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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중도’가 정치를 구할까/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시론] ‘중도’가 정치를 구할까/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1대 총선을 약 두 달 앞둔 시점에 중도층(혹은 부동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총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중도층 비율이 30% 정도로 꽤 늘어나서다. 다른 하나는 이들이 정권안정론보다 정권견제론에 점점 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즉 중도층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함으로써 정치지형에 변화가 올 수 있어서다. 하지만 선거의 승패에 앞서 작금의 한국 정치에서 중도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을 살펴야 할 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학계나 언론계 일각에서 중도층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내리고 있는 가정, 즉 ‘중도가 바람직하다’는 가정이 바로 그것이다. 왜 그리 가정하는가. 어떤 편에도 매여 있지 않아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적일 수 있으며, 지연이나 학연 등 친소관계가 아닌 합리적 판단에 기초해 그나마 좀더 나은 혹은 덜 나쁜 정당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도는 정치양극화의 해소를 요구하는 민심의 바로미터이고, 그것을 실현할 주체이자 방도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도가 진보와 보수 이념과 당파를 앞세워 망가진 정치를 고쳐 낼 구세주 혹은 기대주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중도층이 진짜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합의된 이론이 만들어져 있는 것도, 그런 이론의 생성을 가능케 하는 실증적 연구가 풍성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제한적이나마 몇몇 학술 논문과 조사전문가의 조언 등에 기초해 필자 나름대로 특징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도층은 진보와 보수의 중간층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그들이 위치하는 곳은 이념적 중앙이 아니라, 몰이념의 자리이다. 즉, 정치사회적 삶에 있어 가치와 신념을 중시하지 않는다. 둘째, 공동체나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고 공평성이나 배려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뛰어든 게임의 규칙과 절차에는 관심이 높다. 셋째, 툭하면 과거 문제를 두고 갈등하는 진보와 보수와 달리 미래지향적일 것 같지만, 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물질적 손익에 관련된 이슈이다. 넷째, 정치에 대해 일상적인 관심이나 참여를 선호하지 않는다. 즉, 공적 문제의 해결에 대한 의사나 주도성이 높지 않다. 이를 종합하자면 중도층은 대체로 ‘실용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이에 대해 규범적인 긍정과 부정을 섣불리 판단하지는 말자. 1990년대 말 이후 몰아닥쳐 작금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무한경쟁ㆍ각자도생ㆍ승자독식의 원리에 조응하는 삶의 지혜와 태도이기도 하니까. 또 향후 지속적인 연구와 검증을 필요로 하는 잠정적 정리일 따름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국가와 사회라는 공동체의 문제를 다루는 정치를 구할 것이라고 선뜻 기대하기가 어려운 특징들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데도 왜 중도가 작금의 한국 정치를 구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일까. 중도를 중용으로 착각하고, 중도층이 그런 미덕을 지녔을 것이라는 허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잡다단한 현실 정치를 진보(좌파)와 보수(우파)로 나누어 그 가운데를 중도라고 지칭하는 ‘언어의 공간적 표현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리 호명하는 틀 속에 정치를 묶어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진보든 보수든 중도든 이미 현실에서 자기를 표현하고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력자들의 게임으로 정치를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틀 안에서는 오직 중도층만이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게 만드는 민주주의 정치의 보루일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런 시각이 보지 못하는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현실이 있다. 이미 정해져 있는 틀 안에서는 진보든 보수든 중도든 그들 모두가 영원한 승자로 존재한다는 현실, 그리고 그 틀 밖에 영원한 패자로 방치된 이들이 있다는 현실이 그것이다. 20대 국회가 입법 활동 등에 있어 누구의 선호에 주로 반응했는지 등을 살펴본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투표불참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반응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투표참여도에 소득의 높고 낮음이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있음을 감안하면, 20대 국회를 주로 차지했던 진보와 보수로 불리는 양대 정당 사이만 왔다 갔다 하는 중도에 기대할 게 있을지 회의적이다. 하여 작금의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것은 기존 틀 내의 중도가 아니라 틀을 바꿔낼 ‘새로운 대안’이지 않을까 다시금 생각해 본다.
  • [부고]

    ●김석현(전 한양대 인문대학장)씨 별세 김성범(SB피부과 원장)·효진·현진(서울대 언어교육원 전임강사)씨 부친상 김정욱(서울대 치대 교수)·우상욱(SBS 정책팀장)씨 장인상 민병희씨 시부상 17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9일 오전 8시 (02)2258-5940 ●김옥균씨 별세 김정환(이노션 넥스트솔루션본부장) 모친상 1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9일 오전 7시 (02)3010-2000
  • [부고] 김태수씨 부친상, 김석현씨 별세, 최진호씨 모친상, 장욱환씨 모친상

    ●김락현씨 별세, 김태우(LG화학 팀장)·김태수(DB금융투자 1지역본부장)씨 부친상, 16일, 부산 인창병원 장례식장 201호, 발인 18일 오전 8시30분, 장지 부산영락공원. 051-464-5858 ●김석현(전 한양대 인문대학장)씨 별세, 김성범(SB피부과 원장)·효진·현진(서울대 언어교육원 전임강사)씨 부친상, 김정욱(서울대 치대 교수)·우상욱(SBS 정책팀장)씨 장인상, 민병희씨 시부상, 17일 오전 7시 20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평화14호실, 발인 19일 오전 8시. 02-2258-5940 ●이의자씨 별세, 최진호(DB그룹 홍보실장)·최희동(목인 대표)·최희탁(머든제작소 대표)·최유정씨 모친상, 정기현(평안주유소 대표)씨 장모상, 16일 오후 9시46분, 서울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 19일 오전 6시40분, 장지 천안공원묘원. 02-2290-9452 ●김달수씨 별세, 장욱환(아시아투데이 사회2부 대구본부장)씨 모친상, 17일 오전, 경북 영천 영락원 장례식장 102호, 발인 19일 오전. 054-336-4444
  • 여교사와 남학생이 찍은 커플사진, 폭발적 인기 이유는?

    여교사와 남학생이 찍은 커플사진, 폭발적 인기 이유는?

    여학생들이 모두 외면하는 남학생의 손을 잡아준 건 얼굴도 곱고 마음까지 착한 여자선생님이었다. 덕분에 남학생은 꿈에도 기대하지 못한 1등의 영광을 얻었다. 멕시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최근 벌어진 실화다. 멕시코 오브레곤에 있는 5번 중학교 학생회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온라인 커플사진 경연대회를 열었다. 남녀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 중 최고 인기작을 뽑는 대회다. 응모 방식은 간단했다. 응모를 희망하는 학생은 커플사진을 찍어 학생회가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기만 하면 됐다. 학생회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오른 사진 중 네티즌 반응이 가장 뜨거운 사진을 최고작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영예의 최고작의주인공에겐 밸런타인데이 데이트를 위해 영화관람권을 주기로 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루이스 리카르도도 커플사진 경연대회 응모를 원한 남학생 중 한 명. 리카르도는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리카르도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어 평소 말이 어눌하다. 그런 리카르도에게 관심을 보인 여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함께 사진을 찍을 여학생을 구하지 못해 꿈이 좌절될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찾아온 건 미셸이라는 이름의 한 여교사였다. 우연히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리카르도의 사정을 알게 된 여교사는 리카르도를 찾아가 "아직 커플사진 찍지 않았지? 나랑 찍을래?"라며 손을 내밀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교사 덕분에 소원했던 커플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지만 리카르도는 왠지 수줍었던 것 같다. 사진을 보면 여교사는 자연스럽게 웃고 있지만 리카르도는 약간 겸연쩍어 하는 얼굴이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리카르도가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사진은 예상을 뒤엎고 그야말로 대박을 냈다. 소문을 듣고 페이지에 몰려간 네티즌들이 저마다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면서 압도적 최고작으로 선정된 것. 리카르도의 커플사진에 반응한 네티즌은 무려 8만 명을 웃돌았다. 학생회는 리카르도의 커플사진을 최고작으로 선정하면서 "응모한 커플 중 가장 쿨한 커플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1등으로 선정되면서 영화관람권 2장을 받은 리카르도는 엄마와 영화관데이트를 할 생각이다. 리카르도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평소 극장에 가질 못한다"면서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면서 밸런타인데이 데이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오브레곤 5번학교 페이지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이경우의 언파만파] 봉준호의 언어처럼

    [이경우의 언파만파] 봉준호의 언어처럼

    영화 같았다. 시상식에 참석한 ‘기생충’의 배우들도 영화 같다고 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니콜 키드먼, 브래드 피트가 바로 앞에 보였다. 눈을 돌리면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있었다. 여기에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샘 멘데스, 토드 필립스 같은 유명 영화감독들이 포스터 속 인물들처럼 나타났다. 그러나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 같은 현실이었다. 이들 옆에서 봉준호는 한결같이 자신만의 언어로 말했다. 표준어처럼 정해진 틀의 말이 아니라 ‘방언’같이 자신의 몸에 배어 있는 언어, 모어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자연스레 섬세하게 전달됐다. 꼬이거나 구겨지지 않았다. 유머와 위트 넘치는 진실과 감동 있는 사실들이 전해졌다. 스코세이지의 눈을 마주한 봉준호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그의 말이 떠올랐다. 자신에겐 평범해지고 일상이 됐을 이 말은 순간 시상식장으로 퍼져 나갔다. 환호와 기립박수 소리가 세상을 가득 채운 듯했다. 스코세이지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이 장면을 보던 이들의 마음도 그렇게 물들었다. 수상 소감도, 이런 장면도 그가 의도한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 설득하는지 알았다. 그러나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오스카에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이렇게 말을 건넸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언어로 그저 다가갔을 뿐이다. 그것이 공감되고 나누어지기를 희망했다. 쿠엔틴에겐 “형님”이라고 호칭하며, 그가 그동안 보내준 지지에 사랑과 감사를 표했다.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등분해 나누고 싶은 마음”에선 다시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배려와 존중이 묻어 있음을 모두가 느꼈다. 그는 소통하고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다. ‘기생충’은 슬픈 영화다. 봉준호는 이 영화에 대해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가파른 계단이 있는데, 계단을 올라가려 했던 가난한 남자가 오히려 계단을 내려가면서 끝나는 이야기다. 우리 시대가 담고 있는 슬픈 모습”이라고 했다. 이것은 영화의 주제이기 전에 정치의 주제였다. 정치는 이 주제를 지금까지 어떤 언어들로 풀어 왔을까. 4·15 총선에서 정치의 언어들은 다시 번지르르하기만 할 것인가. 감동을 주기를. 봉준호처럼. wlee@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집단지성과 AI가 하나로…위키피디아 자동 수정하는 인공지능

    [고든 정의 TECH+] 집단지성과 AI가 하나로…위키피디아 자동 수정하는 인공지능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의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전 세계의 여러 기여자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추가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백과사전을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덩치가 커지고 영향력도 커지면서 몇 가지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수백만 개가 넘는 항목을 수작업으로 교정하고 최신 내용으로 업데이트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 주제나 기여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업데이트나 교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만,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오래되거나 잘못된 내용이 수정되지 않은 채로 몇 년간 방치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아무 이유 없이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훼손하거나 거짓 정보를 올리는 사이버 반달리즘 (cyber vandalism)이 목격되기도 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특정 이념이나 주장을 전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키피디아에 편향된 정보를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의 내용이 많아지고 글을 쓰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결국 통제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MIT의 컴퓨터 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소 (CSAIL)의 다쉬 샤 (Darsh Shah)를 비롯한 연구팀은 최근 열린 AAAI (Advancement of Artificial Intelligence) 콘퍼런스에서 위키피디아의 문서 내용을 사람의 도움 없이 수정하는 자동 텍스트 생성 시스템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이미 문장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거나 문법을 교정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독성을 높이면서 잘못된 내용도 업데이트 하는 인공지능에 도전했습니다. 이 인공지능은 “펀드 A는 그룹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회사의 42명의 소액 주주 가운데 28명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문장을“펀드 A는 43명의 소액 주주 가운데 23명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오타나 문법 오류만 바로잡는 게 아니라 문장을 간결하게 바꿔 가독성을 높이고 검색을 통해 잘못된 숫자가 있으면 스스로 바로잡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전부 수작업으로 수치를 검증하고 문장과 단어를 하나씩 바꿔야 했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교정한 내용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기술은 위키피디아만이 아니라 다양한 글쓰기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귀찮은 교정 작업은 기계에 맡기고 사람은 본래 쓰고자 하는 내용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실 관계를 체크해 가짜 뉴스나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내용을 걸러내는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은 사람이나 인공지능 모두에게 어려운 일입니다. 연구팀은 우선 문장의 내용을 알고리즘이 미리 학습한 사실과 맞춰서 동의/반대/중립 세 가지 형태로 분류했습니다. 동의는 물론 확인된 사실과 부합되는 내용이고 부정은 부합되지 않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판단 근거가 부족할 경우 중립으로 분류하도록 알고리즘을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 역시 완전히 편향(bias)이 없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인공지능은 학습한 데이터에 편향이 있어도 이를 그대로 기준으로 받아들여 분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인공지능은 아직 사람 대신 위키피디아의 모든 문서를 수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도와 집단지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팩트 체크 및 문법, 업데이트 체크를 도와주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사람의 작업이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과학기술이 이룬 뛰어난 업적 중 하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일자리를 뺏고 과거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지던 분야까지 기계가 대신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을 돕는 똑똑한 비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글쓰기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질지도 모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봉준호 감독의 ‘언어의 아바타’ 통역 샤론최는 대치키즈

    봉준호 감독의 ‘언어의 아바타’ 통역 샤론최는 대치키즈

    ‘감독지망생 ’샤론 최는 한국과 미국에서 영어익혀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지난해 8월부터 약 6개월이 넘게 벌인 홍보 대작전을 통해 오스카 4관의 영예를 안기까지 그의 곁에서 ‘언어의 아바타’로 불린 통역 샤론 최의 활약이 컸다. 샤론 최의 명확한 발음과 뛰어난 통역은 미국 언론에서도 화제를 모아 인터뷰가 이뤄질 정도였다. 봉 감독은 지난 8월 콜로라도 중부의 고산지대에서 열린 텔루라이드 영화제부터 시작해 골든글러브 등 수많은 영화제 및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며 마침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화려한 종지부를 찍었다. 샤론 최는 지난해 5월 칸 시상식부터 봉 감독의 통역을 맡았으며 그 스스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봉 감독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완벽하다. 샤론 덕분에 모든 시상식 캠페인이 잘 굴러갈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봉 감독은 미국 연예방송 E!와의 인터뷰에서는 샤론 최가 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도 했다. 샤론 최의 한국 이름은 최성재로 그가 어린 시절 다닌 영어학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것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치동 3대 영어학원 다니고, 외고 졸업 샤론 최가 10살쯤 미국에서 돌아와 다닌 것으로 알려진 대치동 영어학원은 원래 대치동 3대 영어학원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대치동 영어학원은 레벨테스트(배치고사)에 합격해야만 다닐 수 있는데, 초등학생 입학시험은 벌써 올 6월까지 신청이 마감된 상태다. 학부모들로부터는 영어 말하기를 익히는데 좋고, 아이들이 영어를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곳이란 평가를 받는 곳이다. 고등학교는 용인외고로 불리다 전국형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면서 외대부고로 통칭되는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등학교 유학반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영화 유학을 떠난 영화학도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열린 제35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이 감독상 등을 수상할 때 샤론 최는 노트에 봉 감독의 긴 연설을 일일이 적은 다음 통역했다. 시상식에서 한 영화인은 샤론 최의 노트를 꼭 갖고 싶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한국말을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샤론 최와 같은 통역이 힘든데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힘인 것 같다” “관용표현이나 문장 구성을 한국인들이 이해하고 자주 쓰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아마도 대치동의 힘인 듯하다”며 자녀를 샤론 최처럼 키우고 싶다는 열망을 나타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다이노+] 남미서 ‘티라노사우루스 먼 친척’ 신종 공룡 발견

    [다이노+] 남미서 ‘티라노사우루스 먼 친척’ 신종 공룡 발견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렉스)와 먼 친척 관계에 있는 육식공룡의 화석이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에서 발견됐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르헨티나 라 마탄자 국립대 등 연구진은 약 9000만 년 전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서식한 신종 공룡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연구진은 신종 공룡의 학명을 ‘트랄카사우루스 쿠이’(Tralkasaurus cuyi)로 명명했다고 밝혔다. 트랄카사우루스는 파타고니아 지역 원주민 마푸체족의 언어로 ‘천둥 도마뱀’을 의미하며, 쿠이는 화석이 발굴된 지명인 엘 쿠이(El Cuy)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졌다.2018년 2월 아르헨티나 리오네그로주(州) 중부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트랄카사우루스는 T.렉스와 먼 친척 관계에 있다고 알려져 남반구의 T.렉스라고도 불리는 아벨리사우루스에 속하는 수각아목으로, 몸길이가 약 4m로 추정됐다. 이는 지구상 가장 유명한 공룡인 T.렉스의 몸길이가 15m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왜소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연구저자인 아르헨티나 자연과학박물관의 페데리코 아그놀린 박사는 “트랄카사우루스의 몸집은 같은 과의 육식공룡인 아벨리사우루스보다 작다”면서 “아벨리사우루스는 보통 7~11m 사이”라고 설명했다.또다른 연구 참여자로 같은 박물관의 마우리시오 세로니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번 발견은 육식공룡만이 아니라 초식공룡의 남반구 생태적 관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트랄카사우루스는 아마 이구아노돈이 속하는 작은 초식공룡들을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남아메리카 지구과학 저널’(Journal of South American Earth Sciences)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인사]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환경부, 대구교대

    ■ 산업통상자원부 ◇ 국장급 승진 △ 소재부품장비협력관 이원주 ■ 기획재정부 ◇ 서기관 승진 △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서진호 △ 연금보건예산과 주휘택 △ 복지경제과 정지원 △ 계약제도과 박주언 △ 재정관리총괄과 이제봉 △ 재정집행관리과 김동규 △ 인재경영과 장용희 △ 기획재정부 이용주 ■ 환경부 ◇ 국장급 전보 △ 대변인 정선화 △ 수자원정책국장 김동진 △ 전북지방환경청장 정복철 △ 금강유역환경청장 박하준 ■ 대구교대 △ 교육대학원장 조영남 △ 교육대학원 부원장 손장호 △ 교무처장 겸 입학관리본부장 이강엽 △ 학생처장 겸 장애학생지원센터장 겸 임용취업지원단장 겸 다문화교육원장 남석희 △ 기획처장 주현준 △ 기획평가단장 겸 대외협력국제교류지원단장 겸 혁신지원단장 양재석 △ 초등교육연구소장 겸 연구지원단장 최진경 △ 도서관장 겸 교육박물관장 겸 신문방송사주간 양선규 △ 교육정보원장 겸 교수학습지원단장 김상룡 △ 생활관장 겸 학생상담센터장 박은규 △ 교육연수원장 겸 평생교육원장 겸 언어교육원장 권성기 △ 영재교육원장 최재호 △ 미래인재교육센터장 겸 산학협력단장 손장호
  • [책꽂이]

    [책꽂이]

    다시, 새롭게 보기(켈리 그로비에 지음, 주은정 옮김, 아트북스 펴냄) 예술 작품 57점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낸 저작. 시인이자 문화비평가인 저자는 반복된 노출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듯한 ‘생경함’이 명작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하며, 진시황 병마용에서 모두 다른 병사들의 귀, 머리가 없는 ‘홀레 펠스의 비너스’ 등을 사례로 언급한다. 388쪽. 2만 3000원.렉시콘(맥스 배리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펴냄) 호주 작가 맥스 배리의 디스토피아 스릴러. ‘렉시콘’은 특정 언어, 주제, 분야에서 쓰는 단어들의 모음이라는 뜻으로 소설의 중심 인물은 언어로 사람을 조종하는 특수 능력자인 ‘시인’들이다. 가공할 위력을 지닌 ‘날단어’와 이에 면역력을 가진 ‘치외자’ 등 낯선 개념들을 둘러싸고 생사를 오가는 추격전이 전개된다. 592쪽. 1만 7800원.1493(찰스 만 지음, 최희숙 옮김, 황소자리 펴냄)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이전 아메리카 인디언의 문명과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낸 ‘1491’(한국어판 ‘인디언: 이야기로 읽는 인디언 역사’)의 후속작. 콜럼버스 등 유럽 식민 개척자들이 아메리카 땅에 발을 디딘 이후 전개된 인류의 경제·생태적 변화와 그 결과 탄생한 ‘호모제노센’의 기원을 다뤘다. 784쪽. 2만 5000원.철학자의 식탁(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먹는 행위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모았다. 먹는 것을 깊게 생각하는 일은 권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여겼던 플라톤과 칸트, 식탐은 죄라고 말한 토마스 아퀴나스부터 모든 생명체에게 이로운 식생활을 고민했던 피터 싱어까지 다양한 철학자와 철학 사조를 정리했다. 300쪽. 1만 7200원.일본군 ‘위안부’(조윤수 지음, 동북아역사재단 펴냄)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사료를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에 관한 구체적 사실을 적었다. 당사자들의 증언으로 위안부 문제가 제기된 시점부터 일본 정부와 군의 문서를 근거로 동원 과정, 이 문제를 외교 문제로 해결하려고 할 경우 부딪히는 한계 등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했다. 282쪽. 1만원.월스트리트의 내부자들(김정수 지음, 캐피털북스 펴냄) 한국거래소에서 27년간 근무하며 미국 증권법에 정통한 저자가 미국 월가에서 발생한 대형 내부자 거래 스캔들을 이야기한다. 월가를 움직이는 검은 정보, 미국 최고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왜 위험한 내부자 거래를 시작했으며, 어떻게 연방 정부에 꼬리가 잡혔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560쪽. 2만 5000원.
  • [서울광장] 공포의 형체를 먼저 그려오라/이지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공포의 형체를 먼저 그려오라/이지운 논설위원

    한국도 줄곧 ‘공포’가 문제였다. 정부는 걱정하지 말라고 해 왔고 전문가들은 사망률, 치료율, 전파율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통령도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신종 코로나가 중증 질환이 아니고 치사율도 높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나 공포는 그런 것으로 해소되지는 않는 것 같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하철을 타기가 미안한 상황이 도래했다. 치사율이 훨씬 높았던 메르스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사태 초기, 소셜 미디어에는 마스크 착용자에게 “호들갑 떨지 말라”고 힐난하던 이들도 있었다. 대통령은 13일에도 ‘머지않아 종식’을 강조했지만, 현장은 현장마다의 ‘계획’이 이미 진행 중이다. 졸업, 입학 시즌을 맞으며 상당수 학교는 ‘연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교육부는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며 ‘재량껏’을 강조하고 있다. ‘감염병 발생 지역 등을 여행한 경우 보고하라’는 통지 같은 것도 한 사례다. 기한은 ‘코로나 19 감염 위험 종료 때까지’이고 대상은 회사 직원의 가족도 포함하고 있다. 걱정과 공포의 총량은 줄지 않을 뿐 아니라,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들이다. 상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려면, 그 걱정의 내용을 먼저 알아야 한다. 마스크 착용자 모두가 감염 후 ‘치료불능’이나 ‘사망’을 우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통된 걱정이 있다면 ‘감염’일 텐데, ‘혹 이미 감염됐을까’ 하는 걱정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이 자발적 의심만으로도 당사자는 격리를 자원하게 된다. 진짜 걱정은 여기서부터다. 가족에게도 옮았을까? 어린 자녀는 누가 챙기고, 학교에는 누가 데려다 주지? 노부모는 어떻게 하지? 그러면서도 스스로 되묻는다. 정말 나는 감염된 것일까? 그러니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더욱 조심하게 된다. 주변에도 묻는다. 혹 외국 어디 어디 다녀온 지인·친척들을 만난 적이 있느냐고. 모임도, 외식도, 여행도 뒤로 미루게 된다. 내가 이렇다 보니, 혹 남에게 민폐를 끼칠까 더욱 두려워진다. 더욱 조심하게 되고 위축되는 이유다. 전염병이 일상에 얼마만큼의 불편을 끼치는지 메르스를 통해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 유명순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 1월 31일~2월 4일 진행한 설문조사가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 1000명의 응답자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주변의 비난과 추가 피해(5점 척도 3.52점)”였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 사람은 12.7%에 불과했지만,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본 응답자는 73.8%였다. 첫 확진 보고 후 2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다. 이 두려움이 적극적인 예방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 팀이 앞서 실시한 조사에서 메르스 때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응답은 35%였으나 이번에는 81.2%였다. 손 씻기를 실천한다는 응답도 98.7%였다. 누군가는 코로나19를 ‘독감’과 비교하며 치사율을 거론한다. 그러나 독감으로 이렇게까지 격리와 수용을 강제당하지는 않는다. 독감으로, 여행 계획을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통지는 본 기억이 없다. 크루즈 탑승객 전원이 내리지 못하는 일도 없고, 도시 봉쇄도 그렇다. 중국이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겨울철 독감 통계를 언급하고 ‘당신들이나 잘하라’고 한 것은 성급했다. 공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셈이다. “감염병 대응은 심리방역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도 일반 국민들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를 메르스보다 더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는 유 교수의 말을 유념해야 한다. 공포와 우려의 내용을 모르니, 국민들의 ‘인식’을 고치기가 어려운 것이다. 코로나19의 발생과 함께 주목을 끈 블루닷(BlueDot)이라는 캐나다의 헬스케어 업체는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자사 고객들에게 전염병 발생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인공지능(AI)은 매일 65개 언어로 된 약 10만개의 기사를 읽고 분석해 바이러스의 출현을 파악했다. 이후 현지 기후, 가축의 상태 등과 함께 전 세계 항공사의 발권 데이터를 활용해 중국 우한에서 방콕, 서울, 타이베이, 도쿄 등으로 병이 퍼질 것을 예측했다. 미국의 업체 메타비오타는 질병의 증상, 사망률, 치료 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야기하는 질병의 확산 위험을 추정하는데 “이 코로나바이러스가 ‘공포지수’가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수치로 표현된다면, 공포도 형체를 가졌다 할 수 있다. 공포의 모습과 내용을 알지 못한 채 공포와 맞설 수 없다. 관(官)은 메르스 때와 견주며 안주할 때가 아니다. 코로나19가 가진 공포의 형체를 먼저 그려올 일이다. jj@seoul.co.kr
  • [열린세상] 유럽의 동양인/김세정 런던 그린우즈 GRM LLP 변호사

    [열린세상] 유럽의 동양인/김세정 런던 그린우즈 GRM LLP 변호사

    고양이를 안고 밤 산책을 나갔다. 동네 어귀를 돌아서 오는데 어떤 백인 여성이 나를 보고 멀찍이서 딱 멈췄다. 그러고는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그게 뭐냐”고 물었다. 내가 품에 끌어안고 있는 하얀 고양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고양이라고 대답하자 여자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약간 무안해진 모양이었으나 그렇다고 사과를 하지는 않았고 다시 “그건 그럼 네 고양이냐”고 물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창궐하기 전에 벌어졌던 사건이고, 당시 나는 그 여성의 태도를 그저 공포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뭔지 잘 모르는 것을 접했을 때 나타나는 공포. 어두운 밤길을 가는데 어떤 사람이 뭔지 짐작이 가지 않는 커다란 허연 물체를 끌어안고 가까이 오는 거다. 무서울 수도 있겠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남의 고양이를 잡아다 안고 다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라니. 그렇게 고양이를 모른단 말인가. 고양이는 안기는 것을 싫어하고 심지어 주인이 안고 있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초면의 고양이를 평온히 안고 다닐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무지가 공포를 낳고 무례를 낳는 것이다. 만일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유럽인들이 동양인을 대놓고 차별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퍼진 상황에서 그 일을 겪었다면 저 사람이 내가 동양사람이라 저러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 역시 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질병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아무런 정보 없이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피하고 심지어 질병 그 자체 취급하는 태도들. 하물며 질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무례한 취급을 당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많은 분들은 한국인은 중국인이 아닌데 왜 유럽인이 우리를 차별하느냐고 분개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인에게 한국인을 중국인과 구별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몽땅 그저 동양인으로 여길 뿐이고 중국은 일종의 대표국가다. 이런 유럽인들의 태도가 억울하다면 영국인, 독일인, 프랑스인을 외양만 보고 구별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면 좋을 것이다. 이들 세 나라 역시 복잡한 과거사가 얽혀 있는 데다가 언어도 민족도 다르다. 하지만 대개 한국인들 역시 이들 나라 사람들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뿐 아니라 심지어 서양인은 몽땅 ‘미국인’으로 칭하는 사람들 역시 여전히 드물지 않다. 즉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널리 퍼진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중국인과 구별 짓는 것은 별 의미도 효과도 없다. 차별이나 혐오가 당하는 입장에서 더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차별이란 개인이 소속된 집단적 특성에 가해지기 마련이라 개인이 개선할 수 없거나 개선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을 공격의 구실로 삼는다. 국적이나 인종이나 성별 같은 것. 아니면 종교나 부모라는 위치 등이다. 내가 동양인이라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중국에서 새로운 종류의 질병이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내가 어쩔 수는 없는 일이니 이를 이유로 차별적이거나 혐오를 담은 언행을 당한다면 그건 참으로 억울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코로나19와 관련해 차별이나 혐오 표현을 나 스스로 직접적으로 겪지는 않았다. 물론 소셜 미디어나 언론의 보도가 실제 분위기보다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 현실 생활에서는 이런 일들이 흔히 벌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 한 명에게서 단 한마디의 차별적인 말을 들어도 기분 나쁘고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모든 또는 다수의 사람이 차별적인 태도를 취해야만 당하는 입장에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직접 겪지 않더라도 전달받는 말과 글을 통해서 가해지는 차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코로나19 발병 이후 중국인들에게 또는 재중 교포들에게 취했던 일부 한국인들의 태도는 집단적인 차별과 혐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대에 입학하고자 했던 성전환 여성을 거부하며 쏟아낸 말들도 마찬가지다. 잘 모르는 질병이 무섭고 공포스러웠을 수도 있다. 성전환자라는 존재가 낯설고 불편했을 수도 있고. 하지만 무지나 공포가 무례, 더 나아가 차별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사라 키르시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 기교를 부리지말고 죽어라, 집을 무너뜨려라망설이지 마라 나의 회색빛 돌고래는저편 해안으로 헤엄쳐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돌고래는 자기 앞으로 바다를 불어내었고, 갖은재주를 피우며 헤엄쳤다 물결이 철썩였다이제 돌고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해안은소금딱지로 변했고 텅 비었고돌고래를 잃어버렸다는 소문이다, 어느 누구도이제 출구를 알지 못한다 - 사라 키르시는 분단 시절 동독의 시인이다. 분단의 아픔을 밝고 투명한 상상력의 언어로 노래했다. 독일이 한 몸이었을 때 돌고래는 끝없는 해안을 따라 헤엄쳐 갔다. 물살을 타는 몸짓은 자유로웠고 물을 뿜는 휘파람 소리는 아름다웠다. 파도의 집을 무너뜨리고, 기교를 부리지 않고 살아도 좋았다. 한순간 독일의 해안은 소금딱지로 변했고 돌고래의 춤은 사라졌다. 어느 누구도 출구를 알 수 없는 절망의 시간이 찾아온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렇다. 돌고래의 춤은 사라지고 사랑 잃은 허탈한 사람들이 반도의 좁은 땅 안에서 헛기침을 한다. 곽재구 시인
  • 피임약 먹고 훈련하는 장애인 선수들 “성폭력 피해 도움 청하면 무시당했다”

    피임약 먹고 훈련하는 장애인 선수들 “성폭력 피해 도움 청하면 무시당했다”

    10명 중 2명 “신체·언어적 폭력 경험” “훈련 중 엉덩이 만져” 성추행 피해도“어릴 때 훈련하면서 감독한테 대나무로 수없이 맞았어요. 당시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장애인 선수 A씨) “성폭력 피해를 입어 여기저기 도움을 청해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했어요.”(여성 장애인 B씨) 장애인 선수 10명 중 2명이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폭력을, 10명 중 1명은 성폭행이나 성희롱 등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3일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 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9~10월 장애인 체육선수(중고생, 대학생) 155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22.2%(354명)가 구타, 얼차려, 욕설, 따돌림 등의 폭력·학대(성폭력 제외)를 경험했다. 가해자(중복 응답)의 절반 이상(51.5%)은 소속팀 감독·코치였고, 선배 선수(31.8%)와 동료·후배 선수(20.8%)도 주된 가해자였다. 응답자의 9.2%(143명)는 성희롱, 강제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가해자의 91.3%는 남성이었다. 동료·후배 선수가 성폭력 가해자(중복 응답)라는 응답이 40.6%로 가장 높았고, 선배 선수(34.3%), 소속팀 감독·코치(25.2%) 순이었다. 다른 팀 감독·코치(15.4%)가 차지하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폭력은 훈련장, 경기장, 회식 자리, 합숙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한 장애인 체육선수는 “훈련 중에 코치가 엉덩이를 만지거나 지나가면서 신체를 치고 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성폭력을 당해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긴 어려웠다. 성폭력 피해자의 절반(50%)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외부기관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39.4%),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24.2%)가 주된 이유였다. 장애여성 선수들은 생리일까지 미루며 뛰어야 한다. 장애여성 선수의 28.9%는 생리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훈련·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생리통이 매우 심해 휴식이나 휴가를 요청하면 지도자들이 ‘꾀를 부린다’고 여긴다”, “주로 약(피임약)을 먹고 (생리일을) 미루거나 참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장애인 선수 지도자의 장애 감수성 및 인권 교육 의무화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 상담 인력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성추행 코치·피해자를 한 팀으로… 체육계 ‘대놓고 2차 가해’

    성추행 코치·피해자를 한 팀으로… 체육계 ‘대놓고 2차 가해’

    영구 제한 징계에도 버젓이 초교 감독 성폭력 등 비위 지도자·선수 23명 적발 금고형 이상 등 97명 징계 없이 방치도 국가대표 선수촌 부실 관리 도마 위에성폭력 등 비위 행위자 23명이 아무런 제재 없이 체육지도자·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18일부터 5월 30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대한장애인체육회 등 체육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대표 및 선수촌 등 운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13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 체육지도자 성폭력 등 고질적 병폐로 지적받아 온 스포츠계 비리가 여전히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 소속 지도자·선수 등은 자격정지 1년 이상 징계를 받은 경우 징계 만료일로부터 3년이 경과할 때까지 등록이 제한된다. 징계 사유가 (성)폭력, 승부조작, 횡령·배임, 편파판정 등이면 영구적으로 등록을 제한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2017년 8월 폭력 사유로 자격정지 1년 6개월 처분을 받아 지도자 등록이 영구 제한된 A씨를 2019년 1월 초등학교 축구 감독으로 등록했다. 이처럼 대한체육회 산하 10개 회원종목 단체에서 징계처분에 따른 결격사유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지도자 18명을 부당 등록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한장애인컬링협회가 2015년 성추행 사유로 제명해 선수 등록이 영구 제한된 B씨를 대한장애인육상연맹은 2016년 3월과 2017년 4월 한 복지관 선수로 등록시켜 주는 등 장애인체육회 산하 6개 가맹단체도 지도자·선수 5명을 부당 등록했다. 감사에서는 또 대한체육회가 징계(2014~2018)한 지도자 등을 표본조사한 결과 (성)폭력 등으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아 체육지도자 자격증 취소(4명) 또는 정지(93명) 처분이 필요한 지도자가 97명이나 됐다. 이 중 15명은 2019년 5월 현재 자격증 취소·정지 없이 학교 등에서 계속 감독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부의 관리·감독 시스템 부실로 성폭력 등 비리가 신고돼도 체육계는 ‘솜방망이’ 징계만 할 뿐 아니라 사후 관리도 미흡했다. 언어폭력과 강제추행을 한 가해 코치와 피해 선수가 같은 팀으로 경기에 출전한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가대표 선수촌의 허술한 출입 관리 시스템으로 입촌 승인 없이 무단 침입하는 사례가 확인됐고, 남자 선수가 여성 선수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선수촌에 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동정] 전남대 민춘기 박사, 강사최초 한국교양교육학회 부회장

    △ 전남대학교 민춘기 박사(독일언어문학과 강사)가 한국교양교육학회 2020년 1차 회의에서 부회장에 위촉됐다. 민 박사는 학회지에 매년 1편 이상의 논문 게재와 5~10편의 논문심사 경력을 인정받아 강사로는 최초로 연구 부회장 직책을 맡게 됐다. 민 박사는 “대학에서 교양 교육의 역할이 막중한 시기에 부회장으로 위촉돼 책임감이 무겁지만, 모교의 교양 교육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중책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 서울예술대학교, 융복합예술로 ‘뉴 폼 아트’ 길 개척

    서울예술대학교, 융복합예술로 ‘뉴 폼 아트’ 길 개척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Art & Digital Tech’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글로벌 콘퍼런스가 지난 7일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진행됐다. ‘Algorithm, Creativity and Abstraction’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글로벌 콘퍼런스는 서울예대 컬처허브에서 개발한 라이브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서울과 뉴욕, 로스앤젤레스(LA) 3개 도시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다원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됐다. 뉴욕 컬처허브 스튜디오에서 최두은 큐레이터의 진행으로 뉴욕의 다니엘 로진, LA의 레픽 아나돌, 서울의 팀보이드(송준봉·배재혁·석부영)가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아울러 이날 Art & Digital Tech의 오프닝 행사로 고준원 서울예대 영상학부 방송영상전공 교수의 기획공연 ‘프롬 사이언스 투 사일런스(From Science to Silence)’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랐다. 서울예대 관계자는 “고 교수는 지금껏 실험적 요소로만 진행돼온 Interactive Performance 분야에서 기존의 기술을 초월해 센서에 의해 완벽하게 물질과 비물질이 통합 제어되는 공연을 시도했다”며 “우리나라 공연의 세계화를 겨냥해 비언어적 요소를 중심으로 무용, 영상, 조명, 음향만으로 구성해 해외 공연에 최적화된 새로운 예술 포맷을 개발해 큰 이목을 끌었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14일 오준현 교수가 기획한 멀티미디어 융합 퍼포먼스 ‘체인징 타이즈’ 공연이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작품은 다른 시공간의 제약을 텔레마틱 기술로 뛰어 넘으며 죽은 자의 영혼을 기리는 굿이 아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자의 생명을 기원하는 산진오귀굿 형태로 진행된다. VR, 5G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더욱 혁신적인 텔레마틱 음악 공연을 선보이고자 기획됐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편의점도 기생충 속 ‘짜파구리’ 열풍…판매 61.6% 늘어

    편의점도 기생충 속 ‘짜파구리’ 열풍…판매 61.6% 늘어

    ‘부채살 짜파구리 세트’ 한정 판매 계획맥주 필라이트 매출도 21.4% 증가해세계적 관심…11개 언어로 조리법 소개해리스 美대사도 ‘짜파구리’ 인증샷 남겨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 역사를 쓴 뒤 영화에 등장한 ‘짜파구리’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편의점에서도 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인 지난 10~11일 짜파구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너구리와 짜파게티 봉지면 매출을 살펴보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6% 폭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22.5%, 지난주와 비교하면 16.7% 늘었다. 너구리와 짜파게티 컵라면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7% 잘 팔렸다. 아울러 영화에서 기택(송강호 분) 가족이 함께 마시던 맥주 필라이트(500㎖) 매출도 지난해보다 21.4% 증가했다.GS25는 인기에 힘입어 공식 애플리케이션 ‘나만의 냉장고’ 쇼핑몰에서 오는 14~18일 짜파게티와 너구리, 채끝살 등으로 구성된 ‘부채살 짜파구리 세트’를 1000개 한정 판매한다. 또 상품명에 ‘봉’이 들어간 상품 7종을 30% 할인하고, 오는 25~29일에는 짜파게티 봉지면과 너구리 봉지면을 함께 사면 할인해주는 행사도 진행한다. 앞서 농심은 영화 속 ‘짜파구리’의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게재했다. ‘기생충’ 속에서 짜파구리는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돈’으로 표현된다. 이 표현은 참신한 번역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농심은 “‘기생충’과 함께 ‘짜파구리’에 대한 세계 각국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누구나 손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로 안내 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또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도 지난 10일 ‘짜파구리’를 먹으며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을 축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짜파구리’를 먹으며 시상식을 시청했다. 해리스 대사는 트위터 글에서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이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을 비롯해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오스카 4관왕을 차지했다! 놀랍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씨줄날줄] 탈북자 지역구 출마 1호 태영호/이지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탈북자 지역구 출마 1호 태영호/이지운 논설위원

    “일 없다”는 북한 말은 ‘괜찮다’는 중국말 표현, ‘메이스’(沒事)를 옮긴 것이다. 우리는 이해(理解)하지만, 북한은 료해(了解)한다. 료해 역시 중국말을 쓴 것이다. 해방 이후 남한 말은 영어와 일본어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북한 말은 중국, 러시아말과 많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북한의 고유한 사투리에, ‘사회주의’적 언어습관까지 더해져 남북 간 언어는 많이 달라져 있다.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였던 태영호씨가 “지역구 인민들의 선택을 받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21대 국회의원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다. 그는 ‘주민’이라는 표현도 썼지만, ‘인민’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태씨를 사석에서 만난 뒤 깜짝 놀란 점을 전해들은 적이 있다. 태씨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호’의 번호와 연도, 내용을 정확히 외우고 있을 뿐 아니라 전후 사건과 국제사회의 흐름까지 꿰고 있더라는 것이다. “협상 당사자도 아닌데, 저렇게 외울 수 있는 외교관이 남쪽에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했다고 한다. 태씨에 대해 “그가 갖고 있는 북한 관련 지식과 정보가 권위를 갖게 됨으로써, 얼치기 정보와 분석은 앞으로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태씨의 지역구 출마에 반응이 엇갈린다. 그를 “남파 간첩”으로 규정한 한 울트라 극우인사는 지금도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일부 극좌 인사들은 “북의 배신자”라며 극혐을 표현한다. 우파 중에서는 “정파성이 충돌하는 현장보다는 본인 이름이 갖는 브랜드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일을 하는 게 낫다”고도 한다. 탈북자 가운데 첫 국회의원은 조명철 전 통일교육원장으로 2012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태씨는 유권자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하는 지역구에 출마한다. 경찰은 그래서 울상이라고 한다. 태씨는 신변 보호 ‘가급’으로 24시간 경호를 받는다. 불과 10년 전인 2010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암살 미수 사건을 겪은 경찰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북한 정찰총국 소속의 암살조 2명이 일반 탈북자들에 섞여 입국했다가 국정원에 적발됐다. 그해 7월 징역 10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 앞에 그대로 공개되는 만큼 “정당인으로든, 지역구 주민으로든 장기 남파 간첩 가운데 하나가 얼마든 그의 주변에 다가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탈북자가 3만명을 넘어선 게 3년 전이다. 서울에서 탈북자 모자가 굶어 죽는 일도 생겼다. 사회복지망으로든, 북한이탈주민 지원 체계로든 큰 ‘구멍’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태씨가 ‘출사표’에서 이들 탈북자를 대표하고, 통일도 준비하겠다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jj@seoul.co.kr
  • CJ ENM 점심 메뉴에 등장한 ‘채끝 짜파구리’

    CJ ENM 점심 메뉴에 등장한 ‘채끝 짜파구리’

    영화 ‘기생충’ 4관왕을 축하하는 CJ ENM 구내식당 영양사의 센스가 화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가운데 투자와 제작을 맡은 CJ ENM 구내식당 점심 메뉴에 ‘소 등심을 넣은 짜파구리’가 나왔다. 짜파구리는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반반 섞어서 끓인 음식을 말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조여정(연교)이 가정부 역의 장혜진(충숙)에게 ”8분 뒤 도착하니까 짜파구리 해주세요. 냉장고에 한우 채끝살 있을 텐데 그것도 좀 넣어서“라고 주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민 음식인 짜파구리에 비싼 한우를 넣어 호화스러운 음식으로 변한다. 짜파구리는 작품 속에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소재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짜파구리를 번역하면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돈’(Ram-don)으로 표현된다.CJ ENM 구내식당 영상사는 ‘기생충’의 4관왕을 축하하는 의미로 ‘채끝 짜파구리’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내식당은 보통 일주일 혹은 한 달 메뉴가 직원들에게 사전 공지되지만 이날 만큼은 특별한 메뉴가 나왔다고 전해졌다. 한편 농심은 ‘짜파구리’의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11일 공개했다. 농심은 영화 ‘기생충’과 함께 짜파구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농심은 지난 7일 ‘기생충’이 개봉한 영국에서 영화 포스터 패러디와 조리법을 넣은 홍보물을 만들어 짜파구리를 알리고 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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