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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 일삼는 남편 살해한 발레리 바코 풀려났다, 프랑스 검찰과 법원 관용

    폭력 일삼는 남편 살해한 발레리 바코 풀려났다, 프랑스 검찰과 법원 관용

    한때 의붓아버지였다가 나중에 강제로 결혼한 남편으로부터 끔찍한 폭행을 견디다 못해 살해하고 만 프랑스 여성 발레리 바코(40)가 풀려났다. 프랑스 중동부 샬롱쉬르손 지방법원 재판부는 25일(현지시간) 4년 징역 가운데 3년 집행을 유예하겠다고 선고해 이미 구치소에서 일년 이상 구금돼 있던 바코가 즉각 석방될 수 있도록 했다. 방청석과 법원 밖에 모여 있던 여성 운동가들과 지지자들은 “브라보”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앞서 에릭 질레 검사는 결심 공판 도중 “형사법원은 문명화된 가치관을 대변한다. 그중에서도 으뜸 가치는 생명의 보호다. 만약 사람들이 정의를 각자의 손으로 취하려 한다면 모든 사람이 다른 이들과 전쟁을 벌이게 된다”며 그녀는 유죄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을 구형했다. 질레 검사는 바코를 수감해서 더 이상 누군가를 보호할 수도 없으며 그녀가 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도 극히 적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검찰 구형량과 같은 입장을 취한 셈이 됐다. 잘레 검사가 유죄라고 주장하며 구형하는 내용을 들은 순간 바코는 오열하며 힘없이 비틀거렸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미 70만명 넘는 이들이 그녀의 석방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례적인 구형에도 그녀의 변호인 나탈리 토마시니는 법원 밖에서 취재진에게 “피고인이 즉각 자유의 몸이 된다고 해도 5년 구형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그녀에게는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매맞는 여성 증후군(battered-woman syndrome)’ 변론이 캐나다에서는 정당방위의 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더했다. 변호인들은 실신한 바코가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휴정한 뒤 속개된 공판 도중 그녀가 의붓아버지였다가 나중에 임신하는 바람에 억지로 결혼한 남편이 25년 동안 폭력을 휘둘러왔는데 다음 차례는 딸이 될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남편에 방아쇠를 당겨야 했다고 변호했다. 바코가 처음 의붓아버지 다니엘레 폴레트에게 당했을 때 겨우 열두 살이었다. 1990년대 폴레트는 성폭행 혐의로 감옥에 보내졌지만 2년 반 만에 다시 집에 돌아와 괴롭혔다. 첫 애를 임신했을 때 열일곱이었다. 억지로 25세 연상의 그와 결혼해야 했다, 아이를 넷이나 낳았다. 그런다고 나아지지 않았다. 남편은 아이들 양육비에 보태라며 그녀에게 가족들이 이용하는 미니밴 뒷좌석에서 성매매를 14년이나 시켰다. 머리에는 권총을 들이대면서. 결국 2016년 3월 성매매 고객을 불편하게 했다며 둘이 싸움을 벌였고 남편 총을 빼앗은 바코는 방아쇠를 당겼다. 지난달 발간된 바코의 책에는 “늘상 두려웠다”는 대목과 “끝을 내고 싶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살해한 이듬해 10월에야 체포됐고 살인 혐의를 자백했다. 그러자 6만명 이상이 석방하라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여성을 상대로 저질러지는 끔찍한 폭력에 대한 논쟁이 점화됐음은 물론이다. 이 사건은 다른 프랑스 여인인 자클린 소바주와 아주 유사한 사건으로 여겨졌다. 그녀도 무려 47년 동안 폭력을 일삼은 남편을 살해한 뒤 수감됐으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면을 받고 징역 10년형을 2년만 복역하고 풀려났다.
  • [김경민의 한국의 미래]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의 함의/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김경민의 한국의 미래]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의 함의/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됐다.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무제한으로 풀어 주겠다는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무려 42년 만의 일이니까 말이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나는 서울신문 시론을 통해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의 사정거리 800㎞의 제한을 풀어 달라는 대미 외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번 해온 바 있는데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고체연료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푸는 데 미국이 동의했다는 것은 한국 안보외교의 승리이고, 미국이 한국의 국격을 높게 신뢰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불철주야 노력하며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 온 덕택이다.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은 즉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연결될 수 있어 미사일확산방지체제(MTCR)의 유지를 완강하게 고집하던 미국이 크나큰 양보를 한 것이다. 물론 그동안 미사일 확산 방지 국제회의에서 한국은 사거리 제한을 풀어 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해 왔다. 그냥 허랑하게 42년을 보낸 결과가 아니고 미사일 외교를 줄기차게 해 온 성과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가 주는 가장 큰 의미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더욱 튼튼한 안보 역량을 남겨 주게 됐다는 것이다. 사정거리의 제한 없는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은 단추만 누르면 날아가기 때문에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도 한국을 더이상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 사정거리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 등의 원거리 표적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지만 굳이 수천 킬로미터의 사정거리를 지닌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떠벌릴 필요는 없다. 소득도 없이 주변국들의 경계감만 높아질 뿐이다. 지금까지는 이전에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에 의해 사정거리가 800㎞로 제한됐었다. 탄두 중량만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어서 핵무기 등 대량살상 무기에 대처하기 위해 탄두중량이 수톤에 달하는 현무4 미사일을 개발했다. 현무4 미사일은 평양을 초토화할 수 있는 파괴력이 큰 미사일로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쟁 억지력용이다. 그러나 사정거리 800㎞의 제한이 풀려 사정거리 수천 킬로미터의 고체연료 미사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고체연료 미사일에 대해서는 일본의 경우가 참고될 만하다. 일본은 1.2톤의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고체연료 로켓 입실론을 보유한 나라다. 군사적으로 해석하면 이미 ICBM 기술이 확보된 나라지만 오로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뉴스만 나올 뿐이다. ICBM 능력을 갖추었다고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일본이다. 심지어는 1969년 중의원의 이름으로 세계 만방에 우주를 오로지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그 누구도 믿지 않았지만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 역량을 감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회고하게 된다. 지금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을 핑계로 우주기본법을 만들어 아예 드러내 놓고 우주 역량을 국가 안보에 사용하겠다고 천명하는 일본이 됐다. 얼마나 영리한 일본의 처세술인가. 한국도 이제 고체연료 로켓, 즉 미사일을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게 됐으니 조용한 국방외교를 해야 한다. 기술 개발은 은밀히 진행하면 된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는 우주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크나큰 액체연료 로켓보다는 고체연료 로켓의 추력이 크지 않다 보니 중소형 인공위성을 발사하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인공위성 제작 기술도 발전하게 될 것이고 인공위성을 갖고 싶어 하는 개발도상국 수출의 길도 활발하게 열릴 것이다. 올해 말 발사할 액체연료 로켓 누리호가 성공하면 더욱더 덩치가 큰 액체 개발 연료 로켓의 길이 열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고체연료 로켓을 액체연료 로켓 옆에 붙여 10톤 정도의 인공위성을 우주 공간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기간 로켓인 H2A 수소연료 로켓 옆에 고체연료 로켓 4개를 붙여 국제우주정거장에 물경 16톤의 인공위성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로 대한민국의 안보 역량이 크게 강화되고, 우주산업도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더욱 높아진 것에 크나큰 자부심을 갖는다.
  • 구글은 잘나가는데… 리더십은 위기

    구글은 잘나가는데… 리더십은 위기

    휴대전화, 동영상, 검색, 인공지능 등 전 세계 인터넷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기업 구글에 리더십 위기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22일 NYT에 따르면 글로벌 반독점 규제 바람으로 안팎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구글 내부에 순다르 피차이(49)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글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흐름을 타고 사람들의 일상과 비즈니스에 더욱 깊이 뿌리내리며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매출, 이익 등에서 분기별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모회사인 알파벳의 기업가치는 1조 6000억 달러(약 1800조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정작 내부에서는 피차이 CEO의 경영판단과 실행능력, 인사배치 등에 대한 임직원의 불만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CEO가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하면서 비즈니스에 대한 결단력과 창의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구글에 합류했다가 올해 2월 퇴사한 노암 바딘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혁신에 대한 도전이 약화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전·현직 구글 임원 15명은 NYT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무기력한 관료주의, 상투적인 고정관념, 비생산적인 토론문화 등 오래된 대기업들의 특성이 현재 구글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중심에 피차이 CEO가 자리한다고 답했다. 한 임원은 “피차이 CEO가 중요 결정을 무시하거나 실행을 지연시키는 통에 핵심사업의 집행과 인력 배치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차이 CEO가 임직원의 불만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제를 키우는 것으로 지적됐다. 억지로 내부 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피차이 CEO가 2015년 10월 취임했을 때에 비해 몇 배로 커진 구글의 위상이 신중하고 배려심 강한 그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년간 구글의 직원은 약 14만명으로 2배가 됐고, 알파벳의 기업가치는 3배로 뛰었다. 인도계 미국인인 피차이 CEO는 인도공과대, 스탠퍼드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MBA) 등을 거쳐 2004년 4월 구글에 들어왔다. 김태균 선임기자 windsea@seoul.co.kr
  • 25년을 남편 폭력에 시달려 살해한 발레리 바코 첫 재판에

    25년을 남편 폭력에 시달려 살해한 발레리 바코 첫 재판에

    발레리 바코(40)가 의붓아빠 다니엘레 폴레트에게 처음 유린 당했을 때는 겨우 열두 살 때였다, 1995년 그는 근친상간 혐의로 감옥에 보내졌지만 2년 반 만에 다시 집에 돌아와 의붓딸을 괴롭혔다. 첫 애를 임신했을 때는 열일곱 살이었다. 억지로 25세 연상의 그와 결혼해야 했다, 아이를 넷이나 낳았다. 그런다고 나아지지 않았다, 계속 폭행에 시달리고 한때는 의붓아버지였던 남편이 아이들 양육비에 보태라며 윤락녀처럼 일하라고 강요하자 2016년 3월 바코는 총을 들었다. 이 가엾은 여인을 어찌해야 할까? 바코에 대한 첫 재판이 21일(현지시간) 중부 부르고뉴 지방 샬롱쉬르손에서 열려 프랑스 언론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됐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날 노란색 스카프를 두르고 법정에 나타난 바코는 총을 들어 남편을 쏴죽일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변호인은 그녀가 당한 세월이 25년에 이르며 딸이 살해하려는 충동에 시달리게 될까봐 자신의 손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발간된 바코의 책 ‘모두 알고 있었다(Tout le monde savait)에는 “늘상 두려웠다”는 대목과 “끝을 내고 싶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검찰은 살인이 예비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고, 변호인들은 자신과 아이들을 보호할 장치가 없어 결국 살해에 이르게 됐다고 항변했다. 재닌 보낙기운타 변호인은 AFP 통신에 “폭력에 시달리는 여인들은 보호받을 곳이 없다”며 “사법 절차는 너무 느리고, 충분히 피해자에 공감하지 않으며,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에게 너무 관대하다. 그래서 절망에 빠진 여인은 살아남기 위해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폴레트가 결혼한 뒤에는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자동차에서 윤락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그의 총을 빼앗아 쐈다. 두 자녀의 도움을 받아 시신을 숨겼다. 이듬해 10월에야 체포됐고 살인 혐의를 자백했다. 그러자 6만명 이상이 석방하라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여성을 상대로 저질러지는 끔찍한 폭력에 대한 논쟁이 점화됐음은 물론이다, 이 사건은 다른 프랑스 여인인 자클린 소바주 사건과 아주 닮았다. 그녀도 47년 동안 폭력을 휘두른 남편에게 학대를 당하던 아들이 2012년 9월 극단을 선택하자 다음날 총으로 남편을 살해했다. 2014년 10월에 살인죄로 징역 10년형이 선고돼 수감됐으나 2016년 12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면 조치로 풀려났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경찰 “마포 감금살인 피의자, 사망 가능성 알고도 피해자 묶어 화장실에 방치”

    경찰 “마포 감금살인 피의자, 사망 가능성 알고도 피해자 묶어 화장실에 방치”

    마포경찰서, 피의자 2명 22일 검찰 송치살인죄보다 무거운 보복범죄 혐의 적용범행 도운 고교 동기 1명도 방조혐의 입건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가해자 2명에게 경찰이 살인죄보다 무거운 처벌이 가능한 보복범죄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경찰 수사 결과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피해자를 결박하고 화장실에 방치한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납치하는 과정을 방조한 혐의로 다른 가해자 1명을 추가로 형사입건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범죄 가중처벌),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강요·공갈·폭행) 등의 혐의로 김모(20)씨와 안모(20)씨를 오는 22일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김씨와 안씨는 피해자 A(20)씨가 자신들을 상해죄로 고소한 일에 대한 보복과 금품 갈취를 목적으로 지난 3월 31일 대구에 있던 A씨를 서울로 데려가 집에 가둔 다음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가혹행위 등을 하여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와 안씨가 A씨를 데려가는 과정에서 이를 방조한 혐의로 A씨의 고교 동창인 피의자 1명을 추가로 불구속 입건해 오는 22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와 안씨는 지난 4월 1일부터 A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 날인 이달 13일까지 A씨를 안씨 이름으로 계약한 집에 감금했다. A씨가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을 당시 A씨 몸에서는 결박된 채 폭행당한 흔적이 발견됐고, A씨 몸무게는 34kg의 저체중 상태였다. 안씨와 김씨는 지난해 9월 12일부터 11월 4일까지 약 두 달 동안 A씨와 함께 지낼 때에도 수차례 폭행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 A씨가 안씨의 노트북을 파손했다는 이유로 변제 계약서를 쓰게 한 다음 대구에 있던 A씨를 서울로 오게 했다. 피의자들은 노트북 수리비를 빌미로 A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판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기간에는 A씨가 대구 집과 서울을 수차례 왔다갔다 한 사실이 확인돼 감금 상태는 아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피의자들은 A씨가 지난해 11월 자신들을 대구 달성경찰서에 상해죄로 고소한 사건으로 올해 1월 24일 이 사건을 이송받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자 A씨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올해 3월 A씨를 겁주어 서울로 데려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A씨를 데려오려고 사전에 계획한 정황을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씨와 김씨가 A씨를 감금하고 폭행하는 동안 A씨가 사망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판단하고 감금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하되 보복 목적이 인정돼 특가법 위반으로 죄명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살인은 최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으나 특가법이 적용되면 최소 10년 이상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을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 이에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를 폭행,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보복 목적의 범행은 아니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또 A씨를 올해 3월 대구에서 서울로 데려간 일에 대해서도 “A씨랑 같이 놀다가 서울로 가자고 해서 간 것이지 피해자를 서울로 납치하거나 억지로 끌고 온 것은 아니다”라면서 강제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김용민, 당 이준석 의혹영상 내리자 “국힘 부탁으로 내린 것”

    김용민, 당 이준석 의혹영상 내리자 “국힘 부탁으로 내린 것”

    김용민 “당이 상의 없이 내렸지만 이해”이준석, 병역 의혹에 당시 지원서 공개이준석 “유튜브 말 듣고?…與 최고 참 민망”민주당, 김용민 의혹제기 영상 비공개 처리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영상을 당이 비공개 처리한 데 대해 “국민의힘에서 내려달라고 요구해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산업기능요원 시절 정부사업 장학금을 부당 수령했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했지만 이 대표가 당시 지원서까지 공개하며 정면 반박했고 이후 민주당은 당 공식 유튜브에 올렸던 의혹 제기 영상을 김 최고위원과 상의 없이 내렸다. 이준석 “실수로 이해, 협치 이어가겠다”김용민 “이해심 많은 척은…의혹 더 준비” 김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대표가) 국힘의 부탁으로 우리 당에서 영상을 내려준 것을 마치 우리가 실수한 것처럼 말했다. 이준석 대표식 정치가 처음부터 큰 실망감을 준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업기능요원) 지원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 허위 지원해 장학금까지 받았다면 업무방해를 넘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병역의혹을 제기한 김 최고위원의 발언을 영상으로 제작해 당 공식 유튜브에 게시했다가 비공개 처리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당 측에서 (관련) 영상을 내렸다. 실수로 이해하고 협치의 기조는 이어나가겠다”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병역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이준석 대표가 참 많이 아팠나 보다”며 국민의힘이 관련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는 마치 우리가 실수했고, 자신이 이해심이 많은 사람인 척했다”면서 “당에서 저와 상의 없이 영상을 내렸지만 나름 정치적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제가 이해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재학생만 지원 가능한 프로그램(매달 장학금 지급과 최고급 노트북 수여, 해외연수 기회 제공 등)에 졸업생이 어떻게 합격을 했는지가 핵심”이라면서 “이준석 대표가 많이 긴장한 것 같다. 사실 지원서를 스스로 올린 것은 가장 초보적인 실수”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앞으로 추가적인 내용들이 더 준비되어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대응하기 바란다”며 추가 의혹제기를 예고했다.이준석 “검찰 무혐의 처분…이미 10년 전 끝난 얘기” 이 대표는 지난 19일 김 최고위원의 의혹 제기를 일축하며 당시 지원서를 공개했다. 이 대표는 SNS에 “아직 고생이신 분들의 마지막 희생을 분쇄해드리기 위해 확실히 보여드린다”며 2010년 지식경제부 소프트웨어 분야 연수생 선발사업의 지원서를 공개했다. 이 대표는 “지원서에 ‘산업기능요원’, 이렇게 정확히 쓰여 있다. 어디에 숨겨서 적은 것도 아니고 그냥 기본사항란에 다 적어놨다”면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문의하고 저렇게 작성하라고 해서 했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지원서에는 더벅머리에 안경을 쓴 25살 당시 이 대표의 사진도 담겼다. 장난기 어린 웃음을 머금은 앳된 얼굴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대표는 18일에도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병역 의혹을 제기했다”면서 “병무청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고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분한 이미 10년 전 끝난 이야기인데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협치 논의하고 오자마자 최고위원이란 분이 이런 일을 벌이면 참 민망하다”고 되받아쳤다. 또 “병무청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도 ‘졸업생’으로서 지원해서 합격했다. 강용석 당시 의원의 고발로 검찰에서도 들여다봐서 문제없다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송영길, 이준석에 “합리적 보수 희망”“‘억지로 까기’ 말자 말에 100% 동의” 앞서 이 대표가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두 대표는 우선 여야 협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송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해 “합리적 보수의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는 느낌을 줬다”고 극찬하며 “특히 나경원 전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억까’(억지로 까기) 하지 말자는 말에 100% 동의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저도 정치를 하면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본 취지를 악의적으로 해석해 억지로 까는 소모적 정치를 이제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야당이다 보니 여당을 지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지만, 국가 위기 앞에 저희가 ‘억지로 까기’를 한다면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가 뒤따를 것”이라면서 “저희도 그런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에 최대한 여야 간 협치 모델 구축에 방점을 찍고 노력을 경주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정책 가는 길의 반대편/이지운 국제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정책 가는 길의 반대편/이지운 국제부 전문기자

    청와대와 정부를 놀라게 할 조사다. ‘주변국에 대해 느끼는 감정 온도’ 측정. 미국 57.3도, 일본 28.8도, 북한 28.6도, 중국은 맨 꼴찌로 26.4도였다. 다음은 ‘주변국 국민에 대한 감정 온도’. 미국사람 54.6도, 북한 사람 37.3도, 일본 사람 32.2도, 중국 사람 26.3도. 조사를 수행한 주간지 ‘시사인’은 “중국 싫고, 중국인은 더 싫다”로 정리했다. 코로나19 이후 대중국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는 건 주지된 일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10월 그래프로 보여 줬다. 주요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역대 최고치였다. 조사 대상 14개국 가운데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모두 70%가 넘었고 호주·일본·스웨덴은 80% 이상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사랑받을 만하고 신뢰할 만하며 존경받을 수 있는 외교”를 언급했을 때, 이런 점들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평가했다. 한국인이 느끼는 온도는 그때나 이때나 비슷했는데, 눈길을 끄는 건 그 이유다. ‘중국 관련 역사적 사건 12개, 행위(이슈) 14개’ 등 26개 문항 가운데 부정적 인식을 갖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황사·미세먼지 문제였다. 89.4%로, 심지어 코로나19 발생 87.3%, 코로나19 대응 86.9%보다 높았다. 한한령 등 사드 보복은 78.9%였다. 우리가 중국에 대한 황사·미세먼지 책임론을 이 정도로 인식해 오고 있었다니, 놀라는 이들이 많다. 처음부터였을까, 아니면 변곡점이 있었을까. 동일선상 비교는 어렵지만 앞선 5월 한 신문사의 조사에서도 코로나 피해보다는 황사·미세먼지에 대한 반감이 더 컸다. 사실 정부는 ‘책임’을 중국과 적극적으로 나누려 했다. ‘책임은 한국에도 있다. 대기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우리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보령화력 1·2호기를 폐쇄하는 등 석탄발전 가동을 축소했고, 노후 경유차를 줄였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같은 것도 도입해서 공장 가동률도 조정했다. 정부 문서는 ‘국외 배출 영향’ 등의 표현으로 화살이 중국을 향하지 않게 하느라 무던히 애썼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국민 인식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니 ‘행정 행위의 효용성’ 측면에서도 이 일을 바라보게 된다. 마침 일본 관련 수치를 들여다보니 동전의 앞뒷면이다. ‘정부가 혐일(嫌日)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일만큼 험한 분위기를 조성했던 일을 떠올리면, 대일 감정온도는 ‘과하게’ 높다. 냉장실 또는 와인 저장고 수준의 온도여야 하지 않을까. 2019년 하반기 이후 조금씩 상승하더니 북한을 넘어섰다. 정부가, 온 나라가 그토록 열심을 낸 결과가 이 정도인가, 누군가는 허무를 느낄 것도 같다. 성과가 이토록 낮다면 독에 큰 구멍이 난 것이다. 정책이 늘 민심과 일치할 수만도 없고, 여론만 좇을 수도 없다. 그러나 이쯤 되면 한 번 헤아려 봐야 한다. 황사·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고통이 어떠한 정도였는지. 우리 주머니에서 털린 먼지만 탓할 뿐, 뿌연 먼지 싣고 오는 바람에는 아무 대응도 없고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절망도 담겼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 역량을 쏟아부었는데, 왜 민심은 정책 가는 길의 반대편에 섰을까. 출산 정책, 부동산 정책에 얼마전 ‘민둥산 사태’까지. 정책 수립과 집행에 억지를 부린 때문은 아닌지, 애당초 현실적이지 않거나 현실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것들은 아니었는지. 사람이 먼저라는데, 사람들의 마음도 ‘먼저’였는지. 군 복무기간 단축에 봉급 인상과 각종 처우 개선, 휴대폰 사용까지 온갖 배려에도, 왜 ‘20대 남자’의 마음은 반대편에 서 있는지. 살필 게 많다. 정책마다 가는 길의 반대편을 돌아볼 때다. 내년 초 대선 아닌가. jj@seoul.co.kr
  • [단독] ‘마포 감금살인’ 피의자 “같이 놀다가 상경…납치 아냐” 주장

    [단독] ‘마포 감금살인’ 피의자 “같이 놀다가 상경…납치 아냐” 주장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인 피해자를 감금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된 가해자 2명 중 한 명이 지난 3월 말 대구에 있던 피해자를 서울로 데리고 오는 과정에서 강압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피해자와 같은 고교를 졸업한 피의자 김모(20)씨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 조사 과정에서 “지난 3월 31일 대구에 가서 피해자랑 같이 놀다가 서울로 가자고 해서 간 것이지 피해자를 서울로 납치하거나 억지로 끌고 온 것은 아니다”라면서 강제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 A씨가 김씨와 또다른 피의자 안모(20)씨를 지난해 11월 상해죄로 고소한 일로 둘이 앙심을 품고 A씨에게 보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와 안씨는 지난 3월 31일 대구에 가서 피해자를 데리고 상경한 뒤 사실상 감금하고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13일 오전 6시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사망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후 같이 살던 김씨와 안씨를 긴급체포했고 지난 14일 살인 혐의를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신청해 지난 15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김씨와 안씨가 지난 1일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의 A씨를 부축해 범행 장소인 오피스텔로 이사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A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 김씨와 안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를 감금, 폭행한 사실과 A씨에게 일용직 노동을 강요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둘은 A씨를 감금하는 동안 A씨의 손을 묶은 이유에 대해 “A씨가 우리들 물건을 훔쳐가려고 해서 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살인은 최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으나 특가법이 적용되면 최소 10년 이상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을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차라리 죽고싶어요” 유리조각 삼킨 12살 꼬마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차라리 죽고싶어요” 유리조각 삼킨 12살 꼬마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12년간 수용인원 총 3만 8000여명, 공식 사망자 513명. 1970~1980년대 국가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사태는 1987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34년이 지난 지금,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생존자 13명은 지난달 2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법원에 낼 진술서를 쓰는 과정 또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반드시 쓰여져야 할 글이었다. 서울신문은 매주 1명씩 이들의 증언을 기록으로 남긴다. 귀가 중 경찰에 폭행당한 뒤 형제복지원으로“너 집 나왔지?” 1984년 당시 12살 꼬마였던 김의수(49)씨 앞에 경찰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친구 집에 놀다가 집에 가는 길”이라는 김씨의 말을 무시한 채 뒤통수를 때리고 정강이 걷어찼다. 그리고는 억지로 부암2파출소로 끌고 가 작은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새벽녘에 몽둥이를 든 건장한 남자들이 들이닥쳤고 경찰들은 그들의 손에 김씨를 넘겼다. 그렇게 김씨는 ‘탑차’에 실려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매일같이 구타를 당했고 얼차려를 받아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극히 드물게 매를 맞지 않은 날엔 오히려 더 큰 불안감과 공포감이 엄습했다. 밤새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앉아 아이들의 신발을 빨고 청소를 했다. 고통의 나날이 계속되자 어떤 날은 죽으려고 유리를 삼켰다. 다행히 목에 걸려 토악질로 뱉어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흐르고서야 형제복지원을 나갈 수 있었다. 이미 호적은 말소된 상태였고 한동안 부모님도 찾을 수 없었다.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고 집을 찾으려면 관공서나 경찰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또다시 형제복지원 같은 곳에 끌려갈까 두려웠다.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도 두려움에 신고할 수 없었다. 결국 한동안 노숙자 생활을 했다. 이후 우연히 가족을 찾았고, 가정도 꾸렸다. 하지만 김씨는 그 누구도 자신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구타로 얼룩진 온몸은 만신창이가 됐고, 정신적 트라우마로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 인정과 잃어버린 존엄성을 되찾는 일이다. 아래는 김씨의 진술서 전문. ※원문에서 일부 표현만 다듬어 그대로 옮겼습니다. [진 술 서] 제목: 형제복지원 피해자 진술서 성 명 : 김의수 진술내용 : 1984년 2~3월경 저는 친구 집에서 놀다가 저희 집으로 귀가하던 길이였습니다. 저 멀리 순경과 방범대원이 보였고 그들은 길을 가던 저를 불러세웠습니다. 시간은 밤 8시경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순경 앞으로 걸어갔고 그들은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친구네에서 놀다가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순경은 저의 뒤통수를 치며 말했습니다. “너 집 나온 것 같은데. 집 나왔지?” 라면서 저를 잡아끌고 가려 했습니다. 저는 저항을 했지만 그들은 구둣발로 제 정강이를 찼습니다. 그리고는 부암2파출소로 끌고 갔습니다. 저는 죄도 없는데 왜 그러느냐고 집으로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저를 거꾸로 매달아서 콧구멍에 고춧가루 물을 붓는다는 협박과 함께 저를 구타했습니다. 그러다 한 순경이 저의 팔을 잡아서는 긴나무 의자에 앉히고는 의자 손잡이와 저의 한쪽 손에 수갑을 채웠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쯤 잠이 들었을까. 웅성거림에 잠에서 깨었고, 앞을 보니 파란 운동복에 모자를 쓰고 몽둥이를 들고 있는 건장한 남자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저를 가리키며 “저놈 데려가면 됩니까”하니 순경은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파출소에서 나와보니 검정색 형제원 탑차가 있었습니다. 차량 안에는 이미 나이가 든 술취한 아저씨와 아주머니, 저 또래의 이이들 잡혀 있었고. 그 사람들과 함께 형제복지원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처음에는 신입소대에 머물렀고 소지품 검사부터 알몸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그렇게 형제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달 정도 신입소대에 있으면서 형제원에 대한 수칙들을 배웠습니다. 찬송가, 주기도문, 군가, 애국가, 국민교육헌장, 재식 훈련 등을 배웠습니다. 배우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매를 맞고 기합을 받고 구타를 당했습니다. 어른의 큰 손으로 아이 뺨 때려 고막 터지기도...매일같이 반복된 폭행그런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난 후 다른 소대로 전방된다고 하며 피복 창고 앞으로 모이게 했습니다. 파란 운동 한 벌과 청바지, 티와 신발, 칫솔, 수건 등을 주었고 수용번호까지 받았습니다. 그렇게 아동 소대인 28소대로 전방됐습니다. 그곳에는 소대장, 분대장, 조장, 서무가 소대 안을 통제했습니다. 군대식으로 통제를 했지만 그곳은 지옥이었습니다. 하나가 잘못하면 단체로 기합을 받고 매를 맞았습니다. 지적 질을 당한 아이는 더 심한 기합과 구타를 당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불침번을 서야 하며 누가 도망 모의를 하는지 감시도 해야 했습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간부들에게 찍히거나, 밤에 이불에 오줌싸는 아이, 도망 모의를 해서 걸리거나 하면 꼴통으로 낙인찍힙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한 고통을 받게 됩니다. 저는 늘 꼴통으로 찍혔고 심한 인권침해를 당해야 했습니다. 한 달에 20일은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고, 매일같이 기합을 받고 밤새도록 침대 밑을 닦았으며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앉아서 소대 아이들의 신발을 빨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치질도 걸리고 감기도 자주 걸렸습니다. 그렇게 비염도 생겼습니다. 어른들의 손으로 아이의 뺨을 때리니깐 잘못하면 귀도 터집니다. 그 무렵 개금분교(형제복지원 내 운영된 학교시설)를 다녔습니다. 우리(형제복지원)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개금분교는 형제원안에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공부는 늘 부족했습니다. 수업은 자주 빠지게 되었습니다. 기합을 받느라 수시로 강제노역을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강제노역은 이러합니다. 시멘트, 자갈, 모래 등을 날라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동소대에서 2년, 5~6학년을 졸업했고 청소년 소대로 넘어갔습니다. 14소대로 넘어가서는 낮에는 봉제공장을 다녔고 밤에는 야학 공부를 했습니다. 다 형제원 안에서 다녔습니다. 기합을 주고 죽을 만큼 구타하는 것은 아동소대나 성인소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루라도 구타 안 당하면 오히려 더 불안...죽으려고 유리 삼켜 어린 나이에 지옥 같은 형제원에 끌려가서 잘 먹지도 못하고 강제노역 기합 구타를 당하니 몸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을 지경입니다. 하루라도 기합이나 구타를 안 당하면 오히려 이상해서 무엇인지 더 불안했고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고통스러운 날이 많으니 어떤 날은 죽으려고 유리도 삼켰지만 목에 걸려 토악질로 뱉어낸 적도 있습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형제원에서 지옥 같은 일들을 당했고 하루하루 생존에 버텨왔습니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그해 6월경에 부산 송도 소년의집으로 넘어갔습니다. 그곳에 도착하여 저는 집이 있으니 보내달라고 했으며 큰집으로 귀가 조치되었습니다. 호적은 말소됐고 주민등록증도 없이 몇 년 동안 살아야 했습니다. 부모님이 이사를 가셔서 찾지를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여기저기 몸이 아파도 일을 해야 했고 공장을 다니면서 일을 해주고도 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가족 찾고 가정 꾸렸지만...그 누구도 고통과 트라우마 온전히 이해못해 돈을 달라고 하면 “주민증도 없는 것들”, “빨갱이로 신고한다”며 협박을 했기에 늘 일을 해주고도 도망 다녔습니다. 왜냐하면 또 다시 그런 곳에 잡혀갈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노숙자 생활도 하게 됐습니다. 집을 찾거나 주민증을 만들려면 관공서나 경찰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저는 그들을 믿을 수 없었기에 그런 것은 포기하고 형제원에 있었단 사실조차 숨기며 살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부모님을 찾게 됐고 같이 살게 됐지만 가족 간에 유대감이 없어 늘 다투기만 했고 융합은 잘 안 됐습니다. 배움이 부족했기에 학원을 다니며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중·고등 과정을 시험 쳤습니다. 그러던 중 연애를 고 아이 아빠가 되었지만 아이 엄마는 떠나버렸습니다. 이유는 제가 생활력이 부족하단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제 차지였고 홀로 아이를 키웠습니다.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은 신체가 멀쩡하게 보이는 젊은 사람(본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 제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얼마나 힘이 들었던 사람인지 어느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형제원 안에서 몇 년의 고통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입니다. 휴유증은 이렇습니다. 머리를 많이 맞아서 두통이 심하며 왼쪽 귀는 터졌고, 알레르기 비염이 있고, 왼쪽 어깨와 왼쪽 엄지 마디를 다쳤습니다. 허리는 3. 4. 5번 디스크이며 성장기에 강제노역을 해서 고관절도 상했습니다. 왼쪽 무릎은 도망치다 4층 높이 되는 담에서 뛰어내려 물렁뼈가 좋지 않습니다. 오른쪽 아킬레스건도 큰 돌에 찍혔습니다. 물구나무를 서서 기합받을 때 (그들이) 저의 다리를 잡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는데 맞은 편 침대 앵글에 찍혔습니다. 그래서 많이 걷거나 쪼그려 앉을 때 찢어질 듯 아픕니다. 정신적 트라우마로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복용하고 정신과를 다닙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소송은 저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지금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배상을 받아서 사회적 치료와 잃어버렸던 저의 존엄성을 찾아주십시오. 저의 아픔을 아들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의수형제복지원 사건 어디까지 왔나 형제복지원을 운영한 고(故) 박인근 원장은 1989년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2018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무죄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비상상고를 신청했지만 지난 3월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고 정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소송에 제기한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는 현재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차 소송에 참여한 13명은 모두 입·퇴소 증빙자료가 준비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이러한 증거가 없어 피해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는 비용 부담 때문에 소송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이준석, 병역의혹 제기 김용민에 “유튜브 말 듣고?…與 최고 참 민망”

    이준석, 병역의혹 제기 김용민에 “유튜브 말 듣고?…與 최고 참 민망”

    “검찰 무혐의 처분… 이미 10년 전 끝난 얘기”“병무청서도 아무 문제 없다 했는데”“송영길 협치 하쟀는데 與 최고위원 분이…”김용민 “지원자격 없는 국가사업 참여 의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병역 관련 의혹에 대해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병역 의혹을 제기했다”면서 “병무청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고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분한 이미 10년 전 끝난 이야기인데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협치 논의하고 오자마자 최고위원이란 분이 이런 일을 벌이면 참 민망하다”고 되받아쳤다. “‘졸업생’ 명기 지원해, 휴가·외출처리 정확”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전북 군산형 일자리 방문 및 간담회를 마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2010년 지식경제부의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지원 당시 병무청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문의, 다 확인하고 지원했다”면서 “병무청에서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하고, 강용석 당시 의원의 고발로 검찰에서도 들여다봐서 문제가 없다던 사안”이라며 자신의 의혹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산업기능요원 복무 중 무단결근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고발됐던 사건에 대해 2012년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는 내용의 과거 기사도 SNS에 공유했다. 이 대표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교육장소가 저희 회사(산업기능요원 복무회사)에서 1㎞ 거리로 사장님한테 ‘안드로이드 관련 기술 배우고 오겠다’고 해 승낙받았다”면서 “지원할 때 병무청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졸업생’으로 명기해서 지원해 합격, 연수를 받았고 휴가와 외출 처리도 정확히 했다. 검찰이 그거 수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김 의원이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병역 의혹을 제기했다”면서 “송영길 대표와 협치를 논하고 오자마자 이런 일을 최고위원이라는 분이 벌이면 참 민망하다”고 김 의원을 비판했다.송영길, 이준석에 “합리적 보수 희망”“‘억지로 까기’ 말자 말에 100% 동의” 전날 이 대표가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두 대표는 우선 여야 협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송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해 “합리적 보수의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는 느낌을 줬다”고 극찬하며 “특히 나경원 전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억까’(억지로 까기) 하지 말자는 말에 100% 동의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저도 정치를 하면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본 취지를 악의적으로 해석해 억지로 까는 소모적 정치를 이제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야당이다 보니 여당을 지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지만, 국가 위기 앞에 저희가 ‘억지로 까기’를 한다면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가 뒤따를 것”이라면서 “저희도 그런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에 최대한 여야 간 협치 모델 구축에 방점을 찍고 노력을 경주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김용민 “이준석, 지원자격 안되면서국가사업 허위 지원해 장학금 받아” 앞서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산업기능요원 복무 당시 지원자격이 없는 국가사업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와 관련된 여러 의혹 중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 중 지원자격이 없는 국가사업에 참여했다는 의혹은 합리적 근거가 있어 보인다”며 진실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2010년 당시 지식경제부는 소프트분야 인재육성을 위해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과정 연수생을 선발했다. 해당 선발 공고에는 공고일 현재 대학교·대학원에 재학 중인 사람만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해당 과정은 단계별로 100만~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7년에 이미 대학을 졸업해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 중이었던 이 대표가 여기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지원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 허위 지원해 장학금까지 받았다면 업무방해를 넘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방송인 김어준씨가 대표로 있는 딴지일보의 팟캐스트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팀의 공직선거법 위반 피소 당시 정치전문 변호사로 두각을 드러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대표적 친(親)조국 인사로 분류됐다. 이후 민주당 공천을 받아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美 ‘실용적 외교’에 北 “대화와 대결”로 응답…성김, 오늘 방한

    美 ‘실용적 외교’에 北 “대화와 대결”로 응답…성김, 오늘 방한

    北 ‘강대강·선대선’ 기조 변화 無 한미일 북핵 수석 3자 회담 예고 8월 한미연합훈련 분수령 될 듯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7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분석한 뒤 북한의 입장을 이렇게 제시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김 위원장의 첫 공식적 대미 메시지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의미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북미 간 대화 테이블이 마련되기까지는 한동안 지루한 핑퐁 게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지난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전체적으로 절제된 어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기엔 이르다. 특히 김 위원장이 대미 정책에 있어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언급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외교와 억지를 동시에 이야기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첫 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대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최대한의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한 만큼 여기에 김 위원장도 여기에 상응해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했지만, 어디까지나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입각해 대응을 한 것이다.국내 경제 문제로 당장 대외 문제에 신경쓸 겨를이 없는 김 위원장이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군사적 도발이나 대결 구도를 먼저 만들진 않겠지만, 그 동안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대화의 테이블에 복귀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존중하면서 이를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지만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간 출발선에 대한 시각차와 시간차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번 전원회의 보도에서 드러나진 않았지만, 실제 대화의 판을 준비하게 되면 북한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줄곧 요구해온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문제부터 다시 들고 나올 수 있다. 북한이 얘기하는 적대시 정책으로는 한미연합훈련,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북한 인권문제 비판 등으로 당장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문제부터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한국을 방문해 23일까지 머물며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3자 회의 등을 갖고 대북정책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대화’ 가능성의 메시지가 나온 상황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이번 방한 기간 중 김 특별대표가 내놓을 메시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미 국무부는 “김 특별대표의 방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 우리의 공동 안보와 번영 보호, 공통의 가치 유지, 규칙 기반 질서 강화와 관련해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김정은 “대화·대결에 다 준비돼야…한반도정세 안정 관리 주력”

    김정은 “대화·대결에 다 준비돼야…한반도정세 안정 관리 주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대결 모두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대외 메시지를 내놓았다. 조선중앙방송은 18일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6월 17일에 계속됐다”며 “현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과 우리 당의 대응 방향에 대한 문제를 넷째 의정으로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금 더 확인해야 하겠지만 김 총비서의 입으로 ‘대화’란 단어를 꺼낸 것조차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그는 이어 대외정책적 입장과 원칙을 표명하고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대응하며 조선(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도 마쳤다고 밝혔다. 통신은 “총비서 동지가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방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안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시기 국제정치 무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된 변화들과 혁명의 대외적 환경을 개괄·평가”하고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더욱 높이고 유리한 외부적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을 언급했다. 주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직접 서명한 특별명령서도 발령했다. 김 총비서는 “인민이 바라는 절실한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인 시행조치를 취하려는 것이 이번 전원회의의 핵심 사항”이라며 “여러 차례의 협의회를 통해 직접 료해(파악)한 인민 생활 실태 자료들과 그 개선을 위한 실천적인 대책들”을 밝혔다. 육아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천수만금을 들여서라도 보다 개선된 양육조건을 지어주는 것은 당과 국가의 최중대정책이고 최고의 숙원”이라며 “국가적 부담으로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젖제품(유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공급하는 것을 당의 정책으로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전원회의 첫날인 15일 제시한 6개 의제가 모두 논의됐으며, 관련 결정서도 전원 일치로 채택됐다. 북한은 지난 15일부터 당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날도 “회의는 계속된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이 앞으로도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미국과의 대화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함으로써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김 총비서의 입장은 지난 4월 28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과의 “외교 및 단호한 억지”를 동시에 강조했던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봤다. 정 센터장은 또 김정은이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간주하며 대미 적대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것과도 많이 달라졌다고 진단하고 “북한 핵 프로그램의 동결과 부분적 핵 감축과 대북제재 완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거래하고 북한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과 대북 대화 채널을 갖춘 한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22살 차이 송영길·이준석 “억까 정치하지 말자”

    22살 차이 송영길·이준석 “억까 정치하지 말자”

    李, 수술실·차별금지법 거부“원칙론 공감하나 사회적 합의 부족”민주 “민생 위한 정치 언제 시작되나”정의 “李가 말하는 공정은 빈껍데기”  22살 차이가 나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58)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36) 대표가 17일 첫 공식회동을 갖고 여야정 상설체 등 여야 협치 모델 구축에 노력하기로 했다. 당내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온 두 대표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억까’(억지로 까다) 정치를 지양하자고도 했다.  송 대표는 이날 취임 후 인사차 민주당 대표실을 찾은 이 대표를 맞으며 “합리적 보수의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는 느낌을 줬다”며 “특히 나경원 전 후보와의 토론에서 ‘억까하지 말자는 말’에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국가 위기 앞에서 저희들이 ‘억까’하면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가 뒤따르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아픔을 겪어 봤다”고 화답했다. 송 대표는 “여야정 협의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하겠다는 말씀을 들으며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아주 환영하실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대표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회동을 진행했지만, 이 대표의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문제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두고는 두 당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에서 “차별을 폭넓게 다루자는 원칙론에 공감하지만, 입법 단계에 이르기에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KBS 열린토론’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이미 숙성된 논의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최근 수술실 CCTV 설치 법안 협조를 압박하는 데 대해서도 “대리 수술을 막기 위해 출입구 쪽에 CCTV를 설치하자거나 바이오 인증을 하자는 등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선악 구도로 모는 것은 논의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수술실 CCTV 설치법도 신중론, 차별금지법도 시기상조론…”이라면서 “이준석 대표님, 민생을 위한 정치는 언제 시작됩니까”라고 적었다. 평등법을 대표발의한 같은 당 이상민 의원도 “툭하면 시기상조 운운하는 것은 많이 보아 온 구태”라고 직격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이 대표가 말하는 공정이 ‘차별금지’라는 상식적인 요구조차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 공정은 빈껍데기”라고 했다. 기민도·강병철 기자 key5088@seoul.co.kr
  • [서울광장] ‘내로남불’이 프레임인가/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내로남불’이 프레임인가/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4·7 재보선을 앞두고 입길에 올랐던 뉴스 하나. 중앙선관위가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현수막을 못 쓰게 했다. 내막은 이렇다. 국민의힘이 ‘투표가 위선, 무능, 내로남불을 이깁니다’라는 문구를 현수막에 쓸 수 있는지를 선관위에 물어봤다. 선관위의 답변은 안 된다였다. “특정 정당, 후보자를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라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특정 정당이 어딘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짐작하는 대로다. 국가가 내로남불 정당임을 공식적으로 인증해 줬다는 코미디 같은 비아냥도 나왔다. 야당은 선관위의 편파성도 강하게 비판했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선거가 끝나고 2주 뒤 선관위는 내로남불, 위선 등 특정 정당을 유추할 수 있는 문구도 사용할 수 있게 공직선거법을 고쳐 달라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뒤늦게 야당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선관위 의견대로 선거법이 개정되면 앞으로는 인쇄물 등에서 내로남불 등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지난주 목요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초선 의원 68명의 간담회에서도 내로남불이 화두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성과를 낸 부분도 많이 있는데 내로남불, 위선, 오만 프레임에 갇혀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잘한 점은 자신 있게 내세워 부정적인 프레임이 성과를 덮어 버리는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참석했던 의원들이 메모를 토대로 전한 내용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 대통령의 이 발언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대표적인 친여 성향 신문의 제목도 ‘여당 초선들 만난 문 대통령, “내로남불 프레임 벗어나자”’였다. 그런데 ‘내로남불=프레임’이라는 논거는 대단히 위험하고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 여당은 집권 5년차에도 여전히 잘하고 있는데 야당이나 언론에서 내로남불이라는 프레임에 억지로 끼워 맞춰 흔들어 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발언이 논란을 빚자 청와대도 “대통령은 내로남불 프레임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초선 의원들이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 냈다는 건지 아니면 대통령과 사진 찍느라 정신이 팔려 단체로 중요 발언을 잘못 알아들었다는 건지. 진실을 알고 싶은데 공교롭게 풀기자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비공개로 진행된 행사라 쉽지 않아 보인다. 속기록을 확인해 보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다고 진위가 정확하게 가려질 것 같지도 않다. 어쨌든 내로남불을 프레임이라고 단순히 치부하기에는 국민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내로남불을 직접 목도했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조 전 장관은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서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 적이 없다며 자신과 가족들이 검찰의 ‘선택적 정의’에 의한 억울한 희생양이라는 점도 강변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조 전 장관의 부인은 1심에서 14개 혐의 중 10개가 인정돼 법정 구속됐다. 자녀 입시비리는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조 전 장관도 11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야 최종 유무죄가 확정되겠지만 지금도 다수의 국민, 특히 2030 젊은이들은 조국 사태가 최순실·정유라 사건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권을 앞세워 반칙을 일삼고 공정과 정의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당의 주요 대권 후보들이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이낙연), “가슴이 아리다”(정세균)며 경쟁하듯 조국 편들기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또 다른 내로남불이다. 내로남불은 프레임이 아니라 실재(實在)하는 현상이다. 지난 4년간 끊임없이 반복됐다. ‘재벌 저격수’라던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법 시행 이틀 전 전세금을 14.1%나 올렸다가 불명예스럽게 경질됐다. 민정수석은 직(職)보다 결국 집을 챙겼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외치는 와중에 정작 청와대 대변인은 재개발지역에 거액을 투자해 물의를 빚었다.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때렸던 법무부 차관은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경찰의 도움으로 6개월이나 자리를 지키다가 결국 물러났다. 내 편의 허물은 일단 무조건 덮어 주는 것도 내로남불이다. 내년 3월 9일이 대선이다. 문재인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40대에서 정권 유지보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의견이 앞섰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sskim@seoul.co.kr
  • “막말 리스크” vs “억까 중단해야”...이준석·나경원, 마지막까지 충돌

    “막말 리스크” vs “억까 중단해야”...이준석·나경원, 마지막까지 충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의 마지막 토론회가 진행된 가운데, 이준석·나경원 후보의 정면 충돌이 이어졌다. 지난 9일 밤 KBS 주최 TV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은 80분 동안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날 나 후보는 이 후보의 ‘막말 논란’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나 후보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당대표 시절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설화를 입었다”며 “이 후보의 언변이 자칫 굉장한 리스크가 될까 걱정된다. 언어 사용을 주의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후배 정치인에게 막말 프레임을 씌운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망상은 장애인 비하 표현’이라는 나 후보의 최근 발언을 거론하면서 “젊은 사람들은 이런 것을 ‘억까’(억지로 깐다)라고 한다. 억까를 중단하시는 게 네거티브 논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의 반박에 나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불편해진 적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며 “당 대표의 언어의 무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스스로 조심하라는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이 후보도 물러서지 않고 “나 후보가 원내대표 때 한 말을 반복하지 않겠다. 그것은 나경원 리스크”라고 받아쳤다. 이는 과거 나 후보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당시 ‘달창’ 용어 사용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개입 여부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김 전 위원장에게 경선 개입 자제를 촉구한 나 후보에 대해 “도대체 김 위원장이 경선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확인된 것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나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은 무게가 크다. 그런데 계속 이 후보의 당대표 당선을 예측하고 있다”며 “전당대회 개입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후보자들은 국민권익위에 소속 의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맡길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놨다. 조경태·홍문표 의원은 권익위 조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고, 주호영·이준석 후보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기능을 확대 개편해 조사를 맡기자는 의견을 밝혔다. 나 후보는 당 자체 특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문화마당] 전환점에 선 달/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전환점에 선 달/김이설 소설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피천득) 같은 5월이 지나고 6월이 됐다. 인디언들은 6월을 ‘나뭇잎이 짙어지는 달’,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게 되는 달’, ‘새끼손가락 달’ 그리고 ‘전환점에 선 달’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5월이 끝났으니 한 해의 12분의5를 마친 셈이다. 6월까지 보내면 올해의 반이 끝난다.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거 없이 시간만 이렇게 흘러 버리고 말았다. 그럼 남은 6개월이라도 제대로 잘 보내 보자며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그래서 6월이 ‘전환점에 선 달’이 된 모양이다. 장황하게 서두를 시작한 건 실은 자랑 거리가 있어서다. 지난 5월 중순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매일매일 정확한 시간에 한 시간씩 걷는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일 테지만 나에게는 엄청나게 놀라운 변화이기 때문이다. 원체 운동을 싫어했다. 어렸을 때부터 체육 시간을 제일 싫어했다. 흔하게 하는 피구가, 달리기가, 줄넘기가 싫었다. 농구도, 배드민턴도 싫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그런 내가 운동이라니. 나이가 들수록,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개선하려고 하지 않았다. 작업과 마감을 핑계로 불규칙한 수면 시간과 불성실한 식사를 수정하지 않았다. 간혹 폭음으로 몸을 혹사시키기도 했고, 간단한 스트레칭마저 잘 안 하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마흔이 넘어서부터 체중이 불고, 혈압이 높아진 데다 피에 지방이 잔뜩 들어찼다. 어느 해였던가. 건강검진 결과를 말해 주던 의사에게 “10년 뒤에 아이들에게 엄마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아이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으면 운동하세요”라는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도 나는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 운동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몰랐던 건 아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건강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나 체력이 증진됐다는 일화, 근육이 붙은 유연해진 몸이 자존감을 회복시켰다는 증언 또한 익숙했다. 누가 뭐라든 그건 남의 이야기였다. 세상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고, 그게 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걷기라는 가장 기초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어떤 중요한 계기가 있었거나, 이렇게 나이 들면 안 되겠다는 자각이나, 이러다 곧 죽겠다 싶은 위기감이 들었던 건 아니다. 나쁜 병에 걸린 것도, 어떤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다. 누가 억지로 떠밀지도 않았고, 무슨 미션을 수행하는 것도 아니다. 갑자기, 문득! 5월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동기나 목적도 없다. 그저 간편한 옷에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의 강변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90분 정도 걷고 들어오니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스스로가 좀 대견했다. 그렇게 첫걸음을 떼고, 6월이 된 지금까지 매일 걷기 시작한 지 30여일이 지났다. 비가 심하게 오거나 몸살이 났던 며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내 변화를 반가워하면서도 ‘사람이 변하면’이라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운동이 싫다. 걷는 것이 즐겁거나 신나지도 않다. 몸의 건강한 변화가 나타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올 한 해의 대단한 전환점을 겪는 중이라는 것만큼은 알겠다. 또 아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지. 무엇보다 내 변화를 내가 주도한다는 즐거움을 알겠다. 그 즐거움을 만끽하는 6월이다. 그러니 당신도 당장 운동을 시작하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전환점에 선 달’을 맞아 이제껏 안 하던 일이나 안 해본 일을 해보는 건 어떤가 하는 권유 정도는 하고 싶은 것이다. 계기나 목적이 없어도 가능한 일이니까.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수포자’ 되면 뇌 인지력 떨어져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수포자’ 되면 뇌 인지력 떨어져요

    10여년 전 ‘북유럽 배우기’가 유행이었을 때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의 수학·과학 교육 현장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가진 나라의 수업현장을 한 번 본다고 뭘 알 수 있었겠냐마는 입시를 목표로 한 문제풀이 중심의 한국 수학수업 분위기와는 달랐습니다. 교사는 새로운 개념을 가르칠 때 현실에서는 어떻게 사용되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흥미와 학습동기를 부여하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업 중에 졸거나 딴짓하는 아이들은 볼 수 없었습니다. ●한국 학생 수학 흥미·자신감 최하위권 지난해 말 발표된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 2019’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과목 점수는 최상위권이었지만 흥미도와 자신감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모들만 모를 뿐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 중에서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수학을 안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사회생활 때 별로 써먹을 것 같지도 않은 수학, 진짜로 그냥 포기해 버리면 어떨까요.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웰컴 통합신경이미지연구센터, 러프버러대 수학인지연구센터 공동연구팀도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었나 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동·청소년기에 수학 공부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면 뇌인지기능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합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6월 8일자에 실렸습니다. ●英대학 실험, 수학 중단 → 뇌 활성화 저하 많은 국가들과는 달리 영국을 포함한 일부 나라에서는 학생이 16세에 수학 공부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수학교육의 중단이 뇌인지기능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14~18세 남녀 청소년 133명을 대상으로 ‘H자기공명분광법’으로 좌측중전두회의 ‘가바’라는 신경전달물질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좌측중전두회와 가바는 의사결정과 추론, 문제해결, 학습능력은 물론 뇌 가소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 수학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 15세까지는 수학 성적과 상관없이 아이들의 좌측중전두회 활성 정도와 가바 농도의 편차가 크지 않았지만 16세 이후 수학 공부를 중단한 아이들은 좌측중전두회 활성 정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가바 농도도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억지 공부 도움 안 돼… 추론교육 등 필요 연구팀에 따르면 가바의 양과 좌측중전두회 측정만으로도 인지능력과 무관하게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지 중단했는지를 구분할 수 있었으며 이미 배웠던 학습 내용에 대한 수학시험 점수 변화까지도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수학 공부를 꾸준히 한 학생들은 성적과 상관없이 수학을 중단한 아이들에 비해 뇌 가소성과 문제해결능력 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를 이끈 로이 코언 카도시 옥스퍼드대 교수(인지신경과학)는 “청소년기에 자의든 타의든 수학공부를 중단하는 것은 인생 전체에서 중요한 격차를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카도시 교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면 뇌가 저항하기 때문에 수학 공부를 강제로 시키는 것도 뇌 발달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모든 학생이 수학을 좋아할 수 없는 만큼 수학 공부와 동일한 효과를 갖는 논리, 추론교육 등을 커리큘럼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dmondy@seoul.co.kr
  • “짐승만도 못한, 이게 군대냐!” 육군서도…대대장, 여군 3명 상습 성추행 [이슈픽]

    “짐승만도 못한, 이게 군대냐!” 육군서도…대대장, 여군 3명 상습 성추행 [이슈픽]

    군 “성추행 육군 대대장에 구속영장 청구”성폭력 잇따른 군 기강에 비난 여론 쇄도“어쩌다 군대가 이렇게 부패한 거냐”“뒷북 수습 기가 막혀…가해자 처벌하라”“가담자와 방관자 모두 짐승만도 못해”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육군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드러나 가해자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파악됐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군 부대 내 성폭력 사건에 군 기강이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달 중순 강원도 소재 육군 부대 대대장이 상습적으로 여군 3명에 대해 추행을 한 혐의가 적발돼 9일 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사건 사고를 접수하고 다음날 바로 가해자인 대대장을 출근 정지시키고 보직해임 조치했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곧바로 지침대로 분리시켰다”고 말했다. 이번 육군의 조치는 육군총장 보고에 하루, 영장 청구까지는 3주가 걸렸다.육사 4학년 생도, 후배 수차례 강제추행 4월 성인지 교육과정서 강제추행 사실확인가해자, 군사법원에 기소…육사 퇴교처리 앞서 지난 7일에는 육군사관학교에서 후배를 강제추행한 4학년 남성 생도가 사건 발생 두 달 만인 최근 퇴교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생도는 군사법원에서 민간법원에서 이송돼 재판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육사 측은 지난 4월초 생도 대상 성인지 관련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육사 4학년 생도인 A씨가 후배를 수차례 강제추행한 사실을 인지했다. A씨는 군사경찰·군검찰 수사 결과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기소가 결정됐다. 이에 육사 측은 훈육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의결을 거쳐 일사분란하게 퇴교 처리했다. 군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한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군사경찰 및 군검찰 수사를 실시했고, 피해자에 대한 심리상담 등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취했다”면서 “가해자 퇴교로 사건은 민간법원으로 이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공군 성추행 피해 女중사에 회유·종용총장 보고만 40일, 가해자 청구 90일 상관, 성폭력 신고에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돼?”“살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야”이 중사 남자친구에게도 연락해 조직적 회유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 성추행 사건은 성추행이 이뤄지는 과정도 심각했지만 피해 신고 후 2차 가해 등 후속 조치 과정은 이 중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갈 만큼 처참했다. 피해 부사관이 신고를 했음에도 상관이 피해자에 대한 회유·합의 종용 등으로 처리가 매우 더디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사건은 총장 보고에만 40여일, 가해자 영장 청구까지 90일이나 걸렸다. 충남 서산 소재 공군부대 소속 부사관 이모 중사는 올 3월 선임인 장모 중사에 의해 억지로 저녁 회식에 불려나간 뒤 숙소로 돌아오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이러한 피해사실을 정식으로 상관에게 신고했지만, 오히려 상관들은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며 장 중사와의 합의를 종용하거나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회유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사건 발생 당일부터 상관에게 알렸지만,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즉각적인 피해자 보호 매뉴얼 가동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으며, 같은 군인이던 이 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중사는 지난 18일 청원휴가를 마친 뒤 전속한 15특수임무행단으로 출근했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사는 사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국선변호인을 직접 만나 면담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여성이 노리개냐, 기강 완전 무너져”“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썩은 집단” 온라인커뮤니티를 비롯한 네티즌들은 잇단 군의 성폭력 사건에 경악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한 네티즌은 “군대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냐. 인성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여성을 함부로 해도 군대라서 괜찮을 줄 알았느냐. 여성을 노리개로 생각했느냐. 나라는 안 지키고 성폭력 가해자를 지키는 집단이 군대였느냐”고 비판했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왜 도대체 사람이 죽고 나서야 일처리를 하려고 합니까”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기가 막힌다” “군 부대 내 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 “가해자는 물론 2차 가해자까지 철저히 수사해서 모두 실명 공개하고 제대로 처벌하라” “어쩌다 군대가 켜켜이 부패한 것이냐.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썩은 집단이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는, 그들의 무도한 잔인성에 몸서리가 쳐진다. 그 모든 일에 가담한 자들과 방관한 자들 모두 짐승만도 못하다” 등 댓글로 군을 성토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국회 감사 권한없는 감사원 끌어들인 국민의힘…정치권 “국민 조롱”

    국회 감사 권한없는 감사원 끌어들인 국민의힘…정치권 “국민 조롱”

    국민의힘이 소속 의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여부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권한도 없는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해 정치권이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늉만 하지 말라”며 꼬집었고, 국민의당은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9일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 감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여당만 합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익위 중립 의심”…속내는 ‘개헌저지선’ 걱정전날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결과 소속 의원 12명이 부동산 불법투기 의혹을 받자, 이들에 대해 탈당 권유 및 출당 조치를 천명한 뒤 국민의힘도 전수조사 받을 것을 압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감사원 조사를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행정부에 국한된다. 감사원법 24조는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직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한 표면상 이유는 권익위의 민주당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출신 전현희 전 의원인 만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그러나 조사 결과 민주당에서 12명의 의원이 투기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나왔고, 민주당이 이들 전원에게 탈당 권유 또는 출당 조치를 하는 등 초강수를 두자 ‘진퇴양난’에 갇힌 형국이 됐다.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이 나오면 국민의힘도 민주당에 준하는 수준으로 탈당 권유 또는 출당 조치를 해야 하는데, 소속 의원 102명 중 2명이라도 투기 의혹에 연루돼 의석 수가 줄어들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정치권 “장난치나…국민에 대한 조롱”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되지도 않을 감사원 조사를 의뢰한 것은 사실상 부동산 투기 의혹 검증에 응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삼권분리 원칙상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이 입법·사법부 공무원을 감찰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국민의힘이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김영배 의원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액션 정도를 넘어서 시중에서 하는 말로 ‘장난치나’라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달리 국민의당·정의당 등 비교섭단체 5당은 이날 국민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감사원의) 직무 권한이 뻔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하는 건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이야기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를 위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당장 그 입장을 철회해서 권익위에 함께 조사를 의뢰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정의당은 전날 이동영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받겠다는 건지 못 받겠다는 건지 솔직한 입장을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감사원법상 국회의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사원 조사가 아니면 어떤 조사도 못받겠다고 우기는 꼼수와 억지는 시민들의 화만 돋운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란다”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또한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애초 안 되는 일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몰라서 그런 건가, 알면서도 그런 건가?”라며 “전자라면 무능한 것이고 후자라면 국민들을 우롱하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이준석·나경원·주호영, 권익위 조사 의뢰엔 확답 안해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나름의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권익위 조사 의뢰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엄중한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리 당에도 여당에 뒤지지 않는 도덕적 잣대가 있다”라며 “탈당·제명·당원권 정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재발방지책을 포함해 실효성 있는 투기 의혹 근절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전수조사)에 준하는 형태로 조사해야 한다”라며, 감사원 감사 의뢰의 현실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당선되면 원내지도부와 협의해 현실적 안을 마련하겠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나경원 후보는 “어떤 방법으로 조사할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의원 전수조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며 “최대한 빨리 가장 신뢰받을 기관에 맡기겠다”라고 전했다. 소속 의원의 의혹이 드러날 경우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지위를 이용해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조치 이상도 검토하느냐’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주호영 후보 또한 “야당이 돼놔서 투기할 정보도 없다”라며 “우리 당 의원들은 아무 문제 없다고 보지만, 만에 하나 불법이 드러나면 거기에 따른 엄격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당의 감사원 의뢰에 관한 물음에는 “민주당이 와서 우리 당을 조사해달라”라며 “민주당이 그걸 하지 않겠다면, 전원 외부 인사로 우리 부동산 문제를 자체 조사하겠다”라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글로벌 In&Out] ‘손정민 사건’과 비극장사하는 유튜버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손정민 사건’과 비극장사하는 유튜버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4월 말에 한국 국민 모두가 가슴 아파한 한 아버지의 인터뷰를 보고 울컥했다. 영상 속에 있는 아버지는 얼마 전에 한강에서 죽은 아들의 사망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고 아들이 죽은 이유를 알아내려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하고 있었다. 그 영상으로 한국 국민이 거의 한 달 넘게 손정민군의 사망 사건에 집중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에 대해서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훨씬 담백한 정보들을 통해서 좋은 분석을 하고 있다. 필자는 같은 기자로서 이번 사건과 한국 언론의 관계에 대해서 좀 이야기하고 싶다. 현재 손정민군 사망 사건 수사 관련 영상 중에 적어도 한두 개가 매일 유튜브 트랜드 토픽스, 소위 말하는 일간 인기 영상 명단에 들어가고 있다. 여기서 다행인 것은 트랜드 토픽스에 들어가는 영상들이 주로 기본적인 언론 윤리가 있는 저널리즘으로 제작된 영상들이란 점이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해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의 절반 이상은 기본적인 언론 윤리가 지켜지지 않은 콘텐츠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한 유튜버는 폐쇄회로 TV 영상을 보여 주며 구조대가 손정민군의 시신을 한강에서 구조할 당시 마네킹으로 교체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유튜버는 마약설을 내세운다. 또 이번 사건과 2년 전에 터진 ‘강남 버닝썬 게이트’를 서로 연결시킨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주장부터 시작해 자잘한 가짜뉴스까지 생산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들의 행동은 한마디로 ‘비극 장사’이다. 국민이 집중하는 한 사건에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제작해 시청 조회수를 비도덕적으로 끌어올리는 이 행동은 비극 장사 말고 다른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문제는 이렇게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수많은 영상들의 조회수가 제법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다 그 영상 속에 있는 억지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그리고 그 가짜뉴스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시민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현상이 왜 나올까? 그 질문을 던지면 그 누구라도 똑같은 답변을 할 것이다. “손정민군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심스러운 부분들에 대해 경찰 측에서 속 시원한 답변을 하지 않아 국민이 유튜브에서 답을 찾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답은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답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답은 한국의 전통 언론이 더는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대안 언론으로 유튜브를 택한 것이다. 이 칼럼의 핵심 주제는 손정민군 사건이 아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른 한국 언론의 현황이다. 전통 언론과 대안 언론의 관계이다. 독재국가에서는 대안 언론이 반대 세력에게 조직화할 기회를 주고, 폐쇄 국가에선 대안 언론이 시민에게 외부 세계의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언론의 역할은 국민이 알고 싶어 하거나 알면 유리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이 최근 이 같은 역할을 잘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전통 언론이 좋은 정보가 담긴 뉴스를 생산하지 못하니까 대안 언론이 가짜뉴스를 생산해 유포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물론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시민들의 확증편향이 문제일 수도 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한 줄로 요약하자면, 손정민군의 아버지가 제기한 의혹들은 다 설명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비극 장사를 하는 유튜버들에게 시민들이 속으면 안 된다. 확증편향이 작동하는 한 비극 장사를 하는 유튜버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숫양 없는 농장에서 염소가 훈장님이 된 것이다”라는 터키 속담이 있지만, 그 염소에 속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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