엄스,자니 마티스 등 저명 샹송,팝가수들이 단골로 취입해 불멸의 명곡으로 자리잡고 있다. 영화 칼럼니스트˝
  • 유럽 예술가 영혼과의 대화/작가 함정임 예술기행문 ‘인생의‘ ‘그리고‘

    12년전부터 일년에 한달은 프랑스 파리에 머무른다는 소설가 함정임이 그 동안의 ‘발품’을 살려 두 권의 예술기행문 ‘인생의 사용’(해냄 펴냄)과 ‘그리고…나는 베네치아로 갔다’(중앙M&B 펴냄)를 냈다. 작가는 잡지사에 일하면서 알게 된 파리7대학 교수가 방학때마다 비우는 아파트를 아지트로 해서 유럽 예술가들의 혼이 깃든 공간을 샅샅이 훑으며 문학과 문화에 대한 상상력을 맘껏 뿜어낸다. ●인생의 사용=파리 산책 함정임의 발길은 전략적이다.목적은 파리라는 거대한 ‘예술의 샘’에 두레박을 내리는 것.당연히 그가 향한 곳은 샹제리제 거리나 오페라 거리가 아니라 몽마르트 언덕의 허름한 비탈길과 팡테옹언덕 아래 전통 시장이 열리는 무프타르 거리다. 그 여정에서 거의 파리지엔이 된 그는 발자크,위고,보들레르 등의 작가들을 비롯, 로댕과 클로델,에디트 피아프 등 파리에서 열정을 불태운 예술가들의 사연을 두레박이 철철 넘치게 길어 올린다. ●…나는 베네치아로…=유럽 묘지 기행 파리를 본거지로 한 함정임의 예술적 촉수는 간헐적으로 유럽 전역으로 뻗었다. 주제는 묘지.젊은 날 그의 ‘예술가로서의 초상’의 밑그림이 된 영혼이 깃든 공간이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항구도시 세트에서 시작한 의욕은 베네치아,파리,프라하 등으로 이어졌다. 토머스 만,사르트르와 보부아르,도스토예프스키,카뮈,카프카,베토벤,쇤베르크 등을 만나 “새로 태어나는 싱싱한 삶을 보았다.”거나 “죽음의 관조에서 오는 심적 평온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이종수기자
  • 에디트 피아프 - 절망·고독·사랑을 노래한 피아프

    빛나는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한 무대 위의 피아프,그리고 평생 절망과 고독 속에서 완벽한 사랑을 찾아 헤맨 무대 밖의 피아프.프랑스 소설가 실뱅레네의 ‘에디트 피아프’(신이현 옮김,이마고 펴냄)는 그 전설적인 샹송가수의 두 모습 중 무대 밖 피아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부모의 외면 속에 피아프는 술주정뱅이 외할머니,매음굴을 운영하는 친할머니 집을 전전했으며 각막염으로 몇년 동안 맹인생활을 하기도 했다.노래 몇곡에 사람들이 던져주는 동전으로 그날그날 살아가던 피아프는 카바레 사장루이 르플레의 눈에 띄어 카바레 무대에 서게 되고,작은 새라는 뜻의 ‘피아프’라는 이름도 얻는다. ‘샹송의 여왕’ 피아프는 언제나 사랑을 꿈꿨다.하지만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주위 연인들은 단지 피아프의 명성을 이용하거나,피아프에 기대어 편안한 한때를 보내려는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보잘 것 없는 부두노동자이던 이브 몽탕과 작은 카바레를 전전하던 조르주 무스타키 등은 그녀의 보살핌에 힘입어 당대 최고 가수로 발돋움했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은 연인 마르셀 세르당을 위해 직접 가사를 쓰고 부른 ‘사랑의 찬가’,이브 몽탕과의 사랑이 빚어낸 ‘장밋빛 인생’ 등 피아프의 노래를 들으면 영혼의 상처를 입어본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처절함을 느끼게 된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 쿠바의 ‘디바’ 오마라 새달 내한공연

    ‘쿠바의 에디트 피아프’로 불리는 쿠바 부에나 비스타소셜클럽(BVSC)의 유일한 여성 멤버,오마라 포르투온도(71)가 다음달 11·12일 LG아트센터에서 한국 팬들을 만난다. 흔히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BVSC)하면 카리브해 정취의늘어지는 듯 하면서 유장한 라틴리듬, 삶의 애환을 무리없이 담아내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떠오른다.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보컬리스트 이브라힘 페레와오마라 포르투온도 등 멤버들은 모두 고희를 넘긴 나이임에도 세계 각지를 돌며 열정적인 음악활동을 벌이고 있는쿠바음악의 산 증인들이다. 그중에서도 ‘BVSC의 디바’로 통하는 오마라 포르투온도는 쿠바 섬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볼레로 가수’로 꼽힐 정도로 쿠바의 대표적인 뮤지션.쿠바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 데 앞장서 왔으며 열정적인 춤과,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가창력의 보컬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특유의 폭넓은 음역과 유연한 목소리로 손,발라드,볼레로,구아라차,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레퍼토리를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 내한무대에서 진솔하면서도 열정적인 매너로 청중을매료시켰던 오마라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피아노 베이스 퍼커션 봉고 트롬본 색소폰 등의 세션들이함께 무대에 선다. 김성호기자
  • ‘타인의 취향’…‘다름’을 인정할때 사랑은 온다

    식사자리에서 지저분한 농담을 즐기는 사장 아저씨가 연극배우에게 반한다.그런데 이 남자,꽤 열심이다.그녀의 취향을 좇아 연극,미술 감상에 문학서적을 읽고 급기야 콧수염까지 밀어버린다. 프랑스 영화 ‘타인의 취향’(Le gout des autres·14일 개봉)은 젊은이들의 발랄한 사랑이야기뿐 아니라 중년의 미묘한 감정도 즐거운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 있음을 여성감독아녜스 자우이가 직접 연기까지 하며 보여준다. 천박한 부르주아가 세련되고 낭만적인 노처녀 연극배우에게빠져 점점 변하는 과정은 웃기면서도 잔잔한 감정의 물결을진실하게 전한다.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디가드와 바텐더,여자친구에 채이는 운전기사,남편에게 배신당하는 우아한 부인 등 사랑과 취향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가 얽힌다. 영화는 결국 타인의 취향을 인정할 때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를 전한다.마지막에는 독일 영화 ‘파니핑크’에서도 인상적인 주제가로 쓰였던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난 절대 후회하지 않아’가 흐르면서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는 웃음을보여준다. 일상에서 인생의 맛을 표현하는 코믹 대사와 배우들의 천연덕스런 표정연기는 무더위 속에서 사랑의 의미를 찾기에 손색없다. 윤창수기자 geo@
  • 샹송 클래식 발레의 만남

    샹송과 클래식,그리고 발레의 만남. 국립발레단의 상설무대인 ‘해설이 있는 발레’가 색다른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국립발레단은 올 첫 공연으로 샹송과 바흐의 고전음악에 현대발레를 접목한 실험적인 작품을 마련했다.16일 오후 7시 30분,17일 오후 4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은 샹송이 흐르는 1부 ‘샹송과 함께 하는 발레’와 바흐의 칸타타에 맞춘 2부 ‘나의 차라투스트라여!’로 꾸며진다.국립발레단 출신으로 현재 파리국립무용원 안무기록과정을 밟고 있는 서미숙씨(43)가 안무를 맡았다.서씨는 샹송의선율에 맞춰 ‘인생 7막’을 보여준다.발레에 응용된 샹송은 에디트 피아프의 ‘라 트루아 클로슈(3개의 종)’‘광대를위한 브라보’,샤를 아즈나부르의 ‘라 보엠’,바바라의 ‘낭트,,이브 몽탕의 ‘라 비시클레트(자전거)’,샤를 뒤몽의‘윈 샹송(노래 하나)’,길베르 베코의 ‘에 멩트낭’(지금)’등 7곡.신무섭 홍정민 김보연 김하선 김준범 등 국립무용단의 주역·신인들이 출연해 독무 혹은 2·3인무를 선보인다. 바흐의 칸타타 BWV56,4,82번으로 꾸며진 ‘나의 차라투스트라여!’는 이원국 김주원 김지영 등 국립발레단 주역무용수3명이 나란히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차라투스투라(이원국)가 선한 자아(김주원)와 악한 자아(김지영) 사이에서 갈등하고,공존을 모색하고,또 중립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실존을 찾아가는 내용이다.‘샹송과 함께 하는 발레’가 편안한 터치의작품이라면 ‘나의 차라투스트라여!’는 좀 철학적인 작품이다.안무자는 “바흐의 칸타타는 종교적 분위기의 미사곡이지만 ‘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우리의 실존을 묻는 작품이란 생각에서 발레에 끌어 쓰게 됐다”고 말했다.(02)587-6181.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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