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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후보 프리즘] 자녀교육

    대선 후보들의 자녀 교육법은 후보들의 독특한 개성만큼이나 스펙트럼상의 편차가 컸다.다만 “자율을 중시하고 책임을 강조했다.”는 게 공통적인 교육관이었다. ◆이회창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스스로가 선친의 엄한 교육 아래 자라고 생활해왔다고 밝히고 있다.그래서인지 2남1녀의 자녀들에게는 비교적 자율을 많이 허용했지만,우애와 서열을 중시,자녀들이 이를 어길 때는 엄히 다스렸고 체벌도 대부분 이런 경우에 이뤄졌다고 한다. 그는 자녀들이 잘못했을 때는 이를 인식시킨 뒤 맞게 될 매의 횟수를 제시했다.자녀들이 이를 받아들이면 그대로 매를 때리되,수긍하지 않으면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매의 횟수를 조정했는데,대체로 처음 제시한 것보다는 적었다.‘항소’를 하고나면 ‘형량’이 낮아지기 쉬운 법조계의 양형 시스템이 가정에도 적용된 셈이다. 여느 가정처럼 이 후보는 좀 ‘강하게’ 키우려 애썼고,부인 한인옥(韓仁玉)씨는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종종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노무현 후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자신에게는 엄격하게,타인에게는 관대하게’라는 가훈을 자녀교육에 적용하려 애썼다.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엄하게 꾸짖되,큰소리로 야단치지 않고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다.자녀들에게는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했다.부인 권양숙(權良淑)씨는 “남편이 아이들이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는 것보다 학교공부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해 학원을 거의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면서도,진학·취업 등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진로를 제시했다.딸 정연(28)씨가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하게 된 것도 노 후보의 조언이었고,대학재학 중 해외연수를 가기 전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경비를 마련한 것도 책임감을 강조한 그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정몽준 후보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는 엄격한 규율보다는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한다.정 후보는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입시는 아동학대에 해당된다.”고 말하기도 했다.아이들은 때로 공상할 시간이 필요하며 야외에서 체육활동 등으로 마음껏 뛰놀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어서 뭐든 억지로 시키지 않고 자녀의 뜻을 존중하려 했다. 막내 예선(7)군은 한동안 축구교실에 나갔다가 피곤함을 느낀 뒤로 바로 그만두게 했다. 부인 김영명(金寧明)씨는 자녀들이 어렸을 때 가끔 매를 들기도 했다고 한다. ◆권영길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파리특파원 시절 프랑스 부모들의 교육방식에 영향을 받아 꾸지람 없이 자녀들을 키웠다.진로선택도 자녀들의 결정에 맡겼다.최근 장녀 혜원(33)씨와 장남 호근(32)씨가 유학을 간 것이 후보검증과정에서 도마에 올랐지만,그는 “자녀들이 스스로 유학자금을 마련해 떠난 것”이라고 설명한다.권 후보는 단순한 지식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매일 아침 신문을 읽는 습관을 들이도록했다고 한다. 김미경 박정경 오석영기자 chaplin7@
  • 홍성군 투명·봉사행정 ‘최우수’, 행자부 지자체 실태조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관사를 매각하거나 주민복지시설로 바꾸고,집무실 출입문을 투명유리로 바꾸는 등 주민을 위한 투명·봉사행정을 펴는 자치단체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행정자치부가 지난 한달간 자치단체장의 집무실과 관사,전용차량 등 3개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2개 자치단체가 집무실 출입문을 투명한 유리로 바꾸거나 관사를 폐지하는가 하면 전용차량을 소형차량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충남 홍성군은 3개 분야에서 모두 ‘A’를 받아 최우수 단체로 선정됐다.전북 정읍시와 대구 남구 등 7곳은 2개 분야에서 ‘A’를 ,광주 동구와 전남 순천시,전북 순창군 등 14곳은 1개 분야에서 A를 받았다. 채현병(蔡玄秉) 충남 홍성군수는 집무실 안이 보일 수 있도록 출입문을 투명한 유리로 교체해 밀실 행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또 군수 관사를 장애아동 전담보육시설로 용도를 변경했으며,전용차량도 내구연한(5년)이 넘은 95년식 그랜저(2000cc급) 승용차를 교체하지 않고 사용했다.유성엽(柳成葉) 전북 정읍시장은 시장실을 2층에서 1층으로 옮기면서 면적을 124㎡에서 90㎡로 줄였고,관사를 청소년 공부방으로 활용했다. 김완주(金完柱) 전북 전주시장은 지난 9월10일 관사를 매각했으며,차량은 지난 99년 구입한 1500cc급 아반테 승용차를 사용하고 있다. 또 권철현(權喆鉉) 경남 산청군수도 민원인들의 접근이 편하도록 군수실을 2층에서 1층 민원실 앞으로 옮겼으며,관사를 유아교육시설로 용도를 변경했다. 특히 전임 시장 2명이 구속됐던 전남 순천시의 조충훈(趙忠勳) 시장은 복도나 비서실 쪽에서 시장실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벽면 3곳을 모두 투명유리로 교체했고,이신학(李新學) 대구 남구청장은 지난 92년 구입한 콩코드승용차를 10년3개월째 타고 다니고 있다. 이밖에 충남 연기군은 단체장 관사를 노인주간보호시설로,전북 부안군은 저소득어린이 놀이터로,경기 여주시는 양궁부 숙소로 활용하는 등 자치단체 10곳이 관사의 용도를 변경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자치단체장들이 주민편익을 위해 솔선수범하면서 과거에비해 민원인들의 억지주장이나 행정관청에 대한 불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매년 한 차례씩 자치단체에 대한 모범사례를 조사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
  • 개그맨도 세트플레이 시대

    “왜 항상 끼리끼리 나오지?” 눈썰미 있는 시청자라면 한번쯤 의문 부호를 찍어봤을 것이다.‘이휘재·유재석·송은이…’‘박수홍·김용만…’‘황승환·이태식…’등 쇼나 코미디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어느 채널을 돌려도 듀오 가수처럼 정해진 구성원들끼리 팀별로 움직인다. 口개그맨들,세트 플레이 물결 이휘재 팀은 최근 종영한 SBS ‘기분전환 수요일’,KBS2 ‘이유있는 밤’등의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다 오는 9일 처음 방송하는 SBS ‘코미디 타운’의 MC로 다시 뭉친다.‘국민적 인기’를 모은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끝말잇기 코너인 ‘쿵쿵따’는 이휘재와 유재석이 동시에 하차하는 바람에 출연자를 새로 구하느라 고심중이다. 6일 처음 방송을 타는 SBS ‘러브 투나잇’의 출연자인 심현섭·황승환·이태식 등은 모두 기획사 스타밸리 소속.이들은 KBS2 ‘개그콘서트’에서 팀워크를 과시하며 스타로 거듭난 개그맨들이다. ‘코미디 타운’의 게스트들인 홍록기·김한석·정준하 등은 메인MC인 이휘재와 같은 기획사인 G-패밀리 식구들.방송사는 프로그램에서 이 기획사의 전체 출연진을 쓰도록 계약을 맺었다.한 기획사의 A급 연기자를 쓰면 B·C급을 억지로 써야 하는 ‘끼워넣기식’이 아니라 아예 ‘턴키 방식’으로 전원을 일괄 계약한 것이다. 口개그맨이 PD를 고용한다? 최근 종영한 ‘이유있는 밤’과 ‘진기록 팡팡팡’은 G-패밀리가 만들어 방송국에 납품한 케이스.최근 시작한 KBS2의 ‘김용만·박수홍의 특별한 선물’도 김국진·김용만·박수홍 등이 지난 8월 세운 프로덕션 ㈜감자골에서 제작해 KBS2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PD가 프로그램을 기획해 출연진을 섭외하는 게 아니라,기획사에서 프리랜서 PD를 고용해 자체 출연진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국에 주는 형태다.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국에서 특정인을 출연시켜 달라는 조건으로 프로그램 외주제작을 의뢰하거나,스타가 소속된 기획사 출연진이 모두 출연하도록 통째 계약을 맺어 프로를 만드는 추세”라면서 “그 때문에 세트 플레이가 가능해지고,소속사가 같은 연예인이 덩달아 출연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口스타 시스템의 산물 ‘모래시계’의 김종학PD 등 스타 PD가 프로덕션을 세워 독립하는 것처럼,개그맨들도 기획사를 만들거나 특정사에 소속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주체로 변신하고 있다.쇼·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스타급 개그맨들이 몇명 되지 않다 보니 개그계에도 스타 시스템이 정착되는 것이다. 세트 플레이를 하면 구성원간 호흡이 잘 맞고,고정 캐릭터를 만들어 웃음을 빨리 유발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있다.대신 시청자들은,예컨대 소속사가 다른 김국진과 이휘재 등을 한 프로에서 볼 기회가 줄어 다양성이 떨어진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개그맨들의 세트 플레이는 연예계스타시스템이 정착되면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면서 “시청자들이 재미를 기준으로 이들의 명멸을 결정하는 만큼 세트 플레이어들이 수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등 이름값을 제대로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
  • [건강칼럼] 폭탄주와 건강

    술문화는 인류문화와 더불어 성장해 왔다.술은 우리에게 이해득실 모두를 주기에 예로부터 술을 예찬하는 정서로부터 술을 금하는 종교에 이르기까지 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여러 가지다. 우리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술을 예찬하는 경향이 짙다.음주량이 호방함,추진력 또는 지도력의 척도가 되는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돼 왔다. 독한 술을 많이 마실수록 위대한(?) 사람으로 간주되며 그렇지 못하면 왕따가 되는 사회풍조를 낳았다. 이같은 어리석은 관행이,독주를 여러 형태와 기교로 배합하여 퍼마시는 폭탄주 의식을 만들어냈다. 몇달 전 50대 초반의 잘 나가는 회사 중역인 L씨가 응급실을 거쳐 입원하였다.그날 아침 회사에 나가 회의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왼쪽 반신이 마비됐기 때문이다.L씨는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로서 약을 먹거나 병원 문턱을 드나든 이가 아니었다. 진찰해 보니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고 빠른 부정맥이 발견되었다.의학적으로는 심방세동이라고 불리는 부정맥이다.심방세동 때문에 심장 속에 피떡이 생겼고 그 피떡이 떨어져나가피의 흐름을 타고 뇌혈관에 박히면서 혈액순환이 안돼 중풍 증세를 일으킨 것이다. L씨는 심장자체에 따로 병이 있는 것은 아니고 과음으로 생긴 심방세동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전날 밤 벌인 폭탄주 파티가 주범이었다. 세간의 많은 이들이 ‘술이 모든 심장병에 좋다.’는 잘못된 의학상식을 믿고 있다. 스스로의 나쁜 음주습관을 심장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화하는 사람도 많다.심지어 생리적으로 술이 안 받는데도 약을 먹듯이 억지로 술을 시도하는 이조차 있다. 통계적으로 소량의 음주자는 협심증과 같은 관상동맥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비음주자보다 낮다는 보고를 듣고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휴일심장증후군이라고 하여 휴일 중 폭음을 한 후 술이 깰 무렵 갑자기 생기는 부정맥,특히 심방세동은 잘 알려진 음주의 피해이다. 또한 과음은 관상동맥에 경련을 일으켜 이형협심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심장근육을 약화시켜 심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L씨는 다행히 치료를 받고 완쾌에 가깝게 회복되었다.L씨는 폭탄주의 희생자였으나 만족스럽게 쾌유된 운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알게 모르게 폭탄주의 피해를 받아 중풍으로 사망에 이르거나 불구가 돼 가족과 사회의 부담으로 남는다. ▶ 이원로 일산백병원 원장
  • [열린세상] 북한 핵과 대북 햇볕

    1993년 3월,북한이 핵 비확산 조약(NPT)의 탈퇴를 선언,한반도가 핵 위기의 소용돌이로 휘말릴 당시,클린턴 행정부는 집권 초반 벌어진 급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며 마땅한 대책도 없이 표류했다.“어떤 동맹도 민족에 우선할 수는 없다.”고 천명하면서 장기수 이인모를 북에 돌려보낸 김영삼 정부도 당혹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당시 미국 내에서는 군사적 대응,경제 제재 등모든 방안들이 무차별적으로 거론되고 있었고,한국은 미국이 전쟁을 포함한 대북 강경책을 펼 수 있다고 불안해했다.결국 김영삼 정부는 핵 문제 해법을 위한 로드 맵을 미측에 제시했고,북·미간 핵 협상을 권유했다.대북 ‘햇볕’이라는 용어는 이 시기에 등장했다.그리고 94년 10월,우여곡절 끝에 북·미 제네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북의 ‘불바다 발언’에 전 국민이 전율했고,카터가 방북 선물 보따리에 챙겨온 남북 정상회담은 김일성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무산되었다.북·미 관계의 순항 속에 한국은 북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성토하며 삼각관계에서의 소외감을 드러냈다. 2002년 10월,북한의 농축 우라늄 핵 프로그램이 노출되면서 북핵 드라마의 제2막이 올랐다.94년 핵 위기의 학습효과가 작동한 탓인지,부시 행정부는 상당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그릇된 행동에 대해 보상하는 전례는 없을 것이며 북의 핵 폐기가 우선임을 역설하면서도,평화적 해결과 국제 공조를 강조한다.한국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아마 대 이라크 공세 및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에 따른 대안의 한계를 간파한 듯하다. 한편 북한은 남북관계의 순항을 이용하여 미국의 예봉을 피하고 있다.“미국의 대북 압력에 남북이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억지 논리를 펴며,“핵파문이 민족 최대의 위업인 조국통일도 가로막고 좋게 발전하는 북남 관계를 뒤집어 엎으려는 간악한 흉계로부터 나왔다.”고 미국을 몰아세운다.민족공조의 수사(修辭) 속에서 통미봉남의 삼각 구도를 과감히 수정한 것이다.이렇듯 북한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며,외견상 전술적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다.이론적으로는 미국이 이 상황에서 소외감을 표출해야할 차례이다. 그런데 이러한 어설픈 삼각관계에 대해 미국은 애초부터 관심이 없다.그들은 ‘북한’이 아닌 ‘북한 핵’에 주목하기 때문이다.또한 미국이 상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북한 핵 보유 그 자체는 아니다.오히려 북한 핵이 가져올 파장,즉 동북아의 핵 도미노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한다. 실제로 북한 핵의 볼모는 미국이 아닌 한국이다.민족 공영의 동반자를 자처하면서도 핵 개발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이나,21세기 국제사회의 오만한 초강대국임과 동시에 반세기 동맹우방인 미국, 양자 모두 우리에게는 버거운 상대일 뿐이다.결국 북한에 숨쉴 틈을 주어 우리에게 의존하도록 만들고,이를 통해 지렛대를 행사하면서 핵의 뇌관을 조심스럽게 제거하는 것만이 우리로서는 최상의 대안이다.그래야 한반도의 안보,번영은 물론,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있어서도 한국의 입지를 확실히 세울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유일한 방법은 대북 포용과 대화뿐이다.경협과 지원을 계속하면서 한반도 평화 및 안보와 엮어지도록 묘안을 짜야 하는것이다.이렇게 볼 때 현 정부가 북한 핵의 불용을 강조하며,일관성있게 대북 협력을 시도하는 일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대북 강경론 내지는 포용 회의론이 부각되는 현실은 유감천만이다.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정부의 책임이라 하겠다.정권 차원에서 햇볕의 성과와 북의 변화를 지나치게 과신,홍보했고 나아가 대북 정책과 국내정치를 묘하게 연계시켜 불신을 자초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향후 누가 정권을 잡던 대북 포용은 지속되기를,또한 현 정부가 초래한 시행착오는 반면교사로 삼기를 기대해 본다. 정옥임 국제안보평론가
  • ‘D램 제소’ 업계반응/ “마이크론 적자는 시장불황탓”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제소에 대해 ‘덮어씌우기’ 술책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대미 수출도 단기적으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조금 지급 주장은 ‘억지’ 업계는 마이크론의 보조금 주장에 대해 악화된 경영실적에 대해 ‘핑계’를 대기 위한 전술이라 판단한다. 하이닉스측은 3일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았으며 회사 채무 재조정은 채권단이 시장원리에 입각해 자율적 판단에 따라 진행된 만큼 마이크론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특히 “2000년 큰 이익을 냈던 마이크론사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시장불황에 따른 것으로 하이닉스 때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수출 타격 당장은 없을 듯 업계는 단기적으로 수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닉스측은 상계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무역규제 조치대상이 안되는 미국유진 소재 공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마이크론의 제소내용을 받아들여 상계관세 부과를 결정할 경우 한국산 D램은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가격경쟁력 약화로 점유율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42억달러에 달했으며, 이중 D램은 24%에 해당하는 34억달러 규모이다.이 가운데 상계관세 제소가 이뤄진 D램은 전체 수출 34억달러 가운데 35%인 12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호황기였던 2000년에는 D램 전체수출이 104억달러로 이 가운데 대미수출이 41억달러,유럽연합에 대한 수출이 22억달러에 이르러 두곳에서 상계관세 부과결정이 날 경우 입는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
  • 北대사들 잇단 발언 안팎/ 불가침 조약 체결 국제여론 조성용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북한이 1일 이례적으로 주중 대사관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북·미 불가침 조약체결을 위한 국제여론 조성용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북한 외무성의 불가침 조약체결 제의와 31일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 발언 등과 일련의 맥이 닿아 있다.핵개발 시인 파문 이후 북한의 ‘고백 외교’가 미국의 강공(强攻) 전략에 막히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북한의 절박함이 감지된다. 이러한 일련의 제스처는 북한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지면서 동시에 미국의 포위전략에서 벗어나려는 이중포석의 의미가 있다. 최진수(崔鎭洙) 주중 북한 대사는 1시간 3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 중 상당시간을 ‘북·미 불가침 조약 체결’ 당위성에 할애했다. 그는 “불가침 조약 체결은 조선과 미국의 안보상의 우려를 동시에 해결하며 조선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두세 차례나 강조했다.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우리의 제의를 외면할 경우 그동안 북한 침략 의사가 없다는 미국의주장이 거짓으로 증명되는 것”이라고 몰아쳤다. 북한은 이날 향후 북·미 협상과 관련,‘마지노선’을 그으면서 ‘배수진’도 잊지 않았다. 최 대사는 미국의 선(先) 핵포기 요구를 분명히 거부하면서 “이는 우리가 굴복하라는 것이며 굴복은 죽음을 의미한다.”고 거듭 자주권과 생존권을 강조했다.특히 “미국의 억지 주장과 압력이 계속될 경우 충돌밖에 없다.”며 특유의 벼랑끝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oilman@
  • “일부 언론 여론조사 조작 의혹”민주당·국민통합21 주장

    민주당과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국민통합21이 28일 ‘여론조사 조절·조작 의혹’을 공식제기했다. 일부 언론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는 보도하고,불리한 것은 보도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일부는 중요한 조사항목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선대위 기획본부장은 이날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보도를 문제삼으며 “모 언론사는 여론조사를 한 뒤 노무현(盧武鉉) 후보에게 나쁜 결과는 그때그때 보도하고,좋은 결과는 보도하지 않아서 노 후보의 지지도가 정체돼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조절’ 등 때문에 최근 자체 여론조사에선 노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도 신문사 여론조사에선 노 후보의 상승세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일부 당 관계자는 “이회창 후보 지지성향의 일부 언론이 노 후보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도록 여론조사항목을 조작한다.”고 주장했다.노 후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여론조사가 주부 또는 고령자 혹은 자영업자 위주이고,직장인은 배제돼노 후보 지지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온다.”는 요지로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려졌다. 국민통합21의 박진원(朴進遠) 대선기획단장도 “몇몇 언론사들이 조사결과를 보도하지 않거나 정국상황에 맞춰 조사,보도함으로써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가세했다.박 단장은 이어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려면 외국처럼 정기적으로,동일한 질문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가감없이 그 결과를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절·조작론’에 대해 “과학적인 여론조사를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억지”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춘규 이두걸기자 taein@
  • 연극 리뷰/ 극단 차이무 ‘거기’

    술집에서의 잡담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만으로 연극이 될 수 있을까.극단 차이무의 ‘거기’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술자리가 무대이지만,그 평범함이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는 연극이다. 억지스러운 연기 때문에 연극을 멀리한 관객이라면,극사실주의 작품 ‘거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무대는 강원도의 바닷가 마을.해질 녘 동네 노총각들이 하나 둘 술집에 모인다.맥주 한모금에 주절주절 떠드는 그네들의 모습은 남의 술자리를 엿듣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일상적이고 사실적이다. 이 이야기판에 사연이 있는 젊은 여인이 끼어들고,노총각들이 앞다투어 귀신이야기를 꺼내면서 흥미진진해진다.귀신 다니는 길에 세워진 집,어려서부터 예뻐하던 아이를 찾아온 아줌마 귀신,사고로 잃은 딸이 걸어온 전화,노총각의 가슴 아픈 첫사랑 이야기…. 때로는 오싹하고 때로는 뭉클한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어린시절 할머니로부터 듣던 귀신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초자연적인 것을 믿지 않을 정도로 약삭빠르게 변했다 해도,극이 진행되는 동안 만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기울이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처럼 펼쳐지는 ‘거기’는 소중한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오로지 술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만을 하는데도,온갖 상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진정 언어가 가진 힘일 듯 싶다. 하지만 술의 힘을 빌려 겨우 상처를 끄집어내 보였다가도 다음날 머쓱해지는 것처럼,이들의 대화가 달갑지만은 않다.다시 지속되어야만 하는 삶의 무게란 한번의 술자리가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 무겁다.또한 향수를 느낄 만한 나이가 안된 젊은 관객에게 ‘거기’의 풍경은 그냥 보통의 술자리나 다름없을 수도 있다.가까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별 차별성이 없는 무대는 한번 스쳐 지나가는 술자리처럼 가벼울지도 모른다. 원작은 아일랜드 작가 코너 맥퍼슨의 ‘더 위어(The Weir)’.‘둑’이란 의미의 작품을 연출가 이상우가 번안했다.‘∼래요.’라는 강릉 사투리를 감칠맛나게 연기하는 정원중,김승욱,이대연 등 TV화면으로 익숙한 배우들을 무대에서 볼 수 있다.12월29일까지.화∼금오후 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4시30분.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0010. 김소연기자 purple@
  • [열린세상] 석유와 대체에너지

    한반도는 핵문제로 떠들썩하지만,세계 사람들의 눈은 여전히 이라크 전쟁에 쏠려있다.전쟁을 억지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개전 여부와 시기는 이미 논란거리가 아니다.누가 참여할 것인가,그리고 공격의 수준과 범위는 어느 정도 될 것인가가 문제이다.내년 1∼2월까지 미국은 이라크와 거래가 많은 국가들과 협상을 가질 것이다.이라크 정부에 200억달러의 채권이 있는 프랑스와 80억달러의 채권이 있는 러시아는 지불보증을 요구할 것이다. 이들은 토탈-피나-엘프사(프랑스)나 루코일사(러시아)가 지닌 석유 관련 이권도 미국이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압박한다.중국은 주요 석유수입국인 이란으로 확전되지 않기를 원한다.거래가 원만히 성사되지 않아도,부시와 블레어는 관중석에 앉아 있는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와 아스나르(스페인)가 치는 박수에 힘입어 개전할 것이다.세계는 초강대국의 독주에 힘없이 끌려가고 있다.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하필이면 왜 이라크를 겨눌까.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하고,후세인 정부가 알 카에다와 연계돼있다고 한다.그렇지만 부시는 확실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는 셈이다.물증이 없이 전쟁을 시작하자니 추측이 난무한다. 첫째,미정부가 주장하는 이라크와 알 카에다의 연계설은 문제가 많다.둘 다 괴물이지만,매우 이질적이다.후세인은 세속화돼 있다면,빈 라덴은 광신도이다.후세인이 빈 라덴에게 대량살상무기를 제공한 결정적인 증거도 없지만,있다고 해도 빈 라덴은 후세인을 제1의 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둘째,좀 냉소적인 추측은 “전쟁이 국내정치의 연장”이라는 클라우제비츠적 명제이다.부시가 집권한 이래 경제는 엉망이다.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은 엔론 사태에 연루되어 인기가 없다.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장수에게는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동서고금의 교훈을 이용하여,부시가 전쟁을 중간선거와 향후의 재선에 이용한다는 추측이다.만약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알카에다를 효과적으로 박멸할 경우 부시의 재선이 확실시되므로 결코 무시할 수는 없지만,단순히 선거용 전쟁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많은 것이 걸려 있다.그러나 개전의 시점을 설명하는 이점은 있다. 세번째 추측은 이라크 전쟁이 석유전쟁이라는 것이다.이 가설에는 여러 가지 정황증거가 뒷받침되고 있다.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석유 보유고가 많다.1130억 배럴의 보유고에 미개발 유전의 추정치 2200억 배럴이 있다고 한다.이 정도면 미국의 수입물량을 100년간 보장할 수 있다.만약 전쟁이 터진다면 미국은 이중으로 이득을 본다.미국계 석유 메이저들은 일시적인 유가 상승으로 비축물량을 소진할 수 있다.그 다음 새로 장악한 유정의 시추와 발굴을 도맡아 담당하게 되어 큰 이익을 누릴 것이다.물론 세계경제는 유가상승으로,디플레이션으로 한참 동안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라크 유전에 대한 통제권이 확보되면,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압력을 가할 수 있다.최근 사우디 왕정의 일부가 빈 라덴에게 돈을 댔다는 증거가 포착되면서 미국은 근본주의 전통에 서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세력도 제거하려고 맘을 먹고 있다.다만 안전한 석유물량이 확보될 때까지시간을 벌어두는 것뿐이다. 문제는 워싱턴 주전파의 논리가 “대체에너지의 등장으로 2020년을 기점으로 석유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견해와 정반대로 달린다는 점이다.이달초 GM이 파리 오토쇼에서 내보인 수소 자동차 ‘하이-와이어’(Hy-Wire)는 연료전지로 달린다.하이-와이어는 내연기관 자동차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전령이다. 요하네스버그 세계정상회담에서도 유럽연합은 2010년까지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목표수치를 15%로 잡을 것을 미국에 요구했다.도쿄 기후협약을 거부한 미국은 또 거부했다.대체에너지와 수소 경제가 미래 사회를 새롭게 짤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과 석유경제를 완강하게 고집하는 사람들 사이의 또 다른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향후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성형 세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 [이경형 칼럼] ‘남아공’식 북핵 해법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평화적인 무장 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23일 새벽에 끝난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은 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한다는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북한의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문제를 싸고,각양각색의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어떻게 핵 개발과 보유를 포기했는가를 보면 지금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하나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1993년 3월 데 클레르크 당시 남아공 대통령은 그동안 자력으로 개발해 은닉했던 핵무기의 자진 폐기 결과를 공표했고,이듬해인 94년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사찰로 이를 공식 확인함으로써 객관적 사실로 인정받았다.아무런 조건 없이 스스로 핵 능력을 폐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고립으로부터 탈피하고,국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70년대 초반부터 핵개발에 착수한 남아공은 핵 포기를 결정할 때까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우라늄 원자탄과 위력이 비슷한 6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다.남아공은 왜 핵 포기를 결정했으며,또 당초왜 핵을 개발하려 했던 것인가.핵 포기 배경은 오랜 흑백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 비등과 지속적인 국제 제재로 인한 남아공 경제의 악화였다.그러나 더 실질적인 이유는 소련이 붕괴되고,나미비아 독립으로 앙골라 내전이 종식되어 5만명에 이르던 쿠바군이 철수하는 등 주변 안보 상황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남아공이 처음 핵개발에 착수한 동기는 인근 앙골라 사태로 소련의 지원 아래 쿠바군이 진입하는 등 안보가 위협받은 데서 비롯됐다.당시 남아공으로서는 유사시 외부의 원조를 기대하기 어려워 한정적인 핵 억지력을 필요로 했고,따라서 핵 전략도 실전 사용 전략이라기보다는 미국 등 대국의 분쟁 조정 개입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이다. 우리가 남아공 사례에서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은 우선 특정국의 핵 포기문제는 안전보장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북한의 핵 포기 선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안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실제로 북한은 미국이 ‘불량 국가’‘악의 축’운운하는 ‘적대적 행위’를 철회할 경우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는 국제 제재 문제다.남아공의 핵 포기는 장기간에 걸친 국제 제재의 누적된 효과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하지만 국제적 고립을 강화할 초기제재 단계에서는 오히려 핵개발을 가속화했다.그리고 국제사회가 남아공의 핵 개발 의혹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해왔지만,남아공이 스스로 핵 시설을 밝힐 때까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이런 점을 되돌아 볼 때,일방적인 대북 압박 조치나 북한이 수용하지 않는 국제사회의 핵 감시가 반드시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당시처럼 핵 카드를 또다시 구사하도록 방치하자는 것은 아니다.무엇보다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 ‘벼랑 끝’ 협상에서보다 훨씬 많을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강한 미국’과 함께 북한이 미국에 절망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기술적으로는모순되는 강·온 정책이 될지는 몰라도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과 일본의 협력을 통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성급하게 중유 제공을 중단하거나 경수로 건설을 철수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해법이 아니다. 북한은 남북 평화체제 구축의 형식을 통하든,안 통하든 간에 그들의 안전보장과 외부의 투자가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이다.이런 상황을 잘 요리하면 북핵 해법의 묘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경형/논설위원실장 khlee@
  • 할리우드 영화 2편 25일 동시개봉/ 빅 트러블-장르 뒤범벅한 잡탕 코미디몰

    바쁘게 아귀가 착착 들어맞아가는 유쾌한 난장판.그러나 별로 신나지는 않는다. 퇴사한 칼럼니스트 엘리엇(팀 앨런)은 자신을 패배자 취급하는 아들 매트와 요즘 사이가 껄끄럽다.매트는 학교친구 제니에게 물총을 쏘다가,제니의 아버지 아서(스탠리 투치)를 노리는 킬러가 같은 순간 총을 쏘아 저격범으로 오인받는다.제니의 어머니 안나(르네 루소)는 아들의 저격범 소동 때문에 달려온 엘리엇을 보고 사랑을 느낀다.신변의 위협을 느낀 아서는 폭탄을 사려다 2인조 강도의 인질이 되고,강도들은 핵폭탄을 비행기에 싣고 바하마로 떠나는데…. ‘맨 인 블랙’‘아담스 패밀리’‘겟 쇼티’의 배리 소넨필드 감독이 만든 잡탕코미디 영화.여러 장르를 뒤섞어 일품요리를 만들어놓기도 하고,장르의 법칙과 코드 사이를 절묘하게 빠져나가면서 재미를 주는 것으로 유명한 이가 소넨필드다.‘빅 트러블’도 ‘다이하드’류의 액션,할리우드의 전통적인 가족드라마,갱스터 영화,형사물,슬랩스틱 코미디 등등 온갖 장르를 그답게 뒤범벅해 놓은 종합선물상자다. 그러나한꺼번에 발생하는 여러 사건을 부드럽게 하나로 꿰어맞추지는 못하고 산만하게 나열해 쓸데없이 바쁘기만 하다는 느낌을 준다. ‘록 스탁 앤투 스모킹 배럴즈’처럼 여러 사건이 하나로 맞아들어갈 때의 퍼즐맞추기식 통쾌함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억지 우연의 남발은 어색할 뿐이다.‘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던가. 팀 앨런,르네 루소 등 중견배우들과 스탠리 투치,톰 시즈모어,자니 녹스빌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조연전문 배우들이 잔뜩 나온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사설] 북핵 끝까지 평화적 해법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어제 “북한의 핵 개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우리는 부시 대통령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전폭 지지한다.혹자는 ‘북한에 무장해제해야 한다는 것을 납득시킬 기회’라고 한 그의 발언에 미국 정부의 본의가 들어 있다고 지적한다.그러나 유엔 총회에서 이라크에 핵 포기를 요구하면서 ‘평화를 원하다면’이란 전제를 강조했던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평화적’이란 말을 이처럼 정언(定言)적으로 사용한 사실은 주목돼야 한다.미국내에서는 이라크보다 오히려 북핵 문제를 무력 해결해야 한다는 강경파 발언도 적지 않았는데,부시 대통령은 지난주에 이어 평화적 해결 방침을 재언명한 것이다. 우리는 부시 대통령의 이 두번째 평화 발언이 논의와 숙고 끝에 나온 재확인으로 판단하면서 발언 속에 실체적인 방향이 설정되어 있기를 기대한다.평화적 문제 해결은 대화 상대로서 상대방의 인정과 대화를 통한 해결 도출 기대가 전제되어 있다.그러므로 미국은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비밀리에 핵개발에 나선 연유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찾아보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체제생존을 위해서’라고 주한 미대사는 말했지만,‘미국이 먼저 약속을지키지 않아 합의를 깼다.’는 전격 시인 당시의 북한 발언을 억지 핑계로 여겨서만은 안 된다.북한은 미국이 선제공격 포기 선언,외교관계 진전 및 경제지원의 실체화 등에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고 평가한 것이다. 북한의 이런 기대는 합리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일방적인 것일 수 있다.이 결여를 비난,매도하기 앞서 이해하려는 태도를 지닐 때 미국의 ‘평화적’해결 발언은 진실성을 띠게 될 것이다.이런 점에서 제네바 합의 파기 등과 관련,미국 정부가 관련 여러 나라와의 협의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한국민은 북한 핵의 정신적 및 실질적 위협 측면에서 제일의 당사자이며,제네바 합의의 구체물인 북한 경수로건설 재원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다.평화적 해결은 대화와 협의의 수고를 요구한다.
  • 北核 파문/ 北·美 제네바합의 위반 공방

    북한의 농축 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으로 지난 1994년 체결된 제네바 핵합의 불이행을 둘러싼 북·미간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이미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제네바 핵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이에 맞선 북한의 반박 공방도 예상돼 향후 북·미간 팽팽한 줄다리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간에 맺어진 제네바 핵합의 골자는 북한의 현재 및 미래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제공하는 것이다.경수로 1기 완공 때까지 미국은 연간 중유 50만t을 북한에 공급한다. 북한의 의무는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핵연료봉 공장을 동결하며,한반도 비핵화에 노력한다고 돼있다. 또 핵비확산조약(NPT)에 잔류하며,경수로 1기 핵심부품 인도이전,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도록 돼 있다.이를 위해 한·미·일·유럽연합(EU)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구성,46억달러 규모의 예산으로 경수로 1기를 2003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1997년 첫삽을 뜬 공사는 지난 98년 6월 강릉잠수함 침투,8월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공기가 늦춰졌고,2007년 1월이나 돼야 완공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경수로 공기 지연으로 전력손실을 봤다면서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미국은 북한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보상은 안된다며 맞서왔다. 미국의 중유 지원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대체로 예정보다 늦게 지원되는 경우가 많았다.북한은 이를 ‘약속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북한은 또 2003년 경수로 완공을 기대하고 전력수급 계획을 짰는데 그것이 어긋났으므로 내년부터 당장 전력을 지원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시인과 관련,한반도 비핵화 선언 및 NPT 의무는 물론 제네바합의를 결정적으로 위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농축 우라늄 핵개발 시설을 IAEA에 미신고 시설로 추가 보고서를 제출하면 되고,제네바 합의서에 쓰인 대로 경수로 완공전까지만 사찰을 받으면 되므로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높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의 핵개발은 한반도비핵화선언의 분명한 위배이고,이를 규정한 제네바 핵합의도 위반한 것이지만,과거 행태로 볼 때 북측이 위반하지 않았다는 억지논리를 펴고 미국이 중유공급을 중단할 경우 먼저 제네바 합의를 미국이 깼다는 역공세를 펼 것”으로 내다봤다. 김수정기자 crystal@
  • 남과여/ 재혼가정 육아, 아빠가 나서라

    “맘(mom),안녕히 다녀오세요.”서투른 한국어로 아들 종태(20)가 배웅을 했다. 최정이(47·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가명)씨는 자신을 ‘맘(엄마)’이라고 부르는 아들이 듬직하다.아내와 사별한,또 12살짜리 아들이 딸린 남자(미국 영주권자)와 결혼한 지 이미 8년.특별한 호칭없이 대화를 나누던 아들이 1년여 전부터 ‘맘’이라고 부른다.지난해 최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은 뒤 대학생 아들의 끼니를 매번 챙겨주자 아들은 한동안 대단히 미안해했다.그러더니 어느 결엔가 태도를 바꿨다. “결혼 초에는 좋은 새엄마가 돼야 한다는 부담이 컸는데,미국에서 자란 아들은 오히려 저를 ‘아빠의 걸프렌드’로 받아들이더군요.아빠가 좋아하는 여자,이렇게 단순하게요.그걸 알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억지로 ‘나는 엄마,너는 아들’이 되지 않아도 되니까요.우리는 남남이지만 이제부터는 천천히 잘 지내자고 각오를 다졌죠.” 다행히 남편도 아들에게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했지,엄마로 부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계모 아니야?’는 식의따가운 시선이나 전처의 제사를 지낼 때는 물론 마음이 불편했다.하지만 ‘좋은 아줌마,남편의 아들’로 지내던 둘 사이가 이제는 진짜 모자 사이로 바뀐 듯해 내심 기뻤다. 재혼가정이 늘면서 ‘자신이 낳지 않은 자녀’를 키우느라 고민하는 가정이 많아졌다.여성이 자녀 양육의 1차적인 책임자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새엄마들은 특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콩쥐를 구박하는 팥쥐 엄마’라는 ‘계모 콤플렉스’를 극복해,남편의 아이와 갈등하지 않으며 잘 지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전업주부일 경우 하루 종일 자녀를 돌봐야 하므로 남모를 어려움에 시달린다.그런데도 남편이 아이 키우기에 방관적인 자세를 취해 이중고를 겪는 재혼여성이 적지 않다. 김은정(31·가명)씨는 “남편의 아이랑 친해지기가 어렵다.”면서 애 딸린 이혼남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그녀는 5살 난 딸이 있는 이혼남을 직장상사로 만나,2년여 사귀다 지난 봄 결혼했다.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아이가 잘못을 해 혼을 내고 싶어도 지나치게 눈치를 보기 때문에 야단치기가 힘들었다. 시댁에 가면 가끔 만나는 친척들이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며 아이에게 지나치게 큰 돈을 쥐어주곤 했다.김씨는 “나를 마치 못된 계모로 취급하는 것같아 분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 잘못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든다.”고 말한다.남편은 “무조건 아이에게 잘해줘라.그러면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만 하지 직접 나설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재혼 가정에서는 남편이 애키우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고 말한다.남편이 새아내를 아이나 키우고 집안살림이나 하는 사람 정도로 대우하면,눈치빠른 아이들도 새엄마를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또 아이를 야단칠 일이 있을 때는 친아버지가 직접 나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자녀들이 친엄마와의 이별을 심리적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없을 때,새엄마를 ‘팥쥐엄마’로 바라보고 기피하는 일은 흔히 있기 때문이다.재혼한 남편이, 새아내가 자녀들과 사귈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주어야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새엄마가 된 처지에서는 내심 불쾌하더라도,아이가 떨어져 사는 친엄마의 존재를 느끼고,둘 사이에 쌓은 행복한 기억들을 유지하도록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의 딸 둘을 12년 동안 키운 정귀자(48·가명)씨는 최근 큰딸을 시집보내면서 서운한 마음이 생겼다.막상 결혼 준비에 들어가니까 큰딸이 자신 몰래,거의 왕래가 없던 친엄마를 만나 시시콜콜 상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것이다. 서운한 감정에 마냥 속상해 하던 정씨는 문득 “내가 엄마 행세를 하려고 딸에게 친엄마의 존재나 기억을 잊도록 강요하지는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자신의 그런 태도가 결국은 ‘딸 사랑’보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하고 반성했다는 것.정씨는 “딸을 독점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자 마음이 곧 편안해졌다.”고 밝혔다. 문소영 이송하기자 symun@ ■커플매니저가 들려준 '재혼가정 행복찾기' “첫 결혼에 실패하고도 재혼은 꿈같이 달콤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재혼에서 행복을 이루려면 초혼 때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필요합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강인숙 재혼관리 커플매니저는 재혼에 대한 올바른 자세로 무엇보다 서로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상대방에 대한 배려,따뜻한 희생,세심한 관심이 초혼 때보다 훨씬 더 필요하기 때문. 그러나 이런 자세로 재혼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남자들은 아내가 아닌,아이들을 양육할 보모를 구하려고 하고,여자들은 걱정없이 자신을 먹여살려줄 ‘재력’에 집착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필요에 의해 엮은 관계라면 다시 파경을 맞게 되기 쉽다.”면서 “이혼에 대해 보상받겠다는 마음으로 재혼을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재혼가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일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에 대한 어른들의 잘못된 태도를 꼬집었다.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달라도 생각보다 쉽게 친해지고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내요.문제는 주위 어른들의 따가운 시선이에요.서로 아이를 데리고 재혼을 한 부부라면 차라리 친척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편이 좋습니다.” 현재의 배우자를 전 배우자와 비교하는 일도 큰 잘못이다.이혼할 정도면 부부간 갈등이 극심했을 터인데도 막상 새 배우자 앞에서는 전 배우자의 ‘우월한’기억만 앞세우는 자세는 어리석다는 것이다. “전 배우자가 명문대를 나왔으니까 새로 결혼할 사람도 명문대를 나와야 된다느니,전 배우자가 키가 컸으니 이번 배우자도 늘씬해야 한다는 둥 전 배우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재혼 생활이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이혼율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재혼에 관한 사고방식은 아직도 20년전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는 그는 “재혼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가져야 새로운 가정생활이 바르게 정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한·미 안보동맹 50주년 학술회의/ “북한상황 절박 체면 살려줘야”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한·미 안보동맹 50주년을 맞아 대북포용과 한·미안보협력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가 지난 11일 양국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렸다.미국측 토론자인 조엘 위트 CSIS 연구위원,한국문제 전문가 돈 오버도프 교수,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주요 발언을 소개한다. ○위트 CSIS 연구원-제임스 켈리 특사의 방북이 별 성과없이 끝남으로써 북한이 미국의 대북 핵심 현안에 대해 성의를 보일 준비가 안돼 있다고 주장해온 미국 행정부내 강경론자들의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북·미간 위기상황 재발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현재 북한의 상황이 너무 절박하기 때문에 북한측의 많은 양보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최소한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조치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다시 세계가 깜짝 놀랄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따라서 2003년 위기설은 여전히 두고 보아야 할 사안이다. ○오버도프 교수-한국에서 김대중 대통령만큼 확고한 신념과 정확한 정세분석을 바탕으로 대북 포용정책을 견지해 나갈 대통령 후보는 없다.이회창 후보는 관리자형 지도자로 남북관계의 극적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무현 후보는 햇볕정책의 승계를 천명했으나 포용정책에 우선순위를 두지는 않을 것이며 또한 김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신세대가 북한과 미국에 대해 갖는 태도가 정치적으로 많은 함축적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조사 결과,한국의 신세대는 한·미간 전통적인 신뢰관계가 약화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주한미군 역할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착수한 경제개혁 조치들의 성공 여부를 현재로서 예상하기 어렵다.북한 정권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아니면 북한 정권의 생명을 연장해 줄 수도 있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어떤 대북정책을 취하느냐에 따라 한·미간 심각한 갈등이 생기거나 북한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이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과 속도조절에 달려있다.○빅터 차 교수-한국의 차기 정부 앞에 놓여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주한미군의 장래 문제다.북한의 재래식 전투력은 약화됐으며,한국의 군사력은 북한을 능가했고 대북 억지력도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주한미군 변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으며 전후 세대의 반미감정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이런 변화들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언젠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mip@
  • [시론] 軍기강 해이 바로 잡아야

    지난 수개월간 군과 관련되어 발생한 일련의 사태는 우리로 하여금 우려를 금치 못하게 한다.올 2월에는 수도방위사령부 K2 소총 탈취 사건이 있었다.그것은 민간인이 군 부대에 침입해 발생한 사건인데,그 때 많은 사람들은 서울을 방어하는 군부대의 근무기강이 그토록 해이해진 것에 대해 놀랐다.그 6개월 후 태풍 루사가 한국을 강타했을 때에는 강릉의 K-18 비행장에서 전투기가 침수되었다.그것 역시 우리들에게 전투기를 사전에 이동시키지 않은 지휘관의 판단 능력과 준비태세의 이완에 대해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최근 서해 교전과 관련하여 전개되는 군 내부의 논란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커다란 상처를 입히고 있다.통신 감청 부대장이 북한의 의도적 서해도발 가능성을 보고한 것에 대해 당시 국방부장관이 남북 관계를 감안하여 묵살하고 그로 인해 십수명의 한국 해군 사상자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개연성에 관한 논란은 과연 우리 군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군 수뇌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 군은 원래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회의 중추 조직이었다.냉전시대의 우리 군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 본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세계적 차원에서 공산주의와의 대치가 시작된 이래 최초의 본격적 무력 분쟁이었던 한국 전쟁에서 우리 군은 북한과 공산권의 기습 침략을 전력을 다해 막아냈다.그 이후 오늘날까지도 우리 군은 대북 억지의 어려운 임무를 성실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그렇기 때문에 지난 수개월간 우리가 목격한 군의 사고와 실수,그리고 믿기지 않는 행동들이 우리를 우려케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군도 과거에 불가피한 여건상 크고 작은 과실을 어쩔 수 없이 경험해야 했고,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도 아니다.오히려 오늘날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해 갖는 불신,그리고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부조리는 군의 몇몇 과실보다 아마도 더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가 최근 군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각별한 국민적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는 그 조직의 특수성과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자유민주사회에서 군의 역할은 사회 위기시의 중립적이고 공정한 대내적 임무와 외부로부터의 체제 전복을 의도하는 물리적 도전을 막아내는 대외적인 책임으로 요약되는데,최근 우리 군의 몇몇 행동은막중한 과제의 철저한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능력의 저하를 암시한다. 1991년 냉전이 종식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안보에 대한 정신적 해이가 있었다.보스니아,코소보,걸프사태,그리고 북한 핵 개발을 포함하는 몇몇 지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평화는 쉽게 얻어질 것으로 보였고,민주적 평화(democratic peace)가 미국 대외 정책의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미 알 카에다의 국제 테러리즘은 오늘의 세계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입증했고,앞으로의 국제질서 역시 예측하기 어려움을 예고했다. 동북아의 역내 질서도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으로 가득 차 있다.갑작스러운 북·일 정상회담의 개최와 양측 수교 협상,켈리 미 특사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할 것으로 보이는 워싱턴-평양 관계,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전략,그리고 한국에서의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모두가 역내 관계의 변수이다. 낙관할 수 없는 안보관계와 아슬아슬한 세력균형 속에서 우리 군은 불필요한 실수와 정쟁에 연계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되풀이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유찬열 덕성여대 교수 명예논설위원
  • [열린세상] 가다가 못가도 간만큼 남도록

    계절은 그렇게 무서우리만큼 뚝 떨어진 듯 바뀐다.어느새 가을이 무르익어 날도 차가울 정도로 서늘하다.이 가을엔 그토록 어렵고 힘들었던 여름 동안 담고 머금었던 열매가 익어간다.생각할수록 지난 여름은 참으로 잔인했다.그래서 이 가을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인지 모른다.하지만 정작 그토록 뼈아픈 일들로 가득했던 여름의 길고 긴 과정이 없었다면 이 가을이 있을까.우리는 어느새 빨리 지난 여름을 잊고,가을의 넉넉함만 즐기려는 것은 아닌가. 대개 옛말 치고 그른 것이 없고 속담처럼 삶은 늘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지만,그 중에는 없어졌으면 좋을,못나고 못된 속담이 몇 가지 있다.그 중 하나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편법과 관행을 싸고 도는 못난 속담이요,다른 하나가 ‘가다가 못 가면 아니감만 못하니라.’는 이른바 결과 중심주의에다, 목표로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려는 억지를 담은 못된 속담이 그것이다.그렇다.가뜩이나 고단하고 어려운 우리네 살림을 더욱 힘겹게 하는 가장 못되고,못난 우리들 삶의 태도가 바로 과정은 아랑곳않는 결과 중심주의다. 가까이는 올림픽이다,아시아 경기대회다 해서 중요한 국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태극전사의 승리를 윽박지르다가 마땅한 성과가 아니면 고개를 홱 돌리는 태도부터가 그렇다.어려운 경쟁에서 2등이나 3등을 하고도 주저앉아 펑펑우는 못난 꼴을 우리가 어디 한 두번 봤던가.흔히 세계 최강이라 손꼽혔던 외국 선수들은 은메달이고 동메달이고 스스로 최선을 다해 얻은 성과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데,우리는 훌륭한 성과를 내고도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징징대는 것이다.이 넓디넓은 지구촌에서 2등이고 3등,아니 몇 등이라도 얼마나 장한가.그런데 이렇게들 못난 짓을 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우리 교육의 문제다.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하루 한날 시험 한번에 모든 것이 결판난다.아무리 평소에 잘하고,오랜 동안 꾸준히 노력해도 오로지 그 결과만이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공부만 잘하면 다 효녀요 효자고,성적만 좋으면 모범생이고,좋은 학교만 붙으면 출세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학력주의가 나라를 망치고 사람을 망가뜨리는것이다. 이것을 고쳐보려고 교육학 교과서에도 바람직한 평가방식이라고 나와 있는 ‘수행평가’,곧 과정중심의 평가를 도입해 보았지만,늘 그렇듯이 제대로 채비도 갖추지 않은 채 졸속하게 도입한데다,무엇보다도 워낙 세상이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결과 중심주의에 빠져 있다 보니 그 방식 자체에 대한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아 좀처럼 뿌리내리지 못한다.부모들이 자식을 그들이 보이는 성과만을 보고 평가하고 판단하는데,어떻게 과정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배울 수가 있겠는가.하늘이 내린 소중한 선물인 자녀를 키우며 스스로 자라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누리며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함부로 빚고 이끌어 바라는 결과만 보려 하니 말이다. 이렇게 삶에서 그리고 삶터에서 저지르는 잘못은 더 큰 살림마당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그토록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던 정치가 그렇다.민주화를 이룩하려고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던가.그런데 우리는 첫 단추부터 그저 누가 대권을 잡아야 한다는,그리고 대권만 잡으면 된다는 결과 중심주의에 빠져 그만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지역분할 구도를 깨서 지역감정을 없애야 한다는 둥,세대교체를 이루어 구태의연한 정치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둥 말은 무성하지만 여전히 그 결과에만 연연하다 보니 앞뒤고 옆이고 볼 겨를도 없고,또 뜻도 없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우리들이 여기에 놀아나서는 안되겠다.정신 바짝 차리고 어떤 결과든 그것이 나오는 과정을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나아가 함께 나서 그 과정을 만들어내야겠다.그래야만 ‘가다가 못 가면 아니감만 못하니라.’는 못나고 못된 속담을 ‘가다가 못가도 그만큼 남도록’ 바꾸고,나날의 삶부터 사람 생각하고 사람 대접하는 과정중심으로 살아가,우리 삶터를 새롭게 마련할 기회로 삼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정유성 서강대 교수 교육학
  • 권영길후보 관훈토론/ “부유세 반대 1~2%뿐 11조거둬 국민80% 혜택”

    권영길(權永吉)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는 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저의 이미지가 머리띠,삭발투쟁,집회 등 과격한 것과 연결돼 있지만,그간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함께해 온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다만 과격한 이미지는 차차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권 후보는 진짜 노동자라기보다는 인텔리 출신 노동운동가 아닌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만을 노동자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우리는 사무직,전문직종도 노동자로 본다. ◆노동문제와 관련,‘과격한 행동이 필요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는데. 잘못 전달됐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노동자편이라지만 지난 정권보다 노동자,농민을 더 탄압해 왔다.과격한 행동이 필요없는 상황은 아니다.필요없을 상황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지율이 1∼3%에 불과한데. 민노당 후보의 활동은 언론에서 배제돼 있다.언론이 보수와 진보 진영을 균등 배분해줘야 한다. ◆권 후보는 2020년쯤 진보정당의 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97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아직 척박한 땅이라서 집권 목표기간을 최대한 잡아보면 2020년까진 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그랬다.그러나 최근에는 10년 안에 집권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후보와의 연대가 유리하다면 힘을 합칠 생각이 있나. 노 후보가 연대를 제의한다면 본질적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노 후보는 진보주의자가 아니라 중도개혁이라고 얘기했다.그런데도 연대를 제의한다는 것은 스스로 중도주의가 아니고 진보진영 후보라는 것을 얘기하는 셈이 된다. ◆생활비는 어떻게 조달하나.활동비는 얼마나 되나. 아파트 담보 대출은 한계에 부딪혔다.어머니 집을 전세 놓아서 해마다 인상되는 부분을 생활비로 썼다.원고료,강연료가 한 달에 100만원쯤 들어온다.활동비는 별로 들지 않는다.지방을 돌아다니고,행사를 가져도 당원들이 갹출을 한다. ◆대선 선거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예상 소요비용은. 1만원 당비 내는 당원들이 1만여명이다.이들로부터 5만원씩의 특별당비를 선거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그러면 40억∼50억가량이다.이것으로 충분히 선거를 치를 수 있다. ◆부유세는 국민 저항 때문에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의 80%는 찬성한다.1∼2%의 저항 때문에 80%가 혜택보는 제도를 안할 수 있나. ◆현 정권의 햇볕정책은 어떻게 보나. 우선 용어가 적절치 않다.흡수통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교류에 중점을 두었다.그러나 교류만 가지고는 안된다.평화협정 체제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평화공존은 뒤로 하고 교류만으로 풀릴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순서가 어렵더라도 평화공존 먼저 나가는 게 맞다. ◆서해교전 때 ‘침소봉대로 남북관계 해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북한에 비판할 건 해야 하지 않나. 우리가 비판 안 했나.당시는 진상이 규명되기 전에 그걸 이용해서 긴장을 조성하려는 데 대한 지적이었다.남북 관계를 전쟁상태로 몰고가서는 안된다는 것은 확고하다. ◆민노당은 국정원,기무사 등 억압적인 국가기구를 폐지하겠다고 했다.국가정보기관이 없는 나라는 없지 않나.정보기관의 권력남용 방지책이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억압적인 요소가 있음은 국민이 잘 알고 있다.해체 속에서 실질적으로 국가안보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새로운 정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현재의 억압기구는 바뀌어야 한다. ◆미군 철수와 관련,즉각 철수를 주장하다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 적도 있고,지금은 단계적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왜 오락가락하나. 일관적으로 단계적 철수를 주장했다.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부터 접근하자는 것이다.주한미군은 현재 1차로 북한에 대한 전쟁억지보다는 중국에 대한 군사력 억지 차원에서 유지되는 것이다.그래서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무엇보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해서 중국을 견제할 게 아니라 우리의 주도로 러시아·일본·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안보체제를 새롭게 구축하자는 것이다.여기서 군사적 균형상태를 이뤄야 한다.미군철수는 바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군축은 너무 이상적이지 않은가. 후방 병력 정비를 통해 전력의 효율성을 높이고,북한의 군축을 이끌어낼 수 있다.이 바탕 위에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등을 포괄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 ◆민노당 강령을 보면 민중 개념을 자주 쓰는데. 노동자,농민,도시빈민을 민중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당은 이름이 아닌 정책으로 평가해야 한다.대중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민노당이 남미식 포퓰리즘 정책을 펼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포퓰리즘을 어떻게 보나. 남미는 아르헨티나 페론당 때를 제외하고는 포퓰리즘 정책을 쓰지 않았다.오히려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정책을 폈고,이로 인해 무너진 것이다.포퓰리즘 때문에 남미가 무너졌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상가 임대차보호법의 의도는 좋지만 도리어 상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사실이다.그렇지만 그것은 보증금 인상폭을 5%로 하고 즉각 실시를 주장한 우리의 요구를 국회가 팽개쳤기 때문이다.책임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있다.본의 아니게 피해본 것이 사실이다.올바른 법 만들자고 한 게 잘못인가. ◆병력 20만명 감축을 주장했다.가능한가. 병력 감축이 전력손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감군을 위한 선행적 조치는 손실없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는 어떻게 보나. 거부권은 인정돼야 한다고 본다.이는 지난 98년 유엔인권위에서 결의된 것이고 회원국은 이를 준수해야 하는 의무도 부여됐다.또한 이런 문제는 민노당이 제안한 모병제를 수용하면 다 해결된다. ◆대학의 무상교육이 가능한가.재원과 실시계획은. 부유세로 11조원의 징수가 가능하다.임기 첫해에는 고교까지 무상교육이 가능하다.1조 5000억원만 있으면 된다.대학은 수업료 일부 보조로 국민들의 걱정을 덜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을 평가해 달라.일간지 조사에서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1위인데. 동의하지 않는다. 이지운기자 jj@ ■ 대표토론자 이목희 대한매일 정치팀장,박영균 동아일보 논설위원,고종석한국일보 편집위원,김영미 연합뉴스 여론매체부장,김진석 KBS정치부차장 ■이모저모/ “결혼전 장인 타계… 처가덕 못봐”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 후보는 9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다른 정당 후보들에 비해 진보적인 정책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시도했다.특히 토론 경험을 살려 패널들의 다양한 질문에도 피해가지 않고 자신감 있는 어조로 답변했다.하지만 민노당 강령에 나타난 ‘과격성’이 잇따라 지적되자,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면 내부 토론을 거쳐 정정할 수도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를 본 문창극(文昌克) 관훈클럽 총무는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는 권 후보를 토론회에 초청할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권 후보의 비중이 결코 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지향하는 정책이 분명해 초청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이에 권 후보는 “(초청해 줘서) 뜻깊게 생각한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재벌 집안인 부인(강지연씨) 때문에 처가덕을 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기업간의 문제라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뒤 “장인이 갑자기 타계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넘어가 처가덕은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장인이 결혼을 극력 만류해 살아 계셨더라면 아마 결혼을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한 토론자가 정당의 강령에 직접민주주의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어찌된 셈이냐.”고 묻자 “국회를 부정하지 않는다.예산심의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국회의원이 당선 후 기업체 돈을 받고 구속되는 등 제 역할을 못하면 주민소환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민노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된 뒤 방북 신청을 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다분히 ‘시위용’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선을 앞두면 시위적 효과가 실제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방북하면 6·15공동선언 합의 이행 등을 촉구할 생각인데 아직까지 정부에서 방북신청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설명했다. ◆동성동본과 결혼한 장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혈통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사회적 ‘관념’에 젖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고,“하지만 6촌만 넘으면 문제가 없다는 말에 생각을 바꿨으며,진보주의자라고 한다면 동성동본 결혼에 동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대선에서 낙선하면 다음 총선에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낙선을 생각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씨줄날줄] 낙엽의 거리

    날씨가 추워졌다.이슬이 차가워진다는 한로(寒露)에 엉뚱하게 얼음이 얼었다.천둥치며 가을비가 내리더니 수은주를 끌어 내렸다.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보름이나 더 남았고 보면 얼떨떨해진다.계절이 절기를 앞지르니 뭔가 잘못되기는 됐나 보다.사람들이 자연 환경 귀한 줄 모르고 오염시키니 계절이 잠시 길을 벗어 난 것도 무리는 아닌 성싶다.자연은 그러나 정도를 지킨다.며칠 있으면 평상으로 돌아 온다고 한다.자신을 성찰할 줄 모르며 거드름 피우는 세상이 얄미워 잠시 심술을 부린 것일 게다 첫 얼음도 얼었으니 금수강산이 하루하루 달라질 것이다.울긋불긋 단풍이 들 것이다.여름내 산하를 덮었던 잎새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서둘러 길을 떠날 것이다.낙엽은 깊은 산속이나 빌딩 숲이나 가리지 않는다.그런데도 사람들은 소슬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느끼지 못한다.서울시는 올해도 낙엽의 거리를 선정해 발표했다.모두 42곳으로 나뭇잎들이 유달리 수북이 쌓이는 낙엽의 명소라고 한다.그 곳에선 이 가을이 다 가도록 사람들이 걷는 인도에 쌓인낙엽은 치우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이른바 낙엽의 거리가 처음 지정된 것은 1997년 가을이었다고 한다.서울시가 생활 주변에서 낙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거리를 찾아 나서이를 묶어 발표했다.그러나 세상 인심은 시큰둥했다고 한다.서울시도 이내 그만 두었다.IMF 체제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판에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게다.그러다 2년 전부터 다시 낙엽의 거리를 발표하기 시작했다.오고 가는 계절에 눈길이라도 한번 돌려 보자는 제안이었을 것이다.당시엔 36곳이었으나 올해는 태평로 등 8곳을 제외하는 대신 14곳을 추가했다.은행나무,느티나무,회화나무,왕벚나무,메타세콰이어,버즘나무가 줄지어 낙엽을 뚝뚝 떨구는 거리들이다. 올해는 비가 자주 내려 낙엽의 촉감이 부드럽다고 한다.같은 낙엽이라도 벽계수에 실려 떠내려는 가는 게 일품이다.낙엽이 물을 만나 자연의 숨결을 증폭시킨다.흐르는 물만큼 자연의 가르침을 잘 말해주는 것도 없다.물은 길이아니면 흐르지 않는다.거짓이 없다.장애물을 만나면 둘러서 가고,막히면 멈춰 때를 기다린다.억지가 없고 서두르지 않는다.낙엽이 맑은 물에 두둥실 떠 내려가는 가을이 익어간다.도심의 낙엽 거리가 산간 유곡의 낙엽을 떠올려 주었으면 좋겠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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