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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문 표절’ 문대성 “의원직 사퇴 안한다… 박사학위 다시 딸것”

    ‘논문 표절’ 문대성 “의원직 사퇴 안한다… 박사학위 다시 딸것”

    논문 표절 논란 끝에 새누리당을 탈당한 문대성(부산 사하갑) 당선자가 29일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문 당선자는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직, 교수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 모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모든 비난이 나한테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만두면 내 가족과 아이들한테 뭐가 되겠느냐.”고 사퇴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박사 학위를 다시 따겠다.”며 명예 회복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표절로 결론 내린 국민대의 결정에 대해서는 “내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논문은 내가 쓴 것이 맞다.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심사 당시 일곱 번이나 재검토를 거쳤고, 논문 때문에 한 학기를 더 수강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논문 표절 심사를 맡았던 한 교수를 언급하며 “자신이 내 논문을 통과시켜 놓고 ‘200% 표절’이라고 하니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죄송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김찬경 최측근 미래저축 상무 자살

    김찬경 최측근 미래저축 상무 자살

    검찰 조사를 받던 미래저축은행 간부가 또 자살했다.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수사를 받던 관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미래저축은행 여신담당 김행신(50·여) 상무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I모텔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25일 밝혔다. 모텔 직원은 이날 낮 12시쯤 체크아웃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확인한 결과, 김 상무가 스카프로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김 상무는 전날 오후 11시 20분쯤 투숙했다. 현장에는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횡령 의심을 받는 게 억울하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몇장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상무가 가족 등 6명에게 전달하려고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찬경(56·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횡령과 관련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은 있었지만 폭로성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김 상무는 지난 5일 합수단에 소환된 이후 지난 24일까지 모두 6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후 2시에도 김찬경 회장이 빼돌린 20억원과 관련,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은 전날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김 상무가 20억원을 보관하고 있다.”는 진술을 토대로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김 상무를 조사한 뒤 “내일(25일) 다시 오겠다.”는 말을 듣고 귀가조치했다. 김 상무는 이후 연락이 끊겼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상무의 자살과 관련, 2~3일 단위로 계속된 검찰 조사에서 결정적인 혐의가 드러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참고인이란 이유로 김 상무를 집으로 돌려보낸 것과 관련, 수사 대상자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적잖다. 김 상무는 앞서 김 회장이 밀항하기 직전 건넸던 10억원을 반환하기 위해 자진해서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 이후 김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했던 제주도의 카지노 소유주라는 의혹과 동생 명의의 대출과 관련해 모두 세 차례 추가 조사를 받았다. 김 상무는 미래저축은행 전신인 대기상호신용금고 시절부터 김 회장과 함께 일해 최측근으로 불렸다. 미래저축은행 제주지점장을 거쳐 여신업무를 총괄, 은행 내 2인자로 꼽혔을 정도다. 조사결과, 김 상무는 지난 9일 시가 8억원짜리 제주도의 고급 주택을 경기도 안양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급하게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합수단 측은 “몇 차례 참고인 조사를 했을 뿐 강압 수사는 전혀 없었다.”면서 “김 회장이 빼돌린 자산을 환수하기 위해 몇 차례 소환 조사했지만 어찌 됐든 자살을 하게 돼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재헌·이영준기자 goseoul@seoul.co.kr
  • 강기갑 “이석기, 고난과 역경 거친점 나와 닮아…당원비대위, 정면도전땐 용납 안할 것”

    강기갑 “이석기, 고난과 역경 거친점 나와 닮아…당원비대위, 정면도전땐 용납 안할 것”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 사퇴 문제와 관련, “아픈 손가락을 제때 잘라 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많은 곳을 잘라 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단은 본인보다 국민인 의사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30일 이전까지 최대한 설득하되 끝내 거부하면 출당 수순을 밟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20일 국회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 비대위가 정한 비례대표 사퇴 시한(21일 오전 10시)이 지났다고 곧바로 이·김 당선자 출당 조치에 착수하기보다는 신·구 당권파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석기 당선자에 대해서는 “고난과 역경을 거친 점은 나와 서로 닮은 데가 많았지만 이번 사건을 판단하는 데는 간극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이 당선자와는 지난 18일 처음 만났다고 했다. →18일 이석기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자와의 독대에선 어떤 얘기들이 오갔나. -이 당선자는 보수언론들이 이번 사건과 무관한 색깔론과 반공 이데올리기를 끄집어내 자신을 비롯한 당선자 몇몇을 조명하면서 문제를 통합진보당으로 확대해 대선에서의 야권연대를 파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물러서면 줄줄이 표적이 될 것이고, 결국은 통합진보당 전체가 표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욕심이 나서 사퇴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정도의 얘기가 있었다. →이석기 당선자를 처음 안 것은 언제인가. -통합 이전에는 몰랐다. 이석기라는 분이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다고 할 때도 그저 ‘내가 모르는 분이 나섰구나.’ 했지 이름도, 얼굴도 몰랐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18일이 처음이었다.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 보니 역경과 고난을 많이 겪었고 부당한 탄압에 맞서는 데 강직함을 지녔다. 서로 닮은 데가 많다고 느꼈는데 이번 사건을 이해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고 해법을 찾는 데는 간극이 상당하더라. →사퇴 시한인 21일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할 건가. -어제(19일) 비대위 워크숍을 했는데 출당은 가혹하다. 선거를 부실 관리한 것은 당인데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당이 10억원의 빚을 졌으면 대표들이 5억원을 갚고 나머지 5억원은 관련된 사람들이 보증을 설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깔끔하게 일치되지 않았다. 21일 결과를 갖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구당권파와 결별해야 당 쇄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들의 정서가 그렇다고 해서 다 따를 수는 없다. (구)당권파 쪽에서는 진상조사가 잘못돼 마녀사냥당하듯 매장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 않나. 혁신이라는 명분을 갖고 그런 희생을 시킬 수는 없다. 자기 신체를 잘라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성찰하고 반성하는 과정에서 문제라고 드러났던 것들만 바꿔 나가는 것이 쇄신이다. 물론 아픈 손가락을 적기에 잘라 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많은 곳을 잘라 내야 할 수도 있다. 진단은 본인보다 의사가 하는 것이다. 의사는 국민이다. →출당 이외의 다른 해법이 있을 수 있나. -양측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절충안이 나오면 된다. 어떤 방식으로 이견이 있는 부분을 설득해 중앙위 결정을 이행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하지만 당원 총투표는 지역 당원을 줄 세우고 편을 가르고 당원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기 때문에 받기 어렵다. 일부 언론에서 제명을 거론하는데, 우리 당에선 출당이 곧 제명이다. →청년비례대표 김재연 당선자는 억울함을 주장하는데. -청년비례대표 경선도 문제가 된 업체 시스템으로 한 것이다. 투표하는 과정에 똑같이 투표 시스템이 고장을 일으켜 소스코드를 열고 들어갔다. 김 당선자가 원한다면 비대위에서 억울함을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 당선자는 사퇴시키고 김 당선자를 살릴 수도 있나. -당선자 사퇴는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위에서 주문한 사안이기 때문에 비대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오늘 구당권파가 ‘당원비대위’를 발족시켰다. -억울하다는 당원들의 의견을 모아 혁신비대위에 반영하려 하는 게 아니라 정면 도전하려 한다면 반당 행위로 용납할 수 없다. 이현정·이범수기자 hjlee@seoul.co.kr
  • “통진당에 마지막 기회 주고 싶었다”

    “통진당에 마지막 기회 주고 싶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전격 철회한 민주노총의 김영훈 위원장은 지지 철회 입장을 발표한 다음 날인 18일 라디오에 잇따라 출현해 신당권파 측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며 이에 반발하고 있는 구당권파를 강하게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YTN 라디오에서 “정말 많은 시민들과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께서 마지막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데 제 손으로 산소호흡기를 떼는 게 이 시점에서 맞는 것인가 고민을 했다. 마지막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면서 조건부 지지 철회 결정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고심을 드러냈다. MBC 라디오에서 그는 “(통진당 내) 유일한 지도체제는 혁신비대위”라면서 “지난 중앙위 폭력 사태는 일부 당원들의 우발적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조직적으로 또 다른 비대위를 만드는 것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일”이라고 밝혔다. 민노총이 신당권파를 중심으로 한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조건부 지지 철회 이후의 향방은 결국 구당권파 측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어 그는 혁신위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구당권파 측의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겨냥해 “억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억울함이 클수록 뒤에 회복되는 명예는 더 클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구당권파 측의 이상규 당선자는 CBS 라디오에서 신당권파의 비례대표 당선자 사퇴 요구 및 출당 검토에 대해 “당이 분당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라고 비판하면서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구들장 깨고온 성철 스님, 사리로 환생한 법정 스님

    구들장 깨고온 성철 스님, 사리로 환생한 법정 스님

    “아니 딱 작품 얘기만 하자니깐.” “그 얘기, 해도 되겠어?” ‘사건’에 대해 물었더니 주변에서는 작가를 말리거나, 작가 눈치를 슬금슬금 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사건이 좀 그렇다. 성희롱이다. 말 한 마디 삐끗하면 ‘무식한 마초’로 몰리기 딱 좋은, 그런 사건이다. 지난 4월 승소 판결문을 받아들었으니 억울함이 풀렸을 법도 한데, 그 와중에 겪었던 생채기가 쉬이 낫질 않는다. 그런 사건이라는 게, 아무리 아니라 해도 세상 사람들 눈엔 그렇고 그런 일로 비치게 마련이다. 억울해도 현실이다. 작가가 억울함과 분노를 터뜨릴까봐 주변에서 뜯어말린다. 그래서인지 이미 유명한 작가임에도 개인전을 여는데 ‘전시추진위원회’까지 구성됐다. 문학평론가 임우기를 위원장으로 명성 스님, 진광 스님, 박문수 신부, 소설가 김성동, 우희종 서울대 교수, 정지영·이창동 영화감독 등의 이름이 위원명단에 빽빽이 들어차 있다. 23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여는 김호석(55) 작가다. 전시제목은 역설적이게도 ‘웃다’로 정했다. “판결이 나기 전이었으니까 3월쯤이었을 거예요. 임우기가 전화를 했더라고요. 술만 마시면 나를 들들 볶던 친구인데 그날은 ‘아무리 속이 끓고 다른 얘기가 하고 싶어도 작가는 오직 작품으로 말하는 거다. 내가 판을 벌여줄 테니 그림 전시를 해라.’고 하더군요. 그 얘기 듣고 주섬주섬 자리를 털고 일어선 겁니다.” 그래 웃자라고 결심한 것이다. “그림이란, 예술이란 그 자체가 아무리 비극적이라도 결국은 웃음과 화해를 말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아무래도 ‘먹’(墨)과 ‘법’(法)이다. 시골선비 인물화인데 모두 머리가 으깨지거나 지워져 있다. 먹칠 당하고 법으로 재단당한 자신의 처지가 투영되어 있다. ‘빛 1·2’에 그려진 선비 역시 눈이 허옇게 변해있고 머리가 깨져 있다. ‘물질’ 연작은 더 하다. 몽골, 시베리아 등을 60여차례 방문해가면서 암각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만난 고비사막의 폭우를 그렸다. “사막에 무슨 비냐 하시겠지만, 1년에 한두 차례는 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이 사막은 모래이니까 빗물이 땅 속에 스며들 것 같은데 실제로는 오히려 막 요동치는 파도처럼 출렁대면서 흘려다녀 장관을 이룹니다. 뜨거운 모래가 차가운 물을 튕겨내고 뱉어내는, 그 장면을 담은 겁니다.” 그의 심정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법하다. 사실 작가는 어진, 그러니까 조선시대 초상화 기법을 고스란히 현대에 되살려내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동양화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화려한 색채와 자유로운 필법을 강조하는 흐름에 역행한 것이다. 오히려 동양화 기법 그 자체에 진득하게 매달리다보니 김구·안창호·여운형·김수한·박경리에서부터 최근에는 노무현·김근태에 이르기까지, 유명 인사들의 초상화로 기억에 남은 그림들 대부분은 이 작가의 작품이라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법정(1932~2010) 스님과 성철(1912~1993) 스님의 초상이다. ‘웃자’라는 전시제목의 결론이자 그의 초상화 철학의 진수가 배어 있어서다. 작가는 초상화를 그릴 때 반드시 그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나눈 뒤 그린다. 사진 보고 그리라 하면 아무리 방귀깨나 낀다는 사람이 부탁해도 거절한다. 이해해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돌아가신 분일 경우 어쩔 수 없이 사진을 보지만, 재료에다 그 사람 고향의 흙을 가져다 섞는다든지 하는 방법을 쓴다. 법정과 성철, 두 스님을 어떻게 그렸을까. “법정스님의 경우, 사리를 곱게 빻아서 그렸습니다. 성철스님은 경남 산청에 있는 생가의 구들장 한 장을 가져다 빻아서 그렸습니다. 제 손으로 그려놓고 제 입으로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그런 방법을 통해 그 분들이 재탄생하시고 또 영원히 사람들 가슴 속에 남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겁니다. 그렇게 그리겠다 했을 때 허락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들처럼 훌훌 털어버리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02)735-993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정희 “이석기만 중복 IP 투표 조사했다”

    이정희 “이석기만 중복 IP 투표 조사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당권파가 8일 비례대표 부정 경선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재검증하는 공청회를 단독으로 강행했다. 당권파 지지자 150여명만이 참석한 ‘반쪽짜리’였다. 조준호 조사위원장 등 비당권파는 “당이 아닌 이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인 만큼 공청회 참석은 부적절하다.”며 참석을 거부했다. 공청회는 오는 12일 중앙위원회를 앞두고 당권파가 대표단 총사퇴를 저지할 명분을 확보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효과가 예상됐다. 예상대로 회의가 시작되고 당권파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75쪽 분량의 진상조사위 보고서 반박 자료도 배포됐다. 이 대표는 진상조사위원회가 동일 인터넷주소(IP)에 대해 당권파인 이석기 당선자에게만 편파적으로 중복 IP 투표를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후보자에 대해 중복투표됐음을 보여 주는 수치를 공개했다. 동일 IP 비율이 가장 높은 후보는 이 당선자가 아닌 나순자(65.3%) 후보였으며 이 당선자는 61.5%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이석기 후보의 억울함을 입증하기 위해 대리투표 가능성을 암시하는 10개 이상 중복 IP 비율도 공개했다. 여기서 나순자 후보는 41.8%였지만, 이석기 당선자는 27.3%에 불과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동일 IP 조사를 하지 않았다. 1위 후보를 특정해서 조사한 것은 유령당원, 대리투표를 찾아내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진상조사위는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조사해야 하고, 비밀투표 원칙을 침해하면서 조사해서는 안 된다.”며 진상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권파가 부정행위에 대한 해명이라고 첨부한 각종 소명서에는 다소 황당한 답변들이 많았다. 김승교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기표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사례’와 관련, “기표 방법을 선관위 회의에서 정확히 논의해 정한 바가 없다. 어떤 기표 도구든 당원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고 밝혀 선거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작으로 의심되는 볼펜 서명 위 사인펜 중복 서명 등에 대해 지역 담당자는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당권파인 김선동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투표용지 절취선을 절묘하게 잘라 계속 넣다 보면 풀이 다시 살아나 붙는 경우가 있다.”고 상식 밖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강주리·이범수기자 jurik@seoul.co.kr
  • 개원 한달 맞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담 2196건… 조정신청은 7건뿐

    개원 한달 맞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담 2196건… 조정신청은 7건뿐

    “어떤 사고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저희 중재원을 통해 조정과 중재가 가능합니다.” 4일 오후 2시 무렵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상담 접수실로 쉴 틈 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대부분 의료 분쟁 당사자들이 조정 절차를 묻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들이다. 이런 전화와 이메일 상담이 개원 한달 만에 하루 평균 80건이나 된다. 지난달 8일 문을 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이 8일로 개원 한달을 맞는다. 중재원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이견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기구로, 지난해 3월 확정된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 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을 근거로 설립됐다. 그동안 의료사고를 둘러싼 환자와 의사의 갈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이전에도 한국소비자보호원 등을 통해 구제받는 방법이 있었지만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가 어려워 대부분 법정 싸움으로 비화하거나 환자에게 불리하게 마무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의료 소송 제기 건수는 2000년 519건에서 2010년 871건으로 늘어났다. 또 1심 기간만 평균 26.3개월에 이르며 변호사 선임에 500만원이 넘게 드는 등 시간과 경제적 부담이 심각했다. 의사나 환자가 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한 뒤 상대방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 조정이 시작된다. 의사, 검사, 민간 단체 추천인 등으로 구성된 의료사고감정단의 감정을 거쳐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손해배상액을 산정해 조정 결정과 중재 판정을 내린다. 조정에 걸리는 시간은 3~4개월이며 조정 신청액에 비례하는 수수료도 2만~16만원 선으로 법률 비용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개원 후 지난 3일까지 중재원에는 2196건의 상담이 쏟아졌다. 그러나 실제로 조정 신청이 접수된 사례는 7건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이원석 접수상담팀장은 “중재원은 4월 8일 이후에 발생한 사건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상담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아직은 절차 등을 묻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중재원이 ‘조정’과 ‘중재’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상담’ 역할에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중재원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을 설득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이미 의료분쟁조정제도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의사들은 특히 피해자가 손해배상금을 받지 못할 경우 각 병원들로부터 징수한 금액으로 대신 지불하게 한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와 분만 중 산모나 신생아 사망 사고에 대해 국가와 병원이 분담해 보상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사고에 책임이 없는 의사들에게도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의료인이 아닌 법조인이 감정단에 참여하는 것, 의사들이 진료 기록의 조사, 열람 등을 거부할 경우 벌금이 부과되는 것 등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추호경 중재원장은 “의협 등의 주장에도 충분히 경청할 만한 내용이 있다.”면서도 “환자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의사에게도 도움이 되는 제도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이석기 “내 사퇴는 전체 당원 손으로 결정”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핵심 인사인 이정희 공동대표와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는 7일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가 주도하는 비당권파의 총사퇴 요구에 맞서 경선부정 진상조사 공개 검증과 당원 총투표를 주장하며 반격에 나섰다. 지난 5일 당 전국운영위가 비당권파의 주도로 ‘대표단 및 비례대표 경선 후보자 총사퇴’, ‘비상대책위 구성’ 등을 결의한 상황에서 오는 12일 열릴 중앙위원회에서 자칫 당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줄곧 의원직 사퇴를 요구받아 온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는 닷새째 침묵을 깨고 보도자료를 통해 사퇴 여부를 묻는 당원 총투표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이 당선자는 “당원이 직접 선출한 후보의 사퇴는 전체 당원의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 당원 총투표를 당 지도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지도부의 공천이 아니라 당원들의 선택으로 비례대표에 출마한 사람”이라며 “당원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권파 지분이 통합진보당의 과반을 넘는 데다 오랜 기간 당원을 관리해온 만큼 당원 총투표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현재 통합진보당의 주요 회의 지분 구성은 구 민주노동당 55%, 국민참여당 30%, 진보신당 탈당파 15%다. 이와 관련,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너 따위의 거취를 결정하느라 전 당원이 투표를 해? 과대망상이다. 그 투표는 또 어떻게 믿느냐.”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이석기,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이냐. 이 공동대표에게 총대를 메게 하고 김재연을 내세워 당권파 애들 동원해 깽판치게 한다.”며 전면에서 수습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비당권파 측은 당권파에 속해 있던 인천·울산 연합이 당권파에 등을 돌림에 따라 당원 총투표를 시행해도 크게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이 공동대표는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 개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국민 앞에 기정사실로 자신 있게 조사 결과를 발표한 만큼 진상조사위가 당원들과 공개토론을 하는데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8일 오후 2시 공청회를 갖자고 주장했다. 유·심 공동대표 사이에 앉은 이 공동대표는 작심한 듯 비당권파와 진상조사위의 주장을 조목 조목 반박했다. 이 공동대표는 “부실의 책임은 제가 온전히 질 것”이라면서도 “진상조사위는 서둘러 부실조사 결과를 발표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날 조사 결과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3년 전 검찰 수사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여론에 자신은 동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이제 노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느냐.”는 네티즌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당원 투표하자” VS “진성당원 검증부터”… 당권 - 비당권 대립

    “당원 투표하자” VS “진성당원 검증부터”… 당권 - 비당권 대립

    통합진보당 비당권파 지도부인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는 비례대표 부정 선거 사태를 ‘정치적 정통성의 위기’로 규정하고 당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이정희 공동대표 등 당권파의 부정 경선 조사 결과의 조직적인 부정을 비판하고, 이 공동대표가 요구한 보고서 검증을 위한 공청회 주장을 일축했다. 유 공동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민주적 의결 절차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민주주의”라며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당권파 지도부는 부정 선거의 근본 원인으로 불투명한 ‘당원 명부’를 지목하며 당원 검증 등 ‘안에서부터의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 공동대표는 회의에서 “진보당의 위기는 단순한 정치적 위기가 아닌 당 내부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정통성의 위기이며 민주주의 기본 규칙을 지키지 않은 데 있다.”며 “직접·비밀 선거의 원칙이 지켜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4~5일 당권파의 전국운영위 회의 봉쇄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데 대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로 정치적 정통성의 위기를 보여준 현상”이라며 “대표단 회의와 운영위, 중앙위원회, 당원 총투표의 과정을 거쳐 갈등을 해결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보당의 당원 명부에 대한 전면적인 검증도 요구했다. 그는 “핵심은 당원 명부에 등재된 모든 사람들이 당권자들인지, 진성당원들인지, 민주주의 기본 규칙에 따라 스스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당원들인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당원 민주주의도 실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원 명부에 대한 신뢰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토대로 한 투표는 정당성이 없다는 인식도 분명히 했다. 이는 12일 당내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중앙위에서 비례대표 후보경선 당선자 14명 전원 사퇴 등 쇄신안 의결에 상관없이 당권파가 당원 총투표 카드를 들고 나온 데 대한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비당권파 지도부는 당원명부 검증 등 선(先)쇄신·후(後)총투표를 제시하고 있다. 심상정 공동대표도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논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상처나 자존심에 상처나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진보 정치의 존폐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당권파가) 결단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분당은 없다.”며 “아프다고 피하지 말고, 부끄럽다고 감추지 말고, 허물을 국민께 드러내고 병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비례대표 사퇴 권고안에 대해 “전국운영위가 생살을 도려내는 결단을 내렸고 이는 우리 모두의 잘못에 대해 스스로 청한 벌”이라며 당권파의 운영위 결정 수용을 촉구했다. 부정 경선 진상조사위원장을 역임했던 조준호 공동대표는 회의를 마치고 나서다 등 뒤에 선 이정희 공동대표가 “부정선거 120곳의 사례를 명확히 밝히라.”며 고성을 지르자 혼잣말로 “유치찬란하구만….”이라고 일축, 메울 수 없는 양측 간 감정의 골을 내보였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업계 1·5위 CEO 붕어빵 추락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업계 1·5위 CEO 붕어빵 추락

    저축은행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의 임석 회장과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은 둘 다 인수·합병(M&A)의 귀재들이다. 임석(50) 회장은 영업정지가 발표되기 전에 금융당국의 평가 잣대가 억울하다는 인터뷰를 해 대량예금인출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았다. 임 회장은 6일 영업정지가 발표되고 나자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억울해서 잠을 못 잔다. 상당히 큰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니 외자유치를 통해 사는 길을 찾아봐야 한다.”며 회생 의지를 보였다. 전남 무안 출신으로 익산의 한 공고를 졸업했다. 그는 ‘금융계의 칭기즈칸’이란 별명답게 1999년 채권 추심업체인 ‘솔로몬신용정보’로 금융사업을 시작, 공격적인 M&A로 골드저축은행, 한마음저축은행, 전북 나라저축은행, 솔로몬투자증권 등을 잇달아 인수해 종합금융그룹을 일구었다. 1987년 평화민주당 외곽 조직에서 활동한 경력을 들어 M&A 과정에서 정치적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에 대해 “정치적 암흑의 시기에 20대 청년으로서 국가를 위해 몇 개월 동안 관심을 둔 것인데 연좌제도 아니고 아직도 시달려야 하느냐.”라며 “국세청 조사도 받았고, 김대중 정부 실세와의 관련설 때문에 금감원 조사도 3~4번 받았지만 나온 게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저돌적인 인수·합병과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솔로몬은 자기자본 잠식 상태에 이르러 결국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한국 M&A 1세대’로 꼽히는 윤현수(59) 한국저축은행 회장도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했다. 윤 회장은 경남 진주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수석으로 입학했다. 산업은행의 행원으로 금융계에 입문했으며 한외종합금융 국제금융부에서 M&A팀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1996년 코미트M&A를 설립해 M&A 시장에 진출했다. 2000년 진흥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현재의 한국저축은행으로 탈바꿈시켰으며 경기저축은행, 진흥저축은행, 영남저축은행까지 지속적으로 계열사를 늘렸다. 2007년에는 한국종합캐피탈, 영남저축은행도 인수했지만 무리한 PF 대출 확장이 자산건전성을 악화시켰다. 윤 회장은 영업정지를 앞두고 경기와 영남 등 계열 저축은행 매각과 함께 외자유치 등을 통한 자본확충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지는 못했다. 특히 영남저축은행은 영업정지 발표 직전인 3일 밤 11시에 급하게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M&A귀재의 성공신화는 영업정지로 막을 내렸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저축銀 사전인출·부실대출·정관계로비… 檢 세갈래 수사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 저축銀 사전인출·부실대출·정관계로비… 檢 세갈래 수사

    솔로몬·한국·미래·한주 등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불법·부실 대출 과정에서의 비리, 사업 확장·퇴출 무마 과정에서의 정·관계 로비, 은행 내부 정보를 활용한 영업정지 전 사전 인출 등 크게 세 갈래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저축은행, 제일저축은행 등 지난해 초부터 1년 넘게 진행해 온 저축은행 수사로 ‘노하우’를 터득했고, 이들 4개 저축은행도 기존 저축은행처럼 ‘비리종합세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6일 “금융위원회 산하 경영평가위원회의 저축은행 심사 자료 등을 토대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법·부실 대출 규모 등을 파악하고, 내부 공모를 통한 사전 인출, 사업 확장 및 퇴출 과정에서의 정·관계 로비 등도 절차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수사 계획을 밝혔다. 솔로몬저축은행(1위), 한국저축은행(5위), 미래저축은행(7위) 등 업계 상위 업체들이 수사선상에 오른 데다 이들 은행의 자산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해 불법·부실 대출과 정·관계 로비 규모도 기존 저축은행 사건을 능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 직원 등을 통해 영업정지 사실을 사전에 인지, 예금을 인출한 고객과 대주주, 임직원 등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때처럼 우량 고객, 대주주, 임직원 등이 가·차명으로 통장을 개설한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 샅샅이 조사할 방침이다. 불법·부실 대출 규모뿐 아니라 인수·합병(M&A) 등 사업 확장 과정에서의 비리 전모가 밝혀질지도 관심거리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부산·호남솔로몬저축은행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 실세들이 뒤를 봐줬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도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등 사업확장에 주력했다. 검찰 수사의 ‘키포인트’는 이들 저축은행 오너들의 횡령(비자금) 규모와 용처다. 횡령액과 용처를 수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세 확장과 퇴출 저지 과정에서의 정·관계 로비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대주주와 경영진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초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에도 함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검찰에 축적된 정보가 많다는 의미다. “상갓집에 가면 반드시 임석이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임 회장은 금융계와 정·관계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임 회장은 퇴출 위기에 처하자 “부산솔로몬저축은행과 호남솔로몬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등 금융 당국이 시키는 건 다 했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융권 사건의 경우 대부분 감독 당국 관계자들이 연루돼 있었던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부실 저축은행들의 뒤를 봐준 금융권 및 정·관계 인사들이 드러날 개연성이 높다. 김찬경 회장의 밀항 및 불법인출 관련 수사도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이 회사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있어 얼마를 빼돌렸는지, 빼돌린 돈을 누가 사용했고 누가 갖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훈·이민영기자 hunnam@seoul.co.kr
  • 손연재, 위기관리 잘하네…곤봉 실수에도 리본 3위

    손연재, 위기관리 잘하네…곤봉 실수에도 리본 3위

    분명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곤봉을 두 번이나 놓치며 24.900점을 받은 직후였다. 예선 점수(27.750점)에 한참을 뒤진 초라한 점수. 순위도 7위로 결선에 오른 8명 중 겨우 꼴찌를 면했다. 억울함과 속상함에 끝내 눈물을 떨궜다. 결선 마지막 종목은 리본. 소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미소로 약 1분30초의 연기를 끝냈고 이번엔 활짝 웃었다. 목에는 반짝이는 동메달까지 걸었다. 마냥 착하게 생겼지만 지독한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손연재(18·세종고)가 또 결실을 맺었다. 손연재는 5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에서 리본 결선에서 27.300점을 기록, 가나 리자티노바(우크라이나)와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지난 러시아 펜자월드컵시리즈의 후프 동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메달. 후프(27.700점·4위)는 아깝게 메달을 놓쳤고, 곤봉(24.900점·7위)은 실수가 나왔다. 개인종합은 7위(109.800점)를 꿰찼다. 소피아월드컵은 국제체조연맹(FIG)이 주관하는 월드컵시리즈 중 유일한 A급 대회다. 지난 세계선수권 18위 이내 선수만 출전할 수 있을 정도로 문이 좁다. 손연재는 지난해 몽펠리에 세계선수권에서 11위에 오르며 처음 부름받았다. ‘러시아 3총사’ 에브게니아 카나에바(1위)·다리아 콘다코바(2위)·다리아 드미트리에바(3위)를 비롯, 실비아 미테바(불가리아)·조안나 미트로즈(폴란드) 등이 모두 출동한 ‘올림픽 전초전’에서 거둔 성적이라 더욱 놀랍다. 곤봉 실수에 위축되기 쉬운데도 손연재는 놀라운 집중력과 위기관리 능력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울었던 게 스스로도 머쓱했던지 트위터(@yeonjae0528)에 ‘울다웃기ㅋㅋㅋㅋ더 열심히 할게요♥’라고 애교섞인 글을 올렸다. 옐레나 리표르도바(러시아) 전담 코치는 “월드컵시리즈 카테고리A에서 개인종합 7위를 하고 종목별 결선에서 메달을 딴 건 대단한 일이다. 이렇게만 성장한다면 런던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통합진보당 갈등 최악] 계파갈등만 재확인 참담한 진보… 결국 ‘파국의 길’ 걷나

    [통합진보당 갈등 최악] 계파갈등만 재확인 참담한 진보… 결국 ‘파국의 길’ 걷나

    4일 오후 국회 도서관 지하 소회의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는 진보정당이 처한 참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공동대표단으로 단상에 나란히 앉은 이정희·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저마다 다른 소리를 쏟아냈다. 4·11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 사건을 보고하고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당권파인 이 공동대표와 나머지 세 명의 비당권파 공동대표는 서로의 면전에서 거칠 것 없는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 공동대표는 사퇴를 거부하며 비당권파를 공격했고 그가 말하는 동안 유·심 두 대표의 얼굴은 낙담한 듯 일그러졌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유 공동대표는 “민주주의 일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난 선거였다.”고 개탄했으며 심 공동대표는 “얘기를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하다.”고 한숨 지었다. 경선 부정 진상조사위원장인 조 공동대표는 “정파의 이해를 떠나 조사한 것”이라며 이 공동대표의 주장을 치받았다. 국민적 충격을 안겨준 선거 부정 앞에서조차 골 깊은 당내 계파 갈등으로 인해 통합진보당은 이날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통합 넉 달 만에 돌아올 수 없는 분열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4일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즉각 총사퇴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공동대표는 오후 3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 개의와 함께 시작된 모두 발언에서 “책임져야 할 현실을 피하지 않겠으며 6·3 당직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오는 12일 향후 정치 일정이 확정될 중앙위가 끝나는 즉시 내게 주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를 중심으로 짜일 당권 구도는 이제 없다.”면서 “나를 내려놓고 호소한다. 지도부 즉각 총사퇴는 옳지 못하다. 또 비대위는 장기간 당을 표류시킬 옳지 못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동대표는 “참담하고 죄송하다.”면서도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하지 않았다.”면서 “부풀리기식 결론은 모든 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보고서에 명시된 당원들은 조사위로부터 아무런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전혀 소명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부정의 당사자로 내몰렸다.”면서 “특정 IP를 추적해서 유령당원으로 몰아세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위는 진실을 밝힐 의무만 있지 당원들을 모함하고 모욕을 줄 권한은 없다.”며 “당원의 명예를 헌신짝 취급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자신을 당권파의 ‘얼굴마담’으로 압박하는 데 대한 억울함도 토로했다. 이 공동대표는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당권파와 함께 철수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내 삶을 모두 걸고 말하겠다. 민주노동당에 어려운 시기에 제 발로 들어가 한 파의 수장으로 당 대표를 맡지 않았다. 국민의 편에서 함께 땀흘렸다.”고 항변했다. 이 공동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발표문을 읽는 동안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이 공동대표가 진상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마치는 순간 장내에서는 당권파 인사들로 추정되는 참석자 다수의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그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를 비롯한 비당권파는 이 공동대표·당권파의 2선 퇴진을 위해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통합진보당 안에 내재해 있던 계파 간 갈등 구도가 이날을 고비로 최악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현정·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파이시티 로비 파문] 권재진까지 거론… 사정당국·금융권 핵심 연루 의혹

    [파이시티 로비 파문] 권재진까지 거론… 사정당국·금융권 핵심 연루 의혹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의 직접적인 로비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다. 이 전 대표는 이들을 통해 권재진(59) 법무부 장관과 권혁세(56) 금융감독원장 등 현 정권 요직 인사들에게 자신의 현안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이 건설브로커 이동율(61·구속)씨를 통해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거액을 챙기면서 시작한 이번 사건에 사정 당국과 금융 당국의 핵심 관계자까지 등장했다는 점에서 초대형 ‘권력형 게이트’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전·현직 서울시 간부들의 이름도 흘러나온다. 검찰과 파이시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전 대표는 2004~2008년 우리은행 등에서 1조 40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2010년 1월 대출금 가운데 34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조사를 받았고, 같은 해 1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대표는 구속 한 달여 전인 같은 해 10월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최 전 위원장을 만나 경찰 수사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곧바로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 들를 수 있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회의 때문에 어렵다.”는 권 수석의 대답에 최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 사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뒤 “잘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업자의 청탁을 듣자마자 즉석에서 청와대 사정기관 책임자에게 선처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과거 민정수석 당시 일을 지금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지켜보면 된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 전 대표가 한 달 뒤 구속된 만큼 구명 로비가 실패했을 수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에는 최 전 위원장을 통해 금융감독원에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23일 방통위원장실로 직접 찾아가 “채권 은행의 지분 요구 압박이 있으니 막아 달라.”고 부탁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사무실 전화를 이용해 권혁세 금감원장에게 “파이시티에서 금감원에 낸 민원이 있으니 신중하게 잘 처리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같은 해 11월 14일 금감원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3곳에 인터넷 민원을 통해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불법적으로 파이시티 개발 사업권을 빼앗아 가려 하니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권 원장은 “(최 전 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은 있다.”면서도 “이후 실무라인을 통해 알아보니 이미 처리가 끝나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 권 원장은 같은 해 12월 15일 담당 부서의 공식 보고를 받았으며, 해당 보고서에는 “금감원이 법원의 회생절차 중인 사안에 대해 관여하기 곤란하다.”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차관을 움직인 사실도 확인됐다. 브로커 이씨도 “박 전 차관을 여러 차례 만나 인허가 로비 청탁을 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바 있다. 박 전 차관은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핵심 측근이던 강철원(당시 홍보기획관)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게 파이시티 진척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전화했고, 강 전 실장이 그 문제를 알아보고 다닌 일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중국통신] 가짜 담배 팔았다며 가게 주인 살해한 대륙男

    가짜 담배를 팔았다는 이유로 담배 가게 주인이 백주대낮에 대로변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윈난왕(雲南網) 24일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20대 청년으로, 최근 쿤밍(昆明)시 둥펑둥(東風東)로에 위치한 다진모페이(大金摩配) 물류센터 부근에서 담배 가게를 열었다. 가게 문을 연지 1달도 채 되지 않아 단골 고객이 다수 생겼을 정도로 성실하고 친절했던 피해자였다. 그러나 23일 오전 11시 경 20대 후반의 남성 3명이 가게로 진입했고, 이들은 “가짜 담배를 팔았다.”며 피해자를 위협했다. 가짜 담배가 있을리 없다는 피해자와 3명의 남성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 때 남성 중 두 명은 가게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 사람은 가게에 남아 전화를 하면서 피해자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고 목격자들은 진술했다. 잠시 후 두 명의 남성은 칼을 든 청년 7~8명과 함께 나타나 피해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피해자는 무섭게 달려드는 남성들을 보며 상황의 위급함을 직감하고 곧 도망을 갔다. 피해자는 그러나 가게에서 400여m 떨어진 곳에서 붙잡힌 뒤 가해자들이 휘두른 칼에 수차례 찔리며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한편 피자국이 흥건한 사고 현장에 도착한 피해자의 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오열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담배 제조 회사에서 물건을 공급받아 가짜가 섞일 리가 없다. 괜한 트집을 잡아 아들을 해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기자 agatha_hong@aol.com
  • [2012 런던올림픽 D-100] 1948년 런던올림픽 역도 동메달 김성집 옹 3가지 추억

    [2012 런던올림픽 D-100] 1948년 런던올림픽 역도 동메달 김성집 옹 3가지 추억

    한국과 런던올림픽의 인연은 꽤나 특별하다. 일장기를 달고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한국이 ‘KOREA’라는 호칭으로 올림픽에 처음 나선 것이 1948년 런던대회였다. 한국의 첫 올림픽 메달도 런던에서 나왔다. 우리 올림픽의 ‘살아있는 역사’ 김성집(93·대한체육회 고문)옹이 역도 미들급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김옹은 런던올림픽을 100일 앞두고 64년 전의 기억을 너무도 또렷이 갖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하다며 만남을 극구 사양했지만, 후배들에 조언을 건네는 목소리에는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차고 넘쳤다. [1] KOREA로 첫 출전 감격…선수단 67명 개막식날 눈물 64년 전 런던에서 김옹은 내내 찡했고 짠했다. “36년의 식민지를 끝내고 우리 국호와 국기를 세우고 올림픽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선수로, 임원으로 무려 11차례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서울올림픽과 더불어 런던올림픽이 가장 감격적이었다고. 당시 한국선수단 67명(임원 15명, 선수 52명)은 기수 손기정을 따라 입장했다. 엠파이어 스타디움을 걸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출국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한 장에 100원이었던 올림픽후원권(복권)이 100만장이나 팔렸고 수익금이 8만 달러에 이르렀다. 시민환송식에 수만 명이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고, 헌법 제정으로 여념 없던 초대 국회도 선수단에 격려 메시지를 건넸다. 실수(!)로 겨울용 양복지로 만든 단복이 제공됐지만 선수들은 땀범벅을 하고도 그저 싱글벙글이었다. 개막을 하루 앞둔 1948년 7월 28일, 미주 항일민족지 ‘국민보’를 보면 당시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역사적이요, 초민족적인 평화의 싸움터인 국제올림픽대회에 반만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빛나는 태극기를 가슴에 붙이고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어깨를 가지런히 하여 승부를 다투기로 되었음은 참으로 조선 체육사상에 특필대서할 만하다.” [2] 배·비행기 갈아타고 스무날 걸려 런던 도착…대단한 일 한다는 사명감 벅차 런던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교통편도 불편했고 돈도 넉넉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출발해 하카타-요코하마(이상 일본)~상하이(중국)~홍콩까지는 배를 탔다. 홍콩에서 비행기를 탔지만 그것도 고생길이었다. 방콕(태국)~콜카타~뭄바이(이상 인도)~카이로(이집트)~암스테르담(네덜란드)을 찍고서야 런던에 도착, 무려 스무 날이 걸렸다. 김옹은 “이국의 풍경을 구경하느라 지루한 줄 몰랐다. 오히려 대단한 일을 하러 간다는 사명감과 도전의식이 커졌다.”고 돌아봤다. 사실 김옹은 그보다 12년 앞서 올림픽 무대를 밟을 기회가 있었다. 조선 대표로 뽑힌 김옹은 일본에서 열린 ‘베를린올림픽 파견 예선대회’에 나갔다. ‘조선이 낳은 소년역사’란 별명으로 불린 18세 소년은 무거운 중량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지만 조선인에게 지는 게 싫었던 일본인들은 ‘김성집은 만 18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이므로 출전할 수 없다.’는 잔꾀를 냈다. 번외경기에 나서 317.5㎏을 들었지만 262.5㎏을 든 다른 선수가 우승했다. 억울함을 풀고 싶었던 1940년과 44년 올림픽은 2차 세계대전 탓에 무산됐다. [3] 우릴 괴롭힌 일본인과 첫 올림픽 기뻐하던 우리 국민이 함께 떠올라 동메달 확정 짓고 펑펑 울어 김옹은 “1948년 런던올림픽 때는 이미 서른 살이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독하게 훈련했다.”고 했다. 역기를 들었다 놓는 소리가 종일 끊이지 않아 동네에선 ‘덜거덕’으로 불렸다고. 1948년 국내 올림픽선발전에서 용상 세계신기록(145㎏)으로 우승한 김옹은 결국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 그토록 기대하던 꿈의 무대. 김옹은 “썩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컨디션이었다. 같이 나간 56㎏급 이규혁과 60㎏급 남수일이 모두 4위에 그쳐 어깨가 무거웠다.”고 했다. 현지 훈련 중 허리를 삐끗했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했다. 주특기인 추상(클린 자세에서 발 구르지 않고 바벨을 들어올리는 것·현재는 폐지)에서 122.5㎏을 들어올리며 올림픽 기록을 새로 썼다. 그러나 인상은 112.5㎏, 용상은 145㎏으로 두드러진 기록을 내지 못했다. 이집트의 엘 투니와 380㎏ 동률이 됐고, 김옹의 몸무게가 1.92㎏ 가벼워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옹은 “올림픽을 막았던 일본인의 얼굴이, 태극기를 들고 환송하던 시민들이 떠올라 한참을 울었다.”고 회상했다. 이튿날 주경기장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한국선수단 모두가 참석해 들뜬 환호를 보냈다. 그는 “시상대에 서서 훗날 후배들이 여기서 애국가를 울릴 날이 오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게 벌써 64년 전이네.”라고 했다. 김옹은 런던에 함께 가자는 대한체육회의 제안을 사양했다. 불편해진 다리 탓이다. “마음 같아선 태릉선수촌도 가고 싶고, 런던도 가고 싶지만 나이가 드니 별 수 없다.”고 웃으며 “런던 하늘에 내가 울리지 못한 애국가가 울려퍼지길 기원하겠다.”고 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女탤런트와 선거유세 같이 다니더니 결국…

    女탤런트와 선거유세 같이 다니더니 결국…

    선거는 항상 사연을 낳고 드라마를 만든다. 새누리당의 예상밖 완승으로 끝난 지난 11일 4·11 총선의 화제의 당선자들을 살펴본다. [서울 광진갑 김한길(민주통합)] 국회·청와대·정부 요직 경험…4년만에 컴백 민주통합당 김한길 후보가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정송학 후보를 꺾고 광진갑에서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배우 최명길씨의 남편이기도 한 김 후보는 선거 막바지에는 배우 황신혜, 손창민, 정찬 등과 함께 총력전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김 후보는 금품수수 혐의로 공천 철회된 전혜숙 의원 대신 출마하는 바람에 다른 후보들에 비해 뒤늦게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공천 탈락에 반발한 전 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김 후보에게 “통 큰 양보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잡음도 있었지만 결국 김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김 후보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내고, 문화관광부 장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중도통합민주당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어 15대, 16대 비례대표 의원을 거쳐 17대 구로을 국회의원을 지냈다. [서울 도봉갑 인재근(민주통합)] ‘김근태 부인’서 ‘의원 인재근’ 위상 굳혀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인 민주통합당 인재근 당선자는 새누리당 유경희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뒤 끝내 눈물을 보였다. ‘김근태의 비밀병기’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압도적인 표를 확보하며 ‘국회의원 인재근’으로 위상을 굳혔다. “김 고문이 가장 기뻐할 것 같다.”는 주변의 축하를 받고서는 “하늘에 계신 남편에게 감사하고, 사랑하고…”라고 답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도봉갑은 김 고문이 15~17대 국회위원을 지냈던 지역구인 동시에 인 당선자와도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김 고문 생전 바쁜 남편을 대신해 부지런히 지역구를 챙겨 ‘김근태 바깥사람’으로 민심을 얻었다. 인천 출신인 인 당선자는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민주화운동실천가족협의회(민가협) 등에서 활동했다. 김 고문과 함께 1987년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공동수상하는 등 민주화 운동의 중심이 됐다. 도봉갑 지역 민주당원들은 전략공천이 있기 전, 인 당선자의 출마를 요구하며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인 당선자는 김 전 고문 49재를 지낸 뒤 마음을 추스른 뒤 총선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노원갑 이노근(새누리)] “말꾼 대신 일꾼” 34년 관료 출신… ‘나꼼수’ 눌렀다 ‘막말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서울 노원갑에서 팟캐스트 ‘나는꼼수다’ 멤버인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한 이노근 새누리당 당선자는 34년간 공직 생활을 해 온 관료 출신이다. 행정고시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노원구청장을 지내며 지역 주민들 사이에는 인지도가 높았다. 특히 서울시 문화·주택기획과장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종로·금천·중랑 부구청장, 종로구청장 권한대행 등을 거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해 화제를 모았다. 실제 이 당선자는 노원구청장 재직 시절 시각장애인용 음성 내비게이션 사업 등을 직접 추진하기도 했다. 선거 당시 민주통합당에서 정봉주 전 의원을 대신해 김 후보를 투입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김 후보에게 쏠리자 여론조사에서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김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말꾼 대신 일꾼’이라는 선거 구호를 내걸었던 것도 이번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 당선자는 “공직 생활을 하며 단 한 차례도 징계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도덕성 우위의 경쟁력을 홍보해 왔다. [성남 분당을 전하진(새누리)] ‘벤처신화’·‘스타CEO’… 여의도 입성 ‘벤처신화’, ‘스타CEO’, ‘인터넷 마케팅 전도사’ 등 갖가지 수식어구가 따라 붙는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여의도행 티켓도 거머쥐었다. 성남 분당을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전 당선자는 민주통합당 김병욱 후보를 여유 있는 표차로 눌렀다. 전 당선자는 당초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특보를 지낸 김 후보와 불꽃 튀는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분당을이 서울 강남벨트 다음으로 여당 안방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손 고문이 지난해 4·27 재·보선에서 당선된 뒤 야당 기세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전 당선자는 또 선거 막판 대학원생의 명의를 불법적으로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악재를 겪었다. 전 당선자는 ‘아래아한글’ 워드프로세서로 유명한 한컴이 부도 위기로 알짜 프로그램을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헐값에 넘길 뻔했던 1998년 한글지키기 운동본부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대표이사로 추대됐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웠던 벤처회사를 아내에게 맡기고 귀국, 한글지키기 캠페인을 진행하며 한컴 이미지를 개선했다. [서울 중구 정호준(민주통합)] 헌정 사상 첫 3대째 의원 가문 영예 19대 서울 중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정호준 후보가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를 4% 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로써 정치 명문가 출신들의 대결에서 정 후보가 승리를 거두게 됐다. 중구는 여야의 4·11 총선 공천 후에는 정치 명문가 2, 3세 출신들의 대결로 이목을 끌었던 지역이다. 부친 정대철 전 의원이 5선을 한 지역구에 출마한 정 후보는 선거 초반엔 부친의 후광 및 세습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정 후보는 이에 대해 “2004년, 2008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고 공천과 경선을 통해 주민 선택을 받은 것”이라며 “오히려 그것(세습)보다는 전략공천으로 온 낙하산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많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올해 41살로 나이는 젊지만 선거 경력은 나이에 비해 풍부한 편이다. 정 후보는 15,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부친을 도와 선거를 도왔고 이후 여러 선거들에 직접 참여하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2010년 3월부터는 민주당 중구 지역위원장으로 일을 시작해 지방자치 선거를 치렀고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도와 선거 승리에 일조했다. 정 후보의 조부는 8선 의원을 지낸 고 정일형 박사여서 이번 당선으로 정 후보의 집안은 헌정 사상 첫 3대째 국회의원을 지내는 가문이 됐다. 정치부·사회부 종합 event@seoul.co.kr
  • [영화프리뷰] ‘멋진 악몽’

    [영화프리뷰] ‘멋진 악몽’

    툭하면 늦잠에 지각, 실수투성이 변호사 에미는 법정에서 백전백패한다. 의기소침한 에미에게 상사는 마지막 기회를 준다. 부인을 죽인 혐의의 중년 남성을 변호하라는 것. 문제는 피의자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게 대략 난감이라는 점이다. 사건 발생 당시 피의자는 외딴 산속 여관에서 전국시대 유령 무사에게 가위 눌렸다고 주장한다. 에미는 알리바이를 입증하려고 찾아간 여관에서 400여년 전에 숨진 유령 로쿠베를 만난다. 배신자로 몰려 참수형을 당한 로쿠베에게 피의자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설득한다. 우여곡절 끝에 유령 증인을 내세운 초유의 재판이 시작되지만, 유령은 몇몇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지라 논란은 점점 커진다. ‘멋진 악몽’(원제: ステキな金縛り)은 코믹 법정드라마를 표방한다. 법정드라마가 흥행과 거리가 먼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상황(한국에서도 올초 ‘부러진 화살’ 이전의 법정영화는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웰컴 미스터맥도날드’(1997) ‘더 우초우텐 호텔’(2005) ‘매직아워’(2008) 등 일본 연극·영화계에서 웃음의 연금술사로 통하는 미타니 고키 감독은 “내 영화들이 다소 연극적이기 때문에 법정이란 곳이 잘 맞을 것 같았다. 배심원 재판이 생기면서 검사와 변호사가 겨루고, 그것을 배심원이 관객으로 보고 있다는 구도가 이전보다 더 영화적으로 정립됐기 때문에 반드시 법정물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며 덤벼들었다. 2시간 22분의 상영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공들여 설계된 캐릭터와 명배우들의 ‘오버’하지 않는 연기 덕이다. 감독의 전작 ‘매직아워’에 함께 출연, ‘미타니 군단’으로도 불리는 후카쓰 에리(에미 역)와 니시다 도시유키(유령무사 로쿠베 역)의 연기궁합은 인상적이다(둘이 함께 부른 주제곡 ‘원스 인 어 블루문’도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특히 ‘춤추는 대수사선’ ‘악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후카쓰는 39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어리바리하면서도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살려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올스타급 조연진도 흥미롭다. 객석을 웃음바다로 물들인 또 하나의 축인 니시다는 물론, 에미의 상사로 등장하는 드라마 ‘트릭’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인공 아베 히로시, 일본과 할리우드를 종횡무진하는 아사노 다다노부 등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일본 코미디 특유의 슬랩스틱이나 억지웃음(혹은 설정)을 걷어낸 것도 흥미롭다. 일본에선 큰 성공을 거둔 ‘춤추는 대수사선’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 등이 국내에선 기대에 못 미쳤던 점을 떠올리면 현명한 선택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개봉 당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머니볼’ ‘신들의 전쟁’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따돌리고 약 4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19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행정심판제도

    [테마로 본 공직사회] 행정심판제도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군인의 유족이 사망 보상금으로 단돈 5000원을 지급받게 된 기막힌 사연이 지난해 10월 세간에 화제가 됐다. 전쟁 당시 사병의 사망 급여금이 5만환이었던 만큼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액수로 지급한다는 것이 국가보훈처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달여 뒤 국방부는 전사자들에 대한 보상금 지급 기준을 전격 변경했다. 금값과 공무원 보수 인상률 등을 적용해 누가 봐도 타당하다고 생각하도록 보상금을 현실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수십년간 꿈쩍하지 않던 정부를 움직인 원동력은 다름 아닌 ‘행정심판’이었다. 전사자의 유족이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이에 행심위가 보훈처의 지급기준이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소리 없이 묻힐 뻔한 부당 행정이 행정심판을 거치면서 기대 밖의 합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성과였다. 행정심판은 한마디로 국가의 부당한 행정처분을 받은 사람이 구제받을 수 있는 장치다. 보통 사람들에게 행정처분은 그저 억울해도 참아야 하는 난공불락의 성에 가깝다. 그러나 이 제도는 불합리한 행정처분으로 겪는 억울함을 푸는 열쇠가 된다. 실제로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생활 속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억울하게 영업정지 및 인허가 처분을 받았거나 심지어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음주운전을 하게 돼 면허가 정지·취소된 경우까지도 심판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행정심판이 무료 법률 구제 장치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면서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일반 행정소송보다는 처리 기간도 훨씬 빠른 데다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과가 있어 침해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요긴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권익위 이관 후 10만여건 처리 행심위가 권익위 소속 기관으로 통합·출범한 것은 현 정부 출범으로 정부조직이 개편됐던 2008년 2월. 그 이전까지는 국무총리실 소속이었다. 권익위 소속이면서도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라는 명칭을 쓰다 2010년 7월 행정심판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의 중앙행심위로 바뀌었다. 권익위로 소속이 옮겨진 2008년 이후 지금까지 4년 동안 처리된 행정심판 사건은 10만건을 넘어섰다. 심판청구를 통해 구제된 건수도 근년 들어서는 꾸준히 늘고 있다. 출범 이전인 2007년 3720건이었던 구제 건수는 지난해의 경우 4840건으로 4년 만에 30% 이상 증가했다. 출범 이후 4년간 구제받은 청구는 모두 1만 7000여건에 이른다. 행정심판총괄과 임규홍 과장은 “행정심판을 거쳐 재결이 내려지면 해당 행정기관은 의무적으로 결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고 효율적인 구제 수단”이라면서 “운전면허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생계형 사건에 대한 구제가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만 5500여건이나 된다.”고 말했다. 근년 들어 청구 건수가 증가하는 주요인으로는 꾸준한 제도 보완 작업 등이 꼽힌다. ●임시청구제도로 청구인 지위 보호 심판 과정에서 청구인의 지위를 보호하는 ‘임시처분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임시처분제도는 청구인에게 생길지도 모르는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해 말 그대로 임시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장치다. 예컨대 국가시험 응시자가 자격 미달을 이유로 원서 접수를 거부당해 행정심판을 청구한 경우 행정심판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임시로 응시 자격이 주어져 시험을 치를 수가 있다. 그러나 행정심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가 행심위의 재결을 따르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점은 문제다. 재결을 따르지 않는 행정청에 대해 지연된 기간만큼을 청구인에게 금액으로 보상하게 하는 ‘지체배상금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남철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재결 이행명령을 따르지 않는다고 재결청이 직접 해당 처분을 할 경우 지자체 등의 자치권 침해 논란이 야기될 수 있어 대개 이를 피하는 까닭에 국민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일종의 간접처분인 지체배상금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행심위 구성원 전문성 강화해야 행심위 구성원들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제언도 잇따른다. 현재 행심위의 소속 상임위원은 4명 안팎에 불과해 비상임위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비상임위원들의 역할은 한계가 있으므로 상임위원의 수를 더 늘려 분야별 주심위원을 두는 등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상임위원의 경우 변호사, 학자, 전직 공무원 등으로 고루 위촉하게 돼 있는데도 직종 간 안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행정심판 기관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혼란을 주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앙행심위 이외에도 토지수용·조세·특허 등 분야를 달리 한 특별행정심판 기관이 수십여개 혼재해 일반인들은 심판청구를 어디에 해야 할지 헷갈린다. 권익위 안팎에서는 중앙행심위라는 명칭에 걸맞게 실질적인 기능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선책이 2015년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온라인 행정심판 허브시스템’ 구축이다. 권익위는 “광역지자체, 교육청, 정부기관 등에 산재한 50여 행심위를 단일 온라인 사이트에 묶어 국민들이 한눈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Weekend inside] 서민 애환 깃든 서울중앙지법 ‘과태료 재판 법정’ 직접 가보니

    [Weekend inside] 서민 애환 깃든 서울중앙지법 ‘과태료 재판 법정’ 직접 가보니

    “아이고,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다고 법원을….” “승차거부했다고 전과자로 남고 싶지는 않습니다, 택시기사로서 최고의 불명예라고 생각합니다. 판사님, 억울합니다.” “인수한 가게에 있던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 건데 불법인지 몰랐어요. 식당벌이도 시원찮은데 봐주시면 안 되나요.” 먹고살기 바쁜 서민들이 서류 한 장에 신분증만 달랑 들고 변호사 없이 찾는 법정이 있다. 시청·구청 등 행정 관청으로부터 부과받은 과태료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깟 과태료 몇 만원’이 이들에게는 하루 일당이고 생활비다. 지난 4일 찾은 서울중앙지법의 과태료 재판 법정은 억울함과 선처를 호소하는 서민들로 북적였다. 법을 어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말만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운전하는 사람치고 주차위반, 과속 딱지 한 번 떼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걸리지만 않았을 뿐이지 금연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꽁초를 버리고, 무단횡단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과태료 재판이 열리는 동관 466호 법정은 서울중앙지법에서 가장 큰 민사법정이다. 같은 시간대에 많게는 수십 명이 재판을 받으러 오기 때문에 방청석이 넓은 법정이 배정됐다. 서울중앙지법에서만 4명의 단독판사가 과태료 재판을 맡고 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789건이 접수됐다. 주식회사에서 등기를 제때 하지 않은 상법 위반자, 스팸 문자를 상대방 동의 없이 보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위반자, 승차거부 택시기사, 주정차 단속에 적발된 사람들은 과태료 법정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당사자들이다. ‘법을 잘 몰랐다.’, ‘형편이 어렵다.’는 건 과태료 재판을 찾은 서민들의 단골 호소다. 위반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잘못했으니 이번 한 번만 봐달라’는 식인데 표정에는 절박한 사정이 절절히 묻어난다. 룸살롱 업주에게 명단을 받아 스팸 문자를 보내는 아르바이트를 한 박모(35)씨는 750만원이라고 찍힌 과태료 용지를 보고 놀라 한달음에 달려왔다. 경위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담에 연락하라’며 명함을 준 손님들에게만 홍보문자를 보낸 건데 억울하다.”면서 “취업 준비 중인데 선처해 달라.”고 읍소했다. 불법 주정차 단속에 걸린 우체국 집배원은 “공무수행 중 시장길에 잠시 주차해 둔건데 너무하다.”면서 “과태료는 집배원 개인이 물어야 한다. 봐달라.”고 말했다. 위반 사실을 부인할 경우 법원은 해당 행정관청에 의견조회를 한 뒤 과태료를 결정한다. 사정을 참작해 과태료를 일부 줄여주기도 한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과태료 액수가 몇 만원에서 몇 천만원까지 있는 만큼 서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무조건 봐줄 수는 없고 사정을 들은 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감액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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