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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전국 일본의 피해망상, 극우 망령을 낳다

    패전국 일본의 피해망상, 극우 망령을 낳다

    “패전 후 북한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대표적인 놀이 중에 ‘마담 다바이’와 ‘야미부네곳코’가 있다. 마담 다바이는 러시아어로 ‘부녀자를 내놓으라.’는 뜻으로 소련군이 일본인을 협박할 때 항상 내뱉던 말인데, 이것이 어느새 아이들의 놀이 소재가 됐다. 놀이 방식을 보면 사내아이들이 나무로 깎은 권총을 쥐고 ‘마담 다바이, 다바이.’라고 외치며 여자아이들을 쫓아가 둘러싸는 것이다. ‘야미부네곳코’는 일종의 촌극놀이로, 직역하면 도둑배놀이라는 뜻이다. 일본인이 몰래 배낭을 메고 도둑배에 올라타면, 이내 사이렌이 울리고 조선인 보안대원이 나타나 배를 둘러싸고 밀항자를 체포하는 모습을 흉내낸 놀이였다.” “남한의 일본인보다 불쌍한 북한의 일본인, 북한의 일본인 중에서도 제일 불쌍한 만주 피란민이라는 등식은 일본 귀환항에 도착하는 순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단적인 예로 해외 일본인들은 점령군으로부터 ‘선량한 처자’를 지키기 위해 게이샤와 창기들로 위안대를 삼고자 했으나 본토에 도착한 순간 결국 모든 부녀자는 외지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똑같은 취급을 받았다. 사춘기 소녀부터 폐경기의 부녀자까지 귀환항 트랩에 올라 부인과 검사대에 눕는 순간, 이들은 동포로부터 받는 멸시와 차별이 얼마나 깊은 상처로 자리잡는지 절감했다.” 이 문제는 곤혹스러운 점이 있다. 결국 지배, 억압, 통치, 전쟁은 그것으로 이득을 누리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행복한 기억일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일본의 문제라면 달라진다. ‘일본인 역시 피해자’라고 하는 순간 ‘아니, 그놈들이 한 짓이 있는데 그까짓 몇 가지 예외적인 것 때문에 징징댄단 말인가?’라는 반론이 툭 튀어 나온다. ‘화냥년’을 떠올리게 하는 ‘히키아게샤’(引揚者·전후 일본으로 돌아온 귀환자)의 처지건만, 이런 고민에 대한 반론 역시 박근혜식 한마디면 끝이다. “위안부는요?” 이러니 2차대전 말 일본 국내외의 비참한 풍경을 묘사한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물의 묘’, 미국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같은 작품들이 한국에선 친일이라 비판받고 개봉을 못하기도 한다. 만약 다른 시대, 다른 나라, 다른 전쟁 이야기였다면 어땠을까. 이미 1980년대부터 유통됐음에도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와중에 이슈로 적극 부각된 ‘요코 이야기’도 매한가지다. 그래서 1945년 8·15 ‘패전’ 이후 일본으로 귀환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조선을 떠나며’(이연식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도 ‘역사 논픽션’임을 내세워 1차적인 담담한 서술에 주안점을 뒀다. 패망의 설움(?) 속에서 살아 남아야 했던 그들의 상황과 기억을 고스란히 쫓아갔다. 세 가지 점이 흥미롭다. 첫째, 늘 성가신 일본 우경화에 대한 조금 다른 각도의 대응법이다. 한일관계사 전문가인 저자도 일본인의 책임을 캐묻는다. 자기들의 피해만 과대포장하고 평화주의 운운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는 얘기다. 이 부분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해방 당시 원산중학교 학생이었던 가사이 히사요시라는 사람이 남긴 회고록이다. 가사이는 이 책에다 자기가 살았던 원산의 지도를 그려 뒀는데, 일본인들이 살던 원산부는 건물의 모양, 위치, 골목 이름 등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지만 한국인들이 살던 원산리는 그냥 먼 풍경으로 지붕 몇 개 대충 그리다 말았다. 해방 이전 일본인에게 조선인은 있지만 없는 존재였다는 의미다. 요즘 유행어로 번역하자면 일본인의 심상지도 속에서 조선인은 서발턴(subaltern·하위주체)이었다. 그러니까 일본인의 고통은, 눈 깔고 굽신대며 소리없이 오가던 조선인들이 어느 순간부터 허리를 쭉 펴고 똑바로 쳐다보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던 때부터 시작됐다. 지배와 가해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지배와 가해로 인한 이득의 기반 위에 서 있던 일본인 개개인이 가진 기억은 어쩌면 이런 일정한 한계 속에 갇혀 있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충격적이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분명 일본인의 피해와 한국인의 피해는 수준과 차원이 다른 문제지만, 그럼에도 일본의 우경화를 막기 위해 한국의 피해를 강조한 것 못지않게 일본인 너희 자신에게조차 결코 이로울 바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일본의 일자만 나와도 분개하는 한국인들이 흔히 내놓는 누구 피해가 더 큰가, 누구의 피해가 더 본질적인가라는 논점에 대한 비판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인의 피해가 더 본질적이었다고 연신 강조해두는 저자가 마지막 장 제목을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을 넘어서’로 붙인 까닭이 여기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두번째는 지금 현재 일본 우익의 내면풍경이다. 2차대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국력 차이는 점령군으로서의 태도 또한 차이나게 만들었다. 부유했던 미국은 일본인들의 조용한 원상복귀만 추진했던 반면 후진국이었던 소련은 만주와 북한에 있는 일본인 고급 노동력과 산업시설을 활용할 욕심에 사로잡혔다. 지금도 시베리아에는 이들의 강제노역으로 지어진 시설물들이 있다. 이때 동원된 이들은 지금 일본 우익 세력의 할아버지뻘 되는데, 지금 일본 우익 세습 정치인에게 러시아, 공산주의, 북한이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론 제국의 영광을 내걸었던 이들의 남루한 뒷모습이다. 이는 패전 직후 조선 내 일본사회 지도층의 구질구질한 행적에 대한 묘사에서 아낌없이 드러나 있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1962년 20만통의 항의 편지가 일본 총리실에 날아들면서 벌어지는, 해외 귀환자 배상문제를 둘러싼 일본 국내의 법적 논쟁을 다뤘다. 역시 국가와 민족의 이름을 강하게 내걸수록, 엉터리 사기극일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1만 48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커버스토리-日 전자산업의 몰락] TV·워크맨·캠코더·플레이스테이션 ‘세계적 히트’

    1979년 7월 1일 소니는 거실에 놓여있던 무거운 오디오 세트를 손바닥 크기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 ‘걸어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뜻으로 ‘워크맨’(Walkman)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재생기는 문법상 엉터리 영어였지만 출시 5년 만에 1000만대 판매를 달성, 당당히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에 올랐다. 워크맨은 2010년 단종될 때까지 전세계적으로 2억 2000여만대나 팔려 나갔을 뿐더러 출시 초기에는 당대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군중 속을 활보하는 젊은이를 일컬어 ‘헤드폰 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는가 하면, 개인주의를 뜻하는 ‘미이즘’(me-ism)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소니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것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 텔레비전이다. 브라운관 TV가 대중화되던 1970년대 소니는 전자총 3개를 도입한 ‘트리니트론’을 출시, 30년간 세계 TV시장을 석권했다. 뛰어난 화면 선명도와 최대 36인치에 이르는 대형TV까지 내놓으면서 1968년 출시 이후 2억 8000만대를 팔아 ‘캐시카우’(cash cow)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00년대 대중화된 디지털카메라와 가정용 캠코더도 소니의 작품이다. 소니는 1981년 빛을 디지털 신호로 압축해 저장장치에 기록하는 ‘마비카 시리즈’를 출시,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탄생시켰다. 상업화에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휴대용 전자기기의 전원장치인 리튬 충전지도 이때 함께 발명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USA투데이는 ‘미국인의 삶을 바꾼 제품’으로 휴대전화와 함께 리튬 충전지를 꼽기도 했다. 90년대 소니를 대표하는 상품은 플레이스테이션(PS)이다. 당시 닌텐도가 주름잡고 있던 콘솔게임 업계에서 소니는 고품질의 영상과 음향이 탑재 가능한 시디롬 타입의 신형 게임기를 선보여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았다. 2000년 이후에는 DVD를 탑재한 PS2와 휴대용 게임기인 PSP까지 출시, 전 세계적으로 3억 5000만대를 팔아치웠다. 60년대 TV, 70년대 워크맨, 80년대 캠코더, 90년대 플레이스테이션까지 소니는 전자업계의 ‘전설’을 써내려갔다. 파나소닉도 소니와 함께 일본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었다. 60년대 고도성장기 전세계를 무대로 전자산업의 부흥을 일으키면서 일본 경제를 세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주역을 맡았다. ‘메이드 인 재팬=고급’ 인식을 심어준 주인공이기도 했다. 특히 일본 패망 후 시작한 2평짜리 소켓 가게를 한 때 37개국 45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세계적인 전자그룹으로 변모시킨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경영의 신’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50년대 TV를 세상에 내놓았고, 당시에는 혁명에 가까운 전자레인지, 냉장고, 전기밥솥, 진공청소기, 전기담요 등을 잇달아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니, 파나소닉과 함께 세계 3대 TV 회사로 불렸던 샤프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전문 제조업체로, 2000년 이후 LCD TV 판매 호조와 함께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4년 가메야마 공장에서 생산된 LCD 패널은 초박형 TV를 만들어내는 최첨단 기술의 상징이었고, 만들어내는 즉시 전세계로 팔려 나갔다. 2007년 사카이 공장에서 생산한 LCD 패널은 그 해 세계시장에서 팔린 LCD TV 규모와 맞먹었다. 사실상 거의 독점했다는 얘기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원전부품 짝퉁 납품업체 1곳 추가 확인

    원자력발전소 엉터리 부품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민·관 합동조사단은 품질검증서를 위조해서 원전부품을 납품한 업체 한 곳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해당 업체는 퓨즈, 계전기 등 3개 품목 46개 부품을 영광 5호기에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위 관계자는 “품질검증서를 제출해야 하는 모든 종류의 부품에 대해 검증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검증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면서 “추가로 새로운 미검증 부품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부품 납품업체 8곳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품질보증서 60건을 위조해 237개 품목, 7682건의 제품을 납품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부품 납품이 집중된 영광 5, 6호기는 안전성 검증을 위해 현재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안전위 관계자는 “한수원 보고와 다른 내용이 있는 만큼 가동보다는 안전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방사청, K2 파워팩 ‘엉터리 선정’

    방위사업청이 육군의 차기 전차인 K2 파워팩(엔진+변속기)을 선정한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청은 독일산 제품을 선정하기로 미리 결론을 내린 뒤 심의를 진행했으며 실제 성능시험평가 과정에서도 국산 제품을 차별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 육군본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K2전차 파워팩 적용 실태’에 대한 공익감사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 방사청은 지난 4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 ‘K2 전차 초도양산 파워팩 적용 안건’을 상정하면서 K2에 처음 적용되는 해외 파워팩의 엔진에 대해 이전에 양산 실적이 있었던 것처럼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 감사원은 “2007~2008년 시험평가에서 100㎞ 및 8시간 연속 주행 등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고 시험평가에서 전차기동 및 시동 불가, 매연 과다 발생, 제동장치 고장, 오일 누유 등의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해외 파워팩은 연료 소모량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채 도입됐고 규격을 벗어난 과출력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과출력 현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방사청은 독일산 파워팩을 적용하기로 자체 결정한 뒤 국방과학연구소에 이를 뒷받침할 내용의 공문을 보내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감사원은 방사청장에게 공정한 과정을 거쳐 파워팩을 다시 결정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이와 함께 K2 개발 사업을 총괄해 온 사업본부장과 현역 준장인 사업부장에게는 강등을, 일반 공무원인 사업팀장에게는 정직을 각각 권고했다. 노대래 방사청장에 대해서는 주의 조치했다. 감사원이 현역 장성에 강등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안내관 6곳 균열… “관 파괴땐 핵분열 안 멈출수도”

    안내관 6곳 균열… “관 파괴땐 핵분열 안 멈출수도”

    원자력발전소 엉터리 부품 납품에 이어 핵심 부품에서 균열이 발견되면서 원전 관리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났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균열 사고를 고의로 은폐 혹은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9일 한수원에 따르면 영광 원전 3호기의 상단 제어봉 안내관(관통관)에서 모두 6곳의 미세한 균열이 발견됐다. ●문제 설비의 완전 보수에 1년 소요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제어봉 관통관은 원자로 헤드와 연결되는데 여기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은 심각한 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라면서 “한수원 등이 자의적으로 이를 알리지 않을 만큼 작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자로 헤드는 핵발전소 안전에 직결되는 핵심부품으로 미국 최대 핵사고로 기록된 2002년 데이비스 베시 핵발전소 사고도 이 부분에 문제가 발생해 일어났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도 “관통관이 만약 균열 때문에 파괴된다면 핵분열을 멈추게 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원자로 온도 상승 등으로 원전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또 손상된 틈으로 제어봉 주변의 뜨거운 물이 흘러들어 방사능 수증기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 중대한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균열을 일으킨 원인으로 원자로 핵연료인 우라늄의 핵분열로 뜨거워진 노심을 냉각하는 냉각수에 포함된 보론산(붕산)을 지목했다. 보론은 중성자를 흡수해 핵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1차 계통의 냉각수에 섞여 있는 붕산이 제어봉을 따라 원자로 상단 관통관을 부식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붕산은 중수로인 월성 1~4호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운영되는 가압경수로 19곳에서 모두 사용되고 있다. 한수원은 관통관 84개 중 균열이 발견된 6개 관을 용접을 통해 보강하기로 하는 한편 제작사인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등과 함께 균열의 원인을 파악 중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며 원자로 관통관이 붙어 있는 원자로 헤드 자체를 교체하는 게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 원전 전문가는 “부분적으로 관통관의 부품을 교체하는 선에서 끝난다면 2~3개월 뒤에 가동할 수 있지만 원자로 헤드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면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공정”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개혁 위해 원전 정보 개방해야” 한수원 관계자는 균열 발견과 관련, “지난 3일 관통관 균열을 발견했고 하루 뒤인 4일 지경부와 원안위 등에 구두로 보고했으며, 지난 6일 최종적으로 서면보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전 핵심 설비의 결함이라는 중대한 사고를 바로 보고하지 않고 하루가 지난 뒤 구두 보고를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또 지경부가 지난 5일 위조보증서 부품 사건을 발표할 당시에 홍석우 지경부 장관과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이미 관통관 균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은 “원전의 중대한 결함을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말한 지경부와 한수원이 발표를 미룬 것은 결국 사고를 은폐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지경위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은 위조보증서 부품과 관련,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지난 3월 부품 납품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를 KINS와 한수원이 알고 있었음에도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INS는 지난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영광 5·6호기에 대한 품질보증 유효성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Q등급의 계전기 구매과정에서 ‘이중대리점’(대리점의 대리점)을 통해 납품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수원의 조직 전체에 만연한 은폐와 비밀주의 문화를 걷어내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며 “한수원의 개혁을 위해 시민단체와 외부 전문가에게 원전의 폭넓은 정보공개와 사고 진상조사 참여 등 원전의 실상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부품검사 없이 허위 보증서로 통과…타 원전에도 짝퉁 공급 가능성 높아

    부품검사 없이 허위 보증서로 통과…타 원전에도 짝퉁 공급 가능성 높아

    원전의 짝퉁 부품을 둘러싼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늑장 대응뿐 아니라 사건 축소, 영광 5·6호기 외에 다른 원전에 짝퉁 부품 공급 가능성 등 후폭풍이 거세다. 급기야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수원 사장 사의 표명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한수원의 안전성품목(Q) 등급 납품업체 20여곳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행되면서 영광 5·6호기뿐 아니라 다른 원전에도 짝퉁 부품 공급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칫 다른 원전의 가동 중단 사태로 이어지면 전력대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품질보증서는 위조가 쉽고 이미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따라서 한수원이 전수조사를 한 8개 업체 말고도 추가로 더 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원전이나 발전시설의 중요 부품은 업체 등록과 실사, 공인시험성적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짝퉁 부품을 가리는 것이 정석이지만 한수원은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달랑 한 장의 보증서에 모든 것을 맡겼다.”고 말했다. 또 ‘위조대행업체’도 사건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조사하면 어느 업체가 위조 보증서 등을 사용했는지 쉽게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조대행업체는 한수원과 수주 계약을 체결한 납품업체에 ‘납기를 쉽게 맞추고 검증서 발급 비용 300만원을 줄일 수 있다’며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지난 9월 21일 보증서 위조 제보 전화를 받고, 이달 1일까지 40여일 동안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지난 5일 안전성품목(Q) 등급 납품업체 30여곳을 조사해 8곳에서 60개 위조 보증서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에 국정감사가 있었지만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은폐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국장은 “원전의 핵시설을 제어하는 중요한 곳에 불량품이 쓰였는데도 당장 가동을 멈추지 않고 40여일 동안 자체 조사를 했다는 것은 국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위조대행·납품사 커넥션 주목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권동일 안전위 위원과 이준식 서울대 교수를 공동단장으로 하는 58명의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 8일부터 본격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조사단은 2002년 일반규격품 품질검증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용된 부품은 전수조사하고, 주요 안전설비에 설치된 부품도 샘플을 채택해 조사하게 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고양시, 퀴퀴한 ‘청소용역 선정’

    경기 고양시가 관련 법규를 어겨 가며 가로청소 용역 업체를 선정하고, 낙찰 방법을 잘못 적용해 예산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에 따르면 시는 지난 6월 공개모집으로 3개 구별 가로청소 위탁사업자로 ㈜여명산업, 동산자원, ㈜깨끗한도시 등 3개 업체를 협상에 의한 낙찰자 결정방식으로 선정했다. ●공무원 심사과정 입김 가능성 이 과정에서 시는 모집공고를 시 홈페이지에만 게시하고 업체들이 모니터링하는 나라장터에는 올리지 않아 지방계약법을 어겼다. 협상에 의한 낙찰자 선정은 전문성과 기술성, 창의성 등이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가자격도 공고일 현재 고양시에 주소를 둔 개인이나 법인으로 부당하게 제한했다. 모집공고와 업체 선정과정도 엉터리였다. 공고기간이 40일인데 13일로 제한했고, 제안서 내용·평가요소와 방법 등 공고에 낼 사항을 누락했다. 마감일로부터 40일 이전에 하도록 한 사업설명회도 13일 전에 개최했다. 또 공고문에는 민간위탁 적격자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협상을 거쳐 계약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관련 공무원 6명이 1차 심사(60점)를 한 뒤 민간심사위원들이 2차 심사(40점)를 해 업체 선정에 공무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이 밖에 공고 당시 공개된 3개 업체의 6개월치 용역비는 22억 5000만원이었으나 실제 계약금액은 22억 9320만원으로 4320만원 더 많았다. 참가업체들이 보통 예정가격의 87.745%로 응찰한다고 가정하면 3억 1890만원 더 많게 계약해 시 재정손실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승계 때문에 고양시 업체로 한정했고, 주요 책임자들이 3월에 부임해 일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면서 “1차 심사에 공무원들이 참여한 것은 현장실사를 위해 해야 했고, 계약금액이 높아진 것은 물가상승률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감사담당관실은 “내년도에는 지적사항을 개선하도록 해당 부서에 통보했으며 올해 사항에 대해서는 추후 정밀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 미화원 “임금인상” 총파업 한편 경기지역 15개 지자체 소속 환경미화원·청사관리원·도로보수원 등의 무기 계약직 1000여명은 이날 평택시청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갖고 8일 오전 9시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 민주연합노동조합 경기지역 조합원인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지자체와 임금인상, 결원 시 신속 채용, 청소용역 민간위탁 중단 등을 요구하며 9차례 교섭과 3차례 조정과정을 거쳤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은 9.3%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양, 수원 등 해당 지자체들은 대체인력 투입 계획을 세우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엉터리 원전부품보증서 15일이나 ‘쉬쉬’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소에 엉터리 부품이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보름 가까이 가동 중지 등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원전에 규정 부품을 사용하지 않아 최악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원전 당국이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7일 한수원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사건 개요 및 경위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19일 해외 품질검증기관으로부터 부품 품질보증서 2건이 위조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사건이 공개된 지난 5일보다 보름 앞서 원전 부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한수원이 파악한 것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지난달 22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체 감사 등을 이유로 사실을 확인한 지 일주일이 지난 지난달 26일에야 지경부에 사건을 보고했다.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은 “국정조사를 통해 원전 관리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경부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실을 공개한 것도 한수원 보고를 받은 지 열흘이 지난 뒤인 이달 5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날에야 원전의 안전을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를 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영광 5·6호기 올스톱… 겨울 블랙아웃 초비상

    영광 5·6호기 올스톱… 겨울 블랙아웃 초비상

    원자력발전소에 품질을 검증받지 않은 엉터리 부품들이 10년 동안 버젓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업체들이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사실이 한 납품업체 직원의 폭로로 확인되면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 부처의 원전 관리에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에 따라 이들 부품이 많이 사용된 영광 원전 5·6호기가 부품 교체를 위해 올해 말까지 가동을 중단, 겨울철 전력 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부품 납품업체들이 제출한 2003~2012년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품질보증서 60건이 위조된 것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보증서를 위조한 업체는 외국사 1곳 등 모두 8곳이다. 납품된 부품은 237개 품목에 7682개 제품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8억 2000만원어치에 달한다. 미검증 부품은 퓨즈, 스위치, 다이오드 등 ‘안전성품목’(Q등급) 대체품인 ‘일반 산업용’ 품목들이었다. 한수원은 2002년부터 원전 부품 중 Q등급 부품 확보가 어렵게 되자 일부 부품에 한해 일반 산업용 제품을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거쳐 Q등급 제품으로 인정, 사용해 왔다. 납품업체들은 이런 허점을 노려 평가서를 조작한 것이다. 엉터리 부품은 영광 5호기(3547개)와 6호기(2590개)에 대부분(투입률 98.4%) 들어갔고, 3호기(31개)와 4호기(20개), 울진 3호기(45개)에도 일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경부는 올해 말까지 발전용량 100만㎾급인 영광 5·6호기의 부품 교체와 안전 점검을 위해 가동을 정지했다. 또 해당 업체 8곳에 대해 광주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미검증 부품들이 원전의 핵심 부품은 아니지만 안전성 등을 고려, 문제의 부품을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대형 원전 2기가 가동을 멈추면서 지난달 29일 전원 차단기 조작 과실로 가동이 중단된 월성1호기(70만㎾급)가 설계수명 만료일인 이달 20일까지 연장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예비전력이 200만㎾ 이하로 떨어지는 등 올겨울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체에 대해서는 강제 절전 목표를 설정하고, 공공기관은 비상발전기를 총동원하는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전력 당국은 원전에 쓰이는 사소한 부품 하나도 정확히 점검할 수 있는 전수조사 시스템 도입과 책임자, 관련자에 대한 문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위조 부품’ 영광 원전 5·6호기 스톱] 납품업체가 제보… 부품 관리 전면조사

    국내 원자력발전에 엉터리 부품이 10년 동안 감쪽같이 사용된 것이 드러나면서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감독기관인 지식경제부의 책임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검찰의 수사와 함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에도 관심이 쏠리는 것은 납품업체들의 비리에 한수원 내부 직원이 연루됐을 가능성과 또 다른 부품들에도 검증서 위조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전의 운영 규제 및 안전관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원자력안전위는 한수원으로부터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제품을 공급받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뒤 부품 공급 관리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아무리 사소한 부품이라도 안전 위험성이 높은 원전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 고발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는 내부 직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직원을 한수원 본사와 원전 시설에 파견하고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또 민간 전문가와 함께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원자력안전위 관계자는 “1998년 이후 규제 자율화라는 측면에서 부품 납품에 대한 점검이나 관리를 한수원에 일임하고 책임을 맡겼다.”면서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 만큼 한수원이 외부에서 납품받는 다른 부품과 시스템에 대해서도 모두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이나 고발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지경부는 앞서 원전의 사고 은폐, 한수원 직원들의 납품비리, 원전 직원 마약 투여, 원전의 연쇄 고장에 이어 납품검증서 위조 사건마저 발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수원 직원들의 비리와 근무 기강 해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지경부가 사건의 책임을 한수원 측에 떠넘기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지경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납품업체 내부의 제보가 없었다면 구조적 병폐는 계속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책꽂이]

    ●모방의 법칙(가브리엘 타르드 지음, 이상률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노동의 종말’ 같은 저서로 널리 알려진 제러미 리프킨은 앞으로의 시대를 두고 ‘공감의 시대’라 불렀다. 이기적 유전자의 조종을 받는 인간들이 어떻게 서로의 뜻에 공감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일종의 모방에서 나오는 것으로 간주한다. 특히 남이 슬픈 표정을 짓거나 웃는 표정을 지을 때 자기도 모르게 그 표정을 따라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두고 과학자들은 ‘거울 뉴런’의 작동에 관심을 가진다. 남의 감정과 표정을 흉내내는 것이 공감이요, 그 공감 아래 협동적인 행동이 나올 경우 사회적 진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살아서는 에밀 뒤르켐과 호적수였던 사회학자였으나 죽은 뒤 곧 잊혔다가 이런 맥락에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학자다. 저자는 모방을 두고 ‘반복과 변이’라 표현하는데 언뜻 ‘차이와 반복’이란 표현이 떠오른다. 소셜네트워스서비스(SNS) 시대에 대한 통찰에도 적용할 수 있다. 2만 8000원. ●사통(史通)(유지기 지음, 오항녕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의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물을 훼손했느냐, 다른 하나는 논란이 있다고 해서 바로 전임 대통령의 기록물을 공개해야 하느냐다. 저자는 당나라 시대 학자로 사관으로 일하다 이처럼 엉터리 같은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분개해 이 책을 지었다. 사기, 한서 같은 기존 역사서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물론이고 올바른 역사 서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를 다뤘다. 이번에 처음 이 책을 번역한 이는 널리 알려진 대로 조선문명의 폐단 대신 장기 지속의 힘에 천착하는 학자다. 따라서 그가 방대한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조선의 지식인들이 유지기의 문제의식과 맞대결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 보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읽힌다. 5만원. ●당신, 이제 행복해도 됩니다(오미정 지음, 시드페이퍼 펴냄) 싸이, 김제동, 윤도현 등 19인의 스타들이 ‘행복’이라는 화두를 놓고 이야기한다. ‘강남스타일’로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싸이는 대마초 사건과 군대 재입대 등으로 누구보다 힘겨운 시절을 겪었다. 하지만 그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비결은 바로 긍정적인 생각이다. 그는 “가장 힘든 순간에도 즐거운 것을 찾는다.”고 말한다. 이 밖에 자신감 하나로 역경을 이겨낸 바비킴의 이야기, 긍정 마인드로 똘똘 뭉친 허각 등의 진솔한 이야기가 인터뷰 형식으로 실려 있다. 1만 2800원. ●기다리다 죽겠어요(이애경 지음, 터치북스 펴냄) 인생의 반쪽을 찾아 헤매다가 지친 싱글 여성들을 위한 연애 및 결혼 지침서. 가수 조용필의 ‘기다리는 아픔’, 윤하의 ‘오디션’ 작사가이자 음악잡지 편집장 등을 거친 저자는 결혼 문제로 힘겨워하는 여성들에게 때론 따끔한 조언과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1만 2800원.
  • 지자체 일본어 홈피 이것은 아니무니다

    ‘서울(京國), 이철환 당진 시장(市場), 제주 도청(盜聽), 도지사(道支社), 부지사(部知事), 충청북도(忠靑北道)….’ 지역 홍보와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일본어 홈페이지 상당수에서 이처럼 터무니없는 ‘엉터리’ 표기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영복(84) 전 경상북도관광협회 전무이사는 225개 지자체의 일본어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지역·직책명의 일본어 표기가 정확하지 않고 일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올리는 등 숱한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15일 밝혔다. 최씨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시청 등 24곳은 자기 지자체 이름을 틀리게 표현했다. 경북 예천군청은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을 ‘경국’(京國·북한 사전에 나오는 표현)으로 썼다. 경기 의왕시청, 충남 당진시청, 전북 익산시청 등은 시의 대표를 뜻하는 시장(市長)을 장 보는 ‘市場’으로, 충남도는 안희정 도지사(道知事)의 직책을 ‘道支社’로 각각 표기했다. 남양주시청은 ‘남양주(南楊州)’를 ‘南揚州’로, 충청북도청은 ‘충청북도(忠淸北道)’를 ‘忠靑北道’로 표기했다. 경기도청은 도에 속한 의왕시(義王市)를 ‘儀旺市’로 썼다. 또 구청장은 일본어로 ‘?長’이지만 정확히 표기한 지자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주도는 도청(道廳)을 몰래 듣는다는 의미의 ‘盜聽’으로 바꾸어 번역하는 등 오류가 많아 ‘세계가 찾는 제주·세계로 가는 제주’라는 홈페이지 표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런 오류는 일본어 전문가들이 아닌 포털의 자동번역기, 또는 홈페이지 제작업자들이 의뢰한 무자격자들이 번역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홈페이지 제작업체에 용역을 주면서 외국어 홈페이지도 같이 의뢰한다.”며 “그 업체가 전문번역업체에 실제로 의뢰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4개 지자체의 일본어 번역을 맡은 대학 번역센터의 한 관계자는 “높은 홈페이지 번역 입찰경쟁으로 떨어진 단가에 맞추다 보니 전문번역가보다 일문과 대학생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어 통번역전문가 이남희씨는 “지자체 홈페이지를 보니 일본어 전문가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실수들이 많이 보인다.”며 “번역자의 일본어 수준이 낮거나 (일일이 맞는지 대조할 수 없는) 자동번역기를 이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檢, 내곡동 사저 사실상 눈치보기 부실수사 인정…특검, 靑실무자 배임죄 기소할까

    檢, 내곡동 사저 사실상 눈치보기 부실수사 인정…특검, 靑실무자 배임죄 기소할까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책임자의 자충수 발언이 나오면서 다음 주부터 본격화할 특별검사팀의 수사 및 사법처리 향배가 더욱 주목받게 됐다. 검찰 스스로 대통령 일가에 책임이 돌아가는 게 부담스러워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에 특검 수사의 강도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최교일(50·사법연수원 15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8일 기자단 오찬에서 “(사저 매입 실무자를 기소하면) 배임에 따른 이익 귀속자가 대통령 일가가 된다. 이걸 그렇게 하기가….”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9일 최 지검장은 신임 서울고검장 취임식 등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최 지검장에 대해 “엉터리 수사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광범(53·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는 이날 오전 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특검은 오는 15일쯤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검팀 규모는 특검과 특검보 2명, 특별수사관 30명 이내다. 최 지검장이 청와대 측의 배임을 사실상 인정한 만큼 결국 특검의 수사 방향도 김태환씨에 대한 배임죄 적용 여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고 김씨를 배임죄로 기소할 경우 배임에 따른 이익 귀속자인 시형씨에 대한 기소도 뒤따르게 된다. 이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의 핵심 쟁점은 청와대 경호처가 이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와 공유형태로 부지를 매입하면서 각각 부담해야 할 가격을 시가와 달리 정한 것을 배임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 6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김씨는 내곡동 사저 부지로 2600㎡(약 788평)를 매입하면서 토지 구획을 나누지 않고 매도인으로부터 총 54억원에 구입했다. 이후 토지 가운데 경호동을 제외한 사저에 해당하는 463㎡(약 140평)를 시형씨가 11억 2000만원에 매입했고 이를 통해 시형씨는 6억~8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수사 발표 당시 검찰은 시형씨가 6억~8억원의 이득을 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호동 부지의 지목이 향후 대지로 바뀌어 가치가 올라갈 것을 감안해 분담 비율을 결정했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에 손해를 끼치려 한 범죄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씨와 시형씨 등 관련자 7명 전원을 무혐의로 결론 냈다. 즉 부지 매입 과정에서 시형씨가 얻은 이득만큼을 경호실이 국가 세금으로 메웠지만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김씨에 대한 배임죄도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좌세준 민변 사무차장은 “변호사로서 어제 최 지검장의 발언이 실언이었다 할지라도 내용적으로는 정확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김씨가 시형씨가 매입하는 사저 부지 대금을 저평가해 제3자인 시형씨에게 수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면서 국가에 손해를 끼친 만큼 김씨에 대한 배임죄는 성립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국가보조사업 2건중 1건 ‘엉터리’

    국가보조사업 2건중 1건 ‘엉터리’

    교육과학기술부의 영어능력평가시험(NEAT) 개발·운영 사업에는 2008년부터 해마다 수십억원의 국고가 지원된다. 내년에도 46억 6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이다. “문제풀이 위주의 수능 영어를 대체해 보라.”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추진된 사업이다. 시작이 졸속이다 보니 어떻게 활용할지 타당성 검토조차 거치지 않았다. 게다가 1급 시험은 민간 컨소시엄을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여서 특혜 논란 소지도 있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같이 엉터리로 추진되고 있는 국고보조사업이 141개나 된다. 재정부는 국고보조사업을 둘러싸고 예산 낭비 등의 비판이 잇따르자 지난해 시범평가를 한 데 이어 올해 처음 정식 평가를 벌였다. 그 결과 평가 대상 304개 사업 가운데 ‘합격’(정상 추진) 판정을 받은 사업은 163건(54%)에 불과하다. 두 개 가운데 하나는 미흡(46.4%) 판정을 받은 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방식을 바꿔 추진 104개 ▲단계적 폐지 11개 ▲단계적 감축 14개 ▲통폐합 6개 ▲즉시 폐지 6개다. 부처별로는 교과부가 영어능력평가시험을 포함해 19개 사업(86.4%)을, 고용노동부가 4개 사업(80%)을 퇴짜맞았다. 영어능력평가시험은 평가항목 8개 가운데 법적 근거·재정지원 규모·추진방식·관리 감독 등 무려 6개 항목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교과부의 ‘한국공학한림원 지원’, ‘아태이론물리센터 지원사업’, ‘대학 자율역량 기반조성 사업’ 등도 목적이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사업으로 분류됐다. 내년에 12억 2400만원의 예산 지원을 요구한 ‘대학 자율역량 기반조정 사업’은 ‘대입제도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높인다’는 사업 목적과 ‘대학의 자율역량 기반을 조성한다’는 이름 자체가 모순된다. 평가단은 “사업 전체를 재설계하거나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법적 근거·추진 방식 ‘부적절’ 보건복지부의 ‘군인·전·의경 금연 지원’은 대표적인 전시성 사업으로 꼽혔다. 군인들이 담배를 끊도록 할테니 해마다 9억원을 지원해달라는 사업이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벌써 36억원이 지원됐다. 내년에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장병들의 금연율(48~49%)은 수년째 제자리다. 헛돈을 쓴 셈이다. 평가단 측은 “장병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대장이 신청한 일부 부대만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군 특성상 사업 진행에 대한 감시·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글의 가치 확산’도 국고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취급한 대표 사례로 지적됐다. 77개인 세종학당을 90여개로 늘리겠다며 올해(51억 300만원)의 두 배인 102억 1700만원을 요청했다. 평가단의 판정은 “이미 개소된 세종학당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데 무슨 확대냐.”는 핀잔이었다. 같은 부의 ‘생활체육 국제교류 지원’ 사업은 목적이 너무 추상적이고 수혜자가 모호해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사업 이름만 바꿔 국고보조금 중복신청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촌관광을 활성화시키겠다’며 내년에 27억 9400만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책정받고도 다 쓰지 못한 돈이 해마다 수억원에 이르고 ‘아름다운 어촌 찾아가기’, ‘바다 콘서트’ 등과 중복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통폐합 판정을 받았다. 산림청의 ‘백두대간 보호’ 사업도 ‘산림복원’ 사업과 합쳐질 처지에 놓였다. 재정부는 평가결과를 토대로 예산 지원 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당장 84개 사업은 조건부 존치 또는 폐지해 1455억원을 절감할 계획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용어 클릭] ●국고보조사업 혐오시설·주민기피시설을 설치하거나 전국적인 공공서비스가 필요할 때 국가가 아닌 기관이 벌이는 사업에 나랏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1년 10월 시행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의 타당성 검사를 3년에 한번씩 받아야 한다.
  • [사설] 세금 2조원 퍼줘도 겉도는 민자 SOC사업

    정부가 지난 10년간 민자(民資)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의 ‘수입보전’을 위해 쓴 세금이 2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국토해양부가 국회 국토해양위 문병호 의원(민주통합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5개 민자 도로·항만사업에 최소수입운영보장(MRG)으로 2조 897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수요를 엉터리로 예측하고 과다하게 수익을 보장해 준 탓에 해마다 막대한 혈세가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MRG가 10~20년이나 남은 8개 민자 고속도로에는 앞으로도 국고에서 수조원을 더 보태주어야 한다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가장 심한 곳은 인천공항고속도로다. 이 회사를 운영 중인 신공항하이웨이(주)에는 벌써 MRG 7909억원에다, 면세차량 지원비 등 국고보조금이 1조원 넘게 들어갔다고 한다. 2001년 당시 총투자액(1조 4600억원)에 대한 수익률을 20년 동안 9.7%로 보장하는 바람에 매년 모자라는 수익 1000억원씩을 재정에서 꼬박꼬박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자금 재조달과 부대사업 활성화, MRG 기준 축소, 연계 교통망 확충을 통한 통행량 증가를 유도하면 지원 금액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한가한 해명이요, 편리한 해법이다. 애초부터 주먹구구식 정책 결정이나 수요 예측에 대한 책임을 엄정하게 물었다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자 SOC사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덜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 경감과 편의 증진을 위해 긴요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게 항상 문제다. 민자사업을 정치적 선심으로 밀어붙이는 행태도 없어져야 한다. MRG가 민간제안사업의 경우 2006년, 정부고시사업은 2009년에 폐지되긴 했으나 사업의 추진과 수요 예측에 대해 ‘개인 및 기관 실명제’를 도입해 책임 소재와 감시·감독 체계도 강화해 놓을 필요가 있다.
  •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문제는 ‘포용’이야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문제는 ‘포용’이야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대런 애스모글루·제임스 로빈슨 지음, 최완규 옮김, 시공사 펴냄)라는 질문은 경제학에는 별로 안 어울려 보인다. 아니 질문 자체가 난센스처럼 보인다. 경제학적 입장에서 보자면 국가라는 것은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인데 거기다 대놓고 왜라고 묻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에 몸담고 있는 경제학자, 정치학자임에도 두 저자는 이렇게 말해 뒀다. “그간 경제학은 정치적 문제들이 이미 해결됐다고 가정”해 왔고 “경제학이 사회과학의 꽃일 수 있는 이유는 이미 해결된 정치 문제를 연구 분야로 삼기 때문”이라고. 정치적 설명이 전제되지 않은 경제적 설명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저자 가운데 대런 애스모글루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올지 모르겠다. 예비 노벨경제학상이라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2005년에 받은 애스모글루는 급격한 성장을 등에 업고 ‘중국의 시대’라는 주장이 들불처럼 번져 나갈 때 이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스타로 떠오른 학자다. 애스모글루의 주장은 간단하다. 정치적 민주화 없는 경제 성장은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런 경제 성장은 성장 자체를 갉아먹든지, 정치적 격변을 겪고 무너지든지 둘 중 하나밖에 없다고 봤다. 중국의 성장이 아무리 대단해 보여도 정치적 제도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경고다. 중국 인권이 어쩌고 떠들어 대며 잘난 척할 필요 없다. 부마항쟁과 10·26사태가 그 생생한 증거물이요,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를 두고 백낙청 교수 같은 이가 요즘 시대에 어차피 재활용되지도 못할 거 ‘지속 불가능한 성장’이란 딱지를 붙여 내다 버리자고 제안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동부 지역 지식인답게 저자들은 대서양을 중심으로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사례들을 서술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한국에 대한 평가는 여기저기 단편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저자들은 박정희 시대 한국의 성장에 대해 평가는 하면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아뒀다. ‘한국의 사례처럼 착취적 정치제도에도 불구하고 경제제도가 포용적 성향을 띤 덕분에 성장이 가능’했다손 치더라도 “경제제도가 더 착취적으로 바뀌어 성장이 멈춰 버릴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사실 독재 ‘덕분에’ 성장한 것인지, 독재에도 ‘불구하고’ 성장한 것인지는 어쩌면 컵 속에 물이 반‘이나’ 남았는지, 반‘밖에’ 남지 않았는지와 비슷할 문제일는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성장했느냐가 아니라 그 성장이 지속 가능하느냐이고 지속 가능성은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줬느냐에서 판가름난다. 톡 까놓고 얘기하자면 이런 논지는 비교적 흔한 편에 속한다.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이후 10여년간 노벨경제학상 수상 경향을 바꿔 놓았다고 평가받는 인도계 미국인 아마르티아 센 같은 이는 경제학자임에도 그 어떤 경제학적 법칙보다 ‘정치적 자유’를 최우선에 놓는 다. 이 외에도 경제학 교과서의 수학적 모델에서 벗어나 역사적 시야와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학자들에게서 숱하게 발견되는 논의다.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를 분석할 때 경제학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느냐 마느냐를 따지기 전에 정치적 세력 간 균형, 그러니까 노동자나 빈민 등 경제적으로 소외된 이들도 그런 경제적 인센티브를 누릴 수 있도록 적당한 정치적 권리를 분배받았느냐 하는 문제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1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말이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국가 단위에서 이뤄 보고 싶은 지도자는 “10만명에게 고루 기회를 줘야 1명의 천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논리임에도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어렵지 않게 쓰인, 평이한 수준의 세계사 책처럼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역사적 시야와 현장 경험을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경제학자들의 책에는 경제학적 논의가 빠질 수 없다. 아마르티아 센만 해도 ‘윤리학과 경제학’(한울아카데미 펴냄)에서 경제학의 뿌리가 도덕철학에 있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경제학의 역사를 되짚어 가고 장하준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펴냄) 같은 책에서 ‘해로드-도마모델’ 같은 얘기를 끄집어낸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경제학적 논의가 거의 없다. 물론 이중경제 모델이니 뭐니 하는 경제학적 논의가 들어 있지만 그보다는 중세 유럽의 역사에서 출발해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서유럽 3개국이 각기 다른 근대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또 이 문제를 재판농노제라는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었던 중부와 동유럽의 억압적 근대화와 비교해 준다. 역사적 사실을 최우선에 놓고 경제학적 관점을 간간이 집어넣는 방식이다 보니 경제학 책이라기보다 교양 세계사 책으로 읽힌다. 요즘 세상에 방귀깨나 뀐다 싶은 국가들의 발전사는 다 훑고 있으니 이것만 진득하게 봐도 읽을거리는 넘친다. 다른 하나는 ‘우연’에 대한 강조다.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진 역사의 갈림길에는 어떤 요인이 작용했느냐는 질문에 저자들은 “당대 힘의 균형은 물론 정치적 실현 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기존의 정치, 경제 제도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역사적으로 미리 정해진 필연이 아니라 우발적인 것이다.”라고 답해 뒀다. 쭉 이어져 온 역사적 무게가 있고 이 무게는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어디로 향할 수 있는가를 두고 각기 다른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핵심 키워드로 삼는 것은 ‘결정적 분기점’, ‘제도적 부동’ 같은 것이다. 제도적 부동은 생물학에서 말하는 ‘유전적 부동’에서 따온 용어인데 진화의 맹목적성을 감안하면 이들이 경제 발전에 있어 우연적 요소에 얼마나 무게를 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설명 방식은 아주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어떻게든 논리관계를 찾아내야 안심이 되는 인지적 편안함을 위해 안경 쓰라고 귀를 두 개 만들었다는 식의 엉터리 설명이라도 들으려는 일반인들의 상식을 깨 준다는 점에서 그렇고, 개념을 설정하고 그 개념들 간의 인과관계를 수립하는 데 주력하는 사회과학자의 모습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경제 발전에 지리적 위치를 강조하는 제레드 다이아몬드, 문화적 차이를 중시하는 막스 베버, 똑똑하고 잘난 선진국 경제학자들이 잘 가르쳐 주기만 하면 가난한 나라도 부자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을 다 비판해 뒀다. 그 가운데 제레드 다이아몬드에 대한 비판이 흥미로운데 그의 책 ‘총, 균, 쇠’(문학사상사 펴냄)를 재밌게 봤다면 한번 참고해 볼 법하다. 2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인생 75년…‘배뱅이굿’ 무형문화재 이은관 옹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인생 75년…‘배뱅이굿’ 무형문화재 이은관 옹

    거침이 없다. 결코 쉬는 일도 없다. 남성의 바리톤 같은 저음에서 여성의 소프라노 목소리까지 시공을 뛰어넘으며 우리 가락을 잘도 버무려 낸다. 때로는 웃음과 슬픔, 때로는 깊은 곳에 묻혀진 회한을 꺼내 달래고 어루만진다. 희로애락, 그 가슴을 후벼파고 쥐어짜기도 한다. 95살, 5년 후에는 100살이 된다. 서도소리 명인 이은관(중요무형문화재 29호)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배뱅이굿’을 가장 잘 부른다. 현재까지 ‘배뱅이굿’에 관한 한 그를 따를 자가 없는 명창이다. 그 나이에도 여전히 제자를 가르치고 매달 4~5회씩 공연을 하는 등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 주변에 위치한 ‘이은관 민요교실’을 찾았다. 이 선생은 제자 전옥희(배뱅이굿 이수자)씨와 함께 앉아 다음 공연에 대해 얘기하다가 “내가 다리가 조금 불편해서 일어서지 못해 미안하다.”며 앉은 채로 반긴다. 빨간 티셔츠에 짙은 회색 상의 차림이어서 그런지 한복을 입었을 때보다 훨씬 더 젊어 보였다. “오늘은 한복을 집에 두고 왔으니 뭐 어때. 이런 모습도 좋지 않아요?”라며 사진 촬영에 응했다. 대신 장구를 잡더니 공연 때 하는 것처럼 배뱅이굿 중 한토막을 즉석에서 흥겹게 읊어댄다. “옛날 서울 장안에 이 정승 김 정승 최 정승 삼 정승이 재산은 많으나 아들 딸이 없어서 명산 대찰에 불공을 드려서 아들 딸 좀 낳아 보겠다고 삼 부인 삼 정승이 명산 대찰을 찾아가는데 삼 부인이 그냥 매일같이 아들 딸 낳게 해 달라고 빌고 정성을 드렸더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삼 부인이 아마 그달부터 뱃속에 뭐 하나씩 생겼던가 봐요. 하루는 말이요. 삼 부인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서 꿈 야기판이 벌어졌어요. 제일 먼저 이 정승 부인께서 한마디 해보이는데 아이고 난 저번에 꿈을 꾸었는데 그저 꿈에 하얀 백발 노인이 머리달비 한쌍을 주길래 그 달비 받아서 치마폭에다 배배 틀어연 꿈을 꾸었는데 어찌 그런지 요즘은 그저 머리가 자끈자끈 아픈게 그저 시큼털털한 개살구나 한 그릇 먹었으면 좋겠어~” 이 선생은 “이제 그만 됐습니다.”라고 할 때까지 한 호흡도 쉬지 않고 계속 이어나간다. 100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도대체 그런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하여 건강에 대한 얘기부터 나왔다. 이 선생의 웃음은 여전히 어린아이의 웃음처럼 해맑고 환하다. 그 자체만 해도 건강 유지 방법 중 하나이다. “나 말이오? 건강하죠. 그러니까 이때까장 노래부르잖아요. 전화 목소리는 잘 안들리고 가끔 다리가 아파서 걷는 것을 조심하고 있어요.” 병원에 입원한 적은 한번도 없으며 다만 건강검진을 위해 3일 정도 입원한 적이 있다고 옆에 있던 제자가 거들었다. 그렇다면 75년의 소리인생을 살아오면서 지금도 무대를 휘어잡는 진짜 건강비결은 무엇일까. “나는 말이에요. 생활이 규칙적이죠. 식사를 하루에 다섯 번 해요. 먹고 싶을 때 조금씩 다섯 번을 먹는 습관이 있어요. 소식이지요. 하루 세 끼가 아니라 다섯 끼이기 때문에 혼자서 해먹지요. 기본 반찬은 며느리가 갖다 주는데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동네 슈퍼에 가서 미리 사놨다가 혼자 요리를 해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선생의 자택은 서울 황학동이다. 사업을 하는 아들 부부가 2층에서 살고 이 선생은 아래층에 혼자 산다. 주로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원래 고기를 좋아해요. 소고기도 좋아하는데 돼지고기 사다가 김치에다 라면을 넣고 끓여 먹으면 아주 맛있어요. 그래저래 고기는 한 달에 20일 이상 먹는 편이지. 소식으로 여러 번 먹고, 또 고기를 자주 먹는 그런 습관이 30년이 넘었어요. 요즘에는 잠을 잘 자요. 낮이건 밤이건 자고 싶을 때 1시간이나 3시간씩 여러 번 잠을 자요. 밤에 자다가 일어나 출출하면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도 해 먹고 다시 자고 아주 편해요. 잠이 안 오면 악보 그리고 작사하고, 심심할 시간이 전혀 없어요(웃음).” 그는 지금도 작사 작곡을 한다. 세상에 드러내놓지 않는 자작곡(신민요와 민속민요)만 100여편에 이른다. 또 색소폰, 전자오르간, 아코디언 등 서양악기는 물론이고 피리, 가야금 등 대부분의 국악기도 다룬다. 이 선생의 말대로 ‘심심할 틈’이 도저히 없다. 올해는 어떤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 선생은 “나는 잘 몰라요. 우리 제자한테 물어보세요.”라고 대답한다. 옆에 있던 제자 전씨가 얼른 얘기한다. “10월 9일 소월아트홀(서울 행당동)에서 공연이 있어요. 제자들과 함께하는 무대이지요. 그리고 10월 16일 밀양에서 있고, 연말까지 10회 정도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선생님(이은관)의 열정은 정말 대단해요. 지금도 한 달에 큰 행사만 2~3회 정도 합니다.” 화제를 옛날 얘기로 돌렸다. 어떻게 소리를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이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신불출(만담가이자 연극인)의 ‘대머리 영감’이나 ‘엉터리’, ‘견우직녀’, ‘홍길동’ 같은 ‘유성기’를 동네 사랑방에서 어른들과 함께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농부였던 부친이 노래를 잘 불렀다고 회고한다. “아버님 따라 밭에도 가고 산에도 갔지요. 그때마다 아버님이 ‘나무하러 가세 나무하러 가세, 상상 마루에 올라가세’ 하는 산타령을 지게 작대기로 장단을 맞추면서 아주 잘 불렀어요. 내가 그걸 따라 부를 때마다 흥이 납디다. 아마 내 노래 소질은 아버님을 닮은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 배운 ‘학도야 학도야 청년 학도야’라는 창가,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 등의 동요를 불러 학예회에서 우등상을 받기도 했다. 17살 때 강원도 철원극장에서 콩쿠르가 열렸다. 주위의 권유에 못이겨 출전해 ‘창부타령’과 ‘사설난봉가’를 불러 일등상을 받았다. “그때 상을 받는 바람에 얼씨구나 하고 좋아했지요. 이젠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갔어요. 왜냐하면 서울에는 방송국도 있고, 서울에 가면 출세하는 줄 알았지요. 결국 어떻게 해서 경성방송국에 출연했어요. 그게 소문이 나서 더욱 우쭐했지 뭡니까. 고향에 다시 갔더니 여기저기에서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더군요.” 하지만 그는 노래실력을 탐탁잖게 생각했다. 수소문 끝에 황해도 황주에 있는 이인수 명창에게 찾아가 배뱅이굿과 서도소리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그는 “3개월 동안 스승님 집에서 먹고 자고 하며 노래를 배웠는데 아주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셨다.”면서 “재담이 아주 길고 다양하셨다.”고 술회한다. 이후 이 선생은 서울로 다시 와 조선가무단에서 유랑극단 생활을 했다. 이때 특유의 높고 고운 소리의 구성진 창법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1957년 양주남 감독의 영화 ‘배뱅이굿’에 출연해 배뱅이굿 1인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원래 배뱅이굿은 굿이 아니라고 이 선생은 강조한다. 남도의 판소리처럼 소리꾼이 장구 반주에 맞춰 배뱅이 이야기를 서도소리로 풀어내는 1인 창극이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탁발 나온 상좌중과 사랑에 빠진 정승의 딸 배뱅이가 상사병을 앓다 죽자 부모가 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팔도에서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데 건달 청년이 거짓 무당 행세로 횡재한다는 줄거리다. ‘배뱅이굿’은 경쾌하고 장조가 많은 특징이 있으며 이 선생이 이런 장단을 처음으로 정립했다.1984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는 슬하에 6남매를 두었다. 16살 차이 나는 맏딸만 먼저 세상을 떠났다. 가족 얘기가 나오자 잠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소학교 시절이었지요. 하루는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해서 선을 보러 말타고 20리를 갔습니다. 얼굴도 제대로 못봤는데 방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신부 목소리가 아주 곱더군요. 아이 셋 낳고 먼저 갔습니다. 내가 자식들 공부를 제대로 못 시켰어요. 그게 한이 됐지요. 출세하려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고 나중에 돈이 생기니까 ‘공부값’으로 자식들한데 얼마씩 주었습니다.” 그는 가족들과 매년 초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난다. 증손자까지 모두 20여명이라며 웃는다. 다복하지 않으냐는 표정이다. 인간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꿈이 있기 마련이다. “5년만 있으면 100살입니다. 남은 인생 잘 마무리해야지요. 뒤돌아보면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고 먼저 세상을 떠난 처가 생각납니다. 내가 제자를 많이 받아들이는 것도 그런 한이 있어서 그래요. 정신이 또렷할 때까지 열심히 가르치고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제자를 키우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민속악도 그냥 소리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악보를 보고 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일어섰더니 “추석 잘 보내시고 일어나지 못해 미안해요.”라며 파안대소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은관 옹은 고교시절 마을 콩쿠르서 1등 후 소리공부…‘배뱅이굿’은 이인수 명창에게 배워 1917년 11월 27일 강원도 이천에서 8형제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보통학교를 나온 뒤 철원고등학교 시절 마을 콩쿠르대회에 나가 ‘창부타령’과 ‘사설난봉가’를 불러 1등을 차지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과 황해도를 오가며 본격적인 소리공부를 했다. 14살 때 4살 연상과 결혼했지만 떠돌이생활로 소리인생을 시작했다. ‘배뱅이굿’과 ‘서도명창’은 황해도 황주에서 스승 이인수 명창에게 배웠다. 1957년 양주남 감독의 영화 ‘배뱅이굿’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1984년 배뱅이굿으로 중요무형문화재 29호로 지정받았다. 2002년 제9회 방일영국악상, 1990년 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지금도 한 달 평균 큰 행사만 2~3회를 치를 만큼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슬하에 6남매를 두었으며 서울 황학동에서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다.
  • 진료없이 숙식만… ‘모텔형 병원’ 적발

    서울경찰청 경제범죄 특별수사대는 돈을 주고 사들인 의사 면허로 엉터리 병원을 차린 뒤 진료를 하지 않고 입원만 하는 이른바 ‘모텔병원’으로 운영해 건강보험금 수십억원을 가로챈 병원 행정원장 최모(49)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6일 구속했다. 돈을 받고 명의를 빌려준 의사와 이 병원에서 입·퇴원서를 받아 30억원의 보험금을 가로챈 환자 등 244명도 각각 의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고령이나 치매 등으로 진료가 불가능한 의사들에게 월 500만~600만원씩을 주고 면허를 빌린 후 강남·송파구 일대에 병원 5곳을 차렸다. 현행법 상 의사, 한의사 등이 아니면 병원을 개설할 수 없다. 최씨 등은 이어 2008년부터 지난달까지 유명 병원에 홍보물을 비치하거나 직접 환자를 소개받는 수법으로 환자 230여명을 유치했다. 이들은 환자들이 입원해 치료받은 것처럼 가짜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억여원의 요양보험금을 받아 가로챘다. 경찰은 “최씨 등은 퇴원 후에도 대형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 지방 환자들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해 진료 없이 숙식만 제공하는 형태로 병원을 운영했다.”면서 “서울시내 대형병원 부근에 이런 모텔형 병원이 난립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추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법을 위반한 병·의원 등은 세무당국에 통보해 불법으로 취한 이익금을 환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부산지방국세청 성실사업자 선정 ‘엉터리’

    부산지방국세청이 유흥주점 대표 등을 성실사업자로 선정해 5년간 정기 세무조사를 면제시켜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31일 부산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및 세원관리 업무를 감사한 결과 이와 같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10~2011년 부산지방국세청 담당 16개 세무서에서 선정한 성실사업자 2만 1650명을 조사한 결과 선정할 수 없는 업종인 유흥주점 대표, 부동산 임대업자 등 273명이 성실사업자로 잘못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성실사업자란 소득세법에 따라 장부관리를 성실히 한 납세자를 5년간 정기 세무조사에서 빼 주는 제도로 주점업과 부동산임대업은 선정 대상이 아니다. 감사원은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장기계속 성실사업자로 잘못 선정된 273명이 앞으로 정기조사 대상에서 부당하게 제외되지 않도록 성실사업자 선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창원세무서가 2008년 1월 매립공사를 완료하고 나서 매립지를 선박건조 업무로 사용한 업체로부터 9억여원의 부가가치세를 징수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했다. 감사원은 공유수면을 메운 이 업체에 대해 가산세를 포함한 9억여원의 부가가치세를 즉시 징수하라고 조치했다. 정부로부터 받은 연구개발출연금을 연구·인력개발비에 포함해 과도한 세액공제를 받아 법인세 10억여원을 덜 내고 세액공제액 66억여원을 더 이월 받은 업체 76곳도 이번 감사원의 감사로 적발됐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사설] 혈세 기초연구비는 나눠 먹는 돈 아니다

    기초연구 지원 사업비로 투입된 연간 1조원이 ‘먼저 받는 사람이 임자’일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연구가 엉터리로 진행되거나 연구비를 유용해도 제재 등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서울신문이 단독으로 입수해 어제 보도한 ‘기초연구 국가연구개발사업 제재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집행된 3만 1817건의 과제 중 연구비 부당집행이나 연구결과 불량으로 제재를 받은 사례는 고작 95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보도대로라면 그동안 학계에서 떠돌던 ‘기초연구비는 눈먼 돈’이라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진상을 소상하게 공개하고 해명해야 한다. 또 연구비 횡령이나 유용, 부당집행으로 말미암은 연구비를 환수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알다시피 기초연구 사업은 우리나라 풀뿌리 기초연구의 저변을 넓히고 연구역량 강화를 통한 미래세대 양성이라는 목적 아래 진행됐다. 가시적인 성과도 낸 바 있다. 특히 선도연구센터나 창의적 연구사업에서 나온 논문의 질적 수준은 과학인용색인(SCI) 논문평균 피인용 횟수가 각각 5.95회, 10.23회로 세계 평균인 4.79회를 뛰어넘었다. 개인기초연구사업의 80%에 해당하는 일반연구자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한국형 그랜트(grant) 제도’를 도입해 최종 평가를 면제하는 등 미비점을 고쳤다. 기초연구비의 사후관리가 부실해서 연구비 수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하는 격이다. 학계와 연구계는 그동안 잘못된 연구과제 선정 및 평가 풍토와 연구비 지원을 통한 정부기관의 연구활동 통제를 지적해 왔다. 과제선정 과정에 검은 거래 의혹이 제기되거나 제출 과제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게 다반사였다. 심사위원이 무기명으로 심사하는 책임지지 않는 심사관행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강의 위주의 교수가 연구과제를 따내고서 연구는 조교에게 맡기는 풍토도 고쳐야 할 숙제이다. 연구교수제를 확대해 연구에만 전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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