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억압
    2026-06-08
    검색기록 지우기
  • 숙박료
    2026-06-08
    검색기록 지우기
  • 체육복
    2026-06-08
    검색기록 지우기
  • 윤리위
    2026-06-08
    검색기록 지우기
  • 방사선
    2026-06-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750
  • 왕실모욕 래퍼 처벌에... 스페인 ‘표현의 자유 옹호’ 한밤 시위

    왕실모욕 래퍼 처벌에... 스페인 ‘표현의 자유 옹호’ 한밤 시위

    왕실 모욕, 테러 찬양 가사를 쓴 래퍼가 징역형을 받고 수감되면서 스페인 전역에 ‘표현의 자유’ 논쟁이 불붙었다.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 성난 군중 수천명이 한밤 시위에 나섰다. “그의 투옥은 권력을 공개비판하려는 이들의 머리 위에 칼을 매달아 두는 것”이라고 일갈하며 시민들은 연대했다. 스페인 카탈루냐주 예이나 출신인 래퍼 파블로 하셀(32)이 17일(현지시간) 한밤 시위를 촉발시킨 주인공이다. 카탈루냐 분리 지지자인 하셀은 2014~2016년 스페인 왕가를 프랑코 파시스트 독재정권의 후예로 묘사하거나, 과거 폭력테러 집단인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ETA) 등을 옹호하는 가사를 담은 음원과 논평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9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하셀은 수감형 집행을 피해 예이나 대학교로 도주한 지 나흘 만인 16일 “억압해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란 말을 남기고 강제 연행됐다. 도주했을 뿐 아니라 하셀이 과거 비슷한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기에, 스페인 당국에도 법 집행 명분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하셀의 처벌을 스페인에서 권력 비판을 봉쇄하려는 시도로 판단한 군중은 저항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구호와 박수, 행진으로 시작된 시위는 돌과 유리병을 던지고 불을 지르는 과격시위로 돌변해 수십명이 연행됐다.시위대는 특히 하셀이 왕실 모욕죄로 처벌받는 첫 번째 인물도, 마지막 인물도 아니라며 분노했다. 왕실 모욕죄와 테러 찬양 금지 조항이 있는 한 언제든 ‘공안 정국’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인사 200여명은 지난주 “오늘은 하셀이지만, 내일은 우리 중 한 사람일 것”이란 탄원서로 이 같은 불안감을 짚었다. 2018년 ‘왕의 목에 올가미를 씌우라’는 가사를 썼던 또 다른 래퍼 발토닉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벨기에로 망명하거나, 스페인 국왕 사진을 불태웠다고 선고된 벌금형이 유럽인권재판소(EBHR)에 가서 취소되던 촌극에 대한 기억을 반영한 논평이다. 시민들의 분노가 결국 법을 바꿀 수 있을까. 일단 스페인 집권연정 소속 3개 정당 중 포데모스와 좌파연합은 왕실모욕죄 등의 완전 폐지를 사회당에 요구했다. 모욕죄에 대해 벌금형만 허용하고 징역형을 배제하는 수준의 변화를 모색하던 스페인 행정부의 방침에 비해 정치권이 더 과감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전 세계 페미니스트 1012명 “램지어 주장, 위안부 피해자들에 2차 가해”

    전 세계 페미니스트 1012명 “램지어 주장, 위안부 피해자들에 2차 가해”

    세계 페미니스트 1000여명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계약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비판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정의기억연대는 1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79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존 마크 램지어 미쓰비시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논문에 관한 전 세계 페미니스트 성명’을 공개했다. 성명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 운동, 흑인 인권 운동, 미투 운동, 반식민주의 운동과 연대하는 국내외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이 역사왜곡을 통한 성차별, 식민주의 구조 재생산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작성하여 회람한 결과다. 지난 16일까지 한국, 미국, 일본, 필리핀, 영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등에서 1012명의 연구자, 활동가, 학생, 단체 등이 연명했다. 오랜 기간 위안부 문제를 연구한 페이페이 추 미국 뉴욕 배서대 교수, 엘리자베스 손 노스웨스턴대 교수, 린다 하스누마 템플대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성명에서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대해 “식민지와 전쟁, 불평등한 권력 구조와 구조적인 폭력을 무시한 채,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의 ‘계약 매춘부’로 묘사했다”며 “성노예제를 부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 전쟁 중 자행한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비판적인 분석 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피해 여성들에게는 2차 가해이며, 성노예제가 남긴 깊은 상흔에 다시 한 번 상처를 입히는 폭력적 행위”라고 썼다. 성명의 목적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자 함이 아님도 분명히 밝혔다. 성명에 참여한 페미니스트들은 “고착화된 억압과 상호 연결된 구조를 규명하는 대신 가부장적, 식민주의적 관점을 답습하는 주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며 “여성의 권리와 생존자들의 정의를 위한 투쟁을 존중하는 사회와 제도를 만들기 위해 과거부터 오늘날에도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착취를 끝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에는 전 세계 대학과 고등 교육기관을 향해 성차별·식민주의·인종차별의 피해를 줄이고 다양성과 평등 진작을 위한 학내 공동체 지침을 구축할 것, 혐오 발언·행위에 대한 적극 조사, 학내 다양성 및 성폭력 생존자 지원, 전범 기업에 투자하거나 투자 받는 것을 지양할 것을 촉구했다. 하버드 로스쿨 미쓰비시 교수 존 마크 램지어의 일본군 ‘위안부’ 논문 관련 페미니스트 성명(전문) 하버드 로스쿨 미쓰비시 일본법 교수 존 마크 램지어의 최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논문은 2차 세계 대전 (아시아태평양 전쟁) 전후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수많은 여성들이 겪었던 잔혹행위에 대해 성차별적, 가부장적, 식민주의적 견해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성노예 및 성착취 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합니다. 2차 세계 대전의 전쟁터 속에 수많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성들은 납치당하거나, 속아서, 혹은 강제로 일본군의 ‘위안소’로 끌려갔습니다. 성차별주의, 가부장제, 식민주의, 제국주의와 인종주의가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일본군 성노예제 제도 속에서 일본의 식민지 및 점령지 여성들은 반인권적 폭력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살아남은 일부 피해생존자들은 수십 년간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그러나 이 끔찍한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현재의 무력분쟁 하 성폭력, 대학 내 성폭력 문화, 포스트식민주의 트라우마, #미투운동의 문제의식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 학자, 학생, 졸업생으로서 부정의, 억압, 폭력을 가해온 성차별적, 식민주의적 시각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자 이 성명을 작성했습니다. 학술지 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에 실린 램지어 교수의 최근 논문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자발적인 매춘으로 소개하며 성노예제를 부정했습니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식민지와 전쟁, 불평등한 권력 구조와 구조적인 폭력을 무시한 채,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의 ‘계약 매춘부’로 묘사했습니다. 그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요금을 협상할 수 있었으며, 자유롭게 그만 둘 수 있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중 자행한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비판적인 분석 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수많은 연구, 유엔 특별보고관 및 국제기구가 작성한 보고서, 2000년 여성국제전범법정은 일본군 ‘위안부’의 본질이 조직적 성노예제임을 인정했으며, 이를 부정하고 진실을 왜곡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를 비판해왔습니다. 성노예제 피해자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위협과 신체적 폭력에 시달리며, 지속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당했습니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피해 여성들에게는 2차 가해이며, 성노예제가 남긴 깊은 상흔에 다시 한 번 상처를 입히는 폭력적 행위입니다. 폭력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와 공모하며 정당화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우리는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을 왜곡한 것을 규탄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증언이 있던 1991년 8월 14일 이후, 한국, 중국,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네덜란드, 일본에서 수백 명의 생존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용감히 밝히고 #미투운동의 선구자가 되셨습니다. 비록 개별적 경험의 세세한 결은 다르지만, 생존자들은 일본군 성노예제가 조직적으로 자행된 전쟁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램지어 교수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면서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옹호해 온 생존자들의 경험에 대한 총체적이고 다각적인 이해를 지워버렸습니다. 우리는 성폭력 생존자들이 침묵 당하는 걸 너무나 자주 목격했습니다. 사적 공간은 물론 다양한 공적 공간에서,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수많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조차 성폭력 생존자들은 침묵 당하곤 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생존자들은 용기 있게 침묵을 깨고 증언하며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초국적 연대를 구축하여 페미니스트 운동을 이끌어왔습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고무된 연구자들은 일본 정부가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 걸쳐 위안소를 체계적으로 설립하고, 조직적으로 운영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왔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규명한 문서와 기록물들 중에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교수가 1992년 발견한 일본군 기록물도 포함됩니다. 일본군이 민간 업자를 감독하고, 직접 여성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문건으로 밝혀지자, 일본 정부는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한 정부 개입을 일부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일본제국, 미군, 네덜란드 정부 등이 작성한 많은 자료 역시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심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또한 “공창제”의 존재를 이용하여 일본군 성노예제를 정당화하며, 여성의 몸에 대한 착취를 정상화합니다. 남성 성욕을 정당화하는 성차별적인 담론에 기대어 일본 정부가 묵인하고 장려한 “공창제”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대체로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들이 인신매매와 착취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1900년대 초 일본 국내법과 일본이 비준한 국제조약이 매춘을 목적으로 한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를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창제도는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여성 억압의 보편성을 통해 또 다른 억압의 지속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연구자들이 성차별적인 담론에 기대지 않고도 일본군 성노예제 체계와 현상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이 성명의 목적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고착화된 억압과 상호 연결된 구조를 규명하는 대신 가부장적, 식민주의적 관점을 답습하는 주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리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공동체로서, 성노예제를 정당화하는 담론 앞에서 평등과 정의의 가치를 재확인하고자 합니다. 여성의 권리와 생존자들의 정의를 위한 투쟁을 존중하는 사회와 제도를 만들기 위해 과거부터 오늘날에도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착취를 끝내야만 합니다. #BlackLivesMatter, #MeToo, #RhodesMustFall 과 같은 최근의 사회운동을 통해 우리는 진실, 정의, 평등을 추구하는 고등교육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역사와 현대의 부정의를 고민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게 하는 연구, 지식, 교육의 중요성을 믿습니다. 억압과 부정의의 역사를 마주할 때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학문 공동체는 성폭력에 대한 불처벌을 지속하는 성차별적인 담론을 묵인하도록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하버드 대학과 다른 고등교육 기관의 페미니스트 연구자, 학생, 동문들로서, 우리는 이 성명을 통해 학계 내 성폭력, 성차별, 가부장제, 식민주의, 인종차별을 지속하는 주장에 대항하여 학문 공동체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길 기대합니다. 우리는 대학 및 고등교육기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성차별, 식민주의, 인종차별의 피해를 줄이고 다양성과 평등 진작을 위한 학내 공동체 지침을 구축하고 강화하라. -성차별, 식민주의, 인종차별적 혐오 발언과 행위를 관련 대학 규정 및 Title IX의 위반사항으로써 적극적으로 조사하라. -학내 다양성 등을 지원하고, 역사적 차별은 물론 현재의 구조적 차별에 대한 비판적인 대화를 촉진하라. -학내 성폭력 생존자 지원과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신고체계 및 재원을 마련하고, 성폭력 불처벌을 종식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및 제도적 조치를 시행하라. -전범 기업에 투자하거나, 투자받는 것을 지양하고, 해당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미중정상 통화한 다음날 中 때린 美… “英 BBC 방영금지 강력규탄”

    미중정상 통화한 다음날 中 때린 美… “英 BBC 방영금지 강력규탄”

    영국과 중국 간 ‘언론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이 중국 때리기에 가담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하루 만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BBC월드 뉴스 방송을 금지한 중국의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통제받고, 억압적이며, 자유롭지 못한 정보공간으로 남아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중국 국가라디오텔레비전총국(광전총국)이 중국 내 영국 BBC월드 뉴스 방영을 차단한데 대한 비판이다. 앞서 BBC가 중국 신장 지역 내 소수민족을 겨냥한 당국의 인권탄압 의혹을 보도하자, 중국 정부는 “가짜 뉴스”라고 맹비난하며 BBC 베이징지국장에게 엄중교섭을 제기했다. 이에 영국 규제당국은 지난 4일 2019년 런던에 위치한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이 중국 공산당 통제 아래 운영된다며 방송면허를 취소했다. 이에 다시 중국이 BBC월드 방송을 금지하며 양국의 ‘언론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소셜미디어 재갈 물리기에 나선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소셜미디어 재갈 물리기에 나선 중국

    중국이 ‘국가안보·사회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소셜미디어(SNS) 재갈 물리기’에 돌입했다. 중국에서 내부 검열을 피해 온라인 ‘해방구’ 역할을 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금기이슈 토론장’인 미국의 SNS 클럽하우스에 이어 인터넷 실시간 방송에 대해서도 규제의 칼을 빼든 것이다. 10일 중국 당중앙 인터넷안전 및 정보화위원회 판공실에 따르면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전국 ‘사오황다페이’(掃黃打非·음란 서적과 불법 출판물 소탕)공작소조판공실·공업정보화부·공안부·문화관광부·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국가방송TV총국 등 7개 규제 당국은 전날 밤 인터넷 실시간 방송진행자가 체제 위협적인 내용을 다루지 못 하게 하는 등 온라인 방송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규제 당국은 합동으로 ▲실시간 방송상의 내용 불량, ▲후원금 및 마케팅 문제, ▲청소년 권익 침해 등에 대응한 규범관리 강화 지도 의견을 내놨다. 방송 진행자가 국가 안보나 사회 안정·질서를 해치는 내용, 음란정보 등 불법적인 내용을 내보내지 못한다는 게 규제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국가 전복과 종교적 극단주의, 민족 분열사상, 테러 관련 내용을 비롯해 음란 외설, 도박, 유언비어, 저작권 및 개인정보 침해 등의 내용을 방송할 경우 엄하게 처벌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저속한 내용 및 봉건·미신, 법의 허점을 이용한 위법 행위 등을 전면적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규제 당국은 강조했다. 이번 방침에는 시청자가 인터넷 실시간 방송에 지나치게 많은 후원금을 내는 것을 막기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실시간 방송의 등급을 나눠 일별 방송 횟수와 간격, 후원금 상한 등을 제한하고 이용자가 과도한 후원금을 낼 경우 주의를 환기하거나 후원을 지연시키는 방안을 도입했다.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방송 시청을 위한 계정을 만들거나 후원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규제 당국은 이번 방침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시행하고 온라인 생방송 산업을 건강하고 질서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 8일 밤부터 ‘대만 독립’ 등 금기 이슈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면서 이용자들이 급증한 미국의 음성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클럽하우스’(Clubhouse)의 접속을 돌연 차단했다. 일부 이용자가 클럽하우스 앱을 열려고 하자 ‘SSL 오류가 발생해 서버에 안전하게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면서 화면 스크린샷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CNN는 이날 클럽하우스 차단 소식을 전하며 “‘그레이트파이어’(Greatfire)가 클럽하우스의 차단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레이트파이어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모니터링하는 국제 민간단체다.클럽하우스가 대만 독립에서부터 홍콩국가보안법,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강제수용소 등 정치적으로 인화성이 강한 주제를 토론하는 ‘해방구’로 떠오르자 당황한 중국 정부가 신속히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사이버정책센터의 그래엄 웹스터는 “몇 년 전에는 문제가 생긴 뒤에야 검열 당국이 나섰다면 이번에는 폭넓은 접근이 가능해지기 전에 국경을 넘는 이 공간을 닫아버렸다”고 지적했다.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접속이 끊기기 직전 클럽하우스가 “정치적 토론이 너무 일방적이고 친(親)베이징의 목소리를 억압한다”고 맹비난했다. 중국 정부는 클럽하우스 차단과 관련해 “구체적 상황을 알지 못 한다”면서도 대만과 신장자치구 인권문제 등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민감한 이슈가 다뤄진 것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인터넷은 개방돼 있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법규에 따라 인터넷을 관리한다”면서 “관련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국가 주권과 안보 이익을 수호하고 외부 세력의 간섭을 막겠다는 결심은 확고부동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클럽하우스는 홍콩 민주화 시위나 신장위구르자치구 수용소 등 인권 문제 등 매우 민감한 주제로 토론을 하는 음성 채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급격히 부상했다. 알리바바그룹의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에 기존 가입자의 초대장을 받아야만 신규 가입할 수 있는 만큼 기존 가입자의 초청 코드를 얻는 법 등 클럽하우스 사용 방법을 담은 동영상 강좌가 8888 위안(약 153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클럽하우스에서는 그동안 중국 SNS에서 금지된 주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묵념의 방’이라는 대화방에는 “오늘은 안과 의사 리원량(李文亮·1986~2020)의 사망 1주기다. 리원량을 추모하는 것은 그가 영웅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어서입니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리원량은 의대 동급생 웨이보(微博)에 코로나19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렸다가 당국에 끌려가 처벌받은 뒤 코로나19에 감염돼 목숨을 잃었다. 중국 금융 당국에 대들었다가 한동안 사라졌던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창업자겸 전 회장을 기다리는 ‘마윈을 기다리며’(Waiting for Jack Ma)라는 대화 그룹도 생겼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이 밖에도 중국 본토-홍콩- 대만 사이의 교류를 다룬 ‘양안(兩岸)청년대토론’이라는 대화방에서는 중국 정부의 신장자치구 정책, 홍콩의 민주주의, 인권 등을 주제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클럽하우스에서는 중국 정부의 서비스 차단과 관련한 토론을 진행하는 다수의 채팅방이 개설된 상태다. 영어권 사용자들이 개설한 한 채팅방에는 1500여명이 참여해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한 열띤 논의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클럽하우스는 2020년 4월 출범한 미국 SNS로 음성으로 대화하고 기존 이용자의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 지난 1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클럽하우스에서 ‘게임스톱’ 주가 폭등과 관련한 토론에 참여하면서 전 세계 SNS 사용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머스크 CEO의 클럽하우스의 토론에 참여한 일이 화제가 되자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까지 사용자가 폭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많은 애플 아이폰 사용자는 클럽하우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중국 정부의 검열을 피할 수 있는 까닭에 자유와 민주주의, 신장위구르자치구 수용소나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같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대화도 스스럼없이 오갔다. 일부 대화방에서는 최대 제한 인원인 5000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인기를 끌자 클럽하우스가 중국 당국에 의해 접속이 조만간 차단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가 무섭게 당국이 막아버린 것이다. 가상사설망(VPN) 없이도 접속이 가능한 클럽하우스 앱은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애플 기기 이용자만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중국 본토 이용자는 해외의 애플 계정이 필요하다. 클럽하우스가 전격 차단되면서 타오바오에서 판매되던 클럽하우스 대화방 ‘초대장 코드’ 판매글도 삭제됐다. 일부 사용자들은 VPN으로 이른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불리는 중국의 인터넷 감시·검열을 피해 클럽하우스 대화창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중국 사람들의 VPN 사용은 불법이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들은 지난달 출범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고리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첫 통화에서 신장과 티베트, 홍콩, 대만 문제를 놓고 날을 세웠다. 중국에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미국의 주요 SNS는 금지돼 있으며 한국의 카카오톡도 접속이 막힐 때가 더러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서울 한복판 ‘프란치스코’… “명동밥집 필요 없는 게 소망”

    서울 한복판 ‘프란치스코’… “명동밥집 필요 없는 게 소망”

    어릴적 만난 김수환 추기경 “신부 돼라”운명처럼 그가 세운 곳서 밥집 주인장문 연 지 한달, 일요일 400명 넘게 찾아SK도 3월까지 도시락 1만6000개 지원 술 취해 난동, 도시락 분란보다 힘든 건‘왜 저런 사람들 오냐’는 일부 신자 편견다 똑같은 생명… 살리는 건 모두의 일밥 한끼가 삶의 의지 갖게 할 힘 됐으면코로나19는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특히 감염병 확산 우려로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으며 ‘밥 한 끼’라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지엄한 생존의 조건을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늘었다. 이들을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명동 한복판에 밥집을 차렸다. 지난달 6일 시범 운영을 시작해 22일 문을 연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이다. 매주 수·금·일요일, 일주일에 세 번 오후면 명동성당 안쪽 옛 계성여중 운동장이 수백명의 인파로 가득 차는 이유다. “밥이란 생명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란 믿음으로 급식소를 이끄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김정환(52) 신부를 만나 ‘명동밥집의 한 달’을 들어 봤다. 서울대교구가 노숙인,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밥집을 처음 열게 된 이유는 뭘까. 김 신부는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에게 손을 내밀고 초대하고 환대하는 것이 교회 정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손을 뻗으라’, ‘교회는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야전병원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2014년 방한 때도 ‘이곳(명동성당)이 누룩이 되는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지금 우리 교회가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사각지대에 내몰린 이들을 돌보고 배려하는 일입니다. 결국 한국 교회가 어디에 중심을 놓고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게 ‘명동밥집’인 셈이죠. 우리 교회가 성숙된 교회인지 아닌지를 밥집의 운영, 밥집을 바라보는 시선 등을 두고 기준을 잡아 볼 수 있을 겁니다.” ●“서로의 밥 돼라” 던 김수환 추기경 뜻 따라 명동밥집을 운영하는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서로에게 밥이 되어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이 1988년 처음 세운 곳이다. 초등학생 시절 성당에서 복사로 활동하다 성당을 찾은 김 추기경에게 “이 다음에 꼭 신부가 돼라”는 말을 들었다는 김 신부는 ‘운명처럼’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을 맡아 명동밥집의 주인장이 됐다. “미사 전례에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나누는 행위가 있는데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마크가 바로 그 성체를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우리는 한 몸이고 한 마음이라는 것, 쪼개어서 나눠지는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거죠. 김 추기경이 이곳을 세우실 때 그런 정신을 살면서 실천하자는 정체성을 심어 주셨는데 명동밥집은 그 정체성을 실현하는 큰 장인 셈입니다. ‘코로나19로 더욱더 사지에 내몰린 이들은 남이 아니다. 이들을 누가 돌보느냐’고 물었을 때 노숙자들이 많이 머무르는 도심, 명동 한가운데 서울대교구청, 명동성당이 있으니 직접 따뜻한 밥을 나눠 보자고 시작하게 된 거죠.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지금 당장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 생존을 가르는 밥 한 끼이니까요.”●빈자들 위해 ‘교회의 심장’ 명동 품 내줘 특히 서울대교구가 빈자들을 위해 한국 교회의 심장인 명동성당의 품을 내줬다는 덴 큰 의미가 있다. “한편에서는 그걸 꼭 명동에서 해야 되느냐는 의견도 있었죠. ‘외진 외곽 성당에서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거였어요. 하지만 변두리에 창고같이 지어 놓고 하면 우리가 밥을 베풀어야 할 분들에게 밥을 드리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어요? 지금은 명동이 화려해졌죠. 성당 주변 건물도 현대식으로 잘 지어지고 들머리도 아름다워 누구나 사진 찍는 관광명소가 됐고요. 하지만 명동은 과거 민주화 운동의 성지 등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억압받던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던 곳입니다. 인근에 노숙인들도 많으십니다. 다행히 이런 장소에서 밥집을 열게 돼 기쁘고 흐뭇하죠.” 일요일에 문을 여는 무료급식소가 드물기 때문에 문을 연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대폭 늘었다. 지난달 6일 시범 운영 첫날 110명이 찾았던 데서 2주차 일요일엔 2배 이상 늘어난 250여명, 3주차 일요일에는 450여명, 4주차 일요일에는 468명까지 늘었다. 당초에는 매주 수·금·일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 반 식당 문을 열어 서울 종로·을지로·남대문 일대의 노숙인, 홀몸 노인들이 정해진 배식 시간 없이 자유롭게 찾아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도시락과 간식을 지급하고 있다. 각오는 했지만 어려움은 또렷이 있다. 무료 도시락을 받으러 오는 이들끼리의 갈등과 분란, 술에 취한 이들의 난동 등이다. “처음에는 노숙자 분들이 많이 오셨지만 최근에는 탑골공원이나 인근 쪽방촌 등의 홀몸 노인들도 찾아오십니다. 그러면 일부 분들은 ‘저 사람들은 집이 있다. 도시락을 주지 말라’고 하세요. 많은 상처를 받고 소외되는 경험을 한 분들이라 상대적으로 ‘내가 덜 받고 저 사람이 더 받을 수 있다’는 예민함이 있으신 거죠. 그럴 때마다 ‘그런 것 상관없이 저희는 공평하게 드립니다’라고 정중히 말씀드려요. 가끔 술을 드시고 오셔서 봉사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주셔서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있지만 그건 저희가 견디고 인내하면 되는 부분이죠.” 명동밥집은 1986년 영등포본당 주임 시절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을 연 염수정 추기경의 사목적 관심이 더해져 지난해 8월 설치 승인을 받았다. 지난달 22일 축복식에 다녀간 염 추기경도 이미 무료급식소의 어려움을 체화해 아는 터라 김 신부에게 따로 “헌신적으로 나누는 마음으로 인내를 갖고 끝까지 함께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신부는 이런 상황들은 예측했던 것이지만 명동밥집의 정체성을 흔드는 어려움은 따로 있다고 했다. 바로 급식을 받으러 오는 이들을 향한 세간의 편견과 선입견이다. “명동밥집을 오려면 명동성당 들머리부터 걸어올라와 성당 마당을 지나 계성여중까지 내려가야 해요. 오시는 분들로선 접근성 면에서 편하지 않죠. 하지만 밥 한 끼를 위해 기쁘게 오십니다. 그런데 주일에 성당에 미사 오시는 일부 분들이 불편해하시는 거예요. ‘왜 저렇게 위험하고 지저분한 사람들이 오나’ 하고요. 한 번도 해를 끼친 적이 없어도 그런 시선으로 보시는 거죠. 이건 봉사자 분들도 힘들어하는 부분이고 저도 밥집을 다녀가는 분들에게 미안한 점입니다. 밥집에 오시는 분들은 상대방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에 예민한 분들이라 일부 신자들의 그릇된 시선이 더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지원한 봉사자만 460명… 용돈 모아 기부도 현재 명동밥집은 SK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다. SK는 명동, 회현동 일대 골목식당 12곳에 비용을 대고 도시락을 받아 명동밥집에 지원한다. 지난달 6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총 6700개의 도시락을 제공한 데 이어 오는 3월 말까지 총 1만 6200개의 도시락을 지원할 계획이다. SK 지원 이후에는 밥집은 후원으로 꾸려진다.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오기도 하고 한 개신교 신자는 ‘명동밥집’ 기사를 보고 5000만원을 보내오기도 했다. 명동밥집에서 봉사하겠다는 이들만 지난해 10~11월에 460여명이 모여들었다. 김 신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끼니 해결’에서 훨씬 더 나아간 ‘자활’이다. “당장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밥을 제공하지만 식사를 통해 몸에 생기가 생기면 삶의 의지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 가운데는 알코올 중독자도 많고 삶을 포기하다시피 한 이들도 많거든요. 때문에 심리적인 돌봄과 의료 지원, 물품 지원, 커뮤니티 활동, 정착 시설 안내, 직업 연계 등으로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원래 참 건강하고 좋은 사람들이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태어난 분들인데 어느 시점에 어렵게 된 만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실 수 있게 도와드리려는 거죠.” ●세례명처럼 사랑하고 나누는 일 실천할 것 김 신부의 세례명은 ‘가난한 이의 성자’로 불리는 프란치스코다. 그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생일이고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받고 나눔을 실천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으니 운명인가 싶기도 하다”며 “하지만 제 자신이 나눔을 실행하지 않으면서 신자들 앞에서 ‘사랑하라, 나누라’고 하는 건 모순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생명을 살리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생명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주어진 겁니다. 생명이 주어진 것에 맞는 목적의 삶이 있을 테죠. 그 근본은 나도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정 종교, 집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으로 나눔에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그의 꿈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명동밥집’이 필요가 없어져 문을 닫는 날이 오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들이 모두 스스로가 밥을 드실 수 있는 세상이 돼 더이상 밥을 드릴 분이 없어지는 게 제 소망입니다. 하지만 그런 꿈 같은 날이 올 때까지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명동밥집의 문은 늘 활짝 열려 있을 겁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선거 때마다 나오는 정치인 책…이젠 자전적 이야기보다 정책·사상이 대세

    선거 때마다 나오는 정치인 책…이젠 자전적 이야기보다 정책·사상이 대세

    짧게는 오는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길게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직 정치인 관련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다만, 과거와 같이 개인의 치적을 홍보하는 자전적 스토리 위주의 책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신념과 과거 행보에 초점을 둔 신간들이 대세를 이뤄 달라진 정치문화를 실감케 한다. ‘이재명과 기본소득’...기본소득 정책 밀착 취재 보고서 현직 언론인 최경준씨가 펴낸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밀착 취재하고 정리한 현장 보고서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청년 수당을 도입해 기본소득 실험을 한 이 지사의 철학과 행보로 기본소득의 실체와 가능성, 나아갈 방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이 지사는 경기도 전역에서 청년 기본소득을 시행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소득과 자산, 나이에 상관없이 1인당 10만 원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이 지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대체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지켜내려면 복지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이 다가올 미래를 가장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김종인, 대화’...세대간 대화로 김종인의 ‘생각’ 알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신간 ‘김종인, 대화’(동아일보사)를 펴냈다. 책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스무 살 곽효민씨가 궁금한 것을 물으면 여든이 넘은 김 위원장이 답하는 문답 형식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인간 김종인’과 ‘정치인 김종인’ 등을 모두 엿볼 수 있다.예컨대 초대 대법원장인 김 위원장의 조부 김병로(1887~1964) 선생이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부터 억압을 당했음에도 그는 “이 전 대통령이 과오도 있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공로가 나라의 ‘탄생’과 관련된 사안이니 쉽게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보수에 대해서는 “보수가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보수적 색채를 강화할 게 아니라 개혁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나라를 이끌 지도자감은 5가지가 필요하다. ▲개방에 대한 인식 ▲안보에 대한 관점 ▲다양성에 대한 이해 ▲경제에 대한 지식 ▲교육에 대한 의지다.‘박영선에 대하여’...박 전 장관의 정치 여정 소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MBC 기자 시절 동료였던 신창섭씨가 쓴 ‘박영선에 대하여’(왼쪽주머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책은 박 전 장관과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를 세상에 알렸던 신씨가 옆에서 본 ‘방송인 박영선’과 ‘정치인 박영선’ 등을 모두 소개한다. 여성 최초 뉴스 앵커, MBC 최초 여성 특파원·경제부장, 헌정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 여성 최초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화려한 수식어에 이어 ‘사상 첫 여성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삶의 여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밖에도 법조계의 전관예우와 검찰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에 대한 박 전 장관의 생각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책은 2002년 9월 박 전 장관이 당시 최초로 서울·평양 이원생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 보위부 간부에게 방송 전 사전 검열을 요구받았지만, “대한민국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라며 물러서지 않았던 일화 등도 재미있게 소개했다.발목잡힐 우려 있는 과거 자서전보다 정책-사상 홍보가 대세 전문가들은 이런 내용의 정치인 관련 서적 발간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이 출판 기념회를 열고 이를 정치자금 모금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자신의 정책에 대해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책을 많이 내는 것은 그만큼 유권자들과 간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전 홍준표 의원의 ‘돼지발정제 사건’처럼 과거의 자서전은 자칫 현재에도 오해를 사게 되고 발목을 잡을 빌미를 줄 수 있다”라면서 “정치인 자신이 자기를 소개하는 책보다는 정책과 인물에 대해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책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워싱턴 넘어 월스트리트 위협하는 ‘소셜미디어 파워’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워싱턴 넘어 월스트리트 위협하는 ‘소셜미디어 파워’

    전 세계 사람들은 지난해 미국의 대선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민주주의 수출국’이라는 나라의 선거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허약해서 도널드 트럼프의 여론조작과 그의 말을 믿는 소수의 지지자에 의해 쉽게 흔들리고 농락당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선거제도는 미국인들도 오래도록 그 문제점을 지적해 왔지만 여전히 고치지 못하는 골칫거리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간접선거제도가 있다. 민주주의의 후발국인 한국이 이미 수십 년 전에 폐기처분한 이 제도를 미국이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붙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가장 간단한 답은 미국의 헌법은 쉽게 고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미국의 건국 당시인 18세기의 논쟁을 이해해야 한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서 미국을 세운 소위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은 미국이 직접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것에 반대했고 ‘민주주의’보다는 ‘공화정’이라는 표현을 선호했다. 개개인은 현명할 수 있어도 그들이 모인 군중은 선동에 쉽게 현혹되고 이용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완충장치’가 간접선거제도였다. 나쁜 정치인이 어리석은 국민을 선동해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은 현명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정치인들을 뽑고, 그 정치인들이 모여 대통령을 뽑는 제도를 설계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결과적으로 돈 많은 기득권이 권력을 독차지하는 이런 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미 건국 이전부터 존재했고, 미국이 독립한 이후로 공화정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로 옮겨 가야 한다는 주장은 시간이 갈수록 힘을 얻었다. 미국의 정치사는 이들의 요구가 점점 더 현실이 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과거에는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 대선후보를 결정하던 방식이 1970년대 들어서면서 경선의 결과를 철저하게 따르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트럼프 같은 인물이 정당의 후보가 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현상과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 직접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대표적인 인물인 제임스 매디슨(미국의 네 번째 대통령)은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원활해질수록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일이 일어날 것을 염려했다. 지금도 그의 통찰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만 21세기 미국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전체 국민을 기준으로는 소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인류가 발명한 가장 효율적인 소통수단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수를 위협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그 소수(트럼프 지지자들)는 간접선거제도를 악용해서 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쪽으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 다행히 그들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무사히 취임했지만, 미국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또 다른 드라마를 목격하게 됐다. 1월 말부터 벌어진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이다. 개미투자자들이 온라인 포럼에서 단결해 대형 기관투자가들을 물먹이면서 월스트리트에 충격을 안겨 준 일이다. 그런 게임스톱 사건과 ‘트럼프 현상’은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똑같은 작동기제를 가지는, 말하자면 옷만 다르게 입은 쌍둥이다. 게임스톱의 주가 폭등 사건은 주식시장에서 대형 투자사들이 하락장에서도 돈을 버는 방법으로 사용해 오던 공매도(空賣渡·short selling)에서 비롯됐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주식을 사는 대신 (약간의 이자만 내고) 빌려다가 내다 판 후에 그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서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팔 때의 주식 가격과 되살 때의 가격 차이만큼이 이윤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 방법은 주가가 반드시 떨어진다고 확신할 때만 사용해야 하지만, 세상에 확률 100%의 투자는 없다. 따라서 특정 주식을 공매도한 기관투자가들은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그 주식이 떨어질 거라는 소문을 퍼뜨린다. 그 회사의 경영이 어려우니 어서 내다 팔라는 말을 여기저기에 하고 다니는 것이다. 그 말을 믿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기 시작해서 가격이 떨어지면 되사서 돌려주고 차액을 챙긴다. 하락장에서는 이렇게 주식을 빌려 팔아 돈을 벌고, 상승장에서는 주식을 직접 팔아 돈을 벌게 되니 “경제가 좋든 나쁘든 월스트리트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게 됐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서 월스트리트는 실물경제와 따로 노는 세상으로 변했다. 그뿐 아니라 공매도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자신과 무관한 돈놀이에 희생되는 일이 발생했다.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헤지펀드가 공매도하고 때로는 루머를 퍼뜨리면서 회사를 공격하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 대형 주식투자자들이 실물경제를 망가뜨리면서 돈을 챙긴다는 분노가 쌓이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의 파워 미국에서 비디오 게임이 보편화된 1980년대에 태어난 게임스톱은 미국 전역의 대형 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임 카트리지 매장이다. 지금 미국의 20~40대 인구, 특히 남성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체인매장이지만 근래 들어 경영난에 빠져 있다. 요즘 게임은 카트리지 대신 온라인으로 다운로드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미국에서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몰락하면서 대형 몰이 문을 닫아 손님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자 기관투자가들은 게임스톱의 주식을 공매도해서 돈을 벌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젊은 개미투자자들이 인기 소셜미디어인 레딧의 한 투자포럼에 모여 일제히 게임스톱의 주식을 매입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10달러 언저리에서 거래되던 주식이 350달러를 넘어가면서 공매도를 했던 헤지펀드들이 대형 손실을 보며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고 개미투자자들은 환호성을 올렸고 레딧을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들 사이에 “팔지 말고 버티라”는 독려가 마치 전쟁터의 나팔처럼 울려 퍼졌다. 월스트리트는 이번 사건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에 떨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절대로 불가능해 보였던 개미투자자들 사이의 ‘흔들림 없는 단결’을 소셜미디어가 가능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거인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싸움”이라고 해석하기는 힘들다. 400달러를 향해 치솟던 게임스톱 주가는 다시 50달러대로 떨어졌고, 그 과정에서 많은 개미투자자가 손해를 봤다. 게다가 게임스톱의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 진짜 이득을 챙긴 건 시타델이나 센베스트 같은 헤지펀드들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큰손들에게 개미투자자의 힘을 보여 주자고 시작한 싸움의 결과로 다른 큰손들이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게임스톱과 함께 이번에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을 산 기업들 중에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른 기업에 인수되기를 희망하는 기업들도 있었다. 하지만 주가 폭등으로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기업도 있다. 힘없는 개인들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기업의 처지를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1980년대 이후로 부자들과 결탁한 정치인들이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고 실질소득의 성장을 막아 버린 사실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민주당을 불문하고 워싱턴의 정치인들 전체를 비난한 건 분명 이유 있는 분노였다. 하지만 그 결과로 그들이 선택한 사람은 “나는 워싱턴 출신이 아니다”라며 그들에게 접근한 부패한 부동산 재벌 트럼프였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가장 열심히 공격한 것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만들어 둔 건강보험제도(오바마 케어)였다. 이번 게임스톱 주가 폭등을 두고 “소셜미디어가 월스트리트에 민주주의를 가져다준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방법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이익은 여전히 부자들이 챙겼다는 점에서 달라진 건 없다. 언론과 정치를 넘어 이제는 주식시장에서도 구질서를 무너뜨린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통제하기 힘든 힘으로 삶의 모든 영역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있고, 그 결과물이 항상 아름답지는 않다. 소셜미디어는 인류가 여전히 사용법을 마스터하지 못한 민주주의에 엄청난 가속도를 붙여 놓았고, 여기저기에서 사고가 터지는 중이다. 하지만 인류는 항상 다치면서 학습해 왔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더 나은 삶 위해 민중과 연대… 사람답게 사는 길 찾는 문학 대들보

    더 나은 삶 위해 민중과 연대… 사람답게 사는 길 찾는 문학 대들보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와 타협한다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이 아니다.” 이것은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비에 있는 문장이자 선생의 삶과 소설 그 자체다. 어떤 문장은 때로 한 생애를 고스란히 그리는데, 이것의 발원이자 끝은 오롯이 그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선생이 말한 ‘사람’은 어떤 존재들일까. 땅에 두 발을 딛고,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다는 것은 모두 같다. 하지만 형상은 같을지언정 사는 형태와 마음은 다 달라서 ‘사람답게’가 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답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 아닌가. 게다가 빼앗긴 땅을 딛고 선 사람들이라면 ‘사람답게’란 이른바 생존의 다른 말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늘 땅에 서 있을 수밖에 없던, 그리하여 삶에 흙먼지가 자욱하게 묻은 농민들의 이야기를 가장 자세히 삶의 끝까지 유심히 듣고 쓰던 작가. 빼앗긴 땅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곡절을 누구보다도 아파했으며 끝내 그들과의 유대와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자 했던 요산 김정한의 소설과 삶 속으로 들어가 본다.선생은 1908년 음력 9월 26일에 경남 동래군 북면 남산리에서 태어났다. 금정산 자락에 위치한 동네였던 터라 낙동강과 범어사가 지척이었다. 강가의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짓던 사람들과 절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매료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여섯 살이 되던 해부터 동네 서당에서 한학을 시작했고, 어머니에게서는 한글을 배웠다. 명정 학교에 재학 중이던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에 참여했다. 중앙고보를 거쳐 동래고보를 졸업했다. 1928년에 양산 대현공립보통학교의 교사가 됐다. 교사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 안에 있는 일본 선생들과의 불합리한 제도에 항거해 동맹휴업을 결의했다가 경찰서에 연행된다. 이 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둔 선생은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와세다대학 제1고등학원 문과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문우회에 가입해 시를 쓰기 시작한다. 이때 ‘조선시단’에 ‘구제사업’이라는 작품을 기고했다가 제목만 실리고 내용의 전문이 삭제되는 일을 겪는다. 귀국한 다음해에 남해공립보통학교의 교사로 부임했고, 그 시기에 소설 ‘사하촌’을 써서 193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사하촌’은 일제강점기 당시에 사찰 소유의 논밭을 경작하는 빈농들의 궁핍한 삶과 친일 스님들의 행적을 비롯해 절 아래 마을의 논들을 관리하는 마름들의 횡포를 사실적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고통받는 민중들과 가진 자들이 토지를 수탈하는 모습들이 일제강점기였던 시대상을 반영했고, 작품에 나오는 절의 실제 배경이 범어사라는 것이 알려져 그곳 스님들의 원성을 샀다고 한다. 소설 발표 후에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테러를 당해 두 달 동안이나 거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을 다치기도 했다.1939년에 남명학교로 전근을 갔을 적에 일본의 문화 말살 정책으로 한글을 쓰지 못하는 형편이 되자 학교를 그만두고 동아일보 신문지국을 운영했다. 그러나 일제의 신문 검열과 그간의 행적들로 인해 일본 순사들의 요주의 인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그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아원으로까지 피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절필하고 경남도청 상공과 산하 면포조합 서기로 취직해 해방될 때까지 근무를 했다. 해방 후에도 미군정의 정책에 반대해 경찰에 잡혀 가는 생활이 계속됐다. 6·25 때는 ‘국민보도연맹’에 연루돼 죽을 고비를 맞이하지만 남해공립보통학교 시절의 제자와 처남의 도움으로 죽음을 면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래톱이야기’를 쓰며 다시 문단에 복귀한다. 이후에 낙동강 주변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농촌소설들을 집필하기 시작하는데, 핍박받고 가난에 찌들어 있는 농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는다. 선생은 ‘문학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며 민중에 대한 연민과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썼다. 이것이 그의 작품이 리얼리즘 문학의 선봉에 서게 된 이유다.1950년 부산대 교수였던 선생은 4·19혁명 후에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5·16 쿠데타 직후에 해직됐다가 1965년이 돼서야 복직하게 됐다. 이때부터 매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시작해 ‘수라도’, ‘뒷기미 나무’, ‘산거족’, ‘삼별초’ 외에 수 많은 소설들을 썼다. 독립운동과 광복 후의 반독재, 반민주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고 절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지만 30년 후에 다시 펜을 잡고 ‘사람’이 ‘사람답게’ 지낼 수 있는 세계, 흙먼지 이는 폭폭한 삶일지라도 누군가는 그들의 어깨를 부여잡고 함께 걷고 있다는 연대의식들을 나타내는 작품들을 써 내려갔다. 대부분 정의와 인간됨,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억울하게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주어진 삶에 순응하고 불의에 타협하며 어려운 이들의 삶을 모른 척했더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작품들이 선생의 삶과 고투의 시간들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선생은 끝내 힘없는 약자들의 편에 서서 정의와 사람다운 삶을 노래했다. 그를 계속 주목하게 하는 배경엔 이런 강직하고도 치열했던 글쓰기 행보가 있다. 2006년에 개관해 지금까지 부산의 가장 큰 문학 성체로 자리한 요산문학관은 선생의 생가를 비롯해 세미나실, 전시실, 도서관, 집필실, 강당으로 이루어진 다목적 건물이다. 후배 작가들을 비롯해 부산 시민들이 언제든지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러 가지 문학적인 시간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선생의 생애와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발자취들도 확인해 볼 수 있다.요산문학관에서는 매년 ‘요산문학축전’을 열고 있다. 문학관과 부산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주축이 돼 치르는 큰 문학 잔치다.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는 ‘고유제’를 시작으로 요산문학상, 창작지원금 시상, 소설 세미나, 백일장과 전시 등으로 요산 정신을 기리고 후배 작가들을 독려한다. 부산에 거주하며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가 된 임회숙 작가는 올해도 요산문학축전의 한 축을 담당해 여러 행사를 지켜본 소감을 전해 주었다. 부산에 있는 후배 작가들은 리얼리즘 문학의 대들보이자 민중들과 끊임없이 연대하고 불의에 저항했던 요산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싶어 하며, 선생은 부산 문학의 정신이자 대들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 작가는 선생과의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지만 제1회 요산문학제 수필 부문 장원 출신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학의 시작이 요산 선생의 작품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또 작가가 돼 해마다 요산문학축전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복되다고도 말해 주었다. 요산 선생은 후배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리얼리즘 소설의 바이블 같아서 소설을 쓰다 길이 막힐 때마다 펼쳐 드는 책이 바로 요산 선생의 수많은 소설 중의 하나라고도 했다. 선생이 불의에 항거하고, 지주와 소작농들의 혈투 그리고 땅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싸움으로부터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을까. 어떤 면에서는 그때와 지금의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아, 그래서 선생의 소설이 리얼리즘이라는 것인가. 끝없이 새롭게 읽히는. 그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사람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언제나 고민하게 되는 게 아닐까.낙동강가와 절 아래 마을에서 시작된 사람들의 문장이 지금도 살갗이 흙먼지에 쓸려 오듯이 다가오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 어깨동무하며 두 발로 땅을 디딜 수 있는 곳, 그리해 우리가 같이 나란히 앉아 책장을 펼칠 수도 있는 곳, 그곳이 김정한 선생의 요산문학관이다. 소설가 이은선
  • “19살 알바 첫날 성폭행”…피해자 속옷까지 빨며 증거인멸

    “19살 알바 첫날 성폭행”…피해자 속옷까지 빨며 증거인멸

    “오랜기간 경찰관 근무 피고인, 증거 인멸 시도” 경남 창원의 한 식당 사장이 베트남 유학생 아르바이트생(19·여)을 근무 첫날 성폭행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 사장은 20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창원지법 형사4부(이헌 부장판사)는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식당 사장 A(54·남)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A씨에게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7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7일 오후 9시쯤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닭갈비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온 베트남 국적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는 창원지역 모 대학교의 유학생으로, 아르바이트 근무 첫날 성폭행을 당했다. A씨는 영업을 마치고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와 마주 앉아 술을 마시던 A씨는 자리를 피해자 옆으로 옮겨 앉아 피해자의 신체를 만졌다. A씨는 피해자가 턱과 양 팔뚝을 깨물고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등 강한 저항을 했음에도 완력을 이용해 성폭행했다. 이후 피해자가 기숙사 지인 등에게 연락하면서 112에 신고가 접수돼 A씨가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경험칙에 반해 신빙성이 없으며,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 중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모순이 없으며, 경험칙에 반하거나 비합리적인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 옷에 피와 구토 묻어 세탁했다” 증거 인멸 시도 정황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의 옷에 피와 구토가 묻어 세탁했다’는 주장에 대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봤다. 옷과 속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굳이 피해자를 알몸으로 두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며, 오히려 오랜기간 경찰관으로 근무했던 A씨가 증거를 없애려는 의중이 더 컸을 것이라는 의견에 비중을 뒀다. 재판부는 “증거가 제대로 보관되지 않았으나 상하의, 양 손톱, 신체 등에서 모두 피고인의 DNA가 검출됐다. 금전적 보상을 목적으로 치밀한 계획하에 접근해 증거를 꾸몄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피해자가 충격과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씨가 강제추행죄로 집행유예 기간에 있었던 점,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이 가지는 민중미술, 저 가지엔 봄기운… 임옥상은 나무다

    이 가지는 민중미술, 저 가지엔 봄기운… 임옥상은 나무다

    흙으로 표현한 거친 생명력·섬세한 감성사회 비판적 성격은 빼고 ‘서정성’ 짙게 “자유의지로 그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민중미술’ 한 가지 틀에 갇히는 것 경계나무처럼 살고자 했다.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아래 길이 생기듯 덕이 있으면 절로 사람들이 따른다는 뜻이다. 땅 위에 굳건히 버티고 서서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계절마다 제 몫의 꽃과 열매를 피워 내는 의연함을 닮고 싶었다. 그런 소망을 담아 딸의 이름도 ‘나무’로 지었다.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개인전 ‘나는 나무다’를 펼치는 화가 임옥상 얘기다. 민중미술 대표 작가로 사회 비판적이고 현실 참여적인 작품들을 주로 선보여 온 그였기에 서정성 짙은 제목의 전시가 의외였는데, 알고 보니 신실한 나무 예찬론자였다. ‘나는 나무다. 나무로 산 지 오래다. 나무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나무가 춤추면 나도 춤춘다’는 고백처럼 전시장에는 거친 생명력과 섬세한 감성을 지닌 작가를 닮은 나무 그림 80여점이 빼곡히 걸렸다. 가로 5m가 넘는 대형 작품부터 작은 그림 60점을 하나의 퍼즐처럼 구성한 연작까지 다채롭다. 흙, 종이, 쇠 등 다양한 재료로 끊임없이 새로운 조형세계를 구축해 온 그는 3년 전부터 흙을 캔버스에 고르게 펴서 바른 뒤 붓질의 강약으로 흙을 밀어내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색을 입히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흙은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재료다. 흙의 느낌을 살리려고 종이 부조 작업에 공을 들였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 흙에 수용성 접착제 등을 섞어 캔버스에 붙이는 기술을 고안해 냈다. 이번 전시에 나온 나무 그림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완성했다. 작가는 “나무를 그리는 데 최적화된 재료가 흙”이라면서 “흙과 나무는 찰떡궁합”이라고 했다.흙으로 표현한 나무는 이전에 그렸던 나무들과 질감이나 형태가 다를 뿐 아니라 의미에도 차이가 있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에 그린 동네 어귀의 당산나무, 구름에 가린 나무가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은유하는 상징적인 표현이었다면 지금의 나무 그림은 생태학적이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매화나무 등 나무의 특성에 따라 줄기와 가지가 제각각 뻗어 나간 모양새는 생명력이 넘친다. 동양화에서 최고 경지로 여기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이 흠뻑 묻어난다. 앙상하지만 꼿꼿한 겨울나무에선 절개가 느껴지고, 봄바람에 흩날리는 매화 꽃잎은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1979년 ‘현실과 발언’ 동인 창립 멤버로 활약하고, 민족미술인협회 대표를 역임하는 등 부정과 억압에 저항하는 예술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민중미술이라는 한 가지 틀로 자신의 작품이 규정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내가 그린 그림들은 미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며 “사회성 짙은 작품이든 아니든 항상 내 자유의지대로 그려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노출 방송으로 돈 벌자” 거부하자…20대女 살해한 BJ

    “노출 방송으로 돈 벌자” 거부하자…20대女 살해한 BJ

    부하직원 돈 빼앗고 잔혹하게 살해밧줄 묶인 채 공포에 떨다가 숨져법원 “반인륜적 범죄” 징역 35년 선고 노출 의상을 입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하직원의 돈을 빼앗고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BJ(인터넷 방송 진행자)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정다주)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오모(41)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7~22년인데, 권고형을 뛰어넘은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오씨에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접근 금지를 명령했다. 오씨는 경기 의정부시 한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해외선물 투자 방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대부업체 대출 등 빚이 1억원이 넘었고, 사무실 임대료와 가족 병원비 등 매달 1500만원가량이 필요했다. 이에 오씨는 지난해 3월 A(24·여)씨를 채용하고, 주식 관련 지식을 가르친 뒤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채 인터넷 방송을 하게 해 수익을 낼 계획을 세웠다. A씨는 이를 거부했고 오씨는 계획대로 되지 않자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6월 29일 낮 12시 30분쯤 오씨는 출근한 A씨를 흉기로 위협한 뒤 밧줄 등으로 억압했다. 이후 A씨에게 투자한 돈이라며 계좌이체를 통해 1000만원을 빼앗았다. 경찰에 신고할 것을 걱정한 나머지 살해해 증거를 없애기로 했고, 같은 날 오후 10시쯤 A씨에게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등을 먹인 뒤 목 졸라 살해했다. A씨는 9시간 넘게 밧줄에 묶인 채 공포와 두려움에 떨다가 결국 오씨에게 살해된 것이다. 범행 직후 사무실을 나온 오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했고, 3일 만인 7월 1일 경찰에 전화해 자수,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수사 과정에서 오씨는 특수강도죄와 특수강간죄로 각각 징역 3년 6월과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두 차례 복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기소 된 오씨는 재판과정에서 “범행 당시 우울장애, 공황장애 등이 있어 약을 복용, 부작용으로 심신미약 상태였고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강도살인죄는 재물을 위해 대체할 수 없는 생명을 빼앗는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그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의 중대함에 비춰 피고인의 행위는 어떠한 사정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처음부터 돈을 벌 계획으로 피해자를 채용하고 결국 목숨까지 빼앗았다”며 “범행 전 과정에서 큰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등원 3주 만에 사무실 옮기는 美민주 하원의원 “공화 의원이 무서워요”

    등원 3주 만에 사무실 옮기는 美민주 하원의원 “공화 의원이 무서워요”

    등원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미국 민주당의 여성 하원의원이 동료 공화당 여성 의원이 괴롭힌다며 사무실을 옮기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미주리주에서 50년 아성을 지킨 유력 중진을 민주당 경선에서 물리친 뒤 같은 해 11월 하원의원 선거에서 당당히 승리한 ‘싱글맘’ 흑인 코리 부시(45) 민주당 하원의원이 마조리 테일러 그린(47·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이 의회 의사당 통로 등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소리를 질러 놀리거나 겁을 준다며 안전 때문에 자신과 팀원들의 사무실을 옮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고 영국 BBC가 3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심지어 소셜미디에서도 자신을 겨냥해 공격을 가한다고 고발했다. 물론 코리 의원은 부시 의원이 자신에게 모욕을 늘어놓곤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부시 의원이야말로 흑인목숨도소중해(BLM) 세인트루이스 테러리스트 폭도들과 마크 맥클로스키 부부의 자택에 불법 침입해 목숨을 위협한 이들의 우두머리라고 반박했다. 부시 의원은 별도의 트윗을 통해 “두려워서 사무실을 옮기지는 않았다. 난 세인트루이스 사람들을 위해 할 일을 하려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무실을 옮기는 것이다. 의회의 백인 우월주의자가 나나 우리 팀을 해칠지 몰라 자꾸 어깨를 돌려 뒤돌아보는 일을 계속하는 일은 도저히 못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날부터 반란을 부추긴 인물들을 축출할 것을 요구해왔다”고 덧붙였다.그린 의원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를 한참 앞두고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장서 옹위했으며 여러 논쟁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녀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어린이들의 돌연변이, 소아성애자 조직을 키웠다는 큐어넌 음모론을 앞장서 확산시키고, 여러 학교에서의 총기 난사극이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달린 ‘좋아요’ 댓글들에는 민주당 정치인의 살해를 요구하는 내용들이 많다. 그린 의원은 한때 흑인들이 “민주당에 노예로 붙잡혀 있다”거나 백인 남성이야말로 미국에서 가장 억압받는 집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저지른 어이없는 일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날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일이었다. 또 최근에 발굴된 동영상을 보면 2018년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먼 고교에서 총기 난사 참극이 벌어져 17명이 숨졌는데 이때 살아남아 총기규제 캠페인에 앞장선 데이비드 호그가 2019년 3월 상원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의회 의사당을 찾았을 때 졸졸 뒤따르며 자신의 총기를 압수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대라고 그에게 종용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현재 그린 의원에 대한 행동을 취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으며 그녀와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 노벨평화상 후보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난해 여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퍼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LM 운동을 후보로 추천한 노르웨이의 페테르 에이드 의원은 추천서에서 “BLM은 전 세계가 인종차별을 자각하는 데 큰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운동은 흑인 등 억압된 이들뿐 아니라 모든 사회집단의 구성원을 결집시켰다는 점에서 이전의 운동과 다르다”라면서 “전 세계적인 인종차별에 맞서는 중요한 운동으로 거듭났다”라고 평가했다. BLM 운동은 2013년 17세 흑인 청년 트레이본 마틴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히스패닉계 백인 남성이 미국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분노한 시민들이 처음 조직했다.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는 시위를 주도해온 BLM은 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눌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미국을 넘어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당시 비무장 상태였던 플로이드는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무릎에 약 9분간 목이 짓눌려 숨졌다.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기 직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호소하는 영상이 퍼져나가면서 전 세계 시민들의 분노를 낳았고, 이 말은 BLM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상징적 구호가 됐다. 에이드 의원은 미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폭력적으로 전개됐다는 보수진영의 비판에 대해 “당연히 폭력 사태도 있었지만 대체로 경찰이나 맞불 시위대가 일으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BLM 시위 대부분이 평화로웠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말했다.무력분쟁·테러 자료를 분석하는 다국적 단체 ACLED가 지난해 9월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벌어진 BLM 시위의 93%가량이 심각한 인적, 재산 피해를 낳지 않았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기한은 내달 1일까지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3월 말까지 간추린 후보 명단을 공개하고 10월에 수상자를 발표한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은 세계식량계획(WFP)에 돌아갔다. 당시 노벨위는 300건 넘는 후보 추천을 받았다. BLM 운동을 주관하는 ‘BLM 글로벌 네트워크 재단’은 스웨덴의 2020년 올로프 팔메 인권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고 이날 BBC방송이 전했다. 상 주최 측은 BLM 운동이 경찰의 과잉진압과 인종적 폭력에 대항하는 평화적 시민 불복종을 전 세계에 확산시켰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올로프 팔메 전 스웨덴 총리를 기리기 위한 이 상은 매해 10만 달러(약 1억 12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수여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육덕수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기자의 시각으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4년간 한국 사회의 변화를 균형·경제·역사·권력이라는 4가지 키워드로 분석했다. 70년간 유지되던 오래된 정치 세력은 막을 내렸지만, 균형이 파괴된 한국 정치에는 부동산 폭등이나 공정·위선의 문제가 남아 있다. 폭주하는 권력의 민낯을 냉철하게 담아냈다. 264쪽. 1만 7000원.금지된 지식(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승희 옮김, 다산초당 펴냄) 과학 사학자인 저자가 2000년에 걸친 억압과 은폐의 지성사를 한데 모았다. 4세기 성에 대한 지식을 원죄와 결부시킨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로부터 ‘빅 브러더’로 불리는 정보 통제와 지식 독점 사례까지 역사 속 수많은 부질없는 시도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408쪽. 2만원.데이터 리터러시(강양석 지음, 이콘 펴냄) 딜로이트 컨설팅 전략 컨설턴트 출신인 저자가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설명한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등 동일한 데이터를 다르게 해석하고 숨겨진 정보를 찾아내기 위한 여러 사례와 방법들을 보여 준다. 데이터를 언어처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16가지 실전 역량도 제시한다. 400쪽. 2만원.벨 에포크, 인간이 아름다웠던 시대(심우찬 지음, 시공사 펴냄) 유럽에서 전쟁이 없고 기술과 산업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던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의 번영기를 일컫는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를 재조명했다. 패션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시대의 공예와 회화, 건축, 주얼리 디자인 등 자료와 희귀 도판들을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408쪽. 2만 2000원.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에세이. 에코가 2000년부터 타계하기 전까지 쓴 촌철살인 에세이 55편이 담겨 있다.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현실로부터 도피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한다. 320쪽. 1만 4800원.성공한 사람(김종광 지음, 교유서가 펴냄) 농촌 서사에 천착해 온 김종광 작가가 농촌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 11편을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쾌함, 맛깔스러운 언어로 풀어낸 소설집. 2019년 이효석문학상 우수작인 ‘보일러’와 ‘여성 이장 탄생기’, ‘농사꾼이 생겼다’ 등 현실보다 더 생생한 농촌과 농촌 사람들의 삶을 정답게 형상화했다. 352쪽. 1만 4500원.
  • 이낙연 “‘박원순 성희롱’ 인권위 판단 존중…피해자께 깊이 사과”

    이낙연 “‘박원순 성희롱’ 인권위 판단 존중…피해자께 깊이 사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 판단’에 대해 “인권위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피해자와 가족들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자께서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저희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인권위가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장관 등에게 보낸 제도개선 권고 역시 존중하겠다”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성별 격차를 조장하는 낡은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뜯어고치고, 우리 사회의 여성 억압 구조를 해체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서는 관련법을 고쳐서라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당 내 성평등 개선방안과 관련해선 “성평등이 문화가 되고 일상이 될 때까지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와 교육연수원을 중심으로 성평등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며 “윤리감찰단과 윤리신고센터,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통해 당내 성비위 문제를 철저히 감시하고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박성민 최고위원도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던 2차 가해와 민주당의 부족한 대응으로 상처받으신 피해자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사과했다. 박 최고위원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일상의 성폭력을 마주한다”며 “피해자가 겪는 불쾌한 행동과 모욕적인 언행을 참아내야 하는 것쯤으로 여기게 하고,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을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세우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일정 부분 전가하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박 최고위원은 이어 “성범죄 피해자로 향하는 2차 가해의 화살을 막아내는 일은 사회를 지탱하는 담담한 연대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민주당은 뼈를 깎는 노력과 반성적 성찰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정의당, 충격 넘어 경악” 논평 논란에 與 “저희도 반성 의미 포함”(종합)

    “정의당, 충격 넘어 경악” 논평 논란에 與 “저희도 반성 의미 포함”(종합)

    정의당 성추행 사건 논평 비난 여론에최인호 대변인 “반성·대안 실천” 수습‘박원순 성희롱’ 인정 인권위 판단에 이낙연 “피해자와 가족께 깊이 사과”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동료 의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고 논평을 냈던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저희 잘못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다 포함돼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논평을 낸 당사자인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늘 반성하면서 저희가 내놓은 대안을 실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인호 “내시반청·조고각하 하겠다” 민주, 박원순 피해자 ‘피해호소인’ 명명 논란남인순, 朴측에 피소사실 유출로 비난 여론 최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내시반청’(內視反聽·남을 탓하기보다 먼저 스스로를 성찰하고 남의 충고와 의견을 경청한다는 뜻), ‘조고각하’(照顧脚下·자기 발 밑을 잘 보라는 뜻)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판단과 관련해 재차 사과하면서 스스로 성찰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사건 이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면서도 박 전 시장 사건 당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자초했고, 여성단체 대표 출신인 남인순 의원은 박 전 시장에게 피소사실을 유출해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지난해 4·15 총선 직후에는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해 시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최근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논평해 자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의당 사건에 논평을 냈던 당사자인 최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낙연 대표가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과 관련, “그간에 저희들이 잘못했던 시각이나 자세를 다 반성한다는 의미가 다 포함돼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제 당대표와 당 여성위원회가 면담을 했다. 여성위 중심으로 처벌 강화 등 대책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남인순 “불미스러운 일 있는지 물은 건제 불찰, 피해호소인 지칭 생각 짧았다” 남인순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서울시 젠더특보와의 전화를 통해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고, 이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저의 불찰”이라면서 “피해자와 여성인권운동에 헌신해온 단체, 성희롱·성차별에 맞서 싸워온 2030세대를 비롯한 모든 여성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했던 것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면서 “저의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다시 한번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 2차 가해가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이낙연 “피해자 2차 피해 없도록 최선”“인권위 결과 무겁게 받아들인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박 전 시장의 관련 인권위의 성희롱 판단에 대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인권위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자와 가족들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피해자가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인권위가 서울시, 여성가족부 장관 등에 보낸 제도 개선 권고 역시 존중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성별 격차를 조장하는 낡은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뜯어고치겠다. 우리 사회의 여성 억압구조를 해체하겠다”면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범죄가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서는 관련 법을 고쳐서라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성평등이 문화와 일상이 될 때까지 민주당은 전국여성위와 교육연수원을 중심으로 성평등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면서 “윤리감찰단, 윤리신고센터,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통해 당내 성 비위의 문제를 더욱 철저히 감시하고 차단하겠다”고 밝혔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낙연, ‘박원순 성희롱’ 판단에 “피해자와 가족들에 깊이 사과”

    이낙연, ‘박원순 성희롱’ 판단에 “피해자와 가족들에 깊이 사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7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관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 판단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들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권위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 여러분께도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가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인권위가 서울시, 여성가족부 장관 등에 보낸 제도 개선 권고 역시 존중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한 “성별 격차를 조장하는 낡은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뜯어고치겠다. 우리 사회의 여성 억압구조를 해체하겠다”면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범죄가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서는 관련 법을 고쳐서라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성평등이 문화와 일상이 될 때까지 민주당은 전국여성위와 교육연수원을 중심으로 성평등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면서 ”윤리감찰단, 윤리신고센터,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통해 당내 성 비위의 문제를 더욱 철저히 감시하고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억압 속에서 강렬해지는 춤사위… 손뼉과 발소리가 만들어 낸 자유

    억압 속에서 강렬해지는 춤사위… 손뼉과 발소리가 만들어 낸 자유

    흑과 백, 억압과 자유, 폭력과 사랑, 남성과 여성…. 지난 22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첫 시작을 알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는 온갖 대립이 얽혀 있다. 무대 곳곳에 보이는 장치는 물론 극의 내용, 배우들의 연기와 몸짓 모든 것이 90분간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도록 팽팽하다. 빈 무대부터 마음을 바짝 조이게 한다. 정동극장의 프로시니엄(아치형) 형태 무대는 아무 배경도 없는 흰 바탕 벽과 사이사이 기둥 모양으로 뚫린 공간들이 열을 짓고 있다. 밝은 색 조명이 더해져 따뜻한 듯하면서도 왠지 숨이 막힌다. 가족들을 보호하는 공간이 돼야 할 집이 오히려 그들을 옥죄는 감옥이 돼 버린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그 자체를 보여 준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지방 한 마을에 사는 여인 베르나르다 알바가 두 번째 남편의 8년상을 치르는 동안 다섯 딸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알바는 “이제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라는 선언과 함께 “내 보호 안에서만 편안하게 숨 쉴 수 있지”, “여기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라고 말하며 딸들에게 검은 상복을 입히고 수나 놓으며 지내도록 한다.2018년 초연에서 알바를 연기했다가 직접 라이선스를 따 와 제작자로도 변신한 정영주와 7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이소정의 카리스마는 등장부터 압도적이다. 그러나 첫째 딸이 젊고 잘생긴 청년 뻬뻬와 결혼을 약속하게 되면서 자매들은 애써 감춰 둔 욕망을 터뜨린다. 언니와 결혼하기로 한 뻬뻬에게 사랑을 느낀 동생들이 밀회를 즐기거나 그의 사진을 훔치는 등 사랑과 질투, 온갖 욕구가 뒤엉켜 갈등이 증폭된다. 극을 풀어 가는 공연의 백미는 플라멩코다. 손뼉과 발바닥 소리가 만드는 리듬만으로도 경직 속에 꿈틀거리는 자유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빨강, 초록 등 원색 조명 속에서 펼쳐 내는 강렬한 플라멩코 춤사위는 폭풍우 같은 욕망으로 뒤덮인 내면과 고뇌를 극대화한다. 무대를 채우는 여성 배우 10명은 이처럼 오로지 자신들이 가진 힘으로 극을 이끈다. 이번 재연 무대는 더블 캐스팅으로 모두 18명이 모였다. 2018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초연한 ‘베르나르다 알바’는 당시 ‘미투 운동’ 분위기에 힘입어 여성 서사극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올린 작품은 더욱 넓어진 무대에서,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폭력의 사슬과 그를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훨씬 더 강렬해진 에너지로 쏟아 낸다. 연태흠 연출도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성들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역사로부터 만들어진 폭력의 순환 구조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배우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두 자리 띄어 앉기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막하며 어려운 시기를 뚫겠다는 의지까지 더해진 공연장의 공기마저 색다른 느낌을 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리뷰] 플라멩코로 그리는 자유와 욕망…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에너지

    [리뷰] 플라멩코로 그리는 자유와 욕망…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에너지

    흑과 백, 억압과 자유, 폭력과 사랑, 남성과 여성…. 지난 22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첫 시작을 알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는 온갖 대립이 얽혀 있다. 무대 곳곳에 보이는 장치는 물론 극의 내용, 배우들의 연기와 몸짓 모든 것이 90분간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도록 팽팽하다. 빈 무대부터 마음을 바짝 조이게 한다. 정동극장의 프로시니엄(아치형) 형태 무대는 아무 배경도 없는 흰 바탕 벽과 사이사이 기둥 모양으로 뚫린 공간들이 열을 짓고 있다. 밝은 색 조명이 더해져 따뜻한 듯하면서도 왠지 숨이 막힌다. 가족들을 보호하는 공간이 돼야 할 집이 오히려 그들을 옥죄는 감옥이 돼 버린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그 자체를 보여 준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지방 한 마을에 사는 여인 베르나르다 알바가 두 번째 남편의 8년상을 치르는 동안 다섯 딸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알바는 “이제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라는 선언과 함께 “내 보호 안에서만 편안하게 숨 쉴 수 있지”, “여기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라고 말하며 딸들에게 검은 상복을 입히고 수나 놓으며 지내도록 한다. 2018년 초연에서 알바를 연기했다가 직접 라이선스를 따 와 제작자로도 변신한 정영주와 2014년 ‘태양왕’ 이후 7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이소정의 카리스마는 등장부터 압도적이다.그러나 첫째 딸이 젊고 잘생긴 청년 뻬뻬와 결혼을 약속하게 되면서 자매들은 애써 감춰 둔 욕망을 터뜨린다. 언니와 결혼하기로 한 뻬뻬에게 사랑을 느낀 동생들이 밀회를 즐기거나 그의 사진을 훔치는 등 사랑과 질투, 온갖 욕구가 뒤엉켜 갈등이 증폭된다. 극을 풀어 가는 공연의 백미는 플라멩코다. 손뼉과 발바닥 소리가 만드는 리듬만으로도 경직 속에 꿈틀거리는 자유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빨강, 초록 등 원색 조명 속에서 펼쳐 내는 강렬한 플라멩코 춤사위는 폭풍우 같은 욕망으로 뒤덮인 내면과 고뇌를 극대화한다.무대를 채우는 여성 배우 10명은 이처럼 오로지 자신들이 가진 힘으로 극을 이끈다. 이번 재연 무대는 더블 캐스팅으로 모두 18명이 모였다. 2018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초연한 ‘베르나르다 알바’는 당시 ‘미투 운동’ 분위기에 힘입어 여성 서사극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올린 작품은 더욱 넓어진 무대에서,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폭력의 사슬과 그를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훨씬 더 강렬해진 에너지로 쏟아 낸다. 연태흠 연출도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성들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역사로부터 만들어진 폭력의 순환 구조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배우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두 자리 띄어 앉기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막하며 어려운 시기를 뚫겠다는 의지까지 더해진 공연장의 공기마저 색다른 느낌을 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사회분열 부추긴 소셜미디어… 책임 공방 더 거세질 듯

    사회 분열과 관련한 소셜미디어 책임론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난 미국 대선은 이를 더욱 부추겼다. 특히 ‘트럼프 계정 폐쇄’는 또 다른 논쟁을 양산하며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분열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가디언지는 최근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계정 폐쇄를 놓고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정보기술(IT) 회사 최고 경영자들이 판사와 배심원으로 활동하기에 적합한 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도 지난 14일 자 칼럼을 통해 “누가 공공 광장을 소유하고 있느냐?”고 따지는 등 본질적인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의회 난입 사건에 앞서 “140개 도시에서 20억 달러(약 2조 2000억원)나 되는 피해를 입히고 9명의 생명을 앗아간” 2020년 흑인 시위와 관련된 폭력 선동 게시물들은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느냐는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됐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 억압에 관한 문제 제기부터 이중 잣대, 계정 폐쇄 권한 논란까지 비판이 쏟아지자 IT 업계는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할지를 독립적 감독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한 정도다. 이 역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적처럼, ‘기본권에 해당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판단을 일개 기업이 결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이 되지 못한다. 미국 정치권은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0조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에 사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해주고 있다. 그러나 230조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미국은 또 한차례 엄청난 분열과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가짜 뉴스’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고, 공화당은 ‘좌 편향’ 알고리즘을 손봐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