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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전원일기] 보디빌더로 날리던 체육인, 감귤나무와 ‘운명적 만남’…“열대과일 스마트팜 키워요”

    [新전원일기] 보디빌더로 날리던 체육인, 감귤나무와 ‘운명적 만남’…“열대과일 스마트팜 키워요”

    사계절을 난다는 건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여름에는 겨울이 그립고, 겨울에는 여름이 그립다. 혹자는 이런 마음을 변덕스럽다고 손가락질하겠지만, 원래 그리움의 대상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 아니던가. 더군다나 올겨울은 유난히 힘겹다.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얼어붙은 빌딩 숲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면서 따뜻한 남쪽 나라를 떠올렸다. 강렬한 햇살과 후텁지근한 공기, 그리고 향긋한 열대 과일이 있는 동남아의 휴양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간절했다. 하지만 그 역시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운 ‘그리움의 영역’에 속하는 바람이었다.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한겨울에 열대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소문에 경북 안동으로 향했다. 눈발이 흩날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마음속으로 억지로 주문을 걸고 있었다. 나는 지금 열대지방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다고, 울창한 열대의 숲을 만나게 될 거라고. 그러다 잠이 들었고, 안동시 초입에 들어서면서 깼다. 눈 내리던 서울과는 달리 바람이 순했고,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이렇게 좁은 국토 안에서도 계절의 양상은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 놀라며 안동 시내를 벗어나 와룡면 이상리로 향했다. 이제 정말 이국의 열대 과일을 만날 차례였다.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황순곤(55) 안동파파야농장 대표가 농가 뒤편의 비탈길을 걸어 내려와 서울에서 온 손님들을 맞았다. 입구와는 조금 떨어진 농장 안쪽 비닐하우스에 있던 황 대표가 어떻게 인기척을 알아챘는지 궁금했다. “여기 설치된 16개의 폐쇄회로(CC)TV로 농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물론 농장 곳곳의 작물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CC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물을 주고 온실의 온도를 조정하기도 하죠.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국내에서도 파파야 등 열대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으로 귀농을 결심했다는 황 대표는 따로 직원도 두지 않고 거의 혼자서 농사일과 유통, 판매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이런저런 질문에 답을 하면서도 비닐하우스 한편에 설치된 CCTV 화면을 틈틈이 들여다봤다. 대화 중간에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면서 일부 농장 시설을 관리하는 그를 보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농업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국의 농작물, 그리고 미래의 농업을 동시에 체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 만능 스포츠맨 취미생활 ‘귀농 발판’ 되다 황 대표는 2010년 귀농 전까지 평생을 체육인으로 살아왔다. 계명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청구그룹 계열사인 삼양코아 레저스포츠센터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스포츠센터 관리 업무와 고객들의 운동 지도를 담당했던 그는 그 자신이 뛰어난 보디빌더이기도 했다. 전성기 시절 1991년 미스터대구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각종 대회를 섭렵했고 대구시 보디빌딩협회의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요트와 윈드서핑 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20여년간 대학 모교에서 해양스포츠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가 역기와 아령 대신 농기구를 손에 들고 열대 과일을 재배하게 된 계기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포츠센터에 근무하면서 프로 선수들의 체력 훈련을 지도하던 그에게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한 프로야구 선수가 감귤나무 한 그루를 선물했는데, 제주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줄 알았던 감귤을 집에서 키워 맛보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때부터 조금씩 다른 작물도 키워 보면서 그의 열대작물 사랑이 시작됐다. 바나나, 망고, 파파야 등을 분재로 키우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영글게 만들었다. 잎과 나무가 큰 열대나무의 특성상 수많은 화분으로 채워진 그의 집 거실은 식물원이나 온실에 가까운 모습이었단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분재였는데, 종류가 점점 늘어나니까 아내의 따가운 눈총도 많이 받았죠. 여기가 집인지 밀림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도 한번 빠져 드니까 멈추기가 어려웠어요. 외국에 다녀오는 분들에게 부탁해 열대작물 씨앗을 조금 구해 오면 바로 심어 보았어요. 1990년대만 해도 국내에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전혀 없다 보니 키우는 방법에 대한 연구나 정보가 전무한 실정이라 혼자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작물을 시도해 봤어요.” 한 번 시작하면 승부를 봐야 하는 운동선수 특유의 근성이 취미 생활에서도 발현됐다. 열대 농법에 대한 정보는 외국 서적으로만 접할 수 있어서 영어를 잘하는 지인에게 번역까지 의뢰해 열대 과일을 공부했다. 주변에서 저러다 말겠거니 생각했던 취미는 20여년간 이어졌다. 그가 재배에 성공한 열대 과일은 수십 가지에 달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여느 전문가 부럽지 않은 노하우를 터득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스포츠센터에서 일을 하는 것도 조금씩 힘에 부칠 때쯤 취미를 업으로 삼아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육인에서 농업인으로 전업은 그렇게 이뤄졌다. # 열대 과일보다는 열대의 체험을 판다 국내에서, 더구나 따뜻한 남쪽 지방이 아닌 내륙에서 열대 과일 수확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20여년간 각종 열대작물을 키워 본 경험이 있는 황 대표는 온실뿐 아니라 노지에서도 파파야 재배가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안동도 5월부터 10월 중순까지 고온다습한 날씨이기 때문에 동남아 지역의 기후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특히 파파야는 성장 속도가 빨라 씨를 심은 뒤 5개월 만에 그린파파야 열매가 열리기 때문에 노지 재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귀농 첫해에 약 3000㎡ 노지에 파파야 씨앗을 심으면서 시작한 그의 농장은 이제 2만㎡ 규모로 커졌다. 체험동 1동과 최첨단 재배시설을 갖춘 온실 2동 등 3개 동을 합쳐 3000㎡가량 되는 비닐하우스도 지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의 ‘지구온난화 대체작물 분야’ 공모 사업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아 첨단 시설을 갖춘 온실을 지으며 사계절 내내 작물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재배하는 열대작물의 종류도 파파야, 바나나, 용과, 망고, 한라봉, 오렌지, 무화과, 구아바 등 30여 가지 이상이다. 그는 과일 열매를 시장에 내다 파는 것보다는 다양한 열대 과일 나무의 양태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열대작물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바나나나 망고 등을 재배해 시장에 내놓고 수입 과일과 경쟁을 하는 건 솔직히 불리해요. 하지만 실제로 이들 열매가 어떤 나무에서 자라고 어떻게 익어서 수확되는지를 체험해 보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잖아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 기대로 농장에 와요. ‘우리나라에서도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곳이 있네’ 하는 궁금증으로 여기를 찾아와서 ‘우와, 실제로 이게 가능하다니 정말 신기하네. 나도 한번 묘목을 사서 집에서 키워 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거죠. 체험을 목적으로 농장에 온 손님들이 제 경험담을 듣고 열대작물에 관심을 갖고 묘목을 사갈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열대작물 전도사가 된 기분이랄까요.” 실제로 ‘안동파파야농장’의 수익 대부분은 체험 활동과 묘목 분양에서 나온다. 체험객들이 기념 삼아 묘목을 사 가거나 병원이나 호텔 등에서 로비에 두는 관상용으로 잘 키워 놓은 열대나무를 구입해 가는 것이 주요 소득원이다. 지난해 가족끼리 혹은 기업이나 학교 등 단체에서 방문을 신청해 이곳을 찾은 체험객 수는 3000여명에 달하며, 직거래로 판매된 묘목은 1000본가량 된다. 지난해 농장 전체 매출은 7000만원, 올해는 최초로 억대 매출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귀농 초기부터 인터넷 카페를 통해 파파야 농장을 꾸준히 홍보한 것도 조금씩 성과가 나타난다. 열대작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그가 운영하는 다음 카페(http://cafe.daum.net/andongpapaya)의 회원 수는 현재 2000명이 넘었다. 안동파파야농장이라는 간판을 내건 만큼 이곳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과일은 그린파파야다. 황 대표가 과수 열매 판매수익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노란파파야와는 달리 그린파파야는 수입이 어렵기 때문에 시장성도 좋은 편이다. 태국 요리 전문식당은 물론 약재로 쓰기 위해 한의원에서도 황 대표가 재배한 파파야를 찾는다. 고향의 음식 쏨땀(그린파파야로 만든 태국식 샐러드)이 그리운 다문화가정 이주 여성들이 그린파파야 열매를 사러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 추억과 사연을 담은 농장을 만들고파 수십 가지의 열대작물이 어우러진 비닐하우스를 둘러본다. 작은 밀림을 거닐고 있는 듯하다. 영하의 건조한 겨울 날씨에도 계기판에 나타난 온실의 온도는 19.9도, 습도는 80%다. 축축하면서도 훈훈한 기운이 도는 흙을 밟으며 내 키의 서너 배는 돼 보이는 파파야나무를 올려다봤다. 푸르고 넓적한 잎이 내뿜는 싱그러운 에너지에 겨우내 축났던 마음이 조금 덥혀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렁주렁 열린 파파야 열매의 표면을 쓰다듬으며 달콤하면서도 풋풋한 향을 맡아 보기도 한다. 트란 안 홍 감독의 영화 ‘그린파파야 향기’에 나오는 열 살 소녀 무이처럼. 이 영화에서 무이는 엄마와 떨어져 사이공의 부잣집 하녀로 들어가 고단한 생활을 하게 된다. 마당에 아름답게 뻗은 파파야나무는 녹록지 않은 어린 소녀의 삶에 한 줄기 위로가 돼 준다. 농업의 6차 산업화 시대를 맞아 먹거리 생산을 넘어 작물에 대한 스토리와 추억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황 대표를 보면서 영화 마지막에 어른이 된 무이가 파파야나무에 관해 썼던 짧은 글귀가 떠올랐다. ‘우리 집 정원에는 열매가 많이 달린 파파야 나무가 있다. 잘 익은 파파야는 옅은 노란색이고 또 잘 익은 파파야는 설탕처럼 달다.’ 한 그루 나무가 어떤 이에게는 위로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향의 음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국의 체험이 된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농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다채로운 기억을 쌓아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황 대표는 사시사철 푸른 농장을 가꾸고 있다.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정동춘 “K스포츠재단 만든 사람 朴대통령이라고 판단”

    정동춘 “K스포츠재단 만든 사람 朴대통령이라고 판단”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법정에서 “재단을 만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K스포츠재단은 미르재단과 더불어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인사·운영 등에 관여한 법인으로, 여러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대 출연금을 강제로 모금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정 전 이사장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7차 공판기일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이사장은 “재단 운영에 최씨가 관여한다고 생각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최씨가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재단) 인사 문제를 많이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문화 한류라는 것이 공공연히 알려졌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출연받아 만든 재단이 K스포츠재단인 것을 알았다”면서 “‘이런 협찬을 받으려면 대통령 정도 권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검사는 “최씨가 청와대의 위임을 받아 (재단의) 운영과 지시를 하는 줄 알고 (지시를) 따랐나”라고 물었다. 이에 정 전 이사장은 “네”라고 답한 뒤 “안 전 수석과 최씨가 거의 하루 이틀 사이로 감사를 해임하라고 말했고, 재단의 중요한 결정 과정에서 두 사람이 확인해준(지시한) 내용이 거의 일치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재단의 이사진은 형식적인 임원이고, 정 전 이사장도 바지사장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검사가 묻자 정 전 이사장은 “비슷하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는 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최씨의 기존 주장과는 대비되는 증언이다. K스포츠재단은 미르재단과 함께 최씨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최씨는 안 전 수석, 박 대통령과 공모해 두 재단에 50여개의 대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등을 받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최순실 재판에 노승일 증인 출석…추가 폭로 나올지 주목

    최순실 재판에 노승일 증인 출석…추가 폭로 나올지 주목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태블릿PC 은폐 시도와 삼성 및 K스포츠재단과의 관계 등을 폭로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24일 최씨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이날 최씨와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7차 공판기일을 열고 오전에 노 부장을 증인으로 불러 심문하기로 했다. 노 부장은 지난달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여러 내용을 폭로하면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국정조사 여당 간사였던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이른바 ‘위증 지시·교사’ 의혹을 폭로한 노 부장은 차은택(48·구속기소) 광고감독의 평소 법적 조력자가 김기동 현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검사장)이라고도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14일 국회 국정조사 3차 청문회에서 공개된 이른바 ‘최순실 통화 녹취록’을 국회 측에 제공한 인물도 노 부장이다. 공개된 녹취 파일에는 최씨가 “지금 큰일났네. 그러니까 고(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한테 정신 바짝차리고, 걔네들(JTBC)이 이게 완전 조작품이고, 얘네들(JTBC)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것을 몰아야되고”라고 한 발언이 담겨 있었다.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각종 정부의 외교·안보·인사 기밀 자료가 들어있는 자신의 태블릿PC를 JTBC가 공개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사전 모의를 한 것이다. 또 노 부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합병하고 박 대통령이 퇴임 후 통합재단의 이사장을 맡을 계획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잇따른 폭로 때문에 최씨는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최씨가 인사·운영에 깊숙하게 개입한 K스포츠재단과 최씨의 비위를 폭로해온 노 부장이 이날 최씨의 형사재판에 출석하는 만큼 노 부장과 최씨 변호인단 사이의 진실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스포츠재단은 미르재단과 함께 최씨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안 전 수석, 박 대통령과 공모해 두 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등으로 기소됐다. 최근 노 부장이 몸담고 있는 K스포츠재단의 정동춘 이사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 7차 청문회에서 “노 부장을 반드시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실제 정 이사장은 재단으로 돌아가 노 전 부장에 대한 징계 건을 논의했으나 내부 직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노 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단에서 징계 받는 건 괜찮다. 국민들에게 징계만 안 받으면 된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재단 내부 직원들 역시 “청문회 가서 사리를 밝힌 사람을 해고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오늘의 포토영상] 어엿한 남자가 된 ‘마수리’ 오승윤

    [오늘의 포토영상] 어엿한 남자가 된 ‘마수리’ 오승윤

    ‘매직키드 마수리’에서 주인공 마수리를 열연했던 오승윤이 화보를 통해 근황을 알려왔다. 오승윤은 최근 bnt와 진행한 화보 촬영에서 부쩍 성숙해진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화보는 총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됐는데 냉철하고 섹시한 비즈니스맨의 모습과 화려한 스웨트셔츠와 데님 팬츠로 20대의 자유분방한 모습,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엉뚱한 소녀의 모습을 주제로 했다. 화보 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오승윤에게 주연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매직키드 마수리’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그는 “‘매직키드 마수리’ 촬영 당시 또래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에 즐거웠다”며 “함께 출연했던 배우 윤지유, 김희정 등과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역 시절 ‘여인 천하’의 복성군과 ‘매직키드 마수리’의 마수리가 없었다면 지금의 기억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강하게 자리 잡은 아역 출신 배우 꼬리표를 억지로 떼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마수리 오승윤으로 기억되는 것에 대해 앞으로 안고 가야 할 숙제”라며 미소를 보이기도. 마지막으로 오승윤에게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물었다. 그는 “큰 키를 주신 어머니께 감사하다”며 웃어 보이고는 “가족 중에 형이 있고 주변에 남자 친구들과 친한 형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성스러운 성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1996년 여섯 살의 나이로 데뷔한 오승윤은 어느덧 연기 경력 20년차다. 오승윤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약간의 공백기를 가진 뒤 ‘근초고왕’으로 본격적인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3’에서 사고뭉치 막내아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오승윤은 인기리에 방영된 ‘오늘부터 사랑해’를 거쳐 현재 ‘TV소설 저 하늘에 태양이’를 통해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유진룡 “블랙리스트, 대한민국 역사 30년 전으로 돌려놨다”(일문일답)

    유진룡 “블랙리스트, 대한민국 역사 30년 전으로 돌려놨다”(일문일답)

    소문만 무성했던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세상에 알린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문체부 장관직을 지내다 2014년 7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유 전 장관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퇴임 직전인 2014년 6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면서 작성 배후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전 문체부 장관)을 지목한 적이 있다. 이날 특검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유 전 장관은 취재진 앞에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유 전 장관은 “이번 김기춘씨의 구속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다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존재를 폭로한 이유에 대해선 “제 경험으로는 유신 이후 전두환 시대까지 블랙리스트 명단 관리가 있었다. 이후 민주화되며 없어졌는데 다시 부활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전으로 돌려놨다”면서 “관련자를 처벌하고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해서 어떻든 이 정부에서 책임을 지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께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정말 면목이 없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아래는 특검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유 전 장관이 취재진과 나눈 일문일답. 블랙리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기춘씨로 주도되는 이 정권이 자기네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해서 모든 공권력을 다 동원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가진 민주적인 기본질서와 가치를 절대적으로 훼손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김기춘 전 실장의 윗선, 즉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특검에서 수사 중이니 오늘 올라가서 다시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 다만 김기춘씨가 구속되게 된 배경에는 우선 김씨와 관련된 많은 증거자료를 문체부에서 가지고 있었고 제출됐다는 것. 둘째로 고 김영한 민정수석 업무 수첩에 나온 것처럼 그 내용이 진실이란 것을 뒷받침해줄 자료를 많은 사람이 제출했다는 것. 특검에서 조사받은 많은 전 청와대 수석들이 회의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다, 지시받는 것을 봤다고 증언·실토했으니 구속되는데 상당히 많은 증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이 문체부 직원을 ‘찍어내기’를 한 일도 대통령과 관련이 있나. -가령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은 분명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헌재에서 증언이 있었다. 그다음에 1급(실장급) 세 명. 그들을 찍어낸 건 지금 박 대통령까진 모르겠다. 김기춘 실장이 지시한 장본인이라고 알고 있다. 조윤선 전 장관이 회유했다는 의혹이 있었다(앞서 한 언론은 조윤선 전 장관이 특검 수사에 대비해 지난해 말 유 전 장관에 대한 회유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 아니다. 굳이 얘기하면 거꾸로다. 제가 조윤선 장관한테 블랙리스트 관련해서, 제가 해외 가족여행을 가기 전에 ‘정말 솔직하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사람들 인사 정리를 과감하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신현택 전 문체부 차관에게 부탁을 했고, 이 양반이 조윤선 장관에게 부탁한 게 조윤선 장관의 압수된 스마트폰에 문자가 남아 있어 특검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서면이나 대면 보고받은 정황이 있나. -그것은 답하기 저로선 곤란하다. 저는 블랙리스트 명단 이전에 차별·배제행위가 계속 이뤄지는 상황에서 2014년 1월 29일 박 대통령에게 저한테 약속한 것처럼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다음에 다시 이런 일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2014년 7월 9일인가 뵙고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하면 정말 큰일 난다, 그렇게 하시지 않아야 한다’ 말씀드렸고 거기에 대해 묵묵부답 반응이었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김 실장에게 직보하는 건 알고 있었나. -건건이는 몰랐고 정황은 짐작하고 있었다. 김기춘 전 실장과 제가 블랙리스트 등으로 사이가 안 좋아서 계속 부딪혔다. 제가 모르거나 제가 암튼 다른 생각을 가졌는데도 김 차관이 이상한 행동을 할 때마다 이런 배경이 있겠구나 생각은 했다. 조윤선 전 장관의 직무대행을 맡은 송수근 현 문체부 제1차관도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제가 알고 듣기로는 블랙리스트와 형식적으로 관련이 없는 문체부 간부는 하나도 없다. 왜냐하면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기 위한 위원회라고 만들어놓고 위원으로 실·국장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서 관련이 없는 사람은 없지만, 송수근 차관은 형식적으로는 관련돼 있었어도 실질적으로는 블랙리스트 관리하고는 관련 책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송 차관을 중심으로 문체부가 빨리 안정을 되찾고 제 할 일을 하도록 송 차관에 대한 의문 이런 건 거둬주시고 신뢰하고 힘을 실어주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린다. 문체부 직원들이 많이 연루됐다. -현직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담당하던 직원들이 저를 만나 울면서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 호소한 적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제가 건강 해치니까 빨리 다른 자리로 옮겨라 했더니 “자기가 피하더라도 누군가는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양심에 어긋나서 하기 싫은 일을 다른 누구한테 맡기겠느냐”라며 울더라. 그런데 억지로 시킨 사람들은 그동안 “생각하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할 테니까 너희는 시키는 대로만 하라”라고 공공연하게 대놓고 했다. 공무원을 모욕하고 핍박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다들 ‘나는 모른다’고 한다. 모든 책임을 실무자들이 져야 한다면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어쩔 수 없이 강요로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하게 된 문체부의 특히 과장 이하 실무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면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블랙리스트를 중심으로 매우 많은, 거의 모든 정부 권력기관이 이 사람들(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지시한 사람들)의 사익에 동원됐다. 이런 제도를 차제에 개선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국민이 지혜를 모아 더는 공무원이 소신과 양심을 어겨 가며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지키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후] 여중생 집단 성폭행범들 5~7년刑…일부 피고인, 판사에 욕설·난동

    5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서울 도봉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 박남천)는 20일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한모(22)씨에게 징역 7년, 정모(21)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모(21)씨 등 2명은 징역 5년, 다른 2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들에게 8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한씨 등 22명은 고등학생이던 2011년 9월 서울 도봉구 야산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여중생 2명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씨와 정씨, 박씨 등 4명은 성폭행을 주도한 혐의(특수강간)로 기소됐고, 이들이 성폭행하는 것을 지켜보거나 미수에 그친 7명은 특수강간 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군 복무 중인 다른 피의자 11명은 군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수단, 의도 등을 고려했을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들은 극심한 공포심과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징역형이 선고된 6명 외에 5명에 대해서는 “범죄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자 피고인 중 한 명이 법정에 놓인 의자를 발로 차고 판사를 향해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의 부모들은 “너무 가혹하다”며 소리 지르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日 “평창올림픽 홈피 독도 표기 말라” 도발

    평창조직위 “항의서 받은 적 없다”… 日대사·총영사 12일째 한국 복귀 미정 일본이 평창동계올림픽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를 문제 삼고 나섰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소녀상 설치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이번 독도 발언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도통신은 20일 평창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시마네현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독도(Dokdo)로 기재하며, 한국 영토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외교 루트로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영문 홈페이지의 ‘한국 문화’ 항목에 들어가면 ‘독도와 울릉도, 한국의 최동단의 섬’이라는 제목과 함께 독도와 울릉도에 대한 설명이 올라와 있다.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한국 영토인 독도가 마치 영토 분쟁지역인 것처럼 올림픽헌장 50조 규정을 내세우며 문제로 삼은 것이다. 독도를 한국 땅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올림픽에서 정치선언을 금지한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올림픽헌장에 위반되는 선전활동에 해당한다는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평창올림픽조직위 관계자는 “일본으로부터 독도 관련 정식 항의서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혹시 일본으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이 오더라도 무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도는 명백한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의 항의는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독도 문제를 갈등으로 남겨 두려는 게 일본의 속셈이기 때문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 조직위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은 지난 9일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며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 총영사를 본국으로 일시 귀국 조치한 뒤 이날까지 12일째 한국에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NHK는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소녀상 및 주한대사 소환 문제 등을 논의한 뒤 “한국 측의 자세에 변화가 없으면 일본 측이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며 당분간 주한대사를 한국에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강경 유지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서울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미국 CIA 비밀 문건 공개...“5·18 당시 북한군 개입 기미 없었다”

    미국 CIA 비밀 문건 공개...“5·18 당시 북한군 개입 기미 없었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300만쪽에 달하는 93만 건의 기밀 해제 문서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 중에는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비밀 문건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 문건들은 북한군이 5·18 민주화 운동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동안 국내 일부 극우 세력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5·18 민주화 운동 북한군 개입설’이 일방적인 역사 왜곡이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5·18 기념재단은 20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기념재단 시민사랑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CIA가 지난 18일(한국 시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비밀문서(TOP SECRET) 일부를 번역해 공개했다. 재단이 공개한 문건은 5·18 민주화 운동을 전후로 미 정부가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만든 기록물이다. 1980년 5월 9일 미 NSC의 비밀문건에는 ‘북한은 한국의 정치 불안 상황을 빌미로 한 어떤 군사행동도 취하는 기미가 없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1979년 10월 26일(10·26 사태)과 12월 12일(12·12사태)의 사건에 무척 놀라고는 있다’는 동향보고가 기록돼 있다. 10·26 사태는 당시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씨가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사건이고, 12·12 사태는 당시 군부 실세였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일으킨 군사 쿠데타를 가리킨다. 같은 해인 1980년 6월 2일 미 NIC 극비 문서에는 ‘현재까지 북한은 남한의 사태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김일성은 남한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행동이, 전두환을 돕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은 남한의 사태에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어 ‘북한은 지속적으로 무력에 의한 남북통일을 주장해 왔지만 북한의 전쟁도발 억지력을 가진 것은 미 육군이 아니라 미 공군과 해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시 미국이 보여준 미 공군과 해군의 파워에 북한은 겁을 먹었고, 이는 1980년 사태(5·18 민주화 운동)에도 북한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돼 있다. 김양래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보수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5·18 민주화 운동의 북한군 개입을 완전히 반박할 수 있는 자료”라면서 “5·18 민주화 운동의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위 두 문건이 ‘5·18 민주화 운동은 북한군 선동에 발생한 폭동’이라는 극우 논객 지만원(75)씨 등의 주장에 합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 김 상임이사는 “미국의 정보력에 대한 신뢰와 최상층이 공유하는 회의에서 나온 정보임을 고려하면 이를 넘어서는 수준의 다른 자료가 당분간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재단을 비롯한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들은 지씨와 인터넷 신문 ‘뉴스타운’ 등 5·18 민주화 운동 왜곡 세력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 담당 재판부에 해당 문건을 증거자료로 제출할 방침이다. 지만원씨는 5·18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북한에서 침투한 간첩이라고 비방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지난달 28일 불구속 기소됐다. 지씨는 또 지난해 4월에도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임을 앞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8일 광주 서구 5·18 기념공원을 방문해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미 CIA가 작성해 본국에 보고한 총 301쪽 분량의 5·18 관련 문서 89건을 5·18 기념재단에 전달한 바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여중생 집단 성폭행’ 가해자 일부 징역형…법정서 욕하고 난동

    ‘여중생 집단 성폭행’ 가해자 일부 징역형…법정서 욕하고 난동

    2011년 고등학생 때 여자 중학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가해자 22명 중 일부가 1심에서 징역형 등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 박남천)는 2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특수강간)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모(22)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모(21)씨에겐 징역 6년, 박모(21)씨 등 2명에겐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른 가해자 2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이들 6명과 함께 기소된 또다른 피고인 5명은 범죄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군 복무 중인 다른 피의자 11명은 현재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씨 등은 고교생이던 2011년 9월 서울 도봉구의 한 학교 뒷산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여중생 2명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12년 8월 서울 도봉경찰서의 김장수 경위(당시 계급은 경사)가 다른 성범죄 사건을 수사하다가 첩보를 입수해 수사가 시작됐다. 피해자들이 진술을 거부해 수사가 쉽진 않았으나, 경찰의 오랜 설득으로 지난해 3월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관련기사 [단독] 고교생 22명이 여중생 성폭행…5년 만에 ‘지옥’을 털어놨다) 재판부는 “청소년기 일탈 행위로 처리하기에는 범행의 경위나 수단, 의도 등을 고려했을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피해자들은 극심한 공포심과 평생 지울 수 없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잊고 지내왔는데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이 영달을 위해 지난 일을 들춰내서 부풀렸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반성문을 여러 차례 제출했다”면서 “범행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이전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가 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재판 도중 피고인 중 한 명이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자 법정에 놓인 의자를 발로 차고 판사를 향해 욕설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피고인들의 부모들도 선고 내용을 듣고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에게만 더 가혹하다’면서 판사를 향해 소리치다가 방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연기견을 억지로 물 속에…美영화 동물 학대 논란

    전생을 기억하는 강아지의 이야기를 담은 신작 영화가 동물단체의 보이콧 대상에 올랐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해외언론은 영화 '도그 퍼포즈'(A Dog's Purpose)의 촬영 당시 화면이 유출돼 동물 학대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이달 말 미국 내 개봉을 앞둔 영화 도그 퍼포즈는 W. 브루스 카메론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판은 '내 삶의 목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내용은 개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한다는 줄거리로 애견, 유기견, 인명구조견, 떠돌이견 등의 네 가지 삶을 살며 인간과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논란이 터진 영상은 개가 물 속에 빠지는 모습을 담은 촬영 분이다. 캐나다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서 연기견은 격렬한 물살이 이는 수영장 속에 들어가지 않으려 발버둥치지만 스태프는 억지로 물 속으로 밀어넣으려 한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측은 "개는 물론 모든 동물은 영화의 소품이 아니며 인도적으로 대접받아야 한다"면서 "영화사 측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영화를 보이콧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조시 개드 역시 트위터를 통해 "촬영 당시 화면을 보고 화가 나고 슬펐다"면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영화사 측은 진화에 나섰다. 배급사 유니버설스튜디오와 앰블린엔터테인먼트 측은 "동물을 위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윤리적이고 안전하게 촬영됐다"면서 "며칠에 걸친 수 차례 리허설을 통해 개가 편안한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연기견이 물 속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더이상 촬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한국의 CES 부스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한국의 CES 부스

    ‘중국 담은 높아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고, 일본 담은 없다시피 하여 내부가 훤히 보인다. 한국 담은 이 둘의 중간 정도이다.’ 국어 교과서에서 봤던 이어령 선생의 ‘한국의 담장’은 모범적인 인류학 텍스트였다. 담장 높이의 차이는 국가별 개방·폐쇄성의 정도를 은유한다고 이 선생은 결론 냈다. 어떤 ‘하드웨어’엔 그 사회의 ‘소프트웨어’가 고스란히 담긴다고 그때 배웠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꾸민 부스에서 3국의 담장을 떠올렸다. 인구 분포와 경제 수준이 서로 다른 한·중·일의 개성이 부스 곳곳에서 묻어났다. CES의 중앙 무대에서 살짝 비켜난 곳에 위치한 중국 샤오미 부스엔 없는 제품이 없다. 두께 4.9㎜의 TV, 스마트폰, 가상현실(VR) 기기, 공기청정기, 전동 킥보드, 드론, 로봇까지. 이 다양한 제품들을 마치 양판점처럼 배치했다. 매장이 아닌 전시장인데도 “한 번 써보고, 지금 당장 사세요”라고 제품들이 속삭이는 듯했다. 그런 눈으로 가전을 보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예금을 깨서 매장에 가 ‘최신형’이란 스티커가 붙은 제품을 사면, 우리 가족이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세탁기 있는 집, 에어컨 있는 집이란 ‘성공의 증거’를 갖추기 위해 모두 몰두했었다. 이제 삼성이나 LG는 욕망을 적나라하게 부추기지 않는다. 더이상 가전이 결핍된 집이 드문 한국에서 사람들은 ‘패션’처럼 가전을 쇼핑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색이 재현되는 올레드 터널을 통과해 입장한 LG 부스에선 냉장고나 청소기를 어떻게 집에 배치할지 차분히 설명한다. 삼성의 VR 체험존에선 기어VR을 쓴 개인들이 모여 전동의자를 타고 VR을 집단 체험한다. 잘 단장된 갤러리처럼 꾸민 한국 기업 부스에서 제품들은 “가전을 통해 삶을 예술로 만들어봐”란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다. 일본은 어떨까. 소니의 모든 제품은 최상의 품질을 구현했다. 수십년 전 ‘소니 신화’의 주역이던 휴대용 오디오 워크맨은 ‘무손실음원’을 구현하는 초고가 제품으로 돌아왔다. 제품을 체험할 독립적인 공간이 부스 곳곳에 배치돼 방문객들은 초고화질 영상과 입체적인 음질을 감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제품들은 마치 “너의 고독을 내가 달래 줄게”라고 웅변하는 듯했다. 한·중·일 부스의 이질감은 방문객의 동선에서 극대화된다. 중국 부스에서 사람들은 우루루 몰려다니며 경쟁하듯 제품을 만지고, 출시 일정을 확인했다. 한국 부스에선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제품을 감상하며 소감을 교환했다. 일본 부스에 들어선 일행들은 곧 서로 헤어졌고, 한 명씩 헤드폰을 끼거나 TV를 보며 기계와 1대1 관계를 맺었다. 가전 기술력이 일본-한국-중국 순으로 전승됐다거나 중국 부스의 풍경이 몇십 년 전 한국과 비슷하다는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한국의 부스가 지금의 일본 부스와 다른 모습이길 바라 본다. 외롭거나 홀로 남은 이들이 억지로라도 친구를 찾는 대신 가전에게 위로를 받는 풍경은 거북하다. 우리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 saloo@seoul.co.kr
  • 지원·성금 밀물… 화재 여수수산시장 희망 지킨다

    정치인·기업 온정의 손길 잇달아 화재현장 옆 임시판매장 마련 새벽 화재로 점포 대부분이 불에 탄 전남 여수수산시장 상인들에 대한 지원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16일 행정자치부와 국세청, 중소기업청 등 12개 기관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10억원의 특별 교부세 지원을 확정했다. 특별교부세는 수산시장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화재 잔해물 철거와 폐기물 처리 등 긴급복구 소요 비용으로 쓰인다. 피해상인들에 대해 7000만원 내에서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하고, 2018년도 전통시장 사업으로 국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은 전국 택배서비스를 지원한다. 설 대목을 맞아 영업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콜센터(061-662-7268, 061-661-1175, 인터넷 www.myeosu.kr)를 운영해 상인회가 엄선한 최고의 상품을 택배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남도는 재난관리기금 1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재해구호협회 전용계좌를 개설해 시·도지사 협의회, 시장 관련 단체, 도 산하 공직자 등의 참여를 유도해 한 달간 성금도 모금한다. 피해 상인들을 위로·지원하기 위한 유력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이개호 민주당, 정동영·주승용·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등이 시장을 찾은 데 이어 17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지원 신임 대표 등도 방문해 정부의 발빠른 대책을 약속했다. 기업들의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여수 출신의 박수관 ㈜YC-TEC 회장과 GS 칼텍스, 롯데케미칼이 2억원, LG화학이 2억 6000만원, 부영그룹이 1억원의 구호성금을 이날 각각 기탁했다. 롯데첨단소재 1억원, 전남시장군수협의회와 여수상공회의소,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각각 1000만원을 전달했다. 여수시는 이날 상인들과 협의를 통해 1억 3000만원을 긴급 투입 화재현장 옆에 있는 배수펌프장 도로와 공터를 활용해 임시 판매장을 설치키로 했다. 이곳에서는 활어 30곳, 선어 8곳, 조개 등 패류 13곳, 건어물 등 기타 29곳 등 임시점포가 들어선다. 김상민(60) 여수수산시장 상인회장은 “경찰의 감식이 끝나지 않아 아직 상가에 들어갈 수 없어 답답하지만, 각처에서 도움을 주고 있어 다소나마 위안이 된다”며 “낙담하지 않고 억지로라도 힘을 내자면서 서로 보듬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열리는 트럼프 시대-세계의 시선(상)] 日, 美와 무역 마찰·통상압력 ‘발등의 불’…아베정권 국방력 강화 행보 탄력받을 듯

    [열리는 트럼프 시대-세계의 시선(상)] 日, 美와 무역 마찰·통상압력 ‘발등의 불’…아베정권 국방력 강화 행보 탄력받을 듯

    일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을 불안과 의구심, 기대감이 뒤엉킨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동맹관계 등 외교안보에서부터 경제·무역통상에 이르기까지 ‘미국 제일주의’와 일방주의 성향만을 드러낸 채 구체적인 정책과 방향성은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다. 대미 군사동맹을 안전 보장의 축으로 삼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외교안보적인 불안정성이 커지고, 경제분야의 예측 가능성도 떨어져 부정적인 측면이 늘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속에서 일본에 대한 더 많은 책임과 부담 요구도 압박이 되고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은 무역 마찰 및 통상 압력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첫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선거 유세 기간 동안 강조해 왔던 미국 제일주의와 일방주의적 자세를 바꾸지 않은 채, 무역역조를 들먹이고 무역장벽 등을 거론하며 일본을 비판하자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초긴장 자세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 적자는 전체 적자 5004억 달러(약 57.5조엔)의 10%가량인 554억 달러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의 강화 속에서 통상 압력과 무역 마찰의 파고가 일본의 수출과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가 진전되면서 벌어질 달러 강세와 재정 적자 만회를 위한 미국의 대일 통상·환율 압박도 커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졌다.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명예교수도 최근 서울신문에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케나카 교수는 “앞으로 1년 정도는 미국, 일본 등의 완만한 경기 회복 영향이 기대되지만 그 이후 일본, 한국 등에 대한 미국의 환율 조정 압박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계획대로 미국 내 인프라 투자가 진전되면 외자 유치 및 투자 확대 속에서 달러 강세 및 재정적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결국 무산된다면 경제적 영향을 넘어 미·일 주도의 아시아 외교질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일본은 보고 있다. TPP가 미국의 아시아 회귀 및 균형 전략의 빼놓을 수 없는 기둥이며 시장 개방, 통상 규범 설정 등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안보 전략으로서도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TPP가 무산된 뒤 아시아 경제 질서를 누가 만들 것인가”란 측면에서 중국이 미·일을 밀어내고, 아시아 경제 질서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일본의 고민이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TPP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설득을 주요 당면 과제로 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안보 측면에서 일본은 상당한 기대감이 있다. 트럼프 정부도 일본을 아시아 정책의 축으로 보고, 핵심 동맹국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분명한 견제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을 환영하고 있다.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의 마찰이 격화되는 등 일본으로서는 상당한 힘이 되고 있다. “세계 보안관 역할은 이제 그만두겠다”며 국익 우선을 앞세우는 트럼프의 국내 지향적, 고립주의적 자세는 아베 정권의 행보에 탄력을 더해 줄 전망이다. 일본 보수세력들은 국방력 강화 등 ‘미국 없는 홀로서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보수 성향의 일본의 세계평화연구소(회장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지난 12일 “1% 미만인 방위비를 1.2%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억지력을 위해 적 기지 등에 대한 공격 무기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보수세력들은 지역 안보의 불안정성의 확대를 들면서 국방력 강화, 교전을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아베 총리가 올해 첫 해외순방국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등을 선택했고, 이들과 중국을 겨냥한 해양 협력 강화 및 공조에 합의한 것도 해양 안보에 우선순위를 뒀음을 보여준다. 이들 국가는 TPP 가입국들로 한목소리로 TPP의 조기 출범을 촉구하기도 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갑질승객 vs 부당요금… 불만 싣고 달리는 택시

    갑질승객 vs 부당요금… 불만 싣고 달리는 택시

    기사는 “만취 승객들 억지 부려” 승객은 “여전히 서비스 불만족” 택시기사 A씨는 지난해 11월 25일 새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서 만취한 승객을 태웠다. 승객은 ‘(용산구) 신창동으로 가달라’고 말한 뒤 바로 곯아떨어졌고, 목적지에서 A씨가 수십분을 깨운 뒤에야 일어났다. 비몽사몽 중에 요금을 지불하고 귀가한 승객은 이튿날 택시비를 과다 계산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A씨는 1만 3000원을 환불해주어야 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무조건 미터기를 멈췄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은 승객 때문에 그 자리에 수십분을 서 있었고, 다른 손님을 받을 수도 없었는데 말이죠.” A씨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택시업계가 ‘불친절’ 오명을 벗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입한 ‘불친절행위 택시 요금 환불제’가 오히려 택시기사와 승객 사이에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기사들은 무리한 환불을 요구하며 ‘갑질’을 하는 승객이 늘었다고 하소연하고, 승객들은 불친절한 택시 서비스가 좀체 개선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양측의 시선이 정반대인 상황에서 환불제가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셈이다. 12일 서울택시조합에 따르면 요금 환불제를 실시한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불친절행위 신고 건수는 806건이었다. 부당요금이 537건(66.6%)으로 가장 많았고, 불친절(226건·28%), 도중하차(24건·3%), 합승(3건·0.4%) 순이었다. 이 중 환불한 건수는 전체의 93.2%인 751건이고, 금액으로 869만 8460만원이었다. 업계는 거의 모든 신고마다 분쟁이 있다고 했다. 박재영 택시조합 지도부장은 “기사가 길을 돌아가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는 블랙박스에 찍히기 때문에 갈등이 그나마 없지만 불친절행위는 기사와 고객의 기준이 달라 갈등이 크다”고 분석했다. 법인택시기사 이모(50)씨는 “반말에 욕설까지는 참는데, 차 안에 구토라도 하는 날이면 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김모(34)씨는 “목요일 밤늦은 시간에 승차 거부도 여전하고, 택시앱의 경우 아예 승객을 골라 태우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의 지난해 대중교통 이용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택시의 만족도는 5.88로 전체 대중교통 만족도(6.59)보다 크게 낮았다. 출퇴근 시간처럼 택시가 부족한 상황은 양측의 갈등을 키운다. 기사는 이때 벌지 못하면 수입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친절보다 수입이 중심이다 보니 이 시간에 택시를 이용한 승객 대부분은 불친절도를 높게 느낀다. 서울시 집계를 보면 평균 택시 수요로 판단할 때 전체 7만 2171대의 16.4%인 1만 1831대가 공급과잉이다. 하지만 개인택시 중 65세 이상인 운전자는 34.6%(1만 7073명) 수준인데, 이들은 야간운전을 기피해 밤 시간에 공급이 부족하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민들의 택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불편신고 제도도 있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사들에게 무조건 친절 응대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평화의 소녀상’을 ‘위안부상’이라고 부르라고 어디서 망언을 하나!

    ‘평화의 소녀상’을 ‘위안부상’이라고 부르라고 어디서 망언을 하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부르던 ‘위안부 소녀상’이란 명칭 대신 ‘위안부상’이라고 부르라고 일본의 극우 언론사인 산케이신문이 11일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날 오전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정례 브리핑에서 산케이신문 기자는 “한국의 ‘위안부상’ 명칭에 관해 묻겠다”며 평화의 소녀상을 ‘위안부상’으로 규정하며 질문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위안부상을 소녀상이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단순히 소녀의 상이라면 어디에 설치해도 된다는 인상을 받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억지로 소녀상으로 부르는 것으로, 정치적 의도를 옅게 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있다”며 “이(상의 명칭)에 대한 정부의 견해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스가 장관은 “어제 브리핑에서 ‘위안부 소녀상’이라는 표현을 했다”며 “그런 배경(한국의 의도 등을 의미)에서 정부로서는 그런 표현(위안부 소녀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산케이신문 기자는 “지금부터 위안부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졌고, 스가 장관은 “어제 위안부 소녀상이라는 말을 했다. 내 발언이 전부다”라고했다. ‘위안부 소녀상’이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스가 장관의 이런 답변은 ‘위안부상’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경우 부산 소녀상 설치 이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일 한국대사 일시귀국 등의 조치로 악화된 한일관계가 더 악화할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이라는 명칭 대신 ‘위안부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한국 내 반일 감정이 한층 고조되면서 양국간 접점 모색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문은 앞서 지난 8일에도 칼럼을 통해 “일본 정부나 많은 일본 미디어가 ‘위안부상’을 한국식으로 ‘소녀상’으로 부르는 것은 이상하다”며 “정치적인 위안부상이라서 문제다. 단순한 소녀상이면 어디든지 마음대로 세워라”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 언론 가운데 산케이신문을 제외하고는 위안부상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주요 언론 가운데서는 교도통신과 도쿄신문은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소녀상’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NHK와 아사히신문은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소녀상’, 요미우리·마이니치신문은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종군위안부를 상징하는 위안부’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의 사드 철회 요구가 부당한 이유/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중국의 사드 철회 요구가 부당한 이유/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7명이 자당 대권 후보의 ‘메시지’를 가지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를 중단해 달라고 중국에 다녀왔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다음 정부에서 사드 배치는 재논의할 것이니 보복을 중단해달라는 것이다. 정권을 잡기도 전에 대한민국의 핵심적 외교정책을 뒤집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중국의 사드 배치 불가입장만 교육받고 왔다니 분통이 터진다. 필자는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아시아연구원이 주최한 오찬을 겸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사드 배치의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이었고, 한국은 사드와 관련한 어떤 이야기도 내놓지 않았던 때였다. 추대사는 약 1시간 정도 한·중관계에 대하여 강연을 했는데, 그중 50여분을 사드 반대에 할애했다. 마치 추 대사의 한국 부임 유일한 미션이 사드 배치를 막는 것처럼 보였다. 사드의 전술적 효용성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사드의 전략적 가치는 바로 한·미동맹 그 자체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머리 위에 얹고 사는 우리는 한·미동맹 이외에 이를 억지할 대체 무기체계가 없다.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핵 억지력을 갖든지, 아니면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드의 전략적 가치다. 시진핑 주석은 사드가 중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백 보를 양보해서 그가 옳다고 치자. 방어시스템인 사드가 중국 안보를 위협한다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이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 않은가? 방어무기에도 자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사드를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한국은 북한 핵 위협에 노출되어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국가 안보의 위협이라는 점 외에도 중국의 사드 철회 요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수용할 수 없다. 우선 사드 배치는 정부 간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외교정책이다. 정부가 바뀐다고 이를 철회한다면 더이상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한·미동맹 자체가 위협을 받을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정부가 바뀌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나라로 낙인이 찍힐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내정간섭을 수용하는 매우 심각한 선례를 남긴다는 점이다. 이번 중국의 보복조치에서 보듯이 중국은 한국을 대등한 상대로 보지 않는다. 만일 중국의 이번 요구를 수용한다면 이는 우리 스스로 중국의 속국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지난 70년간 유지되어 온 한·미동맹 관계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미관계가 본질적으로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갈등은 미국의 요구를 한국이 수용하는 형태로 결론지어졌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이 아무리 강해도 국제적 규범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2000년을 넘게 머리를 맞대고 살아온 중국은 우리에게 가혹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한두 번 해온 것이 아니며, 그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번 중국의 보복조치를 보더라도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중국은 국제규범이나 정도를 벗어난 일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 여실히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가 아니라 중국 인민이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 핑계를 댄다. 대국이 하는 일이라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변명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한한령(限韓令)이라는 유치한 중국의 보복으로 보게 될 경제적 피해가 아무리 크다 해도 국가 안보와 바꿀 수는 없다.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배치를 철회해도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리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 방안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철회해도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 중국의 내정간섭에 굴복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사드 철회를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 자체적 핵무장이라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안보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한·미동맹의 가치는 도외시하고 경제적 피해만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 칠순, 당찬 버킷리스트…내가 나를 받들며 살자

    칠순, 당찬 버킷리스트…내가 나를 받들며 살자

    심심한 건 절대 못 참는 ‘재미주의자’다. 나이가 들어도 수그러들지 않는 ‘호기심 대마왕’이기도 하다. 여성학자이자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 유명한 박혜란(70)을 일컫는 수식어다. 아들 셋을 키우던 마흔에 여성학 공부에 나서고, 고3 아들을 두고 중국 유학을 떠나는 등 틀을 깬 활기찬 인생살이로 울림을 줬던 그가 칠순에 이르렀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빼도 박도 못하게 ‘노인인증서’을 받아든 나이다. 노년의 무기력, 한발 더 가까워진 죽음을 맞닥뜨리며 드는 상념과 일상을 그가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풀어놓았다. 에세이 ‘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나무를 심는 사람들)에서다. 전국 곳곳에 강연을 다니는 그에게 젊은 주부가 대뜸 물었다. “선생님은 꿈이 뭐냐”고. 두 시간 동안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떠들어 댔던 그는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다. 이후 여든까지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내려간 ‘일흔 살의 버킷리스트’는 대담하고 찬란하다. 바르셀로나, 프라하, 도쿄 등 마음에 드는 도시에서 한 달씩 살아 보기, 아직도 자신을 달뜨게 만드는 연극 무대에 서기, 다큐멘터리 찍기, 여섯 명의 손주가 읽을 동화책 쓰기 등이다. 강의, TV 출연, 사회운동단체 대표 활동 등 다채로운 삶을 살며 일상에 무감각해진 저자는 일흔을 넘기며 유례없는 불볕더위마저 생애 처음 겪는 경험임에 고마움을 느낀다. ‘난생처음 겪는 무더위 앞에서 나는 새삼 내가 하루하루 겪는 일 하나하나가 다 난생처음이란 엄숙한 사실을 되새겼다.’(277쪽) 100세 시대에 한 배우자와 해로한다는 건 억지라며 주창하는 결혼 정년제, 여성학자로서 최근 젊은 남성들의 여성 혐오에 대해 드러내는 고민은 세대를 아우르는 넉넉한 시선으로 눈길을 끈다. ‘페미니스트는 절대로 남자를 적으로 보지 않는다. 페미니스트가 공격하는 대상은 남성 중심주의에 기반한 가부장제 사회일 뿐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성도 억압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남자들은 페미니스트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이나 남성이나 인간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251쪽) 치매를 걱정하며 ‘사는 날까진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 살고 싶다’고 걱정하기도 하지만 심장에 스텐트를 박은 것까지 위풍당당 농을 던지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찰진 재미다. 손주들이 아이언맨 인형을 갖고 놀 때 “얘들아, 할머니는 아이언 우먼이란다. 심장에 아이언이 세 개나 박혀 있거든”이라고 자랑(?)하는 할머니의 말에 손주들은 엄지를 치켜들며 존경의 눈빛을 보낸다. 한생을 단단하게 살아 낸 인생 선배로 손주들에게,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하나로 모아진다.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너희들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 ‘내가 나를 보물단지로 받들며 살자’는 것.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우리가 일요일 밤마다 늦게까지 잠 못드는 이유는?

    우리가 일요일 밤마다 늦게까지 잠 못드는 이유는?

    매주 일요일 밤, 특히 긴 연휴 끝에 찾아오는 일요일 저녁은 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구에서는 이를 '일요일밤 불면증'(Sunday night insomnia)이라 부르는데 대략 60%가 이같은 증상을 겪는다는 통계가 있을만큼 흔한 일이기도 하다. 이같은 원인에 대해서 관련 전문가들은 실험과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중 지난해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 수면 과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이 눈에 띈다.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 논문에서 10명 중 1명 꼴로 월요일 출근이 걱정돼 일요일 저녁 잠을 잘 못잔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이 논문에 따르면 영국민의 경우 하루 평균 6시 30분 정도 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나 권장 수면시간인 8시간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절반 정도는 4시간도 채 못자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중 10%는 일요일 저녁 다음날 출근을 해야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에 잠을 설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를 이끈 제이슨 엘리스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은 정신적, 신체적 재충전을 위해 하루 8시간을 자야한다”면서 “일부 사람들에게는 월요일 출근이라는 부담감이 ‘일요일 불면증’을 야기해 한주의 시작을 더욱 피곤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텍사스 대학 사우스웨스턴 의학센터의 연구도 주목해 볼 만 하다. 텍사스 대학 연구팀은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자는 경우 오히려 생체시계에 혼란이 와 일요일 저녁에 잠을 자기 어려워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곧 주말에 평일보다 더 많은 잠을 자기 때문에 일요일 저녁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주장인 셈. 호주 출신의 심리 전문가 클래리사 휴즈 박사의 일요일 밤 불면증 '처방'도 참고해 볼 만 하다. 휴즈 박사에 따르면 주말의 경우 평일과 다른 생체리듬을 가져 일요일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특히 우리 뇌의 경우 몸보다 앞서 자동적으로 한 주의 시작을 곰곰히 생각하기(활동이 많아지기) 때문에 더욱 잠을 이루기 힘들다. 그렇다면 일요일밤 소위 '굿잠'을 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에대해 휴즈 박사는 "목욕과 가벼운 요가 등의 운동을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면서 "스마트폰과 TV 등 파란 빛을 내는 전자기기는 모두 끄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잠자리에서 생각이 너무 많아 잠지 오지 않는다면 억지로 자려 하지말고 반대로 행동하라"면서 "평소입던 잠옷을 다른 것으로 바꿔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고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씨줄날줄] 만인산과 지방 권력/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만인산과 지방 권력/서동철 논설위원

    과거 지방 수령의 권한은 왕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니 수령의 성정이 고을 백성들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수령에 대한 백성의 평가는 떠나간 다음에야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선정(善政)을 베풀었던 수령의 임기가 다하면 백성들은 너나없이 섭섭함을 표시하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새로 부임할 수령이 악정(惡政)으로 소문난 자라면 아쉬움은 더욱 컸을 것이다. 조선시대 관청 주변이라면 지금도 비석이 줄지어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송덕비(頌德碑)나 선정비(善政碑),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 유애비(遺愛碑)라는 머리글을 이고 있다면 수령의 업적을 기리는 비석이다. 물론 실제로 선정을 베풀었던 수령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비석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포악한 수령일수록 크고 화려한 송덕비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궁핍한 고을에서는 선정비를 세우느라 백성이 더욱 고통받는 아이러니도 속출했다. 떠나가는 수령을 칭송하는 수단은 송덕비에 그치지 않았다. 만인산(萬人傘)과 만인병(萬人屛)도 있었다. 수령은 행차할 때 일종의 양산을 썼는데, 햇볕을 가리는 도구이자 수령의 존재를 상징하는 역할을 했다. 19세기 후반에는 임기를 마치는 수령에게 재임 중 공덕과 백성의 이름을 양산에 수놓아 전하는 풍습이 생겼다. 많으면 수천명의 이름을 수놓았다. 양산 대신 병풍에 새기면 만인병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878~1879년 초산부사를 지낸 이만기의 만인산을 소장하고 있다. 선정을 베푼 내용과 2091명 백성의 이름을 촘촘히 수놓았다. 강원도 금성현령을 지낸 이만윤의 만인산(1890)과 교동부사를 역임한 전세진의 만인산(1890)도 국립춘천박물관과 홍성 홍주성역사관에 남아 있다. 전세진 만인산에는 100명 남짓 이름이 수놓아져 있다. 만인산도 송덕비처럼 선정의 결과일 수도, 악정의 결과일 수도 있다. 1896년 고종실록에는 희천군수 경광국을 고발하는 상소문이 실려 있다. ‘남의 재물을 약탈하여 욕심을 채우는 것을 능사로 여긴다’며 죄상을 나열하고는 ‘2000금을 포학하게 거두어 만인산을 억지로 수놓게 하니 원망하는 소리가 길에 가득 찼다. 이런 무리가 벼슬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면 고을이 없어지고 말 것’이라고 한탄했다. 울산박물관이 역사관과 산업사관을 새로 꾸몄다. 특히 언양현감을 지낸 윤병관의 만인산(1887)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기증받아 보존 처리하고 일부는 복원했다. 후손은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도 만인산의 고향인 울산의 박물관에 유품을 돌려보냈다니 그 문화적 안목에 경의를 표한다. 희귀하면서도 흥미로운 유물인 만큼 중요한 볼거리의 하나로 떠오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라면 더더욱 만인산을 둘러보면서 진정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사설] 대통령 탄핵, 보수·진보 대결로 몰아선 안 돼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심판하는 헌법재판소의 법정은 엄중하고 또 엄중해야 한다. 시민들이 생업을 접어가며 방청권을 따내 참관한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우리 모두의 비극인 현직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냉철한 법리에 따라 결정되는 과정을 담담히 지켜보려는 민심의 발로다. 그런데 그제 헌재 심판정의 방청석은 야유로 술렁거렸다. 숙연함과 절박감이 교차해야 할 법정에서 재판관조차 헛웃음을 짓는 상황이었다면 문제가 작지 않다. 헌재의 제2차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상식을 벗어나는 변론 어법으로 일관하다시피 했다. 서석구 변호사는 박한철 헌재 소장의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촛불은 민심이 아니다”, “소크라테스와 예수도 다수결 때문에 사형되고 십자가를 졌다”, “신이 헌재를 보호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복음을 달라” 등의 황당한 진술을 이어 갔다. 과연 대통령의 탄핵을 막으려 투입된 변호인의 입에서 나올 만한 수준의 말인지부터 의심스럽다. 오죽했으면 탄핵소추위원단이 변호인단의 주장이 박 대통령의 생각과 맞는지 확인하겠다고 했겠나.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사실상 이제 시작이다. 탄핵 법정은 어떤 외압에 왜곡돼서도, 억지 논리로 지탄의 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변론 얼개는 시작부터 우려스럽다. 여론을 보수와 진보로 갈라 애써 이념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읽힌다. 촛불이 민심이 아니라는 편 가르기 식 주장은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의식한 전략이나 다름없다. 보수 지지층의 정치적 영향력을 복원해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 등에 다각도로 대응하려는 계산이 아닌지 궁금하다. 지난주 10차 집회까지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이 1000만명을 넘었다. 대통령이 떨어뜨린 국격을 국민이 끌어올렸다는 외신 찬사를 이끌어낸 것이 촛불집회다. 아무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 뜨거워도 현직 대통령이 민심에 의도적으로 상처를 덧입히는 언사를 해서야 말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법률적 방어권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구체적 소추 사실을 놓고 한 줌 미련 없이 반박하면 된다. 설혹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성의 있게 재판에 임해야 할 것이다. 헌재가 요구하는 세월호 7시간에 관한 소명 자료를 이렇다 할 이유없이 계속 미루는 식의 행태는 불신만 더 키운다. 헌재의 두 재판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일부러 심판 절차를 지연시킨다는 의심이 커진다. 주요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아예 잠적 상태다.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생각할 국민은 많지 않다. 헌재의 신속한 결정에 계산 없이 협조해야 한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박 대통령의 남은 책무다. 본질을 벗어난 꼼수가 이 통탄스러운 탄핵 재판의 품격마저 떨어뜨리지는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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