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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전원일기] 강화 해풍 먹고 자랐다, 쑥쑥쑥… 그 쑥을 발효시켰더니, 슈퍼쑥

    [新전원일기] 강화 해풍 먹고 자랐다, 쑥쑥쑥… 그 쑥을 발효시켰더니, 슈퍼쑥

    겨울이 가고 얼었던 땅이 풀리자 쑥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흔하고 흔해서 누구도 귀히 여기지 않는 풀이다. 신화이긴 하지만 쑥은 곰도 인간으로 만들어 내는 약성을 가진 풀이다. 웅녀가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됐다는 건 쑥과 마늘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쑥은 그처럼 우리 땅에서 자생한 역사가 굉장히 긴 풀이다. 어머니는 들이 몸을 풀기 시작하면 자식들과 바구니 들고 들로 나갔다. 발품을 한 시간 남짓 팔면 땅을 뚫고 올라온 쑥 한 바구니를 채울 수 있다. 아버지는 들에서 캐 온 쑥으로 만든 쑥개떡을 좋아했다. 병을 앓던 중에도 쑥개떡이 먹고 싶다고 하실 정도였다. 쑥 캐다 쑥떡도 해 먹고 쑥국도 끓여 먹었다. 키가 좀 큰 ‘사자발 약쑥’의 쑥대는 여름철 모깃불을 대신하기도 했다. 예전엔 흔하던 것들이었는데 이젠 쑥떡 맛보기도 힘들고 쑥대의 모깃불 구경하기도 힘든 세상이 됐다. 그래도 쑥은 수천 년 전에도 가장 낮은 곳에서 피었고 그 시절 그대로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오늘도 피어 있다. 곰을 인간으로 만드는 약성도 그대로 간직한 채 수천 년 세월을 견딘 후 봄과 함께 우리의 들에 왔다. 종류에 관계없이 쑥들은 모두 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식용으로도 널리 쓰인다는데, 어쩌면 단군은 가난했던 서민들의 먹을 것과 병을 스스로 구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 이 땅에 그 씨를 뿌려 주었던 건 아닐까. 단군은 특히 강화도에 좋은 쑥을 내려 주었던 모양이다. 오래전부터 마니산과 해안가를 중심으로 좋은 약쑥이 자생했다고 한다. 지금도 강화도 여러 곳에서 재배되는 강화도 사자발 약쑥이 바로 그 쑥이다. 사자 발바닥 모양으로 단순하게 갈라져 잎 끝이 뾰족하고 약간 위로 오므려진 형태의 쑥으로, 강화의 산물 중 으뜸의 특산물이었다.지난 13일 강화도로 가기 위해 강변길을 달렸다. 강화대교를 넘자 갯내와 해풍이 밀려들었다. 좌우 야트막한 야산들이 푸르게 옷을 입고 있는데, 들이며 산 곳곳이 봄을 알리려 몸을 풀고 있었다. 논과 들판은 ‘복토’를 하며 갈아 엎었는가 하면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들불을 놓은 논밭들도 보였다. 멀리 보면 아지랑이가 들판을 덮으며 피어 오르기도 했다. 밭두둑에는 싹들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게 보였다. 눈여겨보니 희미하게 쑥의 싹도 보였다. 하루 이틀 사이로 기온이 오르면서 모두 얼굴을 내밀 듯했다. 아마 수백 년 전에도 그 자리에 배곯은 어떤 아낙이 쪼그려 앉아 쑥을 캤을 것이다. 지금도 그 자리에 쑥이 나오고 있다. 쑥은 여느 풀들과 달리 굉장한 서사를 가진 풀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지금 이 봄에 누구보다 소중한 이를 만나러 강화도에 온 것이다. 길에, 밭에, 논두렁과 밭두둑 따위에 흔한 쑥을 약으로 만들어 내는 농부인 강화약쑥마당의 전종덕(61) 대표를.#“해외에 ‘사자발 약쑥’ 알리기 위해 일·중·필리핀 어디든 갑니다” 사자발 약쑥을 재배하는 전 대표는 이틀 전 일본 도쿄국제식품박람회에 다녀와 여독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나를 맞이했다. “이렇게 해외에 우리 쑥을 알리려고 다니는 겁니다. 쑥 하면 몸을 따뜻하게 하는 풀이라는 거 다들 알잖아요. 그런 인식을 외국 사람들에게도 심어 주려고 해요. 쑥을 차로 만들어 수출을 하고 있는데 차 문화가 발달한 일본이나 중국을 상대로 한 번 도전해 보는 거죠.” 올해로 두 번째 일본을 다녀왔다고 한다. 필리핀, 싱가포르, 중국 등 차 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쑥은 어느 나라에나 흔하다고 한다. 그리고 쑥은 어느 나라에서나 명약의 역할을 해 왔다. 중국의 전설적 명의인 화타도 쑥으로 능히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명나라의 본초강목에는 특히 여성의 생식에 이롭다는 내용이 있다. 쑥은 분명 맛은 쓰지만, 성질은 따뜻한 풀이다. 예전 우리 할머니들은 임신한 여자가 아랫배 통증이나 하혈 등 유산의 기미가 보이면 쑥을 뜯어다 먹였다고 한다. 쑥은 불규칙한 생리 주기를 고르게 해 주고 얼음장처럼 찬 손발을 따뜻하게 해 준다고도 한다. 그리고 쑥은 옛날부터 생명력과 다산의 상징이었다. 생명력이 강해 어느 곳에서라도 잘 자라고 번식력이 왕성한 풀이다. 원자폭탄 투하 지역에서도 살아남은 강한 생명력의 쑥. 모질고 끈질긴 약초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그 약성에서는 우리나라 쑥을, 특히 강화도의 사자발 약쑥의 약성을 따라올 쑥이 없다고 한다.#“아내의 종양, 우연·정성이겠지만 쑥뜸으로 몇 년 만에 사라져” “집사람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어요.” 이젠 쑥처럼 흔한 병이 돼 버린 암. 전 대표와 부인 고효숙(57)씨는 지인들의 권유로 쑥뜸만으로 병이 치유되기를 바랐다. “강화도 사람들은 집안 어른들을 통해 그냥 뜸뜨는 걸 배워요. 밖에 나가서 그런 걸 하면 의료법이나 그런 것에 걸리지만 내 가족의 간단한 질병은 어른들로부터 배워 온 뜸으로 치료하고는 하죠. 암도 그렇게 치료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암이니 자가 치료로 병을 구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것도 하찮은 쑥으로 암을 이길 수 있을까 싶기도 했을 것이다. 고씨는 결국 자궁 절반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암이라는 녀석이 지독한 구석이 있어서 전이가 되는데 소화기 쪽 검사 과정에서 폐에 종양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고씨와 전 대표는 차마 그 과정을 더이상 겪을 수가 없어 뜸으로 해결해 보자고 다짐했다. 그런 후 병원 치료를 중단했다. 우연과 정성의 힘이었겠지만 그 후 뜸자리를 확인하고 집에서 그렇게 뜸을 뜨기 시작한 지 몇 년 만에 병원으로부터 종양이 사라졌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게 본격적으로 강화도 약쑥 농사를 짓게 되는 계기가 됐다.“우리 곁에 흔한 쑥인데 그렇게 치료가 되는 걸 보니까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던 우리 동네 쑥이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거 모두 접고 약쑥 재배를 시작한 겁니다.” 강화도 토박이로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돕는 등 농사에 필요한 노동은 익숙하게 해 왔던 그였다. 해군 제대한 후 자연스럽게 식물 사업부터 시작해 조경도 해 보고 토목 일도 하면서 제법 규모 있는 회사를 꾸려 나갔다. 그런데 토목 분야에서 마지막 하청업체이다 보니 간혹 건설사가 부도 나면 그동안의 자재비나 인건비를 고스란히 떼먹히곤 했다고 한다. 그 후 전 대표는 ‘농업경영인 강화군연합회’ 사무국장을 맡아 2000년부터 농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강화군의 특산물들을 전국에 홍보하러 다니는 일을 했다. 연합회장을 맡았던 2006년부터는 사자발 약쑥의 상품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보성의 녹차 산지에 직접 내려가서 한 달 동안 숙식을 하며 녹차 덖는 장인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을 정도로 열정을 갖고 일했다. 이때 배운 녹차 덖는 기술을 사자발 약쑥에 접목해 사자발 약쑥차를 최초로 개발했다. 하지만 쑥 농사는 귀농 작물로 염두에 두기엔 부적합하다고 한다. 지역의 특성도 고려해야 하고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 철만 수확해야 하고 판로 확보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래도 쑥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해 보면 새로운 길들이 보이리라. 단군이 이 땅의 서민들에게 쑥을 줄 땐 만인이 은혜 입기를 바라지 않았을까.#“딸이 인터넷 홍보·판매 담당하는 마케터… 작년 매출 3억 넘어” “그나마 딸이 나를 도와주겠다고 와서 크게 시름을 놨지요.” 딸 은진(27)씨가 강화약쑥마당에 합류했다. 주로 인터넷 홍보나 판매 등을 담당하는 마케터 역할이다. 딸이 오기 전에는 재배부터 생산, 가공, 포장, 택배, 수출까지 전 대표 혼자서 다 해냈다. 그래도 지난해 매출액이 3억 5000만원이었고 이 중 6000만원은 수출로 이룬 성과였다. 올해는 수출에서만 그 3배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제 내수 시장에서의 매출은 정해져 있어요. 수출에서 매출을 증대하려는 거죠. 그래서 지난주에도 일본을 다녀온 겁니다.” 나들이를 떠난 길이 아니라 도쿄 근처의 민박집을 얻어 동행한 분들과 밥 해 먹으며 박람회를 쫓아다녔다. 강화 약쑥을 알리기 위해서. 환갑이 넘은 나이이지만 그는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 내고 있다. #“상부 잎 15㎝만 채취해 세 번 세척해 덖어 주고… 72시간 발효” 약쑥마당 쑥차의 뒷맛이 달콤했다. 일반적으로 사자발 약쑥은 매우 쓴데 전 대표의 쑥차는 단맛이 났다. 비결은 보성에서 배워 온 녹차 덖는 방법에 있었다. 약쑥마당의 쑥차는 매년 단오를 전후해 상부 잎 15㎝만 채취한 후 세 번 세척해 덖어 주고, 비벼 주는 과정을 네 번 반복하고 중온에서 72시간 발효해 만들기 때문이다. “발효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며 이때 어떻게 해 주는가에 따라 뒷맛이 정해지죠.” 이런 그만의 장인 정신을 한국인들보다 일본인이 먼저 알아봐 주었다. 지난해 도쿄국제식품박람회에서 만난 일본인 바이어 아리마가 ‘쑥 스토리’까지 만들어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리마가 지어 준 이름이 ‘슈퍼 쑥’이었다. 지금 일본 수출은 그와 일을 진행하고 있다. 쑥 농사는 풀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풀을 잡지 못하면 그해 쑥 농사는 망한다. 그래서 봄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한다.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중국 시장은 망했죠.” 그는 쑥차를 팔기 위해 중국에도 다녀왔다. 그런데 지난 연말에는 그 이전 해와 달리 박람회장 부스조차 구석 자리인 데다 찾는 손님마저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강화도 사자발 약쑥차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드는 게 제 꿈이죠.” 유럽에도 쑥차를 들고 나가 볼 생각이란다. 머잖아 전 대표의 강화 약쑥차를 프랑스의 몽마르트르 언덕의 한 카페에서 마실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즈음 나도 몽마르트르 언덕을 해찰하며 어슬렁거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쓴이 소설가 전민식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 주요 작품으로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불의 기억’, ‘13월’, ‘9일의 묘’ 등.
  • [바른 말글]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가 흔히 쓰인다. 말할 것도 없이 굿 모닝(good morning)이란 영어 표현에서 빌려 온 것이다. 비슷한 쓰임으로 ‘좋은 하루!’,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표현이 있다. 영어 해브 어 나이스 데이(have a nice day)에서 차용한 표현이다. 그러나 ‘좋은 하루 되세요’는 비문(非文)이다. 되다는 ‘물이 얼음이 되다’에서처럼 보어가 필요한 동사다. 앞에 생략된 주어를 ‘당신’이라고 한다면 사람이 하루가 되라는 말밖에 안 된다. ‘보내다’라는 타동사를 써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틀린 말도 언중(言衆)이 쓰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굳어지기 전에 너도나도 바르게 쓰다 보면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급할수록 돌아가세요!’ 지름길 가려다 얼음 깨져 ‘풍덩’

    ‘급할수록 돌아가세요!’ 지름길 가려다 얼음 깨져 ‘풍덩’

    캐나다의 한 부부가 지름길로 얼어붙은 호수를 선택했다가 아찔한 봉변을 당했다. 15일 UPI에 따르면, 최근 마니토바주 매니고타간에 사는 코오나 코크레인은 아내와 함께 페기스에 있는 어머니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이들 부부는 조금 빨리 가기 위해 위니펙호수를 건너기로 했다. 결국 호수의 얼음이 깨지며 이들이 타고 있던 트럭은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부부는 차가 호수에 가라앉기 시작한 뒤 가까스로 탈출해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들의 차가 물속에 가라앉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보석”을 외친 점이다.코크레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연히 얼음이 두꺼울 거라 판단했다”며 “호주를 건너면 적어도 2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다친 곳이 없다”고 전했다. 마니토바 캐나다 경찰당국은 “현재 얼음 아래는 강한 조류가 흐르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운전자들의 얼음 위 주행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 영상=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무릎 다쳤을 땐 RICE 요법 써라

    마라톤의 계절 봄이 왔다. 마라톤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지만 한편으로는 몸을 제대로 가꾸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도전했다가 뒤탈이 나기도 한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무릎과 발 부위에 손상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 마라톤 돌연사 90% 심혈관계 질환 19일 바로세움병원 관절센터에 따르면 40세 이후 마라톤을 처음 시작할 경우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검사로 대표되는 ‘운동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마라톤 돌연사의 80~90%가 심혈관계 질환이 원인이고, 그중에서도 심근경색이나 부정맥이 80%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고혈압 환자라면 ‘운동부하검사’를 통해 장시간의 달리기가 가능한지 전문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달리기 전 준비운동도 필수다. 10~15분 정도 허리, 목, 팔, 다리, 무릎 관절 등을 순서에 따라 부드럽게 돌려주고 풀어주는 스트레칭이 좋다. 마라톤은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이기 때문에 복장도 신경을 써야 한다. 운동화는 뒤꿈치가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소재인지 눈여겨봐야 한다. 젖은 운동화는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이 절반이나 줄어들기 때문에 땀 발산이 잘 되는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특히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장거리 마라톤을 하면 ‘족저근막염’이 생기는데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 낡은 운동화가 원인이 될 수 있다. 발바닥의 족저근막에 손상이 생겨 염증으로 발전하는 질환이다. 마라톤 코스는 오르막보다 내리막에서 달릴 때 무릎에 더 많은 충격이 전해진다. 따라서 내리막에서는 보폭을 좁혀 달리는 요령이 필요하다. 마라톤으로 인한 무릎 부상을 ‘러너스 니’라고 부른다. 이런 부상이 생기면 현장에서 4가지 응급처지를 의미하는 ‘라이스(RICE) 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R은 안정, I는 얼음찜질, C는 적당한 압박, E는 손상부위를 심장보다 높여 부종을 줄이는 거상이다. # 대화하며 뛸 수 있는 속도 적당 마라톤 초보라면 자신의 건강상태를 미리 파악해 적당한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달리다가 힘들면 걷는 것이 좋다. 급한 마음으로 완주를 꿈꾸기보다 조금씩 체력을 길러 1개월 안에 5㎞ 완주, 3개월 뒤 10㎞ 완주 등으로 난도를 서서히 높여야 한다. 김경훈 바로세움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대화하면서 뛸 수 있는 속도가 지방을 태우면서 부상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속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자나 직장동료, 동호회 회원과 함께하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과 뛰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변사체로 발견된 19살 여고생, 죽음을 부른 현장실습

    ‘그것이 알고싶다’…변사체로 발견된 19살 여고생, 죽음을 부른 현장실습

    18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전주 저수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19살 고등학생 홍수연양의 사건을 파헤친다. 이날 1068회는 ‘죽음을 부른 실습 - 열아홉 연쇄사망 미스터리’ 편으로 방송된다. 지난 1월 23일 커다란 저수지가 모두 살얼음으로 뒤덮일 만큼 추웠던 어느 겨울날, 한 남자는 운치 좋기로 유명한 전주 한 저수지의 경치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런데 물위에 생긴 얼음결정을 촬영하던 남자의 카메라에 검은 물체가 포착됐다. 이 남성은 “새카만 잠바였는데 물에 이렇게 부풀어 가지고 불룩 튀어나왔더라고요. 느낌이 사람 같았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살얼음 낀 수면 아래에서 발견된 시신은 마네킹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발견 당시 화려한 액세서리와 진한 화장 때문에 30대로 추정됐던 여성은 열아홉 살 고등학생인 홍수연양으로 확인됐다. 수연양은 전날 친구를 만나고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저수지에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시신에서 눈에 띄는 타살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살이라고 단정할만한 근거 또한 없었다. 유서도, CCTV 단서도 없었고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통화내역도 확인해 보았지만 의심할 만한 용의자를 특정할 수도 없었다. 청천벽력 같은 딸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수연양의 부모님은 일손을 놓고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고 있다. 수연양의 어머니는 “내 자식 내가 알죠. 분명히 뭔가 있었어. 애가 그렇게 강하면서 명랑하고 당당하고 그랬는데. 이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더라고”라고 말했다. 수연양은 이 지역의 A특성화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대학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던 그녀는 당시 학교 현장실습의 일환으로 지역 콜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었다. 일을 시작한지 5개월,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별다른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연양 사망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던 제작진에게 전국 각지에서 제보가 쇄도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나갔던 학생들이 수연 양의 죽음과 관련해 자신들의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B마이스터고에 대한 제보가 줄을 이었다. 지난 5년간 취업률 100%를 자랑하며 전국 1위의 마이스터고로 명성이 자자한 이 학교의 졸업생은 현장실습을 나갔던 기업과 학교에 대한 뜻밖의 사실들을 털어놓았다.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이 그에 대한 대가를 학교에서 치러야 하는 이른 바 ‘빨간 조끼 징계’를 받거나 학교로부터 위장취업을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현장실습 도중 받았던 인권침해에 대한 폭로도 끝없이 이어졌다. 한 제보자는 “회사 그만두고 다시 학교 왔다고 징계받거든요. 빨간 조끼 입고 학교 청소하고”라고 밝혔다. 학교도 노동현장도 학생을 책임지고 보호해주지 않고 있었다. 현장실습생들이 청소년이며 실습생이라는 불리한 지위로 일상적인 폭력과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교육부는 미봉책들을 내놓기도 했지만 비극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조기취업을 꿈꾸며 현장실습에 나선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현장실습을 둘러싼 열아홉 청춘 잔혹사를 조명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알고 보는 겨울스포츠] 봅슬레이·스켈레톤

    [알고 보는 겨울스포츠] 봅슬레이·스켈레톤

    둘 또는 넷이 앉아 원심력과 싸움혼자 엎드려 브레이크 없는 질주지난달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선 동계올림픽의 주요 종목 중 하나로 휘황한 속도감을 뽐내는 썰매(슬라이딩) 세 종목이 열리지 않았다. 경기장이 없어서다. 아시아에서는 썰매를 타고 얼음으로 된 트랙 위를 시속 130~140㎞로 질주할 수 있는 전용 경기장이 일본 나가노와 강원 평창 두 곳밖에 없다. 17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남녀 스켈레톤 경기로 막을 올려 19일까지 열리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8차 월드컵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테스트 이벤트로 열리는데 썰매 세 종목 가운데 한 출발선을 이용하는 봅슬레이 세 종목(남녀 2인승, 남자 4인승)과 스켈레톤 두 종목(남녀)만 열린다. 두 종목은 ‘빙판 F1’으로 불린다. 봅슬레이는 방향을 조종하고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썰매를 앉아서 타고, 스켈레톤은 썰매에 엎드려 어깨와 무릎을 조종해 트랙 위를 질주하는 점이 다르다. 루지는 누운 채로 타는데 출발선이 앞의 종목과 아예 다르고 그에 따라 연맹도 따로 있다. 봅슬레이 2인승은 강철이나 원통형 썰매 안쪽의 조종 로프를 이용해 방향을 조종하는 파일럿과 결승선 통과 뒤 썰매가 멈추도록 제동을 거는 브레이크맨 둘이 탄다. 4인승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선수가 출발할 때 힘차게 썰매를 박차고 나가게 하는데 푸시맨으로 불린다. 선수들과 썰매를 합쳐 여자 2인승 350㎏, 남자 2인승 390㎏, 남자 4인승 630㎏이 나가니 가장 빠르다. 순간적으로 시속 210㎞를 기록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1924년 제1회 샤모니(프랑스)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었으며 한 명이라도 썰매에서 떨어지면 실격되고, 모두 네 차례 뛰어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겨울에 짐을 운반하기 위해 쓰던 ‘터보건’(Toboggan·프랑스어로 썰매)을 변형시켰는데 사람의 골격을 닮았다고 한 데서 유래한 게 스켈레톤이다. 머리를 앞에 두고 엎드린 자세로 1200m 이상 경사진 얼음 트랙을 질주하는데 남녀로 나눠 한 명씩만 경기하는 게 색다르다. 브레이크도 없고 두 손잡이와 칼날로 만들어진 작은 썰매를 타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가 폐지되는 일이 되풀이된 것도 그 때문이다. 1948년 생모리츠(스위스) 대회 이후 없어졌다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미국) 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복권됐다. 두 차례 활주한 시간을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 보는 이의 가슴을 방망이질하게 하는 속도는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우선 썰매나 스케이트 날에 체중(압력)이 실리면 마찰열 때문에 얼음의 녹는점을 낮춰 표면이 물로 변하고 압력이 없어지면 녹는점이 올라가 다시 얼음이 되는데 이를 복빙(復氷)현상이라고 한다. 마찰열 때문에 생긴 물은 썰매 혹은 스케이트 날과 얼음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해 속도를 더욱 높인다. 루지의 썰매를 금속 대신 나무로 만드는 것은 얼음을 잘 녹여 윤활 작용을 높이기 때문이다. 표면이 직접 접촉되지 않도록 고체 사이에 유체의 막을 만들어 마찰력을 적게 하는 것이다. 세 종목 모두 자세를 낮추는 게 기본 중 기본인 것도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속도를 높이려는 안간힘이다. 전용 트랙에도 비결은 숨어 있다. 1902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봅슬레이 전용 트랙은 일직선 형태에 가까웠지만 갈수록 곡선 주로를 갖춘 구불구불한 형태로 발전했다. 커브의 압력은 중력의 4배에 이르므로 원심력을 버텨내기 힘들지만 속도가 더 빨라지는 효과를 낳는다. 처음에는 나무로 만들던 트랙도 최근에는 유선형의 섬유유리와 금속 재질로 바뀌어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아찔한 속도는 사고로도 이어진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그루지야의 루지 선수가 훈련 도중 코스를 이탈, 쇠기둥에 부딪혀 숨졌다. 썰매 종목에선 코스를 많이 탄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이번 대회를 끝낸 뒤 코스 설계를 바꿔 평창 대회 전 개최국의 이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천명한다. 17일 남자 스켈레톤에 출전한 윤성빈(23·강원도청)과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 등 거의 모든 선수들이 가장 위험한 커브로 ´9번´을 꼽았다. 회전 각도가 10도 안팎이고 시속 120㎞에서 100㎞ 정도로 확 떨어지는 구간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커브가 나타나는 데다 빠져나오면 직선주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세하게 좌우로 휘어지는 10~12번 커브가 나온다. 속도를 줄이면 기록이 처지고 속도를 안 줄이면 균형을 잃고 벽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이 위험 요소에 변화를 주면 평창 트랙에 적응한 경쟁자들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 개최국 이점을 겨냥해 한국의 동계올림픽 설상종목 첫 메달을 기대하는 것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제2의 골격’ 자라나는 희귀병 여성…더욱 간절해진 버킷리스트

    ‘제2의 골격’ 자라나는 희귀병 여성…더욱 간절해진 버킷리스트

    ‘제2의 골격’이 자라나면서 극도의 아픔에 몸부림치고 있는 여성의 사연이 화제다. 그녀는 우리에게 두 팔과 두 다리를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실감나게 해주었다. 미국 코넷티컷주 다니엘슨 출신의 재스민 플로이드는 진행성 골화성 섬유이형성증(Fibrodysplasia Ossificans Progressiva, FOP)과 싸우고 있다. 이 질병은 출생 시 손, 발의 기형을 동반하며 출생 후 근육, 근막, 건, 인대 등 전신의 결체조직에 뼈가 형성되는 유전질환으로 전세계에서 800명 정도만이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 증상은 마치 사람이 돌로 변하는 것 같아 종종 ‘스톤맨 신드롬’(stone man syndrome)으로 통하기도 한다. 재스민의 경우 5살때 목에서 몹시 괴로운 고통을 느낀 후 23살 때 이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근육은 몇 년동안 차츰 뼈로 변했고, 재스민은 이미 턱, 목, 어깨, 팔꿈치 그리고 엉덩이까지 움직이기 쉽지 않다. 게다가 입을 1cm 넓이로만 벌릴 수 있어 먹고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진 상태다. 병은 걷는 기능까지 천천히 앗아가 휠체어에 의존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녀는 "관절에서 자라나는 뼈가 움직임에 심각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며 "뼈가 지나치게 자라면 불구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내 척추는 측만증에 시달리고 있고, 자라서는 안되는 뼈가 어딘가에 생겨난다. 이 같은 현상이 상반신에서 더 활동적으로 일어난다"고 괴로워했다. 지난 여름엔 얼음주머니로 긴장을 풀어주지 않고선 팔꿈치를 곧게 펼 수 없었다고 했다. 결체조직에서 여분의 뼈가 성장하고, 두번째 골격이 형성되면서 재스민은 팔을 어깨위로 올릴 수도 없다. 그러나 재스민은 자신의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완전히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기 전에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이행하기로 결심했다. 여행과 다른 경험들을 해보는 것이 그녀가 죽기 전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다. 그녀는 "건강 상태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오히려 내게 움직일 수 있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라는 용기를 준다. 나는 가능한한 독립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몸을 굽히는 일은 무척 힘들지만 움직이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면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씩씩한 재스민이지만 한편으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절대 예상할 수 없어서, 현재 상태를 두려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고 한다. 현재 재스민은 이동보조기구를 구매하기 위해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이동보조기구는 그녀가 더 쉽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일상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사진=메트로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여드름, 흉터 및 자국 남기는 무분별한 자가 압출 피해야

    여드름, 흉터 및 자국 남기는 무분별한 자가 압출 피해야

    여드름은 피부 표면에 피지덩어리로 된 뾰루지 모양의 붉은 염증이 나타나는 만성 피부질환으로 외관상의 문제는 물론 물론 위생적으로도 피부건강에 좋지 않아 빠른 치료를 요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드름을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짙어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적다. 또한 심미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성급히 직접 압출을 시도하는 사례도 많다. 염증을 없애기 위해 청결하지 않는 손으로 쥐어짜거나 뜯고 압출기나 면봉을 이용해 눌러 짜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잘못된 관리는 오히려 2차 감염으로 이어지고 주변 피부조직의 손상으로 여드름 흉터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붉은 화농성 여드름은 압출을 잘못할 경우 피부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도 있으며 피부 조직의 손상으로 흉터나 자국이 남기 쉽다. 심한 여드름으로 인한 흉터는 단순히 색소 침착만 된 것이 아니라 피부 표면이 울퉁불퉁해진다. 여드름 흉터의 경우 흉터로 인해 해당 부위의 피부재생이 어려워지며 모공 자체가 넓어지는 문제가 동반돼 주의가 필요하다. 여드름 흉터는 손상 정도와 모양에 따라 크게 3종류로 나뉜다. 폭이 좁고 예리한 얼음송곳모양 여드름흉터, 조금 더 넓은 형태의 박스모양 여드름흉터, 4~5mm의 넓은 폭을 가진 둥근 모양 여드름흉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후한의원 제주점 이경원 원장은 “여드름 압출은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의료진을 통한 정확한 진단 하에 필요한 경우에만 정확한 압출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료진에 의한 압출치료가 이뤄져야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얼음낚시 중 캐나다 소년이 잡은 거대 송어

    얼음낚시 중 캐나다 소년이 잡은 거대 송어

    얼음낚시를 하던 소년이 거대 송어를 잡는 영상이 화제다. 최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Liveleak.com)에 게재된 영상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심코 호수로 얼음낚시를 간 부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추운 날씨 속 오두막. 잠시 뒤, 아빠와 함께 낚시 중인 소년의 낚싯대에 입질이 온다.릴을 감기 위해 소년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드디어 거대한 송어 한 마리가 낚싯바늘에 걸려 올라온다. 제법 큰 물고기를 잡은 아들의 실력에 아빠가 기분 크게 웃으며 좋아한다. 면적 743㎢에 달하는 심코 호수는 토론토 얼음낚시의 메카로 알려져 있다. 사진·영상= Liveleak.com 영상팀 seoultv@seoul
  • 8시간 30분… 얼음 위 ‘최장 혈투’

    노르웨이 아이스하키 PO 순수 경기만 3시간 37분 휴식시간 피자 먹고 뛰어 아이스하키에서 플레잉 타임 최장기록(3시간 37분 14초)이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프로리그 스토르하마르 드래건스와 스파르타 워리어스의 플레이오프(PO) 5차전 1-1 무승부 상태에서 서든데스인 연장전을 7회 마쳤다. 결국 8차 연장전 종료 2분 46초 전 스토르하마르의 골이 터졌다. 1~3피리어드와 일곱 차례 연장전 합계(10×20분)에 17분 14초를 오롯이 경기에만 쏟았다. 오후 6시 경기를 시작해 8시간 30여분 뒤인 이튿날 새벽 2시 32분에야 끝났다. 선수들은 휴식 때 피자와 파스타로 배를 채웠다. 스파르타의 골리는 94세이브를 뽐내고도 울었다. 관중 5526명 중 1100여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7전 4선승 PO에서 스토르하마르가 3승으로 한 발짝 앞섰다. 이전 플레잉 타임 최장 기록은 1936년 디트로이트 레드윙스와 몬트리올 마룬스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정상(스탠리컵) 대결이다. 1시간 56분 30초를 찍었다. 6차 연장전에서 디트로이트가 1-0으로 이겼다. 보통 아이스하키 정규경기는 휴식과 정빙(얼음 표면을 고르는 작업)을 포함해 2시간쯤 걸린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우주를 보다] 태초 태양계 비밀 간직한 ‘타임머신’이자 ‘보물성’을 찾아서

    [우주를 보다] 태초 태양계 비밀 간직한 ‘타임머신’이자 ‘보물성’을 찾아서

    2023년 10월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한 대가 소행성을 향해 날아오른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벨트에 위치한 ‘16프시케’를 향해 장도에 오르는 탐사선이다. 그 이름 또한 ‘프시케’.●철·니켈·금 등 광물의 寶庫… 1000경 달러 가치 16프시케는 지름 210㎞ 정도 되는 비교적 큰 소행성으로 지구와의 거리는 약 3억 7000만㎞다. 지난 1월 발표된 이 탐사 프로젝트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16프시케의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일반적인 소행성이 암석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것에 반해 16프시케는 철과 니켈, 금 등 희귀 광물 덩어리로 가득 찬 ‘보물별’이다. 프시케 프로젝트 연구팀은 “16프시케에 있는 철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1000경 달러는 될 것”이라면서 세간의 관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물론 이 소행성의 자원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지구 전체 경제 규모를 능가하는 새 자원의 등장으로 글로벌 시장의 대혼란은 필연적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탐사의 목적은 ‘우주판 골드러시’는 아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책임연구원 린다 엘킨스탠턴 박사는 “탐사선 프시케는 착륙하지 않고 소행성 주위를 돌며 내·외부의 특징을 조사하고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NASA가 16프시케를 탐사하는 이유는 태양계 태초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다. ●2023년 탐사계획은 골드러시 아닌 ‘탄생의 열쇠’ 전문가들에 따르면 16프시케는 태양계 생성 초기 생성돼 당시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한 일종의 타임머신이다. 당초 거대한 원시 행성이었다가 오랜 시간 충돌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됐는지, 태양 가까이 형성돼 철이 녹아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는 향후 탐사선 프시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엘킨스탠턴 박사는 “이번 미션을 통해 태양계 초기 모습과 행성의 형성 과정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시속 120km 제트팩 타고 도심 질주하는 스키어

    시속 120km 제트팩 타고 도심 질주하는 스키어

    시속 100km가 넘는 고속으로 눈 위를 질주하는 스키 제트팩이 선보여 화제다. 2015년 스키 크로스 세계챔피언인 슬로베니아 필립 플리사르(Filip Flisar)가 스키 제트팩 제트 블라스트(jet blast)를 매고 도심을 질주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소개했다. 영상에는 고향 마리보르(Maribor)에서 전문 스키어 플리사르가 제트 블라스트를 어깨에 매고 설원 위에서 스키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화 007 제임스본드 스타일의 이 특수 장비는 분당 9만 6천 번의 회전과 최대 850℃에 달하는 열을 생산해 40kg 무게로 최대 속력 120km/h로 달릴 수 있다. 플리사르는 “열린 공간에서 제트 플라스트를 빠른 속도로 타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일”이며 “메인 광장 중간의 아스팔트, 화강암, 얼음 콘크리트를 가로질러 달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고 전했다. 사진·영상= Samo Vidic / Red Bull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아하! 우주] 태양계 생성 비밀 간직한 ‘보물별’ 16프시케

    [아하! 우주] 태양계 생성 비밀 간직한 ‘보물별’ 16프시케

    오는 2023년 10월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한 대가 소행성을 향해 날아오른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벨트에 위치한 '16프시케'(16 Psyche)를 향해 장도에 오르는 탐사선의 이름은 '프시케'다. 16프시케는 지름 210km 정도 되는 비교적 큰 소행성으로 지구와의 거리는 약 3억 7000만 km다. 지난 1월 발표된 이 탐사 프로젝트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16프시케의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일반적인 소행성이 암석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것에 반해 16프시케는 철과 니켈, 금 등 희귀 광물 덩어리로 가득찬 한마디로 '보물별'이다. 특히나 프시케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인 린다 엘킨스-탄튼 박사는 “16프시케에 있는 철의 가치만 돈으로 환산하면 1000경(京) 달러는 될 것”이라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한껏 고조시킨 바 있다. 물론 이 소행성의 자원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역설적으로 세계 경제는 망한다. 지구 전체의 경제규모를 능가하는 새 자원이 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붕괴하는 것.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탐사의 목적은 '우주판 골드러시'는 아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엘킨스-탄튼 박사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탐사선 프시케는 소행성 주위를 돌며 내·외부의 특징을 조사하고 분석할 것"이라면서 "예산이 부족해 소행성에 착륙할 장비는 없다"고 밝혔다. NASA가 16프시케를 탐사하는 이유는 태양계 태초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6프시케는 태양계 생성 초기 생성돼 당시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한 일종의 타임머신이다. 당초 거대한 원시 행성이었다가 오랜시간 충돌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됐는지, 태양 가까이 형성돼 철이 녹아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는 향후 탐사선 프시케가 풀어야할 과제다. 엘킨스-탄튼 박사는 "초기 태양계는 수많은 천체들이 서로 충돌하는 매우 격렬한 시기였다"면서 "이들 천체 중 일부는 오늘날의 행성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미션을 통해 태양계 초기 모습과 행성의 형성과정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NASA, 애리조나 주립대학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설원에서 펼쳐지는 뜨거운 러브스토리 ‘투 러버스 앤 베어’ 예고편

    설원에서 펼쳐지는 뜨거운 러브스토리 ‘투 러버스 앤 베어’ 예고편

     감성 로맨스 ‘투 러버스 앤 베어’가 애절한 감성이 돋보이는 예고편을 공개했다.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로만’(데인 드한)은 북극 접경의 작은 마을에서 ‘루시’(타티아나 마슬라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은 ‘루시’는 마을을 떠나기로 하고, 이에 좌절한 ‘로만’이 그녀에게 이별을 고한다. 한편, ‘루시’의 어두운 기억은 점점 그녀를 옭아매고, ‘로만’은 괴로워하는 그녀를 위해 눈보라 속 마지막 동행을 함께한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순백의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의 설경으로 시작한다. 얼어붙은 강 위에서 낚시를 즐기고 함께 스키를 타는 등 주인공 ‘로만’과 ‘루시’의 다정한 일상이 이어진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악몽을 꾼 ‘루시’의 모습 뒤로 술잔을 앞에 두고 깊은 상념에 빠진 ‘로만’의 모습은 두 인물의 아픈 상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음을 암시한다. 비슷한 상처를 지녔기에 서로에게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는 둘의 모습은 먹먹한 사랑을 예고한다. 특히 설원 한가운데서 “오직 너와 나뿐이야. 모든 걸 잊게 해줄게”라는 ‘로만’의 대사는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나누는 강렬한 둘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또 스노모빌을 타고 북극을 가로지르는 ‘로만’과 ‘루시’의 여정을 궁금케 한다. 이렇게 차가운 설원 한가운데 펼쳐지는 뜨거운 러브스토리 ‘투 러버스 앤 베어’는 3월 중 개봉 예정이다. 95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고진하의 시골살이] 불편당이 주는 선물

    [고진하의 시골살이] 불편당이 주는 선물

    우리 집 당호는 불편당(不便堂)이다. 처음 우리 집을 찾아오는 이들은 낡은 대문 위에 붙어 있는 당호를 쳐다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곤 한다. “왜 하필 불편당이죠?” “하하, 글자 그대로입니다. 사람 살기에는 좀 불편한 집인데, 불편을 즐기면서 살자는 거죠.”잠시 다녀가는 분들은 야생의 자연이 살아 있는 집과 풍경에 매혹되는 이들도 있으나, 며칠쯤 머물다 가는 이들은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사느냐며 불편을 호소하며 떠나기도 한다. 그럴 만도 하다. 편리한 생활에 길든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잡초를 뜯어 먹고 사는 우리 집 안엔 온갖 풀들이 자란다. 정확히 헤아려 보진 않았지만, 먹을 수 있는 풀들만 30종이 넘는다. 동네 노인들은 우리 집을 들여다보고 호랑이가 새끼를 치겠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기도 한다. 풀들이 넉넉히 자라니 야생 동물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개구리, 맹꽁이, 뱀, 박쥐, 땅강아지 같은 동물들은 물론이고 봄이 되면 제비들이 날아와 처마 밑에 집을 짓고, 길고양이들과 동네 개들도 제 집처럼 드나든다. 사람에겐 불편한 집, 그러나 식물이나 동물들에게는 낙원이다. 지난여름엔 이런 일도 있었다. 아침나절에 돌담에 올린 애호박을 따러 뒤란으로 돌아갔다. 넓적넓적한 호박잎을 들추며 애호박을 찾고 있는데, 바로 곁에 꽃뱀 한 마리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꽃뱀은 내 키만큼 큰 왕고들빼기 줄기에 온몸을 칭칭 감고 몸을 말리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나는 뒤로 주춤 물러났다. 쉭쉭 위협해도 놈은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삽이나 몽둥이를 가져다 놈을 때려잡아야 하느냐 마느냐로 잠시 갈등을 하다 그냥 두기로 했다. 꽃뱀은 왕고들빼기에 핀 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애호박을 따서 돌아오는데, 뒤란이 더 환하게 느껴졌다. 불편을 감수하는 대가로 받는 선물이다. 또 다른 선물도 있다. 변소가 바깥에 따로 있어 겨울이면 몹시 불편한데, 그래서 식구들이 모두 요강을 사용한다. 매일 아침이면 요강의 오줌을 텃밭에 내다 버리고 요강을 씻어야 한다. 요강을 쓰면서 우리는 천연의 거름으로 텃밭을 기름지게 가꾸고 물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요강을 사용하면 자신의 건강을 체크할 수도 있다. 탁한 음식을 먹으면 몸은 정직하여 요강의 오줌 빛깔이 탁하고 냄새도 고약하다. 그러나 정갈한 음식을 섭취하면 오줌 빛깔도 맑고 냄새도 별로 나지 않는다. 불편을 받아들이며 누리는 선물이다. 무엇보다 불편당에 살며 고마워하는 것은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이다.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에 그랬듯이 나는 불편당의 식물, 동물들과 교감을 나누며 산다. 집 안에 자라는 식물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풀꽃에 날아와 붕붕거리는 벌이나 나비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으려 노력하고, 봄이면 찾아와 집을 짓고 새끼를 까는 제비들에게서 이 불임의 세상을 헤쳐 갈 지혜를 얻는다. 멀리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려 심각한 기후변화를 염려해야 하는 때,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의 움직임에서 이 척박한 시절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 삶의 방향성을 읽곤 한다. 며칠 전 일이다. 어디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아내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놓았다. 아내에게 고맙다고 하니, 아내가 울적한 낯으로 대꾸했다. 오늘 아궁이 앞에 앉아 장작을 밀어 넣는데, 아궁이 앞 흙바닥에서 쪼그만 땅강아지 한 마리가 불쑥 나오더란다. 멸종된 줄만 알았던 땅강아지를 보니 반가워 놈을 살려 주려 손으로 움켜잡으려 했다. 그런데 녀석이 불타는 아궁이 속으로 뻘뻘 기어들어가 버리더라고. 아내는 마치 자기가 잘못해 희귀한 생명 하나를 죽였다고 자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런 일들을 겪으며 불편당에 사는 걸 고마워한다. 불편당에 안 살았으면 생명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땅강아지, 어찌 생각하면 하찮은 생명이다. 흙 속을 파헤치고 다니며 흙 속에 신선한 숨을 불어넣는 땅강아지. 그러나 이런 작은 생명들이 있어 하나뿐인 지구가 지속 가능한 우리 삶의 터전일 수 있는 게 아닐까.
  •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빵맛 보고 벚꽃 보고…빵빵 골목 달콤 꽃길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빵맛 보고 벚꽃 보고…빵빵 골목 달콤 꽃길

    부산 사람들은 수영구 남천동을 두고 흔히 ‘빵천동’이라 부릅니다. 이유야 단순합니다. 워낙 빵집이 많아서지요. 불과 수백m 거리에 토박이 빵집과 새내기 빵집,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경쟁하듯 늘어서 있습니다. 빵을 좋아하는 이라면 즐거운 비명을 지를 법합니다. ‘빵천동’에서 한 블록 건너엔 남천동 벚꽃거리가 있습니다. 저 유명한 광안리 해변을 품고 있는 꽃길입니다. 아직은 이르지만, 볕 좋은 뜨락의 벚나무들은 벌써 가지 끝에 꽃잎 몇 장 내걸었습니다. 조만간 여기저기서 화르르 꽃등불이 켜지겠지요. 그러니 이 시기에 ‘빵천동’을 찾는다면 한 걸음에 빵 먹고, 또 한 걸음에 꽃 보는 여정이 가능해 집니다. 부산관광공사에서 ‘3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빵천동과 벚꽃길’을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골목 여기저기엔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제법 많이 숨어 있습니다. 외관은 여염집이 분명한데 맛있는 차와 커피를 내니 분위기가 남다를 수밖에 없지요.가장 먼저 드는 의문. 왜 남천동에 빵집이 많을까. 현지인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다. 옛 남천동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비슷했다. 비교적 요족하게 사는 이들이 많았다. 부산에서 가장 먼저 아파트가 들어선 곳도 이 지역이었다. 게다가 학원이 밀집돼 있다 보니, 이를 좇아 학생과 학부모들이 몰려들었다. 덩달아 집값도 오르고, 점점 더 주민들의 수준도 높아졌을 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고급 제과점들도 늘게 됐다는 것이다.●빵집 순례의 출발지 ‘옵스’ 빵집 순례의 출발지는 ‘웁스’이다. 로마신화 속 ‘다산의 여신’이 상호다. 영문 표기법대로라면 ‘옵스’(OPS)라 해야 한다. 하지만 표기법대로 발음하는 부산 사람들은 없다. 옵스는 ‘빵천동’의 상징적인 가게다. 가장 먼저 생기지는 않았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분명하다. 전설적인 무용담도 전해 온다. 오래전, 가게 바로 옆에 생긴 거대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여 꿋꿋이 살아남았다나. 이 집의 간판 메뉴는 ‘학원전’과 슈크림 빵이다. 특히 학원전의 경우 이미 ‘전국구’ 간식으로 발돋움했다. 학원전은 줄임말이다. 풀자면, ‘학원 가기 전에 먹는 요깃거리’ 정도 되겠다. 식사 대용으로 만든 빵이니 계란 등 영양 많은 재료가 들어간 건 당연하다. 학생 입맛에 맞췄다고는 하나 그리 달지는 않다. 매장에 학원전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김치 고로케’처럼 실험정신 깃든 빵도 있다.●옵스 골목길 옆 신흥강자 ‘롤링 핀’ 옵스에서 골목길 하나 지나면 ‘롤링 핀’이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신흥 강자다. 주종목은 식빵류. 주인장이 ‘옵스 키드’가 아닐까 싶었지만, 본인은 차별성을 강조하며 완곡하게 부정했다. 하긴 빵집 주인에게 자부심은 곧 생명줄과 같을 터다. 롤링 핀은 천연발효빵을 내세운다. 빵 반죽에 이스트 대신 천연발효종을 쓴다. 무슨 차이일까. 이스트는 반죽을 빠르게 발효시킨다. 그래서 빵 만드는 시간이 단축되고 보다 효율적으로 팔 수 있다. 단점도 있다. 소화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것. 반면 천연발효종은 발효시간이 오래 걸린다. ‘빨리빨리’보다 ‘느릿느릿’에 초점을 맞춘 재료다. 특히 이 가게는 저온숙성 방식을 택해 더 천천히 발효된다. 한기태(48) 대표는 “빵 하나 만들려면 재료 준비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했다. 공급량도 제한적이다. 많이 만들 수 없어 일정한 양을 만들고 나면 팔고 싶어도 더 팔 수가 없다. 이렇게 만든 빵은 위에 부담을 덜 준다. 풍미도 깊다. 바로 이 맛에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롤링 핀 앞의 나무 한 그루가 인상적이다. 보호수로 지정된 팽나무다. 새로 지은 건물 틈에서 힘겨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제야 겨우 쉴 공간을 얻었다는 안도감도 느껴진다. 글쎄, 나무의 속내야 사람이 알 길이 없다. 팽나무 위는 ‘보성녹차팥빙수’다. 부산 사람 치고 이 집 모르면 간첩으로 몰릴 만큼 유명한 집이다. 너나없이 못 먹던 시절, 팥빙수에 전남 보성의 녹차가루를 뿌려 팔았는데, 이게 ‘대박’을 쳤다. 팥빙수는 맛과 값이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여전히 팥과 얼음, 녹차가루가 주재료다. 요즘 유행하는 팥빙수와 확연히 다르다.●골목길 따라 내공 깊은 식빵·크루아상·쌀빵 팥빙수 집에서 좁은 골목길을 스무 걸음 남짓 올라가면 ‘옥미당’이다. 가게 이름에서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문을 열면 검은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우유에 소보루빵 먹으며 재잘대고 있을 듯하다. 상호에 견줘 빵집 외형이나 만들어 내는 제품들은 매우 ‘모던’하다. 얼핏 외국풍의 거대한 2층 건물이 마을 주변을 압도한다는 느낌도 받는다. 한데 엇비슷한 질감의 양옥집들만 있다면 그 또한 밋밋할 터. 주변과의 부조화가 희한하게 잘 어울린다. 부조화는 이 가게 집기로 이어진다. 옛 ‘국민학교’ 시절 책상으로 쓰였을 법한 낡은 탁자가 가게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매끈하고 도회지 느낌이 확 풍기는 집기들도 있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시폰케이크다. 특히 바질 시폰이 인기다. 시폰 위에는 올리브유가 담긴 플라스틱 스포이트가 꽂혀 있다. 빵을 먹을 때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으란 배려다. 거친 질감의 탁자에서 먹는 시폰케이크가 일품이다. ‘메트르 아티정’은 한국인 아내와 프랑스인 남편이 운영하는 빵집이다. 프랑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동네 빵집, 현지의 맛을 잘 살린 빵집이 이 가게의 지향점이라고 한다. 밀가루를 프랑스에서 가져다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효종 역시 르방이라는 천연 효모를 쓴다. 가장 잘 나가는 건 크루아상이다. 바로 위의 ‘어바웃제이’는 빵집이라기보다 디저트와 케이크를 파는 카페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겠다. 레몬 파이, 딸기 케이크 등이 잘 나간다.‘시엘로’는 쌀로 만든 빵을 판다. 특히 ‘홍국’(紅麴) 품종으로 만든 빵이 인상적이다. 홍국은 붉은색 쌀이다. 이 때문에 빵도 붉은빛을 띤다. 이 집도 반죽할 때 천연발효종을 쓴다. ‘대한민국 제과 기능장’이 만든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홍국으로 만든 베이글과 식빵이 인기 품목이다. 발걸음을 광안리 해변으로 옮기면 ‘순쌀빵’과 만난다. 2002년 부산에 온 고 노무현 대통령이 밀가루빵 대신 주문해 먹었다고 해서 명성을 얻은 집이다. 어디 이뿐이랴. 하루 두 번 빵을 굽는 ‘브레드 슈가’ 역시 당일 생산, 당일 판매가 원칙이고, ‘무띠’ 또한 입소문 난 독일식 빵집이다. 150년 전통을 가졌다는 스페인의 도너츠 브랜드 ‘카페 도츠’, 단팥빵과 팥빙수 전문집 ‘홍옥당’, 일본식 센베이 전문집 ‘이대명과’ 등도 대단한 내공의 빵집들이다. ●남천동 벚꽃거리 재개발에 2~3년 내 사라질 듯 이제 벚꽃거리를 돌아볼 차례다. 바다 옆 삼익비치 아파트 단지 주변 700m 거리에 늙은 벚나무들이 빼곡하다. 이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때 함께 식재됐으니 수령이 얼추 40년을 헤아린다. 벚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지만 굵은 밑둥만 보더라도 벚꽃 핀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된다. 하지만 남천동 벚꽃거리는 2~3년 안에 사라질 전망이다. 이 아파트 단지 일대가 재개발되기 때문이다. 벚나무가 사라진다는 건 벚꽃만 못 본다는 뜻이 아니다. 분분히 꽃잎이 날리고 난 뒤 찾아오는 신록과 숲그늘, 그리고 붉게 물든 가을의 정취도 함께 잃는다는 뜻이다.●광안리 해변 ‘오랜지 바다’도 인상적 마지막으로 광안리 해변에서 꼭 찾아야 할 곳 하나 덧붙이자. ‘오랜지 바다’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선물가게다. 상호는 ‘오랜만이지 바다’를 줄인 표현이다. 800원짜리부터 8만원짜리까지 다양한 기념품을 갖췄다. 특히 우편엽서는 여행객이 그린 작품이 엽서로 제작됐을 경우 판매대금 일부를 인세 형태로 지급한다. 방문객이 제작하는 우표도 인기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 집에서 보는 광안리 해변 전망이다. 낡은 3층 건물의 통유리 너머로 펼쳐진 바다와 광안대교가 정말 인상적이다.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 남천동 일대를 돌아보려면 차보다 걷는 게 훨씬 수월하다. 승용차는 해변시장 옆의 공영주차장에 대면 된다. 옵스 바로 맞은 편에 있다. 지하철을 이용할 수도 있다. 2호선 남천역 3번 출구가 빵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맛집 : 갈삼구이는 갈미조개와 삼겹살을 함께 구워 김과 깻잎에 싸 먹는 토속 음식이다. 콩나물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달달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다소 자작하게 끓이면 짭조름한 맛이 더해진다. 광안리 갈삼구이(051-612-9266)가 이름 났다.
  • “200g 새우살 해동해 보니 110g”

    식품당국이 시중에서 유통·판매하는 냉동수산물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얼음막을 과다하게 입혀 중량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렇게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적발 즉시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17~25일 식자재 도소매 마트 등에서 유통·판매하는 냉동수산물 42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24개 제품이 내용량 표시 허용 범위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돼 행정처분조치를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특히 적발된 제품 가운데 6개는 내용량이 20% 이상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냉동수산물 제조업체 19곳과 수입업체 1곳은 품목제조·수입영업정지 1∼2개월이나 시정명령을 받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충남 논산시에 있는 A업체 새우살 제품은 포장에 표시된 중량이 200g이었지만 녹여서 다시 무게를 재보니 표시량보다 45% 모자란 110g에 불과했다. 인천 중구에 있는 B업체는 해물모듬 제품을 제조하면서 내용량을 650g으로 표시했지만 녹여서 재검사한 결과 23.5% 미달하는 497g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올해 1월 4일 이후에 제조한 제품은 냉동수산물에 얼음막(글레이징)을 과하게 입혀 내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속일 경우 한 번만 적발돼도 즉시 시장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식품 관련 위법 행위를 목격하거나 불량식품으로 보이는 제품이 있으면 불량식품 신고전화(국번 없이 1399) 또는 민원상담 전화(110)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나태주의 풀꽃 편지] 엄혹한 세월

    [나태주의 풀꽃 편지] 엄혹한 세월

    둘러보아 좋은 소식이나 조짐은 없다. 지난해 원숭이의 해를 살면서 우리는 참 많이 위태위태했고 머리가 쭈뼛쭈뼛해지는 일들을 많이 보아 왔다. 원숭이의 해, ‘병신년’이라서 그렇다고들 농담을 던지며 내년에는 좀 좋아지겠지 자위하면서 얼음 찬 강을 건너듯 살아왔다. 그런데 정작 닭의 해인 올해 정유년은 또 새해를 맞으면서 조류독감이 사상 최대로 번져 알을 낳는 닭의 3분의1을 살처분했으며 오리와 메추라기를 합쳐 살처분한 가금류가 3200만에 육박한다니 이러다가는 달걀이라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을지 걱정스런 심정이다. 더구나 청년실업률이 1999년 외환위기 이래 최고치인 9.8%에 육박하고 있다는 통계청 발표는 사뭇 우리를 주눅 들게 만든다. 나이 들고 직장에서 물러난 우리 같은 사람들하고는 무관한 일이지만 그것이 젊은 세대들, 자식이나 제자들의 일이니 결코 무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말로 돌아보아 소망스러운 일, 좋은 일, 가슴 따뜻해지는 일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심기일전’이란 말이 있다. 마음이나 생각을 바꾸어 달라지도록 노력하자는 얘기다. 정말, 정말로 지금은 그러한 때다. 달리 방법이 없다. 이대로 우리가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가 어려서 가난하고 춥고 배고프던 시절. 우리들보다 더욱 가난했던 우리들의 어버이들은 길고 긴 겨울밤 잠을 자면서도 마음속으로 기와집을 몇 채씩 지었다 부셨다 했다. 바로 닭에 대한 꿈이다. 겨울이 가면 봄은 올 것이다. 그러면 시장에 가서 병아리를 몇 마리 사 가지고 와야지. 그것들을 어미닭으로 키운 다음 다시 알을 낳아 병아리를 깨어 기르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정말로 아침이 되면 자취 없이 사라지고 마는 아버지의 기와집이었다. 그런 아버지들의 아들들로 자라서 우리가 이렇게 살았다. 그런데 우리들의 어린 자식들, 젊은 세대들이 일터가 없어 신음하고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니 마음이 아프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그런 말들이 절로 나온다. 지금, 여기서라도 마음을 바꿔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좀 찾아보면 어떨까? 어떠한 순간에도 미래에 대한 소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조건과 환경이 좋아질 때까지 참고 기다리면서 무언가를 준비하면서 살아야 한다. 가장 나쁜 것은 절망하는 일이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소망을 버리는 일이다. 이런 때일수록 자존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절대적 빈곤 시대는 아니다. 나의 20대는 절대 빈곤의 시대 60년대였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사범학교를 졸업했지만 발령이 나지 않아 1년도 넘게 룸펜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집에서만 견디기 곤란해 아버지한테 차비 좀 마련해 달라 해서 서울 외숙 댁에 가서 밥을 빌어먹으며 서울 거리를 떠돈 날들이 있었고 그런 날들의 어떤 날들은 서울의 남산시장 냉면집에 찾아가 심부름꾼의 일을 자청해 보기도 했다. 하루 종일 냉면을 나르다가 저녁 때 숙소에 돌아오면 발등이 소복이 붓곤 했다. 그런 날 밤엔 잠을 자면서도 돌아누워 흐느껴 울기도 했다. 결국은 그 일도 못하여 시골집으로 돌아와 농사짓는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을 해 보려고 했지만 반거충이 농사꾼한테 맞는 일은 별로 없었다. 날씨까지 가물어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밤새워 물자새(무자위)라고 불리던 기구에 올라가 밤새도록 물을 품던 일도 있었다. 그런 날에도 우리들의 아버지는 결단코 내일에 대한 소망을 잃지 않고 씩씩했으며 우리들 또한 그런 아버지들을 닮아 어떠한 일에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넘어지는 일은 있어도 그 자리에 주저앉는 일은 없었다. 어찌 우리가 힘든 일 없이 일생을 살기를 바랄 것인가. 젊은 아들딸들아. 제발 지금 그 자리에서 기죽지 말고 일어서기를 바란다. 견디기를 바란다. 언제든 좋아지는 날이 있겠지. 나의 시에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그런 시(풀꽃3)가 있지만 이런 시도 차마 안쓰러워 읽어 주지 못하는 마음이다. 지금은 참 엄혹한 세월이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행복한 날/박성식 · 지금 여기가 맨 앞/이문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행복한 날/박성식 · 지금 여기가 맨 앞/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이문재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나는 한때 나무를 보며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나무는 아주 열심히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는데, 누군가 ‘얼음!’ 하고 외쳐서 그만 제자리에 서 버린 것은 아닐까? 침묵이 흐르고 먼지가 쌓이고 발이 땅속 깊이 뿌리처럼 묻히고, 머리카락을 바람에 잎사귀처럼 맡겨 버린 것은 아닐까?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마침내 그것을 제 습성으로 가져 버린 것은 아닐까? 이 시를 읽고 새삼 깨닫게 된 것은, 나무가 늘 달리고 있었다거나 매순간이 치열한 싸움의 시작과 끝이라거나 우리가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 있다는 식의 새삼스런 각성이 아니다. 어려서 아름답고 몰라서 빛나는 순간을 빼앗아 버리는 현실의 잔혹함 같은 것이다. 매일매일 역사의 마지막 장이자 첫 장으로 펼쳐지는 뉴스에 대한 서글픔 같은 것이다. 그러나 ‘땡땡땡’ 햇살이 종소리를 울리는 봄이 오면, 나무는 정말 그 깊은 발을 빼서는 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신용목 시인
  • 실패를 이겼다 인류 첫 비행 ‘위대한 12초’

    실패를 이겼다 인류 첫 비행 ‘위대한 12초’

    라이트 형제/데이비드 매컬로 지음/박중서 옮김/승산/502쪽/2만원비행의 발견/마크 밴호네커/나시윤 옮김/북플래닛/530쪽/1만 6500원1903년 12월 17일 오전 10시 35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의 모래밭 위로 인류는 첫 비행(飛行)을 했다. 자전거 기계공인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가 만든 무게 275㎏ 플라이어호가 지상으로부터 이륙해 약 12초 동안 36m를 난 순간이다. 동전 던지기로 가린 첫 조종자 윌버는 이륙에 실패했고, 오빌이 조종대를 잡았다. 동생이 인류 최초의 유인 동력 비행에 성공하는 순간 형도 옆에서 따라 달렸다. ‘라이트 형제’는 미국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작가 데이비드 매컬로가 라이트 형제의 일기와 메모, 1000통 이상의 편지 등 풍성한 1차 사료를 통해 그들의 삶을 고증해 낸 전기다. 라이트 형제가 태어나고 살았던 오하이오주 데이턴은 역사적으로 큰 관심을 끌 만한 사건이 없는 ‘한적한 곳’이었다. 달리 말하면 타인의 이목을 받지 않고 조용히 스스로의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라이트 형제가 하루아침에 비행기를 발명한 건 아니다. 형인 윌버는 천재적 기질이 있었고, 동생 오빌은 기계 다루는 능력이 특출 났다. 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흥미거리를 찾아 도전했다. 오빌은 고등학생 때 형과 함께 만든 인쇄기로 ‘웨스트 사이드 뉴스’라는 신문을 창간했다. 두 형제가 1893년 차린 ‘라이트 자전거 상회’의 주문 제작 자전거 사업은 꽤 번창했다. 당시 시대상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라이트 형제보다 앞선 비행 선구자들은 공공연히 ‘괴짜’나 ‘우둔한 인간’으로 조롱받거나 묘사됐고, 워싱턴포스트 같은 유력지는 “인간은 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비행을 꿈꾸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라이트 형제에게 비행의 꿈을 심어준 건 독일 항공 연구가 오토 릴리엔탈과 프랑스의 농부 연구가였던 루이 피에르 무이야르였다. 무이야르가 쓴 ‘공중 제국’ 영역본에 묘사된 새들의 비행은 라이트 형제의 표현대로 “우리의 느슨했던 호기심을 적극적인 일꾼의 열정으로 변모시켰다.” 라이트 형제는 실험용 연을 날리며 공기 역학을 연구했고, 1899년 자전거 상회의 위층 방에서 그들의 첫 번째 비행기를 제작했다. 전기에는 라이트 형제의 끝없는 실패가 반복적으로 기술돼 있다. 우상화된 라이트 형제가 아닌 실패에도 굴복하지 않은 성실함, 애서가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 독서를 통해 지적 탐구심을 성장시켰던 그들의 노력 등 휴머니즘적 요소가 이 책의 미덕이다. 윌버는 1912년 5월 장티푸스로 45세에 숨졌다. 오빌은 2차 세계대전에서 거대한 폭격기가 죽음과 파괴를 일으키는 걸 목격하면서 살아 있는 자신과 죽은 형을 대변해야 했다. 그는 1948년 1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1969년 7월 20일 달에 첫발을 내딛은 닐 암스트롱은 자신의 우주복 안에 1903년 플라이어호의 날개에서 떼어낸 천 조각을 지니고 있었다. 라이트 형제의 위대한 성취를 기리기 위해. 라이트 형제 전기가 다소 무겁다면 ‘비행의 발견’은 가볍고 흥미로운 에세이다. 영국 항공 선임부기장으로 보잉 747기를 조종하는 저자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이자 로맨틱한 기계로서의 비행기, 그리고 조종사만이 경험할 수 있는 비행 세계를 감칠맛 나게 풀어낸다. 영국에서는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의 계보를 잇는 항공문학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저자는 비행이 끌리는 이유로 ‘높이에 대한 영원한 동경’과 자유, 그리고 고독을 꼽는다. 시공간의 변화를 느끼게 되는 조종석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지상과는 다른 인상을 선사한다. 책은 각국의 공역과 하늘길에 얽힌 이야기도 소개한다. 알파벳 대문자의 다섯 글자 코드로 구성된 항공 경로의 웨이포인트(위치명) 중에는 찰스 슈츠의 만화 주인공 ‘스누피’을 딴 이름부터 바비큐, 미국 랩가수 에미넴도 있다. 조종사들이 조종실 바닥이 얼음장처럼 차 두꺼운 스키 양말을 신고 비행기를 몬다는 소소한 얘기부터 잠옷 차림으로 담요와 베개를 들고 텅 빈 객실로 둥지를 트러 가는 밤의 일상, 지평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강렬하게 반짝이는 별과 행성의 경이로운 풍경을 묘사한 글솜씨도 탁월하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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