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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 & 이슈] 2015광주유니버시아드 중간 점검

    [이슈 & 이슈] 2015광주유니버시아드 중간 점검

    ‘창조의 빛, 미래의 빛’을 슬로건으로 내건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이하 U대회)가 2년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광주 U대회에는 170여개국의 대학생 선수단과 운영요원 등 2만여명이 참여하는 젊은이들의 지구촌 축제다. 시는 이를 EPIC(환경·평화·첨단기술·문화) 스포츠 대회로 치른다는 구상이다. 광주시와 조직위는 U대회의 성공을 위해 시설·운영·홍보·국제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에 발벗고 나섰다. 특히 유엔과 협력해 국제종합스포츠대회 최초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 중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시는 가장 시급한 선수촌 조성에 도심 재개발 개념을 적용했다. 국제스포츠 대회 유치를 통해 옛 도시를 새롭게 재생한다는 복안이다. 시는 이에 따라 서구 화정주공아파트 단지가 자리했던 15만 6312㎡의 부지에 6000여억원을 들여 모두 3726가구(15~33층)를 짓기로 현대건설과 지난해 5월 협약했다. 이어 건립된 지 30년이 넘어 도심 흉물로 방치되다시피 한 이 아파트 단지를 최근 헐어내고, 새 아파트의 기초공사를 진행 중이다. 한때 새로운 선수촌 건립 후보지를 물색했으나 도심 리모델링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시는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미분양이 우련된 탓에 미분양 물량의 10%를 떠안기로 하고 ‘억지로’ 현대건설을 이 사업에 끌어들였다. 특정 업체에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특혜 논란도 빚어졌다. 그러나 최근 이뤄진 분양 결과 청약자가 몰리면서 거의 대부분이 동이 났다. 시는 단 한푼도 들이지 않고 선수촌 확보와 ‘도심 재개발’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요 경기장의 신·개축이 이뤄진다. 모두 21개 스포츠 종목이 치러질 73개의 경기장(경기장 38곳, 훈련장 35곳)이다. 이 가운데 수영장(전체 건축면적 1만 7000㎡, 관람석 3250석), 다목적체육관(2만 7241㎡, 6500석), 테니스장, 양궁장, 염주 육상훈련장 등 5개 시설을 새로 짓는다. 사업비는 4683억원이 투입된다. 또 기존 경기장 33곳과 훈련 시설 35곳은 내년 상반기 용역을 통해 개보수 공사를 진행한다. 스포츠를 통한 남북화해와 평화 증진을 위한 남북단일팀 구성도 추진된다. 강운태 시장은 지난 8월 폐막한 여수세계박람회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만나 남북 단일팀 구성 지원을 요청했고, 반 총장도 이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혀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직위와 유엔스포츠개발 평화사무국(UNOSDP)은 최근 ‘광주U대회 공동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하고,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한 스포츠 교류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교류 증진을 위해 유엔이 공식 창구 역할을 맡기로 약속했다는 의미다. 유엔은 2015년 대회 이전에 남북이 만날 수 있는 단일 종목의 친선대회도 열기로 했다. 조직위는 대회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자원봉사자 인력 양성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2015년까지 모두 12만여명의 자원봉사자를 확보하기 위해 내년 1월 개교를 목표로 ‘자원봉사학교’를 준비 중이다. 현재 대학생 홍보대사(유니프렌즈) 180여명이 활동 중이고, 이 지역 1500여명으로 구성된 대학생 서포터스도 발족됐다. 앞으로 전국 대학생 서포터스를 15만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니버시아드 외국어스쿨’을 통해 3만 500여명의 교육생도 배출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외교 위상↑… 북핵·동북아 분쟁 주도권 확보

    외교 위상↑… 북핵·동북아 분쟁 주도권 확보

    우리나라가 1996~1997년에 이어 15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돼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넒히고 북핵문제 등 한반도 안보문제에 보다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18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93개 회원국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2차투표에서 유효표의 3분의2보다 21표 많은 149표를 얻어 2013~2014년 이사국으로 당선됐다. 아시아 몫을 놓고 우리와 경합한 캄보디아는 43표를 얻어 낙선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우리나라 말고도 호주, 르완다, 룩셈부르크, 아르헨티나가 새로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우리나라는 내년 2월 순번에 따라 안보리 의장국을 맡게 된다. 이같은 성과는 21년이라는 짧은 유엔에서의 연륜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교의 높아진 위상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는 유엔 가입 이후 5년 만인 1996년부터 2년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맡은 것은 물론 2001년 9월부터 2002년 9월까지 한승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제56차 유엔총회 의장으로 활동했다. 2006년에는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이 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됐고 지난해 6월 성공적으로 재선하는 등 유엔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아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9일 “1996~1997년 비상임이사국 시절 우리의 유엔 외교 역량이 학습기였다면 현재는 다자외교 등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한 성장기”라고 자평했다. 유엔 안보리는 국제 평화에 1차적 책임을 진 유엔 기구로, 주로 국제 분쟁의 조정이나 해결을 권고하고, 침략자에 대한 경제 제재와 무력 사용 등을 논의한다. 특히 앞으로 2년간의 비상임이사국 임기가 반 사무총장의 재임기간과 겹친다는 점에서 북핵이나 경색된 남북관계 등 한반도 문제에서 보다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이나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등을 놓고 막후에서 돌아가는 안보리 논의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돼 왔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안보리 이사국이 된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상당 부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향후 북핵 문제나 동북아 분쟁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임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5개 상임이사국과 마찬가지로 1개의 투표권을 갖지만 상임이사국들의 특권인 ‘거부권’은 없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사설] 안보리 재진출, 동북아 안정 디딤돌 되길

    우리나라가 15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으로 다시 선출됐다.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전, 질서 유지에 책임을 지고 전 세계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유엔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처음 안보리 이사국을 맡았던 1996~1997년보다 경제·통상은 물론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국제적인 위상이 많이 높아진 데다 유엔 사무총장을 한국 출신인 반기문 총장이 맡고 있기 때문에 안보리에서 이전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안보리 진출로 얻은 가장 중요한 소득은 한반도 문제 논의에 우리가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안보리가 북한 핵 문제나 천안함 사건 등을 논의할 때 우리나라는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사국으로서 충분한 입장 표명을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안보리 이사국에 진출, 한반도의 안보 문제를 직접 다루게 된 것은 그 자체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큰 억지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과장된 것이 아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영토와 과거사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불안정성을 완화, 해소해 나가는 데도 적극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안보리 진출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외교적 시험대에 오른 측면도 있다. 국제사회는 아마도 우리나라가 안보리 내에서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전폭 지지할 것이라고 예측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그 같은 인식이 굳어진다면, 향후 우리 외교의 폭과 깊이는 곧 한계에 부딪치고 말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시점에 우리만의 독자적인 외교적 목소리를 얼마나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큰 과제로 남게 됐다. 또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 테러, 보건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과제다. 이와 함께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유엔 분담금과 평화유지군(PKO) 파병 등 유엔을 위한 우리나라의 기여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 등에 대해서도 명분과 여건을 두루 살펴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 [길섶에서] ‘강남스타일’ 오역 유감/노주석 논설위원

    ‘씨줄날줄’난에 쓴 ‘빌보드 차트 조작설’(9월 29일 자)을 읽은 독자로부터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싱글차트 1위 등극이 예상되자 배가 아픈 일부 일본 네티즌들이 빌보드 차트 조작설을 제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독자는 “강남스타일 영어번역 가사에 오류가 있다.”라면서 가사 중 ‘정숙해 보이지만’에서 ‘정숙’(貞淑)을 ‘정숙’(靜肅)으로 착각하고 ‘quiet’로 번역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virtuous’ 또는 ‘chaste’가 맞다고 지적했다. 포털이나 외국가사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오역 사례가 눈에 띄었다. 심지어 한글 발음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스타일’(style)을 억지춘향 식으로 혀를 과하게 굴리다 보니 ‘셰테일’(seutail)로 옮겨진 사례도 보였다. “랩은 가사가 생명인데 영어 가사에 무관심한 것 같다.”라는 독자의 말씀이 백번 지당하다. 우리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도 우리말을 외국어로 번역을 제대로 못해서가 아닐까.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사라진 고기값 47억원 ‘진실게임’

    사라진 고기값 47억원 ‘진실게임’

    충북 옥천영동축협과 경기 양평지방공사가 축산물 납품대금 47억원을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옥천영동축협은 축산물을 납품했다며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양평지방공사는 계약 자체를 부인하며 억지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16일 농협 충북본부 등에 따르면 옥천영동축협은 지난달 20일 양평지방공사를 상대로 밀린 축산물대금 47억원을 받게 해 달라는 지급명령 신청을 청주지법 영동지원에 신청했다. 지난 6월 하순부터 8월 초순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소고기와 돼지고기 47억원어치를 납품했는데 한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초 1년간 50억원어치를 납품하기로 하고 납품 40일 이후부터 대금을 받기로 계약했다는 것. 축협은 증빙자료로 계약서와 입고 확인서 등을 법원에 제출했다. 지방공사의 은행계좌도 압류했다. 하지만 양평지방공사는 계약서를 쓰지도 않았고, 납품받은 적도 없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축협 측은 이달 초 직위해제된 정모 사장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는데 공사는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공사는 옥천영동축협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양평지방공사는 양평군이 160억원을 출자해 2008년 7월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다. 자체 감사 중인 농협 충북본부의 검사국 황천구 차장은 “납품하지도 않고 돈을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소송이 진행되면 양평공사 측은 정 전 사장이 개인자격으로 축협과 계약을 체결해 공사에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평지방공사 조근수 본부장은 “정 전 사장이 축협과 접촉했지만 계약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정 전 사장을 조사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사장은 식품 납품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된 뒤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근무태만·거짓보고·사실은폐… 무너진 ‘軍 전방경계’

    근무태만·거짓보고·사실은폐… 무너진 ‘軍 전방경계’

    지난 2일 밤 군사분계선 철책을 넘어 강원 고성군 22사단으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우리 일반 전방소초(GOP) 문을 두드릴 때까지 군이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근무 태만과 거짓 보고 및 사실 은폐까지 경계태세의 총체적 문제점이 노출됐다. 특히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을 통해 독자적 대북 억지력을 갖추게 됐다고 자평하는 우리 군이 정작 전방 철책선은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비판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2일은 군 당국이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경계를 강화했다고 공언한 날이었다. 북한군 병사의 귀순 직후 해당 부대는 합동참모본부에 “소초의 폐쇄회로(CC)TV로 귀순을 인지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현장조사 결과 이 보고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정승조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거짓 정보를 토대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허위 답변까지 했다. 군 관계자는 10일 “북한군이 소초의 문을 두드릴 때까지 몰랐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OP 생활관 출입구 상단의 CCTV에 녹화된 것이 없다.”고 밝혀 당시 CCTV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무장한 적군이 이번처럼 생활관에 접근한다면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 병사 귀순 당시에는 GOP에 근무하는 40여명의 장병 중 15명가량이 철책 경계근무 중이었다. GOP 생활관에는 상황근무자 1명과 불침번 1명이 근무 중이었다. 군사분계선 바로 아래쪽 최전방 경계초소(GP)와 그 다음의 3중 철책망, 그리고 GOP 등에 모두 경계 근무 병사들이 있었으나 귀순 병사를 발견하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GP에는 2인 1조의 경계병이 지키고 철책망에는 야간의 경우 400~500m 간격으로 병사들이 투입된다. 이 때문에 평소와 같이 정상적으로 겹겹이 경계근무를 섰는데도 북한 병사가 철책을 넘어온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군 당국의 사건 은폐 시도도 도마에 올랐다. 군은 해당 지역의 북한군 귀순 사실을 숨겨 오다 사건 발생 6일 뒤인 8일 국회 국방위의 합참 국감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이를 공개했다. 한편 10일 합참 관계자는 “지난 2일 22사단에서 처음에는 CCTV로 발견했다고 보고했지만 다음 날 오후 북한군 병사가 소초 문을 노크했다고 다시 보고했다. 하지만 보고를 받은 합참 상황실 근무자가 착오로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글로벌 리더 손지애의 자녀 교육법

    글로벌 리더 손지애의 자녀 교육법

    CNN을 통해 한국 소식을 전 세계에 알렸던 손지애(49)는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 대변인과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아리랑 국제방송 대표로 활동 중이다. 동시에 세 딸 미나(23), 유나(13), 지나(11)를 둔 어머니다. 많은 여대생의 롤모델이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리더인 손지애의 어머니로서의 모습은 어떨까. 12일 밤 10시 40분 EBS ‘어머니 전’에서 만나 본다. 네 딸 중 맏딸인 손지애는 전통적인 교육보다는 개방적인 신식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1950년대에 줄리아드 음대에 유학을 간 뒤, 평생 피아노를 연주하고 가르쳤던 어머니는 결혼 뒤에도 여자가 일을 가지는 길은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손지애에게도 첼로를 가르쳤다. 하지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손지애의 선택은 달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갔다. 4년을 머무른 게 전부였지만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고, 훗날 세계적인 언론사의 구애를 받았다. 외신기자와 결혼한 그는 기자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유축기를 회사에 갖고 다니며 2시간에 한 번씩 모유를 받았다. 세 딸을 모두 모유 수유로 키웠다. 퇴근해서는 밤마다 동화책을 꼭 읽어 주는 자상한 엄마였다. 세 딸이 손지애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네가 알아서 해.”다. 무엇이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하는 손지애는 자녀가 주체적으로 삶을 살게끔 해 주고 싶었다. 자신이 지킬 수 없는 일들은 아이들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게 손지애식 교육법이다. 사람들은 손지애의 자녀 영어 교육법을 궁금해할 테지만, 그는 영어 공부를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 평생 가져가야 할 영어를 혹 교과목이라 생각하고 거부감을 느낄까 봐 걱정해서다. 책을 좋아하는 첫째에게는 영어책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둘째에게는 팝송으로 영어에 대한 흥미만 북돋아 주고 그다음은 딸에게 맡겼다. 영어책을 읽고 혼자 일기를 쓰며 영어에 재미를 붙이게 된 큰딸 미나는 지금 어머니보다 실력이 더 출중하다. 한 달에 두 번씩은 꼭 세 자매의 손을 잡고 서점에 간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균형 잡힌 시각, 사람에 대한 이해 등 기자로서, 글로벌 리더로서 자신을 키운 8할이 책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큰딸 미나가 취업이 부담스러워 사학과 전공을 망설일 때에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줬다.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이 된 사람만이 사람과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최교일 ‘내곡동 면죄부 수사’ 사실상 시인

    최교일 ‘내곡동 면죄부 수사’ 사실상 시인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 대통령 일가가 연루되는 것을 우려해 땅 매입 실무자를 기소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관련자 7명 모두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지 넉달 만에 당시 수사를 총괄지휘한 최 지검장이 ‘면죄부, 부실’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내곡동 특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 지검장은 8일 기자단 오찬에서 “사저 매입 실무를 담당한 김태환(전 청와대 전문계약직 가급)씨가 사저동과 경호동의 땅값을 산정할 때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없어 형식적으로 보면 배임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그러면 김씨를 기소해야 하는데 기소하면 배임에 따른 이익 귀속자가 대통령 일가가 된다. 이걸 그렇게 하기가….”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일가를 배임의 귀속자로 규정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기소하지 않은 걸로 보면 되느냐.”는 기자단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배임죄를 적용하면 이 대통령 일가까지로 형사 처벌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김씨를 기소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지검장은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파문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시 여론의 압력이 강했으나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 데다 (시형씨 등) 다른 관련자들도 있어 김씨를 억지로 기소할 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며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말이 좀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검찰이 수사했던 사안이고 특검이 시작한 사안이라 청와대가 뭐라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광범 특검도 “노코멘트”라고 밝혔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사설] 미사일 주권 확보 가야 할 길 아직 멀다

    미사일 주권을 향한 ‘11년 숙원’을 풀 실마리는 찾았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01년에 개정된 미사일 지침을 개정키로 합의했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새로운 미사일 정책선언에 따르면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현재의 300㎞에서 800㎞로 대폭 늘어나고, 미사일에 탑재하는 폭약의 중량은 사거리 800㎞일 때 500㎏으로 제한하는 절충(trade-off) 원칙을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 쪽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항속거리 300㎞ 이상인 무인항공기(UAV) 탑재 장비와 폭약의 중량이 현재의 500㎏에서 최대 2500㎏으로 5배 늘어나 한국형 무인폭격기 개발의 길이 열린 점도 평가할 만하다. 민간 우주 개발의 핵심 요소인 고체연료 로켓 개발은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미사일 지침이 1979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2001년 개정에 이어 이번에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고 본다. 특히 최대 사거리 800㎞가 북한 내 주요 타격목표에 대해 군사적 목적을 충분하게 달성할 수 있는 거리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거리가 120㎞인 북한의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인 KN-02의 위협에서 벗어난 중부권을 기준으로 북한 전역이 사거리 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절충원칙에 따라 북한 내 주요 미사일 기지 20여곳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50㎞의 탄두 중량은 1000㎏으로 늘릴 수 있고, 실전배치 중인 사거리 300㎞의 현무 미사일에는 2000㎏의 탄약을 탑재할 수 있게 돼 유사시 파괴력이 2~4배 신장한 셈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에 충분한 사전 설명이 이뤄졌고, 우려와는 달리 별다른 공식적인 이견이 없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북한은 사거리 300~600㎞인 스커드미사일과 사거리 1000㎞ 이상의 노동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거리 3000~4000㎞에 탄두 중량 650㎏의 신형 중거리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만에 하나 그들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서울에 2분이면 도착하며 일본 내 미군기지도 사정권 안이다. 따라서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은 미사일 주권 확보의 첫 단추이며, 남북한 간 미사일 전력의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첫걸음에 불과할 뿐이다.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남북 간 대칭전력의 군사적 억지력을 완벽하게 확보하는 일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 [길섶에서] 손님은 ‘님’이다/임태순 논설위원

    흔히들 ‘손님은 왕’이라고 한다. 상인들 입장에선 자신을 찾아주는 고객은 ‘왕’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손님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왕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식적이고 억지로 비행기를 태운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 마포구 도화·용강동 상인들은 손님을 왕이 아니라 ‘님’으로 여긴다고 한다. 마음으로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 님이고, 가게를 찾아주니 고마워서 님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해 혹독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이겨내면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 어려운 때일수록 더 모여야 한다며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졌고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들은 손님이건 아니건 동네를 오가는 모든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긴다. 거창한 왕보다 님이 훨씬 소박하고 진정성이 느껴진다. 상인들도 위세를 부리는 왕보다 알콩달콩한 님을 더욱 정겹게 대할 것 같다. 생각할수록 손님이 님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시론] 동맹의 그늘 - 응답하라 한·미동맹 2012/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시론] 동맹의 그늘 - 응답하라 한·미동맹 2012/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취임 직후인 2008년 봄, 이명박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정상회담을 마치며 “더욱 강력한 동맹 구축에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이에 주요 언론들은 우리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의 ‘골프카트 1호’를 손수 운전하는 사진을 첨부하며 한·미동맹이 복원되었다고 대서특필했다. 그것이 4년 반 전의 일이다. 그후 후임인 버락 오바마는 공화당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경기 침체와 분투하며 이라크와의 전쟁 와중에도 자국 경제를 회복시켜야 하는 3년 반을 보냈다. 그는 이제 재선의 기로에 서 있고, 우리 역시 이미 대선일정에 돌입한 지 오래다. 국제정치 이슈가 더 이상 대선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사안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북한을 억지함과 동시에 포용도 해야 하는 우리에게 안보협력국으로서 동맹인 미국이 갖는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부상하는 만큼 거칠어지는 중국,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침체를 맞아 우익화되고 있는 일본 사이에서 한층 의미 있는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대상 역시 미국이다. 그렇기에 동맹국인 우리로서는 이를 객관적이고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국익을 위한 최선의 길이 아닐까. 현재 미국의 경제 침체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큰 족쇄로 작용한다. 2011년 미국 연방정부가 사용한 예산의 48%가 외국에서 빌려온 자금이었다. 즉, 1달러 중 48센트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의미다.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는 곧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의 신용도 하락을 의미하며, 미국 중앙은행(FRB)이 정부채권의 61%를 인수해야 하는 ‘재정의 화폐화’(Monetization)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더욱 참담한 것은 올 6월 말 현재 18~24세의 미국 청년 중 54%가 실업자라는 사실이며, 이는 1948년 이후 최악의 고용지표다. 따라서 ‘별일’이 없는 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에 이르는 재정감축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미국이 지난 6월 동아시아로 돌아오겠다고 선언했다. 분명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이기도 하지만, 동아시아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국방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미국은 많이 허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복원된 동맹관계’ 속에 안락한 안보를 누리려던 한국에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다. 결국 미국으로서는 동맹국 한국에 이런저런 요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먼저 현재 비행 시험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차기 전투기 사업에서 미국 기종이 선택되어야 한다는 외교적 압력이다. 향후 20년간 한·미동맹의 지속을 위해 한국이 미국 전투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한국형 전투기를 생산하고자 하는 항공업계의 자생적 노력을 ‘기술민족주의’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과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의 미사일 사거리 확대 노력에 난색을 표하면서도, 중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자국 주도형 미사일 방어(MD)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2014년부터 5년간 소요될 주한미군 방위비(인건비를 제외한 주둔비용)의 한국 측 부담률을 42%에서 50%로 높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미국은 자국 무기의 해외 판매량 가운데 43%를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은 미국의 ‘봉’이 되어 버린 셈이다. 동맹은 계약이다. 미국의 요구에 안보와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양보만 하던 시대는 끝내야 하며 미국과의 각종 협상에 당당히 응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미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중국이 부상한 이 시대에 우리도 미국에 필요한 존재다. 상호이익을 확대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이익만큼 비용도 가져다 주는 계약관계다. 따라서 ‘가치동맹’을 위해 이 관계를 호혜적으로 진화시켜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동맹의 잘못된 그늘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 北 “우리 어선 아니다”… 우리軍 “中어선은 육안 식별 가능”

    우리 군이 지난 2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어선에 경고사격을 한 데 대해 북한이 NLL을 넘어간 것은 자국 어선이 아니라고 반발하는 등 상호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우리 군은 22일에도 북한 어선 한 척이 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해군 고속정의 경고통신을 받고 퇴각했다고 밝혔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3일 대변인 담화에서 “괴뢰 패당이 서해 군사경계선 일대에서 감행한 도발은 전쟁의 불집을 터뜨려 출로를 찾으려는 모략”이라며 “안보 문제를 부각시켜 대통령 선거를 보수패당의 재집권에 유리하게 몰려는 발악”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 명의로 “21일 하루 동안 여러 차에 걸쳐 숱한 괴뢰 해군 쾌속정이 연평도 서남쪽 해상경계선 우리 측 영해 깊이 기어들어 총·포탄을 쏘아 댔다.”며 “문제는 이러한 군사적 도발이 다른 나라 어선의 무질서한 어로 작업을 구실로 감행되고 있으며 그것도 인정받은 적 없는 불법의 북방한계선을 마치 우리 어선들이 넘은 것처럼 억지주장을 꾸며내 벌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의 NLL을 인정하지도 않지만, NLL을 넘은 것은 북한의 어선이 아니라 당시 서해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이라는 주장으로, 향후 발생 가능한 사태의 책임을 우리 군에 전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군에 따르면 북한 어선은 이달 들어 12일, 14일, 15일, 20일, 21일 그리고 22일 0.7~2.1㎞ 정도 NLL을 침범했다. 군 관계자는 23일 “멀리서 온 중국 어선은 크기나 장비, 깃발 등이 북한 어선과 달라 육안으로 명확히 식별된다.”면서 “무엇보다 우리 해군은 NLL 근처의 어선 동향을 품목별로 하나하나 관리하고 있으며 21일 침범한 어선은 북한 선박”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북한에서 최근 서남전선사령부라는 명칭이 잇달아 등장함에 따라 우리 군이 지난해 6월 창설한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이 부대를 신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에 따르면 이 부대는 황해도와 서해 NLL 일원을 담당한 북한 4군단과는 별개의 조직으로 여겨진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풍성한 한가위 입은 즐거워도 몸은 괴로워라

    풍성한 한가위 입은 즐거워도 몸은 괴로워라

    명절 때면 소화기 질환이 걱정된다. 특히 추석은 먹거리가 풍성할 뿐 아니라 기온까지 높아 음식이 상하기도 쉽다. 여기에다 귀성에 따른 불편과 가족 간의 갈등 등으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아 각종 소화기증후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소화기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 의료진이 전국의 20∼60대 성인남녀 4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명절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요 증상으로는 소화불량·복통·설사·변비 등 소화기 증상이 34%로 가장 많았으며, 근육통·관절통(25%), 우울·짜증·무기력 등 심리적 증상(24%), 두통 및 기타 증상(17%)이 뒤를 이었다. ●스트레스를 다스려라 자율신경이 지배하는 소화기는 감정이나 정서에 민감하다. 즉 불안·우울·스트레스·긴장 같은 자극이 자율신경을 자극해 위 운동을 방해하는데, 명절에 소화불량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하고 순간적으로 근육에 많은 혈액을 공급해 상대적으로 소화기관의 혈액량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소화기관의 운동이 느려져 소화불량이나 변비가 잘 생긴다. 여기에다 스트레스가 신경호르몬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촉진해 지나치게 많은 위액이 분비되는데, 이처럼 많아진 위액이 십이지장에서 중화되지 못한 채 소장으로 내려가면 음식물을 빨리 내려보내 설사를 만들게 된다. 이런 문제를 겪지 않으려면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귀성이나 음식을 장만할 때라도 짬짬이 안정된 자세로 명상을 하거나, 심호흡을 해주면 좋다. 또 소화기에 부담을 주는 기름진 음식도 자제해야 한다. ●과식·기름진 음식은 경계하라 과식을 하면 위가 부풀어 정상적인 운동을 못하게 된다. 특히 동물성 지방이 많은 고지방식 명절 음식은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을 느슨하게 할 뿐 아니라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음식이 위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하기 쉽다. 따라서 명절 음식을 만들 때는 처음부터 기름을 적게 사용하는 게 좋다. 나물류는 볶는 대신 무치고, 튀김옷도 얇게 하면 기름 흡수량을 줄일 수 있다.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빨라 식중독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명절에는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그만큼 상하기가 쉽다. 상한 음식을 먹은 뒤 1∼72시간 안에 발병하는 식중독은 구토·복통·메스꺼움·설사 등의 증상에다 간혹 고열이나 혈변을 보기도 한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이때 독성물질을 배설해야 하므로 억지로 구토나 설사를 멈추는 것은 좋지 않다. 단, 설사로 인한 탈수를 막기 위해 물은 자주 마셔야 하는데, 이때 소금이나 설탕을 조금 타서 마시면 체내 전해질 균형이 깨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근육통에 사우나는 피하라 명절증후군의 증상으로는 근육이나 관절 통증이 많다. 이런 통증이 나타나면 처음 이틀까지는 냉찜질로 부기와 염증을 가라앉힌 뒤 사흘째부터 온찜질로 바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뜨거운 물수건이나 온수로 마사지를 하거나,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도 좋다. 단, 피로를 가중시키는 사우나는 피하는 게 좋다. 두통도 흔하다. 스트레스나 피로, 불편한 자세 때문에 근육이 긴장하거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생긴 두통은 대부분 안정을 취하면 나아지며, 진통제에 잘 반응하므로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두통을 예방하려면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운전이나 음식을 만들 때는 자주 스트레칭을 해 근육을 풀어 주며, 틈틈이 휴식을 취하면 도움이 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대표원장, 가정의학과 정우길 전문의
  • [열린세상] 사형제도, 무엇인가 할 때/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세상] 사형제도, 무엇인가 할 때/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사형은 잔인하고 이상한 형벌이라는 폐지론자들의 주장은 확실히 타당한 점이 있다. 형벌의 주된 목적을 범죄자의 교정으로 보든, 잠재적 범죄자에게 경고해 범죄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든, 사형제도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 박탈은 교화와 양립할 수 없고 범죄억지력은 결코 증명될 수 없는 가설인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추상적인 선언도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없다는 거룩한 명제를 쉽게 압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사형제도의 정당성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굶주린 짐승이 인간의 영역에 뛰어 들어와 사람들을 해치고 다녀 주로 아이들과 부녀자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치자. 두려움에 떠는 시민들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짐승도 먹고살아야 하는 자연의 질서가 있으니 순응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해답은 단 한 가지이다. 제거하는 것이다. 사회의 평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찰활동일 뿐이다. 물론 생명을 파괴하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어쩌면 사람들을 해치지 않도록 영구히 가두어 놓는 것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사회적으로 결정된 바라면 세금으로 사료, 감독자의 인건비 등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사실 소수의 맹수가 동물원에 수용되는 정도의 부담을 사회가 감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짐승이 우리 안에서 사회적 자원을 소모한다면 문제가 다르다. 또 사람을 해친 것을 이유로 곤궁한 야생에서의 괴로운 생활을 끝내고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문명인들의 부양을 받는 것은 사람들이 납득하기 힘든 불균형이다. 사람이라면 적어도 쾌락을 위하여 사람을 죽일 수 없다. 이런 인륜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세상을 공유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행동으로 실행한 자이다. 그런 이들에게까지 다른 사람들이 이 세상을 공유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들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하여 다른 종의 생물을 해쳐야 하는 맹수나 마찬가지다. 이런 맥락에서 사형은 형벌이라기보다는 문명국가가 그 영역 내에 수용할 수 없는 다른 종을 제거하는 자기방어수단이고, 일종의 경찰활동이 법치의 외형을 쓴 것이라고 하겠다. 짐승이 사람을 해쳤다고 그 짐승을 미워하고 처벌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제거하여야 할 대상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미워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절대악이 사람을 가축처럼 도살하였을 때, 단순히 감금하는 것으로 충분하겠는가. 문명국가의 역사를 봐도, 우리의 경험을 봐도 과거 사형이 남용된 측면이 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정신적 상처로 남아 있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소매치기범도, 마약거래범도 교수대로 갔다. 또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또 조작된 증거에 의한 오판의 사례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법원은 그런 남용을 걱정할 정도로 사형을 함부로 선고하지 않는다. 대법원에 최종 결정을 맡긴 뜻은 피고인이 과연 제거되어야 할 절대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대법관들로 하여금 신중하게 심사하라는 것이리라. 대부분의 살인 사건은 유기징역형으로 끝나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가석방되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대인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동기로 또는 오로지 단순한 쾌락을 위하여 약한 자를 연쇄적으로 도살하는 그러한 절대악, 인간의 형상을 한 짐승들에게 시행되는 한도 내에서 사형제도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1997년 이후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을 폐지한 것이다. 피해자 측의 복수와 죄인의 인권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인기 잃은 지도자가 국면 전환을 위하여 전략적으로 이용하면 모를까, 여론의 부담 때문에 힘들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법 집행의 공백상태와 절대악을 부양하는 재정부담을 후세로 계속 이연하는 것이다. 집행이든 감형이든, 전면적 폐지이든 제한적 유지이든 무엇인가 정치적으로 결정할 때이다.
  • 러, 美인권기구 ‘국제개발처’ 추방

    미국이 러시아 정부의 요구로 미 국제개발처(USAID)를 러시아에서 철수시키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인권 증진 등을 위해 러시아에서 20년간 활동해 온 국제개발처가 철수됨으로써 미·러 간 갈등도 예상된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주 러시아로부터 국제개발처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서한을 받았다며 “국제개발처가 그동안 러시아에서 해온 일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뉼런드 대변인은 러시아의 국제개발처 활동 중단 요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은 채 “러시아가 전적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국제개발처가 해 온 활동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개발처의 러시아 활동 중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내 민주주의·인권 증진 활동을 지원해 온 국제개발처 활동에 불만을 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 러시아 당국의 부정 행위를 밝혀낸 선거감시기구 ‘골로스’가 국제개발처의 지원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외무부는 19일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미 국제개발처가 10월 1일부터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며 “이 같은 결정은 기관 대표들의 활동 성격이 양국 간 인도적 협력 지원이란 당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논평은 특히 국제개발처가 지원금 분배를 통해 각급 선거 등 정치과정과 시민사회에 영향을 행사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국제개발처 활동 중단 결정에 대해 현지 인권운동가들은 즉각 우려를 나타냈다. 모스크바 인권단체 ‘메모리알’의 올렉 오를로프는 “국제개발처가 러시아 정치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황당무계한 것”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준법 여부를 감시해온 활동을 정치에 대한 영향이라고 말하는 것은 억지라고 비판했다. 인권운동단체 ‘인권을 위하여’ 레프 포노마료프 대표는 국제개발처에 이어 다른 외국 비정부기구(NGO)들도 러시아에서 쫓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다른 사람과 문제없이 어울렸는데…”

    “다른 사람과 문제없이 어울렸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조금 더 지켜봤어야 하는데….” 20년째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민간갱생보호시설 담안선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임석근(57) 목사는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서모(42)씨가 이곳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2004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서씨는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한 뒤 이곳을 찾아 5개월을 머물렀다. 담안선교회는 출소자들의 재사회화를 돕는 7개 민간갱생보호시설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는 200여명의 출소자가 있다. 법무부 산하인 한국법무복지보호공단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인천교도소장을 지낸 고 이정찬 목사가 1985년 설립했다. 출소자들은 원하면 최대 2년간 이곳에서 머무르며 사회 적응을 할 수 있다. 담안선교회는 취업이 출소자들의 자립에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프린터용 재생 카트리지를 만드는 공장을 세워 이들을 돕고 있다. 임 목사는 서씨에 대해 “조금 더 이곳에 머물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억지로 붙잡아 둘 수는 없었다.”면서 “누군가 잡아 줬어야 할 때 혼자 지내면서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이어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문제없이 지냈다. 나름의 사회생활도 하고 통제도 받으면서 정상적으로 지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설을 떠나 혼자가 된 서씨는 다시 범죄의 길에 빠져들었다. 임 목사는 서씨의 범행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모든 출소자가 재범을 저지르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06년 출소한 2만 4626명 중 출소 후 3년 이내에 교정시설에 재입소한 비율은 22.5%에 이르렀지만 2004년부터 2008년 사이 갱생보호시설에서 도움을 받았던 출소자들의 재범률은 0.4%에 불과했다. 특히 출소 후 3년 이내에 재복역한 5553명 중 초범 출소자는 8.5%, 2범 23.0%, 3범 30.7%, 4범 41.2%, 5범 이상은 50.1%를 차지해 출소자가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할 경우 만성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담안선교회를 비롯한 갱생보호시설이 처한 상황은 어렵다. ‘위험천만한 범죄자는 때려 죽여도 시원찮다.’는 인식이 팽배해서다. 서영교(중랑구갑)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담안선교회의 이전을 공식 요청했다. 지난 6월 한국법무복지보호공단이 있는 서울 양천구 주민 8000여명도 지역구 의원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에게 시설 이전을 요구하는 서명을 제출했다. 주민들의 반대로 법무부는 법무복지보호공단의 지역 지부를 새로 짓지 못하고 있다. 갱생보호시설과 지역 범죄율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한 해 6만여명이 넘는 출소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국립과 민간을 합쳐 800여명에 불과하다. 담안선교회에서는 지금까지 100쌍에 가까운 출소자가 결혼했다. 마약에 빠져 있던 한 여성 출소자는 남성 출소자와 결혼해 지난해 딸을 낳았다. 이들도 새로운 삶을 꿈꾼다. “인간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0여년간 교도소를 전전한 뒤 새 삶을 찾은 임 목사의 말이다. 글 사진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독도 ICJ제소에 미국이 나서 달라”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재미 일본인이 독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추진에 미국이 개입해 달라는 청원을 백악관에 제출한 것으로 11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미 백악관 등에 따르면 ‘히사’(Hisa)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최근 백악관 인터넷 민원사이트 ‘위 더 피플’에 한·일 간 독도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청원을 제출했다. ‘한국이 영토 분쟁에 대한 일본의 제안을 수용하도록 설득해 달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한국이 일본 영토인 ‘다케시마’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담고 있다. 이어 “이는 한·일 양자 간 문제일 뿐 아니라 미국과도 깊이 관련돼 있다.”면서 미국의 역할을 촉구했다. 이 청원에는 이날 현재 1만 3000여명이 서명했다. 백악관의 공식 답변 최소 요건인 ‘30일 이내 서명인 2만 5000명 이상’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문화마당]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주원규 소설가

    중견 독일작가 페터 한트케의 소설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엔 불안의 문제가 본격화된다. 불안에 맞선 자세에 대해 작가는 불안의 층위를 논할 때, 더는 물러설 배수의 진이 없는 상태가 최고이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골대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 가장 극렬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소설가의 명문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수많은 스포츠 평론가들 역시 축구에서의 승부차기 룰이 가장 잔인한 재미를 제공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장까지 포함한 주어진 시간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이전까지 지속한 룰을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승부차기 룰에선 모든 관심이 승부의 열쇠를 가진 골키퍼 한 명에게 고스란히 집중된다. 열쇠를 쥔 골키퍼에게 변명의 여지는 없다. 선수도, 감독도 오직 한 선수, 골키퍼에게 숙명의 짐을 지우고서 이기면 영웅으로 추대하고 지면 형식적인 위로의 말을 건넬 뿐, 철저한 무한책임의 형벌을 가한다. 그 지독한 고독의 순간순간이 승부차기란 축구 룰이 골키퍼에게 가하는 불안의 극치일 것이다. 그런데 끝내 승부를 가려내야만 하는 건 축구라는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스포츠란 행위는 그것을 고안해 내고 감상하는 이들의 감정적 대리만족을 일으키는 수단이란 점에서 우리네 삶에 거울 같은 기능으로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축구를 살폈을 때, 축구는 단체 스포츠란 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감독이 있고, 10명 이상의 동료 선수들이 함께 경기를 한다. 적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실제 삶과 축구를 비교해 봤을 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함께 싸우고자 하는 동료가 있다. 팀이 있고, 함께하기에 믿음직하고, 내가 골을 넣지 않더라도 뒤에 달려오는 동료가 있기에 든든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할 때면 감독이나 코치가 길을 제시해 주었다. 우리네 삶에서도 멘토가 있었고 도와주는 이가 있었다. 불가피한 실패를 맞아도 감싸주고 격려해 주는, 그래서 함께 한 몸이 되어 뛸 수 있는 룰이 보장되는 상태를 지속하였고 앞으로 계속되길 염원했다. 그리고 그 바람의 끝엔 승리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는 팀으로 함께하는 룰만으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싸우면 싸울수록 적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이 되어 우리 모두를 압살하기에 이르렀다. 승부의 세계는 잔혹할 정도로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짊어지우는 골키퍼를 원했고, 급기야 모든 개인을 페널티킥을 맞이한 골키퍼로 만들어 버렸다. 팀은 사라지고 오직 혼자가 모든 책임을 떠맡기에 급급해졌다. 도망치려야 도망칠 수 없는 잔혹한 승부차기 룰은 골키퍼를 골대 앞에 억지로 세우고 철저히 고립시켜 버린다. 이기든 지든 오직 혼자만의 싸움을 강요하고 책임과 희열 모두 독식의 성배로 제공한다. 과연 우리네 삶에서 승부차기 룰의 승자는 존재하는가. 승자는 없다고 본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 버린 골대 앞에 선 골키퍼에겐 이미 그를 잠식해 버린 지독한 불안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승자가 아닌 패자일 수밖에 없다. 공을 막아도, 골을 허용해도 골키퍼가 되어 버린 존재는 불안의 무게 앞에서 철저히 무력할 뿐이다. 누구도 함께할 수 없는, 벼랑 끝 두려움에서 우리네 삶을 광풍처럼 쓸어담은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강요는 결국 모든 이를 완벽한 패배자로 내몰 것이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올해 져도,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삶은 스포츠가 아니다. 한 번만 발을 잘못 디디면 회생 불가능한 벼랑 끝으로 곤두박질치고 마는 우리네 현실에서 한편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무간(無間)의 불안일 뿐이다. 불안의 종식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부과하는 승부차기의 룰을 더는 도입하면 안 된다는 우리 모두의 합의에 있다. 그것이 도리 없이 경쟁의 룰 안으로 내던져진 우리의 삶에서 최소한의 팀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글프지 않은가. 홀로 선다는 것. 혼자 남겨진다는 것. 그 골키퍼의 불안 말이다.
  • [기고] 잦은 정부 조직 개편 바람직하지 않다/전상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기고] 잦은 정부 조직 개편 바람직하지 않다/전상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2013년 차기 정부의 출범에 맞춰 정부 조직 개편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부문과 정보통신(IT)산업 부문에 대한 독립부처의 재설립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행정조직의 개편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이 수행하는 기능과 행정 서비스 수요 간에 현격한 괴리가 발생해 종전의 행정조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이 밖에 특별한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의 행정조직과는 별도로 행정조직을 신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작금의 행정조직 개편 논의는 조직 관리의 상식적 궤도를 벗어난 감이 있다. IT산업만을 전담하는 부처를 과거 정보통신부와 같은 조직으로 부활시키자는 주장을 접하게 되면 행정조직 개편의 본질적인 취지는 사라지고, 일부 전직 고위 관료와 유관단체의 ‘고토’(故土) 회복쯤으로 비쳐져 입맛이 씁쓸하다. 행정 서비스의 실수요자인 IT산업계의 의견은 오간 데 없이 과거 행정서비스 공급자 측에 있던 사람들의 일방적 억지 논리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IT산업 전담부처만 만들어지면 IT산업의 황금기가 도래하는 양 호도하고 있다.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갖춰진 IT산업 행정조직인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및 행정안전부 등의 업무 분장에 따른 세부 업무의 조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됐는데, 이를 다시 되풀이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 IT산업 정책을 전담하는 부처를 별도로 두고 있는 국가도 드문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호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IT 전담부처를 별도로 두지 않고 산업의 한 부분 또는 산업의 인프라로 인식하여 산업담당 부처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정책의 한 부분으로서 IT산업 정책을 운영함으로써 산업 간 융합을 확산시킬 수 있었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자 세계 최초로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시행함으로써 경쟁국가로부터 도전적인 정책 시도라는 부러움을 사기도 한 바 있다. 또한 IT산업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무역 1조 달러 달성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IT 융합에 있어서도 지난 4년간 10조원 이상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등 IT 취약분야에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IT 중소기업의 수출도 증가율이 강세를 보이는 등 IT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은 물론 실질적인 수출 증가 등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현 정부는 IT 융합 관련 부처 간 갈등 완화를 위해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부처 간 업무영역을 명확히 했고, IT정책의 종합 조정을 위해 대통령 IT특보를 신설하여 관계부처 합동의 IT산업 정책방향 및 발전전략 수립 등 정책 협조를 강화해 왔다. 이제 뿌리 내리기 시작한 IT산업 육성 조직의 틀을 깨고, 또다시 ‘그들만의 리그’로 혹평받는 정부조직 개편을 들고 나오는 것은 이제 지양해야 할 병폐다. 지금은 실효성 없는 정부조직 개편 논의보다는 어떻게 IT산업 정책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기업과 인력 및 경쟁력을 확보, 육성해 나가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 ‘묻지마 채취’ 인권도 묻지마?

    경찰이 성폭행 용의자 검거를 위해 마을 남성 100여명의 DNA를 채취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전남 해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해남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여고생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사건 장소 반경 8㎞ 이내에 거주하는 65세 미만 남성 100여명의 DNA 정보를 채취했다. 이 마을에서는 지난달 25일 밤 11시 30분쯤 여고생 A(16)양이 벌판을 걸어 귀가하던 중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에 폐쇄회로(CC)TV나 목격자 등 증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용의자 검거를 위해 피해 학생의 옷가지 등에서 채취한 피의자의 DNA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범인을 검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DNA 정보 제공에 대한 설명 절차를 거친 후 동의서에 서명한 주민들의 DNA 정보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마을에 사는 한 주민 역시 “처음에는 형사들이 찾아와 설명하고 DNA 정보를 채취해 갔고 나중에는 주민들이 직접 경찰서에 찾아가 DNA 정보를 제공하고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DNA 채취를 거부하면 자칫 피의자로 몰릴까 봐 억지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불쾌감을 호소해 경찰이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며 무리한 수사를 펼쳤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해남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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