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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사과없이 “인도적 대우” 요구

    中 사과없이 “인도적 대우” 요구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12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자국 선원의 한국 해경 살해 사건에 대해 “한국과 긴밀하게 협조해 타당하게 처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주의하고 있으며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한국은 이미 어업협정을 체결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관련 부문을 통해 어민 교육과 어선 관리 대책, 규정 위반행위 발생 방지 대책을 여러 차례 취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측이 (해당)중국 어민에게 합법적 권익 보장과 더불어 인도주의적인 대우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의 이런 반응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지난해 12월 자국 어선이 서해상에서 불법어로 행위를 하다 우리 측 단속 선박과 충돌해 침몰했을 때 장위(姜瑜) 대변인은 즉각 ‘책임자 처벌’과 ‘피해 배상’ 등을 요구했다. 중국은 서해상에서 자국 어선과 우리 측 단속 선박의 충돌이 있을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중국의 안하무인 격 대응에는 실무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 소식통은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측 단속 선박에 중국 측 외교관들을 태워 중국 어선들의 불법상을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국 여론만 신경쓸 뿐 국제법적인 관행 등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다. ●네티즌 “살해선장은 영웅” 망언 중국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중국 어민의 살해 행위를 ‘정당방위’로 오도하거나 단속 해역이 사실은 중국 영해라는 등의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살인 선장을 영웅으로 대우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 네티즌은 국수주의 매체 환구시보의 인터넷사이트에 “미친 개 같은 한국 X들은 죽어야 마땅하다.”며 자극적인 단어를 동원해 자국 어민의 범법 행위를 두둔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의 첫 반응이 네티즌들의 허황된 주장과 달리 차분한 것은 자국 어민이 흉기를 휘둘러 상대국 경찰관을 숨지게 한 사실이 명백한 만큼 다른 목소리를 낼 여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조현오청장 “수사권 조정 강행땐 사퇴”

    조현오청장 “수사권 조정 강행땐 사퇴”

    조현오 경찰청장이 12일 입법예고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대통령령에 경찰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항의 표시로 “사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배수진을 쳤다. 오는 14일 끝나는 입법예고에 맞춰 국무총리실을 겨냥한 압박이다. 또 사퇴의 진정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뜻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조 청장은 이날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30년 동안 직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역할과 기능을 못 하면 그만둬야지.”라며 수정 없이 입법예고안이 확정되면 사퇴할 뜻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억지로 더 붙어 있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은 안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사퇴하는 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자체가 모순돼 현장에서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수사권 조정과 사퇴를 연결짓는 데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대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무총리실의 ‘강제 조정안’에 대해 들끓는 10만 경찰의 입장을 수뇌부로서 대변함과 동시에 거취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 자칫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국무총리실은 입법예고가 끝난 뒤 이번 주말쯤 검경 양측을 불러 최종 조율 과정을 거칠 예정이기 때문에 논의 결과가 조 청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 청장은 ‘불출마’ 선언도 했다. 총선 출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과거에) 청장직을 그만두고 총선에 출마하거나 대학교수, 외국 공관장 등을 하는 것도 생각했다.”며 총선 출마 의향을 인정한 뒤 “하지만 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 인사를 시작했을 때 이미 총선 출마는 포기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나아가 ‘수사권 갈등에 대한 항의라는 대의명분을 얻어 출마와 표로 활용하려 한다.’는 항간의 출마설에 대해 “수사권과 연계해 얘기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청장은 지난 10·26 재·보궐선거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의 수사와 관련, ‘부실했다’는 비판에 대해 “한정된 여건 아래 할 만큼 했다.”면서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10일 안에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수사제도를 언급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울릉도 그리고 독도 느린 시간 속에 머물다

    울릉도 그리고 독도 느린 시간 속에 머물다

    독도 바람에 풍화되고 파도에 깎여져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있다. 대한민국 최동단의 섬, 독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울릉도 그리고 독도 느린 시간 속에 머물다 습관처럼 뜨거운 커피 생각이 났다. 울릉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도동항을 샅샅이 뒤져도 ‘시럽 뺀 아메리카노’를 찾을 수 없었다. 허름한 다방 앞에 서서 그때서야 내 착각이 한참 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명의 파도에 아랑곳 않고 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섬 중의 섬 울릉도, 그리고 독도인 것이다. 글·사진 전은경 기자 취재협조 코레일 관광개발 섬이란 곳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감정은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떠난 섬 여행에서 출발한다. 사실 그 섬에 대해선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과감무쌍하게 돌아가는 배가 뜨지 않길 바랐던 것만은 기억한다. 그것은 무단외박을 소망하던 어린 날의 혈기만은 아니었다. 스스로 고립된, 그리하여 찾아오는 사람마저 고립되게 만드는 ‘섬’의 특성에 매료되었던 탓이다. 이번 울릉도, 독도 여행에서 죽도竹島(울릉도의 44개 부속섬 중 가장 큰 섬)를 바라보며 그날의 기억이 문득 떠오른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닌 듯했다. 울릉도의 대표 관광지이지만 실제 주민은 단 한 명뿐이며, 물이 전혀 나지 않아 빗물을 모아 사용하는 섬. 죽도는 첫 섬 여행에서 채우지 못했던 환상이 고스란히 구현된 곳이었다. 마치 외로운 두 사람이 만난 것 같은 동지애가 든든하게 차올랐다. 사실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하던 날, 비가 올 것이라던 일기예보와 달리 햇빛이 반짝 났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청명하게 갠 하늘을 보며 함박 웃었다. 파도가 제법 높긴 하지만 독도까지 가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이란다. 아마 이번 여행도 무사히, 섬에 갇히는 일 따위 없이 귀환할 것 같다. 섬에서의 일정은 내가 아닌, 하늘이 결정한다. 그래서 섬 여행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풍경 포항을 출발한 배가 3시간을 달려 도동항에 도착했다. 사실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오는 길이 녹록치만은 않았다. KTX와 버스, 여객선을 갈아타며 반나절 내내 멀미에 시달리는가 싶더니 배에서 내리자마자 불어온 갑작스런 강풍이 끈적거리는 머리를 봉두난발 헝클어트렸다. 그러나 육지에 발을 내딛어 몇 걸음 나아가자, 더 이상 바닥이 울렁이지 않는다는 안도감에 온몸에 뭉쳐있던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훅하고 바람이 불어왔고, 순간 여행의 세포가 온전히 돌아왔다. 그것은 비릿함이나 끈적거림이 없는 청정해안 울릉도의 상쾌한 바람이었다. 울릉도의 첫인상은 산과 돌이다. 울릉도를 여행하다보면 울릉도에 많다는 다섯 가지-돌, 바람, 물, 미인, 향나무-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산중으로 갈수록 풍경은 울창한 숲과 화산암벽으로 압도되고, 인적을 찾는 일은 무의미해진다. 심지어 울릉도에는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 단 한 곳도 없다. 모두 검은 자갈이나 몽돌로 이루어져 있다. ‘모래사沙’자를 쓰는 사동해수욕장마저 물속으로 들어가야만 고운 모래를 볼 수 있을 정도다. 그 매끄러운 몽돌을 기념품 대신 챙겨온 것은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울릉도는 동해에 솟아난 거대한 화산암 지역이다. 섬의 중앙부에 솟아 있는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984m)’, 울릉도의 유일한 평야지대라고 부를 만한 화산분화구 ‘나리분지’ 등은 지질학적으로도 꼭 한번쯤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그러나 울릉도는 언제 어디서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1년 중 쾌청한 날이 약 55일밖에 되지 않고 1년에 서너 차례 울릉도를 덮치고 가는 태풍이 가뜩이나 좁은 문지방을 한껏 높인다. 그러나 울릉도가 문명의 색에 완전히 물들지 않은 이유도 바로 약간 모자란 그 접근성 때문이다. ‘신비의 섬’ 울릉도는 고맙게도 우리에게 자연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선사한다. 또한 도시와 결별하고 과거와 만나는 경험을 안겨준다. 백화점은 고사하고 5층 아파트가 최고층인 이곳에서는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커피전문점 대신 곳곳에 소박한 밥집과 다방이 성업 중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울릉도에서 여행자들은 오징어와 호박엿, 그리고 추억을 양 손 가득 들고 돌아온다. 작고 소박한 바닷가 마을을 가다 울릉도는 44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사람이 사는 곳은 고작 4개 섬에 불과하다. 마을의 개수는 25개나 되지만 인구는 고작 1만명이라 각 마을마다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 작고 소박한 마을의 사람 사는 풍경을 보게 된다. 울릉도의 최대 항구 도동항이 있는 ‘도동마을’, 어업전진기지가 들어선 저동항이 있는 ‘저동마을’ 등 제법 북적이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평온한 바닷가 ‘태하마을’, 울릉도 최고의 오지 ‘천부마을’ 등도 있다. 이 외에도 겨울이면 3m씩 눈이 쌓이는 ‘나리분지’나 울릉도에서 가장 따뜻한 마을 ‘남양’, 수심 1,500m 앞바다에서 해양심층수를 생산하는 ‘현포’, 비좁은 골짜기에 자리잡은 갯마을 ‘통구미’ 등 저마다의 특징을 간직한 마을들이 한데 모여 오만가지 조화로운 색상으로 울릉도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이 마을들을 잇는 울릉도 일주도로는 한 바퀴 둘레가 56.5km인데, 그중 4.4km가 아직 완공되지 않아서 완전히 한 바퀴를 돌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덕에 울릉도 최대 관광지인 나리분지 바로 옆에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고요한 ‘천부마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태하마을의 오징어 말리는 풍경 태하마을은 일명 ‘달팽이탑’이라 불리는 전망대에서 감상하는 평온한 바닷가가 인상적인 곳이다. 그러나 태하마을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해변을 따라 죽 늘어뜨린 오징어였다. 예전에는 ‘황토구미’라고 불리었던 이곳은 울릉도 다른 지역에 비해 경작여건이 좋아 한때 논농사를 지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바람이 유독 세게 불어 오징어 건조에 유리하기 때문에 뭐니뭐니 해도 오징어 말리는 풍경을 빼놓을 수가 없다. 태하마을을 방문한 시각, 때마침 불어온 바닷바람이 석양노을을 머금고 태하마을의 오징어를 한껏 무르익게 만들고 있었다. 오징어 말리는 풍경 속을 걷다 보면 그 속에서 정성스레 오징어를 돌보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오징어 한 축의 가격을 물었더니 가격보다 중요한 게 오징어 ‘고르는 법’이라 한다. 건네준 오징어에는 상표와 동네 이름이 찍혀 있다. 울릉도에서 잡은 오징어임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오징어는 살아있을 때 등이 검붉은 게 좋은 상태라는 것, 잡은 뒤 하루나 이틀 안에 건조시키지 않으면 맛과 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반드시 ‘당일바리’ 오징어를 사야 한다는 귀띔까지. 가격은 오징어 한 축에 5만원 정도다. 예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볼멘소리를 했더니 몇 년 전만해도 오징어배 조업일이 일 년에 120~130일 정도 됐었기 때문에 가격이 쌌지만 작년엔 오징어가 안 나서 고작 50일밖에 조업을 나가지 못한 탓이란다. 독도로 가는 배에서 멀미를 방지하기 위해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는 사람들을 제법 봤다. 사실 배멀미에는 심이 없어 부드럽고 향이 없는 것이 특징인 울릉도 더덕이 더 좋다. 그러나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며 다리 한 짝, 몸통 한 쪽 찢어가며 먹는 오징어는 울릉도를 추억하게 만드는 가장 인상적인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다. 1 통구미 마을의 망망대해를 지키는 것은 한결같이 우뚝 서 있는 화산암이다 2 오징어는 마르는 동안 울릉도의 바닷바람을 머금는다 3 태하마을 황토굴 입구에서 붉은 황토 암석층을 볼 수 있다 4 울릉도 더덕은 심이 없어 부드럽고, 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5 청정 지역인 울릉도에서 잡힌 오징어는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 6 홍합밥은 홍합을 넣어 지은 밥에 각종 울릉도 자생 나물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신비의 섬’의 비밀을 찾아서 사실 울릉도도 사람이 제법 많이 살았던 때가 있었다. 1970년대에는 대략 3만명으로 최대 인구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작 1만명 정도가 모여 살 뿐이고, 그나마도 항구마을에 밀집되어 있다. 어딜 가든 한 무리의 관광객이 빠져나간 곳에는 도통 인적을 찾기가 힘들다. 그 때문일까, 울릉도 해변은 텅 빈 공간을 거북이바위, 새바위, 코끼리바위, 악어터널 등 바다 위 오롯이 솟아오른 바위들이 채우고 있다. 바다 깊숙한 곳부터 뿌리를 박은 조면암, 안산암, 직지암. 이들은 마치 오랜 세월 울릉도를 지켜 온 수호신처럼 한결같은 모습으로 이방인들을 받아들인다. 얼마 전, <론리 플래닛>은 울릉도를 ‘2011년 지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비밀의 섬 10곳’ 중 하나로 선정했다. 수심을 헤아릴 수 없는 검푸른 바다, 깎아지른 해안절벽, 그 꼭대기에 홀로 자라난 향나무를 바라보며 느끼는 경외감은 말이 필요 없는 확실한 증거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도 해안절벽을 따라 걷는 한 걸음, 원시림을 헤치고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에서 울릉도의 신묘한 아름다움이 온몸을 따라 아로새겨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리분지를 찾게 되나 보다.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산분화구. 특이한 점이라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분화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화산재로 덮여 있어 보수력이 약하기 때문에 밭농사를 할 뿐, 논농사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다가 농작물의 피해가 크고 겨울에는 3m 이상의 눈이 내릴 뿐만 아니라, 흘러드는 물이 외부로 나갈 출구가 없어 집중적인 호우에는 일시적으로 호수로 변한다. 사람이 살기엔 너무나 척박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16가구의 주민들이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이러한 자연조건 속에서 빙설에 대비한 ‘너와지붕(기와 대신 얇은 나무 조각이나 돌조각을 얹은 지붕)’과 ‘우데기(옥수숫대 등으로 집 바깥을 둘러친 외벽)’라는 합리적인 가옥 구조를 만들어내고, 주로 더덕·취·삼나물 등의 산채나물과 약간의 옥수수와 감자를 재배하며 살아 왔다. 근래에는 나리분지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 민박이나 식당 등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놓은 민속촌이 아니고서는, 이제 더 이상 울릉도 고유의 가옥인 우데기집을 찾아보기도 힘들어졌다. 울릉도는 서서히 변하고 있다. 4.4km의 도로가 이어지면 자동차로만 온전히 울릉도를 일주할 수 있게 된다. 육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만에 섬에 도착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울릉도는 가본 길보다 가보지 않은 길이 더 많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며, 자연을 뒤엎고 세워 올린 건물보다 항구의 노점상이 더 친근한 동네다. 울릉도를 떠나는 날, 멀미약 하나를 단숨에 들이켜고 배를 기다리던 중 울릉도에 이주한 이장희씨와 마주쳤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한잔의 추억’ 등을 부르며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라기엔 무척이나 소박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보금자리에 ‘울릉 천국’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울릉도에 흠뻑 매료된 그는 꾸미지 않은 울릉도 풍경처럼 자연스레 그 속에 녹아있었다. “나 죽으면 울릉도로 보내 주오. 나 죽으면 울릉도에 묻어 주오.” 그가 최근 발표한 ‘울릉도는 나의 천국’ 노래가사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 신선이 사는 섬, 독도 생각하면 먹먹해지는 몇 가지가 있다. 독도를 떠올리면 한번쯤은 그런 먹먹함에 빠지게 된다. 울릉도에서 87.4km 떨어진 독도. 대한민국 최동단에 홀로 우뚝 선 이 섬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척박한 땅이다. 그래도 우리는 독도를 찾아간다. 볼거리라곤 양 옆으로 솟아난 두 개의 섬, 동도와 서도 그리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89개의 바위섬밖에 없지만 독도에 발을 디딘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여행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그것은 어쩌면 지켜내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돌섬. 울릉도 개척 당시 입도한 주민들이 사방이 온통 돌뿐인 이 섬을 ‘돌섬’이라 부르기 시작하였고 훗날 ‘독섬’을 거쳐 ‘독도’라 불리게 되었다. 문헌에 따르면 독도는 인간이 사는 섬이 아니라 신선이 사는 섬이다. 독도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을 드러내는 한편, 역설적으로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지 못한 섬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신선의 섬에 갈 시간이다. 울릉도 저동항에서 출발한 배가 독도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예정시간은 1시간 30분. 배가 작아 멀미가 수반될 것이라는 안내방송이 객실에 울리자, 사람들은 재빨리 위생봉투를 챙기고 억지로 잠을 청한다. 사실 독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10분, 길어도 30분뿐이다. 게다가 기상의 영향으로 일 년 동안 독도에 접안할 수 있는 날은 채 60일이 되지 않는다. 독도에 근접해서도 차마 밟아 보지 못하고 주위만 맴돌다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행의 반나절을 온전히 독도 방문에 바친다. 독도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그려보고, 독도 주민 김성도, 김신열 부부와 엄태명, 하호규 독도 등대원을 만나는 상상을 한다. 척박한 땅 독도에는 ‘우리’라는 동질감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나무 조각 위에 돌조각을 올려 놓은 전통 가옥구조인 너와지붕 2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부드럽고 통통한 울릉도 오징어가 잡히는 시기 3 원없이 보게 되는 바다와 바위는 울릉도를 떠나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4 밤낮으로 독도를 지키는 독도수비대의 또 다른 의무는 끝없는 촬영 요청에 응하는 것일지도 5 독도의 동도. 서도보다는 작지만 비교적 꼭대기가 평탄하여 등대와 경비초소 등의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울릉도와 독도를 한번에! ‘독도 지킴이 여행’ 기차, 버스, 배를 꼬박 두 번 반복해서 타야 하는 울릉도행 여정. 번거로움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다면 표 예매는 물론이고 2박 3일 일정까지 알차게 잡아주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울릉도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한편, 향토음식인 홍합밥, 씨껍데기술, 산채전 등을 맛볼 수 있다. 둘째 날 우리 땅 독도를 방문하고, ‘명예독도주민증’을 받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여행상품 ‘아름다운 우리 땅 독도지킴이 수호대 여행’ 출발 방침상 독도 방문은 올 11월 중순까지만 진행되며 내년 2월에 재개된다. 요금 2박3일 29만9,000원(왕복 교통 및 여객선비, 숙식료, 관광비, 여행자 보험 포함) 문의 코레일 관광개발 www.korailtravel.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사설] 볼썽사나운 방통위의 종편광고 편들기

    현 정권의 실세 중 실세로 꼽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대기업 광고담당 임원들에게 종합편성(종편) 채널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듯한 부적절한 말을 쏟아냈다. 최 위원장은 지난 6일 저녁 현대자동차·LG·SK텔레콤·KT 등 대표적인 대기업 광고담당 임원들과 만나 “광고를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보고 기업들은 광고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은 또 “광고가 활성화돼야 산업이 큰다.”면서 “기업들이 광고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제일기획 등 광고회사 2곳 사장과 광고학회 회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최 위원장은 종편이라는 말은 한번도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교묘하고 노회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최 위원장은 종편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삼척동자라도 종편에 대한 광고 지원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지난 1일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가 대주주인 종편이 개국한 직후 1주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만남에서 나온 말이니 사실상 종편에 대한 광고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때가 때니만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적인 사람들의 상식이다. 최 위원장이나 방통위는 종편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억지 부릴 일이 아니다. 종편 4개사의 평균 시청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종편은 지상파의 5~10%에 불과한 시청률인데도 대기업들에 지상파의 70%에 해당하는 광고를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 위원장이 대기업 광고담당 임원들에게 광고 운운한 것은 종편을 편들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직자가 대기업 임원들에게 종편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전달하고 압박하는 ‘대변인’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 위원장은 종편을 4개나 허가해 준 장본인이다. 종편의 출범에 따라 언론계는 하루가 다르게 혼탁해지고 있다. 최 위원장은 무더기로 종편을 허가해 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광고영업까지 도와주려고 하는 것인가. 공직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 日대사, 여직원 성추행 물의

    日대사, 여직원 성추행 물의

    일본 외무성이 주(駐) 크로아티아 대사를 성추행 혐의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산케이 신문 등이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외무성은 다무라 요시오 크로아티아 주재 대사가 현지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달 하순에 있을 간부 인사 때 교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다무라 대사는 지난해 4월쯤 채용된지 얼마 안된 현지인 여직원을 시찰에 수행토록 하고, 승용차 뒷좌석에서 껴안고 억지로 입을 맞추거나 몸을 밀착시키는 등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무라 대사는 그 이후에도 비슷한 일을 반복해서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성은 머리카락이 긴 장신의 20대 미인으로 알려졌다. 다무라 대사는 그러나 “성추행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다무라 대사는 도쿄대 법학부 출신으로 옛 대장성에서 공직을 시작해 재무부 관세국장, 환경부 사무차관 등을 거쳤으며 2009년 3 월 주 크로아티아 대사에 임명됐다. 외무성은 “성희롱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으나 “피해 여성이 일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등 이유로 징계보다는 인사조치를 하는 선에 이번 일을 마무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가벼운 제재가 “재무부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 [문화마당] 봄부터 가을까지/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봄부터 가을까지/신동호 시인

    봄-주목(朱木)은 고고하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그러나 주목의 잎사귀에는 독성이 있다. 잎이 진 자리에는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 유전자적으로 혹은 기괴한 모양으로 인간의 호감을 얻는 데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애초에 공생을 배우지는 못했다. 봄의 꽃들은 가녀리다. 나비와 벌들이 꽃과 꽃 사이를 날며 꽃가루를 뿌릴 때 꽃들은 수줍게 자기들끼리 올망졸망 핀다. 고사떡을 돌리는 이웃들 같다.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신경림 시인의 시 구절 같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널 도와주진 못해도 망치겐 할 수 있어.”라고. ‘날치기’, ‘결사반대’, ‘두고 보자’, ‘폭행’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판친다. 정치적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고 싶지 않다. 다만 봄 햇살 같은 따뜻함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위로, 격려, 이타주의 같은 단어가 외면당하고 있다. 아니, 애초에 그런 단어밖에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묻혀 버리고 있다. 모두 주목처럼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영생의 명예를 꿈꾼다면 봄꽃은 너무 초라하다. 그동안 우리에게 봄은 없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 부정의 시대를 견딜 만한 것일까. 여름-일제시대, 농지를 빼앗긴 농부들은 만주로 발길을 옮겼다. 짧은 여름 동안 뙤약볕 아래서 밭갈이를 거듭했다. 쌀에 대한 그리움은 어찌할 수 없어서 수많은 수경농사가 시도되었다. 안중근 의사의 두 동생, 정근과 공근은 총 대신 가래를 잡았다. 꼭 총을 잡아야 독립운동이 아니라는 걸 두 동생이 보여주었다. 북위 50도 흑룡강 찬바람 속에서 벼농사를 이뤄냈으니 그로부터 조선 사람의 이주는 거듭되었다. 땅을 갈고 씨를 뿌리며 그 땅의 주인이 되었다. 이 농민들을 강물 삼아 독립운동가들이 물고기처럼 헤엄쳤다. 불행한 식민지 시대였지만 한편 개척 정신이 충만한 시대이기도 했다. 어찌 한반도 남쪽, 복작거리는 곳에서 땅에 대한 애착만 키우고 거대한 농지를 꿈꾸지 못할까. 지금도 몇몇 선각자들과 기업들이 연해주에서 작물을 키운다. 알로에도 키우고 콩 경작에도 도가 텄다고 한다. 북한도 올해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 20만㏊의 농지를 ㏊당 50루블, 우리 돈 1800원가량에 임대하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나라가 들썩인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는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농민들의 꿈을 한반도 남쪽의 공간으로 축소시킨 것에 대해 반성해 보았으면 좋겠다. 러시아 극동의 여름에 남과 북의 농민들이 서울의 4배나 되는 땅을 경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가을-너그럽고 풍요롭다. 마음이 살찌는 소리가 아름답다. 억지로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마음속의 공간을 한껏 넓혀보자. 1933년 발표된 이광수의 ‘유정’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는 바이칼 호수에 몸을 던져 버렸는가. 또는 시베리아의 어느 으슥한 곳에 숨어서 세상을 잊고 있는가. 또 최석의 뒤를 따라간다고 북으로 한정 없이 가버린 남정임도 어찌 되었는지(중략). 나는 이 두 사람의 일을 알아보려고 하르빈, 치치하르, 치타, 이르크트스크에 있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부쳐 탐문도 해보았으나 그 회답은 ‘모른다’는 것뿐이었다.” ‘유정’의 공간은 지금의 우리가 도무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넓다. 스무 살 정임은 만주와 러시아를 떠돈다. 지금 우리는 1933년 정임의 공간에 비해 너무나 쪼그라든 공간을 상상하며 산다. 황석영의 ‘심청’에서 16살 심청은 상하이에서 광저우로, 다시 저 멀리 남중국 싱가포르까지 간다. 그의 귀국길은 타이완과 일본을 거친 바닷길이다. 동남아는 16살 심청이 그야말로, 놀던 공간이다. ‘바리데기’의 탈북 소녀는 영국까지 간다. 공간적 상상력을 넓히라는 황석영의 목멘 픽션이다. 세계화를 꼭 FTA 문제로만 봐야 할까. 아니다, 진정 세계를 상상의 공간으로 구체적으로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들뢰즈의 노마디즘(유목민적인 삶과 사유)이 젊은 지성인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지구 전체를 삶과 사유의 공간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들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물론 가을처럼 넓게, 풍요롭게.
  • ‘벤츠 女검사’ 특임검사 지명

    ‘벤츠 女검사’ 특임검사 지명

    한상대 검찰총장은 30일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창재(46·사법연수원 19기)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했다. 특임검사가 임용된 것은 지난해 ‘그랜저 검사’ 사건 이후 두 번째다. 검찰이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국민적 관심과 의혹이 커지는 벤츠 여검사 사건을 수사를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특임검사는 지정된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제기·유지 등의 직무와 권한이 있고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스폰서 검사’ 추문이 불거진 지난해 6월 신설됐다. 이에 따라 기존 부산지검 수사팀은 해체되고 특임검사 수사팀이 새롭게 부산에 투입된다. 대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팀과 합쳐질 수도 있다.”면서 “최모(49) 변호사 사건을 포함해 나타난 모든 의혹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와 함께 진행하기로 했던 감찰은 특임검사의 수사 이후 진행하게 됐다. 검찰은 문제의 최 변호사에 대해 이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최 변호사는 감금치상 등의 혐의로도 고소된 상태이고 해외도피 우려도 있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특임검사는 지난 18일 사표를 쓴 이모(36) 여검사, 진정인 이모(40·여)씨 등과 최 변호사가 부적절한 관계 속에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있는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먼저 ▲최 변호사가 이 검사에게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를 제공하고, 540만원의 샤넬 핸드백 값을 대납한 이유와 배경 등을 풀어야 한다. 또 ▲최 변호사가 친분이 두터운 검사장에게 청탁해 자신이 직접 고소한 형사사건 피의자를 억지로 기소했다는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초 음식점을 함께 운영하던 동업자 부인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나면서 4억원을 지급했다가 수억원을 추가로 요구받자 동업자를 공갈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는 것. 동업자는 기소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것이 의혹의 요지다. 특임검사는 ▲이 검사가 최 변호사를 통해 다른 검사장급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 ▲최 변호사가 모 부장판사에게 백화점상품권과 고가의 와인을 선물했다는 것도 규명 대상이다. 이 밖에 ▲이 사건을 촉발한 이씨의 진정이 4개월 동안 처리되지 않고 방치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편 이창재 특임검사는 법무부 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남부지검 차장 등을 지냈다. 부산 김정한·서울 안석기자 ccto@seoul.co.kr
  • 검·경 ‘수사권 조정’ 공개 맞짱토론

    국무총리실이 마련한 검경 수사권 강제조정안을 놓고 경찰과 검찰이 29일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맞붙는다. 입법예고 시한이 다음 달 14일인 만큼 조정안에서 내사 범위 축소 등에 따라 거세게 반발하는 경찰 측은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해 조정안 수정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은 간담회나 경찰서 수사과장을 통해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을 모아 지방청에 올리고 있다. 나아가 조현오 경찰청장이 ‘형사소송법 개정운동’까지 거론해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은 한층 고조될 것 같다. 현직 경찰관들의 수사 경과(警科·전담보직) 및 수갑 집단 반납에 이어 일부 퇴직 경찰관들은 28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분신 퍼포먼스까지 추진, 초강경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경찰의 지나친 항의 표시가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검찰 측은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회 ‘맞짱 토론’에서 검찰의 입장을 확실히 밝히기 위해 벼르고 있다. 이인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 14명이 29일 개최하는 ‘형사소송법 대통령령 총리안의 문제점’ 토론회는 검찰과 경찰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만나 벌이는 난상토론이다. 경찰 측에서는 이세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과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 검찰 측에서는 이두식 대검 형사정책단장과 검사 출신의 노명선 성균관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한다. 양측은 토론회에서 내사 범위 축소, 검사 지휘에 대한 이의 제기권, 검찰 관련 비리 수사에 대한 검사 지휘 배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정당성 및 부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 과정과 결과는 앞으로 시행령 입법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 청장은 이날 오전 치안감 인사 이후 첫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검경 수사권 조정 대응책 등을 협의하기도 했다. 조 청장은 “기강 해이, 조직 간 권한 다툼이라는 식으로 비치지 않도록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조정안의 부당성을 알려야 한다.”면서 “여의치 않으면 형사소송법 개정 운동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사 경과 반납 운동을 촉발시켰던 경남 진해경찰서 양영진 수사과장은 소셜네트워크 뉴스서비스인 ‘위키트리’와 경찰 내부망을 통해 ‘검사와의 맞짱 토론 및 여론조사’를 제안해 일선 경찰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검찰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 토론회에서 경찰의 억지성 논리에 조목조목 반론을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5일 한상대 검찰총장 주재로 검사장급 간부들과 수사권 조정 관련 회의를 하고 29일 토론회 준비 방안을 논의했다. 백민경·안석기자 white@seoul.co.kr
  • 손예진 ‘오싹한 연애’로 컴백…그녀, 인생을 말하다

    손예진 ‘오싹한 연애’로 컴백…그녀, 인생을 말하다

    낯가림이 심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도 컸다. 대중 앞에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배우란 직업을 하기에 적합한 천성은 아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였나. 말로는 표현 못 할 기운을 느꼈다. 어린 나이였지만 평범한 직장생활 하면서 살 팔자는 아니란 걸 직감했다. 소녀는 배우를 꿈꿨다. 열일곱 살에 화장품 모델로 데뷔했다. 열아홉 살에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2002년 영화 ‘취화선’ 조연으로 충무로로 영역을 넓혔다. 두 번째 영화 ‘연애소설’부터는 줄곧 주연만 했다. 배우라면 한 보따리씩 가진 무명 시절 고생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운이 좋았을지도 몰라요. 다들 니가 무슨 슬럼프가 있었느냐고 해요. 그런데 십몇 년 동안 끊임없이 복기하고 자책하고 후회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항상 도돌이표 같은 고민을 해요.” # 상대역 캐스팅 안 됐지만 시나리오만 믿고 로맨틱 코미디 ‘오싹한 연애’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손예진(29)을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달 1일 개봉하는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란 ‘도’에 호러란 ‘토핑’을 얹은 독특한 영화다. 기를 쓰고 쫓아다니는 귀신 때문에 연애는커녕 가족·친구로부터 버림받은 여자 여리(손예진)가 마술사 조구(이민기)를 만나 벌이는 달콤살벌 연애담을 다뤘다. 영화는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이후 2년 만이다. 데뷔 이후 한해도 영화를 거르지 않은 점에 비춰 의외의 행보. 손예진은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하고 나서 (강제규 감독의) 영화 ‘마이웨이’를 하기로 했었는데 시나리오가 바뀌면서 아예 빠졌다. 그 무렵 ‘오싹한 연애’를 받았는데 묘하게 새롭고 재밌었다.”면서 “내가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의 좋은 작품들을 했다고 자부하는데 좀 더 업그레이드된 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인감독, 게다가 상대배우 캐스팅도 안 된 상태에서 시나리오만 보고 결정했다. 전작 ‘개인의 취향’에서 5세 연하인 이민호에 이어 3세 연하인 이민기와 커플연기를 했다. 영화를 끌고나가는 건 오롯이 그녀의 몫. 손예진은 “그동안 (최민식·배용준·김주혁·김명민·한석규·정우성 등)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다 영화에선 처음으로 후배와 찍었다. 관객 입장에선 검증이 안 된 신인감독이니까 책임감이 더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영화에선 처음으로 후배와 호흡 맞춰가며 그래서일까. 언론 시사 전날 1시간밖에 잠을 못 이뤘다. “하하하, 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시사회에 가요. 발가벗겨진 채로 도마 위에 놓인 느낌 같다고나 할까요. 기자 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옷이 입혀질 수도 있고, 계속 발가벗겨진 채로 있을 수도 있는 거죠. 다행히 웃을 대목과 무서워할 대목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 나온 것 같아요.” 손예진에겐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작업의 정석’ ‘아내가 결혼했다’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물을 만난 고기처럼 청순미와 섹시한 매력을 발산했기 때문. 물론 그녀가 과감한 연기변신을 시도했던 ‘외출’ ‘무방비도시’ ‘백야행’ 같은 영화의 흥행성적이 좋지 못했던 탓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두세 작품밖에 안 했는데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았나 봐요(웃음). ‘외출’은 치정극도 아니고, 허진호 감독님 특유의 미묘한 감정선이 중요한 영화잖아요. ‘무방비도시’는 손익분기점은 넘었고. ‘백야행’은 워낙 특별하고, 뒤틀린 사랑 얘기여서…. 처음부터 대박과는 거리가 먼 걸 알았지만 선택한 거죠.” 곧 말을 이었다. “내가 새롭고 즐겁지 않으면 관객들이 재밌을 수 없잖아요. 변신을 위해 억지로 꿰맞춘 옷을 입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를 감싼 껍질을 끊임없이 깨뜨리고 싶어요. 장르적으로는 똑같은 멜로, 똑같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도 그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야죠.” 손예진은 “두 번의 슬럼프가 있었다.”고도 했다. 2003년 드라마 ‘여름향기’를 끝낸 직후와 2008년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를 찍을 때였다. 두 번 모두 쉬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작품 욕심에 일을 강행했던 게 패착. 정신적·육체적으로 패닉상태에 이르렀지만, 이겨냈다. # 나를 감싼 껍질을 깨뜨리고 싶었답니다 “결국 시간이 약인 것 같아요. 힘들긴 하지만 고민하는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몫인 거죠. 그런데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여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만큼 ‘연기관’도 달라졌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평생 연기만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란 회의가 문득 들어요. 뭘 할까 고민하다 음악을 좀 배워 볼까란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이걸 배워서 음악영화에 출연할 때 써먹으면 좋겠구나란 생각으로 연결돼요(웃음). 이 세상에 사는 이상 연기를 하지 않는 나는 재미없을 것 같아요.” 그녀는 또한 “연기를 할 때 철저하게 외롭지만 그 외로움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자연인 손예진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허탈함은 컨트롤이 안 된다. 나를 알아가는 즐거움과 고통, 욕망, 그 모든 것이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혼녀(‘연애시대’), 소매치기(‘무방비도시’), 기자(‘스포트라이트’), 팜므파탈(‘백야행’)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역할을 소화한 그녀가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까. 그녀는 “30대에는 진한 여자들의 우정, 여성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델마와 루이스’나 ‘밴디트’ ‘몬스터’ 같은 영화에 끌린다.”고 털어놓았다. # 변신하려고 억지로 꿰맞춘 옷은 싫으니까요 조만간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날 모습이 기대된다. 물론 피 흘리고, 재투성이가 된 손예진을 먼저 만나게 된다. 그녀는 요즘 생애 첫 번째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타워’현장에서 설경구, 김상경 등과 함께 재투성이에 피범벅으로 촬영 중이다. 배우 손예진의 껍질깨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글로벌 시대] 일본 안의 다른 문화, 오키나와/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일본 안의 다른 문화, 오키나와/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오키나와 현은 일본의 남서부, 최서단에 위치하는 지역이며 남북 약 400㎞, 동서 약 1000㎞에 이르는 광대한 해역에 49개의 유인도와 무수한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아열대에서 열대에 걸쳐 있어 일년 내내 기온차이가 작은 온난한 기후이다. 푸른 바다에 천연의 흰 모래사장, 산호초에 갖가지 색을 띤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다. 원시림에는 열대성 식물이 우거져 있고, 이 지역 고유의 희귀한 동식물들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이 섬마다 다른 표정을 보이며 그 때문에 일본의 유수한 리조트지로 알려져 있다. 매년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아름다운 자연의 혜택을 받지만, 오키나와 역사는 현재까지 일본과 동아시아 격동의 역사에 휘둘려 왔다. 15세기에 오키나와는 ‘유구국’이라는 명칭으로 왕국이 성립한 후, 1871년에 메이지 정부에 의해 일본에 병합될 때까지 일본과 명나라(그 후에는 청나라) 양쪽에 속하는 왕국이었다. 유구국(오키나와)은 오랫동안 일본과 중국 쌍방의 문화나 제도를 받아들이면서도 독자적인 문화를 길러왔기 때문에, 일본 본토와는 다른 문화와 풍습이 뿌리내리고 있어 이러한 부분이 지금은 이 땅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귀중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오키나와 사람들에 의해서 ‘우치나구치’라고 불리는 유구어는 옛날에는 일본어와 동일계통의 언어이며, 천수백년 전에 일본 조어로부터 나뉘어 독자적으로 발전한 언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우치나구치를 구사할 수 있는 오키나와인은 소수의 노인뿐이고, 대부분의 오키나와 사람들은 우치나구치와 현대일본어가 혼합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혼합언어는 ‘우치나야마투구치’로 불리고 있다. 2009년 유네스코가 세계에서 약 2500개의 언어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고 발표했는데, 거기에는 우치나구치와 함께 오키나와 지역 섬들의 방언이 포함되어 있다. 즉 유네스코는 오키나와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들 가운데 몇 개를 일본어와는 다른 언어로 인정하는 셈이다. 유네스코는 그러한 언어들이 일본에서 방언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독립된 언어들로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치나구치를 비롯한 오키나와 지역의 방언들이 소멸 위기 언어가 된 큰 원인은 메이지 시대에 시작된 일본의 언어 정책에 있다. 메이지 정부는 오키나와의 학교에서 표준 일본어 사용을 강요하고 유구어의 사용을 금지했다. 표준 일본어를 오키나와에 정착시키려고 하는 언어정책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때까지 계속되었다. 뒤늦게나마 현재는 오키나와의 문화나 방언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으며 오키나와 지역의 방언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또 일본 내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사실 인식과 역사 교과서 기술에 대해 문제가 존재하는 유일한 지역이 바로 오키나와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기 직전에 오키나와에는 미군이 상륙하여 일본군과 격렬한 전투가 전개되었는데, 일반 주민도 10만명 정도가 죽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집단 자결’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 ‘집단 자결’에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점에 대한 역사 교과서의 기술이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논쟁이 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지상전을 치른 후 미군이 오키나와를 점거하는 바람에 오키나와는 1972년까지 미군의 통치하에 있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귀속된 후에도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의 70% 이상이 오키나와에 집중되어 있어 미군 기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큰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 평화 헌법 아래에서 전쟁에 관여하는 일 없이 경제적 번영을 실현한 일본 사회는, 유감스럽게도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를 억지로 떠맡아 온 오키나와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성립된 것이다. 오키나와는 자연 환경 및 역사, 문화, 풍습에서 정치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일본 본토와는 크게 다르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다문화국가라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 [제17회 서울광고대상-백화점 부문 우수상] “출산은 미래 행복 위한 준비”

    [제17회 서울광고대상-백화점 부문 우수상] “출산은 미래 행복 위한 준비”

    롯데백화점은 이제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실천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올해 정부로부터 출산장려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하였습니다. 이에 다시 한번 출산 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 확산과 출산장려 분위기를 진작시키고자 이번 광고를 기획하였습니다. 롯데백화점이 진행한 일련의 출산장려 활동과 그 성과들을 다자녀 가정의 행복한 모습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에게 출산이 내일의 행복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준비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비주얼에서도 이들로 하여금 가정의 소중함과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습니다. 억지스럽게 강요하는 메시지 없이 부드럽게 접근하여 독자들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롯데백화점은 이번 광고의 메시지처럼 ‘아이는 편안하고, 엄마는 걱정 없고, 가족은 행복한 나라’의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더욱 열심히 실천해 가겠습니다.
  • [前·現정권 통일연구원장 인터뷰] 서재진 前원장 “핵포기 때까지 냉정 대처…먼저 유화적 제스처 안돼”

    →연평도 포격 도발의 배경과 영향은. -천안함 폭침 이후 남한 사회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논란으로 남남갈등이 심해졌다. 북한이 이에 반색하며 한 번만 더 공격하면 이명박 정부가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 연평도 포격이라는 결정적인 카드를 사용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이다. 국민들은 북한이 잇따라 도발했다고 확신하게 됐고 분열됐던 여론이 통일됐다. →연평도 이후 한반도 정세는. -중국이 북한 편을 들면서 국제사회에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한·미 공조가 강화되자 중국은 지난 1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방미를 통해 북한에 대한 억지력 조치에 합의했고, 이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됐다. 대중 의존성이 커진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한 제약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입지가 좁아졌고 5·24조치를 연장시키고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연평도 도발 이후 우리가 서북도서방위사령부 등 시스템을 갖춘 만큼 북한의 대남 도발은 앞으로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남북관계가 막혀 있다. 해법은. -현재는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나오면 모르겠지만 우리가 상황을 바꾸기 위해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한의 군사 공격 등을 우려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일 필요도 없다. 오히려 침착하고 냉정하게 대응하면서 북한이 달라지도록 기다려야 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풀어줄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과와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관광(觀光) 아가씨들의 손님 접대비화(接待秘話)

     관광 한국을 찾는 외국 여행자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고궁과 명승지는 물론 관광요정마다 외마디 외국말이 끊일 날이 없다. 물결처럼 밀려드는 외국관광객들을 위해 이른바「관광 아가씨」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겼다.  현재 당국에서 지정한 관광요정은 모두 12개소, 여기 소속된 관광아가씨는 모두 1천2백명가량 된다.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부르고 고궁과 명승지의 안내를 하고, 또 때로는「호텔」까지 동행해서 외국 사람들의 피로를 풀어주기도 해야 하는 이들 관광 아가씨들에게는 눈물과 슬픔에 얽힌 사연이 많기도 하다.    지난 해 12월「크리스머스」와 세모의 기분에 온 장안이 들떠 있을 무렵, D요정의 관광 아가씨 김은정(金恩貞·24·가명)양은 거의 발가벗은 몸으로 새벽 일찍 D요정에 나타나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담요로 몸을 감싸주며 주인 아주머니가 이유를 물으니 김(金)양은 어깨를 들먹이며 더듬더듬 자신이 당한 일을 털어 놓았다.  전날 밤 김(金)양은 D요정에 온 일본 관광객들이「파티」에서「호스테스」로 일했으며「파티」가 끝난 뒤에는 손님의 요청에 따라「호텔」까지 동행했다.  「이시바시」라던가 하는 50대의 일본 손님은 밤새 한 잠도 안자고 김(金)양을 괴롭혔다.  『물어뜯고 꼬집고···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혔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를 써도 정상적인 행위를 할 수 없으니까 여자의 몸을 괴롭히는 것으로 쾌감을 맛보려고 하는 모양이더라는 것. 그런 사정을 이해한 김(金)양은 끝까지 참았다.  『하라는 대로 다 했어요. 정말 눈물을 씹으면서 억지로 참았어요』  그런데 새벽녘이 되자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짐승처럼 씨근거리던 일본 손님이 별안간 정색을 하고 일어나 앉더니『나는 너한테「재미」를 못봤으니까 화대를 줄 수가 없다』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일본손님의 태도는 완강한 도를 넘어서서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너 같은 건 필요 없으니 빨리 꺼지라』고 했다.  『밤새 괴롭힌 건 누군데 글쎄 돈도 안주고 당장 나가라지 않겠어요』  김(金)양은 억울한 사정을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완력에 밀려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채 쫒겨나고 말았다고 했다.  관광 아가씨들이 받은 하룻밤의 화대는 미화로 60불(2만4천원). 72년 10월 이후 관광 아가씨들에게는 신분을 증명하는「패스」가 발부되었으며,「패스」를 가진 아가씨는 관광「호텔」출입과 관광객 상대 접객 행위가 묵인된다. 화대 60불도 이때 정해진 액수.  그런데 화대를 선불제로 하지 않고 후불제로 한 데서 갖가지 말썽이 빚어지고 있는 것.  O요정의 최선희(崔仙姬·23·가명)양은 이런 일을 당했다.  R「호텔」에서 일본 손님을 접대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60불을 받으려고 했더니 그 일본 사람은 별안간 양복 주머니를 여기저기 뒤지더니 돈이 한푼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밤에 자는 체하고 네가 훔친 게 아니냐』고 뒤집어 씌우더라는 것.  하도 화가 나서『그렇다면 경찰을 부르자』했더니『경찰까지 부를 필요는 없지만 난 너같은 도둑에게 돈을 줄 수가 없다』고 하며 역시 억지로 내쫓겼다.  이럴 경우 최(崔)양과 같은 아가씨는 어디에 호소하고 항의해 볼 방법이 없다. 경찰에 신고해 봐야 윤락행위 단속법 위반으로 최(崔)양이 먼저 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  『정말 억울합니다. 외국 관광객 상대는 묵인되어도 정작 말썽이 생겨 우리가 피해를 입어야 할 경우 그것을 보호해 줄 아무런 대책이나 제도가 없으니 말예요』  P요정에 근무하는 신숙자(申淑子·25·가명)양의 말이다.  72년도에 한국을 찾은 외국 손님은 무려 37만명. 올해에는 5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순수한 관광객만도 40만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40만명이 대부분 일본 사람일 것으로 추측하며 일본 관광객은 열이면 열 모두 기생「하우스」를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 관계 당국에서는 기생「하우스」즉 관광요정의 질을 높이고 기생들의 교양과 예능 지도에 열중하고 있다.  관광요정에는 국내 손님만을 접대하는 일반기생이 있고 외국 관광객만을 접대하는 관광기생이 따로 있다.  이들 관광기생은 모두가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과 미모를 갖추었으며 외국어도 영어와 일본어는 거의 불편없이 통할 수 있을 정도다.  이들이 벌어 들이는 외화는 1인당 하루에 평균 1백불꼴(「파티」비용 포함).  올해에 40만명의 관광객이 한국에 온다 치고, 한사람이 1백불씩만 떨어뜨리고 간다면 4천만불(1백60억원)의 외화가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관광산업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외화획득 사업 아닙니까. 그래서 나는 절대로 관광객을 접대할망정 나 자신을 창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C요정의 박애라(朴愛羅·24·가명)양의 말이다.  『일본 사람이라고 다 나쁘고 얌체는 아니에요. 어떤 때는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더 나쁜 짓을 할 때가 있어요』  밤일을 마치고「호텔」문을 나설 때 수사관을 사칭한 젊은 남자에게 지니고 있던 외화를 몽땅 털리는 일이 자주 있었다는 얘기.  「외화 불법 소지」라는 죄목을 덮어 씌우고「핸드백」속에 챙겨 넣은「서비스」 요금을 뺏어간다는 것이다.  이럴때 아가씨들은 신고도 못하고 울면서 당하기 마련이라고.  『물론 그들은 가짜 수사관일 거예요. 그러나 가짜인 줄 알면서도 신고를 못하는 것은 우리를 보호해 주는 당무자의 태도가 너무 싸늘하기 때문이거든요』  「호텔」에서 일하는 종업원들마저 관광 아가씨에 대해서는 대개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팁」때문이지요. 지나칠 정도로 손을 내밀기 때문에 한두번 모른 체 하면 반드시 말썽이 나기 마련이랍니다』  비슷한 처지의 몸들이기 때문에 더 이상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하는 관광 아가씨들의 얘기는 한이 없을 것 같았다. 관광「붐」을 타고 이런 일들이 적지않다는 것을 그냥 들어 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하기야 우리 애들이 잘못하는 때도 있겠지요.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인 이해가 너무 부족한 때문인 것 같아요』  요정 주인 정찬순(鄭讚順)씨의 말이다.  <재(宰)>  
  • [열린세상] 대립과 폭력 국회를 퇴치하는 방안/김용호 인하대 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대립과 폭력 국회를 퇴치하는 방안/김용호 인하대 정치학 교수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문제로 극한대치 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국민들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야당이 제기한 FTA 관련 최대 쟁점인 ISD(투자자의 국가 상대 소송제도)는 거의 모든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을 폐지하자는 것은 억지다. 경제나 사법 강국인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들이 ISD 조항을 폐기하고 다른 나라의 경우 우리의 해외 투자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 조항을 도입하려고 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왕따당할 만한 논리다. 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ISD 조항 재협상 약속마저 거부하기로 당론을 정하는 것을 보면 야당이 내년 선거를 의식하여 정략적 계산에 따른 발목잡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외에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렵게 되었고, 그런 경우 여야가 다시 한 번 더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단식 중인 정태근 의원을 비롯하여 상당수의 여야 의원들이 폭력 국회 추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야의 모습은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은 형국이다. 우리 국회가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극한적인 대립과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국회의원들이 소속 정당의 볼모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변자가 아니라 정당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국회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매일 아침 당사로 출근하여 당무에 매진하고 있으니 국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국회직 대신 높은 당직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은 국회가 정당의 손아귀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최근에는 국민의 세금을 받고 나랏일을 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심지어 사조직에 불과한 대선 후보 캠프의 공식 직책을 더욱 열심히 수행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세금을 받고 정부 일을 하는 현역의원이 사조직인 대선후보 캠프에서 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국회의원들이 당직이나 캠프의 직책을 버리고 의정활동에만 전념하지 않는다면 국회 내 여야 간의 대립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정당의 원내 교섭단체 간에 합의가 없을 경우 국회 운영이 마비되는 현행 제도가 고쳐지지 않으면 국회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앞으로 국회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이런 국회 제도 개혁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면 한·미 FTA 비준 과정에서 여야가 물리적인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본 국회가 1970년대까지 몸싸움이 심했으나 NHK 공중파 TV가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활동을 생중계하자 점차 폭력이 사라졌다. 더욱이 몸싸움을 벌이는 의원들이 낙선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의원들이 과격한 행동을 삼가게 되었다. 우리도 KBS가 한·미 FTA 비준안을 논의하는 국회 외통위와 본회의를 공중파로 생중계할 경우 의원들의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TV 카메라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아는 분들은 나의 제안에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국회 상임위의 좌석 배치도 여야 의원들이 편을 갈라 서로 마주 보고 앉지 말고, 선수(選數)에 따라 1열은 초선이나 재선의원, 2열은 3선 이상의 여야 의원들이 서로 섞여 앉도록 자리 배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야 의원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 서로 삿대질을 하면서 싸우기 힘들 것이다. 미국 의회를 보면 의원들이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여야 구별 없이 주로 선수에 따라 섞여 앉는 것처럼 우리 국회도 여야 대치형 자리 배치를 바꾸어야 한다. 이런 국회 제도 개혁이나 환경 변화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하루속히 실천에 옮길 필요가 있다. 특히 KBS가 상임위와 본회의장의 한·미FTA 비준과정을 생중계해 보면 그 효과를 당장에 알 수 있을 것이다.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4) 상수학 대가, 소강절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4) 상수학 대가, 소강절

    결혼 첫날밤, 소강절은 부인을 재워놓고 밤새 점을 치고 있었다. 그가 궁금했던 건 이 첫날밤 행사로 자식이 생겼을까 하는 것. 점을 쳐보니 과연 아들이 들어섰다는 점괘가 나왔다. 내친김에 손자와 그 다음 후손들의 앞날까지 점을 쳤다. 그러던 중, 9대손에 이르러 불길한 점괘가 나왔다. 9대손이 역적 누명을 쓰고 죽을 운명이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소강절은 임종을 앞두고 유품 하나를 남겼다. “이것을 9대손에게 물려주고 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풀어보게 하라.”는 유언과 함께. ●9대손의 목숨을 구한 점괘 300년 후, 소강절의 9대손은 정말 역적 누명을 쓰고 멸문지화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는 9대조 할아버지의 유품을 열어 볼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고, 드디어 보자기를 풀었다. 그 안에는 “지체하지 말고 이 함을 형조상서에게 전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는 그 길로 형조상서를 찾아 갔다. 형조상서는 300년 전 대학자인 소강절의 유품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나와 예를 다해 유품을 받았다. 그런데 그가 유품을 받기 위해 마당에 내려서자마자, 서까래가 내려앉으며 집이 무너지고 말았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가져온 함 속에 있었던 소강절의 편지 내용이었다. 거기엔 “당신이 대들보에 깔려 죽었을 목숨을 내가 구해주었으니, 당신은 나의 9대손을 구해 주시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상서는 그 길로 재수사를 명했고, 9대손의 무죄를 입증해 주었다. 9대손의 운명까지 예측할 정도로 그의 점복술은 그야말로 최고 경지였다. 소강절의 생애에 관해선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고, 대신 이 같은 신비한 얘기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 기막힌 예지력 때문에 그는 신비한 점쟁이의 대명사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강절은 수리(數理)를 성리학적으로 완성한 상수학(象數學)의 대가이다. 그의 예지력은 영감이나 직감이 아닌 바로 ‘수(數)의 이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숫자로 천지(天地)의 이치를 헤아리다 소강절(邵康節·1011~1077)은 북송 시대의 유학자이자 시인으로, 북송5자(주렴계, 소강절, 장재, 정호, 정이)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입신양명의 꿈을 키웠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과거를 준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옛 사람들은 시간을 뛰어넘어 더 옛날의 사람과도 소통하였는데, 나는 지금 내 주위 사방(四方)에도 못 미치는구나.”하며, 집을 떠나 천하를 떠돌아 다녔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도(道)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 후, 다시 나가지 않았고 더 이상 과거공부도 하지 않았다. 진정한 소통은 입신양명 같은 외적 확대가 아니라 우주와 직접 연결되는 내면의 확장이라고 깨달은 것일까. 이 무렵 이지재가 소강절이 학문을 즐긴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방문했다. 이지재는 주렴계의 스승인 목수의 제자로 고문에 정통한 학자이자 관리였다. 이지재는 소강절에게 물리(物理)와 성명(性命) 공부를 권했다. 뜻이 깊으면 그 방면에 반드시 스승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그런데 소강절의 경우는 한 술 더 떠서 스승이 제 발로 찾아와 스승 되기를 청했다. 이때부터 소강절은 춘추를 배우고 역학(易學)을 전수받았다. 이지재는 그의 잠재력과 학문적 그릇을 꿰뚫어 보았다. 훗날 소강절의 사상이 주자학(신유학)의 사상적 기틀이 된 것을 보면 이지재의 안목도 대단하다고 하겠다. 소강절은 이지재로부터 도교의 연단술에 운용되던 선천도(先天圖)를 전해 받았고, 그것을 재해석하여 ‘선천역학’이라는 역학의 새로운 해석체계를 세웠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가일배법’(加一倍法)이라는 단순한 원리에서 시작된다. 가일배법은 하나가 둘로 나뉘는 법칙으로 2 0, 2 1, 2 2, 2 3… 2 n식의 배수로 진행된다. 이렇게 두 배로 분화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만물생성의 이치라는 것이다. 이 중에서 소강절은 숫자 ‘4’에 주목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역사는 ‘4’라는 수의 변천과 순환일 따름이다. ‘춘·하·추·동’과 ‘역·서·시·춘추’로부터 시작된 하늘과 인간의 네 국면은 그 순서대로 생(生; 낳고), 장(長; 자라고), 수(收; 수렴하고), 장(藏; 저장한다)하는 사이클을 가지고 2배수씩 분할된다. 그렇게 분할되어 낳은 것 중에는 ‘인·의·예·지’ 같은 윤리적인 이치도 있고, ‘문왕·무왕·주공·소공’ 같은 역사적 인물도 포함된다. 이런 식으로 확장해 가면 우주만물과 그 시공간을 모두 헤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장수장의 운명적 리듬을 통해 만물의 운명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소강절의 대표 이론인 원회운세론의 ‘원(元)·회(會)·운(運)·세(世)’는 우주의 시간단위로서 이것은 ‘연·월·일·시’의 주기성과 통한다. 즉, 원(元=12회)은 우주의 1년이고 지구의 시간으로는 12만 9600년에 해당하고, 회(會=30운)는 우주의 한 달이며 지구시간으로는 1만 800년에 해당한다. 그리고 운(運=12세)은 우주의 하루로서 지구시간으로 360년이고, 세(世)는 우주의 한 시간, 지구시간으로는 30년이다. 이로써 인류를 포함한 만물의 역사는 ‘원회운세’ 안에서 피할 수 없는 준칙을 갖게 되었고, 천지(天地)와 인간은 같은 패턴의 시간성 안에서 물리와 생리를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원회운세와 더불어 관물내편과 관물외편 그리고 성음율려를 더해 대작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가 완성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예지력은 ‘초월적 능력’이라기보다, ‘숫자’와 숫자에 연결된 이치를 통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사물을 관찰한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사물의 관찰, 즉 관물(觀物)이 객관적이기 위해서는 편견의 주체인 ‘나’의 판단을 소거해야 한다. 그래서 소강절은 ‘나로써 사물을 보(以我觀物)’지 않고, ‘사물로써 사물을 보기(以物觀物)’를 강조한다. 결국, 소강절에게 관물은 주체를 만물 속에 깃들게 하는 동시에 만물이 스스로의 이치를 말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는 우주만물이 되고, 내 마음의 움직임은 곧 천지자연의 변화와 다르지 않다. 이를 일컬어 ‘심법’(心法)이라 말한다. 그러므로 수의 이치를 꿰고 마음의 변화를 읽으면 만사를 알 수 있다. 이것이 그의 예지력의 원천인 셈이다. “몸은 천지 뒤에 태어났지만 마음은 천지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네. 천지도 나로부터 나오는데 다른 것은 말해 무엇하리!” ●천명(天命)을 깨달은 자의 자유 그러나 그는 이 앎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만일 “수를 써서 지름길로 가려는 것은 하늘의 이치를 왜곡”하는 것이고 그렇게 “억지로 취해서 반드시 얻어내려 하면 화와 근심이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욕에 머물러 “요행을 바라는 것은 천명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문을 하고 마음을 수양하는 일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올바름이 바로 도가가 유가의 수양과 만나는 길을 열었으며, 신유학의 기틀로 작용하였다. 이것이 성리학의 토대인 북송5자 중에 소강절이 들어가게 된 연유다. 그는 인생의 후반기를 뤄양(陽)에서 살면서 당대를 주름잡던 사상가인 사마광, 장재, 정명도, 정이천과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그들과 달리 그는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평생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의 몸과 사유는 그만큼 자유로웠다. 스스로 ‘유가’임을 선언했지만 다른 북송의 현인들과 달리 불교나 도교에 적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도교의 이론을 잘 활용했고, 또한 그의 시 중에는 ‘불가의 가르침을 배우며’라는 시가 있을 정도로 유·불·도 사이를 자유롭게 노닐었다. 무엇보다 “학문이 즐거움에 이르지 않으면 학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이나, 정명도가 쓴 그의 묘비명, 즉 ‘그는 편안했을뿐더러 이루기도 했다.’는 구절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천명을 안다는 것은 인생역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앎 그 자체가 삶이자 자유였다. 때문에 그의 길은 늘 사방으로 열려 있었다. “눈앞의 길은 모름지기 널따랗게 만들어야 하느니, 길이 좁으면 자연 몸을 둘 곳이 없네. 하물며 사람들을 다니게 하는데 있어서는 어떻겠는가!” 안도균 감이당 연구원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8) 지방행정체계 개편

    [테마로 본 공직사회] (28) 지방행정체계 개편

    도청이 있는 춘천시까지는 350㎞. 당시 교통형편으로 도청에 다녀오려면 3일을 꼬박 들여야 했다. 경상북도 동북단 울진군은 50여년 전엔 강원도에 속했다. 주민들의 언어·풍속도 강원도보다 경상북도에 가까운데다 경북도청이 있는 대구까지는 하루에 오갈 수 있는 거리였다. 생활용품을 사거나 마을에서 생산한 물건을 팔 때도 영양이나 안동으로 발걸음을 했다. 1963년 ‘서울특별시·도·군·구의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이 발효돼 울진군이 경북으로 편입되자, 강원도민인 것이 어색했던 당시 울진군 주민들은 오랜 숙원이 풀린 듯 기뻐했다. 인천시 강화군과 경기도 김포시, 충청북도 청원시와 청주군 등등 전국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 통폐합 논의가 한창이다. 경우에 따라 주민투표도 실시될 수 있는 자율통합방식이다. 1997년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 주민발의로 여수시로 통합되고 나서 통폐합이 이뤄진 사례는 지금까지 창원과 제주 단 2건에 불과할 만큼 실제 통합으로 가는 길은 더디기만 하다. 중앙정부가 계획에 의해 신속하게 행정체제를 개편했던 1980년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통폐합의 이유도 과거 인구증가나 산업화·도시화 촉진 등에서 효율성 추구와 경쟁력 강화로 달라졌다.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위원인 박승주 광주발전연구원장는 “이제 지자체의 통폐합은 중앙 정부에서 억지로 재촉해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지역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의견을 조정, 만족할 만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1950년대 시승격은 지역주민의 자랑 1950년대까지 지방행정구역 개편은 주로 지리적 차이나 인구증가 같은 자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이었다. 1954년에는 ‘수복지구 임시행정조치법’에 따라 6·25전쟁 전에 북한에 있던 연천·양양군 등 8개 군이 강원·경기도에 편입되고 개성시와 연백군 등 4개 시·군이 빠진 것이 이때다. 또 전후 인구가 급증하자 1955년 제주시 등 6개시 승격, 1956년 충주·삼천포 시 승격 등 50~60년대에는 1~2년 단위로 군이 시로 승격되기도 했다. 당시 군이 시가 되는 일은 ‘승격’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큰 자랑거리가 됐다. 1963년 1월 1일은 부산시가 부산직할시로 승격된 날이다. 이날 서울신문은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부산 역사상 가장 대규모 경축대회’가 열려, 부산포(현 부산항)부터 긴 가장행렬과 여고생 480명으로 구성된 ‘미(美)의 행진’까지 이어졌고 집집이 태극기를 내다는 등 지역주민들은 직할시 승격을 기뻐했다고 보도했다. 이때 전북 금산군은 충남으로 편입됐고, 의정부 등이 시로 승격됐다. 당시 정부관계자는 ▲자연·지리·인구·재정 ▲대규모 도시를 적은 규모로 확장 ▲주민불편 제거를 행정체제 개편의 이유로 들었다. ●1960~80년대 부동산 투기 단초되기도 산업화·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1960~80년대 지방행정구역 개편의 주된 관심사는 효율적인 도시관리와 산업발전이었다. 도에서 시를, 군에서 읍을, 농촌지역에서 도시지역을 분리시키는 이른바 ‘도농분리정책’이 정부의 지방행정구역 개편의 이유였다. 개편은 때로 지역사정이나 주민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강행되기도 했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도농분리정책이 도시개발을 촉진하고 도시민들의 편의시설·서비스를 확충하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민의 생활권·역사성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이고 행정편의적인 개편일 때가 많아 주민 간 갈등이 생겨났고, 농촌이 황폐화되고 도농 간 위화감이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1980년 4월, 동해·창원·제천·영주시등 4개 시 신설이 그 예다.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합쳐 동해시가 됐는데, 거리는 8㎞밖에 안 떨어져 있었지만 고려 이후 행정구역상 강릉과 삼척으로 나누어져 있었을 뿐 아니라 언어·풍속·혼인 등 생활관습이 달라 시 승격 초부터 갈등이 있었다고 당시 언론들은 보도했다. 특히 명주군 연간 세입의 30%를 묵호읍이, 삼척군 연간 세입의 50%를 북평읍이 차지해, 시 승격으로 나머지 지역이 소외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영주·제천시에서는 변두리 땅값도 50% 이상 뛰어 부동산 투기도 극심했던 점도 문제였다. 또 창원출장소가 창원시가 되면서 남은 창원군은 지역이 4조각으로 나뉘어 일부 지역에서는 군청에 가려면 2개시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1990년대 이후 효율화 때문에 개편 이런 도농분리정책이 폐기된 것은 1990년대 들어 민선 자치단체장 선출을 앞두고 군지역 행정·재정력 약화, 생활권·행정권 분리, 경상경비 과다지출 등 도농분리방식의 비효율성이 비판을 받으면서부터다. 1994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돼 시에도 읍·면을 둘 수 있도록 해 시 중심부에는 동을, 주변 농촌지역에는 읍·면을 그대로 존속시킬 수 있게 됐다. 당시 통합대상 선정기준은 ▲역사적 동질성 ▲생활권의 동일성 ▲지형적 조건 ▲지역균형발전 가능성 등이었다. 주민의견조사·지방의회의견 수렴을 거쳐 일방적인 하향식 개편도 벗어났다. 그 결과, 도농통합은 1994년 경기도 남양주시 통합결정을 시작으로 1997년 여수시 통합결정까지 불과 3년 동안 84개 시·군이 41개 시로 재편성됐다. 하지만,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된 통합이라 농촌지역 소외 등 문제점도 드러났고, 이후 지자체의 입지도 강화돼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전까지 도농통합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미 대상지역이 상당수 통합된데다, 지방자치제가 본궤도에 올라 중앙정부나 국회가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해도 강하게 지자체 통합을 압박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특파원 칼럼] 미국이 돌아온다는데/박홍환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 미국이 돌아온다는데/박홍환 베이징특파원

    미국이 거세게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올 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극진하게 대접하며 양국 간의 갈등을 해소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웃는 얼굴은 이미 사라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윽박지르는가 하면 “인권을 존중하라.”고 힐난하고 있다. 중국 포위 전략도 구체화했다. 베트남전 이후 처음으로 호주의 태평양 연안 군사기지에 미 해군을 주둔시키기로 했고, 아시아에서 국방비 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인도, 필리핀 등에 군사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몽골, 베트남 등과의 군사 협력도 본격화했다. 경제적으로는 또 어떤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아·태 FTA) 구상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아·태지역을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며 ‘아시아 복귀’를 선언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비장한 얼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중무장한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연상시킨다. 이쯤 되면 중국도 한바탕 퍼부을 만하지만 예상외로 조용하다. 피해 가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변 지역에 대한 미국의 촉수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던 중국이다. 그 사이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미국의 ‘아시아 복귀’와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평가하는 중국 내 시각을 한번 엿보자. “지금 미국은 전술적으로 ‘공격’하고 있지만 이는 그만큼 전략적으로 ‘열세’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지금 내리막길인 반면 중국은 상승 국면에 있다. 경제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미국은 지금 갖고 있는 게 매우 많지만 중국은 매우 좋은 방향으로 갖고 있는 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의 말이다. 미국이 기세 좋게 아시아 복귀를 선언했지만 이빨 빠진 호랑이의 허장성세라는 얘기다. 시간이 갈수록 호랑이의 힘은 빠질 테고, 내버려 둬도 호랑이는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맞대응해 중국의 자원을 분산시키려는 미국의 노림수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은 미국의 남중국해 개입에 대해서도 나름의 ‘필살기’를 갖고 있는 듯 속으론 여유 있는 표정이다. ‘아시아 복귀’를 선언한 미국이 이번에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했지만 중국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20년 외교관계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이 아세안 국가들을 흔들어 놓을 순 있겠지만 이미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차이나 머니’의 단맛을 알아버린 이들이 쉽게 미국의 의도대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게다가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입장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중요이익’일 뿐 ‘핵심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주변국들을 대신해 ‘칼침’을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쇠퇴와 이에 확연히 대비되는 아시아의 중흥은 미국의 아시아 복귀, 중국의 아시아 공략 현상을 불러왔다. 아시아를 놓고 벌이는 미·중 간의 각축은 20세기 중반 미국과 옛 소련이 연출한 ‘냉전 드라마’의 21세기판인 셈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드라마의 중심무대 가운데 하나다. 20세기에 우리는 억지로 이끌려 조연으로 참여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 그렇게 분단이 됐다. 그땐 선택의 기회조차 없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이다. 우리의 중국경제 의존도는 25%를 상회하고,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대에 이른다. 북한의 핵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안보동맹은 여전히 한반도 안정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버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지금 펼쳐지는 드라마가 ‘전부 아니면 전무’였던 전편의 복사판이 아니라는 점이다. 냉철하고도 정확한 정세 판단과 실용적 외교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젠 ‘어어’ 하다가 질곡으로 끌려들어간 아픈 과거를 재연해선 안 된다. stinger@seoul.co.kr
  • 사주팔자 보니 실연당한 사람은…

    사주팔자 보니 실연당한 사람은…

    해마다 연초면 ‘용하다’는 점집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자신이 언제쯤 결혼하고, 돈을 벌고, 지위가 오를지를 묻기 위해서다. 한번쯤 재미로 본다면 그럴 수 있겠다. 한데 어디 그런가. 점집 안에선 고개를 주억거리다가도 되돌아서 나오면 뭔가 불안하다. 그렇다 보니 또 다른 역술가를 찾게 되고, 점집 원정도 시작된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간과 에너지를 썼는데, 되레 그 문제가 다시 자신을 옥죄는 악순환이 생긴 셈이다. 이들이 알고, 또 고치고자 하는 것이 뭔가. 사주팔자다. 사주는 음양오행의 구성과 배치를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주팔자를 고친다는 말은 곧 내 몸과 나를 둘러싼 환경의 음양오행의 비밀을 풀고, 그 배치를 새롭게 한다는 뜻과 통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음양오행의 재배치를 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거다. 이에 대한 ‘갑자서당:사주명리 한자교실’(류시성·손영달 지음 북드라망 펴냄)의 주장은 간결하다. 자신이 직접 공부하고 노력해서 얻어 내야 할 일들이지 돈 주고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또 하나, 한자(漢字)도 문제다. 역술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 한자로 쓰여 있어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책은 사주명리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그래서 꼭 암기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한자들의 유래와 쓰임새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음양오행은 몸에서는 장기와 얼굴의 이목구비, 경맥 등으로, 실생활에서는 방위와 색, 계절, 감정 등으로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 주를 구성하는 요일만 봐도 음양을 뜻하는 일·월요일과 오행을 뜻하는 화·수·목·금·토요일의 순환으로 이어진다. 쉽게 말해 우리의 삶을 역전시켜 줄 다양한 요소들은 실상 우리 생활 곳곳에 있는데, 정작 그걸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란 얘기다. 책은 우리가 지나쳤던 음양오행의 구체적인 실례들을 쉽게 실생활에 적용해 준다. 방금 애인과 헤어진 사람이 있다. 당연히 지금 그를 지배하는 감정은 슬픔(悲)일 터다. 오행으로 보면 슬픔은 금(金)에 해당된다. 오행의 흐름상 금을 녹일 수 있는 것, 즉 금의 힘을 누를 수 있는 건 화(火)다. 화에 해당하는 감정은 기쁨(喜)이다. 따라서 실연을 당한 사람이 슬픈 노래를 듣고 슬픈 영화를 보는 건 악수 중의 악수다. 억지로라도 웃어야 하고, 남쪽을 향해 해의 기운을 받거나 쓴 음식을 먹어 화의 기운을 보충해야 한다. 또 평소 잡념(思)이 많은 사람이라면 토(土) 기운이 과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덕지덕지 붙은 흙을 털어내기 위해 사지(四肢)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책은 이처럼 한자 하나하나의 풀이를 통해 음양오행의 재배치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1만 39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김해시, 부산 강서구와 통합건의서 제출

    경남 김해시가 15일 부산 강서구와의 통합건의서를 경남도에 제출했다. 김해시의 건의가 지방행정 체제개편 추진위원회의 통합방안에 포함되면 내년 하반기 이후에 주민투표 또는 두 자치단체 지방의회 결정에 따라 통합 여부가 결정된다. 이에 앞서 김해시는 지난 3일 시의회에서 “현재 시 인구가 51만명이지만 관할 면적이 463㎢로 전국 시 평균 면적 515㎢에 못 미쳐 정부가 마련한 통합대상에 해당된다.”며 통합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해시는 이날 통합건의서를 통해 “부산 강서구는 20~30년 전만 하더라도 김해 땅으로 1978년, 1989년 2차례에 걸쳐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행정구역 개편으로 부산시에 억지로 편입됐다.”면서 “강서 주민들의 문화와 생활권은 김해인 만큼 두 지역의 통합 효과는 매우 크다.”고 밝혔다. 부산 강서구 정봉욱 총무국장은 “김해 및 진해쪽 부산신항 일부와 강서구가 통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통합은 김해시가 부산으로 통합되는 방향에서 결정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아직까지 통합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기고] 안전 연구실, 이공계 엑소더스 막는다/김두현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기고] 안전 연구실, 이공계 엑소더스 막는다/김두현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이공계 엑소더스’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3만 385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자퇴하거나 전과해 이공계를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이탈현상을 해결하려면 다각적인 방법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연구실 안전법 준수를 통한 안전한 연구실 환경 조성’ 역시 이공계 이탈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현실은 대학 캠퍼스를 비롯한 상당수 연구실에 여전히 ‘안전 경고등’이 켜져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전국 대학 및 연구기관 연구실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394건이었다. 현장에 나가 이공계 학생들의 연구실 안전의식을 확인해 보면 이 정도의 결과가 다행일 정도로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연구실 환경조성도 마찬가지다. 연구 결과 도출에만 급급하다 보니 실험실이 점차 시한폭탄으로 변해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모 대학 환경 안전원이 대학 연구실험실 1360여개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시행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630개가량의 실험실에서 안전 점검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약품이나 실험기구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고, 연구원들은 실험복과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평소에 신던 신발과 옷을 그대로 입고 실험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우수한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것은 연구종사자로서 절대로 저버릴 수 없는 최상의 보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에 안전한 연구실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연구자 자신 또는 동료가 상해를 입는다면 이 무슨 공염불인가. 이런 맥락에서 다행히도 연구실안전사고에 대한 관심이 정부와 대학 그리고 관련 기관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연구종사자를 보호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자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을 2006년에 개정하였다. 또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정부사업을 위탁받아 연구실 안전문화 확산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며, 연구실 안전정보망을 구축하여 연구실 안전과 관련된 교육용 콘텐츠 및 연구실 사고 사례를 제작·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법 개정, 관련 기관의 안전 관리만으로는 연구실 안전 환경 조성이 잘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언제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연구실에서 주연은 연구종사자임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연구종사자 스스로 연구실 안전사고 예방에 주목하여 안전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본적으로 연구 활동 과정에서 실험복, 보호 장구 착용 등을 반드시 이행해 주기를 당부한다. 또한, 연구실 안전관리의 체계적인 수행을 위한 ‘Plan-Do-Check-Action’ 사이클을 생활화한다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연구실 안전사고 발생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안전은 마음에서 비롯되며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 사회 전반적으로 연구실 안전은 타협의 대상도, 우수한 연구 결과 도출을 위한 희생양도 아니며 최고의 절대적 가치를 인정 받아야 할 대상임을 인식하여 안전한 연구실 환경에서 무한한 대한민국의 과학 발전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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