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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반출 승인대상 165종 추가

    이달부터 해외에 있는 친척에게 주기 위해 ‘지리산고사리’ 나물이나 ‘등칡’을 승인없이 들고 나가다 적발되면 처벌을 받게 된다. 환경부는 8일 도마뱀·물두꺼비·오동나무 등 멸종위기 및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관상용·약용·학술용으로 가치가 있는 165종을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으로 추가 고시했다. 살아 있는 생물체뿐만 아니라 알·종자·구근·뿌리·표본등도 포함된다. 지난 2000년 고시된 기존 종과 더하면 파충류 7종,양서류 4종,어류 44종,곤충류 54종,식물 250종 등 359종으로 늘어났다.출국 전 ‘생물자원 국외반출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지 않고 이 생물종들을 들고 나가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국외반출 승인 대상 생물종이 확대됐지만 생물자원에 대한국가적 관리가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미스김 라일락’,크리스마스 트리용으로 가장 인기 있는 구상나무,유럽에서 절찬 판매중인 원추리는 모두 한반도에서 흘러나간 생물종이다.수확량을 대폭 늘려 ‘녹색혁명’을 일으킨 밀의 반왜성인자는 우리나라 토종밀인 ‘앉은뱅이밀’에서 유래됐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이 밀을 찾아볼 수 없다.85년 이후 10년 사이에 우리나라 재래 작물품종의 74%가 없어진 반면,미 일리노이대는 국내에서 사라진 재래작물종 5,730종을 보관하고 있다.선진국들이 신약 개발에 사용해 엄청난 이익을 얻은 주목·엉겅퀴·은행잎·버드나무·개똥쑥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 ●파충류=도마뱀·실뱀·장지뱀 등. ●양서류=제주도롱뇽·물두꺼비 등 . ●어류=줄납자루·자가사리·꺽지·각시붕어·쉬리·열목어·짱뚱어·어름치 등. ●곤충류=강하루살이·사슴벌레·호랑하늘소·털애꽃벌·청실잠자리 등. ●식물=주저리고사리·제주모시풀·애기송이풀·백양꽃·고려엉겅퀴·구상나무·너도밤나무·끈끈이주걱·거제딸기·노랑붓꽃·정금나무·비자란·개취·산개나리 등. 류길상기자 ukelvin@
  • 2001 길섶에서/ 곰배령

    해발 1,099m의 곰배령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들은 소슬한바람에 안개비를 맞으며 그들의 절정기와 별리(別離)를 준비하고 있었다.지난 주말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오지로 초가을비 속에 트레킹을 갔다.아침가리를 출발,강선골을 거쳐 곰배령에 올랐다.펑퍼짐한 산마루에 펼쳐진 초원엔 구절초,이질풀 등 야생화들이 빠르게 흐르는 기류 속에서가늘게 떨고 있었다. 산자락에서부터 들꽃의 향연이 시작된다.길섶으로는 달맞이꽃,달개비,엉겅퀴,억새꽃을 스쳐간다.계곡 옆길에선 연보라빛의 금강초롱을 비롯,물봉선화,투구꽃,꼬리풀도 수없이만나고,뭍으로 마실나온 산가재와도 조우한다.하늘이 안 보이는 숲길에선 줄기에 마디가 진 속새 군락의 별천지가 펼쳐진다. 낮은 지대의 들꽃들은 아직도 한여름날의 싱싱함을 뽐내고 있는데 산 능선 정상에 핀 들꽃들은 조용히 시들고 있었다.높은 지대에 핀 들꽃들의 절정기는 그 높이만큼 반대로 절정기가 짧은 것은 아닌지.세속의 절정기에 있는 누구든 곰배령의 들꽃처럼 아름답게 시들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 北가요와 한국민요의 만남

    한국 전통민요에 현대적 감각을 멋드러지게 입혀온 젊은 소리꾼 김용우가 7,8일 이틀동안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푸짐한 노래판을 펼친다. 이번 소리판의 제목은 ‘통일 아리랑’.‘엉겅퀴야’‘그리움’‘비무장지대’‘통일아리랑’ 등의 창작곡들이 선보이는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국내 최초로 발표되는 북한 가요 ‘임진강’.1960년대에 만들어진 노래로,북한에서는 물론 일본의 대중가요 판에서도 크게 히트했다.전통과 현대가 재치있게 뒤섞일 공연에는 타악그룹 ‘푸리’의 장재효,첼리스트이서강,젊은 해금주자 이꽃별 등이 출연한다.7일 오후7시30분 8일 오후5시.(02)599-6268. 황수정기자 sjh@
  • 한라산 훼손지 식생복원 전개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민·관 합동으로 훼손지 식생 복원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한라산공원관리소는 이달부터 한라산 훼손지 가운데 흙마대를 쌓아 복구한 곳에 구상나무 등 목본류 8종 1만6,800그루와 한라구절초 등 초본류 6종 2만200그루를 심을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식생복원지 관리를 위해 4만1,000㎡에 유기질비료 1,100포대(22t)를 뿌려주고 내년 식생복원에 사용하기 위해 '김의털'등 14종의 종자 250ℓ도 채집할 계획이다. 제주도수목시험소는 한라산 정상일대에 0.2~1.5m 높이의 시로미, 눈향나무, 떡버들, 제주산버들, 좀고채목, 한라구절초, 설앵초, 바늘엉겅퀴 등 7,000그루를 심는다. 산림청 산하 제주임업시험장도 어리목 등산로변과 정상일대에 2~6년생 산수국, 구상나무, 주목, 국수나무, 김의털, 곰취, 한라부추 등 3만그루를 심거나 삽목할 계획이다. 제주임업시험장과 자연제주는 한라산 식생복원에 필요한 자생수종을 무상 공급하고 한라산연구소가 식재를 주관해 해발 1,600~1,700m 사이 어리목 일대를 대상으로 목본류와 초본류를 심는다. 제주 김영주기자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8)낯선 땅에서

    *첫 가출길 절집서 먹어 본 쑥밥엔 매캐한 향내... 내가 절집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열 아홉 살 무렵이었다.어느 잡지의 신인상을 받고나서 오랜 숙원이던 고등학교 자퇴와 가출을 동시에 해냈다.나중에대학에 가서 한일회담 반대 투쟁이 한창이던 때에 유치장에서 만난 부랑 노동자와 간석지 공사장엘 찾아갔던 것은 본격적인 방랑이 되었지만. 하여튼 첫 가출은 거의 한 해가 걸렸다.동행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무전여행비슷한 출발이었고 기차를 타고 그렇게 오랫동안 국토를 누벼 본 적이 없었다.내가 바다를 처음 본 것이 중학교 삼학년 무렵이었는데 부둣가에 서자마자 배를 타고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겠다는 강열한 소망에 들떴다. 동행과 청주 대구 마산을 거쳐서 진주 어름의 농가에서 보리 베기를 하며 밥을 얻어 먹다가 중국집에서 -그때는 철가방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상자로 배달을 했는데- 자장면도 배달하다가 빵공장에서 빵 목판을 나르는 일도 했다. 청주에서는 아이스케키 집에서 합숙을 하면서 얼음통을 메고 거리로 나가 팔기도 했다.칠북이란 작은 면에 갔다가 야산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절집에 불목하니로 들어앉게 되었다.우연히 주지 스님과 이야기 해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산하겠다는 말이 나와 버렸던 것이다.스님은 거의 달포 가까이 나를 절에 두고 관찰해 본 다음에 일봉서신과 함께 부산으로 보내 주었다. 내가 절에서 난생 처음 먹어 본 음식이라면 쑥을 넣어 지은 밥과 엉겅퀴로끓인 된장국이다.쑥밥은 그냥 산야에 널린 쑥을 뜯어다가 콩나물밥이나 무밥처럼 넣고 지은 밥을 양념장을 쳐서 비벼 먹는다.역시 들판에 지천인 엉겅퀴를 캐다가 냉이국처럼 된장과 들깨를 넣고 한소끔 끓일 뿐인데 입안에 싱싱한 풀향기가 가득찬다.푸른 물이 든 쑥밥의 매캐한 향내도 입맛을 돋운다. 그리고 내가 끝내 맛을 들일 수 없었던 것은 산초라는 이상야릇한 향내가 나는 열매를 가지 채로 간장에 담근 장아찌였다.열매의 알알이 약간 여물게 씹히는데 입 속에서 톡톡 으깨지면서 독특한 향내를 진동 시킨다.나중에 이 열매나 잎을 가루로 내어 미꾸라지 추어탕에 쳐서 먹던 것이 생각났다. 보살 할머니가 정성을 들여서 가죽잎을 말리던 것도 생각난다.너푼너푼한 가죽나무 잎을 따서 땡볕에 바짝 말린 다음에 찹쌀로 풀을 쑤어서 마른 나뭇잎에다 정성껏 바른다.앞 뒤에 찹쌀풀을 발라서 채반이나 자리에 널어 놓고 다시 말린다.이것을 저장해 두고 먹을 때에 기름에 튀겨낸다.마치 튀긴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아삭거리고 고소했다. 스님은 나를 동래 범어사에 있는 그의 도반이던 고광덕 스님에게 보냈다.광덕은 나중에 대학생불교연합의 지도법사를 거쳐서 불광이라는 잡지도 만들던분이다. 그는 당시에 범어사의 원주를 지내고 있었다.조실은 저 유명한 하동산 스님이었다.편지를 찬찬히 읽어 보고나서 그는 나를 동산 스님에게로 데려 갔다. 어린 아이처럼 곱게 늙은 노스님이 나를 힐끗 보고 나서 한마디 했다. 이 집에 있으면 얼마나 있을라고 그러는고…?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냥 묵묵히 앉았을 뿐이었다.절하고 나오기전에 한 말씀 올렸다. 갈 데가 없으면 쭉 있을랍니다. 그것이 아마 면접에 해당이 되었던지 광덕은 나를 말없이 재우고 나서 이튿날 범어사를 방문한 스님에게 붙여서 보냈다. 그것은 아마도 울산 거의 다 가서 후미진 바닷가에 있는 작은 암자였을 것이다.바로 지척에서 바위를 때리는 세찬 파도 소리에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나를 데려간 스님은 불을 때라 밥을 해라 시키더니 저녁 밥으로 밥 한 사발씩에 고구마순 나물과 시어 터진 김치에 국 한 가지로 저녁을 먹고 나서 건너가 자랜다.단칸 오막살이인 줄 알았더니 부처님 모셔 놓은 법당 마루를 지나 왼편에 길죽하고 비좁은 변소 같은 토방이 하나 딸려 있었다.방은 그대로흙을 바르고 오래 되어 꺼풀이 일어난 멍석 한 장이 깔렸다. 파도 소리에 잠을 못이루고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호통소리가 들렸다.부처님에 귀의하겠다는 놈이 예불 시간도 모르고 쳐질러 잔다고 그 꼭두새벽에 나가라는 소리였다.털털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을 달려 와서 걷고 또 걸어서 당도한 곳이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지만 쫓아내니 가방을 달랑 들고 길을 찾아 나오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걷다가 타다가하며 겨우 제 자리로 돌아와 보니 이미 끼니 때가 넘은 저녁무렵이었다.가방을 들고 산문에 들어서니 누구 하나 아는 체 하는 이가 없었다. 마침 요사채 툇마루에 얼굴 아는 동승이 앉아 있었다.그는 내가 범어사를 찾아올 제 버스에서 내려 십여릿길을 함께 걸어오며 이야기를 나눈 아이였다. 나이는 한 열 대여섯쯤 되었을까,살결이 희고 코가 오뚝하며 눈이 맑은 미소년이었다.그는 지금쯤 한소식 하고 큰 스님이 되어 있을지.내가 마루에 가서털썩 주저앉으니 그는 내가 멀리까지 다녀온 것을 모른 모양이었다. 내 얘기를 듣고는 동승이 빙긋이 웃었다. 문을 세 개쯤 지나야 입산이 되어요. 나는 그 말을 이해했다.그가 나에게 왜 스님이 되려느냐고 물었다.나는 표를내는 건 어려서부터 질색이었으므로 이렇게 답했다. 어디 가서 밥 먹을 데가 없어서 여기나 들어오려구 해요. 엊그제 여기서 처음 자려고 할 적에 행자 하나 들어오더니 제법 능숙한 자세로 합장하고 나서 내게 자기를 찾으려고 왔느냐는 둥 소크라테스 같은 폼을잡길래 한마디 했다.집이 없어서찾아 왔을 뿐이라고 대답했는데 동승도 그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일은 집에 갈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뺑뺑이를 돌리는 시험은 몇 번 더 계속 되었고 나는정말 세상에서 아무 데도 갈곳이 없는 놈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정처를 정하여 주었는데 거기가 참선 공부의 산실인 해운대 금강원이었다. 하루 세 끼를 먹는 공양의식에 참례하기 시작했다.스님들은 모두 목기로 만든 자신의 발우를 보자기에 싸서 대중방 선반에 올려 두고 있었는데 공양 때에는 그것들을 펼쳐 두고 모두 벽을 등지고 늘어 앉는다.제일 먼저 물을 받아 그릇을 씻고 밥과 국과 찬을 자기 먹을 만큼만 덜어 내어 각기의 목기에담아 공양한다. 국은 언제나 채소 된장국이고 찬은 나물 두 가지에 김치다.행사가 있거나 특별한 날에는 기름기 있는 전붙이나 튀김도 나온다.식사를 끝내면 남은 음식물을 모두 제 뱃속으로 버린 다음에 물을 받아서 남겨 둔 김치 쪽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밥풀이며 음식 찌끼들을 말끔히 닦아내고 그 물을 마신다.그리고 다시 맑은 물을 받아헹구고 또 마신 다음에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깨끗이 닦아서 보자기에 싼다. 나는 머리를 깎고 계를 받기 전까지 겉 모양은 스님과 같지만 아직은 연습중인 행자가 되었다.내가 맡은 일은 주로 절집 안팎의 청소와 허드렛일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마당과 앞 뒷뜰을 쓸고 법당에서 선원에 이르기까지 비질 걸레질을 하는 일은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스님들도 빨래는 각자가 알아서 했지만 각 방에 큰 스님들 밥상을 나른다거나 잔심부름 할 일도 만만치 않았다.부엌에 들어가 밥과 반찬을 만드는 일은커녕 불을 때는 일도 내게는 차례가오지 않았다. 황석영.
  • 우리가 가꿔가야할 한반도/ DMZ

    ‘휴전선 155마일은 생명의 녹색띠’ 서해의 끝섬(末島)에서 동해의 명파리까지 길이 248㎞,남북으로 폭 2㎞씩 3억평에 이르는 비무장지대는 한반도의 허리에 선명한 녹색띠를 두르고 있다. 비무장지대는 자연보존실험의 성소(聖所)이다.무려 반세기동안 인적이 끊긴자연상태로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한반도에 서식하는 식물 2,900여종 가운데 3분의 1,포유동물 70여종중 절반,조류 320여종중 5분의1이 발견되고 관찰됐다.한반도 유일의 생태계 보고(寶庫)이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통일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굳게 가로막힌철책이 뚫릴 날도 멀지 않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평화공원으로 보존하자는목소리가 높다. 대한매일은 지난 96년 한해동안 ‘비무장지대 생태계보존캠페인’을 통해보존필요지역을 선정,탐사보도한 바 있다.당시 보도는 비무장지대 생태계보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훼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탐사지역은 ▲철새낙원 철원평야 ▲연천군 사미천 철새도래지 ▲대암산 용늪 ▲두타연 ▲향로봉 ▲건봉산 고진동및 오소동계곡 ▲고성군 거진읍 냉천리 건봉사 ▲백령도 등이었다.이밖에 강화군 말도,유도,소송도,대송도 등 해상비무장지대와 임진강하류 철새경유지,파주군 대성동 겨울철새 관찰지역,강원도 고성군 명파리와 화진포 등을 전문탐사진과 함께 소개했었다. 학계보고와 본사 탐사결과 등에 따르면 비무장지대에서 관찰된 식물은 모두1,220종.북한 백두산 이외에는 대암산에서만 발견되는 비로용담, 특산식물인금강초롱, 습지에서 초여름에 꽃을 피우는 큰방울새란,가칠봉에 군락을 이루는 ‘한국형 에델바이스’ 왜솜다리,향로봉의 해란초,금강산이북과 지리산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암산에서 발견된 도깨비엉겅퀴 등이 대표적이다. 곤충의 경우 건봉사주변과 대암산 용늪주변,서해안 석모도 등이 비교적 좋은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특히 건봉산에서는 세계적인 희귀종인 고려집게벌레가 발견됐다. 민물고기의 경우 산천어,버들가지,금강모치 등이 관찰된 건봉산 고진동계곡과 열목어,쉬리 등이 살고 있는 두타연을 비롯, 임진강변인 연천군 중면 야촌리일대가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지적됐다. 철새 등 조류보호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두루미 월동지역인 철원분지와 김화일대,대성동 및 유도일대,강화도·영종도 일대,세계 최대의 노랑부리백로 집단 번식지인 신도와 백령도 등의 보호지구 지정 및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비무장지대에는 35종의 포유동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주목할점은 늑대,여우,표범,호랑이가 극소수나마 비무장지대안에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다.곰,사향노루,산양 등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을 밀렵꾼으로부터 보호하는 일과 백령도 및 석모도에서 살고 있는 물범과 ‘해충구제의 명수’ 박쥐류의 보호가 시급했다. 5년이 흐른 요즘 비무장지대는 인간의 훼손앞에 신음하고 있다. ‘철새낙원’ 철원평야의 동송저수지,샘통,토교저수지 등에는 여름철새가더 이상 군락을 이루고 있지 않았다.비무장지대안으로 난 도로가 포장되고길이 넓혀지면서 철새들이 다른 곳으로 둥지를 옮긴 곳이다. 조류학자 이정우 삼육대 교수는 “비무장지대의 생태변화로 철새들의 군락지 이동 등의현상이 두드러지는만큼 새로운 번식지와 군락지를 찾아 보존지역으로 지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특히 철원군 동송과 연천군 일부철새도래지가 경작지화하면서 매년 찾아오는 철새의 수가 줄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1년에 1㎜씩 4,000∼4,500여년동안 쌓여 형성된 국내 유일의 고층 습원지역인 대암산 용늪도 해당 군부대가 초병들을 ‘환경지킴이’로 임명,경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곰취 등을 채취하러온 주민 등에 의해 난 상처를 회복하는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천연기념물 217호로 남한지역에 수십마리만 남은 산양이 살고 있는 건봉산고진동 계곡에서도 산양의 모습을 좀처럼 목격하기가 어려워졌다. 식물학자 이은복 한서대 교수는 “막연하게 비무장지대가 생태계의 보고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면서 “군부대 등이 자리잡고 있는 비무장지대는 잦은 시계청소 등으로 이미 심하게 훼손된 실정이므로 관광지 등으로 개발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생태계보호지역으로 지정,엄격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원‘양구 노주석기자.*여름철새 뜸한 도래지들. 매년 이맘때면 백로 등 여름철새들로 장관을 이루던 강원도 철원군 동송일대의 철새도래지가 요즘 텅 비었다.어린 백로와 왜가리 몇 마리만 드문드문눈에 띌 뿐이다. 백로는 매년 3∼4월이면 필리핀,캄보디아 등 동남아지역에서 어김없이 날아와 이곳에서 여름을 난 뒤 10월 하순쯤 되돌아가는 여름철의 진객. 안내장교는 “최근 들어 이 지역에서 백로와 왜가리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철원평야를 하얗게 수놓던 백로떼는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왜 떠난 걸까. 백로떼를 찾아 천연기념물 245호 철새도래지로 지정된 샘통(泉桶)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마찬가지였다.따뜻한 샘물이 사시사철 솟아나 철새들의 행렬이끊이질 않는다는 이 곳에서도 논 위를 한가로이 걸어다니는 백로 몇 마리만목격했을 뿐이었다. 의문은 곧 풀렸다.이 지역 철새연구가 진익태씨가 “백로들은 고석정 냉정저수지부근으로 서식지를 옮겼다”고 귀띔해 주었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 남쪽으로 10여분 길을 달려 백로들을 찾아나섰다.고석정부근 포천군 관인면 냉정1리 냉정저수지초입의 소나무숲에서 비무장지대안에서 사라진 백로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작은 운동장만한 야트막한 소나무숲에서는 중대백로,중백로,쇠백로 등 백로들과 황로등 3,000여마리가 뒤섞여 군무(群舞)를 추고 있었다. 숲안으로 들어가자 소나무마다 둥지를 튼 백로들의 날개짓소리와 울음소리가 진동했다.깃털이 날리는 숲속은 마치 눈이 내리는 듯했다. 이정우 삼육대 교수는 “해마다 여름이면 철원평야를 찾던 백로를 비롯해검은댕기 해오라기,후투티,꼬마물떼새,청호반새 등 수십종에 달하는 철새들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그 이유로 비무장지대의 먹이부족과 관광객 및 교통량의 증가를 꼽았다. 이 마을에서 40년을 살았다는 황균익씨(75)는 “5∼6년전부터 백로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다”면서 “백로들은 새벽이면 전방으로 떼지어 날아간 뒤 오후 4∼5시쯤이면 다시 날아들어 저수지의 물고기나 우렁이,달팽이,개구리를잡아 먹는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백로들의 새로운 서식지로 자리잡은이 지역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노주석기자
  • 말못하는 식물도 마음이 있다

    식물에도 마음이 있을까.식물이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인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과학자들에 따르면 식물들은 아름다운 음악을 좋아하고 소음은 싫어한다.또 멋을 내거나 수줍음을 타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최근 식물에 관한 이런 신비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잇달아 나와 독자를손짓하고 있다.‘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중앙 M&B,값 8,000원)와 ‘식물의 마음을 모르고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책만드는 식물추장,값 2만2,000원). 우선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는 식물의 감성과 본능,사회성 등을 두루 설명해준다.저자는 ‘신갈나무 투쟁기’를 썼던 차윤정 박사.‘신갈나무…’는 딱딱한 과학을 소설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 큰 인기를 모았었다. ‘지난 60년대 말 미국에서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해 식물의 자극과 반응을연구한 결과 식물을 죽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대면하면 식물들이 아무런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그가 떠난 뒤에야 반응을 나타냈다.이는 식물들이 자기방어를 위해 사람들이 그러하듯 잠시 실신한 것이다’‘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나무를 쓰러뜨릴 때 온 주민이 나무를 둘러싸고 사흘 낮밤을 소리친다.그러면 나무가 혼이 나가 그만 쓰러진다.나무가 소리에예민함을 알려주는 것이다.나무는 특히 바흐의 오르간 연주와 인도 전통음악을 좋아한다’ ‘식물은 왜…’는 수많은 과학적 실험 결과와 사례를 이처럼 인용하며 식물의 생태를 사람들에게 전해준다.여기에 저자의 일상적인 경험과 감성을 섞어 에세이식으로 책을 펼친다. 저자는 책에서 “식물은 우리들에게서 이미 퇴화된 순수 그 자체의 감성을품고 있는지 모른다”고 토로한다. ‘식물의 마음을…’ 역시 ‘인간이 식물과 더불어 존재하려고 할 때 식물은 인간에게 다가와 마음을 열고 인간을 위해 희생한다’고 주장한다.저자는‘독도의 야생화’‘한국의 야생화’ 등을 지은 김태정씨. 책은 가지 갈대 감 감자 고사리 구기자 등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식물을다룬다.이들 식물에 얽힌 이야기에 약을 쓰일 수 있는 방법,화보 등을 곁들이고 있다.이 책은 1부며 저자는 조만간 2부를 펴내고 봉선화 부추살구나무엉겅퀴 할미꽃 등 31가지 식물을 다룰 예정이다. 이들 책은 공통적으로 식물의 생태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원형’쪽으로회귀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박재범기자 jaebum@
  • 새봄맞이 민요에서 창작곡까지 국악공연 2題

    국악관현악계의 쌍두마차인 국립국악관현악단(단장 한상일)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단장 이상규)이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기획공연으로 앞다퉈 새봄의 기지개를 켠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7·18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2000 겨레의 노래뎐’을,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22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386세대의 한국음악’공연을 펼친다.앞엣것은 70∼90년대 민요를 바탕으로 해 새로운 음악작업을 벌인 인물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과거의 성과를 돌아보는 무대이고,뒤엣것은 요즘 가장 촉망받는 젊은 국악작곡가 4명의 작품을 통해 창작음악의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는 자리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책임운영제로 바뀐 이후 처음 마련한 ‘2000겨레의 노래뎐’은 화려한 출연진이 눈길을 끈다.정태춘,한영애,장사익,조성연,김회경,김성기 등 이 시대 노래꾼들과 박범훈,김영동,김성녀 등 국악인,국립합창단,서해안풍어제 보존회,방승환풍물단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국악과 양악에 두루 재능있는 젊은 작곡가 김회경의 ‘태백산에 영산홍 지다’를 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이어 황해도 만신 김금화의 수제자이면서 영화 ‘세상밖으로’를 제작하기도 한 이색경력의 소유자 조성연이 황해도 뱃노래 ‘에밀량,배치기소리’로 우리 민요의 신명을 선보이고,가수 한영애가 ‘새야새야’‘엉겅퀴야’‘가시리’등 구전가요로 민요에 담긴 즉흥성과 놀이성을 보여준다. 김성녀가 부르는 김영동의 ‘애사당’‘사랑가’가 70년대 정서를 대변하고나면,정태춘이 ‘다시 가는 노래’‘어허 배달나라,광명이여’로 80년대를불러내고,뒤이어 90년대 소리꾼 장사익이 자작곡 ‘찔레꽃’‘나그네’를 선사한다.마지막은 국립합창단이 부르는 박범훈의 ‘새천년 아리랑’이 장식한다.공연을 기획한 김태균 기획위원은 “민요와 관현악의 만남이 국악대중화를 꽃피우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02)2273-0237.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준비한 ‘386세대의 한국음악’은 김만석(36)김승근(34)원일(33)지원석(32)등 30대 작곡가 4명이 펼치는 ‘4인4색의 퓨전국악’공연이다.새로운 음악을 창작한다는 목표는같지만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지닌이들의 음악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서양의 현대적인 어법을 국악에 잘 살려내는 것으로 유명한 김승근은 이번무대에서 ‘관을 위한 협주곡’을 초연한다.대전시립국악원 지휘자로 있는지원석은 대전의 아름다운 전경을 묘사한 ‘대전서곡’으로 자신만의 음악언어를 펼쳐보이고,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자 창작 타악그룹 ‘푸리’를 이끌고 있는 원일은 영화 ‘이재수의 난’에서 선보였던 ‘용담의 꿈’을 연주한다.친근감있는 멜로디로 대중적인 곡을 만들어내는 KBS국악관현악단 단원 김만석의 아쟁 협주곡 ‘천축’또한 기대되는 작품이다.이들 4명은 이번 연주회에서 직접 지휘도 할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02)399-1700. 이순녀기자 coral@
  • 민화풍 색채로 담은 자연 ‘박종수전’

    ◆박종수 ‘민화적인 풍경’전한국미의 원형인 민화를 재해석했다.‘한국인의 배냇정신’이 면면히 흐르는민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데 몰두해온 작가는 민화의 극채(極彩)오방색을 사용해 자연의 풍경을 그린다.“이상적인 화면구성은 먹이 자연스럽게 번지는것 또는 물이 흐르는 것 같아야 한다”는 게 작가의 견해.그는 민화적인 기법을 빌려 쓰지만 이미지의 배치,즉 구성에 있어서는 독자적인 조형감각을발휘한다. 작가는 우리 조상의 얼이 고스란히 담긴 십장생도나 산야에 피는 들꽃,특히강인한 민초의 삶을 연상시키는 엉겅퀴 등을 즐겨 그린다. 이번 전시에는 ‘장생’‘목어’‘망부가(望夫歌)’‘민화적인 풍경’등의그림을 냈다.그림마다 우주적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23일까지 서울갤러리제1전시실 (02)2000-9737김종면기자 jmkim@
  • 12일 대학로서 단독콘서트 갖는 소리꾼 김용우

    “보통 흥겨움 하면 사물놀이 장단을 떠올리는데 소리가락으로도 흥겨운 한바탕을 꾸밀 수 있음을 보여드리겠습니다”3집 앨범 ‘모개비’를 낸 소리꾼 김용우(33)가 12일부터 닷새동안 대학로학전그린소극장에서 단독콘서트를 갖는다.그동안 많은 노래무대를 가져온 그이지만 자신만의 무대는 이번이 처음. 모개비는 앞소리꾼을 일컫는 ‘목 아비’에서 나온 말.국악장르의 진보성을대중에 녹여내겠다는 그의 의지가 묻어난다. 이번 앨범에는 그가 브라운관 등을 통해 많이 들려주었던 ‘진주난봉가’는물론 ‘공해바다 뱃노래’의 재즈 감각이 돋보인다. 특히 ‘공해바다…’는‘살으나 죽으나 고향 바다에…”라는 가사에 담긴슬픔의 정제미가 잘 살아나 있다.이정식 재즈 쿼텟이 연주를 맡았다. 뒷소리를 아카펠라 그룹 ‘인공위성’이 넣은 ‘장타령’도 재미있고 평론가강헌으로부터 ‘응축된 슬픔의 텍스트를 통해 실체를 수면위로 드러내지 않는 빙산처럼 고도로 훈련된 비애의 절제감과 여백의 미의식을 정교하게 드러냈다’는 평을 얻은 ‘엉겅퀴야’가 지닌아름다움은 처연하기 그지 없다. 작곡 능력이 있는 그이지만 부러 ‘회심곡’‘한오백년’ 등 대중의 귀에 익은 곡들을 골랐고 창작곡으로 이정란의 ‘엉겅퀴야’와 박치음의 ‘공해바다 뱃노래’를 넣었다.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은 자신의 창작곡은 올해안에 4집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테크노 사운드와의 접목을 꾀하는 ‘테크노 장타령’을 보너스 트랙으로 넣고 테크노 등 여러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하는 프로젝트 앨범을 낸 뒤 홍대앞 라이브 거리를 한바퀴 돌겠다는 기획을 세웠다. 국악의 뿌리를 잃지 않고도 이들 장르를 흡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김용우는 나아가 “우리 국악도 이제 시각적 이미지를 고려하는 기획을 해야 한다”는 그는 “새로운 국악을 하고자 하는 이들끼리 전략적으로 제휴하고 힘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프로젝트 앨범은 이러한그의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첫 단독공연인 만큼 압박감도 크지만 흥겨운 우리 가락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관객들에 있다고 믿는다.이런 자신감은 그동안 ‘눈치 보느라’제대로 놀아보지 못한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신명난 판을 벌이겠다는 각오로 이어진다. 잠이 안오는 신새벽 집앞 가게에서 떡볶이를 사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엘라피츠제럴드의 재즈 보컬이나 콜 포터-존 콜트레인의 재즈 앙상블을 듣는 게그의 유일한 여가.나머지는 모두 우리 소리의 몫이다. 재즈그룹 ‘벗’,테크노 뮤지션 조원희,아카펠라 그룹 ‘솔리스트’,장사익,안치환,푸리,김현성,강은일 등이 게스트로 나온다.공연 문의 (02)333-5035 임병선기자 bsnim@
  • ‘아프가니스탄이여,안녕’/오지탐험가 김병호씨 장편

    아프가니스탄에는 어디를 가나 진흙으로 만든 무덤 같은 집들이 숨구멍만한 공기통을 내놓은 채 드문드문 서 있다.식수가 부족해 일년에 한 번 이상 목욕을 할 수 없고,식량이 모자라 양고기와 ‘논’이라 불리는 밀가루 빵을 먹으며 삶을 꾸려간다.이제 아프가니스탄은 옛 실크로드의 영광은 간데없고 바위덩어리만 뒹구는 불모의 땅이다.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아프가니스탄처럼 아름다운 곳이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그곳에 사랑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오지문화 탐험가로 잘 알려진 김병호씨의 장편 ‘아프가니스탄이여,안녕’(푸른숲)은 아프가니스탄 척토에 핀 사랑 이야기를 통해 산다는 것의 의미를일깨워주는 소설이다.작가는 모래먼지 날리는 투르키스탄 사막에 비극적인로맨스를 펼쳐 놓는다.사랑이 때로 인간을 얼마나 강건하게 만드는가,‘지금-여기’에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환희인가를 작가는 역설로 보여준다. 주인공은 운동권 출신으로 고국을 등지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와 구호활동을 하는 민석.그는 이슬람명문 출신의 처녀 루스카와 가까워진다.오랜만에이성으로부터 아득한 연정을 느낀다.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인습과 종교의 벽에 부딪친다.“바위를 뚫고 피어나는/엉겅퀴 꽃도/열흘을 넘기지 못하고/창공을 나는/비비새도/힌두쿠시를 넘지 못해요” 루스카는 민석에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한이 서린 전통민요 한 구절을 남기고,이들의 사랑은 종말을맞는다. 민석은 루스카와의 사랑의 역사가 담긴 붉은 사인펜 자루를 아무다리요 강언덕에 묻는다.사랑은 비록 비극으로 끝났지만 슬픔도 때로는 힘이 되는 법. 민석은 그 절망의 힘으로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고,결코 용서할 수 없었던 한 시대와 악수를 한다. 작가는 현재 태국의 치앙라이에 머물고 있다.그는 1,300년전 당나라에 끌려간 고구려 후예들의 이야기를 그린 ‘치앙마이’와 고구려 후예들이 중국에세운 이정기 왕국을 배경으로 한 ‘고구려를 위하여’라는 두 권의 역사소설도 냈다.김병호의 소설은 문학적 기교가 승하지 않은 만큼 담백하게 읽힌다. 김종면기자
  • 강봉수 할머니 ‘내 손으로 담그는 미용술·건강술’ 펴내

    ◎술로 지키는 건강… 약술 제조 秘法/미용·스태미너·약용주 등 108가지 소개/포도주에 검은콩 우려내면 심장에 특효 “어렸을 때 진주 집은 경남 서부의 주류 집산지라 할 만큼규모 큰 양조장이었지요.어머니는 여름이 되면 기가 허한 아버지를 위해 복분자술을 담그거나 콜레라가 돌 무렵 우리에게 마늘주,구기자주 등을 먹이셨어요.술이 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부터 어렴풋이 알았지요.” 5년전 ‘강봉수 할머니의 미용식이요법’을 통해 자연미용 바람을 일으켰던 강봉수 할머니(74)가 108가지 약술 제조법을 담은 ‘내손으로 담그는 미용술·건강술’(서울문화사)을 펴냈다.베스트셀러 첫 책의 위력때문에 강씨는 ‘자연미용 할머니’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누구보다 일찌감치 술과 인연을 맺어 평생 동반자로 머물러온 ‘술 할머니’라 주장한다. ‘술고래 할머니’가 아니다.마시는 기쁨보다 만드는 기쁨이 더 크다는 ‘약술 제조가’.강씨집 거실에는 30여년간 만들어 보석모으듯 모아온 약술들이 생년월일과 이름이 쓰인 명찰을 단 병안에서 가지런히 익어가고 있다. “엄마 손길을 떠올리며 60년대부터 이런저런 과일주를 흉내내오다 약술의 오묘함에 흠뻑 빠졌지요.” 30여년 ‘술도가’에서 익어나온 제조 비법은 8장으로 나뉘어 정리됐다.여성에게 좋은 미용주,온가족이 즐기는 과실주,노화 방지하는 건강주,남편을 위한 스태미너주,소화기관 튼튼해지는 자양주,신비의 체력증강 혼합주,고혈압 예방·혈액순환 촉진의 약용주,질병 예방·치료의 약용주 등.이에 딸린홍화주,찔레주,알로에주,유자주,머루주,국화주,깻잎술,고추술,박하주,물푸레나무주,도라지주,엉겅퀴주 등의 빼곡한 제조법이 쓰윽 훑어만 봐도 아찔한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했어요.재료도 청과물상이나 한약건재상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고요.저도 과실주로 시작했지만 만들다보니 한방까지 파고들게 됐듯이 독자들도 한 페이지씩 읽어갈 때마다 술만드는 재미가 솔솔 깊어가리라 믿어요.” 특히 자랑하는 술은 검은콩 포도주.시판 포도주에 까만 약콩을 우려내는 간단한 방법이면서도 약한 심장에 특효라 강씨도 저녁마다 한잔씩 장복한단다. “술은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된답니다.적당히 마셔야합니다.과음은 건강에도 안좋고 인격까지 해할 수 있지요.술 담그는 이는 기다림도 알아야 해요.알맞게 익기 전에는 뚜껑을 따지 마세요.”
  • 자형화(외언내언)

    많은 나라들이 그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나 식물을 갖고 있다.어떤 나라는 법령으로 국화를 정하기도 하나 그렇지않고 자연스럽게 관습적으로 통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나라가 국화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또 언제부터 국화가 따로 정해지기 시작했는지도 분명치 않다.다만 2차대전 이후 국화를 갖는 나라가 부쩍 늘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국화에 대한 지식도 잘못 전해진게 많다.우리는 영국의 국화를 장미로 알고 있으나 실은 장미는 잉글랜드 지방을 대표하는 꽃이고 웨일스는 수선화가,스코틀랜드는 엉겅퀴가 대표하고 있다. 일본의 국화는 벚꽃으로만 알고 있지만 황실의 문장인 국화꽃도 벚꽃과 함께 국화로 통용되고 있다.미국에는 당연히 국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에는 국화가 없다.많은 주가 주화를 갖고 있을 뿐이다.한종류의 꽃이 여러나라의 국화가 돼있기도 하다.우리와도 친숙해진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국화다. 도시도 최근들어 도시를 상징하는 도시꽃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서울의 상징 식물은 은행나무다.버릴 것이 없고 공해에 강하며 아름답기도 해 서울의 나무가 됐다. 요 며칠 사이 전세계에 유명해진 꽃이 있다.자형화다.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홍콩의 상징 꽃인 자형화가 갑자기 세계의 시선을 끌게 된것이다.홍콩의 시가지는 물론 주요 행사장마다 자형화를 형상화한 홍콩기가 나부끼고 있기 때문이다. 1908년 홍콩 섬에서 발견된 후 도시꽃으로 사랑을 받아왔던 자형화는 연한 붉은색 바탕에 흰줄무늬가 나있다.연약해 보이면서도 아름다워 벌써부터 홍콩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중국은 이 꽃을 홍콩의 상징화로 계속쓰기로 한것이다.홍콩기도 자형화의 다섯 잎사귀에 중국기의 다섯 별을 하나씩 새겨넣어 만들었다.우연히도 붉은색 바탕에 흰줄무늬가 일국양제를 표현한다고 해 회자되고 있다. 홍콩과 중국의 관계가 자형화만큼 아름답고 조화를 이룰수 있었으면 한다.
  • 강원도 건봉산 일대를 가다/DMZ 생태계 보존 캠페인

    ◎6·25로 파괴된 산림 금단의 세월속 제모습/활엽수 빽빽… 산양 등 희귀종 출몰/「지뢰지대」 팻말 사이 초롱꽃 활짝/“성인병에 특효” 엄나무 통째로 베어가 수난 강원도 고성군 수동면 사천리 고진동계곡은 DMZ 남방 한계 철책선을 넘어 공동경비구역안까지 자락을 길게 드리우고 있다.고진동계곡을 품에 안은 건봉산(해발 911m)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그러나 산세가 험하기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럽다.건봉령을 향해 비포장도로를 숨가프게 오르다 보면 군 막사가 들어선 야트막한 언덕턱이 시야를 채운다.독도다.산 초입에 위치한 건봉사에서 수양을 마친 스님들이 금강산으로 들어갈 때 이 곳에서 지도를 보면서 방향을 살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여기서부터 내리막길을 따라 계곡이 펼쳐진다.하지만 숲에 가려 계곡은 보이지 않고 물소리만 들린다. 계곡은 북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철책선은 계곡을 두쪽으로 갈라 놓았다.철책선 바깥쪽 공동경비구역은 야생 동물의 낙원이다. 산양과 멧돼지,오소리가 목을 축이기 위해 하루에도 두세번씩 찾아온다. 특히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은 남한지역에 겨우 몇십마리만 남은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종이다. 최근 학계조사팀은 고진동계곡 공동경비구역안에 산양 십여마리가 살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철책선을 지키는 한 초병은 며칠째 산양 두마리가 건너편 숲에서 내려와 물을 먹고 갔다고 귀띔했다.출몰지점에 카메라 앵글을 맞춰 놓고 한낮을 기다렸지만 허탕을 쳤다. 안내장교는 고진동계곡은 물론 건봉산의 반대편의 오소동 계곡에서 지난 해말 호랑이와 곰을 목격했다는 보고를 받고 수색작전을 펼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는 그렇다 하더라도 곰이라도 봤으면 했지만 기대에 그쳤다. 고진동계곡은 경사가 급하고 길이가 짧다.굽이치는 계류가 휘감아도는 곳에는 여지없이 집채만한 웅덩이들이 형성돼 있다. 물이 맑고 한여름에도 수온이 20도를 넘지 않는다.그래서 깊은 계곡에만 산다는 산천어를 비롯,버들가지,금강모치,미유기같은 희귀어종의 서식처로 안성맞춤의 조건을 갖췄다. 잉어과에 속하는 버들가지는 휴전선 이남에서는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에서만 발견된다.고진동 계곡은 분포지의 상류이므로 보존가치가 높다.메기과의 미유기와 금강모치도 우리 나라에서만 나는 고유어종이다.지리적으로 격리된 상태에서 조상종으로부터 어떻게 진화됐는지를 규명하는데 중요 어종이다. 계곡의 중·하류 수역에는 동해로 유입되는 다른 하천에는 살지 않는 피라미와 퉁가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로 관찰된 적은 없다. 금강산의 말산으로 일만이천봉의 한 봉우리에 속하는 건봉산은 백두산∼금강산∼태백산을 잇는 척량산맥의 허리이다.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혼재돼 있고 야생 동·식물의 분포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몇 안남은 곳이다. 취재팀은 6·25 전쟁통에 파괴됐던 산림이 40여년의 세월동안 빠른 속도로 본래의 모습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진동계곡의 비경을 더듬으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나는 동안 신갈나무,가래나무,졸참나무,갈참나무 등 참나무류에 속하는 활엽수림이 울창하게 펼쳐져 있었다. 동부전선 산악지역특유의 수종인 상수리,피나무,물푸레나무,생강나무도 촘촘하게 서 있었다. 동행한 이은복(53·한서대 식물분류학 전공)교수는 『우리나라 중부지방은 기후특성상 활엽수림대이지만 유교에서 비롯된 뿌리깊은 존송사상과 화전이 횡행하면서 활엽수가 크게 줄고 소나무숲이 인위적으로 형성됐었다』면서 『전쟁으로 산림이 크게 훼손됐고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덕에 원래 주인인 활엽수가 다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능선을 따라 군데 군데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을 가리키며 『생명력이 강한 소나무가 세탈(빗물에 산정상 부근의 흙과 함께 흙속의 자양분이 산 아래로 쓸어내려가는 것)현상으로 토양이 척박한 능선에만 일부 남아있다』며 『10∼20년 뒤에는 능선지역도 본래대로 활엽수가 재점령할 것』으로 내다봤다. 계곡을 끼고 앉은 숲어귀에서 청호반새 한마리가 불쑥 날아올라 건너편 숲으로 사라졌다.붉은 색 부리에 하늘색 깃털의 청호반새는 이름 그대로 계류에 사는 이 지역의 터줏대감 격이다.이밖에 노랑할미새,휘바람새,노랑턱멧새,어치 등도 관찰됐다. 「미확인 지뢰지대」라고 적힌 팻말이 박혀 있는 길가에는 연두색 초롱꽃이 피어 있다.꽃잎과 꽃받침이 각각 5장이라 5수성식물에 속하는 이 꽃은 「녹색천지」인 주위의 풀들과 뒤섞여 언뜻보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개를 숙인 채 핀 모습이 영낙없이 촌색시를 연상케 했다. 계곡 건너편 언덕 위에는 박쥐나무가 손짓했다.끝이 세갈래로 갈라진 채 바람끝에 살랑거리는 잎은 이름처럼 거꾸로 매달린 박쥐가 날개짓을 하는 모습이다.3∼4㎝ 길이의 노란 꽃은 8장의 꽃잎을 벌린 채 지면을 향해 축 늘어져 있다. 목련과에 속하는 함박꽃나무는 「북한목련」으로 통한다.개화기의 뒤끝이지만 자태는 그윽하다.10m 가량의 큰 키에 사방으로 뻗은 가지에는 수십송이의 새하얀 꽃이 노란색 암술을 빨간 꽃밥으로 떠받치고 있고 이를 6장의 꽃잎이 다시 감쌌다. 수십송이가 한데 모여 마치 흰솜을 뭉쳐놓은 듯한 형상의 조팝나무도 계곡의 신비를 더해준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한반도 중부 이북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는 금강제비와금마타리도 바위틈에서 목격됐다.개화기가 아닌데다 평범한 외양때문에 언뜻 보기에 잡풀처럼 보여 놓치기가 쉽지만 우리나라 특산의 고산식물들이다. 고개를 드니 20m를 웃도는 키가 훌쩍 큰 나무 한그루가 시야를 꽉 채웠다.낙엽활엽수의 일종인 엄나무였다.잎의 끝부분이 5∼9개로 갈라졌고 가지에는 가시가 무성했다. 가지를 대문에 걸어놓으면 귀신을 쫓는다해서 사랑받던 나무다.하지만 최근 성인병에 특효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교수는 『어린 가지를 잘라 닭백숙 요리에 넣어 삶거나 심지어 개두릅이라 불리는 새순을 나물로 무쳐 먹기 위해 나무를 통째로 베어가는 일이 흔하다』고 일러준다. 털조록싸리,다래꽃,지느러미 엉겅퀴 등 제 철을 맞은 식물들도 특유의 자태를 뽐내며 건봉산을 수놓고 있었다.건봉산은 철책선의 긴장이 무색하게 이제 막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건봉사/생태계 복원 비밀 담은 현장/6·25로 사찰·주변 생태계 전소… 최근 재건/화재전 주종이룬 소나무군락 자취 감춰 서울에서 진부령을 넘어 통일전망대쪽으로 20여분 달리다 보면 「금강산 건봉사」라는 팻말을 만난다. 건봉산의 초입에 위치한 건봉사는 행정구역상으로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냉천리.신라 법흥왕 7년(520년)에 세워진 고찰이었지만 6·25 때 전소됐다.지난 94년 민통선지역에서 풀렸고 재건작업이 한창이다. 건봉사를 생태학자들이 주목하는 까닭은 사찰과 함께 불에 탔던 생태계가 어떻게 복원됐는지를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현장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웃한 고성산불 피해 지역을 되살리는 해법도 이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기대를 반영하듯 건봉사터 일대 곳곳에서는 자연의 신비로운 치유력을 엿볼 수 있다. 우선 빽빽한 신갈나무 군락을 사위에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건봉사의 식생이 건봉산의 일반적인 생태와 많이 달라진 점이 관찰됐다.건봉산의 고진동 계곡과도 차이가 났다. 불에 타기 전 사찰 주변에는 소나무를 주종으로 잣나무,전나무 등 침엽수와 주목,신갈나무 등의 활엽수가 드문 드문 섞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소나무 군락은 찾아볼 수 없다.다만 40여 그루의 큰 소나무들이 과거의 화려했던 모습을 대변해줄 뿐이다. 더군다나 건봉사 경내의 생태계도 상당 부분 훼손됐다.사찰 재건 공사가 진행되면서 사찰 입구 계류변에서 자라던 달뿌리풀 군락,경내 평지의 개망초와 잡초는 자취를 감췄다.개망초는 절터가 과거에 경작지였음을 알려주는 근거다. 경내 곳곳에서 새콩,새팥,들콩 같은 콩과 식물이 흥미로운 혼합군락을 이루고 있었다는 학계의 보고도 확인할 수 없었다. 취재진과 동행한 이은복 교수는 『민통선구역이 해제되기 전까지 건봉사 터는 생태계의 재생이 이루어진 상태였다』며 『사찰 신축 공사로 많이 훼손된 것같다』며 아쉬워했다.
  • 생존작가 전집출간 줄 잇는다

    ◎김승옥·이문구씨 이어 김지하·박경리씨 작품도/70년대 황순원·최인훈씨 전집이 효시/“작품 한눈에”·“객관적 평가 방해” 반응 엇갈려 한작가의 전집을 출판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의 모든 작품을 한데 모아 완성된 상품으로 만드는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다.사방에 흩어진 판본에서 결정판을 골라내 여러권으로 묶어내는 전집출판은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총체적 해석행위로 여겨져 왔다.이때문에 전집출간은 보통 작품세계가 완결된 세상을 떠난 작가들에게 한정돼왔다. 하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진지한 문학의 관례도 옛말,출판가에는 요즘 생존작가 전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음주 문학동네에선 작가 김승옥씨의 전집이 출간되고 솔출판사에서는 올해가 가기전 단편집을 내기 시작,수 개월안에 이문구 전작을 전집으로 묶을 계획이다.김지하 시인도 시전집을 필두로 산문집 「틈」「밥」「님」,대설 「남」 등 모든 책을 솔출판사에서 정리중이고 「토지」의 작가 박경리씨도 자신의 거의 모든 작품을 같은 출판사에서 내고 있다.전작은 아니지만박완서씨의 모든 장편과 이문열씨의 모든 중·단편이 세계사와 둥지에서 각각 전집 형태로 묶이고 있다.지난 76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문학과 지성사의 황순원 전집과 최인훈 전집은 생존작가 전집의 효시격이다. 전집출간은 소설가에게만 국한된 관심은 아니다.민음사는 지난해 고려대 김우창 교수의 비평전집을 낸데 이어 얼마전 이대 유종호 교수의 평론전집을 선보였다.김춘수·미당 등 시인의 전집도 출간했다. 김승옥 소설전집은 80년 이후 절필하다시피한 작가의 전모를 되살리는 기획.「생명연습」등 단편 15편을 담은 1권,중편 5편을 실은 2권,장편 네편을 나눠 실은 3∼4권,꽁트와 작가연보로 짜인 5권 등 지난 시절 작가의 글쓰기를 총망라하고 있다.뿌리뽑혀 전망없이 떠돌던 전후 한국상황을 세련되게 그려내 60년대적 감수성을 돌올하게 대표했던 작가의 문학사적 의의를 기린다는 것. 솔출판사에서 나올 이문구 전집은 단편 33편을 실을 「몽금포 타령」,「해벽」,「만고강산」 등 세권의 작품집을 시작으로 「장한몽」,「관촌수필」,「엉겅퀴 잎새」,「우리 동네」 등 장편까지 순차적으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잊혀져가는 농촌정서를 걸쭉한 입담으로 끈질기게 천착해온 작가는 우리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때문에 「팔리는」 작가가 아니더라도 전모를 조감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출판사측은 밝힌다. 생존작가 전집이 성황을 이루는 밑자리에는 출판계의 질적 성숙이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자평.이유야 어찌됐든 난립과 재편을 통해 나름대로의 힘과 색깔을 갖게된 출판사들이 「자기 스타일」의 작가를 자연스럽게 출판하면서 작가들도 전집을 내는것이 쉬워졌다는 얘기다.작가의 감수아래 작업이 이뤄져 판본확정이 쉽고 작품들이 전집으로 모이므로 중복출판도 없앨 수 있다는 게 이들이 꼽는 장점이다.또 집중적인 광고 등 작가 홍보에도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것. 하지만 이같은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전집에 실린 똑같은 작품을 다른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얼마든지 낼 수 있는 지금의 법과 관례에서는 중복출판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 수 도 있다는 것.또 작가의살아있는 검열이 작품세계에 대한 연구자의 객관적 접근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크다는 우려다. 한 문학출판사 주간은 『현대작가의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생존작가 전집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출판계의 관행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기작가를 묶어두는 출판사의 구실에 그칠 공산도 크다』고 말했다.
  • 곤충채집(외언내언)

    『앞벌 논가에선 개구리들이 소낙비 소리처럼 울어대고 삼밭에선 오이냄새가 풍겨오는 저녁,마당 한귀퉁이에 엉겅퀴 다북쑥 이런것들이 생짜로 들어가 한데 섞여 타는 냄새….넓은 마당에 이 모깃불이 피워지고 그 옆에 멍석이 깔려지고 여기에서 여름살이 다듬질이 한창 벌어진다』 한 시인의 여름찬가다.여기에 땡볕속 들판을 누비는 아이들의 곤충채집 모습이 곁들여지면 우리들의 옛 여름풍경화는 완성된다.무성하다못해 독이 오를대로 오른 여름풀과 풀섶의 벌레들에게 종아리가 쓸리고 물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포충망을 휘두르다가 그것도 싫증이 나면 개울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멱을 감으며 물장구 치고…. 지금의 어른들이 기억하는 여름방학의 곤충채집은 이렇듯 단순한 방학숙제가 아니었다.그것은 자연관찰과 탐구의 능력을 길러주고 자연과 인간을 합일시키는 즐거운 놀이였다.그래서 값비싼 포충망을 구하지 못한 시골 아이들은 처마밑이나 나뭇가지에 걸린 거미줄을 모아 수제 포충망을 만들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곤 했다. 유년의 뜰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이런 기억을 깔아 뭉갠 탓일까.환경보호를 위해 각급학교 여름방학숙제에서 곤충·식물채집을 없앤다는 소식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흥분하는 어른들이 많다.아이들이 잠자리 몇마리 잡는다고 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자연과 동심을 갈라 놓는 처사라는 것.『환경파괴가 어디 아이들탓이냐 어른들 탓이지.낙동강물도 못지키고,골프장 건설에 앞선 환경평가도 제대로 못하는 환경처가 이런식의 발상을 내놓는것은 웃기는 일이다』는 반응을 넘어 『협조공문 하나로 생색내려는 대표적인 한건주의』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교육부의 지시로 식물·곤충채집이 도시학교에서 여름방학의 「선택과제」가 된지 이미 오래된 터.장사꾼들에게 곤충을 사서 학교에 제출하는 숙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면 다른 대안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잠자리 날개를 8개로 그리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는 자연관찰이 오히려 권장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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