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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광견병’ 걸린 美 남성 사망...집에서 박쥐 발견

    ‘인간 광견병’ 걸린 美 남성 사망...집에서 박쥐 발견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70년 만에 처음으로 광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 29일 CNN은 일리노이주 레이크카운티의 한 남성이 '인간 광견병'으로 사망했다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망한 남성은 레이크카운티 스프링그로브에 거주하는 87세 남성 토마스 크롭으로, 8월 중순 박쥐에 목을 물린 뒤 광견병에 걸렸다. 일리노이주 공중보건부(IDPH)는 곧바로 문제의 박쥐에게서 광견병 양성 반응을 확인하고 치료를 권했으나, 당사자는 끝내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별 증상 없이 지내던 남성은 그러나 사건 한 달 만에 목 통증과 두통, 팔 조절 장애, 손가락 저림, 언어 장애 등 광견병 관련 증세를 보이다 이달 중순 사망에 이르렀다. 일리노이주에서 인간 광견병 사망자가 발생한 건 1954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IDPH 책임자 엔고지 에지케 박사는 "광견병은 어떤 질병보다 사망률이 높지만, 바이러스를 옮긴 동물과 접촉한 후 빨리 치료를 받으면 생존이 가능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CDC에 따르면 광견병 바이러스는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질병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뇌 질환을 유발한다. 노출 후 가능한 한 빨리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아야 감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1~3건의 인간 광견병 사례가 보고된다. 약 6만 명은 광견병 바이러스에 노출돼 예방주사를 맞는다. 지난 7월에도 네브래스카주의 한 야생공원 관람객 186명이 광견병을 옮기는 박쥐에 노출돼 예방접종을 했다.미국의 인간 광견병 사례 대부분은 박쥐로 인한 것이다. 2019년 CDC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광견병 사례 10건 중 7건이 박쥐 때문이었다. 당시 CDC는 1938년부터 2018년까지 약 80년간 미국의 광견병 추세를 조사한 결과, 감염자 70%가 박쥐에게 물리거나 긁혀 바이러스에 전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CDC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개에 물려 광견병에 걸린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애완동물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전국적으로 반려견 목줄 착용을 장려하면서 관련 사례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부터는 오히려 박쥐 등 야생동물과의 접촉으로 광견병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사례가 늘었다고 부연했다.로버트 레드필드 전 CDC 국장은 당시 "개로 인한 인간 광견병을 줄인 것은 미국공중보건시스템의 놀라운 성과이나, 수천 마리 야생동물로 인한 위험이 아직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리노이주에서는 올해 들어 박쥐 30마리가 광견병 양성 반응을 보였으며, 이번에 사망한 남성의 집에서도 박쥐 군락이 발견됐다. IDPH 관계자는 "당신의 집 다락방에도 박쥐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 "박쥐 이빨이 매우 작아 물렸는지도 모를 수 있다. 따라서 야생 박쥐가 근처에 나타나면, 광견병 검사가 끝날 때까지 박쥐를 쫓아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 [영상] 하룻밤 새 강물에 나타난 거대한 ‘여성 얼굴’, 정체는?

    [영상] 하룻밤 새 강물에 나타난 거대한 ‘여성 얼굴’, 정체는?

    지난주 스페인 빌바오의 강에서 여성의 얼굴을 본 딴 거대한 인형이 둥둥 뜬 채 발견돼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인형의 정체는 한 예술가의 예술작품이었다. 로이터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빌바오의 네르비온 강에 등장한 이 예술작품은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예술가 루벤 오로즈코가 제작한 것으로, 바스크어(프랑스와 에스파냐 국경인 피레네산맥 지방에서 쓰는 언어)로 ‘내일’을 의미하는 작품명을 가졌다. 마치 금방이라도 강물에 가라앉을 듯 위태롭게 얼굴만 내민 여성의 얼굴을 본딴 이 작품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토론을 장려하기 위해 제작됐다. 작가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막기 위한 행동 여부에 따라 인류 전체가 가라앉거나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작품은 네르비온 강의 수위가 변동됨에 따라 물에 완전히 잠기거나 얼굴 부분이 드러나는 등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해당 작품의 제작을 지원한 스페인 자선단체 측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지속 불가능한 기후변화 조치에 계속 매달릴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거대한 조형물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3일, 시민들이 대부분 잠든 한밤중 배에 실려 강 한가운데까지 들어간 뒤 설치됐다. 덕분에 시민들은 거대한 여성의 얼굴이 하룻밤 새 나타나 강물에 떠 있는 기이한 장면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민은 “처음에는 조형물의 얼굴 부분이 물 밖으로 나와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지만, 지금은 ‘그녀’가 (기후변화와 관련해) 많은 슬픔을 전달한다고 생각한다”고 감상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시민은 “마치 익사하는 사람 같다”면서 “처음에는 이 조각품이 비극적인 과거의 어느 사건을 묘사한 줄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이를 보는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 “필생의 가장 귀한 작품”… ‘리어왕’ 이순재의 불꽃

    “필생의 가장 귀한 작품”… ‘리어왕’ 이순재의 불꽃

    “나이 팔십, 할 수 있는 배역 별로 없어셰익스피어 시늉만 내던 과거와 달리이 나이 되니 역할 이해… 최선 다할 것” 오정연·이연희·소유진 등 후배와 호흡“60년을 연기했는데 셰익스피어를 많이 못 해 봤어요. 최불암이 했던 ‘햄릿’도 난 못 해 보고. 이 작품은 제 필생의 가장 귀한 마지막 작품이 될 겁니다.” 연기 인생 65주년을 맞은 배우 이순재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으로 변신한다. 다음달 30일부터 11월 2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리어왕: 킹 리어(KING LEAR)’에서 후배들과 호흡을 맞춘다. 리어왕 배역은 이순재 전 회차 원캐스트로 오롯이 그만의 내공으로 작품을 채운다. 28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순재는 “나이 팔십 할아버지라 할 수 있는 배역이 별로 없다”면서 “누가 ‘이제 더 하고 싶은 작품이 뭔가’ 물으면 늙은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셰익스피어 ‘리어왕’ 아니겠나 하고 소신을 표했는데 공론화가 돼 해 보기로 했다”고 웃으며 시작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필생의 작품’이라며 굳은 각오를 거듭 다졌다. “과거에 ‘맥베스’ 등 셰익스피어 작품을 했지만 그때만 해도 셰익스피어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시늉만 내고 말았죠. 이제 이 나이쯤 됐으니까 이 역할도 이해할 수 있고, 연령 조건도 맞으니 온 힘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욕심나는 역할이고 해 볼 만한 역할”이라면서도 “어쨌든 배우가 전적으로 책임질 수밖에 없는 게 연극 무대”라며 약간의 긴장된 표정도 비쳤다. 서울대 극예술동문 중심으로 창단된 관악극회 창단 10주년 기념작이자 이순재가 예술감독까지 맡은 무대는 특히 원작을 철저하게 반영해 셰익스피어 본연의 ‘리어왕’을 옮기는 데 초점을 뒀다. 지금까지 많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번역, 연출하고 전체적인 방향을 잡는 드라마트루그로 활약한 이현우 순천향대 교수가 공연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 이 교수는 산문과 운문의 구분 등 셰익스피어 언어 특성을 꼼꼼히 반영한 새로운 번역을 선보이며 원작의 여러 문맥 속 의미도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다. 원전을 최대한 보전하고자 공연 시간만 200분에 이른다. 의상과 분장 등도 원전을 최대한 따른다. 이순재도 “셰익스피어 작품은 문학성이 충분히 전달되면서 관객들에게 공감을 줘야 한다. 너무 전문적인 데 치우쳐서 관객들이 이해를 다 못하고 가면 연극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화와 독백, 방백이 어우러진 작품이고 비유와 문학적 수식이 많아 배우가 자세히 분석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해 어려운 작품”이라고도 덧댔다. 무대에는 오정연과 이연희, 소유진, 유태웅, 권해성, 최종률, 박용수, 지주연 등 25명도 함께한다.
  • [허백윤의 아니리] 공연의 장벽 낮추는 수어통역의 길

    [허백윤의 아니리] 공연의 장벽 낮추는 수어통역의 길

    장애인도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춘 배리어프리(무장애) 공연이 다양한 형식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대사를 그대로 자막으로 표시하고 한편에서 수어통역을 하는 걸 넘어,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는 통역사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서울시극단의 ‘천만 개의 도시’에서는 배우들 바로 가까이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수어통역사 두 명이 그림자 수어통역을 선보였다. 무대 한쪽에만 수어통역사가 있을 때는 무대 위 배우들에게 집중하기가 어렵고, 수어통역사가 한 명이면 두 명 이상 배우들의 대화가 서로 겹치는 것을 전달하기 어려웠다. 이 작품에서는 무대 중앙 스크린에 대사를 자막으로 띄웠고 수어통역사는 배우들 근처에서 다채로운 표정과 몸짓을 더해 대사를 전달하며 러닝타임 165분간 동선을 함께했다. 공연에 참여한 수어통역사 김홍남씨는 “언어는 그 사람의 몸에 붙어 있는 건데, 배우의 말과 수어가 떨어져 있다는 게 청각장애인에겐 굉장한 불편이었다”면서 “수어가 배우의 언어와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거라 생각해 배우들 옆에 서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말했다.배우들과 같이 무대에서 대사를 전달하기 위해선 작품 기획 단계부터 수어통역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김씨는 강조했다. “배우들과도 관계를 형성해야 저희를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힘을 넣어 주고 극을 풍성하게 하는 역할로 더 편하게 받아들인다”는 이유에서다. 보통 2~3일 전에 원고를 받아 통역하는 일반 행사와 달리, 공연 언어 번역은 현장과의 소통이 핵심이라 한 달 이상이 꼬박 걸린다고 한다. “수화에는 피아노, 바이올린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이들을 포괄하는 상위 언어인 ‘악기’가 없어요. 대사에 ‘이거’, ‘저거’ 나오면 너무 어렵죠. 표현이 직접적인 수화로 추상적 표현이 많은 연극 대사를 의미를 해치지 않으면서 전해야 하니 신경을 많이 써요. 동작과 표정을 살리면서도 배우들보다 돋보여선 안 되고요.” 찰나의 몸짓으로 깊은 아름다움을 전하는 무용 공연에도 ‘통역사’가 있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지난 1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무용인 한마음축제에서 시각장애인 관객 13명과 ‘터치투어’와 공연 음성 해설을 가졌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지우영 댄스시어터샤하르 대표와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의 설명으로 무용 의상과 소품, 토슈즈 등을 직접 만져 보고 무용의 유래를 듣고 간단한 발레 동작도 접했다. 이후 공연장에서 수신기를 통해 공연 프리뷰에 이어 부산시립무용단과 LDP무용단, 국립발레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작품을 음성 해설로 즐길 수 있었다. 지 대표는 “무용에는 은유적인 서사가 많은데 예를 들어 ‘슬픈 백조 같은 날갯짓’과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앞으로 갑니다’ 사이에 중심을 잡아 동작을 잘 설명하되 너무 직접적이지 않게 생동감을 살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사선으로 움직인다’, ‘뒤를 돌아본다’ 등 방향에 관한 것도 장애인 관객이 쉽게 이해하도록 ‘무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객석을 등지고’ 등으로 다듬는다. “똑같은 동작으로 걸어 나오더라도 어떤 때는 느리게, 다음에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사뿐사뿐 등 다양하게 표현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축제에선 무용음성해설가 네 명이 꼬박 두 달 대본을 쓰는 데 매달렸다. 지 대표는 “6년 전 시각장애인 관객들에게 ‘헬렌 켈러’를 간략한 음성 해설을 곁들여 선보였는데 ‘음악만 들으러 왔다가 정말 좋았다’는 반응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더욱 많은 무대에서 해설을 하며 장애인 관객들의 언어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장애인 엄마와 비장애인 자녀가 함께 공연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재미있는 공연을 여러 번 보는 ‘회전문 관객’이 돼 보거나 알람을 맞춰 ‘예매 전쟁’에 참여하는 경험은 장애인 관객들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두 ‘통역사’는 강조했다. 더 많은 무대에서 그들의 언어가 전해져야 하는 이유도 누구나 공연에서 재미와 감동을 얻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너무 당연한 데 있다.
  • 이국 땅에 선 목월의 핏줄, 놓지 않았던 모국어 젖줄

    이국 땅에 선 목월의 핏줄, 놓지 않았던 모국어 젖줄

    지난 8월 말 열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렀다. 지난해에 하려다가 감염병 사태로 연기됐던 미주한국문인협회 여름캠프에 강연자로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미주문협은 일상적으로는 이중언어 환경에 놓인 이민자 문인들이 모국어에 대한 사랑을 굳건하게 견지하면서 문학 활동을 해가는 모임이다. 이분들이야말로 문학을 통해 오래고 오랜 이민자로서의 기쁨을 누리고 슬픔을 견뎌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여름캠프 후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하며 올해 제23대 미주문협회장에 선임돼 이 행사를 주관한 김준철 시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400여명의 회원을 둔 미주 최고 문학단체 기관장으로서 남다른 포부를 하나하나 들려주었다.●막내 세대 회장의 젊은 생각 “한국문학의 영어권 이입을 위한 교두보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줌 강의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계간 미주문학은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국 땅에서 글을 쓰는 문인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한국 문단은 물론 다른 문학 단체와 교류해 온 미주문협은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활동과 소통을 늘려 가겠다고 했다. 김준철 시인과 미주문협의 인연은 그가 이민 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까지 올라간다. 30년 가까운 세월이다. 당시 그는 이민 1세대 삶을 헤쳐 가던 청년이었고, 미주문협에서는 그야말로 ‘젊은 피’로 환영과 예우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막내 세대다. 그는 “막내가 회장을 맡았다는 의미는 어쩌면 미주문협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담았다. 세월에 따른 자연스러운 노령화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분들을 이끌고 한국에까지 이민문학의 활력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고도 했다. 김 회장의 젊은 생각은 미주문협에 ‘한영문학 분과’나 ‘뉴 콘텐츠 분과’를 신설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더없이 맞춤한 선택이자 지향이었다.●‘시인 김준철’의 탄생 그는 무엇보다 박목월 시인의 외손자로 유명하다. 목월 선생의 외동딸 박동명씨가 그의 어머니다. 워낙 거장의 핏줄이다 보니 후광도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그런 부담은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라면서 “마치 살과 뼈에 박혀 불편하지만 빼낼 수 없는 어떤 느낌이라고나 할까”라면서 “이제 나이가 들면서 부담의 꼬리표가 책임의 무게감으로 변해 가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했다. 왜 안 그랬겠는가. 결국 그는 시인의 후손이자 스스로 시 안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던 시인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목월 선생이 재직하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김준철 시인과 나는 목월 선생의 ‘후손-후임’이라는 숨겨진 인연도 있었던 셈이다. ‘소년 김준철’은 무척 장난꾸러기였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에는 외할아버지댁에서 살았는데 목월 선생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동네에서 사고가 생기면 사람들이 일단 우리 집으로 왔어요. 거의 저나 제 동생이 범인이었죠.” 이 장난꾸러기는 목월 선생 별세 후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글을 쓴다.“대충 ‘물고기야, 물고기야, 우리 할아버지는 어디 계시니?’로 시작하는 거였는데, 할머니께 보여 드렸더니 다 읽으시고는 잠깐 웃으시다가 갑자기 울기 시작하시는 거예요. 덩달아 저도 할머니 품에서 울었습니다. 그 기억이 저를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자신이 쓴 글이 누군가에게 공감을 주고 웃고 울게끔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상당한 충격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그때 외할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우리 준이는 시 써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중고등학생 때 퍽 염세적이고 소심하며 내성적인 학생이 돼 간 그는, 비록 불안정한 사춘기를 지냈지만 그 나름대로 ‘시인 김준철’을 예비한 빛나는 시간을 지냈다. 내내 문예반에서 글을 쓰면서 장래 희망을 줄곧 시인으로 생각했다. 지금도 그는 ‘진짜 시인’이 되는 게 소원이다.●‘슬픔의 모서리’는 왜 뭉뚝한가 그는 그 소원을 앞당기고자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한다. 미친 듯이 시를 쓰고 쌓고 버리고를 반복했지만 친구들조차 그가 그렇게 시를 열망했는지 몰랐다고 한다. 지독한 불면증을 겪으면서도 그는 습작을 멈추지 않았고 겨울 바다를 찾아가 그때까지 쓴 원고를 불태우며 통곡하기도 했다.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부끄러움에 온몸이 떨려요. 당시 지도교수님께서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써 보면 어떻겠는가 하셨어요. 이유인즉 아무리 열심히 써도 외할아버지의 산을 넘기 어려울 테니 다른 장르를 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며칠 후 교수님께 “이것은 제 시이고 제 산”이라고 말씀드렸다고 한다. 그 고집과 열망이 그를 ‘시인’이 되게끔 채찍질한 셈이다. 지난 6월 그는 네 번째 시집을 냈다. 지난번 시집 이후로 무려 12년 만이다. 시집 ‘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는 미국에서 살아온 40대 이후 중년의 삶이 담긴 셈이다. “중년으로 살아가면서 얻어 온 것들과 잃어 간 것들, 그것들을 새겨 가는 웅성거림 같은 것이 시집에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를 언제나 삶의 중심으로 이끌어 주는 가족들과 언제나 그 아래로 잡아당기는 과거 사람들이 눈에 밟혀요. 그 사이의 휘청거림 같은 것이 시집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시인은 그 휘청거림의 의미가 ‘살아감’보다는 ‘살아냄’에 있었다고 귀띔한다. 아닌 게 아니라 시인은 이민 오기까지의 번민과 고통, 이민 와서 겪은 난경(難境)들을 고백하면서 그것을 아름다운 인생론으로 승화해 간다. 이제 정말 ‘시인 김준철’이 성숙한 모습으로 탄생한 것이다. 비애와 불안이 배경음으로 깔려 있기는 하지만 그는 이번 시집에서 특유의 미학적 집념으로 그것들을 넘어선다. 슬픔의 힘으로 자신의 실존적 조건을 힘껏 응시하는 그의 시를 통해 우리는 왜 ‘슬픔의 모서리’가 뭉뚝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된다. 때로 비극적이고 때로 풍자적인 “잠과 잠 사이/ 빛이 스치는/ 순간이라는 하루”(‘낮달은 밤에 속한다’ 중)를 힘겹게 살아온 그의 언어와 “글이 밥이 되고 옷이 되고/ 지붕이 되고/ 언덕이 되고/ 그렇게 나도 될 수 있기를”(‘작작(作作)하다’ 중) 바라는 그의 깊은 열망이 김준철을 ‘진짜 시인’으로 만들어 줄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그는 문화예술지 ‘쿨투라’의 미술평론 부문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쿨투라’ 미주지사장으로 미주의 소식을 전하고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하며 기고하고 있다.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그들만의 세계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받기도 한다”는 그는 “역량과 열정을 겸비한 아티스트들이 미주에서도 이렇게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국 독자들에게 더 풍부하고 정확하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과연 이러한 역동성을 가능하게 해준 ‘슬픔의 모서리’는 전혀 날카롭지 않고 뭉뚝하기만 하다.●한인 사회 넘어 美 주류문단과 교류 미주문협은 1982년 미주에 흩어져 활동하던 문인들이 문학을 통해 한인 사회를 결속하고 나아가 언어적, 정신적 가치를 공급하자는 취지로 창립됐다. 내년이면 40주년이 된다. “미주 문인들은 아직도 문학의 열정을 뜨겁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이민사회 안에서 한인들의 삶에 참여하고 관여하며 그들에게 힘이 되는 협회로 거듭날 계획입니다.” 미주문협의 회장으로서 그는 한인 사회를 넘어 미국 주류 문단과도 교류하면서 한국문학을 이곳에 알리는 역할도 감당하려고 한다. “타국에서 모국어로 글을 쓰는 저희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큰 위로와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는 미주 문인들이 모국어에 대한 애착을 통해 자신들의 글쓰기를 존재론적 사건으로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이민생활을 관통하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으로서 이민문학이 그 중심에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는 이국에서 살아온 이민자로서의 고국에 대한 그리움도 가로놓여 있을 것이다. “뿌리를 멀리 두고 잎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에서 이민문학이라는 작고 목마른 나뭇가지로 문학을 다시 시작하게 된 거지요.” 문학을 통해 스스로 위로받고 누군가를 위안하는 문인들을 만나면서, 그 소리는 작을지라도 이분들의 이민문학이 더없이 중요한 한국문학의 자산이라는 생각을 더 굳건하게 한 여름날이었다. 이국 땅에서 만난 모국어의 어엿한 희망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핵잼 사이언스] 인류 최초의 액세서리…15만 년 전 ‘구슬 장신구’ 발견

    [핵잼 사이언스] 인류 최초의 액세서리…15만 년 전 ‘구슬 장신구’ 발견

    모로코의 오래된 동굴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신구가 발견됐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연구진은 2014~2018년 모로코 남서부 에사우이라에서 약 16㎞ 떨어진 위치에 있는 동굴을 탐사하던 중, 동굴 입구에서 구멍이 뚫린 바다 달팽이의 껍질 조각 33개를 발견했다. 해당 조각에는 작고 정밀한 구멍이 뚫려있었으며, 연구진은 고대 인류가 바다 달팽이의 껍질을 이용해 일종의 구슬을 만들고 이를 꿰어 장신구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길이가 각각 0.5인치 정도이며, 각각의 ‘구슬’ 속 구멍과 마모 상태는 달팽이 껍질이 끈 또는 옷에 걸려있었음을 나타낸다. 연구진에 따르면 ‘달팽이 껍질 구슬’이 만들어진 시기는 14만 2000~15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는 인간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형태에 대한 가장 오래된 증거로 꼽힌다. 연구를 이끈 스티븐 쿤 박사는 “이번 발견은 장신구와 장식품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인간의 행동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일찍 시작됐음을 시사한다”면서 “당시 고대 인류는 옷이나 장신구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방식은 수십만 년 전에도 존재했으며, 인류는 직계가족이나 친구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바다 달팽이 껍질에 구멍을 뚫어 만든 장신구가 단순히 치장의 의미만 지닌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당시 고대 인류 사회에서 신분이나 직업, 직책 등을 상징하는 상징물과 같은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것. 쿤 박사는 “파란색 제복을 입고 모자를 쓴 사람을 보면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듯이, 장신구는 당시의 사회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이번에 확인된 달팽이 껍질 구슬은 과거 남부 아프리카 전역에서 발견된 유물들과 유사한 형태지만, 제작 시기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구슬’의 흔적은 13만 년 전이었으나, 이번에 발견된 것은 최대 15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신구에 활용된 구슬이 인간의 의사소통 진화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언어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이러한 형태의 구슬이 의사소통의 도구로 활용됐고, 신분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에 황토나 목탄을 칠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형태로 남아있는다는 특징이 있다. 쿤 박사는 “당시 모로코 지역에 살았던 고대 인류는 제한된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씨족 사회를 발전시켰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구슬을 통해 특정 지역이나 민족에 속해 있다는 정체성을 표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실렸다.
  • 제9회 수림문학상에 지영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제9회 수림문학상에 지영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제9회 수림문학상 당선작으로 지영(37·본명 최지영)의 장편소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이 선정됐다. 수림문학상은 문학계 차세대 작가를 발굴하고자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2013년 공동 제정했다. 신인과 등단 10년 이내 기성작가의 미발표 장편소설만 대상으로 한다. 상금은 5000만원이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은 테러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은 인물이 깨어난 뒤에 모국어를 잃는 대신 생전 접해본 적 없는 언어를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다. 심사위원단은 “사고 뒤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다는 설정은 낯설지 않지만, 그것이 ‘말’이라는 점이 신선했고, 언어와 세계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힘이 있었다”면서 “모국어를 잃고 전혀 다른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것은 몸에 다른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몸 자체가 바뀐 것과 같아, 결국 이 세계에서 고립되고, 먼지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은 언어에 대한 놀라운 천착이었다”고 평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소설가 윤후명(위원장), 성석제, 양진채와 문학평론가 정홍수, 신수정이 참여했다. 지영은 1984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7년 5.18신인문학상에 단편 ‘그리고 신발을 위한 냉장고’가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태국 나레수안대학교 동양어문학부에서 한국어를 강의한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중순에 열리고 당선작을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 “성평등 어린이책의 가치는 자기긍정·다양성·공존입니다”

    “성평등 어린이책의 가치는 자기긍정·다양성·공존입니다”

    지난해 8월 7종의 어린이책이 ‘금서’로 찍혔다. 국회에서 “조기 성애화가 우려된다”, “동성애를 가르친다” 등의 비판을 받은 탓이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의 문제 제기 후 엄마·아빠의 성관계 과정을 묘사하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쓴 덴마크의 성교육 동화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의 삽화 일부는 온라인에 ‘짤’로 돌아다니며 뭇 학부모들의 우려를 샀다. 이 책들은 2018년부터 여성가족부와 롯데그룹,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후원으로 시작된 나다움어린이책 사업 선정 도서들이었다. 성평등 교육을 지향한 나다움어린이책은 아이들의 ‘나다움’에 걸맞은 도서를 선정, 학교에 배포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하루 만에 책 7종이 회수됐고, 지난해 말 사업이 조기 종료됐다. ‘회수 사태’ 1년. 나다움어린이책은 빨간 표지의 ‘오늘의 어린이책’(다움북클럽)으로 돌아왔다. 기존 목록 199권에 청소년책까지 포괄하는 262권의 목록과 함께. 사업 종료 이후에도 논의를 멈추지 않았던 도서 선정위원들의 의지로 가능한 일이었다. 사업 시작에서부터 지금까지 머리를 맞댄 남윤정 씽투창작소 대표와 13년차 초등학교 교사 서현주씨를 만나 출간 뒷얘기와 성교육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회수 사태’ 꼬박 1년 만에 ‘오늘의 어린이책’이 나왔어요. 책이 기획,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남 문제 제기 이후 한 달은 거의 매일 야근해야 할 정도로 일들이 많았어요. 당일 저녁 회수 결정이 났고, 그날 밤 책이 배포된 5개 학교 선생님들께 전화를 드렸죠. 사업 진행 내내 소통을 많이 했던 선생님들이셔서 같이 분노하시고 실망하셨어요. 이후 일주일에 걸쳐 책들이 사무실로 돌아왔어요. 학교마다 도서관 청구기호가 붙은, 아이들 손때 묻은 책들이 되돌아왔을 때 마음이 아팠고 ‘아, 이게 현실이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죠. 그래도 도서 회수와 남은 사업의 추진은 별개니까 문제를 제기한 분들과 협의해 나가려고 했는데, 여가부에서 11월에 최종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어요. 이미 재단이나 기업(롯데)에서는 사업에서 빠지겠다는 의사 표현을 한 상태였고요. 의미를 부여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계속 해볼 수 있는 일이지만 (여가부가) 의지가 없었어요. 그러나 저희는 계속 해나가자고 뜻을 모았어요. 당시 저희를 지지해 주셨던 20여 군데 단체 중 한국여성재단에서 매년 성평등사회 조성 지원 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지원해서 사업에 뽑혔어요. 출판사들에서도 책을 많이 보내 주셔서 선정 사업을 지지해 주셨죠. 거기에 기존에 성평등과 어린이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해 주셨던 김소영·서효인·김현 같은 작가들의 좋은 원고까지 더해 책을 내게 됐죠. ●우리 사회 이분법적 사고가 혐오 불러 책에는 ‘회수 사태’ 당시 겪었던 비판들에 대한 적극적인 항변도 눈에 띈다. 도서 선정 당시 참고했던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는 인간 생애에서 성과 관련한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포괄적 성교육’의 필요성을 논한다. 해당 가이드에서는 한국의 초등 학령기에 해당하는 5~12세 아동을 위한 교육 내용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 생물학적 성과 젠더의 차이, 신체적 접촉을 통한 쾌락과 효과적 피임 방법 등이 제시돼 있다. 나다움어린이책이 “조기 성애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에 대해 책은 ‘포괄적 성교육을 경험한 이들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성생활로 유도하는 효과가 있었던 반면 금욕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은 성경험 시작 시기를 늦추거나 성생활 빈도 및 파트너 수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85쪽)는 유네스코 발표를 인용해 반박했다. “동성애를 가르친다”는 의견에는 서 교사가 직접 답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상과 비정상, 다수와 소수를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가 호모포비아를 낳았다고 봐요. 내 아들이 게이가 될까봐 너무나 공포스러운 사회 문화를 세뇌시킨 거죠. 버젓이 존재하는 사람들을 지우는 것이야말로 혐오 아닐까요.” ●언어로 ‘성평등’ 표현 정립 귀중한 시도 -‘오늘의 어린이책’은 주체성, 몸의 이해, 일의 세계, 가족, 사회적 약자, 표현, 혐오 반대, 사회적 인정, 안전, 연대 등 10개 키워드 아래 어린이·청소년책을 선정했습니다. 이들 키워드는 어떻게 선정됐으며, 키워드에 따른 책을 고를 때 어디에 주안점을 뒀나요. 남 크고 작은 단체에서 도서를 선정하지만, 기준이 선명하지 않다 보니 잡음이 생겨요. 저희는 더군다나 여성가족부 이름을 걸고 시작했던 거라서, 모두가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기준을 만들기 위해 연구부터 시작했어요. 수백 편의 해외 논문을 검토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이 있는 어린이책들과 이 책들에 아동이 노출됐을 때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어떤 질문들로 책을 뽑아내는지를 쭉 봤어요. 그 논문들에서 100개가 넘는 질문이 추출됐고, 이 질문들이 우리 사회와 아이들에게 맞는지, 중첩되는 것은 없는지 토론을 통해 최종 26개의 질문을 추렸죠. 한쪽에서는 책 선정 기준을 연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을 살펴보는 투트랙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저희는 이걸 “연역과 귀납을 함께 했다”고 표현해요. 저희가 선정한 책 중에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이야기책이 많았는데 인물과 서사가 어떤 유형으로 나눠지는지 보고 10가지 키워드로 분류했어요. 키워드마다 질문 2~3개씩이 연결됐고, 전체를 아우르는 성평등 어린이책의 핵심 가치를 ‘자기 긍정’, ‘다양성’, ‘공존’으로 봤죠. 서 저희 책이 1만 7000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자부해요. 벡델 테스트(미국의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1985년 영화의 성평등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한 세 가지 지수)처럼 우리가 공유하는 성평등에 관한 시각을 언어로 표현하고 정립한다는 것 자체가 귀중한 시도라고 보거든요. 어린이책을 볼 때 ‘인물의 개성이 성별 고정관념으로 결정되지는 않나요?’와 같은 질문을 보면 일종의 거름망이 되는 거죠.●스마트폰 통해 왜곡된 성문화 쉽게 물들어 -교실 속 젠더 폭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선 교실에서 체감하는 어린이들의 성 인식은 어떠하며,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가요. 서 아이들이 성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교실에서는 말할 수 없는 분위기잖아요. 예를 들면 수업 시간에 아무 맥락 없이 신음 소리를 내는데, 자기가 음란물에서 본 거거든요. 남자 아이들은 음란물에서 본 섹스 체위를 쉬는 시간에 많이 흉내내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한 행동이지만, 교사는 당황하게 돼요. 저는 아이들을 한창 가르칠 때에는 페미니즘 의식이 없었고, 휴직하고 제 아이를 키우면서 성차별에 눈을 뜬 사례인데요. 제가 한창 여성으로서 겪는 현실에 힘들어할 때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책을 주셨어요. 그 책을 읽고 새롭게 알을 깨는 느낌이 들었어요. 전에 저도 성인지 감수성이 없을 때는 애들이 섹스 체위를 흉내내면 혼을 냈어요. “그렇게 하면 안 돼. 나쁜 거야”라고 말하지만 왜 나쁜지는 설명하지 못하죠. 제가 처음 교사가 됐던 2009년 즈음에는 스마트폰이 없었어요. 2010년대 초반부터 아이들한테 폭발적으로 보급됐는데, 이후의 변화를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껴요. 유네스코 가이드에도 보면 ‘또래의 성문화가 주는 중요성을 안다’는 성취 기준이 있는데요. 그만큼 또래의 성문화가 가장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스마트폰이 얼마나 유해한지를 잘 알고 있어요. 10여년 전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무비판적으로 오염된 아이들이 10년 후 N번방 사건의 가해자, 조주빈 그 세대거든요. ●포괄적 성교육 정착 위해 법제화 필요 -우리 교실에 어떤 성교육이 필요할까요.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서 보시다시피 공교육에서 성교육은 거의 전무해요. 저 같은 교사가 개인적으로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재량 시간을 이용하거나 조금 더 발전하면 국어 시간에 교과서를 쓰는 대신 오늘의 어린이책에 있는 책을 차용하는 식이겠죠. 하지만 퀴어문화축제 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 줬던 교사가 학교 안팎의 엄청난 공격에 빠졌던 것처럼 성평등 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해야 하는 일이에요. 초등학교 5~6학년 대상 보건 수업은 성교육을 다루기는 하지만 약물 오남용 방지 같은 내용 중에 극히 일부 포함돼 있고요. 그다음에 아하!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처럼 전문적으로 양성된 강사나 사교육의 힘을 빌리는 정도인데요. 학교라는 곳이 물리적으로 우리 가까이에 있어서 교육의 최전선으로 보이지만 구조상 시대적인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가 힘들어요. 대신 포괄적 성교육을 법제화해서 연령별 성취 기준을 만들면 교사들이 다 가르칠 수 있어요. 유네스코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가이드를 그대로 갖고 와서 만들면 되거든요. 우리나라 공교육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지만 관련 법이 없고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없어서 교사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남 포괄적 성교육이나 차별금지법을 계속해서 문제 삼는 분들의 인식과 자기 경험의 한계가 문제의 원인인 거 같아요. 순결 교육을 강요받으면서 왜곡된 성문화에 맞닥뜨렸던 어른들의 경험으로 왜 우리 아이들의 경험을 제한하려고 하는가 싶은 거죠. 유네스코의 가이드는 우리가 제안한 책들과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없는 내용이에요. 그걸 왜 그렇게 반대하는지 잘 이해가 안 돼요. 서 우리가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성교육 하면 섹스, 섹스는 순결한 것 또는 더러운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잖아요. 시대에 따라 성교육에 대한 정의도 바뀌어야 할 거 같아요. 생물학적인 것뿐 아니라 결국에는 관계의 문제로, 우리가 어떻게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느냐가 성교육의 핵심인 거죠. 성교육은 인권 교육이자 민주 시민 교육이에요.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려면 이게 꼭 필요한데, 우리가 너무 ‘섹스’에만 몰입돼 있는 게 아닐까요.
  • 히가시노·오쿠다 광팬 집중… 코시국 달랠 日 추리물 온다

    히가시노·오쿠다 광팬 집중… 코시국 달랠 日 추리물 온다

    일본 유명 작가들의 미스터리·추리소설이 잇달아 번역 출간됐다. 미국, 영국과 함께 세계 3개 추리소설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 장르 문학은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충실한 이야기 재미를 강점 삼아 코로나19에 지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용의자 X의 헌신’(2006),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2) 등으로 명성을 쌓은 일본 추리소설계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백조와 박쥐’(2021)가 최근 현대문학에서 나왔다. 작가의 등단 35주년 기념작인 이 소설은 33년 시차를 두고 일어난 두 건의 살인 사건의 진실을 다뤘다. 명망 높은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남성은 33년 전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 진범도 자신이었다고 고백한다. 가해자의 아들과 피해자의 딸이 진실에 다가가려는 내용을 통해 공소시효 폐지와 소급 적용, 범죄자 가족에 대한 신상 털기 등 사회적 논쟁거리도 함께 제시한다.은행나무는 ‘공중그네’(2004)로 나오키상을 받은 오쿠다 히데오의 2019년 장편 ‘죄의 궤적’(전 2권)을 펴냈다. 사회 부조리를 쉽고 간결하게 묘사해 ‘일본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작가는 1963년 ‘요시노부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범인이 죄를 저지르는 과정과 이를 추적하는 형사의 집념 어린 수사를 그렸다. 범인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선악의 경계에 선 인간을 통해 죄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음식 소설의 대가 유즈키 아사코의 2017년작 ‘버터’(이봄)도 2009년 일본을 뒤흔든 ‘꽃뱀 살인 사건’에서 소재를 얻었다. 일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 소설은 남성 3명을 연쇄살인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뚱뚱한 여성이 요리 솜씨로 남성을 사로잡아 거액을 갈취한 과정 등을 조명한다. 작가는 음식에 대한 묘사로 식욕을 자극하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은 날씬하고 요리를 잘해야 한다는 가부장제의 폐해를 꼬집는다.‘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2011)로 ‘대반전의 제왕’으로 불린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집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2020)은 북로드에서 번역 출간됐다. 연작 단편 5편의 주인공 부스지마 형사는 출세보다 범인을 쫓는 데만 관심 있는 인물로 살인, 염산 테러 등을 해결하며 비뚤어진 인정 욕구 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이 밖에 크로스로드는 2017년 국내에서 영화로 제작된 ‘골든 슬럼버’(2008) 원작자로 유명한 이사카 고타로의 스릴러 연작 소설집 ‘시소 몬스터’(2019)를 번역 출간했다. 전업주부가 된 전직 첩보원이 시아버지의 죽음과 시어머니의 연관성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표제작으로 가족 간 갈등을 다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일본 미스터리·스릴러 소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1% 늘었다. 최재철 한국외대 일본언어문화학부 명예교수는 “한국 소설이 큰 흐름을 강조하는 반면 일본 소설은 촘촘하고 정교한 세부 묘사가 매력”이라며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문화적 토양에서 발전한 일본 장르문학이 국내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오쿠다 히데오 등의 작품 다수를 옮긴 양윤옥 번역가는 “한국 소설이 주제의식을 중점적으로 담은 반면 일본 장르문학 작가들은 자기주장을 담는 대신 재미에 초점을 맞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 “바른 우리말은 언론부터죠”

    “바른 우리말은 언론부터죠”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 세상 소식을 접합니다. 언론에서 쓰는 언어의 영향이 그만큼 막대하고, 그래서 누구보다 언론이 앞장서서 바른 언어를 써야 합니다.”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장은 언론을 향해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정확히는 언론이 사용하는 언어다. 그는 “못 알아듣는 사람이 느끼는 답답함은 우리가 미처 헤아리기 어렵다”면서 “언론이 외국어를 남용하고 바르지 못한 말을 써도 모두가 다 알아들을 걸로 생각하는데, 이는 아주 오만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국어기본법에 따라 설립한 전국 21개 국어문화원이 모여 구성한 사단법인이다. 공공기관의 잘못된 언어 사용을 바로잡는 공공언어개선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학생이나 지역 시민,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국어 교육도 한다. 지난해부터는 언론사와 손잡고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도 하고 있다. 서울신문도 연합회와 함께 최근 12회에 걸쳐 바른 언어 사용을 알렸다. 김 회장은 우리 언어가 오염되는 과정에 대해 “전 세계 어느 언어보다 소리 표기가 뛰어난 한글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에서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면 한글로 쉽게 표기할 수 있어 외래어가 자리잡는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잘못 쓰는 외래어를 바로잡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결국 우리말도 차츰 오염된다는 말이다. 물론 들어온 말을 잘 고쳐 정착하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떤 말로 고쳐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미처 안 된 상황이라면 특히 그렇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동기’라고 했다. 예컨대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당시 ‘언택트’, ‘온택트’ 같은 단어를 비롯해 여러 외래어를 마구잡이로 썼지만, 바로잡아야 한다는 동기가 생겨나면서 ‘비대면’으로 정착됐고, 어려운 외래어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안전 안내 문자에 썼던 ‘보이스 피싱´ 같은 어려운 말도 최근엔 ‘전화 사기’로 바뀌었다. 그는 언론사와 함께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중요한 문화”라며, 특히 평생교육 차원에서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알려 나갈 것을 제안했다. “우리말과 글은 모두가 다 아니까 학교를 졸업하면 더는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언어는 일상생활 소통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사고, 나아가 집단의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평생교육 차원에서 올바른 글쓰기와 말하기 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국어문화원연합회도 우리말 평생 교육에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밝힌 그는 올바른 우리말과 글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책상에 비딱하게 앉는 나쁜 자세보다 올바른 말을 쓰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가르친다고 합니다. 나쁜 자세는 육체적 악영향을 미치지만, 바르지 못한 말은 정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에요. 소통의 수단인 국어가 고장나면 우리 사고도 정체된다는 사실, 모두가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 하루 몇 번씩 폭언·폭행·성희롱… 민원 담당자 “공황 상태 빠진다”

    하루 몇 번씩 폭언·폭행·성희롱… 민원 담당자 “공황 상태 빠진다”

    “코로나19 확진자 가족에게 검사를 받으라고 했더니 ‘너는 날마다 하느냐’는 식으로 욕먹는 건 일상다반사죠. 놀랍지도 않습니다.” “친절하게 응대하려고 웃었더니 ‘왜 웃느냐’고 화를 냅니다. 신중하게 대답하려고 했더니 ‘왜 대꾸가 없냐’며 항의를 합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부터 세금이나 과태료 납부 안내는 물론이고 소소한 쓰레기 처리까지 민원 응대는 공공기관의 핵심 업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적잖은 민원담당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민원인들이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 같은 모멸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한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화·방문 민원에서 발생하는 폭언과 욕설, 협박, 폭행, 심지어 성희롱 등 위법행위가 2018년 3만 4484건, 2019년 3만 8054건, 2020년 4만 6079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그러다 큰일 난다’로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민원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많은 민원담당자들이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다. 한 공공기관에서 일했던 최미주(가명)씨는 악성 민원인의 난동으로 출동한 경찰관을 수차례 목격했다. 최씨는 “소란이 있으면 속이 안 좋고 공황 상태가 되는 듯하다”며 “해결해 줄 수 없는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민원인에게는 치약 같은 홍보물품을 열심히 주면서 달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문의가 쏟아지지만 상담원은 담당자가 아니라 한정적인 상담만 가능하다”며 “이를 두고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언어폭력을 일삼는 민원인도 있다”고 했다. 폭력에 노출되는 건 ‘코로나19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는 간호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구동산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최호정씨는 “코로나19 이후 간호사에 대한 언어폭력은 일상이 됐다”며 “얼마 전 동료 간호사는 80대 환자의 혈압을 재다가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다음날 다시 출근해 평소처럼 일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간호사들을 위한 심리상담제도가 있지만 매일 야근을 하는 데다 근무시간에는 이용할 수 없으니 쓸모가 없다”면서 “주변에 상담받는 이유를 얘기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건강까지 나빠졌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김명심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안양센터 총괄팀장은 “민원인의 욕설이나 성희롱적 발언으로 상담원이 감정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민원 담당 김형선(가명) 주무관은 “부서랑 연결이 안 됐다는 것만으로도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전화가 연거푸 오는데 같은 민원인 전화를 세 번씩 연달아 받다 보면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고 호소했다. 공공기관에서 5년 이상 민원 응대 업무를 한 유진아(가명) 주무관은 “악성 민원 전화를 받고 나면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히고 한동안 멍하게 된다”며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화장실에서 한참을 앉아 있곤 한다”고 말했다. 민원인 스트레스보다 보호 조치를 제대로 해 주지 않는 소속 기관에 불만을 느낀다는 사례도 많았다. 중앙 부처 퇴직 공무원인 김모씨는 “국장으로 일할 때 다짜고짜 내게 욕을 하는 민원인을 여럿 봤다”며 “적절한 보호가 없으면 사회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은 악성 민원인에게 더 끌려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영진(가명) 과장은 몇 해 전 추석 직후 민원 게시판에 “시민이 물어보는데 어떻게 의자에 앉아서 대답을 할 수 있느냐”는 항의 글이 올라왔던 것을 잊을 수 없다. 그가 더 상처를 받은 건 “앞으로는 서서 대답하라”는 상부 지시였다. 한 관계자는 “지침으로는 악성 민원인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한다는데 현장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며 “최근 콜센터 등에서 도입한 대기안내 멘트와 전화녹음, 민원 응대용 공용 휴대전화라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가 한 것도 없는데”…성일종 의원, 태안군수에 막말

    “이 ××가 한 것도 없는데”…성일종 의원, 태안군수에 막말

    “가세로(태안군수) 죽여버릴 거야. 이 ××가 한 것도 없는데 뭘 얘기하고 있어” 국민의힘 성일종(서산·태안)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가세로 충남 태안군수를 겨냥해 막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당이 다른 한 동네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이 서로 ‘공적 과시’를 놓고 볼썽사나운 갈등이 빚어졌다.가 군수는 23일 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에 담기 어려운 언어폭력은 군민 전체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성 의원이 ‘태안고속도로(서산~태안) 계획을 내가 다했는데, 가 군수가 혹세무민 한다. 군수가 공적을 가로챘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군수는 국회의원의 협력 대상이지 종속관계가 아니다”며 “국회의원의 권위적이고 오만한 태도는 지역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발단은 성 의원과 태안군이 지난 15일 태안고속도로가 국가도로망 10개년 계획에 반영된 것과 관련해 이튿날 각각 보도자료를 내면서 시작됐다. 지역 한 언론사 기자 A씨가 태안군 보도자료를 기사로 먼저 올리자 성 의원이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가 군수를 거론하며 막말을 했다는 것이다. 성 의원은 “국가도로망 계획에 반영한 것은 내가 다했고, 가세로는 여기에 ‘가‘자도 걸치지 않았다”며 기사 수정을 요구했다고 A씨는 전했다.가 군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태안고속도로 건설은 내가 취임 후 일관되게 추진한 공약사업으로 국회, 국토교통부, 국토연구원 등을 수시로 방문하며 백방으로 뛰었다”면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성 의원이)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성 의원이 공개 사과하면 풀릴 문제”라고 했다. 성 의원은 “큰일을 해놓고 군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가 군수는 마음을 풀고 군민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와우! 과학] 3000만년 전 뉴질랜드 서식한 키 1.4m 거대 펭귄 화석 발견

    [와우! 과학] 3000만년 전 뉴질랜드 서식한 키 1.4m 거대 펭귄 화석 발견

    3000만 년 전쯤 지금의 뉴질랜드를 비롯한 일대 해변에는 키가 1.4m나 되는 거대한 멸종 펭귄들이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뉴질랜드 메시대 등 국제연구진은 지난 2006년 북섬 와이카토 지방 카휘아항 근처 올리고세(점신세) 지층에서 발굴됐던 거대 펭귄 화석이 신종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살아있는 펭귄 가운데 가장 큰 종은 황제펭귄으로 키 1.2m, 몸무게 45㎏까지 나간다. 하지만 이보다 큰 펭귄들은 6600만 년 전에서 2300만 년 전 이후로 뉴질랜드를 비롯해 몇몇 섬을 남겨둔 채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버린 고대 대륙인 질랜디아(Zealandia)에서 흔히 존재했다. 몇백만 년에 걸쳐 살았던 이들 거대 펭귄은 뚱뚱한 황제펭귄들보다 더 날씬했었다.그런데 카이루쿠(Kairuku) 펭귄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된 신종 펭귄은 남섬 와이마테와 던트룬 근처에서 각각 발견됐던 카이루쿠 속 거대 펭귄 두 종(K. 그레브네피와 K. 와이타키)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다리가 매우 긴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마오리족 언어로 다리를 뜻하는 와에와에(waewae)와 길다는 뜻하는 로아(roa)를 합쳐 카이루쿠 와에와에로아(Kairuku waewaeroa)라는 학명이 붙여졌다. 참고로 카이루쿠라는 이름은 마오리족 언어로 ‘먹이와 함께 돌아오는 잠수부’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 공동저자로 메시대의 동물학자 대니얼 토머스 박사는 “신종 펭귄은 긴 다리 덕에 육지를 걸을 때 다른 펭귄들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키는 아마 1.4m나 됐을 것”이라면서 “헤엄치는 속도와 잠수할 수 있는 깊이에도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신종 펭귄의 정기준표본(완모식표본) 뼈는 당시 카휘아항에서 화석 채집 현장 학습을 하던 해밀턴 주니어 박물학자 클럽(JUNATS)의 학생들에 의해 발견돼 와이카토 박물관에 기증돼 보관 중이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발견된 거대 펭귄 화석 중 가장 완벽한 표본에 속하는 이 화석을 측정하고 스캔해 3D 모델로 재구성했다. 그러고나서 이 펭귄의 뼈를 다른 고대 펭귄의 뼈와 비교 분석해 이 종이 다른 종들보다 키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아냈다. 토머스 박사는 또 “신종 펭귄 화석은 여러 이유로 상징적이다. 이 화석은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고대 펭귄들과 (6000만 년 전 가라앉은 대륙인) 질랜디아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후견인으로서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점을 떠올려준다”면서 “다음 세대가 이 세상의 카이티아키(수호자)가 돼줄 수 있도록 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척추고생물학회지’(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최신호(9월 16일자)에 실렸다.
  • 이재명 편든 황교익 “‘수박’이 일베 용어? 그걸 아는 사람이 일베”

    이재명 편든 황교익 “‘수박’이 일베 용어? 그걸 아는 사람이 일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수박’ 표현이 논란인 가운데, 이에 대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편을 들었다. 22일과 23일 황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도 일베(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한테 당해봐서 아는데 수박이 일베 용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면서 “일베의 전문용어를 이처럼 소상히 알고 있는 분은 일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이낙연 캠프를 향해 비난했다. 그러면서 “수박을 일베 사이트에서 뒤지면 어딘가 있기야 하겠지만 일베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아니다”라며 “어쩌다 발견된 특수한 경우를 가져와 그게 보편적 상황이나 되는 듯이 부풀려서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치사한 공격 방법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안다”며 “이번 대선을 거치며 이 사람들이 정치판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1일 이 지사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당 인사들을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전 대표 캠프 측은 “수박이란 표현은 호남을 비하·차별하기 위해 만든 일베의 언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재명 캠프는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라며 “호남과 관련된 용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고, 처음 듣는다. 이걸 왜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문화마당] 나에 대한 신뢰를 갖기 위해/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나에 대한 신뢰를 갖기 위해/김이설 소설가

    올가을 나는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쓰던 소설을 마저 이어 쓰고 있다. 2018년에 300장 정도 쓰다가 멈춘 소설이다. 장편소설은 대체로 원고지 1000장 이상의 소설을 말한다. 격월간지에 6회 연재를 한 후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로 계획했던 소설이었는데, 3회까지 연재를 하다 중단하고 말았다. 장편소설을 왜 쓰다 말았나. 심각한 번아웃(피로감)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언어를 잃고 글을 못 쓰던 시절의 일이다. 소설가가 연재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일, 글 쓰는 사람이 원고를 펑크 내는 일만큼 최악의 상황이 있을까. 그런데 그런 짓을 해 버리고 말았다. 지금에야 심하게 앓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줄조차 모른 채 써지지 않는 소설을 붙잡고 매일 밤 울기만 했다. 그렇게 중도에 멈춘 소설을 다시 이어 쓰기로 한 데에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하니까. 장편소설을 단행본으로 내기로 한 출판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제까지 기다려 준 출판사에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소설 구성 노트마저 잃어버려 구성 단계부터 새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앞의 300장을 골자로 한 소설을 새로 구성해 써야 하는 이중의 숙제를 품고 쓰는 중이다. 소설가가 하면 안 되는 일을 저지른 벌을 받는 중이랄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다. 새해의 계획, 이달의 계획 중 절반 이상은 중도 포기했을 가능성이 많다. 운동, 저축, 식단 조절, 독서, 스케치 한 장, 영어 한 문장 외우기 같은 계획들. 시작을 했으니 반은 성공인데, 삼일을 넘기지 못해 실패가 돼 버린 일들 중에서 이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그렇다면 당장 오늘부터 다시 하자. 9월 23일 오늘을 기준으로 2021년은 정확히 100일 남았다. 오늘부터 매일 해낸다면 백일 실천이 된다. 운동이나 영어 문장 외우기 같은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그러진 가족 관계라든지, 타인에 대해 무너져 버린 마음이나 중도 포기해 버린 수능 공부 같은 일들은 섣불리 다시 시작하기가 힘들다.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모를 수도 있고, 무조건 해결이 안 되는 일이거나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영영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결국 가슴속에 무거운 돌덩이 같은 숙제가 남게 되는 것이다. 내게는 쓰다 만 장편소설 외에 문학 공부가 그런 숙제로 남아 있다. 직업 소설가인데 왜 문학 공부가 필요한지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문학의 본령이 아니라 소설 쓰는 기술만 배웠다는, 소설만 안다는, 사실은 소설에 대해서조차 아직도 모르겠다는 자격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자격지심을 버리고 싶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 제대로, 깊이, 순수한 앎에 대한 열망을 풀고 싶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대학 입학이나 편입을 할 수도 있다. 독학도 가능하다. 문제는 시작이다. 비용이나 시간, 계획, 공부를 하겠다는 다짐과 오랜 게으름과의 싸움 같은 것들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로 장편소설부터 제대로 완성해야겠다. 이제 약 400장 정도의 분량이 남았다. 400장 정도면 단편소설 네 편 정도의 분량. 겨울이 오기 전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완성하게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맺은 일을 직접 풀 수 있는 사람, 시작한 일은 끝을 내고, 포기한 일도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한 편의 장편소설이라는 결과물보다 나에 대한 신뢰가 더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LA레이커스 유니폼 ‘CJ 비비고’ 새긴다

    LA레이커스 유니폼 ‘CJ 비비고’ 새긴다

    CJ제일제당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가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와 손을 잡았다. CJ제일제당은 22일 “레이커스와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레이커스가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레이커스가 해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CJ제일제당이 최초다. LA타임스는 양측의 계약이 5년간 1억 달러(약 1184억원)를 넘는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번 협약으로 레이커스 유니폼에는 비비고의 브랜드 로고가 들어가게 됐다. CJ제일제당은 레이커스의 홈구장인 스테이플스센터에도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고를 활용한 제품 출시, 온·오프라인 마케팅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레이커스는 NBA 구단 중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구단으로 꼽힌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5월 발표한 스포츠 구단 가치 랭킹에서 전체 7위에 올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포츠라는 글로벌 공통 언어를 매개로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쌍동선’ 타고 바다 건너온 동남아인, 태평양 폴리네시아인의 조상이 되다

    ‘쌍동선’ 타고 바다 건너온 동남아인, 태평양 폴리네시아인의 조상이 되다

    30~200명 씨족… 카누 타고 수천㎞ 항해사모아제도 정착 후 주변 섬으로 확산가장 마지막은 거대 조각상 ‘이스터섬’DNA 분석 통해 ‘대만 원주민’ 밝혀져닷새간의 추석 연휴가 끝났다.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와 함께하는 두 번째 추석이었다.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8명까지 모일 수 있어 고향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명절 연휴만 되면 도로 정체 같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멀리 떨어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유는 뭘까. 문화인류학자들은 이런 민족 대이동에 대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고고학, 인류학, 역사학 등이 알려지지 않은 먼 과거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이유도 인류 뿌리를 확인해 현생 인류의 정체성과 앞으로 나갈 길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고고학자는 물론 생물학자, 수학자, 의학자까지 참여한 연구팀이 현대인의 게놈을 분석해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인류 이동의 비밀 일부를 풀어냈다. 미국 스탠퍼드대 수리공학연구소,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SD), 멕시코 국립 생물다양성게놈연구소(LANGEBIO), 노르웨이 오슬로대, 영국 옥스퍼드대 웰콤 인간유전체연구센터, 칠레 마타키테랑기재단, 교황청 가톨릭대 의대 등 6개국 19개 대학과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인류 이동의 비밀 중 하나인 폴리네시아인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9월 23일자에 실렸다. ‘많은 섬들’이라는 뜻의 폴리네시아는 육지 총면적이 약 2만 7000㎢로 그리 크지 않지만 1000여개 섬이 분포해 있고, 해역으로 따지면 태평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쪽 끝 사모아, 통가에서 시작해 중부 쿡제도, 소시에테제도, 마르키즈제도 등을 거쳐 북쪽 하와이제도, 남동쪽 끝 이스터섬, 남서쪽 뉴질랜드까지 포함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 영국, 프랑스, 칠레 등으로 분리돼 있지만 원주민들은 형질적 동질성을 갖고, 문화, 종교, 언어도 유사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태평양 절반을 넘는 이 지역으로 인류가 언제 어떻게 이주했는지, 수많은 섬 중에 어디에 가장 먼저 정착했는지는 인류학 분야에서 여전히 수수께끼이자 논란의 대상이다. 1947년 노르웨이 탐험가 토르 헤위에르달이 ‘콘티키호’라고 이름 붙인 뗏목으로 남미 칠레에서 폴리네시아로 항해한 것도 남미 원주민들이 폴리네시아로 이주했을 것이라는 자신의 가설을 실증하기 위한 시도였다. 헤위에르달의 탐험 성공으로 그의 가설이 한동안 받아들여졌지만 생명과학의 발달로 2000년대 초반 DNA 분석을 통해 폴리네시아인의 조상은 남미 원주민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폴리네시아 구전설화와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30~200명으로 구성된 씨족 집단이 카누 두 대를 연결해 만든 배 쌍동선으로 수천㎞ 떨어진 거리를 이동해 폴리네시아 지역의 섬 곳곳으로 흩어졌다. 이번 연구팀은 인류학적으로 폴리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태평양 21개 제도(諸島)에 사는 430명의 게놈 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 그 같은 이동이 가능했는지, 처음 정착한 지역은 어디인지를 찾아나섰다. 분석 결과 폴리네시아인 조상으로 알려진 대만 원주민과 동남아시아인들이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사모아제도였으며 이후 9세기에 쿡제도의 라로통가섬, 11세기에 소시에테제도의 토타이테마섬, 12세기에는 투부아이제도의 서부 투하아페섬과 투아모투군도로 퍼져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은 거대 조각상들로 유명해진 이스터섬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 文대통령, 백신 자신감…“베트남에 백신 100만회분 지원”

    文대통령, 백신 자신감…“베트남에 백신 100만회분 지원”

    한국이 베트남에 100만회분 이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한다. 제76회차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주석과 양자회담을 갖고 양자 관계 강화 방안,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상호 협력, 주요 지역 및 국제 현안 등에 관해 논의했다. 푹 주석은 그동안 총리로 재임해 오다 지난 4월 주석으로 선출, 이날 정상회담은 양 정상 간 첫 직접 소통이다. “10월 중 베트남에 100만회분 코로나 백신 지원” 이날 문 대통령은 “한-베트남 FTA 발효 6년을 맞아 양국 경제 협력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고, 2023년 교역액 1000억 달러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양국 간 4차 산업혁명 분야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아울러 “한국 기업들이 바이오·의약품, 인프라, 금융 분야에서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양국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방역물자를 나누며 함께 위기를 극복해 왔으며, 한국은 100만 회분 이상의 코로나 백신을 10월 중에 베트남에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의 잠재력과 한국의 백신 생산 기술·역량을 결합한 한-베트남 보건·백신 파트너십 구축, 베트남의 질병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질병예방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준비하고 있는 백신 3상 임상시험에 대한 베트남 당국의 지원과 협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베트남이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선정한 것에 감사드리며, 한국에서도 베트남어, 베트남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어, 언어와 문화를 통해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가 더욱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베트남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안보리 이사국이자 한-아세안 대화조정국인 베트남의 지속적인 관심과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푹 주석 “전략적 동반자관계 한단계 도약” 제안 이에 푹 주석은 “한국과 베트남의 포괄적 파트너십과 상호 신뢰 기반의 협력을 기대한다”며 바이오, 의학, 첨단기술, 국방,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예시하고, 한국이 베트남에 투자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푹 주석은 “한국의 팬데믹 관리, 사회경제적 회복 등 베트남은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며 현재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또 푹 주석은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팀을 잘 이끌어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는데 다음 경기는 호주, 중국”이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베트남의 월드컵 선전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선전을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푹 주석과 자주 만나게 되어 친구 사이”라고 덕담을 하며, 앞으로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회담을 마쳤다. 한편 국내에서는 추석 당일인 21일 하루 동안 6500여명이 1차 접종을 하고 4000명 정도가 접종을 마쳤다. 22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신규 1차 접종자는 6525명, 접종 완료자는 4130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사람은 2218만8840명으로 늘었다. 이는 인구 대비 43.2% 수준이며, 18세 이상 기준으로는 50.2%다.
  • 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 ‘K푸드 유니폼’ 입고 뛴다

    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 ‘K푸드 유니폼’ 입고 뛴다

    K푸드와 슈퍼스타가 만났다.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가 다음 시즌부터 CJ제일제당의 식품 브랜드 ‘비비고’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는다. CJ제일제당은 22일 “레이커스와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레이커스가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레이커스가 해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CJ제일제당이 최초다. LA타임스는 양측의 계약이 5년간 1억 달러(약 1184억원)를 넘는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번 협약으로 레이커스 유니폼에는 비비고의 브랜드 로고가 들어가게 됐다. CJ제일제당은 레이커스의 홈구장인 스테이플스센터에도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고를 활용한 제품 출시, 온·오프라인 마케팅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레이커스는 NBA 구단 중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구단으로 꼽힌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5월 발표한 스포츠 구단 가치 랭킹에서 전체 7위에 올랐다. 북미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중동, 남미 등에 걸쳐 전 세계 2억 8000만명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협약으로 세계적인 식품 브랜드로의 도약을 노리게 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포츠라는 글로벌 공통 언어를 매개로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명낙 ‘수박’ 논쟁 가열…“일베 용어” VS “일베도 몰라”(종합)

    명낙 ‘수박’ 논쟁 가열…“일베 용어” VS “일베도 몰라”(종합)

    이재명 ‘수박 기득권’ 언급 놓고 양측 충돌이낙연 캠프 이병훈 “호남 비하 일베의 언어”이재명 캠프 박주민 “12년 일베한 사람도 몰라”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이 지사의 ‘수박 기득권’ 발언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최대 승부처인 호남 경선을 앞두고 양 측이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이 지사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서 “이젠 보수언론과 국민의힘 그리고 민주당 내 인사들까지 수익환수 덜했다고 비난하니 기가 찰 뿐”이라며 당내 특정 인사들을 향해 “제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수박’은 호남을 모독하는 표현이라며 발끈했다. 극우 네티즌이 몰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수박’은 5·18 당시 시민군을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병훈 캠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수박’이란 표현은 호남을 비하하고 차별하기 위해 만든 일베의 언어”라며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이고, 우리 당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자신은 피해자라는 생각을 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는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는다. 민주당 후보가 해서는 안 될 혐오 표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효은 캠프 대변인은 이 지사가 전날 이 전 대표의 총리 시절 부동산 책임론을 제기한 데 대해 “걸핏하면 총리 책임론을 펴는데 국정 경험이 부족한 탓이 아닌가 싶다”며 “경기도 판교 대장동 집값 폭등에 이 지사 책임은 없는가”라고 물었다.이재명 캠프도 대대적 반격에 나섰다.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오전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주간브리핑에서 “수박이라는 표현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낙연 캠프의 대변인이 수박을 왜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지 유감이다. ‘셀프 디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주민 총괄본부장은 “수박이 호남 비하라는 이낙연 측 주장에 대해 ‘일베 생활 12년째인데 그런 말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수행실장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후보가 기득권과 싸워온 날이 단 하루라면, 단 1년이라면 말도 안 되는 거짓 프레임이 먹힐지 모르겠다”며 “파크뷰 분양비리 사건부터 수년간, 수십 년간 민주당 내 기득권과도 싸워왔다. 그 기록들이 영상, 글, 기사로 남아 있기에 진실을 호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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