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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퐁당퐁당 등교 줄겠지만… 2학기도 ‘엄마 개학’?

    퐁당퐁당 등교 줄겠지만… 2학기도 ‘엄마 개학’?

    수도권·광주 등교 제한 3분의2로 완화부모 부담 줄지만 원격수업의 질 ‘숙제’ 교육부 ‘쌍방향 수업’ 대안 제시했지만학교들 “아이 방치는 똑같을 것” 난색 등교 때 몰리는 수행평가도 개선해야수도권과 광주 지역에 적용되던 ‘유·초·중학교 전교생 3분의1 이하 등교’ 지침이 이번 학기를 끝으로 종료되면서 2학기에는 ‘퐁당퐁당 등교’로 인한 학습 공백 문제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병행이 불가피해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는 게 숙제로 남았다. 2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의 중학교는 ‘3분의2 등교’ 기준에 맞춰 학교가 매일 또는 격주 등교하는 학년을 자율로 정하게 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3학년이 매일 등교하거나 1학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1학년이 매일 등교할 수도 있다”면서 “1·2학년, 2·3학년 등 매주 다르게 묶어 등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2020학년도 2학기 학교밀집도 시행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2학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유지될 경우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전교생의 3분의2 이하로 등교하도록 했다. 현재 수도권과 광주 지역에 한해 적용되는 ‘강화된 학교 밀집도 최소화 조치’(유·초·중 3분의1 이하 등교)는 1학기 종료와 함께 해제된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3분의1 이하’ 기준을 ‘최소 3분의2’로 완화해 달라는 의견을 교육부에 제출했다.<서울신문 7월 28일자 10면> 초등학교의 경우 ‘주 1회 등교’, ‘월수금 등교’로 인한 혼란과 학습 공백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등교수업 확대에 학교의 자율성을 강화하기로 해, 일선 학교에서는 초등 저학년의 등교수업을 적극 늘릴 수 있게 됐다. 다만 남은 수업의 최소 3분의1은 원격으로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원격수업에 대한 학생 및 학부모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다. “동영상 하나 올려놓고 끝”이라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자 교육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를 공언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서 ‘전면 실시’, ‘몇 % 이상’과 같은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장단점이 명확한 탓에 일선 학교에서는 ‘전면 실시’에 난색을 표한다. 교사들은 “교실 수업에 소극적인 학생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서도 똑같이 방치된다”고 우려한다. 맞벌이 가정의 초등 저학년은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접속 장애로 놓치거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반복 시청할 수 없다는 점은 오히려 학습 격차를 더 키울 수 있는 대목이다. “평가를 위해 등교한다”는 불만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교육부는 1학기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한해 학생들의 수업 활동 평가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원격수업에서는 사실상 평가가 어려운 탓에 일선 학교에서는 등교수업일에 수행평가를 ‘몰아치기’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은 “평가 부담이 적은 초등·중학교도 원격수업에서의 활동을 평가에 반영하지 못하게 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평가·기록에 대한 기존 지침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성악가 꿈꾸던 딸 무대서 추락사…법정투쟁 아버지의 분노

    성악가 꿈꾸던 딸 무대서 추락사…법정투쟁 아버지의 분노

    “제가 처음 이 싸움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개인이 국가를,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싸워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어차피 넘을 수 없는 산이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잘못이 있다면 대통령이라도 아이들 앞에 무릎 꿇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인간으로서의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유난히 살가웠던 딸의 죽음과 지난한 법정다툼 과정을 설명하면서도 애써 담담한 태도를 지켜온 박원한(55)씨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깊은 한숨 뒤에 그의 입에서 힘겹게 나온 말은 ‘인간으로서의 도리’였다. 촉망받던 스물셋 성악도 딸을 황망히 떠나보낸 박씨는 2년 가까이 경북 경산에서 법원이 있는 서울까지 왕복 650㎞ 거리를 오가며 법정에 서고 있다. 취재진과 재판 방청객, 그리고 피고인의 지지자들까지 몰려 유난히 혼잡했던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한편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박씨와 그의 가족들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박씨와의 인터뷰는 청사 내 카페에서 진행하기로 했지만 변호인 사무실로 옮겨 진행했다.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교수 관련 재판과 사법농단 재판 등 굵직한 재판이 몰리면서 박씨에게는 청사 안에서는 마음 놓고 하소연할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은 탓이다. 딸을 잃고 왕복 650㎞를 오가며 법정투쟁 이날 박씨는 아내와 처제와 함께 서울고등법원을 찾았다. 맏딸 송희씨의 죽음으로 시작된 재판의 항소심에 참석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의견을 진술하기 위해서다. 딸의 죽음에 대해 해당 지자체인 김천시의 책임을 묻는 재판에서 이미 1심 법원은 시의 책임을 상당 부분 인정했지만, 김천시가 불복하면서 박씨 가족의 싸움도 이어졌다. 곧 맏딸의 2주기를 맞지만 박씨 가족의 시간은 여전히 딸이 세상을 떠난 2018년 9월 6일에 멈춰 있었다. “기쁘면 기쁘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감정 표현에 참 솔직한, 다정하고 책임감 강한 딸이었죠. 다른 집 맏이들과는 달리 엄마 아빠에게도 소소한 감정도 잘 표현하고, 동생에게도 늘 친구 같은 언니였습니다….” 장녀로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탓이었을까. 박씨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윽박질러서라도 2년 전 딸의 선택을 막아내고 싶은 심정이다.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며 성악을 전공해 온 송희씨는 2018년 8월 대학원 마지막 학기 개강을 앞두고 지방의 한 오페라 공연 조연출직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다. 대학원을 마친 뒤 지도교수의 조언에 따라 독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을 세운 송희씨는 유학 자금도 마련하면서 실제 공연 제작과 무대에 대한 경험도 쌓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송희씨가 참여한 작품은 호남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달하, 비취오시라’ 김천 공연이었다. 성악가로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로 택한 선택이 인생의 마침표가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2018년 9월 6일에 멈춘 가족의 시간 송희씨는 그해 9월 7일 공연을 이틀 앞둔 5일 저녁 공연장인 김천문화회관으로 내려가 공연팀에 합류했다. “당장 하루 뒤면 무대에 올려야 하는데 딸이 와서 보니까 무대 세트가 예전에 만든 그대로라 색도 바래고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거예요. 누구도 나서지 않으니 딸이 ‘제가 하겠다’며 나섰더라고요. 송희가 어두운 극장에서 홀로 무대 세트 도색작업을 한 뒤 전체적으로 확인하려고 몇 걸음 뒷걸음 치는 순간 7m 아래로 떨어진 거죠.” 송희씨는 추락 직후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이후 경북대병원 중환자실로 후송됐지만 10일 새벽 뇌출혈로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와 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송희씨가 작업할 때에는 무대와 지하 연주자들의 공간을 연결하는 승·하강 리프트는 무대 쪽으로 올려진 상태였다. 그러나 송희씨 혼자 작업 중인 상황에서 리프트는 지하로 내려졌고, 당시 공연장 작업자 누구도 송희씨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다. 리프트는 작동 시 이를 알리는 램프와 비상경보 등도 작동해야 했지만 모두 고장 나 작동하지 않았다. “딸이 거기서 혼자 작업 중인데 누군가 리프트를 내린다면 당연히 알렸어야 하지 않나요. 공연장 측은 1시간 이상 해야 하는 안전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고가 나자 안전교육을 했다며 뒤늦게 현장 관계자들에게 안전교육 확인 서명을 받았더라고요. 당시 딸은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현장 책임자는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하지도 않은 안전교육 확인서나 받으러 다닌 거죠.” 사고 당시 공연장 측 대응을 떠올리던 박씨는 깊은 한숨으로 치미는 분노를 삭였다. 1심 법원은 지난 1월 김천시 소속 7급 공무원인 김천문화회관 무대감독 송모(57)씨와 오페라단 무대감독 홍모(42)씨의 사고 책임을 인정하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금고 10개월,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씨 등 유족은 김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고, 관련 재판부 역시 김천시의 사고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피해 책임 비율은 김천시 80%, 피해자 20%로 제한했다. 사실상 피해자 쪽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에서 이긴다고 죽은 딸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법정싸움을 할 생각은 없었다”는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책임 회피를 넘어 유족 측에게도 큰소리치는 김천시 측을 보면서 “용서는 없다”고 마음을 굳혔다. 박씨는 “1심 재판 초반에는 김천시 관계자들이 우리에게 잠시 목례라도 했는데 이후부터는 알은척도 안 하고, 김천시 측 변호인은 법원 복도에서 유족들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자기(송희) 혼자 실수해서 난 사고다’, ‘무대감독도 피해자다’라는 식으로 떠들더라”면서 “처음부터 김천시가 책임지는 모습으로 나섰다면 서로가 이렇게 힘든 과정까지 오지 않고, 나도 그들의 잘못을 용서할 마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예술인들이 안전한 세상 만드는 게 새로운 소명 박씨는 딸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되도록 김천시 측의 누구한테도 사과 한마디 받지 못했다. 이는 박씨가 지자체라는 국가기관을 상대로 싸우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기관에서의 사고로 한 젊은이가 희생됐는데 시장뿐만 아니라 어떤 누구도 사과 한마디가 없었어요. 피해자 가족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것은 우롱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우리 가족을 끝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긴 싸움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송희씨의 죽음은 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위험과 싸워야 했던 예술인들의 연대로 이어졌다.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박송희씨 사고사망사건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천시의 항소 취소와 관련 기관들의 사과 및 배상, 재발 방지 방안 마련 등을 촉구했다. 박씨도 이 자리에서 함께 목소리를 냈다.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박씨에게는 새로운 소명이 생겼다. 채 피우지도 못하고 떠난 딸의 꿈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저도 송희에 앞서 성악을 전공한 예술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다시는 송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습니다. 딸의 사고를 계기로 예술인들이 연대하고, 젊은 예술인들이 안전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도록 돕는 게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경산서 생후 4개월 코로나19 확진…앞서 엄마 확진 판정

    경산서 생후 4개월 코로나19 확진…앞서 엄마 확진 판정

    경북 경산에서 생후 4개월 된 여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 여아는 지난달 31일 확진 판정을 받은 37세 여성의 딸로, 지난 1일 양성 판정을 받고 모친과 함께 경북대병원에 입원했다. 대구에서는 지난달 4일부터 이날까지 30일 연속 신규 지역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대구지역에서 추가된 코로나19 환자 2명은 지난달 18일 시리아에서 입국한 20대 여성과 한 살배기 딸로 자가격리 중 시행한 자택 방문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대구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이로써 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1361명, 대구는 6942명으로 늘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대선보다 부엌 일이 좋은” 전업주부가 26년 독재 타도 맨앞에

    “대선보다 부엌 일이 좋은” 전업주부가 26년 독재 타도 맨앞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일보다 부엌에서 음식 만들고 싶었어요.” 오는 9일(이하 현지시간)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6) 대통령의 26년 장기 집권을 끝장낼 유력 후보로 떠오른 스베틀라나 티카노브스카야(37)는 전업주부다. 최근 대선 유세 도중 앞의 발언을 농처럼 했지만 루카셴코의 독재를 끝내는 일이 거부할 수 없는 사명이 됐다고 강조하는 당찬 면모도 갖췄다고 영국 BBC가 지난 31일 전했다. 남편 세르게이가 지난 5월 체포돼 후보 등록조차 할 수 없게 되자 대신 출마를 결심했다. 두 번째로 정적이 될 만한 인물도 감옥에 갇혔고, 세 번째 유력 인사까지 외국으로 달아나 버렸다. 이렇게 되자 두 자녀를 안전 때문에 외국으로 보낸 엄마는 벨라루스의 변화를 주도할 깜짝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유력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으나 역시 당국의 방해 공작 탓에 후보 등록이 거부된 전 미국 주재 대사인 발레리 쳅칼로의 부인인 베로니카, 다른 후보 캠프 대변인인 마리아 콜레스니코바와 더불어 전국을 돌며 군중 동원 기록을 써가며 바람몰이를 하는 중이다. 발레리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BBC와 인터뷰를 갖고 “이들 세 여성은 정치에 온 생애를 투자한 마거릿 대처 같은 유형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진지하다”며 “이전 선거 때는 루카셴코가 정말 대중적 인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그것이 그가 신경을 바짝 쓰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소식통들로부터” 자신을 체포하는 작전이 임박했다는 제보를 받고 피신했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조짐을 가장 먼저 포착한 이는 스베틀라나의 남편 세르게이였다. 유명 비디오 블로거였는데 그는 여러 달 동안 전국을 돌며 농민들부터 은퇴 생활자까지 다양하게 만나 귀를 기울였다. 일종의 민심 투어였다. 국민들은 만연한 부패와 가난, 기회의 결핍, 낮은 임금 등을 볼멘 소리로 들려줬다. 블라디미르의 한 남성은 비디오 인터뷰를 통해 세르게이가 루카셴코에 붙여준 별명을 들먹이며 “‘바퀴벌레’가 권력을 쥐었을 때 난 두 살이었는데 이제 두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이제 뭔가 바뀌길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남성은 “우리는 독재를 끝장 내기 위해 여기 왔다”고 동조했다. 당국이 야당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잇따라 막자 시민들이 가두로 쏟아져나왔다. 인권단체 비아스나(Viasna)는 올 여름에만 1000명 이상의 평화 시위 참가자들이 구금돼 200명 가까운 이들이 보름이나 갇혀 지냈다고 주장했다. 민스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정치 해설가 아르티옴 슈라이브만은 당국의 강경한 탄압에 “대중이 공공연하게 반기를 들고 시위가 확산되고 대통령에 대한 반대가 드높아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경제 침체와 코로나19 대처 등에서 루카셴코가 점수를 많이 잃었다고 분석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밑바닥 민심을 훑는 스베틀라나 팀과 정반대로 연일 폭동 진압에 동원되는 보안군의 훈련을 참관하고 격려하거나 나라의 안정을 해치려는 외국들의 기도를 규탄하는 데 열중했다. 든든한 후원자였던 러시아를 겨냥하는 듯하다.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 소속 요원 33명을 체포하는 과정에 속옷 차림의 그들을 거칠게 체포하는 동영상을 국영 매체에서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그들이 쿠데타를 획책했다며 세르게이를 연결시켜 “대중 소요”를 일으키려 했다는 식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걱정을 낳고 있다. 스베틀라나는 유세 도중 가끔 한숨을 쉬며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딴일이라고 털어놓곤 한다. 발렌키아는 남편도 해외로 피신한 뒤 스베틀라나를 돕기 위해 남아 있다며 “지금은 두려운 시간인데 국민들이 엄청난 지지를 보내주는 것 같다”며 “우리는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는 것처럼 벨라루스의 변화가 오고 있다고 믿는다. 가급적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여성들에게 특별한 정치 프로그램이 있을 수 없다. 우선 스베틀라나가 집권해 루카셴코를 몰아내는 게 급선무고, 그 뒤 공정한 선거 일정을 발표하고 정치범들을 모두 풀어줘 자유롭게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그녀는 한 집회 도중 한 남성이 계속 일해달라고 외치자 웃으며 “내 임무만 완수하면 조용히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여성들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오지만 여전히 공식 여론조사는 루카셴코가 70% 정도로 높게 나온다. 그는 30년 가까이 집권하며 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왔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는 부정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슈라이브만은 “투표 날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가 중요하다. 보안군은 언제든 뭔가를 꾸며낼 수 있다. 과거에도 그들은 쓸 수 있는 카드의 10%도 쓰지 않았다. 내 생각에 이제 문제는 보안군이 얼마나 잔인하게 짓누르냐와 얼마나 시위 규모가 크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여기는 베트남] 43년 만에 다시 만난 쌍둥이 형제 사연

    [여기는 베트남] 43년 만에 다시 만난 쌍둥이 형제 사연

    43년 만에 가족을 찾은 베트남 남성의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외로움과 슬픔 속에 성장했던 깐의 사연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살 무렵 어려운 가정 형편에 병든 아빠의 치료를 위해 엄마는 쌍둥이 아들 둘을 다른 집안에 입양보내기로 했다. 남편의 치료를 위해 집을 팔고, 홀로 이리저리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벌었지만, 도저히 5명의 자녀와 병든 남편을 돌보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주변의 권유로 쌍둥이 아들 탄과 깐을 각각 박장(Bac Giang)성과 박닌(Bac Ninh)성의 가정에 입양을 보냈다. 깐은 입양되던 날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잠에서 깨었을 때 낯선 집에는 부모님과 형제, 자매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울었던 기억이었다. 다행히 입양 가정은 형편이 넉넉해서 깐은 깔끔한 옷을 입고 학교도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11학년이 되던 해에 갑자기 어떤 사람이 찾아와 깐이 자신의 친아들이라면서 그를 데리고 갔다. 깐은 드디어 생부, 생모와 형제자매들을 만났다고 여겼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새로 온 집에서 그는 노예처럼 일만 했고, 혈육의 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26살이 되던 해, 그 집에서는 “사실 너는 우리의 친자식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결국 그는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섰다. 수중에 얼마 남지 않은 돈을 들고 정처 없이 남쪽으로 향했다. 깊은 밤이 오면 ‘나에게도 엄마와 아빠가 있었더라면 이토록 비참하지는 않을 텐데…’ 라는 생각에 외로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목공과 페인트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홀로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도 인생의 동반자가 나타났다. 그의 나이 37살,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의 아내는 “그의 얼굴에는 가족의 부재에서 오는 슬픔이 묻어났고, 가끔은 넋이 빠진 듯 보였다”고 전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가족을 반드시 찾아주겠다”고 결심하고 실종 가족을 찾아주는 공공기관에 깐의 정보를 제공했다. 한편 깐의 부모는 쌍둥이 아들 중 탄을 20년이 지난 뒤 찾았지만, 깐의 소식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온 가족이 깐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던 중 실종 가족을 찾아주는 공공기관에서 드디어 깐의 정보를 가족에게 알려왔다. 드디어 지난 6월 온 가족이 드디어 깐을 만났다. 43년의 세월이 흘러서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날 밤을 꼬박 새우며 할 말을 생각했던 깐, 하지만 가족들을 만나는 순간에는 아무 말이 필요 없었다.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또 한 가지, 자신이 쌍둥이였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왔던 깐은 본인과 똑같이 생긴 형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쌍둥이 형제 탄을 보는 순간, 깐은 “놀라움에 말문이 막혔고, 기쁨에 가슴이 마구 뛰었다”고 말했다. 현재 깐은 부모님 집에 머물면서 형제들을 방문하고 있다. 특히 쌍둥이 형제와는 동일한 취미를 즐기며 일상을 나눈다. 아내는 “48년 만에 가장 완벽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서 피어났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조만간 그의 결혼식을 다시 열어줄 계획이다. 부모와 형제, 자매가 참여한 풍성한 결혼식이 될 것이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로트와일러 견주 “내가 죽더라도 개는 안락사 못 시킨다”

    로트와일러 견주 “내가 죽더라도 개는 안락사 못 시킨다”

    산책 중이던 반려견을 물어죽인 맹견 로트와일러 견주가 “내가 죽더라도 개는 안락사 못 시킨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골목길에서 주인과 산책 중이던 소형견 스피츠에 달려들어 물어죽인 로트와일러 개의 주인은 30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로트와일러를 훈련시설에 보냈다고 밝혔다. 로트와일러 견주는 “솔직히 (사건 당일) 입마개를 하지 못했다”면서 “밤에 나갈 때 아무도 없는데 (개를) 편하게 좀 해주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안 보일 때는 그렇게 한다”면서 “내가 죽더라도 개는 안락사 못 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웃들은 문제의 로트와일러 개가 3년 전에도 다른 개를 공격해 죽인 적이 있다고 호소했다. 2017년 피해를 본 이웃은 “(문제의 개가) 그 집에서 바로 뛰쳐나와 엄마를 밀치고 우리 개를 바로 물었다. 우리 개는 과다출혈로 즉사했다”고 주장했다. 스피츠 견주는 30일 로트와일러 견주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로트와일러는 동물보호법 상 외출 시 입마개와 목줄 착용이 의무화된 맹견이다. 입마개와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람의 신체에 상해를 입힌 경우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당 견주가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올라온 지 이틀 만인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4만 1800명이 동의한 상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물건 사는 재미에 기부까지… 괴산의 ‘희망 퍼네이션’

    물건 사는 재미에 기부까지… 괴산의 ‘희망 퍼네이션’

    내부 게시판서 직원들 물건 올려 경매판매금은 기탁, 남은 물건은 시설 기부“물건 싸게 사고 보람도 얻어 일석이조” “이소영 주무관이 기부한 한국사 만화책 8권입니다. 아이들은 책 읽는 게 싫고 엄마들은 독서를 시켜야겠고. 이때 절충안은 바로 만화역사책입니다. 최초 시작 가격은 1만원.” 30일 오전 11시 충북 괴산군청 사내 인터넷 게시판. 희망나눔 퍼네이션 경매 시작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다. 퍼네이션은 즐거움을 뜻하는 ‘Fun’과 기부를 의미하는 ‘Donation’을 합친 신조어다. 경매 시작 이후 조용하던 게시판은 오후 들어 분주해졌다. 직원 5명이 엎치락뒤치락 댓글을 달며 가격을 올렸다. 오후 4시까지 진행된 경매에서 만화책은 2만 8000원을 써낸 안전건설과 양승혁 주무관에게 돌아갔다. 양 주무관은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데 상태가 양호한 책을 저렴한 가격으로 사게 돼 너무 기쁘다”며 “제가 낸 비용이 기부된다고 하니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 붙여진 물품 11개는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새 주인을 찾았다. 총판매금 30만원은 충북공동모금회로 보내진다. 충북 괴산군이 지난 16일부터 목요일마다 착한 경매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매로 수익금이 발생하면 물건을 내놓은 직원 이름으로 기탁돼 지역의 취약계층 지원금으로 쓰인다. 팔리지 않은 물품은 필요한 복지시설을 찾아 기부된다. 재미있게 안 쓰는 물건을 처리하며 기부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동료들은 사고 싶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경매는 주민복지과 희망복지팀이 맡고 있다. 사업을 제안한 희망복지팀 최지애 주무관은 “직원들이 물품을 기부하면 이를 모았다가 경매를 진행한다”며 “팀원들이 물품 사진과 입찰 시작가격 등을 게시판에 올리면 직원들이 댓글 형식으로 가격경쟁을 벌인다”고 했다. 최초 입찰가는 시중가와 물건 상태 등이 고려돼 결정된다. 그동안 3차례 걸쳐 진행된 경매시장에 나온 물건은 총 31종이다. 아쿠아슈즈, 다이어리, 가방, 인형, 책, 킥보드, 전기밥솥, 블루투스 키보드, 에어프라이어, 헬스기구 등 백화점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를 통해 총 80여만원을 모았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 물건이 나오기도 한다. 노경희 경제정책팀장이 경품으로 받은 공기청정기를 내놔 24만원에 낙찰됐다. 시중에서 최소 30만원 한다. 최 주무관은 “인터넷 카페 회원들끼리 경매한다는 동료직원 말에 아이디어를 얻어 경매와 기부를 접목하게 됐다”며 “어떤 물건이 경매로 나올지 직원들이 잔뜩 기대하는 등 관심도가 높다”고 자랑했다. 괴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지속학대 아냐”… 아들에 흉기 겨눈 엄마 구속 보류한 경찰

    “지속학대 아냐”… 아들에 흉기 겨눈 엄마 구속 보류한 경찰

    10살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머리채를 잡고 흉기를 휘두른 친모가 입건됐다. 이 친모는 지난해에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리 대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지속적인 학대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워 친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등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30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22일 강동구 천호동의 주택가 길거리에서 자신의 아들을 흉기로 위협한 30대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자신에게 반항하며 욕하고 자전거 등을 부순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앙됐다. 훈육에도 아들의 태도가 나아지지 않자 아들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다녔고 “같이 죽자”며 흉기까지 들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경찰은 학대 장면을 목격한 주민의 신고를 받아 A씨를 체포했다. 이웃들은 A씨 집에서 “상습적인 학대가 있었다”는 취지로 경찰에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A씨는 지난해 7월에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관리를 받고 있었다. 당시 A씨는 아들이 늦게 들어온다는 이유로 머리를 여러 차례 밀거나 뒤통수를 때린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일단 보류하고 고심 중이다. 지난 6월 사례 관리를 위해 경찰관이 A씨 가정을 방문했을 때 “아이가 해맑고 지속적인 학대 의심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아동도 이날 현장에서 “(머리채를 잡혀) 머리가 조금 아프지만, 칼로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아동은 즉시 분리 조치해 쉼터로 보냈고, 상태가 안정되면 조사할 것”이라면서 “이웃이나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까지 마친 뒤 신병 처리를 고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찰떡 같은’ 인생작 만난 조권 “하이힐 신고 하이킥…나대로 살려고요”

    ‘찰떡 같은’ 인생작 만난 조권 “하이힐 신고 하이킥…나대로 살려고요”

    진부한 표현이래도 어쩔 수가 없다. 드래그퀸을 꿈꾸는 17세 고등학생 제이미를 뮤지컬 무대에서 연기하기엔 가수 겸 배우 조권이 그야말로 ‘찰떡’ 같다. “선물이고 인생작”이라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거듭 짓는 그에게도 이 작품은 운명 같았다. 영국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 속 인물이었던 제이미 캠벨의 이야기는 지구 반 바퀴 건너 조권과 참 많이 닮았다. 이루고 싶은 분명한 꿈과 그를 위한 노력, 갖은 편견과 오해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태도, 열렬히 지지해 주는 가족, 철철 흘러 넘치는 끼와 재능까지. 조권은 또 다른 제이미였다. 29일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조권은 무대 위 제이미마냥 열망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이 작품을 놓치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 같았다. 언제 다시 이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온 진심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뮤지컬 ‘제이미’는 실화를 바탕으로 2017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만들어져 인기를 끈 작품이다. 아시아 초연으로 지난 4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고 조권과 신주협, MJ(아스트로), 렌(뉴이스트)이 첫 제이미가 됐다. 지난 겨울 군대에서 오디션 공고를 접한 조권은 커피포트를 거울 삼아 춤을 연습했다. “뭐에 홀린 것처럼, 박진영의 영재 육성프로젝트 이후 가장 열심히 준비한 오디션”이라고 웃었다. 당시 육군 창작 뮤지컬 ‘귀환’에도 출연 중이었는데 오디션 날짜와 겹쳤던 공연도 마침(?) 취소됐다.그렇게 노래하게 된 제이미는 편견과 조롱에도 꿋꿋이 드래그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학교 화장실에서 몰래 화장을 하, 빨간 하이힐을 가방에 감추고 다닌다. 조권도 다르지 않았다. “어릴 땐 ‘너처럼 조그맣고 마른 애가 무슨 연예인이 되냐’며 놀림을 당했고 연예인이 된 뒤에는 수많은 악플과 욕설을 일일이 신경쓰며 살았다”는 것이다. ‘발라더가 무슨 골반 털기 춤이냐’, ‘남자가 무슨 화장을 하냐’는 시선에 스스로 먼저 가두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가 공연을 본 뒤 “엄마는 아들도 있고 딸도 있네. 넌 아들 노릇도 잘하고 딸 노릇도 잘한다”며 격한 박수를 보낸 것도, 제이미의 어머니 마가렛(최정원·김선영 분)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과 닮았다. 조권의 어머니는 극 중 제이미가 드래그퀸 ‘나나나’로 처음 무대에 서기 전 학생들이 야유를 보내는 장면에서 특히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그동안의 제 삶을 누구보다 잘 아시고 연예인 생활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텐데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셨대요. 그래서 그 장면이 너무 공감됐다고 하고 최정원 선배님의 연기를 보시고 아버지에게 ‘저게 내 마음’이라고 하셨대요.” 30대에 접어들어 제이미라는 ‘인생작’을 만난 조권. 그는 이제 점점 생각을 바꾸고 있다. “2AM에서의 발라더와 예능에서의 ‘깝권’은 그때마다 충실히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나는 훨씬 멋있는 것도 더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시선에 갇히지 않고 나대로 살아가면 ‘조권이 장르’, ‘조권 색깔’, ‘조권 아니면 이거 누가 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제이미처럼 그냥 ‘나’로 살기로 했다. 언젠가 뮤지컬어워드시상식에 몸에 딱 맞는 정장에 하이힐을 신는 자신의 모습이 환호받기를 꿈꾸기도 한다. 조권은 “드래그퀸을 ‘여장 남자’로만 단정짓기는 어렵고,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시대엔 존중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무대에 나갈 때마다 하이힐을 신고 세상에 맞서는 하이킥을 한 번 날려보자는 마음이에요. 아직 진짜 내 모습을 찾지 못한 많은 제이미들, 제이미로 힘을 얻길 바랍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인터넷 카페 캠핑 모임’ 성남·속초 3가족 6명 코로나19 확진

    ‘인터넷 카페 캠핑 모임’ 성남·속초 3가족 6명 코로나19 확진

    인터넷 카페 회원 가족들과 캠핑을 다녀온 40대 여성과 자녀가 코로나19에 잇따라 감염돼 방역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경기 성남시는 수정구 위례동 위례포레스트부영에 거주하는 A(40)씨와 4살 아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성남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8일 코로나19 증상이 있어 29일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 검사를 한 결과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4살 아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었으나 29일 엄마와 함께 검사후 이날 양성 확진을 받았다. A씨의 남편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A씨 모자는 전날 확진된 분당구 이매동 거주 부부(성남 184·185번 환자)와 지난 24∼26일 2박 3일간 강원 홍천의 한 캠핑장에서 동호회원 15명과 함께 캠핑을 하는 과정에서 경기 성남시 확진자 부부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함께 캠핑하러 갔던 강원도 속초의 30대 부부도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캠핑에는 여섯 가족의 부부와 자녀 1명씩 모두 18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외동자녀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에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된 3가족 외에 나머지 가족은 김포,오산 등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도 진행 중이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들의 감염경로와 함께 세부 동선,접촉자를 파악 중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성남 수정구서 엄마와 4살 아들 코로나19 확진

    성남 수정구서 엄마와 4살 아들 코로나19 확진

    경기 성남시는 수정구 위례동 위례포레스트부영에 거주하는 A(40)씨와 4살 아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성남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8일 코로나19 증상이 있어 29일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 검사를 한 결과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4살 아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었으나 29일 엄마와 함께 검사후 이날 양성 확진을 받았다. A씨 모자는 지난 29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성남 분당구 이매동 럭키타운에 거주하는 성남 184번,185번 부부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모자는 성남 186번,187번 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된다. 방역당국은 A씨 거주지를 방역 소독했다. 자세한 동선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10살 아들에게 “같이 죽자” 흉기 든 엄마, 지난해에도 아동학대로 신고(종합)

    10살 아들에게 “같이 죽자” 흉기 든 엄마, 지난해에도 아동학대로 신고(종합)

    친모 “사춘기 겪는 아들 폭력적이라 훈육” 주장경찰 “분리조치된 아동 안정되면 추가 조사”구속영장 신청 여부는 고민 중 10살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머리채를 잡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 친모가 입건됐다. 해당 가정은 지난해에도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돼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 관리를 받고 있었는데 지난달까지만 해도 지속적인 학대 흔적 등은 찾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여러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 조사 뒤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30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강동구 천호동의 한 주택가 길거리에서 자신의 아들을 흉기로 위협한 30대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자신에게 반항하며 욕을 하고 자전거 등을 부순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앙됐다. 자신의 훈육에도 아들의 태도가 나아지지 않자 아들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다녔고 “같이 죽자”며 흉기까지 들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웃들은 해당 가정에 대해 “상습적인 학대가 있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해당 가정은 지난해 7월에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가 접수됐고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사례관리를 받고 있었다. 당시 A씨는 아들이 늦게 들어온다는 이유로 아들의 머리를 수 회 밀거나 뒷통수를 때린 혐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례관리 차 올 6월에도 해당 가정을 방문했지만 “아이가 해맑고 지속적인 학대 의심 증상은 없었다”는 것까지 확인을 마친 상태였다. 경찰은 여러 상황 등을 고려해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일단 보류하고 고심 중이다. 해당 아동 역시 현장에서는 “(머리채를 잡혀) 머리가 조금 아프지만, 칼로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즉시 아동은 분리 조치해 쉼터로 보냈고, 상태가 안정되면 조사할 것”이라면서 “이후 이웃이나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까지 마친 뒤 구속 여부를 고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베를린 인싸 되기? 베지테리언으로 살아 봐

    베를린 인싸 되기? 베지테리언으로 살아 봐

    獨인구 10%인 800만명이 비건채식주의자 위한 레스토랑 많아밀로 만든 고기, 두유로 만든 햄맛과 멋 다 잡은 코스 요리까지 육식파도 고기가 그립지 않더라나는 고기파다. 고기는 안 가리고 다 잘 먹는다. 삼겹살을 좋아하고, 엄마가 만들어 주는 떡갈비는 일주일도 넘게 먹을 수 있다. 서울 우래옥에서 먹는 불고기를 평양냉면만큼이나 사랑하고, 아무렇게나 굽는 한우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바싹 익힌 한우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이런 내가 베지테리언과 사귀게 되다니. 나를 ‘과격한 육식주의자’라고 놀리던 친구는 말했다. “고기 못 먹어서 어떻게 만나. 너 고기 못 먹으면 히스테리 장난 아니잖아. 아무래도 오래 못 가겠는데?” 나도 이 연애가 엄청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잘 지낸다. 아직까진. 베를린에선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비건(채식주의자) 레스토랑도 자주 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비건 레스토랑은 먼저 가자고 조를 정도다. 이유는? 맛있어서다. 먹을 만한 정도가 아니라 눈이 동그래질 만큼 맛있다. 남자친구는 치즈와 우유, 생선까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인데, 우리는 채식보다 더 엄격한 기준의 비건, 즉 유제품과 달걀을 재료로 쓰지 않는 레스토랑에도 자주 간다.단골로 가는 비건 레스토랑은 집에서 멀지 않은 베트남 음식점 ‘안 다오’다. 그곳에서 세이탄(Seitan·밀로 만든 식물성 고기)이 들어간 쌀국수와 비건 햄과 두부, 야채들이 들어간 카레우동과 밥을 즐겨 먹는다. 돌솥 같은 그릇에 국물이 자작하게 담긴 ‘카포’는 콩으로 만든 새우와 그린 바나나, 각종 야채, 견과류 등이 들어 있는 음식이다. 유기농 콩으로 만든 요구르트와 두유로 만든 조림 국물은 우리네 생선조림처럼 혀에 착 붙는다. 밀로 만든 고기는 진짜 고기처럼 쫄깃쫄깃하고 두유로 만든 햄도 굳이 말하지 않으면 일반 햄과 별로 다르지 않은 맛이다. 베를린에서 즐겨 가는 단골집이 비건 음식점이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 일이었다.●베를린 ‘주류문화’가 된 채식 남자친구가 아니었다면 베를린에서 이렇게 채식이나 비건 레스토랑을 자주 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발을 들이고 나니 채식의 문턱이 그 어느 도시보다 매우 낮다는 걸 실감한다. 실제로 베를린은 ‘유럽 비건의 수도’로 손꼽힌다. 동물 복지와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소수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채식을 일상화하고 있다. 독일 전체 인구 중에는 10% 해당하는 800여만명이 채식 인구다. 그 중심에 베를린이 있다. 베를린에서 채식은 이미 ‘주류문화’가 됐다. 진짜 베를리너가 되려면 베지테리언이 돼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당신도 베를린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혹은 그녀가 베지테리언일 확률은 반 이상이라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장담한다. 그렇다면 베를린은 어떻게 채식과 비건의 수도가 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얘기하자면, 베를린에는 채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정말 많다. 채식주의자와 비건을 위한 전문 음식점도 많지만 일반 레스토랑도 ‘채식 메뉴’를 잘 갖추고 있다. 육식주의자인 나와 채식주의자인 남자친구가 어느 레스토랑에서나 서로 먹고 싶은 걸 사이 좋게 고르고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베를린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이 고기가 안 들어간 메뉴를 찾아 멀리 발품을 팔거나 힘들게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동네 음식점 가듯이 언제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전 세계 비건을 위한 식당 가이드 앱 ‘해피카우’는 이런 ‘비건 프렌들리’ 식당이 베를린에 600여군데 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와 비건을 위한 전문 식당은 200여군데에 달한다.●팔레스타인·이스라엘인 함께 운영하는 ‘카난’ 채식 및 비건 전문 음식점 중에는 지향하는 콘셉트나 의도가 단연 돋보이는 곳이 많다. 그중 한 곳은 채식 전문 식당인 ‘카난’(Kanaan)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의 그 ‘가나안’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건 두 오너 때문이다. 지금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적의 두 사람이 함께 문을 열어 화제가 됐다. 이스라엘인 오즈 벤 데이비드와 팔레스타인인 잘릴 다빗이 음식을 통해 평화와 우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후무스와 팔라펠을 메인 메뉴로 두고 있다. 후무스는 종류만 7가지에 달한다. 우유와 달걀을 이용한 채식 메뉴가 대부분이고 우유 대신 두유로 만든 요구르트 소스의 후무스 버거 등 비건 메뉴도 잘 갖추고 있다. 이곳이 특별한 건 또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난민과 성 소수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도 큰 이슈가 되는 난민과 인종차별, 성차별적 문제를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적극 해결하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에 필요한 식재료 공장을 만들어 어려움에 처한 현지인들을 지속적으로 돕는다. 음식도 맛있다. 강황이 들어간 매콤한 버섯 후무스와 팔라펠 플레이트는 둘이 먹어도 충분할 만큼 양도 많고 맛있다. ●쓰레기 제로 추구하는 ‘프레아 레스토랑’ 독일에선 명품이나 비싼 옷 입고 티 내는 걸 촌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자들도 잘사는 티를 잘 안 낸다. 베를린 거리에는 그냥 아래위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닐 뿐이다. 내가 베를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채식을 하는 건 매우 고급스럽고 바람직한 습관이라 여긴다. 육류를 먹지 않음으로써 동물들이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사는 걸 막을 수 있고, 지구 환경을 보호할 수 있으며, 자신의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채식만큼 쉽고 적합한 것이 없다고들 생각한다. “왜 베지테리언이 됐어?” 남자친구를 만난 첫날 물어봤던 것 같다. “동물을 비윤리적으로 사육하고 고기를 얻는 공장식 육류 산업에 반대하기 때문이야. 내가 쓰는 돈이 그곳으로 가는 게 싫어. 고기를 안 먹은 건 열네 살 때부터인데, 그렇다고 고기를 아예 안 먹는 건 아니야. 아이들이 먹다 남긴 치킨이나 고기는 일부러 먹기도 해. 버려지려고 죽은 애들이 아니니까.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사냥꾼에게 잡힌 고기도 맛은 봐. 걔네는 행복하게 살다가 간 거잖아.” 먹다 남긴 고기를 가끔 그가 먹을 때, 즐거워서 먹는 게 아니란 건 이미 표정에서 알겠다. 도저히 못 먹겠는 건 그도 남긴다. 하지만 원래 음식을 안 남기고 먹는 스타일이라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더구나 그게 고기라면 남이 주문한 음식이라도 버리지 않으려고 대신 먹는다. 나도 가급적이면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쓴다. 베를린의 레스토랑은 음식의 양이 기본적으로 많아서 고기 메뉴를 시키면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그냥 채식 메뉴를 시킬 때도 있다. 남기지 않는 것,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 또한 베를린에서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제로’로 만들자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확산하는 이유다.미테 한복판에 있는 ‘프레아’(FREA)는 ‘세계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식재료는 가까운 산지에서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공급받고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테이블에는 일회용 냅킨 대신 부드러운 면 손수건을 놓는 식이다. 음식은 모두 채식과 비건 메뉴로 돼 있으며 일체의 동물성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헤이즐넛을 이용해 만드는 커피와 쌀로 만든 우유, 직접 만드는 사워도 빵과 파스타 등 더 건강하고 질 좋은 재료를 만드는 데 열심이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이 기본 취지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쓰레기는 레스토랑 내에 설치된 음식물 처리 기계를 통해 퇴비로 만든다.베를린의 힙스터들이 모이는 ‘프레아’에서 머리를 앙증맞게 옆으로 묶은 남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음식을 고른다. 건강식 샐러드와 홈메이드 파스타 혹은 구운 감자가 메인으로 나오는 점심코스는 16유로. 적당한 가격에 폼 내기도 좋아서 서울에서 친구가 오면 당장 데려가고 싶은데, 여행은 언제나 가능해질까. 채식 어렵다고? 베를린 마트 ‘비건 패티’ 즐겨 봐●비건 음식이 파인다이닝을 만났을 때 ‘러키 리크’ 남자친구를 만난 지 1년, 베를린에서 산 지 7개월이 된 기념으로 모처럼 근사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러키 리크’ 레스토랑은 비건 음식을 파인다이닝 콘셉트로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베를린에서 꼭 가 봐야 할 비건 레스토랑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베를린에서 더 많은 비건 음식과 레스토랑을 경험해 보고 싶었던 터라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저녁에만 열고 코스요리로만 내기 때문에 아무 때나 가긴 버거웠다.2011년에 오픈한 ‘러키 리크’는 두부나 콩을 이용한 단순한 비건 음식이 아니라 실제 소고기처럼 느껴지는 스테이크, 일반 치즈와 전혀 분간이 안 가는 비건 치즈 등을 독창적으로 선보이며 입소문을 탔다. 비트를 구워 만든 스테이크가 어떻게 진짜 스테이크 같은 맛을 내는지 너무 궁금했다.‘러키 리크’의 메뉴는 딱 한 가지. 샐러드, 수프, 두 가지의 메인 음식, 디저트로 구성된 메뉴에서 3코스, 4코스, 5코스로 고를 수 있다. 우리가 간 날 메뉴에는 스테이크가 없었다. 대신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슈니첼(독일식 돈가스)과 여러 가지 곡물과 야채로 바삭하게 만든 슈니첼이 메인으로 있었다. 아스파라거스 슈니첼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뻔한’ 맛이 났지만, 곡물 슈니첼은 바삭바삭한 식감이 진짜 고기를 씹는 것 같았다. 아몬드로 만든 리코타 치즈도 진짜 치즈 같고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우유 없이 만들었다는 걸 알아채기 어려웠다. 소문대로 러키 리크는 비건 음식을 먹을 때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2% 부족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만족스러웠다.●하나의 유행, 일상의 방식으로 통하는 ‘채식’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겐 환경과 동물 보호를 위한 설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채식을 즐길 수 있으려면 고기 맛이 ‘별로’ 그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능동적인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다. 고기 굽는 소리나 냄새만 맡아도 침이 고이는 사람들이 신념만 가지고 채식을 하기엔 너무 고행이 따를 테니까. 유럽의 비건 마켓 ‘베간츠’의 창업자인 얀 브레딕도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비건 푸드가 비(非)비건 음식보다 맛있지 않으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고기가 그립지 않은 비건 음식, 과연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매번 햄버거를 사 먹는 게 지겨워서 집에서 만들어 먹은 적이 있다. 패티는 슈퍼마켓 ‘레베’에서 샀다. 남자친구는 비건 버거로 유명한 ‘비욘드 버거’ 패티를, 나는 소고기 패티를 샀다. 베지 버거는 가히 패티계의 혁명이라 느껴질 맛이었다. 일반 고기와 차이점을 거의 느낄 수 없고, 식감은 더 부드럽고 가벼웠다. 이 놀라운 맛은 이미 빌 게이츠도 투자할 만큼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이 ‘식물성 고기’의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일반 고기 패티가 2유로대인데 이 비건 버거는 5유로가 넘는다는 것. 진짜 고기이고 가격까지 저렴한데도 더 비싼 비건 패티를 사 먹고 싶은 건 맛 경쟁력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게는. 베를린에 와서 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시키고 남기는 반복을 줄였다. 고기를 끊겠다는 생각을 아직 해 본 적은 없지만, 고기를 먹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비건 음식을 먹는 것이 힘들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베를린에서 채식은 이제 그냥 하나의 유행, 일상의 방식으로 통한다. 그중 비건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져서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비건 패션과 뷰티 아이템, 비건 투어 프로그램 등 라이프 스타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뷰티 제품은 베를린에서 음식만큼 관심이 높은데, 이곳의 흔한 드럭 스토어인 데엠과 로스만에만 가도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뷰티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대형 숍들은 식물성 100%의 자체 비건 브랜드 제품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베를린에서 산 뒤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도 거의 반 이상 줄었다. 전에는 쳐다도 안 보던 비건 음식과 채식에 맛을 들이고 있는 요즘, 나는 조금씩 진짜 베를리너가 돼 가는 기분이 든다.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장애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길… 면접 땐 업무보다 됨됨이 살펴”

    “장애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길… 면접 땐 업무보다 됨됨이 살펴”

    올해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경력채용 시험에서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선발됐다.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무를 적극적으로 발굴한 덕에 장애인 50명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고, 39명이 합격해 공직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정부는 경력, 학위, 자격증 분야에서 응시자격 요건을 갖춘 중증장애인을 면접시험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 시험을 통해 지체장애가 있는 김성제(44)씨와 신장장애가 있는 박소영(38)씨가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울지방우정청과 대구수성우체국 공무원으로 선발됐다. 교사로 일해 온 시각장애인 황진원(39)씨는 교육부 산하 한국해양대 학생상담센터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28일 시험을 주관한 인사혁신처의 도움으로 합격자들에게 공직에 도전하기까지의 여정을 들었다. -공직에 도전한 계기는.김성제(이하 김) 대학에 다닐 때 수화 동아리에서 통역 봉사활동을 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왔는데, 그때 처음으로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이기에 지원했다. 민간에서는 프로그래머로 16년간 일했다.황진원(이하 황) 특수학교에서 14년간 교사로 근무했다. 퇴직 후 심리상담을 공부하던 중 국가공무원 경력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박소영(이하 박) 공공기관에서 10여년간 근무하던 중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임신 중절 수술을 권유했지만 아이를 낳았다. 그로 인해 신장 장애를 갖게 됐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중증장애인 경력채용 정보를 기사로 접했다. 장애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금융보험 전문가가 되고 싶어 지원했다. -면접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나. 김 공무원 면접은 확실히 달랐다. 기업에선 면접관들이 주로 전산개발 등 업무와 관련한 기술적인 부분을 물었지만, 공무원 경채 면접에선 사람 됨됨이, 동료와의 소통 관련 질문을 많이 했다. 면접시험 전 온라인을 통해 공무원 면접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파악한 후 첫 직장을 다닐 때 어떻게 생활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정리하며 예상 질의에 대한 답변을 정리했다. 황 공무원 면접 수험서로 시험을 준비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심리상담을 할 것인지 등 예상 질의를 뽑아 나름대로 답변을 정리했다. 하지만 막상 면접에 들어가니 공무원의 일반적인 소양에 관한 질문이 주로 나왔다. 대학 상담가가 된다면 어떤 직무를 수행하고 싶은지, 새롭게 수행하고 싶은 것은 있는지도 물었다. ‘면접 질문을 전문적으로 특화하면 좀더 준비된 인재를 뽑을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박 면접 수험서의 기출문제를 풀며 공부했다. 실제 면접에선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평가하는 질문 등이 나왔다. -서류전형 응시자격 요건 중 어느 분야로 지원했고, 어떤 업무를 하게 되나. 김 사무자동화산업기사 자격증 등이 있어 자격증 분야로 지원했다. 서울지방우정청에서 일할 예정이다. 전문성을 살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편안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황 한국해양대 학생상담센터에서 근무하게 됐다. 상담 분야 석사 학위가 있어 학위 쪽으로 응시했다. 상담센터에선 학생 심리·진로 지원 등을 한다. 그림책을 활용한 상담, 음악치료 등으로 상담 역량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경력 분야로 지원했다. 마케팅을 전공했고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등이 있다. 근무 예정 기관은 대구수성우체국이다. 보험 관련 행정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민간에서 여러 해를 근무했는데, ‘장애’에 대한 편견을 경험한 적이 있나. 김 민간기업 면접을 봤을 때였다. 한 면접관이 나에게 ‘키보드를 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수년간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쌓은 내게 던질 질문이 아니었다. 황 암묵적 차별을 느꼈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내 장애가 부각되고 나의 의견과 상대의 의견을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았다. 교사를 그만두고서 잠시 일한 공기업은 채용 과정은 평등했지만 장애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지 않았다. 내가 업무에 투입될 때까지 함께 일할 동료들은 내 장애에 대한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어찌할 수 없는 어려움이 생겨도 알아서 해결하고 동료와의 관계를 조율해야 했다. 차별 없는 채용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같이 일할 동료의 의식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장애 인권 감수성 교육이 자주 이뤄졌으면 한다. 박 나 역시 신장장애를 갖기 전에는 ‘장애인은 일을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장애인이 되고 보니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사회적 시선 때문에 주눅이 들거나 움츠러드는 일이 많았다. 건강했을 때는 알지 못했던 시선을 느꼈다.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이 업무를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어찌 보면 험난한 세상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강한 사람들이다. 장애인을 따뜻하게 배려하고 품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에 정부에서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무를 많이 개발했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김 모든 것이 한 번에 좋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서울시에서 중증장애인 공무원을 채용하던데, 민간기업에서도 더 많은 노력을 해 줬으면 한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황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취업 기회를 주고,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충분하진 않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직무를 발굴하고 있다. 취업 지원을 넘어 근로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하니 고무적이다. 그런 서비스가 충분히 이뤄지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게 될 것이다. -도전하는 장애인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 김 솔직히 장애가 있다 보니 다른 이들의 시선을 더 의식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아직도 두렵다. 그렇다고 계속 그 자리에만 머문다면 발전하지 못한다. 두려움이 있다면 그 두려움을 쳐내야 한다. 누가 도움을 준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싸워 이겨 나가야 한다. 두려움이 있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황 교사가 되려고 임용시험을 준비하며, 또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면서 장애가 있으면 정말 원하는 것을 선택할 기회를 스스로 제한하게 된다는 걸 느꼈다. 많은 장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때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를 선택한다. 취업이 쉽고 공직으로 진출하기에 용이한 전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에서도 장애인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면 학생들이 적성에 따라 공부하고 진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대학에선 특수교육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 내가 좋아하는 심리상담을 공부해 이번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현실적 제한으로 원치 않는 전공을 선택하더라도 꾸준히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해 나간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박 신장이 망가졌을 때 많이 절망하고 우울했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을 하고 싶어도 도전하기를 망설이는 장애인이 많을 것이다. 우선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적성을 파악해 자격증 따기 등 쉬운 것부터 하나씩 이루면 좋을 것이다. 차근차근 준비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엄마 유언 녹음된 테디베어 돌려주오”에 라이언 레이놀즈도

    “엄마 유언 녹음된 테디베어 돌려주오”에 라이언 레이놀즈도

    할리우드 영화 ‘데드풀’에 출연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필리핀계 이민 여성의 이삿짐 가운데 한 남성이 훔쳐간 테디베어 곰 인형을 돌려주면 5000 달러(약 600만원)를 본인이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미국과 캐나다 이중국적을 보유한 레이놀즈는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밴쿠버에서 트위터에 사진과 글을 올려 “누구라도 이 곰을 마라에게 돌려주면 5000 달러를 내겠다. 어떤 조사도 받지 않게 하겠다. 난 우리 모두가 이 곰이 집에 돌아오길 바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곰 인형의 주인은 필리핀 출신으로 밴쿠버에 사는 마라 소리아노(28)다. 지난 24일 약혼자와 함께 새 아파트로 이사하던 중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며 급하게 백팩 가방 안에 넣어뒀는데 그 뒤 사라져 버렸다. 폐쇄회로 TV에 녹화된 동영상을 확인하니 한 남성이 가방을 통째로 들고 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평범한 인형 같지만 마라에게는 그렇지 않다. 어머니 매릴린이 죽음을 앞둔 지난 2017년 성탄절 선물로 건네면서 인형 옷 안에 내장된 녹음 장치에다 육성으로 “널 무척 사랑한다. 네가 자랑스럽다. 내가 늘 너와 함께 할 것이다”고 남겼기 때문이었다. 물론 딸에게 평생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뒤 2년이 채 안된 지난해 6월 매릴린은 53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딸을 대할 때 늘 상냥하게 들려주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영영 잃게 된 마라는 소셜미디어에 곰 인형을 꼭 돌려달라고 애원했고 레이놀즈를 비롯해 캐나다 방송인 조지 스트룸볼로풀로스, 캐나다 탤런트 작 브래프 등 유명인들이 앞다퉈 곰 인형을 돌려달라는 호소에 동참했다고 영국 BBC가 27일 전했다. 마라는 가방이 사라진 것을 안 순간 가슴이 뭉개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멍청하게 그런 일이 벌어지게끔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백팩에는 우리의 소중한 서류들과 아이패드, 닌텐도 스위치, 엄마가 좋아하던 붉은색 미키 마우스 지갑, 그리고 가장 소중한 테디베어 곰 인형이 있었다. 도둑 당한 뒤 계속 자책하고 있다. 미련한 짓인줄 알지만 난 우리 엄마를 완전히 또다시 잃어버린 것처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마라가 열여덟 살이던 2010년 어머니는 암 진단을 받았다. 그 뒤 7년을 안정된 듯 지냈지만 2017년 토론토에서 이사 온 이듬해부터 어머니가 “갈수록 몸이 안 좋아진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죽음을 예감한 듯 마지막 유언을 곰 인형에 녹음했던 것이다. 도둑 맞은 테디베어 곰 인형은 기성제품과 조금 달라 금세 알아볼 수 있다. 바로 마라가 늘 어머니가 좋아하던 붉은색과 흰색이 들어간 드레스, 흰색 진 자켓으로 갈아 입혔기 때문이다. 스트룸불로풀로스는 레이놀즈의 보상금에 자신도 성의를 보태겠다고 나섰다. 미국 코미디 시리즈 ‘스크럽스’에서 JD로 출연하는 브래프는 “이 곰이 집에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트윗을 날렸다. 집 근처 골목 등에 실종 포스터도 붙였고 밴쿠버 경찰도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돌려달라고 호소했지만 27일까지 종적이 묘연하다. 몇 가지 제보 전화도 성과가 없었다. 마라는 “지금도 밖에서 쓰레기 수거 트럭 소리가 들린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책 읽어 주는 직업

    [김금숙의 만화경] 책 읽어 주는 직업

    “작가(만화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특강을 가면 학생들에게서 빠짐없이 받는 질문이다. “책을 많이 읽어라”, “여행을 많이 다녀라”, “만화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중요하니 인생의 경험을 많이 해라”라고 말해 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뻔한 대답이다. 왜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일까? 작가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작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는 무엇을 해도 멋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있어도, 가만히만 있어도 멋이 뚝뚝 떨어진다. 텔레비전이 보여 주는 작가의 이미지는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한 명의 베스트셀러 작가와 하루 밥벌이도 버거워하는 작가 99%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작가가 자고 싶고 놀고 싶은 아주 기본적인 욕망과 싸운다는 것을 알까? 하룻밤 사이에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는 일은 기획하고 취재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만화작가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러스트레이터 ‘난나’를 기억하는가? 나는 당시 그의 죽음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또래였다. 그림을 십몇 년 그렸는데 그림값이 더 안 좋아지는 현실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인정을 받아도 다른 지원이 있지 않고선 버티기 힘들었던 그의 이야기는 남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를 죽음으로 이르게 했던 현실의 문제는 많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힘겨워하는 문제다. 그때 나는 그를 추모하는 그림을 그려 SNS와 블로그에 올렸었다. 만화가는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영화관 한번 갈 정신적ㆍ시간적 여유가 없다. 친구 만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일요일도 없다. 누가 만나자고 하면 또 거절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회피하게 되기까지 한다. 친구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본의 아니게 ‘나쁜 놈’이 된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가 없다.책이 잘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한 출판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엔 많이 찍어야 2000부란다. 재쇄를 찍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2000부 선인세는 10%다. 그나마 ‘착한’ 출판사는 작가에게 선인세를 더 챙겨 준다. 자료 구입과 취재 비용, 재료값으로 얼마를 지불하면 그나마도 한 달 생계비가 남을까 말까 한다. 이 때문에 ‘난나’가 그림을 그리며 논술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쳤듯 다수의 작가들은 다른 일을 병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작품을 만드는가?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매일 밤 지쳐 쓰러진다. 탈고를 해서 출판사에 보내고 나면 나의 에너지는 지하 상태다.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금방 다시 시작한다. 깊이 숨은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다시 붓을 들 수 있는 것은 삶과 인간에 대한 탐구, 창작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다. 창작은 그 상처를 치유하는 치열한 과정이기도 하다. 얼마 전 엄마를 모시고 김포에 있는 큰 병원에 갔다. 나이가 드니 꾸준히 아픈 것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비상벨이 울린다.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노모를 지탱하기 위해 나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다가 마주 오는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도 늙은 모친을 부축하고 있었다. 주위에 할머니·할아버지와 자식인 듯한 보호자뿐이었다. 백세 시대다. 종종 엄마에게 책을 읽어 준다. 엄마는 토끼처럼 귀를 쫑긋하고 내가 읽어 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지곤 한다. 병원에서 돌아와 당신 시대에 태어난 김일엽의 ‘청상의 생활’을 읽어 주었다. 엄마는 “그때는 다 그랬어” 하며 소설 속 주인공의 삶에 대해 슬퍼했다. 슬픈데 재미있다고도 했다. 엄마의 말에 문득 ‘책 읽어 주는 직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오디오북이나 책을 읽어 주는 팟캐스트가 있지만 집에 직접 찾아가서 읽어 주는 직업은 없는 것 같다. 작가로서는 책이 읽혀 좋고, 노인들은 책을 읽어 주러 사람이 오니 덜 외로울 것이고 책을 통한 사유와 깨달음의 즐거움이 생활에 활력을 주지 않을까? ‘책 읽어 주는 직업’, 미래의 직업일 수도 있겠다.
  • [데스크 시각] ‘엄빠 찬스’ 정당화하려는 사회/안동환 탐사기획부장

    [데스크 시각] ‘엄빠 찬스’ 정당화하려는 사회/안동환 탐사기획부장

    불합격 소식에 낙담했을 15명은 자신들의 미래를 도둑질한 당사자가 스승들이었다는 걸 알고 절망했을까 혹은 분노했을까. 교육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연세대 종합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국내의 대표 명문사학 교수들이 조직적으로 입학 부정을 공모한 정황뿐 아니라 개교 이래 첫 감사였다는 점, 부정행위가 86건이나 무더기로 적발됐다는 점에서다. 2016년 4월 단 1명을 뽑은 연세대 경영대학원 후기 입학전형 지원자 16명 중에는 이경태 당시 국제캠퍼스 부총장의 딸도 있었다. 1차 정량평가(학점·영어성적) 성적이 공동 9등으로 커트라인 밖이던 딸 이씨는 정성평가(학업계획서·자질·추천서) 만점(95점)을 받고 8명으로 압축된 2차 구술시험 대상자가 됐다. 기적 같은 반전은 마지막까지 일어났다. 평가위원 5명 전원이 경영학 전공자도 아닌 이씨의 전공지식(40점)과 적성(30점), 태도(30점) 모두 만점을 준 것이다. 공개된 심사 점수표에는 각 단계마다 부총장 딸의 경쟁자들을 의도적으로 솎아낸 듯한 ‘조작 흔적’이 남아 있다. 정량평가 점수가 이씨보다 근소하게 앞선 6·7·8·9번 지원자들 모두 정성평가 점수가 이씨보다 낮아 탈락했다. 서류심사 총점이 이씨보다 높았던 1·2·3·4번 지원자들은 구술시험에서 낮은 점수대(31~63점)에 분포했지만 이씨만 유일하게 만점(100점)을 받았다. 교육부는 평가위원 6명과 부총장이 점수 조작을 공모했다고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2017년 2학기 회계 과목을 강의한 교수는 식품영양학 전공자인 딸에게 자신의 수업을 듣게 하고 A+ 학점을 줬다. 교수는 집에서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딸에게 정답지를 쓰게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교수는 본인 강의만 두 차례 수강한 아들에게 A+ 학점을 안겼다. 이들 자녀는 어떤 감시도 받지 않은 ‘엄빠 찬스’(엄마·아빠 지위를 이용한 특혜)를 자신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왕의 아들만 왕이 되는 세상보다 더 끔찍한 건 선생들이 왕과 한패가 되는 세상이다. 빈민가 학생들을 인도 최고 명문대학에 입학시킨 인도 교사의 실화를 다룬 영화 ‘슈퍼 30’(2019)는 “부자들은 자식들을 성공시키려고 무슨 짓이든 하지. 오늘날에도 선생들은 왕과 한패야”라는 분노 어린 독설을 쏟아낸다. 가장 좋은 일자리를 가장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차지하는 현실이 당연시되다 보니 부모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특권 행위마저 정당한 듯 인식하는 ‘착시 현상’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비판받는 건 “남의 집 애들은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라더니 자기 애들은 용 비스름한 거라도 만들어 보려고 했구나”(페이스북 댓글)와 같은 위선 때문일 게다. 주 1회 등교 수업을 하는 초등학교 2학년생 딸은 매일 맞벌이 가정을 배려한 긴급돌봄교실에 간다. 하지만 돌봄은 교육이 아니다. 공부를 봐줄 어른이 부재한 아이들은 EBS TV를 시청하거나 대충 시간을 때운다. 교총이 지난 14~18일 전국 초중고교 교사 19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교사의 60.4%가 현재 학력 격차 상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시대의 아이들은 상위권과 하위권만 존재하는 극단적 양극 세대로 기록될지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의 엄마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기회라고는 등골 휘는 사교육비 부담일 뿐이다. 이는 공정이나 기회 균등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농락하는 특권층의 엄빠 찬스와는 본질이 다르다. 교육부가 이참에 전국 사립대를 전수조사해 숨은 부정과 반칙을 엄벌해야 한다. ipsofacto@seoul.co.kr
  • [허백윤의 아니리] 무대 위 여자들, 무대 밖 여자들

    [허백윤의 아니리] 무대 위 여자들, 무대 밖 여자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난설’은 조선 중기의 천재 시인 허난설헌(본명 허초희)과 ‘홍길동전’을 쓴 허균 남매의 삶을 모티브로 한다. 여성이지만 어릴 때부터 뛰어난 문장력을 보인 허초희는 남자 형제들과 함께 글을 배우며 시를 사랑하게 됐고 신분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번민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베토벤을 다룬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는 마리 슈라더라는 가상의 여인이 등장한다. 마리는 세계적인 건축가를 꿈꾸지만 그 시절은 여자의 설계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남장을 하고 넓은 세상 곳곳을 누빈 마리는 멋진 건축 설계도를 남동생의 이름으로 대신 내 가까스로 전시 기회를 얻는다. 26일 막을 내린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명성황후의 힘겨운 여정을 보여 준다. 여성이자 엄마, 아내이자 며느리, 또 국모의 얼굴로 치열하게 살아간 모습을 다양한 시각에서 비춘다. 오는 30일 개막할 뮤지컬 ‘마리 퀴리’는 여성이면서 이민자라는 편견을 깨고 당당히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거머쥔 과학자 퀴리를 무대에 올린다. 최근 역사 속 여성을 재조명하며 많은 공감과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한 여성들이 현실의 벽을 피하지 않고 깨뜨리려 애쓰는 과정이 공통적인 전개다. 대단한 것이 아닌 그저 남성들이 누리는 많은 것들을 해 보기 위해 도전하고 싸운다. 그러면서 극 중 주인공 격인 남성의 삶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거나 남성의 결정을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난설’의 무대 위에는 허초희의 시가 가야금 선율에 얹혀 흘러간다. ‘모든 숨을 시에 담아’ 노래하는 허초희는 스승 이달, 동생 허균과 지음(知音·뜻이 통하는 벗)의 관계를 맺으며 크고 당당하게 세상을 노래하는 인물로 표현된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차림새’로 세계여행을 하는 도전적인 마리의 설정은 다소 과장돼 보인다. 하지만 청력을 완전히 잃고, 집착하던 조카와 갈등을 빚는 베토벤에게 삶의 의미를 전하는 친구로서의 역할은 분명하다. 흥선대원군과 고종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나라의 운명을 개척하려 했던 명성황후는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나 논란과 별개로 뚜렷이 존재한다. 진정한 자아를 찾고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으며 꿋꿋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은 작품 속에서 일종의 성공 공식으로 통한다.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열정은 새삼 나 자신을 돌아보게도 만든다. 끝내 성공해 낸 인물에는 더 벅차게 감정이입이 되곤 한다. 특히 여성들의 도전은 남성들의 것보다 훨씬 많은 고민과 용기를 필요로 하고, 마주하는 역경의 강도도 커 남성들보다 극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불꽃처럼 뜨거웠던 무대 위 여성들은 끝내 좌절한다. 극 중 허초희는 스승 이달을 잃은 뒤 억지로 혼인해 괴로워한다. 실제 그는 친정 가족들의 잇따른 비극과 자녀의 죽음, 남편과의 불화 등으로 아파하다 26세에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인물인 마리는 여성임이 밝혀지면서 자신의 작품이 담긴 전시회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게 되고, 꿈이 좌절되자 속세를 떠난다. 명성황후의 처참한 마지막은 이미 역사에 기록돼 있다. 무대 밖은 이제 여자라서 아예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꿈을 위한 시도조차 막히는 시절은 지나, 때로는 남자들도 성별을 이유로 박탈감과 불만을 호소하는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무대 위 여성들과 마음을 나누고 눈물짓게 되는 데는 크기와 종류는 다르지만 무대 밖에서 극복해야 하는 차이와 차별, 견뎌내거나 처절하게 싸워야만 하는 부당함이 여전히 곳곳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상에선 아직도 여성이기 때문에 느껴야 하는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 있고, 남자와는 다른 존재임을 깨달아야 하는 상황들이 생긴다. 벽과 마주하고 깨뜨리려 애를 쓰는 과정은 지금의 무대 밖 여성들에게도 주어진 길이다. 누군가 자신이 겪은 폭력을 터뜨리려면 그보다 더한 인신공격과 수모를 감내해야 한다. 이런 우리의 삶을 한참 뒤에 무대에서 그린다면 과연 그 결말은 어떻게 될까. 무대 위 여성들을 보며 궁금해진다.
  • “아이스크림 먹고 시원해졌어요… 배탈 나지만 먹고 싶어요”

    “아이스크림 먹고 시원해졌어요… 배탈 나지만 먹고 싶어요”

    아이스크림의 계절이 돌아왔다. 무더운 여름,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선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와 “이미 먹지 않았느냐”며 말리는 부모의 실랑이가 종종 눈에 띈다. 서울신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여름을 맞이해 전국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 45명에게 아이스크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설문 결과 64.4%(29명)가 여름에는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는다고 답했다. 2개를 먹는다는 어린이는 28.9%(13명), 3개를 먹는다는 어린이는 6.7%(3명)이었다. ●어린이 64% “여름에 하루 한개 먹어요” 설문 결과에는 아이스크림을 향한 아이들의 남다른 애정이 묻어났다. 어린이들에게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몇 개까지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6.7%(3명)가 ‘100개 이상’이라고 답했다. 박현우(가명) 어린이는 “아이스크림 140개도 먹을 수 있어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0~20개’라고 답한 아이들은 11.1%(5명)였다. 이세연(가명) 어린이는 “10개 먹으면 배탈 나는데 그래도 많이 먹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다며 걱정했다. 실제 어린이의 17.8%(8명)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배가 아픈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2개보다 더 먹으면 배탈 나요”, “아이스크림 많이 먹어서 배탈 난 적 있어요” 등의 의견도 나왔다.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중복 포함)를 물었더니 31.6%(18명)가 “더웠는데 아이스크림을 먹고 시원해졌어요”라고 응답했다. “부모님에게 혼났어요”(14.0%, 8명), “하나만 더 먹고 싶어졌어요”(12.3%, 7명), “배가 아팠어요”(12.3%, 7명), “화장실을 자꾸 가게 돼요”(5.3%, 3명)가 뒤를 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라고 응답한 어린이는 22.8%(13명)였다. 주관식 답변에서는 “머리가 어지러워요. 뱅글뱅글 돌아요”, “차가운 것 많이 먹으면 따뜻한 물 먹어요” 등의 답이 나왔다. ●“내 기분 알수 있는 아이스크림 있으면” 아이스크림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도 발휘했다. 아이들에게 어떤 맛이 나고, 어떤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있으면 좋겠는지 주관식으로 물었더니 정시은(가명) 학생은 “엄마, 아빠가 내 기분을 알 수 있는 토끼모양 아이스크림이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어린이들은 ‘내 이름이 들어간 아이스크림’, ‘작아서 계속 먹을 수 있는 딸기 아이스크림’, ‘따뜻한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답변을 내놓았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병원 배관 타고 기어오른 아들, 지극한 효심 울린 코로나…비극 언제 끝나나

    병원 배관 타고 기어오른 아들, 지극한 효심 울린 코로나…비극 언제 끝나나

    “엄마 저 왔어요” 얼마 전부터 팔레스타인 웨스트뱅크 헤브론 지역에서 매일같이 병원 배관을 타고 기어오르는 남성이 목격됐다. 지하드 알 수와이티(30)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병원 2층에 입원 중인 어머니를 면회하려 위험을 무릅쓰고 건물 벽에 매달렸다. 밤늦게까지 난간에 걸터앉아 창문 사이로 어머니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게 일상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온종일 창밖에서 어머니를 들여다보곤 했다. 꼭 어머니가 잠드신 걸 확인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이런 아들의 지극한 효심도 코로나의 비극은 피해 가지 못했다. 23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73세 고령으로 백혈병 투병 도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하드의 어머니가 지난 16일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에도 아들은 배관을 타고 올라가 창문 너머로 어머니 임종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15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막내아들 지하드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하드의 형은 “동생이 어머니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상실감이 큰 상태”라고 전했다.지하드의 안타까운 사연은 코로나로 할머니를 잃은 멕시코 남성을 연상시킨다. 지난달 멕시코 일간지 ‘밀레니오’는 코로나19 증상으로 손자와 함께 병원을 찾은 한 할머니가 제대로 된 치료도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멕시코시티종합병원을 코앞에 두고 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 할머니를 포기할 수 없었던 손자는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직접 인공호흡을 시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반복되는 코로나의 비극, 백신 언제쯤?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처음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210여 개 국가에서 1598만438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64만3384에 이른다. 이런 비극적 상황은 도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 현재 임상시험에 들어간 백신 후보물질은 총 27개, 이 중 마지막 임상 단계에 진입한 건 5개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 초에나 백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처장은 22일(현지시간) 마지막 임상 단계에 돌입한 몇몇 백신 물질이 안정성과 면역 반응 생성 능력에서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신이 개발될 경우 생산 능력을 확대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이미 치열한 백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가능성 큰 백신을 입도선매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자국 제약사인 노바백스에는 16억 달러, 모더나 4억 8천600만 달러, 존슨앤드존슨 4억 5천600만 달러를 각각 지원했다. 미국 화이자, 독일 바이오엔테크와도 백신 1억회 투약분의 대량 생산 및 전국적 배송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하는 백신 3억 회분은 12억 달러에 미리 확보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20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3천만 회분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여러 회사의 백신 총 2억 3천만 회분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자체 백신을 개발하지 않는 한, 다수의 국가는 코로나19 백신 공급 우선순위와 가격 협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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