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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언론 “절망적” 보도…아사다는 없다

    ‘동갑내기 라이벌’이란 말이 무색하게 됐다. 주니어 시절부터 김연아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아사다 마오(일본)는 ‘트로피 에릭 봉파르’에서 김연아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무려 36.03점 뒤진 173.99점에 머물러 ‘2인자’ 신세가 됐다. 김연아의 압승은 예고됐었다. 아사다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재팬오픈에서 트리플 악셀을 두 번 모두 실패하는 최악의 난조를 보였던 터. 17일 쇼트프로그램에서도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비장의 무기로 내세웠지만 트리플 악셀에서 또 실패하며 58.96점, 3위에 머물렀다. 김연아(76.08점)와 17.12점 차이. 18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종’에 맞춰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에서 흔들렸고 트리플 루프와 더블 루프 모두 회전수 부족으로 감점처리됐다. 더블 악셀은 착지마저 실패, 두 손을 얼음판에 짚어야 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15.03점으로 2위, 합계에서도 2위에 오르긴 했지만 김연아와의 격차는 넘기 어려울 만큼 커보였다. 이로써 김연아는 아사다와 주니어시절 포함, 11차례 맞대결에서 6승5패로 우위를 점했다. 특히 지난 시즌 4대륙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최근 세 번의 대결 모두 김연아가 완승을 거뒀다. 산케이스포츠 등 일본 언론들은 “(아사다)마오, 절망적이다. 두려워하던 것이 현실이 됐다.”고 망연자실했다.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김연아와 달리 아사다의 부진은 깊어가고 있다. 아사다는 23일 그랑프리 2차대회에 나서고 김연아는 다음달 5차대회에 출전, 둘의 다음 대결은 그랑프리 파이널(12월3~6일·일본 도쿄)이 될 전망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찬호 1이닝 완벽투… PS 첫 홀드

    박찬호(36·필라델피아)가 1이닝을 퍼펙트로 봉쇄, 포스트시즌(PS) 첫 홀드를 기록했다. 박찬호는 16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미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 1차전에서 5-4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무사 2루에서 등판, 1이닝 동안 상대 ‘클린업 트리오’를 삼자범퇴로 잠재웠다. 이로써 박찬호는 친정팀 다저스를 상대로 포스트시즌 첫 홀드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안타 하나면 동점인 7회 위기 상황. 필라델피아 찰리 매뉴얼 감독은 가장 믿을 만한 계투요원 박찬호를 전격 투입했다. 부상에서 막 회복한 박찬호의 첫 상대는 ‘거포’ 매니 라미레스. 박찬호는 이전 타석에서 2점포를 때린 라미레스에게 포심 패스트볼을 줄곧 몸쪽으로 던져 범타를 유도했다. 결국 라미레스는 4구째 몸쪽에서 벗어난 공을 건드려 3루 땅볼로 물러났다. 다음 타자는 4번 타자 맷 켐프. 2-3 풀카운트에서 박찬호는 시속 154㎞짜리 패스트볼을 뿌려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마지막 타자 케이시 블레이크에게도 낮은 포심 패스트볼로 2루수 앞 땅볼을 유도, 1점 차 살얼음판 리드를 완벽히 지켜냈다. 이날 15개의 공을 뿌린 박찬호는 라울 이바네스의 통렬한 3점포에 힘입어 8-4로 앞선 8회말 라이언 매드슨과 교체됐다. 16시즌째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박찬호가 챔피언십시리즈 무대를 밟기는 다저스 소속이던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박찬호는 지난해 필라델피아와 챔피언십시리즈에 4번 등판해 1과 3분의2이닝 동안 1안타와 1볼넷을 기록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프 필라델피아는 이날 대포 2방을 앞세워 8-6으로 이겼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광화문광장 이전 개장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광화문광장 이전 개장

    12월12일 광화문광장에 야외 스케이트장(조감도)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이번 겨울부터 시청광장 내 야외스케이트장을 광화문광장 ‘플라워 카펫’으로 옮겨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얼음판은 기존 2100㎡보다 커진 2250㎡ 규모이다. 대형(1250㎡), 중형(600㎡), 소형(400㎡) 등 3개 링크장과 대형과 중형 링크를 잇는 25m 길이의 얼음길로 설계됐다. 소형 링크는 얼음 썰매장으로 만들어 스케이트를 타지 못하는 이용객과 6세 미만 영·유아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스케이트장은 시설물 벽면을 활용한 LED 조명과 원격사진 전송시스템 등 IT 기술 체험장으로도 꾸며진다. 이용 요금은 지난해와 같은 1000원. 광화문광장 스케이트장은 오는 12월12일 개장해 내년 2월 15일까지 운영된다. 시는 개장기간 동안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공연을 마련할 계획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생태관광 명소 캐나다 앨버타주를 가다

    생태관광 명소 캐나다 앨버타주를 가다

    │앨버타 최여경특파원│캐나다 앨버타주 하면 캘거리를 거쳐 가는 웅장한 로키 산맥이나 밴프의 끝없는 설원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스키 여행이 퍼뜩 떠오른다. 시선을 조금 더 위로 올려 보자. 앨버타 북부로 향하면 웅대하면서도 아름다운, 또 다른 자연이 펼쳐진다. 저 멀리 광활한 평야의 끄트머리 지평선에서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에 몸을 싣더라도, 자연의 속도로 달리면 곧게 뻗은 자작나무와 은빛 늑대가 반긴다. ‘천혜의 자연’이라는 말이 그대로 실현되는, 인간은 그저 자연의 일부가 되는 그런 곳이다. ■광활한 대자연 품속에서 황홀한 휴식 ●자연으로 가는 길목, 에드먼턴 앨버타주의 수도인 에드먼턴은 캐나다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이자 가장 일조량이 많은 도시다. 서스캐처원 강이 동서로 흐르는 모습은 마치 서울 같다. 다른 점이라면 인간이 자연을 잠시 빌리고 있다는 말을 실천하는 듯 회색의 고층 건물보다 녹지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 ‘로열 앨버타 박물관’에서는 이런 에드먼턴의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회색늑대, 아메리카곰, 무스, 바이슨(들소) 등 포유류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곤충, 캐나다의 광물, 원시부터 현대에 이르는 1만여년의 역사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동물전시장이 인상적이다. 로드킬(야생동물이 차에 받혀 죽는 것)당한 동물들을 박제해 놓고, 섬세한 배경과 새끼를 돌보거나 먹이는 노리는 등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극도의 생동감을 재현했다. 살아 있는 것들을 원한다면 에드먼턴 시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엘크 국립공원으로 가면 된다. 1906년에 만들어진 이곳은 아프리카 세렝게티 공원처럼 야생 그대로다. 엘크, 무스, 비버, 바이슨 등이 자유롭게 노닌다. 차로 공원 안을 다니며 야생동물을 만나고 캠핑도 할 수 있어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가족 여행지로 인기 있다. 도심 속 자연을 즐기려면 서스캐처원 강가가 딱이다. 강 주변에 조성된 공원은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22배에 달하는 넓이라니 규모를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160㎞에 달하는 산책길 주변은 넓은 공원과 바비큐 그릴, 벤치 등이 있는 휴식공간이다. 거버먼트 하우스 파크에서 에드먼턴의 명물로 떠오른 ‘세그웨이’를 타고 여행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요즘 강력추천 코스다. 1~2시간 세그웨이를 타고 강가나 산 속 오솔길을 여행하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상쾌해진다. ●자연과 역사의 만남, 애서배스카 에드먼턴에서 동북 쪽으로 1시간30분 정도 달리면 애서배스카 강가에 조성된, 인구 1만여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을 만난다. 과거에는 배를 이용한 무역이 활발했던 상업 도시이자 캐나다 북부로 들어가던 모피 사냥꾼들이 쉬어 가는 마을이었다. 오늘 우리에게는 자연과 역사를 만끽하는 즐거움을 준다. 머스케그 크릭 공원에는 2시간 정도 소요되는 하이킹 코스가 있다. 자작나무, 소나무 등 키 큰 나무부터 블루베리, 라즈베리 등 각종 식용 열매들이 즐비하다. 숲 가이드 활동을 하는 마을 주민 제니스 피트먼은 “가지 끝이 거칠게 잘린 것은 곰이 와서 먹었다는 증거”라면서 “이곳의 열매는 모두 동물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종이, 불쏘시개, 약용 버섯인 차가버섯의 토양인 자작나무, 찰찰 소리를 내는 열매, 시냇가에 비버가 만들어 놓은 댐 등이 있는 이곳이야말로 자연이 만들어 놓은 학교다. 애서배스카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이곳에 정착한 이주민들의 삶도 엿볼 수 있다. 1904년에 지어진 호텔(한때 화재로 전소된 것을 복원했다), 초기에 설립된 공립 학교, 오래된 도서관, 당시 지역 유지의 집 등이 보존돼 있어 마치 과거 속으로 들어간 듯하다. 앤티크 투어, 헤리티지 투어 등을 이용하면 설명을 들으며 여행할 수 있다. ●호수인가 바다인가, 슬레이브 레이크 자연 여행의 절정은 앨버타 북쪽 슬레이브 레이크다. 에드먼턴에서 북쪽으로 2번 고속도로를 타고 쭉 올라가면 거대한 빙하 호수가 나온다. 가로 108㎞, 가장 넓은 세로 폭이 25㎞에 달해 전망대에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못할 것이 없다. 햇살이 따사로우면 해수욕을 하고, 바람이 잦아들면 낚시와 카약을 즐긴다. 겨울이 되면 2~3m 두께로 얼어붙은 호수 위에 오두막을 짓고, 얼음에 구멍을 뚫어 낚시를 한다. 거친 땅에서는 산악 오토바이를 타고, 평야에서는 골프를 친다. 캠핑은 기본. 호수 주변에서는 세상의 모든 레저스포츠가 가능하다. 슬레이브 레이크의 지역 관광청 직원인 조지 라이트는 “소금기와 조개껍데기, 갈매기가 없을 뿐 이곳은 ‘해변’과 같다.”면서 “인터넷에서 놀랄 정도로 붐비는 한국의 해변 모습을 봤는데 이곳에 오면 정말 여유로운 해수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을 찾았다면 ‘보레알 조류 보존센터’도 꼭 들러야 한다. 새가 날개를 편 모습을 본떠 만든 건물이 보여 주듯 캐나다를 방문하는 온갖 종류의 철새들을 연구하는 곳이다. 새의 다리에 가벼운 표지를 달아 새의 건강 상태, 이동 경로, 개체 수 등을 파악하는 게 주요 업무다. 이곳을 방문하면 직접 새를 만져 보고, 마음에 드는 새를 연간 20~100캐나다달러에 입양할 수도 있다. 물론 가져가 키울 수는 없다. 대신 센터에서 알려 주는 ‘그 아이’에 대한 정보와 사진으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 캐나다 앨버타 북쪽으로 떠난 여행에서는 마냥 즐거움에만 빠져들지 않는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다. 글 사진 kid@seoul.co.kr ■여행 Tip ●에드먼턴 - 전통적인 화이트街와 현대적인 재스퍼街 에드먼턴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항 셔틀을 이용해야 한다(편도 15캐나다달러). 에드먼턴에서 대표적으로 가볼 만한 곳은 서스캐처원 강 남쪽 ‘화이트가(Whyte Avenue)’와 북쪽 ‘재스퍼가(Jasper Avenue)’가 대표적이다. 화이트가에는 ‘올드 스트라스코나’라는 옛 도시가 남아 있다. 1890년대부터 남아 있는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거리에는 독특한 매장과 커피점 등이 즐비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끝자락에 있는 시장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살 수 있다. 화이트가가 전통적이라면, 강북 재스퍼가는 현대적이다. 앨버타 아트 갤러리, 프랜시스 윈스피어 음악당, 오페라극장, 공공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에드먼턴의 동남쪽 ‘웨스트 에드먼턴 몰’은 세계 최대의 실내공간이다. 800여개 점포, 100여개 식당, 놀이동산 ‘갤럭시 랜드’, 내셔널 하키 리그가 열리는 아이스링크 등이 한 곳에 몰려 있다. 매년 11월 중순 에드먼턴에서는 ‘캐나다 로데오 파이널’이 개최돼 도시가 축제 분위기에 빠진다. www.edmonton.com ●애서배스카 - 가을낚시·카약하기 딱 좋아요 애서배스카 강을 따라 낚시와 카약을 즐기기도 한다. 가을이 낚시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로 알려져 있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하다. 낚시 패키지 가격은 반나절에 100캐나다달러부터 천차만별. 각종 관광 가이드를 담은 홈페이지(athabascacountry.com)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곳에 있는 호텔 4곳 중 3곳의 지배인이 한국인이라니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슬레이브 레이크 - 보레알 조류 보존센터 꼭 들러보세요 워낙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 숙박시설, 음식점 등이 잘 조성돼 있다. 현지인이 안내한 소리지 인(Saw Ridge Inn) 안에 있는 식당은 서비스와 맛이 일품이다. 이곳 호텔 메뉴 경연대회에서 꾸준히 2~3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명한 곳. 호텔보다는 숲속에서 자연을 만끽하겠다면, 보레알 조류 보존센터의 네스트(nest·둥지)를 이용해 보자. 공동 식당과 거실, 침실 6개, 욕실 2개가 있는 아담한 시설이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보기에도 그만. 1박에 성인 35~40캐나다달러, 12세 이하는 17~20캐나다달러. borealbirdcentre.ca
  • [데스크 시각] 프로야구에도 ‘예능’이 필요하다/손원천 체육부 차장

    [데스크 시각] 프로야구에도 ‘예능’이 필요하다/손원천 체육부 차장

    프로야구 초창기 톱스타였던 박노준 현 SBS 해설위원이 현역으로 활약하던 때 일이다. 경기 시작 전 그는 할 말이 있다는 듯 기자석 앞으로 다가왔다. 들어보니 자신이 출루하게 되면 취재 온 많은 사진기자들을 위해 무조건 2루를 훔치겠다는 호언장담이었다. 쉽게 말해 멋진 ‘그림’거리를 만들어 지면에 박진감 넘치는 사진을 실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뜻. 발빠른 주자들에게 감독들이 부여하는 이른바 ‘그린 라이트’(작전 없이 도루)가 당시에도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박 위원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다이내믹한 자세’로 2루를 훔쳤고, 그 장면은 고스란히 신문에 게재됐다. 뛰어난 경기력에 더해 ‘스타 기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았다. 삼성 양준혁이 5월9일 통산 최다인 341호 홈런을 쏘아올린 뒤 3루에서 홈까지 ‘문워크 세리머니’를 펼쳤고, 뒤질세라 6월5일 KIA 이종범도 통산 두 번째 500도루 기록을 작성한 뒤 2루 베이스를 뽑아들며 포효했다. 노련한 ‘스포테이너’의 진면목이 한껏 드러난 장면. 관중들이 이들의 팬 서비스에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음은 물론이다. 즉흥적인 세리머니 외에 다양한 형태의 ‘고정’ 세리머니도 관중들에게 각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포수 강민호가 마주 보며 입을 벌린 채 환호하는 ‘하마 세리머니’와 왼쪽 주먹을 불끈 쥐는 LG 봉중근의 ‘봉 세리머니’ 등은 이들만의 전매특허. 롯데 ‘오버맨’ 홍성흔은 숫제 그라운드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볼거리였다. 선수들의 개성만큼 다양한 세리머니는 관중을 덩달아 춤추게 만든다. 운동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언어, 가장 원초적인 감정 표현법에 관중도 동화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쇼맨십’을 보여주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시쳇말로 ‘예능’ 감각을 가진 몇몇 선수 외에는 대부분에게서 날선 긴장과 대립구도가 지배하는 ‘다큐’의 그림자만 어른거린다. 각 팀 사령탑들도 마찬가지. 그라운드에서 감독들의 모습을 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이 7월 감독들과 만나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고 있을 경우 선수 교체 때 감독들이 직접 더그아웃 밖으로 나와줄 것을 요청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감독들을 보고 싶어 하는 야구팬들도 많으니 적당한 시점에 말로만 듣던 SK ‘야신’ 김성근 감독이나 KIA ‘조갈량’ 조범현 감독 등이 실제 모습을 드러내 달라는 얘기다.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 쇼맨십은 아무래도 낯설 수밖에 없다. 훈련은 훈련대로 하고 엔터테이너의 역할까지 해야 하니 선수로서는 죽을 맛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분명하게 갈린다. 승부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게 프로다. 선수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팬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비장의 카드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프로야구에 ‘스포테인먼트’(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가 도입된 2007년 SK 사령탑에 오른 김성근 감독은 취임사에서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의 밸런타인 감독에게서 입꼬리를 올리고 웃는 법을 배워왔다.”고 했다. 프로 무대에서 쇼맨십이 더이상 낯선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사상 유례 없는 흥행 성공으로 ‘르네상스’를 일궈냈다. 어렵사리 여성과 가족 단위 관중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눈만 돌리면 짜릿하고 다양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널려 있는 요즘이다. ‘쓰나미’처럼 찾아 온 관중들이 빠져 나가는 것도 순식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장에 승부만 있고 볼거리는 없다면 오래지 않아 관중석엔 골수팬들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손원천 체육부 차장 angler@seoul.co.kr
  • [서울플러스] 속초서 ‘학습동아리 워크숍’

    금천구(구청장 한인수)6~7일 이틀간 속초수련원에서 ‘2009 학습동아리 워크숍’을 연다. 이번 워크숍은 ‘좋은 씨앗’ 등 구의 40개 학습동아리 리더 및 서기 80명을 대상으로, ▲고정관념 변화에 대한 저항을 예방하는 ‘얼음 깨기’ ▲‘개인-팀-조직의 새로운 비상을 위한 학습조직화’ 주제 최재윤 박사의 특강 ▲창조적 학습동아리 만들기를 위한 ‘자유연상사고’ 등을 실시한다. 기획예산과 2627-1089.
  • [막걸리 화려한 부활] 신·구 명소 대결

    막걸리가 술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하면서 신·구 막걸리 간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의 막걸리 명가에 신흥 강호들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예나 지금이나 ‘막걸리’ 하면 경기 포천을 빼놓을 수 없다. 포천시 일동, 이동, 화현면 일대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이동 막걸리’의 본산이다. ‘물을 안고 있다.’는 뜻의 포천(抱川)이라는 이름처럼 물이 깨끗하고 많은 탓에 좋은 막걸리가 나온다.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이동주조와 신흥 강자인 ㈜배상면주가가 나란히 공장을 두고 있는 곳이다. ‘이동 막걸리’는 1957년 백운계곡 근처에 막걸리 제조공장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1993년부터 개척한 일본 시장은 막걸리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출을 시작한 이래 이동주조의 매출은 해마다 20~30%씩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250만달러를 기록했다. 화현면의 배상면주가는 전통술 전시장·시음장을 갖춘 ‘산사원’을 운영하고 있다. 쌀을 쪄서 만드는 일반 막걸리와 달리 생쌀을 발효해 만들어 텁텁하고 시큼한 맛을 줄이는 등 신세대 입맛에 맞는 막걸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기 고양에는 5대째 술도가를 가업으로 잇는 집도 있다. ‘배다리 술도가’다. 1915년 박승언옹이 창업한 이래 5대째 이어지고 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북한산 등산길에 ‘실비옥’에서 맛을 본 후 “어디 막걸리냐?”는 한마디에 청와대에 공식납품하게 되면서 유명해졌다. 고양 배다리 막걸리는 살균주가 아니라 보존기관이 5일에 불과한 생주로 쓴맛, 단맛, 시원한 맛, 신맛 등 이른바 칠미(七味)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막걸리 주점은 국순당에서 운영하는 ‘백세주마을’ 등 주로 체인점이다. 요즘 ‘백세주마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곳은 선릉, 삼성 등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서울 강남 지역이다. 막걸리 전문 체인점도 늘어나고 있다. 탁사발, 청송얼음골 막걸리, 동막골 등 30여개사 800개 가맹점이 성업 중이다. 친구들과 막걸리 주점을 즐겨 찾는다는 대학생 조모(24)씨는 “값이 저렴하고, 술이 독하지 않아 즐겨 마시기에 딱 좋다. 맥주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단독] 캡콤 “이병헌 게임, 재등장 가능성 있다”

    [단독] 캡콤 “이병헌 게임, 재등장 가능성 있다”

    한류스타 이병헌이 비디오게임 ‘로스트플래닛3’에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나왔다. 신작 발표회를 위해 방한한 이나후에 케이지 캡콤 개발 총괄 본부장은 서울신문NTN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로스트플래닛3가 개발된다면 게임성에 따라 이병헌의 재등장 가능성 여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병헌은 최근 할리우드 스타가 된 만큼 영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나후에 케이지 본부장이 말한 ‘로스트플래닛3’의 게임성이란 이야기의 전개 방식을 의미한다. 개발 중인 ‘로스트플래닛2’는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던 전작과 달리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를 내세우고 다수의 주인공을 등장시켰다. 이 때문에 이병헌이 재등장하기 위해서는 3편의 개발에 앞서 1편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물론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시 채택되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캡콤은 한류스타인 이병헌을 비디오게임 ‘로스트플래닛’의 주인공 캐릭터로 선정해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병헌은 이 게임에서 얼음으로 뒤덮인 혹독한 행성에서 외계 생명체에 맞서 생존에 필요한 열에너지를 찾아 전투와 모험을 펼쳤다. ‘로스트플래닛’은 2007년 출시 후 전세계적으로 26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 = 캡콤엔터테인먼트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캡쳐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정부 2010 예산안] 장병 생일에 떡케이크 비인기종목 20억 지원

    내년부터 장병들에게 생일축하용 쌀떡 케이크가 지급된다. 비인기 체육 종목의 청소년 대표팀 운영비도 예산에서 지원될 예정이다. 공공기관에서 퇴직한 공공서비스 전문가를 개발도상국에 파견하는 사업도 시작된다.28일 정부가 발표한 2010년 예산·기금안에는 다양한 이색 사업이 포함돼 있다. 먼저 핸드볼, 펜싱, 역도, 카누, 복싱 등 15개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을 위해 20억 6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들 종목이 훈련이나 경기 여건이 열악한 만큼 청소년 대표팀과 물리치료사 운영 등을 지원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폐막 이후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비인기 종목 지원 확대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결과 예산이 마련됐다.”고 말했다.●퇴직 공무원 개도국 기술자문 파견장병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도 있다. 정부는 생일을 맞는 장병 47만여명에게 1인당 1만원짜리 쌀케이크를 지급, 사기 진작과 쌀 소비 촉진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예산 47억원이 신규로 배정된다. 한여름에 40도 이상 올라가는 활주로에서 근무하는 정비사 등을 위해 얼음조끼를 지급하고,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 혹한기용 안면 마스크를 개인별로 보급하는 데에도 13억 8400만원의 예산을 쓰기로 했다.공기업에서 퇴직한 전문가들이 개도국의 정부나 공기업에 기술자문관으로 파견될 수 있도록 주거비나 활동비, 항공료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전력·물관리, 교통 시스템 등 공공서비스를 수출상품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42억원이 투입된다.매립 등으로 훼손되거나 오염 방치된 폐(廢)염전과 폐양식장 등을 갯벌로 복원, 생태계 기능을 회복하고 생태관광을 활성화하는 사업도 15억원을 들여 진행한다. 전북 고창, 전남 순천, 경남 사천 등 3곳이 시범 사업지로 선정됐다. 천연기념물인 황새의 사육지도 충남 예산에 조성된다. 이를 위해 황새 서식지를 조성하고 황새 연구를 위한 실험동이 건립된다. 새 축제 등 다양한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개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첫 민영 여주 소망교도소 내년 10월 개소먹거리 안전을 위해 멜라민 과자나 석면 베이비파우더 등 위해(危害) 상품이 발견되면 전국 유통매장에서 판매를 중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1억원을 들여 확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환경부 등에서 나온 위해상품 정보를 유통업체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내년 10월에는 10억원 정도의 예산 지원을 받아 민영교도소(여주 소망교도소)도 처음으로 문을 연다. 범죄피해 서민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범죄피해자복지센터 설립에도 30억원을 쓰기로 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K리그]정조국 ‘득점본능’… FC서울 선두 수성

    [K리그]정조국 ‘득점본능’… FC서울 선두 수성

    FC서울이 살얼음판 선두 경쟁 속에서 대전을 기분좋게 완파하고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서울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프로축구 K-리그 25라운드 홈경기에서 정조국이 전반에 두 골을 몰아 넣고 이상협이 후반에 한 골을 보태 대전에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서울은 최근 2연승을 거두며 14승3무6패(승점 45)가 돼 이날 인천을 1-0으로 꺾은 전북(13승5무5패·승점 44)을 승점 1점 차로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서울은 또 대전과의 맞대결에서 최근 3연승을 포함, 지난 2005년 4월부터 14경기 연속 무패행진(7승7무) 기록도 이어갔다. 반면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꿈을 버리지 않았던 대전은 이날 패배로 6승9무8패(승점 27)가 돼 중위권에서도 밀려났다. 서울 공격의 선봉에는 ‘패트리엇’ 정조국이 나섰다. 데얀과 함께 투톱으로 선발 출전, 전반 6분 데얀의 슈팅이 대전 골포스트를 맞고 나온 것을 상대 골키퍼가 놓치자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로 가볍게 차 넣어 선취골을 올렸다. 후반 42분에는 기성용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 넣어 골망을 다시 한번 출렁였다. 정조국의 올시즌 정규리그 5,6호골로 승세를 굳힌 서울은 후반 33분 교체 멤버 이상협이 김한윤의 크로스를 왼발 논스톱슛으로 연결, 자신의 1호골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인천에서는 전북이 후반 41분 브라질리아의 천금 같은 선제 결승골로 인천을 1-0으로 제압, 서울을 승점 1점 차로 추격하며 선두 탈환의 꿈을 이어갔다. 인천(8승9무6패)은 5경기 연속(3무2패) 무승에 빠졌다. 최하위 대구FC는 광주 원정경기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에 터진 레오의 결승골로 광주를 1-0으로 제치고 최근 3연승을 질주, 시즌 4승째(8무12패)를 챙겼다. 광주는 9승3무11패(승점 30)가 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둠벙 할아버지/장수명

    [엄마와 읽는 동화] 둠벙 할아버지/장수명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다. “휴, 비는 언제 온담.” 바싹 마른 바닥에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기호가 타박타박 걷는다. “기호, 이제 오니?”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기호를 보자, 우물가로 가시더니 두레박에서 물을 퍼 올린다. “기호, 이리 온. 할애비가 등목 시켜줄 테니.” 할아버지는 기호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말했다. 우물에서 갓 퍼 올린 물은 얼음 같다. “아~, 차차 차가워. 할배.” 기호가 엎드렸던 몸을 발딱 일으켜 세우며 호들갑을 떤다. “원, 녀석도 뭐가 차갑다고 호들갑이누.” 할아버지는 길러 놓은 물을 할아버지 몸에 퍼붓는다. “피, 할아버지 억지로 참는 것 다 안다 뭐.” 기호가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팔딱팔딱 뛰어 툇마루로 재빨리 올라선다. 몹시도 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하지만 어찌나 긴 가뭄을 겪었는지 논바닥은 쩍쩍 갈라지고 제대로 자란 벼도 그다지 없었던 농사는 가을이 되어도 별로 추수할 거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둠벙을 하나 파야겠어.” 할아버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다. “둠벙을 파신다고요?” 작은아버지의 낯빛이 싸늘해졌다. “그래, 아무래도 그래야 되지 싶다. 저기 윗마을에 있는 우리 논에….” 할아버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작은아버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버지, 그 논에 둠벙을 판다는 게 말이 돼요. 다른 사람들 다 가만있는데 왜 번번이 아버지가 나서요. 지난 번 영식이네가 돌아왔을 때도 문중에서 모두 가만있는데 아버지가 나서서 그 위에 있던 논 한 마지기하고 밭 한마지기 털컥 떼 주더니 이번엔 또 우리 논에 둠벙을 판다고요?” 작은아버지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다 할 참인가 보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목청을 돋우기 시작했다. “그래요. 아버지 땅이니까 아버지 마음대로 하세요. 난 이제 이곳을 떠나서 살 거예요. 더는 농사짓기도 싫고, 이곳도 지긋지긋하고….” 작은아버지는 휑하니 나가버렸다. 할아버지는 한동안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셨다. 그런 작은아버지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시더니 천천히 몸을 움직여 툇마루에 걸터앉는다. “허참, 쟤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네.” 할아버지는 길게 한숨을 지으며 먼 산으로 눈길을 돌리신다. 몇 날이 지났다. 집안 분위기는 잔뜩 가라앉아 숨조차 마음대로 쉬기 어려울 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기호는 늦잠을 잔 탓에 허겁지겁 밥을 먹고 가방을 둘러메고 잰걸음으로 학교로 달려갔다. 일교시가 끝날 무렵이었다. “기호야.” 작은아버지가 학교로 찾아 왔다. “작은아빠, 작은아빠가 웬일이세요?” 기호는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작은아버지를 올려다 본다. “오늘, 12시 차로 작은아빠는 작은엄마하고 서울 올라가려고 한다.” “서울요?” “넌, 할아버지와 있다가 우리가 자리잡고 연락할 테니까, 그때까지 학교 잘 다니고 할아버지랑 잘 지내도록 해야 한다.” 기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느닷없이 학교에 찾아와서 서울 간다는 작은아버지의 말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작은아빠, 정말 갈 거예요? 정말, 나하고 할아버지만 두고, 서울로 갈 거예요?” “그리 알고 수업 마치고 집으로 곧장 가도록 해라. 알았지.” 작은아버지는 이미 마음을 굳혔나 보다. 기호의 어깨를 몇 번 도닥거리더니 총총히 학교를 빠져나갔다. ‘서울….’ 느닷없이 나타나 서울 간다는 작은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호가 작은 주먹을 움켜잡는다. 기호도 가고 싶던 서울이다. 하지만 작은아버지처럼은 아니다. 기호 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읜 기호는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를 친부모처럼 따랐는데, 덜컥 기호를 두고 간다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없는 집은 마치 빈집처럼 휑하기만 했다. 바닥 가장자리 천이 닳고 닳아서 헤져 작은 구멍이 난, 아주 오래된 낡은 배낭을 할아버지는 찾아냈다. 다 먹은 주스병에 물을 담아 배낭에 챙겨 넣고, 반찬 몇 가지며 밥도 챙겨 넣었다. 그리고 허벅지까지 오는 고무장화도 차곡차곡 접어서 배낭에 넣는다. “할아버지 어디 가요?” “그래 기호야, 할아버지 좀 늦게 올지도 모르니까 밥 알아서 챙겨 먹어라.” 헛간에 세워져 있던 삽자루를 자전거 뒤에 싣고 할아버지는 대문을 나선다. “할아버지, 윗마을 가요?” “그래.” 여름 내내 비 한 번 오지 않았던 날씨 탓에 논바닥은 마치 거북이 등짝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펌프로 물을 뽑아 올렸지만 그것도 한정이 있었다. 듬성듬성 누렇게 말라 다 타버린 나락줄기를 만지던 할아버지 얼굴은 일그러져,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배낭을 벗고, 할아버지는 삽으로 논바닥을 뒤집기 시작했다. 뿌연 흙먼지가 삽을 따라서 하얗게 일어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할아버지 손등으로 올라온 굵은 핏줄 위로 땀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논바닥은 거의 다 뒤집혀져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몇 날이 지나고 몇 달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마치 곧장 일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바람 쌩쌩 부는 겨울이 되었는데도 하루도 쉬지 않고 논으로 갔다. 진눈깨비가 어지럽게 날리는 날이다. “할아버지 이제 그만 쉬었다가, 날씨 풀리는 봄에 해요.” 기호가 할아버지를 말렸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기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처럼 사람 손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할아버지를 따라 윗마을로 간 기호의 눈은 화등잔처럼 커졌다. 윗마을 논은 움푹 파인 분화구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어떠냐! 기호야.” 기호는 말문이 막혔다. 아침 햇살을 받고 선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처럼 빛나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이제 저 곳에 연도 심고, 고기도 놓아 기르면서 우리 마을 농업용수로도 쓰고, 너희들이 장가를 가서 자식을 낳으면 수생생물들의 생태를 공부할 수도 있는 학습장이 되게도 할 테다.” “할아버지 정말 대단해요! 혼자서 이 넓은 땅을 팠단 말이에요!” 기호는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며 말했다. “다행히 저 산 가까운 아래쪽에서 물이 샘솟는구나.” 시간이 지나자, 둠벙엔 물이 차기 시작했다. 봄비도 알맞게 내려주었다. 할아버지는 틈만 나면 둠벙으로 가서 연도 심고, 수초도 곳곳에 심으셨다. 할아버지 말씀처럼 할아버지 바람처럼 둠벙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찰랑거리는 잔물결도 만들었고, 그 위로 잠자리도 날아다녔으며, 어느 날부터인가 오리 몇 마리가 날아들어 둠벙 이곳저곳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해를 거듭할수록 둠벙은 아름답게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얼굴은 점점 야위어 가고 몸도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할아버지, 어디 편찮으신 것 아니에요. 병원에 가 봐요!” “아니다. 내 병은 내가 잘 안다.” 그러고 보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집을 나간 지 여러 해가 지났다. 그동안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할아버지, 작은아빠 오시라고 할까요?” “끄응….” 작은아버지라는 말에 할아버지가 돌아누우시며 앓는 소리를 내신다.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자 기호는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을 찾아 뒤적인다. “작은아빠, 저 기호예요. 지금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세요. 빨리 내려오셔야겠어요.” 일요일 아침이었다. 몇 날 동안 대문 앞을 기웃거리던 기호를 보자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게서 며칠 동안 왜 그러누?” 그때였다. “기호야!”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다. 순간 할아버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귀밑 볼이 불그레해졌다. “창이 왔구나! 어서 들어가자!” 할아버지는 작은아버지 손을 덥석 잡아 끈다. “아버지, 죄송해요.” 작은아버지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다. 이제 작은아버지는 서울로 안 간단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둠벙을 가꾸겠단다. 아침부터 온종일 작은아버지는 둠벙으로 가서 일했다. 작은아버지 손길이 닿은 둠벙은 멋지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연꽃도 더 많아졌고, 부들이며 수초들도 더 많이 자라기 시작했다. 게다가 둠벙 가운데를 가로질러 직접 만들어 놓은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는 둠벙을 찾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인기 최고였다. ‘작은 생태학습장 -둠벙 이야기-’ 작은아버지는 둠벙에 팻말을 세웠다. 둠벙 들머리 정자에 걸터앉아 작은아버지의 바쁜 손길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할아버지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고 부드러웠다. “기호야, 저 둠벙은 네 것이기도 하다.” 기호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둠벙 가운데에 우뚝 선 부들을 살랑대며 춤추게 하고 있었다. *둠벙:둠벙은 물웅덩이의 방언으로서 우리 조상들이 가뭄에 대비해 농촌 곳곳에 만들어 놓은 작은 못으로, 한국형 습지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든 중심이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타인에 대한 배려엔 인색하기 그지없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기호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눠주기,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귀중함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는 어른이다.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그런 할아버지와는 반대로 요즘의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나눠주면서 얻게 되는 행복과 기쁨, 가까운 것에 대한 귀중함과 소중함들을 한번쯤은 되짚어보며 살아가자는 생각에서 기호의 할아버지를 통해 조금은 느리게 살면서 얻게 되는 삶의 기쁨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작가 약력 아동문학평론 ‘해님이 사는 마을’, 아동문예문학상 ‘지훈이와 할아버지’ 당선으로 등단. 제24회 새벗문학상 수상, 동화 ‘호수에 갇힌 달님’. 주요작품: 동화집 ‘내 이름은 아임쏘리’ 그림동화집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 ‘동백꽃’ 외 다수. 현재 한라산학교 강사, 서귀포신문 동화연재 중, 제민일보 생활칼럼 집필진 활동 중
  • 화성 분화구서 순도 99% 얼음 발견

    화성 분화구서 순도 99% 얼음 발견

    화성에 있는 분화구에서 얼음이 발견돼 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셰인 바이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화성 중위도 지방에 있는 분화구에서 순도 99% 얼음이 발견됐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르네상스 호가 지난해부터 과거 유성과 충돌해 생긴 분화구 안에 얼음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 얼음의 성분이 대부분 불안정해 공기에 노출되면 바로 기화됐으나, 이번에 발견된 얼음을 분광계로 조사한 결과 순도 99% 얼음으로 밝혀졌다. 바이른 교수는 “이는 화성의 기후가 예전에는 더 습기가 많았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그동안 중위도 지방에, 그것도 화성 표면에 가까운 지점에 얼음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는 분화구 단 하나에서만 얼음이 존재하는 걸로 확인됐지만 다른 분화구에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사진=NASA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프로야구 2009] 개인타이틀 경쟁 장갑벗어야 안다

    [프로야구 2009] 개인타이틀 경쟁 장갑벗어야 안다

    올 프로야구 흥행 대박은 KIA-SK의 선두 경쟁, 롯데-삼성의 4위 다툼 등 흥미진진한 콘텐츠 덕이다. 또 있다. 타격·다승왕도 못지 않게 살얼음판이다. 마지막 날이 돼야 판가름이 날 개인 타이틀의 주인은 누구일까. 21일 현재 롯데 홍성흔이 타율 .375로 선두를 지킨 가운데, LG 박용택이 .374로 쫓고 있다. 지칠 법도 하지만 둘 모두 생애 첫 타격왕을 위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홍성흔은 최근 5경기에서 타율 .429(14타수6안타)로 쉴 틈 없이 안타를 쏟아내고 있다. 박용택도 5경기 타율 .304(23타수 7안타). 4강티켓을 확정짓지 못해 매경기 피말리는 일전을 치르는 홍성흔의 부담이 더 클 터. LG가 롯데보다 1경기 많은 3경기를 남겨놓은 것도 변수다. 둘 중 누가 타이틀을 차지하든 1999년 마해영(롯데) 이후 꼭 10년 만에 3할7푼대의 고타율 타격왕이 탄생할 전망이다. 역대 가장 짜릿했던 타격왕 다툼은 1990년 한대화(해태·.3349)와 이강돈(빙그레 .3348)의 격돌이었다. 1리차로 타격왕이 갈린 것은 84년(이만수 .340-홍문종 .339), 91년(이정훈 .348-장효조 .347), 2000년(박종호 .340-김동주 .339), 04년(클리프 브룸바 .343-이진영 .342), 07년(이현곤 .338-양준혁 .337) 등이 있었다. 다승왕은 현재 롯데 조정훈과 삼성 윤성환의 양강구도. 공교롭게도 4위를 다투는 두 팀 에이스의 대결 양상이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윤성환 밀어주기’를 공개 선언했다. 22일 SK전 선발은 물론, 상황에 따라 25일 한화전에 한 번 더 투입할 수도 있다는 것. 덕분에 윤성환이 유리한 상황이다. 조정훈은 로테이션상 25일 잠실 LG전에 출격할 차례다. 하지만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이 경기 전 4위가 확정될 경우 (조정훈을) 선발로 기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9일 시작되는 준플레이오프에 조정훈을 1선발로 쓰기 위한 것. 로이스터 감독은 “팀에 제일 중요한 경기에 투입돼야지 개인에게 제일 중요한 경기에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개인 타이틀은 내년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벌초 전 벌집 먼저 확인하세요”

    소방방재청은 17일 추석을 앞두고 벌초객이 벌에 쏘이는 등의 안전사고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며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방재청은 또 벌 쏘임·뱀 물림·벌초사고와 관련한 예방수칙과 응급조치 요령을 홍보하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으로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인다. 방재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추석 즈음(9월5일~10월4일)에 발생한 벌 쏘임 사고는 523건이었지만, 지난해(8월14일~9월13일)는 845건으로 60%가량 증가했다. 사망 및 부상자도 2006년 428명에서 지난해 811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뱀 물림 사고와 벌초사고는 지난해의 경우 각각 65건과 84건이 신고되는 등 추석을 앞두고 벌초객 등이 안전사고를 입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방재청 관계자는 “벌초를 할 때는 긴 막대기 등을 이용해 반드시 벌집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벌에 쏘였을 때에는 핀셋보다는 신용카드 등으로 피부를 밀어 벌침을 뽑아낸 뒤 얼음찜질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프로야구] 못말리는 비룡군단 13연승 날다

    [프로야구] 못말리는 비룡군단 13연승 날다

    ‘비룡군단’의 기세가 거침없다. SK가 파죽의 13연승을 내달리며 구단 최다연승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SK는 15일 프로야구 잠실 LG전에서 나주환의 결승 솔로포 등 대포 세 방에 힘입어 8-5로 승리, 창단 최다연승 기록을 ‘13’으로 늘렸다. 2위 SK는 이날 히어로즈를 꺾은 선두 KIA를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선취점은 LG가 냈다. 1회말 박용택과 이대형의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2·3루에서 정성훈의 내야땅볼 때 3루 주자 박용택이 홈을 밟아 기세를 올렸다.SK는 곧바로 반격했다. 2회초 1사 1·3루에서 김강민의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계속된 1사 2·3루에서 박재홍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전세를 뒤집었다. 이어 정근우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태 4-1로 달아났다. 3회엔 최정이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려 5-1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LG는 1-5로 뒤진 3회 2사 만루에서 이진영의 적시타로 2점을 만회한 뒤, 4회 정성훈의 1타점 적시타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LG는 5회 무사 2루에서 이진영이 기습번트를 시도해 2루 주자 최동수가 런다운에 걸렸으나 윤길현이 2루에 악송구하는 틈을 타 홈인,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처는 6회. 선두타자로 나선 SK 나주환은 상대 선발 김광수의 2구째 높은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이어 정상호가 8회 좌월 솔로포로 뒤를 받쳤고, 9회 최정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목동에서는 KIA가 가을야구 티켓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 6위 히어로즈에 4-3, 진땀승을 거뒀다. KIA는 지난 주말 두산전 2연패 악몽에서 벗어나며 살얼음 선두를 유지했다. 이날 승리를 거둔 SK와는 여전히 0.5경기 차. KIA는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김원섭의 중전안타로 만든 1사 1루에서 최희섭이 천금같은 1타점 2루타를 때렸고, 이 점수를 끝까지 잘 지켜 귀중한 1승을 챙겼다. 반면 힘겨운 4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히어로즈는 4위 롯데와의 승차가 2경기로 벌어졌다. 대구에서는 ‘꼴찌’ 한화가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삼성에 매운 고춧가루를 뿌렸다. 한화는 김태균의 3점포 등 모처럼 폭발한 타선에 힘입어 13-7 완승을 거뒀다. 한화 김태균은 7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프로통산 16번째. 반면 갈길 바쁜 5위 삼성은 4연패의 수렁에 빠졌고, 롯데와의 승차가 0.5경기로 벌어지며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피스컵] 황선홍·파리아스 16일밤 마지막 승부

    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한판에 겁없는 2년차가 충돌한다. 세르히우 파리아스(42) 감독이 이끄는 포항과 황선홍(41) 감독이 지도하는 부산이 16일 오후 7시30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프로축구 피스컵코리아 결승 2차전에서 마지막 결판을 낸다. 1차전에서 1-1로 비겨 이날 90분 풀타임으로도 챔피언을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를 한다. 지난해 FA컵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 8강부터 뛰어든 ‘강철군단’ 포항은 사기충천이다. 최근 K-리그 12경기(8승4무)에서 무패행진을 벌였다. 지난 13일 제주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8골을 퍼부으며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도 세웠다. 시즌 54득점(30실점)으로 용광로같은 폭발력을 뽐냈다. 시즌 홈 무패(5승7무)를 달리며 1993년 이후 두 번째이자 스틸야드 홈에서 19년 만의 첫 우승을 노린다. 맨 밑바닥부터 살얼음판을 딛고 올라온 부산은 오기를 앞세운다. 리그에서 14위(5승7무10패·승점 22)로 처진 분위기를 컵대회 우승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속내이다.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이승현(24)과 양동현, 강승조(이상 23) 등 ‘젊은 피’들에게 기대를 건다. 8강에서 성남, 4강에서 울산을 내리 누르고 결승까지 나선 것도 패기의 힘이었다. 부산은 98년 이후 11년 만에 네 번째 컵 대회 우승을 겨냥한다. 프로 2년차 유창현(24·포항)과 박희도(23·부산)의 득점왕 싸움에도 눈길이 쏠린다. ‘중고 신인’ 유창현은 지난해 2군 23경기에서 13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지만 그다지 주목받진 못하다가 최근 물오른 골 감각을 뽐내 깜짝 스타로 발돋움했다. 파리아스 감독의 눈에 띄어 1군으로 올라서며 쟁쟁한 경쟁자들의 틈새를 비집고 출전 기회를 잡았다. 19경기에서 11골(4도움)을 뽑았다. 피스컵코리아 4경기에서 4골로 팀 선배인 노병준(30)과 함께 공동 1위. 반면 박희도는 지난해 데뷔와 함께 주전을 꿰찬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6경기에서 4골(4도움)을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들어서도 29경기에 나서 5골(6도움)을 올리며 데뷔 시즌을 넘어서는 활약을 보였다. 피스컵코리아 무대에서 4골을 터뜨렸지만 예선부터 9경기를 모두 치러 득점 3위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우리말 여행] 화씨

    화씨는 독일의 물리학자 파렌하이트(Fahrenheit)가 고안했다. ‘화씨’란 명칭도 섭씨처럼 고안한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파렌하이트의 중국 음역어 ‘화륜해(華倫海)’에서 왔다. 첫 글자 ‘화’에 ‘씨(氏)’를 붙여 ‘화씨’가 만들어졌다. 화씨온도의 기호 F는 그의 이름 첫 글자다. 얼음이 녹는점을 32°F, 물이 끓는점을 212°F로 하여 그 사이를 등분했다.
  • [우리말 여행] 섭씨

    얼음이 녹는점을 0℃, 물이 끓는점을 100℃로 하여 그 사이를 100등분한 단위를 말한다. 섭씨온도라고도 한다. 1742년 스웨덴의 물리학자 셀시우스(Celsius)가 만들었다. 섭씨라는 이 명칭은 사실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셀시우스의 중국 음역어 ‘섭이사(攝爾思)’에서 왔다. 여기서 ‘섭’을 성(姓)처럼 떼어내고 ‘씨(氏)’를 붙여 만들어진 말이 ‘섭씨’다.
  • 이 무슨 변고? 태양이 2개 떴다니…[동영상]

    두 개의 태양이 나타나 열흘 동안 없어지지 않아….꽃 뿌리는 공덕을 지내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에 왕은 월명사로 하여금 ‘산화가(도솔가)’를 지어 부르게 했다.이 노래가 끝난 뒤 두 개의 태양은 하나가 됐다.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이야기다.신라 경덕왕 19년(760년) 4월2일부터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나타나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었다는 얘기다.하나뿐이어야 할 태양이 두 개로 나타났다는 것은 큰 변고가 생길 징조라고 사람들이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이 ‘환일(幻日) 현상’을 알았다면 반응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환일 현상이란 태양이 2~4개로 보이는 것으로, 대기에 떠 있는 미세한 얼음조각에 태양빛이 굴절돼 나타난다.굴절된 빛이 뭉쳐 하늘에 태양이 더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선독’(SUNDOG)이라 불리는 원호 모양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한 네티즌이 지난 2007년 대구에서 촬영한 환일 현상이 최근 인터넷에 뒤늦게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같은 해 11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얼마 전 영국 런던에서 이 현상이 관측돼 화제를 모았다.2007년 SBS TV ‘신동엽의 있다 없다’에서도 환일 현상 사진을 놓고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16초의 이 동영상은 왼쪽에 해가 선명하게 뜬 상황에서 그 오른쪽에 ‘환영’처럼 또다른 태양이 보인다.영상을 찍은 네티즌 ‘청암’은 그의 블로그에 ‘2007년 11월13일 북대구IC 부근 고속도로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기상청·국립기상연구소·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들도 “아주 생소한 장면”이라고 밝혔다.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도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변희룡 교수는 8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선독을 환일이라고도 한다.”며 “환일현상이 나타날 때 태양은 3개 혹은 4개가 된다.”고 전했다.  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태양의 좌우에 하나씩 만들어지고,가끔 태양의 바로 위에 한 개가 더 나타날 때도 있다.그런데 다른 것들은 안 보이는 경우가 있어 흔히 태양이 2개 떴다고 표현한다.  변 교수는 “특이한 현상은 맞다.”면서도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찍히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도시와 산] (23) 대구 비슬산

    [도시와 산] (23) 대구 비슬산

    대구의 명산을 꼽으라면 팔공산과 비슬산이다. 비슬산이 팔공산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해발도 1083.6m로 팔공산(1192.9m)과 차이가 없고 산세도 비슷하다. 계절별로 독특한 풍광을 자아내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봄이면 정상 부근에 들어선 참꽃 군락지에서 일제히 붉은빛을 뿜어내고 여름에는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더위를 식혀 준다. 가을이면 억새 군락이 장관을 연출하고 겨울에는 얼음 동산이 눈길을 끈다. ‘삼국유사’를 편찬한 고승 일연이 37년을 머물며 수도할 정도로 불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비슬산 정상은 신선이 앉아 비파 켜는 형상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에 걸쳐 있는 비슬산은 정상인 대견봉을 중심으로 청룡산(794.1m)과 산성산(653m)을 거느리며 대구 앞산(660.3m)까지 뻗친다. ‘비슬’이란 이름은 비파 비(琵), 큰 거문고 슬(瑟)자에서 보듯 정상 바위의 생김새가 신선이 앉아 비파를 켜는 형상이라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비슬산이 포산(葡山)으로 기록돼 있고 비슬이 범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달성군지’에는 비슬이란 말은 범어의 발음을 그대로 음으로 표기한 것이고 비슬의 한자의 뜻이 포라고 해서 포산이라고도 하는데 포산이란 수목에 덮여 있는 산이란 뜻을 갖는다고 기록돼 있다. 채수목 전 달성문화원장은 “신라 때 유가사에 온 인도의 스님이 비파 모양이라는 의미로 비슬산이라 했고 조선 때에는 비슬산의 한자가 포를 의미하기 때문에 포산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비슬산이 있는 현풍면은 예전에 포산으로 불렸다.”고 했다. 또 이 바위의 형상이 비둘기처럼 생겨 ‘비들산’으로 불리다가 비슬산으로 됐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옛날 천지개벽 때 온통 물바다가 됐는데 비슬산만 높아 남은 바위에 배를 매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일연 비슬산에서 37년 머물러 다른 명산처럼 비슬산도 불교와의 인연이 각별하다. 신라 흥덕왕 2년에 도성국사가 창건한 유가사와 용연사, 소재사, 대견사지 등이 있다. 수도암, 도성암 등 암자도 많으며 한때는 1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신라 사찰인 대견사는 지금은 주춧돌과 석탑 1기만 남았지만 주변 흔적을 보면 당시의 규모와 위용이 만만치 않았음을 읽을 수 있다. 대견사에 얽힌 전설도 있다. 중국 당나라 황제가 어느날 세수를 하려는데 대야 물속에서 험한 지형에 웅장한 절이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황제는 이 절을 찾기 위해 중국 곳곳을 뒤졌으나 찾지 못하자 신라에 사람을 보내 찾은 게 대견사지였다. 황제가 신라에 돈을 보내 절을 짓게 하고 중국에서 보았던 절이라고 해 대견사라고 했다 한다. 삼국유사를 지은 보각국사 일연도 비슬산에 머물렀다. 교사이자 향토사학가인 차성호씨는 ‘달구벌 문화 그 원류를 찾아서’라는 책에서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일연은 9세 때 출가해 20세 때 승과시험 장원을 했다. 그런 다음 곧바로 비슬산 보당암에 들어가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고 기술했다. 달성군 학예연구사 김제근씨는 “일연은 비슬산 일대 많은 사찰과 암자를 옮겨 다니며 머물렀다. 그의 사상적 토대를 마련해 준 곳이다. 일연이 군위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편찬했지만 자료수집 등 집필 준비는 37년간 비슬산에 머물면서 했다.”고 밝혔다. 비슬산 남서 기슭, 낙동강이 맞닿은 구지면 도동리에는 잘 정비된 서원이 있다. 조선 초 성리학자인 사옹 한훤당 김굉필을 모신 도동서원이다. ●등산객 사로잡는 매혹적인 풍광 비슬산 등산로는 경사가 심하다. 그러나 능선에 올라선 이후로는 그리 험하지 않다. 산행은 계곡과 능선으로 뻗은 다양한 등산로 덕분에 여러 갈래로 가능하지만 주로 달성 현풍과 청도 두 곳에서 시작한다.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유가사다. 경관이 수려해서다. 유가사 주차장~도성암~대견봉~대견사지를 거쳐 되돌아오는 코스로 4시간50분가량 걸린다. 정상인 대견봉에 올라서면 트인 조망이 탄성을 자아낸다. 대견사지 주변에는 참꽃 군락지가 산재해 있다. 4월이면 진달래꽃이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길은 조화봉으로 뻗은 주능선길이다. 도중에 석검봉이 오묘한 자태를 뽐낸다. 온갖 종류의 기암괴석이 곳곳에 있다. 소재사 방향으로 하산하다 보면 천연기념물 435호인 암괴류를 만나게 된다. 1만~8만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 때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폭 80m, 길이 2㎞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비슬산 매력에 빠져 한달에 1~2번은 찾는다는 김정원(47·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씨는 ”한국의 명산으로 전혀 손색이 없지만 다른 산에 비해 덜 알려져 있어 사람의 손때가 많이 묻지 않은 게 오히려 비슬산 만의 장점이다.”고 말했다. 비슬산은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희귀 화초류인 솔나리가 자생하고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를 비롯해 오색딱따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달성군과 경북대가 조사한 결과 80~120종의 철새 및 텃새와 723종의 식물이 있다. 김상준 달성부군수는 “비슬산 일대에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식물 등이 서식하고 정상 부근 100만㎡에는 진달래 군락이 자리잡고 있다.”며 “곳곳에 있는 유적과 함께 비슬산은 생태계의 보고이자 역사·문화의 산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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