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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치’ 만나러 서울 온 ‘미니언즈’…14일 잠수교에서 글로벌오디션

    ‘해치’ 만나러 서울 온 ‘미니언즈’…14일 잠수교에서 글로벌오디션

    서울시 상징 캐릭터 해치가 글로벌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니언즈와 14일 잠수교에서 만난다. 서울시는 14일 반포한강공원 잠수교 일대에서 열리는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현장에서 해치와 미니언즈가 함께하는 포토타임 이벤트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다음 달 15일 개봉하는 유니버설 픽쳐스의 미니언즈 애니메이션과 협업 프로모션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제임스, 헨리, 에드가 ‘최고의 몬스터 배우’를 찾아 세계 곳곳을 탐험한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번에는 서울 한강에서 해치를 만난다. 행사장에서는 해치와 미니언즈 인형탈이 시민을 대상으로 포토타임을 진행한다. 별도 참가비 없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시는 해치의 인지도를 높이고, 문화·관광 콘텐츠와 연계한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4년 재탄생한 서울의 상징 해치는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민수홍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서울의 대표 캐릭터 해치의 세계 진출을 위한 첫 오디션이 될지 기대해 달라”며 “해치가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와 만나 서울의 매력을 알릴 수 있도록 협업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 “오래 살고, 젊게 죽을 것”… ‘영원한 청춘’ 첼로 거장의 40년 한국 사랑

    “오래 살고, 젊게 죽을 것”… ‘영원한 청춘’ 첼로 거장의 40년 한국 사랑

    “韓 관객 놀라워… 올 때마다 기대자녀와 함께 연주, 젊어지는 기분제자 장한나, 뭐든 110% 할 사람음악가 차이는 겉모습 아닌 실체” 세계 클래식계에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8)는 자신을 끊임없이 ‘젊은 사람’이라고 했다.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 참여차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훌륭한 음악을 훌륭한 음악가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며 2년 만에 다시 방한한 이유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온지 40년쯤 된 듯한데, 올 때마다 정말 기대되고 다음 연주와 방문은 더 기대된다”면서 “한국 관객들은 놀랍다”고 부연했다.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출범한 페스티벌은 서울, 프랑스 파리와 보르도에서 열리며 도시와 음악가를 음악으로 이어왔다. 수십년 경력을 지닌 거장과 성장하는 젊은 연주자가 한 무대에서 세대를 가로지르는 대화를 나누는 게 페스티벌의 핵심이다. 마이스키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아들 사샤(바이올린), 딸 릴리(피아노)와 함께 프란츠 슈베르트의 ‘가곡의 밤’ 시리즈, 요하네스 브람스의 피아노 삼중주 1번을 연주하며 페스티벌의 문을 연다. 7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는 마이스키와 오귀스탱 뒤메이(바이올린), 리다 첸(비올라), 리드 테츨로프(피아노), 에드가 모로(첼로) 등 세대가 어우러져 브람스의 현악 6중주 1번, 피아노 4중주 3번을 공연한다 세대를 넘나드는 협연에 대해 그는 “젊은 음악가들과 연주할 때마다 편안한 느낌과 함께 내가 무척 젊어지는 기분이 든다”면서 “외모야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마음만큼은 변함없이 젊다”고 웃으며 말했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하는 조언도 “젊게 살아라”라고 했다. “내 꿈은 ‘오래 사는 것, 그러나 젊게 죽는 것”이라는 농담 같은 거장의 한마디는, 평생 음악과 함께해온 그의 삶의 태도를 압축한 말이기도 하다. 마이스키는 최근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부임한 첼리스트 장한나의 스승이기도 하다. 장한나는 열 살 때부터 마이스키에게 배웠고 2년 후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장한나도 자신의 삶을 바꾼 사건으로 마이스키를 만난 일을 꼽는다. 마이스키는 장한나에 대해 “다재다능하고 무엇이든 110%를 해내는 사람”이라며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훌륭한 첼리스트이니 첼로 연주도 계속 들려주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남겼다. 화려한 첼로 케이스에 시선이 집중되자 그는 “이건 외적인 요소일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들어있는 악기, 그리고 그것을 연주하는 일”이라고 거장다운 설명을 덧댔다. “음악가도 마찬가지예요.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의 실체입니다.”
  • “음악 안에서 모두가 어린아이”…세대·문화 잇는 ‘클래시컬 브릿지 페스티벌’

    “음악 안에서 모두가 어린아이”…세대·문화 잇는 ‘클래시컬 브릿지 페스티벌’

    6월 4~12일 서울과 고양에서거장과 신예 예술가 한 무대에 국경을 넘나들고 세대를 연결하는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이 여섯 번째 시즌을 맞는 올해는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 고양아람누리 등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오는 4일부터 12일까지 21명의 아티스트가 7회 공연을 펼친다. 피아니스트 클라라 민 예술감독은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대와 세대 간의 연결, 다른 문화 간의 연결, 그리고 음악과 다른 비즈니스 영역 간의 연결까지 생각해서 ‘브릿지’라는 이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출범한 페스티벌은 서울, 프랑스 파리와 보르도에서 열리며 도시와 음악가를 하나의 음악적 언어로 이어왔다. 수십 년의 경력을 지닌 거장과 성장하는 젊은 연주자가 한 무대에서 세대를 가로지르는 대화를 나누는 게 페스티벌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번 페스티벌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등 거장들이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과 에드가 모로,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 같은 젊은 세대와 한 무대에 선다. 오랜 세월 세계 무대에 서 온 마이스키는 이 무대에 대해 “훌륭한 관객 앞에서 훌륭한 연주자들과 음악을 나누는 것은 연주자에게 매우 특별한 기쁨이다. 그래서 이 초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2024년 서울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도 한국 관객을 만난 그는 “한국은 조금은 미스테리하고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나라”라고도 표현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비올리스트 리다 첸은 한국 클래식 관객 특유의 활기를 거론하며 “세계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이어 세대를 연결하는 페스티벌을 소개하며 “나이 들어 종종 잊어버리는 것이 바로 장벽 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인데 젊은 음악가들은 그것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어린 연주자들에게서 놀랄 만큼 많은 것을 배운다”고 부연했다. 마이스키, 아들·딸과 개막 공연마이스키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아들 사샤(바이올린), 딸 릴리(피아노)와 공연하는 리사이틀로 페스티벌의 문을 연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가곡의 밤’ 시리즈와 요하네스 브람스의 피아노 삼중주 1번을 연주한다. 5일에는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뒤메이, 알리사 마르굴리스, 에릭 실버거(이상 바이올린), 윤진원(비올라), 모로, 클라라 민, 다비드 카두시(피아노)가 무대에 올라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모리스 라벨 ‘어미 거위 모음곡’,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 5중주를 선보인다.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이창형(더블베이스), 조동현(클라리넷) 등이 합류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3중주 2번, 프란츠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숭어’를 합주한다. 이어 7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는 마이스키와 첸, 뒤메이, 모로 등 세대가 어우러져 브람스의 현악 6중주 1번, 피아노 4중주 3번을 공연한다. 첸의 아들 다비드 첸은 10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루카 시시와 폭넓은 피아노 레퍼토리를 선사한다. 슈베르트, 프레데리크 쇼팽, 페루초 부소니,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새뮤얼 바버 등 여러 작곡가의 피아노곡을 프로그램에 담았다. 다비드에게는 한국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플레트네프가 이끄는 라흐마니노프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와 다니엘 로자코비치(바이올린)는 11일 롯데콘서트홀,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바위’와 플레트네프가 작곡한 ‘라흐마니아나’를 연주한다. 12일 공연에는 카퓌송, 엘렌 메르시에(피아노)도 함께하며 베토벤 3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첸의 피아니스트 아들도 한국 무대에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딸이기도 한 첸은 “모든 것이 잘 진행된다면 올해 안에, 아마도 대만에서 어머니, 제 아들과 3대가 공연하게 될 듯하다”면서 “어머니와 아들이 프란시스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고 제가 지휘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자녀와 함께 연주하는 음악가는 많지만, 손주와 함께 연주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민 예술감독은 페스티벌에 동참하는 음악가들에 대해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서로에게 열린 마음과 진정성”이라면서 “실내악은 서로를 들어줘야 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음악 안에서 겸손해지는 마음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악 안에서는 모두 아이들이고, 넓은 의미에서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클라라 민 예술감독이 그리는 미래는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선다. 그는 “클래시컬 브릿지를 문화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예술과 비즈니스가 융합된 형태로, 내년부터는 칸을 중심으로 한 여름 페스티벌과 9월부터 6월까지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 미니 버전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무용수의 화가 넘어 ‘기록가’ 드가를 만나다[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무용수의 화가 넘어 ‘기록가’ 드가를 만나다[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30여권 수첩은 화가의 ‘실험 일지’구상·재료 실험·인물 관찰 등 담겨그림, 치밀하게 계산된 ‘범죄’ 비유집요한 관찰·기록으로 완벽 재구성파스텔을 독립적 회화로 끌어올려누드화, 여신 아닌 ‘현실의 몸’ 묘사말년에는 ‘시력 악화’ 시련도 극복 조각의 고정관념 깨뜨린 걸작 남겨흔히 무용수의 화가로 불리는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1834~1917)에게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얼굴이 있었다. 바로 지독할 만큼 집요한 기록가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평생 수많은 편지와 카르네라고 불리는 30여권의 수첩을 남겼다. 특히 1853년부터 1886년까지 33년에 걸친 흔적이 담긴 그의 수첩들 속에는 작품 구상과 재료 실험, 인물의 움직임에 대한 관찰,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시선이 실험 일지처럼 세밀하게 적혀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드가가 찰나의 빛을 좇던 인상주의 화가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그는 순간의 인상을 포착하면서도 탄탄한 인체 데생, 치밀한 화면 구성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예술가였다. 이제 드가가 남긴 명언들을 따라가며 그의 기록들이 캔버스 위에서 위대한 걸작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겠다. 첫 번째 명언 “그림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큼이나 많은 교활함과 악덕이 필요한 일이다.” 예술가를 범죄자에 비유하다니, 처음 들으면 다소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범죄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그만큼 치밀하고 계산적인 행위라는 의미에 가깝다. 범죄자가 현장의 흔적을 지우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짜듯이 화가 역시 화면 속 모든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관람객의 시선을 정교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드가는 인체 근육의 미세한 떨림, 무대 조명이 만들어 내는 인공적인 빛과 어둠의 대비를 포착하기 위해 범죄 현장의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관처럼 대상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리고 작업실로 돌아와 수첩 속 스케치와 기억, 반복된 수정과 계산을 바탕으로 화면을 완벽하게 재구성했다. 드가는 영감이나 즉흥성에 기대는 예술을 경계하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만큼 스튜디오에서 철저히 계산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없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거장들을 연구하고 성찰한 결과물이다.” 실제로 드가는 청년 시절 루브르 미술관의 공식 모사공으로 등록해 옛 대가들의 작품을 수없이 베끼며 화가로서의 기본기를 다졌다. 그는 고전 거장들의 구도와 기법, 인체 표현 방식을 흡수한 뒤 무용수, 경마장, 오페라 극장처럼 현대적인 삶의 장면에 적용했다. ‘발레 수업’①은 회화란 눈앞의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일이 아니라 가장 완벽한 가짜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드가의 예술관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화면 속에는 당시 위대한 안무가였던 쥘 페로의 지도 아래 수업이 막 끝나갈 무렵의 발레 연습실 장면이 펼쳐져 있다. 언뜻 보면 드가가 연습실 한편에서 우연히 포착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작업실에서 수많은 스케치와 기억들을 정교하게 조립해 완성한 작품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나를 무용수의 화가라고 부르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었다.” 드가에게 무용수는 아름다운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인체의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한 가장 완벽한 피사체였다. 그는 예쁘게 멈춰 선 자세보다 근육이 팽팽하게 수축하고 몸이 비틀리며 균형이 흔들리는 순간에 더 매료되었다. 하품을 하거나 토슈즈 끈을 묶는 사소한 동작 속에서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와 운동감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난다고 본 것이다. 드가는 다른 화가들이 놓쳤던 화려한 무대 뒤편의 진실을 포착했기에 무용수의 화가를 넘어 현대적 삶의 움직임을 기록한 독보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었다. 두 번째 명언 “나는 선을 통해 색채를 구현한다.” 보통 우리는 선은 형태를 잡고 색은 그 안을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드가에게 선은 색이고 색은 또 하나의 선이었다. 이런 드가의 예술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매체가 파스텔화이다. 분말 안료를 점착제와 섞어 막대 형태로 굳힌 파스텔은 아름답지만 연약하고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다. 드가는 이 섬세한 재료를 종이 위에 직접 긋고, 문지르고, 눌러 쌓아 올리며 색을 입히는 도구이자 선을 긋는 도구로 활용했다. 직접 개발한 특수 고착제를 사용해 파스텔 가루를 화면에 단단히 고정시킨 뒤 그 위에 다시 파스텔을 덧칠하고 쌓아 올리는 독보적인 적층 기법을 발전시켰다. 때로는 유화 물감이나 구아슈를 함께 섞어 화면의 밀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렇게 겹겹이 쌓인 색층은 가볍고 부드러운 일반적인 파스텔화와 달리 인물의 입체감과 거친 에너지를 뿜어냈다. 드가는 유화를 위한 밑그림이나 보조 수단에 머물던 파스텔을 독립적인 회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혁신가였다. 대표 작품이 ‘모자 상점에서’②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 파리의 세련된 유행과 소비문화를 엿볼 수 있는 모자 가게를 배경으로 한다. 그는 화면 전경에 화려한 모자들이 놓인 탁자를 배치하고 이를 과감한 대각선 구도로 강조했다. 인물보다 색채의 리듬이 화면 전체를 이끌어 가도록 치밀하게 설계한 것이다. 드가는 모자를 장식한 붉고 푸른 리본, 부드러운 깃털, 천의 섬세한 주름을 통해 파스텔이 지닌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했다. 화면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짧게 끊어진 선, 손가락으로 문지른 색면, 겹겹이 쌓인 파스텔 가루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래서 그의 파스텔화는 ‘색으로 드로잉하는 회화’라고 불린다. 세 번째 명언 “마치 열쇠 구멍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드가가 자신의 누드화를 두고 한 이 말은 아일랜드의 비평가였던 조지 무어가 그와 나눈 대화를 기록한 글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열쇠 구멍이라는 말 속에는 서양 누드화의 전통을 뒤흔든 드가만의 통찰이 담겨 있다. 이전까지 세계 유명 미술관을 가득 채웠던 수많은 누드화를 떠올려 보라. 신화 속 비너스처럼 우아하게 누워 있거나 관객을 향해 유혹하는 듯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보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모델처럼 보였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누드는 관객의 시선을 전제로 한 보여지기 위해 연출된 몸이었다. 드가의 여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그저 몸을 씻고, 머리를 빗고, 수건으로 몸을 닦을 뿐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누드는 항상 관객을 전제로 한 자세로 표현되어 왔다. 내 그림 속 여성들은 육체적인 일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소박하고 정직한 존재들이다.” 드가가 말한 열쇠 구멍이라는 표현은 그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특징인 거리 두기와 엿보는 듯한 관음적 시선을 설명해 준다. ‘욕조 속 여인’③은 드가의 열쇠 구멍 시선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화면 속 여인은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등을 둥글게 만 채 오로지 몸을 씻는 행위에만 집중하고 있다. 관객에게 아름답게 보이려는 의도적인 포즈도 시선을 의식한 표정도 없다. 이 작품에서 누드는 신화 속 여신의 이상화된 몸이 아니라 씻고, 구부리고, 움직이는 현실의 몸으로 제시된다. 시점 또한 독특하다. 우리는 지금 목욕하는 여인을 높은 곳에서 훔쳐보는 듯한 위치에 서 있다. 열쇠 구멍 시선이 화면 속에서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일부 비평가들은 드가의 적나라한 표현 방식을 추하다고 비난했지만 오늘날에는 전통 누드화의 관습을 뒤집고 근대적 인간의 일상과 신체를 새롭게 포착한 혁신적 시도로 평가받는다. 드가는 또 이런 말도 남겼다. “25세엔 누구나 재능이 있다. 어려운 것은 50세에도 재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의 치열한 작가 정신을 대변하는 말이다. 진정한 거장이란 반짝이는 재능으로 시작해 지치지 않는 끈기로 재능을 완성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 드가에게 운명은 가장 가혹한 시련을 안겨 주었다. 말년에 접어들며 그의 시력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남은 시야마저 뿌연 안개 속에 갇힌 듯 흐려졌다. 평생 세상을 집요하게 관찰했던 드가에게 시력을 잃어 간다는 것은 죽음에 가까운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무너지지 않고 눈이 아닌 손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실험하는 길로 나아간다. ‘열네 살의 작은 무희’④는 그가 자신의 회화적 재능을 조각으로 확장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 작품이다. 드가는 조각이란 대리석이나 청동으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뜨렸다. 그는 조각에 실제 인간의 머리카락을 붙이고 천으로 만든 발레 치마, 리본, 리넨 슈즈를 입혔다. 심지어 당시 조각가들이 기피했던 해부학용 밀랍을 주재료로 선택했다. 드가는 조각에 실제 사물을 도입하며 원하는 효과를 위해서라면 어떤 재료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 작품의 모델은 벨기에 이민자의 딸로 극심한 빈곤 속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학생 무용수로 살아가던 열네 살의 소녀였다. 소녀의 자세를 자세히 보겠다. 두 손은 등 뒤로 깍지를 낀 채 뻗어 있고 턱은 앞으로 꼿꼿이 들려 있다. 반쯤 감긴 눈과 굳은 표정에서는 고된 연습 뒤의 피로와 세상을 향한 반항심이 엿보인다. 드가는 대중이 기대했던 우아한 발레리나의 환상을 걷어내고 무대 뒤편에서 혹독한 훈련과 가난을 견뎌야 했던 19세기 파리 하층민 출신 무용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조각상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관객과 비평가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의 미적 기준과 사회적 편견을 정면으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열네 살의 작은 무희’는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오늘날에는 조각의 표현 가능성을 확장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생전에 그는 “유명해지면서도 동시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는 역설적인 소망을 남겼다. 대중의 박수보다 작품 자체로 평가받고 싶었던 예술가의 자부심이 담겨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오늘날 우리는 드가를 관찰의 천재,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이룬 화가, 20세기 거장들의 스승이라 부르며 뜨겁게 그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KADEX 2026-GLOBSEC, 글로벌 안보포럼 공동 개최 계약 완료

    KADEX 2026-GLOBSEC, 글로벌 안보포럼 공동 개최 계약 완료

    유럽 국방장관급 인사 4명 이상 연사 참여 확정 국내 지상군 중심 방산전시회 KADEX 2026은 유럽 글로벌 안보 싱크탱크 GLOBSEC(글로브섹)과 국제 안보포럼 공동 개최 계약을 완료했다. KADEX 2026 조직위원회는 GLOBSEC과 글로벌 안보포럼 공동 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전시 기간 중 유럽과 아시아 지역 안보·방산 협력을 주제로 한 정상급 포럼을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방산 전시와 국제 안보 논의를 결합한 플랫폼 구축을 지향한다. 양측은 안보 전략, 방산 조달, 첨단 전장 기술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국제 협력 체계 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2005년 슬로바키아에서 설립된 GLOBSEC은 매년 정부, 군,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유럽의 대표적 안보 플랫폼이다. 과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 등이 연사로 참여한 바 있다. 양측은 이번 KADEX 2026 포럼에서 ▲글로벌 안보 전략 ▲방산 조달 및 산업 협력 ▲첨단기술 기반 미래 전장 대응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정책·안보·산업 분야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비공개 전략 대화와 정책 라운드테이블도 함께 운영된다. 첫 번째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강대국 경쟁 심화가 유럽과 아시아 지역 안보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유럽의 방위력 증강 과정 속에서 아시아 방산기업과의 공동 생산, 공급망 협력 가능성 등을 다룰 예정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방산전시회는 단순 장비 전시를 넘어 정책 협력과 공급망 논의, 공동 생산 협의까지 함께 이뤄지는 복합 플랫폼 형태로 운영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GLOBSEC 측은 폴란드와 체코, 에스토니아, 핀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 국방장관급 인사 4명 이상이 KADEX 2026 포럼 연사로 참석한다고 밝혔다. 오는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GLOBSEC Forum 2026’에는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로베르타 멧솔라 유럽의회 의장 등 유럽 주요국 정상 및 안보·국방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Lockheed Martin과 Saab, Airbus Defence and Space, Safran 등 글로벌 방산기업과 EU, ESA(유럽우주국), EIF(유럽투자기금), EIB(유럽투자은행) 관계자들도 참여한다. KADEX 2026 조직위원회는 이달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GLOBSEC Forum 2026’ 현장을 방문해 공동 포럼 운영 방향을 구체화하고, 유럽 주요국 국방 관계자들에게 KADEX 2026 공식 초청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엄기학 육군협회장은 “유럽 주요국 국방장관 및 군 고위 관계자들과 협의를 이어가며 KADEX 2026의 국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GLOBSEC과의 협력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안보·방산 논의가 보다 구체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르틴 스클레나르 GLOBSEC 수석 펠로우(전 슬로바키아 국방장관)는 “유럽은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방산 수요 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이라며 “한국은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 내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유럽과 아시아 간 협력 구조를 논의하기 위해 KADEX와 협력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KADEX 2026은 2026년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행사에는 450개사 2,032부스 규모의 참가가 예정돼 있으며, 해외에서는 20개국 63개사가 참여한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캐나다,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베트남, 라트비아, 포르투갈 등 10개 국가관도 함께 운영될 예정이다.
  • ‘사적인’ 개막작… ‘묵직한’ 경쟁작… ‘좀 낯선’ 안성기

    ‘사적인’ 개막작… ‘묵직한’ 경쟁작… ‘좀 낯선’ 안성기

    올해로 27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열흘간 전주시네마타운과 영화의거리 등 전북 전주시 일대에서 성대한 축제가 치러진다. 영화제 기간 54개국 237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이 중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도 78편이나 된다. ●개막작 ‘나의 사적인 예술가’ 낙점 개막작은 켄트 존슨 감독이 연출한 ‘나의 사적인 예술가’다. 배우 윌럼 더포가 연기하는 주인공 에드는 한때 시인이었으나 현재는 우체국에서 일하며 고독한 나날을 보내는 인물이다.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고 있는 에드에게 어느 날 갑자기 젊은 예술가 무리가 찾아온다. 그들은 에드가 과거에 쓴 시집에 열광하고 있다. 무료한 일상이 흔들린다. 시를 다시 써야 할까. 글쎄, 애초 시인의 길을 포기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작가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국제경쟁 10편… ‘돌과 깃털’ 볼 만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70개국에서 출품된 421편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추린 1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되는 ‘돌과 깃털’이 눈여겨볼 만하다. 튀르키예 출신 라그프 튀르크 감독의 작품으로, 주인공 나지레가 고아원으로 보내진 아이를 되찾기 위해 벌이는 투쟁을 그린다. 혈육이라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 그를 둘러싼 비참한 현실의 굴레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노동자 계급의 현실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윌터 톰프슨에르난데스 감독의 ‘이프 아이 고’, 영화관의 폐쇄에 맞서는 영화 공동체의 싸움을 그린 에세키엘 살리나스·라미로 손시니 감독의 ‘서서히 사라지는 밤’도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한국 경쟁엔 ‘공순이’ 등 다큐 약진 신인 감독의 작품을 선보이는 ‘한국경쟁’ 부문에서는 다큐멘터리 장르가 약진했다. 최종 10편의 영화 가운데 4편이 다큐멘터리다. 유소영 감독의 ‘공순이’는 실제 감독의 어머니인 김공순씨의 노동 현장을 중심으로 그의 삶을 담아낸다. 하시내 감독의 ‘시민오랑’은 세계 최초로 법정에서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받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의 오랑우탄 산드라의 삶을 포착했다. 소성섭 감독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전세 사기를 당한 신혼부부 도율과 지혜를 통해 우리 이웃의 고뇌를 들여다본다. 폐막작은 MBC경남 김현지 PD가 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 ‘남태령’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시도 이후 이어졌던 시위 가운데 가장 상징적이었다고 평가되는, 이른바 ‘남태령 대첩’의 현장을 담은 작품이다. ●독창적 영화 ‘가능한 영화’ 섹션 눈길 올해에만 특별히 준비된 프로그램들도 눈길을 끈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배우 안성기의 영화 세계를 돌아보는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영화가 아닌,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서 활약했던 그의 면모를 소개한다. 자신만의 비전을 갖고 독보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하는 이들을 응원하고자 ‘가능한 영화’ 섹션도 신설했다. 츠카사 신이치로 감독의 ‘총알이 박힌 앙상한 나무들’, 뤼안란시 감독의 ‘카나리아 제도의 식물’, 니콜라스 페레다 감독의 ‘나머진 다 소음일 뿐’ 등 독창적인 매력의 작품들이 이 섹션에서 소개된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영화의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객 참여형 이벤트를 마련하고 글로벌 애니메이션 영화와도 협업하는 등 기존 시네필 위주의 행사가 아니라 전 세대의 다양한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되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 공·수 맹활약에도 김혜성 외면한 로버츠 감독, 오타니 호투에도 ‘불펜 방화’로 연승 마감

    공·수 맹활약에도 김혜성 외면한 로버츠 감독, 오타니 호투에도 ‘불펜 방화’로 연승 마감

    김혜성은 얼마나 더 증명해야 하는 걸까. 데이브 로버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감독이 김혜성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라인업 변화를 준 날 다저스의 연승 행진이 5경기에서 멈췄다.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는 6이닝 1실점 호투했으나 불펜 투수들이 불을 질렀다. 김혜성은 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6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 3차전에서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벤치에서 팀의 허망한 역전패를 지켜봐야 했다. 그는 토론토와 앞선 두 차례 경기 타석에서 모두 멀티 출루하고 연일 리그 전체 하이라이트급 호수비를 펼쳤지만, “토론토 3연전 중 두 경기만 선발로 출전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던 로버츠 감독은 자신의 말을 지켰다. 김혜성은 지난 7일 토론토와 1차전에선 9번 타자 유격수로 올 시즌 처음 빅리그에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으로 날카로운 타격감을 선보였고, 수비에서는 유격수 키를 넘어 좌익수 앞쪽으로 떨어지는 타구를 뒤로 돌아 쫓아가 잡아내는 ‘서커스 캐치’로 투수 에드가르도 엔리케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8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전날 경기에서는 3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으로 활약했고, 4회 수비에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안타성 내야 느린 타구를 재빠르게 1루수에게 연결해 돌려세웠다. 이날 3차전은 전날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별세로 결장했던 주전 유격수 미겔 로하스가 하루 만에 팀으로 돌아오면서 김혜성이 자리를 내줬고,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6이닝 4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지난해 월드시리즈 상대였던 토론토의 강타선을 잘 막아냈다. 타석에서는 안타를 때려내지 못했지만, 볼넷 하나를 골라내 출루하며 지난 시즌부터 43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일본 선수로는 스즈키 이치로(2019년 은퇴)가 2009년에 달성한 기록과 동률이다. 다만 경기는 오타니 이후 오른 불펜 투수들이 3실점하며 다저스가 3-4로 역전패해 그의 대기록도 빛이 바랬다.
  • 위에서 내려다본 몸 [으른들의 미술사]

    위에서 내려다본 몸 [으른들의 미술사]

    ●불편한 시선 에드가 드가(1834~1917)의 ‘욕조’는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누드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보통의 누드가 관람자를 향해 몸을 드러내는 방식이라면, 이 그림 속 여인은 전혀 우리를 의식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이 여인은 우리의 존재를 아예 모를 수도 있다. 그림 오른편 선반에 놓인 물건을 보면 우리는 높은 곳에서 욕조 옆에 웅크린 모델의 등을 몰래 내려다보는 위치에 서 있다. 모델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등과 허리, 팔의 곡선만이 강조된 채 포착된 이 장면은 어딘가 사적인 순간을 훔쳐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런 구도는 우연이 아니다. 드가는 일부러 모델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게 만들어 우리와 모델 사이에 미묘한 관계를 형성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림을 감상하기보다,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여기서 여인의 몸은 더 이상 이상적인 아름다움의 상징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에게 관찰되고 있는 존재로 남았다. ●목욕하는 행위 드가는 신화나 상징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여성이 목욕하는 장면을 그렸다. 그림 속 여인은 누가 보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은 채, 몸을 씻고 닦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점에서 드가의 그림은 전통적인 비너스 이미지와 분명히 다르다. 고전적인 누드가 관람자를 향해 열려 있다면, 드가의 인물은 철저히 자기 일에 집중하고 있다. 드가가 그린 목욕 장면은 19세기 후반 파리 여성들의 실제 목욕 방식을 보여준다. 당시 유럽에서는 오늘날처럼 매일 욕조에 몸을 담그는 습관이 일반적이지 않았고, 물을 데우고 준비하는 일이 번거로워 전신 목욕은 드물었다. 대신 대야와 물 주전자를 이용해 몸을 부분적으로 씻는 방식이 일상적이었다. 오른편 비스듬한 서랍장 위에 두 개의 물 주전자, 머리빗, 헤어브러시와 머리카락 뭉치 등이 함께 보인다. 실내 목욕을 위한 배수 시설이 없었으므로 많은 여성은 집 안에서 간단한 물통이나 대야를 이용해 몸을 씻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당시의 목욕은 오늘날처럼 휴식이나 힐링의 행위라기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위생 행위였다. 드가의 그림 속에서 보이는 웅크린 자세의 목욕 역시 욕조에 몸을 완전히 담그기보다는 물을 끼얹거나 닦아내는 정도의 목욕 방식을 보여준다. 이런 환경 속에서 목욕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였고, 목욕하는 공간 역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졌다. 드가가 포착한 웅크린 자세와 시선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조건을 보여준다. 이 그림은 단순히 한 여인의 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씻는다는 개인적인 행위조차 완전히 자유롭거나 공개적이지 않았던 시대를 비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한 개인의 몸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생활 방식과 환경까지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결국 드가는 이 장면을 통해, 사적인 순간조차 완전히 사적일 수 없었던 시대의 한계를 드러냈다.
  • 갈라지고 썩고 바래고… 삭는다는 건 아름답다

    갈라지고 썩고 바래고… 삭는다는 건 아름답다

    달걀노른자 겹겹 쌓아올린 그림전시장 바닥 채운 폐기물 섞인 흙빛 받으면 서서히 사라지는 벽화눈비에 운명 맡긴 풀 뭉친 작품도“생산·소비·축적 질서에서 벗어나상호의존·돌봄에 관한 사유 불러” 여기 스스로 스러지기로 마음먹은 작품들이 있다. 전시 내내 점점 빛이 바래고 썩어간다. 작품 일부를 관객이 가져가도록 내어주는가 하면, 비나 눈을 맞아 형태를 점점 잃어가다 아예 사라질 운명에 놓인 작품도 있다. 뛰어난 작품을 흔히 ‘불후의 명작’이라 부른다. 불후(不朽)는 ‘썩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백 년, 수천 년을 변치 않고 남아야 명작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는 이런 통념에 균열을 내고 전복을 시도한다. 작정하고 작품의 분해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국내외 작가 15인(팀)의 작품 50여 점을 묶어 만든 ‘삭는 미술’의 장(場)이 펼쳐진다. 전시장 입구를 밝히는 이은재의 노란색 회화 ‘이제 근대 모서리를 닦아라-서문’은 달걀노른자를 한 겹 한 겹 쌓아 올려 그린 그림이다. 갈라지고 바래가는 바탕을 긁어 작가는 자신의 꿈 이야기를 적었다. 이미지가 완전할 수 없다는 의심, 사라져도 좋을 것이라는 안도, 그래도 한동안 그것이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뒤섞인 가운데 작품은 그의 의도대로 서서히 바래간다.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사드 라자의 작품 ‘흡수’를 밟아야만 한다. 전시장 바닥을 채운 ‘네오소일’을 지나며 관람객은 폭신한 흙에 발이 빠지고 뒤뚱거리며 걷는 경험을 얻는다. 네오소일은 서울대 토양생지화학 연구실의 실험과 자문을 통해 제작된 흙으로, 택배 상자 골판지, 닭 뼈, 커피 찌꺼기, 길거리 은행 껍질, 솔잎 등 서울의 폐기물이 뒤섞여 있다. 작가는 관람객이 흙을 한 줌씩 가져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삭는 미술에 내재하는 공동성의 계기를 보여준다. 여다함의 ‘향연’은 향이 타며 피어오르는 연기의 움직임을 작품으로 삼는다. 향은 제 몸을 계속해서 태우며 사라지고, 한 번도 같은 모양을 보이지 않는 연기 역시 대기의 흐름에 반응하며 허공에 흩어져 버린다. 유동적인 작품을 감싸고 있는 것이 실의 매듭을 짓는 뜨개질이라는 점은 한 번 더 관람객을 사유로 이끈다. 이은경의 벽화 ‘소멸의 빛’을 지날 때면 해조류의 냄새가 난다. 조류에서 추출한 스피룰리나라는 안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안료는 빛에 취약해 태양광 전구의 빛을 받은 벽화는 매일 색이 달라지다가 마침내 사라지게 된다. 미술관 중정(中庭)인 ‘마당’에는 풀을 뭉쳐서 만든 고사리의 ‘초사람’과 흙을 다져 만든 김주리의 ‘물 산’이 자리 잡고 있다. 비나 눈이 내리면서 또 바람이 불면서 작품은 서서히 형태를 잃어갈 운명에 놓였다. 유코 모리의 ‘분해’는 썩어가는 과일에서 비롯된 에너지로 빛을 밝히고 연주를 이어가며 에드가 칼렐은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라는 작품을 통해 자연과 공존해 온 고대 마야인들의 지혜를 전한다. 돌 30개를 제단 삼아 과일과 채소가 올려진 칼렐의 작품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소장작’이 아닌 ‘보호작’이다. 테이트는 이 작품이 판매 혹은 소유의 대상이 아님을 인정하고 2023년부터 작품을 돌보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주연 학예연구사는 “미술의 관념을 전환하고 생산과 소비, 축적이란 질서에서 탈피하는 전시를 기획했다”며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은 언제든 삭아서 없어져 버릴 수 있다는 겸허한 인정을 목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약함을 아름다움으로 바꿔 읽을 수 있는 계기는 인간을 상호 의존과 돌봄에 관한 윤리적 사유로 이끈다”고 덧붙였다.
  • 세징야 부상 투혼에도… K리그1 대구, 10년 만에 2부로

    세징야 부상 투혼에도… K리그1 대구, 10년 만에 2부로

    프로축구 K리그1 순위 쟁탈전에서 자동 강등의 절망에 빠진 팀은 대구FC였다. 대구는 에이스 세징야의 부상 투혼에도 10년 만에 K리그2(2부)로 떨어졌다. 경기 초반 집중력이 떨어져 두 골을 실점한 게 치명타였다. 울산HD는 졸전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강등권에서 탈출하며 다사다난했던 시즌을 마감했다. 대구는 30일 대구 iM뱅크파크에서 열린 2025 K리그1 최종 38라운드 안방경기에서 FC안양과 2-2로 비겼다. 전반 4분 만에 마테우스, 이창용에게 연속 실점했지만 후반에 지오바니, 세징야가 추격골을 넣었다. 승점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최하위(12위)를 확정한 대구(승점 34)는 다음 시즌 K리그2에서 승격에 도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K리그1 최하위는 승강 플레이오프(PO) 없이 강등된다. 허리와 무릎을 다쳐 지난 2경기를 쉬었던 세징야는 이날 불완전한 몸 상태에도 후반 시작과 함께 출격했고, 경기 종료 직전 에드가 실바의 헤더 패스를 받아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역전까진 시간이 부족했다. 9위 울산(승점 44)은 11위 제주SK(승점 39)에 0-1로 졌다. 후반 44분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가 무너지며 김승섭에게 결승 골을 내줬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우승했던 울산은 시즌 도중 김판곤·신태용 감독을 잇달아 경질하는 혼란을 겪었고, 홈팬들 앞에서 최종전까지 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울산을 살린 건 광주FC였다. 10위 수원FC(승점 42)가 7위 광주(승점 54)에 0-1로 덜미를 잡히면서 울산은 강등권에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제주는 3일부터 K리그2 2위 수원 삼성, 10위 수원FC는 4일부터 K리그2 3위 부천FC와 승강 PO를 치른다. 상위 스플릿에선 대전하나시티즌(승점 65)이 3위 김천 상무(승점 61)를 3-0으로 꺾고 1997년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인 2위로 시즌을 마쳤다. FC서울(승점 49)은 우승팀 전북 현대(승점 79)에 1-2로 패하며 6위가 됐다.
  • 세징야 ‘부상 투혼’ 골에도, 대구 10년 만에 2부 강등…무너진 집중력, 전반 4분 만에 2실점

    세징야 ‘부상 투혼’ 골에도, 대구 10년 만에 2부 강등…무너진 집중력, 전반 4분 만에 2실점

    프로축구 K리그1 순위 쟁탈전에서 자동 강등의 절망에 빠진 팀은 대구FC였다. 대구는 에이스 세징야의 부상 투혼에도 집중력이 무너지면서 10년 만에 K리그2(2부)로 떨어졌다. 대구는 30일 대구 iM뱅크파크에서 열린 2025 K리그1 최종 38라운드 안방경기에서 FC안양과 2-2로 비겼다. 전반 4분 만에 마테우스, 이창용에게 연속 실점했지만 후반에 지오바니, 세징야가 추격골을 넣으며 패배는 면했다. 승점 34점(7승13무18패)으로 최하위(12위)를 확정한 대구는 다음 시즌 K리그2에서 승격에 도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K리그1 최하위는 승강 플레이오프(PO) 없이 강등된다. 이날 11위 제주 SK(39점·10승9무19패)가 울산 HD를 1-0으로 꺾으면서 대구가 승리했어도 순위를 뒤집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대구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김주공의 후방 패스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다. 공을 가로챈 안양의 마테우스가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왼발로 공을 띄워 골키퍼의 손을 넘겼다. 대구는 3분 뒤 코너킥 혼전 중에 골문으로 쇄도한 이창용에게 골을 먹혔다. 골키퍼 한태희가 몸을 날려 김운의 헤더를 막았으나 리바운드된 공이 추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허리와 무릎을 다쳐 지난 2경기를 쉬었던 세징야는 불완전한 몸 상태에도 후반 시작과 함께 출격했다. 대구는 후반 13분 김정현의 태클로 공을 탈취한 뒤 지오바니가 왼발 슈팅으로 추격 골을 터트렸다. 후반 추가 시간엔 세징야가 에드가 실바의 헤더 패스를 받아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역전까진 시간이 부족했다. 2021시즌 K리그1 3위로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을 남긴 대구는 점차 추락했다. 세징야가 지난해 리그 14골 8도움, 올해 12골 12도움으로 중심을 잡았으나 그를 지원할 자원이 마땅치 않았다. 올 시즌도 세징야 다음으로 많이 득점한 선수가 6골의 에드가였다. 지난 시즌에도 승강 PO를 통해 가까스로 잔류한 대구는 뚜렷한 선수 보강 없이 올 시즌을 맞았고 초반부터 하위권의 늪을 헤맸다. 4월 중순까지 개막 9경기에서 2승1무6패에 그친 박창현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고 5월 말 김병수 감독이 소방수로 부임했으나 반전하지 못했다. 36세의 세징야도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대구는 강등의 아픔을 피하지 못했다.
  • 韓 주도 ‘믹타’ 정상회의…민주주의·국제협력 가치 재확인

    韓 주도 ‘믹타’ 정상회의…민주주의·국제협력 가치 재확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오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중견 5개국(한국·멕시코·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 협의체인 ‘믹타’(MIKTA) 회원국과 회동했다. 올해 2월부터 내년 2월까지 한국이 믹타 의장국으로서 이 대통령은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믹타 정상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동에는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앤소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인도네시아 부통령 및 에드가르 아마도르 사모라 멕시코 재무장관이 참석했다. 인도네시아는 부통령이, 멕시코는 재무장관이 수석대표로 각각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동에서 믹타 정상들은 다자주의 및 국제협력 증진, 민주주의, 국제법 준수 등 핵심 공동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믹타 차원의 역할 강화를 강조하는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지정학적 긴장,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공급망의 복잡성, 빈곤과 불평등, 기후 위기를 포함한 여러 환경 위기,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도전과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공유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상들은 다자주의와 국제협력 증진, 민주주의, 국제법 준수에 대한 믹타의 공동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정상들은 유엔 헌장의 원칙이 평화·안보, 인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공동 행동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믹타 정상들은 “회원국 간 긴밀한 조율을 지속하고 보다 안전하고 공정하며 공평하고 지속 가능한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믹타의 건설적 역할을 강화해 나가자”며 “성평등과 모든 분야 및 의사 결정 과정에 있어 모든 여성들의 완전하고 안전하며 동등하고 의미 있는 참여와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우선시할 것을 합의한다”고 했다.
  • K리그1 강등전쟁 여전히 살얼음판…광주FC K리그1 잔류 확정

    K리그1 강등전쟁 여전히 살얼음판…광주FC K리그1 잔류 확정

    프로축구 K리그1 강등전쟁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최하위 대구FC(승점 29)와 11위 제주SK(승점 35)의 승점 차이는 6점. 앞으로 남은 파이널라운드 세 경기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살얼음판이다. 광주FC는 잔류를 확정 지었다. 수원FC와 대구는 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35라운드 안방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수원FC는 싸박이 17호골을 넣었지만 후반 종료 직전 터진 대구 에드가의 동점골로 승리를 챙기지 못하면서 빛이 바랬다. 수원FC는 후반 9분 김경민이 수비와 경합을 이겨내고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띄워준 크로스를 싸박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갈 길 급한 대구는 후반 41분 카이오가 퇴장까지 당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하지만 후반 21분 교체로 투입된 에드가가 후반 추가시간 세징야의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수원FC 골문 구석에 꽂아 넣었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대구를 살리는 승점 1점이었다. 광주는 이날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후반전에 터진 신창무와 프리드욘슨의 연속골에 힘입어 제주를 2-0으로 꺾었다. 최근 2연승으로 7위(승점 48)로 올라선 광주는 남은 세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다음 시즌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강등권 탈출이 시급한 제주는 이날 패배로 11위(승점 35)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주는 지난달 25일 수원FC에 2-1로 이기며 3무 7패 뒤 11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지만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전반에는 제주가 슈팅을 8개 날리는 동안 광주가 슈팅을 하나도 못 할 정도로 제주의 일방적인 공세가 계속됐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한 게 뼈아팠다. 결국 광주는 후반 33분 첫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한 데 이어 후반 45분에는 프리드욘슨이 K리그 데뷔골까지 넣으며 제주를 무너뜨렸다.
  • 김혜성, 다저스 디비전 시리즈에도 생존…대주자 투입 가능성

    김혜성, 다저스 디비전 시리즈에도 생존…대주자 투입 가능성

    김혜성(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빅리그 첫 ‘가을야구’가 또 한 번 연장됐다. 소속 팀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를 앞두고 팀 전력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승선에 성공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구단은 NLDS 1차전 경기를 앞둔 5일(한국시간) 이번 시리즈에 뛸 26인 로스터를 발표했다. MLB 포스트시즌 규정에 따르면 각 시리즈에 진출한 팀은 시리즈별로 26인 로스터를 구성해 사무국에 제출해야 한다. 김혜성은 앞선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이어 디비전 시리즈(5전 3승제) 로스터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첫 빅리그 포스트시즌 데뷔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와일드카드 시리즈와 동일하게 투수 11명, 야수 15명으로 디비전 시리즈 26인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로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블레이크 스넬, 오타니 쇼헤이, 타일러 글래스나우가 그대로 포함됐다. 투수진에서 변화는 앤서니 반다와 클레이튼 커쇼가 새로 합류했고, 불펜 투수 에드가르도 엔리케스와 저스틴 로블레스키가 제외됐다. 애초 김혜성을 포함한 야수 2명을 줄이고, 그 자리에 커쇼를 포함한 투수진 보강 전망이 유력하게 나왔으나 야수진은 변화가 없었다. 김혜성은 2연승으로 끝난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선 출전 기회가 없었지만, 총 5차전으로 이어지는 디비전 시리즈에선 대수비나 대주자 등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김혜성과 수비 포지션이 겹치는 토미 에드먼은 발목 통증을 안고 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이날 오전 7시 38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디비전 시리즈 1차전을 갖는다.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를 선발 투수로 올려 기선을 제압한다는 전략이다. 오타니는 2018년 빅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투구하게 됐다.
  • “드론vs드론” 유럽, 러시아 차단 ‘드론 장벽’ 세운다

    “드론vs드론” 유럽, 러시아 차단 ‘드론 장벽’ 세운다

    러시아의 드론(무인비행체) 공격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겨냥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드론 장벽’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드론 장벽은 실제 벽이 아니라 표준 레이더를 통과할 만큼 낮게 떼 지어 비행하는 소형 드론을 감지하고 차단하기 위한 센서, 신호 방해기, 군사 기술 등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라트비아 ,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6개국은 자원을 공유해 드론 순찰을 하기로 했다. 당시 라트비아 대통령 에드가르스 린케비치는 “우리는 냉전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로 돌아갔다”고 한탄했다.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전’이라 불릴 정도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모두 드론을 활용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최근 폴란드,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영공을 러시아에서 띄운 것으로 의심되는 드론이 침공하면서 공항이 마비되는 사태가 생기자 ‘드론 장벽’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은 지난 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회의를 열고 드론 장벽과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산 확대를 위한 자금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소리로 드론을 감지하는 센서와 접촉 시 폭발하는 방어용 드론 등을 활용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는 전투기를 투입하여 에스토니아 영공에서 드론을 격추했다. 문제는 저가의 드론을 방어하기 위해 전투기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천문학적 액수가 소요되는 것이어서 드론으로 드론을 막는 ‘드론 장벽’ 논의가 본격화한 것이다.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드론 장벽’에 대해 “훌륭한 아이디어”라며 “몇천달러에 불과한 드론을 제거하기 위해 수백만 유로나 수백만 달러를 미사일에 쓸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아직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서 ‘드론 장벽’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제기되지 않았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드론 장벽을 개발하는 데 최소 3~4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에비카 실리나 라트비아 총리는 “3년은 필요 없으며, 훨씬 짧은 시간 안에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드론 장벽 건설에는 수십억 유로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드론 사고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은 “서방이 매번 비슷한 근거 없는 비난을 한다면 결국 그러한 발언은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오타니, 홈런 두 방으로 다저스의 가을을 깨우다…김혜성, 승선에 만족

    오타니, 홈런 두 방으로 다저스의 가을을 깨우다…김혜성, 승선에 만족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1)가 ‘가을 야구’의 첫날 호쾌한 대포 2방을 앞세워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 첫 승을 선사했다. 오타니는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내셔널리그(NL) 와일드카드 시리즈(3전2승제) 1차전에서 5타수 2안타 2홈런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10-5 승리를 견인했다. 1회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선 오타니는 신시내티 오른손 선발 헌터 그린의 시속 100.4마일(약 161.6㎞) 강속구를 잡아당긴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통산 4호 홈런으로, 지난해 다저스에 입단한 뒤 처음으로 MLB 포스트시즌에 출전했던 오타니는 디비전시리즈에서 1홈런, 챔피언십시리즈에 2홈런을 터트린 바 있다. 오타니의 선취포에 기세가 오른 다저스 타선은 3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3점 홈런과 토미 에드먼의 연속타자 홈런까지 터지며 5-0으로 달아났다. 이어 에르난데스가 5회 1점짜리 아치를 또 한 번 그렸고, 오타니가 6회 2점 홈런을 퍼 올리며 첫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첫 멀티 홈런이다. 문제는 불안한 불펜진이었다. 다저스 선발 블레이크 스넬은 7이닝을 4피안타 2실점 9탈삼진으로 호투했지만, 8회 알렉스 베시아와 에드가르도 엔리케스가 흔들리며 3실점 해 10-5 추격을 허용했다. 김혜성은 다저스의 이번 시리즈 26인 로스터에 들며 가을야구 승선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이날은 벤치에서 동료들의 활약을 직접 지켜보며 응원으로 힘을 보태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서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에이스 타리크 스쿠발의 7과3분의2 이닝 3피안타 14탈삼진 1실점 호투에 힘입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2-1로 눌렀다.
  • 종횡무진 전북 중원 누비는 강상윤, K리그1 19라운드 최우수선수 뽑혀

    종횡무진 전북 중원 누비는 강상윤, K리그1 19라운드 최우수선수 뽑혀

    프로축구 전북 현대 중원을 책임지는 강상윤이 프로축구 K리그1 19라운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로 인정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강상윤을 K리그1 2025 19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강상윤은 지난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안방경기에서 후반 26분 콤파뇨의 헤딩 동점골을 도와 3-2 역전승 발판을 놓았다. 강상윤은 경기 내내 왕성한 활동량과 성실한 수비가담으로 전북 중원을 탄탄하게 하며 전북의 리그 15경기 무패 행진을 이끌고 있다. 강상윤은 정지훈(광주), 김진규(전북), 문선민(서울)과 함께 19라운드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베스트11 공격수에는 콤파뇨, 이상헌(강원), 에드가(대구), 수비수 김주성(서울), 변준수(광주), 송준석(강원)과 골키퍼 노희동(광주)가 뽑혔다. 19라운드 베스트 매치 역시 전북-수원FC 경기가 선정됐다. 이 경기에서 수원FC는 전반 4분과 30분에 터진 김도윤과 싸박의 연속 골로 앞서갔지만, 전북이 후반 6분 김진규의 추격골에 이은 콤파뇨의 동점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이후 상대 자책골로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전북은 19라운드 베스트 팀에도 선정됐다.
  • 헬기로 구조된 얼룩말…8일간 자유 끝에 집으로

    헬기로 구조된 얼룩말…8일간 자유 끝에 집으로

    미국 테네시주의 한 가정에서 탈출한 반려 얼룩말이 8일 만에 잡혔다고 AP 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드’라는 이름의 이 유명 얼룩말은 이날 중부 크리스티아나 지역 내 한 목초지에서 민간 헬리콥터 여행사의 승무원들에게 발견된 후 안전하게 구조됐다고 현지 보안관실이 페이스북에 발표했다. 보안관실은 이 성명에 “에드는 헬기로 공수돼 대기하고 있던 트레일러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당국이 공유한 영상에는 이 얼룩말이 헬기에 매달린 그물 안에서 머리만 내민 채 옮겨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에드는 가정에서 키우던 사육 동물로 지난달 30일 크리스티아나에 사는 한 주민이 구매한 지 하루 만에 탈출했다. 경찰은 이 얼룩말이 현지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도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동물은 모든 사람을 따돌리고 숲으로 도망쳤다. 현지에서는 에드가 목격된 사례가 소셜미디어에 여러 차례 올라왔는 데 그중에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영상도 있다. 에드의 자유를 향한 이런 탈출기는 다수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을 탄생시켰다. 그중에는 이 얼룩말이 현지 유명 와플 가게에 방문한 모습도 있다. 또 다른 밈들은 이 동물이 주내 다른 도시들을 방문하거나 길가에서 구걸하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했다. 한편 테네시에서는 얼룩말을 반려동물로 기르는 데 별도의 허가나 서류가 필요 없다고 알려졌다. 이는 이 동물이 3등급 동물로 분류되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라마와 기린, 낙타 등도 포함된다.
  • [포착] ‘자유 찾겠어요’ 美 반려 얼룩말, 탈출 8일만에 잡혀

    [포착] ‘자유 찾겠어요’ 美 반려 얼룩말, 탈출 8일만에 잡혀

    미국 테네시주의 한 가정에서 탈출한 반려 얼룩말이 8일 만에 잡혔다고 AP 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드’라는 이름의 이 유명 얼룩말은 이날 중부 크리스티아나 지역 내 한 목초지에서 민간 헬리콥터 여행사의 승무원들에게 발견된 후 안전하게 구조됐다고 현지 보안관실이 페이스북에 발표했다. 보안관실은 이 성명에 “에드는 헬기로 공수돼 대기하고 있던 트레일러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당국이 공유한 영상에는 이 얼룩말이 헬기에 매달린 그물 안에서 머리만 내민 채 옮겨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에드는 가정에서 키우던 사육 동물로 지난달 30일 크리스티아나에 사는 한 주민이 구매한 지 하루 만에 탈출했다. 경찰은 이 얼룩말이 현지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도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동물은 모든 사람을 따돌리고 숲으로 도망쳤다. 현지에서는 에드가 목격된 사례가 소셜미디어에 여러 차례 올라왔는 데 그중에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영상도 있다. 에드의 자유를 향한 이런 탈출기는 다수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을 탄생시켰다. 그중에는 이 얼룩말이 현지 유명 와플 가게에 방문한 모습도 있다. 또 다른 밈들은 이 동물이 주내 다른 도시들을 방문하거나 길가에서 구걸하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했다. 한편 테네시에서는 얼룩말을 반려동물로 기르는 데 별도의 허가나 서류가 필요 없다고 알려졌다. 이는 이 동물이 3등급 동물로 분류되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라마와 기린, 낙타 등도 포함된다.
  • 친구들이 뜯어말린 피카소의 작품, 뉴욕의 보물이 되리니 [으른들의 미술사]

    친구들이 뜯어말린 피카소의 작품, 뉴욕의 보물이 되리니 [으른들의 미술사]

    美 동부 미술관<10>: 열혈 팬의 안목, MoMA의 자산이 되다 스페인 출신의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열아홉 살에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다. 그러나 가난한 청년에게 파리 물가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는 누추한 몽마르트 언덕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아비뇽의 아가씨들’(Les Demoiselles d’Avignon)을 그렸다. 대충 그린 듯 보이지만 피카소는 이 작품을 여러 점 습작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습작 과정 중 두 명의 남성은 왼편 끝과 중앙에 앉은 모습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인물은 7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이렇게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작품을 준비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피카소는 이 작품을 완성하고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그러나 친구들의 반응은 피카소의 예상과 달리 부정적이었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혐오스럽다고 했다. 뒷골목의 그림, 걱정과 우려를 부르다‘혐오’라는 감정을 떠올린 것은 이 작품이 매춘부들의 본거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비뇽 거리를 그렸기 때문이다. 매춘 거리를 그린 탓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등장인물들이 매춘부였고, 오른편 두 여성은 까만 가면을 쓴 데다 여성들의 자세가 도발적이라 친구들은 이 작품 전시까지 만류했다. 이런 반응에 오기가 생긴 피카소는 좀 더 파격적인 제목을 붙이려 했으나 친구들이 말려 포기했다.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피카소의 스튜디오에서 묻혀 있던 작품은 9년 만에 빛을 보고 세상을 뒤흔들었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피카소는 어떻게든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이 작품에는 그런 도발과, 실험과, 새로운 것에 대한 추진력이 담겨 있다.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산산조각이 난 유리 파편 같은 인체, 아름다운 이상형에 대한 반감, 형태와 표현의 포기, 입방체 모양이 전부를 이루었다. 앙리 마티스(1869~1954)는 이런 작품을 입방체 모양으로 구성되었다 하여 큐비즘이라 이름 붙였다 피카소가 처음 시작한 이 미술은 작가들에게도 생소하고 낯설었다. 그러나 피카소가 세상을 그린 방식을 응원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피카소의 열혈 팬이자 애호가인 알프레드 바(1902~1981)였다. 단 한 명의 열혈 팬…그의 시선은 옳았다1929년에 개관한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10년 후 현재의 위치인 미드타운에 새 미술관을 개관했다. 새 미술관을 개관할 때 가장 공을 들인 작품은 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이다. MoMA의 초대 관장인 바는 “이 작품은 현대 미술의 이정표가 될 획기적인 작품”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사회를 설득했다. 피카소를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라고 추앙한 그의 설득에 이사회도 동의로 돌아섰지만 문제는 자금이었다. 현대미술관의 선택은 에드가 드가(1834~1917)의 작품을 내어주고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전시되자 악평이 쏟아졌다. 잔뜩 기대하고 온 관객들은 너무 무성의하고 낯선 ‘아비뇽 아가씨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작품에서 뭘 보라는 것인가’, ‘휘갈겨 쓴 낙서에 수천 달러를 지불한 건가’, ‘작품 구매 과정에 의혹이 있다’며 혹평이 이어졌다. 수십 년이 지난 현재 MoMA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이 꼽힌다. 팔지도 않겠지만, 일단 작품가는 12억 달러, 한화로는 약 1조 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1930년대 관객과 평단에서 원성을 감수한 바의 안목이 결국 인정받은 것이다. 피카소는 이 작품으로 큐비즘을 창시했으며 20세기 현대 미술 최고의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열혈 팬인 바의 예측은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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