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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도지사協 “미얀마 국민, 민주주의 투쟁 지지”

    시도지사協 “미얀마 국민, 민주주의 투쟁 지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미얀마 군부의 인권유린과 유혈 진압을 강력히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미얀마 국민의 용기와 의지에 무한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는 시도지사협의회장인 송하진 전북지사의 제안에 전국 17명의 시도지사가 공감하면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시도지사협의회는 공동성명서에서 미얀마 군부는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즉각 받아들일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협의회는 “국민에게 총칼을 겨눈 미얀마 군부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미얀마 국민에게는 부당한 통치와 억압을 반대하고 자유와 민주, 평화를 누릴 권리가 마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미얀마 군부가 유혈 진압과 인권유린을 즉각 중단하고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즉각 받아들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송 지사는 “국민은 쓰러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며 결국 승리한다.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시민들의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이를 당당히 증명하고 있다”면서 “미얀마에도 민주주의의 봄이 찾아오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하동 서당 ‘엽기 폭력‘ 경찰·교육청 전수조사 등 대책마련

    하동 서당 ‘엽기 폭력‘ 경찰·교육청 전수조사 등 대책마련

    경남 하동군 청학동 집단 하숙형 서당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학생 ‘엽기 폭력’과 관련해 경찰과 교육 당국이 전수조사 및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남경찰청은 2일 오전 9시 30분부터 도교육청, 경찰, 하동군 합동으로 하동 청학동 서당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전수조사를 한다고 1일 밝혔다. 대상은 초등학생 60명과 중학생 41명 등 모두 101명이다. 경남도교육청도 이날 청학동 서당 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밝혔다.도교육청은 이번에 드러난 폭력 및 가혹행위에 대해 해당 시설의 문제점부터 학교폭력 사안 처리 및 후속 대책까지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도교육청은 하동지역에는 14개 서당이 운영되고 있으며 사건이 발생한 서당은 건물 일부를 학원으로 등록하고 나머지 시설은 집단거주시설로 이용하면서 법과 제도의 관리·감독을 교모하게 벗어난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파악결과 집단 하숙형 서당 인근 초등학교는 전교생 74명 가운데 61명(82%), 중학교는 전교생 49명 가운데 39명(80%)이 외지 학생으로 서당에 거주하는 등 학생 대부분이 서당에 의존해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은 서당에서 생활하는 학생 대부분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장기간 단절된 상황에서 집단 하숙형 서당의 억압적 문화, 서당 측의 학생 관리 부실 등 생활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서당내 폭력예방과 학생보호 대책으로 학원 편법 운영에 대한 고발 및 행정처분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동 서당과 같은 기숙형 교육시설의 법령 위반 현황 등 운영실태도 조사한다. 학생·학부모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도 적극 추진한다. 도교육청과 하동군이 협력해 학생·학부모 상담 및 심리지원을 한다.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분기마다 1회 이상 학생·학부모 대면 활동을 한다. 체계적인 학교경영 지원을 위해 공모 교장을 배치하고,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자율학교 지정을 추진한다. 유관기관 협력 조치로 도교육청·지자체 공동 협의체를 운영해 서당 운영방법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한다. 또 교육청과 하동군, 경찰, 학교, 서당 등이 참여하는 유관기관 교육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해마다 4차례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철학자 미셸 푸코, 소년들 성착취”…기 소르망 충격 폭로

    “철학자 미셸 푸코, 소년들 성착취”…기 소르망 충격 폭로

    ‘광기의 역사’ 등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1926~1984)가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지내던 시절 현지 소년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아동성범죄자였다는 폭로가 나왔다. 더구나 이를 폭로한 것은 푸코와 동시대에 활동한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77)이라 파급력이 더 클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매체인 더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소르망은 1960년대 말 푸코가 튀니지에 머물던 당시 8~10세 소년들을 상대로 성착취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소르망은 1969년 4월 부활절 연휴 푸코가 살고 있던 튀니지 북부 시디부사이드 지역을 찾았을 때 목격담을 전했다. 당시 현지 어린이들이 푸코를 따라다니며 “난 어때요? 날 데려가세요”라며 외쳤고, 이에 푸코는 그 어린이들에게 돈을 던져주면서 “항상 보던 곳에서 저녁 10시에 보자”고 답했다는 것이다. 푸코가 말한 ‘항상 보던 곳’은 현지 공동묘지를 가리킨 것이었으며, “푸코는 소년들과 묘비 위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동의 여부는 거론되지도 않았다”고 소르망은 말했다. 또 “왜 이제까지 한번도 의혹 제기가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푸코가 감히 프랑스에선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여기엔 식민주의, 백인 제국주의 같은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소르망은 당시 푸코의 “저열하며 도덕적으로 추한” 행위를 경찰에 신고하거나 언론에 폭로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소르망은 당시 프랑스 언론 역시 푸코의 이런 행태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동행 중에는 언론인들도 있었고, 목격자들도 많았다”면서 “그런데 아무도 이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푸코는 철학의 왕이었고, 프랑스에서는 신과 다름없었다”고 덧붙였다.소르망의 폭로 내용은 그가 이달 발간한 저서에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소르망은 앞서 지난해 1월 한 잡지 기고문 ‘재능은 더 이상 범죄의 변명이 될 수 없다’에서도 “푸코는 최고의 저명한 학자라는 명성에 기대어 ‘절대적 자유’라는 미명 하에, 튀니지에서 어린 소년들에게 돈을 지불했다. 그는 소년들 역시 쾌락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구실을 댔다”고 쓴 바 있다. 다만 소르망은 이러한 주장의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 ‘감시와 처벌’ 등을 통해 ‘근대화가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억압하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한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역사학자다. 푸코는 생전 동성 연인과의 관계가 알려지기도 했으며, 1977년에는 13세 아동과의 성관계 합법화 청원에 서명한 이력도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정의당의 빈자리/이창구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정의당의 빈자리/이창구 정치부장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거 중 하나가 2010년 지방선거다.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의 독주와 위세가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였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마땅한 차기 주자조차 없이 지리멸렬했다. 투표함을 열어 보니 대반전이 벌어졌다. 민주당의 안희정(충남), 이광재(강원), 송영길(인천) 등 386들이 광역단체장을 휩쓸었다. 서울에서도 여론조사상 20% 포인트 뒤지던 한명숙 후보가 새벽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벌이다 0.6% 포인트 차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석패했다. 당시 데스크는 “민심을 읽지 못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며 정치부 기자들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 그러나 현장 기자들은 심판 민심이 들끓고 있음을 직감했다. 민심을 몰랐던 건 여론조사 수치와 다수 의석의 힘에 취했던 한나라당과 청와대 그리고 게으른 언론사 간부들이었다. 한명숙 후보의 패배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준비 없이 선거가 임박해 끌려나온 듯한 한 후보를 탓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에 대한 질타가 더 컸다. 노 후보가 기어이 출마해 3.26%를 가져가는 바람에 정권 심판의 하이라이트인 서울을 내줬다는 비난이었다. 선거 직전 노 후보를 인터뷰했다. 그는 ‘반(反)이명박 연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가치와 정책에 대한 합의없이 무조건 합치는 건 패배주의”라고 했다. “2012년 대선에서 진보대연합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지금 진보의 뿌리를 뽑아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민주노동당과의 분열, 민주당으로의 단일화 압박 속에서 진보정치의 미래를 고민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11년 전 얘기를 꺼낸 것은 노회찬이 일궜던 정의당이 4·7 재보선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하게 된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설령 그 사건이 없었더라도 진보 정치의 뿌리를 튼튼히 내리지 못한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의 단일화 압박에 시달렸을 것이고, 완주하더라도 성적이 초라했을 것이다. 정의당이 실패한 핵심 원인을 꼽는다면 가난한 민중,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받는 소수자의 삶에서 멀어진 탓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의당 당원의 주류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와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이다. 자유주의 세력(민주당)이 집권하든 보수우파(국민의힘)가 집권하든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이다. 해고와 산재, 억압과 차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들이 당의 토대가 됐으니 ‘민주당 2중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당의 리더들도 현장을 떠난 지 오래다. 셀럽(유명인)들이 비례대표로 뽑혀 어느 날 당의 간판이 되고, 청년그룹과 시니어그룹 모두 금배지를 향해 뛰고 있으니 선거주의 정당, 개량주의 정당으로 변하는 건 불가피했다. 지금 진보정치에 대한 갈망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래서 정의당의 빈자리가 더욱 아쉽다. 무능, 남탓, 독선으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싶지만 국민의힘에 기대기는 싫은 시민들의 복잡한 마음이 ‘윤석열 현상’으로 굴절돼 표출되는데도 대안으로 삼을 진보정당이 없다. 힘든 시기에 정의당을 이끌게 된 여영국 대표는 공고 출신 노동자였다. 마창노련·전노협을 이끈 뚝심의 노동운동가이자 창원 지역 진보정치의 산증인이다. 여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자·서민·빈민·청년들 곁으로 가 함께 싸우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정의당이 잊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고장난 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하는 정의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window2@seoul.co.kr
  • “불 꺼진 화장실에 2살 아이 가두고...” 어린이집 교사 검찰 송치

    “불 꺼진 화장실에 2살 아이 가두고...” 어린이집 교사 검찰 송치

    대기업 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보육교사가 2살 된 아이를 불이 꺼진 화장실에 가두는 등 수차례 학대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28일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 전직 보육교사 2명과 전직 원장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 보육교사들은 지난 2019년 11~12월 이 어린이집에서 2세 아동을 훈육한다며 불 꺼진 화장실에 7분간 가두고, 교실 구석에서 팔 등으로 아동을 억압하는 등 아동 5~6명을 40여 차례에 걸쳐 신체·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동복지법상 어린이집 원장은 아동을 직접 학대하지 않아도 소속 교사가 아동을 학대한 경우, 양벌규정에 따라 아동학대 주의와 감독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처벌 받는다. 앞서 지난해 1월 학부모들이 경찰에 이를 고소했고, 경찰은 해당 어린이집 CCTV 영상을 분석해 이들의 학대 정황을 확인했다. CCTV영상에는 보육교사가 불 꺼진 화장실에 남자 아이를 밀어 넣은 뒤 아이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모습과 여자아이를 억지로 화장실에 밀어 넣거나 일어서지 않으려고 하는 남자아이를 강제로 일으키는 모습 등이 찍혀 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해당 원장과 교사들은 사직서를 냈다. 한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아이가 집에서도 화장실 가기를 거부하고 틱장애와 말더듬 증상이 시작됐다” 며 “심지어 차를 타고 가다가도 어린이집 주변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거부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린이집 측이 CCTV 영상을 보러 찾아간 부모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등 오히려 가해자로 내몰았다” 며 “업무방해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고, 어린이집의 항고도 기각됐다. 아동학대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 아동보호전문가는 “불 꺼지고 밀폐된 화장실은 2세 아동에겐 충분히 공포스러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어린이집 원장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미·영, ‘신장 위구르 탄압’ 반대 기업 불매운동, 우려

    미·영, ‘신장 위구르 탄압’ 반대 기업 불매운동, 우려

    미국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이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그것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총리실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영국과 미국 정상이 이번 주 초 신장지구 인권 침해와 관련해 부과한 제재를 돌아보고 중국의 보복 조치에 우려를 밝혔다”고 전했다. 젠 사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이 인권유린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면서 “중국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윤리적인 기업 관행을 저해하며 사기업의 의존을 무기화하는 것을 국제사회는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중국에서 벌어지는 소셜미디어 캠페인과 소비자 불매운동이 미국, 유럽, 일본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기업과 인권에 대한 유엔의 원칙, 다국적 기업에 대한 OECD 지침에 따라 기업이 인권을 존중하도록 지원하고 촉진한다”고 강조했다. H&M, 나이키, 버버리 등은 신장 지구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 뒤늦게 알려진 뒤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대상이 되었고,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두둔하고 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붓다 연대기(이학종 지음, 불광출판사 펴냄) 불교전문기자인 저자가 붓다(석가모니)의 삶과 가르침을 집대성한 전기. 기존에 국내에서 발간된 붓다 전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붓다의 양어머니 고타미의 열반, 아들인 라훌라 이야기 등도 함께 담았다. 여성 출가자들의 수행과 깨달음에 대한 서술도 포함됐다. 952쪽. 3만 5000원.새의 언어(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지음, 김율희 옮김, 윌북 펴냄) 한평생 새를 관찰해 온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가 직접 그리고 쓴 조류 도감. 200여종의 일러스트를 통해 ‘새는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새는 왜 한쪽 다리로 서 있어도 넘어지지 않을까’ 등 많은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424쪽. 1만 9800원.수학의 모험(이진경 지음, 생각을 말하다 펴냄) 철학자의 시각으로 천재 수학자들이 인류 역사에 남긴 경이로운 사유를 소개한다. 갈릴레오는 물체의 자유낙하를 수학 공식으로 바꿨고, 케플러는 태양계 행성의 운동 법칙을 눈이 멀도록 계산했다. 과학 혁명의 기초를 세운 학자들의 도전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던 수학이 ‘사고방식’이고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364쪽. 2만원.지식의 전진, 바빌론에서 위키까지(잭 린치 지음, 이혜원 외 2인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사전 편찬자의 고민’을 펴낸 잭 린치 미 럿거스대 영문과 교수가 함무라비 법전부터 위키피디아 사전까지 세상의 주요 참고 저작 50종의 탄생 과정을 펼쳤다.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사전들의 탄생 과정과 광범위한 참고 정보를 집필한 저자들의 열정과 장구한 세월이 느껴진다. 648쪽. 2만 9800원.치유와 억압의 집, 여성병원의 탄생(디어드러 쿠퍼 오언스 지음, 이영래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대학에서 의학사를 가르치는 저자가 현대 여성 건강이 어떻게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 됐는지 조명한다. 저자는 유색인 여성이 백인 여성보다 고통을 잘 견디고 성욕이 과도하다는 서구 사회의 ‘환상’이 과학으로 둔갑한 과정도 살펴본다. 312쪽. 1만 6500원.네 눈동자 안의 지옥(캐서린 조 지음, 김수민 옮김, 창비 펴냄) 한국계 미국인 작가 캐서린 조가 출산 후 망상과 환각을 동반한 ‘산후정신증’을 겪고 2주간 입원 치료한 경험을 기록했다. 어느 날 아이의 얼굴에서 번뜩이는 악마의 눈을 보게 된 광기와 모성의 경험, 극도의 불안과 우울을 극복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400쪽. 1만 6000원.
  • ‘속옷은 흰색, 무릎 담요 금지’ 日 인권침해 교칙 모두 삭제

    ‘속옷은 흰색, 무릎 담요 금지’ 日 인권침해 교칙 모두 삭제

    ‘속옷은 흰색’이라는 시대착오적인 교칙을 강요했던 일본 국·공립 중학교들이 뒤늦게 논란이 되자 교칙을 삭제하고 나섰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사가현 교육위원회가 전날 현 내 46개 학교의 교칙 상황을 점검한 결과 상당수의 학교가 뒤늦게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교칙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속옷은 흰색을 착용’이라는 교칙은 14개교에 있었지만 인권침해라며 14개교가 모두 삭제했다. 앞서 사가현 변호사회는 현립 중학교와 시립 중학교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교칙 재검토를 요구하는 제안서를 현 교육위원회에 제출했다. 가장 문제가 된 속옷은 희색을 착용하라는 교칙은 교사가 복장 검사 시 속옷을 볼 수 있도록 해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학생은 “복장 검사 때 속옷의 어깨 끈을 들어 올려서 색상을 확인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원래 머리카락이 붉거나 곱슬머리이면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하도록 한 3개 학교도 모두 관련 교칙을 없앴다. 교내에서 무릎 담요 사용을 금지하거나 가방에 붙이는 마스코트는 한 개만 허용, 머플러는 코트 착용 시에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교칙도 모두 삭제됐다. 이 밖에도 양말·스웨터 등의 색깔 지정, 통학 가방 지정, 양산 금지 등 학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한 교칙도 삭제되거나 삭제를 검토 중이다. 교칙은 학교 교장이 정하고 있기 때문에 삭제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이에 대해 사가현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학교 판단으로 (삭제 등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인권침해 교칙을 삭제하도록) 지도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일곱 살 소녀 겨눠 탕!… “이런 군부가 종신집권을 하려 한다”

    일곱 살 소녀 겨눠 탕!… “이런 군부가 종신집권을 하려 한다”

    “군부는 즉시 모든 잔혹한 폭력을 끝내고 그들의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합니다. 밝고 똑똑한 우리 자녀 세대는 다른 미래를 가져야 해요.” 군부가 강경 진압을 이어 가며 미얀마에서 매일 ‘지옥도’가 펼쳐지는 가운데 한 현지인 교수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호소하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미얀마 여러 대학에서 수년간 강의하다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익명을 요구하며 “현지 활동가, 시위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불안함을 드러냈다. 미얀마에서는 두 달 가까이 군경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4~15세 중고교생은 물론 7세 어린이까지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 소녀는 만달레이의 집에서 아버지 무릎에 앉아 있다가 총에 맞았다.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뿐 아니라 집 안에 있는 민간인까지 무참히 살해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쿠데타 목적은 국가 전체를 계속 군사 정권하에 두려는 것”이라며 “이들은 ‘독재자’다. 외부 압력에 신경 쓰지 않고 국민을 억압하는 게 고귀하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민주화운동에도 참여했던 그는 예전과 달리 군부가 장기적인 계획으로 대응한다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그는 “군부는 쿠데타를 정당화하며 지난해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했는데, 투표 결과를 다시 들여다보는 대신 ‘1년 비상사태’부터 선포했다”며 “장관을 새로 임명하는 등 실제 권력을 차지하고 국가를 장악할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부는 유혈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경 중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며 책임을 시위대에 돌렸지만, 분노가 이어지자 양곤 인세인 교도소에 구금한 시민 600여명을 석방하는 등 ‘달래기’에 나섰다. 군경의 야간 급습 과정에서 체포됐거나 무언가를 사러 외출했다가 잡힌 이들이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까지 2812명이 체포·구금됐고 최소 275명이 사망했다. 쿠데타에 반대해 파업하는 공무원들의 시민 불복종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만달레이에선 군부가 철도노동자들에게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관사를 떠나라”고 명령하자, 직원 주택 단지 내 450가구 1000명 이상이 주말 동안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 양곤과 네피도에서도 철도노동자와 정부 병원 소속 의사, 간호사들이 줄줄이 관사를 비우며 군부의 탄압에 저항했다. 전역에서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차량 운행도 하지 않는 ‘침묵 시위’가 벌어졌다. ‘미얀마군의 날’인 오는 27일 전국적 규모의 총궐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교수는 한국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에도 관심과 연대를 요청했다. 포스코 등 기업은 군부 세력과 결탁해 자금을 지원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미얀마인이 오늘날의 한국 국민처럼 될 수 있도록, 장기적 관계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7살 소녀도 희생된 미얀마 “군부 장악 이어질 것…국제 사회 관심 절실”

    7살 소녀도 희생된 미얀마 “군부 장악 이어질 것…국제 사회 관심 절실”

    “군부는 즉시 모든 잔혹한 폭력을 끝내고 그들의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합니다. 밝고 똑똑한 우리 자녀 세대는 다른 미래를 가져야 해요.” 군부가 강경 진압을 이어가며 미얀마에서 매일 ‘지옥도’가 펼쳐지는 가운데 한 현지인 교수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호소하며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미얀마 여러 대학에서 수년간 강의하다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익명을 요구하며 “현지 활동가, 시위대와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고 불안함을 드러냈다.미얀마에서는 두 달 가까이 군경이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4~15세 중고교생은 물론 시위와 상관없는 7세 소녀까지 숨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 소녀는 만달레이의 집에서 아버지 무릎에 앉아 있다가 총에 맞았다.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뿐 아니라 집 안에 있는 민간인까지 무참히 살해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쿠데타 목적은 국가 전체를 계속 군사 정권 하에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이들은 ‘독재자’다. 외부 압력에 신경 쓰지 않고 국민을 억압하는 게 고귀하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민주화운동에도 참여했던 그는 특히 예전과 달리 군부가 장기적인 계획으로 대응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군부가 쿠데타를 정당화하며 지난해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했는데, 이 투표 결과를 다시 들여다보는 대신 ‘1년 비상사태’부터 선포했다”며 “군부는 장관을 새로 임명하는 등 실제 권력을 차지하며 국가를 장악할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군부는 유혈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경 중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며 오히려 책임을 시위대에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정 대변인 조 민 툰 준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총 164명이 숨졌다며 유감을 표했는데,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가 전날 확인된 사망자가 최소 261명이라고 밝힌 것과 차이가 크다. 쿠데타에 반대해 파업하는 공무원들의 시민 불복종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군부가 만달레이의 철도노동자들에게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관사를 떠나라”고 명령하자, 철도직원 주택 단지 내 450가구 1000명 이상이 주말동안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양곤과 네피도에서도 철도노동자와 정부 병원 소속 의사, 간호사들이 줄줄이 관사를 비우며 군부의 탄압에 저항했다. 미얀마군의 날인 오는 27일 전국적 규모의 총궐기도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군부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 교수는 한국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들에도 관심과 연대를 요청했다. 포스코 등 기업은 군부 세력과 결탁해 자금을 지원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미얀마인이 오늘날의 한국 국민처럼 될 수 있도록, 장기적 관계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소수민족, 종교 등을 모두 아우르는 세력으로 국가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군부로부터 벗어나도 이 체제가 이어지는 한 민주화운동과 소수민족의 독립 운동, 군부 쿠데타가 번갈아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연방 체제 등의 방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미중, 알래스카서 이틀간 고위급 회담…시작부터 强대强 정면 충돌

    미중, 알래스카서 이틀간 고위급 회담…시작부터 强대强 정면 충돌

    미국과 중국이 18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고위급 회담에서 초반부터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등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작부터 의례적인 덕담은 생략한채 곧바로 서로의 약점을 파고드는 `강(强) 대 강(强)’의 정면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이날 고위급 회담은 미국 쪽에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섰고, 중국에선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여해 `2+2` 형태로 열렸다. 특히 미중 양국 고윕급이 직접 만난 것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인 만큼 향후 두나라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양측은 19일 오전까지 모두 세차례로 나눠 3시간씩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은 양측이 2분씩으로 약속돼 있었으나 흥분한 상태로 공방이 되풀이되는 바람에 1시간이 넘게 지속되기도 했다. 더욱이 언론 카메라를 앞에 둔 채 양측의 날선 공방이 고스란히 중계되는 이례적인 장면도 연출됐다.첫번째 주자로 나선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은 규칙에 기초한 질서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의 행동이 글로벌 안정성을 유지하는,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위협한다며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를 대체하는 것은 승자가 독식하는 세계이자 훨씬 더 난폭하고 불안정한 세계일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홍콩, 대만,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동맹에 대한 경제적 강압 등을 포함해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깊은 우려를 논의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신장과 홍콩, 대만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인 만큼 미국의 개입을 내정간섭이라며 극력 반대하는 이슈들이다. 설리번 보좌관도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을 추구하지 않으며 경쟁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국민과 친구들을 위해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양제츠 정치국원은 무려 15분에 걸친 장광설로 맞받아쳤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은 군사력과 금융 헤게모니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억압하고 있다”며 “국가안보라는 개념을 남용하고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선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장과 홍콩,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의 내정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의 인권이야말로 최저 수준에 있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내부 불만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다른 국가에 증진하려고 한다며 양 정치국원은 “미국의 인권이 최저 수준에 있다”, “미국에서 흑인이 학살당하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비난과 비아냥을 쏟아냈다. 중국의 반격 수위가 예상보다 높자 미측은 당황한 기색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외교부장은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한 것을 두고 “손님을 맞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미국이 최근 중국 통신회사에 대해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의 발언이 끝나자 이번엔 미국이 재반격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양 정치국원의 발언에 ‘재반격’을 하기 위해 모두발언이 끝난 줄 알고 나가려는 기자들을 붙잡아놓기까지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측은 모두발언이 끝난 뒤 회담장 밖으로 나온 기자들에게 별도 브리핑을 통해 중국 측이 ‘모두발언 룰’을 어겼다며 불편한 기색을 다시 한번 드러내기도 했다. 미중 양국이 바이든 정권 출범에 따른 상견례에서 한치 양보없는 불꽃튀는 신경전을 펼치면서 두 나라가 서로 양보를 통해 `데탕트`를 맞을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차별금지법’ 발의·폐기 반복만 14년… 절박하게 밀어붙여 통과시켜야

    ‘차별금지법’ 발의·폐기 반복만 14년… 절박하게 밀어붙여 통과시켜야

    ‘이슬기 기자의 대담한 언니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대담한’ 언니들의 대담입니다.함께 세상을 바꾼, 혹은 바꿀 지혜를 나누고 힘을 얻어 가는 장입니다. ‘언니’는 사전에도 나와 있듯 성별 관계없이 동성의 손위 형제에게도 쓰는 말이므로 여성만 소환하지는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멋있으면 다 언니’입니다.이은용, 김기홍, 변희수. 최근 두 달 새 전해진 그들의 부고는 사람들에게 잠시 망각했던 ‘차별금지법’을 다시 소환했다. 성소수자라는 존재 자체가 족쇄였던 그들의 세상살이가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덜 팍팍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안타깝다. 국민 88.5%가 지지한다는 차별금지법은 14년째 답보 상태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입법을 권고하고 이듬해 법무부 안으로 발의된 이후 7번 발의됐지만 철회·폐기를 반복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은 발의됐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해 6월 어렵게 공동발의 요건인 10명을 채워 8번째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통과됐더라면 적어도 변희수 전 하사를 강제 전역 처분한 국방부에 인권위가 시정을 권고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금을 부과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왜 차별금지법은 늘 제자리걸음일까. 21대 국회에서는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지난 9일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장 의원과 공동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을 만나 물었다.-지난 3일 저녁, 변 전 하사의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소식을 듣고 어땠나요. 장혜영 그날 저녁 늦게 뉴스를 봤는데,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어떤 기분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이었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애도의 시간을 갖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첫말을 썼던 기억이 나요. 권인숙 저는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확인했는데, 그냥 멍해서… 장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좌관한테 얘기를 하려는데 확 올라오더라고요. 사람이 마음으로 우는 게 뭔지 알겠더라구요. -변 전 하사가 떠나고, 차별금지법에 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장 의원님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한 법안에 권 의원님이 공동 발의했어요. 당시 장 의원님은 국회의원 모두에게 동참을 호소하는 편지를 띄웠고, 권 의원님은 이동주 의원과 함께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 두 명 중 한 명이었어요. 당시 심정과 주변 반응이 어땠나요. 장혜영 차별금지법은 21대 총선 당시 정의당의 대표 공약이었어요. 그동안 발의됐던 법안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아 내용보다 ‘어떻게 발의해서 캠페인할까’가 중요했어요. 21대 국회에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이렇게 차별금지법에 우호적인 분들이 많았던 적이 없어서 하루라도 빨리 발의해 21대 국회의 차별성을 보여 줘야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공동발의할 의원님을 찾으려 연락하면 가치에는 공감해도 현실적 이유들로 마다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권인숙 보좌진이 엄청 반대했을 거예요. 워낙 격렬하게 몇 주 동안 (문자·전화 공세를) 감당해야 하니까…. 장혜영 맞아요. 공동발의에 대한 책임 범위가 의원 개인을 넘어선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이것(차별금지법)이 무엇인지 알고 같이 감당하겠다’는 권 의원님의 말씀에 정말 감사했어요. 권인숙 일단 저희 보좌진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고요(웃음). 민주당에서는 당론으로까지 됐다가 발의자가 철회했던 법안이기도 해 경험치가 안 좋았을 거예요. 지역구 등에서 공격을 심하게 받아 본 경험들도 있고… 다들 힘들었을 거예요. -기독교계 일부에서 “우리는 이미 양성평등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다”는 논리를 폅니다. 장혜영 존재의 역설인데요. 그 법들로 충분했다면 이 논의가 나오지 않겠죠. 그런 발화 자체가 차별과 편견을 더 확장하는 측면이 많고요. 권인숙 저희에게는 사실 장애인차별금지법밖에 없어요. 양성평등기본법은 차별금지법이 아니고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기본 기준을 제시해 주는 거예요. ‘이 정도는 하지 말자’는 선을 알려 주는 것이고, 개별적으로는 꼼꼼하게 따져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죠. 장혜영 차별금지법 제정은 사회 발전의 성과를 남기는 일일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완전히 평평한 게 아니라 울퉁불퉁하다는 걸 인정하는 거죠. 사회 발전을 위한 규칙들을 만드는 건데, 그 기준이 필요 없다는 건 기존의 울퉁불퉁함을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고요.-현재 차별금지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아는데. 장혜영 비교섭단체의 절절한 설움이 있었어요. 당 대표, 원내대표, 여야 할 것 없이 법사위 위원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국회 내 정치 역학이 있잖아요.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 논의를 진척시키는 게 어려웠어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준비하는 ‘평등법’에 의원 2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는 얘기가 전해지는데요. 권인숙 저도 평등법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종교계와의 조율이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이 의원이) 조문 하나하나를 놓고 지역구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으셨어요. 변 전 하사 사건을 계기로 다들 급박함을 느끼고 변화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지역 내 기독교 일부 조직의 저항과 반대가 워낙 거세 위축돼 있었지만 더이상 이럴 순 없다는 거죠. 더이상의 핑계는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에요. 다수 의원들이 조직적 저항을 감수하겠다는 선언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장혜영 그래서 초반에 ‘당론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드렸었어요. 개별 의원이 짊어지고 가는 게 아니라 당이라는 우산 안에 있으면 행동하기 훨씬 더 편안하니까요. 이 의원께서 최대한 많은 의원들과 공동발의하려는 건 그런 맥락이라고 봐요. 이 의원님 안이 발의되면 차별금지법을 더욱 폭넓게 논의하는 물꼬가 될 거예요. 공식적으로 논의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죠.-국민 10명 중 9명이 원한다는데, 왜 지금껏 차별금지법 제정은 제자리일까요. 권인숙 ‘성평등’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난리가 나는 사태를 경험했던 분들이 국회에는 있죠. 20대 국회 선거 때도 ‘동성애 옹호 후보 낙선 운동’ 하는 식으로 표적이 됐던 경험들이 있고요. 장혜영 (반대 진영에서) 약한 고리를 전략적으로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차별금지법이 포괄하는 영역이 광범위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편견을 갖고 있는 성소수자 문제로 프레임을 만들어 버리니까… 상대적으로 더 큰 연대를 이루지 못하고, 성소수자 진영의 운동처럼 여겨지는 거죠. 권인숙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측이 상대적으로 국회에서 강력한 로비활동을 거의 못하고 계세요. 기독교계 일부는 지역구마다 결집돼 있고, 교회들이 중심이 돼 직접 힘을 행사하는 데 비해서요. 기독교계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의견이 40% 이상으로 반대하는 분들보다 많고, 20대 국회 때도 동성애를 찬성한다는 이유로 ‘오적’으로 꼽혔던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당선됐어요. 그게 사람들 투표 기준이 되지는 않는데, 조직화된 소수의 결집된 힘을 훨씬 민감하게 체감하는 거예요. 장혜영 정말 놀랐던 게 “차별금지법을 완전히 잊고 있다가 다시 생각이 났다”고 하시는 의원들이 있었어요. 제 주변에는 사적·공적으로 함께하는 성소수자들이 있어 그들의 인권이 얼마나 존중받지 못하는지 아니까 당면한 우선순위 의제거든요. 21대 국회의원 모든 분들에게 단 한 명의 동성애자 친구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잊혀진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권인숙 악순환의 고리죠. 우리 사회는 억압과 혐오가 심하니까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니까 자기 가까이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걸 실감하지 못해요. -주제를 바꿔 보겠습니다. 정치하는 여성으로서 지난 9개월을 돌아보니 어떤가요. 장혜영 정치하는 남성들은 이런 질문 안 받죠. ‘여성 국회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정체성이지만. 그것이 유리천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했어요. ‘청년 대표’, ‘여성 대표’라고는 하는데 ‘인간 대표’로는 절대 안 쳐 주는 유리천장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여성 의원이 일반적인 의제를 다루는 걸 이례적으로 생각하거나, 반대로 여성 의제를 다루면 ‘쟤는 여성 의제만 해’라는 식의 시선도 있고요. 권인숙 큰 정당에 있기 때문에 비례대표로서 여성 의제를 잘 대변해야 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중요 책무였어요. 먼저 낙태죄 폐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중요했어요.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 통과와 교육위원회에서 성평등 교육의 의미를 강조한 것은 9개월간의 활동으로서는 괜찮았다 싶어요. -장 의원님은 지난 1월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혔습니다. 당시 권 의원님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분(장 의원)을 믿어 주는 것이 가장 큰 지지”라고 했고요. 김 전 대표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서도 보여지듯 미흡한 정치권 성평등 실현을 위해 무엇이 급선무인가요. 장혜영 문제를 문제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해요. 제가 던졌던 메시지 중 명확한 것은 ‘리더도 예외는 없다’는 거였어요. 가해자도 피해자도 도망칠 곳은 없었던 거죠. 전면 쇄신하려면 먼저 문제를 인정해야 하는데, 이걸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아요. 직시하지 않으면 풀 길이 없는데 말이죠. 권인숙 국회는 성평등과 관련해 가장 노력하지 않는 곳 같아요. 광역단체장들이 이렇게 무너지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저 같은 전문가한테 자문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두 분이 생각하는 차별금지법 통과를 위한 돌파구는 무엇인가요. 권인숙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을 통과시키느라고 엄청 고생했어요. ‘위장 수사’에 대한 인권적인 해석, 검경 간 수사 방식에 관한 의견 차 등을 좁히기 어려웠는데 저와 보좌진의 ‘광기’로 진행시켰어요. 관계자들을 만나 독촉하면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는 과정이었죠. 평등법, 차별금지법이 상정되면 발의했던 사람들이 총동원돼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양심에 호소하든, 언론을 움직이든, 의원 총회에서 울고 불고 하든 모든 걸 동원해서 밀어붙여야 해요. 의지이고, 전투의 문제거든요. 장혜영 전적으로 공감하고요. 전면전밖에는 답이 없어요. 너무나 오래됐고 진영화돼 있는 싸움이어서… 저는 차별금지법을 의견의 대립인 것처럼 다루는 데 동의하지 않아요. ‘성소수자의 자유만큼 반대할 자유도 존중돼야 한다’는 식의 기계적 양비론을 내세우는데, 그건 하나의 프레임에 불과해요. 이건 의견의 대립이 아니라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문제예요. 사람이 더 죽으면 안 되잖아요.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코로나 비웃다 2주간 사라졌던 탄자니아 대통령 62세 일기로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코로나 비웃다 2주간 사라졌던 탄자니아 대통령 62세 일기로

    코로나19 감염병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조롱하다 2주 전 공개 석상에서 사라져 건강 이상설이 나돌았던 존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이 6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미아 술루후 하산 부통령은 17일(이하 현지시간) 국영 텔레비전에 나와 마구풀리 대통령이 수도 다르에스살람의 한 병원에서 심장 합병증으로 생을 접었다고 말했다. 2주 동안을 국가추모일로 정하고 관공서들은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툰두 리수를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은 고인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케냐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이날 부고를 전하면서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생전의 그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코로나 회의론자 중의 한 명이었다. 그는 바이러스를 맞서기 위해 기도를 열심히 하면 되고 허브 증기를 쐬어 치료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공석에 나타난 것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는데 카심 마자리와 총리는 지난주에도 대통령이 “건강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대통령의 건강을 둘러싼 소문이 나도는 것은 해외에서 살고 있는 “미움에 가득 찬” 탄자니아인들이 퍼뜨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대통령에 대한 소문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탄자니아 헌법에 따르면 하산 부통령이 차기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게 되며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마구풀리의 5년 임기 가운데 나머지를 채우게 된다. 1959년 차토에서 태어난 마구풀리 대통령은 다르에스살람대에서 화학과 수학을 전공한 뒤 교사로 일하다 1995년 의회에 입성, 5년 뒤 내각 각료가 됐으며 또 5년 뒤 대통령에 처음 선출돼 자신의 56번째 생일 날 취임했다. 지난해 6월 이 나라를 코로나 청정지대로 선언했으며 ‘마스크는 써봤자’라고 조롱했다. 코로나 검사 키트도 의심스러워했으며 감염병을 막기 위해 봉쇄 조치를 취한 이웃 나라들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탄자니아는 지난해 5월 이후 코로나 확진자 집계도 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백신 구입도 마다하고 있다. 부패 공직자를 엄단해 많은 지지를 얻은 그가 그렇게도 완강하게 부인했던 코로나19 때문에 스러진 것이 맞다면 동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퍼져 있는 코로나19 회의론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은 지독한 역설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또 인권을 억압한다고 비판하던 이들도 그가 탄자니아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그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투자해 이웃나라들과 철도, 고속도로, 버스 체계를 연결해 다르에스살람을 교통 허브로 만들었다. 전력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려 배급제를 덜 실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공적에도 코로나 문제를 등한시 해 결국 동부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위험한 나라로 만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내가 강아지 새끼냐?”… 마초사회에 불 지른 이불의 첫 10년

    “내가 강아지 새끼냐?”… 마초사회에 불 지른 이불의 첫 10년

    ●스스로 매달린 ‘낙태’ 퍼포먼스 등 저항 메시지 1989년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발가벗은 여성이 등산용 밧줄에 묶여 객석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자발적 고난은 오래가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비명이 이어지자 관객들이 달려들어 여성을 끌어내렸다. 스물다섯의 젊은 작가 이불이 말 그대로 온몸을 던져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 중심 사회에 저항한 ‘낙태’ 퍼포먼스다. 9분 51초의 기록 영상으로 남은 이 파격적인 행위 예술은 30여년이 지난 지금 봐도 묵직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세계적인 작가 이불의 초기 작업을 한자리에 모은 회고전이 마련됐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5월 16일까지 열리는 ‘이불-시작’은 여성과 여성의 신체에 대한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남성 위주의 시선을 일관되게 비판해 온 작가의 모태가 됐던 1987년부터 10여년간의 활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첫 전시다. 작가의 시그니처가 된 소프트 조각 3점과 퍼포먼스 기록 영상 12점, 사진 기록 60여점, 미공개 드로잉 50여점 등이 공개됐다.1987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기존의 조각에서 사용하는 단단한 재료와 고정적인 표현에 답답함을 느끼고 천과 솜, 실, 철사 같은 부드러운 재료로 만든 소프트 조각을 실험했다. 사람의 손을 닮은 촉수가 주렁주렁 달린 기이한 형상의 소프트 조각을 입고 도시를 누비며 스스로 ‘살아 있는 조각’이 됐다. 1990년 서울과 도쿄에서 12일간 벌인 즉흥 퍼포먼스 ‘수난유감-내가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아느냐?’는 그의 이름을 언급할 때 항상 회자되는 대표작이다. ●방독면 쓰고 부채춤… 날생선 부패 과정 전시도 이번 전시에는 1988년 첫 개인전에서 발표한 소프트 조각 ‘무제(갈망)’ 연작 2점과 1998년 선보인 ‘몬스터: 핑크’를 2011년에 다시 제작한 작품 3점이 진열됐다. 1988년 ‘갈망’부터 1996년 ‘I Need You(모뉴먼트)’까지 12개 퍼포먼스 영상 기록도 만날 수 있다. 소복을 입고 물고기의 속을 가르거나(‘물고기의 노래’, 1990) 방독면을 쓰고 한복을 입은 채 부채춤을 추는(‘웃음’, 1994) 등 도발적인 퍼포먼스들에선 어떤 경계에 대한 의식 없이 권력과 위계를 조롱하고, 공고한 사회 체계와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려는 작가의 폭발적 에너지가 느껴진다.1997년 뉴욕현대미술관의 ‘프로젝트’ 전시에 초대된 이불은 냉장 유리 케이스에 금속 조각과 스팽글로 화려하게 장식한 날생선 63마리를 담은 작품 ‘장엄한 광채’를 설치했다. 썩어 가는 과정과 냄새까지 전시의 일부로 끌어들여 시각 위주 미술 개념과 기존 미술관의 권위에 도전한 시도였다. 하지만 진동하는 악취에 미술관은 개막 전날 작품을 철거했고, 이를 알게 된 저명한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이 리옹 비엔날레에 작품을 소개하면서 유럽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이불은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와 한국관 대표로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서 각광받으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美 “북한은 자국민 학대… 중국은 인권유린” 정조준

    美 “북한은 자국민 학대… 중국은 인권유린” 정조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북한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북한) 주민과 함께 서서 이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상대로 기본권과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가 북한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북측도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은 또 “지역과 세계의 위협이 되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도 도전 과제”라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다른 동맹국, 파트너들과 함께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회담 이후 “양국 장관이 북한·북핵 문제가 시급히 다뤄져야 할 중대한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강압과 호전적 행동으로 홍콩 자치권을 체계적으로 침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시켰으며, 신장 지역과 티베트의 인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한미 국방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회담에서 “동북아와 한반도 주변, 인도태평양 지역이 공동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미 국무·국방 장관이 동시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0년 7월 이후 10년 8개월여 만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미 국무장관 “北, 자국민 학대…한미동맹 흔들리지 않아”(종합)

    미 국무장관 “北, 자국민 학대…한미동맹 흔들리지 않아”(종합)

    “북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전 세계에 위협”미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애도정의용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동력마련 기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7일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에 대해 계속해서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는 (북한)주민과 함께 서서 이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상대로 기본권과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대면으로 열리기는 지난해 11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오찬을 겸한 회담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지난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와 비교할 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공통의 도전과제로 꼽으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동북아·글로벌 현안과 관련 “이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민주주의가 위험할 정도로 퇴행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버마(미얀마)에서는 군부가 민주주의 선거 결과를 뒤집었고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이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강압과 호전적인 행동으로 홍콩의 자치권을 체계적으로 침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있으며 티베트의 인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에 영유권을 주장한다”면서 “이 모든 것은 인권법을 침해한다”고 중국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우리는 민주주의를 믿는다”며 “이런 가치를 지키는 것은 지금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블링컨 장관은 미국 애틀랜타에서 16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격사건을 언급하며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큰 충격을 받은 한인사회 모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블링컨 장관은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결과적으로 공유하는 가치를 통해 단결됐다. 이것이 국무부 장관으로서 첫 해외 순방지 중 하나로 서울에 오게 된 것이 기쁜 근본적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과 일본을 첫 해외순방지로 택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며 “이 동맹은 한미 양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 안보,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 “한미동맹은 흔들리지 않는다” 또 “한미동맹은 흔들리지 않는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위한 우리의 공유된 비전을 실현하고 싶다”고 했다. 정의용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회담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확고히 정착해서 실질적 진전을 향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오늘 회담을 계기로 한미관계가 더욱 건전하고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동맹으로 발전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여왕이 날려 버린 기회/박상숙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여왕이 날려 버린 기회/박상숙 국제부장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가 앞으로 자사 제품을 광고할 때 ‘노멀’(normal)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크림이나 염색약 등에 ‘보통의’ 또는 ‘정상적인’이라는 뜻의 단어를 사용해 인종·외모에 대한 차별과 고정관념을 고착화해 왔다고 반성하며 “모든 피부색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사에 ‘윤리’를 앞세운 유니레버의 선언에서 기업만큼 추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물건 하나 사는 데도 ‘정치적 올바름’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니 변화의 몸부림은 필수다. 차별 해소와 다양성 존중은 국경과 영역을 초월하는 화두다. 지난해 흑인 미국 남성의 죽음 이후 촉발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여파로 이런 경향은 짙어지고 있다. 특히 영미권 시위대의 분노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동상의 목을 날리고, 2차 대전 영웅 처칠의 얼굴에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먹칠할 지경에 다다랐다. ‘서구판 문화대혁명’은 해를 넘겨서도 거침이 없다. 최근엔 인종차별적 표현과 묘사가 담긴 문화 콘텐츠가 줄줄이 도마에 오른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디즈니플러스는 ‘피터팬’, ‘덤보’ 등 고전 애니메이션에 새삼 ‘7금(禁)’ 딱지를 붙였다. 원주민 조롱과 흑인 비하가 담긴 이들 작품이 현재 감수성과 맞지 않아 어린이 정서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작된 지 80년이 넘은 고전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노예제 미화라는 비난 속에 사라질 뻔하다가 얼마 전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록 영상을 달고서야 대중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높아진 인권의식에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서 인종, 젠더, 성 정체성, 장애 등 다양성 지표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성 추구 기조는 ‘브리저튼’ 같은 성공작을 탄생시킨 거름이 됐다. 19세기 영국 귀족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작년 말 공개되자마자 대박을 쳤는데 인기 요인은 무엇보다 흑백차별이 지독했던 시대를 비튼 파격적 인물 설정에 있다. 영국 역사가들 사이에서 흑인 혼혈 여부를 두고 이견이 분분한 실존 인물 샬럿 왕비를 등장시킨 이 작품에서 흑인 공작을 비롯해 히스패닉, 동양인도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나온다. 역사적 진실이 어떻든 흑인 왕비가 이룬 인종평등 세상은 허구지만 정치적 올바름을 중시하는 시청자에게 쾌감을 줄 만하다. 물론 불편한 시선도 만만찮다. ‘브리저튼’이 구현한 대안적 역사가 오히려 인종차별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철저한 역사 고증을 요구하는 쪽에선 단순히 유색인종을 귀족의 지위로 끌어올려 평등세상을 꾸며낸 판타지보다 억압과 차별의 잔혹함을 가감 없이 보여 주는 것에서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가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지적대로 ‘브리저튼’의 평등세상은 여전히 현실에선 요원해 보인다. 메건 마클 왕자비의 폭로로 인종차별에 찌든 영국 왕실의 민낯이 드러났다. 역시 흑인 혼혈로 샬럿 왕비에 비견됐던 메건은 자신의 왕궁 탈출이 ‘피부색’에 따른 차별이 원인이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군복무 등에 솔선수범해 존경을 한 몸에 받던 버킹엄궁은 최대 이슈인 인종차별 문제 앞에서 ‘집안일’이라며 국민과 세계를 향해 빗장을 걸었다. 역사상 최초로 노예제도를 폐지했던 국가의 왕실답지 못한 ‘좀스런’ 처사다. 당장 ‘여왕이 인종차별을 시정할 기회를 날렸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리더의 언행은 그 자체로 메시지다. 다른 ‘색깔’이 내심 싫더라도 밖으로는 존중하는 것이 참된 지도자의 덕목이 아닐까. okaao@seoul.co.kr
  • 미얀마 문민정부, 군부 맞서 무장단체 결집 추진

    미얀마 문민정부, 군부 맞서 무장단체 결집 추진

    미얀마 쿠데타 이후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문민정부 대표도 군부에 대항하고 혁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의해 임명된 만 윈 카잉 탄 부통령 대행은 이날 은신처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연설을 했다. CRPH는 아웅산 수치 문민정부의 집권당이었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로 구성됐다. 쿠데타 이후 군부와 별도로 장관 대행 등을 임명하고, 미얀마 여러 지역을 장악한 민족 무장단체 대표들을 만나는 등 문민정부 인정을 추진하고 있다. 부통령 대행은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대신해 이 같은 별도 문민정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지금은 가장 어두운 순간이지만, 여명이 머지않았다”며 “수십년간 억압받은 모든 민족이 바라는 연방 민주주의를 위해 이번 혁명은 힘을 하나로 모을 기회”라고 했다. CRPH는 앞으로 국민의 권리를 위해 입법을 추진하고, 임시국민행정팀을 구성해 공공행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군부에 의해 구금된 수치 국가고문 측도 해외의 인권 전문 로펌을 고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CRPH는 최근 영국에 본부를 둔 한 국제 로펌과 계약을 맺었는데, 앞으로 군부의 만행을 국제 법정으로 가져가 시위대 유혈 진압과 민주정부 탄압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로펌은 그동안 인권침해 사건들에 대해 많은 국가와 피해자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 법정 경험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군부가 쿠데타 항의 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연일 유혈 진압을 이어 나가면서 누적 사망자 수는 1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주말에만 14명이 희생당해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97명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미얀마 문민정부, 군부 맞서 무장단체 결집 추진

    미얀마 문민정부, 군부 맞서 무장단체 결집 추진

    미얀마 쿠데타 이후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문민정부 대표도 군부에 대항하고 혁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의해 임명된 만 윈 카잉 탄 부통령 대행은 이날 은신처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연설을 했다. CRPH는 아웅산 수치 문민정부의 집권당이었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로 구성됐다. 쿠데타 이후 군부와 별도로 장관 대행 등을 임명하고, 미얀마 여러 지역을 장악한 민족 무장단체 대표들을 만나는 등 문민정부 인정을 추진하고 있다. 부통령 대행은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대신해 이 같은 별도 문민정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지금은 가장 어두운 순간이지만, 여명이 머지않았다”며 “수십년간 억압받은 모든 민족이 바라는 연방 민주주의를 위해 이번 혁명은 힘을 하나로 모을 기회”라고 했다. CRPH는 앞으로 국민의 권리를 위해 입법을 추진하고, 임시국민행정팀을 구성해 공공행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군부에 의해 구금된 수치 국가고문 측도 해외의 인권 전문 로펌을 고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CRPH는 최근 영국에 본부를 둔 한 국제 로펌과 계약을 맺었는데, 앞으로 군부의 만행을 국제 법정으로 가져가 시위대 유혈 진압과 민주정부 탄압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로펌은 그동안 인권침해 사건들에 대해 많은 국가와 피해자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 법정 경험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군부가 쿠데타 항의 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연일 유혈 진압을 이어 나가면서 누적 사망자 수는 1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주말에만 14명이 희생당해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97명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어제 하루만 미얀마에서 12명이 스러졌습니다. 한쪽만 무장한 내전”

    “어제 하루만 미얀마에서 12명이 스러졌습니다. 한쪽만 무장한 내전”

    13일 하루에만 미얀마 군경의 발포로 또다시 8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영국 BBC의 동영상은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 연좌시위에 나섰다가 총격을 받고 쓰러진 한 청년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허술한 방패로 자신을 가린 시위대원들이 퇴각하거나 도로 옆으로 피신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한 청년이 달려오다 허리를 어루만지며 그대로 쓰러져 길바닥에 누워버린다. 조너선 헤드 BBC 특파원은 말한다. “내전이나 다를 바 없다. 다만 한쪽만 무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와 영국 BBC 버마, 목격자들을 인용해 이날 시위 도중 최소 12명이 실탄 사격을 비롯한 군부의 유혈진압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가장 유혈이 낭자한 날 가운데 하루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1988년 민주화 시위의 불길을 댕긴 폰 모 사망 33주기를 맞아 SNS에서 전국적인 시위를 촉구하는 운동이 일어난 가운데 일어났다고 통신은 전했다. 1988년 8월 8일에 일어나 가장 규모가 컸다고 해서 ‘8888 시위’로 불리는 이 때 유혈 진압으로 약 3000명이 목숨을 잃어 1962년 군부가 집권한 이래 가장 큰 유혈 사태로 기록됐다. 이 시위를 계기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미얀마 민주화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고, 군부정권에 의해 약 20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다. 양곤 곳곳에서는 전날 밤 야간 촛불집회가 열려 시민들이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등 쿠데타 반대를 이어갔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서부 친주 하카에서는 군경이 병원에 침입, 환자 30명가량과 병원 직원들을 쫓아냈다고 로이터가 현지 활동가를 인용해 전했다. 군경은 지난 주초부터 시민불복종 운동(CDM)을 차단한다며 각지의 병원과 대학 건물을 점령했고, 이 과정에 시위 등으로 다친 환자들을 내보내는 일도 빈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데타에 대응해 세워진 문민정부 대표는 군부를 뒤엎고 혁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의해 임명된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이날 은신처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연설을 했다. CRPH는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이 구성했다.CRPH는 연방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미얀마의 여러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민족 무장단체 대표들을 만나 이미 일부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페이스북 연설을 통해 “지금은 이 나라에 있어 가장 어두운 순간이지만 여명이 멀지 않았다”면서 “수십 년 독재의 다양한 억압을 겪어 온 모든 민족 형제가 진정 바라는 연방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이번 혁명은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CRPH는 국민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며, 임시국민행정팀을 구성해 공공행정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설 이후 수천 명이 페이스북에 “당신이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는 등의 지지 댓글을 달았다. 한편 지난달 도로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고 무장 경찰들에게 시위대를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애원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안 누 따웅(45) 수녀는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어릴 때 군부가 이웃을 죽이는 것을 봤다. 그래서 군복 입은 사람만 봐도 두렵다. 하지만 난 성당에 피신한 사람들을 지켜야 했다. 날 쏘면 기꺼이 죽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북부 미치나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녀원 소속인 그는 경찰들에게 “정녕 쏘겠다면 날 대신 쏴라”라고 말했는데 “그들이 내 눈 앞에 있는 죄 없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모습을 가만 지켜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안 수녀는 미얀마에 다시 암흑기가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민정부 아래 지낸 5년은 정말 행복했다”면서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언제 붙잡혀갈지, 언제 죽을지 몰라 낮이고 밤이고 두려움에 떤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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