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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이완구 총리의 ‘거시기’/진경호 논설위원

    ‘거시기할 때까지 거시기해 불자~!’ 2003년 나온 코믹영화 ‘황산벌’에 나오는 백제 장군 계백의 참 거시기한 대사 가운데 하나다. 대체 무슨 말인가. 어떤 게 거시기고, 뭘 거시기하나. 이 알 듯 모를 듯한 ‘거시기’ 미스터리는 영화 중반 신라군을 거의 패닉 상태로 몰아넣는다. 첩자가 염탐해 온 “머시기할 때꺼정 갑옷을 거시기한다”(이길 때까지 절대 갑옷을 벗지 않는다)는 계백의 말 한마디에 신라군 역관은 “암호 해독 20년에 이런 고난도 암호는 듣도 보도 못했다”며 울상을 짓고, 이에 김유신은 겁먹은 얼굴로 “거시기의 정체를 파악할 때까지 느그들 절대 총공격은 안된데이~”라며 전군에 비상 대기를 명한다. 표준말이건만 충청도와 전라도 사람들이 즐겨 쓰는 탓에 이 지역 사투리나 진배 없는 ‘거시기’는 그야말로 천(千)의 얼굴을 지녔다. 사전은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이자,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가 거북할 때 쓰는 군소리’라고 정의하지만, 실제로 쓰이는 용례는 훨씬 다양하다. 상황에 따라 그 어떤 뜻도 될 수 있다. ‘거시기’가 충청에서 특히 사랑받는 건 무엇이든 에둘러 표현하길 좋아하는 지역민들의 기질 때문일 것이다. 선거 때면 상당수 여론조사를 엉터리로 만들고 후보들의 속을 새까맣게 태울 만큼 제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다 보니 말투 또한 거시기한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충청도 말투’를 들먹였다.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이완구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야당 의원 물음에 “충청도 말투가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해명이 엉거주춤하게 들리는 건 뒤가 구리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충청도 말이 원래 애매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럴듯하지만, 한참 잘못된 말이다. 충청도 말투가 그토록 거시기한 건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거대한 지역 공동체의 오랜 유대감이 면면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굳이 말로 꺼낼 필요가 없을 만큼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거시기’라는 말 하나로 모두가 통하는 것이다. 외지인의 눈엔 속내를 숨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 서로는 속내를 죄다 터놨기에 다른 군말이 필요 없을 뿐인 것이다. 성완종씨와 만났다는 건지 아닌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이 총리의 말은 충청도 어법과 거리가 멀다. 계백의 ‘거시기해 불자’는 말이 나당(唐) 연합군에 맞서 “죽을 때까지 싸우자”며 불굴의 투지를 불태우는 말임은 모두가 알지만 이 총리의 어법은 충청 사람들도 모를 듯하다. 참, ‘황산벌’에서 김유신이 한마디했다. “강자가 살아남는 기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자인 기데이~.” 지금 이 총리가 이 말을 붙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사설] 자기 돈으로 생각하고 예산 알뜰히 짜라

    지난해 나라 살림을 결산해 보니 재정건전성 판단 기준인 관리재정수지가 29조 5000억원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43조 2000억원 적자 이후 가장 큰 폭의 적자라고 한다.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국가 부채는 93조원 늘어 12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지난해 결산안과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의결했다. 정부는 재원 배분의 합리성 제고 등의 3대 전략을 제시하면서 국고보조 사업부터 줄이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들어 나라 살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세수 부족은 만성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11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는데 2012년 이후 3년 연속이다. 올해도 결손이 예상된다고 하니 정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전임 현오석 경제팀은 재정건전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긴축 정책을 폈지만 최경환 경제팀은 확장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러다 보니 국채 발행 등을 통해 국가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려니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경기를 살리자니 재정이 나빠지는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확대는 때에 따라 필요한 정책이기는 하지만 방만한 재정 운용은 나라 경제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확장 정책을 쓰더라도 덮어 놓고 예산을 불필요한 곳에 마구 쓰라는 뜻은 아니다. 재정 확대를 외치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긴축 재정을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 부총리의 말대로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는 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적인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만들어 놓고 보면 활용도가 떨어지는 도로와 철도 등의 대형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꼼꼼히 따져 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예산 철이 되면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나라 살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 푼이라도 더 예산을 받아 내려고 ‘예산 부풀리기’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이런 무분별한 예산 타내기 경쟁은 더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 점점 더 악화되는 정부 재정의 현실을 인식하고 각 부처와 지자체는 자기 집의 가계부를 쓴다는 심정으로 허튼 예산을 요구하는 일을 삼가기 바란다. 기획재정부도 철저한 비용 효과 분석을 통해 예산 편성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국고보조 사업은 눈먼 돈으로 인식돼 예산이 줄줄 새 나가는 구멍이 되고 있다. 엉터리 사업, 선심성 사업으로 혈세를 남의 돈처럼 날리는 지자체에는 국고 지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벌칙’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복지 예산의 증가 등 돈 쓸 곳은 산적해 있다. 정부 재정이 단기간에 좋아지리라는 희망을 찾기도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을 꼭 필요한 사업에만 알뜰하게 편성해 낭비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야 경제 불황기에 찾아오는 예산의 ‘춘궁기’를 이겨 낼 수 있다. 더불어 언급할 것은 지난해 국가 부채 증가액의 절반을 차지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개혁이다.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정해진 기간 안에 개혁안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 엉터리 의료정보 남발 ‘쇼닥터’ 규제한다

     앞으로는 방송에 출연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술을 선전하거나 특정 건강기은식품을 홍보하는 이른바 ‘쇼닥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의사 신분으로 각종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과장·허위광고를 일삼는 소위 쇼닥터들을 규제하기 위한 ‘의사 방송출연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강도 높은 자정활동을 펴나가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의협은 이를 위해 의협 내에 ‘쇼닥터 대응 TF팀’을 구성, 방송출연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감시하도록 했다. 문제가 드러난 쇼닥터들의 방송활동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고, 결과에 따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의협 측은 “이번에 마련한 방송출연 가이드라인은 5가지 기본원칙과 그에 따른 세부지침으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의료인으로서 방송에 출연하여 국민들에게 건강정보를 안내할 경우에 보다 신중을 기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의사는 의학적 지식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하여야 한다 의사는 시청자들을 현혹시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의사는 방송을 의료인, 의료기관 또는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다 의사는 방송 출연의 대가로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아서는 아니 된다 의사는 의료인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등의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의협은 이번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쇼닥터 대응 TF 위원과 언론인, 윤리 전문가 등이 망라된 심의위원회도 구성할 방침이다. 추무진 회장은 “심의위원회에서는 문제가 드러난 쇼닥터에 대한 심의와 조치를 결정, 실행하게 된다”면서 “이와 함께 가이드라인 기본 원칙에 근거한 세부 규정을 마련해 징계가 결정된 의사 회원들에 대한 방송출연 금지와 함께 해당 방송사에 문제가 된 의사들의 방송 출연 자제를 요청하는 근거로 삼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무진 회장은 이어 “오는 4월 개최되는 세계의사회(WMA) 이사회에 이번 가이드라인 안건을 상정해 이를 국제적 기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영 의협 홍보이사(대변인)는 “국민건강 지킴이로서 잘못된 건강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부 쇼닥터들에 대해 의협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폐해를 바로잡고자 하는 취지”라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의사들의 방송 출연 기준이 되는 것은 물론 의료인들이 방송에 출연해 보다 신중하게 언행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사설] 제대로 못할 거면 ‘이달의 스승’ 선정 중단하라

    교육부가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한 12명 가운데 8명이 친일 의혹이 있는 것으로 그제 드러났다. ‘이달의 스승’은 지난해 8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지시로 시작된 사업이다. 존경받는 사도상을 정립하기 위해 독립유공자를 선정하듯이 매월 ‘이달의 스승’을 선정하겠다는 취지로, 3억 5000여만원의 홍보 예산이 책정됐다. 최규동씨가 첫 ‘이달(3월)의 스승’으로 선정됐는데 그의 친일 행적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교육부의 부실 검증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최씨는 죽음으로써 일왕의 은혜에 보답하자는 내용의 선동적인 글을 일제 관변 잡지에 썼다. 비난이 커지자 교육부는 소속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와 민간 기관인 민족문제연구소에 후보 12명에 대한 검증을 다시 의뢰했다. 그 결과 김교신, 안창호, 주시경, 이시열 선생을 뺀 나머지 8명에게 친일 행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교수 4명, 교사 3명, 교원단체 1명, 퇴직교원 1명 등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후보를 선정했는데 이들은 친일인명사전과 언론 보도만을 토대로 검증을 했다. 선정위원회는 애초 2000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받고도 세 차례 회의만으로 12명을 졸속으로 선정했다. 이번 사달의 단초를 제공한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선정위원회가 드러난 추가 의혹을 바탕으로 재검증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대로는 ‘이달의 스승’ 선정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 엉터리 검증을 한 현 선정위원회는 즉각 해체하고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 후보를 다시 선정한다고 해도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뿐이다. 사업을 재개하려면 각계각층의 추천을 받아 능력이 검증된 인사들로 선정위원회를 다시 꾸려야 한다. 선정 절차와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 누가 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를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흠결이 있는 인사는 제외해야 한다. 무엇에 쫓기듯 서둘러 결정할 일이 결코 아니다. 친일 논란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아킬레스건이다. 후손들의 명예도 걸려 있는 만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공적에 비해 사소한 잘못을 침소봉대해 친일파 낙인을 찍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명백한 친일 행각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에서든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된다. 친일 인사를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표(師表)라고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 가르치는 것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짓는 일이다.
  • 194억 묻지마 출자·깜깜이 직원 채용… 4조원 ‘빚더미’

    194억 묻지마 출자·깜깜이 직원 채용… 4조원 ‘빚더미’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지방공기업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기관도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공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의회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유급 보좌관제 도입이 무산되자 ‘의정연구센터’라는 출연기관을 세워 석·박사급 인력 27명을 채용, 사실상 유급 보좌관제의 편법 운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전국 출자·출연기관 540곳을 대상으로 감사한 결과 중복 운영, 사업 부실, 경영수지 악화, 부당 인사, 도덕적 해이 등 90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출자·출연기관은 처음 도입된 1998년 117개에서 현재 540개로 4.6배 이상 급증했다. 경기도 87개, 경북도 58개, 전남도 57개 순으로 많았다. 출자기관은 지자체가 1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컨벤션사업이나 농수산물 유통사업 등을 한다. 출연기관은 문화·장학·복지 등의 사업을 위한 기관 및 재단을 말한다. 출자·출연금이 6조 3000억원에 이르는 동안 자산이 불긴 했지만 부채 역시 4조 1574억원에 이르는 실정이다. 경기도의회는 2013년 17억 7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의정연구센터를 만들었으나 1년 동안 의회 차원의 연구·조사 요청은 1.8%에 불과했고 나머지 98.2%는 의원 개인에 대한 지원이었다. 출자법인을 세운 지자체 39곳 중 신안군 등 11곳은 총 194억여원을 추가 출자하면서 사전 타당성 검토를 거치지 않았고, 그 결과 11개 법인 중 8개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부산시는 ‘아시아드컨트리클럽㈜’에 72억원(지분 48%)을 투자했으나 사업승인 기준과 달리 골프, 리조트 사업을 하다가 누적결손금 발생, 부당 증자 등으로 12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도록 했다. 16개 지역신용보증기관은 국세를 체납 중인 기업에도 신용보증을 했다가 결국 554억원을 변제하고 말았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자문 실적도 따지지 않은 채 외부 자문위원에게 자문료와 법인카드를 지급했다. 광주시 등 19곳은 ‘광주그린카부품산업진흥재단’ 등 산하 22개 출자·출연기관의 장을 임명할 때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통보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했다. 출자·출연기관의 직원을 채용할 때 기준도 없이 엉터리로 선발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부지기수였다. 감사원은 “선출직인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선심성 공약 등으로 무분별하게 설립되고 경영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예산낭비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아래아 한글’ 공격용 버그 사용 北체신성 IP주소 등 30개 접속

    ‘아래아 한글’ 공격용 버그 사용 北체신성 IP주소 등 30개 접속

    검찰은 지난 3개월간 악성코드 및 인터넷 접속 IP 분석 결과를 근거로 지난해 말 집중된 한국수력원자력 사이버 공격이 북한 소행이라고 잠정 결론을 냈다. 17일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검사)에 따르면 원전 관련 도면 등 지난해 12월~올해 3월 6차례에 걸쳐 공개된 한수원 자료 상당수가 이메일을 해킹하는 방식으로 유출됐다. 해커는 먼저 지난해 7~9월 이메일로 악성코드를 침투시켜 컴퓨터를 감염시킨 뒤 자료를 빼가는 ‘피싱’ 수법을 사이버 공격의 준비 단계에 활용했다. 한수원 전·현직 관계자들이 주요 표적이 됐다. 해커는 이메일에 담은 미끼성 메시지와 비밀번호 변경창 등을 통해 비밀번호를 확보한 뒤 한수원 관계자들의 이메일 편지함 등에서 자료를 끄집어냈다. 이렇게 얻은 정보로 해커는 지난해 12월 9~12일 한수원 직원 3571명에게 악성코드가 담긴 이메일 5986통을 살포했다. 하지만 이 공격은 실패했다. 합수단은 해커가 인터넷에 공개한 자료는 모두 이전 준비 단계에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연이은 범행이 북한 해커조직의 소행이라고 분석했다. 이메일 공격에 담긴 악성코드가 그간 북한 해커조직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김수키’(kimsuky) 계열 악성코드와 유사하다는 점을 결정적인 증거로 꼽았다. 김수키는 2013년 러시아 보안회사 카스퍼스키가 북한에서 만들었다고 추정한 악성코드다. 이번 사건에서 발견된 악성코드는 명령어 코드 조각의 모양새와 실행코드가 ‘윈도 메모장’을 통해 삽입되며 동작하는 방식 등이 김수키와 거의 같은 것으로 분석됐다. 합수단은 또 양쪽 악성코드에 한국에서 주로 쓰이는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을 공격 대상으로 한 최근 버그가 사용됐다는 점도 주목했다. 한국을 타깃으로 했다는 의미다. 합수단은 범행에 이용된 중국 선양 소재 IP 대역이 이전에 북한 해킹조직이 사용한 IP 대역과 9자리(모두 12자리)가 일치한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 IP 대역은 무선인터넷 중계기를 통해 북한 압록강 주변에서 접속할 수 있다는 게 합수단의 설명이다. 합수단은 특히 해커가 역추적을 막기 위해 국내 인터넷 가상사설망(VPN) 서비스업체에서 할당받은 IP를 사용했는데, 이 중 접속 지역이 북한인 IP 25개, 북한 통신회사(KPTC)에 할당된 IP 5개가 지난해 12월 접속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트위터에 게시된 6번째 협박글도 지난해 말 5차례의 게시글과 같은 계정이 쓰였고, 접속에 사용된 IP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해커인 한 보안 전문가는 “북한 소행이라고 미리 결론지어 놓고 정보를 끼워 맞춘 것 같은 느낌”이라며 “김수키는 누구나 재생산할 수 있어 북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이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내린 것을 두고 “무지무능아의 엉터리 판단”이라며 합수단 수사 결과를 부인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사설] 소득 많아도 건보료 한 푼 안 내는 건보체계 손봐야

    건강보험료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연간 소득이 4000만원에 이르는데도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는 이들이 무려 4800여명이나 된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하듯 소득이 있으면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건만 이 같은 상식이 거꾸로 가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정부가 소득이 많아도 건보료를 내지 않고 마음 놓고 병원에 다닐 수 있도록 건보료 부과체계 자체를 엉터리로 설계한 탓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건보료 체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 현행 건보료 제도에서는 소득이 있어도 직장을 다니는 가족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반면 저소득층의 지역가입자라도 전·월세 등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어김없이 부과된다. 집도 있고, 수천만원의 연금소득이 있는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말 “(나는) 퇴임해도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바뀌어 보험료가 0원이 되지만 (가난 때문에 자살한) 송파 세 모녀는 집도 없고 소득도 없는데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개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보험 수지가 올해 흑자를 끝으로 내년부터는 매년 조 단위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있다. 세계에서 부러움을 받는 우리의 건강보험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잘못된 건보료 개편밖에 답이 없다. 우선 소득이 있는 이들의 무임승차부터 막아야 한다. 현재 근로소득·연금소득·이자소득이 각각 4000만원 이하일 경우 피부양자 자격을 부여하는데, 이들 소득을 합한 총액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나아가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과체계도 손질이 불가피하다. 연간 491만원의 소득을 가진 이가 불과 10여만원 소득이 올라도 연 보험료는 24만원에서 79만원으로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된다고 한다. 보험료 기준 500만원에 기계적으로 맞추다 보니 생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1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려다 전격 중단했다. 연말정산 소동으로 여론이 들끓자 놀란 나머지 정작 추진해야 할 건보료 개편을 없던 것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던 것이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건보료 개편의 당위성을 또다시 보여 주고 있다. 복지부는 하루빨리 건보료 개편안을 만들어 실천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 [기획] [1020 저임금 일자리 전쟁] 학업 중단 청소년 10명 중 4명 ‘알바’

    [기획] [1020 저임금 일자리 전쟁] 학업 중단 청소년 10명 중 4명 ‘알바’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없어 고통을 겪는 20대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인 이들은 밑바닥 노동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10대들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낸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및 정책방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학업 중단 청소년의 아르바이트 참여율은 41.7%에 이른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만 15세 이상의 청소년도 일하는 기간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최저임금, 매주 1일 이상 휴일 보장, 산재보상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열악하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돈을 받거나 임금을 떼이는 경우가 많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더라도 근로조건을 빠뜨리는 등 엉터리 계약서를 써 준 업주들이 고용노동부의 근로단속에 적발되기도 한다. 노동부의 청소년 근로권익 침해 행위 조사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미작성 적발건수는 지난해 7월 전체 적발건수의 50.8%, 12월에는 39.9%였다. 같은 해 청소년 단체인 ‘청소년 유니온’이 서울고용노동청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호텔과 웨딩홀, 연회장에서 일하는 청소년 가운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는 74.2%나 됐다. 20대 아르바이트 청년들에게 밀려 편의점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들다 보니 상당수 청소년은 전단 돌리기 등 육체적으로 힘이 들고 임금도 적은 아르바이트로 내몰린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 낸 또 다른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이 했던 아르바이트는 조사 대상자 3420명 가운데 전단 돌리기(스티커 붙이기)가 29.8%(1019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음식점 서빙 20.5%(700명), 뷔페 및 웨딩홀 안내·서빙 10.4%(356명) 순이었다. 아예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청소년은 대부분 업주와 정식 고용계약을 맺지 않아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사고가 나도 음식점 업주나 배달 대행업체 어디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배달 일을 하는 청소년이 잇따라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2011년 일부 피자업체의 ‘30분 배달제’가 사라졌지만, 배달 대행업체의 청소년은 월급 대신 건당 2000~25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여전히 위험한 질주를 한다. 배달 대행업체에서 1년 동안 일한 A(18)군은 “주문이 들어오면 우선 그 음식을 구입한 뒤 배달을 하고, 수수료가 포함된 음식값을 손님에게 받는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40~50건을 배달하려면 13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하지만, 오토바이 사용료 6000원과 밥값 등을 빼면 손에 쥐는 돈은 하루 6만원 정도다. 이로사 청소년인권복지센터 상담사는 10일 “업주가 아르바이트 청소년이 배달일을 하다 입은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이른바 노예계약서를 쓰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2011년부터 청소년들이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를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학교 등에 알바신고센터 252곳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723명, 관련 사건 접수는 104건에 불과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존의 센터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부터 외부기관 10곳을 알바신고센터로 지정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감독을 위해서는 청소년을 상대로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업주를 강력 단속,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변호사는 “제대로 된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형식적인 판단이 아닌 실질적인 고용 관계까지 고려하는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친일파를 ‘이달의 스승’으로 뽑은 정신 나간 교육부

    교육부가 일제강점기에 친일 행적을 한 인물을 ‘이달의 스승’이라고 선정하는 정신 나간 짓을 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에 따르면 교육부가 ‘이달(3월)의 스승’으로 뽑은 최규동(1882~1950)씨는 경성중동학교 교장이던 1942년 6월 일제 관변지인 ‘문교의 조선’에 ‘죽음으로써 군은(君恩·임금의 은혜)에 보답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최씨는 “반도 2400만 민중도 마침내 병역에 복무하는 영예를 짊어지게 되었다. 이 광영에 감읍하여 한 번 죽음으로써 임금의 은혜에 보답해 드리는 결의를 새로이 해야 한다”면서 “군무에 복무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황국신민 교육의 최후의 마무리로 완성된다”고 썼다. 일왕의 은혜를 갚기 위해 죽음으로 보답하자고 선동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대표적인 친일 행각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최씨를 ‘민족의 사표, 조선의 페스탈로치’라고 선전했다. 전국 초·중·고교 1만 2000여곳에 최씨에 대한 교육 자료와 포스터를 나눠 주는 한심한 작태를 벌였다. 정부세종청사에도 최씨의 홍보 입간판을 내걸었다. 매일신보에 따르면 최씨는 조선신궁(신사)의 중일전쟁 기원제 발기인, 임전보국단 평의원, 징병제 실시 축하연에도 참가한 것으로 나와 있다. 교육부는 검증을 했지만 최씨의 친일행적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검증을 처음부터 엉터리로 했거나 아니면 교육부가 무능하다는 얘기 말고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 ‘이달의 스승’ 사업은 지난해 8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를 조성한다며 귀감이 될 만한 교육계 인사를 매달 1명씩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최규동씨는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첫 번째 인물이다. 교육부는 그를 민족운동가로 소개하면서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자제를 교육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우리말 수업을 고수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으니 제 정신이라고 볼 수 없다. 친일 행각이 드러나자 교육부는 뒤늦게 이달부터 초·중·고교에서 시작한 최씨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중단하고, ‘이달의 스승’ 12명을 전부 재검증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후약방문 격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역사를 오독하게 한 교육부의 잘못이 크다. 사달이 일어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잘못이 드러난 사람들은 추천위원회에서 영구 제명하는 등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 전발연 비리에 전북 감사 ‘후폭풍’

    전북의 싱크탱크인 전북발전연구원이 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나면서 전북도의 다른 산하 기관으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4일 전북도에 따르면 발전연구원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원칙 없는 예산 집행, 엉터리 연구보고서 작성 등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나자 다른 산하기관으로 감사를 확대하고 있다. 도는 공기업과 출연기관들의 부실, 방만 운영을 감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기관에서는 구조적인 비위 사실도 포착돼 집중 감사를 벌이고 있다. 도는 이번 감사를 통해 산하기관들의 운영을 혁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은 전북발전연구원을 비롯해 전북개발공사, 전북신용보증재단, 경제통상진흥원, 테크노파크, 자동차기술원, 생물산업진흥원, 니트산업연구원, 여성교육문화센터, 인재육성재단, 남원의료원, 군산의료원 등 12개 기관이다. 한편 도는 산하기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공기업·출연기관장들과 경영 성과 목표 협약식을 최근 가졌다. 도는 성과가 부진한 기관장 연봉을 삭감하기로 하는 등 기관장의 책임과 역할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용역사업 결함에도 잔금 지급 15억 낭비

    기획재정부 소속 복권위원회가 용역 사업의 결과물에서 많은 결함이 발견됐는 데도 납품업체에 잔금을 지급하는 바람에 15억여원을 낭비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기재부와 복권위에 대한 기관감사에서 9건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복권위 전 사무처장 등 3명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16일 밝혔다. 복권위는 외국산 온라인 복권시스템을 국산으로 바꾸기로 하고 시스템 교체에 따른 복권 판매 연속성을 보장하고자 A업체와 75억여원에 ‘복권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병행운용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업체가 납품한 결과물의 테스트에서 검증 항목 233건 가운데 54건의 결함이 발생, 검증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복권위는 ‘신뢰성 검증기관의 의견을 얻는 등 계약 목적물이 적정하게 완성됐다’는 엉터리 검사조서를 작성한 뒤 잔금 15억 8000여만원을 모두 지급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대한지적공사에 대한 기관감사를 통해 공사가 2005년부터 측량수수료 후납 가능 대상에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등 해산·파산이 빈번한 조합·법인까지도 포함시켜 후납 측량수수료 118억여원의 회수가 불투명하게 만든 사실도 밝혀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위헌·수정 불가피론’ 김영란법 어디로

    여야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앞서 합의했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의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과도한 법 적용 범위에 대해 ‘위헌 논란’까지 일면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2월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야 의원들은 5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격 심의에 착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 적용 대상이 ‘김영란법’ 원안에 비해 공직자뿐 아니라 언론사와 사립학교·사립유치원, 대학병원 종사자 등과 그 가족으로 대폭 확대된 조항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과잉 입법 논란을 제기하며 “제대로 부정부패를 뿌리 뽑으려면 차라리 온통 소금칠을 다해서 비리가 많은 방위산업체, 금융기관 등을 다 넣어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자”고 비판했다. 법사위의 월권 논란에 대해서는 “엉터리법, 결함 있는 법이 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게 법사위의 책무”라며 “집단광기의 사회와 무한 과속에 대한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본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면 반박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정무위안 수정’에 찬성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정무위에서 넘어온) 이 법은 법도 아니다. 이것저것 막 기워진 누더기”라고 과격한 표현까지 썼다. 부정 청탁 조항과 관련해서는 “이제 억울한 사람들의 민원도 다 막히게 된다. 그 피해는 부메랑처럼 시민들에게 다 돌아갈 것”이라며 ‘헌법상 명확성 원칙’ 위반 논란도 제기했다. 반면 정무위 출신의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벌써 정무위에서 논의된 지 몇 년이 됐다”면서 “정무위에서 충분히 검토했을 것이고 세부적인 부분에서 위헌성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입법적 결단을 내리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고 정무위안 통과를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에게 자칫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은 사립학교 이사장 및 재단 이사의 추가 포함을 주장하면서 “야당 탄압용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초·중·고 인성진단 질문, 최선입니까

    초·중·고 인성진단 질문, 최선입니까

    “나는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올해부터 초·중·고교생들은 이런 항목 70개에 대해 ‘전혀 아니다’에서 ‘매우 그렇다’까지 1점에서 5점을 매겨야 한다. 평소 자신의 모습이나 생각과 가장 일치하는 정도에 체크해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교사들은 학생의 인성을 진단하고 지도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업무계획을 26일 발표했다. 또 내년부터 중등교원 양성 규모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유치원 원아모집의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인성교육을 강화하고자 마련된 이들 문항은 3월 신학기에 전국의 학교에 배포된다. 표준화된 인성검사 문항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9월 개발한 것으로 자기존중, 성실, 배려·소통, 책임, 예의, 자기조절, 정직·용기, 지혜, 정의, 시민성 등 10개 항목에 각각 5~10문항씩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나는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나는 다른 나라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등의 문항은 기준이 불명확한 객관식 질문지만으로 학생 인성을 측정하고 교사들이 올바르게 지도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이와 관련, “학생들이 엉터리로 설문에 응하거나 본인의 생각과 다르게 표기할 때 걸러 내기가 어려워 보인다”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등교원 양성 숫자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사범대, 교육대학원 등에서 배출되는 중등교원의 인원을 줄여 학생 수 감소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양성 규모를 감축하는 방안은 다음달부터 6개월 동안 정책연구를 거쳐 확정해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올해 시작하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별도로 교원 양성기관별로 평가한다. 또 유치원 원아모집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된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유치원 원아의 모집군 설정, 중복 지원 및 등록 제한, 입학 취소를 할 수 있도록 연내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이는 최근 서울시에서 유치원 원아모집의 높은 경쟁률과 중복 지원 문제 등으로 혼란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시·도교육청이 조례 개정을 통해 원아모집의 시기와 방법을 조정할 명확한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외유성 해외출장 보고서 베껴 낸 의원들

    국회의원들이 해외 시찰 후 제출하는 보고서의 80%가량이 ‘표절 의심’ 또는 ‘표절 위험’ 수준으로 확인됐다. 서울신문이 최근 표절 검사 서비스인 카피킬러를 활용해 지난해 공개된 의원외교 보고서 75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그간 의원외교 보고서가 ‘짜깁기’라는 의혹이 많았는데 이번에 서울신문이 실제 표절률 검사를 통해 처음으로 밝혀냈다. 표절률은 다른 문서와의 유사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다른 문서를 많이 베낀 것이란 의미다. 표절률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은 새누리당 A, 새정치민주연합 B 의원이 2013년 말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뒤 제출한 ‘제9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중 의원회의 참석 결과 보고서’로 무려 46%였다. 이어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제출한 ‘고(故) 니시오카 다케오 일본 전 참의원 의장 장례 참석을 위한 국회대표단 일본 방문 결과 보고서’가 45%였다. 나머지 문제가 된 보고서 대부분도 과거 유사한 사례나 언론기관의 기사를 부분적으로 옮겨 짜깁기한 흔적이 많다. 연례 행사로 열리는 국제회의 참가 관련 보고서의 경우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같은 것도 다수가 발견되기도 했다. 표절률 20~30%만 돼도 학교나 연구기관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수준이라는데 국정 운영을 위한 보고서가 이런 상태이니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엉터리 보고서는 흥청망청 외유의 당연한 결과물이다. 출장 내내 관광지만 돌아다니다 보니 보고서에 채울 내용이 없을 것이고 한국에 돌아와 유사한 보고서를 마구잡이로 베낄 수밖에 없는 노릇일 것이다. 의원들이 수천만원의 혈세들 들여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도 모자라 다른 보고서를 훔친 것이나 다름없는 ‘후안무치 보고서’를 아무 거리낌 없이 제출하는 것은 사실상의 세금 절취와 같다. 부실 보고서는 외유성 출장과 동면의 양면이다. 외유성 출장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독립기구에서 해외출장의 목적과 일정, 활동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서울 성북구 주민들이 감사청구를 통해 구의원들의 외유성 출장경비 1000만원을 환수한 전례도 있다. 부실 보고서를 제출하면 당연히 경비를 반환시키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의원들 자체의 자정을 바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된 만큼 이제 시민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 [사설] 서민·중산층 피해 없게 연말정산 틀 새로 짜라

    ‘13월의 세금폭탄’이 돼 버린 연말정산에 대해 정부가 보완책을 발표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공제 항목 및 공제 수준 조정을 포함한 근로소득세 세제 개편과 출생공제 부활, 노후대비 세액공제 상향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폭발한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앞으로 그렇지 않아도 근로소득세를 통해 손쉽게 세수를 확보하려 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봉급생활자들을 달랠 수 있는 혜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정부가 세수 추계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형평에 맞게 세법을 개정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정부는 개정 세법에 따라 연봉이 5500만∼7000만원인 사람은 평균 세 부담이 2만∼3만원 정도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직 연말정산 중이기는 하지만 실제는 너무나 다르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를 낳은 연봉 6000만원 직장인이 신용카드 공제로 349만 5000원을, 주택청약종합저축공제로 48만원을, 보험료와 의료비 공제로 100만원과 70만원씩 혜택을 받았다고 하면 세 혜택은 34만 3750원 축소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부의 시뮬레이션이 엉터리였던 셈이다. 물론 ‘덜 걷고 덜 돌려주는’ 방식으로 간이세액표를 바꾼 것도 원인이라는 설명도 틀리지 않는다. 전처럼 다달이 많이 걷고 연말정산 때 많이 돌려주면 불만이 조금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조삼모사 방식으로 국민을 현혹하려 해서는 안 된다. 대원칙은 고소득자에게서는 세금을 더 걷고 서민·중산층의 부담은 덜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날로 심해지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조세정책은 부자 증세, 서민 감세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조세정책의 근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기 바란다. 연말정산 파동의 배경에는 조세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근로자의 실질소득은 도리어 줄었는데도 대기업은 현금을 쌓아 놓고 있다. 지난 정부는 그런 기업에 감세 혜택을 주었고 이번 정부는 담뱃세 인상 등 간접세를 늘려 서민 부담만 늘리니 가만히 있을 국민은 없다. 누진세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세액공제 전환은 옳다. 그러나 좀 더 세밀한 부분까지 확인하지 못한 것은 실수라고 넘어갈 수 없는 정책의 과오다. 조세 저항은 언제라도 있기 마련이다. 서민의 부담을 덜어 준다는 원칙하에 ‘증세는 없다’는 말로 국민을 속이려 들지 말고 형평성 있는 과세로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 [의정부 아파트 화재] 결혼 앞둔 예비신부 희생… “부친 간호 위해 사직한 효녀인데”

    [의정부 아파트 화재] 결혼 앞둔 예비신부 희생… “부친 간호 위해 사직한 효녀인데”

    지난 10일 경기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를 덮친 불길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은 슬픔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숨진 윤효정(29·여)씨는 오는 3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11일 의정부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윤씨 외삼촌은 “조카가 키가 크고 힘이 세 살림을 잘할 것이라며 놀리곤 했다”며 “(결혼)예단과 예물을 준비하면서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윤씨 부모는 딸의 소식을 듣고 혼절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윤씨는 최근까지 어머니와 함께 백화점과 서울 종로 일대의 귀금속상과 한복집 등을 오가며 예물·예단 준비를 끝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삼촌은 윤씨가 지난해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진 아버지 간호를 위해 직장도 그만뒀던 효녀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결혼식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와 (불이 난)오피스텔을 팔고 경기 포천 본가로 들어가 본격 신부수업을 준비하려 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윤씨 아래층에 살던 한경진(26·여)씨의 아버지 한명덕(54)씨는 의정부 추병원 장례식장에서 “그 집을 얻어준 내가 잘못”이라며 딸의 영정을 넋 놓고 바라봤다. 경기 양주에 살던 한씨는 배화여대 졸업 후 작은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의정부에 집을 얻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의 직장으로 취업을 준비하던 딸이 불편을 겪자 아버지가 지난해 봄 집을 얻어줬다. 한씨 어머니 궁모(48)씨는 사고 전날도 딸과 만났다. 궁씨는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번 월급으로 딸에게 옷과 음식을 사주곤 했다. 그는 “경진이는 떨어져 살면서도 부모님 영화 보러 가라며 휴대전화로 예매해 주는 살뜰한 딸이었다”며 울먹였다. 사고 전날인 지난 9일 오후 10시 40분까지 딸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궁씨는 “잘 자라”는 딸의 인사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망연자실했다. 의정부의료원 장례식장에 부검을 마친 안현순(68·여)씨 시신이 다시 안치되자 가족들은 “어떡해”라며 오열했다. 안씨 조카는 “고모가 창문을 열고 수건을 흔드는 걸 본 사람이 있고 나중엔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고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아파트 안전시설이 엉터리가 아니라면 오토바이에서 난 작은 불이 이토록 큰 피해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재민 임시 보호소가 마련된 의정부시 경의초등학교 체육관에서는 50여명이 이틀째 밤을 지새웠다. 현장에는 3~4인용 텐트 50여개와 스티로폼 매트, 이불과 양말 등이 지급됐지만, 낯선 곳에서 밤을 보내게 된 주민들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졸지에 ‘돌아갈 곳’이 없어진 주민들은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드림타운 오피스텔에 사는 신모(31·여)씨는 “당장 출근은 어떡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지난해 입주한 새 건물인데 스프링클러가 없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피스텔 뒤쪽 단독주택에 사는 전모(67)씨는 “집 전체가 불에 타 붕괴 위험이 있다던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이태동 鐘樓에서] 영화 예술, 정치 선전도구 아니다

    [이태동 鐘樓에서] 영화 예술, 정치 선전도구 아니다

    20세기에만 해도 반열에 오른 일부 고답적인 유명 작가들도 영화를 우리가 말하는 ‘신파’와 크게 다르게 보지 않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은둔주의 미국 작가 J D 샐린저는 “영화의 엉터리 같은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은 비열한 자식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구텐베르크의 은하’를 쓴 마셜 매클루언은 영상문화의 대변혁을 예견하고 “미디어가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그 후 디지털 시대의 영화예술은 대중 예술로만 머물지 않고 컴퓨터 기술의 향상과 더불어 고급한 종합예술로서 활자로 된 문학을 억압할 정도로 크게 발전해 왔다. 성숙한 형태로 발전한 종합예술인 영화는 “영상으로 쓰는 문장(文章)”이기 때문에 후진적인 의식을 개혁하는 데 그 어떠한 인문학적 텍스트보다 활용 가치가 높은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영화 예술을 인간의 상상력과 재능을 자유로이 발휘하는 미학적 공간으로 사용하지 않고 레닌과 스탈린 시대처럼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프로파간다로 이용한다면, 그것은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말했던 ‘빅브러더’의 공화국을 다시금 탄생시키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산업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영화 관객 1000만명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그래서 영화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미디어 매체보다 크기 때문에 그것은 이미 정치적이고 사회 문화적인 이슈의 핵(核)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서도 천만 관객이 보는 영화라는 ‘미디어 매체’를 인간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활동을 위한 캔버스와 같은 예술의 공간이나 광장으로 사용하지 않고, 정치적인 선전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든다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의식이 강한 어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일부 정치인들은 그것을 정치적 논란이나 이념적인 진영 논리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 이기적인 선전수단으로 몰고 가려는 양상을 보여 왔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금까지 많은 국민들의 화제를 모으며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은 비록 ‘상업주의와 관객’들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편의 대중적인 예술작품이다. 하지만 일부 진보주의적인 정치 세력들은 이 영화를 순수한 작품으로 보지 않고 ‘보수 영화’라고 낙인을 찍어 이 영화가 상영된 후부터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정치적 논란과 이념적 진영 싸움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 이념적인 프로파간다로 전락시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지극히 후진적인 병리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실향민인 야당 지도자인 문재인 의원은 이 작품을 보고 난 후 긍정적인 쪽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일부 좌파 논객들이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라는 말로 이념적인 논란의 불씨를 지폈던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한국인의 이념적 갈등이 빚어낸 6·25 한국전쟁을 비롯해 월남전 등과 같은 굴곡 많은 현대사 속에서 그토록 어려운 시련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늘날 세계 속에서 번영하는 국가로 발돋움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를 정치적인 이념 문제에 관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시각일까. ‘국제시장’이 하나의 영화예술 작품으로 보편성을 띠고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는 것은 개체적인 인간이 불굴의 자유의지와 개척 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간 승리에 관한 역사를 영상미학으로 리얼하게 형상화해 보여 주기 때문이다. 현실을 극복하는 리얼리즘 작품인 ‘국제시장’은 오히려 진보 진영에서 환영해야 할 작품일 수도 있다. 2l세기의 어느 텍스트 못지않게 인간 교육을 위해 필요한 풍요로운 인문학적 자산이 될 수 있는 영화예술을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이 보여 주는 참담하고 비극적인 인간 풍경은 다름 아닌 정치·이념적 갈등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 [사설] 자원외교 뒷북 대응 감사원은 문제없나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가 성과 없이 끝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성과는 고사하고 ‘묻지마 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5년 동안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6조원을 투자해 무려 22조원의 손실을 봤다. 민간 자본까지 포함하면 40조원을 투자해 5조원을 건졌을 뿐이다. 의구심을 갖지 않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여야가 자원외교의 실상을 밝힐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감사원이 엊그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산업통산자원부에 석유공사의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고도 한다. 감사원이 공기업 기관장에게 업무의 민형사상 책임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감사원의 고유 역할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생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감사원이 문제를 제기한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비스트사 인수는 그동안에도 자원외교의 대표적 부실 사례로 지적돼 왔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2009년 하비스트사가 계열사인 노스애틀랜틱리파이닝(NARL)사를 끼워 팔려고 하자 부실 자산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수를 밀어붙였다. 급조된 엉터리 현지 실사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여 하비스트사를 주당 7.31달러보다 훨씬 높은 주당 10달러에 인수하게 했다. 그 결과 석유공사는 9억 4100만 달러로 평가된 NARL사를 2억 799만 달러나 웃돈을 주고 사들였다. 이후 NARL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지난해 불과 350만 달러 상당에 매각해 1조 3371억원의 손실을 보았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이없는 사건의 배후에 감춰져 있을지 모르는 흑막은 검찰이 분명하게 규명해야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못 본 척하던 감사원이 왜 갑자기 뒷북을 치고 나섰느냐는 것이다. 감사원은 국가 최고 감사기관이다. 공공기관의 잘못을 찾아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아예 잘못을 방지해야 하는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자원외교에 실패한 공기업 사장이 배임이라면 감사원도 책임의 일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자원외교를 주도한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당시 실세들의 소환이라는 정치적 변수도 있다. 그런 만큼 감사원의 자원외교 관련 조치는 국정조사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계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사위원회의 추궁에서 비켜 가기 위한 책임 회피성 움직임이라는 의심을 피해 갈 수 없다. 감사원이 바르게 서야 공기업도 바르게 선다.
  • ‘민중의 곰팡이’ 경찰 2명, 14세 성폭행하고 도주

    ‘민중의 곰팡이’ 경찰 2명, 14세 성폭행하고 도주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14세 소녀를 납치‧성폭행 해 인도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부다운의 경찰 2명은 구랍 31일 14세 소녀 한 명을 납치해 경찰서로 데려온 뒤, 경찰서 안에서 성폭행 한 후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국은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수색 인력을 대거 파견했지만 아직까지 체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피해 소녀의 엄마의 주장에 따르면, 구랍 31일 오후 4시 30분 경 갑자기 제복을 입은 경찰 2명이 들어와 화장실에 있던 소녀를 강제로 끌어낸 뒤 차에 싣고 달아났다. 이후 경찰들은 소녀를 경찰서로 끌려가 감금해 뒀다가 성폭행 했으며, 이 과정에서 소녀의 상태가 나빠 보이자 다시 차에 태우고 인근 교외로 가 소녀를 버렸다. 새해 첫 날, 소녀는 간신히 가족과 연락이 닿아 구출됐으며 이후 곧장 경찰서로 가 이를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측은 소녀와 가족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고 이를 정식 사건으로 기소하지도 않았다. 피해 소녀와 가족의 끈질긴 항의 끝에야 경찰 총 책임자와 만날 수 있었고, 몇몇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그제서야 인도 경찰 측은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도 경찰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경찰관들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5월 같은 지역에서는 당시 14세‧16세 사촌 자매 2명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나무에 목을 매고 사망한 채 발견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이후 인도 경찰은 사망한 소녀들이 성폭행 당하지 않았고 피살된 것도 아니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유가족은 이를 두고 “완전 엉터리 수사‘라고 반박하며 진위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사진=경찰에게 성폭행 당한 14세 피해 소녀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시행 초라지만… ‘기술금융’ 부작용 많다

    시행 초라지만… ‘기술금융’ 부작용 많다

    수도권에 위치한 중소 제조업체 A사는 지난달 거래 은행 직원의 권유로 기술신용대출(기술금융) 2억원을 신청했다. 그런데 정작 은행 창구 직원은 “기술신용평가기관(TCB) 평가서 발급에 시간이 걸리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거래처 납기를 맞추려면 12월 초까지는 자금을 손에 쥐어야 했다. 기다리다 못해 A사는 기술금융보다 금리가 0.4~0.6% 포인트 비싼 일반 신용대출로 돈을 융통했다. A사 관계자는 23일 “(은행에서) 기술금융이 좋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쓸데없이 시간과 비용만 낭비했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기술금융이 ‘요지경’이다.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기술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의 혼선과 잡음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기술금융 대출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시중은행은 “TCB의 평가서가 엉터리”라고 성토한다. 금융 당국의 기술금융 실적 점검을 의식해 편법을 동원하는 은행도 적지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TCB의 평가서 한 장 받는 데만 길게는 한 달 넘게 걸린다. 정부가 기술금융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일감’이 갑자기 폭주해서다. TCB 기관들은 급하게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몰려드는 평가서 의뢰를 1~2주일 안에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기업데이터 관계자는 “기술금융을 시작(7월)했을 때만 해도 연말까지 2200건을 예상했는데 지금은 8000건으로 늘려 잡았다”며 “전문 인력은 제한돼 있는데 평가서 수요가 단기간에 늘어 (처리에) 고충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평가서 품질도 논란거리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평가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수준 미달’의 평가서가 적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담당자는 “평가 항목의 핵심이 특허권인데 이미 무효가 됐거나 소멸·이전된 특허를 기반으로 작성된 평가서도 있다”며 “(은행) 내부적으로는 TCB 평가서를 70% 정도만 신뢰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 담당자는 “국가 공인 평가기관은 건당 1500만~2000만원을 받고 업체 하나를 두 달 동안 분석한다”면서 “이에 반해 TCB 기관은 수수료 100만원을 받고 단기간 내 평가하다 보니 수박 겉핥기 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의 ‘줄 세우기’와 은행의 ‘충성 경쟁’도 문제다. 기술금융이 막 도입됐던 지난 7월 말 전체 시중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잔액은 1922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달 12일에는 6조 6634억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넉 달 사이에 34배 가까이(3370%) 급증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시중은행이 기술금융과 상관없는 도소매업자나 개인사업자에게도 TCB 평가서를 떼와 기술금융 실적으로 잡고 있다”며 “두세 달 만에 대출잔액이 1조원 넘게 늘어난 곳들은 대부분 허수가 끼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내년부터 기술등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금은 기술등급 우수(T1)부터 취약(T10)까지 모든 등급에서 기술금융 적용이 가능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를 보통(T6) 이상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윤석헌 숭실대교수는 “기술금융이 가능한 중소기업은 제한적인데 실적을 강조하다 보면 부실기업까지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며 “정말 필요한 기업에 지원이 가고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여건 조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안원경 인턴기자 cocang4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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