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억압
    2026-08-14
    검색기록 지우기
  • 사업자
    2026-08-14
    검색기록 지우기
  • 감성
    2026-08-14
    검색기록 지우기
  • 1억원
    2026-08-14
    검색기록 지우기
  • 브랜드
    2026-08-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781
  • 내일 개봉 ‘실제상황’ 감독 김기덕

    평론가나 기자들에게 김기덕 감독(40)은 좀 별쭝나다.저널리즘 비평이 흥행의 관건이 되다시피하는 현실에서,감독이란 사람은 어지간한 혹평에도 꿋꿋할 수 있어야 한다.하지만 그는 아니다.부당하다싶게 삐딱한 평이 나오면 대뜸 맞장(?)을 뜨고 보는 성격이다.다섯번째 영화 ‘실제상황’ 첫 시사회때도 불쑥 일어나 볼멘소리를 했었다.“영화를 어떻게 3시간만에 찍었을까를의심하려 들지 맙시다!” “이번참에 한국영화 평론의 수준을 알아볼 겁니다” 나름의 이유가 분명했다.“전혀 새로운 시도를 했음에도 관객들에게 보여줄기회를 봉쇄당하는 게 억울해서”였다.실제로 그는 파격적 영화만들기를 시도했다.배우들에게 2주동안 리허설을 시킨 다음,하루 날 잡아 NG개념없이 연속 3시간 20분만에 촬영을 끝냈다.11명의 감독이 동원돼 시퀀스별 개별연출을 했다. “혹자는 쇼맨십이 발동한 게 아니냐고 쑥덕대기도 해요.그런 건 아닙니다. 최근 ‘섬’을 찍고나니까 문득 이런 의문이 일더라구요.4편의 영화를 찍어왔지만,정작 영화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생각.동시에,누가 설정해놓은지도 모르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궁금해졌구요.왜 꼭 영화를 석달,넉달씩찍어야만 되나 하는…” 영화찍기의 방식은 그래서 바뀌었다.하지만 여전히 전작들의 주제의식에서벗어나진 않았다.전작들이 악어,야생동물,창녀를 매개로 인간의 본능을 드러냈다면 이번은 자아가 억압된 거리의 화가(주진모)를 통해 짓눌린 본성과 충동을 들춰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주인공 ‘나’는 카메라로 자신을 찍는 소녀에 이끌려 지난날의 기억을 일깨우게 된다.비굴했던 ‘나’는 자신에게 상처를 줘온 이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분노하고 살의를 느끼는대로 그들을 죽여간다. “어렵지 않은 영화예요.억압받는 자아와 분노하는 자아가 화해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정확하겠죠” 상투적 일상속에서 뭔가 극적인 서사가 그리워 영화관을 찾는 관객에게는 제격일 거란 멘트를 기어이 보탠다. 황수정 기자
  • [대한시론] 한국통일과 아시아의 돌파구

    최근에 있었던 강택민과 김정일의 회담,그리고 그간 경제위기,체첸사태 등으로 시달려 국제 문제에 관한 발언이 적었던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평양방문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새삼 오늘의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 역학의 구도가 조선왕조 말기와 유사함을 실감하며,‘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명제를 떠올린다. 역사 이래 유라시아 대륙은 민족 이동,침략,전쟁 등 소용돌이의 연속이었다.대륙의 동녘끝에 자리한 한국은 그 움직임에 민감하게 관련되어 왔으며,특히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걸쳐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동학운동(1894)으로 시작된 한민족의 비극은 청·일전쟁,일제강점으로 이어졌고,해방은 곧 6·25를 야기하였으며,분단상태는 20세기 말,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일편단심 중국에 사대를 일삼은 조선은 마치 미·일·중·러의야욕 앞에 속살을 드러낸 규방의 처녀처럼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지난 한세기동안 한국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 유고슬라비아 등은 한결같이 국민국가의 형성에 실패함으로써 비극적 체험을 겪었던 것이다. 요컨대 20세기는 국민국가를 재빨리 이룬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를 짓밟는 제국주의적인 갈등에서 막을 올렸고,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를 넘는 기간은 그때 입은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한 독립과 민주화를 향한 알력이었다. ‘동양은 한 사람만이 자유임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희랍 로마의 세계는 소수만이 자유임을 알고 게르만세계는 모두가 자유임을 알고 있다’라는 헤겔의 고전적인 명제가 있다.동양은 전제적인 체제로써 자유를 억압해 왔고 희랍,로마의 전통을 이어 받은 서양(게르만세계)에서는 민주적인 정치체제로써 자유를 표현함으로써 역사를 정체시키는 동양과 스스로를 보편화시킨 서양의 역사가 대비된다. 그러나 그간 민족적 비극을 겪어 온 여러 나라는 추상적인 ‘자유’의 개념보다는 부족,지역,종교적인 신념을 내세웠으며,나라를 앞세우는 시민의식을형성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애쓰는 4강의 힘을 적절히이용하여 역사적인 남북통일의 첫걸음을 내디뎠으며,역사이래 처음으로 주변 국가를 설득,자주적으로 한국문제 해결의 기회를 포착함으로써,우리가 하나임을 자각하고 진정한 국민국가를 이룰 절호의 기회를 마련했다.통일은 곧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것이며,아시아의 중심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우선 북한에 대한 인프라의 정비차원에서 남북이 철도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지난 5년간 부산에서 일본을 잇는 해운항로는 7개에서 35개로 증가했다. 한민족의 영향력은 일본열도에서 유라시아대륙 깊숙이 파고들어 갈 것이며,또한 영종도국제공항은 태평양 연안국가와 유라시아대륙 전역을 연결하는 중심이 될 것이다. 주변국가의 엇갈리는 이해를 조장할 역학구도의 중심국가는 철저하게 평화공존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필연적으로 엄청난 한민족의 에너지가 발산될것이며,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공동체(AU)구상도 현실성을 갖게 될 것이다. 특히 한·중·일 세 나라의 문화적 공통기반(유교,불교,한자)은 몬순지대라는 풍토조건과 오랜 농경의 체험,그리고 교육의 중시에 있으며 특히 종교에관한 세속적인 관용성에 있다.이 기반에서 한국이 서양의 근대문명을 충분히 소화하고 유연한 민족문화를 가진다면 AU는 EU보다 훨씬 능률적·정신적인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주변의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오히려 상호간의 공존 의식을 확산시킬 것이다. 역사는 무의미하게 되풀이되는 구도를 등장시키는 것은 아니다.마르크스는한 번의 좌절은 비극이지만 같은 이유로 발생한 좌절은 역사에서 아무 것도배우지 못한 어리석음이 연출한 희극이라고 했다.겉보기에는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역학의 구도가 100년 전과 다름없어 보인다.그러나 21세기 우리가 스스로 민족의 일체감을 이루어 간다면 국격(國格)을 다듬어 새로운 한민족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金 容 雲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訪韓 초청 대표단 맞은 달라이 라마

    인도 다람살라에서 망명정부를 이끌며 티베트인들의 정치·정신적 지도자로추앙받고 있는 제14대 달라이 라마가 오는 11월 중순쯤 한국땅을 밟는다.달라이 라마가 14일 한국방문 초청 대표단을 맞은 곳은 멀리 동북쪽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어렴풋이 올려다 보이는 고지 다람살라에서도 맨 꼭대기에 초라하게 앉은 그의 거처.접견실에서 초청장을 전달받은 뒤 한국기자들과 만나처음 꺼낸 말은 “지난 41년간의 망명생활은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 열심히 살아낸 것뿐”이라는 것이었다.이례적으로 오랜시간 동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한국의 종교와 사회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양쪽 정상과 국민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않았다. ◆한국을 방문할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특별히 만나고 싶은 사람과 가고 싶은 곳은. 외국을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려는 것이고 두번째는 종교적 화합을 이루는 것이다.지금까지 주로 비정치적이고 정신적인 이유로 외국을 다녀왔다.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한국의 불교를 이해하면서 티베트 불교도 전해주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한국인 친구들이 김치를 가져와 맛을 본 적이 있다.김치의 본토에서 맛을느껴보고 싶다.불교 관련 학자들과 일반학자들,그리고 대중들을 만날 것이다.정치지도자들도 그들이 원한다면 만날 것이다.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60년대 중반쯤 관리 한 사람을 보내 동국대에 경전을 기증한 적이 있다.그 이후 몇차례 초청받았고 관심도 많았다.한국은 전통성이 매우 강한 나라로 알고 있다.많은 불자와 종교인들이 활동하고 있어 세계종교 화합에 중요한 역할을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어디를가든 그 나라의 정부와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다.이번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나로 인해 한국정부와 국민들이 부담을 갖게 되지 않기를바라며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진행됐으면 한다. ◆한국불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한국불교의 장점은 무엇이며 미래는 어떠한가. 한국불교는 대승불교의 전통을 갖고 있고 대승불경을 중시한다고 들었다.이 점은 티베트불교와 유사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불교에 친근감이 있다.가장 중요하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 어떤 종교나 신념을 받아들인다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그래서 어떤 이들은 불교를종교가 아닌 ‘마음의 과학’이라고도 한다.장차 한국불교가 인류애와 환경측면에서 큰 공헌을 할 것이다.한국불교와 티베트불교 모두 석가모니 부처를스승으로 모신다.같은 불자로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 ◆티베트불교의 특징은 무엇이며 인류의 당면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수있는가. 티베트불교는 대승·소승불교의 가르침과 탄트라의 가르침을 모두수행하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한가지 분명한 것은 티베트불교는 사람의 심성은 물론 동물에까지 미치는 ‘자비’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이런 것들이서방의 자비심을 키우고 자비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한다면 훌륭한 일일 것이다.티베트불교는 바로 이 자비심을 돋우는 수행종교랄수 있다. ◆불교에서 모든 고통은 무지와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한다.일상생활에서 무지와 집착을 없앨 수 있는방법은 무엇인가. 삶속에서 무지를 없애는 가장좋은 방법은 ‘지혜의 수행’이다.세상은 모든 것이 인연에 따라 움직이고발전하기 때문에 개개의 사물이나 생명체가 갖고 있는 가치를 찾으며 노력해야 한다.평소 겉모습을 넘어 궁극적인 본질을 보려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큰도움이 될 것이다.그리고 집착을 없애기 위해서는 만족하는 마음이 필요하다.이를 위해서는 수행이 반드시 요구된다. ◆한국에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온 국민의 첨예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있다, 정상회담에 대해 느낀 점과 두 정상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의 근본적인 믿음은 이 세상 모든 분쟁의 소멸이다.무력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안된다. 무력은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따라서 대화가 필요하다.사람들은 대화 없이 자신만의 고집을 주장하려는 경향이 많지만 한발짝만 다가서 대화한다면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남북회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남북정상들은 모두 경험이 많은 유능한 지도자들이다.양쪽 모두 인내와 결단력,그리고 전체를 내다볼 수 있는 자세를 지킨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티베트는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한국은 분단상태에서 통일의 꿈을 실현하려 노력중이다.티베트와 한국이 접목되는 부분이 있는데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양국이 특수상황인 점을 인정한다.그러나 티베트는 자주독립을 원하는 게 아니라 티베트 고유의 종교·문화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티베트나 한국 모두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듯이 인내와 결단력,그리고 전체를 넓게 볼 수 있는안목이라고 본다.그런 점에서 한국인들에게 지난 분단 50여년은 인내를 기를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특별한 것은 없다.충분히 잠을 자고 잘 먹으며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곁이야기지만 한국의 인삼이 좋다고 들었는데 아직 맛보지 못했다. ◆하루 일정은 어떻게 짜여지나. 오전 3시30분에 일어나 5시30분에 아침식사를 한다.8시30분 명상을 한 뒤 그 이후부터는 방문객들을 만나거나 책을 본다.낮12시 점심식사후엔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오후 6시 예불을 올린 뒤엔찾아오는 사람을 만나거나 공부를 하며 8시30분 잠자리에 든다. ◆평소 어떤 책을 주로 읽나. 대부분 불교서적이다.특히 마음의 평화를 얻기위해 ‘불교인식론’을 매일 읽는다. 다람살라(인도) 김성호기자 kimus@. *달라이 라마 누구인가. 10만여 티베트인들과 함께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티베트의 정치적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그는 ‘비폭력 인권운동’으로일관, 중국의 탄압과 티베트 인권문제를 국제적으로 부각시키며 티베트인들로부터 생불(生佛)로 추앙받는 존재다.원래 ‘달라이 라마’란 ‘큰 바다와같이 넓고 큰 덕을 지닌 고승’이란 뜻.그러나 티베트인들은 달라이 라마대신 ‘걀와린포체’(보석과 같은 승자)나 ‘아발로키테시바라’(자비의 부처님)로 받아들인다. 1935년 티베트 북동부 지역 가난한 농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달라이 라마의 본명은 텐첸 카초.티베트 불교의 전통에 따라 두살때 13대 달라이 라마의후신으로 추앙받아 네살때인 1940년 14대 달라이 라마에 즉위, 티베트의 수도 라사의 포탈라 궁전에 모셔졌다. 15세 때인 1950년 티베트 최고수반에 올랐으나 그해 10월 중국군 8만명의 침공을 받아 험한 여정을 시작한다.59년 중국의 식민지 수탈과 정치적 탄압에맞서 전국적인 봉기가 일어났지만 3,000여개의 불교사원이 파괴되고 수많은티베트인들이 학살되는 참사를 맞게된다.마침내 그해 달라이 라마는 수백명의 추종자들과 함께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웠다. 73년부터는 직접 각국을 돌며 박해받는 티베트의 현실을 알리고 지원을 호소했다.협상대표들을 베이징에 보내고 88년 중국정부의 동의하에 자치정부수립을 요구하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모두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방문지와 언행에 끊임없이 촉각을 곤두세웠고 달라이 라마의 뜻과 행동을 따르는 세계의 많은 지식인들과 할리우드 스타,음악인들이 그의 활동을 지원해오고 있다. 89년 노벨 평화상을 받을때 “전세계 억압받는 민중들을 대표한다”는 소감을 밝힌 달라이 라마.세계를 돌며 평화주의에 입각한 독립운동과 종교·문화간 상호존중을 이해시키고 있는 그는 포탈라궁으로 귀환해 티베트의 자치를회복한 뒤 평범한 승려로 돌아가는 게 꿈이다. 김성호기자
  • 韓完相 상지대총장·金三雄 대한매일 주필 특별대담-1

    남북 정상회담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분단 이후 남북 두 지도자의 첫 만남인 만큼 역사적인 회담에 거는 7,000만 한민족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대한매일은 8일 통일부총리를 지낸 한완상(韓完相) 상지대총장을 본사로 초대,남북 정상회담의 의의와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해 본지 김삼웅(金三雄) 주필과 대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남북 정상회담 의미. ◆한완상 총장 지난 반세기 우리 민족이 겪은 분단의 고통은 실로 엄청납니다.이 고통을 분단 유지비용과 연결해 말해 보지요.막대한 국방비에다 서로증오하고 냉전적으로 대결하도록 하는 교육·선전비,억압을 당해 육체적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건강회복 비용까지 합치면 분단유지 비용이 다 고통비용으로 계산됩니다.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냉전구도가 해체돼야 합니다.20세기에는 단 한번도우리 민족이 진정한 해방을 누려본 적이 없습니다.21세기는 20세기에서 겪지못한 ‘참다운 해방’과 민족의 ‘통합적 해방’을 여는 민족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20세기말에 세계적 차원에서 냉전해체가 있었지만상당히 ‘설익은’ 것이었어요.이번에 두 정상이 만나서 한반도 냉전해체 작업을 시작한다면 세계의모든 교과서에 20세기 냉전구조가 21세기 남북 두 지도자에 의해 드디어 해체됐다고 기록될 것입니다. ◆김삼웅 주필 국가도 하나의 생물체로 보면 우리나라도 분단과 통합의 역사를 거쳐 왔습니다.고려의 후삼국 통일 이후 1,300여년간 통합국가를 지속했으나 일제 40년과 해방 이후 55년 등 거의 100년동안 분단의 질곡 시대를 겪어야 했습니다.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올바른 ‘통합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됐습니다. 둘째는 과거 남북 정상회담 제안이나 남북회담이 여러차례 권력자들과 외세의 정치적 목적으로 밀실에서 이뤄졌으나 이번엔 민족 주체적으로,민족 내부역량에 의해 공개적으로 달성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습니다. ◈회담 성공을 위한 준비. ◆한총장 냉전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기본 패러다임,즉 냉전 근본주의 해체를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냉전대결을 재생산해 온 요인들은 다양한 ‘상호주의’ 형태를 띠었습니다.‘힘의 비대칭’이라는 현실적 상황을 볼때 상호주의 강조는 냉전을 강화하는 요인이 됩니다.이런 적대적 공생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둘째는 남과 북의 냉전 강경세력들이 문제인데 이들 세력은 지난 50년간 남북관계 악화를 통해 이익을 보았습니다.냉전 적대관계의 청산은 힘이 있는남쪽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셋째,남북 공히 냉전 세력들은 상대방에 대한 ‘불변성’을 미신처럼 믿는데 이런 불변신화를 제거하는 일에 착수해야 합니다. 외교적 차원에서 보면 정부 당국 중심으로 북한이 미·일과 외교관계를 맺어 교차승인을 완성하는 쪽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김주필 첫째 국민의 80% 이상이 남북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둘째 여야 영수회담 등으로 외형적으로 초당적 지지가 합의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지식인들의 냉전의식이 국민 여론을 악화시키거나 남북협력 정신에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이들 세력까지도 함께 끌고갈 수 있는 정치력이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대단히 중요합니다. 다행히 한반도 4강이 모두 남북 정상회담을 지지하고 있습니다.김대통령이한·미·일 3각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우방의 힘을 결집한 측면도 적지 않습니다.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중국을 방문해 양국간 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한반도 데탕트를 지지·지원하는 외형적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회담의 성공 기준. ◆한총장 첫번째 정상회담이기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대화가 이루어진다면그 자체로 성공입니다.김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면 북한의 ‘경제 3난’,즉 에너지,사회간접자본(SOC) 미비,식량난을 북한쪽 입장에서 아픔을느껴보고,대화 내용과 의제에 반영하면 일차 성공입니다. 상대방의 곤경을 생각해 마음의 문을 열어놓고 대하는 것도 회담 성공의 2차 기준이 될 것입니다.상대방의 필요에 부응하는 의제로 합의되면 세번째성공의 기준입니다.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첫번째 기준만이라도 이뤄지면참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김주필 동감입니다.국민들이 너무 큰 성과를 기다리면 안됩니다.독일의 경우 우리처럼 전쟁도 하지 않고 부분적이지만인적·물적 왕래가 꾸준히 이뤄졌습니다.동서독 정상끼리 여섯번의 비공식,세번의 공식회담을 하면서도 20년 동안이나 통일을 기다렸던 역사가 있습니다.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정상회담은 남북의 최고 군사령관이 만난다는 상징적 의미도 적지 않습니다. 한반도 통합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을 확신합니다. ◈회담 전망. ◆한총장 첫 정상회담의 성과를 크게 보고 싶지 않습니다.첫 걸음에 천리를달릴 수 없는 것 아닙니까.첫 술에 배부르지 않더라도 북한의 ‘경제 3난’의 심각성을 현실적·합리적으로 참고할 때 이 회담은 성과 있는 쪽으로 전개되리라 봅니다. 다만 북한의 여러가지 자존심을 손상하지 않게 배려하는 대범한 접근자세가필요합니다. ◆김주필 여러 견해가 있겠지만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경제협력 교류,이 두가지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욕심을 부리자면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문제와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공동 평화선언’도가능합니다.평화협정의 의미를 살리면서 한반도 평화문제가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이것이 가능하면 남북 기본합의서에 명시된대로군사공동위, 교류협력 공동위 가동,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등 그야말로 몇 단계를 뛰어넘는 평화교류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물론 첫 술에 배가 부를 수없지만 이렇게까지 진척될 수 있도록 두 정상이 진지한 토론과 대화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회담 의제. ◆한총장 서로 칭찬만 할 게 아니라 반세기에 걸친 상호불신,이 때문에 생긴끔찍스런 민족적 아픔,분단 비용 등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동서독은 통합 민족으로 산게 1세기도 안됐는데 우리보다 먼저 통일이 됐습니다. 말하자면 동서독은 결혼 첫날밤을 지내고 헤어졌고 우리는 60년을 살다가 헤어진 것이지요. 민족적 아픔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반성해야 합니다.남북 정상이 의제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남북 기본합의서를 보면 다 들어있지요.두 정상이 회담장에서 기본 합의서를 읽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웃음)◆김주필 북한의 개방과 국제적 지원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가입을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여기에 급속한 일본의 우경화와 중국의 경제·군사 대국화 등에 대비해 한민족이 살아남기 위해 공동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도 이야기해야 하겠죠.민족사적 문제와 함께 현실적,미래의 위기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를 기대합니다. ◈남북의 껄끄러운 현안. ◆한총장 우선 역지사지,서로의 입장을 바꿔 느끼는 ‘역지감지’(易地感之)의 원칙이 필요합니다.둘째 ‘첫술의 원칙’입니다.한꺼번에 많은 이슈를 꺼내서 애기하지 말았으면 합니다.또 하나는 ‘숲의 원칙’으로 숲을 보면서나무를 생각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지요. 미전향 장기수 문제는 이산가족 차원에서 얘기해도 됩니다.미군철수나 대량살상무기문제는 워싱턴의 가장 큰 관심사항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고요. ◆김주필 중국의 전통적 외교 방식을 원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구동존이(求同存異),즉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타결하고 합의가 안되는 부분은 다음을 위해 남겨둬 향후 여지를 넓히자는 것이지요.이러한철학을 바탕으로해 나가면 총장님 말씀대로 한술에 배부르지 않지만 꾸준히 화해와 평화의길로 나서게 될 것 같습니다.또하나 두 체제가 평화공존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제의도 해야 합니다. ◈역사발전의 계기. ◆한총장 민족공영의 장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만약 두 정상이이번에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해체시킴으로써 화해협력을 구현할 수 있다면세계가 이 공적을 공인해 줄 것입니다.평화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도록 세계가 남북을 격려하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주필 남북 모두 변화하지 않으면 몰락하고 만다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합니다.더 이상의 이념 싸움과 군사비 지출,적대·증오를 버리고 공동선과 공동이익,공동목표를 위해 공존공영의 정신을 살리면 21세기 변화의 물결에서일류 문명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의 사상적 기반. ◆한총장 남북 모두 ‘공변공영’(共變共榮)의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람이 있고 사상,제도,사상이 있는 것입니다.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로가는 게 통일의기반이 되는 사상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김주필 신라말의 원융귀일(圓融歸一·융합을 하면서 하나가 되는 것)의 정신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문화의 동질성과 운명공동체의 신념을 갖고 열린마음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수용하면서 하나가 되는 역사적 의지를 사상적기반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 [기고] 여성정책 발상을 바꾸자

    16대 대통령 선거직후 김대중 대통령이 부인 이희호 여사와 나란히 문패를걸고 있는 모습이 소개되면서 모처럼 남녀평등의식이 확실한 대통령을 만나게 됐다는 기대감을 부풀게 했었다.그러나 집권 초기 경제위기를 극복해야한다는 이름하에 기업과 가정,사회 곳곳에서 신가부장제가 부활하고 여성정책은 오히려 후퇴하는 조짐을 보였다.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을 빼고는 여성우선해고,임시직 여성노동자 증가,여성장관수 축소,여성정책 전담기구 권한 약화 등 여성친화적인 정책이라고 보기엔 미흡했다. 왜 남다른 기대를 모았던 현 정부에서 여성정책이 제대로 진전되지 않는 것일까? 현재 여성정책 발전의 척도는 정책의 내용보다는 정책을 이행시킬 수 있는구체적인 ‘도구와 수단’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가이다.‘도구와 수단’이란 바로 여성정책 전담기구와 예산,여성정책을 실행할 성인지적(性認知的)인사고를 가진 공무원들이다. 여성정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여성관련 정부예산을 보면 전체예산의 0.3%에 불과하고,여성정책 전담기구인 여성특별위원회는 권한이 매우 미약하다. 즉 정책조정기능의 형식화,여성정책의 고유업무 결여,정책수행 조직역량의부족,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 부족,차별구제기능 미약 등의 문제가 있다.또위원장의 위상이 장관이 아니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간의 여성정책 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현 정부의 여성정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현 정부가 집권한지도 2년이 지났고,긴박한 경제위기도 넘겼으며 16대 국회가 새롭게 구성됐다.여러가지 환경 변화가 있는 만큼 이제 발상을 바꾸면 된다. 국가 발전에 있어서 가장 낙후되어 있는 여성정책을 우선순위로 설정하고,여성인력을 개발하여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위한 사회보장정책을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여성정책은 내용이 없어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집권자의 강력한 의지와 이를 실행할 정부조직이 뒷받침되지 못해서 진전이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정부조직 개편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여성부 신설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국가 핵심역량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여성정책을 수행해 온 여성특위의 결함을 보완하고 기타 관련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여성관련 업무에 대해 총괄·기획·조정·집행·지원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형태의 기구가 필요하다. 여성부가 신설되면 여성관련 법령을 국회에 독자적으로 제안하고 여성관련부령 제정권이 확보된다.또한 여성정책의 주류화를 위해 정책총괄·조정권한이 강화될 뿐 아니라,여성정책 핵심부문을 고유업무영역으로 확보하고,집행기능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녀차별사안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준사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계선조직을 설치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 여성정책 집행력을 강화해야 한다. 여성부 신설에 반대하는 논리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주의이거나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능주의일 것이다.21세기 사회 변화의 원동력은지금까지 억압되어 왔던 여성의 잠재력과 감성,경험을 얼마나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여성들은 원한다.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편견에 시달리지 않고 여성의능력이 발휘되고 인권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사회,가정과 직장을 양립하면서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민주적이고 열린 가족관계가 가능한 사회,그래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편안하고 평등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실현되기를…. 南仁順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 [외언내언] 이런 패륜

    기가 막힌다.대학생 아들이 잠든 부모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가정의 달에일어났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토막내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기까지 했다.피의자는 경찰에 범행을 자백하면서 “평소 아버지는 나를 무시했고 어머니마저 머리가 나쁘다고 구박했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한다.경찰이 피의자의 정신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니 결과를 지켜보아야겠지만 도대체제정신으로 그런 엽기적인 패륜을 저지르고 그런 말을 태연히 할 수 있는가싶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도박으로 돈을 날리고도피유학에서 돌아온 철부지 오렌지족이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잔인하게 부모를 살해한 박한상군 사건에 이어 대학교수가 역시 상속문제로 아버지를 죽이고,중학생이 어머니를 살해한 경악스러운 사건등이 지난 몇년 사이계속돼 왔다. 부모의 지나친 자식학대가 사회문제가 된지도 오래 됐다.범인이나 그 가족의 개별적 문제에서 비롯된 사건들이지만 우리 사회의 윤리와도덕성,그리고 가족관계가 붕괴되고 있는 징후들이다.이번 사건은 자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일류병,그리고 편애가 엄청난 비극을 불러 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피의자는 직업군인인 아버지와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고 엄격한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심리적으로억압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또 S대학에 입학하지 못해 구박을 받고 부모가 형만 감싸고 돈다는 소외감을 느껴 왔다 한다.이런 이유로부모를 살해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우리 가정을 한번 되돌아볼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중·고·대학생 환자들을 진료해 보면 ‘죽이고 싶다’는 말을 쉽게할 정도로 부모를 증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한 정신과 의사의 말은 우리 가정이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녀들을 사랑으로 가르치기보다 일류대학 입학과 출세를 위한 경쟁에 내몰다 보니 자식은 부모의 참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비뚤어지는 경우가 많다.게다가 영화,텔레비전,컴퓨터와 같은 일방적인 의사소통 수단에만 매달려 인간적인 면대면(面對面)관계에 서툰 청소년들은 자기속에 갇혀 반사회적인 일탈행위를 거리낌없이 저지르기 쉽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윤리·도덕적 파탄 또한 반인륜적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존중 교육과 인성교육의 강화와 함께 범사회적인 도덕재무장 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임영숙 논설위원.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보행자의 인권

    자동차가 생활에 필수적인 도구가 된 오늘날,거리를 다니는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가 어느 정도 지켜지는가를 보면 그 나라의 전반적인 인권존중과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이 점에서 스웨덴은 분명히 가장 앞서가는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 스웨덴 사람들은 산책을 즐긴다. 어른,아이 구분없이 틈만 나면 집을 나서몇 시간이고 산책을 한다.그래서 웬만한 곳에는 보행자들을 위한 보도 이외에도 잘 정돈된 산책로가 따로 있다.국민들의 삶의 질을 생각하는 행정의 본보기다.그러나 시민들을 위하는 스웨덴 정부의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십수년전 필자가 스웨덴에서 대사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한 겨울 어느 날 이른 새벽에 창밖을 내다보니 밤새도록 눈이 쌓인 거리에서 제설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다.그런데 작업이 진행되는 순서가 흥미로웠다.제일 먼저산책로에 내린 눈이 치워졌다.산책로용 제설기가 따로 있었다.그 다음 보도에 쌓인 눈이 차도 쪽으로 치워졌다.마지막으로 차도 위의 눈이 제설차에 실려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이었다. 사람이 차량에 우선한다는 인식,나아가 시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그리고 이를 충족시키려는 의지가 묵묵히 행동으로 옮겨지는 현장이었다.차도의 눈이 아무렇게나 보도쪽으로 치워지고 보행자의 편의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우리 나라의 경우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필자는 그 광경을 한동안 바라보면서,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그와 같은 작은 일들이 쌓여서 진정으로 인간과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했다. 이처럼 선진민주사회에서 인권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삶의현장에서 실천되는 사고와 행동양식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인권보호를 강화할 뿐 아니라,스스로 인간존중을 실천하는 행정을 펴야하는 것이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작은 곳에서부터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행정,이것이야 말로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즉,국민이 행복한 생활을 누리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해소시켜 주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면서도 개인의 힘으로서는 마련하기 어려운 인프라를 만들어주면서,개개인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민주주의가 억압받던 시절에 구호로 외치던 인권,그리고 민주화가 완성되면서 법제도상 보장된 인권의 개념에는 익숙해져 있다.그러나 보행자들의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도를 점령한 차들,지나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현장 등을 볼 때,보다 실천적 의미의 인간존중은 아직도우리의 생활반경으로부터 먼 거리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李廷彬 외교부장관
  • [기고] 가슴을 열고

    지난 20 세기를 살아온 우리 민족은 역사 속에 많은 아픔을 안고 있다.국권의 침탈과 국토의 분열,동족간의 참혹한 전쟁과 적대관계는 아직도 아물지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5,000년의 민족사에서 가장 한 맺힌 이 고난의 역정은 나라의 안보를 소홀히 한 필연의 산물이었다.20세기,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던 이데올로기 싸움은 공산체제의 무너짐으로 종언을 고했으나,한반도는 21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인류의 역사는 귀족이 노예를 지배하고 독재자가 백성을 유린하며,심지어신(神)의 이름으로 인간을 억압하던 국가·사회의 계층구조로부터 보통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오랜 세월을 딛고 그렇게 사람은 조금씩 인간다워진 것이다.그럼에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땅,북녘에는 한 핏줄을타고 난 2,200만의 동포가 독재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1,000만의 이산가족은 대책없이 50년을 목메어 했으며,10만의 탈북자는 만주와 중국,시베리아동토에서 난민 대우조차 받지 못한 채 강제송환의 불안 속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남북은 애초에우리가 원해서 갈라선 게 아니다.동북아의 한 가엾은 식민지를 놓고,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은 강자의 논리에 따라 어느 날 지도의38도선 상에 줄을 그어놓음으로써 잘려진 강토요 통치권의 분할이었다.남들이 쪼개놓은 영토인데 이제는 우리끼리도 합치지 못하는 땅덩이가 되어 버렸다. 지난날의 아픈 상처를 들추는 것은 역사에서 배우고자 함이다.잘못된 역사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일깨우기 위함이다.나라를 지키는 일의 소중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되겠기에,1,000년전 만주대륙을 지배하고 동북아를 호령하던 배달족은 좁은 나라 땅 마저 두 갈래로 나눠,서로가 먹느냐먹히느냐의 무시무시한 싸움판을 벌려놓고 잠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하지만 새 천년에는 다르다.역사가 변하고 정세가 바뀌고 있다.21세기에 한반도는 동방의 빛이 되는 세계의 중심에서 스스로의 명운을 열어갈 것이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되살리고 아시아의 용으로 다시 부상할 진운의 길에들어섰다.국가 부도위기를 2년만에 복원시켰으며,주변 강대국과 4강외교로한국이 주도적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펴나가고 있다.정부는 남북 간에 평화공존을 실현하고 민족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포괄적이고 호혜적이며 포용성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남북경제 협력을정부차원에서 구체화하고,이산가족의 만남을 주선하며,북한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과,대북경수로사업을 약속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다. 한편,포용정책은 무조건 주기만 하고 얻는 게 없는 정책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북측은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만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면서 그들을 이롭게 해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으면서,온 국민이 장기적 비전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대내적 결속을 다지는데도 큰 비중을두어야 한다.대북 포용은 안보와는 수레의 양 바퀴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한다. 공산주의의 담담타타(談談打打) 전술과,북한의 대남 무력적화 통일전략의불변성에 대해서는 철저한 안보태세만이 대응방법이라는 전제 하에 세워진정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군(軍) 은 포용정책의 가장 든든한 배경이다.포용은 가슴이 넓고 힘이 센 강자만이 할 수 있는 것.그래서 우리의 국군은 튼실한 거인의 모습이어야 한다.믿음직하고 강한 군대 말이다. 6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분단 55년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 날이다.국민의 염원을 담아 국민의 정부가 노력한 결과요,세계의 진운이 우리를 돕고 있는 소치이며,민족적 자각이 움트기 시작했음이다.모처럼의 귀한기회다.조급하지 않고,변덕부리지 말며,지혜와 인내와 정성으로 가슴을 여는남북의 만남이길 빈다.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예비역 육군 준장 정영휘
  • “진짜 아름다움 보여드립니다”

    “키 155cm 이하,여성복 77사이즈이상 대환영” 머리 나쁜 건 용서해도 못생긴 건 용서 못한다는 요즘 세상에 감히 명함도못내밀고 움츠려 살았던 여자들이 당당히 반기를 들었다. ‘당신이 프리사이즈라면(If you are free size!)'이라는 슬로건으로 20일 오후4시 서울 중구 정동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제2회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이 바로 그 반란의 진원지다.지난달 27일 공개오디션을 거쳐 50명을 선발해합숙훈련도 마쳤다. 참가자의 면면은 그야말로 ‘프리사이즈'그자체다. 여성경찰전문학교 6기출신으로 “여경이 되려고 했더니 문서작성만 하라길래 그만뒀다”는 81세 김동혜 할머니.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나왔단다. 최연소자는 12살 장한희록양.여성학자이자 방송위원인 오숙희씨의 딸이기도한 희록양은 작년1회 때 행사를 보고 일년동안 출전을 별러왔단다. 이밖에 수화노래를 부를 청각장애인 이영미씨(42),만삭의 임산부 진혜경씨(30),사고로 다리를 잃지만 않았어도 진짜 미스코리아에 나갔을 거라는 미모의정연희(43)씨 등이 참가한다. 안티 미스코리아 참가자들은 ‘에로틱 라틴댄스'‘코믹 매직쇼'‘다이어트 퍼포먼스'등 아이디어 번득이는 프로그램을 통해 틀을 깨는 아름다움을 맘껏 펼칠 계획이다.대학생,직장인등 20~30대 남성 10여명도 기쁨조로 출동한다.여성관객들을 즐겁게 해줄 파격적 깜짝쇼를 구상중이지만 내용은 극비다. 시상 평가기준은 당당함과 자유로움.상품은 남성에 비해 여행 경험이 별로없는 여성들을 위해 유럽,하와이,동남아등의 왕복 항공권을 준비했다. 공연 연출을 맡은 변리나씨는 “신체사이즈를 억압하는 사회의식으로부터 탈출,해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취지를 밝혔다. 문의 (02)708-4548~9.홈페이지는 ‘antimk.gazio.com' 또는 ‘myhome.netsgo.com/antimiss'허윤주기자 rara@
  • [대한시론] 집단무의식과 망국병

    일본은 고대 이래 정복과 개척의 역사를 이어왔으며,천황이 모두를 지배한다는 이른바 팔굉일우(八紘一宇)의 정신으로 새롭게 정복한 무리들을 노예화했었다.일본인의 무의식에는 정복당하는 자는 악이며 그들을 억압하는 것을정의로 여기는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이따금씩 터지는 일본고관들의 망언은 선거구민의 집단무의식을 자극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그것이폭발한 것이 1923년 관동대지진이었고 오직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7,000명 정도가 삽과 몽둥이로 무참히 학살당했다. 지난달 도쿄시장 이시하라는 일본 자위대 제1사단 창설 기념식의 축사에서그때의 만행을 미화하며 앞으로 그런 상황이 되면 다시 그럴 것이라는 발언으로 우리를 격분시켰다. 조직화된 대중의 집단무의식은 때로는 악에 의해 조작되기도 하며 매우 부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수년전 히틀러가 아리안 민족우수론으로 독일인의 집단무의식을 자극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C.융은 ‘오딘(Odin)’에서 타민족에 대한 차별이 결국 유럽 전역에 피의 강풍으로 인류적 대재난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언했었다.독일인의 집단무의식에는조상 대대로 이어온 피에 물든 ‘오딘’의 신화가 상징하는 대학살의 충동이잠재하고 있었으며 역사는 유태인 600만명 학살 등으로 그의 예언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했다. 차별과 오만은 악의 씨앗이며 역사 이래 타부족,타민족을 차별하면서 만행의 정당화 구실이 돼왔다.최근 한미간에 물의를 빚어낸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도 미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멸시,차별이 근본원인이었을 것이다.역사적 만행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정도에서 그 나라 문명의 발달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자기나라 군대가 저지른 만행을 전세계에 고발한 미국 언론인이 표창받았음은 미국인의 역사의식이 그만큼 성숙함을 보여준다. 한편 우리는 많은 비극적 사건을 겪으면서도 스스로에게 잠재하는 왜곡된집단무의식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한번도 없었다.제주 4·3사건의 근본원인은 섬 주민을 멸시하는 의식이었고 거창사건의 비극은 산간벽지의 사람에 대한 군경의 오만 때문이었을 것이다.국군창설 초기 군대에서 일제 군대가 하던 것과 같이 민간인을 지방인으로 호칭하고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72년 대선 당시 공화당의 중진 이효상은 ‘신라 천년의 영광을 위해 경상도사람은 경상도 사람에게 투표합시다’라며 지역차별의 불씨를 지폈다.이 발언은 ‘조조’로 불리던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선거전략상 지방간 감정대립공작을 실시하는 시기와 일치하며,계산된 정치공작이었음을 능히 짐작케 한다(청와대비서실,중앙일보 출판부). 하지만 그들은 엄청난 결과가 올 것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융의 예지를 지닌 사람이었다면 그 후에 일어난 5·18 광주학살은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집단무의식에 몸을 맡길 때는 도취감을 수반하여 양심을 마비시키고,“자기가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성경,누가복음)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일본 극우파는 계속 망언을 되풀이하여 일본인의 단결을 호소하는 가운데한국 내에서의 차별발언을 비웃고 있다.그런데 우리의 경우,일부 정치인은기회가 있을 때마다 특정지역에 내려가 고의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겨 국민간에 적대심을 계속 확대 재생산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종교,교육,법과 언론 등은 추상적인 애국론 보다는 지역차별의 요인을 하나씩 청산하는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특히 현 한국 호적법의 기본틀은 근대화 이후 일본이 제정한 호적법을 기초로 하고 있다.그것은 일종의 노예문서로서 식민지화된 한국인을 차별하기 위한 것이었다.전 세계에서 호적제도가 남아있는 곳은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과 대만 뿐이다(호적이 만드는 차별,佐藤文明 저,일본 현대서관 발행).초등학교에서부터 반(反)차별 교육을 실시하여 차별식 발언이나 행동을 규제하는법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한국인의 집단무의식에 내재하는 왜곡된 의식의퇴치가 통일을 위한 첫걸음인 것이다. 金 容 雲 한양대 명예교수·수학
  • [대한광장] 386세대 選良들을 향해

    이번 16대 총선에서는 ‘바꿔 바꿔’라는 선전구호의 덕분인지 세칭 386세대라고 불리는 13명의 청년정치인이 금배지를 획득했다.몇몇 언론은 386세대선량들이 기성 정치세력에 쉽게 동화되었던 부끄러운 선배 운동가들을 닮지말라고 주문한다.이것은 4·19세대와 6·3세대에 대한 실망의 반작용일 게다.한편에서는 구태의연한 선거행태에 식상하여 정치적 무관심이 고조된 국민정서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정책중심의 의정생활로 주권자인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요구도 있다.이는 낡은 정치의 개혁을 염원하는국민의 순정(純情)을 대변하는 것일 게다. 국민들은 그들 젊은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단순 거수기노릇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여야라는 현실정치의 경계선을 더 높은 정치적 신념으로 돌파하면서 학창시절에 그토록 간절하게 희망해왔던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들의 능력을 십이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그들 소수의 지도자를 앞장세워 주며 이름없이 빛도 없이 자신들을 밀어주었던 수많은 학우와 선배들의 피와땀,그리고 후배들의 기대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들이 단지 30대의 연령층,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이라는 세대적동질성만으로 똘똘 뭉쳐서 선배와 후배들 사이를 비전없이 돌진한다면 오늘날 우리가 그토록 우려하는 지역감정 이상으로 세대간 갈등을 증폭시켜 386세대 정신을 오염시킬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들은 국민에 의해 일회용 정치상품으로 용도 폐기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그들은 학창시절 너무나도순수했기에 투옥을 마다않고 학생운동의 선봉에 섰으며 사심없는 봉사와 희생으로 민주화를 견인했거나,견디기 힘든 시대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며 고달픈 일들에 매달렸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대학에 다니던 80년대는 한국 현대사상 일찍이 없었던 격동과 변혁의 시대였다.그때 그들은 한국민주화의 걸림돌이 남북분단으로부터 빚어진민족내부의 갈등과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빈부갈등이라는 것을 명석한 두뇌로 간파하고 이 갈등들을 총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싸워왔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그들이 과연 초지일관(初志一貫)해 왔던가에 의심의눈초리를보내는 후배들 또한 적지 않다. 그들의 빛나는(?)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16대 총선을 맞아 한 정당으로부터는 주사파 4인방으로 몰리고 또 다른 한 정당으로부터는 당내 주사파를 잘 단속하라는 역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그들이 색깔을 뒤집어쓰지 않고 당당하게 여의도에 입성할수 있게 해주었다.그들은 유신시대의 긴급조치 투옥자나 80년대 계엄령 투옥자에 비하면 큰 행운아들이다.운동권 출신 급진 좌경 후보라는 빨간색 칠하기가 먹혀들지 않을 만큼 시민사회의식이성숙했기 때문에 그들은 30대에 국민의 대표로서 남녀노소 누구를 불문하고우리 공동체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사람들에게 엄한 호령을 할 수도 있고정부와 재계를 향해서도 자유와 정의를 지켜가도록 훈계할 수 있는 특권도얻었다.그렇지만 그들이 이 특권의 향유에만 집착한다면 이전투구를 되풀이하는 우리 정치세계에서 일개 의원직은 계속 가질지 모르지만 정치적 성장은보장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이 386세대라는 정체성(正體性)을 인정받으면서 시대의 미래를 이끌기에는 각 당에 흩어져 있더라도 13명이면 충분하다.이상한 비유라고 또 빨간칠을 하려는 페인트장사(?)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카스트로는 82명으로 혁명을 시작했던 과거를 후회하면서 확고한 신념을 가진 10여명만으로 충분히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장담했다던가. 13명의 30대 정치인에게 거는 우리들의 기대는 참으로 크다.국가보안법을비롯한 냉전법률은 물론이고 그들의 후배들이 이적행위자로 몰리지 않도록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할 수 있는 각종 악법들을 뜯어고치면서 입법부를개혁하고 정치권을 정화하는 일, 한발 더 나아가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키고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일에 그들이 힘을 합친다면 모든 국민들은 세대를 초월하여 그들의 초지(初志)를 믿고 따를 것이다.젊은 그들의 정치생명도그들 자신의 확고한 신념과 용감한 실천에 의해 오래도록 푸르싱싱할 것이리라. 柳一相 건국대교수 언론홍보대학원장
  • [대한광장] 김대중과 김정일

    6월의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적인 기록이 될 것이냐,아니면 정치적인 이벤트로 끝날 것이냐?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이슈이다.그것은 21세기 벽두에 이 지구의 ‘마지막 이념의 철조망’이 제거되는 단초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한국의 씨줄 38도선에 그어진 철조망이 치워졌을 때,진정한 지구의 평화가 시작되는 것이다.독일은 브란덴부르크의 시멘트 벽이붕괴되면서 동서독 이념의 대결이 끝났다.그 벽을 허무는 단초는 70년 3월동·서독의 수상,브란트와 슈토프의 악수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새천년 6월의 남북한 집권자 김대중과 김정일의 포옹이 과연 현실화될 것인가? 이제 남한의 ‘3김시대’는 가고 남북한 책임자 김대중과 김정일의 ‘2김시대’가 오는 것 같다.김대중 정부의 일관된 ‘햇볕정책’이 베를린선언으로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그러나 국내외의 언론은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역시 긍정론과 부정론이다.긍정론 쪽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와는 달리경제가 초점이며,특히 경제협력 문제에서 남북한 당사자가 공감하고 있다는점이 특기할 만하다고 주장한다.부정론 쪽에선 역시 북한은 조금도 변하지않았으며,달러를 더 훑어내기 위한 눈가림이라고 손을 내젓고 있다. 어쨌든 6월까지는 ‘잠못 이루는 밤’이 되지 않을 수 없다.서울과 평양 뿐이랴.전세계 해외동포들도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특히 고령의 월남민과 이산가족들의 가슴은 숯검정으로 타들어갈 것이다.그러나 좀더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6월 회담에 대해 몇가지를 상정해볼 수가 있을 것이다. 첫째,외부적인 세계판도의 시각변화이다.한반도의 주변강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았다.통일이 될 경우,남북한의 막강한 군사력은 오히려 주변강국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배제하지 않았다.남북한을 합쳐 약 140만명의 군대와 북한의 핵이 주변강국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중국과 러시아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는 시각이 바뀌어졌다.극한적 ‘전쟁포고’ 아니고는 미국 등누구도 북한을 억제하지 못했다.마지막 선택이 한국의 ‘햇볕정책’이라는귀결이다.외부의 어떠한 물리적인 제재방법보다는 남북한 당사자가 ‘민족적가슴’으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주변강국의 정책변화이다.그것은 오히려 한반도가 대화하고 통일함으로써 전쟁억지가 될 것이며 아시아에 평화정착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한반도의 화합으로 북한의 경제발전이 촉진되고 주변국들의 경제부담도 덜어질 것이다.핵개발도 자연히 중단될 것이란시각이다. 둘째,내부적으로 남북한 당국의 정치적 변화이다.김일성 사후,김정일 체제로 접어들면서 군사우위 정책보다는 경제적 개발정책으로 변화되기 시작한것이다.소련과 동구권 몰락,중국 등 사회주의 맹방들의 개방개혁 바람은 북한이라고 언제까지 손으로 가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김정일이 등극하면서 만경대학원 동창생을 중심으로 해외유학파 경제관료를 대거 기용해 부분적인대외개방정책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경제특구 지정,금강산유람선 개통,KEDO 허용 등이 이전 김일성시대의 경직성과는 분명히 달라진 유연성이다. 과거와 같은 핵 카드만으로는 한계라는 점을 인식하고,남한의 ‘햇볕정책’이 군사정권시절과 같은 정치용이 아니라는 점도 일부 공감한 것 같다.우선굶주려 죽어가고 있는 국민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언제까지 억압하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그렇다고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가는 동구권처럼 몰락한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때문에 차선책은 군비감축을위해서라도 평화공존이라는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것이다.점진적으로 고려연방제도 생각해보자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셋째,한반도의 이러한 내외부적인 변화기류를 놓고 볼 때,이번 6월은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몇차례 거듭되고 있는 차관급 만남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전달되고 있다.이번 회담에서는 ‘베를린선언’에서 강조한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농업구조개선 등 경제협력 부문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7·4공동성명’에서부터 ‘남북한기본합의서’에 이르기까지 완패를 해온 민족문제가 민족전쟁 이전의 6월초에 성취돼 새천년 6월25일에는 ‘전쟁기념일’이 아닌 ‘평화기념일’로전환될 수 있을 것인가.김대중과 김정일의 뜨거운 가슴이 기대된다. [신상성 용인대교수·
  • [새세기를새롭게비전’한국21’](14)변화하는가족도수용하자

    새천년을 맞으면서 그 어느때보다 가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심은두가지 방향으로 집중된다.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열린가족’에 대한 논의다. 우리 사회에 가족이란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져야한다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아직은 굳건하다.그 결과 독신가족과 편부모가족, 공동체가족이 늘어나는 것을 ‘가족의 위기’로 받아들인다. 반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논의되고 있는 ‘열린가족’은 가족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될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갖는다.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족외에도 어머니와 자녀 또는 아버지와 자녀로 구성된 편부모가족, 독신가족, 자녀가 없는 부부가족, 공동체 가족,동성애자 가족 등 혈연을떠나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성의 전화는 이같은 논의의 첫단계로 ‘가족,그 막힘에서 트임으로의 가능성은…?’이란 워크숍을 열었다.올해도 가족 논의는 이어갈 예정이며 대안 가족모델 개발을 위한 논의에 역점을 두고 있다.지난 97년부터 편부모가족을 위한 한부모교실을 운영해온 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가 오는 6월3일 장충동 경동교회안의 여해문화공간에서 여는 ‘이제,닫힌 가족의 빗장을 열자’는 주제의 축제한마당도 이같은 노력의 하나이다. 여성의 전화 연합의 이현숙 수석부회장은 “여성의 전화는 지난 15년간 가정을 지키는 일을 해왔다. 그러나 근원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가부장적 여성억압의 현실을 더돕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됐다”고 가족 논의를 시작하게 된배경을 밝혔다. 이처럼 가족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가족을 둘러싼 변화가 여성 의식과 사회적 지위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국여성연구소 이박혜경 가족분과장은 설명했다.그는 “맞벌이 부부는 증가하고 있으나가정내에서 여성이 여전히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등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이혼율은 증가하고 가족형태는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나타나고 있는 ‘열린가족’의 징표로는 ‘나홀로 가족’의 증가와 이혼·사별로인한 편모·편부 등의 ‘한부모가족’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나홀로가족’은 75년 전체가구 가운데 4.2%에 불과했으나 95년에는 12.7%로 증가했다.결혼적령기인 25∼34살 인구 가운데 미혼인구의 비율도 95년 현재 남자 41.6%,여자 18.1%로 남녀 합해 29.9%에 이른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혼자사는 노인의 비율이 95년 현재 13.7%(35만명)이다.특히 여자노인은 5명 가운데 1명 정도인 19%가 노후를 혼자보내고있다. 또 지난해 인구 1,000명당 2.6쌍이 이혼한 것으로 나타나 97년의 2쌍 보다30%포인트나 늘었다.그만큼 한부모 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혼이나 혼자사는 것이 더 이상 ‘문제있는 소수’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이는 90년대 후반 이후 급격한 사회변화와 맞물려 수치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는 “우리사회의 다양한 가족 유형의 출현은 구조적변화로 가족해체나 붕괴와 일치시킬 수 없다”면서 “이를 모두 정상적인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따라서 그는 이제 가족문제도사회복지란 차원에서 국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린가족’논의는 우리에게 두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가족은 더 이상 소유물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공동체며,당연한 것이 아니라선택의 대상이 될수 있다는 점이다. 강선임기자 sunnyk@. *한부모가구 급증 사회복지 관점서 관심 필요. “담임선생님이 아이가 명랑하고 학교생활도 잘 한다고 했습니다.그런데 제가 아빠가 없다고 했더니 ‘그래서 산만하군요’라고 말을 바꾸더군요”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가 지난 97년부터 운영해 온 ‘새로짓는 우리집을 위한 한부모교실’(02-739-8858) 참가자들이 털어놓은 사연중 하나다. 이와 관련,상담소 신경혜부소장은 “한부모가족은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며 “이혼과 사별로 한부모가족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누구라도 한부모가 될수 있음을 인정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상담소에서는 지난해 5월 ‘고정관념 깨기’작업의 하나로 설문조사를 통해명칭을 ‘편부모’에서 ‘한부모’로 바꿨으며 ‘한부모가족 인권선언’도내놓았다. “편부모,결손가정이란 명칭에는 ‘부족하다’‘정상이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사람을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한’이라는 말에는 ‘온전하다’‘가득차다’라는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좋은 반응을얻고 있다”고 신부소장은 말했다. 한부모교실은 매월 첫째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강의중심으로 진행되며 내용은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역점을 둔다.‘홀로서기 이렇게 합시다’‘이혼·사별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열린가족 이야기 한마당’‘재혼·복합 가족에 대한 이해’ 등으로 이뤄진다.참석인원은 10∼30명 정도로 고졸이상의 고학력자들이 대부분이다. 한부모교실에 참여했던 한 여성은 “혼자서만 끙끙 앓던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하다보니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이제 행복이라는 것이 나에게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자신감을나타냈다. 여성민우회는 올해부터는사업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상담소가 있는 원주,진주,김포,군포,광주 5개 민우회 지부에서 매월 한 지역씩을 선정,‘지역방문상담’을 실시하고 있다.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상담원이 주말마다 해당지역으로 찾아가 상담하는 것이다. 다음은 ‘한부모가족 인권선언’. ▲누구나 한부모가족이 될수 있다▲모든 가족은 정상가족이다▲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라▲한부모가족 자녀를 무언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바라보는 편견에서 벗어나라▲교과과정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하라. 강선임기자. [기고] “다양한 가족가치관 부응 가정복지정책 수립해야”. 그 동안 우리 사회의 산업화와 경제활동 구조의 변화는 노인,장애인,아동,여성 문제 등 사회복지 수요를 크게 변화시켰으며,가족의 구조 및 기능의 변화는 가족구성원의 문제를 새로이 대두시키고 있어 가족 기능을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핵가족의 보편화,이혼율의 증가와 함께 편부모가정과 재혼가정의 급증,독신가구와 미혼모 등다양한 가족형태의 증가현상은 가족내의 아동 및 청소년 그리고 노인 보호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 97년 말경제상황의 위기가 몰고 온 이혼,가출로 인한 가족해체는 아동,노인, 여성의요보호상태로의 전환과 노숙자의 증가 등 사회구성원의 생존 위협을 가져왔고 가족복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대응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최저생계비에 미달된 모든 가족을 정책대상으로 정함으로써 가족안전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가족형태의 출현은 가족문제가 빈곤가족차원에만 머무르지않음을 시사한다.현재 사회복지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복지서비스 대상자들은 대부분 가족과 분리된 노인,여성,아동 등으로 한정되며,복지서비스 내용도 대부분 사후적이고 소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즉 가족내의 가족문제 및가족의 기능을 지원할 복지서비스기능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좀 더 적극적이고 예방적인 가족복지정책이 요구된다. 첫째,가족복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가족구성원이 자신의 가정에서 성장하고 부양될 수 있도록, 아동수당 및 편부모의 지원을 다루고 노인부양가족들의 부양수당을 지원할 종합적인 가족복지법이 요구된다.부모로부터 포기된 아동을 아동시설에서 10여년간 보호하기보다,가족 내 양육지원이 효과적이고 사회적 비용도 낮출 수 있다. 둘째,편부모가족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다양한 가족들이 가지는 새로운 문제에 대응하려면 현재 저소득가족 중심에서 모든 편부모가족으로 복지서비스대상을 확대하고 그들의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욕구들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셋째,지역사회중심의 가족복지서비스를 보편화해야 한다.예방적인 측면에서지역사회 내 모든 가족들의 서비스욕구를 다룰 수 있도록 지역내의 집중적인상담체계, 아동보육시설, 학교,종합사회복지관,재가복지기관 등의 지역사회지원체계 등이 다양한 가족의 욕구에 따라 전문적인 재가복지서비스를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위와 같은 가족복지사업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가족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일이다. 결손가족,해체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낙인은 그속에서 성장할 아동과 부모의 적응에 비수를 댈 뿐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모든 가족은 고유하며, 중요하다. 이혼가족,재혼가족이 잘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가족가치관이 허용되고,그들이 건강한 가족으로 설 수 있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모든 가족들이 건전하게성장,유지될 것이며,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申惠玲 국립보건원 훈련부 교수
  • [대한광장] 국민,민족,여성

    일본인 친구들 몇 명이 한국을 다녀갔다.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또 역사를 가르치는 친구들이다.한국에 오기 전,이들은 일본 보수파가 주도한 일장기와 기미가요에 관한 법률제정에 반대하는 지식인모임을 결성하고 인터넷을통한 서명운동과 여러차례의 집회를 개최했다.이들은 글과 정치적 실천을통해 2차대전의 기억을 역사에서 지우려는 수정주의 사관을 단호하게 비판하고 일본 민족주의의 부활을 우려하는 진보적 탈민족주의의 입장을 분명하게밝힌 바 있다. 우리는 일본과 한국의 민족주의에 대해 늦은 밤까지 비교적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다.일본 제국주의의 조선과 대만에 대한 식민지 교육사를 전공하는 한 친구는,순배가 꽤 돌자 한국에 대한 솔직한 자기심정을 피력했다.일본에서 일장기에 반대하는 운동을 열심히 펼치다,한국에 와 보니 도처에 태극기 물결이라 무척 당혹스러웠다는 것이다.국기로 상징되는 일본의 국가주의에 대해서는 그토록 민감하고 비판적인 한국 지식인들이 유독 자기나라의 국가주의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이그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던모양이다. 제국주의와 식민지라는 역사적 경험을 근거로 일본과 한국의 국가주의에 대한 한국 지식인들의 이중적 잣대를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었다.덧붙여 그는 일제시기 한국의 민족주의자들이 중국대륙에 대해서는 강한 연대감을 표하면서도,정작 같은 식민지인 대만의 민족주의자들은 무시해버리는 일종의 우월의식이 존재한 것같다고 말했다. 제국주의 국가의 좌파 지식인이라는 굴레 때문에 그는 몹시 신중한 표현을사용했지만,나는 그의 지적이 옳다고 동의했다.식민지라는 역사적 경험이 한국의 국가주의를 자동적으로 정당화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친구는 정신대 할머니의 증언이 일본의 역사학계에 미친 엄청난 파장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문서화된 사료가 없다는 이유로 정신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우파 역사학에 대해,할머니의 증언 자체가 바로 사료라는 것이이들의 입장이었다.문서로 된 사료들은 지배자의 입장이 기록으로 남은 것이며,정신대 할머니의 증언이야말로 피억압자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구술된 더중요한 사료라는 것이었다.그것은 곧 실증주의와 역사인식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졌다. 나는 일본 지식인들의 이러한 진지함에 크게 부끄러움을 느꼈다.정신대 할머니의 증언에 대한 한국사회의 주된 반응은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에 대한분노에서 멈추어버린 것이 아닌가 한다.일본에서는 2차대전에 참전했던 노병들의 양심선언이 나온 데 비해,한국에서는 정작 동이나 마을 단위에서 정신대를 모집했던 한국인들의 양심선언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한국측 모집책들의 철저한 침묵은 정신대의 역사를 복원하는 데 큰 공백이 아닐 수 없고,일본의 우파들이 정신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정당한 계약에 의한 것이었다고 합리화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더 중요하게는 정신대문제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조선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과 착취를 의미할 뿐 아니라,같은 식민지 조선남성의 조선여성에 대한억압과 착취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점이다.더욱이 그것은 과거의 기억으로만그치는 것이 아니다.그것은 제국주의 역사의 가장 큰 피해자 중의 하나라 할수 있는 이 할머니들에게 무려 50여년 동안이나 침묵을 강요했던 한국사회의 성적 억압구조를 함축적으로 드러내준다.반성해야 할 주체는 일본 제국주의 세력뿐만 아니라,식민지 조선의남성과 대한민국의 남성들인 것이다. 민족문제의 프리즘으로 정신대의 역사를 바라볼 때 문제가 되는 것은,또 다른 반성의 주체로서 식민지 조선과 대한민국의 남성들이 생략된다는 점이다. 정신대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가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규탄하는 데 그치지 않고,한국인 정신대 모집책을 설득하여 그들의 증언을 받아내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남성국수주의에 대한비판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스스로에 대한 점검과 반성은생략한 채,상대방에 대한 반성만 촉구한다는 것은 어쩐지 내키지 않는다. 林 志 鉉 한양대교수·사학
  • 섹스:애너벨 청 스토리/ 충격적 영상

    인간의 관음증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은밀한 성애 영화,배우들의 리얼 섹스를 내세워 성의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영화,새디즘·마조히즘 등 다양한 욕망의 변종들이 감각을 자극하는 영화,동성애를 그린 퀴어 코드의 영화….일탈된성 혹은 포르노그래피를 다룬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그런 만큼 내용도 가지각색이다.포르노그래피는 이미 현대영화의 화두가 되어버렸다. 일본영화 ‘감각의 제국’의 음란성 시비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가운데 ‘섹스:애너벨 청 스토리’(감독 고프 루이스)라는 노골적인 포르노영화가 개봉(29일)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섹스:애너벨 청 스토리’는 10시간동안 251명의 남자와 섹스 릴레이를 벌인 애너벨 청(본명 그레이스 깼紋㈏繭?여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애너벨 청을 관음증적인 시선으로만 훑지 않는다.내부에 잠재된 에이즈에 대한 공포,홀로 남겨질 때면 엄습해오는 절망과 자해의 충동,부모에 대한 죄책감까지 한 여인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낸다.그 파격성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저항과실험정신의 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도지난해 화제가 됐다. 애너벨 청은 영화의 주인공이자 포르노 배우다.그는 무엇을 위해 이 희대의갱 뱅(gang bang)이벤트를 벌인 것일까.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애너벨 청(28)은 ‘먹물’배우답게 자신의 논리를 늘어놓는다.여성에게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적 통념에 당당히 맞서기위해 섹스파티를 벌였다는 것.요컨대 포르노그래피는 사회적으로 억압된 욕망을 발산하고 정치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수단이라는 얘기다.그러나 그것은 급진적이고 전투적인 ‘페미니스트’의 상투적인 자가발전 논리일 뿐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말 국내 수입심의를 통과했고,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21일에는 영화홍보를 위해 주인공인 애너벨 청이 한국에 온다.문제는 수입영화들이 가치의 잣대가 다른 외국 영화제에서의 화제성 등을 근거로 ‘과대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애너벨 청은 결코 ‘포르노그래피의 잔 다르크’가 아니다. 한편 최근 개봉된 파격적인 성애영화들이 끝없이 논란을 낳고 있는 데서 보듯 영상물등급위의 등급판정만으론 더이상 청소년층에 끼치는 해악을 막을수 없다.등급외전용관 문제를 다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김종면기자
  • “남북정상회담은 햇볕정책 결실”

    [서울 연합] “남북정상회담은 남한과 북한의 평화공존 토대를 마련,현재진행중인 평양과 다른 외부 세계간 대화의 모범적인 모델을 확실하게 제시할 것으로 믿습니다.”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윌리엄 테일러선임연구위원은 10일 남북정상회담 합의의 의미를 이렇게 말하고 “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추진해온 햇볕정책의 주요한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평양을 수차례 다녀온 북한문제전문가인 테일러 위원은 “북한은 한국과 외부세계가 북한체제를 전복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어느 정도 얻게됨에따라 남북정상회담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테일러 위원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북한의 대미,대일관계도 확실하게 진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그는 “남북정상회담은 1991년에 타결된 남북기본합의서와 1992년의 한반도비핵화선언을 토대로남북관계를 보다 본격적으로 진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남북경제현안과는 별도로 정치현안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테일러 위원은 김대통령은 또 한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남북간 무역 및 비정치분야에서의 교류 확산,북한과 미국,이탈리아,호주,필리핀 등과의 외교관계 진전을 예로 들면서 “대북관계의 패턴은 이미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에 있어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김일성(金日成)이 사망했을 때 북한 지도층에 상당한 심리적 동요가 있었으며 북한측은 그들의 안전보장을 모색하던 끝에 그 지렛대로 미사일 개발이란 형태로 벼랑끝 전술을구사했다”며 “그 이후 한국의 햇볕정책이 나오자 북한측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이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테일러 위원은 “북한은 페리의 대북 제의를 받자 북한에게 유리한 일들이있을 것으로 예견했다”며 “사안의 핵심은 남북정상회담과 북한과 국제사회간 연이은 대화가 억압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보다 좋은 시절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 지원문제에 언급,테일러 위원은“한반도에 화해무드가조성되면 북한에 대한 국제지원은 보다 활성화될 것이며 이같은 지원이 북한주민들의 생활을 보다 낫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리뷰/ 피나 바우시의 ‘카네이션’

    무대는 짙거나옅은 붉은 카네이션 8,000송이로 덮여 있다.그밖에는 마이크두 대가 왼쪽과 오른쪽 앞부분에 하나씩 서 있을 뿐이다.소리 없이,무대 양쪽에서 무용수들이 의자를 하나씩 들고 잰걸음으로 등장한다. 5일 오후8시 LG아트센터 상남홀에서 있은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카네이션’공연은 개막을 알리는 신호없이 이렇게 시작됐다. 장면 하나. 1930∼40년대 풍의 블루스 ‘더 맨 아이 러브’가 흐르면 정장 입은 사내 하나가 마이크앞에서 열심히 율동(수화?)을 하며 따라부른다.노랫말처럼 ‘강한 남자’가 되고픈 열망이 그득하다.이어 많은 사내들이 여성의 속치마 바람으로 나와 네발로 무대를 뛰어다닌다.꽤나 흥겨운 분위기는 그러나,보타이를 맨 남자가 나타나면서 깨진다.사내들은 산지사방으로 달아나지만 결국 남자에게 잡힌 한 사내는 ‘나쁜 짓하다 아버지에게 들킨 아이’처럼 볼기를얻어맞는다. 장면 둘. 처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감자를 깎는다.그 앞에 구애자인 듯한 사내 너댓이나타난다.사내들은 차츰 처녀쪽으로 다가서지만 그들은 꽃을 건네거나 포옹하는 몸짓을 하지 않는다.처녀앞에 놓인 테이블에 올라가 높이 뛰어오르다결국은 굴러떨어질 뿐이다(남자다움의 과시일까?).사내들이 가까이 올수록처녀의 비명은 더욱 높아간다. ‘카네이션’에 등장하는 인간은 소외돼 있고 서로간 소통은 단절돼 있다.남자들은 억압을 벗어나 본능이 시키는대로 살고 싶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끊임없이 ‘강한 남자’를 요구받으며,일탈은 ‘볼기맞을 짓’에 불과하다.남녀관계로 대표되는 ‘단절’도 심각하다.남자는 거친 몸짓이 사랑의 표현이라고 믿고,그 때문에 여자는 두려움을 느낀다. 이같은 주제는 형식에 어떻게 녹아들었을까?무대는 혼란스러울만치 자유분방했고 무용수들도 ‘큰 틀’안에서는 제맘대로 표현하는 자유를 누리는 듯이보였다.또 관객을 향해 대사로써 직접 자기표현을 하곤 했다.그래서인지 ‘무용답다’는 느낌을 주는 부분은 의외로 적었다.전체적으로 연극 쪽에 더가까운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이었다. ‘탄츠테아터’(무용극)라는 장르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지난 79년 부퍼탈이 공연한 ‘봄의 제전’은 순수한 무용이었다.공연작품을 제대로 즐기려면 어느정도 ‘익숙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장르는 아직 국내팬에게 낯선 듯이 보였다.다만 작품이나 무용수 개인들이보여주는 자유분방함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덧붙일 것은 부퍼탈이 서울공연에 상당히 많은 준비를 했다는 점이다.무용수가 우리말로 대사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대부분 무리 없이 의미가 전달됐다. 이용원기자
  • [시베리아 대탐방](7)블라디보스토크 국립 극동대 한국학대학

    [블라디보스토크 특별취재반] 외국에 한국관련 학과들만 모은 단과대학이있을까.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학 단과대학이 바로 냉전시대 우리의 오랜 적대국이었던 러시아,그것도 군항 블라디보스토크의 국립 극동대에 있다는 점은 아주 흥미롭다. 지난해 11월 23일 취재팀은 극동대 한국학 대학을 방문했다.한국학대학은극동대의 서쪽 끝에 자리잡고 있었다.빅토르 코제미아코 부학장이 유창한 우리말로 취재팀을 반겼다.그는 자신이 이 대학 출신이며 춘천 한림대에 교환교수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소개했다.95년에는 북한을 방문,평양과 원산,남포,나진,금강산도 다녀왔다고 밝혔다. 러시아 극동대와 한국학의 인연은 1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1899년 극동대 동양대 한국어학과로 출발했으나 30년대 스탈린의 소수민족 억압정책으로 동양대학은 폐쇄되고 직원 일부는 숙청됐다.75년 한국어학과가 다시 생겨나 5명의 학생을 모집했다.부학장도 이 때 입학했다.이후 94년 한국어문학과와 한국역사학과,한국경제학과 등 3개학과로 지금의 틀을 갖춘한국학부가발족했고 95년에는 한국학대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학대학에는 현재 250명이 수학하고 있으며 매년 50∼60명의 신입생을뽑는다.어학실습실에는 한국 위성TV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고 단과대 부설 도서관에는 7,000여권의 한국어 교재가 잘 정리돼 있었다.하바로브스크나 사할린의 사범대학에서 채택하고 있는 한국어 교재도 바로 이곳 극동대 한국학대학에서 만든 것이다. 한국학대학에는 태권도 전용 연습장도 설치돼 있다.경희대 출신의 한국인사범이 대학원생으로 공부하면서 태권도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또 한국 전통춤 동아리에도 5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인터넷실은 특히 눈에 들어왔다.러시아에서 이처럼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수 있는 곳이 몇군데 되지 않기때문이다.학생들은 삼성전자에서 기증한 PC로한국의 주요 웹사이트를 넘나들며 한국어 실력과 한국에 대한 지식을 쌓고있었다.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친 로만 메신그씨도 2년전에 이 대학 한국경제학과를졸업,학교를 떠났지만 바로 이 인터넷 때문에 학교에드나들고 있었다.그는98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장학금을 받고 고려대 어학당에서 6개월 공부한 뒤다시 6개월 동안 서울의 러시아전문 바이칼 여행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우리말을 스승인 부학장보다 잘하는 듯 보였다. 한국학대학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들에게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밀도있게 가르친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후 영어통역으로도 활동할수 있을 정도다. 부학장은 “학생들이 졸업한 뒤 봉급수준이 낮은 교수가 되기보다는 한국등 외국의 회사나 외교공관에 취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그러나 “한국기업들이 IMF사태를 겪으면서 러시아내 지사를 속속 철수하고 있어 학생들의진로가 다소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학대학의 교수진은 모두 20명.이 가운데 경기대 김정오 교수 등 3명은한국에서 온 교환교수다.부학장은 그러나 “한국교수들이 이쪽으로 더 많이파견왔으면 한다”며 “회화를 가르칠 수 있는 3명 정도의 한국인 교수가 더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현재 극동대 한국학대학은 두가지 장기 과제를추진하고 있다.한국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한국어 관련 자료를 수집,보관,열람할 수 있는조직인 ‘한국어 은행’의 설치를 추진중이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뱅크오브 잉글리쉬(Bank of English)’를 모델로 삼고 있다.이와함께 ‘한국 현대사 연구소’의 설립도 검토중이다.아울러 이 대학 교수들은 이미 한국어-한자-영어-러시아어 등 4개국어를 동시에 찾아볼 수 있는 ‘전자 사전’편찬작업에 들어가 이미 상당부분 완성했다. 부학장은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학을 연구하기 가장 좋은 지리적 이점을갖고 있다”며 한국인들이 이 대학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국제팀 김규환기자 ◆정치팀 이도운기자 ◆사진팀 유재림 오정식차장,김명국기자 oosing@. * 우수리스크 극동 최대 고려인촌. [우수리스크 특별취재반] 우수리스크는 극동지역에서도 고려인(까레이스키·한국출신 러시아인)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다.약 1만3,000명의 고려인이거주하고 있다. 우수리스크에 고려인이 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생활고를 겪던 한반도 북부의 주민들이 1862년부터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리 춥지 않아 농사 짓기도 괜찮은데다 중국과 가까워 장사하기도 좋았기때문이다. 지금도 한국의 주택협회와 새마을운동중앙본부,고합그룹이 인근에 농장을 갖고 있다. 현재 우수리스크의 고려인은 중앙아시아 출신이 95%,사할린 출신이 5%다. 우수리스크의 고려인 마을도 스탈린의 소수민족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사라졌다가 7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복구됐다. 우수리스크 고려인민족문화자치회의 이 로베르트 아나톨리비예치 회장은 “스탈린 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어서 인지 예전에는 고려인임을 나타내기를 싫어했다”며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에야 고려인 단체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모국을 잊어버릴만한 세월이 흘렀지만 이들은 아직도 모국의 끈을 놓지 않고있다. 한글학교를 세워 고려인 3,4세들에게 한글과 한국말을 가르치고 있다. 추석과 설날 같은 명절도 꼭 지킨다. 한글학교 김문자 부회장은 “명절 전날 가족들이 모여 유쾌하게 어울리지만젊은이들은 잘 모이지 않는다”며 “이들은 조국을 다 잊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우수리스크에는 또 연해주재생기금이란 고려인단체도 있다.고합그룹이 후원하는 이 단체는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이주를 돕고 있다.요즘도 중앙아시아고려인 3,000여명이 여름내 이곳 농장에서 농사를 짓다가 겨울에 돌아가곤한다.북한인들도 연해주재생기금의 초청을 받아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취재팀은 평양출신 북한 외화벌이꾼 신상현(40)씨와 려국현(36)씨를 만났다. 신씨는 “지난 5월 10명이 입국해 두명은 여기서,나머지는 이곳 산하 농장서일하고 있다”며 “1만달러를 벌러 왔는데 잘 안된다”고 걱정했다. 그들은 취재진과의 대화나 사진촬영에도 자연스레 응했다.하지만 “아무뜻없이 점심식사나 대접하겠다”는 취재팀의 제의에는 “할 일이 많다”며 황망히 자리를 떴다.
  • 특별기고/ 여자여, 권리는 찾는자에게 주어진다

    과거에 비해 보면,우리 사회 안에서도 여성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제 꽤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전 같았으면 상상할 수도 없었을 ‘여성할당제’ 문제가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여성문제는 이제 더이상 허공에 대고 힘없이 떠들어대어야 하는 무력한 주제는 아닌 것 같다.물론 이것은 전체적인 총론의 분위기이고,각론으로 들어가면,아직도 시대가 어느 때인지 모르는 시대착오적 남성 권력자들이 여전히 여성을 제2의 열등한인간 취급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여성할당제란,사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막고 있는 구조를 물리적인 방식으로라도 개편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사실,인간평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여성할당제’는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그러나 수천 년 동안 남성들을 중심으로 세팅되어 온 사회구조가 사회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변화에 의하여 바뀌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바람이다.기득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본질적인 자기 해체를 이룩한 극소수의 인간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그동안 철저하게 사회활동으로부터 소외되었던 각 분야에 여성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특히 우리 사회처럼 여성문제에대한 인식이 낮은 나라에서 이 제도는 강제적인 방식으로라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는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서인지,그럴듯한 여성관계 공약을 잔뜩 내놓았다. 그중에서도 전국구 후보 여성할당제 30%는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해 왔다. 사실 진정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50%가 되어야 마땅하겠지만,비율은 천천히 높여가기로 하고 일단 양보하기로 하자.원칙적으로 따지자면,전국구 뿐 아니라 지역구까지도 여성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한국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그것은 사실 무리한 요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당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공천하라는 주문과 같기 때문이다.따라서,순차적으로 개혁을 시도해 가면서,일단 현실성있는 약속을 지키라고 요청하는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전국구 국회의원 후보라면 여성할당제 30%를 지키라는 것은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각 정당이 발표한 전국구 후보 명단을 살펴보면 이 약속은 성실하게 이행되지 않았다.민주당이 그나마 30%에 육박하는 비율을 지켰을 뿐,한나라당과 자민련은 각각 17% 정도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그나마,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이 비율은 또다시 현저하게 떨어진다.따라서,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각 당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여성할당제를 도입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16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여성 정치인은 가물에 콩나듯이 구색맞추기로 등원하게 될 모양이다. 한국은 여성정치인의 숫자가 가장 적은 나라들 중의 하나로 꼽힌다.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정신적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가지 예이다.그러나여성들 자신도 이러한 문제를 바꾸기 위한 적극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여성을 열악한 상태에 묶어두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권리는 요청하는 자에게 주어진다.제 밥은 자기가 찾아 먹는 것이다.가만히 앉아서 누가 가져다 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한국 여성은 여전히 남성들이 차려놓은 밥상에다가 젓가락이나 올려놓는 부수적인 역할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여성의 자질은 한번도 제대로 발휘되었던 적이 없다.한국 여성들이 억압당해온 역사는 일종의 여성잔혹사의 양상을 띠고 있다.어쩌면 그 때문에한국 여성들은 고통을 아는 자만이 알고 있는 삶의 깊이를 구현할 수 있는내적 자질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그 미지의 힘을 이제 밖으로 꺼내어 활용하자.썩은 남성 정치인들 대신에 신선한 여성 정치인을 대거 투입한다면,어쩌면 세계의 놀림거리가 되고 있는 한국 정치도 눈부시게 변모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 정 란 상지대교수·시인
  • 소외된 여성의 심리 섬세히 묘사

    극단 민예가 4월 1∼20일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하는 ‘비밀을 말해줄까’(엄인희 작·이용화 연출)는 생리기간을 전후해 신체적·정신적으로 불안증세를 보이는 ‘생리전 증후군(PMS)’환자를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이색심리극이다. 보통 이 병에 걸린 여성은 폭력·도벽·우울증·낭비벽 등의 과잉행동을 보이는데 주인공 안순옥은 그중 도벽이 있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연극은 안순옥이 ‘유아살해’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정신병원에 수감되는장면부터 시작된다. 어릴때부터 도벽이 있던 순옥은 수차례 감옥을 드나들다 마흔가까운 나이에결혼해 아이를 낳는다.출산후 생리가 재개되자 순옥은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를 혼자 둔 채 백화점으로 뛰어간다.아이는 돌연사하고,순옥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생리는 자궁의 표현이며 생명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작가 엄인희는 “자궁을 품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억압적 구조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한다”고 말했다.(02)744-0686. 이순녀기자 coral@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