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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잃어버린 시간 찾아드리죠

    대한민국의 중·고교생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시할 정도라는 의류 브랜드, 노스페이스. 전 세계에 수천개의 매장을 갖고 있고 수십개 나라에서 철마다 신제품 패션쇼를 여는 이 거대 기업의 창업주는 미국인 더글러스 톰킨스다. 그런데 이 억만장자가 사는 곳이 뜻밖이다. 남미 끝자락, 파타고니아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는 광대하고 척박한 땅. 그가 이곳에서 하는 일이 독특하다. 이른바 ‘속도 저지 프로젝트’다. 경비행기를 타고 돌아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릴 29만ha의 땅을 푸말린 공원이라 이름 짓고는 그대로 둔다. 그 땅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도대체 왜? “땅을 가속화의 흐름에서 구해 자연에 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 20년 동안 조금씩 땅을 사 모아 거대한 자연보호구역으로 만들었다. 종국엔 이 공원을 칠레에 기증할 생각이다. 단, 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래야 서울의 약 다섯 배에 달하는 거대한 땅이 시간의 흐름을 잊고 영원히 파괴를 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슬로우’(박병화 옮김, 로도스 펴냄)는 독일의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플로리안 오피츠가 느리게 사는 법을 제안한 책이다. 저자는 남보다 더 빨리 정보를 입수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가 사람들을 시간에 쫓기게 했다고 진단한다. 시간이 부족한 건 시간관리를 잘못한 개인의 탓이라는 시각에 반기를 든 셈이다. 예전엔 손으로 편지를 썼다. 대략 한 통 쓰는 데 30분 정도 걸렸을까. 요즘엔 어떤가. 이메일을 이용할 경우 30분에 10통 쓰는 건 일도 아니다. 기술의 진보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단축시켜 왔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기계의 발명으로,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재화를 생산해낼 수 있게 됐다. 자, 이제 당신은 더 많은 시간을 얻게 됐다. 그런데 아낀 시간 만큼 여유도 갖게 됐나? 결코 그렇지 않다. 당신은 더 바빠졌고 할 일도 더 많아졌다. 기술의 발전으로 되레 시간을 잃어버린 셈이다. 저자는 이 같은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더글러스 톰킨스를 비롯해 스위스의 산 속에서 새 삶을 시작한 금융 전문가와 부탄의 국민총행복부 장관 등 시간의 속도전에서 비켜서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아울러 ‘조건 없는 기본소득’도 제안한다. 기본적인 생존권이 보장된다면 경쟁을 위해 속도에 집착하는 광기의 소용돌이가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살아남으려 일본 순사가 됐다”… 친일파의 서글픈 변명

    “살아남으려 일본 순사가 됐다”… 친일파의 서글픈 변명

    “지나고 나면 흐름이 보이지만, 그 시대 속에 푹 파묻혀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만으로 힘겨울 수도 있지 않겠나. 일제강점기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는 친일파라면 매장하는 분위기다. 그들을 변호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과 고통이 있지 않았겠느냐, 함께 생각해보자고 쓴 것이다.” 장편 역사소설 ‘북성로의 밤’(한겨레출판 펴냄)을 최근에 펴낸 조두진(45)씨는 잘 팔리지도 않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 소설을 써낸 이유를 22일 전화로 이렇게 설명했다. 대구 출신으로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성로는 대구 도심 한복판에는 있는 조선시대 대구성의 흔적을 말한다. 남성로, 동성로, 서성로 등과 한 묶음이다. 대구성은 1590년 왜구의 침략을 우려해 흙으로 축성했다가 임진왜란 때 허물어지자 1736년 돌로 성을 다시 쌓았다. 전국에 척화비를 세우던 흥선대원군이 1870년 대구성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는데, 불과 40여년만인 1906년 경상도 관찰사 서리 박중양의 묵인 아래 일본 상인들이 이 성을 허물었다. 그 성을 허물어뜨린 대표적인 일본 상인이 ‘북성로의 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미나카이 백화점의 창업주 나카에 도미주로였다. 나카에 도미주로는 일본 시가현 곤도에서 반농·반상인의 아들로 1903년에 조선 땅을 밟았다. 1905년 1월 대구에 잡화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포목점을 열었고, 경부선 열차와 함께 전국으로 지점을 넓혀가던 중 1933년 미나카이 백화점 대구 본점과 경성점을 개장했다. 1941년 중국 남경점까지 연 그는 1945년 해방 직전까지 18개 지점, 종업원 4000명, 연매출 1억엔을 자랑하는 백화점 그룹으로 성장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40년대 일본이 미국에 선전포고한 전후다. 주인공은 미나카이 백화점의 성실한 조선인 배달부인 노정주와 창업주의 딸이자 의전에 진학한 똑똑하고 아름다운 아나코로 설정돼 있다. 마치 청춘소설 같다. 하지만 독자들은 ‘개천의 용’으로 똑똑하지만 일본 순사로 전락한 노태영, 야마모토 쇼시에 더 주목할 것 같다. 소작인의 아들로 일등을 해도 일등 자리를 양반 지주에게 내줘야 했던 태영에게는 설움이 많다. 신분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 설움, 가난의 설움, 고문에 이골이 난 악질적인 순사지만 물렁한 일본인 동료에게 승진에서 밀리는 설움 등이다. 가족의 주린 배를 책임져야 할 가장 태영에게 나라 잃은 설움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태영은 독립운동에 나선 친동생 치영을 거론하며, 사촌 동생인 노정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금 그어진 대로 살아라. 치영은 세상에 금이 잘못 그어졌다고 말하는데, 금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세월에 따라 이렇게도 그어지고, 저렇게도 그어진다.”라고. 또 태영은 “조선 농민은 종일 뼈가 빠지도록 일해도 멀건 죽으로 연명해야 하고, 일본 농민은 쉬어가면서 일해도 쌀밥을 먹는다. 농민의 잘못이 아니라 나라의 잘못이다.”라고. 그는 또한 일본의 조선총독부가 태평양전쟁으로 조선인 징용과 징병에 열을 올리자 “쓸모가 없어야 살아남는다. 살아남아야 쓸모가 있는 것이다.”고 말한다. 치영이 “신념을 팔아서 배를 채우는 것이 부끄럽지 않느냐.”고 추궁할 때도 태영은 “배를 채우는 것이 내 신념이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식민지에서 생활인으로 살아야 하는 태영의 모습은 독재시대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살아온 1970·80년대 산업역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두진씨는 “북성로에 가끔 70~80세가 된 백발의 일본인들이 찾아오는데, 다가가 ‘어떻게 오셨냐.’고 물어보면 몹시 두려워한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거쳐 중년까지 살았던 일본인들인데, 고향을 잃어버린 불행한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가 이뤄지고 나서 아나코는 대구에 찾아와 이렇게 독백한다. “나는 조선에서 22년을 살았고, 일본에서 22년을 살았다. 지금쯤 하얀 찔레가 한창이겠지요. 나는 사쿠라 향기를 몰라요. 어른이 돼서 사쿠라를 접한 사람은 그 꽃향기를 알 수가 없다고 해요.” 이 책은 독일 법학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the Reader)와 오버랩되는 지점이 있다. 나치 전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문맹의 한나와 그녀를 사랑한 법학도 마이클의 이야기는 단순 연애담이 아니다. 현대 독일(마이클)이 유대인 학살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구(舊)독일(한나)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과거와 화해가 필요하다. 어떤 방식으로 과거와 화해할 것인가는 과거를 청산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북성로의 밤’은 말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행정플러스] 장해연금 중단사유 있어도 지급

    장해연금 중단사유 있어도 지급 국민권익위원회는 장해연금을 받게 된 산업재해 환자에게 일정 기간 연금 지급을 중지할 사유가 있더라도 생계가 어렵다면 이후에 받을 연금의 일부를 앞당겨 지급하라는 의견을 표명,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수용했다고 22일 밝혔다. 유모씨는 공사장 추락 산재로 20년간 치료를 받았으나 완치되지 않자 장해 2급 판정을 받고 지난해 8월 장해연금 수급자가 됐다. 유씨는 산재 당시 사업주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은 사실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연금 27개월분의 지급이 중지되자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사회보험제도 중복 수혜를 막기 위한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원인의 생활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연금 지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근복공단에 의견을 표명했다. 공단은 최근 이를 수용, 연금 지급 중단 기간이 끝나는 27개월 이후 매달 유씨가 받을 연금 300여만원 중 절반씩을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산사태방지댐 10년간 1만곳 설치 산림청은 22일 집중호우와 대형 태풍 등으로 인한 산사태 및 토석류(土石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매년 사방댐을 1000곳 설치하고 계류보전사업(600㎞)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은 올해 2300억원을 투입, 토석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인명 피해 우려가 높은 도시·생활권 지역에 우선적으로 사방댐 등 사방 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 성인 10명중 3명 대사증후군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은 대사증후군 증상을 가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2006~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30세 이상 성인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28.8%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2일 밝혔다. 대사증후군은 만성적인 대사장애로,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은 2배 이상, 당뇨병 발생 위험은 4~6배나 높아진다. 조사 결과 대사증후군의 5개 지표 중 1개 이상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사람은 전체의 73.7%였으며 남성(79.7%)이 여성(67.8%)보다 더 높았다. 특히 전업주부가 비전업주부보다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1.85배 높았다. 여성 사무종사자를 1로 봤을 때 대사증후군 위험도는 단순노무 종사자는 1.18배,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는 1.43배, 전업주부는 1.61배로 나타났다. 남성의 대사증후군 위험도는 사무종사자를 1로 했을 때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는 0.84배, 농림어업종사자는 0.57배, 단순노무종사자 0.55배로 사무직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대사증후군을 치료하려면 식습관 개선과 신체 활동량 증가,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업장 점수따라 외국인 노동자 배정

    외국인 노동자를 배정받기 위해 사업주가 고용센터 앞에서 밤새 줄을 서는 불편이 사라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의 외국인력 배정에 점수제를 도입, 내달 신규인력 배정 때 처음 적용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외국인력 배정 점수제는 외국인력이 필요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일정기간 외국인 고용 허가 신청서를 받은 후 외국인 고용이 절실한 정도, 외국인 고용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실적 등을 중심으로 점수를 매겨 점수가 높은 사업장부터 외국인력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사업장에 신규 외국인력 배정을 선착순으로 진행하다 보니 외국인력이 절실한 중소기업 사업주들이 고용센터 앞에서 밤새 줄을 서는 등 큰 불편이 있었다. 가점도 주어진다.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 허용인원에 비해 실제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이 적을수록, 현재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중에서 올해 6~12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외국인이 많을수록, 신규고용을 적게 신청할수록, 내국인 구인노력 기간 중 고용센터에서 알선한 내국인을 많이 고용할수록 가점이 높다. 고용부는 다음 달부터 농축산업(1000명), 어업(530명), 건설업(330명) 등 외국인력 쿼터를 공급할 예정이며 점수제는 내년부터 제조업, 서비스업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룸살롱 황제’ 뇌물리스트 검사 등 20~30명 있었다”

    ‘강남 룸살롱 황제’ 이경백(40·구속기소)씨의 경찰 뇌물리스트와 관련, 지난 2007년 이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내사하던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당시 경찰과 법조계 관계자 등 20~30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는 19일 “당시에도 수사대상 리스트가 있었다.”면서 “이경백과만 연루된 것이 아니라 (서울 중구) 북창동 업주 여러 명과 연관된 경찰이 상당수였다.”고 털어놓았다. 또 “이씨가 검찰 측 관계자와 통화한 기록 등이 나왔지만, 금품수수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간 차이가 나는 만큼 현재 거론되는 명단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일부는 그때 거론됐던 인물일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복역중인 이씨를 소환, 뇌물 상납 경찰과 관련해 뇌물을 건넨 시기, 액수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달 들어 일주일에 2~3차례 이씨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 2007년 수사 때와 겹치는 인물들을 특정, 사실관계를 규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씨가 쓰는 전화기 3대 중 1대는 직원들하고 영업관계 통화용이었고, 1대는 경찰·검찰용, 나머지 1대는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와 연락하는 번호였다.”면서 “그러나 대부분 경찰과 연락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시 이씨 업소의 수익금을 기재하고 회계처리를 하는 비밀 사무실을 덮쳤지만 경리장부 등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또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는 “그때 청소를 잘했으면 (이씨의 뇌물경찰 협박) 이런 일이 없어졌을 텐데 아쉽다.”면서 “2007~2008년 진행된 첫 수사는 철저히 실패한 것이라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 중 일부는 이씨의 술집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가는 바람에 징계까지 받았다. 지인의 전화를 받고 술집을 찾았던 경찰관들이 “함정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수사가 별다른 성과없이 마무리되면서 ‘조작설’, ‘윗선 외압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해체될 수밖에 없었던 처지라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이씨를 둘러싼 유착 의혹과 범행 논란은 2010년 이씨의 룸살롱에서 일하던 19세 가출소녀의 구조 요청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백민경·김승훈·배경헌기자 white@seoul.co.kr
  • 세번째 수사… 檢 ‘룸살롱 황제’ 로비실체 벗기나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강남 룸살롱의 황제’ 이경백(40)씨가 전·현직 경찰관들에게 돈을 건넨 사실과 관련, 검찰의 수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 번째인 유착비리 의혹 수사가 종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7년과 2010년에도 수사당국은 “이씨의 비호세력을 척결하겠다.”며 날선 조사를 장담했지만 뇌물수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미성년자 등을 고용해 강남 일대에서 13곳의 업소를 운영했지만 이씨는 매번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다. “봐주는 세력이 있다.”며 이름이 거론되는 등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이씨의 배후를 캐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2007년에는 한 간부급 경찰관과의 유착 사실이 담긴 투서와 사진을 사정당국이 입수했지만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팀이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에 연루돼 팀이 와해된 데다 소환조사를 앞두고 경찰 내부에서 자제하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이후 이씨는 탈세 혐의 등으로 경찰에 덜미가 잡혀 다시 유착비리 관련 조사를 받았지만 이때도 뇌물 수수자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당시 조사 리스트에 올랐던 인물과 현재 거론되는 인물의 일부가 일치한다고 알고 있다.”면서 “이씨가 검찰에 자진 소환을 요청하는 등 수사당국에 협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세 번만에 (유착비리)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이씨의 측근인 A씨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의 모 음식점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이씨가 검찰, 경찰, 법원, 구청 등 로비를 안 한 데가 없다.”면서 “전·현직 경찰 20~30명이 거론되는데 그보다 더 많다. 100명 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또 “사실 유흥업소 업주들 사이에 통용되는 로비의 ‘선’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씨는 그 선을 넘으면서까지 심하게 로비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서울 강남 일대 룸살롱에서 일하며 이씨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선릉·역삼·강남·논현·신사 등 강남 일대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이씨가 이미 ‘강남 룸살롱 업계’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때다. A씨는 “당시 강남지역의 경찰 가운데 이씨와 친분이 있었던 상당수 경찰관들이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고 경찰과 법조계 인사까지 가리지 않고 로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매달 일정 금액을 상납했고, ‘억’ 단위까지 받은 경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지난해 7월 구속되기 전 자신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고 느껴 ‘상납 장부’를 다 작성해 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검찰 조사 협조와 관련, “이씨는 경찰이 돈만 받아먹고 자기 뒤는 제대로 안 봐준 데 대해 화가 나 검찰에 ‘뇌물 경찰’들을 불겠다고 하는 것”이라면서 “상황을 봤을 때 이씨가 이미 검찰에 죄다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배경헌·홍인기기자 white@seoul.co.kr
  • 보도방 사장, 소속 女도우미 뺨 맞고 오자…

    보도방 사장, 소속 女도우미 뺨 맞고 오자…

     보도방을 운영하는 중국 동포 출신 업주 등이 이권을 두고 패싸움을 벌이다 경찰에 불잡혔다. 보도방은 노래방이나 유흥주점 등에 여성 도우미를 공급하는 업체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일 이권 다툼 끝에 패싸움을 벌인 유흥업소 종업원 하모(28)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보도방 업주 류모(28)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중국 동포 출신인 하씨 등은 지난해 8월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노래방 앞에서 야구방망이와 벽돌, 유리병 등 흉기를 이용해 4대4로 패싸움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류씨와 하씨는 지난해 5월 자신들이 소속된 보도방에서 일하던 여성 도우미들이 서로 뺨을 때리며 다툰 뒤 지속적으로 서로 영업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며 대립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충돌을 빚던 류씨와 하씨는 지난해 8월 우연히 길가에서 마주쳐 시비가 붙었는데 결국 패싸움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패싸움 과정에서 류씨가 운영하는 보도방 직원을 야구방망이로 때려 전치 7주의 골절상을 입힌 하씨 측 보도방 직원 2명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조직화된 형태는 아니지만 중국 동포들이 늘어나면서 이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보도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 같은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열린세상] 원전 안전은 절대적이어야 한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세상] 원전 안전은 절대적이어야 한다/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비록 이견이 있었지만 원자력발전이 안전하다는 인식, 저렴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은 널리 통용되어 왔다. 물론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수납하고 수명 다한 원전을 해체하는 비용을 가산하고 원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감안하면 생산비가 적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가 자원의 희소성을 반영하는 수준까지 전기료 인상을 수용할 태세가 없다면 당장의 현금 지출이 적은 원자력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 후세의 부담이야 그들의 문제이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가정은 작년 3월의 후쿠시마 원전 붕괴와 방사능 유출로도 결정적인 손상을 입지 않았다. 지진이 유발한 쓰나미가 원전을 덮친 자연재해가 원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난 2월 9일 점검을 위하여 멈춘 고리 원전에 전원을 공급할 비상발전기가 12분 동안 가동되지 않는 비상상태가 발생했던 일이 한달 이상 은폐되었다는 소식에 답답해졌다. 피해는 없었지만 그 원인을 후쿠시마 사고처럼 자연재해로 돌릴 수 없는 것이라면 원전과 방사성물질은 근본적으로 위험한 것이고 모든 기계와 설비는 고장으로 인해 재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에 직면한 것이다. 가동한 지 수십년된 원전에서 이번처럼 들키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 버린 고장이 과거에는 없었겠는가. 본사에 보고하지 않고 넘어간 고장이었다면 그것을 수선하고 교체할 계획도 없었으리라. 고장 난 상태의 비상발전기를 그대로 두면 비상상황이 됐을 때 어쩌려고 했는가. 아무리 안전하게 설계한들 이를 다루는 인간이 실수에 취약하기에 규정과 매뉴얼을 만들었을 것이다. 규정 하나를 지키지 않았다면 다른 규정도 지키고 있으리라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세상에 완벽함은 없다. 원전에도 사소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보통은 복잡한 시스템에 의해 이중 삼중의 보호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사소한 사고에 불운이 가세하면 대량살상의 참극이 될 수 있다. 영화로 널리 알려진 타이타닉호는 결코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100년 전 4월의 첫 항해에서 선체가 작은 유빙을 스친 것이 원인이 되어 1513명의 인명과 함께 수장되었다. 유빙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밤에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운행한 과실에 전방감시 소홀의 규정위반이 있었고, 역할을 하지 못할 격벽부터 침수가 진행되는 불운이 겹치고, 조립에 쓰인 리벳의 불량 때문에 선체가 쉽게 두 동강 나 버렸다고 한다. 물론 규정대로의 운전은 막대한 비용을 추가시킬 것이다. 사람을 더 써 상호 원조 또는 감시를 하게 하고,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부품을 자주 교체하여야 할 것이다. 전문적인 진단도 더 자주 받아야 할 것이며 철저한 정비는 장기간 가동을 중단할 각오를 해야 하니 산출을 현저히 저하시킬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안전을 위하여는 생산의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원전을 폐쇄하자는 주장까지 할 확신은 없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이 원전으로 인하여 위협받는 것은 교통사고처럼 허용된 위험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결코 경제성과 타협할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다.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회상해 보자. 백화점은 오랜 기간 적자를 누적하다가 그 무렵 영업흑자로 돌아섰단다. 업주는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인지하였으나 보수를 위한 영업중단으로 다시 적자로 돌아갈 것을 우려했단다. 실제로 대량살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리라고 인식하지는 못했겠지만 그 가능성에 관하여 양심이 긴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문명의 이기는 위험을 내포하지만 안전을 지키는 것은 우리 행동의 기초이다. 내일도 오늘처럼 해가 떠오르리라는 생각이 없으면 우리는 장래를 설계하고 사랑하는 후손을 위하여 열심히 일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싸다는 전기료 때문에 에너지 과소비형 기업이 폭리를 취하고 전기를 많이 쓰는 외국 기업조차 우리나라로 들어오려고 한단다. 원전의 가동을 줄이고 안전에 힘쓸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증명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원전의 안전에 관한 신화가 회복되기야 어렵겠지만 불안은 없애야 할 것 아닌가.
  • [사건 Inside] (24) 재벌가 사모님, 동서 불륜 뒷조사 나선 이유는…

    [사건 Inside] (24) 재벌가 사모님, 동서 불륜 뒷조사 나선 이유는…

     ”’왕회장’ 시아버지는 남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남인 도련님에게 눈길을 주시더니 결국엔 남편의 회사까지 넘겨줘 버렸다. 이대로 넋놓고 있다가는 가진 밥그릇까지 몽땅 빼앗길 노릇인데 남편은 아직도 자존심만 내세우고 있다. 나라도 나서야지 이대로는 안돼.”  화려한 생활 뒤에 숨겨진 추악함, 경영권을 둘러싼 재벌가의 암투만큼 좋은 이야깃거리도 드물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을 고소하고, 형제가 서로의 치부를 캐내는 등 상식을 벗어난 재벌가 뒷이야기는 드라마 소재로 자주 사용되곤 한다.  드라마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연매출 3000억원에 영업이익120억원에 달하는 알짜 중견그룹 A사 오너 일가의 이야기다.    ●남편을 위해서라면…재벌가 맏며느리의 비뚤어진 내조  B(50)씨는 첨단 소재 제조업으로 유명한 A그룹 회장의 맏며느리다. 1970년대 설립된 이 그룹은 군수업체로 지정돼 사세를 급속도로 확장한 뒤 현재 각종 산업의 밑바탕이 되는 첨단소재 산업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B씨의 남편 C씨(54)는 그룹의 주력계열사의 사장이었다. B씨 역시 이 회사의 부사장으로 남편을 돕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창업주인 시아버지 D회장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D회장은 ‘글로벌 경영과 사업 다각화’를 전면에 내세운 C씨에게 그룹의 기본인 제조업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큰 아들의 경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D회장은 결국 다른 계열사 3개를 차남 E씨 등 다른 자녀들에게 물려주려고 했다. 심지어 2009년 C씨는 밀려나듯 자신의 회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고 D회장은 그 자리에 E씨를 앉혔다. E씨가 가진 그룹 지분은 이 사이 2배 이상 늘어나 형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점점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나는 남편을 지켜보던 B씨가 ‘거사’를 도모한 것은 2009년 10월. 시아버지의 눈을 흐려 남편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도련님과 시매부 F씨의 치부를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이씨가 타깃으로 잡은 사람은 F씨와 E씨의 부인 G씨였다. 두 사람이 각각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뒷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불륜 증거를 잡아 시아버지에게 고해 바쳐 낙마시키면 자연히 남편의 재집권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귀하게 자란 터라 뒷조사 같은 험한 일을 알 턱이 없던 B씨는 평소 알고지내던 회계법인 사무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사무장은 심부름센터 사장과 함께 작전 구상에 나섰다.    ●완전범죄가 될 뻔한 시댁 ‘뒷조사’, 시아버지 귀에 들어간 이유는  “불륜이요? 그런 것은 우리가 전문이죠. 일단 이메일에 증거가 남아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그쪽으로 알아보죠. 괜찮겠냐고요? 걱정마세요. 우리는 프로입니다.”  자칭 전문가인 심부름센터 사장의 호언장담에 B씨는 더 꿈에 부풀었다. 심부름센터 사장은 F씨와 G씨가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갖다 바쳤다. 이를 이용해 이들이 가입한 사이트 21곳에 몰래 접속해 사생활을 들여다봤다. 해당 사이트에서 빼낸 정보는 USB에 저장해 증거를 남겼다.  그는 서울 연희동 모 은행 지점 직원도 끌어들였다. 이 직원을 통해 시댁 식구들은 물론 경영권 분쟁에 간여한 시숙 등의 예금 잔액과 금융상품 등 정보를 17차례에 걸쳐 무단으로 빼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B씨가 입수한 정보들 가운데 남편의 적들에게 치명타를 가할만한 내용은 없었다. 별 소득없이 그저 열람을 한 것으로 끝날 상황에 처했다. 때문에 B씨가 친척들의 뒷조사를 했다는 사실 역시 묻혀 지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완전 범죄로 끝날뻔한 B씨의 범행은 엉뚱한 곳에서 발각됐다. 쓸만한 정보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 B씨가 심부름센터를 질책하면서 환불을 요구한 것이 화근이었다. 기껏 일을 하고도 돈 한푼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심부름센터 사장은 조사 대상이었던 F씨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결국 맏며느리의 행각은 시아버지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D회장은 직접 검찰에 B씨를 고발했다.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B씨는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가족의 사생활을 탐지해 약점을 알아내고 그 약점을 이용해 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힘들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역시 가족뿐이었다. 뒷조사를 당했던 시댁 식구들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내는 등 B씨의 구명에 나선 것이다. 결국 B씨는 지난달 19일 항소심에서 벌금 2000만원으로 감형됐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경제 브리핑] 8월부터 ‘체불사업주 융자제도’ 도입

    오는 8월부터 기업이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으로 퇴직 근로자에게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사업주가 신속하게 체불을 청산할 수 있도록 ‘체불사업주 융자제도’가 도입된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이런 내용의 ‘임금채권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과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체불사업주 융자제도는 300인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오는 8월 2일부터 시행된다.
  • [커버스토리] 예술인 증명은 각자? 산재 적용은? 복지기금은?

    상을 차린 쪽에서는 첫술에 배부를 리는 없다고 말한다. 정작 숟가락을 들 이들은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인디뮤지션 달빛요정과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등 젊은 예술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기라도 하듯 예술인복지법이 지난해 11월 17일 제정됐다. 예술인의 지위를 법으로 규정하고 특정 직종의 복지를 다룬 법을 만든 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 법을 통과시키는 데 급급했던 터라 좀처럼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 ●자격증명·산재보험 규정 안갯속 법은 예술인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증명할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밀어놓았다. 문화예술에 대한 자격증은 따로 없다. 결국 고용관계를 증명하거나 신춘문예나 각종 콩쿠르 입상경력, 각종 기금 수혜 이력, 납세 실적, 공식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발표한 창작물 등으로 예술가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예술인의 범위도 안갯속이다. 법이 통과될 당시에는 공연·영상 분야에 종사하는 5만 7000여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 제도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상은 천차만별이다. 산재보험은 원칙적으로 보험료를 사업주가 부담한다. 캐디와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근로자(5월부터 택배 기사와 퀵서비스 기사도 포함)에 한해 사업주와 노동자가 비용을 반반씩 부담할 수 있다. 문화예술인도 특수고용직과 같은 잣대를 적용할지는 미지수다. 고용주가 불명확하거나 도급·출연계약 등 고용관계가 복잡하고 단절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용부와 함께 최근 연극과 드라마 분야의 고용관계 실태조사를 마쳤다. 산재보험 가입과 더불어 법안의 핵심인 예술인복지기금 설치도 겨우 첫삽만 뜬 상태다. 예술인복지법에 따르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해 ▲예술인의 직업안정·고용창출 및 직업전환 지원 ▲원로 예술인의 생활안정 지원 등 취약예술계층의 복지 지원 ▲개인 창작예술인의 복지 증진 지원 ▲예술인의 복지 및 근로 실태의 조사·연구 ▲예술인 복지금고의 관리·운영 등 핵심 사업들을 위임할 태세다. 현재로서는 재원 조달을 오롯이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관련 예산은 10억원뿐. 그나마 1억원은 재단설립을 위한 연구용역비다. ●복지재단 설립도 첫삽만 뜨고 무관심 문화부 관계자는 “의미가 큰 법안이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이 빠졌다는 지적도 알고 있다. 오는 11월 시행을 앞두고 시간이 촉박한 게 사실이다. 시행령에 예술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어떤 식으로 결정하든 불만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지재단의 정관을 만드는 작업과 중장기적인 재원조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예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내 직업은 가락시장 품걸이 입네다”

    “내 직업은 가락시장 품걸이 입네다”

    15일 새벽 5시 30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쌀쌀한 새벽바람을 뚫고 수레가 딸린 오토바이가 질주하더니 트럭 뒤에 멈췄다. 털모자에 낡은 항공점퍼를 입은 남성은 익숙한 동작으로 싣고 간 채소 상자를 트럭으로 옮겼다. 5분도 채 안 돼 수십 개의 박스가 트럭에 실렸다. 얼굴에서는 땀이 흘렀다. 가락시장을 누비는 ‘품걸이’ 이춘석(50·가명)씨다. 품걸이는 가락시장에서 출하되는 과일, 채소 등을 오토바이나 손수레로 트럭까지 실어 나르는 짐꾼이다. 이씨는 4년 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왔다. 중국에 아내와 6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9시간 일하고 있다. 일당은 8만~10만원, 한 달에 평균 180만~200만원을 번다. 150만원을 중국의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다. 나머지는 단칸방 월세와 생활비로 쓴다. 낮에는 내내 잠만 잔다. 밤낮이 바뀐 생활이 벌써 4년째다. 이씨는 “힘은 들지만 가진 게 몸뚱이뿐이라 짐 나르는 일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가족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버틴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다른 ‘품걸이’ 이수호(48·가명)씨는 새터민이다. 6개월 전 중국 옌볜에서 왔다. 일거리를 찾아 떠돌다 가락시장에 발길이 닿았다. 청과물 가게에서 일당 8만원에 일하기로 했다. 그러나 6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능숙하게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억울했지만 차마 항변도 못 했다.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이 바닥도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가게로 일자리를 옮겼다. “어차피 뜨내기 일용직이지만 약속한 돈이나 줬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가락시장의 품걸이는 10여년 전만 해도 대다수가 한국인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중국동포나 새터민으로 바뀌었다. 90% 이상이 중국동포 등 이주노동자들이다. 상인들은 “이들은 언제든 보따리를 쌀 수 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는 채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품걸이는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서울농수산물공사 관계자는 “각 상회가 야간에 개별적으로 고용해서”라고 말했다. 부당한 대우도 다반사다. “굼뜨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거친 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따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약속한 일당을 안 주는 일도 허다하다. 노동 사각지대인 셈이다.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 사업주는 혹시 불법 체류자일까봐 신고를 꺼린다.”면서 “아직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품걸이가 없으면 가락시장은 돌아가지 않는다. 올스톱이다. 40년 가까이 채소를 중개해 온 윤모(62)씨는 “거칠고 힘든 일을 하는 그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상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불법 체류자라며 홀대만 할 게 아니라 품걸이 일 자체를 양성화해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도록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인기·이영준기자 ikik@seoul.co.kr
  • ‘유산소송’ 이맹희·숙희씨 측 법무법인 화우 삼성특검 수사자료 증거 신청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주식 양도 소송을 낸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 맹희씨와 차녀 숙희씨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가 15일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 수사기록에 대한 증거신청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화우는 “이건희 회장 명의로 실명전환된 삼성전자 주식 225만 7923주와 에버랜드 명의로 전환된 삼성생명 주식 3477만 6000주에 대해 청구 취지를 확장하기 위해 재판부에 증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맹희씨와 숙희씨 측이 신청한 자료에는 2008년 특검 수사 및 공판기록 가운데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각종 금융자산에 대한 계좌추적 자료와 차명재산의 관리·처분 내용 등이 포함됐다. 또 ▲이병철 회장 타계 후 상속재산, 상속세 신고 및 납부 자료 ▲주식 증여세, 양도소득세, 각종 세금과 이익배당금 자료 ▲이건희 회장이 취득하거나 처분한 상속 대상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 현황 자료 등도 신청했다. 재판부가 소송과 관련해 이들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서울지방국세청·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에 요청하게 된다. 화우는 재판부가 받아 온 자료를 열람하거나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화우 관계자는 “청구 취지가 확장되면 소송 가액은 2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한·미 FTA 발효 이후] 고용센터 47곳 ‘FTA 신속지원팀’… 이채필 장관, 구미·대전 현장 점검

    고용노동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첫날인 15일부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경북 구미고용센터를 방문해 FTA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사업주들로부터 FTA 관련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구미공단의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는 216억 달러로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의 67%를 차지하고 있어 한·미 FTA 발효 시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대표적 공단이다. 특히 대미 수출은 60억 달러로 전체 수출(335억 달러)의 18%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구미 지역 섬유업계는 고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 증대로 신규투자가 증가하고 고부가가치 섬유개발 등이 예상됨에 따라 고급 인력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미공단 섬유업계 수출증대 기대” 이 장관은 “한·미 FTA는 양국 간 경제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초기 상담부터 서비스 제공까지 유기적으로 잘 연계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종합·고용서비스 원스톱 제공 시작 고용부는 FTA 발효에 발맞춰 전국 47개 고용센터에 ‘FTA 신속지원팀’을 설치했으며 기업과 근로자에게 FTA와 관련한 종합·고용서비스의 원스톱 제공을 시작했다. 주요 고용센터의 경우 팀장 1명과 팀원 6명으로 지원팀을 구성했고 나머지 센터의 경우 ‘FTA 전담자’를 지정했다. 김경선 고용부 대변인은 “현장에서 의견을 청취해 보니 FTA 발효 이후 관세 특혜를 받기 위해서는 원산지 증명이 필요한데 규정이 까다로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에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앞으로 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용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장관은 앞서 오전 대전을 찾아 ‘청년 취업 아카데미’와 지역특화 모델 중 하나인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을 방문해 작년 최우수기관 운영 사례와 올해 지역특화모델 사례발표를 듣고, 지방자치단체·지역대학·사업주단체 및 청년들과 현장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장관은 “지역의 인재들이 지역 강소기업에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무게 6.8kg·1만 8000칼로리’ 일명 ‘짐승 버거’ 출시

    크기와 열량 모두 최대인 일명 ‘짐승 버거’가 등장했다. 영국에서 가장 큰 버거로 기록된 이 버거의 이름은 ‘미트 더 비스트’(Meet The Beast). 무게가 6.8kg, 열량 1만 8000칼로리로 한끼에 1주일치 권장 칼로리를 모두 해결할 만큼 이름처럼 짐승급 버거다. 들어가는 재료의 양도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이다. 3.1kg의 쇠고기와 베이컨 및 치즈 9조각을 주재료로 건강(?)을 위해 3개의 토마토와 양상추도 듬뿍 들어가 있다. 가격은 40파운드(약 7만원)로 이번주 내에 판매될 예정이다. 레스토랑 업주인 바스 헤로도투는 “인터넷을 뒤져 이 버거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면서 “굶주린 미식가들에게는 최고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단골고객들에게 이 버거를 먹어보라고 연락을 했다. 한자리에서 다 먹어치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기자 pji@seoul.co.kr 
  • [사설] 여야 비례대표 경쟁 정치상업주의 아닌가

    각 당이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비례대표후보 선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어제 32명의 국민공천배심원단을 확정하며 비례대표 추천을 위한 심사에 들어갔다. 전문가와 일반국민 등으로 구성된 국민공천배심원단은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비례대표 후보 최종 공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주 비례대표 추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한 민주통합당도 오늘과 내일 이틀간 후보신청을 접수한 뒤 서류심사 등 본격적인 후보선정 작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쇄신과 개혁 공천을 내세웠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국민의 눈높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비리 연루’ 후보가 중도하차하는가 하면, ‘기획공천’ 논란 속에 탈당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도덕성과 정체성이라는 공천 잣대가 무색하다. 그런 만큼 비례대표 공천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력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되거나 확정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우려가 앞선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후보 중에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영화 ‘완득이’에 출연한 필리핀 출신 귀화여성 이자스민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료 온라인 동영상 강의 사이트 공신닷컴을 운영하면서 유명해진 ‘공부의 신’ 강성태(29)씨의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이름만 알려지면 정치권으로 끌어들이거나 혹은 스스로 달려가는 후진적 정치행태는 이번 비례대표 공천에서만큼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례대표는 직업정치인이 아닌 각계 직능대표 전문가들을 국회에 진출시킴으로써 각 분야의 민의를 최대한 반영하고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다. 영웅은 영웅으로 남아야 한다. ‘학습나눔’ 실천활동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오로지 표심만을 의식한 공천작업은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 그제 선정된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4명 중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농성 중인 여성이 포함돼 있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는 트위터에 제주 ‘해적기지’ 운운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낳고 있다. 비례대표의 공천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여야 모두 정치상업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 [기로에 선 슈퍼 차이나] ③현지 한·중 기업인 엇갈린 경제전망

    [기로에 선 슈퍼 차이나] ③현지 한·중 기업인 엇갈린 경제전망

    “금융 문턱이 높은 데다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까지 예상되니 중국 경제는 어둡죠.”(선전 진출 한국 기업인 김모씨) “중국이 연간 8% 경제성장을 못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하지 않는 겁니다.”(중국 기업인 장모씨) 중국 선전(深?)시에서 만난 기업인 6명의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극명하게 갈렸다. 스스로를 ‘중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믿는 중국 기업인들은 3차 산업을 향한 개혁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인들은 기업 부담 증가, 사금융 번창, 불합리한 수입 구조,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중국 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평가한 경우가 많았다. 종업원 수가 2만 8000명에 달하는 중국계 제약회사의 임원인 류모씨는 선진국들이 중국 경제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하지만 정작 핵심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사회보장체계가 미흡해 국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창업 열기가 높다.”면서 “중국 정부가 경제 발전에 대한 통제만 낮추면 중국이 향후 20년간 8%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20년에 중국이 세계 최고의 의약 생산 기지가 될 것”이라면서 “문제는 선진국에서 지적하는 중국 내 인건비 상승이 아니라 선진국과의 경쟁”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2010년 제조업 부가가치 규모는 1조 9000억 달러로 미국(1조 8000억 달러)을 추월했다. 신발, 완구 등 경공업 중심의 수출 구조도 최근 들어 광학정밀, 철강, 선박 등으로 다양화됐다. 2000년대 10년간 중국은 이공계 석·박사를 94만명 배출했는데 이는 우리나라(19만명)의 5배다. 반면 한국계 영상 부품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김모(47)씨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매년 인건비가 20%씩 오르는 데다가 둥관(?莞)시의 경우 철수하는 외자 기업이 급증할까 봐 인상된 최저임금을 발표조차 못 한다는 얘기가 나돈다.”면서 “외자 기업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 6개월 이상 체류한 경우 해당 근로자에 대한 세금을 중국 정부에 내는데 180일이 아니라 월간 10일씩 6개월만 체류해도 6개월로 산정하고 있어 불공정하다고 김씨는 전했다. 또 중국 내 20% 이상의 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소득을 타국으로 가져가는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됐다고 했다. 기업인 이모(55)씨는 중국이 수출 일변도 성장을 하면서 생긴 불합리한 수입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수입의 중요성을 간과해 생산용 원자재만 수입했을 뿐 자원 비축은 미흡하고, 기술·서비스·금융 분야의 수입도 부족하다.”면서 “자원은 많지만 기술은 부족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의 석유 비축량은 최대 90일치로 일본(169일)보다 낮다. 2010년 서비스무역 수입액은 1922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13.8%에 그쳤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서비스무역이 전체 무역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5% 수준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통제로 기업들이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계 사업가 허모씨는 “은행 문턱이 높고 경제는 어려워지니 대부분 자기 돈으로 사업을 하던 중소기업들이 연 이율 70~80%에 달하는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해 원저우(溫州)에서 200여명의 사업주가 야반도주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선전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스마트폰 ‘펜의 귀환’

    스마트폰 ‘펜의 귀환’

    아이폰 등장 이후 후진적이라는 취급을 받았던 필기 입력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를 선두로 한 국내 업체들이 ‘펜의 귀환’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터치 화면을 탑재한 디지털 기기에 펜이 장착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과거 ‘윈도 모바일’ 등을 기반으로 한 휴대용 정보단말기(PDA)는 기본적으로 ‘스타일러스 펜’이라는 이름의 필기구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스타일러스 펜은 두께가 너무 얇고 끝 부분의 마찰이 심해 인기를 끌지 못했다. 애플의 공동창업주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 역시 애플의 스마트 기기에 스타일러스 펜을 쓰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는 대신 손가락을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지시 기기”라며 정전식 터치 스크린 방식에 신뢰를 보냈다. ●‘갤럭시노트’ 전 세계 200만대 팔리며 순항 하지만 잡스의 의도와 달리 시장에서는 여전히 필기구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손가락으로는 아무래도 정밀한 작업을 하기가 어려워서다. 잡스의 혐오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기기에 쓸 수 있는 펜 관련 액세서리들이 꾸준히 출시됐던 점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갤럭시노트는 현재 전 세계에서 200만대 이상 팔리며 순항 중이다. ‘5.3인치라는 화면 크기가 다소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우려에도 현재 국내에서만 하루 1만 5000대 이상 팔리며 인기를 얻는 것은 필기구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잘 파악했기 때문이다. ●세밀한 필기·그림·작문 손 터치로는 한계 펜 기반 제품의 대표 주자인 ‘갤럭시노트’는 ‘갤럭시S2’ 등과 패밀리룩을 채택해 기존 갤럭시 시리즈 사용자에게 친숙하게 느껴진다. 크기는 가로 146.85㎜, 세로 82.95㎜, 두께 9.65㎜로 대략 5000원짜리 지폐와 비슷하다. ‘16대10’ 화면비율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높은 해상도인 1280×800의 화소를 탑재한 ‘고화질(HD)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로 멀티미디어 콘텐츠 재생 때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5.3인치라는 화면 덕분에 차량에서 내비게이션을 구동하는 데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일본 와콤이 개발한 필기구 ‘S펜’을 적용해 펜 자체를 특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S펜은 화면을 누르는 압력을 256단계로 구분해 세밀하게 필기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장문을 쓰는 데도 무리가 없을 만큼 필기감도 뛰어났다. 갤럭시노트만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 역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랭클린플래너’의 경우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3.99달러 혹은 4500원에 사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무료다. 갤럭시노트에서만 쓸 수 있는 ‘펜노트’ 기능을 통해 업무나 일정, 기록 등을 실제 종이 플래너에 쓰듯 손글씨로 적을 수 있었다. 전용 앱인 ‘트립저널’ 역시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지도에 자동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장소별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저장할 수 있다. 펜으로 자신만의 여행기록을 글로 남겨 다른 사람에게 바로 보낼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떠오르는 생각을 팀원들과 언제 어디서나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메모앱 ‘캐치노트’ 등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5일 출시된 LG전자의 ‘옵티머스뷰’는 후발주자답게 4대3 화면비율로 갤럭시노트와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갤럭시노트가 동영상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기에 적합하다면, 옵티머스뷰는 책을 읽거나 메모를 하기에 특화됐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지난해 말 출시된 ‘프라다폰 3.0’과 비슷하다. 4대3 비율의 5인치 광시야각(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전화통화 때 손으로 직접 쥐어야 하는 세로(90.4㎜)는 오히려 갤럭시노트(82.9㎜)보다 길었지만, 두께가 8.5㎜로 얇아 그립감이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갤럭시노트가 S펜을 도입했다면, 옵티머스뷰는 러버듐펜을 채택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100종 이상의 펜들을 모두 테스트한 결과 펜 기술의 핵심인 정전기 전달에 가장 부합하는 재질이 고무여서 이를 펜 소재로 채택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근거리무선통신(NFC) 카드(별도 구매)에 원하는 앱 기능을 설정해 두면 기기를 카드 가까이 대기만 해도 저절로 앱이 구동됐다. 예를 들어 차량 운전 때 내비게이션 기능을 입력해 두면 안전운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곧바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핫키’를 설정해 어느 화면에서도 곧바로 영상 캡처와 메모가 가능하도록 한 점이 유용했다. 이메일에 첨부된 문서를 열어 보니 4대3 비율이 문서읽기에 최적화된 비율이라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옵티머스뷰’ 4대3 비율이 문서읽기 최적화 펜을 기본으로 지원하는 제품들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는 구글은 최신 버전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 스타일러스 펜을 기본으로 지원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 S펜과 글쓰기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노트 10.1’을 선보였다. 여기에 레노보 ‘씽크패드 태블릿’ 등 다른 업체 제품에도 하나둘 펜이 추가되고 있어, 안드로이드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펜을 이용한 입력방식을 기본으로 채택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여의도 ‘신복부인’ 40~50대 독신녀 하는 일 보니

    여의도 ‘신복부인’ 40~50대 독신녀 하는 일 보니

    지난해 미국의 사상 첫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재정위기 등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여의도 금융가에는 요즘 ‘신(新)복부인’ 얘기가 한창입니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 주가가 60만원대로 내려왔을 때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선 ‘결단력’ 있는 주부 투자자들을 지칭하는 건데요. 지난해 하반기 이들이 급락한 미국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면서 1980년대 국내 아파트와 땅투기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주물렀던 ‘복부인’들의 해외사례라는 의미에서 신복부인으로 불리고 있지요. ●3억~5억 굴리는 4050 주부·독신녀 사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증권사 직원들은 이들이 자산 시장에서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했다고 설명합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증권사 직원은 신복부인을 ‘40~50대 전업주부나 독신녀’로 규정했습니다. 이들은 평균 3억~5억원대의 금융 자산을 굴립니다. 그는 “전업주부의 경우 남편과 따로 재테크를 하는 것이 특징이며 수익금은 대부분 자녀의 교육비로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주부는 아니지만 40~50대 독신녀 역시 과감한 투자를 해 신복부인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요즘에는 집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간편하게 주식 등의 투자할 수 있는 데다 국내 금융기관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것도 신복부인의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이들은 해외 투자에 밝습니다. 해외 부동산은 이미 보편화된 투자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홍콩시장에 상장된 중국 주식이나 미국시장의 상장지수 펀드(ETF)에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증권사의 투자설명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80% 이상이 주부들”이라면서 “특히 해외 투자 관련 설명회에 주부들의 관심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세계 자산시장에서 한국 신복부인들의 활약은 아직 크지 않습니다.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 유럽의 소피아 부인, 미국의 스미스 부인, 중국의 왕씨 부인 등의 활약이 눈부시다고 하네요. 이들은 주로 자국의 낮은 금리를 바탕으로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주부 외환 투자자들을 말합니다. ●자산시장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 특히 와타나베 부인의 파워는 유명하지요. 한때 이들의 투자금이 일본 외환시장의 30%에 달했다고 합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미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스미스 부인’이 신흥국 투자에 나서면서 주목받았고, 유럽 재정위기로 유로화가 약세를 기록하자 ‘소피아 부인’이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와타나베 부인과 소피아 부인은 우리나라 채권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복부인들은 환율을 이용한 직접투자가 아니라 부동산 같은 실물이나 펀드 등을 이용한 간접투자가 많다는 점에서 이들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내 자산 시장의 한 세력으로 등장한 신복부인들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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