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억지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수첩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353
  • [30일 TV 하이라이트]

    ●TV 책을 말하다(KBS1 밤 12시50분) 한 명품 중독자의 브랜드 결별기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 태웠는가’와 소비 자본주의의 꽃인 백화점이라는 욕망의 덫에 걸린 현대인들의 덧없는 소비욕과 불행을 그린 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이다. 이들을 통해 물질적 소비로만 향하는 욕망을 진지한 삶의 열정으로 바꾸는 방법을 찾아본다.   ●60분-부모(EBS 오전 10시) 또래 보다 말이 늦은 36개월 보민이는 조기교육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엄마의 생각 때문이다. 말이 늦고 억지가 심한 보민이의 발달검사 내용을 토대로 아이를 위한 양육법을 찾아보고 발달지연아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도 알아본다.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대통합민주신당이 재건축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의 종착지는 `단호한 야당, 협조하는 야당´이다. 이념논쟁은 버렸다. 일자리 창출이 목표라고 한다. 재건축 공사의 총감독인 손학규 대표와 함께 정부개편과 관련한 신구 정권의 갈등,4월 총선 공천기준, 정동영 전 대표와 친노 인사에 대한 의견 등을 들어본다.   ●뉴하트(MBC 오후 9시55분) 강국은 이승재와 김영희에게 하태진을 불러올 생각이라고 알리고, 두 사람은 하태진이 광희대 출신이 아니라고 반대한다. 병원장에게서 강국의 생각을 전해들은 김태준은 교수회의 때 부교수 공개채용을 제안해 달라고 한다. 김영희는 강국에게 여론이 김태준 편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알려준다.   ●뉴스추적(SBS 오후 11시5분) 태국으로 탈북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행 희망 하나로 사선을 넘어 수천 킬로미터의 고행길을 나선 그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태국 이민국 수용소의 처참한 감방생활이다. 이들이 한국으로 오기까지 길게는 일년이 넘게 갇혀 있어야 하는 이민국 수용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쾌도 홍길동(KBS2 오후 10시) 일년 후 길동을 포함한 활빈당 식구들은 새 터전을 만들고, 탐관오리들을 털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의적 활동을 하며 살아간다. 이녹은 길동을 가슴에 묻고 낮에는 용문객주에서 심부름을 하고 밤에는 기루에서 약을 팔며 살아간다. 창휘는 그런 이녹을 가까이 두고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끼는데….
  • [시론] ‘영어몰입교육’ 자율적 도입을/김혜영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시론] ‘영어몰입교육’ 자율적 도입을/김혜영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지난 며칠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어몰입교육의 논의가 인수위의 계획 철회로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말하기만큼은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명박 교육정책의 히든카드를 일단 거둬들인 셈이다. 이미 예상했듯이, 반발은 거셌고,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많았다. 이 정도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이야기를 꺼내지도 말 것이고, 예상을 했다면, 좀 더 계획적으로 카드를 꺼내들어야 했다. 이번 몰입교육방안에는 두 가지 기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당위성이다. 아무리 영어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왜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이 이름도 무시무시한 영어 몰입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미친 짓’이라고도 생각하는 이 일에 대한 민족적, 사회적 거부감이 너무나 컸다. 둘째는 조속한 실행가능성이다. 추진을 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정 및 평가방법의 개발, 교원수급의 해결은 요원하고 암담했다. 무엇보다 해당 교과목 학업성취가 현저하게 저하될 우려는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영어몰입교육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꽤 현명한 선택이기도 하다. 첫째, 우리가 영어를 잘하려면 자국 내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할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하고, 학교환경은 그 기회를 제공할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구의 최소 20% 정도가 외국인이라면 상황은 다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볼 만한 곳은 다양한 내용의 강의와, 학습활동, 토론 등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수업시간이 최적이다. 둘째로 수년간 여러 나라에서 논의 연구된 바 몰입교육은 외국어 학습에 매우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라는 점이다. 몰입교육의 근간은 내용중심교수법(content-based instruction)에 있다. 이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문법, 어휘, 표현들의 학습에만 집중하기보다, 실제 내용이 담긴 지식을 영어로 배우는 편이 보다 흥미 있게 영어를 익히고, 실제 언어를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몰입교육 딜레마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한 가지 해결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바로 자율적인 몰입교육 도입이다. 이명박 교육정책의 키워드는 자율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대학자율화, 중·고교 평준화 해체 등 학교간 자율경쟁을 시키겠다고 한다. 이 키워드가 몰입교육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영훈초, 국제중, 민사고가 왜 그렇게 인기를 끌게 되었는가? 바로 이 몰입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도입하였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정부가 굳이 나서서 모든 학교를 일시에 억지로 몰입교육을 시행하기보다, 몰입교육을 도입하려는 학교들을 장려하고, 지원을 해주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민간 학술단체와 시도교육청 등에서 몰입교육을 연구하고, 관련 교육과정의 다양한 모형을 개발, 평가하고, 영어몰입 교사양성, 훈련 등을 하고자 하는 전문 기관을 선발하여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해주는 일을 감당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억지로 시행을 강요할 때는 화를 내던 학교장, 교사들도, 어느덧 몰입교육 시스템 도입을 재고하고, 장점을 발견하며, 자신도 변화해야만 될 위기감을 스스로 느낄지도 모른다. 영어몰입교육, 미친 짓이 되어서도 억지로 서둘러서도 안 된다. 그러나 미워할 이유도 없다.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선택적으로 추진해갈 일이다. 김혜영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6국] 이세돌, 삼성화재배 우승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6국] 이세돌, 삼성화재배 우승

    제4보(74∼86) 이세돌 9단이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올 한해도 이세돌의 천하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24일 서울 삼성화재 본사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12회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이세돌 9단은 박영훈 9단에게 흑1집반승을 거두었다. 종반 무렵 검토실에서는 미세하나마 박영훈 9단의 우세를 점쳤지만, 이세돌 9단은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박영훈 9단의 작은 빈틈을 찔러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장장 5시간이 넘는 대혈투였다. 이로써 2억원의 상금을 거머쥔 이세돌 9단은 다음달 한상훈 2단과 맞붙게 될 LG배 결승에서 또 한번 우승사냥에 나선다. 백74로 끊은 것은 살기 전에 흑에게 응수를 물어본 것. 흑이 77을 선수해 백이 78로 뻗게 되자 상변의 흑도 두집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흑79로 가만히 늘어둔 것은 정수. 급한 마음에 <참고도1> 흑1 이하로 백을 잡으러 가는 것은 백의 역공에 말려 오히려 흑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흑85는 자신의 단점을 보강하면서 백을 압박하려는 의도. 여기서 박정환 2단이 백86으로 손을 돌린 것은 이미 백이 사는 수순을 확인해 두었기 때문이다. 만일 흑이 백을 잡으러 간다면 <참고도2> 흑1,3으로 파호하는 것은 절대. 이때 백이 4로 가만히 늘어두면 흑5로 찝는 수와 백6으로 찌르는 수가 맞보기가 된다. 흑은 9까지 억지로 버틸 수는 있지만, 백이 10으로 끼우는 순간 흑의 포위망은 속절없이 돌파 당한다.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 [영화 리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말아톤’ 정윤철 감독,‘연기파 배우’ 황정민,‘CF스타’ 전지현의 조합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영화. 자신이 악당들의 계략 때문에 잠시 초능력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슈퍼맨(황정민)은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나타나는 인물이다. 하와이언 셔츠에 복고풍 파마머리를 한 그는 주위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다른이들을 돕는 일에 열중한다. 그리고 여기 슈퍼맨과는 상극인 한 여자가 있다. 억지 눈물과 감동이 죽도록 싫고, 동정심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믿는 휴먼다큐 PD 송수정(전지현).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방송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현실적인 그녀에게 슈퍼맨은 그저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슈퍼맨의 활약상을 쫓던 그녀는 어느새 모두들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그의 꿈을 함께 좇게 된다. 이 영화는 이타심과 인류애, 봉사심 등 성공지상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이 잊고 살아가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목도하게 하는 영화다. 요즘 시대의 시각으로는 자기 이익보다 남을 돕는 데 모든 힘을 쏟는 슈퍼맨은 바보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의 솔직함과 당당함은 오직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세태에 경종을 울린다. 지난 2005년 1월, 영화 ‘말아톤’으로 관객 500만명을 동원하며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정윤철 감독은 또한번 ‘감동 열풍’에 도전한다. 누구나 한번쯤 해볼 만하고, 꼭 해야 하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낸 것은 발군이다. 하지만, 내용이 워낙 ‘교과서적’이고 드라마적인 요소가 약해 사회적 메시지가 관객 동원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또한 영화속에서 요즘 현대인을 상징하는 송수정의 캐릭터처럼 강요된 감동이라면 질색하는 젊은이들이 한편의 순수한 ‘예술영화’를 연상케도 하는 이 작품에 얼마나 공감할지도 의문이다. 다만 촬영하는 동안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자신을 실제 ‘슈퍼맨’이라고 믿었다는 황정민의 연기와 ‘모든 평범한 사람이 잠재된 ‘슈퍼맨임’을 깨닫게 하는 영화적 가치는 분명히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다. 지난 94년 PC통신에서 연재되었던 ‘어느날 갑자기‘에 수록된 단편소설 중 하나로 작가 유일한씨가 제작에도 참여했다.31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전지현 ‘눈빛배우’ 되고 싶어

    전지현 ‘눈빛배우’ 되고 싶어

    큰 키에 자그마한 얼굴, 전지현은 꽤 낙천적이고 여유로웠다.10년차 여배우로서의 부담감이나 흥행에 대한 압박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동안 쌓인 공력과 노련미가 그 자리를 메웠다. TV CF속에서나 간간이 얼굴을 볼 수 있던 그녀가 2년 만에 대중앞에 들고 나온 작품은 휴먼드라마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자신이 한때 초능력을 지닌 슈퍼맨이라고 믿고 남을 돕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한 남자(황정민)와 그에게 점차 동화되가는 휴먼다큐 PD의 이야기다. “하루하루 바쁜 삶에 찌들어 살다보면 잊고 지내는 것들이 많잖아요. 이 작품은 우리가 잊어 버린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예요. 감독과 상대배우에 대한 신뢰도 컸지만, 무엇보다 가볍지 않은 메시지가 좋아 출연했어요.” ‘슈퍼맨’에서 그녀가 맡은 역은 억지 눈물과 동정심에 호소하는 프로그램 제작에 신물이 나버린 3년차 방송프로덕션의 PD. 영화속 전지현은 짧게 자른 앞머리에 잡티까지 고스란히 보이는 맨얼굴, 시시때때로 담배를 꺼내무는 폼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화장 좀 할 걸 그랬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에는 연기하면서 스스로에게 많이 진실했던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여유도 생겼고, 기존의 ‘자연스러움’에 색깔을 입혀 인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썼고요. 그래서인지 찍은 후에 확실히 덜 창피하던걸요?” 광고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수년간 ‘CF퀸’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그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아직도 배우보다는 ‘CF스타’라는 수식어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저 역시 스크린보다 CF에 익숙하다보니 매너리즘 아닌 매너리즘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괜찮아요. 전 앞으로 계속 배우로 살아갈거고, 이번 작품만 하고 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전 이번 작품에 가장 낮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이것도 제가 앞으로 연기를 점점 더 잘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스타들이 쏟아져 나오는 연예계 현실상 때론 위기감에 휩싸일 법한데도 그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전 여배우로서 나이들어가는 것이 좋아요. 배우는 어차피 표현하는 직업인데, 살면서 감정의 깊이가 더해지면 연기도 더욱 성숙해지지 않겠어요? 그 나이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하며 살고 싶어요.” 최근 한 지인에게 ‘네가 무엇을 하면서 행복한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는 그녀. 하지만, 자신이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깨달았다고 한다. 지난 10년여간 톱스타로서의 자리를 유지한 비결이 읽히는 대목이다. “처음엔 재미있고,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어요.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도 열심히 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성공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버렸어요. 노력은 하되 마음은 계속 비워내려구요.” 궁극적으로는 ‘눈빛으로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전지현. 그녀는 올 상반기 또하나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홍콩, 일본, 프랑스 합작 영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 “언어, 연기, 주어진 캐릭터. 무엇하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어요. 동시에 소중한 경험이자 도전이었죠. 할리우드 제작시스템을 체험하면서 영화를 보는 시야도 넓어졌어요. 곧 미국에서 개봉할 텐데 잘됐으면 좋겠어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산후조리원의 ‘불량 위생’

    MBC ‘불만제로’는 청소대행업체를 이용했던 소비자들의 기막힌 사연을 소개하고 산후조리원의 충격적인 실상을 고발하는 ‘수상한 청소대행업체·산후조리원’편을 24일 오후 6시50분에 방송한다.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청소대행 불만 상담 건수는 388건. 이는 전년도의 10건에 비해 엄청나게 급증한 수치다. 그 중심에는 ‘깨끗한 청소나라’‘모든 환경’‘크린 나라’로 불리는 3곳의 청소대행사가 있는데, 이들은 사실 동일 업체다. 문제는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서비스.A씨는 이사를 앞두고 ‘깨끗한 청소나라’에 입주청소를 의뢰했다. 그러나 이사 당일에도 연락이 없어 A씨는 직접 청소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환불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20% 위약금을 물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듣는다.B씨는 1년 동안 무상서비스를 해준다는 말에 ‘깨끗한 청소나라’를 선택했다. 하지만 단 한번의 사후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현대 산모들의 출산 필수코스인 산후조리원의 문제점도 짚어 본다. 전국 259곳에 이르는 산후조리원의 평균가는 177만 900원. 이는 과연 합당한 수준일까. 특별 서비스와 교육 프로그램을 빌미로 몸매 보정 마사지, 자산 관리, 아기 사진 촬영 등을 해주지만 이들은 억지성 판촉이나 다름없다. 또 철저한 소독과정을 거친 간호사만 들어갈 수 있는 신생아실에 떡, 피자, 삶은 달걀 등 각종 음식이 반입되고 있는 사실도 놀랍다. 더욱이 2002년 신생아 사망 사건이 있었음에도 ‘셀프 수유’가 여전히 많은 산후조리원들에서 행해지고 있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로펌 탐방] 법무법인 지평

    [로펌 탐방] 법무법인 지평

    “로펌활동과 공익활동을 서로 관련없는 별개로 보는 이분법은 자칫 ‘로펌 활동은 법과 윤리를 팽개쳐도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는 특권층인 만큼 사회책임을 다하는 것은 의무입니다.” ●“로펌도 ‘기업사회책임’ 고민해야” 지난해 5월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로 선임된 조용환 변호사의 말이다. 그는 로펌의 사회책임을 부쩍 강조하면서도 두 가지 전제조건을 언급했다. 바로 “고객이 원하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첫번째이고,“그 기초 위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는 기업들이 수익을 내면서도 장기적으로 사회책임을 다해 소비자와 국민들의 신뢰를 받도록 법적인 틀 안에서 돕는 것”이 두번째라는 것이다. 사실 지평은 다양한 공익활동을 통해 사회책임에 열심인 로펌으로 유명하다. 공익활동 참여를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고 공익위원회를 내부에 둘 정도다. 하지만 정작 지평에서는 그런 평가가 썩 반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이는 자칫 ‘운동권 로펌’이라거나 ‘노동자 편만 드는 로펌’이라는 식으로 오해받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펌에서 ‘사회책임’이 여전히 어려운 주제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지평에는 ‘고문’이 없다 지평에는 다른 로펌과 달리 고문이 없다. 고문 제도는 그동안 전관예우나 로비의혹 등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는 등 많은 문제를 노출해 왔다. 조 변호사는 “최근 고문 제도가 법조계의 어두운 측면으로 작용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변호사들이 갖지 못한 것을 보완해주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법조계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발전적으로 부작용을 거르지 못한 채 최근에는 고문을 두는 게 관행처럼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젊고 패기있는 변호사들이 자기 능력으로 인정받고자 시작했고 비교적 순조롭게 여기까지 오다 보니 특별히 고문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을 뿐 고문을 영입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도 최근 고문을 영입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억지로 고관을 영입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민주적 운영 강점 지평은 전체 변호사 54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0명이 파트너 변호사다. 입사 후 3년이 되면 파트너 심사 대상이다. 전체 구성원의 급여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도 특징이다. 조 변호사는 “지평은 다른 로펌에서 소속 변호사급 연차인 젊은 변호사들이 만들었다.”면서 “이들이 새로 변호사를 뽑을 때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고 후배들에게 파트너를 일찍 개방하면서 피라미드 인력구조가 아니라 원통형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공정한 로펌 운영이 구성원들의 열의와 소속감을 높이고 지평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하나로텔 인수해도 시장점유율 38%밖에 안돼”

    SK텔레콤이 공격을 받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한 정보통신부 인가와 관련해서다. 포탄을 퍼붓는 쪽은 KTF와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나 인수 자체의 봉쇄보다는 정통부를 압박해 ‘실리’를 얻어내려는 전략적인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통부는 일단 다음달 17일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물론 추가시한이 있다. 현행법상 30일이다. SKT는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경쟁업체들이 기를 쓰고 반발하는 것은 ‘떼쓰기’라고 일축한다. 정권 교체기에 이슈화하는 것은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다름아닌 황금의 주파수로 일컬어지는 800㎒ 대역의 주파수 공동 사용과 시장점유율 제한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SKT측은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21일 “전체 통신시장을 100으로 놓고 볼 때 KT그룹이 45를 차지하고 있고 SKT와 하나로텔레콤을 합해도 38밖에 안 된다.”면서 “시내 및 시외전화·국제전화·초고속인터넷 등 4개 부문에서 1위 사업자인 KT의 자회사(KTF)가 시장지배력 심화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LG통신계열사측의 주장엔 “LG통신그룹도 유무선 통신은 물론 단말기·장비·시스템까지 다 갖춘 통신전문기업”이라며 “경쟁기업의 인수 및 합병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억지”라고 강조했다. 800㎒ 주파수에 대해서도 이미 끝난 얘기라는 반응이다. 이 주파수는 경쟁사들의 PCS의 주파수 대역인 1.8㎓에 비해 전파도달거리, 굴절성 등이 뛰어나다.KTF와 LG통신계열사들은 하나로텔레콤 인수문제를 지렛대 삼아 SKT의 800㎒ 주파수를 사용하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SKT측은 “800㎒ 주파수는 정부가 2011년까지 사용권한을 부여해준 것”이라면서 “사용권한 기간이 만료되면 정부에서 재할당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시즌 질질~” 프리즌브레이크 방영재개

    “시즌 질질~” 프리즌브레이크 방영재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3, 변화가 필요하다.” 인기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가 시즌3 방영 재개를 앞두고 관심과 질타를 동시에 받고 있다. 14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다시 방영을 시작하는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3에 대한 기대가 높은 가운데 캘리포니아 지역신문 ‘프레스엔터프라이즈’가 “억지스러운 시즌 연장”이라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13일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3에 대한 프리뷰 기사에서 “프리즌 브레이크는 웬트워스 밀러의 스타파워로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며 “방영 재개 이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문은 앞선 두 시즌이 완전한 결말을 보여줘서 시즌 사이의 연결성이 떨어지는 점을 비판했다. 신문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맥가이버’와 ‘24’를 예로들며 “좋은 시즌제 드라마들은 매 시즌의 결말이 불완전했기 때문에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도 자연스러웠다.”며 “그러나 프리즌 브레이크는 그렇지 못하다.”고 적었다. 이어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1에서 이미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목표를 이루거나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는 환경에 처해졌다.”면서 “이는 리얼리티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끝으로 “오늘밤 방영을 재개하는 프리즌 브레이크는 감동이나 다른 어떤 재미의 요소도 없는 드라마”라며 “목적도 없는 쇼를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라며 남은 방영분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를 촉구했다. 한편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3 9화는 14일 오후 8시에 미국 폭스TV를 통해 방영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올바른 자녀교육] 집안 곳곳에 책 놓아두기

    [올바른 자녀교육] 집안 곳곳에 책 놓아두기

    집은 책으로,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워라. -앤드류 랑그- “거실을 책으로 덮어라. 이것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법이다.” 누군가 했던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책 좀 읽어라.”라고 말하기보다는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집은 가는 곳마다 책으로 쌓여 있다. 질서정연하지는 않지만 가는 곳마다 책이 있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는 분위기다. 나는 재형이가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서 책을 둔다. 재형이 방에도 책상 위에, 침대 머리맡에, 그리고 책가방을 두는 곳에, 방바닥에 각종 책을 둔다. 재형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 위주로 갖다 놓는 것이다. 그러면 재형이는 공부하다가도 그 책을 펴 보고 침대에 누웠다가도 문득 집어 들곤 한다. 화장실에도 가면 책을 놓는 곳이 있다. 세면대 옆 타월 넣는 작은 장식장에도 책이 있고, 변기 앞에도 바로 시선이 머무는 곳에 책을 둔다. 재형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인데 재형이가 그 책을 읽으려 하지 않을 때에는 안타까워진다. 재형이가 자주 가는 곳마다 그 책을 옮겨 놓는 일도 허사가 되어 버릴 때쯤, 나는 이런 방법을 쓴다. “재형아, 엄마가 이 책을 읽었는데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영 이해가 안된다. 네가 읽고 요약 좀 해 줘 봐.” 그러면 재형이는 좋아라 하며 그 책을 읽고 요약해 준다. 가끔은 신문 논술이나 잡지에서 좋은 글을 발견했을 때에도 이런 방법을 쓴다. 출력해서 건네주고 요약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또는 이렇게 하기도 한다. “이 글을 읽어봐. 그러면 내가 퀴즈 낼 게 있거든. 퀴즈 세 문제를 맞추면 상 줄게.” 그러면 재형이는 신나 하며 얼른 읽고는 빨리 퀴즈 내라고 한다. 퀴즈는 유치해도 된다. 애가 그 글을 익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고등학생은 책 읽을 시간이 물론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 이런 습관을 들여 주는 것도 좋다. 이를테면 잠들기 전 30분은 책을 읽고 잠을 자게 하는 것이다. 또는 집에 와서 간식을 먹고 난 후 30분이라든지, 30분도 없으면 15분만이라도 꼭 책 읽는 습관을 갖게 해 주자. 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재형이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틈만 나면 손에 책이 들려 있고, 책 읽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또 주로 내가 읽은 책 중에 좋은 책을 재형의 시선에 놓아두기 때문에 나와 읽은 책이 같게 되어 대화가 통한다. 좋아하는 작가가 비슷하게 되었고, 좋아하는 문체도 비슷하게 되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유머에 대해 논하고, 신현림 문체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음악 사랑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요즘의 판타지 문학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다. 음악가들의 인생에 대해 논하고, 철학자들의 괴벽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강제로 책을 읽으라고 하고, 논술 문제에 나오는 책을 골라서 억지로 읽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책을 읽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인식되면 정말 안 된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이어야 한다. 그냥 눈길이 머무는 곳에 있기에 들어서 읽어보았더니 재밌더라, 엄마가 읽길래 무슨 책인가 해서 봤더니 그게 참 유익하더라. 이렇게. 책 읽는 것이 놀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논술이나 글짓기 훈련도 학원에서 억지로 공부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이런 독서 습관에서 오는 것이다. 이런 독서 습관은 아이의 유머 능력과 토론 능력을 길러 준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게 해 주고, 아이의 얼굴을 지성으로 빛나게 해 준다. 글 송정림 그림 유재형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사설] 북핵 완전한 신고가 정답이다

    북한과 미국이 핵 신고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는 이미 지난해 11월 핵 신고서를 작성했으며 그 내용을 미국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는 아직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받지 못했다.”면서 6자회담을 통한 성실한 핵 신고를 거듭 촉구했다. 우리는 북측이 핵신고와 관련해 그들의 주장대로 자기 할 바를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다른 6자회담 참가국조차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어서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북한은 지난 연말이 시한인 핵폐기 1단계 조치를 아직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고를 다했다고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은 경제·에너지 지원에 불만을 느꼈기 때문일 수 있다. 불능화를 조절하면서 핵폐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핵무기를 비롯한 핵 프로그램 전부를 성실하게 신고하기를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전략적 결단을 내리기 앞서 시간을 벌자는 속셈도 읽힌다. 다행인 것은 북한이 그래도 6자회담 합의이행과 협상에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점이다. 북측이 부시 행정부의 임기내 핵타결이란 스케줄을 계산에 넣고 협상을 끌고 갈지는 중순 이후 개최될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 확인될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4강 특사단이 곧 파견된다고 한다. 북핵 해결을 위한 미·일·중·러와의 협력과 공조를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6자회담 참가국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성실하고 완전한 핵신고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
  • 조정선 MBC 라디오PD 인터뷰

    조정선 MBC 라디오PD 인터뷰

    조정선(48) 프로듀서는 요즘 밤 10시 MBC ‘붐의 펀펀라디오’를 맡고 있다. 아닌 밤중에 박명수의 ‘호통진행’으로 유명했던 프로그램이다. 라디오편성기획팀 부장에 24년차 PD가 고농도의 젊은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비결을 묻자, 조 PD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았다.“철이 없는 거죠, 쉽게 얘기하면. 저는 정말 철딱서니 없이 죽을 거예요.” 1984년에 입사해 ‘별이 빛나는 밤에’‘배철수의 음악캠프’‘두시의 데이트’‘이종환의 디스크쇼’ 등 40여개의 프로그램을 제작한 조 PD는 ‘나서기’ PD로도 유명하다.DJ 대타는 물론, 자신의 코너도 여럿 꾸렸다. 지금 생각해도 뱃속이 서늘해지는 순간도 있다. 이제 막 1년차에 접어들던 1985년.“당시 이종환 선배가 DJ였는데 방송 중에 선배가 정부비판적인 발언을 했어요. 그런데 바로 전화가 온 거예요.‘여기 정부 기관인데 당신 말 똑바로 하라´고. 종환 형이 어찌나 당황했는지 콘솔의 주 전원을 꺼서 몇초간 방송이 안 나갔어요.” 중증 장애인을 초청한 14년 전 ‘별밤’ 공개방송 현장에서는 참가자들과 함께 잔디밭에서 춤 추던 조 PD를 진행자 이문세가 못 알아봐 ‘DJ가 PD를 찾지 못한’ 웃지 못할 소극도 있었다. 20년간 그에게 쌓인 방송 경험만큼 라디오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라디오를 일차적으로 공격했던 비디오매체 사이에도 경쟁이 심해지며 DJ는 물론, 초대손님 섭외가 어려워진 것. 청취자들은 더 공격적·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게 됐다. 청취율은 줄어든 대신 이같은 ‘팬덤’, 라디오 마니아층의 형성이 또 다른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펀펀라디오’만 해도 하루 평균 3000∼1만개의 문자가, 컴퓨터로 들을 수 있는 미니 라디오로는 1000여개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조 PD는 요즘 공중파 라디오가 스스로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했다. “라디오에서 TV스타들을 기용해 단번에 빛을 보려는 게 제일 문제죠. 라디오는 라디오만의 스타들이 탄생해야 되는데 TV에서 데려와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니 더 나락에 빠져요.” 라디오만의 구성도 그의 고민 중 하나다. 예전에는 라디오 구성을 TV쪽에서 가져갔는데 요즘은 TV의 아이템을 라디오에서 활용하는 추세다. 그에게 라디오는 ‘추억의 매체’가 아니다. 인간미 있는 진행자와 방송이 만드는 ‘따뜻한 매체’다.“이 매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배신하지는 말아야죠. 최근 들어 이를 역행하는 일들이 꽤 있어요. 라디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돈 줘서 억지로 데려다 진행을 맡긴다는지 하는…. 서민 매체인 만큼 살기 녹록지 않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려는 노력도 해야죠.” 최근 ‘펀펀라디오’에서는 청춘모니터요원을 뽑아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청취자 대부분이 “위로의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라디오가 좋았다.”고 답했단다. 사람을 향하는 라디오. 라디오는 쭉 현재진행형이다. 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2008 희망지기] 화마 딛고 일어선 이상용 어린이

    [2008 희망지기] 화마 딛고 일어선 이상용 어린이

    “새해엔 용기내서 친구들에게 먼저 손내밀 거예요. 밖에서 야구나 축구도 하면서 힘차게 놀게요.”2일 서울 동작구 본동 이상용(11·강남초교 5학년)군의 집. 겨울방학을 맞은 상용이는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나 컴퓨터 게임 ‘삼매경’에 푹 빠져있었다. 상용이의 꿈은 임요환, 마재윤과 같은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 스타크래프트 세계에선 또래 그 누구보다 빠른 머리회전과 손놀림이 자신있는 상용이다. ●“트라우마·은따의 상처는 잊을래요” 상용이는 얼굴과 손, 대퇴부와 어깨 등 전신 18%에 3도 화상을 입었다.100% 화상을 입었던 얼굴은 세월의 힘으로 이제 50%까지 줄었다. 화마가 상용이를 덮친 건 2005년 2월14일. 추운 날씨 탓에 거실 소파 옆에 전열기를 틀어놓은 것을 잊은 채 컴퓨터 게임을 하러 방으로 들어갔던 게 화근이었다. 지직지직 타는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거실은 이미 까만 연기로 가득 찼다. 간호사로 병원 밤샘 근무를 마치고 안방에서 곤히 잠든 엄마를 깨웠지만 이미 현관으로 빠져나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엄마는 불길을 등지고 상용이를 꼭 끌어안았다. 소방대원들과 가족들이 뒤늦게 구출했지만 결국 12일 뒤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투가 시작됐다. 화재가 남긴 트라우마(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상용이에게 잠을 앗아갔다. 악몽에 시달리며 30분 이상 잠을 자지 못했고 깨어나선 20∼30분 동안 괴성을 질러댔다. 심리안정제에 의존해 억지로 잠을 자면서도 괴로움에 몸부림쳤다.6개월 동안 그랬다. 친구들의 ‘은따(은근히 따돌림)’도 견디기 힘들었다. 대놓고 놀리지는 않지만 은근히 상용이를 멀리 했다. 하굣길 학교 앞에 주차된 학원버스 안에서 아이들이 손가락질하며 놀려대는 모습을 보고 아빠 이근우(47)씨 앞에서 30분간 대성통곡하기도 했다. 엄마 얘기만 나오면 “나 때문에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입을 굳게 다물고 눈가에 눈물만 그렁그렁 맺는다. ●스타크 세계 제패 프로게이머가 꿈 하지만 고통이 남긴 것은 상처만이 아니었다. 상처를 딛고 일어선 상용이는 또래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배려심이 깊다. 당초 엄마가 미국에서 치료받고 있는 줄 알고 있다가 1년 전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상용이는 울먹이며 “아빠, 동생에겐 말하지 말아요. 충격받게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외식하러가도 꼭 동생과 아빠 먹을 것을 먼저 챙긴다. 아빠 이씨는 “상용이가 고통에 몸부림칠 때 정말 도망가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전신마비 장애인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있는 힘에서 희망의 빛을 보는 것처럼 기다리면 즐거움은 꼭 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상용이는 새해에는 좀더 적극적으로 바뀌고 싶어한다.“움츠리지 않고 친구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친절하게 다가가면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거예요. 친구집에 놀러 가서 게임 대전(大戰)도 하고 싶어요.”아직 웃는 모습이 어색하지만 그 누구보다 미소가 환하게 빛난다. 글 사진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소설당선작] 우유의식/홍희정

    홈쇼핑 채널에서는 석류 즙에 대한 소개가 한창이었다. 쇼 호스트는 활기찬 하이 톤의 목소리로 석류의 장점을 연신 강조했다. 중년의 여자 탤런트가 과장된 몸짓으로 와인 잔에 석류 즙을 따라 부었다. 살포시 눈을 감은 채 석류 즙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텔레비전 화면에 가득 찼다. 고개까지 젖히며 잔을 비운 그녀는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거꾸로 든 빈 잔을 머리 위로 올리고 흔들어 보였다. 누군가가 입 꼬리를 옆으로 잡아당긴 것처럼 웃는 그녀의 얼굴은 의욕이 넘쳐 보였다. 활기찬 그녀와는 달리 나는 젖은 빨래처럼 팔, 다리를 늘어뜨린 채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판단력이 사라진 채 멍하니 텔레비전만 바라볼 뿐이었다. 내 머리는 우주를 떠받들고 있는 듯 무거웠다. 눈은 가물가물해서 자꾸만 시야가 흐려졌다. 나는 당장이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깊은 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끄고 나면 그나마 남아 있던 잠의 꼬리마저 도망쳐 버릴 것 같았다. 나는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꿈을 꾸는 것이 두려워 쉽게 잠들지 못했고, 그것이 불면증으로 이어진 케이스였다. 며칠 전에 들른 병원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심리적인 문제일 거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나는 적정량의 수면제로만으로는 잠이 오지 않았고 그나마 처방 받은 수면제도 다 먹어 버린 지 오래였다. 철이 들면서부터 나는 늘 같은 꿈에 시달려 왔다. 사실 그것은 꿈이기 이전에 오래전 내가 겪은 일이었다. 나와 동생은 이불도 깔리지 않은 방에 함께 누워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낮에 비를 너무 많이 맞고 돌아다닌 우리는 온몸이 젖은 채였다. 동생은 어디가 아픈지 자꾸 기침을 했지만 나는 너무나 피곤해서 눈을 뜨지 못했다. 동생을 돌볼 사람이 나뿐이라는 사실도 버겁게만 느껴졌다. 한참 동안 계속되던 동생의 기침 소리가 갑자기 커지더니 이내 작아졌다. 그제서야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방안은 너무 캄캄해서 동생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더듬거리며 동생의 얼굴을 만져 보았다. 손끝에 닿는 동생의 얼굴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동생이 죽은 뒤로 나는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방안 구석에 서 있는 지금의 내가, 동생의 얼굴을 더듬는 어린 나를 바라보는 꿈이었다. 그리고 꿈의 마지막에는 항상 어린 내가 지금의 나를 날카롭게 응시했다. 그때마다 나는 번뜩이는 어린 나의 시선에 몸이 굳어 버렸다. 잠에서 깨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여 보아도 온몸이 꽁꽁 묶인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꿈속의 장면을 떠올리던 나는 늘어뜨린 팔, 다리가 굳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어 화면에 나오는 홈쇼핑 주문 전화번호를 눌렀다. 자동주문 전화는 1번, 상담주문 전화는 2번이라는 안내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2번 버튼을 힘껏 눌렀다. 버튼을 누르는 내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상담원과 연결이 되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상품을 주문했다. 나의 신용카드 번호와 주소를 확인하는 상담원의 목소리에 나의 손은 떨림을 멈추었다. 하지만 주문을 마치고 휴대폰을 닫자 갑자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웃음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껐다. 그리고 바닥에 있던 옷가지를 주워 입고 무언가에 도망치듯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새벽 3시의 주택가 골목은 고요했다. 가로등 불빛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건너편 동네의 아파트를 바라보니 드문드문 불이 켜 있는 창문들의 모양이 무표정한 이모티콘처럼 보였다. 나는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평소처럼 집 근처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캄캄한 골목에 내가 신은 슬리퍼 소리가 타박타박 울렸다. 목적지도 없이, 그것도 새벽 3시란 시간에 동네를 어슬렁대는 것은 짝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나의 감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나는 문득 외롭기도 했다가 갑자기 서럽기도 했다가 느닷없이 의욕이 생기기도 했다가 결국엔 허무하기도 했다가 나중엔 내 자신이 우스워졌다. 괜히 나온 것 같아 후회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운 좋게 잠이 든다 해도 반복될 꿈이 두려웠다. 나는 항상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순간까지 가서야 눈을 뜨곤 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나는 깨어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늦은 새벽까지 내 전화를 받아주던 친구들도 하나 둘 떨어져 나가 이젠 전화를 걸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홈쇼핑을 보며 상담전화를 걸어 물건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주문하는 물건이 무엇인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깨어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열 평 남짓한 나의 원룸은 홈쇼핑으로 주문한 물건들이 뜯지도 않은 상자 채 쌓여 가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저만치 불이 켜진 편의점 간판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갑자기 나는 깨어 있는 누군가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슬리퍼 바닥이 땅에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결국 나는 편의점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편의점의 문을 힘주어 열자 전자음의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높은 톤의 음악소리는 단순하지만 날카로웠다. 카운터 쪽을 바라보니 아르바이트 생인 듯한 남자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졸고 있었다. 편의점에는 그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나는 냉장 코너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우유와 삼각 김밥과 오렌지주스를 차례로 한 번씩 들어 올렸다 다시 내려놓았다. 식욕이 없어서인지 머릿속이 멍하기만 했다. 나는 결국 캔 커피를 집어 들고 카운터로 갔다. 잠을 자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언제나처럼 그것밖에는 마시고 싶은 것이 없었다. 나는 계산대로 걸어가 캔 커피를 올려 놓았다. 그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캔 커피를 들었다가 조금 거칠게 카운터에 다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깨어날 줄을 몰랐다. 그가 자는 모습에 나는 자꾸만 불안해졌다. 그를 깨우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캔 커피만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캔 위에 맺힌 물방울이 나의 손을 적셨다. 당장이라도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고 싶었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의 어깨가 아닌 나의 가슴께로 젖은 손을 가져갔다. 평소에 나는 누군가가 잠든 모습을 보면 명치끝이 답답해지곤 했다.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 숨마저 얕게 쉬고 죽은 듯이 잠을 잘 때면 동생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뚜껑을 덮어 버린 커다란 항아리에 갇힌 것처럼 두려움에 휩싸였다. 때문에 장소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자는 모습을 보면 참지 못하고 깨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지하철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유독 미동도 하지 않고 잠든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황급히 그들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잠에서 깬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거나 몹시 화를 냈다. 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얼굴을 돌리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아도 어느새 상대의 어깨를 흔드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이번에도 나는 혹시 그가 숨을 쉬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에 그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행이 그의 가슴은 호흡에 따라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에 나는 막혔던 숨이 터지듯 안도했다. 나는 그를 조금 더 가까이서 관찰했다.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저절로 반쯤 벌어진 입주변이 하얗게 부르터 있었다. 하지만 유난히 힘차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그의 호흡만은 의욕이 넘치는 듯 활기차게 느껴졌다. 힘차고도 부드럽고도 성실한 호흡이었다. 나는 캔 커피 따위는 잊어버린 채 한참 동안 그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심각한 꿈을 꾸는지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말로 잠꼬대를 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활기차고 부지런한 모습으로 자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카운터에 손을 집고 서서 그의 얼굴 가까이 내 얼굴을 가져갔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코로 공기가 듬뿍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의 코끝에 천천히 손가락을 가져갔다. 들락날락하는 공기가 나의 손끝을 부드럽게 간지럼 태웠다. 그것은 새끼 고양이가 엉킨 실타래를 풀며 장난을 치듯 따뜻하고 평온한 기분이 들게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감긴 그의 눈꺼풀 안쪽에서 눈동자가 움직이며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제서야 나는 그에게 너무 가까이 가 있던 자신에게 놀랐다. 그가 갑자기 깨기라도 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될 게 뻔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고였다. 나는 황급히 편의점 문 쪽으로 걸어갔다. 편의점 문의 손잡이를 잡은 채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곤하게 자고 있는 그가 몹시 부러웠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잡이를 잡은 나의 손끝에 미련이 남아 있었다. 나는 최대한 천천히 문을 밀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전자음의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어. 어서 오세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인사말부터 한 그는 들어오는 게 아닌 나가려는 자세의 내 모습을 보고 의아스러워하는 듯했다. 나는 손잡이를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의심받을 행동을 한 건 없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망설이던 나는 그를 향해 말했다. -들어오려던 게 아니라 막 나가려던 참인데…… 별로 살 게 없어서요. 새벽 3시에 일부러 편의점을 찾아온 사람이 하는 말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듯 그는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말이 자꾸 나왔다. -캔 커피를 사려고 했는데 자는 모습이 너무 피곤해 보여서요. 그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더니 웃으며 말했다. -깨우셔도 되는데 그랬네요. 지금 계산해 드릴게요. 그제서야 나는 캔 커피를 카운터에 그대로 놔둔 것이 생각났다. 할 수 없이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에게 카운터에 올려져 있던 캔 커피를 건네었다. 그러자 바코드를 찍으며 그가 말했다. -밤에 이런 거 좋지 않아요. 그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담담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듯한 목소리는 그가 자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돈을 꺼낼 생각은 못하고 그의 정수리만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어 쑥스러운 듯 웃는 그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가 캔 커피의 바코드를 한 번 더 찍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 캔 커피를 가져다 넣고 우유 두 개를 꺼내 왔다. 그는 입구를 조금 연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작동 버튼을 눌렀다. 나는 그가 하는 행동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전자레인지가 멈추었고 그는 따끈해진 우유 팩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우리는 우유 팩을 손에 쥔 채 편의점에서 함께 아침을 맞았다. 그는 전에도 가끔 캔 커피를 사러 온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횟수가 반복될수록 늦은 새벽에 커피를 사는 내가 의아스러웠다고도 했다. 커피를 마시며 편의점을 나가는 내 뒷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쓰였었다며 웃는 그의 얼굴이 성실해 보였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그 웃음을 믿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웃는 얼굴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저 그가 힘차게 숨을 쉬며 자던 모습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는 나에게 밤에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궁금한 것을 순수하게 물어볼 수 있는 그의 태도도 잠든 그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커피와 상관없이 어차피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내 말은 들은 그가 자신은 밤에 실컷 잘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밤에 일하고 낮에 잘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그가 야간에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햇빛 알레르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의 햇빛 정도야 괜찮았지만 그때를 제외한 시간에는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 빨간 반점이 생기며 참을 수 없이 따가워져서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나는 주변에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만큼 심한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짐작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 뒤로 나는 새벽 3시면 매일 편의점에 들렀다. 그런 시간들이 한 달쯤 지나자 우리는 함께 잠드는 사이가 되었다. 아침 6시에 그는 퇴근을 하면서 항상 우유 두 개를 들고 내가 사는 원룸으로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편한 식사로 차가운 우유를 마시는 시간에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아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를 마셨다. 매일 반복되는 행동은 우리에게 하나의 의식과도 같았다. 우리는 그것을 ‘우유 의식’이라고 부르며 웃곤 했다. 불면증이었던 나도 그와 함께 ‘우유 의식’을 하고 나면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비록 보통 사람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죽은 듯이 자고 싶었던 때와 비교하면 호사스러운 시간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잠자리에 누우면 언제나 상대보다 늦게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상대가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면 애정이 생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곤 했다.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아려왔다. 상대도 언젠가는 사라질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그는 언제나 내가 잠들 때까지 깨어 있어 주었다. 싱글 침대 위에서 그와 꼭 붙어 있으면 힘차게 뛰는 그의 심장소리가 나에게 전해졌다. 규칙적인 그의 심장박동과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나는 안도하며 잠이 들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잠에서 깬 내가 불안함에 황급히 그를 찾으면 그는 항상 씩씩한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서는 신기하게도 나는 꿈을 꾸지 않고 잘 수 있었다. 가끔 미세한 불안함이 고개를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호흡에 따라 힘차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그의 가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힘차고도 부드럽고도 성실하게 숨을 쉬며 자는 그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가 나의 원룸에 찾아오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는 백화점에 가서 두 개의 머그잔을 구입했다. 우유팩도 나쁘진 않았지만 머그잔에 담아서 데운 우유는 온기가 더 지속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머그잔에 담긴 우유를 마시며 나는 그에게 아르바이트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는 웃으며 그러겠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 중 네 번의 밤엔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 번의 밤엔 나와 데이트를 했다. 그와 함께 하는 데이트는 해가 없을 때만 가능했으므로 우리가 집을 나설 때는 언제나 밤이었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공원을 걷기도 했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명동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배가 고프면 24시간 문을 여는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다리가 아프면 비디오 방에 가서 영화를 보았고, 때때로 PC방에서 서로에게 총을 쏘는 게임도 했고, 찜질 방에 가서 구운 계란을 먹기도 했다. 그와 데이트를 하며 나는 밤에도 깨어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추상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는 밤에도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구체적인 느낌을 갖게 되었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밤에는 예전에 홈쇼핑에서 주문했던 물건들을 함께 뜯어보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껍질째 넣어도 무엇이든 주스가 된다던 주서기에 파인애플을 통째로 넣고 갈아보기도 하고, 소나기가 와도 완벽한 방수가 된다던 등산화를 신고 샤워를 하기도 했다. 한번은 하루에 한 포씩 먹으면 좋다는 석류 즙을 한꺼번에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를 한 적도 있었다. 그는 13포째 봉지를 뜯다가 포기를 했다. 그리고 26포의 석류 즙을 마시고 27번째 봉지를 뜯는 나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말리는 그의 모습이 우스워서 나는 일부러 3포를 더 마셨다. 여름인데도 반팔 옷을 입지 못하는 그가 나를 말리며 진땀을 뺐다. 그는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언제나 긴 팔과 긴 바지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녔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긴 옷을 벗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안쓰러워 나는 원룸에 있는 단 하나의 창문에 까만 도화지를 꼼꼼히 붙였다. 하지만 그는 긴 옷을 입는 게 습관이 되어서 피부를 내놓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저 그가 편하게 자는 걸 바랐으므로 그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피부끼리 닿는 부드러운 감촉도 좋을 테지만 뽀송한 면 티에서 느껴지는 감촉도 좋았다. 우리가 편히 잠들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떤 감촉이라도 상관없었다. 매일매일이 한결같이 흘러갔다. 그가 퇴근을 하는 아침이면 나는 식탁 위에 두 개의 머그잔을 올려놓고 그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 있으면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처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우유 의식’을 하며 예전에 내가 잠들지 못했던 이유를 말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더블 침대를 하나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편하게 자는 것을 바라면서도 미세하지만 집요하게 느껴지는 불안감에 침대 구입을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 결심을 하고 나자 그의 귀가가 더욱 기다려졌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벌써 도착했을 그가 오지 않고 있었다. 시계는 6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불안했다. 그는 휴대폰이 없어서 내가 연락을 할 방법도 없었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지속되자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나 역시 그와 지내는 동안 그에게 전화연락을 할 일 따위는 생긴 적이 없었다. 그는 성실했고 한결같았다. 그런 그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에 가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별 일 아닐 것이라고 밀려오는 불안감을 외면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사정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나 자신을 다독거렸다. 그러나 습관이란 무서웠다.7시까지 깨어 있던 나는 불안함과 나른함에 결국 선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에 내가 꾸었던 꿈과는 달랐다. 그와 내가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는 나에게 등을 보인 채 누워 있었다. 항상 내가 잠들 때까지 나를 안아주던 그였는데 이상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동그랗게 구부려진 그의 등에 몸을 꼭 붙이고 그의 겨드랑이 사이로 나의 팔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크고 단단한 그의 등에 귀를 대었다. 나는 숨을 쉴 때마다 커다랗게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그의 등과 가슴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그의 등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딱딱할 뿐이었다. 나는 팔을 좀 더 뻗어 그의 왼쪽 가슴에 손바닥을 대보았다. 힘차게 뛰어야 할 그의 심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당황스럽고 무서워 그를 깨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 눈에 눈물이 차 올라 그의 모습이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뒤틀려 보였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그의 어깨를 잡아 힘껏 내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몸이 내 쪽을 향하면서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진 얼굴이 툭 하고 침대위로 떨어졌다. 아니 그것은 얼굴이 아니고 가면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표정이 떨어져 버린 그의 얼굴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그의 얼굴이 아닌 동생의 얼굴이 있었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날카로운 괴성이 나의 뱃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잠에서 깬 나는 한참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감긴 눈이 뜨거웠고 목구멍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릴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내가 겨우 눈을 떴을 때 여전히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식탁 위의 머그잔은 아까 내가 놓아둔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몹시 불안해졌다. 편의점에 가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물에 젖은 듯 무거워진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자꾸만 다리가 휘청거려서 신발을 신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가 디지털 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평소처럼 그가 현관으로 들어섰다. 분명히 내 앞에 서 있었지만 나는 그가 유령처럼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그를 힘껏 밀어버렸다. 무방비 상태였던 그는 휘청거리더니 넘어지고 말았다. 반은 어리둥절하고 반은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많이 걱정했냐고 말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아직 꿈의 잔상에서 깨지 못한 나는 그의 손길을 거칠게 쳐냈다. 교대할 아르바이트 생이 늦게 오는 바람에 편의점을 비울 수가 없어서 늦었다는 그의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의심의 독이 내 몸을 가득 채웠다. 나는 식탁으로 걸어가 그의 머그잔을 밀쳐 버렸다. -당신 말 따위 믿지 않아. 그의 머그잔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머그잔의 손잡이가 깨져 버렸다.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말하던 그도 주춤하는 듯했다. 그의 태도가 나를 더욱 동요하게 만들었다. 내 몸은 마비가 되는 것처럼 뻣뻣해져 왔다. -남겨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당신이 알기나 해! 나도 모르는 말이 내게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그를 향해서 하는 말인지 오랫동안 꿈속에 나타난 동생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식탁을 집고 있는 내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 그가 떨고 있는 나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그의 손은 가을 단풍잎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다. 순간 나는 햇빛 알레르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머니에 넣고 달리려니까 빨리 달릴 수가 없어서…… 느릿한 그의 말에 나는 누군가의 농담에 받아칠 말을 찾지 못하는 사람처럼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는 손 때문에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에게 살갗이 찢어지는 아픔은 물론이고 더 큰 상처까지 준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그 일이 있은 뒤에도 그의 생활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일주일의 네 번의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 번의 밤은 나와 함께 보냈다. 달라진 거라곤 아침 6시가 되어도 누워 있기만 하는 나를 대신해 그가 머그잔에 우유를 담아 데우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작은 침대에 그와 몸을 붙이고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의 면 티에서 더 이상 아무런 촉감도 느낄 수 없었다. 꼭 붙어 있는 우리의 몸 사이로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오는 것만 같아 숨이 막혔다. 그가 나를 꼭 안을수록 내 마음은 줄을 놓쳐 버린 풍선처럼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의 품에서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그런 나 때문에 그도 잠을 자지 못했다. 그는 점점 야위어갔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새벽 3시의 골목과 같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계속되고 있었다. 머그잔을 앞에 놓고 마주 보고 있어도 온몸이 땀에 젖도록 서로를 붙인 채 밤을 새 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아르바이트가 없을 땐 예전에 갔던 밤의 장소에 나를 데리고 가기도 했지만 나는 어디를 가도 무표정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번에는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하며 내 앞에 석류 즙이 가득 담긴 상자를 끌고 왔다. 나는 그가 내 손에 쥐여 주는 석류 즙 봉지를 멍청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시작, 이라고 힘차게 외친 그는 정말 누군가와 경쟁이라도 하듯 빠르게 봉지를 비워 가기 시작했다. 그는 봉지를 제대로 뜯을 새도 없이 허겁지겁 석류 즙을 마시기 시작했다. 거칠게 봉지를 뜯는 그의 손에 석류 즙이 이리저리 튀었다. 그가 즐겨 입는 하얀 티 위로 석류 즙이 흘러내렸다. 주변에 쌓이는 빈 봉지가 늘어갈수록 그의 옷이 점점 더 붉어졌다. 나는 그가 쥐여 준 봉지를 손에 쥔 채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석류 즙을 마시던 그가 갑자기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마신 것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석류 즙을 비운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모든 것이 쏟아져 나왔다. 방바닥은 물론이고 그의 얼굴과 몸 전체가 붉게 물들어 갔다. 그 모습은 마치 붉은 노을 앞에선 그를 연상하게 했다. 그는 언젠가 나에게 바깥에서 마지막으로 노을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두 팔을 벌린 채 저물어 가는 햇빛을 마음껏 받고 있는 그를 상상했다. 한 번도 본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내 앞에 있는 그의 모습과 겹쳐졌다. 나는 그의 자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처럼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붉게 충혈된 그의 눈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그것은 얼굴 위로 튄 석류 즙에 섞여 잔인하리만큼 아름답고 투명한 붉은색이 되어 흘렀다. 하지만 그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계속해서 석류 즙을 토해 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는 더 이상 나를 위해 애쓰지 않았다. 며칠 뒤 출근을 한다고 나간 그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당연한 듯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면 그가 내미는 손을 잡았어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는 모습이 성실하기만 한 그에게 차마 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이야기를 꺼내고 나면 이해 받고 싶어질까 봐 두려웠다. 나는 그에게 그럴 자격이 없었다. 매일 ‘우유 의식’을 함께해 준 그에게 조금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였다. 오늘도 같은 꿈이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잡으며 주체할 수 없이 온몸이 떨려 왔다. 할 수만 있다면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떠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결국 머무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나는 그의 어깨를 힘껏 내 쪽으로 돌렸다.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한 행동이었지만 나는 숨이 막혀 왔다. 그러자 그의 얼굴, 동생의 얼굴 그리고 어린 나의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그것들을 껴안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필사적으로 피할 뿐이었다. 손을 내저으며 최대한 몸을 작게 웅크렸다. 모든 상황이 잔인했다. 하지만 그들이 잔인한 것인지 내가 잔인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깼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캄캄한 방안은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작은 창문 위 까만 도화지는 조금의 틈도 없이 꼼꼼하게 붙어 있었다. 마치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은 생각에 나는 다시 숨이 막혀 왔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여름 바람이 훅하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저녁 6시였다. 나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한때 이곳에는 머그잔에 담긴 우유처럼 온기가 가득 찼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없는 일주일간 홈쇼핑에서 주문한 상품들이 방안을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뜯지도 않은 상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공허함은 커지기만 했다. 나는 식탁으로 걸어가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머그잔을 감싸 쥐었다. 손잡이가 없는 그의 머그잔에 담긴 우유가 찰랑거렸다. 아침에 따라놓은 우유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나는 그가 떠난 뒤에도 매일 ‘우유 의식’을 거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몫의 우유를 다 마신 뒤에도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 하는 ‘우유 의식’을 멈출 용기도 나에겐 없었다. 나는 ‘우유 의식’을 하고 나면 억지로라도 침대에 누워 잠이 오길 기다렸다. 그 기다림 끝에 잠이 들면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등을 보이고 누운 그를 꿈속에서 보았는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면서도 매번 두려웠다. 그와 지내는 동안의 ‘우유 의식’은 나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버팀목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나의 삶을 조여 오는 올가미가 되어 있었다. 나는 갑자기 방안의 공기마저 쌀쌀하게 느껴졌다. 황급히 리모컨을 찾아 텔레비전을 켰다. 화면에는 두 명의 쇼 호스트와 한 명의 여자 탤런트가 하이 톤의 목소리로 석류 즙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석류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과 폴리페놀 성분이 피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이 하는 말 중 몇 가지 반복되는 단어만이 띄엄띄엄 들릴 뿐이었다. 석류, 비타민C, 여성, 남성, 남녀노소, 온 가족, 활기찬, 여성,95%, 에스트로겐, 무이자 3개월, 온 가족, 활기찬, 하루 한 포, 석류, 매일 아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휴대폰을 열어 홈쇼핑의 상담 전화번호를 눌렀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수화기 너머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음악은 내가 그의 자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 날 편의점 문이 열리며 흐르던 음악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상담원이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홈쇼핑입니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상담원은 잠깐의 시간을 두고 나에게 다시 말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방송중인 석류 즙을 구매하시겠습니까? 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나의 인사에 그녀는 반복되는 말을 다시 건네었다.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향해 질문했다. 석류 즙 한 포에 몇 개의 석류가 들어있나요? 네, 고객님. 한 포에 두 개 정도의 석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물었다. 석류는 국내산인가요? 그녀는 조금 당황하는 듯했지만 일관된 톤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최고급 이란산 석류를 사용합니다. 나는 그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한참 동안 질문을 계속했다. 나의 질문이 계속될수록 그녀의 말투는 빨라졌고 대답은 짧아졌다. 나의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상품정보를 참조한 뒤 다시 전화를 달라고 말했다. 더 이상 그녀는 나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석류 즙을 주문하겠다고 말하자 그녀는 나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매우 빠르고 강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와 나 사이의 흐르는 침묵을 견딜 수가 없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저 기억하세요? 여러 번 구매했었는데. 그러자 그녀가 상냥하지만 기계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께서는 석류 즙 재구매 고객이시므로 만원의 할인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나는 상담원의 말에 휴대폰을 놓친 채 일주일간 참아 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 [씨줄날줄] 자살 테러/구본영 논설위원

    “미국인들은 삶을 사랑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약점이다. 반면 우리는 죽음을 사랑하지만, 이는 우리의 강점이다.”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이끄는 오사마 빈 라덴의 명언 아닌 명언이다. 고귀한 목숨을 담보로 한 테러를 권장하는 비인도적 메시지다. 실제로 그의 이런 ‘교시’에 따라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서 수많은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킨 ‘자살 테러’가 자행됐다. 파키스탄의 여걸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그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숨졌다. 알 카에다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암살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파키스탄 군정보국에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고 한다. 명망있는 야당 지도자의 희생도 애석하지만, 같은 이슬람세력에게 암살됐다면 파키스탄인들에게 이중의 비극일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는 이런 ‘자살 테러’를 막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2차대전 이후 ‘억지전략’이 미국의 기본 군사전략이었다. 즉 압도적 화력과 군수 체계로 가상적이 감히 덤비지 못하게 하는 방어형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는 상대가 합리적일 때만 통한다는 게 한계였다. 뒷골목에서도 목숨을 걸고 덤비는 자에겐 큰 주먹의 위력 시범이 안 먹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미국은 9·11 자살 테러를 계기로 네오콘의 ‘선제공격전략’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테러의 온상을 뿌리뽑겠다고 시작한 이라크전도 테러단체들이 연이은 ‘자살 공격’으로 맞서면서 수렁에 빠져든 듯한 형국이다. 선제공격론도 테러를 발본색원하는 대안이 아님이 입증된 셈이다. 자살 테러는 편집적인 정치·종교적 신념과 현실에 대한 절망감이 착종되면서 자행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 점에서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문제 전문가 브루스 리델의 견해는 경청할 만하다. 그는 부토 전 총리가 희생된 뒤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이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합법적이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세속 정부를 갖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속적 가치관과 종교적 전통의 조화, 그리고 민주주의적 가치의 확산 등 문화적 다양성을 기르는 게 자살 테러를 막는 장기적 대안이라는 얘기인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지하로 꽁꽁 숨은 불법성인오락실 현장 르포

    지하로 꽁꽁 숨은 불법성인오락실 현장 르포

    2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지상 3층 지하 1층 상가건물. 전날 경찰의 단속에 5일간 운영되던 불법 성인오락실이 풍비박산난 현장이다. 입구부터 사람 키만 한 화분 2개가 통로를 가로막고 있다. 계단 중간에 철제문 하나, 지하 입구에 이중 잠금장치가 돼 있는 철제문과 나무문 등 삼중으로 꽁꽁 숨어 있다.1층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박모(54)씨는 “매일 지하 1층 입구를 지나 화장실에 가는데 지하에 성인오락실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132㎡ 공간에 문제의 바다이야기 오락기 41개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문 근처 화재경보기는 부서진 지 오래였고 1987년에 제조된 분말소화기는 켜켜이 먼지가 앉았다. 환풍기는 작동되지 않았고 비상구 안내 유도등과 스프링클러도 보이지 않았다. 비상계단이 있지만 업주가 단속 때 도주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이중문을 만들어 놓은 데다 계단은 어깨 넓이에 불과해 사람이 몰리면 압사 위험이 커보였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망을 보다 단속이 뜨면 안에다 얘기한 뒤 안에서 리모컨으로 삼중문을 여는 구조라 불이 나면 손님들이 대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묘한 위장수법… 단속 비웃듯 우후죽순 26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안산시 불법 성인오락실 화재 사건을 계기로 서울신문 취재진이 서울 시내 불법 성인오락실들을 긴급히 찾아봤다. 오락실은 단속의 눈을 피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꽁꽁 숨어 ‘화약고’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단속의 손길은 모자랐고 불법 시설이라는 이유로 소방 점검도 없어 대형 화재 사고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었다. 3층 모텔 건물의 지하 1층에서 운영하다 지난 26일 새벽에 단속된 성북구 장위동 업소 역시 삼중문으로 잠겨 있는 데다 억지로 문을 열 경우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었다. 역시 소화기와 스프링클러는 찾아볼 수 없었고, 담배 연기를 빼기 위한 환기통만 있었다. 비상계단은 없고 화장실 천장으로 연결된, 성인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 만한 철제 사다리가 유일한 비상통로였다. 경찰은 끊임없이 단속하고 있지만 성인오락실은 더 교묘한 위장 수법을 동원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올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서울에서만 8417개 업소가 단속됐고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6만 1178곳이 적발됐다. 하지만 지금도 추산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성인오락실이 운영되고 있어 경찰을 한숨 짓게 하고 있다. 경찰청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도록 이중삼중으로 위장하고 회원제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경찰도 돈 잃은 사람들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적발해도 압수한 컴퓨터의 데이터 자료를 분석해 처벌의 기준이 되는 영업기간이나 이익을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 주로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업소 사전인지 건물주가 나서야” 불법영업은 제도권 밖이기 때문에 소방 관청도 단속과 점검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서울소방방재본부 검사지도팀 관계자는 “불법 영업을 하는 곳에 가서 소방시설을 설치하라고 지도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숨어 있는 오락실을 모두 점검할 인력이 없기 때문에 불법 업소가 들어오는 걸 아는 건물주들이 나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재훈 신혜원 장형우기자 nomad@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숲을 지키는 꼬마 오랑우탄 도도’(세레나 로마넬리 글·한스 드 베어 그림, 김서정 옮김, 아이즐 펴냄) 열대우림 개발로 부모와 헤어지게 된 아기 긴코원숭이 티투스를 돕는 꼬마 오랑우탄 도도의 모험 이야기. 개발이란 이름으로 이뤄지는 숲의 파괴가 동물들에겐 보금자리를 뺏고 더 큰 자연 재앙을 일으킬 수 있음을 경고하는 어린이 환경동화.8000원.●‘내게 금지된 17가지’(제니 오필 글·낸시 카펜터 그림, 홍연미 옮김, 열린어린이 펴냄) 학교 갈 때 뒷걸음질쳐서 가면 어떨까? 아니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로 했다가는 호되게 혼날 수도 있는 일들이지만 꼭 한 번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들 심리가 재밌게 묘사됐다. 주인공 소녀의 상상이 좀 위험해 보이는 것도 사실.9500원.●‘나는 꿈이 너무 많아’(김리리 글·한지예 그림, 다림 펴냄) 선생님이 ‘나의 꿈’을 주제로 글짓기 숙제를 내주셨다. 슬비는 미용사, 문방구 주인, 제빵사 등 되고 싶은 게 많지만, 엄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말로 슬비의 꿈을 대신 써버린다. 작가는 자기 꿈도 마음대로 꿀 수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참된 꿈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자고 권유한다.7500원.●‘모나의 용기 지팡이’(길지연 글·이필원 그림, 을파소 펴냄) 얼굴에 난 상처 때문에 문 밖에 나서지 못하고 마음까지 닫아버린 유리, 엄마의 강요로 억지로 피아노 학원을 다녀야 하는 시아, 두 친구에게 조심조심 다가서는 모나. 용기란 반드시 큰 결심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서로를 이해라는 작은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말해준다.9000원.●`어린이를 위한 불편한 진실´(앨 고어 지음, 이수영 옮김, 주니어중앙 펴냄) 전 미국 부통령이자 환경보호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앨 고어의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어린이에 맞게 고쳐 썼다. 지구 온난화의 위기를 알려주는 어린이 환경교과서. 안 쓰는 전기 끄기 등 생활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다.1만 2000원.
  • ‘바지소송’ 한인 부부 소송남발 방지 홍보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중 한 판사의 바지를 분실해 5400만 달러짜리 소송에 휩싸였던 한인 세탁업주 정진남·정수연씨 부부가 ‘억지 소송’을 예방하기 위해 나섰다. 이들은 26일 재판 당시에 변호 경비 6만 4000달러를 기부한 미국 상공회의소가 무분별한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제작한 영상(http:////iamlawsuitabuse.org)에 출연, 그간 겪은 고통을 털어놓으며 억지소송의 폐해를 알렸다. 남편 정씨는 2분 52초 분량의 이 영상물에서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왔고, 열심히 일했다.”면서 “하지만 한국에선 경찰서에 한번 가본 적이 없었는데 미국에 와서 법정에 몇번씩 출두해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었고, 결국 이뤄놓은 것을 잃고 말았다.”고 밝혔다. 또 정씨는 “이번 소송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소모적인 싸움이었다.”면서 “이 사건이 한알의 씨앗이 돼 (무분별한 소송을 남발하는 일부 관행이) 미국에서 고쳐졌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워싱턴 DC의 행정판사인 로이 피어슨 판사는 정씨가 세탁소 유리창에 ‘만족보장’이란 홍보문구를 내걸고 있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67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5400만 달러로 소송액을 낮췄지만 2년여에 걸친 법정다툼 끝에 패했고 해고를 당했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2007년 할리우드 최고ㆍ최악의 영화는?

    2007년 할리우드 최고ㆍ최악의 영화는?

    미국 포털사이트 ‘AOL’계열의 영화정보 사이트 ‘무비폰’(movies.aol.com)은 연말을 맞아 2007년 최고의 영화 50편과 최악의 영화 10편을 선정했다. 사이트는 “올해 할리우드는 꽤 괜찮은 한 해를 보냈다.” 면서 “전반적으로 좋은 영화들이 선보여 매우 어렵게 순위를 정했다.”고 밝혔다. 무비폰은 2007년 최고의 영화로 코엔형제의 범죄 드라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를 선정했다. 퓰리처 상 수상작가인 코맥 맥카시의 2005년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3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흥행에도 성공한 예술영화가 됐다. 이어 키이라 나이틀리의 ‘어톤먼트’(Atonement)와 제니퍼 가너의 ‘주노’(Juno)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국내 흥행작으로는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이 5위에 올라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아일랜드 영화 ‘원스’(Once)도 “최고의 로맨스”라는 평가를 받으며 6위에 선정됐다. 또 국내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트랜스포머’(50위)와 ‘300’(40), ‘색계’(32) 등도 순위에 올랐다. 최악의 영화로는 에디 머피의 1인 다역 코미디 ‘노르빗’(Norbit)이 뽑혔다. 노르빗은 개봉과 동시에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선전했지만 에디 머피의 명성에 대한 실망과 억지스러운 웃음으로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달게 됐다. 국내 관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짐캐리 주연의 ‘넘버23’(The Number 23),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Because I Said So) 등도 각각 4위와 6위로 ‘최악의 영화’ 10위 안에 오명을 남겼다. 또 ‘러시아워3’(10위), ‘한니발 라이징’ (7위) 등도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뽑혔다. 다음은 무비폰이 선정한 최고의 영화 10편과 최악의 영화 10편. Best 10 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 어톤먼트 (Atonement) 3 주노 (Juno) 4 결단의 (3: 10 3:10 to Yuma) 5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 6 원스 (Once) 7 라따뚜이 (Ratatouille) 8 마이클 클라이튼 (Michael Clayton) 9 이스턴 프로미시즈 (Eastern Promises) 10 Walk Hard Worst 10 1 노르빗 (Norbit) 2 조지아 룰 (Georgia Rule) 3 대디 데이 캠프 (Daddy Day Camp) 4 넘버23 (The Number 23) 5 굿 럭 척 (Good Luck Chuck) 6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 (Because I Said So) 7 한니발 라이징 (Hannibal Rising) 8 스모킹 에이스 (Smokin’ Aces) 9 프리모니션 (Premonition) 10 러시아워3 (Rush Hour 3) 사진=’무비폰’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교육평가원, 수능 오답 진실 가리려 하나

    올해 대입 수학능력시험의 과학탐구영역 문제를 놓고 오답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물리Ⅱ의 11번은 이상 기체에 대한 수험생들의 이해 수준을 묻는 것으로 수능 직후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서 정답이 복수가 아니냐는 말이 돌아 이의가 제기된 문제였다. 수능 출제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고교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정답을 골라야 한다며 이의를 기각했다. 불복한 수험생들이 한국물리학회에 질의를 했고 학회는 교육위원회를 열어 `명확하지 않은 표현으로 출제됐다.´고 평가원의 오류를 지적했다. 물리학회는 문제가 단원자 분자 혹은 2원자 분자 등 이상기체의 범위를 규정하기 않아 제시된 답을 복수로 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물리학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교육과정상으로는 정답이 맞다.”고 고집했다. 하지만 평가원의 설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고 사실과도 틀리다. 학문적으로 올바르지만 교육과정에 없다는 이유로 정답을 배제하는 것은 배우지 않은 것은 진리가 아니라는 억지와 다름없다. 게다가 평가원의 해명과 달리 제7차 교육과정에는 ‘단원자 분자 이상기체만 다룬다.’는 등의 교과 내용을 규정한 대목도 없다. 평가원이 기존의 정답을 고집하는 이유가 출제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인지는 몰라도 문제 하나 때문에 등급이 엇갈리는 수험생의 억울함을 고려한다면 조속히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부 수험생들이 집단 소송에 나설 조짐이라고 한다. 물리학회 의견이 분명한 만큼 교육부가 나서서 복수정답 인정을 포함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