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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작품 잘 알지도 못하지? 이번엔 제대로 보여주겠소”

    “내 작품 잘 알지도 못하지? 이번엔 제대로 보여주겠소”

    “싫다는 여배우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고 극장 측의 몰이해로 관계자와 시비까지 붙었어요. 비난이 빗발쳤고 공연은 딱 한 번으로 그쳤습니다(김구림 화백).” 1970년 9월 서울 남산 국립극장에선 세계적 전위음악가 12명이 모여 인간의 가능한 소리를 모두 표현하는 ‘제1회 서울 국제현대음악제’(서울신문 주최)가 이틀간 열렸다. 소리 나는 물건을 때리고 차고 뜯는 이색행사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백남준의 ‘콤퍼지션’. 막이 반쯤 내려진 무대 위에 피아노를 놓고, 그 위에서 예술가 정찬승과 차명희가 애정행각을 벌였다. 몸동작에 따라 남녀의 네 발이 건반을 두드려 소리를 냈는데, 피아노 의자 위에는 남녀가 벗어놓은 속옷이 나란히 놓였다. ‘한국 전위예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구림(77) 화백이 이 작품의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음악제를 앞두고 한 언론사 부장이 ‘이상한 사람이 있으니 꼭 만나보라’며 주최 측에 나를 추천했다더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 화백은 국민교육헌장을 패러디해 인간 해방을 선언한 ‘제4집단’ ‘A.G.그룹’ 등 전위예술 단체를 이끌며 1960~1970년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어느덧 대중의 기억에서 잊혔고, 정장에 검정색 뿔테 안경차림의 청년작가는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됐다. ‘잘 팔리는 작가’가 아니어서 대중은 그를 잊었지만 기실 그는 건재했다. 지난해 말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는 백남준에 이어 한국 작가로는 두 번째로 초대전을 가졌다. 개인전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그를 만났다. 오는 10월 13일까지 이어지는 초대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시립미술관 사상 처음 마련한 생존작가의 개인전이다. 김 화백은 “그동안 공간 제약 때문에 작품을 다 못 보여줘 안타까웠는데, 큰 미술관에서 제대로 펼치는 소원이 이뤄졌다”며 감회에 젖었다. 평생 50차례나 개인전을 열었지만 제대로 된 화랑은 4~5곳뿐이었다. 그가 누구인가. 회화, 행위예술, 무용, 설치, 조각, 보디페인팅, 비디오 아트, 연극·영화 연출 등 장르를 넘나들며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데 몰두한 ‘아방가르드’의 전형이었다. 그런 그는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여성의 몸에 국내 작가로는 처음 보디페인팅을 했고,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 ‘24분의1초의 의미’를 찍었다. 대지미술을 선보인다며 한양대 건너편 한강 강둑에 100여m나 불을 지르기도 했다. 백남준과는 미 캘리포니아 헌팅턴비치에서 2인전을 열었을 만큼 ‘절친’이었다. 오래된 얘기 한 토막. 어느 날 백남준이 그에게 붓과 물감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진지하게 물어왔다. “농담조로 ‘물감을 짜서 처박아보라’고 했는데, 문득 TV화면을 보니 그 친구가 진짜로 물감을 짜서 여기저기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이더라”며 껄껄 웃었다.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한 그는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다 2000년 귀국했다. 이번 전시에선 이 시기를 포함해 전 생애에 걸친 40여점의 작품들이 공개된다. 대형 얼음 설치작품인 ‘현상에서 흔적으로’, 대지에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커다란 돌을 올리는 ‘현상에서 흔적으로D’ 등도 나온다. 굴지의 미술관에 초대됐다가 녹아내리는 얼음이나 구덩이를 파는 작업이 성가시다는 이유로 취소·철거돼 공개되지 못했던 작품이다. 팔순을 앞둔 노(老) 화백은 미술계에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예술가는 장사꾼이 아니다. 그런데 최고 작가라는 사람들은 학맥, 인맥에 얽혀 작품을 파는 데만 몰두한다. 보기 좋은 게 예술이 아니다. 시대의 모순을 꼬집고 새로운 충격을 안겨야 그게 예술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삼성중공업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를 지닌 드릴십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20여년 전부터 창조적 혁신과 과감한 도전을 통해 드릴십 시장을 개척해온 덕분이다. 삼성중공업은 반잠수식시추설비가 시추 설비의 표준으로 여겨지던 1990년대 중반에 기동성과 시추 능력을 동시에 갖춘 심해용 드릴십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일반 상선을 주로 건조해 온 국내 조선업계에서 드릴십과 같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선박을 건조하는 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드릴십 9척을 약 49억 달러(5조 5811억원)에 수주하는 등 전체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드릴십으로 채운 바 있다. 6월말 기준 전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40척 중 59척을 수주함으로써 시장점유율 42%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드릴십 수주 잔량만 20여척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의 활동 범위를 극지방까지 넓혔다. 극지용 드릴십은 얼음 덩어리들이 떠다니는 북극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내빙 설계가 적용된 드릴십이다. 이 선박은 선체 두께가 무려 4㎝에 달하며, 기자재 보온처리를 통해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액화천연가스(LNG)-FPSO 역시 삼성중공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사례로 꼽힌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프로축구] 신기록 아쉽지만… 대기록에 박수를

    [프로축구] 신기록 아쉽지만… 대기록에 박수를

    16일 울산 호랑이축구단이 제주를 대파하고 K리그클래식 선두를 탄탄히 했다. 국가대표팀 소집을 하루 앞둔 김신욱(울산), 이명주(포항), 박종우(부산) 등 ‘홍명보호 1기’는 나란히 골맛을 보며 태극마크 예열을 마쳤다. 반면 신기록을 눈앞에 뒀던 ‘라이언킹’ 이동국(전북)은 이날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해 골 퍼레이드를 7경기에서 마감했다. 울산은 안방에서 제주를 4-0으로 대파하고 단독 1위(승점 37·11승4무4패)를 지켰다. 김신욱이 두 골을 몰아쳤고 강민수와 이용도 골맛을 봤다. 포항은 이명주의 결승골을 앞세워 수원을 1-0으로 꺾었다. 포항은 승점 36(10승6무3패)으로 울산을 바짝 추격해 살얼음판 선두 싸움을 이어 갔다. 취재진과 축구 팬들의 관심은 연속골 신기록에 맞춰졌지만 이동국은 입맛만 다셨다. 이동국이 잠잠한 전북은 대전과 1-1로 비겼다. 파괴력을 더해 주던 ‘투톱 파트너’ 케빈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데다 9일간 4경기를 소화하느라 팀 체력이 떨어져 이동국에겐 이렇다 할 찬스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선제골을 얻어맞으면서 잔뜩 웅크린 벌떼 수비에 꽁꽁 묶였다. 세 번 잡은 득점 기회는 모두 불발됐다. 황선홍 포항 감독(1995년), 김도훈 강원 코치(2000년)가 갖고 있는 8경기 연속골을 코앞에 둔 채 이동국은 안정환(은퇴·1999년)의 기록에서 ‘일단’ 멈췄다. 이동국은 “동료들이 더 의식했는지 연습 땐 그렇게 잘 올라오던 크로스가 안 올라오더라”며 웃었고 하지만 7경기 연속골(9골)에 대한 자부심은 오롯했다. 그는 “최근 들어 기복 없이 플레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쌍둥이 자매 재시, 재아에 이어 이틀 뒤 두 번째 쌍둥이가 태어날 예정이라면서 ‘아빠 미소’도 지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7경기 연속 득점도 K리그 역사에 남을 굉장한 기록”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독도남’ 박종우가 골을 넣은 부산은 전남을 2-1로 꺾었다. 서울은 강원을 1-0으로 눌렀고 경남은 인천에 1-0으로 이겼다. K리그클래식은 동아시안컵과 맞물린 오는 31일까지 휴식기에 돌입한다. 전주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정신잃었다 깨어나니 언어가 바뀌었어요

    정신잃었다 깨어나니 언어가 바뀌었어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더니 기억상실과 함께 모국어가 바뀐 남성이 있어 화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의 한 모텔에 묵었던 미국 남성이 자고 일어나니 기억상실과 함께 영어를 잊어버리고 스웨덴어를 사용하게 됐다고 영국 일간지 메트로가 16일 보도했다. 마이클 보트라이트(61)는 자신이 묵었던 모텔방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병원에 실려간 후 곧 정신을 되찾았지만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 평생 사용하던 영어도 잊어버렸으며 대신 스웨덴어를 유창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호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가 가지고 있는 신분증과 사진 등을 통해 그가 플로리다주(州)에 사는 마이클 보트라이트이며,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자신이 캘리포니아에 온 이유는 물론 모텔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으며, 단순히 자고 일어났더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가 가족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에 화가 난다”며 “이 상황은 나를 매우 슬프게 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또한 “스웨덴과 관련된 기억이 계속 떠오른다”며 “어린 시절 스웨덴 북쪽에서 얼음 낚시를 즐겼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생활한 마이클이 어떻게 스웨덴에 관한 기억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계속해서 그의 기억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유튜브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길섶에서] 얼음/진경호 논설위원

    햇볕보다 운(運)이 더 센 날, 학교를 마치고 헉헉대며 집에 가면 얼음이 있었다. “와, 얼음이다~” 엄마가 시장 얼음가게에서 머리통만 한 얼음덩어리 하나를 사다 놓으신 것이다. 곁엔 얼음덩어리 두 배만 한 수박도 한 통…. 엄마는 얼음에다 과일칼을 대곤 홍두깨로 콩콩 두드리며 얼음을 쪼갰다. “내가 해볼게~” 얼음은 이리저리 튀고, 튄 얼음을 주워 먹는 손길은 부산스러웠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커다란 양푼에 썬 수박과 깬 얼음을 섞어 넣고는 동생과 마주 앉아 숟가락으로 퍼먹는 건 여름날 놓칠 수 없는, 잊을 수 없는 별미였다. 냉장고에서 꺼낸 얼음을 전동빙수기에 넣어 갈고, 여기에 단팥, 우유, 연유 등을 얹어 팥빙수를 만들다 문득 광화문 교보생명의 글판에 실린 파블로 네루다의 시구가 떠오른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빙수를 한가득 머금은 입이 아리다 싶더니 금세 눈이 시리다. 한입 가득 얼음덩어리 물고 “와~”하며 마냥 행복했던 그 아인 어디 있을까. 비가 오나. 창밖이 뿌옇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英해변에 12m 드래곤 머리뼈 ‘깜짝’

    영국의 한 해변에 설치된 12m짜리 드래곤의 머리뼈 모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더 선 등 외신은 16일 “이 모형이 해변으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이 모형은 ‘쥐라기 코스트’에 있는 차머스해변에 설치된 터라 일부 사람들은 또다시 해변에서 고대 공룡 뼈가 발견된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쥐라기 코스트는 1811년 당시 12살 소녀가 해변에서 완벽한 상태인 거대 어룡의 화석을 발견하면서 유명해졌고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곳이다. 사실 이 모형은 미국의 영화전문 케이블방송 HBO의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 나올 드래곤의 머리뼈를 소품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길이 12m, 높이 2.7m, 폭 2.4m에 달하는 이 모형은 세 명의 조각가가 두 달 동안에 걸쳐 제작했고 최근 세트장으로 선정된 해변에 설치됐다. 이 모형은 극중 스타크 가문의 둘째 딸인 아리아(메이지 윌리암스)가 ‘왕의 상륙지’(킹스 랜딩)에 있는 동굴에서 발견하는 것으로 나올 예정이다. 한편 ‘왕좌의 게임’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로 7개의 국가와 몇몇 하위 국가들로 구성된 연맹 국가인 칠 왕국의 통치권과 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그린다. 특히 이 드라마는 미모의 여주인공 대너리스(에밀리아 클라크)의 활약과 드래곤 세 마리의 성장이 시청 포인트다. 국내에서는 케이블 채널 스크린(SCREEN)을 통해 방영 중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배고령은 차인꾼 한 사람과 동행하여 길세만을 찾아나섰다. 정한조의 말대로 그의 성품이나 버르장머리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사람은 행중에서 배고령 한 사람뿐이었다. 행중 사람들이 짐작했던 것처럼 투전판보다는 색주가 갈보들에게 혼이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갈보는 그의 전대가 완전히 거덜나서 먼지가 풀썩풀썩 날 때까지는 사타구니에 끼고 뱉어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평소 길세만은 장삿길보다는 간색에 정신이 팔려 실성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는 성품이었고, 장가도 들지 않은 형편이어서 고향에 공양할 사람도 없었다. 애틋하게 아끼는 계집사람도 없는 형편이어서 애써 번 푼돈이라도 아낄 줄 몰랐다. 필경 담벼락에 용수를 내걸고 떡 벌어진 술청을 차린 소문난 색주가보다는 고샅길 안쪽에 숨어 있는 허름한 선술집 뒷방에 계집과 함께 홀딱 벗고 누워 있을 게 분명했다. 보부상들은 자나깨나 한결같이 옷을 벗고 잠을 청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물것들을 몸에 달고 살아 옷 한 번 벗고 자는 것이 평생소원이기도 했다. 일행 중에서도 길세만이 걸핏하면 옷을 벗었다. 그러나 낮 동안 윤기호의 훼가출송으로 내성 저잣거리가 발칵 뒤집힐 정도로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그것까지 나 몰라라 하고 계집을 사타구니에 끼고 누워 있을 만치 그의 배짱이 두둑했을까. 그런 의심까지 들었으나, 배고령은 차인꾼을 데리고 색주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번 일로 길세만이 소금 상대에서 윤기호처럼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통수를 짓눌렀다. 계집을 좋아하는 병통이 있어서 곧잘 빈축을 사긴 하지만, 사람의 심덕 한 가지는 무던해서 남을 해코지하는 일은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날씨를 알아맞히는 재간은 일행보다 하루이틀이 빨랐다. 보통 비가 내릴 조짐이 있으면 지렁이가 땅 위로 올라온다든지, 고추잠자리가 낮게 난다든지, 개구리가 지악스럽게 운다든지 하는 징조가 보이지만 길세만의 한마디보다 정확하지는 않았다. “보게 배고령. 내 어깨가 결리는 것을 보니, 내일은 비가 오겠는걸.” 한마디하면 내일쯤은 반드시 비가 내렸다. 소금 섬이나 건어물과 미역 짐을 지고 다니는 소금상단에서는 언제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는지 하루나 이틀 전에 알아맞히는 사람이 행중에 있다면, 시세를 결단하고 점락(漸)이나 안매(安賣)를 막는 데 크게 한몫을 하는 셈이었다. 그래서 정한조도 날씨가 수상해 보이거나 말래를 발행할 임시에는 반드시 길세만을 불러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고 묻곤 했다. 이러저러한 연유로도 길세만의 은신처를 반드시 찾아내야 했다. 그러나 두 사람만 내성에 떨어뜨리고 소금을 곡물로 바꾼 상단은 다시 말래로 떠난 지가 이틀이 지났다. 이틀 동안 서캐 잡듯 내성과 현동 저자의 술청거리를 뒤졌으나 길세만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보통 울진의 흥부장 쪽에서 온 소금 상단이 떠나면 내성의 색주가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고 7, 8일 후에 소금 상단이 다시 회정하면 색주가는 다시 초파일의 절간처럼 야단법석이 되었다. 배고령은 이틀 동안이나 길세만을 찾아 동분서주하던 끝에 어떤 허름한 숫막 봉노에서 10여 명이나 되는 상대들과 마주쳤다. 면목을 찬찬히 살펴보았으나 안면이 익숙한 사람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들은 좁은 봉노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거동이 살얼음 밟듯 조용조용한 편이었는데, 입성들이 중구난방인 소금 상단들과 달리 매우 깨끗하고 언사도 차분했다. 그중 행수로 보이는 자가 문밖에서 궁싯거리며 숫막을 살피는 배고령을 보고 물었다. “노형께서는 사람을 찾으시오?”
  • UFO? 자연현상?…시시각각 변하는 구름 화제

    UFO? 자연현상?…시시각각 변하는 구름 화제

    미확인비행물체(UFO)라도 숨어 있는 것일까.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이 시시각각 춤추듯 변화하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영상은 지금까지 여러 네티즌이 공유하면서 35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구름을 변화시키는 알 수 없는 힘’(Unknown Force Changing Cloud’s Shape)이란 제목으로 공개된 34초짜리 영상을 보면 하늘 위 구름의 모양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영상 속 구름이 UFO나 미군의 하프(HAARP·High Frequency Active Auroral Research Program·고주파 활성 오로라 연구 프로그램)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추정했다. 사실 이 영상은 지난 2011년 8월 싱가포르에 사는 한 유튜브 사용자가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촬영한 원본을 공유한 것이다. ‘이상한 구름 촬영’(Weird Cloud Shoots)이란 제목으로 공개된 원본은 지금까지 84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은 매우 희귀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는 구름 속에 존재하는 전류와 뇌우와 연관된 적란운이 원인이라고 한다. 기상학자 월터 라이언스는 “(구름 속) 기다란 바늘 같은 얼음 결정들 사이 전기력이 발생해 빛의 굴절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물 오른 여름, 물 만난 축제

    물 오른 여름, 물 만난 축제

    이른바 ‘7말 8초’가 코앞이다. 국민 대다수가 휴가를 떠나는 시기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피서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물축제를 준비했다. 물놀이와 축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수변 축제를 꼽았다. 먼저 ‘2013 정남진 장흥물축제’에 주목하자. 26일~8월 1일 전남 장흥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 등에서 열린다. ‘물과 숲-휴(休)’가 올해의 주제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열린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방문객이 늘고 있다. 올해 겨우 6회째지만,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수상할 만큼 ‘인기 폭발’이다. 무엇보다 맑고 시원한 물이 인기 비결이다. 해마다 물축제 기간에만 탐진강 상류 탐진호의 수문을 여는데, 수문을 나설 때 약 16도였던 차가운 물이 햇빛을 받으며 7㎞ 정도 장흥 읍내까지 흘러가는 동안 22~23도의 시원한 온도로 바뀐다. 축제 장소도 빼놓을 수 없다. 탐진강은 은어가 뛰어놀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된 강으로 꼽힌다. 편백숲 우드랜드는 40~50년 된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100㏊에 걸쳐 군락을 이룬 곳이다. 군데군데 삼나무도 섞여 있어 ‘피톤치드의 보고’라는 상찬을 받고 있다.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은 세 가지다. ‘지상 최대 물싸움’은 악당(진행요원)과 관광객이 편을 짜서 물싸움을 벌이는 이벤트다. 물총과 물풍선, 물대포에 소방차와 헬기까지 동원된다. ‘천연 약초 힐링 풀’은 재미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힐링 물놀이다. 편백과 표고버섯, 헛개, 석창포, 매실, 다시마 등으로 이루어진 약초 풀을 오가며 물놀이를 즐긴다. ‘맨손 물고기 잡기’도 준비됐다. 축제기간 오후 3~5시 열린다. 다양한 수상 놀이시설도 마련됐다. 슈퍼 슬라이드는 강물 위에 설치된 대형 슬라이드를 타고 물 속으로 질주하는 놀이기구다. 편백나무를 이용한 뗏목과 오리보트, 수상 자전거, 희망의 줄배 등 탈것들도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탐진강 한쪽엔 수영장과 얼음 이글루도 마련된다. 정남진 물축제추진위원회 (061)860-0828~30. 강원 화천에선 27일~8월 11일 화천쪽배축제가 열린다. 붕어섬 등 북한강변이 주무대다. 3~4인용 수상 자전거 ‘월엽편주’, 붕어섬 자전거길과 북한강 물 위를 오갈 수 있는 ‘수륙양용자전거’, 용머리를 단 ‘북한강 산천호’ 등 다양한 뱃놀이 기구들이 운영된다. 워터 슬라이드를 갖춘 ‘강변 물놀이장’과 어린이를 위한 ‘붕어섬 물놀이장’, 수생식물과 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붕어섬 생태체험장’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캠핑마당’은 텐트를 제공하는 ‘예약 텐트촌’과 장소만 제공하는 ‘자율캠핑촌’으로 이원화됐다. 200동 규모인 예약텐트촌은 1박에 3만원이다. 이 가운데 2만원은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 준다. 자율캠핑촌은 1박에 2만원이다. 역시 1만원은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대한민국 창작쪽배 콘테스트’도 함께 열린다. (재)나라 1688-3005. 경북 봉화 내성천에선 27일~8월 3일 봉화은어축제가 열린다. 대표 프로그램은 은어 잡기다. ‘어획량’ 늘리는 비결은 간단하다. 시작과 동시에 물의 유입구, 혹은 퇴수구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사람들에 놀란 은어가 몰리는 곳이 대부분 물이 들고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참가자들이 원을 그린 뒤 점차 폭을 좁혀가며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잡은 은어는 곧바로 구워먹는다. 축제장 곳곳에 굼터가 마련돼 있다. 은어잡이 입장료는 어른 1만원이다. 이 가운데 4000원은 봉화군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봉화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054)679-6311~6.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땀띠공원에선 8월 2~11일 ‘평창더위사냥축제’가 열린다. 땀띠물은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냉천수다. 이 물로 목욕을 하면 몸에 난 땀띠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은어·송어 맨손잡기, 대화천 반두 물고기 잡기 등 천렵 프로그램과 감자캐기, 땀띠물 족욕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입장료는 천렵 프로그램 각각 1만 5000원, 캠핑 2만 5000원, 텐트임대캠핑 3만원이다. 이 가운데 5000원은 대화면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군악대 연주 등 매일 밤 다채로운 콘서트도 열린다. 평창더위사냥축제위원회 (033)334-2277.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남극 밑 신비의 호수 보스토크에 생명체 산다”

    남극 대륙 빙하 4000m 아래 숨겨져 있는 거대 호수 보스토크호에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볼링그린 주립대 연구팀은 보스토크호 표면에서 굴착한 얼음을 분석한 논문을 미국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발표됐다. 신비의 호수로 알려진 보스토크호는 길이가 무려 230㎞에 이를 만큼 거대 호수지만 빙하 밑에 숨겨져 있어 1950년대가 되서야 처음 인간에게 발견됐다. 특히 이 호수가 가치가 있는 것은 1500만년 이상 세상과 단절된 채 존재해 왔다는 점이다. 두꺼운 빙하가 영하 60도에 이르는 공기를 차단하고 지구 내부의 지열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보스토크호에 태초의 비밀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과연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연구팀은 3500m 지점에서 굴착한 얼음을 바탕으로 분석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수천종의 박테리아와 단세포, 다세포 생물을 찾아냈다. 연구를 이끈 스코트 로저스 박사는 “우리가 추측한 것 보다 더 고등한 생명체가 호수에 있을 수도 있다” 면서 “이같은 엄혹한 환경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경외감까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호수를 직접 탐사한 것이 아닌 간접적인 연구라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으나 물이 있는 외계 행성 지하 깊은 곳에도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북극항로가 불황탈출길 될까…조선업계, 수주 등 기대 만발

    국내 조선업계가 ‘꿈의 뱃길’이라고 하는 새 북극항로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선박의 운항 시간을 40%, 연료를 20%나 절감할 수 있어서 운항선 발주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북극해의 자원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고부가가치 해양 플랜트 사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한국~오호츠크해~베링해~극지해~북해~유럽으로 이어지는 새 북극항로가 열렸다. 때마침 지난 5월 한국은 중국과 함께 ‘북극이사회’의 공식 옵서버 자격을 취득했다. 북극 현안에 대한 국가 논의 기구인 북극이사회는 노르웨이 등 8개 회원국과 일본 등 12개 옵서버로 구성됐다. 이들 국가는 북극 환경보호 등의 책임과 함께 자원개발에 관해 많은 권한을 갖는다. 북극해에는 전 세계 미개발 자원의 22%가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해양 플랜트 산업의 강국이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러시아 선사로부터 총 6조원에 이르는 LNG 쇄빙 운반선 16척을 한꺼번에 수주한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은 서브시(Subsea·심해) 연구·개발(R&D) 팀을 만들고 본격적인 북극해 시장 진출에 대비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영하 25도에서 60㎝의 얼음을 깨고 나갈 수 있는 아이스클래스 쇄빙 LNG선을 건조한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2007년과 2008년 러시아에 7만t급 극지용 쇄빙 유조선을 인도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내빙 설계를 적용한 극지용 드릴십을 개발,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수주 실적이 많지 않지만 쇄빙용 LNG선 및 컨테이너선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북극해의 시장성을 지켜보면서 내빙 기능을 갖춘 아이스클래스급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나가요!” 쇄빙선 밀어내는 아기 북극곰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제발 우리 집에서 나가요!” 어린 북극곰 한 마리가 거대한 얼음땅 위에서 쇄빙선을 밀어내는 모습이 찍혀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서 한 관광 쇄빙선이 유빙을 헤치고 나아가는 앞에 아직 어린 북극곰 한 마리가 길을 막아서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크리스 웨스트우드라는 이름의 한 선원이 촬영한 이 사진에는 이 북극곰이 마치 애처로운 눈빛으로 더는 들어오지 말라고 애원하듯 앞발로 배를 막아선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후 쇄빙선이 뒤로 빠져나갈 때 찍은 사진에는 이 북극곰이 마치 작별인사를 하듯 뒷발로 일어선 모습도 찍혔다. 한편 스발바르제도에는 약 3000마리의 북극곰이 서식하고 있다. 이 제도는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의 번식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 북극곰과 다른 야생동물을 보기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금세기 가장 밝은 혜성 ‘아이손’ 온다

    금세기 가장 밝은 혜성 ‘아이손’ 온다

    금세기 가장 밝은 혜성으로 점쳐지고 있는 아이손(C/2012 S1 ISON) 혜성의 최신 이미지가 공개돼 눈길을 끈다. 2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이 사진은 5월 8일 허블 우주망원경의 광시야 카메라 3(WFC3)을 통해 가시광선으로 촬영해 보기 쉽게 푸른색으로 착색 가공한 것이다. 아이손 혜성은 당시 지구에서 약 6억 4400km 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를 지나고 있었다. 사진 속 눈물 모양의 혜성 꼬리는 태양열로 핵 얼음이 증발하면서 가스와 먼지를 분출해 형성된 것이다. 아이손은 오는 11월 28일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금세기 가장 밝은 혜성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아이손 혜성의 이름은 지난해 9월 이를 발견한 러시아의 과학자 비탈리 네브스키가 속한 기관인 국제 과학 광학 네트워크(ISON)에서 유래됐다. 사진=NAS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아웃도어 업체, 산악인 사지로 몬다?

    귀국 보고를 겸한 간담회를 마친 지 사흘이 됐는데 머릿속에 세 가지 질문이 지워지지 않는다. 한국인으로 처음 히말라야 14좌를 인공산소의 도움 없이 완등한 김창호 대장의 쾌거에 박수를 보내야 할 자리였는데 지난 3일 간담회에는 내내 가슴 먹먹한 침묵이 깔렸다. 안타깝게 빙원(氷原)에 스러진 서성호 대원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기자들은 산 아래의 사람들이 산 위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갖는 의구심을 대신 풀어야 한다는 숙명에 짓눌려 얼음처럼 차가운 질문을 던졌다. ‘지금도 그렇게 값어치 있는 일이었다고 확신하느냐?’ ‘10여년 전 파키스탄 히말라야를 홀로 헤매던 김창호와 아웃도어업체 몽벨의 후원을 받아 14좌를 완등한 김창호의 간극은 없느냐?’ ‘일부에선 아웃도어업체가 경쟁을 부추겨 근래 적지 않은 불상사를 초래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등. 김 대장은 30여년 산과 인연을 맺은 선배의 첫 번째 질문에 “생명보다 소중한 것을 꼽으라면 없다. 성호가 한사코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이 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산악인은 다른 이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산 위에서 깨닫는다. 성호가 단순히 (무산소 완등) 기록 때문에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있었고 그걸 뒷받침할 풍부한 등정 경험이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대장으로서 그의 눈빛을 바라보며 그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답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선 “고산 등반 틈틈이 해발 고도 7000m급 봉우리 7개를 초등했다는 점이 답이 될지 모르겠다”고 에둘렀다. 간담회 말미에 나온 ‘수평 여행’ ‘창의적 고도’ ‘산을 모르는 이들과의 소통’(서울신문 4일자 29면) 등도 이런 답의 연장 선상이었다. 사실 마지막 질문이 가장 난감했다. 기자 생각에도 필요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몽벨 관계자가 실토한 대로 최근의 경기 둔화에도 가장 견실한 성장을 지속한 것이 아웃도어 업체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비용을 댈 수 있는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끼리의 후원 경쟁이 산악인들을 사지로 내몬다는 주장은 근거가 박약해 보인다. 몽벨 관계자도 탐사나 등반 계획에 일절 간여하지 않았으며 마케팅 모멘텀을 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아웃도어업체들도 이 점은 새겼으면 하다. 산악인들을 후원하는 일이 유통 마진을 줄이려는 노력을 회피하려는 방패로 활용돼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북한산 아래에 늘어선 호사스러운 대리점들을 바라보며 늘 품었던 의구심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④한강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④한강

    >>청계천:거꾸로 흐르는 역수(逆水)가 서울 풍수의 핵심 서울은 하천의 도시다. 서울 바닥에는 35개의 하천이 흐른다. 큰 하천은 강(江)이요, 작은 하천은 내(川)다. 한강이 모든 하천의 본류이자 유일한 강이며 나머지 청계천, 중랑천, 홍제천, 불광천, 양재천, 안양천, 탄천, 고덕천, 성내천 등이 한강의 지류인 하천이다. 하천의 발원지는 대부분 북한산, 도봉산, 남산, 관악산이다. 2000년 이전에는 한강을 제외한 34개 하천의 31%가 복개돼 생명을 잃었다. 2005년 10월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19개 하천 복원 계획이 세워져 지금까지 15개의 하천이 되살아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절반가량의 하천이 청계고가를 뜯어내고 복개도로의 배 속을 갈랐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누워 있다. 빛과 바람이 끊기면서 광합성 활동이 정지된 지하 세계에 남아 있다. 정도전의 북악주산설(北岳主山說)에 의한 한양 풍수의 핵심은 북악을 주산으로 목멱산(남산)이 내명당(內明堂)을 이루는 혈(穴) 자리에 경복궁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도읍 중심부에 개천(청계천)이 흐르고 외명당(外明堂)을 이루는 목멱산과 관악산 사이에 한강이 흐르도록 설계했다. 청계천을 내수(內水), 한강을 외수(外水)라고 불렀다. 서울을 관통하는 두 개의 하천, 한강과 청계천은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본류인 한강은 태백에서 발원해 황해로 흘러가지만 지류인 청계천은 역으로 북악에서 발원해 사대문 중심부를 흐르고서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청계천을 역수(逆水)라고 한다. 풍수에서 ‘세상만사는 순(順)해야 하나 지리(地理)는 역(逆)해야 한다’는 이치 그대로다. 풍수에 따르면 거꾸로 흐르는 청계천의 역기(逆氣)가 사대문 안을 조선 도읍터로 600년 세월을 버티게 한 ‘힘’이라고 풀이한다. >>한강의 섬과 나루:여의도 등 10여개 크고 작은 섬들 물길 따라… 뚝섬, 잠실(잠실도), 여의도, 난지도가 대표적 하중도(河中島)였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300년 전 강원도를 여행하고 나서 “홍수가 나서 산이 무너지면 한강으로 흘러들어 한강의 깊이가 점점 얕아진다”라고 기록했다. 한강을 따라 흘러들어 온 모래와 흙은 자연 제방과 삼각주 섬을 형성했다. 한강변 지명에 섬 도(島)와 나루 진(津) 자가 많이 들어 있는 이유다. 눈에 보이는 밤섬, 노들섬, 선유도를 하중도의 전부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불과 60년 전만 해도 한강에는 뚝섬, 잠실도, 여의도, 난지도 같은 큰 섬을 비롯해 석도, 부리도, 저자도, 선유도 같은 크고 작은 10여개의 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었다. 광나루(광진)부터 뚝섬, 이촌, 노량진, 양화진(합정)까지 은빛 백사장으로 이어져 강(江)수욕을 즐기던 자연 휴양지였다. 뽕나무가 숲을 이룬 잠실은 대대적인 매립공사가 이뤄진 1971년 이전에는 강북 쪽에 근접해 있었다. 지금은 내륙의 인공호가 돼 버린 석촌호수는 한강의 물줄기가 이곳으로 흘렀던 유일한 증거로 남았다. 난지도는 이름처럼 꽃섬이었지만 쓰레기매립장으로 둔갑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동호대교 아래 저자도는 정선의 그림에 등장하는 경승지였으며 얼음을 채빙하는 벌빙꾼이 살았다. ‘신선이 노닌다’는 선유도는 정수장이 되었다가 공원으로 돌아왔다. 1968년 한강제방과 여의도를 짓는 골재 채취로 파괴된 밤섬은 자연의 치유력으로 기적처럼 되살아나 철새도래지가 됐다. 지금은 서강대교를 머리에 이고 있다. 조선시대 한양은 전국의 재물이 모이는 수운(水運)의 중심지였다. 한강 중 한양을 감싸고 흐르는 강을 경강(京江)이라고 불렀는데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쳐 경강상인들이 용산과 마포 그리고 서강 나루를 주름잡았다. 두모포(두무개)와 뚝섬은 땔나무의 집산지였다. 송파나루에는 쌀과 지방 특산품 등이 몰렸다. 고려시대 한강은 사평도(沙平渡) 또는 사리진(沙里津)이라고 불릴 정도로 모래 천지였다. 광나루, 뚝섬, 난지도 등이 퇴적 사면이며 백사장이었다. 한강 나루를 이루는 이촌은 사평리(沙坪里)라고도 불렸고 광나루 둔치는 서울의 마지막 강수욕장이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선거 구호가 난무했던 1959년 대통령 선거 유세장에 20만 인파가 구름 떼처럼 몰린 곳이 한강백사장이었다. 한강제방이 축조되기 전 경원선(지금의 용산~성북 간 전철) 철길 바로 옆 지금의 동부이촌동에서 흑석동까지가 바로 그곳이다. 이때 강물은 흑석동~노량진 언덕에 붙어 가늘게 흐르고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10만, 15만명의 인파가 강수욕을 즐겼다. 겨울이면 천연 얼음 스케이트장이 제공됐다. 60년 전 한강 풍경이다. >>3차례 한강 개발:개발독재시대의 비극 3차례의 한강 개발 사업은 한강의 쓰임새와 풍광을 바꿨다. 지도를 다시 그려야 했다. 강변은 콘크리트 호안과 도로가 됐으며 강수욕을 즐기던 모래밭은 매립용 모래로 쓰였다. 한강은 ‘강물’이 주가 아니라 ‘강변’이 주가 되는 이상한 강이 됐다. 손이나 발을 담글 수 없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변했다. 일차적인 원인은 홍수와의 전쟁 때문이었다. 한강 상류에 댐이 없고, 제방이 없던 시절 물난리는 최악의 재앙이었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용산, 뚝섬, 광진, 여의도, 잠실, 압구정동, 신사동, 반포, 잠원이 잠겼다. 이때 몽촌토성과 암사동 유적지가 발견됐다. 한강은 자원이 아닌 극복의 대상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한강철교 폭파에서 보았듯이 군사정권은 한강을 피란 시간 확보 대책용으로 여겼다. 1967년 김현옥 서울시장이 급조한 ‘한강 개발 3개년 계획’에 따라 강변을 메워 제방을 쌓았고, 제방 위에 강변도로가 건설되고, 여의도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윤중제가 건설되고, 잠실이 내륙이 됐다. 택지 개발과 도로 건설을 목적으로 한강을 파괴한 것이다. 서울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대비용으로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진행된 ‘한강종합개발계획’에 따라 2개의 수중보(잠실보와 신곡보)와 올림픽대로, 한강둔치공원이 들어섰다. 두 번의 공사를 거친 이후 한강은 본모습을 잃었다. 풍광은 사라졌다. 혹자는 ‘빠질까 봐 겁나는 강’ ‘거대한 콘크리트 호수’라고 깎아내린다. 개발독재시대의 즉흥적인 개발이 빚은 비극이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2001년 펴낸 ‘한강의 어제와 오늘’에서 1982년 착공한 한강종합개발사업을 “말끔하게 정리된 한강의 모습이 보기에 좋을지 모르나 자연미의 상실과 함께 한강 본래의 생태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고 말았다.…한강종합개발사업은 한강 자연 하천의 모습을 앗아갔으며 생명 서식지 교란으로 한강 생태계를 크게 바꾸어 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울 도심 속에서 한강 생태계가 갖는 기능과 역할은 경제 가치로는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라고 기록해 놓았다. 2007년 오세훈 시장이 내건 ‘한강 르네상스’도 구호만 요란했을 뿐 저수 제방 탈피, 호안 콘크리트 철거라는 한강 복원의 핵심에는 손이 미치지 않았다. ‘유람선과 요트가 떠다니는 한강’이라는 서구식 만화경에 매달려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 >>한강 복원:도시고속도로 울타리를 걷어내자 동서로 뻗은 두 개의 도시고속도로가 거대한 철책선처럼 한강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고 있다. 강은 도시와 유리된 채 따로 흐른다. 서울은 남과 북으로 인위적으로 절단됐으며 서울 사람은 강북 사람, 강남 사람으로 나뉘었다. 양쪽은 다리로만 통행한다. 자전거길과 산책길이 부분적으로 열렸지만 강북 사람은 강북 쪽으로, 강남 사람은 강남 쪽에서 다닐 뿐이다. ‘한강의 남북 절단’에서 ‘한반도의 분단’이 떠올려진다. 환경학자들은 두 도로를 일반도로로 바꿔서 건널목과 신호등을 놓아 사람들이 자유롭게 건너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스전용차선을 놓거나 전차를 놓는 방법도 제시됐다. 한강은 사람들을 위해 심장(잠실)과 내장(여의도)을 아파트 택지로 내놓았다. 두 개의 보(洑)가 목젖과 다리를 각각 누르고 있고, 29개의 한강 다리가 포박하고, 고층 아파트 숲이 태양과 바람을 가로막고 있다. 양팔과 두 발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도로가 돼 꼼짝달싹 못하지만 묵묵히 흐를 뿐이다. 이제 한강을 풀어줘야 한다. 한강은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지난해 서울 시민 1000명에게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37%가 한강을 꼽았다고 한다. 남산타워(35%)와 경복궁(25%)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에게도 ‘한강의 기적’은 한국과 한국의 경제성장을 대표한다. 우리는 60년 전 아름다운 섬과 백사장이 있었던 시절의 한강을 잠시 잊고 있다. 다리 위에서, 배 위에서, 자전거 위에서,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강이 아니라 손발을 담글 수 있는 강이 필요하다. 사람이 자유롭게 다가갈 수 있는 진정한 한강 복원이 이뤄져야 서울 소통, 한민족 통합도 가능하다. 서울이 세계 최고의 관광 휴양 도시로 발돋움하는 건 덤이다. 파괴된 밤섬이 20년 만에 기적처럼 스스로 살아난 것이 그 예언이다. joo@seoul.co.kr
  • [기고] “북극항로 발진 기지는 동해·속초항이 최적”/김종민 강원발전연구원장

    [기고] “북극항로 발진 기지는 동해·속초항이 최적”/김종민 강원발전연구원장

    지구 온난화로 북극이 녹으면서 방대한 북극권 지하자원의 경제적 개발이 가능해지고, 무엇보다 해운 물류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서 북극의 상징이자 횡단 항해를 막았던 얼음과 빙하가 여름철에는 없어지고, 2030년쯤에는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가는 고통을 없애 준 수에즈 운하, 그리고 남미의 끝 마젤란 해협을 거쳐 북미로 가야 했던 수고를 덜어 준 파나마 운하의 독보적 지위가 일거에 무너지게 된 것이다. 2009년 8월 건축 자재를 싣고 울산항을 떠난 독일 벨루가 해운의 화물선(길이 138m, 9611GT) 2척이 최초로 쇄빙선의 도움 없이 강원 앞바다→태평양→북극해→대서양을 거쳐 세계 최대 무역항의 하나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는 북극항로의 상업 운항에 성공했다. 수에즈를 거치는 남방항로보다 4000해리, 무려 7408㎞가 단축되고, 항해 일수는 10일이 줄고, 척당 운항비는 30만 유로가 절감됐다. 소말리아 해적의 위협도 없었다. 울산→강원 앞바다→북극해→뉴욕 항해도 파나마 운하 경유보다 5000㎞, 6일이 단축된다. 북극해 자유횡단 선박은 2010년 6척, 2011년 18척, 지난해 46척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예나 제나 강한 나라, 잘사는 나라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무역로를 확보해 왔다. 경제의 80%를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항공은 최단의 폴라 루트를 이용하지만 육상은 비무장지대(DMZ) 때문에 대륙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다. 해상은 수에즈나 파나마 운하를 사용하는 남방항로 단선에 의지하고 있다. 세계 8위 무역국가의 교역망 치고는 취약하기 그지없다. 열리는 북극항로는 우리 경제의 교역로를 획기적으로 보강하고, 활로를 열어주는 지렛대이자 세기적 기회이다. 북극항로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면 비교우위가 확실한 국내 발진기지의 확보가 관건이다. 무역국가의 사활이 걸린 수송 비용의 최소화와 교역 효율의 최대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력의 60%가 몰린 수도권에서 생산·소비되는 재화와 서비스를 북극항로로 교역하려면 강원 동해나 속초항이 최적이다. 경기 파주의 LG나 충남 탕정의 삼성 제품을 북극해를 거쳐 로테르담까지 보내려면 강원 앞바다로 나오게 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파주·탕정→동해항→강원 앞바다는 250㎞, 3시간이 걸리나, 파주·탕정→남해안 항구→강원 앞바다는 900㎞, 3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동남산업벨트지역 제품도 육로→동해항→강원 앞바다로 운송하면 육로→남해안 항구→강원 앞바다보다 20시간 이상 단축할 수 있다. 남방항로보다 무려 3분의1 이상 단축되는 북극항로는 신의 선물이자 복음이다. 강원 동해안에 북극항로 발진기지를 만들어 시간·거리를 추가 단축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며, 새로운 국가 생명선의 창출과 북방경제 실리의 확보를 위한 우리의 당위이다. 북극항로를 세계무역 5위, 소득 4만 달러 시대로 가는 성장동력으로 만들려면 동서횡단 운송능력의 전략적 강화 또한 필수이며,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가 하루빨리 건설돼야 하는 까닭이다. 이는 동해안 경제자유구역과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담보하며, 새로운 동북아시대 주도권 확보의 디딤돌이기도 하다.
  • 뗏목 타고 포도 따고… 가족과 ‘힐링여행’ 떠나요

    뗏목 타고 포도 따고… 가족과 ‘힐링여행’ 떠나요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피서지에 대한 ‘폭풍 검색’이 시작되는 시기다. 특히 자녀들의 여름방학에 맞춰 휴가 계획을 세워야 하는 가정마다 힐링과 교육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여행지를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을 터다. 이럴 땐 농산어촌 체험 마을이 좋은 대안이 된다. 어른들에겐 고향의 향수를, 아이들에겐 싱싱한 농촌 체험을 안겨주는 힐링 명소 다섯 곳을 소개한다. ① 종갓집만 8곳 경북 영덕 인량 전통테마마을 극히 드물게 한 동네에 8개 성씨의 종실이 있는 마을(narabori.go2vil.org)이다. 걸출한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 만큼 역사와 전통이 마을 곳곳에 살아 숨 쉰다.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과 이색, 나옹화상 등이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인량’(仁良)이란 이름도 마을의 풍속이 순후하고 효행과 학문이 높은 선비가 많아 붙여졌다. 400년 가까이 우계파 종가 노릇을 하고 있는 우계종택 등 도시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고택들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차 타고 종택 둘러보기’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유교 전통과 예절 등을 배우는 시간도 갖는다. 주변에 고래불해수욕장 등 유명 관광지도 많다. ② 벌꿀 딸 수 있는 전남 순천 용오름마을 꿀벌이 테마인 마을(oreum.go2vil.org)이다. 대단위 한봉업을 하는 마을이어서 꿀 채취는 물론 밀랍을 이용한 양초 만들기, 한봉 분양받기, 꿀벌 생태 관찰 등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햇볕에 말린 태양초 고추에 벌꿀을 넣어 만든 태양초 꿀고추장을 이용한 요리는 이 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농사 체험뿐 아니라 대나무로 만든 다양한 도구로 물고기를 잡거나 활 쏘기 등 전통 체험도 할 수 있다. 마을 안쪽으로 흐르는 계곡에선 물놀이를 즐기기에 딱 좋다. 자그마한 마을을 돌아 나가는 물줄기치고는 제법 깊고 빼어나다. ③ 포도가 주렁주렁 충북 영동 금강모치마을 갈기산과 비봉산을 돌아 나온 금강 상류의 물줄기가 굽이쳐 흐르는 마을(mochi.go2vil.org)이다. 갈기산 기암절벽에서 흘러내리는 샘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한 이후부터 장수마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적인 포도 산지 가운데 한 곳인 학산리에 터를 잡고 있다. 포도와 블루베리 등을 수확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직접 딴 포도와 블루베리로 와인이나 잼 등을 만들기도 한다. 맑은 금강에서 ‘올갱이’(다슬기의 사투리) 잡기 등 다양한 물놀이와 나무 ‘구루마’(수레) 타기 등의 전통 체험 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주변 볼거리로는 월류봉과 반야사, 등이 꼽힌다. ④ 얼음 같은 계곡물 경기 양평 수미마을 맑은 물과 맛있는 쌀의 산지란 뜻에서 이름 지어진 마을(soomyland.com)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멀지 않다는 것도 강점이다. 최근 ‘도농 교류 홍보 메신저’로 선정된 축구 선수 송종국 가족이 홍보 영상을 촬영한 장소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여름철엔 역시 물가에서 즐기는 수중 슬라이드가 인기다. 원시어로법인 노방렴으로 물고기 잡기, 딸기 찐빵과 인절미 만들기 등의 이색 체험 프로그램도 관심을 끈다. 차로 5~10분 정도 나가면 곤충박물관과 민물고기생태학습관, 황순원문학관 등의 다양한 체험 학습관과 만날 수 있다. 용문산과 산음자연휴양림도 가깝다. ⑤ 해수욕장·갯벌 동시에 충남 서천 동백꽃마을 형상이 조개를 닮았다는 마을(camellia.invil.org)이다. 조개가 많이 나 합전(蛤田)마을이라 불리다 봄과 여름철 마을 곳곳에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것에 착안해 동백꽃마을로 ‘개명’했다. 마을은 서쪽으로 서해와 접했고 남쪽으로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전북 군산시와 마주보고 있다. 마을 앞은 너른 갯벌, 뒤로는 대나무 숲과 크고 작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갯벌에서 썰매와 뗏목 타는 재미가 각별하다. 조개를 캐 구워 먹는 맛도 쏠쏠하다. 주변 대숲에서 나온 죽통에 밥을 지어 먹는 죽통밥, 죽염 된장찌개도 맛볼 수 있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입양아 군데르센, 모국서 재기 도전

    입양아 군데르센, 모국서 재기 도전

    해외 입양아 매티어스 군데르센(28)이 27년 만에 모국 땅에서 새 출발을 노리고 있다. 노르웨이 아이스하키 국가 대표팀에서 수문장으로 활약했던 군데르센은 안양 한라 입단을 위해 지난 1일부터 3주간 진행되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15개월의 공백기에도 탄탄한 기본기와 민첩한 몸놀림으로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었다. 1985년 태어난 지 반 년만에 노르웨이로 입양된 군데르센은 양부모 밑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대성했다. 5살 때 처음 스틱을 잡고 얼음판을 누비더니, 11살부터는 골키퍼로 포지션을 굳혔다. 노르웨이 주니어대표-성인대표를 차곡차곡 밟았다. 특히 2005년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A그룹에서는 팀이 치른 5경기에서 모두 골문을 지켰다. 대회 최저인 경기당 실점률 2.36, 세이브 0.922로 노르웨이에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노르웨이가 톱 디비전에 나섰던 2006년 IIHF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강호 캐나다전에서 교체 투입돼 30분간 1실점(17세이브)으로 잘 막아 주전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상승세는 2007년을 고비로 한풀 꺾였고, 사타구니 부상으로 링크에 서지 못하면서 잊혀갔다. 2010~11시즌 노르웨이 2부리그 코멧에 둥지를 틀고 두 시즌 연속 리그 최저실점률로 활약했지만 지난해 3월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됐다. 선수 생활을 접고 평범한 회사원이 된 군데르센은 지난달 5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러브콜을 받고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 29일 입국해 1일부터 훈련에 나선 그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심의식 한라 감독은 “한국 아이스하키에 얼마나 적응할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군데르센의 의욕도 하늘을 찌른다. 그는 “오랜만의 훈련이라 조금 힘들지만 몸 상태는 좋고 빨리 적응할 자신도 있다”면서 “한라와 계약해 아시아리그 최고의 골리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고향극장(KBS1 밤 10시 50분) 웬만한 약초에는 훤한 약초박사 금옥씨와 천지분간 못 하는 초보 약초꾼들이 약초 찾아 삼만리 산행을 시작했다. 독초냐, 약초냐 고민하는 이들의 예측불허 위기일발 상황이 이어진다. 과연 금옥씨와 초보 약초꾼들은 무사히 산을 내려올 수 있을까. 탤런트 김미경의 맛깔스러운 내레이션이 함께한다. ■은희(KBS2 오전 9시) 성재는 은희의 출근으로 사무실 일이 너무나 즐거워진다. 성재가 전에 없이 일을 열심히 하자 속사정을 알 리 없는 금순은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한편 금순이 20년 전 고향 사람과 형만을 비롯한 옛이야기를 나누게 되자 석구는 더할 수 없는 압박감을 느낀다. 이에 우연히 재필로부터 정옥이 일하는 곳을 알게 된 석구는 국밥집으로 발길을 옮긴다. ■MBC 특별기획 구암 허준(MBC 밤 8시 55분) 허준(김주혁)은 해부도를 참고하며 정성스럽게 반위를 치료하지만 약속한 기일이 다가와도 병의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 예진(박진희)과 소현(손여은)은 초조해하며 눈에 보이는 병증인 구안와사부터 다스릴 것을 권유하지만, 허준은 포기하지 않는다. 한편 김병조(이찬)는 심한 고통을 느끼며 토혈을 한다. ■꾸러기 탐구생활(SBS 오후 4시 30분)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유와 얼음, 그리고 소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얼음과 소금으로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을까. 꾸러기 탐구대원들과 실험에 나선다. 한편 넘어질 때도 요령만 있으면 다치지 않는다는데…. 유도의 기본 기술인 낙법에 대해 배워 보고,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도 탐구해 본다.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규슈는 일본의 다른 섬에 비해 예부터 새로운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곳이자 본연의 전통을 간직해 온 곳이기도 하다. 그들이 지켜온 전통을 따라가는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 오랜 전통을 이어온 도자기 마을, 온타로 향한다. 기하학적 무늬가 특징인 온타 도자기를 만드는 이곳의 풍경은 모든 걱정을 씻어주는데…. ■더 워(OBS 밤 9시 50분) 탈레반이 설치한 급조폭발물에 희생되는 병사들과 민간인들. 10년 이상 계속된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은 황폐해지고, 사람들의 피해는 더 커져만 간다. 계속되는 전쟁의 참상, 물러설 수 없는 전투와 피할 수 없는 총격전. 이제 막 성인이 된 앳된 병사들이 바라본 혹독한 전쟁의 실체와 군인의 눈으로 기록한 아프가니스탄의 치열한 교전 기록이 공개된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마침 곽개천이 잡은 산적들을 이끌고 당도하여 수직과 기찰을 반복하던 동무들은 한시름 놓았으나, 곽개천에게는 숨 돌릴 말미도 없게 되었다. 오뉴월 억수장마에도 빨래 말미는 있다 하였으나 지름길을 많이 알고 있는 곽개천에게는 그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천봉삼을 사칭한 자는 자기가 원상을 사칭한 것이 들통나 인질로 잡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데도 죽이든지 살리든지 양단간에 아퀴를 짓지 않고 밥 먹이고 잠재우는 데 소홀함이 없음에 더욱 불안하여 전전긍긍이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덮지 않은 채 등걸잠으로 헛코를 골며 달게 자는 척하지만, 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형편이었다. 또다시 줄행랑을 놓아볼 생각도 굴뚝같았으나, 요즘은 만기뿐만 아닌 동배간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수직을 서는 바람에 굽도 젖도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뒷간 가는 길까지 놓치지 않고 뒤쫓아 다녔기 때문이다. 곽개천은 한나무재에서 칼을 맞았으나 갈약으로 쓰기도 하는 질경이를 씹어 붙여 지혈을 시키고 통행전을 찢어 수습한 덕분에 행보에는 구애를 겪지 않았다. 도방에 당도한 그는 궐자를 잡아 꿇리고 물었다. “이제 네가 우릴 향도해서 찾아갈 곳이 있다. 어디로 가려는지 알고 있겠지?” “….” “네놈이 달포가 넘도록 아침저녁으로 더운밥에 절절 끓는 아랫목에서 구완을 받고 이제 쾌차하였다면 보은할 때가 되었지 않았나. 네가 무뢰배들이나 적굴 놈들에게 걸려들었다면, 너는 진작 그 산기슭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지금쯤 네 살점은 개호주나 갈가마귀가 뜯어먹고 허연 해골로 떼굴떼굴 굴러다니고 있었을 터, 우리의 대접이 소홀하지 않았는데도 틈만 있으면 도타해서 둔적할 궁리만 하였더냐? 네가 세도하는 양반 처지도 아닌 터에 달포가 넘도록 아무 하는 일도 없이 매팔자로 지냈으면 족하지 무엇이 부족해 주둥이를 열지 않고 있느냐?” “….” “이놈아, 며칠 전까지도 되반들거리는 낯짝을 쳐들고 말대꾸가 얼음에 박 밀듯 거침이 없더니, 지금은 어째서 꿀 먹은 벙어리냐? 사람이란 궁달에 때가 있는 법, 네가 자칫 삐끗하여 이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야. 새우는 대대로 곱사등이라더니 아직도 적굴 생활에 미련 두고 있나? 지금 잡혀 와서 포박되어 있는 네놈의 동배간들을 빤히 보았으면서도 정신을 못 차리겠느냐?” “성님…이놈이 볼깃살이 근질근질한 모양입니다. 내친김에 난장박살을 시켜버립시다.” 진작 직토하지 않은 위인에게 홧증이 난 동무 하나가 추살(推殺)을 시키자고 아드득 이빨을 사려물자 얼굴이 원숭이 볼기짝이 되어 안절부절못하던 위인은 그제야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나으리, 쇤네가 무슨 염치가 있어 은휘할 것이 있겠습니까. 쇤네를 구급하여 목숨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에게 은혜 갚을 일만 남았습니다.” “너희들의 산채가 여기서 멀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내일 중으로 산채를 찾아내서 비당을 모조리 섬멸하지 못하면, 저들의 앙갚음으로 우리 도방을 쑥밭으로 만들어버릴 터. 네가 우리에게 진 빚을 탕감하자면 우리 앞장에 서서 산채까지 인도해야 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섶 지고 불로 뛰어들라 해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궐자가 지목해준 대로 십이령길로 들어섰다. 그 길은 곽개천이 속으로 겨냥하고 있었던 길목과 일치했다. “성님 이 길목을 성님이 짐작하고 있었던 바로 그 길목이 아닙니까.” “우리가 잡은 산적들에게 구초(口招)를 받아보니까, 역시 이 길목을 가리켰다네. 내 짐작과 궐자들의 구초가 일치하는 것이야.” “저놈도 거짓말로 둘러대진 않네요.” 하지만 곽개천이 행수로 있는 상대는 이렇다 할 병장기를 갖추지 못했다. 끽해야 요도와 환도 따위들이 전부였다. 그런 병장기를 가지고 산채의 중심을 친다는 것은 객기였다. 그런데도 위인을 앞세우고 그 이튿날 서둘러 십이령길로 들어선 것이었다. 한나무재 계곡에 당도해서야 그들의 무모함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곽개천이 여섯 적당을 잡은 그 계곡에 당도해서 한나절을 보내고 난 뒤, 해가 질 무렵에 내성으로 떠났던 정한조 일행이 당도했기 때문이다. 정한조 일행이 당도함으로써 일행의 수효는 스물 대여섯으로 불어났고 화승총도 다섯 자루로 불어났다. 산채를 발견해서 원진을 치고 포위망을 조이다가 기습을 감행한다면, 삽시간에 소굴을 쑥밭으로 만들 수 있었다. 산채에 남아 있는 적당들이 많아야 열두서넛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었다. 적당들의 세력을 서너 곳으로 분산시켜 도륙을 낸 결과였다. 정한조의 계략에 걸려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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