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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졸채용 열풍에 웃고…울고] “취업문 더 좁아져” 불안한 전문대

    [고졸채용 열풍에 웃고…울고] “취업문 더 좁아져” 불안한 전문대

    은행권에서 촉발된 고졸자 채용 바람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전문대 졸업생들이 ‘고졸과 대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 대부분이 고졸자들을 추가로 뽑아 창구업무와 콜센터 위주로 배치할 예정이어서 이 같은 채용 형태는 결국 전문대 졸업자들의 취업기회를 더욱 잠식할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22일 A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창구 직원으로 130명을 뽑았다. 이 가운데 고졸자는 20명, 전문대 졸업자는 경우 2명, 나머지는 대졸자 등이었다. A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창구직원의 경우 50~60% 정도가 4년제 대졸자이고, 30%가 전문대 졸업자, 나머지 10~15%가 고졸자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A은행은 올 하반기 창구직원 채용에서 고졸자 비율을 현행 15%에서 30% 수준까지 높일 계획인 반면 전문대 졸업자 채용 비율은 제대로 확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고졸자의 취업률을 할당제로 늘리면서 전문대생들의 취업문이 더욱 좁아질 공산이 커졌다는 데 있다. B은행의 창구업무 담당자인 한 전문대 졸업자는 “창구직원의 30% 정도가 전문대 출신인데, 고졸자의 비중 확대는 4년제 대졸자보다 전문대 몫을 잠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자리를 추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자리를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에 4년제 대졸자나 전문대 졸업자의 고용 비율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은행 간부들이 상고와 대졸 출신이 많은 탓에 상대적으로 전문대 졸업생들의 비율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전문대생들이 샌드위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두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쪽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다른 쪽의 피해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취업시장에서 학력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선 학력과 나이를 쓰지 않는 블라인드제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DMC 입주기업·근무자 3년새 2배 증가

    DMC 입주기업·근무자 3년새 2배 증가

    지난해 4월 직원 11명으로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발을 들여놓은 R업체는 35명으로 늘어났다. 다른 입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 제품에 없는 3D 영상변환 에디터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 놀라울 정도의 성장률을 높인 덕택이다. 국내 3D 디스플레이 시장은 현재 4억 달러에서 연평균 17.5%나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현재 국내외 동종업체에 비해 입체영상 제작 비용은 10분의1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서울시는 올해 2분기 DMC 사업 추진을 점검한 결과 전체 52개 필지 가운데 41개에 대한 공급이 완료됐고 첨단기업 343개를 비롯해 지원기업과 후생시설 305개 등 모두 648개 기업이 DMC에 입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19일 밝혔다. 기업과 근무자가 3년 사이에 2배로 늘었다. 또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정보기술(IT) 기업 등 첨단업종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2만 3000명에 달했고 지원·후생시설에도 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 2분기에는 첨단기업 174개 등 335개(근무자 1만 3366명), 2009년 2분기에는 첨단기업 222개 등 447개(2만 293명), 지난해 2분기엔 첨단기업 270개 등 569개(2만 3768명)로 늘었다. DMC 사업 초기인 2008년 이후 입주 기업과 근무자가 2배가량으로 증가한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도 첨단 업무용지, 상업용지, 주차장 용지 등 7필지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고홍석 서울시 투자마케팅기획관은 “DMC 사업 단지가 모두 완성되는 2015년엔 6만 8000여개의 항구적인 고급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IT 관련 산업이 집적된 세계적인 산업 클러스터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외국인도시 길을 묻다] “한국말 서툴러 취업 어려워… 임금체불·차별 여전해요”

    [외국인도시 길을 묻다] “한국말 서툴러 취업 어려워… 임금체불·차별 여전해요”

    “한쿡 생활 쉽지 않아요~.” 결혼 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 등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저마다 한국 생활의 애환을 털어놓는다. 숨은 사연은 각기 달라도 낯선 이국땅에서 겪는 어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사소통 문제 가장 힘들어” 17일 오후 4시 서울 성동구 홍익동 ‘성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네 살배기 아이와 함께 아동극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기돼지 삼형제’ 대본을 연습 중이던 서수분(30·여·중국)씨는 서툰 한국말로 “남편은 귀화시험을 통과해 국적을 취득했는데 저와 아이는 아직도 중국인”이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3년 전 조선족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서씨는 “우리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났는데도 국적을 취득하려면 중국에 가서 가족증명서를 떼 와야 하고, 이를 제출해도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서씨는 결혼 이민자에게 주는 보육비 지원 등 각종 혜택도 받지 못한다. 다문화가족이라고 하더라도 한쪽 부모가 한국에서 출생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현행 ‘다문화가족지원법’ 때문이다. 서씨는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보육비가 한 달에 40만원이나 드는데, 지원이 정말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국인 남편을 따라 1993년 한국에 온 유세프타(33·여·우즈베키스탄)씨는 “한국말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기 쉽지 않고, 육아와 아이 교육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한국말이 서툴러 취업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했다. 구청을 통해 다문화지원센터에 취업해 9월까지 프로그램 지원 업무를 하고 있는 응옥티마이(24·여·베트남)씨는 “다문화 가족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성동구에서 결혼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국생활의 힘든 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언어 문제가 6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자녀 양육과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등의 순이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안산 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위즈(39·나이지리아)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한국인 친구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면서도 “하지만 불법체류라는 신분 때문에 임금 차별을 받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 그는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 약점 탓에 돈 못받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온 김모(43)씨는 “양계 농장에서 5년간 일했지만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탓에 돈 한 푼 받지 못했다.”며 “노동부에 신고하는 것을 도와주겠다던 사람이 나타나 그를 믿었는데 갑자기 사건이 종결됐다며 종적을 감춰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사생아 같은 존재”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같은 고향 출신인 장길성(73)씨는 “몸이 아파 고생하자 ‘중국동포의 집’ 직원들이 입원비를 마련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부인과 사별한 뒤 한국에 온 그는 “고향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며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글을 쓰는 동포의 나라에 정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상담과 통역일을 하고 있는 임옥(38·여·베트남)씨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임금체불과 산업재해로 고통받고 가정폭력, 차별, 폭행 등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외국인들의 상담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외국인 마을인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에 사는 외국인들도 어려운 점이 있다. 쾌적한 분위기의 고급 빌라가 밀집된 부촌에 살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넘지 못할 벽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동네에서 주민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서래 글로벌빌리지센터’는 외국인 거주자들이 겪는 생활관련 불편사항을 해결하고, 의사소통을 돕고 있다. 서래마을에는 주민 1만 3000명 중 718명이 외국인이고, 또 이 가운데 400여명이 프랑스인이다. 한국인 남편을 따라온 알리홀 마리피에(40) 센터장은 “서래마을에 사는 외국인 상당수가 비자 발급과 변경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각종 예약 시스템이 영어로 돼 있지 않아 공연과 여행 등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공서 서류에 영어 표기를 병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현석·강동삼기자 hyun68@seoul.co.kr
  • 조선시대 외국어로 富·명예 거머쥔 사람들

    역관(譯官)이란 알다시피 통번역을 하는 벼슬이다. 이들은 주로 중국과 왜, 몽골, 여진 등과의 외교에서 통역 업무를 맡았다. 사신의 행차를 따라가 통역을 하거나 외국 사신이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는 등 외교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또 밀무역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많은 이익을 남기기도 하면서 조선시대의 무역 활동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따라서 역관들은 기술과 행정 실무뿐만 아니라 지식과 경제력에서도 양반 계층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늘 중인으로 대우받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당시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외교에서부터 무역까지 종횡무진 활약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중인 신분의 외국어 전문가이면서도, 양반 사회에서 신분차별의 설움을 견디며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인물들이기에 ‘조선 역관 열전’(이상각 지음·서해문집 펴냄)에 적잖이 눈길이 간다. 이 책의 특징은 인물을 크게 네 분야로 나눴다는 점이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다’, ‘일본과 통하다’에선 중국어와 일본어 역관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나머지는 조선시대 통역관의 면면을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관들은 외교 당사국의 이질적 문화를 적극 수용하고 장점을 받아들일 줄 알았던 외교관이자 뉴프런티어였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나라의 위급상황 시 활약했던 인물들을 흥미롭게 나열한다. 임진왜란 당시 홍순언은 종계변무(명나라 사서에 잘못 기록된 조선 왕실의 족보를 바로잡는 일)와 명나라가 참전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청나라 역관이 돼 조선을 골탕 먹인 정명수는 홍순언과는 반대되는 인물이라는 점을 대비시킨다. 그는 청나라 포로가 됐다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장수의 역관이 돼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하는 데 앞잡이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역관 가문이 밀양 변씨와 인동 장씨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두 가문의 대표적 역관으로 변승업과 장현 등을 열거하면서 특히 변승업의 할아버지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장사 수완을 바탕으로 큰 재산을 모았고 ‘허생전’의 등장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장희빈의 숙부이자 대부호인 장현도 역관 신분으로 중개무역을 통해 큰 부를 쌓으면서 조선시대 최고 역관 가문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한다. 19세기 중엽 중국어 역관으로 활약한 오경석의 집안은 아버지 오응현과 아들 오세창까지 이어지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역관 가문이다. 이러한 내력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오경석은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침공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는 등 대외 관계에서 많은 활약을 하면서도 역관으로 쌓은 지식과 부를 바탕으로 서화 수집과 예술활동에 적극 참여했다는 대목에도 눈길이 간다. 1만 5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女商, 부활하다

    女商, 부활하다

    여자상업고등학교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한때 은행을 주름잡았다가 어느새 창구에서 사라지는 듯했던 여상 출신 텔러들이 다시 창구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반값 등록금 이슈도 그들에게는 남의 얘기일 뿐, 10대 후반부터 뱅커의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성암국제무역학교 3학년 김혜인(19)양은 지난달 뽑힌 기업은행 신입 행원이다. 지난 6일부터 삼양동 지점에 배치받았고, 직함은 ‘계장’이다. 김 계장도 처음에는 “대학에 가기 쉬울 것 같아서” 특성화고에 입학했다. 3학년이 되자 “대학에 가면 그냥 놀 것 같아서” 취업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고객 응대에 자신이 있어서 은행에 지원했지만, 고교 3년 동안 은행 취업을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다. 김 계장은 “은행에서 학력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주로 대졸자를 뽑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학교에서도 회계나 수출입 거래 같은 무역 업무를 가르치고, 취업하는 친구들 대부분이 증권사나 무역회사로 진로를 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성북구 돈암동 기업은행 지점의 김소정(19) 계장은 대일관광디자인고 3학년이다. 역시 진학을 준비하던 중 “비싼 대학등록금을 내느니 사회 공부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취업으로 마음을 돌렸다. 은행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추천 때문이었다. 김 계장은 “관광에 특화된 학교를 나왔지만, 일반 사무직으로 취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부모님들이 은행만큼 좋은 일자리가 없다고 적극 추천했다.”고 지원동기를 설명했다. 국제무역학교, 관광디자인고는 특성화고등학교다. 과거의 상업고등학교와 공업고등학교를 통칭해 2003년부터 특성화고등학교로 부른다. 특성화고 졸업생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은행에서 뽑지 않았다. 대학생이 많아지자 은행들은 신입사원 지원 자격에 ‘전문대졸 이상’이라는 학력제한을 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 출신이 셈을 하지 못해 상고 출신 상사에게 주판으로 머리를 맞으며 배운다는 말이 있었지만, 컴퓨터가 등장하고 주판이 사라지면서 상고 출신의 파워도 자연히 약해졌다. 그런 탓에 시중 한 은행의 경우 지점장 이상 직급을 가진 1150여명 가운데 590여명이 상고 출신으로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과장·차장급 직원 중에는 고졸 출신이 단 한명도 없다. 그런 은행들이 올 들어 경쟁적으로 상고 출신을 뽑기 시작했다. 고졸 출신 취업률을 높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게 고졸 공채를 부활시킨 결정적인 요인이다. 서울여상도 작년 말 2명의 졸업생을 기업은행에 취업시킨 데 이어 올해도 추가로 취업시켰다. 기업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10년이 넘게 뽑지 않던 고졸 사원을 뽑는 것은 솔직히 부담이었다.”면서 “앞서 지난해 2명을 시범적으로 뽑은 뒤 업무 수행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고 고졸 선발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선발된 고졸 출신 행원들이 오랫동안 은행에 다녀야 이번 선발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상고 출신 20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4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농협중앙도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상고 출신 30여명을 채용하기로 했고, 지역 농축협에서도 매년 100명 이상씩 고졸 출신을 뽑기로 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도 고졸 출신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상고 졸업자의 연봉은 2500만원 안팎으로 알려진다. 대졸자와 거의 차별이 없다. 상고 졸업생들은 계약직과 무기계약직이라는 꼬리표가 당분간 따라붙는다. 2년 동안 계약직 신분을 유지해야 하고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해야 한다. 무기계약직은 창구에서만 근무해야 하고 승진과 보직을 갖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시험을 치르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 직원으로 신분이 전환될 수 있다. 그동안 무기계약직에서 자격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기업은행 직원은 506명이다. 신한은행에도 2007년 이후 480명이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지만, 2000년 이후 한 명의 전환 사례가 없는 은행도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과장급 이상 관리직 입성에 성공한 사례가 이번에 기업은행에서 처음 나왔다. 무기계약직은 창구 근무 등으로 보직이 제한되지만, 정규직은 외환 거래와 기업 구조조정 업무 등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담당할 수 있다. 이번에 입사한 고졸 출신 대부분은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혜인 계장은 “10년 뒤 서른 살이 되면 정규직으로 업무를 보고 있을 것이고, 20년 뒤에는 지점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김소정 계장 역시 “지금은 당장 선배들처럼 은행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내가 잘해야 후배들이 다시 좋은 직장에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 측 역시 정규직 전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이 학사 학위 공부를 이어갈 경우 학자금 지원 등을 구상하고 있다. 글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포커스 人]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 “일하는 여성 모델로서 책임감”

    [포커스 人]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 “일하는 여성 모델로서 책임감”

    손병옥(59) 푸르덴셜생명 사장은 ‘금융권 최초의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닌다. 2003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보험사 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지난 4월에는 8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보험업은 물론 금융권을 통틀어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한 것이다. 손 사장은 13일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성공’에 대해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차별과 편견)이 없다고 믿고 이 자리까지 달려왔다.”면서 “일하는 여성 후배들의 역할 모델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여성들의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해 손 사장은 “유리천장은 여성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면서 “팀장, 부장으로 승진하면 그만하면 됐다는 ‘그만병’에 걸리게 되는데 만족하지 말고 꾸준히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금융권 첫 여성 CEO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온 손 사장은 1970년대 당시 보기 드문 엘리트 여성이었다. 서울대 법대에서 공부한 뒤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지만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로 여자대학에 진학했다. 졸업을 앞두고 일본항공(JAL)이 처음으로 여성 공채 사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서를 냈다. 100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지만 역시 아버지의 반대로 뜻을 접어야 했다. 대신 1974년 외국계 은행인 체이스맨해튼 은행의 서울 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미들랜드은행, HSBC 등 외국계 은행을 거치며 인사·회계·감사 업무를 담당한 손 사장은 1993년 2월 사표를 내고 전업주부로 돌아갔다. 미국 워싱턴 상무관으로 발령을 받은 남편을 따라 딸 2명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간 것. 다시 일을 시작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영어교사 자격증(TESL)을 따놓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3년간의 공백을 딛고 푸르덴셜생명의 인사부장을 맡게 됐다. 손 사장은 일하는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인 ‘일과 가정’에 대해 “네버엔딩스토리(끝이 없는 이야기)이지만 둘 중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하면 여성들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일과 가정 사이에서 현명하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최근 업계에서 여성 설계사 출신의 임원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연금보험 영역 확대하겠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여성 임원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2007년 설립된 사단법인 WIN(위민 인 이노베이션)의 초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향후 경영 계획에 대해 “고객들의 관심이 사망시 보험금이 지급되는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서 건강·은퇴·노후에 대한 대비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연금보험 등의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복지 공무원 7000명 증원···4400명은 9급으로 신규 채용

     정부와 한나라당이 13일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복지공무원)을 2014년까지 7000명 증원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4400명은 9급으로 신규 채용한다.  당정은 복지전달 체계 개선과 관련, 향후 3년간 1620억원을 지원하는 등 모두 240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을 1060명 충원한다. 2012년에 3000명, 2013년 1800명, 2014년에는 1140명으로 단계적으로 늘린다.  이 가운데 5000명은 읍면동에, 2000명은 시군구에 배치한다. 읍면동의 경우 사회복지직은 현재 평균 1.6명에서 3명 수준으로 증원된다. 총 충원인원 7000명 중 4400명은 9급으로 새로 뽑는다. 또 1800명은 기존 행정직 인원을 재배치 한다.  한편 9급 4400명의 충원으로 공시족은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4월 9일 있었던 2011년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은 1529명 모집에 14만2732명이 응시, 93.3대 1이란 사상 최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6월1일 서울시 공무원 임용시험 필기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8만8245명이 응시해 평균 81.1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공시족들은 복지직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먼저 없애는 것이 우선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복지직이 일반직에 비해 업무가 많고, 승진이 늦다는 이유 때문이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수표 바꾸려다가 집·차·직장 다 잃은 흑인남성

    수표 바꾸려다가 집·차·직장 다 잃은 흑인남성

    현재 미국내 흑인 인권 문제가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여기 아프리카 출신의 한 미국 남성은 자신의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려다 위조 혐의로 체포된 뒤 자신의 집과 차량, 그리고 직장까지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고 미국 매체 MSNBC가 전했다. 워싱턴주 오번에 사는 아이캐나 음조쿠(28)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국가에서 시행한 생애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한 세액공제를 받아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었다. 그는 1년여 전 국세청으로부터 들어온 환급금을 찾으려 했지만 은행은 수표가 초과 인출됐다는 이유로 계좌를 폐쇄했다. 또 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메우기 위해 계좌에서 600달러(약 63만원)를 공제 당한 뒤 우편으로 잔금 8463달러 21센트(약 896만원)에 해당하는 수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직접 잔액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거래 은행인 (JP모건) 체이스 지점을 방문했고 창구에서 한 여직원에게 현금 교환을 요구했다. 그가 흑인이어서일까. 그 여직원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에게 수표의 출처를 물었다. 또 수표가 가짜로 의심된다며 신분증과 신용 카드 제출을 요구 하면서 지원부서에 연락을 했다. 그는 자리에서 30분 가까이 기다리다 잠시 중요한 볼일을 보고 오겠다고 말한 뒤 은행을 비웠다. 하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은행은 닫혀 있었다. 그는 은행 고객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해 봤지만 다음날 다시 오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다시 은행에 갔을 때는 돈 대신 경찰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위조 혐의로 체포돼 구치소에 갖히고 말았다. 다음 날, 검시관들은 문제의 수표가 진짜였음을 알고 해당 경찰 측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담당 경찰이 비번이어서 음조쿠는 주말까지도 감옥에 있어야만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나흘 밤을 감옥에서 보낸 사이 은행까지 타고 왔던 차량은 견인된 뒤, 경매되고 말았다. 또한 차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직장에서도 해고되고 말았다. 음조쿠의 변호사 펠릭스 루나의 말을 따르면 음조쿠는 체이스가 발행한 유효한 ID와 수표 한 장을 가지고 있었고, 정상 업무 시간에 은행을 방문했다. 또한 이 변호인은 은행 측이 금융거래 차별금지법을 위반했으며, 실수를 인정한 뒤에도 즉시 계좌 내 잔액(8000달러)을 지급하지 않고 수표로도 재발행해 주지도 않았다고 음조쿠의 주장을 대변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발생했다. 음조쿠는 지난 1년여 동안 체이스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하던 끝에 두 달 전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이 소식은 이번 주 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방송 직후 체이스 은행은 대변인을 통해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뜻을 표하는 공식 서면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만에 그가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사과이다. 음조쿠는 이제 모친의 차량을 이용해 일하고 있으며, 체이스 대신 웰스 파고(은행)의 계좌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단지 체이스 은행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길 원한다.”면서 “수표를 조사하는 데 30분이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MSNBC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외교부 10층 남자화장실 없어진다

     외교통상부 청사 10층의 남자 화장실이 여자 화장실로 바뀐다. 외교부 내 여성 인력 증가에 따른 ‘우먼 파워’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조치다. 그러나 ‘여풍’에 밀린 남성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문화외교국과 유럽국, 국제법률국이 함께 있는 청사 10층 남자 화장실을 없애기로 하고, 여자 화장실로 바꾸는 공사를 진행해 오는 11일부터 10층 모든 화장실이 여자 화장실로 바뀐다.  외교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전통적으로 여성 직원이 많은 문화외교국·유럽국뿐 아니라 남성 직원이 다수였던 국제법률국까지 여성 직원이 많아지면서 같은 층 여자 화장실이 붐비게 되자 민원이 발생했고, 이 같은 의견이 지난 5월 말 외교부 전 직원 1박 2일 연찬회 때 제기돼 간부들이 적극 수용하게 되면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성 직원들이 같은 층에 많이 몰려 있는데 화장실은 턱 없이 부족해 민원이 늘어났고, 여자 화장실을 더 늘릴 공간이 없어 남자 화장실을 공사해 바꾸게 된 것”이라며 “업무 효율성을 위한 조치이며, 남자 직원들이 다른 층 화장실을 사용함으로써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외교국은 국장과 심의관, 과장 2명을 제외하면 거의 여성 직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문화외교정책과는 과장 포함, 직원 10명이 모두 여성이다. 남성이 많았던 국제법률국 조약과도 직원 13명 중 과장 등 3명만 남성이다. 이렇다 보니 10층 전 직원 102명 중 여성이 65명, 남성이 37명으로 여성이 2배에 가깝다. 2005년부터 외무고시 여성 합격자 비율이 50%를 넘은 데다 여성 기능직 사무 인력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새로운 조치가 남자 직원에게는 역차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0층 남성 직원들은 부득이하게 9층과 11층 화장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제법률국 등 3개 국에 대한 인력 조정 시 남성 직원들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화장실 교체 공사는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남성 외교관은 “여성 직원이 늘어나면서 화장실 교체 공사가 확대될 수도 있어 걱정이 된다.”며 “여성 직원들을 배려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남성 직원들이 역차별받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공기업 간부들 또 ‘묻지마 전횡’

    각급 공사 간부들의 전횡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간부 2명은 잘못된 방식으로 가산퇴직금 130억여원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져 징계를 받게 됐다. 국민연금 간부는 기금 투자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증권사의 등급을 조작하다 적발됐다. ●대학 등급 매겨 직원 차별 채용 감사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기관운영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돼 관련자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6일 밝혔다. 캠코는 정부의 공공기관 퇴직금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퇴직금 이외에 별도의 가산퇴직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퇴직금 정산 담당 부장과 팀장은 2009년 11월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한 직원 767명에게 가산퇴직금 13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들은 이사회 보고 및 의결도 거치지 않은채 사장의 결재만으로 이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계약직원의 경우 가산퇴직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노사협약사항 등을 무시한 채 정규직 전환자 377명에게도 가산퇴직금 51억여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또 캠코가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정년을 만 59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추가로 임금을 삭감하지 않아 올해부터 2014년까지 인건비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 21억 5500만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캠코가 고용정책기본법 등을 무시한 채 2009년 신입직원 채용 시 전국의 대학을 상·중·하 등급으로 나눠 해당 출신자에게 각기 다른 점수를 부여해 서류전형을 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국민연금공단 간부는 좀 더 대담했다. 공단 기금운용본부 소속의 한 팀장은 2008년 12월 이듬해 1분기 거래증권사 선정 평가를 하면서 친분이 깊은 대학 동문이 영업담당자로 근무하는 B증권사와 C증권중개사의 평가등급을 올리기 위해 정성(定性)평가 점수를 조작해 감사에서 적발됐다. 문제의 팀장은 B사와 C사의 정성평가 점수를 각각 7.97점에서 10점, 8.11점에서 10점으로 올려 평가등급을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상승시켰다. 대신 경쟁사의 정성평가 점수를 10점에서 7.25점, 또는 9.19점에서 3.25점으로 각각 내려 반대로 B등급에서 C등급으로 내렸다. ●동문 근무 증권사에 1979억 특혜 배정 이로 인해 B사와 C사는 각각 1020억원과 959억원의 물량을 배정받아 각각 2억 5500만원과 2억 4000만원의 수수료 이익을 챙긴 반면 등급이 하락한 경쟁사는 수수료 수익 2억 5100만원을 잃게 됐다. 이러한 점수 조작은 특정사 영업팀 담당자의 승진을 지원하는 명목으로 올려주거나 반대로 다른 담당자가 업무를 맡은 지 1년이 지나도록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점수를 내리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돼 공사 간부들의 전횡 정도를 가늠케 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사설] 軍부적응 병사 체계적 관리 적극 나서라

    그제 인천 강화도 해병대에서 김모 상병이 전우를 향해 총격을 가해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학업과 생업을 중단하고 나라를 지키고자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이 동료가 무차별 가한 총격에 숨지고 다쳤다니 안타까운 심정 금할 길이 없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문제 사병 한명이 저지른 돌발행동으로 치부하고,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징병단계부터 정확한 인성검사를 실시하고 부적응자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김 상병은 이미 입대 전 인성검사에서 위험도가 높거나 군 부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을 일컫는 ‘관심사병’으로 분류됐다. 이런 요주의 인물은 적절한 보살핌과 관리를 받았어야 했다. 몇년 전 국방부의 조사결과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가 10%가 넘는다고 한다. 결코 적은 비율이 아니다. 군내 자살사고나 총기사고가 대부분 이런 군 복무 부적응 병사들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부적응 병사들의 경우 군 입대 전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입대 후 선임병들의 끊임없는 구타와 가혹행위 등 폭력적인 문화로 인한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부적응 병사들이 어디 가서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털어놓고 상담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군 장병 60만명 가운데 심리상담사는 고작 95명에 불과하다. 이제 예산상의 이유로 심리상담사 확충을 더 이상 미룰 상황이 아니다. 연대 단위로 1명 정도의 전문가가 배치되려면 심리상담사를 적어도 300~400명으로 늘리고, 이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군만 하더라도 사고와 관련한 특수한 상황, 업무수행 능력 문제, 제대 후 직업 선택 등으로 나눠 체계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군에서 심리적 위기를 겪는 ‘관심사병’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관리 구축이 가장 긴요한 과제다. 이번 기회에 군 부적응 병사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당국은 전투력과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무고한 젊은이들의 희생을 가져오는 군 부적응 병사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마라.
  • “공무원 교육 나이제한은 차별”

    “공무원 교육 나이제한은 차별”

    “나이를 이유로 공무원 교육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다.”(국가인권위원회) “교육 연령 상한선을 두지 않으면 오히려 예산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행정안전부) 국가인권위원회가 4일 공무원 교육훈련 대상자를 선발할 때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은 차별이라고 관련 지침 개정을 권고하면서 담당 부처인 행안부가 고민에 빠졌다. 지자체 공무원 신모(53)씨가 5급 상당 중견리더 교육과정을 신청했는데 만 51세 이하로 나이가 제한돼 있어 차별을 받았다며 해당 지자체 노조위원장이 진정한 데 따른 것이다. 행안부는 문제가 된 지방공무원 교육훈련 운영지침을 개정할지 곤혹스러운 눈치다. 훈련 대상자 선발 때 나이 제한을 모두 풀어놓으면 교육 후 인력활용에서 오히려 예산낭비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가 되는 교육은 장기 코스다. 현재 단기 교육은 나이제한이 없고 5·7급 신규자 과정 등은 의무교육이어서 나이제한이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장기교육은 상대적으로 큰 예산 경비를 수반하고 교육 목적이 복귀 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퇴직이 임박한 직원들은 자칫하면 현직에 돌아온 이후 인력 활용을 제대로 못 할 수 있어 기회비용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에서 개선을 권고한 만큼 일단 법령 근거와 개선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별로 교육훈련 연령별 기준은 다소 차이가 난다. 국가공무원은 공무원교육훈련법 및 시행령에 따라 장관이 교육대상자 연령이나 기타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야간 석사과정은 만 52세 이하, 고위 공무원 과정은 만 53세 이하가 상한선이다. 국외훈련은 만 48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지방공무원은 상한연령이 다소 높다. 대개 7·9급에서 시작하는 만큼 승진소요연수가 중앙부처보다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고위정책과정은 만 55세 이하가 대상으로 광역시·도 국장과 시·군·구 부단체장, 지방 3·4급 공무원이 신청한다. 지방 4급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리더 과정은 만 54세가 넘으면 받을 수 없다. 인권위가 지적한 중견 리더 과정은 만 51세가 상한연령이다. 6개월 이상 장기 국외연수는 만 50세까지만, 6개월 미만인 단기는 만 55세 이하에만 적용된다. 6급 이하 교육은 각 시·도에 세부사항을 위임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미 지자체마다 교육 훈련 인원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제한 연령을 풀어 달라고 많이 요청하고 있다.”면서 “당장 개선은 어렵지만 지자체 및 인사실 안팎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박홍섭 마포구청장 “최고 청렴區 우뚝… 거점4곳 육성 가속”

    박홍섭 마포구청장 “최고 청렴區 우뚝… 거점4곳 육성 가속”

    ‘더불어 잘사는 복지 마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1년간 서민생활 안정, 일자리 창출 등에 역점을 두고 행정력을 쏟았다. 무엇보다 부정부패와 타협하지 않는 깨끗한 구정을 펼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역점사업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포애경타운(경의선 홍대입구역 복합역사 개발)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4000명의 일자리를 구민에 우선 알선해 주기로 합의한 게 큰 소득이다. 앞으로 공덕역 주변, 홍대 앞, 합정 균형발전촉진지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등 4곳을 성장 거점지역으로 육성, 차별화된 상권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격조 높은 문화·관광도시로 발돋움시키겠다.
  • 경제단체장 결국 불출석… 여야 “국민과 대화 거부” 총공세

    경제단체장 결국 불출석… 여야 “국민과 대화 거부” 총공세

    정치권이 29일 대기업을 향해 총공세를 퍼부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를 개최했다. 여야 의원들은 공청회 진술인으로 선정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불출석하자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세 분의 경제단체 대표들이 국회에 포퓰리스트라는 낙인을 붙였다.”면서 “국회가 나라도, 기업도 안중에 없이 표만 생각하는 무책임한 정치집단으로 내몰렸다. 공청회는 빛을 잃었고, 국민의 조롱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침투가 도를 넘었다는 것이 국민의 정서인데, 선거를 앞두고 대기업 때리기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출석하지 않았다.”면서 “단체장들의 불출석은 국민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 회장은 특정 대기업 회장 신분이라기보다는 경제단체 회장이다. 소신발언을 했으면 국회에 와서 본인의 소신을 말하는 게 도리에 맞다.”면서 “경제단체가 왜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불출석이 잦아 지난 4월 단독으로 본회의장에 불려 나와 업무보고를 했던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이 시상식 참석을 이유로 끝내 공청회에 나타나지 않자 의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국회에서는 윤상직 차관이 장관 역할을 하라.”면서 “최 장관의 지경위 출입을 금지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여야 간사는 대기업 단체장들을 불러 따로 청문회를 개최할지 여부를 협의키로 했다. 공청회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인식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기업은 두부·떡볶이·순대와 같은 서민형 생계업종은 물론 문구·장갑·철물 등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면서 “한방화장품·스팀청소기·내비게이션 등 중소기업이 어렵게 가꾼 시장에 무임승차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동반성장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자칫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중소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불공정거래는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간 문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대기업들이 좀더 겸손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대기업과 부자들도 미국의 부자들처럼 돈을 벌게해 준 제도가 안정돼야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노동위원회가 열기로 했던 ‘한진중공업 사태’ 청문회는 증인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불참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회의장에서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과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정 의원은 “한진중공업이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농성하고 있는 크레인에 전기를 끊었다. 최소한 먹을거리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말하자, 이 사장은 “내려오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사고가 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맞섰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4) ‘봉사활동 6개월’ 하나은행 콜센터 돌보미들의 소회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4) ‘봉사활동 6개월’ 하나은행 콜센터 돌보미들의 소회

    “지방에 계신 어르신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으신 듯합니다. 전화를 드렸을 때 대화하는 내용이 주로 TV나 주변 어르신과의 만남 정도인데, 비수도권 지역에도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르신들 이젠 상담 직원 안부까지 물어” 독거노인 사랑잇기 봉사활동이 시작되고 반 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봉사에 참여한 직원들은 노인복지 문제에 대해 뚜렷한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노인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한 직원들은 하나같이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나 문화 활동과 교류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오류동에 위치한 하나은행 콜센터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에 맞춰 노인들을 위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민경남 콜센터관리부 차장은 26일 “수도권 지역의 어르신은 주변에 활동하실 문화 공간과 여유가 조금 더 있으신지 대화 내용에서 여유가 느껴진다.”면서 “문화 공간이 부족한 지방에 계신 어르신들은 여가 활동의 범주가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점을 안타까워하는 상담 직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는 것은 노인과 상담 직원 사이에 어느덧 ‘정’이 들었다는 방증이다. 상담원들은 어색한 첫 통화에서는 식사는 했는지, 질병은 없는지 짧게 묻고 대답하는 식으로 통화를 했다. 통화 횟수가 늘면서 대화는 노인들의 일상과 가족 이야기로 발전했고, 오히려 상담 직원의 안부를 묻는 정담이 됐다. 통화가 더 이어지면서는 TV 말고는 소일거리가 없다거나 몇 명의 친구와 교류하는 게 인간관계의 전부로 굳어지고 있는지 등 ‘노인의 일상에 대한 통계’를 직원들이 알아채게 되는 것이다. 직원들의 통화는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남 일 같았던 노인의 삶을 알게 된 뒤에는 도움을 주고 싶다거나 변화를 주려는 마음이 생겨났다. 임미영 직원은 “처음에는 데면데면했던 어르신께서 ‘이 휴대전화로 전화해주는 사람이 아가씨밖에 없네’라고 하시며 가족 이야기나 병원 다녀오신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면서 “그다음부터는 외출 계획이 잡히면 버스 시간이나 병원 예약을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보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오면 좋고 안 오면 그만인 전화에서 오지 않으면 생활이 불편해지는 전화로 진일보한 순간이다. ●“저희 할머니 생각 나 칼슘제 보내드려” 도정미 직원은 “전화를 드리는 할머니 집의 보일러가 고장나서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셨는데, 여름이 오면 이번에는 비가 샐까 봐 걱정을 하시더라.”면서 “저희 할머니 생각도 나도, 너무 안타까워서 지난 어버이날에 칼슘제를 하나 보내드렸다.”고 했다. 이 직원은 “칼슘제 한 통에 너무 고마워하시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잊고 있었는데, 할머니 말씀대로 이제 장마가 시작되면 비가 새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콜센터 직원들은 포털사이트 카페를 활용해 노인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기록해 사회복지사에게 알린다. 의료·식비 제공처럼 생계 측면에 초점을 맞춰 온 정부의 복지정책에서 “비가 샐지 걱정”이라는 고민은 신경 쓰기 어려운 소소한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 사랑잇기 콜센터 직원들이 관심을 기울여 알아낸 노인의 고민은 복지사에게 즉각 연결되고 있다. ●양로원 등 방문 봉사 동아리 운영도 물론 전화 한 통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민 차장은 “연세가 많으시니 당연히 아프신 곳도 많으신데, 의료비 부담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말했다. 의료봉사뿐 아니라 생활건강 지도,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많아져야 한다고 민 차장이 제안하는 이유다. 사랑잇기 봉사활동 외에도 상담 직원들은 ‘여쁜맘’이라는 자원봉사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영·유아 보육시설, 정신지체아 보육시설, 양로원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동아리다. 연말에는 바자회를 개최해 수익금을 생활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에 전달하고 있다. 사랑잇기 활동은 콜센터 상담 직원이 업무 시간 동안 틈을 내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따로 시간을 내고 준비를 해야 하는 기존 봉사활동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하지만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부딪치며 소통한다는 점에서는 맥락이 갖다고 민 차장은 설명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공직사회는 지금] 인사철마다 급증하는 음해성 투서

    [공직사회는 지금] 인사철마다 급증하는 음해성 투서

    투서(投書)는 남을 헐뜯거나 직위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익명으로 잘못이나 약점을 고발하는 글을 말한다. 현 정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공직사회에 줄서기와 함께 갖가지 투서가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중앙부처와 대전청사·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부처나 기관에 한달 평균 20~30건의 투서가 접수된다. 투서를 조직을 와해시키는 행위로 비난하면서도 사정반이나 정보부서에서는 이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공직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투서의 유형과 근절되지 않는 이유, 대안 등을 알아본다. 최근 잇따른 중앙부처의 연찬회 향응제공 비리가 밝혀진 것은, 일부 투서 내용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교 공관장의 비리가 드러난 ‘상하이 스캔들’도 현지 교민의 투서에서 비롯됐다. 투서는 인사철이면 극성을 부린다. 경쟁자를 떨어뜨리고 본인이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평소 잘 따르는 부하 직원을 시키기도 하고, 외부 사람을 이용하기도 한다. 투서는 대부분 음해성으로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감사팀 “무기명 투서도 검토할 수밖에…” 청와대 민정라인의 핵심 관계자는 “투서가 거의 매일 들어오지만 인사철이 되면 건수도 많아진다.”면서 “익명 투서는 무시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경우는 참고 자료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나 기관의 감사 담당자들은 ‘투서’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음해성의 악의적 내용으로 확인도 어려운 데다 자칫 본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익명 투서는 참고용으로, 실명은 조사 후 회신하는 방식으로 내부 방침이 정해져 있다. 내부적으로 무기명 투서에 대해서는 답변해 줄 필요도, 전달할 방법도 없지만 업무상 읽어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구체적으로 심증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은밀히 감사를 벌이기도 한다. 투서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하거나, 공직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노름과 관련된 투서는 지금도 흔하다. 과천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 퇴근 후 별 부담 없이 음식점에서 밥값 내기 고스톱을 쳤는데 느닷없이 조사를 받았다. 근무 시간이 아니고 밥값 내기로 판돈이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돼 징계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노름꾼이라는 소문이 퍼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전청사 내 어느 청에서는 고위 간부인 B씨가 노래방에 자주 다닌다는 투서가 있었다. 승진 인사를 앞두고 B씨를 흠집내기 위한 것이었다. 신빙성이 없어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지만 당사자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한동안 고생을 했다. 투서로 인해 공직을 그만둔 기관장도 있다. 올해 4월 김구섭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은 임기를 한 달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해임됐다. 김 원장은 2009년 10월 직원인 조모 육군 대령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감사원 감사에 적발돼 해임을 요구하는 감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당시 김 원장은 “감사원 조사 내용이 표절한 연구 결과물을 제출해 면직처분을 받은 전직 KIDA 연구원 2명이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제출한 투서에서 모함한 내용과 동일하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은 “직원의 투서가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말한다. 투서는 각종 선거에서 무차별적으로 양산된다. 지난해 지방선거 후 한 자치단체 군수 부인이 기능직 공무원을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1000만원을 받았다는 투서가 수사기관에 접수됐다. 내용에는 돈을 건넨 사람의 이름과 돈을 받은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투서는 선거과정에서 대립했던 상대 후보의 측근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특수수사대는 내용과 정황이 그럴듯해 지난해 10월부터 수사에 착수, 최근까지 수사를 벌였지만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를 찾지 못했다. 문제는 해당 군이 주관하는 각종 공사입찰 등에 대해 전방위 수사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군청 직원들은 “행정업무에 차질은 물론이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최근엔 강원도 강릉시의 간부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잇따라 구속되는 상황에서 해당 시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투서가 잇따라 검찰과 언론사에 접수돼 망신을 샀다. 춘천지검 강릉지청은 인사 청탁 대가로 부하 직원으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뇌물로 받은 김모(59) 전 행정지원국장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했다. 또 부하 직원 A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엔 시장과 국장급 간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A4용지 3장 분량의 투서가 우편으로 배달됐다. 투서는 ‘강릉시 공무원 노동조합’ 명의로 돼 있지만 해당 노동조합에서는 투서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혀, 누가 단체 이름까지 도용해 보낸 것인지를 두고 추측만이 난무한다. 조달청이나 한국철도시설공단처럼 계약이 많은 기관에는 ‘…카더라, …한다더라’와 같이 팩트가 분명하지 않은 의혹 제기가 많다. 담당 부서는 조사나 입증이 힘든 내용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라져야 할 관행 vs 비리색출 필요악 투서는 행정력 낭비뿐 아니라 불신을 조장하는 근원이라는 점에서 사라져야 할 관행이고, 잘못된 행위로 치부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필요 악’이란 주장도 나온다. 총리실이나 감사원 등에서 공직 비리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것도 투서나 제보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리지식연구소 조은경 소장은 “최근 음해성 투서는 전문 브로커들까지 개입해 치밀하게 작성되기 때문에 사정반이나 수사기관이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든다.”면서 “결국 이런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오고,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행정력이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관마다 무기명 투서에 대해 참고만 하거나 아예 무시한다고 말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확인에 들어가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는다.”며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법 등에 따라 제보·고발자의 이름을 떳떳하게 밝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처종합·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野, 국정원 고위직 군미필자 임명금지 추진

    국가정보원 원장·차장·기획실장 등 국정원 고위직에 군 미필자를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22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의 책임자인 원장과 차장, 기획조정실장을 여성과 장애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자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이날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소위로 넘겨졌다. 이 법안은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또 군 미필자가 국방부·외교통상부·통일부 장관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국회 국방위원장과 정보위원장에게도 같은 제한을 두는 국회법 개정안도 발의했다.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해 정보위 전문위원은 “고의로 현역을 미필한 자도 없지 않으나 다수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선천적, 후천적 신체 결함에 의해 현역복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공직취임권’에 따라 어떤 차별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의원은 “부당한 사유나 편법적인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사람만 임명을 제한하고, 합법적으로 면제받은 미필자는 당연히 임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세대별 女공무원 3인 그들에게 공직사회는

    [테마로 본 공직사회] 세대별 女공무원 3인 그들에게 공직사회는

    공무원 시험은 국가직·지방직 가릴 것 없이 여풍(女風)이 거세다.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근무 행태나 공직문화는 아직 남성 일방으로 흐를 때가 많다. 반면 여성들이 분발해야 할 부분도 많다.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공무원 주자 3명에게 그들만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그녀들은 누구 김경희(56) 경기도 비전기획관(부이사관)은 1973년 경기도 광주군 5급 을(현재 9급 공채)에서 시작해 현재의 자리까지 올랐다. 올해 신설된 비전기획관은 경기도 내에서도 핵심 요직. 도의 미래 비전과 종합기획 등을 관장하며 100여명의 직원들을 지휘하는 자리다. 신영숙(43) 행안부 연금복지과장이 1994년 행시 37회로 임용될 당시 300여명 동기 중 여성은 그를 포함해 8명에 불과했다. 현재 행안부 내 2명의 여성 과장 중 한 사람이다. 나주희(31) 행안부 주무관(7급)은 5년차 신세대 공무원. 그가 일하는 인사기획관실은 부처 내 ‘꽃보직’으로 꼽히는데 15명 중 7명이 여성이다. ●거쳐온 길과 승진 김 기획관은 1987년 내무부 최초의 여성 공무원이다. 당시만 해도 타자수 같은 기능직은 있어도 일반직 여성은 전무했다. 그녀는 걸어다니는 ‘주민등록 사전’이었다. 당시 국가행정전산망 사업 중 핵심이었던 ‘주민등록 양식 전산화’가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조언을 구할 선배도, 여성 동료도 없었다. “일에선 가장 전문가인데도 민원전화만 받으면 ‘남자 직원 바꾸라’는 소릴 듣던 때였죠.” 이런 분위기는 신 과장 세대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조직에 순화하기 위해 여성성이 부정돼야만 했다.”고 돌아봤다.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상대하는 직원·민원은 40대 이상 ‘아저씨’였기 때문. 사회적 직위와 개인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도 겪었다. 신 과장은 “(여 선배가 없어) 전략적 학습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지만 사무관 때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을 만큼 노력했고 이제는 자부심도 느낀다.”고 했다. 나 주무관은 “아직 젊다 보니 조직 안에서 나이·경력에 밀릴 때가 있다.”면서 “가장 필요한 건 업무적 논리다. 내세울 게 없기 때문에 근거법령 등을 정확히 알고 일하면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모질게 일해도 발탁 승진 따윈 기대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김 기획관은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고 못 박았다. “제가 동기들보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똑같이 국장급이다. 일 잘하는 여성이라고 발탁됐으면 오히려 주위에 얼굴도 안 서고 동기들에게도 미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 지원해 달라 1999년 출산한 신 과장은 임신 7개월 때까지도 주변에서 모를 정도였다. 그는 “제가 유난스러웠던 게 아니고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일을 제대로 못하거나 주변에 폐를 끼칠까 봐 그랬다.”면서 “당시만 해도 청사 안에 배가 불러 다니는 여성도 없었다. 사무실 흡연으로 피해도 많이 봤다.”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축복받아야 할 임신이 오히려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출산휴가가 당시 두 달이었는데 40여일 만에 출근했고 육아휴직은 감히 상상도 못했다. 신청하면 경력을 아예 포기하는 걸로 간주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여성정책·균형인사에 박차가 가해지고 실제로 여성 공무원도 늘면서 분위기는 급속도로 바뀌었다. 나 주무관은 “저희 연차는 남자라도 결혼하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일 끝나고 ‘직퇴’(바로 퇴근)가 철칙이다.”고 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아내·엄마의 일을 위해 가족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은 잘못됐다. 국가에서 대신 떠맡아 줘야 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제는 리더십 함양 ‘여성리더’가 아닌 ‘리더’로 거듭나려면 조직관리 능력은 필수다. 신 과장은 “무조건 카리스마가 능사가 아니고 여성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마냥 휘어잡는 것보다 소통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면서 “여성은 공사구분이 확실한 것도 큰 장점이다.”고 했다. 그러나 훈련도 필요하다. 김 기획관은 “아직 학연·지연으로 얽힌 공직문화에서 비공식적 네트워크 확장도 중요하다.”면서 “기관장의 정치철학, 비전을 꿰뚫어보며 세상 보는 눈을 넓히는 노력을 후배들이 계속 해 달라.”고 주문했다. 남성 친화적인 사고도 중요하다. 김 기획관은 “우리(여성)만 생각하면 안 된다. 신세대는 성별 관계없이 이기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나는 공(公)이 앞선다고 본다. 그래야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으로 갈수록 여성 간부는 한 기관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다. 여성가족부가 좀 더 공격적으로 들이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과장은 “밀려드는 일에 쫓기다 보니 후배들을 지원해 줄 겨를이 솔직히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나 주무관 역시 “배우고 싶은 선배들은 많은데 조직적인 멘토링 지원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전관예우 금지 철저한 뒷관리가 요체다

    정부가 어제 공정사회를 해치는 공직자들의 전관예우 근절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고위 공직자는 1년간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주는 업무를 할 수 없고, 퇴직 후 1년간의 업무활동 내역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퇴직 공무원 취업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전·현직 공무원에게 일정 기간 청탁·알선 등 부당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행위제한 제도’를 새로 도입한 것이 눈에 띈다. 취업과 행위 제한을 동시에 실시, 전관예우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전관예우 금지는 철저한 뒷관리가 요체다. 공정행정 구현을 위한 전관예우 근절 방안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선 면밀한 보완 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선언적 조치를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전관예우 금지 법안부터 제대로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부 전·현직 공직자들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오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것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비등점에 달했다. 전관예우 금지에 따라 소수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 사회가 공정사회로 가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는 계기다. 하지만 이 방안에는 관행을 근절하고, 해당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대책이나 처벌 조항이 크게 부족하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당 행위를 적발할 방법도 불투명하다.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등 검토 중인 처벌 수위도 너무 약하다. 실효성이 의문이다. 연간 수억~수십억원을 전관예우로 챙길 수 있는데 적발된 뒤 과태료 내는 것을 두려워하겠는가. 그래서 이번 방안이 저축은행 사태에 따른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급조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직자가 대학으로 옮겨 가는 또 다른 형태의 전관예우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저축은행 문제가 발생한 것도 전관예우 관행에 상당 부분 원인이 있을 것이라면서 “공정사회 기준에서 가장 배치되는 것이 전관예우”라고 지적했다. 전관예우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낡은 관행이다. 우선 공직자들의 윤리의식을 강화해야겠지만 퇴직 공직자들이 부당하게 역차별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민주 사회다. 제도 개선 운운보다는 공정 사회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 고위직 ‘1+1 쿨링오프’ 도입… 업무내역 윤리위 제출

    고위직 ‘1+1 쿨링오프’ 도입… 업무내역 윤리위 제출

    정부가 3일 발표한 공직윤리제도 강화 방안의 핵심은 퇴직 공무원의 취업 제한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고위 공직자가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의 업무를 퇴직 후 1년간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제한’ 제도를 새로 도입한 것이다. ●부정한 청탁·알선행위 영구 금지 ‘1+1 쿨링오프’(Cooling off)라 불리는 이 방안은 장·차관이나 1급, 지방자치단체장, 공기업 기관장 등 재산 공개 의무자는 취업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퇴직 후 1년간은 민간 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퇴직 공직자의 부정한 청탁 및 알선행위도 영구 금지된다. 재직 중 직접 맡았던 사안은 아예 취급할 수 없으며,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퇴직 후 1년간은 업무 활동 내역을 취업 기관장의 확인을 받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12개 로펌·5개 회계법인 취업제한 취업 제한 내용도 달라진다. 퇴직 이후를 대비해 경력 세탁을 할 수 없도록 취업 제한을 위한 업무 관련성 적용 기간을 현행 퇴직 전 3년에서 5년간으로 강화한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 분야는 취업심사 대상자를 현재의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넓히고, 전관예우 문제가 빚어지기 쉬운 분야에는 취업 심사 대상을 실무직까지 확대한다. 사외이사, 고문 등 비상근 직위도 취업 심사 대상으로 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대한 취업 제한 조치도 강화된다.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형 거래액 150억원 이상 기준이어서 사실상 지금까지 취업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대형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도 자본금 기준과 상관없이 외형 거래액 300억원 이상이면 모두 심사 대상이 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매출액 300억원이 넘는 법무법인 12개와 회계법인 5개도 취업 심사 대상에 넣어 전직 총리, 장·차관까지 무차별적으로 고용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통과 여부가 관건 이 같은 내용의 전관예우 방지 정책 기조에 대해 관가 안팎에서는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업무 관련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형로펌이나 회계법인에 취업하면 공직자윤리법 29조(취업 제한 위반죄)에 걸려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무엇보다 업무 연관성 판단 기준을 퇴직 전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은 2008년에 공무원 내부 반대로 백지화된 것인 만큼 이번에도 최종 입법 여부가 관건이다. 행위 제한 제도가 신설됐지만 정작 초점이 퇴직 공직자 쪽에만 맞춰진 대목도 지적 사항이다. 행안부의 한 간부는 “행위 제한이 실효를 거두려면 퇴직 공직자의 로비 및 청탁 대상인 현직 공직자에게도 이를테면 ‘고발(보고) 의무’를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비 행위를 원천 봉쇄하기보다는 알선, 청탁 행위 제한만 강조된 데다 강력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얘기된다. 국민 여론을 의식한 ‘졸속성’ 조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는 금융감독기관 등 특정 부처 쪽으로만 취업 심사 대상을 확대한 것은 형평성 논란의 여지가 크다. 정부는 공직자들이 퇴직 이후 대학, 중소기업 등에서 전문 인재로 활약할 수 있도록 보직 관리를 직무 중심으로 전환해 전문성을 키울 방침이다. 공직 전문성 강화 방안은 올해 안에 세부안을 만들고, 공직자윤리법 개정 사항은 6월 임시국회의 논의를 거쳐 입법을 마무리한다. 황수정·박성국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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