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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계 러 작가 아나톨리 김 한국문단에 ‘쓴소리’

    한국계 작가로 러시아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지성이자 소설가인 아나톨리김이 문학적 고뇌없이 대중의 취향에만 영합하는 이른바 ‘시장문학’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이라는 특정 지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그의 이런 언급이 한국문학번역원 주최로 오는 11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2002 문학과 번역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할 발제문에 포함돼 있어 예사롭지가 않다. 아나톨리 김은 ‘20세기 인류역사와 세계문학의 흐름’이라는 자신의 발제문을 통해 “누구를 비난하고자 해서가 아니라 쏟아져 나오는 책 가운데 양서는 드물고,해를 끼치는 나쁜 책들이 넘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이런 시장문학은 고객의 비위를 맞추려고 아양을 떠는 매춘부와 다를 바 없다.”고 단언했다. “문학의 주요 수용자인 소시민 등이 20세기의 이른바 ‘아방가르드문학’으로부터 자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결국 주는 것만 받아 들였으며,이들이 얻은 것은 쓰레기와 배설물뿐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돈의 가치가 으뜸인 세상에서진정한 사랑을 다룬 문학은 드물었고,있다손 치더라도 한물 간 주지주의,혹은 심리분석의 자기만족적 유희에 빠지거나 조악한 프로이트주의의 운용에 불과했다.”며 시장문학이 주도한 20세기 문학을 평가절하했다. “이런 점에서 인본주의적 문학도 인간을 억압하는 세계적 전체주의에 맞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는 못했다.”는 그는 “작품을 통해 경험해야 하는 전율과 카타르시스는 정확히 계산된 정량의 약품처럼 포장된 상품이 되었다.재미있어야 한다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진정한 공포가 패러디 혹은 장난기있는 두려움으로 변질됐다.”고 시장문학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적어도 이곳에는 베스트셀러로 큰 부자가 됐다고 우쭐거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문학을 앞세운 센세이셔널리즘을 경계한 아나톨리 김은 “가슴이 창조의 불꽃으로 이글거리는 한,그리고 펜끝에서 가늘고 선명한 영감의 스파크가 지속되는 한,구멍난 신발을 신고 사는 배고픈 삶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바로 문학인”이라며 진정한 문학에 몰두하는 문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우리 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기존 한국문학 번역이 대부분 학자들에 의해 이뤄져 문학작품을 문자 그대로 소개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번역이 안타깝게도 한국문학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를테면 탁월한 서정성이나 영혼의 순수함,한국인 특유의 온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국의 단편소설 7편과 춘향전 등을 러시아의 예술텍스트로 번역했다고 소개한 아나톨리 김은 “한국문학의 번역은 다른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의 언어로 글을 쓰는 한국계 작가들에게 의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며 “한국인의 복잡하고 섬세한 정신세계를 가장 잘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한국인 자신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번역 우선순위에 대한 일부의 혼란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문학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반드시 그런 작품을 먼저번역해야 할 필요는 없다.어느 나라에 가든 그와 유사한 작품은 흔하다.”면서 “오늘날 베스트셀러라는 것들이 대부분 비슷한 처방전을 토대로 쓰여지기 때문에 번역작품을 선정할 때 이런 책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국계 3세로,크루핀,마카닌 등과 함께 현대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아나톨리 김은 우리에게 ‘켄타우로스의 마을’(문학사상사)로 잘 알려져 있으며,동양의 정신세계를 아름다운 러시아어로 잘 표현해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한국문학번역원(원장 박환덕)은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한국계 작가로 러시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아나톨리 김 등 국내외 한국문학 번역가,해외 동포작가,국내외 언론·출판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02 문학과 번역 서울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행사에는 이밖에도 재일교포 작가 현월,스웨덴의 한국입양아 출신 소설가아스트로치 트롯찌,중국 시인 김학천과 남영전,카자흐스탄 소설가 알렉산드르 강과 시인 스타니슬라브 리,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한국문학 담당 브루스 풀턴 교수 등이 참석해 한국문학의 번역문제를비롯,한국문학의 해외 수용현황,한국문학의 특성과 해외 소개정책 방향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이게 된다. 심재억기자 jeshim@
  • [열린세상]새로운 시대를 기다리며

    벌써 한 해가 저문다.참으로 무상한 세월이다.그토록 물색없이 기다렸던 새천년하고도 두 해째나 속절없이 지나가는 것이다.하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새롭기는커녕 좀처럼 달라진 구석조차 찾아보기 어렵다.우리네 시난고난한 살림부터,저 밖의 어지러운 모습까지 말이다.어느 해고 돌아보자면 다 그렇겠지만,올해처럼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때도 드물지 않나 싶다.무엇보다도 지난 6월 월드컵 때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한 판 대동굿을 벌인 일이 지금도 가슴 깊이 뭉클하다.그런가 하면 그 힘은 다 어디로 가고 안팎으로 꼬이고 얽히기만 한 삶터는 스산한 요즘 날씨만큼이나 텅 빈 듯하고,사람들 마음이며 영혼은 하릴없이 어수선하기만 하다.그래도 때가 때인 만큼 세밑을맞아 나름대로 이것저것 마무리는 해야 한다.곧 새천년 들어 처음으로 대통령도 뽑는다. 앞으로 우리네 살림살이를 떠맡고 또 이끌고 갈 사람을 뽑는 일이다.그렇다고 누가 대통령이 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새천년에 값하는 그런 새로운 선거문화,곧 잔치와 같은 신명나는 과정으로 대통령을 뽑는 일이다.그러니 더도 말고,덜도 말고 지난 유월에 펼쳐졌던 샘솟는 듯한 젊은 세대의 힘과 문화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자리에서도 유감없이 펼쳐지기를 바랄 뿐이다.물론 자라나는 세대뿐 아니라 우리 모두 애쓰고 힘써야 하겠지만,이들이야말로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갈 주인공인 만큼 더욱 기대가 큰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참으로 부끄러운 세월을 살았다.식민지에서 제 땅에 버림받은 삶을 살기도 했고,핏줄끼리 끔찍한 다툼과 싸움도 했으며,무시무시한 군사독재 아래 숨죽여 살기도 했다.정말 어렵사리 이만큼이나마 민주주의가 싹을 틔울 만큼 왔지만,아직 우리 안에 눈 부릅뜬 서슬 퍼런 권위주의는 언제라도 그 싹을 시들게 할 수 있을 만큼 질기다.그래서 스스로도 두려운 나머지 그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난 자라나는 세대에게 눈을 돌려보는 것이다.이들은 풍요 속에 자라 굶주림이나 아픔을 몰라 철이 없고,응석받이로 키워져 어려움을 몰라 버릇없을 수는 있다.하지만 그만큼 매듭이나 옹이 없이 곧추 자라 맺힌 곳도,꼬이고 뒤틀린 데도없다.이들이 제 뜻과 마음을 펼 수있는 그런 세상을 함께 열어주기만 한다면,지난 유월에 보았듯이 전혀 새로운,그리고 무서운 힘으로 앞날을 열어갈 것이다.이번 선거를 바로 그 채비를 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그러려면 어른들이 먼저 눈 바로 뜨고 스스로를 돌아보고,뼈아프게 스스로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이런 시가 있다.“억압과 굴종에 대한 미움으로 우리 모습은 흉하게 일그러졌고/불의에 항거해 분노하다가 우리 목소리는 쉬어버렸다/다정하고 안온한세상을 위해 바탕을 다지려던 우리 스스로는/그러지 못하고 강팍하기만 했다/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도와가며 사는 평화로운 시대에 자라는 너희들은/우리를 생각할 때 너그러이 용서하려무나.” 독일의 양심이었던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죽기 전에 쓴 ‘자라나는 세대에게’라는 참으로 가슴 떨리는 시다.우리 어른들이야말로 이렇게 먼저 자라나는 세대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지금까지 선거문화,아니 선거작태라고밖에 볼 수 없는 그 피붙이나,땅붙이,학교붙이끼리 패거리 짓고 남을 밀어내는 일부터 그렇다.또 결과가 모든수단을 정당화하는 철새정치와 같은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 그렇다.이런 일들을 손가락질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따라 온 것이 우리 어른들이다. 그러니 먼저 자라나는 세대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이들과 함께 새로시작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그런 뒤에야 비로소 이들에게 채근할 수 있다.“이제 너희들이 나설 차례다.정치는 저 밖에서 못나고 못된 어른들이 도맡아 하는 것이 아니라,우리 모두,아니 자라나는 세대인 너희들부터 나서서우리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드는 일이다.선거부터 시작이다.모두 빠짐없이 제대로 뜯어보고,따져보고,선거에 나서자.이는 바로 너희들의 시대,새로운시대를 여는 첫걸음이다.” 이렇게 말이다.‘꿈은 이루어진다.’고 이들은지난 유월에 외쳤다.그 꿈의 첫자락이 바로 지금,여기 이루어질 수 있도록우리 함께 나서자. 정유성 서강대 교수 교육학
  • 책꽂이/겨울강 하늬바람 外

    ●겨울강 하늬바람(박범신 지음) 지난 81년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을 받은작품을 재출간했다.70년대 이후 산업·도시화의 영향으로 당시 우리 문학을지배한 탈향(脫鄕)·귀향(歸鄕)의 문제를 특유의 감성적이고 화려한 문체로다루었다. 세계사 8000원. ●제6회 동서커피문학상 수상 작품집 대상 수상자인 이미경의 단편소설 ‘청수동이의 꿈’을 비롯해 시부문 금상 이선남의 ‘풍선’,수필부문 금상 전계숙의 ‘엄마의 저금통장’,소설부문 금상 박영미의 ‘호랑나비 한 마리가 꽃밭에 앉았는데’등을 수록했다.더북 9000원. ●꽃이 진다 꽃이 핀다(박남준 지음) 전주 모악산 기슭에 ‘모악산방’이라는 흙집을 짓고 12년째 살고 있는 중견시인의 산문집.자연에 몰입해 사는 작가의 진솔한 삶이 거짓없이 그려져 있다.호미 8000원. ●헤어져 있어도 우리는 사랑이다 국내 유명 시인들의 따뜻한 사랑시를 모았다.정호승의 ‘내 마음 속의 마음이’,이성복의 ‘입술’,정해종의 ‘연애편지 쓰는 밤’,장석남의 ‘5월’등이 실렸다.휴먼&북스 5500원. ●플레이보이 SF 걸작선(앨리스 K 터너 엮음,한기찬 옮김) 플레이보이지에실린 SF소설 모음.이 잡지의 소설부문 편집장으로 10여년간 활동한 지은이가 시대·장르·작가별 대표작을 가려 실었다.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의 죽은 도시’,어슐러 K 르귄의 ‘아홉개의 생명’등 24편 수록.황금가지 전2권각 9000원. ●체호프 단편선(안톤 체호프 지음,박현섭 옮김) 모순과 부조리에서 비롯된비극적인 삶을 유머로 따뜻하게 감싸는 작품들이다.의학계의 샛별로 떠오른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서야 자신의 허영심과 어리석음을 깨닫는 여자를 그린 ‘베짱이’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단편소설 9편.민음사 6000원. ●반항아(산도르 마라이 지음,김인순 옮김) 헝가리 출신 작가가 1930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제1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보낸 작가의경험이 배어 있다.전쟁의 와중에서 겪는 방황과 갈등,가치관이 붕괴된 시민사회에 대한 거부감 등 청소년들의 반항의식을 키우는 사회적 억압,죄와 책임문제,세대간 갈등을 다뤘다.솔 1만원.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안나 가발다 지음,이세욱 옮김) ‘누가 어디에선가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좋겠다’는 단편집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프랑스 신예 여류작가의 첫 장편소설.이혼 위기에 몰린 며느리와,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진 경험을 가진 시아버지가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문학세계사 7800원.
  • [열린세상] 개인행복을 돕는 국가

    “삶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이고,우리들의 모든 행동은 행복을 향한 몸짓이다.” 국가를 잃은 민족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말이다.대개 큰 고통과 억압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눈에 핏발이 서고 전투적이게 마련이지만 유독 티베트인들은 여전히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그 점이 티베트불교의 위대한 힘이고,세계인들이 티베트인들의 정신 세계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비록 국가는 물질적으로 티베트인들에게 별로 해주는 것이 없지만 정신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안내하는 지주인 것이다. 물질적인 풍요와 시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꼭 비례하지 않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허리띠를 졸라매고 절대적 빈곤을 넘어서려는 시기에는 이런 말이 사치처럼 들리지만,빈곤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추구하는 단계가 되면 이 말의 설득력이 높아진다.이 단계가 되면 그야말로 ‘행복의 수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물론 국가 정책을 시행하는 데 양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몇 퍼센트의 성장률을목표로 하고,실업률을 어느 정도 이내로 통제하며,복지 예산을 얼마나 투입할 것이며,인프라를 얼마만큼 구축할 것인가 등등.이런 지표들은 모두 국민들을 더 잘 살게 만들기 위한 국가의 핵심 수단들이지만,21세기형 국가 모델을 설정하고자 할 때 이것만으로는 왠지 부족하다.국가 경영의 패러다임이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구체적인 행복에 더 천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들의 삶의 조건들이 더욱 개인화·문화화·고령화하고 있는 시대적 추세를 중시해야 한다.개인화란 생애 주기의 계획과 관리가 점점 더 개인의 개별적 책임이 되는 추세를 말한다.문화화는 증대된 자유 시간을 바탕으로 시민의 문화적·심미적 욕구가 급격히 확대되는 경향을 일컫는다.고령화는 평균 수명 80세 시대를 예감하면서 인구의 역피라미드화와 ‘젊은 노인층’의 증가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가히 혁명적인 사회 변화이다. 개인화·문화화·고령화는 계층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살아가는 방식에 일대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25세까지 교육받고 55세까지 직장에서 일하다가 60세 이후엔 쉬면서 여생을 보낸다는 통상적 생애 일정은 이제 사라질 운명에 있다. 실제로 개인은 단수의 삶을 살던 시대에서 복수의 삶을 살도록 준비하라는 정언명령(定言命令:절대적 무조건적인 명령)을 받고 있다.직업도 복수로 가질 생각을 해야 하며,교육 기회도 평생 다양하게 가져야 한다.젊은 시절의 삶과 노년기의 삶이 연속적이 아닐 수 있음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이전보다 역동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도 넓어졌지만,삶의 주요한 계기마다 종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들에 직면해야 한다.긍정적인 측면에서 자아 실현과 행복 추구의 열망은 커지는 반면 그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건과 환경은 한층 불확실해졌다는 것이 어쩌면 이 시대의 가장 큰 패러독스일 것이다.이런 시점에서 과연 국가가 전통적인 정책들로 개인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도록’할 수 있을까?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복지제도나 국가 예산의 1%를 가지고 근근이 꾸려가는 문화 정책,또는 복수의 직업 기회나 ‘젊은 노인들’의 일자리에 대해 남의 집 불구경하듯하는 노동 정책으로 과연 개인화·문화화·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터에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훑어보아도 그런 문제의식은 별로 없어 보인다.개인화·문화화·고령화와 관련한 참신한 발상이나 대책은 찾기 어렵다.하지만 21세기형의 국가 경영을 고민하는 지도자나 정치세력이라면 이 논점을 우회할 수는 없을 것이다.토니 블레어의 ‘일하는 복지’ 전략이나 부시의 ‘온정적 보수주의’도 이 논점에 대한 좌파 또는 우파의 대응과 다름없다.결국 앞으로 선진국 수준의 국가 경쟁은 누가 더 ‘자아 실현을 지원하는 공동체’를 잘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만큼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한 사려 깊은 통찰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가진 지도자가 요청되는 것이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사회학
  • 인권위 김창국위원장 “사형 폐지·국보법 개폐 논의”

    “국가기구가 어딘가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입니다.인권위원회는 행정·입법·사법부 등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엄연한 ‘독립 국가기구’입니다.” 오는 25일 출범 1주년을 맞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김창국(金昌國·사진·62)초대위원장의 요즘 심기는 편치 못하다.자신의 국외 출장문제와 관련,청와대·행자부와의 갈등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서울 을지로 인권위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청와대와의 대결양상으로 비춰져 몹시 곤혹스럽다.”면서 “할 말은 많지만 인권위 차원의 공식 대응은 자제키로 했다.”고 이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인권위 활동의 성과는. 많은 사람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인권위를 찾아왔다.결과야 어떻든 억압받고 소외당한 사회적 약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국가기구가 생긴 것이다.한편으로 인권위가 활동하면서 인권이라는 가치기준이 국가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게 됐다. ◆애로사항이 있다면. 인권위원회는 첨예한 논란이 예상되는 현안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그러다 보니 역풍도 만만치 않다.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학교내 체벌금지 권고만 해도 위원 몇 사람이 모여 결정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불러 의견을 듣고 외국의 사례도 참조한 뒤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다.지금은 교육부가 반발하고 있지만 앞으로 교육부의 시책도 인권위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권고를 무시해도 제재수단이 없어 ‘종이호랑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사실 지금으로선 과태료를 부과하고 여론을 통해 압박하는 것 말고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하지만 출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법 개정 문제를 꺼내들기엔 부담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내년 3월 국회와 대통령에게 제출할 업무보고서에 법률 개정문제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국외 출장건이 인권위의 독립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데. 정부와 일부 언론이 문제를 오해하고 있다.원칙상 헌법에 근거규정을 둔 기관이어야 마땅하지만,헌법을 개정하기는 어렵다는 현실론 때문에 누구의 지휘도 받지 않는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일부에서는 소속이 없는 국가기구가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그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방송위원회나 특별검사의 경우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고 예산도 행정부에서 받아 쓴다.이들도 헌법기관은 아니다.그렇다고 이들이 행정부 소속인가. ◆장애인의 인권위 점거농성 과정에서 인권단체들과 불편한 관계에 놓였고,인권위가 관료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국가기구 가운데 인권위처럼 비관료적인 조직은 없다.인권위에서 농성하는 장애인이동권연대측에 퇴거요청을 한 것과 보안장치 설치한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하지만 인권위는 농성하고 시위하는 장소가 아니다.차별받고 억압받는 소수자를 위한 기구인 것은 분명하지만 엄연한 국가기구다.보안장치도 필요에 의해 설치한 것이다. 영국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나 미국의 프리덤하우스 같은 단체도 사무실에 들어가려면 이중 삼중의 보안장치를 다 거친다.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인권현안을 제시한다면.외국인 노동자와 장애인,버림받고 있는 아동 문제 등 심각한 현안이 한두가지가 아니다.인권위는 이 현안들과 함께 사형제 폐지,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등을 중장기 과제로 설정,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전남 강진 출신인 김 위원장은 목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시 13회에 합격,15년 남짓 검사로 재직하다 81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80년대 민변 회장으로 김근태씨 고문 사건과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등 굵직한 시국사건의 변호를 맡아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96년부터 지난해 위원장 취임 전까지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세영기자 sylee@
  • 평론집 ‘여성문학을 넘어서’ 낸 평론가 김미현씨 “여성과 가장 닮은 존재는 남성”

    “진정한 여성문학은 여성만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여성도 아프다고,그런데 좀 다르게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여성문학이다.” 소장 평론가 김미현(37·이화여대 강사)이 평론집 ‘여성문학을 넘어서’(민음사)를 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여성문학의 정체를 규명하고 보다 진일보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제시한 ‘성찰적 페미니즘’.이를테면 “우리 문학사에서 여성문학이 차지하는 위치와 업적이 저조한 이유를 ‘여성성에 대한 억압’이라는 외부적 환경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이며,오히려 여성문학 내부의 문제를 먼저 짚자.”는 시각이다.여성문학의 문제가 여성문학 자체의 허물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음을 전제로 한 접근방법이다. 그는 “‘성찰적 근대화’의 개념을 차용한 ‘성찰적 페미니즘’은,지금까지 많은 곁가지를 쳐왔으면서도 확고한 주류이론을 정립하지 못한 기존 페미니즘의 실체를 다시 검증하고 확인하는 페미니즘”이라고 설명한다.보다 철저한 부정과 거부를 통해 여성문학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생각해보는 자세가바로 그가 말하는 ‘성찰적 페미니즘’의 원형이다. 그는 우리의 여성문학을 ‘역사-정체성-현실-고유성’의 단계로 나눠 살피고 있다.이런 시각에서 그는 우리 여성문학을 3기로 구분해 문학사의 ‘과제’인 시대구분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1기는 1920∼1930년대로,여성문학이 문학사에 편입되기 시작한 ‘여성다울 수도,남성다울 수도 없었던 혼돈의 시기’였다.박화성으로 대표되는 이 시기를 ‘여성이면서도 여성이기를 거부해야 했던 때’라고 규정했다. 2기는 1950∼1960년대.개화사상의 세례를 받았던 1기 때보다 더 혹독한 보수성과 가부장적 지배이데올로기에 주눅들어 지냈던 시절이다.강신재로 대표되는 이 시기는 ‘여성이기를 주저했던 때’이기도 했다. 1980∼1990년대의 3기는 여성문학을 무대 전면으로 부각시킨 시기.박완서로 대표되는 이 시기 여성작가들은 남성을 왜곡·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도 있다.”고 외친다.특히 그는 이혜경의 역할에 주목한다.소설 ‘고갯마루’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이혜경이 “여성의 문제를 자본주의와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확대시켜 파악하려 했다.”며 그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금이야 말로 체제안주적이고 자기복제성을 드러내온 우리 여성문학의 전환기”라는 그는 “지구상에서 여성과 가장 닮은 존재가 바로 남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여성문학”이라고 말한다.이 책은 그런 점에서 김미현의 여성문학에 관한 도발적 제언인 셈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연극 ‘오! 발칙한 앨리스’, 性的 상상력 가득 ‘이상한 나라’

    거세당한 뒤 정신이상을 보이는 발발이,남성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생쥐,여자만 생각하면 코가 커지는 왕…. 앨리스가 찾아간 이상한 나라에 도발적인 성적(性的)상상력을 불어넣은 ‘오!발칙한 앨리스’가 24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된다.이번 무대는 지난 9월부터 계속된 ‘섹슈얼리티전’의 마지막 작품.젊은 연극인그룹 動·시대의 실험적이면서도 젊은 감성이 톡톡 튀는 무대다. 언니가 읽는 야한 소설에 호기심을 가지다 이상한 나라로 빠져든 앨리스.그곳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동물과 인간은 다양한 형태의 성을 상징한다.현실에서 억압·과장되는 성에 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 연출을 맡은 오유경은 최근 주목받는 여성연출가.‘우리나라 우투리’에서 나귀 역으로 인기를 끈 서상원도 재치 넘치는 동물 연기를 선사한다.23일 오전10시30분 우석레퍼토리극장에서는 ‘섹슈얼리티전’의 비평 발표와 대화의 장도 마련된다.21·22일 오후7시30분,23·24일 오후 4시30분·7시30분.(02)762-0810. 김소연기자 purple@
  • 연극 리뷰/ ‘깔리굴라 1237호’

    망가진 것과 망가뜨린 것의 차이는 뭘까.한 방역회사 사원이 있다.겉으로는 그런대로 잘 사는 듯 보이지만,실상은 반복되는 일상에 서서히 망가져가는 인간.그는 사회구조에 의해 망가진 걸까,아니면 스스로를 망가뜨린 걸까. 악어컴퍼니의 연극 ‘깔리굴라 1237호’는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관한 의문을 SF영화의 암울한 순환구조로 표현한 작품이다.주인공은 회사에서 해고 당하자 칼리랜드라는 테마파크에서 실행하는 칼리굴라 프로그램에 1237번째로 지원한다.지원자에게는 100분동안 절대권력이 주어지고 상대역은 그에게 복종하거나 저항하거나 사랑할 수 있도록 짜여 있다. 나약하기만 하던 그는 이 절대권력을 이용해 온갖 만행을 저지른다.재산을 국유화하고,죽음의 놀이를 즐기고,맘에 들지 않는 자들을 죽이고….로마의 3대 황제인 가이우스 시저(칼리굴라의 본명)가 된 양 폭력을 즐기며 미쳐간다. 연극은 직장인의 비애라는 단순한 소재에서 출발하지만,억압된 욕망을 폭력으로 분출시키며 자멸하는 과정을 통해 존재의 더 깊은 우물을 휘젓는다. 이렇듯 무거운 내용임에도 새로운 형식,개성 넘치는 캐릭터 등은 눈돌릴 여유를 주지 않는다.우선 SF영화를 보듯 프로그램에 접속하는 형식이 돋보인다.로마 시대와 현재의 의상과 어법,도구가 혼재하는 가상 공간은 독특한 퓨전식 무대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좌중을 압도하는 것은 중견배우 박지일의 연기.해쓱한 회사원과 전지전능한 군주를 오가며 명령에서 독백까지 소화해 내는 그의 연기는 완벽해 보인다.혀를 뽑고 처절하게 쓰러지며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에 숨을 죽이지 않을 관객은 없을 듯.무조건 복종하거나,뒤에서만 험담하거나,행동으로 옮기거나….귀족들의 다양한 모습은 인간의 여러가지 유형을 빗대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양념처럼 가미된 광대의 인형극도 재미를 더한다. 이 연극의 또다른 맛은 대사에 있다.무절제한 느낌을 줄 정도로 대사가 많지만 모두 곱씹어볼 만큼 의미심장하다.망가진 로봇을 들고 “내가 로봇이라면,난 어때? 난 망가졌나,망가뜨렸나?”라며 반복적으로 울부짖는 모습은 압권이다.전체적으로 고전극을 보는 듯한 유려한 문체에선 많이 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의 이중성을 왜 절대권력이란 문제로 풀어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연출은 ‘청춘예찬’의 박근형이,희곡은 ‘이발사 박봉구’의 고선웅이 맡았다.새달 1일까지 화∼목 오후 7시30분,금·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아룽구지소극장(02)764-8760. 김소연기자 purple@
  • [사설] 영원한 마라토너 손기정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의 손기정 옹이 별세했다.그는 형해(形骸)뿐인 우리 민족의 기개에 스무살 청년의 힘찬 숨결을 불어넣은 민족의 ‘남아’였다.그의 타계는,그의 베를린 우승이 없었다면 우리 민족과 백성들의 일제시대 살아나기와 견디기는 어떠했을 것인가를 묻게 한다.그의 타계는,그의 쾌거가 없었다면 일제 식민지 역사를 살펴보는 모든 대한민국의 후예들은 어디서 선조와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찾았을 것인가를 되묻게 한다.손기정은 1936년 돌보는 이 없는 거리의 고아만 같던 2400만 조선 백성의 기를 단숨에 살려 주었다.이때 그가 함께 살려낸 우리 민족의 기개는 수수만대 이어질 것이다.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날은 우리 민족에게 영원히 특별한 날일 것이다.이웃 나라에 노예처럼 종속된 무명의 아시아 민족 젊은이가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것은 올림픽 마라톤사에서는 일회성의 사건일 수 있지만,식민 지배하의 조선 민족에게는 결코 일회의 일로 그칠 수 없다.다른 민족,국가와 맞부딪쳐야 하는 민족마다 민족의 기를 살려주는 영웅을 필요로 할 터인데,하물며 이웃 나라에 짓밟힌 나라 없는 민족의 백성에게는 민족적 영웅에 대한 갈구가 유별났을 것이다.비록 지배국의 깃발 아래 달리긴했지만 인간 육체의 잠재력을 가장 초인간적 수준까지 발현하는 마라톤 제패를 통해 손기정은 우리 민족의 잠재력을 확인시켰다.손기정은 우승대에서 지배국 깃발을 벗어버리지 못했지만 이같은 잠재력의 정상적 발현이 외부에 의해 억지되고 억압되고 있음을 세계에 시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고인의 마라톤 우승을 되돌아 보면서,우리는 민족의 기와 기개를 살려주는 민족적 영웅의 위대함을 다시 발견한다.그리고 일제시대가 아닌 지금도 그런 영웅을 필요로 함을 느낀다.고인의 명복을 빈다.
  • ‘마라톤 큰별’ 손기정옹 별세

    한국 마라톤의 큰 별이 졌다. 한국 마라톤의 '전설' 손기정(孫基禎·사진)옹이 15일 0시40분 삼성서울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손옹은 겨레가 일본 제국주의의 억압에 신음하던 지난 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 한민족의 기상을 세계에 떨쳤다. 손옹의 마라톤 제패는 당시 한 일간지가 시상대에 선 그의 가슴에 그려진 일장기를 삭제한 이른바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겨레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1912년 평북 신의주에서 출생한 손옹은 양정고보와 일본 메이지(明治)대 법과를 거치면서 마라톤에 매진했다. 광복 뒤에는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고 88서울올림픽 때는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화 최종주자로 나서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국민훈장 모란장, 국제육상경기연맹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영안실에 마련됐으며, 유족으로는 딸 문영(59)씨와 재일민단 요코하마지부 사무부장으로 있는 아들 정인(57)씨가 있다. 박준석기자
  • [21세기 이혼풍속도] (1) “”그냥…같이 살기 싫어요””

    요즘 “마누라(남편) 잘 있냐.”는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결혼한 부부 세쌍중 한쌍이 이혼한다는 세태에 맞춰 친척·선후배 모임 등에서 ‘지뢰 밟기’수준인 사생활 질문은 가능한 한 피해가자는 것이다.한국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2.8쌍(5.6명)이 이혼해,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이혼율이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이혼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지,4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젊은 부부들 ‘그냥 갈라서기' 많다 “이혼하는 진짜 이유가 뭐냐.” 손석봉(37)변호사는 젊은 부부를 대상으로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이 목젖까지 올라오는 것을 꿀꺽 삼키기 일쑤라고 한다.그가 최근 맡은 이혼 변론 3건은 모두 결혼 1∼2년째인 20∼30대 남자와 여자.이들 모두 특별한 사유 없이 “그 남자(여자)와 살기 싫다.”며 이혼소송을 의뢰했다.손 변호사는 “그렇게 막연한 이유는 소송거리가 아니다.”라면서 “다시 찬찬히 생각해 보라.”고 권하지만 당사자들은 막무가내다.소송에서 이길 수없더라도 소송을 내 이혼하겠다는 의지를 상대방에게 보이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손 변호사는 의뢰자의 배우자 쪽 꼬투리를 잡아서,즉 법률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에 꿰어맞춘 뒤 소송을 제기하고 상대방의 협의을 이끌어내 사건을 종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화가인 최정원(33·가명)씨가 그랬다.그는 치과의사인 남편과 결혼 2개월만에 각방을 쓰기 시작했고,결혼 1년6개월만에 이혼했다.최씨는 “소개로 만나 사귀는 동안은 사이가 좋았다.그런데 결혼한 직후 남편은 ‘너랑 살기 싫다.’며 별거에 들어갔다.”고 말한다.친정오빠는 다른 여자가 생겼나 하는 의심에 심부름센터 직원을 시켜 6개월 넘게 뒷조사까지 했지만 ‘이상 증후’는 없었다.남편의 이혼소송에 ‘갈 때까지 가 보자.’며 버티던 그녀는 결국 협의이혼하고 말았다. 현재 법률(민법 840조)상으로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구체적인 다섯 가지 행위와 ‘기타 사유’로 한정해 놓고 있다.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배우자의 악의적 유기,폭력행위 등 배우자(직계존속)의 부당한 대우,자신의 직계존속이 받은 부당한 대우,3년 이상 배우자의 생사 불분명,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다.구체적인 행위가 없을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호소하는데 경제적 무능력,성격 불일치,배우자의 범죄,부당한 피임,성관계 거부,애정상실 등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내놓은 상담통계(2002년 3월)에 따르면,전체 이혼상담의 43.5%가 ‘기타 사유’로,남녀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변호사들은 재판에서 이혼이 결정되는 사례는 대부분 배우자 외도,폭력,악의적 유기 등의 원인이 압도적이라고 말한다.하지만 그들도 20∼30대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그냥,싫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성 이혼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이명숙(40)변호사는 “계류 중인 100여건의 이혼 소송을 살펴 보면,외도나 가정폭력 등 전형적인 이혼사유가 주가 된다.”면서 “그러나 협의이혼에 이르지 못하는 부부들의 경우,양육권이나 재산분할청구 등 변호사를 찾는 절박한 사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협의이혼이 11만 9005건으로,재판이혼 2만 3025건을 5배(사법연감,2001년)나 웃도는 상황에서 법원이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평가한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는 싫어서 못 살겠다는 젊은 부부의 주장에는 불평등한 사회적 환경이 뒤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는 “결혼이 과거에는 누구나 다 해야 하는 필수사항이었다면,최근엔 선택사항이 됐다.또 과거에는 부부관계나 정서적 친밀도에 관한 여성(남성)의 기대치가 낮았지만,요즘은 대단히 높다.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면 기대하던 사랑은 오간데 없고,시집·처가 등 가족·사회관계는 억압으로 느끼기 때문에 이혼이 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그는 결혼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지만,가족적 책임과 의무는 피해 보려는 20∼30대의 이기적인 성향도 한몫을 한다고 지적했다.그러나 함 교수는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결혼의 가치관이나 규범이 젊은 층에게는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시집간다.’는 가부장제적 결혼제도에 여성의 거부감이 점차 커진다는 것이다. 시집·처가 등 가족이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박동섭(60)변호사는 “장인이 사위 뺨을 때리는 세상이 왔다.”며,미성숙한 상태에서 결혼한 자녀(마마걸·마마보이)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에 시집이나 처가가 끼어들어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말한다.이를 테면 아내가 아침밥을 안 해준다든지,남편이 외박했다든지 하는 문제를 각자의 부모에게 고자질하듯 알려 이혼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감정이 상한 당사자들은 “가족인 줄 알았더니,남이구나.”하는 소외감을 느끼고 쉽게 이혼을 결심한다는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 ■‘동거' 결혼의 탈출구 될수 있나? “20∼30대 부부의 이혼 증가는 현 결혼제도로부터의 탈출이지만,대안이 없는 위태로운 움직임”이라고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는 말한다. 함 교수는 지난 5월 공동저자로 ‘우리 동거할까요’라는 책까지 펴냈지만,결혼제도의 대안으로서의 동거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그는 “미국이나 유럽의 동거문화는 남자가,이혼할 경우 알거지가 되는 현실을 피하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더 많다.반면 우리는 시집 등 가족관계가 부담스러운 여성이 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결혼제도가 남녀 평등한 쪽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동거의 사회적 필요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35세 이상 미혼 여성이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연구한 여성학의 박사논문에는 ‘여성에게 불리한 결혼제도’에 대한 불만과 함께 ‘결혼이 주체적인 삶을 살려는 여성에게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실리기도 했다.박동섭 변호사는 “동거를 선량한 풍속에 위반되는 풍속사범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데 가능하겠느냐.”며 “양가 부모가 인정한다면 무리가 없겠지만,과연 딸 가진 집에서 허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을 던진다.특히 경제적·정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실험 동거’를 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현재의 결혼제도에서 당사자(부부)들의 문제에 부모가 끼어들 수 있는 틈새가 바로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인터넷 동거사이트를 운영하는장기홍씨도 “동거는 주거공간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동거의 성공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성격 차이를 서로 인정하는 성실한 자세에 달렸다.”고 말한다. 문소영기자
  • 일요영화/ 프리퀀시 外

    ◆프리퀀시(SBS 오후11시40분) 60년대의 아버지와 90년대의 아들 사이에 무선통신이 이루어진다.‘프라이멀 피어’로 섬세한 심리묘사와 충격적인 막판 반전을 보여준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시간여행 스릴러물.대형 화재와 폭발 신,수중격투 신 등 액션과 특수효과도 볼 만하다.부자지간으로 출연한 배우 데니스 퀘이드,짐 카비젤의 연기가 볼 만하다.2000년작. 존 설리번(짐 카비젤)은 일상의 외로움에 찌들어 90년대를 살아가는 경찰.어느날 존은 낡은 햄 라디오를 통해 69년도 소방대원이었던 자신의 아버지 프랭크(데니스 퀘이드)와 무선통신을 하게 된다.존은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갔던 브룩스톤 화재사건을 미리 경고해 과거를 바꾸게 되는데…. ◆미싱(KBS1 오후11시20분) 정치영화의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82년작.칠레에서 행방불명된 아들을 찾아나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다.오스카상 수상자인 잭 레몬,시시 스페이섹의 연기와 반젤리스의 음악이 잘 어울린다.남미군사독재정권의 실체를 밝히는 것 같은 거창한 주제보다는 아들을 찾으려는 아버지의부성애 쪽에 비중을 뒀다.애드 호만(잭 레먼)은 칠레에 살고있는 아들 찰리(존 셰아)가 실종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애드는 찰리의 아내 베시(시시 스페이섹)와 함께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MBC 밤 12시25분) 공지영 원작의 동명 소설을 그의 전 남편인 오병철 감독이 95년 영화화했다.중산층 인텔리 여성들의 문제를 다룬 원작을 ‘박해받는 여성’ 대 ‘억압하는 남성’이라는 진부한 대립구도로 단순화시켜 버린 느낌이 있다.주연은 심혜진,강수연,이미연.대학동창인 혜완 경혜 영선은 제각기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이들은 각자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채수범기자 lokavid@
  • 책/ 시계밖의 시간 - “당신의 시계를 없애버려라”

    동인도제도의 몇몇 지방에선 달이 꽉 차는 밤들 가운데 하나는 ‘작은 돼지달’,또 하나는 ‘큰 돼지 달’이라고 부른다.이를 서구식 캘린더라면 아마달이 차오르는 11번째 밤과 12번째 밤이라고 부를 것이다.이렇게 이름 붙인 까닭은 그 때가 되면 어미·새끼 돼지 할 것 없이 달빛에 홀린 듯 흥분해 우리를 뛰쳐나와 날뛰고 뒹굴기 때문이다. 또 인도 만다만 숲의 사람들에겐 꽃과 나무들의 냄새로 한 해의 시간을 묘사하는 ‘향기 캘린더’가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어디서나 각각의 달은 자연으로 특징지어지므로,그 달의 이름을 듣고 그 지역의 고유한 풍경을 짐작할 수 있다. ‘시계밖의 시간’(제이 크리피스 지음,박은주 옮김,당대 펴냄)은 ‘시간’이란 주제를 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다. 지은이는 시계로 측정하는 시간이 고도로 정치적이며,문화제국주의의 뿌리깊은 예라는 인식을 놓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시간을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꿰고 있는 두 중심줄은 ‘시계의 시간’과 ‘자연·야성의 시간’이다.인간은 하루하루를 째깍대는 시계의 노예가 되어 허겁지겁 살 뿐,야성의 시간이 주는 깊고 풍성함을 알지 못한다.저자는 시계의 시간 지배하에서 여성성을 유린하는 ‘속도의 남근성’을 가차없이 비판하고,밀레니엄 축제는 야성의 시간에서 이루어지던 페스티벌의 넉넉함을 잃어버렸다고 꼬집는다. 그는 또 어린이들을 성인화하는 어린이미인대회와 중년 여성의 성형수술 바람을 빗대어 여성의 연령은 오직 ‘젊음’에 멈추어야 하는 사회적 시계에 칼을 댄다.아울러 ‘월경’이라는 여성의 시간이 사회적으로 억압받고,남성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산업사회는 뉴턴의 ‘절대적이고 수학적인 시간개념’을 무기로 해서 시간의 다양성을 말살했고,사람들은 벤저민 크랭클린의 ‘시간은 돈이다.’를 배워 시간에 충만해 있는 은총과 자비를 비천하고 무자비한 시간 세기로 고갈시켜버렸다고 역설한다. 반면 ‘시간은 창조이거나 무(無)그 자체이다.’라고 한 프랑스 철학자 베그르송,시간은 시계의 대립물임을 간파한 루소,철철 넘칠 만큼 ‘순간의지금’(맹트낭)을 구현해낸 몽테뉴,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 등은 시간의 다양성을 꿰뚫어본 대표적인 사람들로 소개한다. 저자는 지금도 섹스·술·마약·음악 등에 야성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시계에 끌려다니며 헉헉대는 현대생활에서 알코올과 마약의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중 하나는 시간의 억압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간에 길들지 않은 때가 바로 구미에서 가장 빛나는 음악가들이 야성의 시간의 연주로 꽃피운 시기였다고 부연한다. 결국 지은이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짧은 한문장으로 압축된다.‘당신의 시계를 수장하라.’2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
  • 역대최대 ‘부산 시네마천국’ 열린다

    새달 14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또 살림 규모를 넓혔다.역대 최다인 세계 58개국의 228편이 선보이는 것.무엇보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소개되고,상영관을 남포동 일대에서 해운대지역까지 넓혔다는 것이 특징이다. ◆ 어떤 영화들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은 해안 초소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광기를 그린 작품으로 한국사회의 억압성에 관한 충격적인 보고서이다.폐막작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돌스’는 세 커플을 통해 사랑의 폭력성을 이야기한다. 본 상영작은 크게 6가지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아시아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아시아 영화의 창’,아시아 신인감독을 대상으로 한 경쟁부문 ‘새로운 물결’을 비롯,‘한국영화 파노라마’‘월드시네마’‘와이드 앵글’‘오픈 시네마’ 등이다. 특히 올해는 ‘월드 시네마’안에 비평가주간이 신설됐다.5편 미만의 영화를 만든 새로운 감독을 발견하는 장(場)으로 5명의 비평가에게서 추천작 10편을 받았다. ◆ 특별 프로그램 세 가지 특별전이있다.우선 타이완 뉴웨이브의 20년 역사를,미학·산업·정책적인 측면에서 두루 조망한다.새달 19일에는 ‘타이완 영화의 밤’을 개최한다. 40여년 동안 109편의 영화를 만든 김수용 감독.탐미적인 경향 때문에 사회의식을 결핍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집착한 세계관의 반영으로 재평가되기도 한다.김 감독 회고전을 통해 그의 작가성을 새롭게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감각의 제국’의 오시마 나기사는 일본 사회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감독이다.재일 한국인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목소리를 낸 4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 누가 오나 폐막작의 주인공인 기타노 다케시,‘첨밀밀’의 진가신,‘비정성시’‘해상화’를 찍은 타이완의 거장 허우샤오시엔,건조한 현대인의 일상을 포착한 ‘애정만세’‘구멍’의 차이밍량,불온한 상상력이 빛나는 프랑스의 신예 프랑소와 오종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을 찾는다.세계 3대 영화제인 칸·베를린·베니스의 집행위원장들도 방문한다. ◆예매와 입장료 새달 4일부터 예매에 들어간다.편당 5000원.상영 하루 전까지는 환불이 가능하다.전국 부산은행 각 지점과 서울 메가박스에서 판매한다.인터넷 예매는 홈페이지(www.piff.org)참조. 김소연기자 purple@
  • 김수환추기경 칠레정부 훈장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칠레 정부로부터 베르나르도 오히긴스 십자훈장을 받는다. 주한 칠레 대사관은 28일 “김 추기경은 지난 1970∼80년대 억압과 불의에 맞서 한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또 칠레를 방문,칠레의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 노력에 지지를 표명해 칠레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고 훈장 수여 이유를 밝혔다.훈장 수여식은 새달 10일 오전 11시30분 주한 칠레대사관저에서 열린다.
  • [시론] ‘도청 없는 사회’ 만들자

    국회 정무위에서의 도청자료 폭로를 계기로 도·감청문제가 다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국가기구의 장과 검찰간부의 통화를 관계기관이 도청한 내용을 폭로한 사실은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그동안 야당지도부는 물론 기업인,노조관계자,시민단체 간부 등 사회 각계인사들까지도 도·감청을 두려워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하지만 국가기관 간부들마저 정보기관의 도청 대상이고,그 통화내용이 폭로된 점은 충격적인 일이다. 도·감청은 독재체제의 권력유지를 위해 악용되어온 유력한 통치수단이다.이것은 반대세력을 억압하고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이용된 인류의 공적이다.인간의 존엄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권을 말살하기 위해 문명의 이기인 과학기술이 악용된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명사회에서는 도·감청을 법으로 철저히 금지하고 위반자를 엄하게 처벌한다.이러한 악습이 민주주의 공고화 단계에 있는 우리사회에서 다시 문제가 되는 자체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그리고 정권말기를맞아 폭로되고 있다는 점이 레임덕의 산 증거인 양 인식되어 서글프기까지 하다. 국민의 정부에서 도·감청이 문제가 된 것은 여러 차례이다.선진국의 정보기관들도 일정 부분 도·감청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법에 의해 허용된 범위에서 이루어졌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그것은 국익을 위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그러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의 나쁜 통치수법으로 악용된 것과 같은 이유로 이것이 남용되기 때문이다.소수정권의 권력유지와 정권연장을 위해 도·감청이 악용되어 국가 사유화의 우려가 크기에 염려하는 것이다. 만일 정권이 정당성을 확보하고 범국가적으로 능력에 의해 인재를 널리 등용했다면 국가기관 내에 편가름이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특정지역과 정파를 중심으로 국가기관이 점유되어 인사가 문란하고 기강이 해이해져서 정당하게 통솔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도·감청의 유혹을 받게 된 것이다.이것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국가기관을 운영하고 정국을 인위적으로 재단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다.심지어 권력내부 인사간의 권력다툼이나 집권당의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 도·감청문제가 제기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그당시에는 의혹 제시로만 그쳤으나 이번 폭로는 그러한 의혹 까지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셈이다. 국가기관 간부들에 대한 도·감청 내역이 폭로된 것은 당장은 임기말 권력누수에 따른 부정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그러나 멀리 보면 행정의 투명성과 법치 행정을 위해 바람직한 내부고발의 역할도 한다.누구도 믿지 못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불신의 시대는 법과 원칙에 의존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도·감청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권력당국부터 앞장서야 하겠다.국가정보기관이 정치적 중립성과 직업전문성을 확립하여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일만 하고 줄서기나 편가르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이것을 위해서는 차기 정권부터 권력기관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그리고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통신기기 제조업자들은 도·감청을 방지하는비화기를 저렴한 값에 널리 보급하여 실용화하도록 힘써야 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사용해야 한다.권력이 정당성을 회복하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일이 도·감청을 막는 지름길이다.대선후보나 장관이 비화기나 공중전화를 이용해야만 하는 부끄러운 시대를 조속히 끝내야 하겠다. 김석준 이화여대교수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
  • 책/ 빼앗긴 얼굴 - 아프간여성 삶의 시계 멈췄다

    브룩 실즈와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열여섯살 소녀가 있었다.내전과 테러로 끊일 새 없는 포염은 여린 꿈들을 싹부터 잘라갔다.여자란 이유만으로 외출이 금지됐고 학교조차 문을 닫아걸었다.존재의미가 조각났다.그렇게 보낸 시간이 4년.스무살이 된 소녀는 용기를 내서 책을 썼다.조국 여성들의 빼앗긴 자유와 짓밟힌 인권을 세상에 고발할 길은 그뿐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태어나 자란 소녀의 이름은 라티파.이레에서 펴낸 ‘빼앗긴 얼굴’(최은희 옮김)은 탈레반 정권의 여성억압 실상을 비밀일기처럼 솔직하게 써내린,그녀의 수기다. 이슬람 독재로 악명높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세상사람들은 오랫동안 별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른다.지난해 9·11테러와,이후 미국의 반격 속에서 지금까지보다 더 큰 관심이 한꺼번에 쏠린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라티파의 수기는 열여섯살이던 1996년 9월27일 아침부터 시작된다.소련 강점기와 17년의 내전을 겪은 폐허 속에서도 그녀의 집은 나름대로 행복한 카불의 중산층이었다.장사로 성공한 아버지,의사인 어머니 덕이었다.그러나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그해 9월16일,여성들의 삶의 시계는 멈춰버렸다.탈레반 임시정부는 가혹한 법령을 발표했다.여자를,숨을 쉬는 존재로조차 인정치 않는 법령이었다. 부녀자는 가정 이외의 장소에서 어떤 일도 해서는 안된다.불가피하게 외출할 때는 남성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버스는 여자용,남자용으로 나눈다.부녀자들은 부르카를 착용한다.여자는 남자 보호자 없이는 택시를 탈 권리가 없다.젊은 여자가 젊은 남자와 이야기하면 그 즉시 그 상대와 결혼해야 한다…. 컴컴한 집안에서 볼륨을 낮춘 채 라디오 방송에나 귀기울이는 게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오전 11시면 성가곡이 울리고 이슬람 성직자가 발표하는 금족령으로 기계적인 하루가 시작됐다.라티파는 일기를 썼다.“나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 아침을 증오한다.” 분노에 떨다 위험을 무릅쓰고 보란듯 부르카를 벗어던지기도 해봤다.“그물로 된 이 작은 창은 마치 카나리아의 새장같다.카나리아는 바로 나다.나는분노와 수치심을 느끼며 부르카에서 빠져나왔다.내 얼굴은 나의 소유이다.탈레반은 내 얼굴과 모든 여성들의 얼굴을 빼앗겠다는 것인가.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게 2년여.더 이상 무의미한 나날을 보낼 수 없다는 자각 끝에 라티파는 한가닥 새 희망을 붙들기도 했다.교육의 기회를 원천봉쇄당한 여자아이들,코란만 배우길 강요당하는 남자아이들을 모아놓고 비밀수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더 우렁찬 목소리를 내줄 창구가 절실히 필요했다.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프랑스의 한 사회단체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억압받는 현실을 증언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2001년 4월.라티파는 엄마와 함께 극비리에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가난한 나라의 대사가 되기로 했던 것”이다. 책은 프랑스의 세계적 잡지 ‘엘르’의 후원으로 지난해 말 빛을 보게 됐다.9·11테러로 아프가니스탄이,아니 그 속에서 참혹하게 억압받는 여성들까지 통째로 ‘악의 집단’으로 내몰린 시점이었다. 실화를 옮긴 책은 극적 구성이 소설만큼 흥미롭다.하지만 다음 순간,독자는 라티파와 진심으로 공분(公憤)을 나눌 것이다.스물을 갓 넘긴 여자의 삶을 무엇이 이토록 극적으로 몰아갔는지! 멀리 이국땅에서 라티파는 아직도 희망의 실타래를 감고 있다. “탈레반의 검은 터번이 우리의 악몽에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면,우리는 되찾은 희망과 자유를 이야기할 것이다.” 8000원. ▶ 라티파 지음 /최은희 옮김 /이레 펴냄 황수정기자 sjh@
  • 소설가 문순태씨 5년만에 소설집 ‘된장’ 펴내 - 토속정서로 그린 ‘恨의 미학’

    “광주 사람인 내가 어떻게 5·18민주화운동과 분단문제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겠는가.그러나 이제는 한 걸음 물러서 전라도와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토속적 정서를 그려보고 싶었다.” 5년 만에 일곱번째 소설집 ‘된장’(이룸)을 들고 독자를 찾은 소설가 문순태(61·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씨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거대 담론에 발이 묶여 있었다.”며 “이제는 남성적이라는 속성을 가진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정서,여성적인 세계관과의 균형잡힌 조화를 모색할 때”라고 ‘된장’의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소설가 문순태의 이름에는 저항의 이미지가 깊게 배어 있다.그 자신 “그동안의 내 소설은 5·18까지를 포괄하는 분단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고 말한다.그러나 이런 ‘문순태 문학’이 작금에 이르러 반전을 꾀하고 있다.우리가 처한 상황을 비켜가거나,외면하는 식의 방향전환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정체성을 살피는 진지한 모색이다.바로 토착정서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이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그의 ‘된장’론은 담박하고 정감있다.그에게 있어 된장은 ‘한국의 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조화와 통합의 상징이다.맵고 짜거나 신맛을 풀죽이고 아우르며 독특한 맛을 풀어내는 된장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지키고 존속시켜야 할 전통을 가장 잘 함축한 문화코드라는 것. 실제로 작품 중에서 된장은 서로 단절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짱짱한 매개이자 상징이다.이를테면 우리가 애써 외면하기까지 했던 전통정서가 바로이 된장을 통해 부활하며,가부장적 혈연관습,이를테면 남자라야만 대를 잇는다는 전근대적 관념도 이 된장을 만나서 시원하게 해체되고 만다. 실제로 10대 종손으로,보수적 가풍의 집안에서 자란 작가는 자신의 외아들이 딸아이 하나를 둔 뒤 더 이상 애를 낳지 않으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인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된장’은 남동생이 우물에서 빠져 죽은 뒤 부모의 이혼과 미국 이민,뒤이어 ‘결국은 아들을 삼켜버린 우물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끌어 안으려는 어머니’의 귀국,그리고 그 우물물을길어 담그는 된장의 의미는 삶을 대하는 용기와 열정,가슴시리도록 처연하고 아름다운 문순태의 한(恨)의 미학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역시나 버거운 삶을 사는 딸에게 들려주는 어머니의 애잔한 고백은 이 시대의 모든 딸들에게 하나의 잠언 같은 것이다.“괴롭고 슬픈 기억은 묻어 둔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잊기 위해서는 이겨내야만 한다.” 어머니의 말은 이어진다.“내가 이 집에 눌러 살자면 이 집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을 내 것으로 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처음에 우물을 다시 파기 시작했을 때는 에미도 겨우 아문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것만 같아서 견디기 어려웠다.그렇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물을 길을 때마다 우물에 빠진 순철이를 건져 올리는 기분이란다.이제 순철이는 이 집에서 에미와 함께 있단다.” 그의 작품세계는 ‘고향의 정서’와 ‘역사성’이 두 개의 완강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된장’은 작가 자신이 “작품을 써놓고는 나도 놀랐다.”고할 정도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의지의 소산이다.이전의 작품들이 알게 모르게 역사성에 경도됐었다면,이번 작품은 토착정서를 깊게 천착하고 있다. 그는 “최근의 소설이 대부분 개인의 일상적 체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아니라 도시적 삶을 일방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일부이긴 하나 평단의 시각도 일견 여기에 매몰돼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문학계의 이상기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평론가 박철화씨는 “생명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굴하지 않는 저항정신을 그려온 문순태는 그 작가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한 평가의 바깥에 있어왔다.”면서 “이는 그가 가진 토속적 지방색 때문이기도 하나 많은 경우 중앙집권적 문단제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박씨는 “이제 문순태는 전체를 되돌아보는 완숙한 시선으로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혹은 잊은 세계를 되찾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그것은 결국 변질되지 않는 ‘우리의 오롯한 본디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386세대가 본 W세대] 디지털로 무장한 ‘멀티형인류’

    내가 속해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20대부터 40대까지 남녀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가끔 술자리가 길어지면 노래방에도 가는데 이 때가 재미 있다.세대를 편가르지 않고 너나 없이 마이크를 잡게 된다.가무를 즐기는 데야 세대 차이가 없지만,부르는 노래를 들어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드러난다. 20대 초반인 주 아무개는 만화 주제가,랩,팝,록,가요,트로트,일본 가요까지 자연스럽게 모두 소화한다.내가 김광석(발라드)에서 윤도현(록)을 간신히 넘어서는 것과 사뭇 다르다.스무 살의 그들에게는 트로트의 여왕 이미자나 신세대 가수 왁스,영국 그룹 스파이스 걸스가 크게 다르지 않다.그들은 이처럼 과거의 경험을 집적시켜 배우고,종합해서 경험하는 ‘멀티형 인류’다.가상과 현실을,과거와 현재·미래를 크로스오버하는 멀티플레이어다. 1987년에 대학에 들어간 나는 4벌식 타자기를 배웠고,다시 3벌식으로,2벌식 전동타자기로,퍼스널컴퓨터(PC)로 자판을 옮겨갔다.모눈종이를 새긴 종이위에 편집을 했다.책을 주로 읽고 영화관에 갔으며,그 나머지는 ‘거리에서’직접 경험하며 서른 살이 됐다. 반면 2002년의 스무 살은 휴대폰으로 300타를 치고 가상공간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를 키운다.아바타는 ‘현실의 나’를 혼동시키기도 한다.나모인터랙티브를 통해 컴퓨터 상에 홈페이지를 만든다.사이버 공간을 관통하며 그들은 서른 살에 도달할 것이다. 그들은 뉴미디어와 새로운 가상무대를 통해 다중적이고도 간접적인 경험을 한다.이들이 복합적인 심성을 갖게 되는 것은,때문에 당연해 보인다. ‘거리’에서 세상을 배운 나의 아날로그 정신은 진지하지만 느리고,가상공간을 넘나들며 디지털로 무장한 20대의 금속성은 가볍지만 빠르다.가볍다는 것은 순수하고 자유롭다는 뜻이 되기도 하지만,심층적이지 않고 어설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쉽게 사귀고 쉽게 헤어지는 만큼 진중함이 떨어진다. 이른바 ‘386세대’도 당대를 살면서 실수를 했다.민주화와 자유라는 대의명제 하에 최루탄 연기에 얼룩진 학교와 거리를 방황했지만,내적으로는 무거움과 획일성의 함정에 빠져들었다.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억압하기도 했다. 20대.그들은 누구나,항상 이전 세대와는 다른 유혹에 빠져드는 나이인지도 모른다.스무 살이 깃털처럼 가볍다는 것은 순수와 자유를 실현하는 뒷받침이 되기도 하지만,역으로 천박함과 맹목성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그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수학능력시험 보기 위해 고전을 수박 겉 핥기로 보고 나서 그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 우를 넘기를 기대한다.이런 저런 노파심에도 불구하고 스무살의 불온함은 지극히 정당하다.386이 그랬듯이.스무 살 보고 노인같은 혜안을 갖추라고 할 수는 없다.스무 살의 자유,변화는 무죄다. 유민영 모아이 커뮤니케이션 기획실장
  • [씨줄날줄] 유태인과 문학

    올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의 케르테스 임레는 1944년 15세에 나치의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다 살아난 유태인이다.숫자가 엄청 과장됐느니 하는 뒷말이 끊이지 않긴 하지만,나치의 유태인 절멸 정책으로 중부 유럽에 살던 950만명의 유태인 중 600만명이 강제수용소에서 죽었다고 한다.케르테스보다 한 해 먼저 루마니아에서 출생했던 미국 작가 엘리 위젤도 케르테스와 같은 해 역시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에 수용된 뒤 생존,1986년 노벨상을 받았다. 위젤은 억압받는 소수 계층을 위한 활동으로 평화상을 받았으나,그의 책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비극과 그 앞에 선 인간의 실존 의미가 세계의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신의 숨은 뜻을 묻지 않을 수 없을 성싶게 유난한 역사의 핍박,인간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초인간적 스케일로 해석해내는 유별난 정신력의 유태인에게 글이나 문학은 삶의 공구로서 커다란 쓸모가 있었을 것이다.유대교 및 기독교 성서 지은이들의 후예,예수와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동족인 유태인들은 세계 현대문학 형성에 필수적인 요소를 제공했다.귀족적으로 유태 색채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마르셀 프루스트는 반 유태인이었고,프란츠 카프카는 많은 사람들의 짐작대로 유태계다. 2000년 넘게 조국이 없던 유태인들은 1880년대부터 유럽에서 미국 이주를 시작,1939년에 벌써 미국을 유태인 제1 거주지로 만들었다.이스라엘 건국 이후에도 이 위치는 변동이 없었으며,미국 문학에서 유태인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은,미 정치·경제·언론·쇼 비즈니스계에서의 유태인 영향력에 뒤지지 않는다. 아이작 싱어와 솔 벨로는 이미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유태인 중산층 이야기지만 비 유태계인 존 업다이크의 ‘래비트’와 미국 중산층의 전형을 다투는 ‘주커먼’ 연작의 필립 로스는 올해도 역시 노벨상 후보 리스트의 선두에 올랐었다. 미국에서 한 세대 가까이 가장 신비로운 작가로 남아있는 J.D.샐리저,반대로 브로드웨이 성공 극작가의 대명사인 닐 사이먼도 유태계다.안정된 삶의 바탕이 취약한 유태인들은 문학의 혈맥 중의 하나인 풍속에서는 다른 민족에게 뒤질지 모르지만 이야깃거리를 관념으로 입체화하는 능력은 체질적으로 탁월할 것이다.무엇보다 그들은 기억해야만 할 것들이 많은 민족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kjy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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