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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의 사회면] ‘씨 없는 수박촌’

    [그때의 사회면] ‘씨 없는 수박촌’

    쌍둥이를 가진 것처럼 진단서를 위조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구속됐다. 다자녀 가구에 아파트 분양에서 우선권을 주는 혜택 때문이다. 인구 증가가 걱정이었던 시대에는 정반대로 불임수술을 하면 아파트 분양에 우선권을 주는 정책이 시행됐었다. 1977년부터 정부는 불임시술자에게 아파트 우선 입주권뿐만 아니라 영세민 시술자 보상금 지급, 마지막 출생자 1년간 무료 진료, 취로사업 우선권 등의 혜택을 주었다. 그해부터 서울 반포아파트 등 아파트 분양이 줄을 잇자 불임시술을 받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보건소에서 시술 쿠폰을 받으면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시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 병원마다 시술 희망자가 몰려 장시간 기다려야 했다(경향신문 1977년 9월 8일자). 그보다 더한 웃지 못할 소동이 벌어졌다. 정부가 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 바람에 출산 의사가 없는 50대와 60대까지 불임시술을 받으려고 줄을 선 것이다. 복덕방(공인중개사)들이 거액의 보상금을 제시하며 시술을 부추기기도 했다. 불임시술증명서가 특혜 증명서로 둔갑한 것이다. 불임시술자들이 대거 입성한 아파트들은 아이 울음소리 들릴 일이 없는, ‘씨 없는 수박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출산과 아파트 당첨을 연계한 데는 “해외토픽감”이라는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청준의 ‘불알 깐 마을의 밤’은 불임시술을 받은 사람들의 아파트 입주와 가짜 불임증명서로 분양받는 세태를 풍자한 소설이다. 아파트 분양으로 인간의 생식 기능을 좌지우지하는 문제에 대한 이런 비판은 지금도 유효할 수 있다. 아이를 그만 낳고 싶은데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억지로 더 낳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불임시술을 받는 사람이 크게 늘자 정부는 40세 이하에게만 혜택을 주었다. 불임시술자 우대 정책이 인구 억제에 도움은 됐겠지만 청약저축통장과 함께 거래된 불임시술증명서에는 최고 600만원(현재 가치 6000만원 추정)의 프리미엄이 붙는 등의 부작용까지 생겼다(매일경제 1985년 3월 29일자). 불임시술자에 대한 특혜는 출산율이 둔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까지 존재했다. 출산 정책 말고도 아파트 분양을 다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예는 더 있다. 노부모를 섬기는 효자, 효부에게 분양 우선권을 주어 시골에 있는 부모를 서둘러 모셔 가는 ‘사이비 효도’ 붐을 불러일으킨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다. 교통사고를 줄일 목적으로 무사고 운전자에게 당첨 우선권을 준 적도 있었다(동아일보 1982년 9월 11일자).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국회의 허준’… 오늘도 수십명 환자와 씨름합니다

    ‘국회의 허준’… 오늘도 수십명 환자와 씨름합니다

    1호 한의사 공무원으로 5년째 상근 중 “관절 질환 많은 청소 노동자 치료 뿌듯” 수필집·한의학 영어 동영상 제작 도전국회 소속 한의사 공무원 1호인 신미숙(44) 원장은 하루 50~7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신 원장을 찾는 환자는 국회의원, 국회 사무처 공무원, 국회에 공무로 출장 온 외부 공무원, 국회 담당 기자까지 다양하다.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신 원장이지만 “따로 한의원에 갈 시간을 내기 어려운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의원을 찾을 때 정말 기쁘다”고 말한다. 신 원장은 9일 “대부분 60대 전후에 몸을 많이 쓰시는 분이라 손목, 발목, 허리 등 척추 관절 질환으로 고생을 한다”며 “특히 일부 노동자는 다른 직원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를 모두 마쳐야 해서 새벽 5시까지 출근하기 때문에 밖에서 진료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분들이 진료실에서 잠시나마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1999년 개설된 국회 한의 진료실에 한의사가 정식 채용된 것은 2014년 신 원장이 처음이다. 전문계약직공무원으로 5년째 근무 중인 신 원장은 “제가 채용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의 진료는 의료봉사 형태의 비상시적 진료가 이뤄졌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던 그는 교수자리를 내던지고 모든 것이 운명이라는 심정으로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했다고 소개했다. 국회 구성원의 건강을 책임지는 한의사지만 환자 중에는 ‘침을 놔 달라’, ‘발목에 피를 뽑아 달라’ 등 치료 방법을 정해 오는 환자에 난감할 때도 있다. 진료실을 휴게실쯤으로 여기고 ‘누워 있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진상 환자가 찾아올 때면 다른 환자 진료에 방해된다며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한다. 국회 생활 5년차인 만큼 그만의 ‘진상환자 퇴치 노하우’인 셈이다. 신 원장은 이제 한의사 면허 취득 20년차를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그는 수련의, 임상교수, 공무원으로 살아온 20년 고백을 담은 ‘의사는 아닙니다만…’ 수필 모음집을 준비 중이다. 또 중3 아들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한의학 콘텐츠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이를 유튜브에 올리는 ‘유튜버’가 될 생각이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대학생 31.7% “술 억지로 마셨다”…장소 1위는?

    대학생 31.7% “술 억지로 마셨다”…장소 1위는?

    대학생 3명 중 1명은 주변 권유로 억지로 술을 마신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우리나라 대학생의 음주행태 심층 조사’ 최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대학생의 31.7%는 원하지 않는 술을 억지로 마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가 질병관리본부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82개 대학 및 전문대학 재학생 502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학과 신입생 환영회’에서 원하지 않는 술을 마셨다는 응답이 29.2%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MT’(22.6%), ‘선배들과의 친목 모임’(21.2%), ‘개강·종강 파티’(7.0%), ‘체육대회’(4.7%) 등의 순이었다. 1년 중 한 번이라도 제대로 걸을 수 없거나 혀가 꼬이고 사물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만취 음주’ 경험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인 54.3%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학생 55.3%, 여학생 53.3%로 남녀 경험이 비슷했다. 연간 만취 음주빈도는 월 1회 미만이 31.7%, 월 1회 이상이 22.6%였다. 음주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구토나 속 쓰림과 같은 ‘신체적 불편함’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67.6%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필름이 끊김’(34.3%), ‘나중에 후회할 일을 했음’(31.2%), ‘강의를 빠짐’ (26.1%), ‘수업 진도를 못 따라감’(17.5%) 등의 순이었다. 윤 의원은 “정부가 음주로 인한 폐해를 정확히 교육하고 국민의 음주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광장] 병역특례, 최소화가 답이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병역특례, 최소화가 답이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가슴으로 품은 애국, 병역으로 실천한다.’ 1980년대 서울 후암동 병무청 건물벽에 내걸렸던 표어가 기억난다. 그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애국하려고 군대를 가는 젊은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직업군인이 될 생각이 아니라면. 오히려 청춘에겐 군대 문제가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다. 한창 혈기방장한 시기 무려 2년여를 국가의 관리를 받는다는 건 고통이다. 꼭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는 하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30여년 전 젊은이나 지금 젊은이나 다르지 않다. 남자들이 최악으로 꼽는 악몽 중 하나가 ‘군대 다시 가는 꿈’인 거만 봐도 알 수 있다.그래서일까. 병역특례를 놓고는 늘 뒷말이 많았다. 더구나 툭하면 비리 사건으로 연결돼 힘없고 백없는 ‘장삼이사’들을 분노케 했다. 올여름은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손흥민은 군대를 안 가는데 방탄소년단은 왜 군대를 가야 하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다. 여론은 크게 두 갈래로 엇갈린다. 운동선수와 피아니스트 등 순수예술인으로만 돼 있는 현재 병역특례 대상을 글로벌 대중문화 스타 등을 다 포함해 더 넓히자는 쪽과 이참에 아예 특례를 다 없애자는 쪽이다. 전면 폐지 주장은 기본적으로 ‘특례=특혜’라는 판단에서다. 어느 쪽이든 대대적인 손질은 불가피하다. 운동선수에 대한 병역특례법은 1973년 제정됐으니 낡기는 낡았다. 45년이나 됐다. 개발도상국에 막 진입하려던 당시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당당히 성장한 지금은 사회 분위기도 문화도 크게 변했다. 70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세대에게 들이밀었던 ‘국위선양’이라는 잣대를, 2020년을 코앞에 둔 젊은이들에게 다시 강요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현재의 병역특례 기준 자체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한 개만 따도 군대를 안 가는데, 이보다 훨씬 어렵다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병역 혜택이 없다. 아시안게임이 ‘병역 로또’가 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일부 종목은 아시안게임 때마다 병역 혜택을 주기 위해 억지로 선수를 끼워 넣는 구태를 반복하니 팬들도 야멸차게 등을 돌린다. ‘차라리 은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막말까지 퍼붓는다.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고 하지만 정부가 툭하면 예외를 둬서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은 것도 패착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 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을 했을 때 선심 쓰듯 군대 면제를 해줬다. 형평성·공정성 시비를 자초한 셈이다. 그나마 있는 기준도 지키지 않는다는 비난과 함께 ‘병역특례=국가의 시혜’라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결국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빠지고 저렇게 빠지고 군대는 흙수저들만 간다는 피해 의식만 더 커졌다. 까닭에 이런저런 논쟁할 필요 없이 이참에 아예 병역특례를 모두 없애자는 목소리도 거세다. 이미 거액의 몸값을 챙긴 프로선수가 나중에 다달이 체육연금까지 받는데 ‘군면제’라는 선물까지 주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에서다. 이런 식이라면 수능 전국 상위 0.1%, 세계 1위인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젊은 직원도 모두 군대 면제를 해 줘야 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청와대 게시판도 뜨겁다. 갖가지 청원이 이어진다. “군면제를 받는 스포츠 선수들의 수입을 국가가 2년간 환수하자”, “면제가 되더라도 30대에 군대를 가게 하자”는 주장에서부터 “양성평등 징병제를 하자”, “징병제를 폐지하고 아예 모병제로 바꾸자”는 황당한 주장까지 난무한다. 전문가나 정치인들도 백가쟁명식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올림픽 동메달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만 국한하지 말고 국제경기 출전 성적에 따라 누적 점수를 줘서 병역 혜택을 주자거나 나중에 체육지도자로 최대 50세까지 의무복무하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런 대안들을 모두 고려해 이번엔 분명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손을 보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지금 당장 병역특례를 다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없애더라도 일정한 유예 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 우선은 더 촘촘한 그물망을 짠 뒤 특례 대상자를 추리고 또 추려서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대한민국 군대는 힘없고 백없는 ‘루저’들만 간다는 억울한 오명은 벗을 수 있다. ssk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38년 만에 여자됐다”…콜롬비아 첫 트랜스젠더 교사

    [여기는 남미] “38년 만에 여자됐다”…콜롬비아 첫 트랜스젠더 교사

    남미 콜롬비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초등학교 교사가 된 트랜스젠더가 뒤늦게 언론에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콜롬비아 칼리의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솔립시 나비아 플라타(48)가 화제의 주인공. 지금은 이렇게 여성 이름을 갖고 살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카를로스 아르만도라는 남성 이름을 가진 남자교사였다. 플라타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성적 정체성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 38년 만에 (여자가 되는) 꿈을 이루게 돼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사연을 알고 보면 플라타의 행복은 과언이 아니다. 플라타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알게 된 건 10살 때였다. 어느 날 동네 친구들과 놀면서 '원더우먼' 복장을 하면서 "난 남자가 아니라 여자로 태어났어야 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날 그는 아버지로부터 흠씬 매를 맞았다. 사내아이가 여자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호되게 매를 맞은 그는 여자가 되겠다는 꿈을 절대 발설하지 않기로 했다. 어른들이 "장래 희망이 뭐니?"라고 물으면 교사가 되는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그는 속으론 "그건 직업일 뿐이고요, 진짜 꿈은 여자가 되는 것이에요"라고 답하곤 했다. 진짜 여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꾹 누르면서 산 그의 인생은 겉으론 순탄했다. 19살 때 초등학교 교사가 됐고, 사촌의 소개로 만난 여자와 가정을 이뤄 자녀도 셋을 두었다. 그렇게 억지로 남자로 살던 그에게 삶의 전환점이 된 건 아버지의 죽음이다. 2002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는 "이젠 여자가 될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 33살 때였다. 때마침 학교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자유토론이 열렸다. 가정 문제에 대해 동료, 학부모 등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그는 여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까진 꼬박 15년이 걸렸다. 가족의 동의를 얻고, 동료들에게도 양해를 얻어야 했다. 트랜스젠더가 된 후에도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선 교육부의 허락도 받아야 했다. 플라타는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성적 정체성을 알리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럴 때마다 플라타는 "나 자신에게 충실한 모습을 보이면 학생들에게도 본이 될지 모른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힘을 내곤 했다. 2017년 플라타는 꿈에 그리던 여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올해엔 트랜스젠더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에서 탄생한 1호 트랜스젠더 교사다. 그런 그에게 학교에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초등학교의 교장은 "플라타는 직업에 인생을 던진, 책임감 있는 여교사이자 위대한 여성"이라면서 "여자가 된 후 처음엔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젠 모두 그를 훌륭한 여교사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사진=엘파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대리점에 밀어내기·끼워넣기 금지한다

    대표적인 ‘갑질’ 사례로 꼽히는 ‘밀어내기’와 ‘끼워넣기’ 주문을 불공정행위로 명확히 규정해 금지하도록 관련 법규가 개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대리점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갑질 유형에 더해 관련 판례·실태조사·연구용역 등을 반영해 새 금지 조항을 구체적으로 담은 ‘대리점 거래에서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및 기준 지정 고시’를 마련해 행정 예고한다고 4일 밝혔다. 공정위는 오는 27일까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받고 규제 심사 등을 거쳐 제정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불공정행위로 추가된 대표적인 내용은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을 대리점에 억지로 공급해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다. 2013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과다한 물량을 할당한 뒤 물품 대금을 대리점 금융 계좌에서 일방적으로 빼갔던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인기 제품과 비인기 제품을 묶어서 함께 주문하도록 하는 끼워넣기도 금지 대상으로 못박았다. 상품 공급을 줄이거나 지연하는 행위, 외상 매출 기간 조정 등 결제 조건을 불리하게 하는 행위도 판매 목표 강제행위 수단으로 새로 포함시켰다. 대리점과 사전 협의 없이 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계약하거나, 반품 비율을 축소하거나 사실상 반품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본사의 정책,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공급하는 행위 등도 불이익 제공 행위로 고시에 담았다. 뚜렷한 이유 없이 매장을 리모델링하도록 하는 행위는 경영간섭 행위로 간주한다. 공정위는 하반기로 예정된 의류업종 등에 대한 업종별 대리점 거래 실태조사를 통해 이 고시에 담긴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욕하고 때리는 치매 10년…아들은 수면제를 탔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욕하고 때리는 치매 10년…아들은 수면제를 탔다

    잠든 어머니 코·입 막은 40대 양성준씨“저 도둑년이 우리 집 살림을 거덜 내려고 하네. 나가, 이년아.” 양성준(47·가명)씨가 출근한 뒤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상황이 급하다는 간병인의 전화를 받고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오자 어머니(당시 67세)는 지팡이를 마구 휘두르며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간병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들을 본 어머니는 그제야 안심이 된 듯 누그러졌지만 간병인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그 길로 짐을 쌌다. 또 일주일을 못 견뎠다. 2001년 환갑도 안 돼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 몸에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찾아왔다. 거동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폭행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폭력적인 성향으로 바뀌었다. 어머니의 정신은 필라멘트가 다한 전구 같았다. 처음에는 한두 번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빛을 잃다가 나중에는 아주 가끔 불이 들어오는 듯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동네 주민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다. 행동은 점점 과격해졌다. TV부터 전기밥솥, 전화기까지 살림은 남아나는 게 없었다. 자식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도둑이라며 욕설을 퍼붓던 어머니는 잠깐이나마 기억이 돌아오면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때문에 네 동생이 힘들어. 죽고 싶어도 그것조차 쉽지 않구나.” 그도 잠시, 딸이 “그런 말 말고 건강하세요”라고 하면 또다시 욕설을 퍼부으며 돌변했다. 우울한 암전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2007년 아버지마저 간암으로 사망하자 간병은 오롯이 양씨의 몫이 됐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봐 암 투병 사실마저 숨겼던 아버지는 “네 엄마와 함께 가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꼭 요양원에 모셔라”고 당부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아들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 최대한 바깥일을 줄이고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는 시간을 늘렸다. 하지만 양씨가 없으면 꼭 사달이 났다. 어머니는 혼자 집 밖으로 나가 길을 잃어버렸다. 같은 신고가 반복되자 경찰들도 짜증스러워했다. 양씨가 종일 동네를 찾아 헤매다 보면 어머니는 길가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밖에서 문을 잠그고 출근을 하면 어머니는 몇 시간씩 괴성을 질렀다. 주민들의 원성은 더 커졌다.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모셨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다른 환자를 슬리퍼로 때리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해 하루 만에 다시 집으로 모셔 와야 했다. 다른 병원에서는 어머니의 팔다리를 침대에 묶어 놓았다. 이런 어머니가 안쓰러웠던 양씨는 잘 때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자며 묶은 끈을 풀어드리고 병원에서 함께 밤을 새우고 출근하곤 했다. 잘되던 입시학원까지 접고 어머니를 돌봤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카드빚이 늘어났다. 끝을 알 수 없는 간병에 양씨도 지치기 시작했고, 고립감, 우울, 절망이 숨통을 조였다. 무엇보다 완전히 딴사람이 된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아들 앞에서는 옷도 갈아입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짐 없던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한 후 혼자서는 입지도, 먹지도, 볼일을 볼 수조차 없는 지경이 됐다. 식사도 거부한 채 움직이지 못하는 다리로 병원 현관에 기어나와 매일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몸무게가 15㎏이나 빠져 이미 산송장 같은 모습이었다. 병원에서는 어머니에게 주사로 영양분을 억지로 공급했다. 양씨가 올 때마다 어머니는 “제발 나가게만 해줘”라고 매달렸다. ‘짜르르 짜르르….’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던 2011년 8월 초, 휴가철이니 바람이라도 쐬어 드리고 싶다며 병원에 외박 신청을 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왔다. 다섯 번째 병원. 옮긴 지 한 달 반 만이었다. 집에 오신 어머니는 아들이 주는 죽과 과일을 맛있게 드셨다. “어머니가 음식을 드시지 못하는 게 아니었어.” 양씨가 흐느꼈다. 어머니는 양씨가 건넨 수면제 다섯 알을 먹고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었다. 어머니 옆에 몇 시간이나 있었을까.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본 양씨는 테이프로 어머니의 입과 코를 막고는 어머니 품에 가만히 머리를 묻었다. ‘어머니 편하게 해드리고 저도 따라갈게요.’ 간병을 시작한 지 10년 만이었다. 자살에 실패한 양씨는 사흘 뒤 경찰에 자수했다. 양씨가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혼자서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던 걸 봐왔던 이웃주민들이 먼저 나서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은 양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당시 양씨와 같은 구치소에 있던 수감자로부터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는 양씨의 사건을 맡게 된 변호사는 “아들은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자신은 죄인이라 할 말이 없다며 스스로를 변호하려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양씨는 2016년 출소했다. 서울신문은 양씨를 직접 만나려고 수소문했으나 연락을 끊은 채 살아가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양씨의 이야기는 변호사와 경찰, 주민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재구성했다.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의심과 망상, 그리고 폭력성은 치매 간병의 또 다른 고통이다. 이는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안겨 준다. 환자의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 때문에 늘 긴장하게 되고,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간병인은 치매 환자의 폭언과 폭행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폭력성은 간병인으로 하여금 우발적 살인이나 자살 충동을 부추기기도 했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외 3명이 2016년 발표한 ‘치매노인의 증상 정도가 부양자의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증상이 심해질수록 가족 관계가 악화될 뿐만 아니라 부양자의 자살 생각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 범죄의 절반 이상이 치매 환자 가정에서 일어난다. 서울신문이 2006년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간병살인 108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53.7%)이 치매 환자를 간병하면서 일어났다. 33.3%(36건)는 평소 피해자가 자신을 돌봐온 가해자에게 폭력이나 언어폭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가 근거 없이 엄마의 외도를 의심하실 때 그게 치매 초기라는 걸 미리 알았어야 했어요. 좀더 일찍 대처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후회스럽죠.” 아버지의 치매 증상으로 쓰라린 경험을 한 정진규(48·가명)씨는 기자와 만나 아픈 기억을 털어놓았다. 정씨의 어머니 이옥자(75·가명)씨는 2011년 11월 남편의 머리를 변압기로 내려쳐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남편의 의심과 폭력이 날로 심해지더니 급기야 추석 때 온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네 엄마가 다른 남자와 놀아난다”며 한바탕 소란을 피운 것이다. 이씨가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자 병원까지 찾아가 소동을 일으켰다. 폭력적인 치매 남편과 사는 건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그러다 한순간에 폭발했다. 법정에 선 이씨는 “나는 이렇게 힘든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이 치가 떨리게 미웠다”며 흐느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은 이씨에게 살해의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남편을 헌신적으로 병수발해 온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건 이후 법원과 병원의 권유에 따라 정씨와 형제들은 아버지를 국립요양원으로 모셨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는 서둘러 병원에 모시고 가 약을 복용하며 관리하고 있다. “치매가 의심되면 무조건 검사를 받고 약을 드시도록 하는 게 첫 번째예요. 증상이 심해지면 요양원에 모시든 요양보호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으세요. 가족이 직접 모셔야 자식 노릇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게 최선이 아닐 수 있어요. 우리 가족이 혹독한 경험을 치르고서야 깨달은 거예요. 지금 두 분은 행복하세요.” 글 사진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특파원 칼럼] 아베와 고이케 그리고 도쿄올림픽/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아베와 고이케 그리고 도쿄올림픽/김태균 도쿄 특파원

    정치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 스포츠 제전으로서의 올림픽은 올림픽헌장 바깥에서는 존재하기 힘들다. 그동안 54회에 걸쳐 하계·동계 올림픽이 치러지는 동안 주최국이든 참가국이든 어디선가 누군가는 늘 정치적 손익이란 계산기를 두드려 왔다. 독재를 향한 분노의 함성과 하얀 최루탄 가스가 거리에 넘쳐나던 상황에서 치러졌던 30년 전 서울올림픽도 결코 거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2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에 스포츠의 정치적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대회의 양대 축인 아베 신조 총리의 중앙정부와 고이케 유리코 지사의 도쿄도가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올림픽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2년이나 남아 있는 행사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성급하거나 억지스러운 조치들이 속속 취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머타임제 추진이다. 대회조직위원회는 7~8월 도쿄의 폭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2019~2020년 2년간 시간을 2시간 당기는 서머타임제를 정부에 요청했다. 여론은 냉랭하다. 수면 부족, 근로 환경 악화와 같은 기본적인 어려움도 그렇지만 고작 보름 정도 치러지는 국제행사를 위해 왜 모든 국민이, 그것도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2년씩이나 ‘국위 선양’을 위해 희생해야 하느냐는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 행사에 대한 무관심을 용인하지 않는 ‘전시 국가총동원령’이 연상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머타임은 일본 언론들도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100년 이상 된 서머타임의 본고장 유럽에서 이뤄지고 있는 최근 서머타임 폐지 움직임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는 건 그래서다. 대회 자원봉사자 목표를 11만명으로 설정한 데 따른 무리수도 이어진다. 대학생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대학들에 학사 일정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자원봉사의 생명인 자율성은 사라지고 거의 ‘차출’의 분위기로 가고 있다. 버려지는 휴대전화 등에서 추출한 재활용 금속으로 올림픽 금·은·동메달을 만들기로 해 놓고, 막상 은메달을 만드는 데 쓸 은(銀)의 수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공립학교에 폐가전 수거함을 설치해 수집을 독려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자국 근대화의 출발점이자 제국주의 일본의 모태가 됐던 1868년 ‘메이지 유신’을 종교처럼 신봉하는 인물이다. 정치적 위기가 본격화한 올 2월 이후 주춤해졌지만, 자신의 권력이 절정에 달했던 1월 초에는 신년사, 신년 기자회견, 시정방침 연설 등 대부분의 중요한 발표 자리에서 꼬박꼬박 메이지 유신 정신으로의 회귀를 강조했다. 정부가 국민들을 하나의 구심점으로 묶어 일본의 힘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강력한 인물이다. 고이케 지사는 극우적인 이념과 행동에서 아베 총리를 능가한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1일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인에 의해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식에 2년째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95년 전 일본인들에 의해 자행된 학살행위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주변국을 침략하고 전쟁의 참화로 몰아갔던 과거 집단적 사고와 획일성으로 다시는 되돌아가기를 거부하는 일본 사회의 건전한 면역력이 2년 후 올림픽을 기화로 잦아질 정치 지도자들의 국가주의 시도에 얼마나 강력한 저지선을 형성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오는 20일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이미 승기를 굳힌 아베 총리가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면 현행 ‘평화헌법’의 개정 시도를 비롯한 우익보수의 행보가 한층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windsea@seoul.co.kr
  •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日 빼돌린 경천사 석탑 집요하게 추적 보도… 반환 이끌어내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日 빼돌린 경천사 석탑 집요하게 추적 보도… 반환 이끌어내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발간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은 일제의 침략이 가속화되자 신문의 항일 비판 수위를 더욱 높여 나갔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을 전후해 ‘대세가 기울었다’며 일부 조선 언론이 스스로 친일 성향을 드러내던 것과 정반대의 행보였다.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은 멀쩡한 석탑을 조각내 훔쳐가고 조정에 억지로 차관을 도입하게 해 빚더미에 앉게 했다. 무력했던 조선 정부가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자 베델이 분개해 나섰다. 국제열강 가운데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 주변국 여론에 민감하다는 일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반일 기사를 쏟아냈다.●‘문명 제국’ 일본의 반달리즘을 꼬집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천사지 10층 석탑 반환’이다. 현재 이 석탑은 원래 위치인 개성 경천사를 떠나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와 있다.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아 국보 제86호로 지정돼 있다. 베델이 없었다면 이 석탑은 지금도 일본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원래 이 탑은 1348년 고려 충목왕 때 경천사에 13.5m 규모로 세워졌다. 경천사는 고려 왕실의 기일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다. 1907년 1월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 미쓰아키는 당시 조선 황태자였던 순종의 결혼 축하를 위해 조선에 왔다. 하지만 속내는 우리 문화재인 경천사 석탑을 일본에 가져가려는 것이었다. 그는 2월이 되자 군대를 동원해 석탑을 140여점으로 조각냈다. 주민들이 반발했지만 일본은 이들을 총칼로 제압했다. 조각들은 달구지로 실어 항구가 있던 제물포까지 운반한 뒤 배로 일본에 반출했다.우리 국민들로서는 분한 일이지만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신보가 나섰다. 같은 해 3월 7일자 기사로 석탑 밀반출 사건을 전하며 “다나카는 우리 국민을 만만히 봤다. 조선 인민은 그 만행과 모욕에 결연히 항거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후 신보와 KDN은 10여 차례 기사와 논설을 실으며 일본의 석탑 밀반출 만행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이에 고종의 외교 자문이던 미국인 호머 허버트(1863~1949)도 움직였다. 허버트는 고종에게 헤이그 특사 파견을 조언하는 등 ‘고종의 밀사’로 불린다. 그는 신보와 KDN 보도 이후 일본의 독립성향 신문 ‘재팬 크로니클’에 4월 4·18일자에 각각 ‘일본이 한국에서 보인 반달리즘(문화 파괴)’, ‘사라진 탑과 다른 사건들’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베델과 함께 개성 경천사를 다녀와 쓴 르포 형식의 글이었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세세히 기록해 감성에 호소했다. 베델과 허버트의 노력 덕분에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6월 2일자로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전 세계도 주목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 여론이 일본에 불리하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1852~1919)도 모를 리 없었다. 스스로 ‘문명화된 제국’임을 강조하던 일본이 이런 일로 조선 지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미치자 조선총감부도 마지못해 “석탑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고 일본 정부에 요청했다. 베델의 첫 보도 뒤 10년쯤 지난 1918년 11월 경천사 석탑은 조선에 되돌아올 수 있었다. 처음에는 경복궁에 있었지만 이후 방치되다가 2005년 최종 복원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자리잡았다. 원래 자리인 개성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쾌한 자의 쾌한 일’ 기사로 항일하다 을사늑약 뒤 일본이 조선 침략을 공고화하던 1908년 3월, 고종의 외교 고문을 지낸 미국인 더럼 화이트 스티븐스(1851~1908)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에서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조선은 일본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살아가기 어렵다”면서 “조선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있는 게 여러모로 유익한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조선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그는 일본에 매수돼 이들의 하수인으로 행동하던 대표적인 친일파였다. 스티븐스 발언에 격분한 재미교포 전명운(1884~1947)과 장인환(1876~1930)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각자 스티븐스를 암살하기로 계획했다. 스티븐스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향하려던 3월 23일, 전 의사가 스티븐스에게 다가가 저격했지만 실패했다. 전 의사가 스티븐스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 장 의사가 이를 보고 스티븐스를 다시 저격했다. 장 의사의 총에 맞은 스티븐스는 이틀 만에 병원에서 죽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티븐스 저격사건’이다. 소식은 바로 한국에 알려졌다. 하지만 상당수 친일매체들은 이를 기사화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의식 있는 언론들 역시 일제의 검열이 워낙 심해 이를 타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신보는 주저하지 않고 이 사건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신보는 3월 25일자로 ‘쾌한 자의 쾌한 일’이란 제목으로 “한국 외부 고문관 미국인 슈지분(스티븐스의 한국 이름)이 미국 상항(샌프란시스코)에서 총을 맞아 중상을 입었는데, 총을 쏜 자는 상항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두 사람과 거사 현장에 같이 있지 못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찌 이들의 애국 열성을 위로하지 않을 수 있겠냐”는 내용의 논설도 게재했다. 뒤이어 28일자에는 스티븐스가 사망한 소식과 함께 실명이 밝혀진 전명운·장인환 의사의 행적을 상세히 다뤘다. 이후로도 신보는 이들의 속보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훗날 미국 법원은 전명운에겐 무죄를, 장인환에겐 25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장 의사는 미국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1919년 가석방됐다. 일제 치하에서 친일 미국인을 죽인 전명운과 장인환을 위로하는 논설을 싣는다는 건 당시 영국인 베델 소유의 신보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IMF 구제금융 때 금모으기의 원조가 되다 베델은 기사로만 항일 투쟁을 이어가지 않고 직접 행동에도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1907년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이다. 일본은 조선을 경제적으로도 예속시키려고 조선 정부에 차관 도입을 압박했다. 당시 조정은 경제적 능력이 전무했다. 차관은 한없이 불어나 1300만원에 이르렀다. 이는 당시 대한제국 1년 예산과 맞먹는 규모로 정부가 갚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애국심이 강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차관을 갚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때 나랏빚을 갚기 위한 ‘금모으기 운동’의 원조 격으로, ‘경제주권 찾기’ 노력의 하나였다. 1907년 2월 대구에서 서상돈(1850~1913)과 김광제(1866~1920), 윤필오(1860~1924) 등이 시작했다. 신보는 국채보상운동의 중심지였다. 베델은 의연금을 보관하는 ‘국채보상지원금총합소’를 신보사에 설치하고 이 운동을 주도했다. 신보는 처음부터 이런 노력을 꾸준히 알리고 지원했다. 1907년 4월까지 4만여명이 참여했고 5월에는 모인 금액이 20만원에 달했다는 기록도 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조선의 침략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할 뿐 아니라 아예 조선 독립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베델의 행보에 대해 일본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손성진 칼럼] 경계해야 할 통계의 정치화

    [손성진 칼럼] 경계해야 할 통계의 정치화

    통계와 현실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소비자물가다. 배추 한 포기에 8000원, 무 한 개에 5000원인 현실인데 통계는 10개월째 물가상승률은 1%대로 안정적이라고 한다. 곧이곧대로 믿는 소비자는 없다. 영국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물가가 비싸다는 게 옛말임은 외국에 나가 본 사람은 다 안다. 일본에서는 우리 돈 5000~6000원이면 직장인들이 점심 한 끼 때울 수 있다는데 우리로서는 10년 전 가격이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스타벅스 커피 값은 4600원으로 아시아 1위, 세계 3위다. 서민 음식 냉면 한 그릇 값으로 1만 7000원을 받는 간 큰 냉면집도 있다. 생활물가의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통계에서처럼 물가가 안정적인 나라가 아니다.무, 배추만이 아니라 무려 200개 품목의 편의점 상품값이 올랐다고 한다. 오비이락일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라고 확신한다. 인상의 이유를 통계적으로 밝히긴 어렵다. 생산자를 상대로 한 간접 조사로 인과관계를 추론할 뿐이다. 최저임금과 물가뿐만이 아니라 최저임금과 소득, 고용의 상관관계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통계라는 음식은 요리 재료, 요리사, 먹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통계의 오류와 함정은 선거 여론조사에서 반복되어 드러난다. 조사방식은 엿장수 마음대로요, 해석은 아전인수다. 현실과 괴리된, 오점투성이의 통계로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는 건 무리라는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크게 감소했다는 통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몹시 “뼈아픈 대목”이었을 것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사람이 신임 강신욱 통계청장이다. 문 대통령의 우군이었던 셈이다. 통계청의 발표 직후 가계소득 조사 결과가 이례적이며 표본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한 근거도 그가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근로자가구 소득은 약 20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는 대목이 통계 자료에 있다. 말하자면 어느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 통계는 표본구성과 조사기준, 조사방식, 조사를 받는 태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현재 청년 실업률은 9.3%, 청년 실업자는 40만 9000명이란 통계가 나와 있지만, 체감실업률은 30%가 넘는다고 한다. 통계청이 취업준비생 등을 실업자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계소득 조사 표본에 1인 가구와 고령가구를 어떤 비율로 반영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차이는 크다. 양극화가 극심한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 정도로 선방하고 있는데 통계에 고소득층의 금융소득 등이 누락되어 지수가 왜곡됐다. 통계(statistics)의 어원은 국가(statu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국가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통계다. ‘빅데이터’와 마찬가지로 객관성과 신뢰성을 갖춘 통계는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에도 매우 요긴한 존재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통계의 정치화다. 정치가들은 통계를 정치에 이용하려 하고 곧잘 통계를 왜곡한다. ‘벌거벗은 통계’의 저자 발터 크래머는 “많은 사람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으로 통계를 들먹인다”고 말했다. 새 통계청장이 믿을 만한, 통계청장 인사를 공격하는 야당도 인정할 만한 통계의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혹여 정권의 입맛에 맞춘 통계 방식을 억지로 꿰맞추려 한다면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묘한 시점에 통계청장을 교체함으로써 이미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이 문제다. 3분기 이후 가계소득 조사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전혀 반길 일이 아니지만,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해도 국민이 있는 그대로 믿어줄지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새 통계청장의 정치 중립적인 업무 추진이 왜 중요한지는 두말하면 입 아픈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논란에도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통계의 오류에 대한 확신이 있는 듯도 하다. 연말에는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여당 쪽도 거들었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여권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는, 사면초가라고 할 만큼 녹록지 않다. 명심할 것은 결과가 뜻대로 달성되지 않았을 때 위기 국면을 타개하려고 통계를 악용하려 하다가는 더 큰 여론의 불화살을 맞는다는 사실이다. sonsj@seoul.co.kr
  • [여기는 중국] 응급실 찾아와 애완견 치료하라며 난동부린 남자

    한 남성이 새벽에 병원 응급실에 나타나 자신의 애완견을 치료해달라며 억지와 협박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최근 중국 남부 광시자치구 난닝에 있는 민주 병원의 성명에 따르면, 지난 26일 새벽 4시 검은색 벤츠 차량 한대가 병원 응급실에 나타났다. 당시 응급실에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많은 외상 환자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차에서 급히 내린 남성은 의사의 팔을 세게 붙잡고 다리 부상을 입은 자신의 애완견 골든 리트리버를 치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의사는 즉시 남성을 제지하면서 “이러시면 곤란하다. 이곳은 병원 응급실이고, 돌봐야 할 많은 환자들이 있다. 여기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남성에게 “이 곳은 동물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다친 애완동물을 치료할 수 없다”고 말하자 그는 갑자기 흥분해서 개를 치료하라며 의사의 셔츠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휴대전화로 당직 의사를 촬영하면서 “개가 잘못되면 당신 책임”이라며 위협했다. 그런 협박에도 의사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가리키며 그에게 동물병원으로 가보라고 반복적으로 설명했다. 이에 남성은 의사의 말을 듣기는커녕 감정이 더 격해져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눈물도 통하지 않자 그는 “자오라는 성을 가진 의사를 기억할 것”이라며 계속 고함을 쳤고, 문을 발로 차며 추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결국 남성은 병원에 도착한지 20분 만에 병원 보안 팀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갔다. 해당 병원 간호사는 “개의 부상이 그리 심각해보이지 않았다. 왼쪽 뒷다리에 6~7cm 상처가 있었지만 출혈은 없었다. 정상적인 활동에 지장이 없고, 생명을 위협할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동물병원으로 가라고 전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지난 27일 현지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 중에 있으며 수사가 종료되면 세부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도 “의료진과 환자들의 안전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당국과 계속 협력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日 방위백서에 14년째 “독도는 일본 땅” 궤변

    日 방위백서에 14년째 “독도는 일본 땅” 궤변

    일본이 방위백서(일본의 방위)를 통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궤변을 14년째 반복했다. 일본 정부는 28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방위백서를 채택했다. 방위백서는 일본의 안보환경을 설명하며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쿠릴 4개섬의 일본식 표현)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된 채로 존재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일본은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이후 매년 방위백서에서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 즉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방위백서는 일본 정부가 자국의 방위 정책을 알리기 위해 매년 여름 일본과 주변의 안보환경에 대한 판단과 과거 1년간의 관련 활동을 모아 펴내는 것이다. 이 밖에 북한과 관련해서는 과거 핵·미사일 실험을 언급한 뒤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은 우리나라 안전에 대한 전에 없는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으로,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현저하게 손상시키고 있다”고 적었다. 백서는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대화에 의한 관계개선을 중시하는 한편 도발에는 제재와 압력에 의한 강력한 대응을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임정욱의 혁신경제] 억지로 지키려다 사라지는 일자리

    [임정욱의 혁신경제] 억지로 지키려다 사라지는 일자리

    지난주 내가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이큐브랩의 권순범 대표를 초대해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2010년 대학 3학년 때 거리에 쓰레기통이 넘치는 것을 보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쓰레기가 차면 태양광에너지로 자동 압축해 주는 쓰레기통을 개발한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쓰레기통이 차면 인터넷으로 알려주고, 당장 비울 쓰레기통 위주로 이동하면 되는 최적의 경로도 알려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환경미화원이 나서도록 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도록 한 것이다.그런데 이 강연이 진행되는 중에 온라인으로 올라온 질문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쓰레기를 수시로 확인해 비워야 할 곳만 알 수 있는 것은 좋지만 100명이 치우던 쓰레기를 10명만 치울 경우 나머지 분들은 일자리가 없어져 사회문제가 될 텐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었다. 마치 “당신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사람이 생기는데 죄의식을 못 느끼느냐”고 묻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문답 시간에 이 질문이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런 우려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우선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해 달라고 추천한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비슷한 발언을 예전에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듣고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있다. 기술혁신이 되면 일자리가 없어질 텐데 굳이 기술을 도입해야 하느냐는 얘기였다. 창업가들은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뛰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만든 해법은 대개 기존의 비효율성을 개선해 현장의 생산성을 높인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이 노력해 만든 혁신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까지 고민해야 하는가. 쓰레기를 깔끔하게 압축해 주고 수거하기에 적당한 시점과 이동경로까지 알려 줘서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이 문제일까.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쓰레기 수거에 들어가는 비용과 인력을 줄일 수 있으면 오히려 남는 인력과 예산을 거리 곳곳을 더 깨끗하게 정리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데 투입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수십년 전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 누가 자동 개찰구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역무원의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해서 개표구를 자동화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일자리를 지키면 좋은 것일까. 그 때문에 전체 시민이 겪는 불편과 낭비되는 대기 시간을 고려하면 잃는 것이 더욱 클 것이다. 반면 일손이 부족한 일본은 거의 매일 첨단 기술을 도입해 산업 현장 곳곳을 개선한다는 보도가 언론을 장식한다. 예를 들어 도쿄에서는 이번주부터 자율주행택시의 실증 실험이 시작된다. 일본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ZMP와 히노마루택시회사가 손잡고 유료로 오테마치부터 롯폰기 사이의 유료 자율주행 운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택시기사 구인난이 심각해 장차 택시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래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을 모두 당연하게 생각한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주 식품회사의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검사 작업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기술로 식자재를 화상으로 검사해 곤충 등 이물질을 찾아내는 것이다. 인력에 의존해 온 검사 작업을 자동화해 식품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일손 부족 현상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술혁신을 게을리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이처럼 앞서간다. 낮은 생산성으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 아예 회사가 망할 수 있다. 일자리를 억지로 지키려다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쓰레기 수거 관리 시스템으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이큐브랩은 올해 매출이 급증해 180억원을 바라본다. 그 매출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나온다.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한국의 지자체들은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구미 선진국들이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의 혁신기술에 더 관심을 갖고 열심히 구매해 준다. 미국 볼티모어시는 올 초 160억원짜리 쓰레기 수거 개선 프로젝트에 미국 기업을 제치고 이큐브랩을 선정했다. 이큐브랩은 한국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그만큼 우리는 기술혁신에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한국이 어차피 사라질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스타트업의 창업자를 기죽게 하는, 그런 나라는 아니길 바란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국산 콩 25% 보복관세가 부메랑…中, 美와 무역전쟁 딜레마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국산 콩 25% 보복관세가 부메랑…中, 美와 무역전쟁 딜레마

    中 돼지사료의 20%·식용유 주원료가 콩 수입 줄여 육류 생산 줄면 사회적 파장 中 관세 올리자 콩값 급등…식품값 들썩 콩 수입 3위 회사는 경영난에 파산 신청 내년 3월까지 콩 1500만t 美서 들여와야 美 콩 재배 줄면 中 축산업계 줄도산 우려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여긴 대두를 정조준해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했지만, 오히려 이를 다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 속절없이 다가오는 것이다. ●미국콩 수입 50% 감소 전망 대두(大豆)는 돼지에 단백질을 공급하는 주요 원천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육류인 돼지의 사료 성분 20%를 차지하고 식용유의 주원료로도 이용된다. 대두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대두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미국 대두 수확량의 3분의1을 수입했을 만큼 중국은 글로벌 대두업계의 큰손이다. 액수로 따지면 139억 5900만 달러(약 15조 6173억원)에 이른다. 중국의 미국산 수입제품 가운데 보잉 여객기(370억 달러) 다음으로 액수가 많다. 이런 까닭에 미국산 대두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가 미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중국농업과학원은 중국의 보복관세 조치로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이 5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현지의 세계 최대 대두 가공업체 싱가포르 윌마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대두 관련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유기업 중량(中糧)그룹(COFCO)의 자회사 중국량유(糧油)지주(China Agri-Industries Holdings)도 4년래 최고의 호황을 구가했다. 지난달만 해도 미국산 대두를 가공하는 업체들의 수익 척도인 분쇄 마진은 12%나 증가해 3년 반 만에 가장 좋은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대두 가격에 25%의 관세가 추가되더라도 마진이 조금 줄겠지만 안정적인 흑자 유지는 가능하다. 이 점도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보복관세를 과감하게 부과하게 한 또 하나의 이유다. 중량그룹과 주싼량유궁예(九三糧油工業·Jiusan Oils & Grains Industries Group) 같은 중국 업체들은 한동안 마진 축소 또는 무마진이 되더라도 ‘애국적 의무를 수행한다’고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브라질 등 남미서 콩 공급량 줄어 대안 없어 그러나 중국은 지난달 6일 대두를 포함한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대두 수입을 추진해 왔지만 주요 대체지인 남미 대륙이 수출의 한계를 보이면서 대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은 지난 9일 보도했다. RFI는 “전 세계에서 중국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미국밖에 없다”면서 “중·미 양국의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중국은 수주 내에 다시 미국산 대두를 수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은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1500만t의 미국산 대두 수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등 남미 대륙의 대두 공급 감소로 중국 내 대두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미국산 대두 수입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중국이 대두 수입량을 떨어뜨리기 위해 억지로 돼지고기 생산을 줄이면 육류 가격 상승 등 파장이 커지는 만큼 이 선택 또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정부 보조금을 올려 주요 대두 생산 지역인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지린(吉林)성 등지에서 대두 경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린·헤이룽장성 등서 콩 경작지 확대 추진 중국 상무부는 앞서 4월 헤이룽장성과 지린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농민들에게 대두 농장의 규모를 늘릴 것을 지시했다. 지린성 창춘(長春) 당국이 발표한 긴급 공지에 따르면 모든 지구와 마을은 최우선적으로 대두 농장을 늘리기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일일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헤이룽장성과 네이멍구 당국도 이와 비슷한 지침을 내려 농민들에게 더 많은 대두를 재배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해관(세관) 당국도 나서서 가축사료 공급을 늘리기 위해 대두 외의 다른 농산물 검역까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입장에선 가공을 거친 두박(콩깻묵)을 수입해 대두를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두박 수입을 늘릴 경우 아르헨티나가 다시 미국산을 수입해 이를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미국산 대두 수입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된다고 RFI가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두 가격이 크게 올라 중국 축산업계가 타격을 받으면서 식료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두부와 두유로 대두를 접하고 있지만 대두 교역을 지배하고 있는 분야는 돼지고기 등 동물사료용이다. 동물사료용이 세계 대두 수확량 중 80%를 차지한다. 나머지 15~20%는 식용유와 바이오 디젤 생산 등에 사용된다. 중국은 주요 원자재에 대해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거나 공급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두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수입에 기대고 있는 형편이다. 대두 수입의 85%를 미국과 브라질 두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 북반구와 남반구가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남미 농민들이 내년 수확용 대두를 재배하느라 여념이 없는 겨울철에는 대두의 거의 전량을 미국산 수입 물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두유의 경우 식용유 시장에서 야자유와 유채유, 해바라기유 등과 비교적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만큼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대두의 대두분은 축산 농가에 압도적으로 차지하는 동물용 사료다. 대두분의 단백질 함량은 다른 곡물보다 최대 4배 이상 높다. 이 때문에 대두분을 첨가한 사료로 가축을 사육하면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고 시장에서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동물사료에 단백질을 첨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대두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더군다나 중국인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육류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중국의 육류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다. 미국 농민들이 대두 대신 다른 작물로 전환해 대두 가격이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보이고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면 중국 축산업자들은 줄줄이 도산할 수도 있다. 이런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중국 최대 대두 수입업체의 하나로 꼽히던 식용유 기업이 파산을 신청했다. 산둥(山東)성 지방법원은 지난달 재정통지서를 통해 산둥성 천시(晨曦)그룹이 만기 도래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며 파산 신청했다고 밝혔다. 천시그룹의 파산 신청은 중국 당국의 금융 리스크 관리 강화로 중국의 기업 대출이 급격히 위축돼 시장 환경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중국재경보(財經報)가 분석했다. 미국산 대두에 대한 중국 당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 대두 가공업체의 경영난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中 관세폭탄에 콩 가공업체 경영난 가중 1999년 산둥성 르자오(日照)시에 설립된 천시그룹은 석유화학과 식용유, 무역,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6년 매출액 규모는 432억 위안(약 7조원)에 이른다. 이 중 60%를 대두 수입 등을 통해 벌어들인다. 대두 수입량으로 보면 중국내 3위 기업이다. 특히 2012년에는 551만t의 대두를 수입해 중국 수입 총량의 9.4%를 차지하며 최대의 대두 수입 기업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중국의 500대 민영기업 중 26위에 오른 천시그룹의 사오중이(邵仲毅) 회장은 지난해 130억 위안(약 2조 1222억원)의 자산으로 부호 순위에서 26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상황은 윌마 인터내셔널과 번지, 카길, 루이스 드레이퍼스 같은 글로벌 대두 가공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갈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도 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악성 민원에 질병 앓는 공무원

    전북 전주시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앓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전주시가 전북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산하 직원 22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원응대 업무로 인한 질병경험을 한 직원이 41.2%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질병 유형은 신체적 질병이 18.7% , 정신적 질병 8%,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함께 겪은 경우가 14.5% 등이다. 공무원들을 괴롭히는 악성민원은 인격을 무시하는 언행, 억지 주장이나 무리한 사과 요구, 욕설과 폭억, 언론제보를 비롯한 협박 등이다. 여성 공무원의 경우 민원인에 의한 언어 폭력 경험자가84.7%에 이른다. 이는 남직원 68.6% 보다 16.1% 포인트 높은 것이다. 한편 전북대 산학협력단은 ?악성 민원 고객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 강구 ?조직 내 전담기구 및 책임자 지정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면허취소 면했지만 착잡한 진에어

    국토교통부가 내민 ‘면허취소 대신 경영 불이익’ 카드에 진에어는 안도감과 착잡함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신규 노선 취항과 기재 도입 제한 등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려서다. 진에어는 지난 17일 입장자료를 내고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고객 가치 및 안전을 최고로 여기는 항공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에 제출한 ‘경영문화 개선 방안’에 따르면 ▲의사결정 체계 정비 및 경영 투명화 ▲준법지원 제도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등을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경영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내 다른 계열사 임원의 결재를 배제하고 최종 결재를 대표이사가 하기로 했다. 이사회 개최를 격월로 늘리고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며, 사외이사를 이사회 과반으로 확대하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배제하는 방안도 담았다. 임원에 대한 보직 적합성 심사와 리더십 평가 등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직원들의 불만 등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에어의 경영 정상화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진에어가 제시한 경영문화 개선 대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때까지 일정 기간 신규 운수노선 배분과 신규 항공기 등록을 하지 않고 전세기, 부정기 항공기 운항 등도 불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LCC 업계가 지방 공항을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신규 노선을 늘려 가는 상황에서 신규 노선 취항 제한은 사업 확대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또 지난달 도입하려던 신규 항공기 B737-800 2대의 도입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리스 계약과 도색, 좌석 개조 등을 끝낸 항공기를 방치해 둘 수밖에 없어 리스료 등 고정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진에어는 전 거래일보다 6.22% 오른 2만 3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뛰었지만 당장 3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날 진에어 노조는 성명을 내고 진에어에 ‘갑질 경영’을 일삼은 총수 일가와 혼란을 자초한 국토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노조는 “국토부가 모순된 법을 억지로 적용해 직원 생계를 위협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면서 “김현미 장관은 사퇴하고 국토부는 항공법을 재정비하는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천 명을 실직 위기에 몰아넣고도 비겁하게 숨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무책임한 총수 일가는 사죄하고, 진에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강원대학교 병원 수술실, 의사 성폭력·갑질 만연…뽀뽀하고 나체 노출

    강원대학교 병원 수술실, 의사 성폭력·갑질 만연…뽀뽀하고 나체 노출

    강원대학교 병원 수술실에서 의사들이 심각한 성폭력과 갑질을 휘두르고 있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16일 “강원대학교 병원 수술실 간호사 37인이 지난 7월 7일 의료연대본부 강원대병원 분회에 19쪽 분량의 수술실 고충 사항을 전달했다”면서 “간호사의 글에는 촌각을 다퉈 생명을 살린다는 병원 수술실에서 이뤄지는 의사들의 많애이 폭로돼 있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섹시한 여자가 좋다’면서 간호사에게 짧은 바지를 입고 오라는 교수, 수술 고글을 벗을 때 도와주는 간호사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뽀뽀하려는 교수, 샤워한 뒤 옷을 입지 않고 탈의실에서 그대로 나와 간호사에게 맨몸을 드러낸 교수도 있었다. 간호사들은 “수술실 의사가 간호사들을 회식에 불러 억지로 옆에 앉히고 허벅지와 팔뚝을 주물렀다” “제왕절개 수술 도중 본인(의사) 얼굴에 땀이 나면 간호사의 어깨, 팔, 목 등에 닦았다” “간호사가 수술용 가운을 입혀줄 때 껴안으려 하거나, 근무복을 입고 있을 때 등 쪽 속옷을 만졌다”고 증언했다. 본부는 “강원대병원 수술실은 강제로 만지고, 뒤에서 껴안고, 나체를 보여줘도 철저히 묵인되는 의사들의 성범죄 지옥”이라며 “간호사들은 온갖 종류의 성희롱 속에 여성으로서, 간호사로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갑질도 비일비재했다. 간호사들은 “수술 준비상에 기구를 위협적으로 집어 던지거나, 기구를 바늘이 있는 상태로 아무 곳에나 던져놔 자상의 위험이 있었다” “수술 중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가 간호사의 책임이 아님에도 모든 사람이 있는 앞에서 소리를 질러 수치심을 느끼게끔 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의사들이 “어디 감히 간호사가 의사한테 대들어?”라는 권위적인 갑질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본부는 “안에서부터 곪아터진 의사들의 성범죄와 이를 용인해주는 폭력적인 병원 문화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며 “의료연대본부 강원대분회는 해당 사건을 원내 고충처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부는 병원에 ▲폭로된 성범죄 진상 조사에 측각 착수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수술실 의사가 간호사에게 저지른 성범죄에 사과할 것 ▲진상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위한 보호 방안을 즉각 발표할 것 ▲갑질이 만연한 직장 문화를 방조한 책임에 대해 사과하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강원대학교 병원은 17일 해명 자료를 통해 “수술실 간호사가 제출한 청구서에 대해 수술장 근무환경개선 전담팀을 중심으로 적극 개선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며 “2차적인 피해나 불합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진에어 면허 취소는 피했지만 … 신규노선 제한 등 정상화 ‘첩첩산중’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에 면허 취소 대신 경영상 불이익을 주기로 하면서 진에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신규 노선 취항과 기재 도입 제한 등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경영 정상화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17일 진에어는 입장자료를 내고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고객 가치 및 안전을 최고로 여기는 항공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짧게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진에어는 지난 14일 국토부에 ‘경영문화 개선 방안’을 제출해 ▲의사결정 체계 정비 및 경영 투명화 ▲ 준법지원 제도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등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내 다른 계열사 임원의 결재를 배제하고 최종 결재를 대표이사가 하기로 했다. 이사회 개최를 격월로 늘리고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며, 사외이사를 이사회 과반으로 확대하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배제하는 방안도 담았다. 준법지원인을 선임해 항공법령을 꼼꼼히 준수하고 외부전문가와 익명 제보 등을 통해 준법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임원에 대한 보직 적합성 심사와 리더십 평가 등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직원들의 복지와 불만 등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면허 취소 위기에 몰리면서 주가 급락 등 경영에 심각한 불안을 겪었던 진에어는 이날 국토부의 결정을 계기로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면허 취소 대신 주어진 제재가 경영에 적지 않은 불이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진에어가 제시한 경영문화 개선대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때까지 일정 기간 신규 운수노선 배분과 신규 항공기 등록을 하지 않고 전세기, 부정기 항공기 운항 등도 불허하기로 했다. 최근 LCC업계가 지방 공항을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신규 노선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신규 노선 취항 제한은 사업 확대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또 지난달 도입하려던 신규 항공기 B737-800 2대의 도입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리스 계약과 도색, 좌석개조 등을 끝낸 항공기를 방치해둘 수밖에 없어 리스료 등 고정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진에어는 전 거래일보다 6.22% 오른 2만 3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뛰었지만 당장 3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날 진에어 노조는 성명을 내고 진에어에 ‘갑질 경영’을 일삼은 총수 일가와 혼란을 자초한 국토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노조는 “국토부가 모순된 법을 억지로 적용해 직원 생계를 위협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면서 “김현미 장관은 사퇴하고 국토부는 항공법을 재정비하는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수천 명을 실직 위기에 몰아넣고도 비겁하게 숨어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무책임한 총수 일가는 사죄하고, 진에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필리가 오래 사랑받고 이야기 풀어내는 코끼리 됐으면”

    “필리가 오래 사랑받고 이야기 풀어내는 코끼리 됐으면”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코끼리 ‘필리’는 아직 순수함과 잔망스러움이 남아 있는 ‘애어른´이다. 고향은 ‘아로마호프 왕국’이고, 고향을 떠나 한국에 온 건 지난해 4월 무렵. 얼마 전에는 한국 입성 1주년 기념 돌잔치도 성대하게 치렀다. 4월 1일 만우절에 태어나 엉뚱한 상상을 좋아하는 유쾌한 성격으로, 취미는 디제잉이다. 이래봬도 아이큐 401로 어엿한 ‘동물 멘사’ 회원이기도 하다.지난해 4월 출시한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가 국내 최초로 발포주시장의 포문을 열며 화려하게 안착한 것은 필리라는 코끼리 캐릭터 덕분이다. 출시 1년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억캔(1캔 355㎖)을 돌파하는 등 돌풍을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필라이트 후레쉬’를 추가로 내놓기도 했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코끼리맥주’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필리가 필라이트를 알리는 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후문이다. 필리는 이형민(44) 마케팅실 부장 등 직원 7명이 고심 끝에 만든 ‘토종 캐릭터’다. 필리의 탄생과 성장을 담당한 이 부장은 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사무실에서 “기존 맥주 대비 가성비를 높인 발포주라는 생소한 주류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제품인 만큼, 개발 초기 단계부터 광고비를 줄이기 위해 빅모델을 활용하는 대신 친근한 캐릭터를 활용하는 마케팅 방안을 고심했다”고 소개했다. 육지에서 가장 무거운 동물인 코끼리가 꼬리에 매단 풍선으로 둥실 떠오를 만큼 가벼운 가격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성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업계 특성상 주류 브랜드가 의인화한 동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국내 맥주 관련 브랜드 중 이렇게 자체개발한 동물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필리가 유일하다. 이 부장은 “필리를 친숙한 이미지로 만들면서도 자칫 아동용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너무 귀여운 아기 코끼리로 만들면 미성년자는 구매할 수 없는 주류의 성격에 부적합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실사에 가깝게 만들면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해 처음 공개한 TV광고 장면 중 사람 손에 쏙 잡히는 필리의 물컹한 촉감을 징그럽게 여기는 반응이 포착돼 광고를 온에어한 뒤에도 수차례 미세한 조정 작업을 거쳐야 했다. 최근에는 웹툰 작가 ‘전구별’과 손잡고 약 2주 간격으로 ‘인스타툰’(SNS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정사각형 포맷으로 제작된 웹툰)을 연재하는 등 콘텐츠 확대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동물 복지와 관련한 분야 등 필리의 성격과 맞는 사회공헌 캠페인도 검토 중이다. “이미 모든 분야에서 진정성이 필수 요소인 시대가 됐어요. 억지로 제품을 강요하는 식의 홍보는 통하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을 살 수 있어야 하지요. 필리가 오래오래 소비자들의 귀여움을 받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코끼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남태현 “열애설 정려원-손담비는 막역한 사이…이상형은 선미다”

    남태현 “열애설 정려원-손담비는 막역한 사이…이상형은 선미다”

    사우스클럽의 보컬이자 리더 그리고 사우스 바이어스 클럽의 수장 남태현과 bnt가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총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화보에서 남태현은 흰 셔츠와 독특한 디자인의 팬츠로 내추럴한 무드를 발산하는가 하면 시크한 데님 패션으로 남성미를 뽐냈다. 마지막 콘셉트에서는 오버 핏 레드 재킷과 가죽 팬츠로 유니크하면서도 반항아적인 모습으로 완벽하게 변신해 눈길을 끌었다. 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밴드 사우스클럽의 멤버 소개와 함께 독특한 그룹명에 담긴 뜻을 들려줬다.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드러머 장원영과 기타리스트 강건구, 친동생 남동현이 베이시스트로 있다”며 “사우스클럽은 단순한 의미로 남쪽을 뜻하는 사우스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라는 영화를 좋아해서 클럽이라는 글자를 땄다”고 전했다. 가족과 함께 밴드 활동을 하며 장단점이 있냐는 물음에 “친동생이 팀으로 같이 활동하다 보니 고민이나 사적인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편하다”며 “단점은 동생한테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삐질 때가 있다”고 답했다. 밴드 사우스클럽이 가진 매력에 대해 묻자 “한국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블루스라는 장르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며 “라이브에 특화된 밴드로서 무대에서 굉장히 즉흥적이라 매 스테이지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스클럽 결성 후 발매한 첫 곡 ‘Hug Me (허그 미)’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드러냈다. “’Hug Me’는 제일 힘들었을 때 만든 곡이다. 지금 들어도 멜로디가 마음에 든다. 그 곡을 부를 때면 힘들었던 당시 생각이 나서 추억이 있는 그런 곡이다” 본인의 감정과 정체성을 음악을 통해 가감 없이 담아내는 그는 “가사를 쓸 때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 되게 낯간지럽다. 사람으로서 느끼는 외로움, 고민과 같은 감정과 생각을 가사로 풀어내면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며 “직업이 가수이기 때문에 숨겨놨던 나만의 이야기를 노래로 표현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티스트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담아낸 곡을 연이어 선보이며 싱어송라이터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물음에 “대형 기획사의 지원을 받으며 가수로서 과분한 대우를 받다가 혼자 활동하면서 초라해진 현실에 괴리감이 컸다”며 “그런 것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서 지금은 만족한다”고 진솔한 답변을 내놓았다. 위너 탈퇴라는 쉽지 않은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로 스스로 감내할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고 묻자 “혼자 모든 걸 다 해내야 한다는 게 버겁기도 했다”며 “힘든 점도 있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는 더 노련한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배우고 있다”고 답했다. 홀로서기 후, 본인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 후회했던 적이 있냐는 질문에 “후회는 단 한 번도 안 했다”며 “인생의 모토가 한번 선택한 거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후회해 봤자 자신에게만 손해이니까”라고 소신을 내비쳤다. 크고 작은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음악적으로 훨씬 깊고 단단해진 남태현은 “목이 굉장히 약한데 폭넓은 보컬을 갖고 싶어서 샤우팅 창법이라던가 나만의 특색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쉬지 않고 연습했다”며 “밴드 멤버들과 합주하고 라이브 음악을 통해 많은 것을 보게 되고, 음악적 지식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사우스클럽으로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적으로 중점을 두는 부분 역시 달라졌다는 그는 “예전에는 누군가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곡을 만드는 데 급급했다”며 “온전히 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대중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가지 길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위너로 활동할 당시 만든 자작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이미 싱어송라이터로서 실력을 증명한 남태현은 “’BABY BABY’라는 곡이 가장 애정이 가고, ‘센치해’는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뿌듯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더라’는 전 여자친구에게 선물해준 곡인데, 공개되기 원치 않았던 곡”이라고 전했다. 정신과 약을 먹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외로움도 많이 타는 데다 조울증도 굉장히 심하고 혼란스러웠다”며 “내가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내 그런 기복 때문에 같이 일하시는 분들을 많이 힘들게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절대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며 “그렇지만 모든 일은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힘든 점도 있지만 분명 많은 사랑을 받는다. 숙명이나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밴드 사우스클럽이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에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할 것 같다는 물음에 그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많은 분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한다”며 “우리 공연을 직접 듣고 보고, 느껴본다면 그런 인식을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신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우스클럽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아직까지 위너 남태현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냐는 질문에 ‘I.D.S’를 꼽으며 “내 생각을 전적으로 반영해서 굉장히 거친 메시지로 다가가는 곡”이라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음악 작업을 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냐고 묻자 “어떤 뮤지션과 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음악 작업을 같이한다는 것에 굉장히 열려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협업 작업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형 기획사의 소속 가수에서 이제는 사우스 바이어스 클럽의 소속사 대표가 된 그에게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고 질문을 던지자 “내가 잘못되면 멤버들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힘드니까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원래 굉장히 게으른 성격이었는데, 꼼꼼하고 발전적인 성향으로 바뀌었다. 사생활도 더 조심하게 됐다”고 답했다. 사우스클럽의 보컬이자 리더로서 멤버들과 팀워크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술자리를 자주 가지면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한다”며 “멤버들이 다들 착해서 서로 부딪히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는 그는 “그냥 공부는 하기 싫었던 것 같다”고 농담을 하며 이야기를 이었다. “항상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인기를 얻고 싶었다”며 “그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모델 같은 몸매와 패셔너블한 스타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그에게 평소 패션 스타일을 물었다. “옷을 굉장히 좋아해서 직접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할 정도”라며 “남들을 따라 하기보다 본인한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입는 게 좋은 것 같다. 오버 핏을 좋아해서 항상 옷을 크게 입는 편”이라고 답했다. 정형화되지 않은 본인만의 확고한 매력을 소유한 그는 “연애를 했던 여자친구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섹시한 매력이 있다고 하더라”며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웃을 때는 얼굴이 순해 보인다. 그런 분위기를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러한 매력 때문인지 핫한 열애설도 끊이지 않았던 남태현은 시원시원한 대답으로 불거진 열애설을 일축했다. “열애설에 큰 거부감은 없지만, 사실을 짚고 넘어가자면 열애설 난 분들처럼 나이 차이 크게 나는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며 “손담비 누나와 정려원 누나는 막역한 사이다. 워낙 스스럼없이 편하게 지내다 보니 그런 열애설도 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심지어 그 둘은 완전 절친이다. 려원 누나와 사귀었다가 담비 누나랑 사귀는 건 완전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솔직한 답변을 밝혔다. 현재 솔로라고 밝힌 그는 “사우스클럽 1집, 2집 곡을 들어보면 사랑에 관한 노래가 거의 없다”며 “그만큼 황폐해서 설레는 관계가 생기면 또 다른 무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상형으로 선미를 꼽으며 “본인 일 열심히 하고 재능 있는 친구들이 좋다”고 밝혔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과거 인성 논란에 대해 그는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예의 없는 행동을 보여드린 것 같다”며 “논란이 생기면서 확대 해석하거나 사실이 아닌 자극적으로 다룬 기사 때문에 잘못된 오해가 생기기도 했지만, 전적으로 내 불찰이다”고 진심 어린 답변을 전했다. 대출까지 받으며 소속사를 운영하고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아직은 사우스클럽이 유명한 그룹이 아니다 보니 재정적으로 힘든 것은 당연하다”며 “힘들게 시작한 만큼 좋은 날이 있을 거로 생각하며 더 열심히 벌어 청산할 것”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답했다. 사우스 바이어스 클럽의 대표 남태현, 사우스클럽의 보컬 남태현, 25살 평범한 남자 남태현이 갖는 각자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사우스 바이어스 클럽의 대표 남태현으로서는 YG보다 더 빠른 기간 내에 사옥을 올리고 싶다”며 “멤버들과 함께해온 식구들, 꼭 성공하게 해주고 싶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사우스클럽의 보컬 남태현으로서는 “사람들이 음악에 열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며 “지금은 힙합이 주를 이루지만 우리가 하는 블루스나 밴드 음악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세대를 이끌어 글로벌한 밴드가 되고 싶다”고 음악에 대한 강한 신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25살의 남태현은 “지치지 않고 싶다”며 “사실 지칠 때도 있고 막막할 때도 있는데,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전했다. 인터뷰 마지막 질문으로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팬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어려운 시절부터 지켜봐 온 팬들과 함께해온 이들이 행복할 수 있게 꼭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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