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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족은 근대 정치 부산물? 유전자가 끄는 자연 본능!

    민족은 근대 정치 부산물? 유전자가 끄는 자연 본능!

    18세기 근대화 혁명 거쳐 ‘민족’ 개념 만든 유럽 제국시절에도 민족은 서로 뭉치며 흥망 이어가 인간은 이방인보다 같은 유전자 가진 친족 선호국가 분쟁·이념 싸움도 민족 개념으로 극복해야 한때 우리는 ‘백의민족’이라는 말로 한 민족임을 과시했다. 민족이나 민족주의에 관해 거부감이 아주 크지는 않다는 말이다. 유럽은 조금 다르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근세에 나왔다거나, 18세기 프랑스혁명이나 산업혁명과 더불어 출현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교구 단위로 느슨하게 연결된 소규모 농촌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결속하기 위한 사회적 통합의 노력이자 정치적 과정에 따른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민족이 자본주의와 산업화, 도시화, 대중 정치 참여, 인쇄술 등과 같은 접착제로 이어 붙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아자 가트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석좌교수는 ‘민족’을 통해 이런 주장을 반박한다. 전작 ‘문명과 전쟁’, ‘전쟁과 평화’에서 전쟁이라는 틀로 세계사를 설명한 저자는 이번엔 민족이라는 틀로 역사를 풀어낸다. 저자는 우선 민족을 ‘친족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뚜렷한 의식을 지니고 국가 내에서 정치적 주권이나 자치권을 가졌거나 이를 추구하는 집단’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역사를 더듬어 민족의 기원을 찾는다. 수렵 채집 집단에서 시작한 친족 집단이 씨족을 거쳐 부족으로 발전한 과정, 기원전 1만년 전에서 5000년 전 사이에 부족 조직이 대규모 종족으로 거듭나고 국가가 형성된 과정, 고대 이집트와 중국을 오가며 여러 민족의 흥망을 분석한다. 우리가 아는 그리스의 도시국가는 평소 자주 대립했지만, 외세 위협이 닥쳤을 때는 민족을 중심으로 서로 동맹을 맺기도 했다. 또 제국은 영토 내에 있던 민족을 없애려 했지만, 오히려 민족 국가의 결속을 자극했다. 제국은 학교, 보편 군역, 미디어, 언어 교육 등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무력이나 회유로 민족을 지배하려 했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35년을 견뎌 낸 우리로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인간 본능에는 집단을 이루려는 성향이 있다. 인간은 이방인보다 자신과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을 더 선호하도록 진화했다는 사회생물학이 그 근거다. 부족국가에서 현대의 유럽에서 생겨난 민족국가들까지 살핀 저자는 민족이 근대적 혁명으로 만들어진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선동한 촉매제로 작용했다고 결론 짓는다. 현재로 눈을 돌린 저자는 민족주의적인 원인으로 발발하는 전쟁을 우려한다. 민족 통일과 민족 독립을 외치며 중동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유럽 전반에 폭력적 테러가 이어진다. 난민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이냐를 두고 유럽 나라들 간 의견이 충돌한다. 저자는 민족과 민족주의가 앞으로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다시금 강조한다. 전 세계 유례없는 민족 해방운동인 3·1운동으로 광복을 맞은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국부(國父)가 누구냐를 두고 패를 갈라 싸우고, 이번 광복절에는 또다시 친일을 두고 쪼개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뿐인가. 종교를 내세워 광장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었던 날 이후 사회는 다시 감염병 공포에 휩싸였고 갈등이 이어진다. 책은 분열한 사회를 민족이라는 개념으로 어떻게 다시 이을 수 있는지 고민하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진중권과 설전·주호영 저격…與 전대 후보들 막판 SNS 총공세

    진중권과 설전·주호영 저격…與 전대 후보들 막판 SNS 총공세

    코로나19로 대면 선거운동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한 최고위원 후보들이 SNS 등을 통해 막판 총공세를 하고 있다.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벌이고 있는 이원욱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저격했다. 이 의원은 “주호영 대표에게 긴즈버그의 언어를!”이라는 글에서 “(광화문 집회 허가) 결정을 한 판사 이름을 따서 판결을 공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형태“ 주 대표의 발언이다”라며 주 원내대표의 발언을 끌어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판결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꾀하는 것이며, 판사에게 국민의 생명권이 걸린 문제에서는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인데, 공격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미국 최고령 대법관이자 진보적인 가치관으로 유명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말을 인용하며 주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노웅래 의원은 김종인 대표를 저격했다. 노 의원은 “내로남불 노회한 계산은 그만둬야”라는 글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공공의대가 시급한 것이 아니라며 정부와 의사들이 서로 양보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 의원은 “명색이 제1야당 대표가 사실상 의사들의 불법 진료거부를 정부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이라며 “코로나 극복이 최우선이라면 당연히 의사들에게 즉각적인 현장 복귀를 주문해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양향자 의원은 “새 지도부는 경제 지도부여야 한다”며 “문재인 뉴딜을 성공시키는 지도부여야 한다”고 자신의 강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야당의 힘으로 제압할 게 아니라 실력으로 압도해야 한다”라며 “그 위에서 협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호남이 어렵다고 해서 편한길 놔두고 광주에 출마했다”며 “여성이 민주당을 외면했을 때는 원외라는 조롱 속에서도 전국여성위원장에 출마해 당선됐다”고 과거의 헌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초단체장으로 후보로 출마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투표는 아직 다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밤 10시까지 전국대의원 투표가 진행되고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고지가 얼마남지 않았다”라며 “함께 새 역사를 써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늘 권리당원 투표 마지막 날”이라며 “아직 투표를 못하셨다면 직접 거는 ARS로 참여하실 수 있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신동근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차기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온라인 투표가 진행 중”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 진보개혁의 왼쪽 미드필더 신동근 한 명 정도는 꼭 최고위원으로 만들어주십시오”라고 촉구했다. 한병도 의원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기호 4번 한병도는 꼭 최고위원에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각국 국내로 떠나는 여행 열풍…대만의 원주민 투어

    각국 국내로 떠나는 여행 열풍…대만의 원주민 투어

    대만은 원주민의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중 하나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야외에서 레저 활동이 각광을 받으며 대만에서는 원주민 문화를 활용한 투어를 선보이고 있다. 대만의 브롬튼 자전거 부품회사 ‘조셉 쿠삭(Joseph Kuosac)’은 자전거를 타고 원주민 마을을 탐험할 수 있는 여행을 기획했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원주민들은 같은 나라 안에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대만 동부에 위치한 화롄지역의 아메이족과 부눙족의 마을을 탐험하는 여행은 자전거를 타고 진행된다. 투어는 대만의 자연과 오래됐지만 정감 가는 마을을 누비며, 투어 수익은 지역 카톨릭 교회에 기부된다. 이 여행의 특별함은 대만에서도 소수에 해당하는 원주민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원주민은 국민의 2.38%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16개의 부족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중 아메이족은 전체 부족의 약 37%를 차지하며 최다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대만의 국민은 본성인과 외성인, 원주민으로 구성돼 있다. 대만인으로 불리는 본성인은 한족을 가리키며, 외성인은 1949년 국공내전 이후 장제스와 함께 대만으로 넘어온 국민당 인사 등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들이 대만 섬으로 이주하기 전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을 원주민이라고 부른다. 대만 섬에는 말레이계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한족이 17~19세기에 걸쳐 이주하면서 원주민들의 한족화가 진행됐다. 원주민은 평지에 살던 원주민과 한족화 되지 않은 고산지역의 원주민으로 구분됐고, 평지에 살던 원주민은 한족과 결혼 등으로 한족으로 통합돼 보통 고산지역의 원주민을 대만의 원주민으로 지칭한다. 이들은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가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며 대만뿐 아니라 각국에서는 국내 자원을 활용한 여행 상품을 발굴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다면 한층 더 즐길거리가 많아진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대만의 원주민을 만나러 떠나보는 건 어떨까.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국립국어원, 인공지능 한국어 학습용 자료 공개

    국립국어원, 인공지능 한국어 학습용 자료 공개

    25일 13종 18억 어절 분량의 말뭉치가 국립국어원 ‘모두의 말뭉치’(https://corpus.korean.go.kr)에 공개됐다. 국립국어원은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2018~19년 구축한 것으로, ‘모두의 말뭉치’ 사이트에서 온라인 약정서를 작성하고 승인을 받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어원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21세기 세종계획’을 추진하며 약 2억 어절의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모두의 말뭉치’에는 최근 10년간의 신문 기사와 서적 2만 188종, 일상생활의 음성 대화와 메신저 대화, 방송 자료, 대본 등이 들어 있다. 또한 컴퓨터가 한국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형태, 구문, 의미, 개체 등 언어 단위별로 분석한 자료 1100만 어절도 담겨 있다. 한국어 사용자의 직관과 판단 정보를 분석한 문법성 판단과 어휘 관계 자료 40만건도 포함돼 있다. 이번 자료에서는 일상 대화, 메신저, 웹 문서 등 구어체의 비중을 높였는데, 특히 표준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별, 연령별 대화 자료들도 포함됐다. 인공지능(AI) 스피커, 챗봇 등의 대화형 서비스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어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는 중소기업과 새싹기업(스타트업·벤처기업)들이 한국어 처리 기술 개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이나 관련 연구기관 등도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공개한 말뭉치는 한국어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데, 국어원은 10월 초 말뭉치 활용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경우 전문기자 wlee@seoul.co.kr
  • [사설] 인권위의 장애인 인권교육 권고받은 여당 대표

    국가인권위원회가 그제 ‘장애인 비하’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에는 차별행위 중단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이 대표에게는 장애인 인권교육을 수강하라고 권고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1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민주당 ‘영입 인재 1호’ 최혜영 강동대 교수에 대해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고 말해 ‘장애인 비하’라고 비판받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 대표의 발언이 차별행위라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앞서 2018년 12월에도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는 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261만 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1%다. 인구 20명 중 1명은 장애인인 셈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32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 표현이나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당 대표의 잇따른 장애인 비하 발언은 엄연히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행위이며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장애인 가족들에게 상처와 모욕감을 주는 행위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지난 1월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절름발이 총리”라고 발언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지난 4월 “키 작은 사람은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를)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고 발언한 황교안 전 대표에 대해서도 장애인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여당 대표가 인권교육을 받는 것을 계기로 여야 정치인들 모두 장애인에 대한 발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회 윤리위원회를 비롯해 관련 기구와 규정을 대폭 강화하고 정비해 정치권에서 더이상 장애인 비하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중고 소방차, 캄보디아·키르기스스탄에 무상 지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캄보디아와 키르기스스탄에 총 8대의 중고 소방 구급차를 무상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까지 11개국에 중고 소방차 127대를 지원했고, 올해는 다음달 말까지 캄보디아에 6대, 키르기스스탄에 2대 등 총 8대를 인도한다. 지원 국가는 필리핀, 몽골, 페루, 미얀마,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카메룬, 인도네시아 등이다. 지원되는 소방차는 정비를 마친 뒤 각국에 운송되며, 운송비용은 서울시 대외협력기금과 지원 대상국에서 일부를 부담한다. 지원한 소방차 종류는 펌프차와 물탱크차, 지휘차, 구조버스, 구급차, 구조공작차, 화학차, 이동체험차 등이다. 시는 세계적 수준의 ‘서울시 재난관리 노하우’를 해외 도시로 전파한다는 취지로 2012년부터 중고 소방차를 중앙아시아 등 주변국에 지원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 소방재난본부가 제작해 해외로 배포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 영상 매뉴얼’과 ‘소방차 운용 기법’ 등을 현지 언어로 번역해 함께 제공한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현 고1이 치를 수능 2022년 11월 17일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2022년 11월 17일 시행된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부터 도입된 ‘문·이과 통합 체제’가 2023학년도 수능에도 적용된다. 교육부가 26일 발표한 2023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에서 공통과목을 보고 선택과목을 1개 골라 응시해야 한다. 현행 국어에서는 선택과목이 없지만, 2022학년도에 이어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공통과목인 ‘독서’와 ‘문학’에 선택과목으로는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이 도입된다. 수학은 ‘가형’과 ‘나형’ 구분이 사라지고 공통과목인 ‘수학Ⅰ’, ‘수학Ⅱ’에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가 도입된다. 사회·과학탐구 역시 문·이과 구분 없이 총 17개 과목에서 최대 2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응시한다. 교육부는 문·이과 간 칸막이를 허문다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2022학년도 수능에서 국어·수학의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를 도입했다. 직업탐구에서도 2개 과목을 응시하는 수험생은 ‘전문공통과목’(성공적인 직업생활)이 신설된다. 제2외국어·한문에서는 절대평가가 적용된다. 세부적인 2023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22년 3월에 공고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인사]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한현수 ■서강대 △기획처장 전종호(학생문화처장 겸직) △정보통신대학원장 김지환(정보통신원장 겸직) ■건국대 △대학원장 이중복 △건축전문대학원장 겸 건축대학장 강순주 △법학전문대학원장 최윤철 △행정대학원장 겸 사회과학대학장 곽진영 △교육대학원장 겸 사범대학장 박종효 △농축대학원장 겸 상허생명과학대학장 서한극 △예술디자인대학원장 겸 예술디자인대학장 황진숙 △부동산대학원장 겸 부동산과학원장 신종칠 △수의방역대학원장 겸 수의과대학장 최인수 △문과대학장 김진기 △이과대학장 박춘재 △경영대학장 이미영 △KU융합과학기술원장 조쌍구 △상허교양대학장 한정수 △상허기념도서관장 오현정 △언어교육원장 염재웅 △미래지식교육원장 장성호
  • 세계 유명 대학 제주 유치 추진… ‘동북아 교육 중심지’ 속도 낸다

    세계 유명 대학 제주 유치 추진… ‘동북아 교육 중심지’ 속도 낸다

    제주의 미래 먹거리인 제주 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최근 6억 5000여만원의 예산으로 제주 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 부지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연말까지 실시설계 용역을 마무리한 뒤 내년에 착공할 계획이다. 2단계로 나눠 진행한 제주 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은 289만여㎡ 부지의 1단계 사업을 2017년 마쳤고 26만 3534㎡ 부지에 국제대학, 주거시설, 근린생활시설, 주차장 등을 2023년 상반기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JDC는 제주 영어교육도시를 완성하는 2단계 사업으로 세계 유명 대학을 제주에 유치하는 등 동북아시아 교육 중심지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제주 영어교육도시 조성 사업은 2006년 당시 조기 해외 유학 붐에 따른 기러기 아빠 등 사회 문제와 유학수지 개선 등을 위해 시작됐다. 현재 4개 국제학교에 3500명이 재학 중이다. 제주 국제학교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해외 유학의 대안 수요가 부쩍 늘어났다. JDC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기간인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지원자 수를 보면 전년의 444명보다 1.25배 늘어난 568명이었다. 특히 4~5월은 지원자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전년 동기 대비 지원자가 183명에서 318명으로 1.7배 증가했다. JDC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국제학교 지원은 정기입학 시즌인 11~1월 사이인데 코로나19로 리턴한 유학생에게 제주 국제학교가 대안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이는 해외 유학 수요를 흡수하고 외화 반출을 막기 위해 조성된 영어교육도시의 조성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유학생이 국내 교육과정으로 전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해외 학교와 같은 교육과정(IB, GCSE, AP 등)을 운영하는 제주 국제학교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 국제학교는 개교 이후 해마다 경쟁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2018년과 지난해 평균 경쟁률이 2.2대1이었다. 제주 국제학교 충원율은 이달 기준 77.8%다. 이는 세계적인 국제학교 운영법인 GEMS(51개교·학생 12만명)과 노드앵글리아(66개교·학생 6만 4000명)의 학생 충원율 평균 75%보다 높다. 국내 경제자유구역 내 국제학교의 충원율 평균은 58% 수준이다. JDC는 해외 유학생 리턴 지원자가 계속 늘어나 학생 충원율이 조만간 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JDC는 지난 4월부터 영어교육도시에 학교 설립 의사를 밝힌 4개 사와 협의 중이다. 제주에 진출 의사를 밝힌 미국계 국제학교는 전 세계에 학교 브랜드 40개 이상을 보유한 학교운영법인이 운영하는 학교다. 영국계 국제학교는 지난해 영국 최고의 사립학교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영국계 국제학교는 2018년 영국 내 영국중등교육자격시험(GCSE) 성적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다언어, 다문화 국제학교 선호 경향을 반영한 이중언어 국제학교도 진출 의사를 밝혔다. JDC 관계자는 “이들은 모두 최상위권 명문학교와 건실한 투자사, 학교운영 법인”이라며 “제주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운영 활성화와 미래비전 등을 보고 진출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 국제학교는 JDC가 투자해 부지와 학교 건물 등을 제공한 기존 국제학교와 달리 학교부지와 건물 등에 직접 투자한다. 제주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는 해외 유학 희망자를 제주로 흡수해 그동안 누적 외화 절감액이 6970억원에 달하는 등 유학수지 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제주 영어교육도시 파급효과 실증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제주 국제학교는 외국 본교의 우수한 교육과정을 제공해 조기 유학생 수 감소에 기여했고 재학생 9000명 달성 시 제주 지역에 연간 3687억원의 소득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제주도 연간 지역내총생산(GRDP)이 18조원인 것과 비교할 때 연간 약 2%의 추가적인 소득 창출 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선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은 1996~2006년 제주 지역에서 인구 최다 감소 지역 5위(-2497명)였으나 국제학교가 들어선 이후인 2006~2016년 인구 증가 추세로 전환돼(2405명) 도시 활성화에도 한몫하고 있다. JDC는 제주 지역 사회적 배려계층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장학사업도 벌이고 있다. 중학교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비와 기숙사비 등 모두 3억 5000만원을 지원한다. 2015년부터 10명을 선발, 지원했다.제주 국제학교는 해외 유학 수요를 국내로 흡수한다는 취지로 조성돼 내국인 입학제한이 없고 졸업하면 국내외 학력 모두 인정된다. 정시 및 수시 지원도 가능하다. 내국인 입학 비율 100%는 국내에서 제주 국제학교가 유일하다. 타 지역의 외국교육기관(국제학교) 및 외국인 학교는 내국인 입학비율이 30~50%다. 현행법상 영리법인은 영어교육도시에 대학을 설립할 수 없다. 국제학교도 과실송금은 할 수 없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안도현의 꽃차례] 시란 무엇인가

    [안도현의 꽃차례] 시란 무엇인가

    수십 년 시를 읽고 쓰는 일을 운명처럼 여기고 살았다. 여러 권의 시집을 냈고 나를 시인으로 불러 주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최근에 나는 과연 시인인가 하는 의문이 내 안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할머니들이 쓴 시가 나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논산 한글대학에서 뒤늦게 한글을 깨친 어르신들의 시는 시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되묻게 한다. 사람의 마음에 가닿는 일이 시가 지향하는 가치 중의 하나라면 내가 쓰는 시는 그분들의 시에 훨씬 못 미치는 게 아닌지. 흔히 시는 감추어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고 비유에 기대어 말을 하라는 거다. 그러나 비유의 과정을 통과하지 않은 비유 이전의 언어에 오히려 진심이 어려 있을 때가 많다. “아이고 군인 대장인지 알았는디/시집 와 보니 대장간집 아들이더라/허청에는 호미 낫이 널부러져 있고/장정들 세로 매질소리/내 귀청 떨어지네/일꾼 밥 해주는 일이/왜 이리 힘들었던지”(김광자, ‘대장간집 아들’) ‘군인 대장’과 ‘대장간집’의 유사한 음성이 기발한 언어유희를 만들어 낸다. 사실 이 유희 속에는 절망을 끌어안으면서 현실을 인내하는 화자의 슬픔이 내재돼 있다. 이 시는 한낱 푸념이 아니다. 이 어르신의 생애 그 자체다.무기교의 기교라는 말이 있다. 예술의 영역에서 기교는 멋을 부리거나 자신의 작품을 과시하려는 욕망에서 발생한다. 할머니들이 시적인 기교를 누구에게 배우거나 연습했을 리가 없다. 아예 그 개념조차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 덕분에 아무런 치장과 수식이 없는 무기교의 맨얼굴을 선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하얀 고모신 사오셨다/조아서/발닥고 새신에/발을 꼭 맞추엇다/그리고/나는 사분사분/둑길을 거럿다/나비처럼/하얀 고모신에/흙 무들 까봐/고모신 버서/가슴에 안고/맴발로 맴발로 거럿다”(이범휘, ‘하얀 고모신’) 하얀 고무신을 선물받은 아이의 마음은 발을 닦고 나서야 새 신을 신는 마음이고, 신발의 크기와 상관없이 발을 신발에 꼭 맞추는 마음이며, 고무신에 흙이 묻을까봐 가슴에 안고 둑길을 걷는 마음이다. 이 시가 특히 아름다운 것은 마지막 행 “맴발로 맴발로”의 반복 때문인데 이 반복은 즐거움에 가득 차서 걷는 아이를 실감 있게 표현한다. 이 산뜻하기 그지없는 반복을 지금 이 땅의 어느 시인이 구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세상은 고차원적인 지식과 정보가 넘치지만 우리는 별로 행복하지 않다. 우리는 단순해지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풍부한 경험과 단단한 이력을 쌓으면서 우리는 딱딱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매달리면서 우리의 글들은 기계적인 형식 속에 갇혀 공문서처럼 변해 버렸다. “백일홍 나무에/고운 꽃이 피었구나/100일 뒤에는/쌀밥을 먹겠구나”(오세연, ‘백일홍’) 백일홍은 배롱나무를 말하는데 여름에 100일 가까이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100일 뒤에 가을이 와서 추수를 하게 되고 그러면 쌀밥을 먹게 된다는 이 발견의 눈은 경험이 만든 뛰어난 과학이다. 백일홍의 꽃과 쌀밥 사이의 먼 거리가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문자를 습득하면서 어르신들은 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됐다. 비로소 다물었던 입을 열고 캄캄하던 눈을 개안(開眼)한 것이다. 한글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게 됐고, 타자를 조금 더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됐다. “기푼 산속에 밭 있다/깨도 심었고/콩도 심었는데/토끼가 뜨더 먹었다/나는 무엇을 먹을까/토끼한데 젓다”(이월영, ‘깨밭’) 세상을 보는 태도, 소재의 착상, 시 창작의 과정, 그리고 그 결과물인 시에 진솔한 마음이 차고 넘친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촌형을 따라 도시로 나가 살았다. 어머니가 그때 보낸 편지 속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큰사람이 되라는 훈계 따위는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문장은 “나물 무칠 때 참기름 많이 넣어 먹어라.” 이거 하나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읽으며 나는 그 옛적 우리 어머니의 이 한 문장을 떠올린다. 삐뚤삐뚤한 글씨를 편지지에 적던 어머니의 손과 한 자 한 자 공을 들여 글자를 적었을 할머니들의 손을 생각한다.
  • 양운성·백승기 의원, 안성상담소서 교육 주요사업 정담회 개최

    양운성·백승기 의원, 안성상담소서 교육 주요사업 정담회 개최

    경기도의회 양운석(더민주, 안성1), 백승기(더민주, 안성2) 도의원은 20일 경기도의회 안성상담소에서 안성교육지원청 김송미 교육장, 이해석 경영지원과장, 전광수 교수학습지원과장, 박미정 성과협력팀장, 박경홍 학생배치팀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추진 및 계획 중인 현안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안성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안성 특색교육 사업으로 ▲9교 9색 고교 특성화 - 학교별 특색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하여 고교학점 기반 조성 ▲몽실학교 환경개선 - 누수보안·외벽 공사, 냉난방기 미설치 등 ‘2020년 안성교육지원청 주요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세계언어센터(GLS)’는 (구)백성초 부지에 건립 예정으로 이곳에 다양한 언어교육을 지원할 ▲안성 학생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체계를 마련하고 ▲다문화 학생의 빠른 한국 생활 적응 지원과 자국 정체성 회복이 필요하며 ▲영어 및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여 안성의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고자 추진하는 안성시와의 협력사업이다. 특히 “안성의 공도지역의 학교들이 과밀화 되고 있어 학교 설립의 필요성이 있으며 교육여건개선을 위하여 ▲초중통합학교 신설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안성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김송미 교육장은 “공도지역 초중통합학교 신설을 통해 공도초 과대학교가 해소 되어 합리적 학생배치 및 학생들의 교육여건들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미래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별, 학교급별 특성에 따른 다양한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주요사업들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희망의 중심, 안성맞춤 행복교육을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양운석, 백승기 의원은 “안성교육지원청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사업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안성지역 학생들이 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학교 설립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원고지 10만장에 담긴 ‘청년 방민호의 꿈’… 세상 모든 글을 품다

    원고지 10만장에 담긴 ‘청년 방민호의 꿈’… 세상 모든 글을 품다

    오래고도 거센 장마 끝자락에 서울 인사동에서 그를 만났다. 우리는 또래이고, 공동 경험을 여럿 나눈 동료이고, 서로의 성정을 잘 알고 있어 이야기의 핵심을 집약해 가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삼 그를 만나기로 한 건 이번에 그의 신작 ‘경원선 따라 산문여행’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책에 얽힌 이야기, 그동안 걸어온 문학 인생 이야기며 앞으로 매진해 갈 분야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방민호는 세상이 다 아는 비평가요, 근대문학 연구자다. 그런데 그는 근자에 들어 시와 소설 등 창작 부문에 가없는 열정을 부여하면서 존재 전환 과정을 부단히 치르고 있다. 논리적 해석과 창의적 작업을 겸하면서,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창작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 가는 중이다. 나는 언젠가 ‘시’야말로 방민호의 양도할 수 없는 존재론적 원적(原籍)이라고 적었다. 기억과 고백의 양식인 서정시가 그에게 맞춤한 장르일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시집 ‘숨은 벽’(2018)은 그러한 속성을 여지없이 충족시키면서 지난날에 대한 깊은 회감(回感)을 충실하게 보여 준 바 있다. 언제나 선하게 글썽이는 눈을 가진 그가 들려준 내면 토로의 한 정점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장소성의 원형을 찾아 ‘경원선 따라 산문여행’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시간적으로는 일제강점기를, 공간적으로는 서울에서 의정부, 철원을 지나 원산 역에 이르는 철로를 따라 그 코스를 안내하는 책이다. 거쳐 가는 역마다 그 당시 문인들의 경험이 담긴 수필, 화제를 담은 글들, 신문 기사들이 친절하게 제시된다. 일례로 경원선을 타고 청량리역에 내린 사람들 가운데 역병 걸린 사람이 있었는데 방역 문제로 시끄러웠던 장면은 우리 시대를 환기하는 시의성조차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철로를 따라 걷는 시대 여행이다. 일찍이 그가 수행했던 ‘대전’, ‘서울’의 탐사 이후 새로운 공간이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퍽 새로운 방식으로! “저는 예산에서 났지만 대전에서 성장해 대전을 고향처럼 생각해요. 스무 살 때 서울에 와서 대전과 서울의 문화적 차이를 경험한 후 ‘장소’라는 개념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 그래서 그는 연구서 ‘서울문학기행’(2017)과 장편소설 ‘대전 스토리, 겨울’(2017)을 통해 서울과 대전의 지리적 탐사를 완결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책이 그동안 가졌던 북한문학 연구의 관심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했다. 체제의 변화에 따른 북한문학 연구가 그동안 이루어져 왔지만, 방민호는 그것을 장소라는 지역학적 맥락에서 수행하려고 한다. 중요한 역사성을 가진 북한 도시와 문학의 관련성을 따지려는 것이다. ‘개성-해주-평양-정주-원산-청진’이 전인미답 상태로 남아 있지 않은가. “또 하나는 경원선과 경의선 철로와 그 일대를 중심으로 문학과의 연관성을 탐구하려고 해요. 철도는 근대성을 상징하지 않습니까? 철도와 함께 열린 공간들에 관심이 많아요.” 경의선 쪽도 곧 준비된다고 한다. 특별히 그쪽은 한국 근대문학과 깊은 연관성을 보여 줄 듯하다. “북한은 저개발 상태가 오래돼 오히려 장소성의 원형이 많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설사 크게 변했다 해도 현재 안에는 과거가 들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탐구하고 싶어요.”●다장르 안에 흐르는 타인의 목소리 그동안 방민호는 원고지 10만장가량의 글을 썼다. 세상의 모든 글쓰기에 청춘과 중년의 세월을 바쳤다. 언어를 내놓는 방식도 다양해 평론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연구물로 확장됐고, 시와 소설과 산문으로 줄기차게 뻗어 갔고, 이제는 꼼짝없는 다장르 종사자가 됐다.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 글쓰기 작업에 다장르를 껴안고 가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역동적이다. 그래도 최종적 글쓰기의 욕망은 어디에 있을까? “한 분야에 몰두하지 않고 다양한 편력을 보이는 자의식이 있어요. ‘쪽모이’라는 우리말이 있어요. 여러 조각을 모아 더 큰 조각을 만드는 일을 말하는데, 저는 여러 쪽을 모아도 전체가 되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 나름으로 삶의 전체성과 우주의 무한성 같은 데 도전하려 합니다.” 그는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고 모두 나름의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창작에 관심이 많았지만,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비평과 연구 작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들어 천천히 창작 쪽으로 귀환해 부지런히 시와 소설을 썼다. 스스로도 시인의 기질을 인정하지만, 그는 자신이 걸어온 궤적의 산문성이 내러티브에 대한 운명을 요청한다고 했다.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산문적 드라마로 엮어 제시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시와 소설 사이의 갈등과 긴장이 저를 이루고 있고, 또 연구나 비평과의 긴장 속에서 그것이 통일돼 글쓰기를 해 가는 것이 저의 인생이 될 것 같아요.” 물론 무엇으로 남을지는 시간만이 알려 줄 것이다. 다만 그는 상아탑의 대학교수로 남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인생은 그렇게 여러 태도들이 공존하고 통합하는 것 아니겠는가. 글쓰기의 즐거움도 다 다를 것 같다. “작가 연구를 즐겨요. 작가의 정신과 영혼과 삶을 이해하는 데 큰 매력을 느껴요. 비록 낡은 방식이지만 작가에게서 텍스트의 본질을 읽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그는 작가의 가슴속에 들어가 그들이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을 논리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했고 그때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물론 그는 자신을 이야기할 때조차 타인의 목소리를 빌려 하는 성정의 사람이다. 첫 시집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2010)에서 우리는 서정시를 쓸 때조차 타인을 대변하는 그를 만나게 되지 않는가. 자기만족에 끝나는 시와 소설을 쓰지 않고, 타인의 목소리가 들어와 주인 역할을 하는 작품을 쓰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다가온다.●모순의 복합성과 ‘청년 방민호’의 꿈 방민호는 장르의 다양성 못지않게 연구 대상의 프레임이 넓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 그는 이광수, 채만식, 이태준, 이효석, 이상, 박태원, 김남천, 황순원, 손창섭, 최인훈 같은 작가들에 대한 독보적 연구를 남겼다.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제가 하는 연구나 행동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의문을 가지는 것 같아요. 또 특정 작가에 대해서도 비판이냐 옹호냐, 좌냐 우냐, 이런 질문을 받곤 해요(웃음).” 그러나 그는 문학이란 그러한 이념적 구획으로 나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나 이념이라는 유기체를 포함하면서도 넘어서는 전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때 우리는 ‘근대’라는 복합성을 관통하고자 하는 그의 진정성과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오해받는 두려움 때문에 그러한 전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그의 믿음이, 이념적 귀속성을 구구절절 따지는 한국 사회의 풍토에서 훨훨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 크다. 이처럼 단일한 프레임으로 착안할 수 없는 모순의 복합성이랄까 하는 것들을 방민호는 지속적으로 탐구해 간다. 물론 그 과정에는 방민호 자신의 실존적 자의식이 투영돼 있다. 그가 요즘 공들여 접근하는 ‘탈북문학’ 역시 방민호만의 그러한 스펙트럼을 보여 주는 독보적 범주일 것이다. 북한문학과도 다르고, 한국 근대문학과도 다른 제3지대 ‘탈북문학’에 대한 그의 목소리는 인간 탐구라는 문학 본연의 기능에 대한 기대로 차 있다. “반체제문학, 난민문학, 증언문학으로 생각해 봅니다.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나 가오싱젠의 ‘나 혼자만의 성경’은 소련과 중국의 전체주의 체제 아래서 삶의 심층을 들여다보았지요. 갈 길이 멀지만, 탈북문학도 그러한 가능성을 함축한 귀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그는 인간다움을 생각하던 ‘청년 방민호’의 상(像)을 이렇게 여전히 고집스럽게 간직하고 있다. 앞으로 쓰고 싶은 서사가 많을 것 같다. “다음은 ‘대전 스토리, 겨울’의 주인공 ‘이후’가 세월이 지나 다시 서울로 돌아와 강의교수라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동시대적 표상이 될 것 같습니다.” 구상은 어느 정도 진척이 됐고, 앞부분을 고쳐 쓰다가 얼마 전 제대로 된 틀이 잡혔다고 한다. 방민호 특유의 약소자(弱小者)의 삶에 대한 탐사가 속도감 있게 펼쳐지리라 기대해 본다. “저는 제가 가장 낡은 사람이었구나 하고 요즘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제가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진 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저는 지금도 제가 낡은 사람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낡음 속에서 씨앗을 만들어 싹을 틔울 수 있는가를 고민합니다. 제 화두는 바로 그 ‘씨앗’이에요.” 그는 이러한 씨앗 찾기에 정신적 모델이 됐던 김윤식 교수의 연구 스타일을 떠올리고, 자유로운 방임의 가르침을 부여했던 박동규 지도교수의 넉넉함을 환기하고, 생의 고비마다 도움을 준 오현 스님을 잊지 않으면서, 겸허함과 성실함을 두루 갖춘 ‘글쟁이 방민호’를 생각한다. 겸허와 성실로 채워져 갈 원고지는 방민호의 또 다른 도약을 가져올 것이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의 방식으로 쪽모이를 완성한 ‘청년 방민호’의 꿈을 환하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농인들·의료진 상처준 의대생 ‘덕분이라며 챌린지’

    농인들·의료진 상처준 의대생 ‘덕분이라며 챌린지’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덕분에 챌린지’를 변형한 ‘덕분이라며 챌린지’의 손 모양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22일 “덕분이라며 챌린지에 사용한 손 모양에 상심했을 모든 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참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존경한다’는 의미의 수어를 사용해 전개해온 ‘덕분에 챌린지’를 뒤집어 차용한 것이다. 의대협은 회원들에게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할 것을 권고해왔다. 한국농아인협회는 “‘덕분이라며 챌린지’에 쓰인 손 모양은 수어 사전에 존재하지 않으며,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남을 저주한다’는 뜻을 갖는다”며 “의사들의 이익에 농인의 수어를 악용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덕분에 챌린지’는 (코로나19) 방역으로 고생하는 의료진 및 보건당국 관계자 전부에 감사하는 캠페인인데, 왜 의대생들이 자신들만의 몫인 것처럼 비꼬아 조롱하는 데 쓰냐”는 비판이 나왔다. 의대협은 “이 챌린지는 코로나19 방역이 의료진 덕분이라며 추켜세우던 정부가 정작 의료정책에 의사들 의견은 반영하지 않은 실태를 알리기 위함이었다”면서 “농인의 고유 언어를 왜곡하지 않기 위해 수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손 모양을 차용했다. 수어 사전에 없는 손 모양이라도 기존의 수어와 대비돼 농인들께 상처를 드렸다”며 사과했다. 의대협은 “물의를 빚은 손 모양 사용을 즉각 중지한다. ‘덕분이라며 챌린지’의 본디 의도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이미지를 새로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월드피플+] 구독자 160만명…나이도 글도 모르는 인기 유튜버 할머니

    [월드피플+] 구독자 160만명…나이도 글도 모르는 인기 유튜버 할머니

    인기 유튜버로 제2의 삶을 사는 인도의 노인, 어떤 콘텐츠로 16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끌어모았을까? 미국 CNN이 소개한 인도 유튜버는 ‘마이 빌리지 쇼’(My Village Show)라는 채널에 출연하는 강가바 밀쿠리다. 8명의 손자를 둔 이 노인의 정확한 나이는 본인도 알지 못한다. 공식적인 출생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남부 텔랑가나주에 사는 이 노인은 언뜻 보면 평범한 옆집 할머니와 다르지 않다. 화려한 액세서리로 외모를 치장하거나 좋은 집과 자동차를 자랑하는 일도 없다. 자극적인 언행은커녕 시끄러울 일이 그다지 없는 시골 마을이 그녀가 출연하는 채널의 유일한 배경이며, 시골의 풍경과 일상, 시골에서 벌어질 법한 일로 제작한 콩트가 콘텐츠의 전부다.이 채널은 8년 전인 2012년, 할머니의 사위이자 영화감독인 스리칸스 스리람이 개설했다. 당시 그는 작가와 편집자, 카메라맨 등 총 9명의 팀원과 모여 장모인 강가바 할머니가 사는 시골의 일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강가바 할머니는 “사위는 내가 사는 시골의 풀과 나무를 주로 촬영했는데, 당시 나는 유튜브가 뭔지 몰랐었기 때문에 ‘왜 이런 것을 찍는데 시간을 낭비하지?’라고 생각했었다”면서 “그때는 사위가 찍는 영상에 내가 출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떠올렸다. 할머니가 사위의 유튜브 채널에 본격적으로 출연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인 2017년부터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할머니를 위해 스태프들이 직접 에피소드의 내용과 대사를 미리 설명한 뒤 촬영을 시작했고,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순식간에 수많은 구독자를 끌어모았다.채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위 스리람은 “할머니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 정규교육도 받지 못했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농장일을 해야 했으며,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을 대신해 자녀들을 부양해야 했다. 쉽지 않았던 삶 역시 팬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NN은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관계자의 말을 인용, 강가바 할머니와 채널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언어를 꼽았다. 이 채널은 텔랑가나주의 공식 언어이자 할머니가 주로 사용하는 텔루구어를 주로 사용한다. 인도 남서부에서 사용되는 텔루구어는 영어와 인도 공용어 중 하나인 힌디어를 포함해 인도 전역의 사람들이 이 콘텐츠를 즐기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 인도에서 여성 주도의 농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춘 ‘틈새 시장’을 노린 것도 성공비결 중 하나로 꼽혔다. 현재까지 이 채널의 가장 ‘히트작’은 약 3330만 뷰에 달한다. 강가바 할머니는 유튜버로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빚을 모두 갚고 새 집을 지을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에는 테루구어로 제작된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콘텐츠의 배경인 마을에 도서관을 짓는 선행도 펼쳤다. 강가바 할머니의 사위는 “유튜브가 모든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유튜브를 좋은 방법으로 이용하면 스타가 될 수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면서 “실제로 유튜브는 우리 마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종실의 베트남 표류기] 잘나가던 대기업 주재원, 사표쓰고 창업해 성공한 비결

    [이종실의 베트남 표류기] 잘나가던 대기업 주재원, 사표쓰고 창업해 성공한 비결

    잘나가던 대기업 주재원이 어느 날 사표를 냈다. 정해진 탄탄대로를 벗어나 지금껏 가보지 않은 샛길로 빠져 보기로 했다. 어쩌면 애초에 정해진 길이란 없는지도 몰랐다.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에서 건축 설계 전문가로 일한 20년의 직장 생활을 접고, 베트남 호치민에서 건축 설계업체 JNP를 설립한 최진혁 대표의 이야기다. 대학에서 건축학과를 전공한 그는 현대건설에 입사해 5년간 주요 프로젝트를 거친 후 2003년 포스코건설로 이직했다. 2007년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지역 전문가 1호’로 하노이•호치민에 파견, 호치민 인사대 어학당에서 하루 6시간씩 수업을 들으며 베트남어를 배웠다. 외국인 최초로 3개월 만에 정규 코스를 마무리한 뒤 언어 소통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자, 그가 선택한 것은 바이크 종주였다. 베트남의 5개 직할시와 58개 성을 오토바이로 종주할 결심을 한 것. 보통의 해외 지역 전문가들이 착실하게 어학 공부를 마친 뒤 사무실에서 업무를 이어가던 ‘모범생’ 코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본사에서도 그의 ‘기행’에 가까운 모습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그가 생각한 ‘지역 전문가’는 사무실 책상이 아닌 현지인들과 문화를 속속들이 알아야만 한다고 여겼다. 유창한 베트남어를 하면서 오토바이로 시골길을 질주하는 한국인은 그들에게 퍽 생소하면서도 반가운 모습이었으리라. 이렇게 5개월의 긴 여정을 마친 후에는 베트남 사람들을 대하는 데 주저함이 사라졌다. 언어 소통에 무리가 없었고, 그들의 정서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는 그야말로 베테랑 ‘지역 전문가’가 됐다. 하노이에서 4년간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 이후 호치민에서 5년간 설계 기술팀의 팀장을 맡다가 영업 팀장까지 도맡았다. 베트남 주재 9년 만인 2016년 본사에서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추진했다. 포스코건설의 경영실적 악화로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통폐합을 진행하면서 인력 감축이 진행된 것이다. 당시 그는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36개월분의 급여가 주어졌다. 오랜 해외 생활로 베트남에서의 일상이 지극히 자연스러워졌고, 무엇보다 자녀의 교육 문제도 큰 자리를 차지했다. 어려서부터 해외에서 교육받아온 딸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 한국으로 돌아가면 적응이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결국 그는 자진해서 ‘희망퇴직’에 손을 들었다. 단 2주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출중한 베트남어 실력과 현지에 대한 이해, 오랜 세월 축적된 기술력, 탄탄한 인맥… 20년간 한 우물을 파왔던 그에게 이미 탄환은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서 사업체를 꾸려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기업의 일원으로 일할 때와는 사뭇 다른 책임감이 두려움으로 엄습해 밤잠을 설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노력의 시간이 쌓여 이룬 실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현지인들을 채용해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회식 자리도 주기적으로 마련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덕분에 그의 고객층은 베트남 현지 기업이 50%, 한국 기업이 50%를 차지한다. 대규모 공장 건설부터 아파트, 주택 분야 건축설계도 책임지고 있다.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 거주한 지 어언 13년,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한국보다 베트남에 기회가 더 많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남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기록하는 베트남의 건설 분야는 ‘블루 오션’이다. 파이의 한계치에 달한 국내 건설시장과 달리 베트남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연간 8.7% 증가한 127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제조업에 이어 외국인투자유치 분야 중 2위를 차지, 2018년 한 해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66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16.6% 증가한 규모다.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현지화와 문화의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리스크가 큰 지역이다. 그는 “여기서 통역을 하는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어를 공부한 것이지, 각 업계의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통역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모르는 것을 묻지 않고 마음대로 해석해서 오역하는 경우가 있어 나중에 가서 낭패를 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적어도 현지에서 돈을 벌고 싶으면 이들의 언어에 능통한 것은 기본 조건이라는 것. ‘대기업을 떠나 개인 사업하면서 후회한 적 없는지’ 묻자, 그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일확천금은 아닐지라도 부족하지 않게 벌 수 있고, 무엇보다 마음이 평안하다”고 답했다. 최근 껀터시 최초의 29층 분양 아파트 프로젝트의 경합에서 1등을 기록, 본 설계를 진행하게 됐다. 코로나 여파로 얼어붙은 건설시장에서 따낸 쾌거다. 하나의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는 예술가의 정열, 그대로를 건축 설계에 담아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술가는 건축을 못 하지만, 건축가는 예술을 할 수 있다’라고 하지 않던가? 해외 주재원의 반란은 이렇게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성공’에 대한 최 대표의 사견은 이렇다. “이 세상 떠날 때까지 큰 걱정 없이 사람들과 술 한 잔씩 할 수 있는 것”. 결국 성공은 ‘행복을 누리는 자’의 몫이리라.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2030 세대] 걸프전쟁은 어떻게 지금의 세계를 만들었나/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재학생

    [2030 세대] 걸프전쟁은 어떻게 지금의 세계를 만들었나/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재학생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0년 8월, 사담 후세인이 지휘하는 이라크군이 페르시아만의 소국 쿠웨이트로 쳐들어갔다. 얼마 안 가 쿠웨이트는 이라크에 합병돼 지도에서 사라져버렸다. 이라크의 갑작스런 침공은 국제질서와 석유를 수호해야 하는 미국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고, 곧바로 유엔을 통해 다국적군이 조직돼 인접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전개됐다. ‘걸프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윽고 해가 바뀌면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측에서 이라크를 향해 대대적 공습을 개시하며 반격에 들어갔다. 전쟁사의 전설로 남은 사막의 폭풍 작전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은 압도적인 공군력과 막강한 지상군, 효율적인 병참을 결합시켜 이라크군을 순식간에 궤멸시켰고, 2개월도 안 돼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어냈다. 전쟁의 여파는 세계 전역에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승자인 미국은 20년 전 베트남전쟁에서 겪었던 굴욕을 완전히 청산하고, 냉전 이후의 세계에서 절대적 초강대국임을 확인받았다. 막강한 경제력과 기술적 우위를 지닌 미국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세계의 어느 나라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한편 ‘서방 세계’에 속하지 않은 나라들은 걸프전에서 드러난 거대한 군사적 격차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골몰했다. 걸프전은 이란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중국 지도부 또한 군 현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그 경제적 기반을 전면적 개혁개방으로 확보하고자 했다. 톈안먼 사태로 얼어붙은 개혁개방은 다시 빠르게 진전됐다. 평화헌법을 이유로 다국적군 구성에 참여할 수 없었던 일본은,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로부터 막대한 분담금을 내고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 무임승차자라는 비난을 들었다. 국제사회의 냉랭한 반응은 지역 방어에 만족하던 일본 조야를 충격에 몰아넣었고, 냉전 이후 일본의 자기규정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켰다. 그 논쟁에서 제시된 답 중 하나는 바로 헌법개정이었다. 가장 격렬한 반응은 이슬람 세계에서 나왔다. 오사마 빈라덴은 이슬람의 성지에 미군이 들어온 것에 분개했고, 소련과 싸우던 자신의 총부리를 미국을 향해 돌렸다. 10년 뒤 빈라덴의 분노는 9·11 테러로 이어졌다. 이에 걸프전의 전훈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자국이 공격받은 것에 분개한 미국이 걸프전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군사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군을 파괴하는 것과 새로운 질서를 건설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돈과 피를 퍼부은 전쟁은 혼란 빼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그렇게 걸프전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빠르게 사라졌다. 대신 이제는 많은 미국인들이 세계의 지도국이라는 사실에 버거움을 느꼈다. ‘미국 우선’의 시작이었다. 이런 메아리들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울린다는 점에서, 지금은 여전히 ‘걸프전 이후의 세계’인 것이다.
  • [어린이 책] 섬세한 시인이 딱딱한 세상에 띄운 편지

    [어린이 책] 섬세한 시인이 딱딱한 세상에 띄운 편지

    시의 날개를 달고/제니퍼 번 글/베카 스태트랜더 그림/박혜란 옮김/산하/48쪽/1만 3000원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이 미국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섬세한 눈으로 관찰한 자연, 여성으로서 세상과 마주하는 낯선 느낌, 사랑과 죽음과 영원에 대한 사유 등을 자신만의 표현과 형식에 담았다. 1800여편의 시를 남겼으나 생전에 발표한 작품은 불과 7편. 살아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시인이기도 하다. 그림책 ‘시의 날개를 달고’는 에밀리 디킨슨의 짧지만 강렬했던 생애를 조망한다. 언어의 바다 위를 항해하는 여행으로서 책에 몰두하는 모습, ‘행복할 땐 더 기뻐했고, 슬플 땐 더 슬퍼했던’ 어린 시절 등이 그의 시편을 빗댄 우화적인 삽화와 함께 펼쳐진다.그러나 평생 그를 감싼 슬픔과 외로움은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살이에 부지런히 이유를 물었지만 어디를 가든 “따지지 말고 믿으라”는 말만 들었다. 스스로에게로 침잠한 에밀리는 자기가 보고 이해한 것만 믿기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적 상상력을 펼쳐 나간다. 그에게 시는 ‘내게 편지한 적 없는 세상에 띄우는 편지’이며 스스로를 내맡긴 모든 것이다. ‘나는 가능성 안에서 살아요/ 산문보다 아름다운 집이지요/ 창도 훨씬 많아요.’ 어른들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에밀리의 생애는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먼저 가 닿을 것 같다. ‘희망이란 깃털이 있어/ 영혼에 둥지를 틀고/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지/ 그리고 멈추는 법이 없지, 절대로.’ 영혼에 둥지를 튼 이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법이니까. 친절한 번역과 적당한 여백이 이해를 돕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자유민주주의 붕괴 초읽기…中에 맞설 ‘새 게임’ 펼쳐야

    자유민주주의 붕괴 초읽기…中에 맞설 ‘새 게임’ 펼쳐야

    게임 오버/한스 페터 마르틴 지음/한빛비즈/552쪽/2만 5000원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정식 출범하면서 세계화의 막이 올랐다. 한스 페터 마르틴은 1997년 ‘세계화의 덫’에서 ‘20대80 사회’라는 명쾌한 표현으로 세계화의 본질을 규정했다. 하랄트 슈만과 함께 내놓은 이 책은 28개 언어로 번역돼 700만부 이상 팔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25년이 지난 지금, 저자의 경고대로 전 세계 곳곳에서 그 폐해가 나타난다. 세계화는 지구촌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동시에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찢어 놨다. 세계적인 금융자본, 정치가,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은 승자였고, 개발도상국과 저소득층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패자였다. 이 상황을 신간 ‘게임 오버’에서 분석한 저자는 그동안 맹위를 떨치던 세계화가 종식을 앞두고 있으며, 그 기반이 된 자유민주주의 시스템도 곧 무너질 것이라 경고한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민주주의가 실패하거나 외면당하고 있으며, 로봇기술과 디지털화에 따른 4차 산업혁명이 불균형을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적 불균형은 또다시 전 세계 곳곳에서 우파 민족주의의 득세를 부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중국을 지목한다. 민주주의를 외면한 채 자본주의와 감시 공산주의로 성장한 중국은 초강대국 미국에 대적할 만한 힘을 키웠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전 세계 우파정권과 중국 등에 힘을 실어 준다. 기후변화도 전반적인 시스템 붕괴를 촉진한다. 위기 분석은 날카롭지만 대안이 다소 미흡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시작된 2018년에 쓴 책은 철저하게 유럽의 시각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이가 대통령이 된 미국에 실망하지 말고 유럽이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중국에 맞서라고 촉구한다. 이를 포함해 분배정의 확립 등 모두 20가지의 대책을 내놓지만, 10쪽 분량에 걸쳐 나열하는 수준에 불과해 아쉽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바이든과 오바마(스티븐 리빙스턴 지음, 조영학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조 바이든 안내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부통령으로 지명된 바이든은 이후 오바마와 정치 브로맨스로 미국 정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외교와 입법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살려 부통령직의 모범을 구축했다는 평을 들었다. 408쪽. 1만 8000원.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홍세미 외 4인 지음, 오월의봄 펴냄)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남편이나 아들의 옥바라지를 하고, 구속자 석방 운동을 벌였으며 동료 기자를 숨겨 줬다는 죄목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민가협 어머니들부터 탈북민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구술이 실렸다. 396쪽. 1만 8000원.내 몸 안에 준비된 의사 2(김재호 지음, 신세림 펴냄) 상대적으로 질병의 원인과 예방에 관심이 없는 현대의학의 한계를 꼬집는 저작. 저자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확산되는 현실 속에서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킬 수 있도록 면역력을 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며,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395쪽. 1만 8000원.서로 다른 기념일(사이토 하루미치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펴냄) 언어와 감각이 서로 다른 한 가족이 써내려간 특별한 일상. 청각 장애를 가진 사진가 부부는 각각 음성언어와 수화를 쓰며 다른 세계를 살았다. 들을 수 있는 청인 아이가 태어나면서, 다른 언어를 쓴 부부는 다른 감각을 가진 아이와 지내는 또 다른 경험을 한다. 이 가족이 겪는 작은 사건들을 통해 존재의 소통을 이야기한다. 272쪽. 1만 4000원.포즈의 예술사(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동물생물학자이자 초현실주의 화가인 데즈먼드 모리스의 저서. 일평생 과학과 예술을 오간 그는 선사시대 가면부터 로마 조각상까지 231점의 미술 작품 속에 몸짓 언어(포즈)를 수집했다. 이를 아홉 가지 의사전달 형태로 분류, 포즈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320쪽. 3만 2000원.일제의 특별한 식민지 포항(김진홍 지음, 글항아리 펴냄)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전략을 포항의 근대화 과정으로 들여다봤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인 저자는 구한말 당시 한적한 어촌 마을이던 포항동이 면(面)에서 읍(邑)으로 성장하며 일본인들이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부를 축적시키는 과정을 상세히 전한다. 664쪽. 3만 8000원.
  • “탈코르셋처럼 대중화된 페미니즘… 다양한 연대 이어갈 것”

    “탈코르셋처럼 대중화된 페미니즘… 다양한 연대 이어갈 것”

    “예전엔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무조건 ‘머리 짧고 안경 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요? 하나의 이미지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범주가 넓어졌죠.” 문지은 경기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의 말이다. 지난 5년간 여성운동 논의가 급속히 확장되면서 페미니즘은 대중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이 늘었고, 여성 혐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론도 커졌다. 오랫동안 여성운동 최전방에 서 있던 현장 활동가들은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90년대생 ‘영페미’가 주도하는 여성운동은 지속할 수 있을까. 문 사무처장을 비롯해 손희정 문화평론가, 홍혜은 페미니스트 저술가 세 명에게 여성운동의 앞날에 대해 물었다. 문씨는 메갈리아 이후 페미니즘 대중화의 가장 큰 성과로 정형화된 여성 운동가의 이미지가 사라진 점을 꼽았다. 여성민우회를 거쳐 현재 여성단체연합에서 일하는 그는 “누구나 쉽게 ‘나도 페미니스트’라고 얘기하고 나서면서 이미지도 다양해졌다. 이제는 ‘탈코르셋’(꾸밈을 거부하는 행동)도, 화장하는 사람도 있고 기혼자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학을 전공한 전문가 위주의 운동 스펙트럼이 훨씬 다채로워졌다는 것이다.손씨는 “메갈리아는 여성들을 빠르게 각성시키는 계기였고, 이후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에는 여성 중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해 ‘피해 의식 아니냐’는 식으로 선을 긋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다르다”며 “5년 전이었다면 정치인들의 위계형 성폭력 ‘미투’도 이렇게 파급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 이후 젊은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불법촬영 반대 시위(혜화역 시위)나 사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특정 단체나 대표 없이 익명의 참가자들로 구성된 이 집회는 많은 사람에게 각인됐지만, 단기적인 논의에 그쳤다는 한계도 있었다. 손씨는 “여성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때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는 건 광장에 목을 내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굴을 내놓는 자체가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 아니었나. 익명이라고 해서 그 주장이 불합리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반면 홍씨는 “익명을 유지하는 건 커뮤니티 내에서 특정인이 여론을 주도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언제든 커뮤니티 자체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는 “많은 여성이 온라인에선 활발하게 논의하는데, 인터넷만 벗어나면 고립되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니 온라인에서 아무리 떠들어봤자 그대로인 것이다. ‘손에 잡히는’ 활동을 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스스로 비혼 지향 생활 공동체 ‘공덕동하우스’를 꾸리기도 했다. 90년대생 영페미들은 다양한 논의를 주도하는 한편 기존 여성단체와 함께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온라인에서 특정 이슈로 여론을 선도하면 그 뒤에 여성단체가 나서서 ‘과실을 빼앗아 간다’는 인식 때문이다. 홍씨는 “영페미 중 기존 여성단체 관계자를 ‘강단 권력’, ‘지면 권력’이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인터뷰나 지면 기고 등 대외 노출에 익숙한 이들을 기득권으로 보는 것”이라며 “그만큼 자원과 역사가 없는 영페미는 기존 단체와 선을 긋고 크라우드펀딩(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 등으로 비용을 해결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손씨는 “조직화되지 않은 대중의 언어를 누군가는 정제해야 한다. 기존 여성단체 역할이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과 제도를 바꾸는 건 체계가 필요하다. 정책 제안도 해야 하고 설득을 위한 토론장도 필요하다”면서 “일반 여성들이 거리에서, 국민청원에서 외친 목소리를 여성단체는 현실의 정치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고 강조했다. 영페미의 혜화역 시위 등이 대중의 불타오르는 분노를 보여 주는 계기였다면, 이런 여론을 기존 여성단체가 모아 제도권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뜻이다. 여성운동 내부의 세대 갈등에 대해 문씨는 “시작점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라고 봤다. 과거를 겪지 못한 젊은 세대는 당연히 현 운동 방식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여성 내부의 싸움처럼 다루는 시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누구와 연대할지, 무엇을 할지는 각자 결정하는 것”이라며 “운동에 정답은 없다. 기존 단체와 영페미가 갈라선다는 것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타협하는 길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공통된 의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런 방식의 차이는 결국 좁혀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문씨는 “영페미든 기존 페미든 여성의 삶이 제도적, 일상적으로 차별받지 않게 하는 게 목표”라면서 “여성인권이라는 대의에 공감한다면 나머지는 세부적인 차이일 뿐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더 일어나고, 더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 여성들은 이미 역사를 쌓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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