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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재준 “내부고발자 자체 보호” 野 “국정원 시스템에 의문”

    남재준 “내부고발자 자체 보호” 野 “국정원 시스템에 의문”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12일 열린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서 조목조목 자체 개혁안의 합리성을 강조하려 애썼다. 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민주당 문병호 의원 등에 따르면 남 원장은 앞서 여야가 국정원 개혁 입법사항으로 합의한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자 신분보장’에 대해 “국가정보원 내부고발자 보호 문제는 현재 공익신고자 보호제도와 관련 법률이 있어서 충분하다. 자체 시스템을 갖추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보였다. 유인태 민주당 의원이 “내부 시스템을 갖춰 봤자 누가 이용하겠느냐”고 묻자 남 원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사상 불이익이 조금만 있어도 이의를 제기한다”면서 “내부 시스템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국회의 국정원 예산 통제 강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세계 어느 나라의 정보기관도 예산을 공개하는 사례는 없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에 문 의원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사업을 할 때 사전·사후 승인을 받아 국회에 보고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남 원장은 “선진국도 (정보기관이) 국회에 샅샅이 보고하고 있지 않다”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민주당 역시 구체적인 반박을 내놓았다. 예컨대 국회·정당·언론사에 대한 국내정보관(IO) 상시출입제도 폐지안에 대해서는 “‘상시’ 출입 제한은 사실상 ‘비정기’적 출입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IO를 전면 폐지하고 해당 요원을 대북 해외 파트로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국정원은 극히 일부 제한된 범위 내에서 폐지하는 것으로 내놓았다”면서 “받기 어려운 개혁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국정원 “국회·정당·언론사 상시출입 폐지”…정치개입 처벌 ‘모르쇠’

    국정원 “국회·정당·언론사 상시출입 폐지”…정치개입 처벌 ‘모르쇠’

    국가정보원이 국회와 정당, 언론사 등에 대한 상시출입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국회, 정당, 언론사에 대한 상시출입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국저우언 자체개혁안을 보고했다. 국정원은 정치개입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 정당, 언론사 등에 배치한 연락관(IO)을 철수시키고 상시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개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기관에 대한 IO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정원 IO 제도가 국회와 정치권, 정부기관 등에 대한 사실상의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국정원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정치에 개입한 직원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이나 대공 수사권 강화 방침은 자체개혁안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개혁특위 여야 위원들은 남재준 원장으로부터 비공개로 개혁안을 보고받은 뒤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 113년 전통의 노벨상 시상식에 가다

    서울신문, 113년 전통의 노벨상 시상식에 가다

    ‘지옥의 상인’으로 불린 알프레드 노벨은 1895년 11월 27일 유언장을 완성했다. 유언장에는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면서 얻은 달갑지 않은 오명을 인류에 대한 공헌으로 극복하기 위해 전 재산을 바쳐 상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하지만 정작 노벨이 그해 12월 10일 협심증으로 숨지자 스웨덴 국왕과 언론은 “스웨덴의 재산을 나눠 주는 것은 비애국적인 처사”라고 비난했다. 당시 노벨의 유산은 3122만 5000크로나(2010년 기준 가치 2억 5000만 달러·약 2630억원)에 이르렀다. 우여곡절 끝에 노벨의 5주기인 1901년 12월 10일 스웨덴 왕립 음악 아카데미에서 첫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엑스선을 발견한 뢴트겐(물리학상), 적십자의 아버지 앙리 뒤낭(평화상)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113년째인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노벨재단은 시상식과 만찬에 전 세계 언론사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매년 12곳만을 초청한다.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평화상 시상식에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상 당시 공식 대표단이 참석한 바 있지만 스톡홀름에서 진행되는 시상식과 만찬을 포함한 메인 행사 전체에 국내 언론이 초청받은 것은 113년 노벨상 역사상 서울신문이 처음이다. 오후 4시 30분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 행진곡 D장조(K.249)를 연주하는 가운데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단상에 차례대로 올랐다. 참석한 수상자는 모두 11명. 문학상 수상자인 캐나다 단편작가 앨리스 먼로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고 딸인 제니 먼로가 대신 수상했다. 시상식에는 스웨덴 국왕 부처와 왕족, 왕립 아카데미 회원들, 각국 대사 등 국내외 귀빈 1570명이 참석했다. 칼 헨드릭 헬딘 노벨재단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기아와 빈곤, 질병, 지구온난화 등 수많은 과제들이 인류 앞에 산적해 있지만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는 동시에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아무런 목적이 없어 보이는 기초과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고 강조했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1993년 평화상 수상)에 대한 추모사도 잊지 않았다. 시상식은 분야별 노벨위원장들이 스웨덴어 또는 영어로 올해 수상자에 대한 헌사를 한 뒤 노벨 메달과 증서를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이 수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상 순서는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경제학 순으로 나중에 추가된 경제학상을 제외하면 노벨이 유언장에 남긴 순서를 그대로 따른다. 라스 블링크 물리학 위원장은 ‘세상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크다’는 동화작가 토펠리우스의 150년 전 문구를 인용하며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랑수아 앙글레르와 피터 힉스의 짧은 논문은 갈 길을 잃었던 물리학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며 인류가 우주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선물했다”고 추어올렸다. 행사 내내 수상자들에 대한 존경과 축하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시상식장은 스웨덴의 사계를 형상화한 플로리스트 헬렌 마그누손의 꽃 작품으로 장식됐다. 노벨이 말년을 보낸 이탈리아 산레모시가 매년 보내오는 장미꽃 1만 7000여 송이의 향기가 가득했다. 스톡홀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경남 통일마라톤 예산 삭감 논란

    경남도가 6·15공동선언실천 경남본부에서 주최하는 마라톤대회에 지원하던 보조금을 중단해 논란이 되고 있다. 창원통일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와 6·15공동선언실천 경남본부 등은 9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가 해마다 지원하던 보조금을 2014년 예산안에 편성하지 않아 내년 대회를 개최할 수 없게 됐다며 예산을 즉각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창원통일마라톤은 6·15 경남본부가 ‘달리고 싶다. 백두산까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2001년부터 해마다 여는 대회로 민주노총 경남본부 등이 대회조직위에 참여하고 있다. 조직위는 이 대회가 전국 마라톤 달림이들의 사랑을 받는 순수한 마라톤대회로 2006년부터 풀코스를 운영해 대한육상연맹 코스 공인을 획득하는 등 ‘명품’ 대회가 됐다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경남도도 이런 성과를 인정해 2006년 700만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보조금을 늘여 올해는 4500만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창원시에서도 올해 5400만원을 지원했다. 대회는 매년 11월 셋째 일요일에 열리며 올해는 도와 시 보조금 9900만원과 참가비 1억여원을 보태 지난달 17일 열렸다. 대회조직위와 6·15 경남본부는 “홍준표 지사 집행부와 도의회가 지역 언론사 등에서 개최하는 여러 마라톤대회에는 예산을 지원하면서 창원통일마라톤 대회만 지원을 중단한 것은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특히 중단 배경에는 홍 지사와 새누리당 도의원들의 이념적 편협성도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는 대회 주최 측이 보조금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고, 도 재정이 어려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열린세상] 신문읽기와 민주주의/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신문읽기와 민주주의/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매일 아침 몇 개의 종이신문을 읽고 전공수업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짬이 날 때는 스마트폰을 통해 포털사이트 초기화면에 어떤 기사들이 올려져 있는지를 살펴본다. 뉴스를 읽고 보면서 머릿속에 현실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그러한 그림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정부, 정치인, 정당이 제 역할을 하는지 나름대로 평가한다. 수업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학생들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하다고 지각하는 정치적 혹은 사회적 쟁점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아울러 그러한 쟁점을 접하게 된 출처가 어디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도 함께 확인한다. 학생들의 뉴스 노출 경로와 현실 인식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나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것도 나름 학생들과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든다. 몇 학기 동안 반복해서 탐문하고 관찰한 결과 20대 대학생의 뉴스 소비행태가 지니는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대학생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정치·사회적 쟁점은 종이신문이 1면이나 종합면에서 다룬 주요 사건이 아닌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러 가지 자료를 검토한 후 주요 의제에 대한 응답 차이는 대학생들의 편중된 뉴스 노출 경로에서 기인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2012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종이신문이 아닌 PC인터넷(88.5%)과 모바일인터넷(86.8%)을 통해 신문뉴스에 노출되는 반면, 종이신문 뉴스를 소비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12%에 불과했다. 특히 PC인터넷과 모바일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뉴스의 상당량이 연예 뉴스 혹은 스포츠 뉴스라는 연구 결과를 고려한다면 젊은이들이 인식하는 주요 의제가 종이신문이 중요하게 다룬 사안들과 일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치·사회 의제 인식 및 평가에서 다양성 대신 표준화가 발견된다. 표준화는 특정 사안에 대한 인식 및 평가가 획일적이라는 것을 뜻하는데, 특정 사안을 다양하게 조명한 뉴스들을 접하는 기회가 제한적일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령,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의 뉴스 제목을 보고 뉴스를 클릭해서 인터넷뉴스에 노출된다는 응답이 87.4%에 달하고(언론진흥재단 <2012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보고서), 주요 언론사의 홈페이지 방문자가 가장 빈번하게 경유한 도메인이 네이버닷컴이나 다음넷 같은 포털이라는 조사 결과(닐슨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뉴스를 통해 얻는 주요 의제와 이에 대한 평가적 관점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모바일인터넷 이용이 일상화된 요즘 뉴스에 노출되는 기회는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많은 이들은 스마트폰 이용 시간의 대부분을 정치뉴스가 연예뉴스의 7분의1에 불과한 포털사이트 뉴스 이용에 할애한다(언론진흥재단 <스마트미디어 시대의 모바일 뉴스 이용> 보고서). 소수의 학생들만이 정치·사회적 의제에 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그런데 이들 모두 가정에서 신문을 구독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신뢰할 수 없어 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학생들이 말할 때 저널리즘 차원에서 뉴스를 과학적으로 평가할 줄 알아야만 올바른 비판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학기 동안 뉴스를 읽고 평가하는 강좌를 개설해 진행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제외한 나머지 14주에 맞추어 뉴스 보도의 주제(혹은 영역)를 구분하고 매주 특정 주제에 관한 언론보도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글들을 읽고 관련 동영상을 본다. 그런데 취재원 및 문장의 술어 분석을 통해 뉴스가 누구의 관점을 편들고 무시하는지를 평가하는 작업만 해도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뉴스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반응이 이럴진대 일반인들을 위한 뉴스 읽기 교육이 실시된다면 시민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다. 신문읽기는 사회구성원 간 토론을 활성화해 정치 참여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므로 건강한 민주주의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긴 글은 안 읽는 스마트족, 작가들 글쓰기까지 바꿨다

    긴 글은 안 읽는 스마트족, 작가들 글쓰기까지 바꿨다

    원고지 500~700장 분량의 경장편 소설이 문단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주로 단편으로 등단하는 신인작가뿐만 아니라 중견작가들도 경장편 출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올해 발표된 주요 소설만 봐도 이런 경향은 뚜렷이 감지된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원고지 400장, 정이현의 ‘안녕, 내 모든 것’은 740장, 황정은의 ‘야만적인 앨리스’는 490장, 배명훈의 ‘청혼’은 350장 정도다. 올해 민음사의 경장편 시리즈 ‘오늘의 젊은 작가’로 출간된 소설들도 500장 내외에 불과하다. 조해진의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은 480장, 오현종의 ‘달고 차가운’은 450장,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은 580장, 오는 13일 출간될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은 570장 분량이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중편이 200~300장임을 감안할 때 요즘 나오는 경장편들은 사실상 ‘긴 중편’이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라 예전 같으면 단행본으로 내기 어색했을 것들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경장편이 문단에서도 호평을 받고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하나의 경향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 문학동네 작가상 등 기존의 장편 분량(1000장 이상)에서 대폭 줄어든 분량의 소설을 대상으로 한 출판사·언론사의 문학상과 이를 전재하는 문예지가 다수 생겨나면서 경장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2009년 민음사가 계간 ‘세계의 문학’에 신인작가들의 경장편을 전재하고 이를 ‘민음 경장편’ 시리즈의 단행본으로 내며 출간이 더욱 활발해졌다. 그렇다면 경장편은 어떻게 문단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하게 된 걸까. 국내외 시장의 수요와 독자의 독서 습관 변화를 반영한 출판사들의 계산과 작가들의 적응이 만들어 낸 복합적인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출판시장에서 단편보다 장편이 상품으로 경쟁력이 높고, 해외 시장에 수출을 하려 해도 장편을 써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며 장편에 대한 기대와 거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장편이 드물다는 현실적 문제가 미디어의 발전에 따른 독자들의 독서 습관·형태 변화와 맞물리면서 경장편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전자책의 등장으로 독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웹 기반의 단문을 소화하는 데 더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장은 “올해 조정래의 ‘정글만리’(1~3권)의 인기는 예외적인 경우로, 이제 몇 권짜리로 묶인 대하소설은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조차 읽어 내기 버겁다는 분위기가 많다. 요즘은 더욱이 전자책이 활성화되는 상황이라 책 지면도 더욱 경량화되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설의 분량이 줄어든 만큼 내용상이나 질적으로도 가벼워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연정 문학평론가는 “최근 소설들은 기존의 장편에 요구되어 왔던 탐험의 서사, 세계에 대한 거대한 질문 등이 나타나지 않아 길이만 짧아진 게 아니라 서사 구조를 담아내는 의미도 가벼워진 것 같다”며 “포털사이트나 웹진에 소설을 연재하는 경향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양산하는 데 한몫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재 숭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시대나 현실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실을 재현하다 보니 소설이 짧은 분량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장편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광호 평론가는 “작가가 시대의 전모를 파악하고 전지적 관점에서 알려 준다는 소설의 총체성은 리얼리즘이 화두이던 근대 이후 장편에 대한 요구였는데, 지금은 그런 요구가 맞지 않는다”고 전제하며 “작가들도 큰 이야기를 쓰기가 어렵고 이야기를 소비하는 유형도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장편이 각광받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해결도 못하는 주제에 왜 전화 받냐”…서울교육청 콜센터 민원 백태

    “해결도 못하는 주제에 왜 전화 받냐”…서울교육청 콜센터 민원 백태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터졌으니 학교 급식에서 수산물을 모두 빼 달라.”, “학교에 만국기를 걸어 애국심을 고취시켜 달라.”, “집 앞에서 고교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어 무서우니 와서 쫓아 달라.”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서울교육콜센터(1396·일상교육을 의미)가 각종 민원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 관련 민원은 물론 교육과 상관없는 민원도 쏟아지면서 상담원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교육콜센터는 2007년 전국의 시·도 교육청 가운데 처음 개설됐다. 2011년 경기도교육청이 개설해 현재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2곳에서만 콜센터가 운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한 해 7억 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콜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리 직원 1명과 강사 2명을 제외한 전화상담원은 모두 18명이다. 간단한 문의는 즉시 해결하고 그 밖의 문의는 시교육청 담당자들에게 연결해 주는 게 이들의 업무다. 상담원 18명이 받는 전화는 하루 평균 916건으로, 1인당 51건꼴이다. 2011년 한 해 14만 8869건이었던 상담 건수는 올 들어 지난 10월 25일 현재 19만 2415건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고교 배정 시기인 2월 하루 평균 상담전화는 평소보다 300여건 많은 1246건에 달했다. 하지만 민원 만족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서울교육콜센터의 민원 만족률은 41.9%였다. 이 가운데 2월 만족률은 33.0%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담원 손다희(29)씨는 5일 “진학하게 된 고교가 원하는 곳이 아니니 옮겨 달라거나 배정받은 반이 마음에 안 드니 바꿔 줄 수 없느냐는 전화도 많이 걸려 온다”면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결해 줄 수 없는 민원들”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교육 정책을 발표하면 콜센터는 불이 난다. 상담원 추미영(40)씨는 “‘우리 애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왜 시행을 안 하느냐’며 막무가내로 ‘교육감 바꾸라’고 호통도 친다”고 호소했다. 올해 서울교육콜센터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편입학 관련 상담이 4만 364건, 검정고시 상담이 1만 2754건 등이었다. ‘기타’가 11만 1908건으로 가장 많았다. 시교육청 민원봉사실의 정영식(42) 주무관은 “국기봉이 삐딱하게 걸려 있으니 와서 바로잡아 달라, 남녀공학이 서울시에 너무 많은데 좀 줄여 달라, 복장 규제가 심한 학교를 제재해 달라는 등 분류하기 힘든 민원이 워낙 많아 ‘기타’가 가장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원들에게 가장 괴로운 것은 민원인의 욕설과 고압적인 자세다. “해결도 못하는 주제에 전화를 왜 받고 있느냐”, “이름이 뭐냐, 언론사에 제보하겠다” 등 욕설과 협박, 고성에 시달리곤 한다. 총무과 민원봉사실의 이순희(49) 주무관은 “상담원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고자 점심 식사 시간과는 별개로 1시간씩 휴식 시간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원들은 “콜센터는 교육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고 민원 해결을 돕는 역할을 하는 곳이지 각종 생활민원을 해결하는 곳은 아니라는 점부터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3·20 전산사고’ 솜방망이 제재

    올 3월 동시다발로 전산 사고를 겪은 금융회사 5곳이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당초 금감원이 엄중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의 검사에도 불구하고 징계는 경징계로 끝났다. 금감원은 지난 3월 20일 전산사고가 난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신한은행, 제주은행을 검사한 결과 전산 보안대책 수립·운용 과정에서 잘못이 확인돼 농협중앙회를 제외한 5곳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를 하고 임직원 23명을 제재했다고 5일 밝혔다. ‘3·20 전산대란’은 금융사와 KBS 등 언론사 전산이 동시에 마비된 사건이다. 금감원은 해당 회사 직원들이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이트에 접속했고 해커가 이를 통해 악성코드를 뿌린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된 것으로 결론냈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과 농협생보, 농협손보의 정보기술(IT)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방화벽 보안정책과 백신 업데이트 서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사고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장애가 발생했는데도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똑같은 장애가 생기게 했고 일부 백업 데이터가 손실됐는데도 이를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다만 농협중앙회에 대한 제재 권한이 없어 감독관청인 농림축산식품부에 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농식품부는 이와 관련해 농협중앙회에 경영진 등 관련자를 중징계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제재는 금감원이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되면 경영진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발표한 것과 달리 예상보다 징계 수준이 낮았다. 3·20 전산대란은 금융당국이 지난 7월 대형 전산 사고가 날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중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금융전산 보안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했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2% 아쉬운’ 서울신문 모바일 앱/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옴부즈맨 칼럼] ‘2% 아쉬운’ 서울신문 모바일 앱/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출근길 지하철은 시대의 풍속도다. 1990년대의 스포츠신문 전성시대를 지나 2000년대의 무가지 시대를 거쳐 이제 스마트폰 시대가 된 것을 실감한다. 필자 역시 “신문은 종이로 봐야 제맛이지” 하는 아날로그파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섭렵하는 디지털족이 돼 버렸다. 포털로 기사를 보면 동일 사건에 대한 언론사의 다양한 시각을 견주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선정적 기사 등에 길을 잃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요즘 애용하는 것이 각 언론사 앱 구독이다. 서울신문 애독자로서 모바일 앱을 이용하며 느낀 불편한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서울신문 앱을 깔기 위한 초기 단계부터 살펴보자. 앱을 다운받기 위해 ‘서울신문’을 치면 ‘종합, 국내, 해외토픽, 연예, 오피니언’ 등의 카테고리가 뜬다. A일보는 라이프, 스포츠, 경제, 연예, 뉴스, 포토, B일보는 오피니언, 면별 보기, 블로그뉴스 등이 노출된다. 대부분 연예-스포츠면을 전면배치하는 것은 ‘독자 끌기’를 위한 현실적 고육책이다. 그렇지만 ‘자사의 킬러 콘텐츠’를 하나쯤은 내세워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신문의 자타 공인 킬러 콘텐츠는 지방자치-행정면이다. 자사의 정체성을 부각시킬 킬러 콘텐츠를 전진 노출시키면 좋지 않을까. 또 다른 신문사의 앱을 검색하면 메인앱 아래로 연관 부속 앱들이 연달아 배치돼 있는 반면 서울신문은 단독으로 있다. 부속된 앱이 전혀 없어 독자의 취향에 따른 지면 접근이 어렵다. 둘째, 지면 보기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글자 키우기 기능이 설정돼 있지 않다.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글자 크기를 키울 수 있지만, 이 경우엔 화면 안에 문단이 모두 들어오지 않는다. 지면별 메뉴바가 설정돼 있지 않고 감춰져 있어 별도로 버튼을 눌러서 찾아가야 하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물론 버튼 하나 누르면 되는데 그 정도야 감수하라’고 할 수도 있다. 고객 감동의 시대에 ‘최대한 독자가 먹기 편하도록 밥상을 차려 주는 것’은 시혜성 친절이 아니라 생존경쟁을 위한 전략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셋째, 앱 첫 화면에서 기사 선택 및 배치 기준의 모호성이다. 지난 12월 2일자 모바일 앱상의 첫 화면 기사를 살펴보자. 첫 화면은 종이신문의 1면에 해당할 것이다. 종이신문 1면 톱기사는 ‘美, 한국 방공구역 확대에 동의 안할 듯’이고 사이드 기사가 ‘북한 김정은 집권-체제 안정 주력한 북, 적극적 대외관계로 변화 시도하나’였다. 여기까지만 종이신문과 같았고, 나머지는 ‘청순가련 여 탤런트 성관계 영상 유출파문’ 등의 기사가 이어졌다. 종이신문뿐 아니라 모바일 앱에서도 첫 화면의 기사 선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넷째, 기사 내용과 차이 나는 선정적 제목의 문제다. ‘아줌마 부대는 왜 상속자들에 빠졌나’라는 오프라인 기사의 제목이 ‘40대 주부, 특목고 고교생에 푹 빠져’로 다소 선정적으로 바뀌었다. 낚기성 제목 경쟁을 벌일 때 퀄리티 페이퍼와 옐로 페이퍼의 경계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들었다. 끝으로 광고 관련이다. 대부분의 언론사 앱이 광고를 하단에 배치하는 반면 서울신문은 상단에 있어 기사 읽기가 불편했다. 또 차별성 있는 카테고리인 동영상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들어가 보면 연예인 인터뷰가 90% 이상이고 병원광고 등 광고성 동영상도 섞여 있다. 오피니언 리더 인터뷰 등도 다뤄 주면 보다 유익할 것이다.
  • 영도대교 부산 대표 관광상품 된다

    47년 만에 도개 기능을 복원한 부산 영도대교가 부산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개발된다. 부산관광공사는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영도대교의 도개 장면을 보기 위해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고 영도대교의 스토리텔링과 복고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영도대교의 관광상품화 방안을 마련,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관광공사는 우선 이날부터 부산역을 출발해 부산대교를 지나 영도로 들어가던 기존의 시티투어버스의 ‘태종대 순환형 노선’을 부산대교가 아닌 영도대교를 통과하도록 했다. 내년에는 영도대교 앞에 승강장을 설치, 관광객들이 영도대교를 걸어서 건널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관광해설사를 영도대교 도개시간(낮 12시)을 전후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배치할 예정이다. 관광공사는 이와 함께 영도대교 콘텐츠 마련에도 나선다. 먼저 영도스토리텔링북을 발간하는 한편 영도다리 기념품을 제작할 계획이다. 특히 영도대교 관광의 주요 타깃 연령층인 60∼80대를 대상으로 1박 2일 체류형 관광코스 개발도 추진한다. 코스는 피란민의 애환이 담긴 영도대교 도개 관람을 시작으로 감천문화마을∼40계단 및 초량 이바구길∼부평야시장을 잇는 추억의 코스가 될 예정이다. 관광공사는 영도대교 관광상품화를 위해 이달 중순 서울 인바운드 여행사, 상품 기획자, 언론사 등을 초청해 팸투어를 가질 계획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통신사 설립 투자 미끼로 2억 뜯은 현직 기자 기소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권순범)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의 한국지사법인 설립에 투자하면 공로금과 지분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모 인터넷언론사 기자 이모(53)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10년부터 중국의 한 통신사가 제공하는 기사를 국내 기업들에 서비스하는 회사인 신화코리아를 설립, 운영해 왔다. 이들은 2011년 6월 “중국 신화통신사의 한국지사법인을 설립하게 되면 그 법인 명의로 1조원 상당의 탄광 계약, 5000억원 상당의 알펜시아 펜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면서 “계약 체결 즉시 계약금으로 10억원이 들어오는데 우리 사업에 투자하면 그중 5억원을 공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법인 지분의 20%를 주겠다”고 투자자 A씨를 속여 1억 98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특별한 매출 없이 적자만 누적돼 피해자에게 제안한 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25살까지 백수… 31살 억대 연봉자 된 비결은”

    “25살까지 백수… 31살 억대 연봉자 된 비결은”

    “제 꿈을 적은 종이를 항상 옷 주머니 속에 넣고 다녔습니다. 수시로 그걸 꺼내 보며 제 꿈이 얼마만큼 성취됐는지 진도를 점검하곤 했지요. 그 덕에 40세 전까지 이룰 목표 36개 중 21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김창수(58) 삼성화재 사장이 회사 내 보험설계사들과 도시락 미팅을 갖다가 한 보험 설계사의 사연을 듣고 감동받은 일이 사내에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강남지점 보험 설계사로 설계사 육성을 맡고 있는 이상학(31)씨다. 이씨는 40세 이전까지 이뤄야 할 목표 36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등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해 왔다.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수기로 써 사내 영업수기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다. 한 언론사의 수기 공모에서는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내년 2월에는 김 사장의 추천으로 대졸 신입사원 교육 때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이씨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군에 입대했다. 전역 후에는 집에서 ‘백수’로 시간을 허비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아버지였다. 25세 때였다.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등산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하셨어요. 등산하는 3시간 동안 10년 후 35세의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두서 없이 이야기하면서 꿈을 갖게 됐습니다.” 이씨의 아버지는 아무 밑천 없는 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영업’을 추천했다. 이씨는 가장 높은 난이도를 찾아 삼성화재에 지원을 했다. 하지만 26세 청년에게 보험 영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쉬지 않고 영업 현장을 돌아다녀도 한 건의 계약도 따내지 못했지만 꾸준히 발품을 팔았고 몇 년 지나 1억원대의 고액 연봉자로 올라섰다. 이씨는 “세상에 나가지 못하고 다락방에만 있던 청년이 이제는 꿈의 전도사가 됐다”면서 “강연에 나가서도 목표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초실종’ 공정보도 긍정적… 상생의 정치 언론 역할 중요

    ‘사초실종’ 공정보도 긍정적… 상생의 정치 언론 역할 중요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에서 제63차 회의를 열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논란’을 주제로 관련 보도 내용을 평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위원들은 서울신문이 정보 전달에 충실했고, 한쪽에 치우침 없는 보도를 한 점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반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정치권의 갈등 구도와 관련한 보도에 대해서는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광태(온전한 커뮤니케이션 회장) 위원은 “모 언론사는 자신이 의도한 방향대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제목을 달았는데, 서울신문은 회의록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기사에 녹이지 않고 사실 위주로 공정보도했다는 점이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요즘 정부와 여당의 입장과 반대되는 이야기만 하면 종북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면서 “종북이라는 단어의 개념 등에 대해 칼럼이나 사설을 통해 바로잡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박준하(이화여대 학보사 편집장) 위원은 사초실종 논란과 관련해 “타 언론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삭제했다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서울신문은 의견을 표하기보다 사실 위주로 보도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면서 “여야 비슷한 분량에 상호 반박을 균등하게 다뤘고, 여야 입장과 쟁점을 조목조목 비판한 것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고진광(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 위원도 회의록 논란 관련 보도들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신문이 사초 폐기와 관련해 7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 주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고 위원은 또 “‘관이 민에게 배우라’는 제목으로 민간단체나 개인이 기록을 보관하며 잘 가꾸어 가는 사례를 발굴해 제시하는 보도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대선은 지난해에 했고 새 정부 출범도 이미 9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대선 관련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굉장히 피곤해한다”고 운을 뗀 이청수(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위원은 “각종 신문 방송 보도를 보면 회의록 초본, 수정본, 국정원본에 대한 설명이 없어 뭐가 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면서 “서울신문은 각 개념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해 줘 독자를 배려하는 것 같아 칭찬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권성자(책 만들며 크는 학교 대표) 위원은 “서울신문의 여러 기사 제목에서 친근감이 느껴졌다”고 했다. 전범수(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위원은 예전과 다를 바 없는 판에 박힌 정치 기사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전 위원은 “10년 전 노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던 시점에 보도됐던 기사를 살펴봤는데, 여야 갈등이 격화되는 내용과 지금과 다를 바 없는 기사 제목이 대부분이었다”면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치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오의 정치를 상생의 정치로 바꾸는 데 있어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미디어가 여론을 주도하기보다 여론을 반영해 나가는 방식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은 “과거사가 중요한 이슈이긴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 우리가 모든 증오를 드러내야 할 만한 그런 이슈인가 하는 점에선 의문이 든다”면서 “지나치게 휩쓸릴 필요가 없으며 너무 과열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힘의 외교는 거친 ‘입’으로?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힘의 외교는 거친 ‘입’으로?

    180㎝가 넘는 건장한 체구로 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넣은 채 기자들의 질문을 지적하는 대변인. 요즘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 사이에 최고 화두는 친강(秦剛) 대변인이다. 중국의 입장에 반하는 질문에는 ‘거친’ 반격으로 외신 기자들을 면박하는 모습 자체가 화제다. 그의 거센 답변으로 얼굴을 가장 많이 붉히는 기자들은 일본 특파원들이다.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 국가안전위원회 설립을 결정한 직후인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 한 일본 기자가 국가안전위 설치 배경을 묻자 친 대변인은 “국가안전위 설립으로 중국의 안전을 해치려는 세력들이 긴장하고 있는데 당신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일본도 그 대열에 포함되고 싶다는 의미냐”고 쏘아붙였다.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치 선포 직후 열린 25일 브리핑 때도 마찬가지다. 한 일본 기자가 주일 중국대사관이 일본 거주 중국인에게 ‘예상치 못한 긴급 사태’에 대비해 대사관에 등록하도록 권고한 사실을 적시하며 방공식별구역 설치와 관련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친 대변인은 “당신은 연상 능력이 참으로 풍부하다”며 냉소를 보냈다. 일본 내에서는 대사관의 조치로 중국이 전쟁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해당 기자의 질문이 도를 넘은 것은 아니었지만 친 대변인은 거만하게 답했다. 한국 기자도 친 대변인에게 면박을 당했다. 한 기자가 탈북자 문제를 질문하자 “탈북자가 아닌 불법 입경자”라고 정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한 미국 언론사 기자에게는 영어 질문이 너무 길다며 단순화해서 물어보라고 거듭 주문했다. 친 대변인은 중국 외교부의 언론 최고 책임자인 신문사(司·실) 사장(공사급)으로 지난 3년여간 브리핑 자리에 나서지 않았다. 18기 3중전회 직후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부드러운 훙레이(洪磊)·화춘잉(華春塋) 대변인만으로는 ‘힘의 외교’를 표현할 수 없어서일까. 그의 공격적인 태도는 국가안전위 설립, 방공식별구역 설치 등의 조치로 연일 ‘근육’을 드러내는 중국의 모습과 닮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국정원, MB때 ‘박근혜 비방글’ 논란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 등 야당 후보를 반대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았던 국가정보원이 과거 이명박 정부와 날을 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 글도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4일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특별수사팀이 법원에 제출한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은 인터넷 사이트에 2009년 4건, 2010년과 2011년 각 2건 등 총 8건의 박 대통령 비방 댓글을 달았다. 2009년 10월 인터넷 포털의 한 카페에는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박근혜 의원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인가’ 등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인터넷 언론사 칼럼을 올렸다. 2010년 3월에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박근혜는 대통령 도와주지도 않고 표만 얻으려고 경북 주민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있는데 큰 정치인으로 크려면 이렇게 하면 절대 안 되죠”라는 글을 남겼다. 박 대통령은 2011년 말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의 단독회동 전까지 세종시 수정안, 동남권 신공항 등을 놓고 정면충돌하는 등 이 전 대통령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인터넷 사이트뿐 아니라 트위터에서도 국정원의 박 대통령 비방 글이 나온다면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당이 국정원의 셀프 개혁안을 옹호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 의원 시절 국정원이 박 대통령을 비난한 댓글도 많다”며 “검찰은 왜 이에 대해선 말이 없느냐. 이 문제도 꼭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트위터에는) ‘박근혜 반대’로 분류된 글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직접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 유출·열람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최성남)는 정치권 마지막 조사 대상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의 소환 일정을 아직도 잡지 못하고 있다. 서 의원 측은 “검찰 출두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며 “검찰에서 소환 조사가 필요 없다고 판단한다면 (안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의원 평가는 ‘자화자찬’

    올해 국정감사는 초반부터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 등이 불거져 전체 상임위로 번져 나갔다. 그 결과 정책 위주의 국감이 되지 못하고, 여야가 정쟁을 일삼다가 파행으로 치닫는 일이 잦았음에도 국감 우수의원상을 주고받는 등 자화자찬이 넘쳐났다. 이에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지난 1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3 대한민국 우수국회의원대상’의 선정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상습파행을 일삼은 상임위 위원장을 대상에 선정하거나 본회의 출석·재석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의원들, 또는 대표법률안 가결건수가 ‘0건’인 의원들이 우수국회의원대상에 선정된 점 등을 꼬집었다. 모니터단 측은 24일 “대한민국우수국회의원대상 대회조직위원회와 사단법인 한국언론사협회라는, 국회 의정평가 경력이 전혀 없는 이들이 의정활동 하위권 의원들까지 시상하면서 국회와 국회의원을 우롱하고 있다”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에 따르면 특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역사교과서 논쟁으로 인해 6년 연속 파행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13개 상임위원회에서 57개 피감기관에 대한 국감이 진행된 지난달 17일은 6개 상임위가 파행성 정회를 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우리의 브루마가 2013 골든보이를 공식 수상했다!”

    “우리의 브루마가 2013 골든보이를 공식 수상했다!”

    21세 이하 축구선수들에게 부여되는 상 중 가장 명성있는 상인 ‘골든보이’ 선정을 앞두고, 이탈리아와 터키 지역에서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다. 아직 정식으로 투표도 시작하지 않은 상에 대해 적지 않은 팬들이 ‘브루마가 수상했다’며 포스팅을 하고 나선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골든보이’를 시상하는 이탈리아 언론사 ‘투토스포트’는 매년 공식 투표 과정을 갖기 전에 해당 홈페이지에 팬투표를 실시한다. 비록 팬투표 결과라고 하더라도, 22일까지만 해도 그 결과는 설득력이 있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가 유벤투스의 폴 포그바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브루마가 현재 뛰고 있는 터키의 갈라타사라이 팬들 및 일부 포르투갈 팬들 사이에서 ‘브루마를 위해 투표하자’는 ‘운동’이 SNS를 중심으로 벌어지며 엄청난 수의 팬들이 홈페이지에 몰려들어 브루마에 투표를 하기 시작했다. 새벽사이에 단숨에 순위는 바뀌었고 브루마는 포그바를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골든보이가 팬투표에 의해 선정된다고 잘못알고 있는 해당지역 팬들 사이에서 ‘브루마가 2013 골든보이를 공식 수상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해당 소식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SNS에서 번지는 중이며, 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팬들이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하고 있어도 소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골든보이’는 유럽의 명망있는 축구매체 기자단이 투표를 통해 선정하며, 올해 수상자로는 폴 포그바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프닝의 주인공 브루마는 호날두의 친정팀 스포르팅 리스본 출신으로 ‘제2의 호날두’라는 수식어를 갖고는 있지만, 이상을 수상하기엔 아직은 보여준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골든보이 역대 수상자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2003 반 더 바르트 2004 루니 2005 메시 2006 파브레가스 2007 아구에로 2008 안데르손 2009 파투 2010 발로텔리 2011 괴체 2012 이스코 사진설명=브루마와 팀 동료 드록바 이성모 스포츠 통신원 London_2015@naver.com
  • [주말 인사이드] 日엔 정치인 자택 밀착취재 관행 아직도…

    일본 정치부 기자들에게는 아침저녁으로 정치인의 자택을 방문해 밀착 취재하는 방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요우치 아사가케’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일본에서도 최근에는 점차 간소화되는 분위기다. 한국은 1990년대까지 남아 있다가 요즘엔 사라졌다. 지난 21일 도쿄신문의 한 기자에게 정치부 기자의 생활에 대해 들었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국회와 각 정당의 공식 일정 외에도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은 과거 자민당의 파벌 대표 집을 새벽에 찾아가 아침밥을 함께 먹고 저녁에도 찾아가곤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노나카 히로무 전 관방장관 같은 자민당 거물 정치인의 경우 의원숙소에 가서 반드시 아침, 점심을 같이 먹었고 밤에도 찾아가 취재를 했다. 정치인의 성향에 따라 흔쾌히 집에 들이는 사람도 있고, 문전박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밀착 취재 경향은 많이 줄어들었다. 기자는 “지금은 과거처럼 거물의 한마디가 정치를 움직이던 시절이 아니다. 파벌의 대표라도 현안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통신수단이 발달해 휴대전화나 메일로 취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도 기자들이 여전히 ‘요우치 아사가케’를 정기적으로 하는 대상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다. 담당 기자들이 매일 아침저녁에 찾아간다. 스가 관방장관은 의원숙소에 기거하는데 의원숙소 로비에서 스가 관방장관을 둘러싸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숙소의 현관으로 들어가거나 방 안에서 취재하는 경우도 있다. “스가 관방장관은 모든 언론사가 취재하지만 입이 무거워 많은 정보를 얻지는 못한다”는 것이 기자의 전언이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甲 중의 甲’ 정치인들 밀착감시자…국회 출입기자들의 어제와 오늘

    [주말 인사이드] ‘甲 중의 甲’ 정치인들 밀착감시자…국회 출입기자들의 어제와 오늘

    대한민국 국회 출입기자. 대한민국 사회에서 ‘갑(甲) 중의 갑’으로 통하는 정치인과 국회의 감시자다. 22일 현재 422개사, 1378명이 출입기자로 등록돼 있다. 국회 본관 1층에 있는 정론관을 ‘전진기지’로 삼아 24시간 취재한다. 타사 기자와는 물론 동료 간 경쟁도 숙명이다. 2004년 여야 정당들이 원내정당을 선언, 당의 중심을 국회로 이동시키며 국회 출입기자들의 활동 거점도 당사에서 국회로 이동했다. 처지도 변했다. 국회 출입기자, 속칭 ‘정치부 기자’는 과거 언론사 안팎에서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이젠 기자들 사이에서도 예전만큼의 인기에 훨씬 못 미친다. 국회 출입기자 위상은 현저히 약화됐다. 인터넷, 종편 등 매체의 증가로 기자 숫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긴 하지만 특히 주요 신문과 방송 기자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정보의 ‘독과점’이 약해져서다. 단적으로 예전에는 차량등록만 하면 자가용을 이용해 국회 출퇴근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1개사에 1~2명만 국회에 주차할 수 있고, 다른 기자들은 국회 밖 둔치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취재 관행도 바뀌었다. 20여년 전만 해도 국회 출입기자들은 회사별로 담당을 정해 오전 6~7시 여야 정당 주요 당직자 집으로 출근해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정치권의 각종 정보들을 취재했다. 늦은 밤에도 정치인 집을 찾았다. 친해지면 집에서 독대하며 고급정보를 얻었다. 이른바 ‘낭만’도 있었다. 요즘도 비공식 취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가 대부분이다. 의원회관 취재도 어려워졌다. 정보 접근 자체가 쉽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요즘 국회 출입기자들은 4~5명의 소모임을 만들어 취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모임에 끼지 못하면 ‘물’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모임에서 제외된 기자들이 정치인에게 항의하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술자리 취재도 현저히 줄었다. 명절날이면 일부 정치인들이 돌리던 가벼운 선물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서 “사명감이 없으면 국회 출입기자는 어렵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자연스럽게 국회 출입기자 사회가 메말라졌다. 소속 회사가 다른 선후배들이 함께 어울려 식사하며 정보를 교환하거나 취재 기법까지 전수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 거의 사라졌다. 써야 할 기사량이 크게 늘어 업무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류의 장이 마땅치 않은 것도 일조한다. 국회 고위인사가 “기자들 간 칸막이가 심하고, 마땅한 교류장소도 없어 삭막해졌다”고 말할 정도다. 20년 안팎 국회의원 생활을 하거나 보좌관 활동을 한 이들은 “예전과 달리 요즘 기자들은 발표하는 것만 쓴다. 차별화된, 발로 쓴, 깊이 있는 기사가 적다. 기자정신도 약해진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자가 급증한 가운데 이들이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기사를 송고하는 기자정신을 발휘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취재 환경은 열악해졌지만 투지만큼은 여전히 넘친다. 국회 출입기자에게도 ‘계급’이 있다. ‘반장’이 가장 높고 막내는 ‘말진’으로 불린다. 나머지는 모두 ‘잡진’이다. ‘계급’별로 나름대로의 애환이 있겠지만, 현장에서 발로 뛰며 가장 고생하는 말진이 그중에 특별하다. 말진들은 “말진을 해 보지 않고선 말진을 논하지 말라”는 얘기로 자신들의 처지를 스스로 위안한다. 이들의 일과는 ‘일정 챙기기’부터 시작된다. 정치인들의 일정이 곧 정치부 기사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일정을 빠트리면 낙종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각사 말진들끼리는 공고한 풀(pool) 체제를 가동해 ‘상부상조’한다. 언론사 간의 특종 경쟁과는 별도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정치 일정을 혼자 챙기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일이 말진의 기본 임무다. 토씨 하나 그대로 ‘워딩’(wording)을 받아 적거나 노트북에 입력한다. 취재원을 만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이른바 ‘뻗치기’를 한 뒤 답변을 받아내는 일도 이들 몫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말진들을 힘들게 한다. 지난해 겨울 대선 후보들의 유세 현장에서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손가락이 얼어가는 상황에서도 말진들은 맨손으로 유세 발언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써야 했다. 또 아침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조찬모임이 있어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출근하는 날이 허다하다. 국회 회의가 자정을 넘길 때가 많아 새벽별 보며 퇴근하는 것도 예삿일이다. 점심 시간까지 이어지는 회의 탓에 식사를 굶을 때도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활용하는 말진이 많아졌다. 빠르게 쏟아지는 말을 실시간 받아쓰기가 어려워서다. 취재원을 향해 사방팔방에서 스마트폰을 들이대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녹음을 풀어 정리하는 데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정치인들의 ‘워딩’을 빠짐없이 포착할 수 있어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진들의 녹음은 의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식사 자리에서 몰래 녹음하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특종 경쟁이 빚어낸 씁쓸한 단면이기도 하다. 종종 선을 넘는 경우가 있어 “기자 윤리가 절실하게 필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출입기자 사회도 양극화가 심해졌다. 전체 국회 출입기자 중 하늘색 상시출입기자증을 받은 기자들은 562명이다. 나머지 장기출입증 소지자 등은 출입증을 자주 바꾸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연간 300만원 안팎의 이용료를 내는 소속 회사 자체 부스가 없으면, 60여석인 기자회견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을 매일 벌여야 한다. 등록 기자 가운데 이름만 올려놓은 비활동성 기자도 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환경은 열악하다. 2005년 말 국회기자실을 지상 1층에서 지하 1층(그때 ‘어감이 좋지 않다’며 1층으로 둔갑시켜 꼭대기 6층이 7층이 됨)으로 옮겨 환기 및 통풍이 잘 되지 않는다. 장마철이면 곰팡이가 피고 겨울이면 건조해 호흡기 및 피부 질환에 시달리는 기자가 많다. 기자실을 옮기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무산됐다. 본관 옆 후생관에 프레스센터와 세종시 공무원들이 이용할 ‘스마트워크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측에 따르면 스마트워크센터는 빨리 추진되어도 2018년 전후에나 완공될 것이라고 한다. 국회 출입기자들은 그때까지 때로는 서로 협력해 취재하면서도, 격심한 특종 경쟁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갑’의 지위에서 취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을’ 신세다. 국회 출입기자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그들은 한국 정치를 밀착 감시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오늘도 뛰고 또 뛴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생활고 시달린다고…월북했던 윤봉길의사 조카

    생활고를 이유로 월북했다가 지난달 25일 판문점을 통해 송환된 밀입북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에는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조카도 포함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최성남)는 당국의 허가 없이 밀입북해 북한 체제를 찬양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윤봉길 의사의 조카 윤모(66)씨와 이모(64)씨, 송모(26)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 몰래 들어가 북측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사회주의 체제를 찬양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서울에서 명문고와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 언론사에서 일하다 광고업체를 10여년간 운영했다. 그러나 그마저 실패해 빚 독촉에 시달리고 두 차례의 결혼도 모두 실패로 끝나자 2010년 중국을 거쳐 밀입북했다. 그는 ‘윤봉길 의사의 조카이므로 북한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밀입북을 결심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윤씨는 결국 기대와 다른 북한 체제에 실망하고 남한으로의 송환을 요구해 판문점을 통해 돌아왔다. 이씨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를 죽이고 동반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에 그쳤다고 검찰은 전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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