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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바스크族“독립 무장투쟁 재개”

    [생세바스티앙 AFP AP 연합] 스페인의 바스크족 독립단체인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가 28일 14개월간 지속된 휴전을 중단하고 무장투쟁을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ETA는 성명을 통해 “평화 노력이 와해되고 있어 무기를 다시 들기로 결정했다.휴전 종료를 선언한 만큼 내달 3일부터는 우리 특공대원들이 언제라도투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휴전 중단 배경과 관련,ETA 지도부는 “스페인과 프랑스는 지난 1년간 바스크주를 점령,지배하면서 억압적인 공격을 해왔다”면서 스페인과 프랑스를강력 비난했다. 앞서 ETA는 지난달말 바스크주 자치권 인정과 405명의 바스크 정치범 전원석방,스페인 무장세력의 전면 철수,강경파 협상대표부 교체등을 요구했으나스페인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이번 휴전 중단 선언은 스페인 총선 4개월을 앞두고 바스크 급진 민족단체들이 선거 불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회동을 갖기 수주전에 나왔다. ETA는 바스크 독립운동을 위해 폭력 투쟁을 전개한 지난 68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9월 16일 시한을 명시하지않은 채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북아일랜드와 같은 평화과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을 낳게 했다.
  • [연극 리뷰] ‘메디아 왈츠’

    극단 표현과 상상의 ‘메디아 왈츠’는 억압적인 현실에 갇혀 지내는 한 주부와 자신을 옭아맨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진 신화적 인물 ‘메디아’의 대조적인 삶을 통해 ‘새로운 여성상’의 화두를 던지는 여성연극이다. 유리피데스의 희랍극에 등장하는 메디아는 남편이 자신을 배반하자 남편의새 애인과 아이들을 독살하고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는 강인한 여성.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작가 다리오 포는 다섯편의 독백으로 구성한 희곡‘여성의 역할’에서 메디아를 새롭게 조명했다.연극 ‘메디아 왈츠’는 다리오 포의 희곡가운데 두 편을 선택해 재구성한 작품. 극은 여자와 메디아의 얘기를 오가면서 희화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동시에 전달한다.전신마비로 누워있는 시동생과 아기를 돌보느라 정신없는여자는 건너편에서 자신을 훔쳐보는 남자,수시로 걸려오는 음란전화,그리고이기적인 사랑에 집착하는 연하의 청년에 둘러싸여 숨막히는 일상을 보낸다. 게다가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남편은 여자가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자물쇠를 채워뒀다.여자는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앞집 아주머니에게 수다로 털어놓을뿐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편 메디아는 고통의 굴레를 끊어낸 댓가로 죽음의 위협을 받지만 스스로얻어낸 자유와 해방감에 희열을 느끼며 과거를 회상한다. 연출자 손정우는 “여자가 메디아로 동화되는 과정을 통해 2000년대 우리에게 다가올 진정한 여성상에 대한 비전을 시각화했다”고 말했다.이미지극을지향하는 극단답게 무대를 간략히 세우는 대신 음악과 시각적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리오 포의 특기인 익살스런 대사가 주제의 무거움을 많이 덜어냈지만 메디아의 독백은 비장함이 지나쳐 부자연스런 느낌이다.12월19일까지 대학로혜화동1번지.(02)763-6238이순녀기자 coral@
  • [대한광장] 禧年과 축제

    새천년이 불과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일출을 볼수 있다는 울릉도에서의 일출행사가 거창하게 계획되고 있고,영국의 런던에서는 거대한 밀레니엄 돔이 건설되고 있다고 한다.온세계가 새천년을 맞을준비로 술렁이고 있다.새해를 맞는 설레임이 클진대 새천년을 맞는 기쁨과희망이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세상사람들이 기쁨과 설레임으로 기다리는 새 천년의 의미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좀 색다르다.성서에서 하나님께서는 매 50년마다 이스라엘에게 희년(禧年)을 선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명령의 내용은 그 해를 거룩하게 지내면서 이스라엘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것이다.빚 때문에 노예가 된 이스라엘 사람들이 풀려나고 가난 때문에 팔린 땅이 제 주인에게 되돌려지는 해이기도 하다.희년이 되면 누구나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그럼으로써 희년은 특별히 가난한 사람,억압받는 사람,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해방의 해가 되었던 것이다. 올 한해 다가올 새천년이 진정한 희년이 되기위한 여러 준비들 중의 하나로 가톨릭 교회를 비롯한 기독교계에서는 빈국들에 대한 선진국들의 외채탕감운동을 전개했고,지난 6월 열린 선진 7개국 정상회의는 최빈국 36개국에대해서 710억달러의 외채 탕감을 결정하였다고 한다.최빈국들의 부채증가에선진국들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라도 없지 않다면 가난한 나라들이 외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부자 나라들이 없애주는 것도 희년의 정신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새 천년을 앞두고 희년 정신의 실천과 관련된 몇 가지 정책이 눈에 띈다.IMF체제 이후 발생한 일부 경제사범에 대한 대규모 ‘밀레니엄’ 사면이 추진된다는 것이다.IMF체제의 극한적인 경제적 어려움 중에서 발생된 불가피한 부도라든가 생계형 사범에 대한 사면이 신용사회로 진입하고있는 우리사회의 신용질서를 어지럽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않지만대화합과 해방이라는 더 큰 가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지혜도 모아볼 수있지 않을까? 농·어민들이 안고 있는 7조원이 넘는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사실상 정부가 대신 보증하는 형식으로 바뀐다고 하니 농·어민들이 느끼게 될 해방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연대보증의 해소 뿐만 아니라 그들이 안고 있는 부채에 대한 과감한 탕감도 이제는 서서히 가시화되면서 실천되어야 되지 않을까? 가난 때문에,정부정책의 잘못 때문에 늘어갈 수밖에 없었던 부채였다면 그들에게는 그 어느 계층보다도 희년의 해방과 기쁨이 더 절실한지도 모르겠다. 희년은 축제의 시기이다.특별히 성서가 말하는 종이나 이주민,노예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제도의 기본이다.신 앞에서는 가난한 사람이나 억압받는 사람들도 부자들이나 권력자들과 똑같은 존엄성을 가지며,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찾을 권리는 당연히 이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하나의 과제이다. 모든 사람에게 희년이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해선 가난한 사람과 소외받는사람,그리고 약한 사람들의 부족함이 채워져야 할 것이며,이를 위해 가진 사람들에게 맡겨진 개인적 및 사회적 책임은 어느 누구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축제는 단순히 고통을 잊는다거나 즐거움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모든 사람이 모두 기뻐하고 행복할 수 있는 축제는 자기가 지고 있는 무거운 짐 때문에 축제의 진정한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짐을 덜어주는 데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새 천년의 첫 해가 기쁨과 희망,참된 해방의 축제가 되기 위해 우선 주위부터 돌아다보자.이 축제를 위해 내가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 내가 덜어주어야 할 주위의 짐은 무엇인가? 내가 용서하고 화해해야할 것은 어떤 것인가? 이러한 반성과 실천으로 새 천년의 축제 초대를 기다린다. [李東益 가톨릭대 교수·윤리신학]
  • [독자의 소리] WTO협상서 농민보호 특단대책 절실

    올해말부터 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협상이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다.우리농업은 지난번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그럼에도불구,경지면적이 1인당 평균 1㏊인 우리 농민을 180㏊인 미국농민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강요하는 것은 억압이다.또 관세까지도 없애겠다는 협상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의 식량자급도는 70년 80.5%,80년 56%,88년에는 39.3% 등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식량자급도 저하를 막기 위해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식량자급도가 30%이하로 내려가는 나라에 식량수입을 강요하지 않도록 하는조치를 협상에서 제안해야 할 것이다. 식량안보,농민의 생존권 보장,국토보존,홍수조절,환경보전 등을 위해서도농업은 보호돼야 한다.정부의 강한 의지와 협상대표들의 해박한 지식과 협상능력이 우리농업과 농민을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아울러 국내 392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WTO협상 범국민연대의 활동에도 큰 기대를 건다. 장삼동[경남 울산시 남구 무거동]
  • [외언내언] 新 황화론

    황화론(黃禍論)의 생명력은 참으로 끈질기다.황화론은 본시 19세기말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가 주창한 황인종 경계론. 당시 일본의 국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국제적 발언권이 커지자 일본이 유럽 열강의 아시아 지배에 방해가 된다고 본 그의 황색인종 억압론이다.그런데 이 말이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경계론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며칠전 미국의 조지 부시 텍사스주 지사가 중국은 미국의 경쟁자이지 동반자가 아니라면서 한국 일본 등 아시아지역 민주국가들과 동맹관계를 강화해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큰 부시 지사의 이 말은 미국내에서조차 논란이 많다.중국을 미국의 경쟁자로 보는 근거가 우선 모호하다. 중국이 최근 수년간 연 9%대의 놀랄만한 경제성장률을 보이고는 있으나 1인당 국민 소득은 아직도 800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중국의 개인당 국내총생산(GDP)수준은 라트비아와 자메이카 사이에 끼인 세계 65위다.이제 겨우 먹을것 문제를 해결한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21일 무인 우주선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지난 8월에는미국을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동풍 31’ 발사 실험도 했다. 300만의 군대에 핵도 보유하고 있다.그러나 중국의 이런 기술이나 군사력이얼마나 취약한가를 미국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더구나 미국의 군사력과 비교해서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옛소련같이 미국과 맞설 수 있는 국제적 수준의 이념적 리더십도 가지고 있지 않다.90년대 초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은 중국의 대미(對美)정책 지침이 될 16가지 원칙이란 것을 발표했다.이를 토대로 중국은 미국과의갈등을 피하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중국의 이런 정책 방향은 쉽게 바뀔것 같지도 않다. 중국은 인구,국토,문화적 우월성으로 해서 쉽게 세계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중국은 이런 인식을 배경으로 은근히 국제적 거물연해온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중국은 전통적으로 침략적인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미국이 근거도 없이 중국을 적대시하면 중국은 실제로 세계의 위협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을 위해 봉쇄정책에협조하리라고 보는것도 국제정치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는 것이지만,만에 일 그렇게 된다면 동북아는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될것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황화론의 연장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부시의 중국관은 한마디로 위험천만하다. 林春雄 논설위원limcw@
  • “새천년 걸맞는 정치체제 필요”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2일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데는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고,여당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한뒤 “새천년을 맞아 정치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야 하며,지식과 정보,문화창조력에맞는 정치체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이만섭(李萬燮)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등 지도부와 원외지구당 위원장 1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오찬을 함께하면서 “정치는 여야가 같이 하는 것이므로 야당도 잘해주지 않으면 정치를 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소수 여당의 한계”라면서 “내년 총선을 통해 반드시 국민의 지지를 얻어 여당의 안정세 확보가 중요하다”고강조했다.또 “여당이 안정되어야 나라가 안정되고 국민생활이 안정된다”며 “총선에서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공천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여론조사를 통해 선거구민이 가장 원하는 후보를 공천할 것”이라면서 “선거구민의 지지를 받으면 당연히공천한다”고 약속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언론문제에 대해 언급,“국민의 90%는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정부가 언론을 억압하거나 탄압해서는 안된다”면서 “나는 언론의 자유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과거 언론의 자유가 없는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어두운지를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언론이 정상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을 경우국민의 권리로,또는 이해당사자로 시정을 요구하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김삼웅 칼럼] 思想界를 살리자

    잡지의 날인 11월1일 정부는 장준하선생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사상계의 공적이 뒤늦게나마 평가받게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날 저녁 서울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미망인 김희숙여사를 비롯한 유족과 안병욱·양호민전 사상계주간 그리고 당시 필진·편집·인쇄·제본 등 ‘사상계 가족’이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는 장준하기념사업회(이사장 김진현 문화일보사장)관련 인사들과 지난 여름 장선생이 일본군을 탈출하여 중경 임시정부까지의 6천리 길을 따라 행군한 젊은이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초창기부터 사상계를 이끌었던 80대의 논객들은 아직도 꺼지지 않는 정열로 간고한 시대의 사상계시절을 회고하고, 인쇄비나 제본비를 제대로 받지도못하면서 잡지를 만들었던 ‘업자’들은 장선생의 인품과 각종 비화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한결같은 소망은 사상계의 복간으로 모아졌다. 그토록 어려웠던 시절에도 젊은이들에게 지성과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민족의 갈길을 선도하는 잡지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왜 못하느냐는 자성과 질책이 잇따랐다.김여사도 생전에 사상계의 복간을 보았으면 여한이 없겠다는 하소연이었다. 사상계는 척박한 전후세대에게는 그야말로 지성의 복음이요 자유와 정의,인권과 민주주의의 교재였다. 정신적 목마름을 달래주는 한줄기 석간수였다. 이렇게 길러진 ‘사상계 세대’가 4월혁명을 주도하고 이어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이념적 모태가 되었다. 장준하정신 되살려야어느 의미에서 사상계세대는 행복했다. 배고프고 억압받고 등록금이 없고 갈곳이 없는 지극히 불행한 시대였지만 사상계라는 오아시스가 있고 북두칠성이 있고 소크라테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함석헌의 광야에서 왜치는 소리는독재정권을 떨게 하고 장준하의 권두언은 잔재주 피우며 시류에 영합하는 글쟁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사상계 편집위원들과 기고가들은 당시 지성계를 대표하는 양심이고 논객들이었다.그들의 굽힐줄 모르는 필봉은 역사의 진로를 밝히고 시대를 광정하며 사이비 지식인들을 질타했다.의식있는 젊은이들은 사상계를 옆에끼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밤을 새워 토론하면서 열정과순수성으로 뜻을 키우고 심신을 단련시켰다. 그래서 사상계세대는 행복했던 것이다. 사상계 편집위원중 상당수가 군사독재에 훼절하면서 사상계정신이 훼손된것은 두고두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 배반의 무리보다는 굽히지 않고 차라리 부서져버린 사주 장준하의 장렬한 최후로 인해 사상계정신은 건재하고 지금 부활이 요구되는 생명력을 갖게 된 것이다. 사상계 복간이 요구되는 이유는 결코 복고취향이나 고인의 위업을 잇자는도덕주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양심에 충실하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식인들의 갈증과 정신적 혼돈상태에서 방황하는 젊은 세대에게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정론지의 존재가 시대적 요청인 것이다. 오늘 우리 언론계나 지식인 사회를 투시하는 깨어있는 지성이라면 사상계복간이 아니라도 사상계 정신을 잇는 월간지의 창간을 필요로 하는데 공감할 것이다. 시시비비나 역사의 갈길보다 사주의 식성에 맞는 글쓰기, 그런 언론이 여론을 지배하는 사회는 개혁도 발전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본질적 위기는 정확한 민심을 모으고 이를 대변하고 이것을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이으는 양심적인 식자그룹과 언론매체가 항상 소수 그룹에 멈추거나 ‘핵분열’을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는 엄청난 자본과 인력과 세련된 기교로서 신문시장과 지식시장과 여론시장을 독과점하면서 개혁의 발목을 잡고 지역갈등을 부채질하고 남북화해를 훼방하면서 권력화 되고 있다. 이래서 우리 현대사는 퇴행 아니면 갈지자(之)걸음을 걷고 있는 것이다. 뜻 있는 사람들 모여야 한 중소기업인이 사상계 전권을 CD롬으로 만들어 곧 출시할 계획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창작과 비평에 이어 이번에 사상계를 CD롬에 담은 것이다. 서울 시스템의 이웅근회장이 바로 장본인, 이회장은 ‘인사동 모임’에서 사상계 복간에 힘을 보탤 것을 다짐하고 뜻있는 인사들의 참여를 기대했다. 어려웠던 시대 민족의 양심으로 항상 정도를 걸어온 장준하선생의 기념사업회가 기금문제로 아직 설립단계에서 멈칫거리고 있는 판에 사상계 복간은 쉬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렇지만 사상계정신을 잇는 정론지의 출간은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김삼웅 주필
  • [연극 리뷰] ‘내게 거짓말을 해봐’

    ‘장정일을 위한 변명?’지난 5일부터 홍익대앞 소극장 씨어터제로에서 공연중인 연극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마 이것이 아닐까 싶다. 원작소설은 판금됐고,영화 ‘거짓말’은 개봉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이 연극은 어찌됐든 ‘도대체 원작이 어떤 내용이길래…’하는 관객들의 호기심을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각색·연출을 맡은 시인 겸 영화평론가 하재봉은 ‘유부남 조각가와 한 여고생의 일탈적 성관계’라는 것 외에는 일반인에게 알려져있지 않은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보여줌으로써 작가 장정일의 의도를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고자 한다고 했다.실제 그는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너무 대중적이고 상업적으로만 접근한데 실망해 연극화를 결심했다”고밝히고 있다. 영화 ‘거짓말’이 두 남녀의 성행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연극 ‘내게…’는 38세 조각가 제이의 억압된 의식과 자기모멸에 무게를 두고 있다.여고생 와이에 대한 집착과 탐닉도 그의 이같은 비정상적 내면이 표출되는 과정으로그려진다.초등학교 5학년때 죽은 제이의 아버지는 군인장교 출신으로 항상엄격하게 제이를 가르쳤다.아버지에게서 당한 폭력과 정신적 억압은 평생 그의 삶을 조종했고,이는 사디즘과 마조히즘으로 변형돼 나타난다.연극은 무대를 철창처럼 꾸미고,중앙에 군복입은 아버지를 등장시키는 기법으로 원작의정치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지만 연극 ‘내게…’가 아무리 영화와의 차별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상업성’의 혐의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연출자는 원작을 각색하면서 직접적인 성행위 장면을 생략하고,와이를 끝까지 처녀로 남아있게 했다.그러나 이러한 ‘자기검열’(연출자의 표현을 빌자면)에도 불구하고 반라의 제이와 와이가 나누는 성적인 대화와 몇가지 동작은 연극 특유의 현실감을고려하면 민망하기 이를데 없다.더욱이 ‘충격적인 생생한 라이브무대’를내세우면서 은근히 ‘벗는 연극’임을 드러내는 홍보문구를 대하면 이같은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어쨌든 그동안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채 논란만 무성히 나돈 ‘거짓말’에 대한 평가는 이제 연극무대에서나마 관객의 몫으로돌아오게 됐다.12월31일까지.(02)338-9240이순녀기자
  • 金대통령“공산주의 인간본능 어긋나 실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5일 “공산주의의 계획경제는 정부가 국민의 의·식·주를 책임진다는 것이나 이제 그 책임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북한은 수만에서 수십만명이 굶어죽고 있어 정부가 국민을 통제할 힘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한국자유총연맹 전국 회장단 371명을 청와대로 초청,다과를 함께 한 자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간 승패는 이미 끝났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또 “북한은 개방할 경우 남한에 흡수당하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으나 사실우리도 어려운 상태인데 당장 북한을 흡수해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북한의 개방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우리가 당장 바라는 것은 독일식 흡수통일이 아니라 북한을 도와 북한의 경제를 재건함으로써 자기 돈으로 식량과 기름을 사고,시장경제를 알게 해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히고 “그런 과정에서 통일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공산주의가 전세계적으로 후퇴·좌절한 것은 공산주의의 잘못된 이론 때문”이라면서 “마르크스의 이론은 대단히 정교한 이론이어서 한때 자본주의 경제학자들도 경의를 표시했지만 결과는 모든 경제이론 가운데 가장맞지 않는 이론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공산주의는 노동자 독재의 이름으로 소수의 당간부가 권력을장악,억압하고 수없는 피의 숙청을 하는 등 자유에 대한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것이어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金光雄 중앙인사위 위원장

    창 밖의 경복궁 돌담이 가을비를 맞고 있다.이곳에 이사오면서 사무실이 더 위층이었으면 경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을 거라며 아쉬움을 느꼈던 것이 지난 초여름이었으니 ‘정부생활’도 벌써 반년째로 접어든 셈이다. 처음엔 이 생활을 장(鳥籠) 안에 갇힌 새로 표현하곤 했다.학교에 있을 때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표현과 행동의 자유가 적어 어떤 틀 속에 갇혀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을 했었다.이는 생활의 단순함에서만 오는 것만이 아니다.관료조직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기계 같아서 그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위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하나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는 개인의 자유 의지가 작용할여지가 별로 없게 된다.혹시 지위가 높은 사람은 좀 낫지 않을까 하고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간의 경험을 미루어 보건대 전혀 반대라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생활은 좀 자유로웠느냐고 묻는다면 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유감스럽게도 대학에서 자유가 억압된 때도 많았다. 대학도 예외없이 거대 조직이어서 그 안에서 자유를 구가한다고 생각하는 교수들도 부지불식간에 조직의 부품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다만 두 집단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이미지 차이에서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걱정스러운 것은 전자정부다,디지털행정이다 하면서 조직에의 매몰이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는 점이다.행정이 디지털화하면 모든 업무가 이진법에 따라 숫자로 기록이 남게 되고,좀더 정확해져서 업무의 전문성과 일관성이높아지겠지만 동시에 신축적인 여유가 작용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때문이다.관료조직이 시대변화와 함께 뉴턴의 기계론에서 탈피하여 지각론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서도 조직의 기계적인 속성상 옛 패러다임에서 벗어날수 없다는 점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어떻게 해야 이 모순을 극복할 수있을까. 매년 가을 이맘때가 되면 학교 후문 낙성대길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캠퍼스에 들어서서 순환로를 따라가노라면 관악의 나무들은 붉은 물감을 한껏 뒤집어쓰고 기계처럼 굳어버린 사람의 마음을 열어준다.그러면서 여유도 심어준다.경복궁 돌담을 따라 효자동으로 가는 길가에도똑같은 은행나무 단풍잎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틀 속에 여유와자조(自照)를 담으라고 재촉한다. 김광웅 중앙인사위 위원장 【필진이 바뀝니다】 이달부터 ‘국무위원 에세이’ 필진이 바뀝니다.앞으로 3개월 동안 집필하게 될 새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강봉균(康奉均) 재경부장관 ▲김광웅(金光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이건춘(李建春) 건설부장관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가나다 순)
  • [기고] 언론인인가 정상배인가

    역사는 지난 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32년간이라는 정치군인의 장기집권을 ‘언론의 탓’이라고 말할 것 같다.권력화한 언론이 정치권력과 유착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이다.언론이 군사정권의 나팔수를 자임하고 나서 장기집권을 위한 도구 노릇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독재정권의하수인이 되어버린 언론은 시민사회에서 분출하는 민주화 요구를 묵살했고,때로는 매도함으로써 군사정권의 영속화에 기여했던 것이다. 87년 6월의 민주항쟁은 시민사회의 발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시민사회가 전제적 통치체제에 대항하여 민주체제를 회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국민적 합의에 근거하여 대통령 직선제를 도출함으로써 시민사회를 억압하던 권력체제를 해체하는 분기점을 맞았던 것이다. 그런데 87년 민주항쟁 이후 세차례에 걸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언론의보도행태는 시민사회의 발달과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사실을 왜곡하거나 변질시키는 편파보도로 특정후보를 지지했다.심지어 여론조사를 왜곡함으로써 가공의 여론을 조성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정치권력이 야당으로 이동하는 사태를 막으려는 의도에서 그같은 편파보도를 일삼았을 것이다.그것은 언론이 기존의 정치권력과의 밀착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그동안 누려온 부당이득과 특권의식을 계속 향유함은 물론,권력창출에 기여한 대가를 노린 정치적 계략에서 나왔을 것이다. 지난 92년 대선에서 어느 연합통신 기자는 ‘기자사회의 성향보고서’를 작성하여 김영삼 후보에게 넘겨줬다.또 97년 대선에서는 중앙일보 기자가 이회창 후보에게 ‘전략보고서’라는 것을 만들어 줬지만 작성자는 신분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탈세사건과 관련한 최근 중앙일보 사태는 언론탄압이라는 성격으로 변질되더니 언론대책 문건이라는 것이 돌출됐다.발설자는 작성자가 여권실세라고지목했는데 엉뚱하게도 일선 기자가 그짓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그 문건의 내용은 음모적이고 공작적이어서 언론장악을 기도하라는 권고를 담고 있다.그런데 그 뜻을 모를 리 없는 그 기자는 다른 기자들을 모아 놓고 언론개혁을 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전달자로 밝혀진 평화방송 기자도 언론상황과 정치현실이 안타까워 그랬다고 말했다.그는 여야의 실력자 사이를 줄타기 하듯이 오가며 한쪽에서는 훔치고 다른쪽에서는 거금 1,000만원을 받고 장물 팔듯이 넘겼다고 한다.여기서 돈을 일찍 받고 늦게 받은 것이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을까.발설자도 접수자도 우연인지 안기부 고위간부 출신이다.그래서 그런지 낮말과 밤말만 다른 것이 아니라 시간마다 말이 다르다. 이쯤 되면 언론사가 기자를 고용해서 정치권에 출입시키는 것인지,아니면정치권이 기자를 언론사에 파견하는지 알 길이 없다.그래서인지 기자들이 영화에서나 봄직한 2중첩자 노릇을 하는 듯하다.정치기사는 거의 인물중심이고가십성 기사들로 꽉차며 그것도 친소(親疎)에 따라 크기도 달라진다. 언론인인지,정상배인지 알 길이 없다. 그들은 목도했다.70년대 초반의 자유언론실천운동,80년의 대량숙청사태,90년대 초반의 언론노조운동을.언론의 정도를 말하면 고난과 형극의 길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는 것이다.또 그들은 목도했다.정치권력과 결탁하면장·차관도 되고 청와대에도 진출하고 의사당에서도 사자후를 터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디 기자뿐인가.사주들의 각종 불법·탈법행위도 잇따라 터지고 있다.탈세사건,해외도박사건,폭력적 노동탄압,경영권 전횡 등 말이다.특권의식에 젖은탓인지 이들은 정당한 법집행에마저 저항한다. 그래서 기자들도 물들어 도덕의식이 마비된 듯 부끄러움을 잊은 것 같다. 도둑이 던져준 고깃덩어리에 눈이 멀었는지 파수견들은 짖을 줄 모른다.이제 파수견을 지키는 파수견이 나와야 한다.그것은 시민사회의 몫이다.이제시민사회가 감시자로 나서야 한다.늦었지만 언론도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시민사회는 올바른 기자들의 공정보도,진실보도를갈구하고 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신문개혁특별위원장]
  • [외언내언] 연예인과 포르노

    한 연예인이 쓴 성(性) 고백서를 두고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저질 포르노물’에 불과할 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묵살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용기있는 고백이 세상을 변화시킬수 있다’고 부추기는 사람도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尹亮重)는 최근 음란 논란을 빚고 있는 탤런트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를 청소년유해도서로 분류하고 ‘19세 미만 구독불가’로 판정을 내렸다.결정 이유는 ‘한여성이 여러 남성을 상대로 무분별하게 벌이는 성행위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혼음 등 변태적 성행위를 기술하고 있어청소년의 성윤리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과연 책의 면면은 강간에서 일렉트라 콤플렉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으로 구색을 갖추는 등 다분히 의도적이고 상업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여기에다 한 인터뷰에서책을 쓴 장본인은 ‘O양의 비디오’ 같은 자신의 비디오 테이프가 시중에 흘러나올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9년 염재만의 ‘반노’가 대법원까지 가는 지루한 논쟁 끝에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소설과 영화·만화·잡지 등에서 끊임없이 음란성이 논의돼 왔다.물론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확장과 사회개방화 추세라는 측면에서 아무도 반대할 사람은 없다.그래서 성을 음지나 양지,도덕의 잣대로 재려는 것은 구태스러운 일이다.또 음란성으로 말하면 이번 성 체험서보다 더 혐오스러운 포르노물들이 얼마든지 널려 있다.이 책이왜 파문을 일으켰는지,조작된 파문이 아닌가 하고 의심될 정도다. 다만 이 책을 쓴 사람이 연예인이라는 것이 문제다.연예인은 공인이자 청소년의 우상으로 학교의 교사 못지않게 언동에서 조심해야 할 위치다.본인은‘억압되고 어두운 곳에 숨겨진 성’을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내는 데 ‘사명감과 확신에 불타 있다’고 하지만 포르노 배우를 자처한다고 해도 연예인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무명의 전환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발상은 동료 연예인들에게도 누를 끼치는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상업주의는 있을 수 있으나 ‘표현의 자유’와 ‘용기있는 고백’을 구별하지 못하면 타락과 윤리부재의 늪은 골이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더구나 우리의 정서는 청소년보호 측면에서 ‘음란물과의 전쟁’을 벌이는 현실이다.‘용기와 자유’를 앞세워 모든 것이 옹호된다면 진정한 표현의 자유는 왜곡되고 말 것이다.연예인은 연예인답게 먼저 자신의 기량으로 탤런트를 인정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세기 논설위원
  • 현대무용가 남정호 …춤추는 삼남매 댄스드라마 공연

    현대무용가 남정호(여·44·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교수),마임이스트 남긍호(남·35),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무용가 영호(여·33).이 삼남매가 춤과 노래·영상·마임,그리고 연극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댄스 드라마 ‘나는 꿈 속에서 춤을 추었네’로 29일부터 팬들을 만난다. ‘나는…’은 지난 97년 남정호 안무로 초연된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모티브로 해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꿈을 다루었다.모든 관습과 도덕,사회적인 억압 때문에 권태롭고 무기력한 일상을 반복해야만하는 도시인들이 하룻밤새 자유로운 사랑과 혼란의 축제를 겪으면서 현실과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다는 줄거리. 남정호교수 특유의 유희 개념 아래 자유분방함과 유쾌함을 마음껏 뿜어내 초연 때 호평을 받았다.이번에 문화예술진흥원이 99 우수레퍼토리 공연으로 선정해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남씨 삼남매 말고도 연출에 박상현,음악감독 마도원,노래 전경옥,타악의 김경수,피아노 김정은,영상 김형수 등 실력파 젊은이들이 스태프로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29일 오후8시,30·31일 오후5시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02)2272-2153. 이용원기자
  • [박정희 전대통령 서거 20주년] (하) 인물평가의 두 시각

    -유신시절 고초 설훈의원 유신 시절 여러 고초를 겪으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국민회의 설훈(薛勳)의원은 아무래도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이다.‘박통(朴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독재자의 이미지’라고 말했다.다음은 설 의원과의 일문일답.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민주주의 개념의 부재(不在)를 들 수있다.유신독재는 우리의 민주주의 성장을 가로막았다.민주주의는 경제·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연계되어있다.막대한 악영향이 아닐 수 없다. ?고도 경제성장을 가져온 대통령으로서의 평가도 많은데 공은 인정한다.그러나 IMF국난의 뿌리인 재벌경제 성장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약자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정책으로 성장에만 집중,‘IMF국난’을 잉태시켰다.‘IMF국난’이 재벌경제의 폐해가 극치에 달해 발생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 않는가.분배의 원칙에도 귀를 기울였더라면 오늘의 경제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일고 있다.그본질은 과(過)는 작아지고 공(功)은 커진 느낌이 짙다.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70년대 이후 세대들은 민주주의 교육을 받지 못했고 50·60대들은 교육 자체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독재를 비판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또 그 뒤를 이은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 등의 독재 횡포가 더 극심했다.결국 단점은 약하게 인식되어지고,공로는 돋보이게 됐다.박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근대화를 착근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주의를 억압했다는 부분도 객관적이고공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추모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긍정적 면이 있다면 한국전쟁 이후 우리 국민은 자기 비하와 무력감에 쌓여 있었다.‘엽전 의식’이 팽배했던 당시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우리나라 국민에게 자신감을불어넣어 주었다.수출 증진과 새마을운동 등으로 우리나라 근대화에 크게 기여한 것도 인정할 만하다.주현진기자 jhj@ -맏딸 박근혜의원 고(故)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의 맏딸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의원은25일 “아버지는 가난의유산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공산주의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생각하신 분이다”고 강조했다.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10·26 20주기를 맞은 소감은 돌아가신 아버지 시대를 국민이 긍정적으로 평가·재조명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기념관이 건립되는 시점에 20주기를 맞아 감회가 깊다. ?10·26을 평가해달라 10·26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문턱에서 꿈이 좌절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어떻게 보나 장기 집권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나라를 망쳤다는 시각은 옳지 않다.장기 집권은 생각지도 않았고 물러날 계획에 대해서 많이 얘기했다.독재라는 용어는 부정부패와 연결되고 권력을 개인의 이익과 부의 축적을 위해 썼다는뜻인데 아버지의 경우 개인을 위해서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박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계획은 무엇이었나 아담한 산을 마련,나무를 가꾸면서 조용히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가장 큰 업적을 든다면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지킨 것과 가난을물리친 것이다.또 국민의 잠재력을 끌어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을 들고 싶다. ?현정권 들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다고 보는지 과거 정권의 매도가 심했다.정권적인 차원에서 권력 장악을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차단했다.국민이 IMF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재평가한 것이다.정부도 국민이 원하는 것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여권의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을 어찌 보나 정치적 차원에서 총선을 겨냥해서는 안된다.국민이 원하는 일을 하는 차원이어야 한다.잘하는 일이지만 한편에서 선친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최광숙기자 bori@ -3共 주요인사 현주소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3공화국 당시 각료와 집권당의 핵심 인사들은 대부분 타계했거나 일선에서 은퇴했다. 총리와 국회의장을 지낸 정일권(丁一權)씨는 94년 임파선암으로 사망했다. ‘피스톨 박’으로 불렸던 박종규(朴鐘圭) 당시 청와대경호실장도 85년 고인이 됐다.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세를 자랑했던 이후락(李厚洛)전 중앙정보부장은 경기도 광주의 농장에서 지내다 최근 서울에 올라와 칩거하고 있다.이씨는 민족중흥회 고문을 맡고 있지만 건강이 나빠져 바깥 나들이는 거의 안하고 있다. 신현확(申鉉碻)전 경제부총리는 현재 한·일협력위원회 회장과 ‘박정희 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이다.신씨는 광화문의 한·일협력위원회와 무교동의박정희 기념사업회 사무실에 일주일에 3∼4차례 들리는 것 외에는 특별한 활동을 안하고 있다.79년 10월27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서거 사실을 눈물을쏟으며 처음 공식 발표했던 김성진(金聖鎭) 당시 문공장관은 박정희 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다.김씨는 5년 전 ‘박정희시대’라는 추모집도 발간했다. 69년부터 무려 9년3개월간 박 전 대통령을 지척에서 보좌했던 김정렴(金正濂) 당시 비서실장도 현재 박정희 기념사업회 이사다. 남덕우(南悳祐) 당시 경제부총리는 산학재단 이사장직을 맡아 거의 매일 서초동 사무실로 출근한다.공화당 의장을 지낸 4선 의원 출신의 백남억(白南檍)씨는 자동차보험 회장을 거쳐 지금은 민족중흥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3공에서 공화당 원내총무·대변인을 지낸 김재순(金在淳)전 국회의장은 지금은 월간 ‘샘터’ 발행인이다.61년 5·16때 민간인으로 참여,5선 의원을 지낸 김용태(金龍泰)씨는 동서문화교류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최근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중이다. 대통령공보수석,문공장관을 거친 윤주영(尹胄榮)씨는 20년 넘게 전문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윤씨는 공화당 사무국 출신 모임인 은행나무동우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검찰총장,법무장관,중정부장,대통령 법률담당특보를 지낸신직수(申直秀)씨는 81년 변호사로 개업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활동을 안한다. 이밖에 김재춘(金在春)전 중정부장은 5·16민족상 이사장,길전식(吉典植)전 공화당 사무총장은 민족중흥회 상임부회장이다.10·26 당시 궁정동 술자리의 유일한 생존자인 김계원(金桂元)전 비서실장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기념사업과 10·26행사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것처럼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둘러싸고도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가난을 퇴치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찬성론이 있는 반면 비민주적인 권력자의 일방적인 업적 위주 홍보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념관 건립은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회장 申鉉碻)에서 추진하고 있다.정부와 여당은 내년 예산에 기념사업비 지원을 위한 100억원을 책정,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념관 후보지로는 서울 근교와 구미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건립 기본계획이 결정되지 않았다.정부 예산안이 확정된 뒤 내년 초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기념관 건립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기념회측은 “기념관 건립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있는 그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보여줘 후손들을 위한 역사교육의 장(場)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서거 20주년을 맞아 각종 추모행사도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25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어록을 담은서적 ‘우리도 할 수 있다’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총재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과 구여권 인사,그리고 일반시민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김종필(金鍾泌)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26일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민족중흥회(회장 白南檍) 주도로 열리는박정희 전 대통령 20주기 추도식에도 많은 참배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수기자 sskim@ - 재조사 전망@ 박정희 전 대통령의 3공 및 유신체제하에서 수많은 의혹사건들이 발생했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건들이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지난 75년 발생한 장준하씨 의문사는 유신체제에서 일어난 대표적 의혹사건이다.그후 ‘민주당 장준하 선생 사인규명조사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진상규명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당시유신독재 반대투쟁에 앞장선 재야 지도자였던 장씨는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약사봉 등산길에서 하산도중 사망했다.그러나 검찰은 사건발생 3일 만에 단순변사로 처리,사건을 조기 매듭지었다.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받다가 투신자살한 것으로 처리된 최종길 서울법대교수사건도 진상규명이 필요하다.인혁당사건은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이념조작사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지난 74년 ‘유신독재’가 절정으로치닫던 때 공산혁명을 꾀했다는 이유로 관련자 8명을 사형시킨 사건으로 사법관행상 이례적으로 판결 다음날 사형이 집행됐다.지난 98년 ‘인민혁명당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위’가 구성됐지만 진상규명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60년대 말 고(故) 이응로 화백 등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가 연루된 것으로 발표된 동백림사건도 재조명이 요구된다. 경우는 다르지만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도 대표적 미제사건이다. 김씨는 지난 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됐다. 지금까지 이런 의혹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역대정부의 미온적 태도 때문이었다.그러나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의혹사건에 대한진상규명 활동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특히 여당은 지난 8월 대통령 소속하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이번 정기국회에서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보여 과거 의혹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의 길이 열리게 됐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어 3공과 유신 시절 의혹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박준석기자 pjs@
  • ‘性체험서’ 서갑숙씨“유해성 여부 판단근거 뭔가”

    “미숙하고 무지해서 고통스러웠던 사랑의 실패담을 솔직하게 나누고 싶었는데 이러한 뜻을 왜곡한 채 편협한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결코 납득할수 없습니다”최근 자신의 섹스경험을 노골적으로 털어놓은 책 ‘나도 때로는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에 대해 검찰이 유해성 검토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고 KBS가 2TV 드라마 ‘학교’에의 출연을 정지시키자 탤런트 서갑숙씨(38)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서씨는 이 책에서 어느날 갑자기 확인된 심장판막증,아버지의 죽음,불행했던 결혼생활 등 눈물어린 인생체험을 고백하면서 처녀성을 버리게(?) 된 동기와 선배로부터 겁탈당할 뻔한 이야기,대학친구와의 동성애,사랑의 감정을경험하기 위해 자신의 친구와 한 남자를 놓고 차례로 가진 관계,M이라는 별칭의 남자와 9시간에 이르는 정사 등을 솔직 대담하게 표현해 충격을 던져줬었다. 서씨는 이날 회견에서 미리 준비한 ‘나의 의견’을 통해 “억압된 성을 밝은 장소로 끄집어내 해결책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이 책이 독자에게 유해하다고 판단한 근거와 기준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KBS의 출연정지처분에 대해서도 “일선 제작팀과 충분한 상의도 없이윗선에서 하달(?)한대로 결정된 폭력”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검찰의 음란성 검토에 대해 “내 책에는 법률상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무엇보다 책이 유해한지 여부는 독자나 대중,언론이판단할 몫이며 사법적 잣대로 논의할 주제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한편 이날 서씨는 오전 9시30분부터 방영된 SBS의 ‘생방송 좋은 아침입니다’에 출연,간암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빚을 지고 전남편 N씨와 이혼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어린 두 딸에 대한 당부의 말들을 털어놓았다. 임병선기자 bsnim@
  • [박정희 전대통령 서거 20주년](상) 집권 18년의 功·過

    역사적 인물의 평가는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특히 시간이 지나도 영향력이 줄지 않는 지도자 일수록 평가의 스펙트럼은 폭넓고 다양하다.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도 현재진행형이다.객관적이고 엄정한 공(功)·과(過)의 분석 토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26일 박 전대통령 서거 20주기를 맞아 역사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상을 상·하로 나눠 살펴본다. 【 功 】 ‘박정희(朴正熙) 시대’가 우리 현대사에 남긴 긍정적 의미는 ‘한강의 기적’으로 요약된다.‘하면 된다’라는 자신감으로 유례없는 경제성장의 업적을 이룩했다는 평가다.초고속 성장의 잔영으로 사회 곳곳에 부작용을 남겼다는 지적도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근대화에 기여한 통치자라는 사실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각은 드물다.일부 ‘박정희 옹호론자’는 “위로부터의 경제개발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야말로 대한민국의운명을 바꿔 놓은,존경받아 마땅한 통치자”라고 찬사를 보낸다.이른바 ‘개발독재 불가피론’이다.박 전 대통령의 독재적 리더십은 경제 근대화의 동력(動力)을 제공한 ‘필요악’이었다는 시각이다. 특히 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전후(戰後) 복구에 치중한 50년대를 극복하고 60년대 성장의 물꼬를 튼 경제개발 모델로 기록된다.이는 가난과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미래의 희망과 도약의 의지를 심어준 계기였다.국가가 주도한 수출위주 공업화 정책은 이후 여러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발전 모델로 ‘차용’됐다.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우리 사회에 ‘박정희 붐’이 일고 있는 현상도 ‘박정희 시대’의 ‘경제 신화(神話)’에 기대려는 향수 때문이다. ‘박정희 시대’의 결집된 국가적 에너지는 70년대 새마을운동이란 이름으로 더욱 고조됐다.대중동원식 개발 프로그램은 일제 치하의 1930년대 조선농촌진흥운동이나 일본의 농촌경제갱생운동 등을 비롯,2차세계대전을 전후해사회주의나 자본주의 진영 곳곳에서 전개됐지만 ‘박정희 시대’의 새마을운동이 보기 드문 성공사례로 꼽힌다. 남북관계에서 ‘박정희 시대’는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3대원칙에 합의한 72년의 ‘7·4남북공동성명’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만든 것으로 기억된다.‘7·4남북공동성명’은 유신체제를 유도하기 위한 정치 수단으로 활용되는 한계를 드러냈지만 6·25 이후 처음으로 남북한간 공식대화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분단 이후 통일운동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건이다. 【 過 】 ‘박정희(朴正熙)정권’이 우리 사회에 드리운 암영(暗影)은 그의 공적(功績)을 무색케 할 정도로 짙고 투박하다.민주주의와 인권,분배 정의 등의 가치를 부정한 폐해가 ‘보릿고개의 극복’과 ‘초가지붕의 개량’이라는 ‘박정희 옹호론’을 일축하는 근거로 제시된다.박 전 대통령과 무원칙한 화해를 시도하면 자칫 민주주의의 가치와 역사의식의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을 무시한 쿠데타로 막을 올린 박정권은 영구집권을 위한 3선개헌과 유신체제,연고주의와 지역감정을 조장한 지역패권주의 등으로 우리 정치사에씻기 어려운 오점을 남겼다.경제성장 지상주의로 인한 물질만능 풍토와 정경유착 등 왜곡된경제구조도 박정권이 후세에 남긴 부채(負債)로 꼽힌다. 이를 두고 일부 ‘박정희 비판론자’는 “쿠데타로라도 정권만 잡으면 되고,돈이면 다 되는 관행을 만든 장본인이 박정희”라면서 박정권의 민중억압성과 냉전적 권위주의,비합리적 정치행태 등을 비판한다.최근 ‘박정희기념관건립과 국고지원’문제와 관련,강만길(姜萬吉)고려대·조동걸(趙東杰)국민대 명예교수 등 일부 역사학자가 토론회와 각종 모임을 통해 부당성을 강조하는 등 ‘박정희 비판론’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박정권의 국가중심 발전지상주의적 산업화가 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선단식 경영 위주의 재벌경제를기본축으로 하는 ‘박정희식(式)’ 권위주의 발전모델이 역사적 한계를 보이면서 한보부도,기아부도 등 IMF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도 ‘박정희 비판론자’에게는 비난의 대상이다.농민운동가나 비판적 지식인들은 새마을운동을 전시행정이라고 폄하한다.이들은 “박정권이장기집권체제를꾀하면서 사회적 저항을 희석시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한다.유신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정적(政敵)을 무자비하게 처형하거나 의문의 주검으로 몰아 넣은 대목에서는 ‘자연인 박정희’를 옹호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다는 지적이다. 박찬구기자 *朴정권 탄압사 ‘제3공화국’은 오랜 통치기간 만큼이나 많은 반체제인사를 만들어냈다.현대사의 한획을 그을 만한 굵직굵직한 ‘사건’과 ‘파동’,‘의혹’이 잇따랐고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박해와 탄압을 받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그 대표적인 표본이다.71년 7대 국회의원 선거를앞두고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했고,73년 납치사건을 겪는 등 죽을 고비를 수차례를 넘겼다. 잡지 ‘사상계’를 이끌면서 정권비판에 앞장선 장준하(張俊河)선생도 마찬가지다.한·일회담과 월남파병문제 등 계속되는 비판으로 정권의 미움을 샀다.이로 인해 여러차례 구속됐고 세무사찰로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75년 장선생은 결국 의문의 추락사로 생을 마감했다.최종길 서울대교수도 비슷한 경우다.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도 ‘유신체제의 위험인물’로 꼽히면서 수난을 겪었다. 72년 유신체제 등장은 이른바 ‘민주인사’를 대량으로 양산하는 계기가 됐다.정계 뿐 아니라 학계,종교계,언론계,문인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반민주·반독재 항거가 일어났다.74년 ‘긴급조치1호’는 이에 대한 탄압의 신호탄이었다.장준하·백기완씨를 시작으로 함석헌·안병무·문동환·계훈제씨 등수백여명의 재야인사와 교수들이 기소됐다.그해 ‘긴급조치4호’를 발동시킨 ‘민청학련사건’으로는 253명의 민주인사,학생들이 구속됐다.이철,유인태씨 등이 사형선고를 받았고 대부분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배후조종자로 김동길교수,박형규목사,지학순주교,김지하시인 등이 기소됐다.75년 긴급조치9호가 선포되기까지 구속자는 수천명이나 됐다. 정치인들은 중앙정보부 지하실에서 혹독한 고문에 시달렸다.이세규·조윤형·조연하·이종남·강근호·최형우·김상현씨 등이 대표적인 피해자들이다. 이지운기자 jj@. [특별기고] 朴正熙 리더십의‘이중성’정치인의 행위나 업적을 평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시대적 상황에대한 인식이 다를 수 있고 나타난 결과의 중요성을 보는 각도도 다를 수 있는 까닭이다.특히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통치를 경험했던 우리 세대는지극히 주관적·감정적으로 그를 평가할 개연성이 높다. 개인을 상황과 연계시켜 구분해볼 때 정치 리더십은 이상주의자,현실주의자,그리고 창조적 지도자로 나누어진다.현실주의 리더십은 목적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에 미사여구로 그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를 제시할지언정실제 행동은 다분히 이에 부합하지 않는 형을 지칭한다. 반대로 이상주의 리더십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경우에 따라서는 불가능한 이념에 집착하여 추구하는 목표에 근접하지도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보통이다.창조적 리더십은 역사의 흐름에 부합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면서 이를 단계적으로 성취해 가는 유형이다. 이러한 리더십 유형에 비추어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현실주의 지도자였음이분명하나 창조적 리더십의 특성도 부분적으로 갖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가 내걸었던 국정목표는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로 상징화된 조국 근대화였다.경제성장 지상주의 정책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계기를마련했고 경제의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물론 ‘선(先)성장 후(後)분배’정책에서 나타난 심각한 경제불평등과 재벌에 집중된 자본,그리고 다원화되어 가는 시민사회의 강압적 통제는 문제로지적할 수 있다. 60년대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관 주도의 경제정책과 선성장 후분배정책이최선의 것이었는가는 먼 훗날 역사가 평가할 몫이다. 그의 ‘근대화’정책이 가진 본질적 문제는 정치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산업화가 진행될수록 다원적인 사회로 이행되고 좀더 제한적·분권적권력구조가 성립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 체제로 역행했기 때문이다. 3선개헌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오만의 상징이다.공작정치는 야권을 회유하거나 분열시켜 정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자행되었다.시민사회의 자율성 신장에 관한 요구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제도적으로,그리고 실질적으로 억압되었다. 권위주의의 제도화를 기도했던 유신체제는 결국 권력 엘리트들의 균열로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거대한 민주화의 흐름이 70년대 중반 포르투갈을 시발로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자유민주주의가 시대의 보편적 흐름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그의 정치행보는 잘못된 것이었다.분명히 그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정권의 유지와 재창출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현실주의자였다. 그러나 ‘조국근대화’를 경제적 측면에서 국한시켜 볼 때 그는 어느 정도창조적 역할을 했었다.여기서 박정희 리더십의 이중적 성격을 찾아볼 수 있다.나는 그가 만일 3선개헌으로 정권을 연장하고 유신을 통해 권력의 영속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아마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았을 것으로 본다. 사회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정치도 변해야 하고 역사 흐름에 부응한 현실의변화도 아울러 추구해야 정치가 안정적으로 발전한다는 점을 우리는 박정희통치가 남긴 역사적 교훈으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柳勝男 국민대교수·정치학]
  • [제발 그만! 왕따] (중) 어른 잘못 더 크다

    ‘왕따’,즉 집단 따돌림은 가해 학생들만의 잘못은 아니다.교사의 편견이나 어설픈 지도,자녀에게 매질을 하는 건강하지 못한 가정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분식집을 하는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서모양(15·서울 P중학교 2학년)은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쾌활한 성격에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2학년이 된 지난 3월 담임 교사 최모씨(41·여)가 학생들과 개별면담을 한 뒤 서양의 학교생활은 크게 바뀌었다.최교사가 면담을 하면서 “서양은 결손가정에서 자랐으니 어울리지 말라”고 말했기 때문이다.그 때부터친구들은 서양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따돌리기 시작했다. 서양은 친구 박모양(15)으로부터 “담임 선생님이 어울리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급기야 최교사가 지목한 ‘결손 가정’ 학생 2명과 함께 지난 3월 중순 가출했다. 교사들의 어설픈 보호나 지도가 집단 따돌림을 촉발하기도 한다. 이모군(11·경기 I초등학교 5학년)은 “체구가 작다”는 이유로 따돌림을받다가 지난 5월 담임 교사에게 알렸다.그러자 담임 교사는 이군을 괴롭힌 10명을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이군은 그때부터 ‘고자질쟁이’로 찍혀 더 심하게 따돌림을 당했다. 법원도 가해자측과 함께 학교와 교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서울지법은지난해 10월 집단 따돌림 피해자 정모군(19) 가족이 가해학생과 부모,학교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학교와 교사도 폭력으로부터 학생의 안전을 보호·감독할 책임이 있다”며 1억5,000만원을 연대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가정환경도 자녀를 집단 따돌림으로 몰아넣는 요인이다. 걸핏하면 매를 드는 아버지 밑에서 주눅들어 자란 채모군(15·서울 J중 3년)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반 친구들은 채군의 어리숙한 행동을 놀리며 돈을 빼앗기도 했다.속으로 고민하던 채군이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지만 아버지는 “바보같은 놈”이라고 욕을 했다.채군은 잠도 제대로 못자고 사람을 피해 다니다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집단 따돌림과 관련,지난 7월 전국 중·고교생 1,0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해 청소년들이 다른 청소년을 따돌리는이유는 ‘잘난 척한다’가 53.7%로 가장 많았다. 청소년 대화의 광장 김진숙(金鎭淑·39·여)박사는 “억압적인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는 자기표현 능력과 방어 능력이 떨어져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가되기 쉽다”면서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늘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구 장택동기자 window2@
  • ‘민혁당’사건 김영환·조유식씨 반성문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공안1부(丁炳旭 부장검사)는 9일 80년대 대학가에 주체사상을 확산시킨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金永煥·36)씨와 전 ‘말’지 기자 조유식(曺裕植·35)씨가 낸 사상전향서 성격의 반성문을 공개했다.반성문을 요약한다. ■김영환 91년 밀입북해 김일성과 두차례 만났다.이 때 북한의 경제실상이예상보다 열악한 사실을 알았다.김일성은 30∼40년 전 상황에서 박제화되어조금도 변화발전하지 않은 듯한,그리고 남한의 사정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다 92년 넘어온 강철환·안혁을 비롯한 탈북자들과 96년 이한영의 증언 등을 통해 김일성·김정일 정권이 극단적으로 부도덕한 정권이란 것을 깨닫게 됐다.그들은 엄청난 특권과 사치생활을 즐기고 주민들의 사소한 잘못을가차없이 처벌하면서 자기들은 첩을 몇명씩 두고 부도덕한 짓을 서슴지 않았으며 주체사상은 지배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고 인민의 자주성을 가장 심하게 억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97년 2월 북한의 황장엽 비서가 망명하고 식량난으로 북한 주민 수십만 수백만명이 굶어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민혁당 해산을 결정하고 민혁당 하부의 각급 조직들에도 해산을 지시했다. 잘못 중 큰 것들만 따져보면 첫째,운동권 전반에 걸쳐 친북적인 분위기를확산시켰고 둘째,북한의 대남 전략에 말려들었으며 셋째,북한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알리고 친북분위기가 확산되도록 해 북한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한 남한 사회 및 국제사회의 관심이 늦어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생각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은 하루빨리 생각을 바꿔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동참할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 ■조유식 “북한 농촌실상 보며 환상 깨져” 91년5월 강화도에서 반잠수정을 타고 해주에 도착,아침식사를 위해 한 초대소로 이동하던 중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북한의 농촌지대를 지켜보면서 환상은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북한에 체류하면서 부닥친 몇건의 사건들은 하나하나가 북한 체제가 안고 있는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제점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90년대 들어 연이은 탈북행렬과 그들의 증언,매년 엄청난 수의 인민이 굶어죽어가는 상황에서 이 모든 비극의 책임은 1차적으로 북한정권에 있다고 생각했다. 북한은 오도된 신념을 가지고서도 그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이를 비판·견제·수정할 수 있는 그 어떤 장치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다. 이런 생각으로 과거 잘못된 사상을 전파하고 북한 공작지도부와 통신연락을 하며 북한에 갔다온 과거를 털어놓고 국가와 국민앞에 석고대죄하는 것만이 의무라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하루라도 빨리 무너질수록 좋고 김정일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은 힘을 합쳐야 한다.물론 김정일 정권과 협상도 할 수 있고 쌀도 갖다 줄 수 도 있지만 김정일 정권을 대하는 근본태도만큼은 확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 ‘미니멀’지향 국내외 작가전 3곳서 동시에

    가을 화단에 우연찮게 이름높은 ‘미니멀’ 지향 국내외 작가들의 격조높은 작품전이 3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이중 예화랑에서 기획전으로 21일까지 열리는 ‘이인현·장승택 2인전’은같은 추상화라도 개성적 표현을 적극 배제하면서 간결·엄밀·극소화를 추구하는 비개성적 미니멀 추상화의 면목을 잘 보여준다. ‘시간과 공간의 만남’을 부제로 하고 있는 2인전에 대해 이태호 예화랑큐레이터는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은 ‘의미’가 있는 것이고 침묵하고 있는 그림인 미니멀 작품 속에는 의미가 없고 단지 존재만 있을 뿐인가”라는 질문의 대답으로 기획됐다고 말한다.이에 대해 두 작가는 작품에대한 의미부여나 아름다움은 그림 자체나 감상자의 주관에 있지 않고 그림이라는 3차원적 오브제와 감상자의 만남,즉 시간의 지속성과 공간이 만나는 데서 태어난다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각각 일본과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이인현과 장승택은 이처럼 “아름다움은 ‘시간과 공간의 만남’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생각을 굳게 공유하지만 작품 자체는 기법과 느낌이 상당히 달라 이번 기획전의부피를 키워주고 있다.(02)542-5543. 한편 경복궁 끝자락에 위치해 단아한 전시환경이 매우 인상적인 갤러리 인은 국내 평면 모노크롬(단색) 추상회화의 대가인 이봉열 초대전을 22일까지펼친다. 거의 10년을 주기로 전시를 열어온 이봉열의 작품세계는 그 시기마다 의미있는 변천을 드러내고 있는데 70년대는 격자구조를 이용한 구축적인 공간을보여주었고 80년대는 그 격자구조를 해체하는 과정을 나타냈었다.90년대를마감하는 이번 전시는 그간의 공간들을 아예 지워나가면서 단색 특히 회색조의 중성적인 화면을 내보이고 있다. ‘화면과 작가의 몸의 일체화’를 이봉열의 90년대 근작들에 관한 이해의틀로 적시한 바 있는 평론가 김복영은 30여년 간 화력의 결실을 맺는 이번전시에 대해 “달관의 시선으로 응시하는 제목 그대로 ‘지워진 공간’이요,어떤 이름으로 명명될 수 없는 ‘무제의 공간’을 보여준다”면서 작가의 육화(肉化)된 전신으로서의 공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02)732-4677. 또 개관한 지 2년 밖에 안되었지만 해외 비디오전,국제 사진 트리엔날레전,건축전 등 수준높은 기획전을 펼쳐온 카이스 갤러리는 미국 작가 피터 핼리전을 11월5일까지 열고 있다.뉴욕 화단에서 새로운 추상인 신(新)기하 경향의 기수로 호평받고 있는 피터 핼리의 작품은 직사각형의 도형이 반복되는기하학적 이미지,디지탈 시대상를 반영하는 각진 회로도 등이 강렬한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자기나 자기 주장을 극력 숨기는 미니멀 아트를 넘어 ‘새로운 추상’으로 불리워지고 있는데 이는 기하학적인 추상과 강렬한 색을 통해직감적이고 폭발적인 시각을 유도하면서 현대사회의 소통과 단절,창살로 억압하는 ‘감옥’같은 사회 체제를 풍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902)545-2239. 김재영기자 kjykjy@
  • [21세기 여성시대](2) 정치지도자 총리·외무장관

    제54차 유엔총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23일.뉴욕 맨해튼의 ‘현대미술관(MoMA)’내 한 미공개 조각품 전시실에서 이색적인 만찬모임이 있었다. 주최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62). 총회 의제에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를 포함시키는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자리였다.전세계 14개국의 여성 외무장관중 올브라이트,로사리오 그린(멕시코·58),타르야 할로넨(핀란드·56),안나 린드(스웨덴·42 )등 1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국제적 조직범죄에 대한 협약안’에 인신매매 금지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보다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그후 총회에서반영됐다.합의내용도 의미가 있지만 그 주체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있는 여성정치인들 이었다는 점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여성 정치인들의 파워 형성은 20세기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본격화됐다.아직 역사가 50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최강국 미국의 현 국무장관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무게를 더해주면서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하지만 전세계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작에 불과하다.21세기가 여성정치 파워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성정치시대의 서막은 지난 47년 아나 파우케(60년 사망)가 루마니아에서외무장관자리에 오르면서 열었다.이후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78년 사망),스리랑카의 스리마보 반다라나이케(83)등이 각료직에 오르면서 자리를 잡아나갔다. 골다 메이어는 금세기 최대의 화약고였던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외무장관직을 10년동안 훌륭하게 해냈다.69년 세계 3번째로 여성총리가 된 것도 외무장관 시절의 정치역량 축적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성정치사의 줄기를 잡아온 사람은 단연 현 스라랑카 총리로 재직중인 반다라나이케다.국방상,외상,재무상,총리 3차례.총리재임 기간만 17년. 금세기들어 여성총리를 지낸 26명중에서는 물론이고 전셰계 1,200여명의 여성 정치지도자들을 통틀어도 이같은 경력을 갖춘 이는 드물다. 세계 최초의 여성 국방상 및 여성 총리,최고령 여성총리 등 수많은 기록 보유자인 그녀는 지난 60∼65년 70∼77년에 이어 94년 다시 총리가 됐다.94년딸인 찬드리카 쿠마라퉁가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총리직에 오른 점,모녀가대통령-총리 동시역임 등도 이채롭다. 그녀를 포함 현재 총리에 재직중인 여성은 세이크 하시나 와제드 방글라데시 총리(52)와 뉴질랜드 제니 쉬플리 총리(47)등 3명. 10억 인구의 인도 총리를 17년간 역임한 인디라 간디(84년사망).90년까지 11년간 영국 총리를 지낸 마가렛 대처(74).80년부터 15년간을 도미니카 총리직에 있었던 카리브해의 철의 여인 메리 유제니아 카를레스(80).총리를 3차례 역임하고 국회의장도 했던 구 유고연방의 하를렘 블룬틀란트(60).35세의나이에 이슬람권에서 최초의 여성총리가 된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프랑스의 에디트 크레송(65).방글라데시의 세이크 하시나 와제드(52)등이 20세기 후반 세계 여성정치사의 페이지를 숨가쁘게 넘겨온 주역들이다. 현재 생존해 있는 총리출신 여성정치인들은 모두 22명.외무장관 출신은 48명으로 왕성한 정치활동을 계속하고있다. 특히 제니 쉬플리 뉴질랜드총리,니암 오소린 투야 몽고 전총리 (41),아나린드 스웨덴 외무장관, 니콜로바 미하일로바 불가리아 외무장관(37)등 40대 초반의 정치인들은 21세기 여성 중심 정치사의 가교역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김병헌 기자 bh123@■'여성운동의 목표' 20세기 들어 여성운동이 참정권 확보투쟁으로 시작되었다면 90년대를 지나2000년대 여성운동의 목표는 어디일까. 올초 타임지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여성운동의 새흐름인 ‘피메일리즘(Femalism)’을 소개했다.참정권 확보에서 시작된 여성운동이 이제는 남녀평등을주장하는 ‘페미니즘(Feminism)’에서 벗어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맞는 역할을 요구하는 피메일리즘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지는 또 환경문제를 여성운동과 결합한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도 90년대 이후 각국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즉 지금까지 여성운동이 남성지배사회에 억눌려왔던 여권신장을 위해 무작정 달려왔다면 이후는 새로운 차원의 여권운동이 일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피해의식을 벗어던지고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의 성역할을 주장하고 주체적사회일원으로 나서겠다는 변화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90년대 들면서 여성운동은 성차별에 대한 비판을 더욱 강화,완전한‘성해방’을 추구하고 있다.여성이라 감수해야 되는 온갖 편견과 차별에 훨씬 더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거액보상 판례가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엄격한 규율로 여성을 억압해온 회교권 국가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일고 있다.올 3월 아랍권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카타르가 여성에게 투표와 출마를 허용한데 이어 쿠웨이트도 2003년부터 투표권과 국회의원 피선거권을 부여할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알려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교사와 간호사직으로 한정했던 여성의 직종을 호텔 종업원으로까지 확대시키는 등 뒤늦게나마변혁의 물결을 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해방운동’이라는 말이 요원한 곳도 있다.아프리카나일부 중동·아시아 국가 여성들은 지금도 차별을 넘어 학대받는 현실 속에놓여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프리카 28개국을 포함,30여개국 약1억명의여성들이 문화와 전통의 굴레속에 할례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선진 서방에서 또다른 차원의 여권신장이 벌어지고 있는 이때 지구촌 또한편에서는 여전히 기본적인 인권도 무시당하며 사는 여성들이 존재하고 있는것이다. 이경옥기자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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